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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준규 기자의 맛난 토크] 하산길 한상 가득, 산아래 맛집

    [한준규 기자의 맛난 토크] 하산길 한상 가득, 산아래 맛집

    주말이면 가벼운 배낭에 단풍을 만나러 떠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붉은 바다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정상에서 탁 트인 파란 하늘과 단풍의 아름다움에 취해 내려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시원한 막걸리와 맛난 밥이다. 산 주변에 큼직한 간판이 걸린 식당에서 한두 번은 실망을 하고 나온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는 전국의 단풍으로 유명한 산 아래 맛집을 찾아나섰다. 붉은 단풍을 안주 삼아 ‘벌컥벌컥’들이켜는 시원한 막걸리, 오색나물에 보리밥을 썩썩 비벼 먹는 산채비빔밥 등 별미와 함께하는 가을산행과 특별한 맛을 느껴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파스텔로 칠한 듯한 오대산 강원도 토박이들이 제일로 치는 단풍이 바로 오대산이다. 붉은 단풍뿐 아니라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여러 색들의 은은하고 소박한 어울림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오대산 입구에는 산채정식을 하는 식당들이 수십 군데가 모여 있다. 그중에서 오대산식당(사진(1)·033-332-6888)이 원조격이다. 주인 이문화(72)할아버지가 3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식당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채정식을 주문했다. 신선초, 참두릅, 참나물, 나물취 등 이름 모를 산나물들이 20여 가지 나온다. 거기에 더덕, 버섯과 구수한 된장찌개까지 그야말로 한상 가득이다. 나물들은 제철의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구수하고 때론 담백한 감동이 입에서 전해온다. “나물을 말려서 보관하면 편하기는 하지만 제 맛을 쉽게 잃지.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염장’이야. 생나물로 보관을 해서 이런 맛이 나는 거야. 많이 먹어. 다 오대산의 정기를 머금고 있는 자연산 나물이야.”라는 이문화 할아버지. 참 오래간만에 정갈하고 깔끔한 밥을 먹었다. 특히 곰취장아찌의 맛과 향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1인분에 1만 3000원. # 불타는 듯한 지리산 지리산의 단풍은 강렬한 빨간색으로 우리나라에서 소문이 나 있다. 이런 지리산 화엄사 자락에 있는 이시돌(사진(2)·061-782-4015)의 맛있는 한방갈비가 기다리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방목한 한우고기를 와인과 매실 진액에 8시간을 재운 뒤 십전대보탕에 기초한 13가지 한약재로 숙성시킨 갈비다. 달콤하면서 그윽한 한약재의 향과 부드러운 고기의 어울림이 가히 ‘예술’이다. 구례의 한우 생산 농가에서 직접 선별해서 고기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여러 명이 갈 때는 꼭 전화로 예약을 해야 맛을 볼 수 있다.1인분에 3만 5000원. 또 김장아찌, 머위, 돌나물 등 10여 가지의 정갈한 밑반찬이 나오는 재첩국(6000원)이나 산채정식(1만원)도 별미다. 패션디자이너이기도 한 주인 염대수씨가 별채에 내셔널지오그라피에서 확보한 구한말의 희귀사진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재미난 식당이다. # 만산홍엽의 속리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나무 정이품송이 버티고 있는 속리산. 단풍이 시작되고 있는 중부권 산의 대표주자이다. 속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유명한 경희식당(사진(3)·043-543-3736)은 박정희,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들이 한번씩 거쳐 간 식당으로 100여가지 넘는 음식들을 제철에 맞게 꾸며내고 있다. 2인 기준 5만원,2인 이상 2만 3000원으로 좀 부담이 되지만 속리산에 왔다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식당임은 틀림없다. 커다란 교자상에 정갈하게 놓인 음식들이 가득하다. 각종 나물들은 기본이고 굴전, 소라, 생선뿐 아니라 불고기까지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온다. 물론 남도의 한정식보단 차림이 화려하지 않지만 심심하면서 담백한 충청도의 손맛이 그대로 배어나온다. 특히 집장(충청도식 된장)의 구수한 맛에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 단풍과 억새의 치악산 가을 산행의 맛은 단풍과 억새이다. 동시에 두 가지를 느낄 수 있는 명산이 바로 치악산이다. 구룡사쪽의 단풍과 고둔치 고개의 억새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땀을 흠뻑 흘리고 향로봉에 올랐다면 가슴까지 시원한 돌모루 산장(사진(4)·033-731-5310)의 막국수를 권한다. 꿩으로 육수를 내서인지 잡냄새가 없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육수 또한 시원해서 산행을 마치고 먹기에 좋다. 쫄깃한 꿩고기가 고명으로 올라 있는 막국수는 비록 볼품은 없지만 어른, 아이의 입맛에 맞게 새콤달콤한 육수와 원주 메밀로 만든 면발의 조화가 일품이다.4000원. 또한 고기로 만든 만두(5000원)를 곁들이면 좋다. # 가장 편하게 단풍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덕유산 덕유산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면 정상인 향적봉까지 약30분에 오를 수 있어 가족 단풍 나들이로 아주 제격이다. 덕유산 자락에 자리한 명가(사진(5)·063-322-0909)의 흑돼지구이는 돼지고기를 한차원 높인 맛이다. 진안의 명물인 까만 돼지고기만을 써서 쫄깃함이 살아 있다. 또한 아주 두툼하게 썬 흑돼지를 야외에서 특수 제작한 참나무 화덕에 애벌로 구워 내놓는데 은은한 참나무 향에 배어서 ‘햄’을 먹는 기분이다(9000원). 꼬막, 버섯, 조림 등 깔끔한 밑반찬도 명가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또 2년 묵은 김치와 흑돼지의 살코기로 끓인 김치 전골(7000원)도 시원하다. # 수도권 단풍의 명소, 가평 명지산 경기도 가평은 강원도 산골 못지않게 험한 계곡과 산들이 둘러싸인 곳으로 수도권 단풍 나들이로 최고 지역이다. 명지산, 인연산, 운악산 등 좋은 산들이 즐비하다. 물 맑고 산세 좋은 가평에 들렀다면 산수녹원(사진(6)·031-582-6475)의 그윽한 청국장에 빠져보기를 권한다.28년째 청국장을 가평의 콩으로 띄우고 있는 지영옥 할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조그만 뚝배기에 두부 몇 점과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을 따뜻한 밥과 비벼 먹으면 옛날 어머니의 집에서 만들어주신 바로 그 맛이다.5000원 # 계곡 단풍의 참맛 소백산 희방사계곡의 단풍이 아름다운 소백산.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계곡의 단풍이 참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산이다. 소백산 단풍 구경을 마치고는 단양읍에 있는 장다리식당(043-423-3960)의 마늘돌솥밥정식(1~2만원)을 추천한다. 마늘이 몸에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마늘을 넣고 바로 지은 돌솥밥도 일품이고 갖가지 밑반찬에 막걸리 한잔이 잘 어울린다. 싱싱한 생굴, 도토리묵, 고소한 감자버벅, 고등어, 고소한 돼지수육은 물론 감자떡, 쑥버벅, 고추장떡 등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 가장 압권은 누가 뭐래도 다양한 마늘 반찬. 식초에 절인 쪽마늘, 새콤한 고추장 마늘무침, 마늘쫑 무침 등 잘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이 허기진 배를 채우고도 남는다. 또한 한우비빔육회(2만 5000원)도 추천한다. # 천년 고찰을 두개나 품고 있는 조계산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에 품고 있는 전남 조계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푹신한 육산(흙산)이라 트레킹하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붉은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은 천년 고찰의 여유를 느끼기에도 그만이다. 조계산의 7부 능선인 해발 600m의 굴목이재에 있는 조계산보리밥(사진(7)·061-754-3756)은 그야말로 자연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재미난 곳이다. 간판은 식당이라고 걸려있지만 변변한 식탁 하나 없다.7∼8명이 올라 갈 수 있는 평상에 10개가 있다. 손님들은 등산화를 풀고 평상에 걸터앉아 커다란 쟁반에 내 온 음식을 먹는다. 상추, 무청, 돈나물, 미나리, 깨잎, 고추 등과 구수한 된장국이 나온다. 커다란 양푼에 보리밥과 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데 그 맛은 참 별나다. 파란 하늘을 지붕 삼아, 붉게 물든 단풍과 졸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벗 삼아 먹는 웰빙 음식이다. 게다가 주인이 직접 담근 동동주를 한잔 걸칠라 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보리밥, 동동주 5000씩. # 파란 바다가 보이는 천관산 파란 하늘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쪽빛 남해 바다가 흘린 땀뿐 아니라 가슴에 남아있던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산, 넘실대는 억새의 은빛 물결이 아름다운 산, 바로 전남 장흥의 천관산이다. 물론 전남 장흥은 먹거리가 풍성하지만 바다하우스(사진(8)·061-862-1021)의 바지락회를 권하고 싶다. 전어, 농어, 하모(갯장어) 등 제철에 바다에서 나는 음식 모두가 맛나지만 쫄깃하고 쌉쌀한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바지락회(4인기준 3만원)가 압권이다. 막걸리로 담근 자연 식초와 고추장에 살이 통통한 바지락의 속살 무침은 산행의 수고를 한번에 날려주고도 남는다. # 민족의 영산 태백산 겨울 산행으로 유명한 태백산에도 어김없이 붉은 물결이 치기 시작했다. 정상인 천제단은 물론이고 입구까지 수놓고 있는 단풍은 전국의 어느 산 못지않다. 태백은 한우로 유명하다. 비록 사육하는 수가 많지 않아 전국적으로 유명세는 타지 못하고 있으나 그 맛은 예술이다. 태백 시내에 한우를 전문으로 하는 고깃집이 많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아 꼭 한번 맛보기를 권한다. 그 중에서 태성실비식당(사진(9)·033-552-5287)의 고기는 특별하다. 마블링(고기에 포함된 하얀 지방)이 적은 빨간 살이 특징이지만 쫄깃하면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그만이다. 고기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 집이니 꼭 전화를 해보고 가는 편이 좋다.
  • [종교건축 이야기] (13) ‘법이 머무는 곳’ 법주사 팔상전(捌相殿)

