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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세기 조선 인물지/이규상 지음(화제의 책)

    ◎영·정조시대 인물들의 행적·일화 소개 조선 영·정조 시대의 선비인 일몽 이규상의 저서 ‘병세재언록’을 한글로 알기 쉽게 옮겼다.‘병세’는 동시대를 뜻하는 말이며 ‘재언록’은 빼어난 인물들의 기록을 의미한다.이 책에는 동시대를 살았던 다양한 인물들의 행적과 일화가 소상하게 담겼다.‘유림록’에서부터 ‘규수록’에 이르기까지 18개 항목에 걸쳐 180여명을 대상으로 삼았다.그중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도 적지않아 영·정조시대의 사회와 문화,예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문원록’‘서가록’‘화주록’은 일종의 만록형식의 열전식 문학비평서이자 서화비평서로 이 시기 문예동향을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다.특히 ‘문원록’의 팔문장·초림체·경성여항인에 대한 서술은 문학사적으로 자료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화주록’에서 당대의 서양화 화풍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당시의 다른 저술에서는 볼 수 없는 대목.또 ‘방기록’에서는 조각가이자 기술자인 최천약과 걸인 달문 등 당시로서는 천대받던 인물을 다루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인물지 성격의 기록으로는 19세기에 지어진 조희룡의 ‘호산외기’,유재건의 ‘이향견문록’ 등이 있다.그러나 ‘병세재언록’은 여항인을 중심으로 엮은 ‘호산외기’나 ‘이향견문록’보다 앞설뿐 아니라 한 시대 인물의 전체상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민족문학사연구소 한문분과 옮김 창작과비평사 1만5천원.
  • 조선후기 심사정의 ‘절로도해’(한국인의 얼굴:113)

    ◎선승 달마 전설 그림으로 묘사/손가락으로 그린 도석인물화 조선시대 후기에 활약한 현재 심사정(1707∼1769)은 도석인물화를 많이 남긴 당대의 선비화가다.그를 가리켜 꽃과 풀벌레를 잘 그린 화가라고 말한 이도 있기는 하다.그보다 후대를 산 강세황의 평이 그러하고 보면,꽃 그림 화훼나 풀과 벌레 그림 초충을 꽤나 그렸던 모양이다.그러나 오늘날 전해오는 작품은 오히려 도서인물화의 비중이 더 크다. 그의 ‘절로도해’는 독특한 화풍의 도석인물화다.파도가 출렁대는 바다위에 두건을 쓴 사람이 떠있는 것을 묘사했다.그런데 바다에 뜬 사람은 갈대잎을 밟고 서있다.바로 중국 남북조때의 선승 모습이다.그것은 살아 생전의 달마가 아니다.그가 죽고나서 자신의 고향인 남인도땅 향지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갈대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는 전설을 담은 것이다. 이 그림에서 달마는 전시대의 화가들이 그린 달마상을 약간 비켜갔다.부리부리한 서역인 눈매에서 벗어났다.눈매에서 넘치는 기력을 찾아볼 수 없다.달마가 사후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전설내용을그렸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절로도해’속의 달마는 추워 보인다.볼품없는 옷자락이 해풍에 흐느끼듯 더펄대서일까….맨살의 정강다리까지 드러나 더욱 을씨년스러운 달마가 되었다. 그래도 달마의 코는 크다.두건 아래 눈썹이 짙고 수염 역시 검게 자랐다.그러고 보면 달마가 서역인 티를 다 벗지는 못했다.이런 달마를 그린 화가는 심사정 말고 아무도 없다.몸골과 입성을 그린 솜씨는 전통 동양화기법이라기보다는 얼핏 양화의 느낌이 와닿는다.이를테면 먹물이 뭉친 듯 뭉툭한 오른쪽 눈썹과 눈,옷을 처리한 선묘는 전통화법의 그림과는 사뭇 달랐다. 그 이유를 알고보면 그림을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손가락으로 그린 지두기법을 쓴 탓일 것이다.연한 갈색을 칠한 얼굴에도 더러 색깔이 뭉쳤다.지두로 묘사한 풍랑이 높은데,바다 물빛은 엷은 청색이다.종이에 먼저 물을 바르고 먹물을 칠하는 선염기법으로 처리한 반투명한 옷자락 가장자리가 너불거린다.달마가 남인도 고향으로 가던 바닷길은 험란했던 모양이다.비록 손가락 그림이긴 하나 갈대가 어줍지않다. 중국 땅에서 죽은 달마가 다시 살아서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가더라는 이야기는 전설에 나온다.송운이라는 사람이 인도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바다에서 사후의 달마를 보았다는 것이다.〈황규호 기자〉
  • 모기가 옛날보다 독해진 까닭은(박갑천 칼럼)

    방충망을 어떻게 뚫고 들어왔는지 모기가 윙윙거린다.몇방 쏘아댄모양 가렵기도 하고.잠을 설칠 밖에 없다.어머니 살아계실때 시골집에서 함께 여름밤을 나면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모구가 옛날보담 징하게 독해졌어야.사람들이 독해져서 그란지 으짠지” 그날밤 원나라 곽거경이 가려 뽑았다는 중국24효의 한사람 오맹의 고사를 떠올렸다.어버이와 함께 자는 오맹은 자기한테 달려드는 모기를 쫓지 않았다.쫓긴 모기가 그쪽으로 갈까봐서.이 얘기는 후세에 좀더 켜를 얹는다.오맹은 온몸에 술을 바르고 누웠다.술내맡은 모기가 자기한테 오게 할양으로.이 효심이 하늘로 통했던지 모기는 어느쪽으로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그 사실을 떠올리면서도 그날밤의 뱅충맞은 불효자는 얼마나 발자하게 모기를 휘휘 내몰았던 것인고. 점잖은 옛선비도 모기한테는 두손을 든다.정다산의 “모기를 미워함”(증문)이란 시를 보자.“사나운 범 울밑에서 울부짖어도/나는 코골며 잠잘수 있고/구렁이 꿈틀대며 처마끝에 매달려도/드러누워 그 모양 볼수 있지만/한마리 모기소리 귓가에 들릴 때는/간담이 서늘하고 기가 막혀서/오장이 죄어들고 끓어오르네…”.그는 지루한 여름밤이 1년보다 더 길다고 탄식한다. 1천500여종 모기 가운데는 피를 빨지않는 것도 적지않다.또 피를 빠는 종류라 해도 수컷은 빨지 않는다.수컷은 식물의 즙이나 빠는데 비해 암컷이 동물의 피를 찾는다.알을 키우기 위해서다.그러니까 사람을 무는 것도 암컷.수컷은 암컷보다 몸체도 작으려니와 수명도 짧다.모기사회는 여권사회.물렸을때 가려운건 모기가 주사한 타액때문이라 한다. 모기한테는 사람만 쩔쩔매는게 아니다.힘이 센 사자도 진다는게 이솝우화다.모기가 사자앞에서 가들가들 들떼리자 성난 사자는 앞발로 후려치지만 맞아 줘야지.사자는 제얼굴에 상처만 낼 뿐이다.그사이 모기는 눈두덩이고 콧구멍이고 맘대로 쑤셔대고선 붕­뺑소니.드디어 사자가 동곳빼자 모기는 소리친다.“이제부턴 내가 숲속의 왕이다”.그러고서 날아가다 거미줄에 걸린다.숲속의 왕을 무릎꿇린 모기는 자그만 거미한테 죽는다.어느 사회고 ‘임자’는 있나보다. 귀찮게하는데만 그치지않고 전염병을 옮기기도 하는 모기.올해도 여름이 이울면서 뇌염소식이 전해지는 것 아닐까.안물리는게 상책이지.〈칼럼니스트〉
  • 안양 만안구 보선날짜 새달 4일로(국무회의:5일)

