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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너무도 안타까운 세월호 초기 대응/최치봉 사회2부 부장급

    [오늘의 눈] 너무도 안타까운 세월호 초기 대응/최치봉 사회2부 부장급

    세월호 선원들의 비상식적 행위는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나부터 살겠다고 도망친 사람들 아닌가. ‘책임윤리’나 ‘직업윤리’를 따지는 것도 언어의 사치일 뿐이다. 선사의 행태는 어떤가. 돈 몇 푼 더 벌려고 과적과 증축, 평형수 조작 등 온갖 불법을 일삼았다. 먼저 탈출한 선박직 15명 가운데 8명이 입사 6개월 이하다. 이들은 대피훈련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다. 월급은 2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회사는 빚더미에 깔려 있다. 그런데도 실제 소유주는 상표권 사용료 등으로 꼬박꼬박 돈을 빼갔다. 탐욕과 불법의 극치다. 이런 회사의 직원들에게 책임감이나 자존감이 있을까. 결과는 너무 명료했다. 이런 회사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사고 발생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실 꽃다운 생명을 무더기로 앗아간 주범은 구조 당국(정부)이다. 분초를 다투는 사고 초기에 윗선에 상황을 보고하고 대책본부를 꾸리느라 허둥댔다. 가장 아쉽고도 안타까운 점은 헬기운용 문제다. 기동력이 뛰어나다고 뽐내던 장비는 무용지물이었다. 헬기가 처음 도착한 것은 지난달 16일 오전 9시 27분. 이때부터 세월호가 완전 침몰한 10시 20분까지 50여분은 ‘골든타임’이었다. 앞서 진도 항만관제센터(VTS)의 항로추적 실패와 오전 8시 52분 “살려달라”는 단원고 학생의 첫 신고 때 우왕좌왕하느라 허비한 시간을 만회할 마지막 기회였다. 현실은 너무 달랐다. 공중에서 밧줄을 타고 처음 내려온 사람은 항공구조사였다. 이들은 배 밖 승객들을 한 사람씩 바스켓에 담아 올려 보냈다. 대여섯명이 탄 소형선박 전복 때나 적용할 수 있는 구조 방식이다. 당시 세월호는 왼쪽으로 40~45도 기우는 중이었다. 이때 장비를 갖춘 ‘특수구조대원’들이 내려와 선실을 장악했더라면 상황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조타실에 바로 진입, 탈출방송을 내보낼 수 있었다. 줄사다리 등으로 선실 바닥에서 아우성치는 승객들을 끌어올릴 수도 있었다. 잠수장비를 갖추고 들어가 탈출로를 확보할 시간도 어느 정도 있었다. 이 같은 50분간의 골든 타임은 생사를 가름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당시엔 해경 123호 경비정도 현장에 도착했다. 주변엔 어선 20여척이 몰려들었다. 배 밖으로 나와 있던 승객들을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다. 해경 특수구조대는 이미 ‘상황 끝’이던 오전 11시 24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이 한 일이라곤 물 밖에 겨우 드러난 선수에 부표를 다는 게 전부였다. 한 해경 간부는 “ 큰 배가 그렇게 빨리 가라앉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상황 판단의 미숙함을 가늠케 한다. cbchoi@seoul.co.kr
  • 檢, 세모 계열사 이사·주주까지 ‘정조준’… 10여명 계좌 추적

    檢, 세모 계열사 이사·주주까지 ‘정조준’… 10여명 계좌 추적

    세월호 침몰 사고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선사 청해진해운과 세모그룹 계열사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대폭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유씨가 경영 개입 창구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 ‘높낮이회’ 모임의 실체 규명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승객 구조 의무를 저버린 이준석(69) 선장 및 선원들과 함께 청해진해운에 책임을 묻고 기형적인 문어발식 계열사 경영을 통한 유씨 일가의 비자금 및 은닉재산 조성 과정을 밝혀 이에 가담한 계열사 전현직 임원은 물론 주주까지 전원 사법처리하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유씨 일가 수사를 진행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은 유씨 일가의 계열사인 천해지, 트라이곤코리아, 다판다, 아해, 새무리, 세모, 클리앙, 소쿠리상사 등의 전현직 이사와 감사, 주주 등의 금융계좌를 확보해 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각 계열사 대표에 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계열사 주요 관계자들의 금융거래 내용까지 확인해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물론 비리 의혹의 정점인 유씨와 장남 대균(44), 차남 혁기(42)씨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복안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 출신의 박승일 천해지 이사와 김동환 천해지 감사, 세모 이사 출신인 황호은 새무리 대표이사를 비롯해 트라이곤코리아 감사 한모씨, 다판다 주주 김모씨, 아해 이사 김모씨와 전 이사 박모씨, 아해 전 감사 전모씨, 클리앙 이사 구모씨, 감사 김모씨, 소쿠리상사 감사 이모씨 등 10여명의 금융계좌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또 청해진해운 측이 세월호를 증축하는 과정에서 유씨의 지시를 따랐다는 고창환(67) 세모 대표이사의 진술을 토대로 유씨가 공식 직위 없이 사실상 경영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교(일명 구원파)의 총본산인 금수원에서 높낮이회라는 모임을 열고 유씨가 계열사 대표 지명과 신사업 진출 등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씨가 높낮이회를 통해 경영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유씨의 측근인 천해지 대표이사 변기춘(42)씨와 세모 대표이사 고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씨의 차남 혁기씨와 친구 사이로 알려진 변씨는 유씨의 사진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유씨를 40년 넘게 수행한 측근으로 한국제약 이사직과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를 역임했다. 인천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구속된 세월호 선장, 술판 벌여 취해 있다가 결국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했던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가 3년 전 대형사고가 날 뻔했던 여객선의 핵심 승무원으로 탑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실이 공개한 ‘이준석 선장 승무 경력증명서’에 따르면 2011년 4월 6일 세월호의 ‘쌍둥이 배’인 오하마나호에 사고가 났을 당시 이씨가 1등 항해사로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등 항해사는 선장을 도와 선박 운항 전반을 책임지며 선장이 자리를 비우면 선장을 대신하는 자리다. 당시 수학여행에 나선 고교생 430여명을 포함, 620여명의 승객을 태운 채로 제주로 향하던 오하마나호는 오후 7시쯤 인천에서 출항한 뒤 30분 만에 기관실 전기공급시스템 고장으로 5시간 동안 바다 한가운데에서 멈춰 섰다. 승객들의 말을 종합하면 승무원들은 전기가 끊겨 배 전체가 암흑에 빠졌는데도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것 외엔 별다른 긴급 방송을 하지 않았다. 결국 승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고, 오하마나호는 5시간이 지난 후에야 해상에서 긴급 수리를 마치고 인천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씨는 또한 인천과 제주를 오가던 오하마나호의 선장 시절인 2008년에는 선원들과 잦은 음주로 징계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세월호에서 탈출한 직후 일반인 행세를 하고 태연히 물에 젖은 지폐를 말리는가 하면, 지난달 27일에는 목포교도소 미결수감방에 수감된 직후 교도관에게 “우리 방의 방장은 누구냐”라고 물어본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지탄을 받았다. 이씨가 교도관에게 방장이 누구냐고 물었던 것은 자신이 눈치 봐야 할 수감자를 알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64개 격실 다 열었는데 35명은 어디에… 화물칸도 수색 검토