    [종교건축 이야기] (13) ‘법이 머무는 곳’ 법주사 팔상전(捌相殿)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사내리 209, 조계종 제5교구 본사 법주사(주지 도공 스님). 신라 진흥왕조인 553년 의신 스님이 창건했고 혜공왕조인 776년 진표 율사가 중창한 ‘호서제일가람’이다. 정유재란때 불타 없어졌지만 사명대사와 벽암대사에 의해 1624년에 복원된 사찰.‘법이 머문다.’란 뜻의 법주(法住)는 불법을 구하기 위해 인도에 유학했던 창건주 의신 스님이 흰 노새에 불경을 싣고 와서 후학을 양성할 절터를 찾기위해 머물렀다는 연기설화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시대에 왕실의 보호를 받으며 법상종 종찰의 면모를 유지해 왔으며 지금은 국내 대표적인 미륵도량이자 화엄사찰이기도 하다. 산내암자 11개, 말사 80개를 거느린 주요 본사답게 이런저런 사연이 많지만 아무래도 법주사의 핵심은 국내 유일의 목조탑인 팔상전(국보 제55호)이다. 흔히 사찰의 탑이라면 화강석으로 만든 석탑을 떠올릴 만큼 나무로 세운 목탑은 생소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원시불교 이래 탑전은 목조의 전통을 유지해 왔으며 ‘삼국유사’ 등에도 탑의 시원이 목조였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전한다.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까지도 목탑이 세워진 사실이 만복사지 탑지에서 밝혀졌고 조선시대까지 전해져왔음이 각종 유적들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법주사 팔상전으로, 이 팔상전은 현재 목조 탑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1984년까지만 해도 전남 화순 쌍봉사 대웅전이 법주사 팔상전과 함께 목조탑의 쌍벽을 이뤘으나 아쉽게도 소실됐다. 법주사 경내의 중심에 선 팔상전은 사방에 계단이 설치된 석조 기단위에 5층으로 올린 5층 목탑이지만 내부는 가운데 벽을 중심으로 한 통간 건물로 되어 있다. 정사각형 모양의 사찰 전각 기단은 사제(四諦)와 팔정도(八正道)를 상징한다. 특히 동서남북에 배치된 계단은 구도자에게만 허락된 수행의 경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통한다. 기단에 올라서 안으로 들어가면 사방 네 벽에 두 폭씩의 팔상도가 모셔져 있음을 보게 된다. 그 벽면 앞에 불단을 만들어 불상을 봉안했고 불상 앞에 납석원불과 나한상이 모셔져 있다. 전체 5층 가운데 1·2층은 5칸,3·4층은 3칸,5층은 1칸으로 구성한 것도 특이하다. 팔상전이란 석가여래의 일생을 8단계로 나누어 표현한 그림인 팔상도를 모신 전각. 쌍계사. 통도사. 운흥사. 선암사. 범어사 등의 팔상전에서도 이같은 팔상도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사찰의 팔상전에 모셔진 팔상도가 불단을 향해 평면적으로 나열되어 한꺼번에 전체를 볼 수 있지만 법주사 팔상전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한가운데 조성된 네 벽을 돌아가면서 각 벽면에 두 폭씩을 배치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전체를 다 볼 수가 없다. 팔상도의 8폭을 전부 보기 위해선 팔상전 안을 한 바퀴 돌아야 하는데 팔상도를 따라 돌다보면 결국 가운데 벽 심초석(心礎石)에 봉안된 불사리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탑돌이를 하게 되는 셈이다.(지난 1968년 팔상전을 해체수리할 때 심주(心柱) 밑에서 사리장치(舍利裝置)가 발견되어 이곳이 불사리를 봉안한 장소임이 확인되었다. 목탑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된 것은 법주사 팔상전이 처음이다.) 팔상도를 따라 탑돌이를 한 뒤 문을 나서서 지붕을 올려다보면 2층 처마 아래 모서리에 새겨진 난쟁이 모습의 인물과 용 형상이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연꽃 봉오리 위에 쪼그려 앉아 두 팔과 머리로 추녀를 받친 모습의 난쟁이상이 흥미롭다. 왕방울 눈에 나선형 눈썹과 짙은 수염을 갖고 있는데 부처님을 공양하고 불전을 수호하는 불교 외호신 중 하나라고 한다. 법주사 팔상전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 해도 불사리를 봉안한 탑에 더해 예배 공간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탑의 내부를 예배공간으로 썼던 기록은 삼국유사 권5 ‘월명사도솔가(月明師兜率歌)’조의 “동입내원탑중이은(童入內院塔中而隱)”이라는 구절에 처음 나타나는데 “동자가 탑 속으로 숨어들었다.”는 내용이다. 학계에서는 사람이 탑 안으로 숨어든다는 것은 탑 내부에 큰 공간이 있었음을 의미하며 법주사 팔상전이 바로 동자가 숨어들었다는 그 탑 형식의 목탑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팔상전은 지난 1968년 해체 보수공사 이후 내부 통풍이 안되고 벽면에 습기가 심하게 차오르는 등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법주사 주지 도공 스님은 “미륵신앙과 화엄사상을 함께 담은 법주사의 중심건물인 팔상전은 불사리 봉안처로서의 탑 성격과 예배장소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유일한 탑전인데 예산과 보존 처리의 어려움 때문에 훼손되어 가는 문화재를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kimus@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법주사의 명물들 법주사 경내 곳곳에는 크고 작은 명물들이 들어서 있다. 팔상전을 비롯해 석련지, 쌍사자석등이 국보로 지정됐고 보물도 12점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국보·보물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마애여래의상(磨崖如來倚像)과 사천왕상, 석련지, 대웅보전, 금동미륵대불은 신도와 관람객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받는 문화재들이다. 우선 일주문을 지나 팔상전과 대웅보전을 가기 위해 통과하는 천왕문의 사천왕상은 국내 사찰중 가장 큰 규모. 천왕문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조선 후기 맞배지붕 건물인데 중앙 통로 양쪽 2칸에 높이 5.7m, 둘레 1.8m 크기의 사천왕상을 2구씩 배치해 천왕문을 통과하는 이들의 시선을 제압한다. 사리각 옆 암벽에 조각된 전체 높이 6.18m 크기의 마애여래의상도 독특한 불상. 둥근 얼굴과 감은 듯 뜬 눈에 잘록한 허리 등 비사실적인 추상이 인상적이다. 연꽃 잎이 불상 주위를 둘러싼 연봉이 불상을 둘러싸고 발 아래엔 반쯤만 조각된 연화문상석이 놓여 있다. 석련지는 원래 법주사의 본당이었던 용화보전의 장엄품을 설치했던 것. 신라 성덕왕조때 화강석으로 조성됐는데 8각 지대석 위에 3단의 굄을 만들고 다시 굄돌을 올려 그 위에 구름을 나타낸 동자석을 끼워 무량수의 감로천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신라 진흥왕때 창건된 대웅보전 안의 불상 3구는 국내 사찰 법당에 봉안된 소조불 좌상중 가장 큰 것. 중앙에 비로자나불, 좌측에 노사나불(아미타불), 우측에 석가모니불을 모셨는데 각각 마음, 덕, 육신을 뜻한다고 한다. 최근 개금불사를 마치고 점안식을 가졌다. 팔상전 왼편, 미래 미륵부처님의 현존을 의미하는 금동미륵대불은 국내 최대의 규모.8m 높이의 기단 위에 25m높이로 조성됐는데 소요된 청동만도 160t이나 된다고 한다.
  • [공연단신]

    ● 제3회 한국가요제 한국적 가요 발굴을 위한 제3회 한국가요제가 14일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국립극장과 르노삼성자동차가 “한국적 대중음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로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회째. 한국적 선율이 흐르는 곡만이 한국가요라는 종래의 개념에서 탈피해 한국적 요소가 들어있다면 모두 한국가요로 정의함에 따라 악기편성, 선율, 리듬 등에 있어 한국의 전통적 소재가 포함된 곡이면 어떤 곡이든 참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참가곡에는 국악가요, 발라드는 물론 트로트, 힙합 등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총 44개팀이 예선에 참가해 악보심사를 거쳤다. 최연장자로 트로트 ‘태평천하’를 부를 임수민(44)을 비롯해 12개팀이 본선에서 겨룬다. 대상에는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수상자들은 국립극장 전속 가수로도 활동하게 된다. 김만석이 지휘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등이 출연하며, 그룹 N.EX.T,2회 대상 수상팀 ‘아카시아’ 등의 축하공연도 있다. ● 외국인들에 국악 소개 나라음악큰잔치추진위원회(위원장 한명희)가 다음달 16일까지 주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음악체험 공연 여행 행사’를 열고 있다. 외국인에게 문화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셀렉션(대표 김형근)과 공동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대사관 임직원, 영어회화 교사 등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나라음악(국악)을 소개하기 위해 준비됐다. 지난 9일 충주호 투어를 마쳤으며, 전주소리축제와 연계한 전주 투어(16,17일)와 담양 투어(30일), 송광사·선암사 투어(10월14,15 일) 등이 예정돼 있다. 참가를 희망하는 외국인은 서울셀렉션(tour@seoulselection.com)으로 신청하면 된다.(02)760-4696.
  • 녹차밭도 입장료 내야하나

    내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지는 것과 반대로 지방의 웬만한 관광지에서는 여전히 입장료를 받고 있어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전남 보성군과 피서객들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을 맞아 보성읍내 녹차밭을 찾은 관광객이 하루 평균 1만명을 웃돌면서 일부에서 입장료 징수를 둘러싸고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성읍 A다원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주차료(대당 2000원) 대신 입장료를 받으면서 매표소 앞에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울산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김모(36)씨는 “바로 옆에 있는 녹차밭과 별다른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입장료를 받고, 시음장에서도 녹차 1잔에 1000원씩 내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다원에서는 국립공원 입장료와 같은 어른 1600원을 받고 있다.A다원 관계자는 “입장료는 주차료를 대신하는 것이고 시음장에서는 가장 좋은 우전차를 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이웃한 B다원은 득량만을 배경으로 산자락에 조성된 녹차밭이 펼쳐져 있는데도 입장료를 받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인접한 두 곳에 들른 관광객들은 느닷없는 입장료 징수에 낯을 붉히거나 항의전화를 하기도 했다. 순천시의 경우 어른 기준으로 낙안 전통민속마을에서 2000원, 송광사 2500원, 선암사 1500원, 고인돌 공원 700원을 받는다. 완도군은 ‘해신’ 드라마 세트장 두 곳에서 1000원과 2000원을 받고 있다. 전남도립인 완도수목원은 2000원, 다도해 국립공원인 정도리 구계 등은 1600원을 받는다. 또한 순천시의회는 지난달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시설관리 운영조례 개정안’을 상정했다가 시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심의를 미룬 상태다. 이 개정안은 순천만 자연생태관 입장료(어른 2000원)와는 별도로 갈대밭 보행로(무진교 관찰로)에서 어른 1000원을 더 받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보행로에서 입장료를 받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천시 인천대공원, 경기도 남한산성, 부산 태종대, 목포 유달산,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서울 어린이대공원 등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이에 앞서 충북 충주 탄금대공원, 경북 상주 경천대관광지, 대구 달성공원은 입장료를 없앴다.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이재오 화 풀었나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마음의 앙금을 털어낸 것일까, 아니면 당내 투쟁의 방법을 달리한 것일까.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공개 회의 때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대표 경선과정에서 불거졌던 ‘색깔론’과 ‘대선후보 대리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선암사에 칩거했다가 복귀한 뒤에도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로 인해 최고위원회의는 매번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이날만큼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공개 회의에서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단죄할 것을 단죄하지 않으면, 더 큰 화를 가져 온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한 뒤 “이번 문제를 두고 청문회를 개최한다든지 하면 노무현 정부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여권을 향해 특유의 강한 어조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 최고위원은 또 당내 특위를 통합, 개편한 민생경제살리기특위 위원장도 맡았다. 최고위원 외에 또다른 당직을 수락한 셈이다. 게다가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국회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선 “이 최고위원이 드디어 화를 풀었다.”“최고위원회의의 갈등구조가 비로소 해소됐다.”는 등의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당내 주류측에선 여전히 이 최고위원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 최고위원이 1일부터 20일간 개인 자격으로 측근 의원들과 함께 수해복구·민심탐방을 떠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최고위원의 독자 행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창간 102주년 기획]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

    [창간 102주년 기획]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19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미 정해진 룰대로 깨끗하게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이 개혁이고 맑은 정신이지, 자기 편한대로 이리저리 바꾸면 안 된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선출방식을 바꾸자고 한 일부 대권 주자측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도입할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를 거론하며 국민여론 반영비율을 높이자는 주장에 대해선 “이미 국민 여론을 50%나 반영하는 혁신위안을 우리가 먼저 통과시켰는데 왜 또 뒷북을 치며 여당을 따라가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당장 룰을 바꾸고 경선관리위원회를 발족하자는 것은 경쟁을 과열시키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하며 “지금은 당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급선무이며, 대선 경선은 내년에 가서 생각할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참정치 실천운동본부’를 발족할 계획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당대회 과정에서 민정당·색깔론 공방있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다 끝난 일인데 이제 대응할 게 뭐 있나. 그러나 내가 책임이 있건 없건 관계없이 당 대표로서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교훈으로 삼자고 얘기했다. 전당대회 때 있었던 일은 이제 상황 끝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마치 대표처럼 행동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일부 언론이 (갈등을)부각시켰을 뿐이다. ▶전당대회 결과를 놓고 과거회귀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초선의원이 당 대표를 한다면 미래지향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당 대표는 3,4선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럼 다 과거부터 정치해 온 사람인데, 그래서 과거회귀라고 하는가. 나는 왜 과거회귀인지 잘 모르겠다. ▶대선경선 방식을 바꾸자는 주장에 대해선. -경선 방식이 불공정이라고 하는데 그 경선 룰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나. 또 그 안은 작년 1년 내내 치열하게 논의해서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전당대회 끝나자마자 바꾸자고 하면 그게 공정한가. 심판은 정해진 룰에 따라 심판을 봐야지 자기가 룰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정치권은 희한한 게 일단 A를 만들었는데 개혁한다고 B로 바꿨다가 다시 이해관계에 따라 A로 거꾸로 돌아가면서 그것을 개혁인 것처럼 하는 사람이 있다. ▶조기에 경선관리위원회를 구성하자는데…. -말이 안 된다. 지금부터 민생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싸우는 무대를 만들자는 것인가. 경기가 시작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고, 관중들은 미처 모이지도 않았는데 선수들만 링 위에 올라가라는 말인가. 그런 주장하는 쪽도 그냥 한 번 해보는 소리일 것이다. 만일 내가 지금 (경선관리위를)만들자고 하면 다 반대할 것이다.(시기는)내년이 되어야 한다. ▶대선에서 연거푸 실패한 것은 시대정신을 못 읽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내년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다음 시대정신은 무조건 경제다. 대학을 졸업하면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열심히 일하면 10년 뒤에는 집을 살 수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는 정당과 후보가 시대정신에 맞는다. 그러나 이건 너무 당연한 것인데 지난 몇년간 정권이 엉뚱한 이벤트로 허송세월하는 바람에 당연한 것이 지금은 최대 이슈, 시대정신이 되어버렸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개헌론을 제기했다. -중립적인 국회의장이 제헌절에 헌법문제를 얘기한 것이라고 좋은 뜻으로 보고 싶다. 그러나 여권의 조직적인 음모에 따라 국회의장이 바람부터 잡은 것이라면 확실히 막겠다. 대연정, 소연정부터 시작해서 판을 흔들고 (대권)룰을 유리하게 만들어 정계개편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도 될 수 있다. ▶여당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할 방침이라는데…. -예전에 보면 우리는 열린우리당이 한다면 개혁인가 싶어서 노상 따라갔다. 열린우리당이 뭘 하면 우리도 6개월 지나서 그게 개혁인 것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다 보면 여당은 이미 별로라고 판단해 빠진 상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게 개혁인 것처럼 뒤늦게 따라가 맨날 뒷북만 쳤다. 우리가 이미 만들어놓은 경선룰이 오픈 프라이머리나 같다. 국민 의견을 50%나 받아들였는데 더 오픈할 게 있는가. ▶호남·충청권 공략할 방법은. -호남을 배려한 인사도 좋지만 결국은 예산지원 등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곧 우리 중앙당이 아주 파격적으로 호남에 가서 한나라당 소속은 아니지만 전남·북 지사, 광주시장과 중앙당 차원에서 당정협의를 하려고 한다. 예산문제라든가 관심사안에 대해서 할 것이다. 이벤트성으로 묘역에 가서 절하고 오고 이런 것으로 호남에 다가갔다고 할 수 없다. 가슴으로 다가가야 한다. ▶선암사에서 이재오 최고위원과 무슨 대화를 나눴나. -이 최고위원은 대리전 운운하는 것은 참아도 색깔론은 정말 유감이라고 했다. 이에 나도 내가 제기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당 대표로서 임무는 무엇인가. -내년 대선을 잘 준비하고 성공해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당을 만드는 것이다. 기득권 옹호, 차떼기 이미지 같은 부정적인 인상을 바꾸고 당을 속도감 있게 만들 것이다. 물기가 촉촉하고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당으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구체적인 복안은 뭔가. -당에 ‘참정치 실천운동본부’를 만들려고 한다. 이벤트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분칠하고 얼렁뚱땅 표만 얻으면 끝이라는 식의 정치를 지양하고 정말 진실된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 위에 도덕성을 회복하고, 국민에 대한 자기희생을 통해 봉사활동도 할 것이다. ▶박근혜·이명박·손학규 후보 등 ‘빅3´와 만날 계획이 있는가. -전화 통화는 서로 했다.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그 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서 만날 것이다. 그런데 만나는 순서 문제도 있고 복잡하다(웃음). 그렇지만 얼렁뚱땅, 잡음이 나든 말든 신경 안 쓰겠다는 식으로는 안 하겠다. 독일 사람이 축구 심판을 하면 남미쪽 선수들은 아무래도 심판이 같은 유럽인 프랑스 편을 들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럴 땐 그저 심판을 공정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대담 구본영 정치부장 정리 전광삼·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이재오 최고는 인간적으로 따뜻한 사람” 전당대회 후유증 수습과 수해 대책 논의, 당직 인선 조율… 취임 1주일 내내 산적한 업무와 씨름한 탓일까.19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만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목이 쉬어 있었다. 아직도 잠복 중인 ‘전대 불협화음’과 관련, 그는 “일종의 후유증으로 얘기되는 것이지 심각하지 않다.”며 “어제(당직 개편)를 고비로 많은 부분이 정리됐다.”고 잘라 말했다. 갈등의 ‘진앙’인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투쟁할 때는 정의감 있게 날을 딱 세우는 분이지만 인간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라고 호평하면서 화합의 몸짓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부담이 되는 듯 “다른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좀 물어보세요.”라고 화제를 돌렸다. 대표 임기 2년 동안 간직할 최대의 화두로는 ‘당의 변화와 대선 공정관리’를 꼽았다. 내년 정권 창출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논리다.“박근혜 전 대표가 탄핵 이후 위기에 빠진 당을 추슬러서 오늘에 이른 1단계는 성공했다.2단계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변화시키고 대선 승리를 준비하는 것이다.” 2단계 과정의 지휘자로서 ‘기득권 옹호’‘차떼기당’ 등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생활을 줄이고 당의 변화를 위해 내 몸을 던지겠다.”며 “그를 위해 내 스타일이 좀 구겨지거나 넝마·쓰레기가 되는 것도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당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대선 후보 경선 방법 변경, 경선관리위원회 구성 등의 요구에 대해서는 ‘내년의 과제’라고 일축했다.“올해부터 대선 경선에 매달리면 과열되고 국민이 ‘저 사람들은 민생도 챙기지 않고 자리 싸움만 한다.’고 말할 게 뻔하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여권의 개헌론·정계 개편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반대했다.“현 정권이 한번도 국민을 위해서 일한 적이 없는데 또 조직적으로 개헌이나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정계 개편을 시도하면 ‘정신차리라.’고 말하고 싶고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역시 한때 대권 도전의 뜻을 품었다. 미련이 없을까? “여러 사람들이 ‘당 대선 주자는 넘치는데 당을 안정적으로 끌고가면서 공정하게 후보를 뽑을 만한 사람이 없다.’며 대표 출마를 많이 권유했다.”며 “정권 창출에 온몸을 던지겠고 그 다음은 잘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어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면 당도 해체되고 저도 정계 은퇴가 아니라 정계 축출이라는 각오로 온몸을 던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결심 임박한 이재오 암자行