    ◎6급이하 공무원 527명 감축 등 검토 5일 하오 개각에 앞서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상오에 열린 정례국무회의는 개각이 임박한 때문인데다 상정된 안건도 평소보다 적은 탓인지 45분만에 끝났다. ○…국무회의는 이날 안양 만안구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오는 9월4일 치르기로 의결했다. 강운태 내무부장관은 의결에 앞서 보궐선거일을 이날로 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강장관은 먼저 9월10일부터는 정기국회가 예정되어 있고,14일부터 17일까지는 많은 국민이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추석연휴인데다,연휴가 지나면 가을행락철을 맞아 선거에 적절치 않을뿐 아니라 이후에는 대통령선거가 임박해 자칫 선거가 과열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강장관은 따라서 정기국회 이전 9월초순에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이 바람직한데,5일은 토요일로 많은 사람이 연휴로 쉬는 만큼 4일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장관은 이번 보궐선거일을 정한 기본입장은 국민들이 투표를 하기에 편리하고,과열타락을 방지하며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데 중점을 두었다고강조했다. 한편 강장관은 일부 정치권에서 보궐선거일이 너무 빠르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9월4일은 이 지역구 출신 권수창 전 의원이 별세한지 47일째 되는 날로,현행 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이 16일로 정해져 있는 만큼 결코 빠른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공무원 348명을 순감축하고,179명을 5급으로 승진시키는 등 6급 이하 527명을 줄이는 내용의 실무인력조정을 위한 중앙행정기관 직제 개정령이 상정됐다. 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은 개정령이 의결된뒤 “무엇보다 현재 보직을 갖지 않은 ‘위성인력’이 고급공무원을 중심으로 상당수에 이르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한규 총무처장관은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예의 검토중”이라고 설명하자,고총리는 “많은 고급공무원이 불필요하게 유학중이거나 놀고 있는데 대한 해결책을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의결안건◁ △특정국가와의 관세협상에 따른 국제협력관세의 적용에 관한 규정(개정) △전기사업법 시행령(개) △환경개선비용부담법 시행령(개)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개) △공정거래위원회 직제(개) △정보통신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개) △과학기술처와 그 소속기관 직제(개) △실무인력조정 등을 위한 중앙행정기관 등 직제(개정령) 등.
  • 이 대표 경선비용 내역 공개

    ◎여론조사·조직운영비 지출 다른곳서 맡아 신한국당의 이회창 대표측의 한 관계자는 4일 지난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지출했던 비용 1억5천만원의 대체적인 명세를 공개했다.6월29일부터 7월20일까지 경선 기간동안의 주요 경비다.명세는 ▲홍보활동비 7천만원 ▲유세 지원비용 3천7백만원 ▲사무실 임차료 1천5백만원 ▲사무실 운영비 2천1백만원등이다.홍보활동비에는 당 선관위에 제출한 인쇄물등 홍보물의 제작,발송비와 대의원들에게 보낸 전보 및 편지 발송비,현수막 비용 등이 포함된다.전보는 야당이 주장하는 호화전보와는 거리가 먼 1천7백원짜리라고 설명했다.유세지원 비용에는 이동수단인 버스 임차료와 지방에서의 숙식비가 포함된다. 사무실 운영비는 경선기간 한달동안 여의도 부국증권 사무실 1천만원,광화문 사무실 5백만원이라고 밝혔다.또 사무실 운영비 가운데는 캠프 직원들과 지지 의원·보좌관,출입기자들의 식대가 1천만원을 차지하며 통신비와 문방구 소모품등의 비용을 포함시켰다. 이대표측은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는 여론조사비와조직운영비는 단 한푼도 캠프에서 나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여론조사는 서상목 의원이 개발한 자동응답체계(ARS)를 사용했고,대의원 관리는 전적으로 지구당위원장이 책임지고 맡았다는 것이다.또 1억원의 선관위 공탁금과 경선기간중 지출한 점심·저녁 식사비는 이대표 개인 돈으로 부담했다고 밝혔다.
  • 특유의 노련함으로 예봉 비켜가/이모저모

    ◎경제분야 메모지 보며 신중 답변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여야3당 대통령후보 초청토론회 이틀째인 29일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특유의 노련함을 바탕으로 정치현안과 국정비전에 대해 견해를 피력했다. ○…김총재는 경륜을 앞세워 패널리스트들의 날카로운 질문공세를 비껴가면서 시종 차분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그러나 대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이나 92년 대선비자금 은닉설,예산 재선거의 패배 등 다소 곤혹스런 질문을 접할 때면 다소 장황한 설명도 있었지만 대부분 짤막한 대답으로 이어나갔다. 특히 경제분야 질의에서는 준비한 메모지에 눈길을 주면서 정확한 용어구사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복동 주양자 이태섭 부총재와 강창희 사무총장 이정무 총무 안택수 대변인 이동복 비서실장 변웅전 이양희 이건개 이긍규 의원 등 당 지도부 20여명이 수행했다. 이에 앞서 이날 청구동 자택부터 김총재를 수행한 딸 예리씨는 방송 직전 김총재의 넥타이를 바로잡고 머리를 손질해주는등 시종옆에서 김총재를 보좌(?)하는 효성을 발휘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에 앞서 자민련 의원들은 공정방송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변웅전 의원은 “어제 토론회가 재미없다는 항의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시청률을 의식해 공격적인 질의를 하면 안된다”고 미리부터 쐐기를 박았고,방송국측은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당직자들은 대부분 귀가,집에서 자민련 김총재의 TV토론을 시청하며 향후 야권의 대권판도를 점쳐보는 모습이었다. 전날 TV토론을 마친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는 구기동 자택에서 TV를 지켜보며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의 가능성과 자신의 두 아들에 대한 언급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도 토론회를 시청하며 다음날로 예정된 토론회에서 대선후보 단일화문제 등에 대해 어떤 식으로 ‘화답’할지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번엔 세대교체 이뤄야”/이회창 대표 TV토론

    ◎선거자금 내역 공개용의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는 28일 “21세기를 여는 마당에 낡은 정치구도로는 적응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3김시대의 청산을 통한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이대표는 이날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가 공동 주최한 여야 3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첫 연사로 참석,이같이 밝히고 일부 경선탈락자들의 독자행보 가능성과 관련,“경선직후 감정이 정리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모든 후보들이 경선결과 승복을 맹세한 만큼 각자 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직 분열의 상황은 아니며 조만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대표는 기아사태에 언급,“자유경제의 틀속에서도 정부는 챙겨보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은행들이 기아협력업체들의 진성어음을 할인해주는 가시적인 조치가 나타나야 한다”고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대표는 대선자금과 관련,“선거자금은 법에 정한대로 할 것”이라면서 “선거자금 내역은 필요하다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정권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정치보복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앞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거나 과거를 캐는 식의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해 현 정권이 물러난 뒤에도 포용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대표는 경선비용과 관련,“경선기간동안 사무실 임대료 1천5백만원,사무직원 급여 1천만원,선거인쇄물 제작 및 우송료 7천만원,유세비용 5천만원 등 1억5천만원에다 기탁금 1억원을 합쳐 2억5천만원 가량 썼다”고 내역을 공개하고 사조직에 대해서도 “사조직이 10여군데 있다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면서 “나와 관련되거나 나를 얘기하는 사조직으로 일컬어지는 단체들에게 더 이상 나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고 폐단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대표는 이에 앞서 기조연설에서 “우리사회를 뒤덮고 있는 분열과 불안의 먹구름을 걷어내야 한다”면서 “지역간,계층간,정치세력간 갈등을 해소시키고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말했다.
  • 조선후기 조영우의 ‘노승헐각’(한국인의 얼굴:112)

    ◎지친 노승이 노송뿌리에 풀석/마른 얼굴·광대뼈 탁발승 묘사 조선시대 후기의 화가 관아재 조영우(1686∼1759)은 인물화를 잘 그리기로 정평이 나 있다.숙종과 영조때에 활약한 선비화가다.겸재 정선.현재 심사정과 함께 조선후기의 선비화가 삼재로 꼽혔다.그의 인물화 솜씨는 뛰어나 임금의 초상화인 어진을 그리는 일에 추천될 정도였다고 한다.그 스스로도 “산수는 정선이 한수 위이나,인물은 내가 낫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가 그린 인물화 가운데 ‘노승헐각’은 빼어난 작품이다.비단천에 먹물로 그린 이 그림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했다.늙은 스님이 땅위로 솟아 난 노송 뿌리에 털썩 주저앉았다.화제에는 아픈 다리를 쉰다는 뜻이 들어있다.노구를 이끌고 암자로 오르는 산길을 접어 들었던 스님은 마냥 지쳤다.동냥한 곡식이 서너줌 들었을지도 모를 걸망을 내동댕이 친 것을 보면 어지간히 지친 모양이다.앉기는 했어도 숨이 하도 가빠 헐떡거리고 있다.얼굴은 아주 깡말랐다.그래서 광대뼈가 불쑥 튀어 나왔다.이빨도 다 빠져 입이 합죽한 노승은 그야말로 기진맥진한 표정이다.오죽 지쳤으면 동냥 걸망을 벗어 던졌을까.탁발승으로 살아온 온갖 풍상을 얼굴에 가득한 주름으로 새겼다.걸망 하나를 달랑 걸머메고 구름따라 바람따라 떠 돈 늙은 운수납자다.간밤을 잔 절을 나와 또 다른 암자를 찾아 다니기를 몇 수십년을 하는 사이 어느덧 늙어버린 것이다.노승은 앉고 나서도 몸을 온통 지팡이에 내맡겼다.그래서 굽은 등이 더 굽었는데,목에 걸어놓은 굵은 알 염주조차 무거워 보인다.고개를 들어 먼 허공을 바라보는 눈매에도 기운이 없다.그래도 눈꼬리가 처진 노승의 눈에는 무슨 생각이 분명히 어렸다.그것은 우주만물이 한 모양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제행무상의 마음일 것이다.큰 소나무 장송 앞에서 덧없이 흘러간 풍상의 세월을 곱씹고 있는 노승은 이제 초조할 것이 없다는 눈치다. 수염은 서너가닥,고행으로 살아온 노승의 삶 만큼이나 빈약했다.광대뼈에 가린 귀 역시 실하지 않다.대나무 살을 엮어서 만든 모자를 썼다.가진 것이라고는 몸에 걸친 회흑색 먹물옷과 염주,지팡이와 걸망이 있을 뿐이다.도를 닦는데 마음을 기울인 이판이란 말로 자신을 내세울만한 스님도 아니다.그렇다고 절의 살림을 맡았던 사판은 더욱 아니다.어디 한군데 집착하지도 않았거니와 무소유로 살아온 터라 지금 탈속의 경지에 들었다.〈황규호 기자〉
  • 여고생 무더기 접대부 취업/바캉스비 마련위해

