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선생님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주산지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통관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거실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공예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953
  • 등 돌린 가족·학교, 출산 뒤엔 생활고… “이 굴레 대물림 두려워”

    등 돌린 가족·학교, 출산 뒤엔 생활고… “이 굴레 대물림 두려워”

    편견·가난과 싸우는 청소년 부모 심층조사 그림자 가족. 복지 현장에서 청소년 부모가 꾸린 가정을 부르는 표현이다. 어린 산모(24세 이하)가 한 해 낳는 아기는 통계상으로만 1만 4600명(2018년 기준)이나 되지만 주변에선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싸늘한 사회적 시선을 피해 숨어 지내는 가족이 많아서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부모 가정을 취재하기 위해 4~5월 서울, 여수, 부산, 광주, 강릉 등 전국을 돌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와 협업해 진행한 취재에서 100개 가정을 상대로 서면 또는 대면, 전화 인터뷰 등을 병행하며 심층 조사했다. 평균 19.3세에 출산한 100개 가정엔 각기 다른 사연이 있었지만 임신과 출산, 양육 때 겪는 공통적 패턴도 확인됐다. ▲임신과 동시에 주변의 지지가 끊기면서 산모는 홀로 고립됐고 ▲출산 후엔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 심각한 생활고를 겪었으며 ▲가난과 편견의 굴레 속에 갇힌 자신의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분투했다.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어린 나이에 출산을 택한 부모들은 무책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어린 부모 스스로의 노력에 사회적 지원이 더해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청소년 부모 가정도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할 수 있다.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어린 부모들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미래로 시점을 나눠 엮었다. 주위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사례자들의 요청으로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과거 청소년 부모 대부분은 임신을 자각한 순간을 ‘악몽’으로 기억한다. 이성 간 교제 시기가 과거보다 빨라진 상황에서 성적 호기심 또는 상대방의 강압적 분위기 유도 탓에 성관계했다가 덜컥 아이가 생겼다는 사연이 많았다. 지난해 교육부 등의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중·고교생 비율은 5.7%였다. 해당 연령(13~18세)의 주민등록인구가 309만 6947명이니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7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른 임신 경험을 극소수의 이야기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조사에 응한 청소년 부모 중 41%는 ‘피임에 실패해 임신했다’고 답했다. 또, 67%는 ‘임신사실을 알았을 때 두렵고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아이를 낳아야 할까’, ‘부모나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학교는 다닐 수 있을까’ 등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의 청춘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채웠다고 했다. 태아를 품은 청소년들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었지만 주변의 지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가족마저 우군이 돼 주지 않았다. 응답자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가족들의 태도를 1(부정)부터 10(긍정) 사이로 평가해 달라’고 했더니 평균 3.61점이 나왔다. 특히 청소년 부모 중에는 위기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 많았다. 응답자의 32%는 “부모로부터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58%는 가출 경험이 있었다. 서울에서 만난 정유정(24)씨도 아버지에게 수시로 맞고 자랐다. 고등학교 졸업을 한 학기 앞둔 18살에 아들 정우(6)를 몰래 낳았을 때 부모는 정씨 모자가 지내던 모자원에 찾아와 “아이를 포기하라”며 행패를 부렸다. 하지만 유정씨는 아들을 입양 보낼 수 없었다. 지옥 같던 현실에서 탈출구를 열어 줄 존재로 보였기 때문이다. 유미숙 한국미혼모네트워크 사례관리팀장은 “청소년 부모 중에는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따뜻한 ‘진짜 가족’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나 친구도 울타리가 돼 주지 못했다. 임신 당시 33%만 학교를 다녔다고 응답했다. 학업을 중단한 이유로는 ‘출산과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자녀 양육을 위해 복학하지 못해 자퇴 처리됨’, ‘임신으로 스스로 자퇴’ 등을 꼽았다. 학교에선 어린 부모의 임신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게 되더라도 돕기보다는 자퇴를 권유하거나 퇴학 처리했다. 강원도에서 만난 강예원(25)씨는 “출산을 결심했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이 아기 아빠에게 ‘학교에서 나가라’고 했다”면서 “이후 실업계 학교로 복학해 졸업장은 땄지만 크게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친구들 사이에선 “죽은 것 아니냐”, “남자를 어떻게 만났기에 그러느냐”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이들이 출산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만든 존엄한 생명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유정씨는 “초음파 검사 때 들은 아기 심장 소리를 잊기 어려웠다”면서 “마치 ‘나 여기 살아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현재 초등학생부터 영유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자식을 키우는 응답자들이 꼽는 현재의 가장 큰 어려움은 ‘돈 문제’다.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에게도 육아 비용은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다. 수입이 적거나 고정 수입이 없는 청소년 부모들에겐 더 큰 어려움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커질수록 돈 앞에 더 좌절한다. 정민아(25)씨 부부는 딸에게 미안할 뿐이다. 올해 6살 된 아이는 “친구들처럼 태권도 학원이랑 발레 학원을 가고 싶다”고 조른다. 하지만 들어주기 어렵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남편 이지훈(24)씨의 한 달 벌이가 100만원대 후반 수준인데다 민아씨는 셋째를 임신해 일할 수 없다. 민아씨는 “아이가 유튜브를 보면서 태권도 동작을 따라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생활고 탓에 아이와 생이별한 청소년 부모도 많았다. 전남 여수에서 만난 김이은(22)씨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와 떨어져 산다. 원래 집은 인천이지만 여수 펜션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평일에는 두 살배기 아이를 친정 근처 ‘24시간 어린이집’에 맡긴다. 아이의 얼굴을 온종일 볼 수 있는 건 한 달에 한 번뿐이다. 이은씨는 “입양을 보내기 싫은 게 과도한 욕심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출산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밖으로 쫓겨난 청소년 부모들은 “그 흔한 학사 학위도 없어 구직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뒤늦게 학교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8살 딸을 혼자 키우는 홍예슬(25)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생활고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어린 부모들은 아이에게 떳떳하고 싶어서(67%) 또는 예슬씨처럼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65%) 중단된 학업을 이어 가고자 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힘든 이들은 주로 ‘취업을 위한 기술교육을 받고 싶다’(27%)고 말했다. 문제는 뒤늦게 공부하려면 또 돈이 든다는 점이다. 예슬씨는 “학교에서 국가 근로로 일하면 1시간에 8350원씩, 매달 20만~40만원 정도를 번다”면서 “기초수급 등과 합하면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손에 쥐는데, 교재 비용과 공과금, 교통비, 식비로 쓰면 저축하는 돈은 한 푼도 없다”고 토로했다. 유미숙 팀장은 “현금 지원이 어렵다면 이들의 건강권과 관련된 지원이라도 부족하지 않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부모의 책임감은 다른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층조사에 응답한 어린 부모 중 48%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양육포기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산에서 만난 김수연(17)양은 앳된 얼굴 때문에 두 살 난 딸의 언니로 오해받는다. 그럴 때마다 “제가 얘 엄마예요”라고 당당히 말한다.자신이 엄마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계기는 뜻밖에도 출산 후 감행한 가출이었다. 돈 문제로 다투는 집안 어른들의 모습에 지친 수연양은 산후조리도 못한 채 딸을 친정에 두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갓난 딸아이가 자꾸 눈에 밟혔다. 수연양은 “입양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딸이 너무 예뻐 떨어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 미래 청소년 부모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불행이 아이까지 덮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미래라도 준비하려면 다른 부모들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대학원생인 박은경(23)씨는 5년째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아들의 존재를 알리지 못했다. 미혼모에게 쏟아지는 질타를 겪을 만큼 겪었기 때문에 따가운 시선이 아들에게까지 향할 것을 생각하니 두려웠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은경씨는 “주변 사람들이 ‘이혼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는 연애하고 싶지 않다’거나 ‘사랑받지 못한 애는 티가 난다’고 얘기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면서 “내 아이에게 이런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난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미래다.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딸(3)을 키우는 이민정(21)씨는 안정적인 새 직장을 구하려고 자격증을 10여개나 땄지만 취업이 쉽지 않다. 민정씨는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면서 “지금 사는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5살 난 아들을 둔 엄마 이지혜(24)씨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을 여유가 없다”면서 “대우가 열악해도 채용해 주는 회사가 있으면 감지덕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부모 자립지원 단체인 킹메이커 배보은 대표는 “‘어린데 어떻게 부모 노릇을 할 수 있느냐’는 등 대안 없이 비난하는 것은 어린 부모들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자신들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김범룡, 45억원 빚더미 앉은 사연 “돈 빌려주다가...”

    김범룡, 45억원 빚더미 앉은 사연 “돈 빌려주다가...”