    64개 격실 다 열었는데 35명은 어디에… 화물칸도 수색 검토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지난 6일까지 탑승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의 격실 64곳을 모두 열었지만, 실종자 30여명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고 발생 22일째인 7일까지 수습된 희생자 시신은 주로 4층 선수 중앙 격실과 4층 선미 다인실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4층에 숙소가 있었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 승무원들의 안내방송을 통해 대기하라는 말만 믿고 객실에 머물러 많은 희생자가 발견된 것으로 분석된다. 4층 선수 중앙의 좌현 객실과 선미 우현 객실에서는 예약 인원보다 훨씬 많은 희생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수색구조 상황 중간발표에서 “급박한 상황에서 일부 승객들이 한 격실로 모여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층에는 일반인 탑승객들의 객실이, 5층에는 승무원 선실이 있다. 당초 사고 발생 시간이 아침식사 시간이어서 식당칸에 많이 몰려 있을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3층 식당칸에서는 단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배가 기울면서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자 식당칸에 있던 승객들이 모두 격실로 피신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1층과 2층은 화물칸으로 자동차와 수화물들이 실려 있던 곳으로 일부 무임승차자를 제외하면 탑승객이 있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세월호가 완전히 뒤집히고 조류가 수차례 지나면서 물살에 의해 선체 내부 희생자들의 위치도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진교중 전 해군해난구조대(SSU) 대장은 “배가 뒤집힌 채 가라앉으면서 물에 휩쓸렸을 수 있다”면서 “객실이 아닌 공용 구역 47곳에도 실종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수색했던 격실에서 잠수요원들이 놓쳤던 실종자들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잠수사들이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집기류와 가구 등 부유물을 헤치고 실종자를 찾아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1차 수색은 격실 문을 개방하고 한 번 둘러보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부유물이나 기자재 사이를 샅샅이 훑어보지는 못했다”면서 “2차 수색을 통해 격실 등을 차근차근 수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수색을 한다고 해도 남은 실종자를 모두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조·수색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 베테랑 잠수사는 “개방한 격실들은 이미 두세 번씩 확인을 했던 곳”이라면서 “여전히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다시 들어간다고 해도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잠수업체인 언딘마린인더스트리의 공우영 총괄고문은 “아직 수색하지 못한 5층 통로 쪽에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새로운 진입로를 개척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안내선)을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색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시신 유실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대책본부는 유실방지 대책 마련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대책본부는 현재까지 유실된 희생자는 없다고 밝혔지만, 지난 2일 수습하다 놓친 시신이 침몰 지점에서 4.5㎞ 떨어진 곳까지 떠내려가는 일도 있었다. 현재까지 발견된 269명의 사망자 가운데 41명은 선체 밖에서 수습됐다. 대책본부는 진도군 내 양식장 2172㏊를 대상으로 어업인들에게 자율수색을 요청하는 한편 군·경의 접근이 쉽지 않은 183개 도서에 대해 어선을 동원해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소조기가 끝나는 10일까지 1차 수색을 이미 마무리한 64개 격실 가운데 일부를 다시 수색하고,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이 낮아 수색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화장실과 샤워실, 복도 등 공용공간과 선원 침실, 조타실, 화물칸까지 수색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오후 9시쯤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대기 중인 목포해경 3009함에서 인천항공대 소속 정모(49) 경사가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다. 다발성뇌출혈 증세를 보인 정 경사는 목포 한국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정 경사는 전날 당직근무(24시간 근무)를 선 뒤 곧바로 이날 오전 9시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헬기에서 전파 탐지기를 조종하는 전탐사인 그는 교대 근무를 마치고 어지럼증을 호소했으며 혈압도 높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진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이슈&논쟁] 수학여행 폐지

    [이슈&논쟁] 수학여행 폐지

    교육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지난달 22일 초·중·고교의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중단시켰다. 이후 수학여행의 존폐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학여행을 없애자는 쪽에서는 교육적 효과가 없는 위험한 여행이라고 주장했다. 대규모 학생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다 보니 대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우르르 몰려가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고 오는 여행이 소모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과거와 다르게 가족여행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여행 측면에서도 수학여행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참에 업체와 학교 간 리베이트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오르던 수학여행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수학여행 중단 조치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월호 참사는 수학여행을 간 학교 측 때문이 아니라 무책임한 선원과 초기 구조 과정에서 우왕좌왕한 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됐는데, 수학여행을 기다리던 학생들만 친구들과의 추억을 쌓을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교육부가 수학여행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학교와 영세업체 간 분쟁 파열음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가 실제로 업체에 위약금을 배상한다면, 적절한 재정 투입인지를 놓고 새로운 논란이 제기될 판이다. 이창희 서울대방중학교 교무부장과 표혜영 인천부평동중학교 교감으로부터 수학여행 중단에 따른 찬반 의견을 들었다. <贊> 수학여행 교육효과 부실한 상황… 다른 체험 프로그램으로 대체를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슬픔으로 미어지는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심정은 비단 필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자, 아니 국민이라면 모두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번 사태를 냉정히 분석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실시돼 온 수학여행을 폐지해야 한다. 수학여행의 효과에 대한 회의와 우려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있어 왔다. 당초 수학여행을 통해 호연지기를 기르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며 전인적 인격과 성품을 기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학생들은 부모를 떠나 친구들과 장시간 여행을 한다는 낯선 경험에 대한 설렘을 갖고 있고 많은 어른들 또한 학창 시절의 수학여행에 대한 추억을 갖고 여전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막상 학생들을 인솔해 보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폐단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다. 수학여행에 들인 비용과 시간에 비해 긴 이동시간을 제외하고 주어지는 볼거리와 활동거리들이 교육적 효과 면에서 튼실하다고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규모 이동에 따른 안전 문제와 수백 명을 위해 제공되는 식사의 질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단체’인 만큼, 귀한 남의 집 자식들이니만큼 더욱 긴장하고 존중해야 마땅함에도 어린 학생들의 귀중한 삶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기본적으로 결여돼 있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부끄럽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학여행이 본래의 정체성을 유지하기란 어렵다고 본다.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비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기에는 ‘진짜로 구석구석 개선할’ 그날이 너무나 요원하다고 본다. 물론 뚜렷한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내실 있게 운영하는 업체들도 있으나 극소수에 불과해 수학여행의 원래 목적에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우리 사회 재난유형별 대응 시스템의 미성숙, 교육 관련 사업자들의 의식 부족 등도 심각한 문제다. 시대가 달라졌다. 문화예술 체험활동, 진로체험 활동 등으로 수학여행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자유학기제와 맞물려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활동진흥원, 지역문화재단 등 여러 공공기관과 단체의 지원을 통한 20~30명 단위의 소규모 그룹 체험학습도 상당히 활성화돼 가고 있다. 필자가 재직 중인 부평동중은 자유학기제 2년차 연구학교로 지난해 수학여행을 폐지했다. 수학여행을 존치하되 소규모로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 역시 비현실적이다. 우리 학제를 감안할 때 현행과 같은 수학여행에 적합한 시기는 5월과 10월이다. 한 학교에서는 한두 학급 소규모로 가더라도 같은 시기에 여러 학교가 몰리기 때문에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수학여행 매뉴얼이 빈약하고 학교가 잘 따르지 않는다는 비판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수학여행 매뉴얼은 굉장히 치밀하게 돼 있다. 현장학습 공개방을 마련해 현장학습에 대한 학생, 교사, 학부모 만족도 수치를 모두 공개하고, 부당 업체도 신고하고 조회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수학여행 계획을 수립할 때 매우 신중한 절차를 거친다. 수학여행·수련활동활성화위원회가 의무사항으로 운영되고 있고, 답사는 물론 식단 하나하나까지 아주 까다롭게 점검한다. 그러나 막상 학생들을 데리고 가면 실제 업체의 태도가 경악할 만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계약을 근거로 강력히 항의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현장의 매뉴얼 부재를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실시돼 온 수학여행은 더이상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수학여행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反> 폐지가 근본적 처방 될 수 없어…감시·감독 강화 안전성 높여야 수학여행과 수련활동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청소년기본법 등 10개의 관련된 법적 근거를 기반으로 실시된다. 다양한 창의적 활동 중심 체험학습을 통해 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교육과정과 실생활의 연계를 통해 학습효과를 증진시키는 데 목표를 뒀다. 심신이 건강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꿈과 끼를 키우는 청소년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학교마다 오래전부터 수학여행을 실시해 오고 있다. 활동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공통으로 지켜야 할 사항도 제시돼 있는데 허가·등록된 시설, 청소년활동진흥원 등이 인증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그것이다. 또 시행 직전 사전 답사를 두 차례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교사와 학생 대상 사전 안전교육 실시도 의무 사항이다.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이 불의의 사고로 대거 희생되면서 수학여행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많은 학생들의 희생을 지켜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자 함일 것이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한다고 해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위로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학교에서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준수사항 등을 잘 지켰더라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100% 인재였다. 어린 학생들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사전에 충분한 교육과 점검을 했지만 운송업체의 시스템이 제대로 점검, 작동되지 않았기에 사고가 발생했고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이 따른 것이다. 수학여행을 존치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의 철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즉 운송수단에 문제가 있다면 수학여행을 갈 때 쓰는 교통수단의 인적·물적 자격요건을 높이고 수학여행 참여 업체의 허가요건을 철저히 하는 등 관계 당국이 적극적으로 감시·감독해야 한다. 당장 수학여행 폐지를 주장하기보다 안전한 수학여행을 추진할 수 있는 제반 요건을 갖추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주제가 있는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몇 년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3~4학급, 150명 이내의 학생이 함께하는 수학여행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학급별 수학여행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실제로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의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수학여행이 나가야 할 방향 정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준비에서부터 담임교사 중심으로 추진돼 꼼꼼히 챙겨 볼 수 있고, 실시 과정에서도 수학여행 본래의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솔 교사의 어려움은 커질 수 있지만, 대규모 수학여행보다 교육적 가치가 높다면 소규모 수학여행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수학여행을 안전하게 하도록 답을 찾는 일이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에서는 체험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면서 다른 쪽에서는 수학여행을 폐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물론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학여행과 관련된 학교의 시스템을 재정비함은 물론 학생들의 수송과 숙박 등에 대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교육계는 물론 국가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사고가 나면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져 결국 예전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던 과거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문제와 원인이 명확히 드러난 상황에서 교육적 효과를 접어 두고 수학여행을 아예 폐지하는 게 근원적 처방이 될 수는 없다. 수학여행의 존폐를 논하기에 앞서 정부는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수학여행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안전한 방안을 학생들에게 만들어 줘야 한다.
  • 세월호 참사 20일째, 수색작업 막바지 ‘실종자 43명’ 사망자는..