    결심 임박한 이재오 암자行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싶다.” 당 대표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색깔론’‘대권 주자 대리전 논란’ 등에 반발,6일째 칩거 중인 이 최고위원이 16일 기거하던 전남 순천 선암사를 떠나 인근 암자로 들어갔다. 측근 진수희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최고위원이 ‘사람들도 너무 많이 찾아오고 전화도 많이 와서 혼란스럽다.’며 오전 10시 선암사 인근 암자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의 최종 결정이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이 최고위원은 전날 측근 40여명과 함께 지리산 등반 도중 최고위원직 사퇴까지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대권을 창출하려면 우파 대연합이 필요한 데 내가 수구보수 지도부에 있으면 우파대연합을 이룰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난 11일 전당대회에서 구성한 새 지도부를 ‘수구보수’로 규정한 뒤 자신은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분명히 그은 셈이다. 대의원들이 뽑아준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언급으로 풀이된다. ●사퇴 땐 거센 후폭풍 불보듯 하지만 그가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면 당 내홍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불복’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새 지도부는 첫 걸음부터 불협화음에 시달리게 된다. 아울러 모처럼 고공비행하고 있는 당의 높은 지지도도 추락할 공산이 크다. 특히 전국적인 수해를 입은 시기에 한나라당이 내분으로 허덕거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민심 이반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 최고위원도 그 책임의 일단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퇴 의사를 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훈 의원도 이와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열린우리당이 역동성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하는데 한나라당은 ‘친박 반박’ 논쟁을 벌이면서 서로 물어뜯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한 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사과할 부분과 양해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양해하면서 앙금을 털자.”고 촉구했다. 나아가 대권 주자들의 경쟁이 조기 과열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전대 기간에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논란으로 두 진영의 신경전은 가열됐다. 전대 이후 남경필·심재철 의원 등 이 최고위원측 인사들은 강재섭 대표측에 ‘색깔론 공세’ 관련 공식 사과를 촉구했고, 이에 강 대표측이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균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이 최고위원의 사퇴는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것이다. 한 당직자도 “전대 기간에는 두 대권 주자가 뒤에서 움직이는 국면이었지만 이 최고위원이 사퇴한다면 노골적인 세 대결이 예상된다.”며 “그 결과가 당에 드리울 그림자는 뻔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측근들 “극한 처방보단 ‘참여 속 당 변화 노력할것” 그러나 이 최고위원 측근 인사들은 이 최고위원이 사퇴라는 ‘극한 처방’보다는 ‘참여 속 당 변화 모색’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진수희 의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측근 인사들이 “당무에 복귀해 당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전대에서 보여준 국민의 지지와 대의원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간곡히 권했다고 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이같은 취지로 이 최고위원에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이 최고위원의 ‘보이콧’을 ‘이재오식 뒤풀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姜·李 경선앙금 털어내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14일 대표 경선과정에서 ‘색깔론’과 ‘대권 주자 대리전’ 공격에 반발, 당무를 거부하고 전남 순천 선암사에 칩거 중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전격 방문했다. 강 대표의 방문 면담으로 지난 11일 전당대회에서의 대표 선출 이후 불거진 내홍이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암사에 도착한 뒤 법당에서 참선 중인 이 최고위원을 ‘이 선배’라고 부르며 “잘 해보자고 한 것이 가슴 아프게 한 것 같다.”며 “다 털어버리고 가고 싶어 이렇게 찾아 왔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비가 오는데 이렇게 왔느냐. 이곳에서 잠시 쉬다 가겠다. 대승적 차원에서 잘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이 최고위원이 머무는 방과 사찰을 거닐며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었다.●姜 “오해 잊자”,李 “대승적 차원 생각” 강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 있었던 여러가지 오해와 시기 등은 깨끗이 잊자.”며 “당의 미래를 위해 복귀하셔서 재보궐 선거·수해 대책 등을 위해 함께 전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이에 이 최고위원은 “여러가지 대승적인 차원에서 잘 생각해 보겠다.”고 응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선암사 권금용 주지 스님도 ‘화해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그는 “부처님께서 두 분이 만나도록 인도한 것 같다.”며 “부처님 뜻 잘 새겨서 두 분이 잘 해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은 태고정 종정 혜초 스님을 만나 “두 분이 힘을 합치면 내년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잘 하기 바란다.”는 덕담도 들었다. 동석한 박재완 비서실장은 “두 사람이 얘기 도중 비가 많이 오자 이 최고위원이 강 대표의 손을 잡고 손수 우산을 들고 비를 막아주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전날 밤에도 이 최고위원의 측근인 이군현 의원에게 “이 최고위원과 연락이 닿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화해를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의 방문은 이 최고위원의 반발 등 전당대회 후폭풍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이 최고위원과 조율해 당직 인선을 하루 빨리 매듭짓고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뜻이다. 이 최고위원이 다음주 초 귀경하면 당직 인사는 이르면 18일께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소장·중도개혁파 중용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당직 개편은 ‘친박(親朴·친박근혜)’ 성향의 보수·영남색 비판을 희석시키는 데 비중이 놓일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는 소장·중도개혁 성향의 의원들을 대거 기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 대표도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내 눈으로 봐도 당 지도부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며 “소장파의 대거 등용으로 모자란 부분은 채워주고 지나친 부분은 깎아주겠다.”며 소장파 중용 의사를 밝혔다. 강 대표는 사무총장으로 지역적 안배 등을 고려해 수도권의 젊은 인사를 중용할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래모임 단일후보로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권영세 의원에게 사무총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이 고사했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또 미래모임 단일후보 선출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임태희 의원, 소장개혁 성향의 수요모임 소속 정병국 의원도 거론된다. 대표가 임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2자리 가운데는 미래모임 소속 남경필 의원의 이름도 나온다. 남 의원측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고사하고 있다. 남 의원은 황우려, 최병국 의원 등과 함께 사무총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대변인에는 대표경선 과정에서 강 대표의 홍보총책을 맡았던 나경원 의원, 홍보기획본부장에는 부산 출신의 김병호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래모임은 전날 간사단 회의를 열고 “구색맞추기식 참여가 아니라 세력균형을 맞출 수 있는 참여가 돼야 한다.”고 입장을 모아 조율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당 일각에서 떠도는 ‘패키지 당직 제안설’과 관련 미래모임 소속 의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Book Review] 도둑맞은 베르메르…/구치키 유리코 지음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술품 도난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1911년 루브르 미술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사건을 들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작품을 되찾은 이 사건은 애국심이 발로된 하나의 ‘낭만적’ 사건이었다. 명화를 훔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나 자기 나라 작품을 되찾겠다는 애국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유명 미술품 도난사건에는 으레 거대 범죄조직이 끼어 있다. 그들에게서 범행의 사회의식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난당한 명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1985년 파리 마르모탕 미술관에서는 모네의 ‘인상­해돋이’를 도난당했으며,1990년에는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 렘브란트의 ‘갈릴리 바다의 폭풍우’와 베르메르의 ‘세 사람의 연주회’를 도둑맞았다. 또 1994년에는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동계올림픽 개막식날 뭉크의 ‘절규’를 도난당했고,2003년 영국 드럼랜리그 성(城)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돈나’가 관광객으로 위장한 절도범에 의해 도난당하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났을 때 바그다드 미술관에서 행해진 미술품 약탈 만행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미술품 도난사건은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3년 운보 김기창 화백의 그림이 대량으로 도난당했고,2002년 국립공주박물관에서는 국보 247호 ‘금동보살입상’을 도둑맞았다가 다시 찾은 일도 있다. 최근엔 1980년대 초 선암사에서 도난당한 불화가 경매에 나오는 등 미술품 도난의 역사는 숙명처럼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도둑맞은 베르메르-누가 명화를 훔치는가’(구치키 유리코 지음, 장민주 옮김, 눌와 펴냄)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베르메르의 대표작을 잃어버린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의 도난사건을 중심으로 미술품 절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도난의 대상이 된 명화들을 낱낱이 제시하며 범행 동기와 수법, 도둑맞은 그림의 행방과 되찾은 사연, 미술품 컬렉터들의 열정 등을 살핀다. 수많은 미술품 도난사건 가운데 왜 베르메르를 택했을까. 베르메르의 작품은 왜 끊임없이 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일까.‘베르메르’를 훔치는 것은 종종 소설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다. 캐서린 웨버의 소설 ‘뮤직 레슨’에는 아일랜드계 여성이 아일랜드해방군(IRA)에 속한 한 남자의 꼬임에 의해 영국 왕실 소장의 베르메르 작품을 훔치는 계획에 동참하는 장면이 나온다. 토머스 해리스의 범죄소설 ‘한니발’에도 ‘베르베르 순례’ 이야기가 등장한다. 베일에 싸인 네덜란드 미술의 거장 베르메르(1632∼1675).17세기, 네덜란드는 그야말로 황금시대를 구가하고 있었다. 세계 해상권 제패와 식민지 개척으로 엄청난 부(富)가 네덜란드로 밀려들었다. 이같은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예술 또한 화려하게 꽃폈다. 그 중심에 바로 베르메르가 있었다. 작품의 희소성과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가려진 삶, 사후 200년이 지나서야 명성을 얻게 된 신비의 화가…. 이런 점들은 분명 베르메르의 명성을 더욱 확고한 것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베르메르는 그 생애가 감춰져 있었던 데다 작품 제작연도도 모호해 끝없는 위작논란과 도난의 대상이 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베르메르의 작품은 1971년 ‘연애편지’가 도난당한 것을 시작으로 1970년대 이후 다섯 차례나 도둑의 표적이 됐다. 저자가 베르메르에 초점을 맞춰 ‘미술품 도난사’를 전개해가는 것은 그런 점에서 적잖이 상징성이 있다. 책은 중간중간에 미술품 도난보험 이야기도 곁들여 관심을 모은다. 모든 미술관이 도난이나 화재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도난보험에 가입한 상설 컬렉션은 전체 미술관 가운데 70∼80%에 불과하다. 네덜란드처럼 공영미술관이 도난보험에 전혀 가입돼 있지 않은 나라도 있다. 네덜란드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고 있지만, 보험 가입 자체가 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만큼 보험 가입 여부를 비밀에 부치는 미술관들이 많다.‘아트 테러리즘’‘아트 테러리스트’‘아트 내핑’. 저자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행하는 테러리스트들의 미술품 절도를 설명하기 위해 이같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미술품을 인질로 삼아 요구를 관철시키는 수법은 테러와 같으며, 나아가 인간 유괴사건과 흡사하다는 것. 저자는 ‘지하세계에서는 그림이 일종의 화폐로 통용된다.’는 말을 들려주며 세계적인 미술품에 대한 허술한 보안과 명화를 노리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1만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불교미술 거장’ 손에 붓 쥔 채 열반