    가수 김범룡이 최근 모든 빚을 청산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1 예능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가수 김범룡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몇 년 동안 정말 어려웠다. 2010년도에 돈을 빌려주다가 내가 죄인이 되어버렸다”며 투자 실패로 인해 45억 원의 빚더미에 앉았던 사연을 말했다. 김범룡은 이어 “그동안 살던 집도 날리고, 매달 갚아야할 것을 못 갚아 쫓겨 다니기도 했다”며 “올봄에 다 해결이 됐다. 이 봄, 마음 편하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김범룡은 “마음이 편해져 그리운 사람이 떠올랐다”며 중학교 시절 만난 국사 선생님을 찾았다. 사진=KBS1 ‘TV는 사랑을 싣고’ 방송 캡처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월드피플+] 벼락스타가 된 ‘거지 철학자’ 다시 대중 앞에 나서다

    [월드피플+] 벼락스타가 된 ‘거지 철학자’ 다시 대중 앞에 나서다

    행방이 묘연했던 중국의 ‘거지 철학자’가 깔끔한 모습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26년간 거리에서 생활한 노숙자 선웨이(沈巍·52)는 지난 3월 단 한번의 온라인 방송으로 벼락 스타가 됐다. 옷깃만 스쳐도 눈살을 찌푸리던 사람들은 선웨이를 ‘유랑대사’(流浪大師)라 부르며 쫓아다녔고 손짓 하나에도 열광했다. 그가 머무는 상하이의 금융 중심지 푸둥신구(浦東新區)의 양가오난루(楊高南路) 지하철역은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관영언론은 물론 워싱턴포스트와 BBC 등 외신도 그를 주목했다. 입고 있는 옷은 언제 빨았는지 냄새가 진동을 하고, 5년 전 마지막으로 자른 머리카락은 비듬투성이였지만 그와 결혼하고 싶다는 젊은 여성들도 줄을 이었다.선웨이는 지난 3월 중국의 한 ‘왕홍’(网红, 웨이보 등 SNS에서 최소 5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스타)의 권유로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했다. 1986년 상하이 쉬후이구(徐汇区) 회계감사국 공무원으로 일했던 선웨이는 사실 중국 명문대학교 푸단대(复旦大学) 출신이다. 그는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도 폐지 판 돈을 모아 책을 사 읽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선웨이는 공자가 쓴 춘추(春秋)의 해설서 좌전(左传)과 진한 말기 전국시대 전략가들이 책략이 담긴 유향의 집필서 전국책(战国策) 등에 정통하다. 그만의 철학이 담긴 영상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선웨이는 하루아침에 새로운 ‘왕홍’으로 떠올랐다.그런 그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 4월 초. 깔끔해진 그를 목격했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선웨이는 방송을 중단한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주목을 받게 된 선웨이는 앞서 베이징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를 원숭이 취급한다는 것을 안다.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찾아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그가 유명해진 뒤 여자친구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며, 그가 쓴 붓글씨는 경매에서 약 1500만 원에 판매됐다. 언론은 그가 머물던 지하철역에 ‘지친 정신과 육체를 이끌고 잠시 자리를 비운다. 고맙다’는 쪽지만이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한 달 여 만에 선웨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와 수염을 깎고 깨끗한 옷을 입은 그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얼마간 신장(新疆) 지역을 여행하고 왔다고 밝혔다. 선웨이는 “협업을 제안한 사업가의 초대를 받고 신장을 방문했다. 사업 파트너와 친구들, 그리고 팬들의 도움으로 호텔에 머물며 목욕도 하고 머리도 깎고 깨끗한 옷도 입었다”고 설명했다. 선웨이는 한 달 간 호텔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는 호사를 누렸다. 매일 고급 세단을 타고 파티에 참석했으며, 그가 가는 곳마다 수행원들이 따랐다. 며칠간 묵었던 호텔은 그가 다녀간 뒤 상호를 ‘온라인 유명인사 호텔’로 바꾸기도 했다. 그는 펑파이뉴스(澎湃新闻)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거나 사인을 요청할 때마다 놀라곤 한다. 내가 그렇게 사랑스러운가”라고 웃어보였다. 또 갑작스러운 인기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드러냈다. 선웨이는 “내가 얻게 된 명성에 엇갈린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스타가 되어 피곤한 것도 맞지만 물질적 풍요를 얻었다는 측면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9일(현지시간) 선웨이가 공무원으로 일하던 2002년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는 습관 때문에 정신병을 의심받아 강제 병가 처리됐고 살던 아파트에서도 더럽다고 쫓겨나 노숙자 생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선웨이는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지만 집이 가난해 책을 살 돈이 없었다. 책을 읽기 위해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이제 그는 인터넷 생방송으로 번 돈을 모아 아파트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펑파이뉴스에 따르면 선웨이는 지난달 10만 위안(약 1,500만 원)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이 순간 곁에 둘 자식이 없는 것이 한스럽다고 선웨이는 말했다. 부친은 2012년 세상을 떠났고 결혼을 하지 않아 동생 2명 외에는 가족이 없는 그는 “여자에는 관심이 없지만 자식을 갖지 못한 것이 유일한 후회”라고 밝혔다. 노숙자 생활을 청산했지만 침대에는 적응하지 못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선웨이는 “거리를 떠돌 때는 잔디밭이나 다리 밑에서 잠을 잤다. 그래도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침대는 다리 밑보다 푹신하지만 몸을 이리저리 뒤척여도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이상화 ♥’ 강남, 디모스트엔터와 전속계약 [공식]

    ‘이상화 ♥’ 강남, 디모스트엔터와 전속계약 [공식]

    가수 겸 방송인 강남이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에 새롭게 둥지를 튼다. 강남은 최근 이전 소속사 진아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2011년 힙합 그룹 엠.아이.비(M.I.B)로 데뷔한 강남은 2015년 연말, 트로트계의 대부 태진아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그와 본격 인연을 맺었다. 이후 SBS ‘정글의 법칙’, MBC ‘나 혼자 산다’,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 등 각종 예능에서 두각을 보이며 이름을 알렸고, ‘사람팔자’, ‘장기자랑’ 등 태진아와 듀오로 활동하며 트로트 가수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강남의 이적 소식에 진아엔터테인먼트는 “그가 어디에서든 잘 되길 바란다. 강남은 노래뿐 아니라 예능 센스가 뛰어난 친구다.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가 그의 예능 활동 및 여러 활동에 큰 지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남이의 활동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아버지로서 강남의 가수 활동과 여러 활동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강남의 새 소속사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 김다령 대표는 ”강남이 디모스트의 새로운 식구가 되어 기쁘고 영광이다“며 ”강남은 방송계에서 대체 불가한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친구다. 앞으로 가수 활동을 비롯해 예능, 연기, MC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가 가진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새 출발 소식을 알린 강남은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알리게 되어 기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아들처럼 돌봐주시고 이끌어 주신 태진아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더 큰 효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랑스러운 아들 강남이 되겠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강남이 전속계약을 맺은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에는 방송인 이상민, 이지애, 최희, 공서영, 신아영, 나르샤, 지숙, 김효진, 김준희, 김새롬, 서유리, 황보미, 구새봄, 김경화, 배우 안내상, 우현, 홍여진, 이얼, 김광식, 조련, 신이, 황태광, 이인혜, 최정원, 김은영, 박신우, 홍준기, 김지향, 한소은, 작곡가 김건우,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칼럼니스트 곽정은, 쇼호스트 나수진, 댄스스포츠 선수 박지우, 셰프 서현명, 변호사 장천 등이 소속돼 있다. 사진=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진아름 “♥ 남궁민,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에 반해” [종합]

    진아름 “♥ 남궁민,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에 반해” [종합]

    진아름이 연인 남궁민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9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4’에서는 노주현과 정영숙, 민우혁, 윤태진, 진아름, 강남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진아름은 3년 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연인 남궁민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만나게 됐다. 오빠가 연출한 영화에 캐스팅이 됐다. 이후 연기 선생님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누가 먼저 호감을 표시했냐는 질문에는 남궁민이라고 언급하며 “남자친구가 있냐, 형제 관계는 어떻게 되냐 등 사적인 질문을 많이 하길래 그때 느꼈던 것 같다”고 답했다. MC들이 “남궁민의 어떤 모습을 보고 마음의 문을 열었냐”고 묻자, 진아름은 “솔직하고 돌직구고 순수하더라. 그래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아름은 이어 남궁민의 고백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오빠가 카톡으로 ‘나는 네가 정말 좋은데, 너 나를 한번만 믿고 만나보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런데 그 때 장난이 치고 싶더라. 그래서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고 ‘미안하지만 선후배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때 오빠는 굉장히 쿨한 척을 했다. ‘어 그래, 근데 왜 만나자고 한 거니’ 그러길래 장난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진아름은 남궁민에 대해 “악역 이미지가 강했는데 사람이 되게 순둥순둥하고 애교가 되게 많다”며 “오빠는 ‘애기야’라고 부르고, 저는 ‘허니야’라고 부른다”고 말해 달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진=KBS2 ‘해피투게더4’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열아홉 순정’처럼 변함없는 소리…‘엘리지 여왕’의 더 깊어진 울림