    ◎무허업자가 20여명 술집 알선/수십명 고용 단란주점 업주도 검거 서울 송파경찰서는 25일 바캉스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찾아온 여고생들을 유흥업소의 접대부로 소개시켜주고 알선비를 챙긴 김종선씨(21·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대해 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 5월부터 송파구 잠실동에 ‘017 직업소개소’라는 무허가 직업소개업소를 차려놓고 벽보를 보고 찾아온 서울 J여상 오모양(16) 등 여고 재학생 5명을 비롯,20여명을 잠실일대의 유흥업소에 접대부로 소개시켜주고 알선비조로 1천6백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오양은 경찰에서 “친구들끼리 여름방학기간동안 놀러가려는데 유흥업소에서 일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해 1주일만 일하고 그만두려 했다”고 말했다. 민모양(16·O여고1년)은 “평소 용돈이 20만원인데 선텐을 하고 피서지에서 입을 유명메이커의 옷을 마련하려면 적어도 1백만원이 필요하다”면서 “유흥업소에 나가려는 학생이 10여명이 넘는 학급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방학기간동안 술집 등에서 일하는 여고생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유흥가에 대한 특별단속을 펼치기로 했다.
  • 종로서적 90회 생일맞이/기독교서적 전문 ‘예수교회서’서 첫발

    ◎이시대 출판문화 이끄는 대표서점 우뚝 한국의 대표적 대형서점인 종로서적이 이달 7월로 창립 90주년을 맞았다.종로서적의 출발은 1890년 설립된 ‘예수교서회’가 1907년 현재 위치의 목조 기와집을 구입해 기독교서적 출판·판매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조선왕조 개국 이래 새 수도 서울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종로는 장안의 대표적 상가로 군림했다.더욱이 종각 주변의 번화가에는 면포전이나 지전 등과 더불어 책전도 몰려 있어서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종로서적은 ‘예수교서회’‘교문서관’‘종로서관’의 시기를 거쳐 1963년 ‘종로서적 센터’로 이름을 바꾸면서 대대적인 현대화작업을 통해 오늘의 모습을 얻었다. 1천600평 11개 단일매장을 갖고 있는 종로서적은 21세기를 앞두고 인터넷서점 개설과 함께 회사이미지 통일화(CIP)작업과 판매시점 재고관리(POS)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종로서적은 지난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이에 따라 독자들은 20만종 1백80만권에 이르는 도서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할 수 있으며 즉석에서 주문·결재까지 할 수 있게 됐다.한편 이 검색서비스는 PC통신 하이텔 ‘go chongno’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구한말 종로거리의 구멍가게가 오늘날 서적·출판문화를 이끄는 대표적 서점으로 성장한데는 무엇보다 기독교적 사랑을 통한 인화단결과 원만한 노사관계가 큰 힘이 되었다는게 주위의 평.종로서적 이철지 사장(55)은 종로서적의 미래와 관련,“앞으로 국내 지점망 확충과 병행해 중국·미국·일본·북한 등에 해외지점망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종로서적이 21세기를 여는 복합 지성공간으로 자리잡을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산 못보는 축록자를 한탄하노니(박갑천 칼럼)

    공자는 제자가운데서 안회를 가장 사랑했다.그랬기에 안회가 죽었을때 통곡하며 탄식한다.“아,하늘이 나를 버리셨구나”(〈논어〉 선진편) 왜 좋아했던가.〈논어〉 옹야편에 짧은 설명이 나온다.노나라 애공이 학문좋아하는 제자를 물었을때 하는 대답.­“안회라는 자가 있었습니다.그는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았으며(부천로),잘못을 두번 되풀이하지 않았습니다(부이과)”.“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 한다”(〈논어〉 위영공편)고했던 공자인만큼 같은 잘못을 되풀이않는데 대한 평점은 높았다. 사람들은 저지른 잘못을 되저지르며 살아온다.술꾼의 경우를 보자.어젯밤 술자리에서 실수가 컸는데 오늘 아침에는 속이 쓰리고 골도 쑤신다.다시 먹나봐라.그랬다간 내손톱에 장을 지지지.했건만 해질녘의 유혹에 엄발나서 또다시 고주망태로.골초 철록어미의 경우라해서 다를것 없는 세상살이의 약점이다. 여당 대선후보경선을 지켜봐 오는 마음이 언짢아진다.어쩌면 그렇게 똑같은 잘못을 똑같이 저지르는 걸까.토인비는 “역사는 되풀이하긴 해도 베틀위를 오가는 북이 같은모양 아닌 다른 모양을 짜가는 것과 같이 발전하는 법”(〈역사의 연구〉 4편14장)이라면서 역사순환설을 비판한다.하건만 우리 선거문화에서는 그 ‘다른모양’이 잘 안보인다. 엊그제까지 이른바 대선자금문제를 둘러싸고 얼마나 떠들어댔던가.한데 그 떠들때의 문제점들을 저큼하기는 커녕 빼쏜꼴로 다시 펼쳐보여오는 행태다.돈쓰기·청중동원·흑책질선전·지역감정 부추기기 등등.공자의 개탄에 앞서는 국민의 한숨소리를 정녕 못듣는다는건지. “사슴(짐승)을 쫓는자는 태산을 보지 못한다”(〈회남자〉 열림훈등)고 했다.욕망에 눈이 어두워지면 제가 목표하는 사슴만 보일뿐 다른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우리의 옛선비 강희맹이 그위험을 지적한다.“…목전의 이익만 탐내다보면 그위험을 무릅써야 하고 그위험을 무릅쓰고 한발짝씩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다 보면 마침내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마는 것입니다…”(〈사숙재집〉:승목열).사슴만 보지말고 제자리 제모습도 바로보라는 충고다. 대매의 날은 다가와 있다.국민들은“누가 되느냐”보다 “누가 떳떳하냐”를 보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겠다.그걸 모르면 떠올라봤자 끝내는 ‘산 못보는 축록자’일 뿐이다.〈칼럼니스트〉
  • ‘도심속의 낭만 피서’ 호텔 패키지