    세월호 참사 20일째, 수색작업 막바지 ‘실종자 43명’ 사망자는..

    ‘세월호 참사 20일째’ 세월호 참사 20일째인 5일 오전 희생자 시신 11구가 수습됐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세월호 참사 20일째인 5일 오전 5시28분께 3층 우현 선원 식당에서 청해진해운 직원 안모 씨로 추정되는 남성 희생자 시신 1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6시54분께까지 4층 선수 중앙 좌·우현 객실과 3층 로비 등에서 수색 작업을 벌여 김모(17)군 등 남·여학생으로 추정되는 희생자 시신 8구를 수습했다. 또 정모(61)씨와 박모(52)씨 등 일반인 희생자 시신 2구도 수습했다. 이로써 세월호 참사 20일째 5일 오전 8시 현재 집계된 희생자는 259명, 실종자는 43명이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정조시간인 낮 12시43분, 오후 5시44분을 전후해 수색에 집중할 계획이다. 구조팀은 아직 개방되지 않은 격실 3개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64개의 격실 가운데 61개 격실은 잠수대원들이 진입해 1차 수색을 마쳤지만 3층 매점 옆 안쪽 객실은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현재까지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다. 합동구조팀은 이날 잠수대원 127명을 현장에 대기시켰다가 2인 1개조씩 순차적으로 투입해 3층 미개방 격실 진입로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네티즌들은 “세월호 참사 20일째 아직도 시신 못 찾은 가족들 마음이 어떨까”, “세월호 참사 20일째, 실종자 모두 찾아야 할텐데”, “세월호 참사 20일째, 결국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었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길섶에서] 새끼/박홍환 논설위원

    제 새끼를 탈 없이 길러 내고픈 어미, 아비의 심정이야 짐승이고 사람이고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새끼가 사라지면 어미 종달새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둥지를 오르락내리락 목젖이 찢어질 듯 울어대지 않는가. 안산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부모 또한 이렇게 절규한다. “사랑하는 내 새끼, 엄마 아빠는 아직도 너한테 줄 게 많은데, 미안해 사랑하는 내 새끼, 미안해.” 희생 학생 부모들이 그제 세월호 참사 현장을 다시 찾았다. 각자 “내 새끼를 살려내라”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이미 쉴 대로 쉬어 버린 목청으로 절규했다. 천금 같은 새끼들을 품에 묻은 그들에게 국가와 정부, 선사(船社)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못했다. ‘내 새끼’였다면 선장과 선원들이 그대로 줄행랑쳤을까. 해경과 정부는 ‘내 새끼’였더라도 미적미적하며 구조와 수색에 인색했을까. 혹여라도 우리 역시 희생된 아이들이 ‘내 새끼’가 아니어서 안심했던 건 아닐까. 이제라도 마음을 고쳐먹자. 우리 주변의 아이들은 모두 ‘우리 새끼’라고. 우리 모두 어미, 아비로서 ‘우리 새끼’들을 탈 없이 안전하게 길러내자고.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안전 업그레이드] (1) 지하철 - 두 번째 깊은 서울 8호선 산성역 가보니