    ‘열아홉 순정’처럼 변함없는 소리…‘엘리지 여왕’의 더 깊어진 울림

    세종문화회관서 2시간 공연 나이 무색한 무대…박수갈채 무대 위 ‘여왕’은 건재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힘과 울림이 여든을 앞둔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무대에) 섰다”는 말은 괜한 걱정에서 보탠 것 아니었을까.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애절함과 에너지는 2시간 동안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수 이미자(78)가 지난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노래 인생 60년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순수예술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이 무대에 대중가수로는 최초로 섰던 30년 전 공연 이후 데뷔 40주년, 45주년, 50주년, 그리고 이날 60주년을 그는 이곳에서 기념했다. 반짝이는 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이미자는 첫 곡으로 30주년 기념곡 ‘노래는 나의 인생’을 부르며 60년 세월을 반추했다. 5년마다 열리는 이미자의 공연에 35년째 사회를 맡고 있는 김동건 아나운서가 이날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미자는 태어날 때 조물주에게서 ‘노래를 100년 해라. 그러면 변하지 않는 목소리를 주겠다’는 말을 듣고 약속을 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한 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것”이라며 이미자를 소개했다. 이미자는 ‘여로’, ‘아씨’, ‘울어라 열풍아’, ‘황포돛대’, ‘흑산도 아가씨’ 등 히트곡 다섯 곡을 내리 불렀다. 세월에 녹슬기는커녕 오래 담금질한 쇠처럼 단단하고 잘 익은 술처럼 깊은 맛을 내는 그의 노래에 2500여 관객의 박수갈채는 커져만 갔다. 이미자는 ‘5년 전과 변한 게 없다’는 사회자의 말에 “성량이나 가창력이 전보다 힘이 없다”고 겸손해하며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느끼신다면 다행으로 생각하겠다. 긴 세월 동안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은혜로 오늘날까지 공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500곡의 발표곡, 히트곡만 해도 400곡을 아우르는 그의 공연은 다채롭게 구성됐다. 한때는 경쟁자였지만 지금은 그리운 동료로 남은 현미, 패티김, 고 최희준의 노래를 한 곡씩 불렀다. 한국 가요사의 원류 격인 ‘황성옛터’ 등을 메들리로 부르기도 했다. ‘꽃마차’를 부를 때는 어깨춤을 곁들였다. ‘섬마을 선생님’에서는 힘차게 무대 양 끝을 오가며 객석을 향해 손짓하며 눈을 맞췄다.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흥겨운 박수를 쳤다. 바리톤 고성현과 듀엣 무대를 선보였고, 독일 출신 전통가요 가수 로미나가 ‘삼백리 한려수도’를 불러 특별함을 더했다. 이미자는 35주간 레코드 차트 1위를 했던 국민가요 ‘동백아가씨’와 60주년 기념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를 본 공연 마지막 곡으로 부른 뒤 끝내 눈물을 보였다. 사회자가 ‘관객분들이 100주년에도 오시기로 약속했다’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네자 이미자는 ‘열아홉 순정’의 소녀가 된 듯 수줍게 웃으며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이미자는 10일 서울 콘서트 사흘째 공연을 마무리한다. 이어 다음달까지 군산, 광주, 천안, 광양, 성남, 울산 등에서 차례로 팬들을 만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아름다운 세상’ 놓치지 말아야할 관계 셋 “진실 추적에 실마리”

    ‘아름다운 세상’ 놓치지 말아야할 관계 셋 “진실 추적에 실마리”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제작 MI, 엔케이물산)에는 진실 추적을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관계들이 있다. 이사장 오진표(오만석)와 수상한 기자 최지경(최덕문), 팩트폭격기 이모 강준하(이청아)와 변화하는 선생님 이진우(윤나무), 그리고 진짜 친구가 된 박수호(김환희)와 한동희(이재인). 진실 추적에 어떤 실마리를 던져줄지 궁금해지는 미묘한 세 관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오만석-최덕문, 날카로운 신경전 박선호(남다름)의 사고를 기사화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취재를 요청했던 최기자. 초반에는 선뜻 응해주지 않자 난감해하던 그는 “오진표 제대로 밟아줘야 하는데”라는 의지를 보였고, 진표 역시 최기자의 이름을 듣고 불편한 내색을 드러냈다. 가족들의 협조로 선호의 추락사고 원인이 학교폭력이라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배포된 후, 단둘이 만난 진표와 최기자 사이에는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갔다. “나한테 유감이 많은 것 같은데 사적인 감정으로 기사를 쓰면 그건 소설이지”라는 진표 앞에서 기죽지 않고 사고 당일에 대한 추측을 꺼내놓은 최기자. 선호의 추락 사고를 진표의 지시를 받은 학교보안관 신대길(김학선)이 자살로 위장했다는 것. 이에 진표는 “선호 부모도 알고 있어? 네가 사적인 감정으로 선호 부모 이용하는 거”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서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앙숙에 가까운 듯한 진표와 최기자의 관계는 진실을 파헤치는데 어떤 힌트를 던져줄까. ◆ 이청아-윤나무, 변화를 만드는 따뜻한 일침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제자들의 아픔을 미처 돌보지 못했던 진우. “아무리 담임이라도 아이들이 입을 다물면 알 수가 없습니다”라는 그에게 준하는 “괜한 핑계 찾아서 변명하지 말고 좋은 선생님 되세요. 선생님을 위해서 아이들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선생님”이라며 일침을 날렸다. 준하의 팩트 폭격은 진우에겐 뼈아픈 말들이었지만 동시에 무책임한 학교 태도에 반발하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것. 긍정적이고 씩씩한 준하와 서툴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진우. 이들의 관계가 아름다운 희망을 피워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내일(10일) 방송될 11회에서도 준하와 진우의 어색하지만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는 만남이 그려질 예정이다. 겉으로 보기엔 투박하지만 따뜻한 속내가 느껴지는 준하와 진우가 가족이기에 알 수 있고, 선생님이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진실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내게 될까. ◆ 김환희-이재인, 함께 걷는 진짜 친구 선호의 친구들이 사실은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은 수호의 마음을 보듬어준 사람은 바로 동희였다. 선호를 유일하게 진심으로 걱정해준, 그래서 선호가 ‘착한 유령’이라고 불렀던 동희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호의 진짜 친구가 돼줬다. 수호가 최기자를 만날 때나, 정다희(박지후)를 찾아갈 때 든든하게 곁을 지켰고, 수호 역시 교감(정재성)에게 혼나고도 괜찮다며 웃는 동희를 “바보”라고 놀리면서도, “다음에 또 불려 가면 그땐 확실하게 얘기해. 뭐든 하고 싶은 말 다 하라”며 용기를 북돋웠다. 가족에게 벌어진 불행을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삼는 학교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았던 수호와 그동안 유령 취급을 받으며 진정한 우정을 느끼지 못했던 동희. 나이부터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다르지만, 오빠와 친구를 생각하는 두 아이의 따뜻한 마음만큼은 결이 같았다. 어른들에게도 부족한 용감함을 가진 수호와 동희의 이야기는 앞으로 두 아이가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아름다운 세상’ 매주 금, 토요일 밤 11시 JTBC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식물 하는 사람 되고 싶어요” 자신있게 말하는 사회 되길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식물 하는 사람 되고 싶어요” 자신있게 말하는 사회 되길

    사람들은 종종 내게 언제부터 식물을 좋아했는지를 묻곤 한다. 언제부터 식물을 좋아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주말마다 아버지와 관악산을 오르고 집 앞 보라매공원을 산책하면서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추측해 볼 뿐이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아버지는 내 기억에도 없는 두어 살 즈음의 이야기를 꺼낸다. 걷지도 못하는 나를 안고 당시 살던 집 앞의 어린이대공원에 가 꽃을 보여 주면 내가 그렇게 좋아하며 웃었다는 이야기. 어쨌든 내가 식물을 좋아하게 된 건 어린 나를 식물이 있는 곳에 데려가 보여 주었던 부모님 덕분이었다. 그렇게 성장한 내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원예학과에 간다고 했을 때, 학원 선생님과 친척 등 주변 어른들은 인기 학과도 아닌 농대에 왜 가냐며 의아해했다. 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이 시대에 젊은 사람이 왜 굳이 식물을 공부하냐는 이야기였다. 그때 어른들의 말을 따라 원예학과에 진학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정말 식물을 공부하거나 농사를 짓는 일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며 식물을 가꾸는 건 나이 든 사람만이 잘할 수 있는 일인 걸까.우리가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콜라를 먹을 수 있는 건 식물을 좋아했던 열두 살 어린이 때문이란 걸 이야기하고 싶다. 바닐라는 사프란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다. 아이스크림, 빵, 과자, 심지어는 콜라와 향수, 화장품의 원료로 이용되며 마다가스카르의 경제를 뒤흔드는, 세계에서 가장 경제력 있는 허브식물 중 하나다. 흔히 바닐라와 바나나를 헷갈려 하기도 하는데, 바닐라는 난초과 바닐라속, 바나나는 파초과 무사속으로 전혀 다른 식물이다. 이들은 옅은 노란색의 꽃이 일 년에 딱 하루만 피는데 꽃이 진 다음에 그 자리에서 녹색 열매가 나고 그 열매 꼬투리가 여물기 전에 수확해 가공하면 우리가 이용하는 바닐라빈, 향료가 된다. 나는 실제로 익지 않은 바닐라빈을 본 적이 없지만 듣기로는 바닐라 열매를 수확하기 전 녹색일 때는 우리가 떠올리는 그 바닐라 향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녹색의 바닐라빈을 수확해 펴 말리고 수분을 발산하는 과정을 반복해야만 녹색의 열매가 짙은 갈색이 되면서 바닐린이라는 화합물질이 방출되고 비로소 바닐라 향이 나게 된다고. 바닐라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사람 손도 많이 가고 꽃피는 기간이 워낙에 짧기 때문에 생산이 힘들어 향료 중 유난히 비쌀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바닐라가 세계에서 사프란 다음으로 비싼 향료가 된 건 이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닐라는 열매를 맺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열매를 맺으려면 수분을 해야 하는데, 이들이 특정 곤충에 의해서만 수분하기 때문에 이 곤충이 살지 않는 지역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한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멕시코에서 처음 발견해 유럽에 가져온 바닐라는 열매를 맺거나 번식을 하지 못했다. 나중에 밝혀졌는데 바닐라의 수분 매개자인 곤충이 유럽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게 원인이었다. 식물학자들은 300년 동안 바닐라의 수분 매개자인 벌을 대신할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했지만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이렇게 까다롭게 장소를 가리던 바닐라가 현재 세계적인 향료가 될 수 있었던 건 한 소년이 인공수정법을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프리카의 한 농장에서 노예로 일하던 에드먼드라는 이름의 소년은 바닐라를 자신의 농장에서 재배하고 싶었고, 어떤 방법으로 수분을 할 수 있을까 연구하다가 대나무 가지로 바닐라 꽃잎을 뒤로 젖혀 자가수정을 방해하는 부분을 들어 올려 수분하는 방법을 찾아낸다.현재까지 세계의 모든 바닐라 재배지에서는 이 방법을 이용한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멕시코, 인도네시아에서 바닐라 재배가 가능하게 된 건 모두 소년 에드먼드 때문이다. 식물을 연구하는 건 세상에 뒤처지는 일이라든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식물을 좋아하던 열두 살 소년이 쏘아올린 작은 기술로, 우리가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부드러운 맛의 콜라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늘 식물종의 보전을 위해 식물을 좋아하고, 공부해야 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게 종 보전을 위한 거라면, 앞으로 식물을 보전할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식물에 흥미를 느끼고 마음 놓고 좋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며칠 전 어린이날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식물을 좋아해요. 커서 농사 지을 농부가, 식물을 연구하는 식물학자가 될 거예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박용우 전문의가 제안하는 다이어트법 “기습적 단식”