    ◎부부가 함께 1박2일 오붓한 시간을/서울 힐튼­골프공 1박스 제공·인터넷 초중급반 개설/인터컨티넨탈­쿠키·빵 무료 조리·월트디즈니 영화도 상영/쉐라톤 워커힐­디너쇼 추가 B코스 28만원… 가야금홀 할인/경주 콩코드­경주월드 이용권 특별할인·음악회 등 열려 「도시여,안녕」 여름 휴가철이면 도시는 피서인파로 텅 빈다.그러나 40대 중반이후는 대부분 수험생 자녀를 두고 있어 피서지에서 한가하게 휴가를 즐길 여유가 없다.집을 오랜 시간 비울수 없는 중년부부들에겐 도시의 한적한 호텔에서 1박2일간 잠시 머리를 식히는 것도 괜찮다.각 호텔에서 실시하고 있는 서머 패키지를 소개한다. ▷서울 힐튼◁ 8월31일까지 실시하며 남산이 보이는 귀빈층 비지니스디럭스 룸은 16만9천원,비지니스디럭스 룸은 14만9천원.아침식사 2인분이 제공된다.수영장,사우나,휘트니스 센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보조침대 및 골프공 1박스도 제공된다.인터넷 강좌도 오전,오후로 나뉘어 초급반과 중급반이 개설돼 있다.317­3000. ▷인터컨티넨탈◁ 8월말까지실시하며 조식이 제공되지 않고 하룻밤 묵는 패케지A는 디럭스룸이 10만8천원,스위트룸이 12만8천원,조식이 제공되는 패케지B는 디럭스룸이 12만9천원,스위트룸이 14만9천원이다.객실내 과일,디스코텍 또는 바에서의 환영음료,수영장 및 헬스클럽,주차 등이 기본 혜택으로 제공되며 어린이 고객을 위해 매주 금요일에는 연회장에서 월트 디즈니 영화를 상영한다.토·일요일에는 호텔 주방장들과 쿠키나 빵,스파게티,미트볼,탕수육 등을 무료로 만들어 볼수 있다.고객중 한명을 추첨,발리 인터컨티넨탈 호텔 3박4일 숙박권과 왕복 항공권이 제공된다.559­7777. ▷올림피아 호텔 서울◁ 8월31일까지 실시하며 성인 2인기준,객실 1박에 야외수영장을 두번 이용할 수 있는 A프로그램은 10만원,객실 1박에 야외수영장 2회,조식부페,중식 또는 석식중 부페를 이용할 수 있는 B프로그램은 18만원이다.어린이를 동반하면 패키지 요금은 추가되지 않으나 식사는 기존 어린이 가격을 추가로 내야 한다.287­6100∼2.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8월말까지 내국인 및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다.1박에 12만1천원이며 수영장과 체련장을 무료로 이용할수 있다.조식을 50% 할인해주고 퇴실시간도 3시간 연장해준다.531­6522∼3. ▷웨스틴 조선 호텔◁ 8월말까지 1박2일에 12만5천원,조식이 포함되면 13만5천원이다.수영장,사우나를 즐길수 있는 휘트니스센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동반자녀는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317­0230,0404. ▷프라자호텔◁ 8월말까지 실시하며 1박2일 디럭스룸 패키지는 15만6천원,익제큐티브룸 패키지는 18만원.조식 부폐와 휘트니스룸 이용권,덕수궁 입장권이 제공된다.310­7710. ▷쉐라톤 워커힐◁ 9월7일까지 실시하며 1박2일에 조식이 제공되고 야외온천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A코스는 18만원,워커힐 디너쇼가 추가되는 B코스는 28만원이다.8월17일까지는 어린이놀이방이 무료로 제공되며 사우나,가야금홀,댄스바 제스티의 할인혜택이 주어진다.450­4646∼8. ▷온양 관광 호텔◁ 8월말까지 실시하며 2인 1박에 주중은 10만원,주말은 11만5천원,공휴일 전날은 13만원이다.가족까지 추가요금없이 투숙가능하며 체크아웃기간도 연장해준다.온천탕을 무료이용할수 있으며 수영장,볼링장을 60% 할인해준다.(0418)545­2141. ▷경주 콩코드◁ 8월31일까지 실시하며 룸 등급에 따라 1박은 11만9천∼19만4천원,2박은 19만8천원∼35만9천원이다.호텔과 감포 나정 해수욕장간 셔틀버스와 호텔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수 있으며 온천사우나 50% 할인 및 경주월드 이용권 특별할인 혜택이 주어진다.오는 26일부터 8월11일까지는 특설무대에서 여름음악회가 열려 가곡을 감상할 수 있다.(0561)­745­7000. ▷부산 웨스틴 조선비치◁ 9월30일까지 실시하며 일∼금요일의 주중은 10만5천원,토요일 및 여름 성수기(7월19일∼8월16일)에는 13만원.남여 온천사우나를 50% 할인해주고 실내수영장 및 헬스클럽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관광유람선은 30%,제트스키와 바나나 보트는 20% 할인해준다.(051)749­7001.
  • 일 ‘직선기선’ 영해 주장은 무리/박춘호 고려대 교수(특별기고)

    ◎한국과 사전 협의했어야… 합리적 해결 기대 1956년 5월에 중국공산당은 백화제방·백가쟁명의 표어를 내걸고 학술·문예등 모든 분야의 자유로운 논의를 권장했다.이때 순진하게 마구 떠든 자들은 마침내 철퇴를 맞았다.그후 이 표어는 다른 뜻으로도 흔히 쓰이게 되었다. 요즘 한·일간의 어업분쟁을 보고 있으면 다시 한번 한·일 문제의 백가쟁명시대를 맞은 느낌이다.물론 화살은 모두 일본을 향한 것이지만 여러가지 논의가 비약적으로 전개되는 형상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은 마치 냉탕·온탕을 한꺼번에 둘러쓰고 있는 느낌이다. 한·일간의 어업분쟁은 뿌리가 깊다.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마찰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초부터였다.근래에는 1952년 1월에 한국이 평화선을 선포했을때 시작하여 1965년의 국교정상화 때까지의 14년간의 심각한 분쟁이 있었고,지난 6월부터 시작한 일본의 한국어선 나포에서 비롯한 현안문제가 있다.이 어업분쟁은 동해 서해 남해에 잡을 고기들이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혹은 한·일 양국이나 어느한쪽이 생선을 안먹기로 한다면 분쟁도 끝날 것이나 이것은 있을수 없는 현상에 대한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경우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금년 1월1일부터 일본이 소위 직선기선을 그어서 영해를 넓힌 데 있다.영해에 대한 연안국의 권리는 모든 해양관할권의 기본이 된다.일본은 1977년에 영해법을 시행할 때 직선기선제도는 쓰지 않았다.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고 연안에 여러 섬을 가진 나라로서 약간 의외적인 것이었다. ○65년 협정 아직 유효 일본이 금년부터 직선기선을 그어 자국의 영해를 넓힌 것은 어느 연안국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서로 해안을 마주보고 있는 한국과는 1965년의 어업협정이 있고 그 협정에는 어느 쪽이든 자국의 어업전관수역을 획정할 때 직선기선을 긋게 되면 상대방하고 협의하게 되어 있다.그래서 한국은 1965년에 일본과 협의했던 것이다. 영해를 위한 직선기선은 어업을 위한 경우와는 별개라는 것이 일본의 주장같다.그러나 한일어업협정은 엄연히 살아 있다.게다가 일본이 자국 연안에 많이 그어 놓은 직선기선의 몇군데는 해양법상 무리한 점이 있다.고양이 낯바닥만한 바다조각을 몇군데 더 확보하는 것이 수천년,그리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불가불 숙명적으로 관계를 가져야 할 이웃하고 두고 두고 속상하는 것이 그래도 나았다는 셈인지 알 수 없다. 이 문제는 이제 국제법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 측면까지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말았다.국제법의 용어를 빌려 겉으로는 점잖은 법률논쟁같이 보이나 사실은 다시 감정싸움의 조짐이다.그래서 법이론만으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감정이 앞문에 나타나면 법은 뒷문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왕 법이론의 논쟁을 하겠으면 먼저 사실관계와 현행 국제법제도의 좀 더 정확한 파악이 앞서야 할 것이다.내용이 미비하거나 정확하지 않아도 일단 큰 목소리로 고함을 쳐놓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그럴테면 법은 거두고 해야 한다. ○감정 대결 양상 지양 그리고 한일어업분쟁의 역사적 배경과 양국관계의 종합적인 고려도 필요하다.21세기니 태평양시대를 구가하는 큰 이웃끼리 온 동네사람들 앞에서 생선꼬리싸움이나 하는 것은 고양이들이나 하는 짓이다.저 수평선 너머 끝없이 넓고 깊은 바다의 부름을 두고 썩은 물이 흐르는 골목 도랑에서 몇마리 피라미 새끼를 서로 잡으려는 옹졸한 싸움은 이제 그만하라. 게다가 한·일간의 어업문제는 두나라끼리의 문제외에 남북한,중국 그리고 나아가서는 바다의 자원을 노린 세계 모든 나라들의 문제로 연결된다. 필자는 어려서 생선비린내 나는 평화선 분쟁을 두눈으로 보았다.아무쪼록 이번의 사태가 어른스럽게 수습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전문가 좌담(학원폭력 이대로 둘수 없다:6)