    [안전 업그레이드] (1) 지하철 - 두 번째 깊은 서울 8호선 산성역 가보니

    세월호 사고로 안전에 대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할 마당에 황금연휴를 앞둔 2일 서울에선 지하철 추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마저 덮쳤다. 언제까지나 ‘소 잃고 나서야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거듭할 순 없다. 국민을 위협하는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안전 문제를 부문별로 나눠 점검한다. 서울 지하철 8호선 산성역을 찾았다. 이 역의 심도는 55.4m. 76m에 이르는 부산 만덕역에 이어 우리나라 지하철역 가운데 두 번째로 깊다. 그래서 역 구조가 특이하다. 지하 3층 승강장에서 지하 2층 중간통로까지, 지하 2층 중간통로에서 지하 1층 개찰구까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고 그 옆에는 경사로로 끌어올려지는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돼 있다. 유럽 산악 지역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다. 막상 올라가 보면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1층씩 올라간다는 표시가 너무 단순해 보인다. 역사 자체가 깊다 보니 1층을 이동하는 게 아니라 3~4층 정도는 충분히 올라가는 느낌이다. 에스컬레이터 길이가 하나는 40m, 다른 하나는 30m가 넘다 보니 탑승 시간만 1개 층마다 1~2분 정도 걸린다. 이 때문인지 에스컬레이터 구간에는 손잡이를 잡으라는 안내판이 촘촘히 천장에 달려 있다. 바쁜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성큼성큼 뛰다시피 에스컬레이터 위를 걸어다닌다. 이렇게 올라가서 1번 출구로 나가 보니 5분. 그런데 역 구조를 확인해 보니 방금 올라온 길이 가장 짧은 코스다. 다시 내려가 가장 긴 코스를 가정했다. 승강장 중간에서 출발, 지하 2층 중간통로를 가로질러 3번 출구로 나가 봤다. 이때는 8분이 걸렸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음에도 그렇다. 비상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작동이 멈췄을 경우 역사 밖으로 탈출하려면 아무리 빨리 달려도 10분에서 15분은 잡아야 할 것 같다. 키 180㎝대 30대 후반 남자의 경우가 이렇다면 노약자들은 어떨까. 지나가던 심연희(64)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는데 걸어다니는 데만도 10분 이상 걸리는 데다 에스컬레이터 기울기가 급해서 불안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승강장에서 벗어나는 데 4분, 역사 밖으로 나가는 데 6분 정도의 시간을 비상대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듯 지하철은 대도시에서 아주 유용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지하철 선로 하나가 6개 차로의 도로 같은 효과를 거둔다는 얘기가 이를 반영한다. 이 때문에 대도시일수록 지하철이 크게 불어나고 지하철은 더 지하로 지하로 파묻히게 된다. 수도권 지역 선거공약으로 자주 거론되는 땅속 깊이 고속 열차를 운행하자는 대심도 급행열차의 심도는 50m 정도 수준이다. 이에 비해 서울 지하철은 1호선은 10m 안팎에 그치지만, 4호선은 16.8m까지 깊어지더니 5~8호선은 22~23m에 이른다. 부산 역시 1호선 13.1m에서 3호선 27.2m로 깊어졌다. 대전은 상가와 대전천 아래를 가로지르다 보니 조금 더 깊어서 20m 수준이다. 대피 시간 기준은 2000년대 들어 만들어졌지만 지금의 지하철은 1990년대 말까지 다 지어졌다. 이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등에서 늘 거론되는 문제임에도 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하지 않는 이상 뾰족한 수가 없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측은 “지상 역을 빼고 비상대피 기준에서 벗어나는 역이 100개 가운데 34곳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시설 개선 공사비용만 해도 모두 688억원 규모”라면서 “사업 우선 순위를 따져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5~8호선을 관리하는 서울도시철도 측 역시 “기본적으로 심도가 깊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제연차단막 같은 보조시설을 꾸준히 늘려 가고 있다”고 했다. 지상 구간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자기부상열차도 거론되는데 이 역시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대전의 도시철도 2호선은 고가에 자기부상열차 방식으로 만드는데 중앙에 대피로를 만들지 않으면 운행 중 사고가 났을 경우 10~15m 높이의 철로에서 대피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과 공간이 필요한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열차 문제도 여전하다. 192명이 숨져 지하철 사상 최악의 사건이라 불리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싼 열차를 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진상조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박창화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그때 수출 열차는 불에 타지 않는 난연제품을 100% 써서 차량 한 칸이 18억원씩 했던 반면, 내수용은 예산 제약 때문에 불에 타는 싸구려 재료를 써서 차량 1대 값이 8억원에 불과했다”면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되면서 그나마 참사 이후 의자와 바닥 정도에는 난연제품을 쓰는 열차가 등장했지만, 벽체와 천장은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인력보강 문제도 논란거리다. ‘골든 타임’ 때의 초동대처 문제와 직결돼서다.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역사 근무자가 모니터링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한 차량에서 난 불이 다른 차량으로 옮겨 붙으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선원들의 역량 문제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도 똑같다. 그럼에도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인력을 더 줄이려는 분위기다. 서울도시철도공사노동조합은 기관사 1인 근무, 야간 역사 1인 근무 문제를 꾸준히 비판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가장 최근 생긴 지하철이라 최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니 근무자가 줄어도 상관없다는 논리”라면서 “그러나 실제로 운행해 보면 최근에 생긴 지하철일수록 더 지하로 들어가고, 그러다 보니 홀로 어두컴컴한 굴속에서 근무하는 것이어서 근무가 편하기는커녕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교통카드 등 자동화로 인해 역사 근무자를 줄인 것 역시 매한가지다. 그러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는 지난 3월 아예 무인 운전을 도입, 중앙제어센터에만 근무자를 둬 1600억원의 돈을 아끼겠다는 외부 컨설팅 결과를 공개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구 참사 이후 승강장과 역사에 안전장비들만큼은 어느 정도 갖춰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산성역의 경우에도 심도가 깊다는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소화기, 비상전화기, 방독면, 터널대피용 비상 사다리 등이 곳곳에 분산배치돼 있다. 경사로 엘리베이터의 경우 사고시 자동으로 승강장 위치로 내려가 대기토록 했다. 각자의 스마트폰에 사고 대응 매뉴얼을 보내 두고 역사별 단독 훈련이나 소방서, 경찰 등과의 합동 훈련도 시행한다. 박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결국 인재로 판명났듯 관건은 근무자가 얼마나 비상시 행동요령을 숙지한 상태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느냐다. 이는 평소 교육과 훈련이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글 사진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길에서 경전에서 두 스님이 터득한 마음 다스리는 법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지안 지음/불광출판사/232쪽/1만 2000원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법현 지음/프로방스/304쪽/1만 5000원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보살 수행인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불가의 스님들은 이 두 가지의 거역할 수 없는 숙명적 과제를 안고 살아간다. 그 스님들도 현실에 발 딛고 사는 바에야 갈등과 번민이 없지 않을 터. 그래서 수행과 전법의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스님들이 일상에서 터득한 지혜는 속인과는 다른 차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마련이다.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불광출판사)와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프로방스)은 각각 조계종·태고종에서 수행과 전법에 치중해 온 두 스님이 나란히 펴낸 생활 법문집이다.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가 줄곧 경전 공부와 교육에 매달려 온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 스님의 수필집이라면 ‘추워도’은 저잣거리 포교로 이름난 태고종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의 산문집으로 눈길을 끈다. “누군가의 승리나 패배를 바라는 대신 경기를 벌이는 양쪽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고 싶어졌다”는 지안 스님. 그는 수필집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에서 마음 가꾸기의 이런저런 단상을 설득력 있게 소개한다. 그 단상들은 한 가지로 집약된다. 내면이 바뀌지 않고선 외면을 바꾸는 행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외침이다. 일구기와 기르기, 거두기, 나누기 등 4장에 걸쳐 풀어낸 경험담이 호소력 있게 전해진다. 그리고 스님은 무엇보다 마음은 이렇게 다져야 한다고 일례를 든다. “속이 썩은 늦박의 껍질이 단단해지듯 속을 썩이며 살면 세상살이에 강해져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힘과 관용력, 포용력이 생깁니다.” 그리고 모두가 인연의 빚으로 살고 있기에 사람들은 선근(善根), 즉 착한 의지를 길러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그런가 하면 ‘태고종의 마당발 스님’으로 유명한 법현 스님의 산문집 ‘추워도 향기를’에는 저잣거리 포교의 수행과 체험이 오롯이 살아 있다. 2005년부터 서울 갈현동 역촌중앙시장에서 열린선원을 운영해 오면서 부닥치고 풀어냈던 갈등과 깨달음의 궤적인 셈이다. “숨쉬는 데에도 3000가지의 품위가 들어 있다”는 스님은 모두가 스스로 언제나 마음 조심, 몸 조심의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한다. “스님도 목욕하시나요?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면 때가 낄 틈이 없는 것 아닙니까.” 목욕탕에 갔을 때 구두닦이 아저씨가 건네 온 한 말씀에 이 세상 곳곳에 선지식(善知識)이 있음을 알았다 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수행도, 전법도 저잣거리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는 스님. 그 스님은 ‘더불어 사는 지혜는 생각이 다른 이도 친구로 만들고 남이 내 곁에 다가올 수 있도록 틈을 내 주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세월호 침몰] 해경 둘러싼 10가지 의혹