    박용우 전문의가 제안하는 다이어트법 “기습적 단식”

    박용우 전문의가 제안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화제다. 지난 7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서는 치과 의사 이수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용우, 성형외과 전문의 김종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웅, 피부 전문 한의사 김도균이 출연했다. 이날 MC들은 “32년차 가정의학과 박용우 선생님이 제안하는성공하는 다이어트법은?”이라고 물었다. 이에 박용우는 “내 몸을 속여라”라고 말했다. 박용우는 “일반적으로 살을 빼려면 적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 몸에서 필요한 에너지보다 적게 들어오는 상황을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지방을 아끼려고 든다. 그렇게 몸이 알게 다이어트를 하면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용우는 “평상시에 잘 먹다가 기습적으로 하루를 굶으면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긴장하지 않다가 부족한 에너지를 몸에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끌어다 쓴다. 그러다가 다음날 잘 먹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MC들이 “그렇다면 일주일에 몇 번 정도 기습적으로 굶으면 되냐”고 묻자, 박용우는 “연구 논문에는 일주일에 세 번 까지도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나머지 3일은 정말 잘 먹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에 1~2번 정도 하면 된다. 일주일에 들어온 칼로리를 따져보면 매일 적게 먹는 것과 비슷한데 살은 훨씬 잘 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우 전문의는 또 다른 다이어트법으로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꼽았다. 박용우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이란, 굵고 짧게 숨을 헐떡이면서 하는 운동을 말한다. 헬스장을 가지 않고도 할 수 있다.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다가 숨이 찰 때 3~4층 더 올라가면 된다. 숨을 헐떡이면 짧게 운동해도 운동 효과는 길게 간다. 숨을 헐떡이는 자극에 뇌는 운동 중인 것으로 착각한다. 이 효과는 길게는 18시간까지 간다”며 “이 운동을 일주일에 4~5번만 해도 운동을 계속 하는 것처럼 우리 몸은 속는다”고 설명했다. 사진=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일기 셀프 연재… 스스로 직장 선물하는 느낌”

    “일기 셀프 연재… 스스로 직장 선물하는 느낌”

    4월 한 달, 구독료 1만원을 냈더니, 각양각색의 글이 메일함으로 들어왔다. ‘이슬아’라는 발신자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기뻐요’를 ‘깊어요’로 쓰는 어린 사촌 동생의 이야기, 서평, 누군가에 대한 인터뷰, 웹툰을 보내왔고, ‘문보영’이라는 발신자는 시 또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알 수 없는, 우롱당하는 재미가 있는 글을 보내왔다.독자의 메일함으로 직접 원고를 보내는, 이른바 ‘셀프 연재’를 이어 가는 27세 동갑내기 작가 둘을 만났다. 지난해 2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학자금 대출 2500만원을 갚겠다”며 연재를 선언했던 이슬아 작가는 그렇게 써내려 간 글로 본인이 차린 독립출판 헤엄출판사에서 ‘일간 이슬아 수필집’과 그림 에세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문학동네)를 냈다. 등단 후 최단기 김수영문학상 수상에 ‘유튜브 브이로그를 하는 시인’으로 알려진 문보영 시인은 지난해 12월부터 연재를 시작해 태국살이, 동료 시인과의 교환 일기 등을 선보이고 있다. 그사이 이 작가는 대출 빚을 다 갚았고, 문 시인은 최근 첫 산문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쌤앤파커스)을 냈다. 4월분 연재를 마친 4월의 마지막 날,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나 ‘셀프 연재’와 지속 가능한 글쓰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셀프 연재,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슬아 작가(이하 이) 웹툰계에 애매하게 발을 걸치던 시기가 있었어요. ‘잇선’이라는 만화 작가 친구와 고정적이지 않은 수입에 대해서 자주 얘기했어요. 잇선씨가 작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고, 일기를 메일로 독자에게 직거래하는 서비스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아무도 안 하고 있고, 심지어 초기 자본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마침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던 시기여서, 갑자기 ‘파박’ 시작했어요. 문보영 시인(이하 문) 저는 슬아씨가 하니까….(웃음) 심심해서요. 작가들은 문예지가 무대인데, 그 무대가 낡다고 느껴졌어요. 시를 발표했을 때, 누군가 읽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거기 내는 글을 엉망으로 쓰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슬아씨가 하는 걸 보게 됐어요. 일기 쓰는 사람을 원래 좋아하는데, 일기로 돈 버는 사람은 더 좋았어요. -셀프 연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문 등단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게 글 청탁이었어요. 출판사의 연락을 받아 문예지라는 무대에 오르거나 시집을 내는 구조잖아요. 청탁을 받는 과정에서 권력이 생기는데요, 누군가한테 잘 보여 청탁을 받을 수도, 밉보여서 뺏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위협을 많이 느꼈어요. 전화 받는 게 무서워서 아예 도서관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넣고 다니기도 하고요. 셀프 연재를 하니까 그런 권력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쳐낼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 진짜 중요한 문제인거 같아요. 등단을 안 해서 이 구조를 경험하진 않았지만, 책 내는 구조는 기본적으로 똑같잖아요. 청탁을 받지 않고 고용되지 않는 날들이 너무 불안했기 때문에 스스로한테 안정적인 직장을 선물하는 느낌이에요. 20대 초반부터 카페 알바, 누드모델, 글쓰기 선생님처럼 다른 일을 많이 했는데 다른 일을 줄여서 글 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말로 돈 벌기 싫고, 싫은 지면에 글 쓰기 싫은데 내가 가장 문제의식을 느끼는 지점에 대해 허락받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점. -스스로 만든 글 감옥 속에서 힘들지 않나요. 이 CS(Customer Service)가 힘들어요. 첫 달에는 메일 발송 오류 같은 것도 많이 있고요. 입금, 수금 관련 일도 많아요. 가끔씩 사람들이 제 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때도 있어요. ‘돈을 냈는데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글이 굉장히 길게 정돈된 언어로 오면 굉장히 공을 들여서 빈틈없는 장문의 사과를 해야 해요. 욕먹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을 갖고 글을 쓰는 게 힘든 거 같아요. 문 연재를 하니까 남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은 블로그에 싸지르는 글인데, 그 글을 사람들한테 이메일로 보낼 때는 찝찝한 거예요. 파편적이고, 완성되지도 않고, 주제도 안 잡히는 글을 사람들이 재밌어 할지 모르겠고…. 그런 생각들이 저를 갇히게 하기도 해요. 그래서 최대한 SNS에 안 들어가고, 안 보고 그래요. 그래서 죄송해요. 답장도 빨리 못하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문 문예지를 시작했는데요. 스스로 마감을 만들어서 거기 넣을 시를 많이 써 두려고요. 일기랑 소설도 있고, 노래 가사도 쓸 생각이에요. 이 여름까지 연재를 지속하고, 올해 ‘서울 아트북 페어’에 낼 단행본을 제작할 거예요. 연재 끝나고 부지런히 책 작업도 하고요. 어떤 물성으로 만들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 춤·노래 배우는 ‘케이팝 아카데미’ 세계 25곳 오픈

    한국 춤·노래 배우는 ‘케이팝 아카데미’ 세계 25곳 오픈

    한국문화원 25곳이 7일부터 ‘케이팝 아카데미’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케이팝 아카데미는 해외문화홍보원이 전문 강사를 외국의 한국문화원에 파견해 현지 한류 팬들에게 최신 케이팝 춤과 노래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러시아한국문화원을 시작으로 재외 한국문화원이 8개월 동안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전체 수강생 규모는 3000명에 이른다. 수강생 수준에 따라 초급과 중급으로 나누어 노래(보컬)반과 춤(댄스)반으로 진행한다.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고 수준 강사 80여명을 파견한다. 춤 부문에는 ‘텔미‘, ’쏘핫’ 안무가 김화영 씨와 제이와이피(JYP) 안무팀장 최용준씨가 참여한다. 노래 부문에서는 ‘프로듀서 101 시즌 1’ 노래 선생님으로 유명한 김성은씨가 총괄 감독을 맡았다. 올해는 케이팝 공연과 관광명소 가상현실(VR) 체험을 비롯해 드라마를 통한 한국역사 강좌 등도 함께 진행한다. 해외문화홍보원 관계자는 “러시아, 태국, 벨기에 등 재외 한국문화원 케이팝 강좌 신청이 한 시간 만에 마감되는 등 인기가 매년 높아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특히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 가수에 관한 관심이 커져 더 이른 마감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마음의 병을 편하게 말하기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마음의 병을 편하게 말하기