    한국 불교미술의 거장 만봉(萬奉·속명 이치호·신촌 봉원사) 스님이 17일 오전 0시10분 봉원사 운수각에서 노환으로 열반했다. 세수 96세, 법랍 80세. 최근까지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한 고인은 작업에 전념하던 중 붓을 손에 쥔 채로 입적했다.1910년 10월 서울에서 태어나 1917년 단청장 김예운 스님에게 사사한 고인은 1926년 봉원사로 출가해 금어(金漁·불교에서 불화의 최고 경지에 이른 스님에게 주는 칭호) 자격을 취득했다.1971년엔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고인의 작품은 금강산 표훈사, 유점사, 장안사, 마연사, 서울 봉원사, 도봉산 도선사, 백련사 등 전국 주요 사찰과 문화재에 고루 남아있다. 고인은 1978년 세계불교도 우의회 동경총회 기념 전시회를 시작으로 2005년 6월 모란갤러리에서의 마지막 개인전을 열기까지 수많은 전시회를 열어 한국전통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 불교 태고종 서울교구 종무원장, 봉원사 주지 등을 역임했으며,1988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만봉 이치호 단청전 작품집’이 있다. 빈소는 봉원사에 마련되어 있으며, 영결식은 21일 오전 10시 봉원사에서 태고종 종단장으로 엄수된다. 다비식은 이날 오후 전남 순천 태고총림 선암사 연화대에서 열린다.(02)-392-3007.
  • 선사들이 들려주는 참삶·깨침의 소리

    한국의 100여개 선방(선원)에서는 2200여 불교 수행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두(話頭)를 든채 치열하게 정진을 거듭하고 있다.이 선방은 수행처답게 규율이 엄격하며 일반인들의 접근조차 쉽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이 선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선방에서 길을 물었더니’(서화동 지음, 고즈윈 펴냄)는 10여년간 종교기자로 일해온 저자가 전국의 주요 선원 25곳과 프랑스 파리 도심의 사자후선원 등 모두 26곳을 훑어 그속의 치열한 구도 현장을 비롯해 선사들의 가르침과 선원의 역사·전통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다.통도사 영축총림선원, 백양사 고불총림선원, 범어사 금어선원, 서귀포 남국선원, 쌍계사 금당선원, 은해사 백흥암선원, 선암사 칠전선원 등의 모습과 선원장 스님들과의 문답이 실려 있다. 책에는 외부인에겐 좀처럼 문을 열지 않는 ‘뜨거운 구도 현장’의 모습을 일반인들에게 전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해인사 해인총림선원은 ‘가야산 호랑이’로 유명한 성철 스님이 수행했던 곳이고 문경 봉암사의 경우 부처님 오신 날 이외에는 1년 내내 신자들의 발길조차 허용치 않는다.부산 범어사는 일제 때부터 선찰 대본산으로 정평 난 선원. 그런가 하면 백담사 무금선원은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폐문정진(閉門精進)하기로 유명한 곳.보통 1∼3년, 길게는 6년씩 두문불출 수행하는데 밖에서 문을 잠가 나가려 해도 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 이같은 선원의 모습에 더해 수행 현장에서 만난 선사들이 들려주는 깨침의 소리는 세속에 찌든 속인들에게 청량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바보 같은 사람들이 자기한테 속은 줄도 모르고 남한테 속았다고 한다.”(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세게 칠수록 공이 터 튀어오르듯 망상은 버리려 할수록 더 달려든다.”(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1만2800원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레저+α]

    ■ 여행책 (1) ‘산사에서 만든 차’ 전국 유명 사찰의 스님들이 자랑하는 산사의 차에 대해 4년간 직접 취재해 쓴 ‘산사에서 만든 차’란 책이 출간됐다. 지난 2002년 정갈한 사찰음식을 담은 ‘한국 사찰과 공양’이란 책을 출판했던 사진작가 이정애(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강사)씨는 오천년 전통의 불교문화 속에 녹아 있는 57가지 각종 제다법을 소개했다. 책에는 대흥사 녹차와 함평 끽다치 선원의 나비황차, 선암사 대선 작설차, 불갑사 돈차, 영평사 구절초차, 백련사 동백꽃차 등 대를 이어 사찰과 스님에게 전해 내려온 차만들기 비법이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담겨 있다. 특히 책에는 얼마전 열반한 법장(전 조계종 총무원장)스님이 열반하기 전에 써준 ‘다도로 통하는 선(仙)의 경지’라는 추천사가 실려 있다. 248쪽 분량의 책은 컬러 양장판으로 300여장의 관련 사진이 실려 있으며, 가격은 3만 3000원이다. 이 책은 내년 5월쯤 영문판이 출간될 예정이다.(02)516-8985. ■ 해외여행 (2) 항공권,AS 실시 넥스투어(www.nextour.co.kr)는 항공권 구매시 느끼는 불편이나 개선사항을 접수 받아 추첨 후 다양한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실시한다. 행사는 올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넥스투어를 통해 항공권을 구입해 여행을 마친 모든 고객들을 대상으로하여 홈페이지에 구입 소감이나 상담 에피소드 등을 오는 31일까지 남기된다. 내년 1월20일 추첨해 3만·5만원 백화점 상품권과 1만·2만원 문화상품권 등을 주며, 참가자들에게는 3000원권 투어머니를 증정한다.(02) 2222-6666. ■ 국내여행 (3) 문경, 눈썰매장 개장 경북 문경시는 지난 17일 문경새재 도립공원에 사계절 썰매장을 개장했다고 밝혔다. 사계절 썰매장은 폭 25m, 길이 120m 인조 잔디 슬로프에 50㎝ 이상 인공눈을 뿌려 겨울 내내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입장료는 20세 이상은 8000원,20세 미만은 5000원으로 내년 3월 초순까지 운영할 예정이다.(054) 550-6390. (4) 해돋이 여행 떠나자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는 새해 첫 태양에 희망을 가득 심어 신년소망을 빌어 볼 수 있는 신년일출 상품을 선보였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무대였던 정동진과 봉평 허브나라 무박 2일 상품은 31일 밤 11시 30분 서울을 출발, 정동진에서 일출을 감상한 뒤 평창 대관령 눈꽃과 봉평허브나라를 돌아본 뒤 오는 코스다. 또 영덕 강구항에서 해돋이를 보고 백암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무박 2일 상품은 31일 밤 11시 서울을 출발, 강구항 일출을 본 뒤 영덕 대게 시장과 울진 백암온천, 영주 선비촌을 돌아보는 코스다. 두 코스 모두 점심식사와 입장료 등을 모두 포함한 참가비는 성인 5만 5000원, 어린이 4만 9000원.(02)733-0882. (5) 한겨울밤의 여름꿈 오는 12월31일 남이섬에는 이색적이고 낭만적인 송년행사 열린다. 여름나라 밴드와 수영복 패션쇼 그리고 눈 쌓인 들판의 비치 파라솔, 바캉스 퍼포먼스 등 뜨거운 겨울밤을 녹이는 다양한 이벤트가 기다린다.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라틴댄스, 언 손으로 따뜻한 모닥불에 쬐어가며 고구마도 구워먹고 김은식의 색소폰 연주, 퓨전 재즈밴드 ‘COZ’ 초청, 낭만 콘서트가 열리고 뷔페식 숯불바비큐, 기본주류와 음료 등이 제공되며 동토의 여름 ‘비치웨어 패션쇼’,送冬迎夏 모닥불 퍼포먼스 등이 영하의 남이섬을 따뜻하게 달군다.2005년 12월31일 저녁8시부터 2006년 1월1일 0시30분까지 행사가 진행되면 회비는 5만원(남이섬 입장료, 디너파티, 공연 등 모든 행사 포함). 문의는 (02)753-1246∼8,www.namisum.com ■ 지금 스키장에서는 (6) 시작하는 연인을 위해 무주리조트에서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연인에게 커다란 전광판을 통해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낭만적인 프러포즈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OK.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매 시간의 정시가 되면 주인공 두 명의 사랑 고백이 전광판에 방영된다. 신청은 무주리조트 홈페이지(www.mujuresort.com)에 하면 된다. 또한 오는 1일 덕유산 정상(해발 1614m) 향적봉에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새벽 6시부터 해돋이 곤돌라를 운영한다. 곤돌라를 이용하면 곤돌라에서 내려 덕유산 정상까지 20분 정도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듯 쉽게 오를 수 있다.(063)322-9000 (7) 산타양말 나눠주기 대명 비발디파크(www.vivaldipark.com)는 24일부터 새벽 5시까지 스키를 탈 수 있는 새벽 스키를 운영하고,24일 콘도에 입실하는 어린이 고객에게는 산타양말을 나눠주며,24∼25일 스키강사가 산타 복장으로 슬로프에서 사탕을 나눠준다. 또 24일 밤 야외무대에서는 노래자랑이 펼쳐져 무료숙박권과 리프트권 등 푸짐한 선물을 나눠준다.24일 심야 스키가 끝난 직후에는 횃불 스키 묘기와 폭죽행사가 준비돼 있다. (02)2222-7000. (8) 한화 휘닉스파크 정식 개장 한화리조트의 12번째 고품격 프리미엄 콘도인 한화 휘닉스파크(www.clubphoenixpark.co.kr)가 21일 정식 개장했다. 강원도 평창의 대형 스키리조트 단지에 위치한 한화 휘닉스파크는 지상 20층의 레드동과 지상 14층의 핑크동 등 2개동으로 최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440실 규모의 객실을 갖췄다. 현재 겨울 성수기 객실 예약접수와 신규 회원권 분양을 실시중에 있다. (02)729-5300. ■ 호텔 & 외식 (9) 겨울철 진미 ‘굴’ 요리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실란트로(Cilantro)’는 내년 1월31일까지 굴요리 축제를 연다. 뷔페식으로 마련한 굴요리 축제는 신선한 생굴을 비롯, 생굴찜, 생굴과 크림 시금치, 생굴샐러드 등 20여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점심에는 어른 3만 5000원·어린이 2만 1000원, 저녁에는 어른 3만 7000원·어린이 2만 2200원이다. 세금 및 봉사료는 별도.(02)317-3062. (10) 천상에서 맞이하는 새해 63빌딩에서는 2006년 신년을 맞이해 ‘새해맞이 일출 이벤트’로 해발 264m의 63전망대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울 일출 체험전’과 59층 레스토랑 워킹온더클라우드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이벤트를 한다. 서울 일출 체험전은 새해 첫날인 1일 새벽 6시32분에 63전망대에 올라 도심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한해를 시작할 수 있는 자리를 갖는 소중한 기회.63전망대에서 한강을 중심으로 서서히 밝아지는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한해의 소망을 기원할 수 있다. 또한 63빌딩 59층에 위치한 양식당 워킹온더클라우드에서는 오는 1일 레스토랑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조식 뷔페를 제공하는 패키지형 상품 ‘워킹온더선’을 선보인다.(02)789-5663,www.63.co.kr (11) 저녁 7시 눈이 내리면 공짜 NH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는 돼지고기 전문점 ‘돼지사냥’ 신정점은 21∼24일 저녁 7시를 기준으로 눈이 내리면 신메뉴 ‘돼지사냥모둠’ 2인분을 공짜로 제공한다.100% 국내산 저온고급 냉장육으로 꽃살, 항정살, 부채살 등 돼지 한마리에서 나오는 2㎏에 해당하는 최고급 부위다.www.donnawara.com ■ 패션 & 뷰티 (12) 좋은사람들, 진캐주얼 브랜드 론칭 패션내의 전문업체 좋은사람들이 진캐주얼 업체 ‘터크 컴퍼니’를 설립하고,‘터그 진(Tug Jean)’을 론칭했다.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2530세대를 남녀를 대상으로 한 데님 라인으로, 재킷 셔츠 스커트 바지를 비롯해 이너웨어와 액세서리까지 토털코디네이션 브랜드다. 데님 바지는 9만∼16만원선, 재킷은 12만∼18만원선, 티셔츠 3만∼10만원선이다.2006년 2월부터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을 모델로 기용하고, 봄·여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13) 바비인형, 구호를 입다 제일모직 구호는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비 스토리, 서울’ 전시회에 내년 봄·여름 신제품 의상 15점을 선보였다. 이를 기념해 오는 31일까지 구호 전국 매장에서 ‘구호 with 바비 이벤트’를 열고, 기간중 1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 500명을 선착순으로 바비 전시회 티켓 2매를 증정하며,200만원 이상 구매 고객 150명에게는 바비 인형 1개를 증정할 계획이다. (14) 명동으로 떠나는 허브 여행 태평양 이니스프리는 서울 명동에 ‘이니스프리 허브 스테이션’을 열었다. 자연주의 화장품 이니스프리의 기존 제품과 함께 다양한 유러피안 허브 코스메틱을 만날 수 있다. 프로방스 출신의 화가가 그린 허브 일러스트를 담은 예술작품 같은 화장품을 만날 수 있다. 오픈 기념으로 내년 1월15일까지 모든 구매 고객에게 예쁜 ‘라벤더 교통카드집’을 준다. 구매 가격에 따라 1만원 이상이면 라벤더 머그컵을,2만원 이상 구매하면 라벤더 디카 케이스를,3만원 이상이면 라벤더 무릎담요를 준다.080-023-5454. (15) 건강한 겨울철 피부 축제 뉴트로지나는 23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보광 휘닉스 파크에서 대규모 고객 사은행사를 진행한다. 이글루 모양으로 특별히 제작된 부스에서 스키메이크업, 핸드마사지, 온음료 서비스 등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 눈 던지기 게임과, 퀴즈프로그램을 통해 경품도 준다. 또 홈페이지(www.neutrogena.co.kr) 이벤트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리프트권을 무료로 준다. 080-023-1414.
  • “한국불교 생명관 배우러 왔어요”