    ◎피해자 연15만명… 예방프로그램 마련 시급/학교선도 단계 넘어 사회치료 개념서 접근을/반짝캠페인보다 학교·사회·가정 지속관심 필요 □참석자 ·박헌화 서울시교육청 생활지도 장학관 ·박용선 단국대부속고 교감 ·이상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연구원 ·윤영숙 학부모 학교 폭력 피해자는 한해에 15만명으로 추산된다.학부모들은 언제 어디서 자녀가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이제 학교 폭력은 단순한 비행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다.가정과 학교,사회 모두가 나서 공동의 치유책을 찾아야 한다.7일부터 연재한 ‘학교폭력 이대로 둘수 없다’시리즈 마지막편으로 서울시교육청 박헌화 생활지도장학관,청소년폭력예방재단 연구원 이상오 박사,단대부속고 박용선 교감,학부모 윤영숙씨 등 4명을 초청,학교 폭력의 해결 방안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상오 박사=학교 폭력의 양상이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단순히 급우들을 폭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이지메를 흉내내고 미국처럼 조직을 만들어노골적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등 흉폭해지고 있습니다.미국은 한해 1백50만 건의 학생 폭력이 발생,6초마다 희생자가 생기고 있습니다.우리나라는 해마다 15만 건으로 추산됩니다. ○폭력조직 여학생도 가담 ▲박용선 교감=꿈과 희망을 주어야 할 학교가 ‘가기 싫은 곳’으로 전락하는 현실이 교직자로서 부끄럽습니다.최근 학교폭력은 선후배간의 조직을 넘어 학교주변 불량배와 연계되면서 사회 문제화되고 있습니다.어린 학생들이 기성 폭력배를 방불케 하는 조직을 갖추고 탈법을 서슴치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이미 학교에서 선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느낌입니다. ▲윤영숙씨=동감입니다.학교운영위원회 상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폭력 상담건수가 줄지 않아 안타깝습니다.학교폭력은 중학생,5∼6학년 초등학생,고교생 등의 순으로 발생 건수가 많습니다.사춘기 시절에 집중된 만큼 피해 학생의 심리적 충격이 매우 큽니다.학교폭력은 피해자가 어느 순간 가해자로 탈바꿈하는 특징을 지녀 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근절 대책이 절실합니다. ▲박헌화 장학관=최근에는 학교폭력의 대상이 초등학생 등으로 더욱 어려지고 여학생에게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학교폭력 문제는 95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내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일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대부분이 결손 가정에서 문제가 비롯된다는 점을 상기하면 학부모는 자녀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쏟고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는 교사의 노력이 절대적일수 밖에 없습니다. ▲윤씨=피해 학생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60% 이상이 교내에서 폭력이 발생했고 특히 쉬는 시간 또는 점심시간에 교실과 화장실에서 사고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특히 고등학생은 주로 교실에서,중학생과 초등학생은 학교 주변 골목이나 교내 후미진 곳에서 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따라서 지금처럼 수업이 끝난뒤 학부모 지원봉사자나 교사가 활동하는 것은 실효성이 적습니다. ▲박교감=그렇습니다.사실 교사들의 업무가 너무 과중합니다.별도의 학교폭력 문제 전담 교사가 필요합니다.쉬는 시간에 각 반을 돌아보기만 해도 폭력을 미연에 막을수 있을 것입니다.현재 교사들은 수업이 끝난뒤 1∼2시간 정도 교내를 돌아보고 퇴근할 수 밖에 없습니다.비행 학생을 하루 이틀 주의를 주거나 적발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폭력문제 전담교사 필요 ▲박장학관=3월부터 서울시교육청 산하 11개 지역 교육청에 12개의 청소년 상담센터를 상오 9시부터 하오 10시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1만2천여건을 상담했습니다.이 가운데 학교폭력 문제가 15% 이상을 차지했습니다.각 학교에서도 상담 전문교사제를 도입,운영키로 했습니다.하지만 학교폭력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박사=가치관이 뚜렷치 않은 시기이므로 학생 상담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또 피해 학생이 상담실을 찾았을 때에는 대단한 용기를 갖고 찾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않됩니다.이들이 부모나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것은 보복 폭행이 두렵기 때문입니다.피해 학생의 65%가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예를 들어 한대 맞고 신고를 하면 10대를 때리고 또 신고하면 100대로 보복 당하는 식입니다.따라서 상담은 전문 교육을 받은 전담교사가 맡고 충분한 예산 배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박장학관=사실 국내에는 학교폭력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기관이나 연구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이를 치유할 사회학습 프로그램도 없습니다.교육의 양적인 팽창에만 관심을 갖다가 간과했던 문제를 다시 돌아볼 때임이 분명합니다. ▲윤씨=시교육청에 1백억원 이상 책정되어 있는 학교환경개선비를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건물을 고치고 비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학교폭력은 학교환경을 해치는 주범입니다.일부 학교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쉬쉬하기만 하고 뚜렷한 실적이 나타나지 않는 학교폭력 근절대책 등에 대해서는 예산을 신청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처사입니다. ○단속·처벌이 능사 아니다 ▲박교감=반짝성 캠페인은 교사와 학생에게 조롱꺼리일 뿐입니다.실효성 없는 행사로 학교와 교사의 권위가 추락하는 것도 학교폭력을 뿌리뽑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지난친 단속과 무거운 처벌만이 능사는 아닙니다.별도의 비행 청소년 선도시설도 갖추지 않고 교화 시설에 가둔다면 또 다른 범법 요령만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박사=선진국은 대체로 두가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가정과 학교,시민단체로 대표되는 사회가 입체적인 공동 예방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미국식 방법과 전담 상담원이 1대 1로 직접 선도하는 독일식이 그것입니다. 80년대 초반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미국은 특별검사제 등 관련 법규를 제정하고 단속과 처벌을 크게 강화했습니다.그래서 폭력 건수가 잠시 주춤했으나 얼마 후 더욱 조직적으로 변하면서 총기 등으로 무장한 청소년 갱단이 등장,그 폐해가 더 컸습니다. 마침내 83년부터 해마다 4천4백억원의 예산을 투입,청소년폭력 예방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수업을 꼭 학교에서만 받을 필요가 없고 도서관 탐방,캠핑 등 자유롭고 능동적인 학습을 통해 정상적인시민으로 키워 나갔습니다. 독일은 철저히 1대1 선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선도 자원봉사자가 비행학생과 모든 생활을 함께 하며 삐뚤어진 마음을 조금씩 고쳐 나가는 것입니다. ○주변 유해환경 규제 절실 ▲박장학관=우리도 학교폭력을 ‘사회치료’개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학교와 가정,공공기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지역적 특징에 따라 공공도서관 등이 그 역활을 담당해도 좋을듯 싶습니다.또한 폭력성과 음란성 등 유해환경 매체에 대한 규제도 시급합니다.특히 대중매체에 대해 무제한으로 노출된 청소년들은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면만 배우게 돼 정서를 해치고 있습니다. ▲박교감=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과중한 심리적 부담을 주는 입시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학과목 성적순으로 우열을 가려 매사를 대하니까 일부 아이들을 소외시키고 비행에 빠지게 합니다.사실 폭력을 휘두른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렇게 순수할 수가 없습니다.따라서 성적은 좀 나쁘지만 다른 분야에 뛰어나면 이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윤씨=대화를 통해 관심을 가져주고 비슷한 부류의 학생들끼리 경쟁하면서 자신감을 키우고 자아를 가꾼 뒤 사회에 적응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입니다.최근 대안학교 성격의 사회교육 시설학교가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좋은 예일 것입니다.그들은 한결같이 “나를 인정해 주는 학교가 너무 좋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박교감=비행 학생에게 가정은 웃음과 안정을,학교는 자아 인정과 용기를,사회는 ‘패자 부활전’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군요. ▲이박사=미국식과 독일식을 적절히 접목하면 효과가 클 것입니다.또 사회기관의 역활을 국가가 아닌 민간 시민단체에게 맡겨도 좋습니다.국민 모두가 어떤 면에서는 학부모이기 때문에 적당한 예산만 지원되면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나설 것입니다.한국 청소년폭력재단 역시 학교 폭력에 피해를 당한 학부모의 모임에서 출발했습니다. ▲박장학관=가정과 사회가 권위를 잃고 있는 현실에서 어른들이 우선 자각해야 합니다.예전에 한 교사가 비행 학생의 가정을 방문했더니 학생의 아버지가 대낮부터만취한 채 “내 자식에 왠 관심이 그렇게 많냐”며 면박을 주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이런 환경에서 어이들이 무엇을 배울수 있을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윤씨=마찬가지로 교사에 대한 불신도 문제입니다.교사가 촌지나 바라면서 학생을 편애하거나 혹은 부당한 대우를 일삼는다면 학생들이 뭘 느끼겠습니까.삐뚤어진 세상에서 죄의식도 없이 비행을 저질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아울러 ‘사랑의 매’라고 잘못 포장된 교사폭력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합니다.교사에게 사소한 잘못으로 매를 맞은 초등학생이 분풀이로 다른 학생의 물건을 훔치거나 괜한 시비를 걸어 마구 때린 사례도 있습니다. ▲박교감=한때의 잘못으로 어린 청소년들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절대 반대입니다.이런 점에서 모든 범죄가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학교폭력은 예방이 중요합니다.평소에 많은 관심을 쏟아주고 보살피면 충분히 막을수 있습니다.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은 비행학생들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드립니다.웃으며 칭찬하는데 나쁜 마음을 먹을 턱이 있겠습니까.
  • 건축가 승효상(이세기의 인물탐구:136)