    “그럼 제가 연예인병에 걸린 건가요?”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묻자. “아, 제 진단이 공황장애라면서요. 연예인병이라고 하잖아요.” 듣고 나니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다. 반복적인 심한 불안으로 지하철을 타다 내리고, 발작이 올까봐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지 못해 방문한 사람이었다. 전에는 심혈관내과에서 검사받고 이상 없으니 정신과를 가보라는 제안에 의사에게 미친 사람 취급한다고 화를 내고 다른 병원을 가보는 게 흔한 풍경이었다. 몇 년 전부터 김구라, 김장훈, 이상민 등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공황 증상을 말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분위기가 변했다. 덕분에 정신질환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어느 정도는 ‘나도 유명한 연예인들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게 살았구나’ 하며 받아들이는 마음도 갖게 된 것 같다. 십수 년 전에 만났던 다른 환자가 떠올랐다. 전직 건달이던 알코올 중독 환자가 후배를 데리고 왔다. 면담을 해 보니 전형적 공황장애였고, 불안을 조절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내가 진단을 설명하니 “선생님, 알코올 중독이라고 진단해 주세요. 건달이 쪽팔리게 겁쟁이라니”라고 화를 벌컥 내 식겁했었다. 그때만 해도 그랬다.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마음의 병을 사회적 역량의 치명적 결격 사유로 인식한 것이다. 소방관이나 경찰의 정신건강 상태를 스크리닝하는 검사를 해보면 거의 예외 없이 문제없음으로 표시한다. 하지만 내게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이 직종 종사자는 꽤 많다. 항시 위험에 노출돼 있고,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직장에서 실시하는 검사에서는 모두 문제없다고 대답한다. 우울과 불안을 고백하는 것은 무능을 인정하는 것이라 여기는 분위기 탓이다. 특히 남성들이 이런 경향이 강하고, 술로 영혼의 불안을 달래는 야매 자가치료를 하다가 만성화되고, 영혼은 황폐화돼 버리기 일쑤다. 그렇기에 마음에 병이 있다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좋은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발간된 베스트셀러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우울증을 앓는 20대 여성이 반 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주치의와 나눈 상담 내용을 엮은 것이다. 솔직한 자기 고백과 우울증을 치료받는 과정을 상세하게 다뤄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고, 이 책을 보고 진료를 받을 결심을 하게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현직 기자가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는 책으로 치료 과정을 용기 있게 공개했다. 기자란 직업도 스트레스가 많고, 견뎌 내야 하고, 힘든 것을 내색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40대 중반의 남성이 우울증 진단을 받아들이고, 직장에 그 사실을 오픈하고,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쉬쉬하며 몰래 치료받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복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동안 일을 잘 해내기 어려웠던 이유가 마음의 병 때문이라는 걸 밝히는 것이 두고두고 핸디캡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책 안에는 저자의 우울증을 알고 보인 동료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도 소개된다. 그만큼 우울증에 대한 거부감이나 문턱이 많이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미국 유명인들은 자신의 마음 병을 공개해 왔다. 배우 짐 캐리는 우울증을 앓고 꽤 오래 항우울제를 복용했다고, 브룩 실즈는 딸을 낳고 심한 산후우울증에 걸려 약물 치료를 받은 것을 공개했다. 이런 유명인의 정보 공개는 대중들이 흔히 갖는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제 마음의 병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일이라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 경쟁이 격해지고, 일상의 스트레스 수준이 올라갈수록 마음이 지쳐서 질환으로 바뀔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동시에 심한 경쟁 속에 마음의 병에 걸렸다는 것을 밝히는 것은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자인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커진다. 안타까운 딜레마다. 딜레마에 빠지지 않는 길은 모두가 ‘내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안에서 마음의 병을 오픈하고, 적극적인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할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내리사랑은 그 어떤 것이든 아름답다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내리사랑은 그 어떤 것이든 아름답다

    크고 작은 강의를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질문 세례가 두려울 때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적응을 하니 다소 ‘즉흥적인’ 상황이 생기더라도 많이 당황스럽지는 않다. 아직도 답에 대한 요령이 생기지 않는 질문은 피아노 선생님의 자격으로 받는 학생들의 진로 문제다. “정말 우리 아이가 음악에 재능이 있습니까?” “피아노로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섣부른 긍정이나 부정을 나타낼 수 없는 질문이지만, 아직 모르니 기다려 보자는 말도 답이 될 수 없다. 부모 입장은 늘 애가 타고 초조하며, 선생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 하나에 촉각을 기울인다. 만약 학생 재능이 뛰어나다면 어른들의 고민은 더욱 커진다. 음악 천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철두철미한 조기교육을 통해 탄생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태생으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바이올린 연주와 작곡 활동을 했던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체계적인 교육 방식을 지닌 훌륭한 교사였다. 어린 아들의 어마어마한 재능을 재빨리 알아차린 레오폴트는 스파르타식 영재 교육에 돌입했다. 강도 높은 훈련과 함께 그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전 유럽을 돌며 연주와 교육을 병행하고, 아들의 재능을 다양한 연주 무대에 선보임으로써 왕족과 귀족들에게 자연스런 홍보를 하는 것이었다. 모차르트 가족이 독일어권에서 벗어나 런던, 파리와 플랑드르 지역까지 누빈 연주여행은 볼프강이 7세였던 1763년 시작해 약 3년 6개월간 88개의 도시를 도는 대장정이었다. 아들에게 당대 최고의 대가들과 음악에 대해 교류하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했고, 가문의 놀라운 성과를 유럽 전역에 알리는 좋은 결과도 낳았지만, 당시의 높은 인기와 지명도는 훗날 성인이 된 볼프강이 빈에 정착하려 할 때 많은 부담과 괴리감으로 변하게 된다. 모차르트 집안과 자주 비교되는 것이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가정이다. 루트비히의 아버지 요한은 본 궁정 합창단에서 테너 가수로 활동했지만, 아버지 때부터 부업으로 이어 오던 포도주 장사 때문에 술을 많이 마셨고, 결국 알코올 중독자가 돼 직장과 건강을 잃었다. 뒤늦게 루트비히의 음악적 소양을 깨달은 요한은 아들을 ‘제2의 볼프강’으로 만들기 위해 다소 강압적인 교육을 시도한다. 어린 루트비히가 아버지에게 수시로 매를 맞으며 피아노 연습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는데, 아들은 이에 반항하기는커녕 17세가 되기 이전에 이미 소년 가장으로 집안을 먹여 살렸다. 작은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주자로 연주해 번 돈으로 술병이 난 아버지와 병약했던 어머니, 두 남동생을 돌봤다. 22세 때부터 빈으로 근거지를 옮긴 베토벤이 청력 상실이라는 엄청난 삶의 고난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던 ‘뚝심’이 초년 시절의 고생에서 얻어진 것이라 생각하면 아이로니컬하다.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쇼팽의 아버지 미코와이 쇼팽도 남다른 인물이었다. 프랑스에서 이주한 미코와이는 폴란드 여인과 결혼했는데, 프랑스인임에도 폴란드와 민족에 대한 애정이 강해 아들에게도 애국심과 민족정신을 강조했다. 또한 보이체흐 지브니, 요제프 엘스너 등 당시 폴란드 최고의 음악 선생님들과 프레데리크가 공부하게 했지만, 아들이 전문 음악가가 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미코와이의 목표는 아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든 기품 있고 교양 있는 신사, 깔끔한 매너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귀족 신분이 아님에도 고급스러운 태도와 우아함을 몸에 지녔던 쇼팽의 모습은 아버지의 교육, 아니 ‘신신당부’로 만들어졌다. 20세 이후 아들과 아버지는 떨어져 살았는데, 아버지 미코와이는 사치를 즐기는 경향이 있던 아들에게 절약과 겸손을 편지로 늘 당부했다. 쇼팽의 피아니즘 특유의 품위와 절제미, 세련된 정서 속에 아버지의 정성이 얼마나 들어 있을지 상상해 보면 재미있다. 가족의 사랑은 그것이 어떤 종류,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 김훈 문장을 솎아내는 그녀…하정우가 미팅 청하는 그녀