    “미국으로 돌아가 태고 종단의 일원으로 한국 전통불교와 불교의 진리를 널리 알리겠습니다.” 14일 오전 전남 순천시 태고종림 선암사에서 열린 제 29기 태고종 사미계 수계법회에서 미국 하버드대 출신 데이비드 마이클 주니가(35)씨가 예비스님이 되는 사미계를 받았다. 법명은 대일(大一). 하버드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주니가씨는 졸업 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의 한 가톨릭계 병원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의 안정을 찾아주는 심리상담역(chaplian)으로 일해왔다. “옆에서 간호하며 희망을 주던 환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날 때면 분노와 허탈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그는 “진정한 인내를 갖고 올바른 종교관을 환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출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그는 “어렸을 때 태권도를 1단까지 배웠던 경험이 한국 불교를 선택한 또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법회에서는 지난 9월21일 입제식을 시작으로 4주간의 합동교육인 합동득도수계산림을 수료한 행자 243명(사미 173명, 사미니 70명)이 예비스님이 되는 사미계를 받았다.순천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2번국도-맛·멋·역사의 향기

    2번국도-맛·멋·역사의 향기

    전남 목포에서 경남 부산을 잇는 2번 국도(총연장 481㎞)에는 맛과 멋, 역사의 향기가 살아 숨쉬고 있다. 남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와 해수욕장은 물론 가야 문화권에 속하는 역사적인 유적들이 풍부하다. 특히 곳곳에서 맛깔스러운 남도의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넉넉한 인심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한 음식, 맛집을 찾아 다리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휴가.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과 역사적 유물은 물론 갖가지 을먹거리를 덤으로 맛볼 수 있는 2번 국도에서 여름의 더위를 날려보자. ●목포 무안반도 남단에 자리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 목포는 흑산도와 홍도 등 840개의 섬을 아우르는 항구 도시다. 넓은 바다와 섬을 끼고 있어 그만큼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대표적인 곳은 유달산. 영혼이 거쳐가는 산이라하여 ‘영달산’이라고도 불리는 유달산에 오르면 목포시내와 다도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산주변에 개통된 2.7㎞의 유달산 일주도로를 타고 산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섬 사이를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의 모습이 아름답다. 유달산에는 대학루와 달성각, 유선각 등의 정자가 있으며 100여점의 조각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과 난공원이 볼거리다. 유달산 관리사무소 061-242-2344. 입장료 성인 700원, 청소년 500원. 무엇보다 목포를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홍어. 남도의 잔칫집 음식상에는 반드시 홍어가 올라가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을 만큼 유명한 생선이다. 이 가운데 흑산도 홍어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 정도의 희귀한 생선으로 담백하면서도 코끝을 톡쏘는 맛이 특징이다.20년째 흑산 홍어만을 고집하고 있는 금메달 식당(272-2697)이 유명하다. 또 삶은 돼지고기,2년 이상 묵힌 배추김치를 곁들인 홍탁삼합(1접시 13만원)과 홍어찜, 홍어회, 홍어탕 등 홍어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목포시 관광과 061-270-8430. ●독천 2번 국도를 따라 목포에서 20㎞쯤 달리면 만나는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는 세발낙지의 원조. 이곳에는 최고 보양식인 낙지집이 즐비하다. 서남해안 갯벌에서 잡히는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에 감아 초장에 찍은 뒤 한입에 먹는 것은 별미 중의 별미.‘소가 쟁이질하다 넘어지면 낙지를 솔잎에 싸서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는 말처럼 쇠한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 최고의 보양식이다. 제일식당(472-3729)은 기름을 제거한 갈비와 낙지를 함께 넣은 갈낙탕(1인분 1만 2000원)과 낙지구이(10마리에 4만원)의 원조. 인근의 독천식당(472-4222)도 30여년의 전통을 지닌 낙지집으로 낙지연포탕과 갈낙탕이 주메뉴다. 영암군 문화관광과(061-470-2224) ●강진 강진군에서는 마량포구에 가면 고향의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다. 마량포구로 이어지는 77번 국도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푸른 바다를 끼고 이정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확 트인 바닷가와 맞닥뜨린다. 바다를 끼고 내려가는 길은 ‘경치가 좋은 도로’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하기에 좋다. 마량포구의 새벽 항구와 함께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위판장에서 펼쳐지는 경매 현장은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이 된다. 마량항에 있는 강진군 수협어판장에서는 아침 8시30분부터 수산물 경매가 이뤄진다. 중매인이라고 새겨진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와 빠른 속도로 경매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민물장어 등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고유의 맛을 살려낸 한정식집 해태식당(434-2486)이 유명하다.1인 2만원. 가볼 만한 곳은 다산초당. 조선시대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 선생이 천주교 탄압사건에 연루돼 10여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곳으로, 도암면 만덕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길은 대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한낮에도 짙은 숲그늘이 드리운다. 다산 선생은 이곳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또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다산초당의 동암 위쪽으로는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산길이 있다.1㎞ 남짓한 거리로, 호젓한 산길이 아름다우며 강진만을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다. 다산초당 아래에는 다산유물전시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백련사와 다산유물전시관까지 산길을 따라 함께 둘러볼 수도 있다. 다산초당(430-3345), 강진군 문화공보과(061-430-3224). ●장흥 장흥은 무공해 고장이다. 천혜의 청정해역과 천관산도립공원을 비롯한 크고 작은 명산, 은어가 뛰노는 1급수 탐진강, 천연계곡과 자연휴양림 등 미래를 위해 아껴놓은 무공해가 자랑거리다. 문인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걸출한 문인들의 고향이 바로 장흥이다. 득량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키조개.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량 일본으로 수출돼 내국인들이 맛볼 수 없는 고급 음식이었다. 취락식당(863-2584)에서는 키조개와 한우등심을 곁들인 키조개로스(1인 1만 5000원)를 맛볼 수 있다. 장흥의 명물은 귀족호두. 장흥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되던 명품이며 지압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두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상품은 한 벌(두알)에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비싼 이유는 장흥에서 자생하는 토종나무가 11그루에 불과한데다 그루당 호두가 몇십개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귀족호두 박물관(863-2736)의 전시실에는 각종 호두가 전시돼 있고 20여종의 나무들로 만들어진 고가구 등이 함께 전시돼 있다. 장흥군 문화관광과(061-860-0224). ●보성 보성은 차의 고향이다. 녹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광대한 녹차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보성다원 등 산비탈을 개간해 조성한 차밭이 대부분이어서 맛과 향이 야생차에 비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고급차가 생산된다. 무엇보다 보성의 매력은 어디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점. 득량만 방향으로 15㎞쯤 내려가다보면 율포해수욕장과 수문리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율포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해수녹차탕(853-4566)은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해수에 녹차잎을 넣고 만든 건강탕. 탕에 앉아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온천장 앞으로 펼쳐지는 득량만 바다 풍광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다. 검붉은 색을 띠는 녹차해수탕은 피부를 통해 녹차성분이 흡수돼 피부탄력을 유지하고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가 높다. 티베트박물관(852-3038)은 티베트의 정신문화와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티베트 양식으로 건축된 박물관 내부에서는 대원사 주지 현장스님이 1987년부터 모은 탕카, 만다라, 밀교법구 등 티베트 관련 많은 자료가 전시돼 있다. 성인 2000원, 학생 1000원.www.tibetan-museum.org. 보성군 문화관광과061-850-5224. ●벌교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이 곳에 들러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소설에서 마을 지주인 현준배의 집이자 소화와 정하섭이 사랑을 나누었던 ‘현부잣집’은 최근 새로 단장해 답사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빨치산 대장인 염상진의 동생 염상구가 벌교 제일의 주먹이던 땅벌을 제압하고자 스스로의 담력을 보여주기 위해 기차가 올 때까지 오래 버티는 담력 결투를 벌였던 철교도 건재하다. 소설에 등장했던 홍교(보물 제304호)는 세칸짜리 무지개 다리로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홍교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벌교천 하류를 따라 내려가면 소화다리에 이르는데 원래는 부용교였으며, 소설 속에서 좌·우익 서로간에 사형을 집행했던 장소로 밀물때면 여기까지 올라온 바닷물이 온통 피바다였다는 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먹을거리로는 벌교 꼬막. 예로부터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으며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풍미가 일품이다. 꼬막은 고단백 저지방 알카리 식품으로 소화 흡수가 잘된다. 벌교읍(061-857-6410) ●순천 순천은 지루한 삶으로부터 잠시 탈출할 수 있는 곳. 광활하게 펼쳐진 순천만 갯벌을 비롯해 우리의 옛삶을 만날 수 있는 낙안읍성, 조계산 자락의 선암사와 송광사 등은 낭만과 포근함을 준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로 둘러싸여 드넓은 갯벌을 만들어낸 순천만은 가슴을 확트이게 만든다. 물이 빠지고 S자 모양을 그리며 길게 뻗어나간 물길과 아낙네들이 펄배를 타고 꼬막을 캐는 모습이 장관이다. 조계산 기슭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선암사(754-5247)는 사찰 주위에 수백년 된 수목이 울창하다. 주차장에서 선암사로 가는 1㎞에 이르는 길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선암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를 지나게 된다. 낙안읍성은 민속촌과 달리 사람들이 읍성안에서 조선시대 삶을 재현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읍성에서는 객사(사신이 머무는 곳)와 동헌(지방행정관서) 등 공공시설이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으며,142가구의 일반 주택들은 모두 초가집이다. 읍성은 상도, 허준, 용의눈물 등 사극의 촬영지로 활용됐다. 예로부터 인심이 후하고 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순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화려한 음식문화. 고단백 영양식이라 여름철 스태미나식으로 인기가 높은 짱뚱어는 갯벌에서만 서식한다. 인공양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철에만 먹을 수 있다. 텁텁하면서도 비리지 않은 맛을 내기 때문에 여느 음식에서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순천시 문화관광과(061-749-3328). ●하동 섬진강의 시원한 물빛은 여름철 무더위를 날려주기에 충분하다. 섬진강변을 따라 가는 길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시원한 강바람과 주변에 펼쳐지는 경관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섬진강변을 끼고 구례에서 하동·광양으로 내려오는 길이 특히 아름답다.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운 모래톱에서 물놀이와 낚시를 즐긴다. 화개장터와 쌍계사, 하동송림, 하동포구공원, 쌍계사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최근 문을 연 하동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섬진강 물줄기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대표 먹을거리는 섬진강 물빛을 닮은 재첩국. 많이 자라야 어른의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에서 자라는 것이 상품.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해독 효과는 물론 허한 기운을 보해주는 강장식품으로도 이름이 높다. 동흥식당(884-2257)과 하동재첩사랑(883-7758) 등 주변에 재첩국을 파는 식당이 많다. 재첩국 5000원. 하동군청 문화관광과(055-880-2375) ●진주 진주는 19세의 나이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든 논개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작은 도시에 ‘진주 8경’이 숨어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논개의 영혼이 녹아 있는 남강과 진양호의 석양은 일상의 답답함을 시원스레 날려준다. 진주(眞珠)처럼 작지만 아름답고 커다란 빛을 뿜어낸다. 진양댐 어귀에는 전망대와 동물원, 놀이시설 등이 마련돼 있으며, 진주성 촉석루, 국립진주박물관은 시내에서 멀지 않아 반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다. 진주는 진주 비빔밥과 진주장어구이가 유명하다. 진주성 전투때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진주비빔밥은 진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다. 동황색의 둥근 놋그릇과 쌀밥, 그리고 다섯가지의 나물이 어우러져 칠보화반으로도 불린다. 천황식당(741-2646)과 설야(762-0585)가 유명하다. 진주 장어는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며 깻잎에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유정장어본점(746-9235)와 남강장어(747-0888)이 맛있다. 진주시 문화관광과(055-749-2055) ●마산 마산에서는 매콤 담백하면서 무더위를 날려주는 시원한 맛을 지닌 원조 아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귀찜은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지만 이곳 원조 아귀찜은 다른 지역의 아귀찜과는 사뭇 다르다. 마산에서는 한겨울 찬바람 속에서 20∼30일 말린 아구를 냉동창고에 보관해 놓고 쓴다. 마산 아귀찜은 토장맛이 특히 좋다. 말린 아구에 콩나물을 넣고 매운 고춧가루를 푼뒤, 마산의 명물 미더덕을 넣어 범벅해서 찐 것으로 개운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또 비린내가 안 나고 신선하며 담백한 맛의 삶은 아구를 초장에 찍어먹는 수육도 별미. 아구탕은 맛이 시원해 해장국으로 먹어도 좋다. 오동동 뒷골목이 아귀찜의 고향. 오동동 사거리에서 해안도로쪽으로 200m쯤 골목길에 접어들면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동도 진짜초가집, 원미아귀찜, 구강할매집, 오동도아구 할매집, 본점옛날아귀찜 등이 있다. 진전면 고사리 거락마을에 있는 자연 숲. 자생하는 표고나무와 수양버들이 400m의 진전천 둑에 걸쳐 숲을 이루고 있고 하천에는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른다. 인근 양촌 온천단지에서는 여름철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고현리 공룡발자국화석 지역과 단비도예마을, 봉암갯벌생태학습장 등을 둘러보면 좋다. 마산시 문화공보과 관광진흥담당(055-240-2044). ●부산 2번 국도의 끝지점에서 만나는 송도 해수욕장은 부산 시민의 낭만과 추억이 깃든 명소다. 사계절 싱싱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도심형 어촌이기도 하다. 송도 해수욕장에서는 매년 8월 비치머드페스티벌과 가요제, 해변 미니영화제, 인공암벽대회 등 피서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인근의 암남공원은 1억년전 형성된 퇴적암과 원시림,100여종의 야생화와 400여종의 식물군 등 도심에서 보기 드문 자연군락을 이루고 있다. 먹을거리로는 싱싱한 회와 곰장어구이, 부산 아귀찜 등이 있다. 부산 서구청 문화관광과(051-240-4061).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路] 전남 순천 조계산