    [세월호 침몰] 해경 둘러싼 10가지 의혹

    세월호 침몰 사고의 구조·수색 작업을 총괄하는 해양경찰이 사고 초기부터 총체적인 부실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사고 직후부터 해경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이른바 ‘골든타임’이 허비됐고, 민간잠수업체 언딘을 먼저 투입하기 위해 해군의 잠수를 막았다는 비난을 받는다.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을 유치장이 아닌 경찰 집에서 재운 사실도 드러났다. 많은 해경들이 구조·수색을 위해 17일째 거친 바다에서 고생하고 있지만 해경의 미심쩍은 행태들이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연일 쏟아지고 있는 각종 의혹들은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꼭 풀어야 할 대목이다. 해경을 둘러싼 10가지 의혹에 대해 짚어봤다. 1. 하나마나 관제… 사고 신고접수 때까지 해역 진입 몰라 세월호 침몰 당시 ‘골든타임’(재난 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효시간)을 허비한 배경에는 기본적인 관제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은 전남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자리 잡고 있다. 사고 신고가 119와 제주VTS, 해경 상황실 등을 거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으로, 해경의 교신 절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달 16일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8시 48분. 하지만 사고 해역을 관할하는 진도VTS가 신고를 정식으로 접수한 것은 9시 6분이었다. 여객선은 특정 해역에 들어설 때 관할 VTS에 보고하고 관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합동수사본부가 공개한 진도VTS 교신 녹취록에는 세월호가 진도 해역 진입을 보고했다는 내용이 없다. 당시 세월호가 목적지 관할인 제주VTS에 교신 채널을 맞춰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무원의 첫 신고도 제주VTS로 접수됐다. 정작 진도VTS는 신고가 접수될 때까지 세월호가 관할 해역에 들어왔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관제사 자격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항만청VTS 관제사는 5급 이상 항해사 자격에 1년 이상 항해 경력이 있어야 하고 퇴직할 때까지 관제 업무만 맡는다. 반면 해경VTS 관제사는 2~3년마다 순환 보직을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 민간업체 언딘 우선 투입… 해군·민간잠수사 접근 막아 세월호 실종자 수색 구조작업에 민간업체 ‘언딘마린인더스트리’가 참여하는 과정에도 해경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국방부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침몰 사고 이튿날인 지난 17일 오전 해군 특수요원들이 사고 해역에 대기했지만 해경이 ‘언딘이 우선 잠수해야 한다’며 현장 접근을 통제했다”고 밝혀 특혜 논란이 증폭됐다. 국방부는 파문이 커지자 “국회 제출 자료가 잘못 작성됐다”면서 “해경이 잠수 효율성을 위해 잠수부들의 경험 등을 고려해 민·관·군 잠수부들의 잠수 순서를 결정했을 뿐 해군 요원의 잠수를 막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번 불붙은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앞서 민간 잠수부들도 “해경이 우리의 입수는 통제하면서 언딘과 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언딘과 구난 계약을 맺는 과정에도 해경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청해진해운 측은 애초 10년간 거래한 인천의 H 구난업체에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후 전화해 “세월호 침몰 현장에 구조요원과 장비를 급파해 달라”고 구두 요청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언딘과 계약을 했다”며 계약을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해경이 언딘을 청해진해운에 소개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3. 당직함 출동에 22분 허비… 해상사고 매뉴얼 있긴 있나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한 해상 사고에서 출동하는 데만 22분이 걸린 해경은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달 16일 사고 당시 목포 해경 당직함은 출동 준비에만 22분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8시 58분에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목포항 삼학도 해경 전용 부두에 정박 중인 당직함(513)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당직함은 출동 명령을 받고도 신고가 접수된 시간으로부터 22분이 지난 9시 20분에야 출동했다. 해경은 “항해 장비를 가동하는 시간과 계류색(배와 배를 묶는 줄)을 걷는 시간, 케이블을 해체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20분이 결코 오래 걸린 것은 아니다”라는 군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해경의 보고 체계와 해상사고 대응 매뉴얼도 부실 그 자체로 밝혀졌다. 해상사고가 발생하면 해경청장이 중앙구조본부장을 맡고, 공석 땐 경비안전국장이 맡도록 돼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해경 종합상황실은 해도와 해상도 등 각종 상황판을 갖추고 세월호가 침몰하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그러나 상황실을 지휘해야 하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헬기를 타고 목포를 향하는 도중 세월호는 완전히 침몰하고 말았다. 해경 지휘부가 해상 수색·구조 경험이 없는 해양대와 경찰대, 고시 출신들로 이뤄져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4. 구조동영상 13일만에 공개 “부실 초동대처 숨기려 했나” 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침몰 당시 초기 구조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해경이 사고 당시 이준석(69) 선장 등 선원들의 탈출 장면 등을 촬영해 놓고도 사고발생 13일 만인 지난달 28일에야 공개했기 때문이다. 동영상은 현장에 출동한 해경 경비함 123정의 한 직원이 개인 휴대전화 카메라로 지난 16일 오전 9시 28분부터 11시 18분까지의 장면을 찍은 총 49컷, 9분 45초 분량이다. 동영상에는 기울어진 선체 모습, 선원 탈출과 해경 구조장면 등 당시 모습이 담겼다. 동영상을 공개한 날은 검경합동수사본부가 해경의 초동대처 부실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전남 목포해경 상황실을 압수수색한 날로 일각에서는 “해경이 이 선장을 감싸려고 한 것 아니냐”, “초동 대처에 있어 불리한 장면을 숨기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일었다. 함께 공개된 사진 7장 중 4장이 동영상에 없는 내용이어서 해경이 불리한 내용을 편집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해경은 동영상을 늦게 공개한 이유에 대해 해당 함정이 연일 해상 수색을 했고, 자체 자료전송시스템이 없어 보관 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또 다른 동영상이 있는지와 동영상 편집 의혹 등은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풀어야 할 대목이다. 5. 안전관리 산하단체 뒤 봐주고 간부들은 재취업 기회로 검찰 수사 결과 일부 해경 간부들이 산하단체로부터 명절 떡값 등 ‘관리’를 꾸준히 받아온 정황도 포착됐다. 인천지검 해운 비리 특별수사팀은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작성한 내부 문건 중 ‘명절 선물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조합과 함께 여객선 안전관리를 맡는 인천해양경찰서 등의 간부에게 10만~2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나 선물을 돌릴 계획이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이 조선사와 해운사, 민간 구난업체 등이 속한 한국해양구조협회를 과도하게 지원하고 간부들의 재취업 창구로 활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양경찰청은 지난해 1월 협회 출범 당시 소속 경찰관에게 회원 가입을 권고했다. 수천명에 이르는 해양경찰관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연회비 3만원은 개인 봉급에서 공제된다. 본청 간부 상당수는 연회비 30만원인 평생회원으로 가입했다. 해경이 직원 월급을 떼어 매년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의 예산을 지원하는 셈이다. 협회는 해경 퇴직 간부의 재취업 공간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과 김용환 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부총재직을 맡고 있고, 경감급 6명도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딘마린인더스트리의 김윤상 대표도 부총재를 맡고 있다. 6. 석연찮은 선장 수사… 사고 초기 해경 직원 자택에 재워 해경이 세월호 사고 수사 초기 선장 이준석(69)씨를 조사한 뒤 직원의 자택에 재운 것으로 드러나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특히 300여명의 승객을 내버려둔 채 먼저 탈출한 이씨를 일반 수사 대상자와 달리 ‘칙사대접’한 사실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고 첫날인 지난달 16일 오후부터 17일 새벽 전남 목포해경에 소환돼 10여 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해경은 이후 이씨를 한 직원의 아파트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 2차 조사를 벌인 17일엔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 터였다. 수사 관계자는 “이씨가 갈 데도 마땅찮고 기자들이 많아 유치장 대신 개인 집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이후 아파트에 있던 한 기관사가 자살 소동을 벌이는 등 선원의 신병에 대한 밀착 감시와 보호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더라도 수사 관계자가 개인적인 판단으로 이씨를 집으로 데려가 잠을 재운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따라서 윗선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청해진해운의 계열사 출신 한 간부가 한때 해경 본청의 수사라인에 배치된 점도 이런 의혹을 키웠다. 한 변호사는 “피의자를 집에서 재운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부적절한 처사여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7. 자체 청해진 수사 했나… 檢 압수수색 전 선사 드나들어 세월호가 침몰 중이던 지난달 16일 오후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2층 ㈜청해진해운에 해경 관계자들이 진을 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다부진 체격에 사복 차림의 남성 3~4명이 수시로 외부와 연락하며 머물러 있었다. 더러는 “지인의 부인이 그 배에 탔다. 생존자 명단에 있는지 확인해 달라”며 누군가와 통화하기도 했다. 이들은 당일 오후 5시쯤 청해진해운 측 요구로 취재진이 1층 여객터미널 복도로 나간 뒤에도 계속 사무실에 머물렀다. 이튿날 오전 9시쯤에는 정장 차림의 50대 중후반 간부급 경찰관이 일행 1명과 청해진해운의 닫힌 철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새벽 청해진해운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결국 세월호가 침몰하기도 전에 해경이 청해진해운 본사에 대해 자체 수사를 벌인 것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구조 과정이 담긴 화면을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날 만큼 느려 터진 해경이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한 조치엔 가장 빨랐던 셈”이라며 “그 시간 청해진해운 사무실에서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해경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당시 청해진해운에 누가,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 답변할 위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8. 세월호 문서 삭제 의혹… 외부 감사·자료요구 대비했나 해양경찰청이 외부기관의 감사나 자료 요구에 대비해 ‘세월호’ 관련 문서들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하지만 해경청은 역시 부인했다. 2일 제보자에 따르면 해경청은 지난주 초 전국의 일선 해양경찰서에 내부 전산망 문서 제목에서 ‘세월호’라는 글자를 지우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 다시 말해 세월호에 관한 검색이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세월호 안전관리와 지도감독 등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이었기에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해경의 내부 문서 검색은 제목에 있는 단어를 통해 이뤄져 세월호라는 세 글자만 지우면 해당 문서는 검색되지 않는다. 아울러 해경이 일부 문서를 담당자만 열람할 수 있는 보안문서로 분류했다는 의혹도 뒤따랐다. 감사원은 지난 1일부터 해경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고 국회는 다음주 현안보고를 앞두고 다량의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따라서 해경 측이 세월호에 대한 감독 소홀 등이 문제될 것을 우려한 끝에 문서 삭제를 시도하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해경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마라’는 자세로 임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9. 이해못할 인사 패턴… 이용욱 ‘조함직→ 수사총괄’ 의문 해경에 기술직으로 입문한 이용욱(53·국제협력관) 경무관이 당초 정보수사국장에 임명된 것은 일반적인 인사 패턴과 다르다. 정보 및 해상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정보수사국장은 대개 행정직이 맡았다. 해경의 직별은 항해, 기관, 행정, 잠수, 조함(造艦)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전 국장은 ‘조함’ 직별 경정으로 특채됐다. 현재 해경의 경무관 이상 간부 14명 가운데 7명이 행정 직별이다. 조함 직별은 이 전 국장이 유일하다. 이 전 국장은 특채 이후 자신의 직별에 맞는 조함기획계장을 잠시 거쳤을 뿐 이후로는 조함직과 관련 없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해경 측은 총경(서장급) 이상이 되면 직별 구분이 무의미해져 직별과 상관없는 보직을 맡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이 전 국장은 2004년 총경이 되기 전에 이미 자신의 직별과 관련 없는 해경발전기획단을 거쳤다. 총경 승진 이후에는 전북 군산·전남 여수 해경서장, 동해해양경찰청장을 거쳐 2012년 7월 국장 중에서도 노른자위로 알려진 정보수사국장에 올랐다. 보직 관리가 아주 잘 된 편이다. 때문에 외부 지원설마저 제기되지만, 해경은 본인의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0. 구조예산 부족 타령 헛말… 골프장 건설에 145억 사용 해양경찰청이 예산 부족을 들어 구조장비 도입과 해양사고 대비 훈련일수까지 줄이면서도 골프장 건설에는 145억원을 써 비난을 샀다. 해경은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의 함포사격장 부지 40만㎡를 용도변경한 뒤 145억원을 들여 해경 전용 골프장을 세웠다. 때문에 함포사격장은 165㎡의 게임방 규모에 불과한 지하 시뮬레이션 훈련장으로 대체되는 아이러니를 빚었다. 대신 골프장이 버젓이 들어섰다. 지난달 18일로 잡았던 골프장 준공식은 세월호 참사로 열리지 못했다. 해경은 2010년부터 경비함 운항에 필요한 유류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이듬해로 이월한 뒤 지불해 왔다. 유류비가 부족하자 해경은 지난해 해상종합훈련을 4일에서 2일로 줄였으며 중·대형 함정 운항률을 축소하는 등 ‘유류절약 매뉴얼’까지 시행했다. 전국 241개 해경 출장소 가운데 순찰정·고속보트 등 연안 구조장비를 갖추지 못한 곳이 95개(39%)에 달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사고 해역을 관할하는 수품출장소와 서거차출장소는 연안 구조장비는 물론 순찰차량조차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진후(정의당) 의원은 “늘 예산 부족을 탓해온 해경이 뒤로는 골프장 짓기에 여념이 없었던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광장] 그래도 모두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래도 모두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서동철 논설위원