    김훈 문장을 솎아내는 그녀…하정우가 미팅 청하는 그녀

    김훈 작가 육필 컴퓨터로 옮기며 인연 지우개 가루 속에서 단단한 글 만들어 하정우 미팅만 20번 하는 ‘열혈 작가’ 교정지 직접 제본… 새 아이디어 추가김훈 작가의 산문집 ‘연필로 쓰기’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 하나.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저 글씨는 누가 타이핑해 컴퓨터에 옮겼을까. 지난해 11월 출간 이래 11만부가 발행된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는 정말 배우 하정우가 쓴 게 맞을까. 6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연실(35) 문학동네 편집부 국내5팀장은 이들 책 뒤에 있는 사람이다. 명함에 빼곡히 적힌 책들은 다 그가 편집한 것들이다. ‘북 디렉터’를 자처하는 그가 기획하고, 원고를 수정하고, 책과 엮인 사람과 소통한 흔적이다. 7년 차 비교적 ‘신참자’였던 이 팀장이 김훈 작가와 연을 맺은 것은 2015년 출간된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부터다. 작가의 육필 원고를 컴퓨터에 옮기는 일은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이루어진다. 오자를 낼까 무서워서, 즉시즉시 저자에게 확인하기 위함이란다. 처음에는 못 알아보는 글자가 너무 많아 ‘자꾸 물어보다 편집자가 바뀌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지금은 척 하면 척이다. “선생님이 연필로 글을 쓰시면서 문장이 더 단단해져 가는 걸 느껴요. 조사 하나 쓰는 것도 ‘헉’ 하게 될 때가 많아요. 지우개 가루 속에 계시는 걸 보면 감동적이기도 하고요.” 편집자의 역할 중 하나는 날것 그대로의 원고를 받고 고언을 하는 일. 김훈 같은 거장에게는 무슨 말을 어찌 전할까. “저자 교정지 여백에 편지를 써요. ‘이 문장은 이러이러한 연유로 없으면 더 잘 읽힐 것 같습니다’ 하는 식으로요. 처음에는 ‘안 된다’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셨더라고요. ‘빼라 빼!!’” 원고를 받으러 가느라 만나는 횟수만큼, 아니 그보다 더 김 작가는 그에게 특별한 존재다. 작가는 이 팀장 언니의 결혼식에도 소리 소문 없이 참석했다. ‘두 딸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한테 인사드리는 게 맞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머니가 학교 교육을 못 받으시고, 홀몸으로 저희를 키우셨거든요. 선생님이 늘 ‘너희 엄마는 성인이시다, 엄마 앞에서 까불지 말고 깊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하셨어요.” 어머니가 직접 농사지어 선물한 흙 묻은 풋마늘을, 손에 들고 활보하는 작가를 두고 이 팀장은 “이 세상 스웨그가 아니시다”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었다. 다음 질문. 배우 하정우는 정말 책을 직접 썼을까. 편집자 보증 ‘100%’다. “책을 내고 싶다”며 ‘작가 하정우’가 건넨 원고 뭉치에서 ‘걷는 사람’이라는 주제를 뽑아낸 사람이 이 팀장이다. 하루 3만보씩, 많게는 10만보까지도 걷는다는 이야기가 와닿았기 때문이다. 하 작가는 교정지를 직접 제본해 들고 다니며 빼곡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채워 넣는 ‘열혈 저자’다. 길게는 4~5시간, 미팅만도 20번을 했다. 육필 원고를 받아치는 일, 너무 힘들지 않냐고 넌지시 물었다. “선생님이 갑자기 ‘나 이제부터 컴퓨터로 쓰고 이메일로 보내겠다’고 하시면 너무 서운할 거 같아요. 선생님 글쓰기의 최종 단계를 제가 못 보게 되는 거라서….” 17세 청년 마리오가 유명 시인 네루다의 우편을 배달하면서 자신 또한 시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책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좋아한다는 이 팀장. 그의 꿈은 저자들의 ‘할머니 우체부’가 되는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엠베스트SE, 5월 가정의 달 맞이 특별 이벤트 개최

    엠베스트SE, 5월 가정의 달 맞이 특별 이벤트 개최

    메가스터디교육㈜ 초중등 전과목 전문학원·홈과외 브랜드 엠베스트SE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전국 엠베스트SE 회원들 대상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땡쓰&땡쓰’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엠베스트SE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기념해 평소에 하기 힘든 감사의 말과 마음을 편지로 전하면서 가정의 달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벤트는 5월 17일까지 엠베스트SE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여를 원하는 회원은 엠베스트SE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팔로우 한 다음, 부모님과 엠베스트SE 선생님에게 작성한 감사편지를 사진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정된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 참여가 완료된다. 이벤트 참여자 전원에게는 학습 플래너를, 인스타그램 ‘좋아요’를 많이 받은 참여자에게는 가족 및 선생님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제공한다. 더불어 엠베스트SE는 어린이 날을 맞아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캐릭터 모자를 출시했으며, 스승의 날 감사의 의미로 전국 가맹점에 텀블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엠베스트SE는 메가스터디교육의 초중등 브랜드 엠베스트/엘리하이의 우수한 콘텐츠 장점을 오프라인 학원에 접목해 혁신적인 학습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전과목 1:1 개별 맞춤 과외식 수업으로 학생 수준별 맞춤학습을 제공하고 과학적인 반복 학습 시스템을 통해 자기주도학습을 완성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그 결과 학생의 학습 자존감 상승과 성적 향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동심(童心) 울린 치맛바람

    [그때의 사회면] 동심(童心) 울린 치맛바람

    뜨거운 교육열은 ‘일류병’을 만들고 일류병은 치맛바람으로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제집 드나들 듯했고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음성적 돈거래가 성행했다. 교육 당국이 음성 수입의 다과에 따라 초등학교를 특A, A, B, C, D 다섯 등급으로 나눌 만큼 대놓고 촌지를 주고받았다. 부유하고 적극적인 학부모는 대의원을 맡아 계를 만들고 돈을 모아 교사에게 공짜 곗돈을 전달했다. 돈이 없는 학부모도 자식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1학년과 6학년 담임이 인기였는데 그 학년 담임을 맡으려고 교사들끼리도 돈거래를 했다고 한다. 소풍 때 어느 여교사는 핸드백을 열어 놓고 학부모와 인사를 했다(경향신문 1965년 4월 5일자). 어느 교사는 학부모가 참관하는 성적 발표날에는 평소 들고 다니던 것보다 더 큰 핸드백을 들고 나왔다. 치맛바람은 온갖 잡부금을 만들어 냈다. 1960년대 초에 생긴 기성회비는 원래 교실난 해소를 위한 모금 성격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변질돼 ‘박봉의 선생님’을 돕자는 ‘후생비’를 거두기 시작했다. ‘담임교사 환영비’라는 것도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성의는 돈의 액수에 정비례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경쟁적으로 돈을 냈다. 가난한 집 부모들은 가슴에 멍이 들었다. 서울 영등포의 K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대의원들이 집집이 돌아다니며 교사 생활보조금을 매월 거두고 다녔다고 한다(동아일보 1965년 11월 11일자). 정부 고관 자녀가 많았던 서울 D초등학교에서는 고관이 교장과 담임의 인사이동에까지 관여했다. 어느 문교장관은 자식이 일류 중학교에 떨어지자 다른 일류 초등학교 6학년에 재입학시켜 이듬해 기어이 합격시켰다고 한다. 어느 사립학교 교장이 출국할 때 학부모 100여명이 아이들 손을 잡고 김포공항에 나가 손을 흔들며 열렬히 환송했다(경향신문 1966년 6월 20일자). 치맛바람은 중학교 입학시험제와 관련이 있었다. 치맛바람의 극치는 1965년의 ‘무즙파동’이었다. ‘무즙’을 오답처리 하는 바람에 일류 중학교에 낙방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이 교육감 집 안방까지 들어가 농성을 벌였다. 교사들은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하며 스스로 교권을 추락시켰다. 강원도 속초의 어느 교사는 치맛바람을 비판했다가 학부모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대구에서 시작된 ‘6학년담임헌장운동’이 확산되며 교사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도서 지역 교사들은 ‘벽지교사헌장운동’을 벌였다. 치맛바람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평준화로 수그러드는 듯했지만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못 쉬고 못 받고… ‘쓰고 버려진’ 10대들은 너무 많았다

    못 쉬고 못 받고… ‘쓰고 버려진’ 10대들은 너무 많았다

    서울신문은 최근 연재한 ‘10대 노동 리포트: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시리즈를 통해 뽑아 쓰고 버리면 그뿐인 만만한 존재로 전락한 10대들의 노동 현실을 고발했다. 시리즈가 보도되면서 ‘나도 그런 일을 당했다’거나 ‘내가 일하는 곳에 그런 10대들이 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근로계약서를 위조해 가뜩이나 적은 청소년 노동자의 임금을 덜 주려고 하거나 예고 없는 폐업으로 임금을 떼어먹은 업주, 근로계약서를 요구하면 그만두라고 하고 쉴 수 없는 시간대를 휴게시간으로 정한 사장도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울분을 토한 10대 티슈 노동자들의 사연을 정리했다.김은경(18·가명)양은 지난달 말 경찰에 고소장을, 고용노동부에는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했다. 2018년 12월부터 경기 부천시의 한 음식점에서 일한 은경이는 최저임금만큼의 돈을 받으며 주말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접시를 나르고 테이블을 치우며 주말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달 함께 일하던 동료 중 한 명이 사장에게 주휴수당(일주일 규정 근무일을 채우면 받는 유급 휴일 수당)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사달이 났다. 은경이가 문자메시지로 “저도 주휴수당 계산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사장은 “알겠다. 대신 원래 월급에서 밥값을 빼겠다”고 답했다. 은경이가 서명한 근로계약서에 ‘매장에서 식사하면 매월 30만원씩 월급에서 공제한다’는 특약사항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사장은 증거라며 특약사항이 명시된 근로계약서 한 장을 보냈다. 하지만 은경이는 처음 본 내용이었다. 은경이의 휴대전화에는 다행히 근로계약서를 쓰고 난 뒤 찍어둔 사진이 있었다. 2018년 12월 작성한 계약서에는 특약사항은 적혀 있지 않았다. 알바상담센터의 노무사와 상담한 은경이는 자신의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을 사장에게 보내면서 “그런 내용은 없었다.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사장은 “식대는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사항이다. 경찰서에 가서 사문서위조로 신고해라. 너를 무고죄로 신고하겠다”고 대응했다. 경찰은 현재 사문서위조 혐의로 사장을 수사하고 있다.부산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한 조개구이집에서 일했던 정은호(18·가명)군은 지난해 12월 갑작스런 해고를 당했다. 은호는 “가족들과 배드민턴을 치다가 허리를 다쳤다”며 하루 정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아예 나오지 마라”는 통보를 받았다. 은호는 월급 중 일부를 사장에게 맡기는 강제저축금 4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사장은 이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은호는 학교에서 알바 상담을 해주는 선생님을 찾았다. 김민철(56·가명) 선생님은 상담을 하다 수많은 법규 위반을 발견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휴게시간이 없었으며, 야간노동을 했고, 주휴수당과 초과근무수당, 해고예고수당을 지급받지 않았다. 선생님은 은호와 함께 곧장 지역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은호는 지난달 주휴수당과 초과근무수당 등 임금 80만원, 강제저축금 40만원, 해고예고수당 60만원 등 모두 180만원을 받아냈다. 근로계약서를 쓰는 비율이 절반을 겨우 넘는 10대들은 최저임금 미만의 돈을 받거나 주휴수당이나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지난달 말 발표한 노동 상담 1만 159건(중복 포함) 중 연령대 정보를 기재한 1973건을 살펴보면 임금 관련 상담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10대였다. 10대는 다른 연령대와 다르게 임금 관련 상담이 절반 이상(62.2%)을 차지했으며, 근로계약과 관련한 상담 비율도 높았다. 특히 임금 상담에서도 최저임금 상담비율이 32.1%를 차지했다. 2위를 기록한 20대(12.5%)에 비해서도 2배 이상이었다. 10대는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등 최소한의 보호장치에서도 소외돼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경기 부천시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사단법인 청소년노동인권 노랑이 운영하는 안심알바센터에 접수된 올 1~4월까지 상담 내역을 분석한 결과도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안심알바센터가 올해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진행한 상담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는 주휴수당(158회), 임금·수당(148회), 근로계약서(73회)였다. 상담 내역을 들여다보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일하면서 최저임금도 못 받은 사례가 많았다. 최민우(17·가명)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고도 하루 8만 5000원밖에 받지 못했다. 사장에게 물었더니 “학생은 최저임금 적용이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저임금은 법적으로 노동의 최저 대가를 정한 것으로 노동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이 밖에도 실제로 쉴 수 없는 휴게시간을 근로계약서에 적은 뒤 임금에서 제하거나 식사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식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었다. 강선묵 노무사는 “임금을 조금이라도 덜 주기 위한 꼼수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사회경험이 처음인 10대들은 이를 잘 몰라 피해를 당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최영진 부천시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장은 “당장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노동시장 진입이 빠른 특성화고 학생들이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우리둘은1학년]반 모임 나갈까 말까 고민되나요?