    [조용섭의 산으路] 전남 순천 조계산

    전남 순천시 승주읍 송광면 주암면에 걸쳐있는 조계산(884m)은 동쪽에는 태고종찰 선암사를, 서쪽엔 승보사찰인 송광사를 품은 명산이다. 백두대간에서 가지친 금남호남정맥에서 다시 갈라진 호남정맥의 산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며 정호승 시인이 사뭇 명령조로 읊조린 바 있는 동쪽의 선암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조계산(장군봉)에 오른 뒤, 능선으로 진행하여 연산봉∼송광굴목치에 이르고 홍골을 거쳐 송광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시간이 된다면 문화재 등 볼거리가 있는 두 사찰을 답사하는 것도 좋겠다. 선암사 매표소를 지나면 부도밭, 계곡위에 아름답게 걸쳐있는 승선교, 강선루를 차례로 지난다. 매점 앞의 삼인당(三印塘) 연못과 만세루의 육조고사(六朝古寺) 현판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헤아려 보고, 다닥다닥 복잡한 듯 들어서 있지만 단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가람 배치, 홍매화, 은목서, 삼나무, 측백나무 등의 수목들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산행 못지않은 답사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으리라. 산길은 사찰 왼쪽으로 나오면 되는데, 매점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갈림길에서는 대각암을 거쳐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한다. 왼쪽의 선암굴목치로 향하는 길은 정상을 거치지 않고 송광굴목치∼송광사로 이어지는 길로서 시원한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산길은 너르게 아주 잘 나있다. 다만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을 띤 조계산의 산자락 중, 이 곳 오름길은 비교적 바위도 많고 가파른 편이다. 1시간여 땀흘려 진행하면 너른 옛 절터 쉼터에 닿는다. 이 곳에는 샘이 있다. 장군봉은 쉼터에서 30여분 오르면 닿는다. 내장산∼무등산을 거치며 남도의 산을 이어달리던 호남정맥이 지나가는 곳으로 이 산줄기는 북쪽 15분 남짓 거리에 있는 865봉에서 접치로 내려서며 백운산으로 향한다. 장군봉에서 펼쳐지는 조망도 막힘이 없다. 남쪽으로는 숨가쁘게 달려오던 남도의 산줄기를 넘겨준 고동산이 가깝다. 큰 오르내림없이 너르고 평탄하게 빙 두르며 이어지는 능선길은 그야말로 마음을 푸근하게 해줄 정도로 여유롭다.865봉 호남정맥 갈림길을 지나 계속 능선으로 나아가면 연산봉에 이른다. 정상에서 40분 소요. 서쪽 산자락 아래 가까이 보이는 호수는 주암호이다. 연산봉에서 30여분 내려서면 3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30여분 나가면 송광굴목치에 닿는다. 오른쪽 길이 홍골로 하산하는 길이다. 산행 종료지점인 송광사 매표소까지 약 1시간10분 소요된다. 호남고속도로 송광사IC나 승주IC에서 나와 22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대중교통으론 순천행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혹은 철도(전라선)를 이용해 순천역이나 터미널로 와서 선암사행 버스(50분 소요)를 타면 된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 (061)744-8877. 선암사 주차장 옆 시설지구에는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많다. 그중에 전원가든(061-754-5510)이 많이 알려져 있다. 소설 태백산맥의 중심지 벌교를 비롯한 낙안읍성 주암호 등이 있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1년만에 국보법 무혐의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 인터뷰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1년만에 국보법 무혐의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 인터뷰

    1930년 프랑스의 앙드레 모루아가 대하소설(大河小說,roman-fleuve)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대하’의 흐름처럼 계속된다는 뜻이다. 유럽에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하지만 세계 문학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 한국에 있다.1질도 힘들다는 대하소설을 무려 3질이나 썼다.‘태백산맥’(10권)에서 시작돼 ‘아리랑’(12권)을 부르며 ‘한강’(10권)에 이르렀다. 등장인물만 하더라도 1200명이다. 실타래처럼 풀어놓은 삶의 희로애락, 켜켜이 쌓여진 원고지 높이가 7m30㎝에 이른다. 과연 몇명이나 읽었을까. 팔린 부수로 계산해보자. 태백산맥 600만부, 아리랑 350만부, 한강 200만부, 합치면 1150만부에 달한다. 태백산맥의 경우 인세수입은 30억원이며 아직도 대학도서관 대출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기록깨기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1질도 힘든 대하소설 3질이나 집필 최근에는 태백산맥을 원고지에 베껴쓰는 독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번역돼 세계로 무대를 넓혀간다. 사람들은 작가를 가리켜 ‘접신(接神)’이라고도 한다. 조정래(63)씨. 빨치산과 분단문학가로 대표된다. 서울 서초동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났다. 태백산맥으로 11년만에 굴레를 벗었다. 그래서일까. 꽃이 만발한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같은 느낌이 풍겨왔다. 인사말이 오고갔다. 먼저 태백산맥의 보안법 무혐의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그는 “검찰의 용단에 감사한다. 목에 감겨 있던 쇠사슬이 풀린 기분이다. 빼앗긴 창작의 자유를 되찾아 홀가분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그동안 동료작가들의 심리적 위축이 많았다. 이제는 후배작가들이 추구하려는 분단문학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은)검찰의 성숙된 변화이며 진정한 통일의 길을 한가닥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빼앗긴 창작의 자유 되찾아 홀가분” 누가 가장 반가워했느냐는 물음에 주저없이 “온갖 고초를 함께 겪어온 아내”라면서 “(아내는)‘여보, 당신 이젠 자유야.’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대답했다. 순간 11년의 굴레가 생각났는지 잠시 창밖을 응시한다. 회한이 교차했을 법하다. 그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는 듯했으나 금방 웃음으로 바꾼다. 차 한잔을 마신다. 순천 벌교에 들어설 ‘태백산맥문학관’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했다.“문학관사업은 원래 9년전 구체적으로 진행되다가 자유총연맹과 공안당국의 방해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다시 구체화됐다.”면서 “최근 착공됐으며 내년 5월에 개관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설계는 건축가 김원씨가 맡았다. 김씨와는 지난해 6월 사단법인 남북어린이어깨동무에서 주관한 평양어린이병원 개원과 관련해 방북 때 동행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문학관에는 육필원고와 태백산맥의 사건 일지, 협박편지, 방송녹화자료 등 고통의 흔적들도 전시할 예정이다. 특히 2편의 유서도 선보인다. 조씨는 태백산맥으로 늘 미행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까닭에, 어느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끝에 94년 2월과 97년에 유서를 썼다. “태백산맥 2회분을 쓰고나서 공안당국의 협박에 시달렸죠. 하루는 아내한테 ‘아이 데리고 견딜 수 있겠느냐.’고 했지요. 그랬더니 아내는 ‘작가가 두려워서 글을 못쓰면 작가도 아니다.’고 했어요. 아울러 ‘어차피 작가의 영욕(榮辱)은 반반’이라고 하더군요. 제겐 큰 위로가 됐습니다.” 조씨 부인은 시인 김초혜씨다. 둘은 문단에서 소문난 캠퍼스 커플이다. 조씨와 함께 동국대 2학년때 문학서클 ‘용운문학회’ 멤버로 만나 결혼했다. 둘은 문학적 논쟁 외에는 부부싸움 한번 안할 정도로 40년동안 잉꼬부부로 살아오고 있다. ●하루평균 원고지 30매는 반드시 메워 대하소설을 3질이나 쓴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즉각 “험난하고 처절한 역사가 힘이 됐다. 분단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작가의 책무요, 알면서 안쓰면 비겁한 것이고 기피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작가적 사명감으로, 자신과 외롭게 싸우면서 수없이 구슬을 뀄다. 또한 부친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부친은 일제 때 한용운 선생의 청년승려 비밀조직인 ‘만당’(卍黨)에 참여해 불교개혁과 일제에 항거했다. 조씨는 “선친의 문학비가 낙산사와 고흥에 세워져 있으며 유품 몇점이 아리랑문학관에 전시돼 있다.”면서 “(자신이)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맑은 풍경소리와 목탁소리가 곧 태교음악이었다.”고 회고한다. 불교소재의 글을 쓸 때에는 (원고지)파지 하나 없이 생득(生得)적 일사천리로 쓰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원고지로 글쓰기를 고집한다. 컴퓨터나 핸드폰 같은 것을 싫어한다. 기계에 얽매이는 것이 싫단다.‘글발’을 받을 때에는 하루 150매까지 쓴다. 하루평균 30매는 꼭 쓴다. 이 대목에 이르자 “혹자들은 ‘돈을 많이 번 작가’라고 하지만 ‘글감옥’에 갇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설 집필때마다 수차례 병원신세 예를 하나 든다. 어느 대학에서 작가 지망생들을 상대로 강의했을 때였다. 처음에는 조씨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던 학생들이 ‘조정래의 삶’(TV녹화자료)을 감상한 뒤에는 다들 “생각을 바꾸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작가론이 이어진다.“농부의 호미가 녹슬 겨를이 없듯이 작가 또한 열심히 밭고랑을 일구는, 인생을 끊임없이 경작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유했다. 이러는 동안 그는 세가지 병마와 싸웠다고 고백했다. 태백산맥을 집필할 때에는 위궤양으로 고생했다. 또 아리랑을 쓸 땐 오른팔 마비, 한강 땐 탈장 등으로 수차례 병원신세를 졌다. “피가 증발해버리고 하얗게 표백되는 현상이 거듭되고, 침대에 누우면 온몸이 조각난 것처럼 혼미해지고 ‘이대로 죽을 수도 있구나.’하며 잠에 빠지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창밖을 응시한다. 목소리가 낮아진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태백산맥’을 쓰기 시작했어요.‘한강’을 끝내고 나니 어른이 되어 장가를 가겠다고 하더군요.‘글감옥’에 갇혀 지내느라 아들과 대화도 못해 어찌나 미안한지…, 글을 쓸 때에는 아내도 아들도 접근을 못하거든요.” 그래서 손자들한테는 무척 다정다감한 할아버지로 대해준다고 했다. 주말마다 손자의 손을 잡고 나들이하며 더할 수 없는 행복에 빠져든다.“초록빛 잔디밭에서 하늘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만끽한다.”며 어린 아이처럼 활짝 웃는다. 특히 요즘에는 6살된 첫째 손자가 “할아버지, 저도 태백산맥을 쓸게요.”하는 재롱에 몇번이고 감동을 받는다. 조씨의 아들 도현(34)씨와 며느리 이민경(31)씨가 최근 4년5개월만에 ‘태백산맥’을 베껴쓰는 일을 끝마쳤다. 손자가 그런 모습을 지켜봤던 것이다. 조씨는 향후 10년 계획을 밝히면서 동화 2편을 반드시 쓰겠다고 강조했다. 손자와 지내다보면 동화쓰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했다. 톨스토이도 말년에 동화를 썼다고 덧붙인다. 아울러 장편 3권과 역사속의 인물 10명을 택해 전기를 쓰는 것도 이미 기획돼 있다고 했다.“글이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할 수 있는 예술의 한 장르”라면서 한번밖에 없는 생애에 언어의 여력을 계속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1943년 전라남도 승주군 선암사에서 4남4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주로 순천과 벌교에서 지내면서 여수·순천사건과 6·25전쟁을 겪었다. 이 경험은 훗날 중요한 문학적 토양으로 작용한다.1970년 ‘현대문학’에 ‘누명(陋名)’과 ‘선생님 기행’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월간문학’ 편집장,‘소설문예’ 발행인으로 활동했다.78년에는 도서출판 민예사를 설립했으며 ‘한국문학’ 주간을 지냈다. 이후 83년부터 ‘대하’에서 ‘소설’이란 배를 홀로 타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반야심경을 자주 외며 내공의 힘을 쌓지요. 또 건강을 위해 집(경기 분당) 주변 율동공원을 매일 한시간씩 산책합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3년 전남 벌교 출생 ▲62년 서울 보성고등학교 졸업 ▲66년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70년 현대문학 ‘누명’으로 데뷔 ▲73년 월간문학 편집장 ▲75년 소설문예 발행인 ▲77년 민예사 대표 ▲83년 태백산맥 집필 ▲86년 태백산맥 전10권 발간 ▲94년 아리랑 전12권 발간 ▲2001년 한강 전10권 발간 ▲이밖에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2003년), 조정래 문학전집 전9권,‘시간의 그늘’ 등 문학지에 소설 50여편 발표. ■ 상훈 제27회 현대문학상(유형의 땅), 대한민국문학상(인간의 문), 단재문학상(태백산맥), 노신문학상(아리랑). 제7회 만해대상 등
  • [종교플러스] 선암사 부속유물등 7건 보물 지정