    TV 화면에 세월호 선원들이 비칠 때마다 분노가 치솟았다. 저런 인간들과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모욕적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갈 수 없는 인간들이 승객을 버린 선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이건 운 나쁘게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범인이 뚜렷이 존재하는 사건이다. 사건 직후의 급성 속병은 만성 속병으로 뱃속에 똬리를 틀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얼굴을 본 적도 없지만, 사돈의 팔촌쯤 되는 친척 가운데 여객선 안전과 관련된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일하는 곳이 다른 곳도 아닌 인천이라고 했다. 자세히 알아본 것도 아니니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물론 아무 관련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우리 집안 사람들의 기류는 조금 달라졌다. 도주 선원들을 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켕기는 것이었다. 그 이전까지 세월호 사건은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이 저지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친척의 등장으로 ‘너’만의 사건이 아니라 ‘나’와도 연관성이 존재할 수 있는 사건이 된 것이다. 하긴 해운업계와 감독관청이 모두 연관된 초대형 게이트다. 돌아가는 사정을 종합해 보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선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면, 고깃배의 어부를 제외하고는 누구 하나도 자유로울 수 없는 판국이다. 해양경찰청에서 군복무를 하는 아들을 둔 부모조차 마음이 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사람만 거치면 모두가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여섯 사람은 고사하고 서너 사람만 거쳐도 어디에 사는 누구든 모를 수가 없는 것이 우리 사회다. 생각지도 않게 우리 집 사돈의 팔촌이 세월호 사건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없지 않을 가능성이 드러난 것처럼, 지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사돈의 팔촌 가운데 한 사람이나 친구의 친구는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욕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떤 지독한 욕설을 들어도 싼 사람들이다. 세월호 참사 이상의 꼴을 직접 당하게 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일종의 복수심을 표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분명 참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응당한 처벌을 가하는 것이 사회정의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우리는 아직도 이런 무지막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을 제대로 단죄할 수 있는 법률조차 갖추지 못한 듯하다. 2012년 좌초된 유람선을 버리고 달아나 승객 32명을 숨지게 한 콩코르디아호 선장에게 이탈리아 법원은 징역 2687년을 선고했다지 않는가. 미비한 법률 때문에 세월호 책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면 희생자 유가족은 다시 한번 나라를 원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률의 부실함이 이런 지경이니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형편없는 데가 어디 해운 분야뿐이겠는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나부터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을 목청껏 비난하지만, 그래서 네가 일하는 분야는 반석 위에 지은 철옹성처럼 튼튼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침묵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떳떳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자기 분야에서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세월호 한 척씩을 망망대해에 띄워 놓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요행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우리 사회가 바뀌려면 내가 먼저 바뀌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 역시 또 다른 세월호 참사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철저하지 못했던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는 움직임이 적지않다. 세월호 참사도 결국 너를 꾸짖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는 자각이 싹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것을 잃은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에게는 정말 미안할 말이지만 참사로 우리 사회가 모든 것을 잃지는 않은 것 같다. dcsuh@seoul.co.kr
  • [세월호 침몰] “가족 실종 말 못하고 울음만…”

    “실종자 가족이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어서 속으로만 웁니다.” 김모(29·여)씨의 아버지(61)는 지난달 16일 세월호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하지만 김씨는 해경 등 당국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실종자 가족에게 상황을 브리핑하는 전남 진도체육관이나 팽목항 대신 서울의 집에 머물며 애만 태우고 있다. 당장이라도 현장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차마 갈 수가 없다. 아버지는 승객이 아니라 세월호의 조리사였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 사이에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외면한 채 ‘1호 탈출’한 선박직 선원들에 대한 반감이 크다 보니 서비스 직원의 가족들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김씨는 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건 초기 진도에 내려갔을 때 다른 학부모와 힘을 합치고 싶었지만 말을 꺼낼 수 없었다”면서 “아직 아버지가 배 안에 계실 텐데 아무 소식도 들을 수 없어 답답하다. 누구도 우리에게는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세월호에서 탈출한 조리장 최모(58·구속)씨에 따르면 김씨는 16일 오전 9시쯤 선내 3층 주방에서 작업 중이었다. 갑자기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식판을 나르던 김씨가 넘어졌다. 돈가스를 튀기던 기름이 쏟아지면서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주방 내 대형냉장고 등이 쓰러져 김씨를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순간 아버지가 당했을 고통을 생각하면 딸의 가슴은 미어진다. 4명의 조리부 직원 가운데 조리장 최씨 등 두 명만 살아남았다. 김씨는 “아버지가 계실 주방을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수색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애타는 마음에 해경 측에 하루에 수차례 전화해 “주방을 수색했느냐”고 물어도 똑 부러지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현장에서 높은 사람을 만나 물어보고 싶지만 직원 가족이라는 이유로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도 아버지 걱정에 앞서 ‘어린 자식들을 잃은 학부모들은 오죽 애가 타겠느냐’고 걱정하신다”면서 “하지만 가족을 먹여살리려고 돈 벌러 간 죄밖에 없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1년간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세월호의 쌍둥이배)에서 일한 아버지는 6월쯤 일을 그만두고 가족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3일 가족끼리 저녁식사한 뒤 “일찍 주무시라”고 한 것이 아버지에게 전한 마지막 인사가 됐다. 아버지를 만나 제대로 된 작별인사라도 하고 싶다는 김씨는 3일 다시 진도로 내려간다. 서울 유대근 기자 dynamic@seou.co.kr 진도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세월호 침몰 중에 화물적재량 축소 조작했다