    [우리둘은1학년]반 모임 나갈까 말까 고민되나요?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이 학부모가 되면서 겪은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학교를 마친 딸은 놀이터를 지나치지 못한다. 그네든 정글짐이든 한참 타고 논 뒤에야 집으로 향한다. 아이가 노는 동안 나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소설책을 읽는다. 삼삼오오 모여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들을 곁눈질하면서…. 오랫동안 한동네에 살며 아이를 같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낸 엄마들의 친분은 두텁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관계는 더 돈독해진다. 우리 모녀처럼 다른 동네에 살다 온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기자로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지만, 희한하게도 동네 엄마들에게는 선뜻 다가갈 수가 없었다. 속 터놓을 수 있는 ‘엄마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품었는데, 드디어 친구를 만들 기회가 생겼다. 바로 ‘반 모임’이다. 초등학교 학부모회 반 대표를 중심으로 같은 반 엄마들이 사적으로 만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목적의 모임이다.반 모임에 대한 ‘선배 엄마’들의 평가는 두 부류로 나뉜다. “갈 필요 없어. 사교육 얘기만 하는데 정작 쓸모 있는 정보는 공유해주지 않아. 남의 집 아이와 우리 집 아이를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도 피곤해지지.”“초등학교 1학년 때 반 모임이 내내 유지되거든. 그러면서 영양가 있는 교육정보를 모을 수 있지. 엄마들이 친해야 아이들도 친해져서 학교생활이 편해져.” 부정과 긍정이 거의 반반이다. 신문 기사에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모인다. ‘반 모임은 엄마들의 허영과 과시욕이 넘치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심을 수 있다. 누가 어떤 명품 가방을 들었나, 누가 비싼 외제차를 타고 나오나 훑어보며 경제력을 가늠하고, 자녀의 선행학습 진행 상황을 비교하거나 특목고 등 진학 정보를 얻으려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자리라는 편견도 있다. 올해 초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몇몇 장면처럼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모임에 대한 호기심이 선입견을 이겼다. 무엇보다 혼자 초등학교 1학년을 키우는 일은 외로웠다. 학부모 동지를 사귀고 싶었다. 반 모임은 3월 초 학부모 총회에서 시작된다. 대게 총회에서 선출된 학부모회 반 대표가 반 모임을 주도한다.총회가 끝난 뒤 우리 반 대표는 A4 종이 한 장을 책상에 놓고 아이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담임 선생님은 개별 학부모의 연락처를 공유해주지 않는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반 대표는 총회 당일 저녁에 20여명의 엄마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초대했다.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엄마들도 알음알음 아는 엄마들을 통해 대화방에 들어왔다.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바쁜 3월이 지나면 ‘반 모임의 달’ 4월이 온다. 조용했던 단톡방도 슬슬 부산스러워진다. 첫 반 모임은 보통 브런치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때쯤이면 동네 카페와 식당이 엄마들로 꽉 찬다. 반 모임 수요가 많아 예약을 잡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브런치 반 모임을 위해 워킹맘은 반차나 휴가를 내기도 한다. 사정이 있어 첫 반 모임을 놓치고 단톡방 후기로써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첫 모임에 다녀온 엄마들이 ‘정말 즐거웠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고 남긴 글을 보고 반 모임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센스 있는 반 대표는 곧바로 ‘밤 모임’을 제안했다. 워킹맘들을 위한 배려였다. 투표를 거쳐 날짜와 장소가 결정됐다. 2주 뒤 금요일 저녁이었다. 약속한 날이 되자 식구들 저녁을 서둘러 차려주고 오후 7시에 집을 나섰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파트 단지의 호프집이었다. 집에 돌아온 시각은 자정이었다. 무려 5시간이 지났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기분이었다. 엄마들의 입담에 쉴새 없이 웃고 처음 듣는 신기한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날 참석한 7명 중 4명은 첫 모임에 못간 워킹맘이었다. 아이를 여럿 키운 선배 엄마들이 대화를 주도했다. 담임 선생님의 경력, 반 아이들 동향, 학군 내 중학교와 고등학교 평판, 동네 학원강사들의 실력까지, ‘어쩜 그리 아는 게 많지’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낸 나와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교과목 학원은 아직 먼일이라고 생각했건만, 엄마 대부분이 영어학원에 아이를 보내거나 조만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야무진 엄마들은 원생 수가 많은 학원과 근처에 새로 생긴 어학원, 특목중학교 입시 대비 수업을 해주는 전문학원 등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교육 문외한인 나도 여러 번 등장하는 학원 이름에 어느덧 익숙해졌다.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다음 반 모임까지 잡은 뒤 헤어졌다. 다음 장소는 키즈카페. 주말 키즈카페 모임은 아이들과 함께 만날 수 있고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편하게 참석 가능하다는 장점이 크다. 그래서 동네 키즈카페는 주말 예약이 주말 예약이 두 달 후까지 꽉 차 있다고 한 엄마가 말했다. 반 모임 경험이 많은 또 다른 엄마는 애들 저녁 든든히 먹이고 일요일 밤 8~10시에 만나자고 했다. 그 시간대가 카페도 한산하고 다음날 학교 보낸 뒤 엄마들도 좀 쉴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역시 유경험자는 달랐다. 나를 비롯한 초보 엄마들은 경외의 눈빛을 보냈다. 반 모임은 반 대표와 엄마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반 대표가 적극적이면 여러 차례 만나지만 소극적이면 한 번 정도 만나거나 아예 반 모임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이유로, 호응을 잘 하는 엄마들이 많으면 활발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모임이 시들해지고 만다. 개인적으로 반 모임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모르던 딸의 태도나 행동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 친구들이 딸과 겪은 일화를 엄마에게 전하고, 그 엄마가 나에게 전달해주는 식이었다.반 아이들 동향도 알게 돼 도움이 됐다. 유난히 장난이 심한 남자아이 때문에 두세 명이 힘들어하는데, 그 정보 덕에 딸에게 아이들이 싫어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함부로 다른 친구의 몸을 만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줄 수 있었다. 그러면서 혹시 친구의 그런 행동에 괴롭고 힘들다면 주저 말고 엄마에게 말해달라고 당부했다. 반 모임에 나갈지 말지는 선택 사항이다. 내키지 않으면 안 나가면 된다.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엄마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분위기였다. 또 첫 모임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두 번째 모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모든 모임에 꼭 나가야 친해지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나처럼 산후조리원 동기나 문센(문화센터) 동기, 유치원 동기 없이 외로운 육아를 견딘 엄마라면 초등학교 반 모임이 괜찮은 사교의 장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클수록 학부모의 관계는 동료보다 입시 경쟁자로 변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1학년 때는 그래도 모임이 순수해요. 고학년으로 갈수록 반 모임도 안 하고 서로 데면데면하다니까요. 지금 만나서 친해지는 게 좋아요.” 다만 반 모임에 나가기 전 자신의 교육관이나 소신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길 추천한다. 학부모 신분으로 만나는 이상 반 모임의 대화 주제는 교육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사교육 정보가 오갈 것이다. 나 같은 ‘팔랑귀’는 정보를 많이 입수할수록 고민이 많아진다. 이 공부도 시켜야 할 것 같고, 저 학원에도 보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소신이 뚜렷한 부모라면 자신의 교육관에 맞지 않은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고 흘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 모임은 ‘조건부 추천’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주 주제는 자율휴업일과 개인체험현장학습 활용법입니다.
  • 이미영-전보람 모녀 “와일드망고, 체지방 감소+나잇살 예방”[종합]

    이미영-전보람 모녀 “와일드망고, 체지방 감소+나잇살 예방”[종합]