    문화재청은 최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암사 석마모니괘불탱 및 부속유물 일괄(보물 제1419호)과 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청자 및 백자류 등 7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또 해외로 반출됐다가 환수된 ‘수월관음도’ 등 2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와 함께 경북 경주시 인왕동 및 교동 일원에 있는 ‘경주 일정교지·월정교지’를 사적 제457호로 지정하는 한편,‘밀양 고법리 박익 벽화묘’를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
  • [자문위원 칼럼] ‘화장실 정상회담’서 배워라/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서울신문은 지난 11일자 주말매거진 We의 ‘세상에 이런 일이’란 코너에서 미국, 일본 등 19개국 대표단이 베이징에서 각국의 화장실 문화와 관리방법에 대해 정상회의를 연다고 보도했다. 필자는 일주일전쯤 미국 마이애미헤럴드지에서 흥미로운 ‘화장실 정상회의(www.worldtoilet.org)’에 대한 풍자칼럼을 읽었다. 그러고 나서 국내신문 가운데 어느 곳에서 가장 먼저 이 ‘재미있는 이벤트’를 다루는지 살폈다. 수도권 10대 일간지 중에는 서울신문이 유일하게 이 기사를 보도했으며, 그런 점에서 뉴스선택의 안목을 높이 평가한다. 화장실 하면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하나쯤 있을 법하다. 필자에겐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이 떠오르곤 한다.IMF 경제체제 속에서 대학의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분이 바로 김 총장이었다. 그가 취임 후 벌인 최초의 사업이 바로 화장실을 개조하는 일이었다. 수리가 어렵거나 관리가 되지 않는 화장실은 모두 없애고 새로운 모습의 화장실을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화장실 개조에서 시작된 고려대의 모습은 그 후 몰라보게 달라졌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의 근대화과정에서 사회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람으로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는다.1970년대 중학교를 다니던 우리는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사회변화의 중요성을 은연중에 배웠다. 종례시간에 국민교육헌장을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여지없이 ‘냄새나고 지저분한’ 화장실을 청소해야만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토의 맥인 경부고속도로를 내고 초가집을 개량한옥으로 바꾸어 나갔다. 하지만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꾸는 데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만큼 화장실 문화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박 전 대통령은 근대화 운동을 지붕을 바꾸는 데서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국민의식을 개혁하려고 했다. 세계 화장실 정상회담이 왜 베이징에서 열릴까.13억 중국인들의 절대다수가 지금 한국의 1960∼70년대와 같은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한다. 우리가 오래 전에 개량지붕이 절실했듯이, 중국은 지금 그만큼 수세식 화장실이 필요하다.“화장실 개조는 중국인의 삶의 변화요, 의식의 변화”라는 어느 중국 전문가의 말이 새롭게 들린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그 많은 회담을 두고 굳이 ‘화장실 정상회담’을 유치한 데는 숨은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리더들은 사고방식의 변화 없이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없고, 발상의 전환 없이 사회개혁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은 아닐까. 한국의 집권 여당도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4대 개혁입법’에 매달려 시간만 소비할 게 아니다. 차라리 이 기회에 화장실 정상회담에 참석해 사회개선에 필요한 교훈을 배워 오는 게 어떨까. 거기서도 노하우를 얻지 못한다면, 전남 순천 옆에 있는 조계산 선암사의 해우소를 찾아가 보기를 권하고 싶다. 정호승의 시에서처럼,“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그리고 그 곳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왜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사회개혁이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실컷 울어보기 바란다. 그러다 보면 카타르시스가 생겨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물론 삶의 질을 높인다고 경치가 좋고 국내에서 가장 통풍이 잘된다는 선암사 해우소까지 없애려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 개혁에도 순서가 있다. 민감한 사회이슈를 유연하게 다루어 중산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여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낙엽길따라 - 선암사 · 남이섬 · 상림

    낙엽길따라 - 선암사 · 남이섬 · 상림

    지는 가을을 만나러 길을 나섰습니다. 가을색 짙은 목소리가 매력 만점인 가수 최헌의 노래가사처럼 그리움이 눈처럼 쌓이는 곳으로 말입니다. 어디 그리움뿐이겠습니까. 그 곳에선 정말 새털처럼 가벼운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이 바싹 마른 이파리가 되어 팔랑팔랑 굴러다녔습니다. 삶의 무게가 버거운 양 애처롭게 처진 중년 남성의 서러움도, 야윈 늦가을 햇살을 쪼이는 노인의 쓸쓸함도 하나 둘 내려앉고 있었구요. 그래도 눈처럼 쏟아져 날리는 이파리들은 팍팍한 일상을 사느라 헛헛해진 가슴속을 푸근히 채워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소담스럽게 쌓인 샛노란 은행잎을 하늘 높이 뿌리며 동화를 꿈꾸고 있었지요. 호젓한 선암사 오솔길과 함양 상림, 그리고 춘천 남이섬. 지는 가을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세 곳으로 안내합니다. 글 사진 선암사·남이섬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선암사 11월 늦은 오후에 찾은 선암사엔 반쯤 진 가을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1500년 연륜의 고즈넉한 사찰 뒤로 얼기설기 난 오솔길은 아직 단풍 반 낙엽 반. 바람이 불 때마다 쏟아져 내리는 낙엽에 ‘어머 어머!’하고 여자들의 탄성이 터진다. 역시 남자보다는 여자의 감수성이 예민한가 보다. 선암사 뒤 낙엽 산책길은 대략 네 갈래다. 선암사∼운수암, 삼인당∼대승암, 매표소∼삼인당 그리고 선암사∼송광사 코스 등. 각각 독특한 운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삼인당∼대승암 길로 가보자. 인공연못인 삼인당 갈림길에서 왼쪽의 대승암·송광사 길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삼인당(三印塘)은 길쭉한 알 모양의 인공연못이다. 신라 경문왕때 도선국사가 축조했다고 전해진다. 알속의 노른자처럼 연못 안에 작은 섬을 두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삼인당 주위의 붉게 물든 단풍, 그리고 낙엽이 수면을 덮은 풍광이 제법 화사하다. 부도탑을 지나 왼쪽으로 난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옹달샘과 함께 낙엽길로 들어선다. 여기서 직진하면 대승암, 오른쪽의 큰 길을 따라가면 송광사로 넘어가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대승암으로 이어지는 낙엽 오솔길은 약간의 오르막이다. 길 왼쪽으로 하늘 높이 솟은 삼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들리는 것은 사각사각 밟히는 낙엽소리뿐. 암자까지 외길인지라 등산객을 만나기 어려워 더욱 호젓하다. 선암사∼운수암길은 선암사 오른쪽으로 나 있다. 강선루를 막 지나면 나오는 첫번째 부도탑에서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된다. 이미 황갈색 낙엽이 길을 뒤덮고 있다. 5분쯤 비탈길을 올라가니 운수암에 닿는다. 새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암자. 암자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만추의 절정을 보여준다. 양지쪽이어선지 맞은편 산등성이는 아직 오색단풍이 한창이다. 암자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마치 불타는 단풍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다. 매표소∼삼인당 길은 선암사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곳으로 가장 널찍하다. 왼쪽 아래는 맑고 투명한 계곡. 조계산을 붉게 물들였던 가을이 계곡물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발걸음은 승선교 앞에서 자연스럽게 멈춘다. 승선교는 선암사에서도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곳. 자연석을 이용해 만든 무지개 모양의 다리다. 다리 일부에 균열이 생겨 지난 1년여간의 해체 보수를 거쳐 최근 제모습을 찾았다. 승선교(昇仙橋)는 글자 그대로 신선이 하늘로 오를 때 발을 디딘다는 다리. 반대로 승선교 앞에 버티고 서 있는 2층 높이의 강선루(降仙樓)는 신선이 내려온 누각이라고 한다. 승선교 아래엔 항상 사진작가들이 다리 아래서 올려다보이는 선암사 풍광을 잡기 위해 진을 치고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조계산 능선을 넘어 송광사까지 가는 낙엽 트레킹에 도전해 보자. 선암사∼선암굴목재∼송광굴목재∼송광사 등의 순으로 대략 8.5㎞쯤 된다. 단풍과 낙엽의 운치를 즐기며 천천히 걸으면 3시간 정도 걸린다. 자동차를 가져왔다면 길을 되짚어 오거나 송광사에서 택시를 타고 선암사 주차장까지 와야 한다. 왕복 트레킹에 5시간은 족히 걸린다. 호남고속도로 승주IC에서 빠져 22번 국도와 857번 지방도를 차례로 탄 뒤 선암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나들목에서 차로 10분 정도면 선암사 주차장에 닿는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순천역에서 내려 1번 또는 100번 시내버스를 타면 선암사까지 갈 수 있다. 선암사 아래 길상식당(061-754-5599)의 한정식이 깔끔하고 맛도 괜찮다.3인 기준 1인 1만 2000원. 장원식당(754-6362)의 산채비빔밥도 유명하다.5000원. 주변에 새조계산장(751-9200), 산암장여관(754-5666) 등 여관이 많다. ■남이섬 이번이 세 번째다.20년 전 대학시절 여름 MT 왔던 게 첫번째, 지난 여름 확 달라졌다는 남이섬을 확인하러 온 게 두 번째다. 처음 왔을 때는 인공숲이 빈약해 그저 널찍한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던 생각밖에 안 난다. 지난 여름에 와선 거대한 숲의 섬으로 변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남이섬의 진수는 이번 세번째 나들이에서 본 것 같다. 단풍이 반쯤 진 남이섬. 연인들이 걷는 오솔길이든 아이들이 뛰노는 잔디밭이든 땅바닥은 그야말로 오색 도화지다. 나무를 떠난 이파리가 이토록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다. 11월의 오후. 짧아진 가을햇살에 고목이 긴 그림자를 벗한다. 사각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는 듯한 노부부, 날아갈 것처럼 숲길을 누비는 10대,20대 커플, 자전거를 타고 바람같이 내달으며 쌓인 낙엽을 날리는 아이들. 남이섬은 신기하게도 이처럼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품는다. 반달 모양의 남이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400여m의 잣나무 길. 늘푸른 잣나무는 녹슨 꼬마열차 궤도를 벗한 채 아직도 여름을 꿈꾼다. 잣나무 길 양쪽으로 널찍한 잔디밭이 이어지고, 그 너머엔 갖가지 단풍나무들이 오색찬란한 가을빛을 내뿜는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길은 잣나무 길과 연결되는 십자로의 오른쪽에 있다. 황갈색 옷으로 갈아입은 메타세쿼이아 터널 너머로 햇빛에 반사된 강물이 하얗게 넘실댄다.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은행나무와 잣나무길엔 ‘연인들의 산책로’란 이름이 붙었다.80년대 중반 젊은이들의 눈물샘을 꽤나 자극했던 영화 ‘겨울나그네’가 촬영된 곳. 추풍낙엽이라고 했던가. 느낄듯 말 듯한 가벼운 바람도 버티지 못하고 은행잎이 쏟아져 내린다. 햇살을 받으며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낙엽비.2인용 자전거를 타고 샛노란 비를 맞는 연인들의 연가가 아름답다. 섬 동쪽으로 이어지는 강변 산책로엔 튤립나무와 자작나무숲이 이국적 자태를 뽐낸다. 숲 사이로 자리잡은 삼각형 모양의 방갈로 지붕위로 단풍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간간이 놓인 나무벤치는 어김없이 연인들의 차 지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오솔길은 남이섬에서 가장 운치 있는 곳. 은행잎은 벌써 7할쯤, 단풍잎은 반쯤 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번쯤은 멈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숲속은 동물들의 세상이다. 아이들의 뜀박질에 화들짝 놀란 청설모들이 잽싸게 기어올라간다. 잿빛 토끼 한 마리는 멀찌감치서 잔뜩 긴장한 자세로 사람들을 주시한다. 국도 46번 경춘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청평읍, 가평을 거쳐 경춘주유소 4거리에서 우회전해 2.4㎞ 정도 들어가면 남이섬 선착장이 나온다. 주차료는 4000원, 도선·입장료를 합해 왕복 5000원(어린이 2500원). 드라마카페 ‘戀家之家(연가지가)’의 ‘옛날 벤또 도시락’은 남녀노소, 특히 연인들이 좋아하는 메뉴. 양철 사각 도시락통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김치와 계란 프라이를 얹어 뚜껑을 덮은 뒤 연탄난로 위에서 데워 먹는다. 먹기 전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 도시락을 들어 사정없이 흔드는 게 ‘요리’의 포인트.4000원. 문의 남이섬 관리사무소 서비스센터(031-582-5118). ■상림 경남 함양 상림(上林)은 ‘낙엽의 천국’이다. 산도 아닌 벌판 한 가운데를 크고 작은 활엽수들이 가득 덮고 있는 곳. 여름이면 하늘을 가려 한 줌 햇살도 허용치 않을 만큼 무성했던 이파리들이 지금은 반쯤 졌다. 숲 가운데의 큰 길은 물론 사이사이 난 오솔길은 온통 낙엽 천지. 길이 아닌 숲속으로 들어가니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더미가 부스럭거리며 낯선 손님을 경계한다. 상림은 1100여년 전 조성된 인공활엽수림이다. 통일신라 말 진성여왕 때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함양의 옛이름) 태수 부임후 조성했다고 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던 위천(渭川) 범람을 막기 위한 호안림(護岸林)이다. 당시 심은 나무들이야 늙어 죽었지만 그들이 뿌린 씨앗은 대를 이어 1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귀중한 활엽수림으로 남았다. 상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활엽수림이다. 당시엔 상림과 하림을 합쳐 6만여평이었으나, 지금은 길이 1.4㎞, 폭 200m,2만 7000여평만 남아 있다. 상림엔 수십년에서 수백년 수령의 110여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란다. 졸참나무, 느티나무, 팥배나무, 사람주나무, 감나무 등이 주요 수종.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고 굵기도 제각각이어서 통일신라 때 조성됐던 숲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낙엽색깔도 조금씩 다르다. 참나무 계통은 떨어질 때부터 갈색이지만, 느티나무나 감나무 이파리는 떨어진 뒤에도 마르기 전까지는 붉거나 노란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소풍을 나왔나보다. 어른들에겐 사색의 대상인 낙엽도 아이들에겐 그저 놀이의 수단일 뿐. 두 손 가득 낙엽을 집어 뿌려대는 아이들 표정에 천진함이 넘친다. 상림엔 숲을 가로지르는 실개울과 군데군데 세워진 함화루, 초선정, 화수정 등 정자들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숲 한편엔 최치원 신도비와 척화비 등 함양에서 선정을 베푼 위정관들을 기리는 비석들을 모아놓았다. 또 최치원을 비롯해 연암 박지원, 김종직 등 함양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던 대학자 11명의 흉상을 세워놓은 인물공원이 조성돼 있다.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88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함양IC 표지판이 보이면 빠져나와 우회전해 5분쯤 가면 함양읍이다. 가던 길로 직진해 읍내를 지나가면 위천이 나온다. 위천을 건너기 전 우회전해 천변 도로를 5분쯤 달리면 상림과 만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함양까지 고속버스가 5회 출발한다. 함양읍에서 택시를 타면 상림까지 기본요금에 간다. 상림 주변 및 함양읍내에 별궁장여관(055-963-9241∼3), 상림장여관(055-963-1170) 등 여관이 많다. 상림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거창 방면으로 가다 보면 안의면사무소 소재지가 나온다. 안의고추갈비찜으로 유명한 곳. 매콤달콤하면서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옛날할머니 갈비식당’(055-962-0163) 등 갈비찜을 내는 식당이 도로변에 늘어서 있다.1접시 2만 5000원(2인)∼3만 5000원(3인).
  • 순천만의 가을 나들이