    세월호가 한창 침몰 중일 때 선사인 청해진해운 직원들은 화물 적재량 줄이기에 골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청해진해운 물류팀장 김모(44)씨는 사고 50분 후인 지난달 16일 오전 9시 38분쯤 제주지사 직원과 통화하며 화물량을 180여t 줄여 컴퓨터에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물 과적이 탄로 날까 봐 적재량을 조작한 것이다. 합수부는 또 승무원들과 청해진해운이 탈출 전후 7차례에 걸쳐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선사 측의 부적절한 지시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화물 고정 장치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결박도 매우 허술했다. 조사 결과 침몰 당시 선수 등에 쌓여 있었던 컨테이너가 갑판 바닥으로 쏟아진 것은 모서리를 고정하는 ‘콘’이 규격과 달라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또 화물 적재 시 1단, 2단 컨테이너 콘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거나 일부만 끼워졌다. 와이어로 강하게 조여 화물을 고정하는 ‘턴버클’ 장비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컨테이너 위를 쇠줄이 아닌 밧줄로 두르고 바닥에 있는 고리에 묶는 것 외에는 화물을 고정할 만한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는 배가 한쪽으로 기울자마자 순식간에 쏟아졌다. 합수부는 또 세월호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선원 3명을 상대로 화물 고정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증톤(증축)과 과적으로 복원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세월호 본래 선장 신모(47)씨와 대리 선장 이준석(69)씨도 복원력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청해진해운에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진술했다. 합수부는 이미 체포된 청해진해운 해무담당 이사 안모(59)씨와 물류팀 차장 김모(44)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씨와 김씨 등을 화물 과적 등 침몰 원인을 제공한 공동정범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과실 선박 매몰죄, 선박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안씨는 세월호 증톤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업무상 횡령 혐의가 추가됐다.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인천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해수부, 어민 안전 외면

    해양수산부가 고작 5억원의 예산이 없어 해난사고 예방의 필수품인 구명조끼 보급사업을 중단하려고 했던 것이 확인됐다. 다른 수익성 사업에는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짜면서 기본적인 해상 안전 필수품 구비 지원에는 소액 예산마저 아끼는 등 해수부의 안전불감증이 이전부터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작성한 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소관 ‘201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구명조끼 보급사업과 관련된 예산안이 편성되지 않았다며 보급사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는 바다에서 조업 중이거나 항해 중 사고로 사망하는 어업인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과거 농림수산식품부 때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한국마사회 특별적립금을 이용해 1만 3304개의 팽창식 구명조끼를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을 올해부터 본 사업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예산안에는 편성되지 않았다. 어선설비기준 제45조에 따라 대부분의 어선에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지만 현재 비치 중인 구명조끼는 부피가 커서 어업인들이 불편해 착용하지 않고 조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보다 성능이 향상된 고성능 팽창식 구명조끼를 보급하려고 했다. 지원대상 어업인은 연근해 어선원 12만명이다. 정부에서 구명조끼 단가의 70%(약 15만원)를 보조해 주고 30%를 어업인 스스로 부담하는 것으로 했다. 이렇게 해서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은 2011년 2억원, 2012년 5억원, 2013년 5억원이었다. 올해 이와 관련된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은 데 대해 해수부는 보고서에서 “(2013년) 해수부 발족으로 올해 한국마사회 특별적립금 지원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2017년까지 10만개의 구명조끼를 보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산안에서 레저용 요트·보트 전용 항만인 마리나항만 개발에 지난해보다 6배 이상 늘어난 150억 4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또 부산 혁신도시 해양 융·복합 인프라 건설 사업에 86억 1300만원을 편성하는 등 수익성 사업에는 100억원 안팎의 대규모 예산을 편성했다. 해난 사고가 잇따르자 해수부 산하 수협중앙회는 최근 어선사고 예방대책을 점검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3억 5000만원을 어업인들의 구명조끼 구입 보조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안전국가 확립 예산 확보에 달렸다

    세월호 참사는 선장과 선원들의 직업윤리 실종, 헝클어진 재난대응시스템,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9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993년의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 당시 대책을 보면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들이 들어 있지만 반짝 행정에 머물고 말았다. 대형 사고가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재난·안전 분야가 다른 부문에 비해 하위로 분류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안전이야말로 국민의 행복이자 국가경쟁력인 시대다. 안전 분야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과감하고 일관된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안전사고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기후변화로 대형 재난사고 위험은 더욱 커져 전문 인력, 재난방지 첨단기술 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도 예산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재난관리 예산은 9440억원으로 지난해 9840억원에 비해 4.1% 줄었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상 2015년 8610억원, 2016년 7830억원, 2017년 8040억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열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각 부처는 모든 안전관련 예산을 철저히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안전 관련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인력을 중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재난·안전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충하는 등 미래지향적 투자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안전사고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어제 월례조회에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총액 감소와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예산이 급격히 증가해 교육환경 개선 예산이 매년 줄고 있다”면서 “전체 교육시설의 28%에 해당하는 6111개동 중에서 1734개동이 31년 이상 경과한 노후시설”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기도 등 다른 지역도 교육환경개선 사업 예산은 대폭 삭감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을 위한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쓰면 없어지는 낭비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관건은 예산 확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의 증대 등으로 말미암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결국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예산 낭비를 막아 안전 관련 예산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페이고’(Pay-GO) 법안도 신속히 처리돼야 한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난무하는 각종 선심성 공약과 무상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도 요구된다. 아무리 급하다 해도 즉흥적인 대응은 삼가야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이후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한 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안전사고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안전·재난 관련 예산의 우선순위를 사고예방에 둬야 하는 이유다. 지방정부의 위기관리 대응 능력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 지자체가 초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컨트롤타워는 종합 조정 기능을, 지자체는 현장지휘를 각각 하는 체계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의 재난관리 예산과 재난 전문인력 확충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 세월호 알바 희생자 2명, 선원으로 인정된다

    정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세월호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숨진 이현우(19)씨와 방현수(20)씨를 선원으로 인정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법은 선원이 직무상 사고 등으로 사망한 경우 지체 없이 유족에게 승선 평균 임금 1300일치에 상당하는 금액을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아르바이트생의 유가족들도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일 “선원법에서 선원은 ‘선박에서 근로를 제공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고용부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선원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해양수산부도 크게 이견은 없지만 몇 가지 더 검토해야 할 사안이 있어 최종 결정은 유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이 선원으로 최종 인정을 받게 되면 1300일치 임금뿐만 아니라 선박 소유자인 청해진해운으로부터 120일치 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장제비로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아르바이트생들의 하루치 급여는 3만 9000원으로, 이들은 세월호에서 2박 3일 일하고 11만 7000원을 받기로 했다. 보상금은 선원법에 따라 5000만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청해진해운이 이를 거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에 벌금에 처해진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인천시가 지급보증한 장제비에 대해 청해진해운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美, 원유싣고 달리던 유조화물열차 탈선, 화재