    ◎장식 아닌 생략·절제의 미 창조/김수근공간연구소 거쳐 빈 공대서 수학/작품철학엔 문학적 취향에 종교성 가미/‘빈자의 미학’ 선언… 건축계의 기린아로 건축가 승효상의 건축작업은 장식적이 아닌 생략과 절제의 묘미가 특징이다.건축철학 역시 그만의 독특한 문학적 취향과 함께 종교성을 포함시키는데 있다.일찍이 김수근이 이끌던 공간건축연구소에 소속되던 시절에는 외부공간과 외곽을 연결하여 아기자기한 내부를 꾸미는 수사성에 집착했으나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하면서 「장식성의 무의함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가 유럽시절 영향을 받은 것은 19세기말 「귀먹어리들아, 들어라!’라는 글로써 「장식의 죄악성’을 통박한 아돌프로스의 로스하우스를 접하면서부터다.빈 중심가에 자리잡은 이 건물은 아래층은 상가이고 위층부분은 아파트로 분리된 실용적 건물로 한때는 「눈썹없는 사람’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철학자 칼 크라우스가 「그것은 건축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호평하면서 20세기 모더니즘의 효시가 된다. ○스승에 “틀렸다” 직언도 빈에서 돌아온 승효상은 건축가가 완벽하게 분할하고 장식하고 구성하던 기존관념에서 벗어나 ‘프레임만을 정해주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개성과 취미와 생활을 담을수 있도록’ 선택의 여지를 남겨주게 되었다.그가 세우는 흰벽과 마당,그가 만들어 내는 공간들은 오브제적 아름다움과 고전적 비례감을 성취하면서 ‘이제까지의 미적통념에서 벗어난 과장과 축소로 우리의 일상을 진리의 세계로 연결시키고자하는 처절한 순례의 결과’라는 것이 건축가 민현식의 평이다. 승효상은 신사적인 건축예술가로 소문나 있다.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이해의 폭이 넓어서 누구에게도 쉽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게 피력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선에서는 무가내하일만큼 양보가 없다.만일 토론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의사를 수용하는데 비해 승효상은 격론의 대상이 대선배나 스승일지라도 「틀렸다’고 맞서는데 주저하지 않는다.이른바 중앙청을 철거할때도 경복궁복원은 당연하지만 좀더 긴 논의와 철거의 타당성을토론으로 이끌었어야 한다는 주장을 철거가 끝난 지금도 멈추지 않을 정도다.그만큼 고집이 센편이다. 그가 말하는 엄밀한 의미의 건축적 요건이란 건축이 놓이는 ‘땅에 대한 장소성’이며 건축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성’,그리고 ‘집은 집답게’‘학교는 학교답게’‘교회는 교회답게’허세와 과시와 사치를 배격하면서 가장 인간적인 것을 건축속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후 승효상은 참건축의 의미인 ‘빈자의 미학‘을 선언하면서 건축계의 주목을 받는 기린아의 이미지로 떠오르게 되었다.또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가 다 건축이라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건축가없는 건축이 더욱 살아있는 인간을 담은 건축적’이란 독설은 한동안 건축계에 긴장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건축을 향한 그의 정신은 한자리에 머무는 법이 없이 언제나 치열하다.그래서 ‘나는 고루한 인습에 묶여있지나 않은가’‘타협하기 위해 비겁하지 않았는가’를 자문하면서 「남이 믿는 것을 믿지 않고’‘남이 믿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가게 되는 모순’을 스스로 통제하기도 한다. 그가 이러한 투철한 건축을 추구하게 된데는 그의 성장과정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평북 정주출신의 독실한 크리스천인 승병조씨(안디옥교회 장로)의 3남1녀중 장남, 부산피란시절에 부산에서 태어났다.이북에서 피란온 여러가구가 서대신동 꼭대기에서 함께 살게되면서 그는 벌써 나눔과 베품,남에게 주는 기쁨인 가족공동체를 체득할 수 있었고 허례와 과장이 아닌 실용적 공간을 추구하게 되었다.예를 들어 그는 에게해 산토리니섬의 벼랑끝에 다닥다닥 붙여지은 집들이라든가 아키펠라고의 군도적 삶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으로 손꼽고 있다. 그들의 삶은 선을 긋고 담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남의 마당을 내 마당처럼 건너지르거나 남의 베란다를 나의 지붕으로도 쓸 수 있다는 여유와 낭만을 강조한다.그러나 그가 좋아하는 ‘달동네는 사실이기 때문에 아름다울수 없겠지만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측면과 흰눈이 내려 모든 것을 덮으면 사실은 안보이고 사실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아름답고 인간주의적이라고 주장한다. 건축가 공일곤은 승효상의 건축이론은 「언제나 앞장서서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열린 창의력으로 대담하게 무엇이나 시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번뜩이는 재능과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은 기라성같은 서울대 선배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게되었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품을 탄생시키고야말 인물’로 지적되기도 한다.따라서 ‘그가 종종 사용하는 빈자의 미학은 이 시대가 필연적으로 갖춰야할 덕목이 무엇인가를 명쾌히 꿰뚫는 선언일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의 최근의 건축이 침묵하는 몸짓을 보이며 거추장스러운 군더더기를 제외하고 본질만의 뼈대로 구성되는 것은 세장하고 유약한듯 하면서도 엄청난 긴장과 압축의 미학에 접근된 자코메티의 구원의 빛과 비견되어 ‘물리적으로 빈한한 자의 어쩔수 없는 퇴행적 미학이 아닌 오히려 스스로 빈자이고자 하는 실천적 미학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용적 공간미학 추구 이 정신은 ‘인간성이 피폐해가는 세기말적 징후들과 결연히 맞서보려는 의지로서 자연에 대한 경외,도에 대한 갈구,높은 안목,그래서 청빈한 삶을 생활화한 조선조 선비들에게서 흔치않게 발견되어지는 구도자적인 자세일 것이다.미대를 나온 부인 최덕주씨와의 사이엔 아들만 형제. 대장간에 칼이 없듯이 이 시대를 주도하는 주역답지 않게 둔촌동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다.아침에 동숭동 샘터빌딩에 위치한 사무실에 출근하면 일과 두주불사로 자정직전에나 귀가,드로잉솜씨가 일품이고 모든 철학서적을 난독한다. 지적 감수성으로 보편적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이 건축가라고 한다면 「빈자의 미학’을 구가하는 그의 건축철학은 「현대의 선비적 자세’에 틀림없다. □연보 ▲1952년 부산 출생 ▲74년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75∼78년 공간연구소(대표 김수근)근무 ▲80년 서울대 공대 대학원 졸업 ▲80∼96년 한양대 이대 등 출강 ▲81∼82년 오스트리아 빈공대 수학,마하르트 뫼비우스운트 파트너근무 ▲85∼현재 대한건축사협회정회원 ▲86∼89년 공간연구소 대표이사 ▲86∼현재 한국건축가협회 정회원 ▲89년 승효상건축연구소 대표 ▲90년 대한민국건축대전초대작가 ▲93∼현재 서울건축학교운영위원 ▲94∼현재(주)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대표이사,분당주택전람회 ▲97년 현재 서울대 공대 출강 〈작품〉 광복30주년기념전시관(75년) 국립청주박물관(79년) 미노리텐광장·국제경제센터(81년 오스트리아 빈) 서울대공원·차병원(82년) 서울법원청사·주미한국대사관저(84년 워싱턴DC)눌원빌딩(87년) 강남크리닉·초량오피스빌딩(90년) 학동 수졸당(92년) 문화공간예술종합관(93년) 천주교풍납동성당·순천향대 도서관(94년) 경주율동법당 등 다수 〈저서〉 「빈자의 미학」(도서출판 미건사)「한국현대건축산책」외 〈수상〉 대법원장표창(89년) 건축가협회상(91·92년) 김수근문화상건축상·대한민국건축문화대상 본상(93년)
  • 조선중기 윤두서의 자화상(한국인의 얼굴:109)