    ‘좋은 아침’에 동반 출연한 배우 이미영 전보람 모녀가 외모 관리 비법을 소개해 화제다. 6일 방송된 SBS ‘좋은아침’에는 배우 이미영과 딸인 티아라 출신 배우 전보람이 출연했다. 이날 이미영, 전보람 모녀는 피부 관리를 위해 안지현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찾았다. 안지현 전문의는 이미영의 피부 상태를 점검하고 “수분이 충분히 있어야 동안이라 할 수 있다. 30~40%면 정상인데 50%다. 수분 덩어리다”고 말했다. 스튜디오에서 안지현 전문의와 모사언 한의사가 두 사람의 피부에 관해 분석했다. 안지현 전문의는 “이미영 씨는 피부 나이가 50세다. 전보람 씨는 26세다. 보기에만 동안이 아니라 피부도 어리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 이미영은 59세, 전보람은 34세다. 이어 안지현 전문의는 “연예인들 대부분 저체중이고 마른 비만이다. 두 사람은 군살 없이 근육량이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미영, 전보람 모녀는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 식단을 공개했다. 이미영은 다이어트 식단으로 다시마 초무침을 추천했다. 안지현 전문의는 “다이어트 뿐만 아니라 몸 안의 독소를 빼주는 데 좋다”고 설명했다. 모사언 한의사는 “다미마를 곤포라고 한다. 오래 먹으면 살을 빼준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전보람은 다이어트 식단으로 와일드 망고 샐러드를 추천했다. 전보람은 “인터넷에 보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먹는다”면서 “엄마와 저는 젤리나 사탕을 좋아해서 전용 간식주머니가 있다. 그런데 와일드망고를 먹다보니까 간식을 안 먹게 되더라”고 밝혔다. 안지현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와일드망고는 식욕만 억제해주는 게 아니라 지방분해호르몬 아디포넥틴이 있어 실제로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면서 “과체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10주간 와일드망고 씨앗을 섭취하는 테스트를 한 결과 평균 체중 12.8㎏, 체지방 6.3%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영은 “사실 보람이가 말할 땐 안 믿었는데 오늘 선생님께 얘기 들으니까 믿음이 간다”며 “식욕억제도 되고 변비가 해소돼서 너무 좋더라”고 말했다. 안 전문의는 “와일드망고에는 식물성 여성호르몬 엘라그산이 있어서 나잇살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미영은 지난 1985년 가수 전영록과 결혼해 전보람, 전우람을 낳았지만, 결혼 12년 만인 1997년 이혼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오늘 식단 뭐지 #학교 자랑… 급식, 학교 갈 이유가 생겼다

    #오늘 식단 뭐지 #학교 자랑… 급식, 학교 갈 이유가 생겼다

    “급식에 1인 1랍스터 실화냐?” “학교에서 삼겹살을 구워 준다고?” ‘급식스타그램’(급식 식판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들썩거린다. 급식에서는 상상도 못할 특식 메뉴에 보기만 해도 맛깔나는 담음새를 뽐내는 학교들의 급식 사진들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정혜은(33)씨는 “학창 시절 급식 메뉴는 특별할 게 없었는데, 요즘 급식이 이 정도라니 놀랍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SNS에서 회자되는 ‘급식스타그램’이 실제 학교 급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따금 나오는 특식의 일부 메뉴만 부각돼 알려진다는 것이다. 수업료가 비싸거나 재단의 지원을 받는 일부 사립학교의 급식을 한정된 단가로 운영되는 대다수 학교의 급식과 비교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학교 급식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갈아 만든 딸기주스요!” “야야, 딸기 와플이라니까?” “햄 모듬찌개랑 충무김밥요.”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길음중 급식실을 찾아 ‘제일 맛있었던 메뉴’를 묻자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이날 식단은 흑미 현미밥과 코다리살 강정, 바지락 미역국, 사과·감자샐러드, 후식은 초코설기떡케이크였다. 평범해 보이지만 학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영양교사의 고민이 엿보였다. “학생들은 생선 반찬이 나오면 많이 남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생선살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치킨 양념을 더했죠.”(김혜인 길음중 영양교사)김 교사는 학교 요리동아리를 지도하며 학생들과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식단에도 반영한다. ‘소떡소떡’(소시지와 가래떡을 꼬치에 꽂고 구운 뒤 소스를 바른 간식)처럼 요즘 ‘핫’하다는 먹거리를 학생들에게 추천받아 식단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다음날(3일)에는 강황라이스와 빈달루커리, 탄두리치킨 등 인도음식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3학년 학생들에게 ‘급식의 의미’를 물었더니 초코설기떡케이크를 오물오물 먹으며 ‘엄지척’을 내보였다. “우리 학교의 자랑!”(이세연양) “삶의 낙이에요.”(김수완양) “학교 오는 이유요.”(전지원양) 뒤돌아서면 배고픈 10대들에게 급식은 학교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2016년 경기교육청의 의뢰로 명지대 산학협력단이 도내 초·중·고교생 23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 급식 만족도가 1점 증가할 때 ‘학교 행복감’은 0.432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들의 ‘급식 레시피 경연’을 그리는 tvN ‘고교급식왕’(6월 방영 예정)을 연출하는 임수정 PD는 “10대들에게 급식은 배를 채우는 식사 그 이상”이라면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이자 졸업을 하면 다시 경험하기 힘든 추억”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들이 NEIS에서 가장 많이 열람한 자료는 주간 식단(2742만 6000여건)과 월간 식단(2442만 7000여건) 등 급식 식단이었다. 학사 일정과 스포츠클럽 등 다른 자료들의 열람 건수가 0건에서 5000건 사이인 것을 보면 학생들이 NEIS를 이용하는 건 오로지 급식 식단을 확인하기 위함인 셈이다. “오늘 급식은 뭐지?”라는 궁금증은 ‘식단 알려주는 앱’이 해결해 준다. 개별 학교의 급식 식단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이나 위젯, 챗봇 등 모바일 서비스가 10여종에 달한다. 웹페이지 및 챗봇 개발 기업 ‘더블인터넷’의 박승한(19) 대표는 고교 1학년 때 급식 식단을 알려주는 챗봇 서비스 ‘급식몬’을 개발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급식몬을 친구로 추가하고 자신의 학교를 등록하면 메신저 대화창에 식단이 나타난다. 박 대표는 “급식 메뉴를 확인하는 건 단순히 메뉴에 대한 궁금함이 아닌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말했다.10대들은 다른 학교의 ‘급식스타그램’에 열광하고 학교 급식에 대한 의견을 적극 내놓는다. 경기 파주 세경고와 전북 익산고, 서울 해성국제컨벤션고 등은 ‘급식스타그램’으로 전국 10대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SNS에서 공유되는 이들 학교의 급식에는 치즈 퐁듀, 가츠샌드, 에그타르트, 바질페스토 파스타 등이 등장한다. 유진솔(16)양은 “SNS에서 유명한 급식 메뉴를 보면 친구들과 ‘부럽다’며 댓글을 주고받는다”면서 “‘우리도 저런 메뉴 해달라’고 영양사 선생님께 말씀드리거나 급식 건의함에 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영양교사와 영양사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학생들은 대체로 고기와 튀김, 달콤한 디저트를 선호하지만 식생활 교육으로서의 급식은 ▲전통 식문화 계승 ▲친환경 식재료 사용 ▲영양 균형 ▲저열량·저염·저당 등의 원칙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 삼성초 정명옥(전국교직원노동조합 영양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 영양교사는 “화려하고 맛있는 급식은 가공식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맛있는 급식’과 ‘교육 급식’의 딜레마에서 영양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정 교사는 “영양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에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 급식을 매개로 한 교육”이라며 “또 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넓히는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열린 급식’을 추구하는 학교들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의 공립학교는 조례에 의해 학교운영위원회에 급식소위원회 구성이 의무화돼 있다. 학부모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함이지만, 길음중은 여기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다. 길음중 급식소위에는 학생회에서 추천한 학생 3명이 포함돼 학생들의 의견을 제시한다. “장어 반찬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원하는 학생들도 있으니 조리법에 변화를 주자” 같은 의견이 오간다. 급식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번 90%를 넘는 비결이라고 학교는 자부한다. 이두희 길음중 교장은 “급식에서도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에서는 819개 학교에 ‘교육급식부’가 마련돼 학생들이 급식 운영 전반에 참여한다. 성남 운중고에서는 교육급식부가 매달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식단을 조사해 다음달 식단표에 반영된다. ‘세계음식의 날’, ‘절기음식의 날’ 등에 제공할 메뉴도 학생 의견을 수렴한다. 잔반 줄이기 캠페인과 전통 식문화 체험 등을 통해 바람직한 식생활에 대한 이해도 높인다. “도토리묵국을 처음 제공했는데 학생들이 생소했는지 많이 남겼어요. 그런데 이후 실시한 희망식단 조사에서 1위로 뽑혔어요. 꾸준한 소통 덕에 학생들이 전통 한식도 좋아하게 됐죠.” 구연희 운중고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를 제안하면서도 가공식품과 고열량 메뉴는 피하는 등 급식에 적합한 메뉴를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채식 인구의 증가와 함께 학교 급식에도 채식의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채식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요가 있는 데다 채식을 통한 건강 회복과 교육적 효과라는 장점도 있다. 광주 북성중과 전남공업고는 2012~2017년 주 1~2회 채식을 실시하는 ‘채식 선택 급식’을 운영했다. 광주 풍영초는 이 같은 채식교육을 실시한 뒤 학생 1000명 중 100명이 채식을 신청했다. 이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학생 78.4%와 학부모 82.5%, 교사 90.2%가 ‘매우 만족·만족’이라고 답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녀의 편식과 아토피나 비염, 면역계 질환 등의 개선을 장점으로 꼽았다. 채식 시민단체인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조길예(전남대 명예교수) 대표는 “채식을 통해 동물 학대 개선과 탄소 배출 감소 등 사회적 변화를 깨닫는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