    순천만의 가을 나들이

    땅거미가 질 무렵, 낯선 마을에 들어서도 밥짓는 향기가 가득한 마을은 따스해 보인다. 거기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먹던 음식, 내 어머니의 솜씨보다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이 지천에 널려 있지만, 그래도 음식맛이라면 ‘남도’를 으뜸으로 치게 된다. 남도 중에서도 순천은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은 곳이다. 특히 이맘때 순천은 짱뚱어가 맛있는 철이다. 겨울잠을 자러 갯벌로 들어가기 전의 짱뚱어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이다. 가을에 떠나는 남도 별미여행, 일단 속을 헛헛하게 비웠다. 맛있는 음식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라 자꾸 입에 가득 침이 고였다. ●순천만의 가을 나들이 아무리 짱뚱어가 손짓해도 해지는 순천만을 놓칠 수는 없는 일. 일단 대대포구로 갔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배를 타고 나간 순천만은 아름다웠다. 아니 황홀했다. 썰물에 드러난 광활한 바다의 속살, 갯벌과 강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곡선의 수로, 군데군데 동그랗게 자리잡고 있는 갈대와 보랏빛의 칠면초, 다가가면 푸다닥 하얀 날개를 펼치며 춤을 추는 이름모를 철새들의 군무,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빠알간 저녁놀까지 누구나 10대의 문학소년·소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왼쪽의 여수반도와 오른쪽의 고흥반도에 둘러싸여 드넓은 순수한 갯벌인 순천만에서 해안까지 펼쳐진 갈대군락이 무려 5.4㎞. 유기물이 풍부한 탓에 조개, 갯지렁이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갯벌은 철새들의 터전이다. 수로주변에 있던 갈대밭에서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갯벌에서 자리잡아 갈대군락이 이뤄졌다는데 이상하게도 갈대밭이 동그랗게 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원형의 갈대밭은 마치 세포증식을 하듯 합쳐져 타원형에서 더 큰 원형으로 커져가고 있다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혼자 앉아 바다와 파도와 갈대와 철새들과 친구하며 앉아 있고 싶은 곳이다. 가는 길 :서순천IC에서 국도 2호선을 타고 순천시내와 청암대학교 앞 삼거리를 지나 사거리에서 좌회전,818번 지방도를 타면 순천만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대대포구는 이정표가 없어 지나치기 쉬우므로 대대마을에서 길을 반드시 확인할 것. 대대포구에는 순천만을 돌아보는 유람선이 운행중이다. 보통 6명 기준으로 3만원을 받는다. 대대포구에서 순천만을 따라 해안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30분이 소요된다. 대대포구 어촌계장(019-605-0511)에게 연락하면 된다. 바닷가에서 두어 시간 놀다 보니 배가 출출해져서 그만 짱뚱어를 맛보러 일어섰다. 짱뚱어 요리를 잘 한다는 해돋이 가든(061-742-8745)으로 갔다. 순천만이 내려다보이는 경치도 좋지만 친척들이 직접 잡아오는 짱뚱어를 쓰기 때문에 맛과 신선도가 최고다. 짱뚱어는 요즘 가격이 많이 올라 보통 마리당 2000원선이라고 한다. 구이는 잘 달군 프라이팬에 짱뚱어 애(내장)를 복아 기름을 만들어 굵은 소금과 함께 짱뚱어를 굽는다. 고소한 맛이 별미. 짱뚱어전골 또한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음식. 호박과 시래기 등 갖은 야채를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한 후 살아있는 짱뚱어를 넣고 끓인 전골은 구수하다. 소화가 잘 되고 영양가도 풍부한다. 보통 4인 가족 기준으로 3만 5000원. ●낙안읍성의 음식축제 마침 제11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리고 있는 낙안읍성으로 가봤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음식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낙안읍성 안에 설치된 천막에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장식된 음식들이 즐비하다. 연포탕, 생각촉김치, 붕장어회, 미역수제비, 돔배젓…. 듣도 보도 못한 남도의 음식들이 즐비하다. 또한 스님들의 발우에 정갈한 나물과 떡 등 선암사 사찰음식도 눈길을 끈다.‘눈’으로만 먹어도 배가 부르지만 ‘입’으로 먹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난전에 자리를 잡고 이것저것을 사다 먹어봤다. 저절로 ‘역시 맛은 남도야!’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러나 여기서 배를 채웠다가는 낙안 팔진미를 먹지 못할 것 같아 서둘러 길을 나섰다. 낙안읍성은 전시를 위한 민속마을이 아닌 사람들이 그곳에서 먹고 자고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살아있는 민속마을이다. 짚으로 엮어 만든 초가집 사이로 빨간 감이 열린 돌담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해질녘이면 초가지붕 옆 굴뚝에서 모락모락 저녁을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울타리에 호박꽃, 지붕 위에 주렁주렁 커다란 박이 열리는 곳. 어린시절 골목에서 친구들과 어둠이 짙게 깔릴 때까지 숨바꼭질을 하던 추억을 깨워주는 고향마을 같은 곳이다. 낙안읍성의 초가에서 하룻밤 묵으면 밤에는 온갖 풀벌레소리에, 새벽에는 성 안팎에서 주고받는 수탉 울음소리에 잠을 설치게 된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좋고 상쾌하다. 해뜰 무렵 높이 약 4m, 둘레 1.4㎞의 성벽을 산책하는 것도 운치있다. 성벽을 한바퀴 돌아보면 초가지붕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낙안읍성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황금빛 논과 주렁주렁 빨갛게 익은 감과 어우러진 가을아침 풍경이 넉넉함을 준다. ●남도음식문화축제 오는 25일까지 열리는‘제11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는 남도 22개 시·군에서 우리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든 700여종의 음식과 송광사, 선암사 등 사찰음식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한솥밥나눔행사, 떡만들기, 홍탁 삼합 체험 등 다양한 참여 이벤트와 줄타기 공연, 짚물공예, 야외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곁들인다. 낙안읍성에 가면 주막 평상에 앉아 낙안 팔진미를 먹어 봐야 한다. 낙안팔미는 더덕무침과 조기, 표고버섯 무침, 녹두부침개, 도토리묵, 꼬막, 돼지고기, 게장 등 갖은 반찬에 남도의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반찬이 바뀐다.1인분 1만원. 동동주는 5000원. 찾아가는 길은 호남고속도로 종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송광사나들목에서 빠져나와 27번 국도를 타고 약 10㎞ 가면 된다.낙안온천(061-753-0035)이 차로 5분 거리에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도 좋다. 유황과 게르마늄이 많이 함유된 국내 최고의 온천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5000원. ●조계산과 보리밥 전라남도 순천 조계산 산중에 정말 맛있는 보리밥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확인을 하기 위해 찾아갔다. 조계산(884m)은 남동쪽에 태고종 고찰 선암사, 북서쪽에 조계종 송광사를 품고 있는 명산이다. 조계산 굴목이재는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길로 해발 600고지에 문제(?)의 보리밥집이 있다고 한다. 선암사로 해서 보리밥집을 들러 점심을 먹고 송광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선암사 매표소를 지나 선암사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무지개모양의 다리가 나온다.‘야 멋지다’하는 생각에 다가가서 보니 보물 400호 승선교였다. 최근 보수공사를 끝내고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일주문 앞에는 불교의 심오한 정신을 담고 있는 조그마한 연못인 삼인당. 천년고찰을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선암사로 들어섰다. 삼층석탑, 푸른 하늘이 처마 끝에 걸려 있는 대웅전, 야생차밭 등 볼거리가 많다. 꼭 들러야 할 곳이 ‘해우소’다. 정호승 시인이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解憂所)로 가서 실컷 울어라’라고 노래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고 아름다워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이 해우소는 몸 속의 오물뿐 아니라 세속의 욕심과 번뇌까지 버리고 돌아가라고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듯하다. 보리밥을 먹기 위해 가야 하는 굴목이재 산행은 6.7㎞, 보통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선암사 들머리에서 ‘송광사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섰다.15분여를 걷자 길 왼쪽에 쭉쭉 뻗은 편백나무 휴양림이 이국적 정취를 자아낸다. 온갖 나무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냄새를 맡으며 가파른 경사길을 올랐다. 오래간만에 흙을 밟으며 걷고 또 걸었다. 이마에 땀방울이 흐른다. 계곡가에 앉아 땀을 식히고 물도 한 모금 마시고 쉬엄쉬엄 올랐다. 배바위 정상까지가 약 1.5㎞인데 1시간이 더 걸렸다. 보리밥 먹으려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배바위에서 내리막길로 15분쯤 가면 조계산 명물인 조계산보리밥집(061-754-3756)이 보인다.1인분에 5000원. 반찬을 담은 작은 접시가 커다란 쟁반에 가득하다. 변변한 밥상도 없다. 누구나가 평상 위에 앉아 쟁반에 놓인 채로 그냥 밥을 먹는 것이 이 집의 맛이다. 돗나물, 참나물, 호박나물, 부추무침 등 갖은 나물들과 멸치젓, 구수한 시래깃국이 나온다. 참기름과 고추장이 담긴 큰 대접에 보리밥과 나물들을 넣고 썩썩 비벼서 한 입 가득 넣으면 맛이 그만이다. 이 집의 또 다른 별미인 동동주 한잔 들이켜보니 부러울 게 없다.“힘들여 올라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동주, 야채파전, 도토리묵이 각각 5000원. 보리밥집에서 송광사 갈 때는 반드시 윗길 등산로로 가야 한다. 아래쪽 큰길은 장안마을, 깨금골로 빠지는데 이정표가 없어 헷갈리기 쉽다. 여기서 송광사까지는 3.7㎞로 가득찬 배를 두드리며 천천히 내려가도 2시간이 못돼 도착한다. 계곡물소리, 잡목숲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벗삼아 걷기에 그만이다. 송광사 경내는 대숲과 편백나무 숲길이 아름답다. 법정 스님이 오래 기거하셨다는 불일암도 들러 볼 만하다. 가는길은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주암나들목(IC)에서 빠지면 송광사, 승주나들목에서 나오면 선암사다. ●순천여행 팁 순천은 시티투어버스를 무료로 운행한다. 순천역에서 오전 9시30분과 10시1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편안하게 순천의 명소를 감상할 수 있다.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061)749-3328,www.sc.go.kr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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