    ◎국보 240호… 해남 녹우단 보존/기개있는 선비 묘사… 걸작 평가 조선시대 중기의 마지막 시대를 장식한 공재 윤두서(1668∼1715년)는 자신을 그린 자화상을 남겼다.작가가 자신을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이 뚜렷한 ‘윤두서상’은 사실상 가장 오래된 자화상일 것이다.문인이자 화가였던 그는 자기의 얼굴을 종이에다 옅은 물감을 써서 그렸다.국보 240호인 그의 자화상은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종가 녹우단에 보존되었다. 이 자화상에는 얼굴만이 가득 들어있다.세로 38.5㎝,가로 20.5㎝의 화폭을 온통 얼굴과 얼굴을 감싼 수염으로 채웠다.화폭에는 얼굴 말고 다른 여백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그래서 얼굴이 강렬하게 부각되었다.거울에 비친 자신과 대결이라도 하면서 자화상을 그린 듯 박진감이 넘친다.그래서 화면을 선뜻 마주하기에는 좀 두려운 구석이 있다.서양미술이 자화상에서 추구한 자아인식은 아닐지라도,어떤 내면세계가 분명히 보이는 작품인 것이다. 이 자화상은 윤곽을 검은 선으로 가늘게 그리고 색을 칠하는 구륵법보다는 붓질을 여러 번 하는방법으로 어두운 부분을 표현했다.눈두덩 위와 눈아래 부분,코와 코방울 언저리에서 입가로 흘러내린 주름 법령등이 그것이다.입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처리되었다.다시 말하면 얼굴바탕과 같은 색깔을 여러번 칠해서 강조할 부분을 돋보이게 한 필법이다.이 화법은 당시 유행한 초상화 기법이기도 했다. 눈은 살아서 번득이고 있다.사람이 빨려들어갈 것처럼 생동감이 우러나는 눈이다.이 초상화의 핵심은 바로 눈에 있다.얼굴을 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에 눈동자를 그려넣는 이른바 점정의 효과를 최대로 살린 자화상인 것이다.얼굴 각 부위에 수염이 잇달아 난 연발수는 눈과 함께 자화상 주인공의 인물을 위풍당당하게 만들었다.기개있는 선비로 묘사된 이 자화상은 조선시대 걸작의 초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화상의 효시는 물론 윤두서가 아니다.그 이전에도 자화상을 그린 사람들이 있었다.허목(1595∼1682년)의 미구기언을 보면 고려의 공민왕이 거울속의 자기 얼굴을 그렸다는 ‘공민왕조경자사도’ 이야기가 나온다.그리고 조선시대 ‘매월당집’은 김시습(1435∼1682년)이 젊어서와 늙어서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두 장을 그렸다고 기록했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실물은 전해 내려오지 않는다.또 후대에는 이광좌와 강세황이 자화상을 그렸다.
  • 1등이라 해서 다 좋은건 아니고(박갑천 칼럼)

    좋은뜻의 겨룸에서 1등 마다할 사람 있겠는가.선거·운동경기·바둑·학업·국가고시…,뭐가 됐든 남보다 앞서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런 사람마음.옛선비들이라 해서 다를것 없는 욕망이었다. 나중에 기묘사화를 일으키는 남곤이 과거에 급제하여 광화문밖으로 나가는데 누군가가 불러세워서 갔더니 그는 말한다.“자네 장원 못한걸 유감으로 생각하나? 중국서는 소동파가,우리나라에선 내가 2등으로 합격했으니 자네도 너무 고깝게 생각말게”.종을 시켜 알아봤더니 그는 탁영 김일손이었다.탁영은 장원 못한것을 분하게 여겨오던 터에 2등 합격한 남곤을 만나 평소의 불평을 터뜨렸다는 것이‘기문총화’의 해석이다. 하나밖에 없는 1등.수많은 학생들도 반에서 학년에서 그 1등을 위해 걸쌈스레 공부한다.그러다가 그걸 이루었을때의 기쁨은 클수밖에 없다.더구나 너나없이 ‘일류대학병’에 걸려있는 세태고 보면 더욱 그렇다.그런데 한 여고생은 대학이고 뭐고 관계없이 “1등일때 죽겠다”면서 목숨을 끊고 있다.1등의 영예를 영원히 안겠다는 뜻이었던 듯.어버이 가슴에 못박는데 1등되는 것임은 왜 몰랐던고. 사실 톺아오른 맨윗자리란 불안한 법.위는 없으니 떨어질 일밖엔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항용유회라 했다.항룡은 하늘끝까지 올라간 용으로 더는 올라갈 곳이 없어 오른걸 후회한다는 뜻이다.그렇게 떨어질 일밖에 없을때는 그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어린 여고생은 그 중압감을 못견뎌낸 것이리라. 지지라는 말이 있다.그쳐야 할곳을 안다는 뜻이다.“그쳐야 할곳을 알아 항상 그치고보면 평생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지지상지,종신무치:‘명심보감’).대체로 명예나 부의 추구를 두고 경계하는 말이다.하지만 잘나가는 터수에 그친다는게 쉽지 않다.더구나 학업에서야 어찌 그쳐야할 곳을 찾는다 할 일이겠는가.한데 우리의 여고생은 그걸 죽음에서 찾은점이 여간만 안타까운게 아니다.공부의 1등이 인생의 불명예1등 모습을 보인게 아닌가. 그래.세상에는 왜나간 불명예1등이라는 것도 있지.OECD회원국가 가운데서 우리나라가 그 불명예1등 차지하는게 많지 않던가.결핵사망자수·간암사망자수·교통사고 사망자수·난폭운전… 등등에서.이거야말로 그칠 곳을 알아야할 1등자리 아닌가 싶건만.〈칼럼니스트〉
  • 전주 전통부채/단아한 선비의 멋 부채살마다 가득