    美, 원유싣고 달리던 유조화물열차 탈선, 화재

    지난달 30일 미국 버지니아주 제임스강을 따라 달리던 CSX사 유조화물열차가 린치버그 시내의 선로에서 탈선해 화재가 발생했다. 원유를 싣고 달리던 이 열차는 총 15량의 화물열차로 7량이 탈선, 그중 3량이 강물에 떨어졌다. 열차 탈선 직후, 마찰 때문에 생긴 불꽃으로 시커먼 연기와 함께 커다란 화재가 발생했으며, 탈선으로 흘러나온 기름이 강으로 유입되면서 원유 유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번 유조화물열차의 화재로 주변 건물들과 가옥의 주민들에게 한 때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다행히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선은 오후 1시 30분에서 2시 사이에 발생했으며 탈선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영상=유튜브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과적 위험 경고 무시 선사 직원 2명 체포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출항 당일에 ‘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실어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선원과 선적업체의 경고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30일 세월호 출항 당일인 지난 15일 화물이 과적된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청해진해운 물류담당 팀장인 김모씨와 해무팀장 안모씨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세월호에는 3608t(자동차 180대 포함)이 실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세월호가 복원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화물 987t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청해진해운은 출항 당일 화물 선적업체로부터 “짐이 많이 적재되니 밸런스를 잘 확인하라”는 말을 들은 1등 항해사 강모(42)씨에게서 이를 전달받았지만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의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안씨는 세월호 본래 선장인 신모(47)씨가 배 복원성에 문제가 있다고 건의했으나 이를 무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합수부는 세월호 수색에 참가한 잠수사들로부터 선체 구조가 당국을 통해 파악한 것과 다르다는 증언이 나와 세월호의 구조변경이 적절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일본 정부로부터 설계도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원들의 탈출 이후 통화 내역을 조사하기 위해 선사 직원 14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며,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에 선원과 선사 직원의 휴대전화 분석을 의뢰해 사고 당시와 탈출 이후 통화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한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은 이날 유씨 일가의 계열사 중 하나인 ㈜다판다 대표 송국빈(62)씨와 ㈜아해 전 대표 이강세(73)씨, ㈜아해 현 대표 이재영(62)씨 등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유씨의 차남 혁기(42)씨와 핵심 측근 등 3명에 대해 2일까지 출석하라고 이날 재차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2차 소환 요구에도 불응하면 이에 상응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자녀와 핵심 측근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다음 주 유씨를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반론보도문] 유병언 전 회장 측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 [구본영 칼럼] ‘각자도생하는 나라’로는 안 된다

    [구본영 칼럼] ‘각자도생하는 나라’로는 안 된다

    거센 조류 속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벌써 보름째다.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 한명의 생존자도 건져내지 못하는 구조작업을 지켜본 국민치고 한없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는 이가 어디 있으랴. 이번 참사로 온 국민은 두 번 절망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임을 확인하면서, 그리고 구조과정에서 무능력한 국가의 모습을 보면서. 둘 다 리더십의 문제다. 지도력을 뜻하는 영어의 리더십은 ‘리더(leader)+십(ship)’이란 두 단어의 복합어다. 배를 지휘하는 선장은 지도력의 대명사인 셈이다. 사고를 내고도 승객을 버린 세월호 선장이나 구조과정에서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없이 우왕좌왕한 정부에 대해 국민적 원성이 높아진 이유다. 물론 팬티 바람으로 도망친 이준석 선장과 선박직 선원들은 주범으로 단죄받아 마땅하다. 승객들을 물이 차오르는 배에 팽개친 채 제 한 몸부터 빠져나온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 연장선상에서 언론은 앞다퉈 우리에겐 왜 제대로 된 선장이 없느냐고 한탄한다. 민간인 승객만 구조선에 태우고 선원 전원과 함께 희망봉 앞바다에서 산화한 영국의 비컨헤드호 선장을 들먹이면서. 소수의 승객만 구했지만, 배에서 최후를 맞았다는 이유만으로 타이태닉호 스미스 선장도 새삼 영웅시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의인 10명이 없어 유황 불벼락을 맞은 소돔과 고모라일 리는 없다. 세월호에도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데도 자신의 구명조끼까지 어린 학생들에게 입혀주고 구조에 힘쓴 고 박지영씨나 양대홍 사무장 같은 승조원들이 있었다. 외신들도 이들을 ‘살신성인의 영웅들’로 꼽았다. 따져 보면 우리에게도 책임감 있는 선장인들 없었겠는가. 아덴만의 해적과 목숨을 걸고 싸운 석해균 선장도 있었다. 사실 타이태닉이나 비컨헤드호 선장은 사고를 부른 실패한 선장들이었다. 반면 이순신 장군은 수군과 백성들을 사지에 내모는 해전은 최대한 피하려고 유비무환의 자세로 노심초사한 진정한 리더였다. 하긴 선진국 이탈리아에도 비루한 선장은 있었다. 2012년 지중해에서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좌초했을 때 세티노 선장은 승객들보다 먼저 구명정에 탄 뒤 부두에서 택시로 줄행랑을 놓았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는 우리와 다른 게 있었다. 선장에게 “배로 돌아가, 이 썩을 놈아”라고 호통을 친 해안경비대장이 있었고, 그래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누가 과연 자신 있게 이준석을 돌로 내려칠 것인가. 월봉 270만원짜리 그 비정규직 선장의 뒤에는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세월호를 화물선처럼 활용한 선주가 있다면 말이다. 더군다나 승객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과적을 일삼은 그 해운사의 배후에는 이를 눈감아주는 해수부 관료 마피아가 있었다지 않은가. 끊임없는 반복 훈련을 강조하는 미국인 해난사고 전문가 인터뷰에 달린 댓글을 보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한국에서 그렇게 했다간 승객들이 왜 시간 낭비하느냐고 항의하며 난리가 난다”라는 지적에 기성세대로서 피기도 전 꽃봉오리 같은 고교생들을 저 차가운 맹골수도에 수장한, ‘안전불감증 사회’의 공범일 수도 있다는 회한이 밀려왔다. 선·후진국을 가르는 것도 결국 머리카락 한 올 차이다. 개개인이 문제가 있더라도 시스템이 똑바로 굴러가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류현진인들 늘 잘 던질 순 없다. 때로 그가 무너지더라도 중간계투·마무리 등 불펜이 체계적으로 받쳐주는 팀은 쉽게 패배하지 않는다. 각자도생(各者圖生)을 권하는 나라는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일군들 문명국이라고 할 수 없다. 마침 국가개조론이 거론되고 있다. 개인 윤리를 강조하기에 앞서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국민의식을 내면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참사를 예방하긴커녕 수습에도 극히 무기력했던 관료조직부터 대수술해야 한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시대구분이 가능하도록 우리 안의 안전불감증, 또 그 안의 성급한 욕심을 확실히 걷어내야 할 시점이다.
  • [사설] 참극현장 ‘인증사진’ 올린 지방선거 후보들

    세월호 참사의 원인(遠因)을 꼽으라면 정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정쟁에 매몰돼 민생은 뒷전으로 팽개쳐 온 여야 정치권의 직무 유기가 지금의 국가적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산하 기관을 감시감독해야 할 국회가 한눈을 판 결과가 세월호 침몰인 것이다. 여야의 낯부끄러운 모습은 그제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해상안전 관련 법안들을 처리한다며 부산을 떨었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 관련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해사안전법, 재해구호법, 학교안전사고예방보상법 등 세월호 관련 재난안전 법안 3개를 손 봤다. 그나마 소관 상임위에 수두룩하게 쌓여 있는 항로표지법, 선박 입·출항법, 선박안전법, 선원법, 해운법 등 나머지 해상안전 법안들은 시간 부족과 이견으로 손도 대지 못했다. 자신들의 직무 유기를 은폐하고 성난 민심에서 비켜서려는 벼락치기 입법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할 만큼 여야 정치권이 민생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세월호 참극의 아픔과 동떨어진 정치권의 행태는 몇몇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몰지각한 행태에서도 드러난다. 긴박한 구조 현장에서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할 처지에 여야 지방선거 후보들은 앞을 다퉈 진도 참사 현장으로 달려갔다.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고, 구조 당국자들에게 호통을 치는 시늉을 하면서도 꼬박꼬박 보좌진을 시켜 ‘인증사진’을 찍었다. 그러곤 슬그머니 참사 현장을 떠나 자신의 지방선거 홈페이지에 이들 사진을 내걸었다. 참사의 아픔조차 선거운동에 활용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는 행태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이혜훈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전남지사 경선과 광주시장 경선에 나선 이낙연·이용섭 의원이 이들이다. 해양수산 정책을 관장하는 정책조정위원장(이혜훈)과 해양환경운동연합 중앙회장(이낙연), 건교부 장관과 국회 국토해양위원(이용섭)을 지내 세월호 참극의 책임에 있어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들이다. 2009년 이후 매년 여야 의원들이 해운 비리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한국선주협회의 지원을 받아 해외 항만 시찰 명목으로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난 것을 보면 정치권이 세월호 참사 비리와 직접 연결될 개연성마저 제기되는 형국이다. 여야는 정부의 무능한 재난 대응을 질타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말로만 ‘죄인’ 운운한다고 해서 국민의 대표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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