    ◎한해 합죽선 5만·태극선 50만개 생산/살 많고 고른것이 좋아… 가격 천차만별 ‘단오 선물은 부채,동지 선물은 책력(24절기가 표시된 지금의 달력에 해당됨)’ 단오가 되면 더운 여름철이 가까워지는 만큼 부채가 선물로 제격이고 동지가 가까워오면 새해에 쓸 책력이 선물답다는 뜻의 옛말이다. 부채가 다른 어느것보다 친근한 성하의 계절이 돌아왔다.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의 폭발적인 증가로 부채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전주 전통부채’가 나름대로 활로를 찾고 있다. 워낙 멋과 품위가 있는데다 옛 것을 되찾자는 최근의 복고적인 분위기도 부채사용 인구를 점차 늘리는데 한몫하는 셈이다. 부채와 관련된 기록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문헌은 삼국사기다.이 책에는 후백제의 견훤이 왕건에게 공작선을 선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흥미로운 것은 당시 후백제의 수도가 지금의 전주인 완산이란 점이다. 조선시대에도 전주는 국내의 부채산업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당시 전라도 전역을 관할하던 최고행정기관인 전라감영에 부채를만드는 선자방을 별도로 두고있었으며 최고행정책임자인 관찰사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최고품질의 부채를 궁중에 진상해 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전주의 부채가 옛부터 전국적으로 높은 성가를 얻어온 것은 이 지역의 특산품인 한지와 질좋은 대나무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인 냉방기기가 폭넓게 보급되면서 부채산업은 지난 80년대 이후 한동안 판매량이 절반이하로 뚝 떨어지며 쇠락했다. 결국 전북도와 전주시는 지난 90년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전통문화보존대책의 하나로 전주지역의 부채 제작자들이 한 곳에 모일수 있도록 공예품협동화단지를 주선해주고 조합도 결성했다.공예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70여평규모의 공간도 지원했다. 현재는 전주지역에서 합죽선과 태극선을 수십년씩 제작해온 장인 8명이 전주시 완산구 대성동 전주∼남원간 국도변의 협동화단지에 보금자리를 틀고 부채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단지에서 연간 생산되는 부채는 합죽선이 4만∼5만개,태극선을 비롯한 각종 부채는 40만∼50만개에이른다.합죽선은 국내 유통량의 거의 전부가 이곳에서 생산되고 태극선 등은 국내전체시장의 80∼90%에 해당되는 물량이다. 이밖에 남원지역과 전남 담양지역에서 태극선 등이 약간 생산되고 있으나 미미한 양이다. 다만 요즘엔 값싼 중국산 대나무로 만들어진 부채들이 국내에 상당량 유입되고 있으나 대와 종이의 질,접착상태등 전반적인 솜씨가 전주의 전통부채를 따라가진 못한다. 지난 90년부터 협동화단지에 입주해 작업중인 국내합죽선제작의 1인자 이기동씨(68·전북도 무형문화재)는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 보급이 늘어났다고 해서 부채의 용도가 완전히 페기된 것은 결고 아니다”면서 “일부에서는 냉방병 걱정도 없고 전력도 아낄수 있는 부채사용을 적극 권장하고있으며 어떤 이들은 아예 부채를 장식용으로 구입해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선과 접선으로 나눠 ▷종류◁ 부채는 모양이 둥근 단선과 접었다 펼 수 있는 접선으로 나뉜다.단선은 모양이나 크기에 따라 오엽선과 연엽선·태극선·까치선·공작선·파초선·대금선·중원선·대원선 등이 있다.또 접선에는 합죽선과 백선·칠선 등이 있으며 아동들을 위한 아동선과 민화가 그려진 민화선도 있다.물론 전통 전주부채로는 태극선과 합죽선을 제일로 친다. ○손잡이 재질은 소나무 ▷제작 과정◁ 태극선과 합죽선의 제작과정은 다소 다르다.우선 태극선은 2년이상 묶은 왕대나무를 겨울철에 베어내 1㎜ 두께로 부채살을 만든다.이어 고급비단인 양단을 부채살에 잘 붙여 떨어지지 않도록 응달에서 24시간 가량 말리고 각종 모양으로 끝을 오려낸 뒤 한지로 테두리를 친다.소나무를 재질로 하는 손잡이를 끼우면 마무리된다.합죽선은 이보다 제작과정에 훨씬 복잡하다.합죽선은 대나물를 양잿물에 삶아 진을 뺀 뒤 약 보름정도 말리고 칼로 부채살을 만든다.부채살의 아랫부분에 인두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넣는 낙죽과정을 거친뒤 종이를 부채살에 붙이고 그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음 부채살의 끝을 고리로 꿰어 사용한다. ○살 많고 간격 일정해야 ▷좋은부채 고르는 법◁ 일반적으로 부채는 대나무살의 간격이 고르고 가급적 살의 수가많을수록 좋다.태극선은 살 위에 붙은 태극무늬가 정교하고 옆에서 봤을때 구김이 없고 반듯해야 한다.또 부채의 두께가 너무 두껍지 않고 한지를 이용한 모서리의 마감상태가 좋아야 한다.합죽선은 대살이 가급적 많고 가지런해야 하고 대나무와 한지의 접착상태를 잘 보고 구입하면 된다. ○합죽선 최소 2만원선 ▷가격과 구매방법◁ 태극선은 크기나 모양등에 따라 2천원부터 약 5만원까지 매우 다양하다.합죽선은 이보다 비싸 최소 2만원선이며 크기나 부채안에 그려진 그림·글씨에 따라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전주시 완산구 중앙동을 비롯한 시내 중심가의 화랑에 가면 유명화가나 서예가들의 그림이나 글씨를 붙인 각종 크기의 합죽선과 태극선을 손쉽게 구할수 있다.전주∼남원간 도로변인 전주시 완산구 대성동의 전주공예품특산단지(0652­87­7975)에 가면 전국최고의 장인들이 만든 진품전주부채를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 경선기탁금 준비 ‘4강3약’

    ◎이회창·이한동·김덕룡·최병렬­후원회 있어 든든/이수성·박찬종·이인제­후견인·주변에 손 벌릴판 신한국당 경선에 기탁금제가 새로 선보였다.각 대선주자들은 2일까지 대의원추천 명부와 함께 1억원을 내야 후보등록이 가능하다.선거공영제 실시에 맞춰 선거홍보물 발송 등의 경비를 마련하는 한편 후보난립을 막자는 취지다. 1억원은 보기에 따라 적지 않은 액수다.한보사태 여파로 업계의 ‘보험금’이 크게 줄은데다 경선판도가 혼전양상을 띄면서 자금마련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더구나 결선투표에 오른 2명을 빼고는 이를 돌려받지도 못한다.결선에 올라도 당의 경선비용을 제하게 돼 별로 남을게 없다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 때문에 각 주자들은 짐짓 태연해 하면서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직접 모금에 나서는 등 기탁금 마련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원내주자인 이회창 대표와 이한동 고문,김덕룡·최병렬 의원은 그나마 ‘후원금’이 있어 사정이 낫다.이대표측은 “후원금에다 사재를 더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의원도 “연초에 모금한 3억원의 후원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비해 후원금 모금이 불가능한 원외의 이수성·박찬종 고문,이인제 경기지사는 주변의 ‘돈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박고문측은 “몇몇 후견인과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한 돈으로 충당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관광산업 규제 더 풀어라/김주영 작가(서울광장)

    모처럼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 관광객들에게 우리가 자랑삼아 보여줄 수 있고,그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수 있는 관광자원이나 관광자산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그런 질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흔히들,우리가 지닌 전통적인 생활문화와 고적을 비롯한 문화유산을 관람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서울을 비롯한 경기 인근에 흩어져 있는 손색없는 고적들과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정체성을 과시할 수 있는 몇몇 공연물과 전시장이 있긴 하다.그러나 막상 가다듬고 생각해 보면 과연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관광객들이 우리의 무엇을 보고 느끼고 돌아가는지 퍽이나 굼금해지면서 나아가서는 뒤통수가 뜨거울 정도의 당혹감을 느낄 때가 많다.우리 스스로가 냉정한 시선으로 검증해 보면 우리의 관광자원은 극동이나 동남아의 이웃나라들과 비교해서 너무나 보잘 것이 없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물론 그들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당도해서 보름이나 한달을 체류한다면,우리 고유문화의 우수성을 뇌리에 각인하여 돌아갈 수 있는 여지는 있다.그러나 그들이 체류기간이 고작해서 평균 3∼4일 정도라면,자신들이 본국에서도 지겹도록 바라보던 빌딩들과 자동차만 실컷 보고 돌아가게 될 것이란 비관적인 결론과 마주치게 된다.우리가 자랑하던 맑은 하늘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매연에 찌든 경치도 이젠 자랑할 것이 못되고 말았다. ○적자관광 대책 미흡 그래서 그들 외국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떨어뜨리고 가는 외화도 중진국의 국민인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쓰고오는 외화의 액수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이처럼 외화가 무더기로 잘려나가는 사태를 두고 양식있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사치관광과 낭비관광을 목청높여 질타하고 개탄한다.그러나 질타와 개탄은 있지만,외화낭비와 적자관광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과 눈을 크게 뜨게 만드는 개선책은 아예 없거나 미흡하기 그지없다.옛날의 어떤 게으른 선비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밖으로 나가서 지붕 고칠 생각은 않고 방안에서 우산만 받고 앉아 날씨를 원망하더란 얘기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외국의 경우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공항만 벗어나면 관광자원이 그대로널려있을 정도여서 구태여 가이드를 따로둘 필요가 없을 정도다.외국에 나가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우리의 관광자원이 바탕부터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누가 보아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넓은 공감대와 보편성을 가진 관광자원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그러나 관광자원의 개발과 보전이란,10∼20년의 거국적인 노력과 집념으로도 흡족한 성과를 노리기 힘든 문제란 것을 유럽이나 동남아의 문화유산을 돌아본 사람이라면 씁쓰레한 심정으로 느끼게 된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좋아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이 이처럼 절망적인 상태로 소진되거나 훼손된 것은 물론 일제의 약탈과 참혹한 전쟁,그리고 무분별했던 개발로 우리 고유문화의 정체성이 마모된 탓이다.그러나 좁은 국토에 과부하된 인구,그리고 거론조차 할 수 없는 지하자원의 절대적 고갈은 우리나라 경제의 영원한 숙제이고 극복해야할 과제이다.그러므로 우리는 첨단산업과 관광산업의 육성으로 외화를 벌지 않으면 장차 살아남을 길이 없다해도 심한 말이 아니게 되었다.바로이런 바탕위에서 행정일선에서 규제의 과감한 혁파나 제도개선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관광자원 개발에 대한 인식의 혁명적 전환과 다각적인 연구가 있어야 한다.그 한 예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대한 규제완화는 일단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전환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이러한 인식전환은 크게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진흥은 물론,당면해 있는 적자관광을 극복하는데도 좋은 처방이 될 것이 틀림없다.또한 카지노 산업의 육성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일 뿐 아니라,국가가 거둬들이는 세수증대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 틀림없다.장차 이 방면의 인재를 길러내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에 노하우를 축적하는데까지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질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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