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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43) 양양 구룡령 옛길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43) 양양 구룡령 옛길

    구룡령 옛길이 온전히 살아남은 건 거의 기적이다. 양양 서면 갈천리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넘어 홍천 내면 명개리에 이르는 옛길은 양양과 고성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보러 가던 꿈 많은 길이고, 양양의 아버지들이 동해의 해산물을 지고 홍천으로 넘어가 곡식과 바꿔왔던 고단한 길이다. 일제가 동해안 지역의 물자 수탈을 위해 옛길에서 1㎞쯤 떨어진 곳에 비포장도로를 냈고 1994년 비포장길이 말끔하게 아스팔트로 포장되면서 옛길은 아주 잊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갈천리 마을 주민들이 수풀 속에서 묻혀 있던 길을 발굴하고 보살핀 덕분에 구룡령 옛길은 새롭게 태어났다. 구룡령 옛길은 말 그대로 옛길이 간직한 미덕이 오롯이 담겨 있다. 험준한 오르막은 굽이굽이 돌면서 부드럽게 이어지고 하늘을 찌르는 금강소나무들은 활엽수들과 어울려 그윽한 숲의 정취를 풍긴다. 그리고 갈천리에서 명개리까지의 거리는 지금의 포장도로보다 훨씬 짧다. 이러한 옛길의 원형과 정취를 담고 있기에 갈천리에서 옛길 정상까지 2.76㎞가 명승으로 지정되어 ‘문화재 길’이 되었다(홍천 내면 명개리에서 옛길 정상까지 3.7㎞는 뒤늦게 복원된 탓에 명승 길이 아니다). 국내의 명승 길은 이곳 외에도 문경새재, 죽령 옛길, 문경의 토끼비리(관갑천 잔도)가 있다. 구룡령 옛길의 탐방은 갈천리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명개리까지 고개를 온전하게 잇는 것이 정석이지만 명개리로 내려가면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포장도로 구룡령 정상에서 시작해 옛길 고갯마루까지 백두대간 마루금을 잇고, 옛길을 따라 갈천리까지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현재의 길과 과거의 길이 백두대간을 통해 연결되는 이 코스는 힘들이지 않으면서 옛길과 백두대간을 체험할 수 있는 기막힌 코스다. 거리는 4.36㎞로 2시간30분쯤 걸린다. 56번 국도가 지나는 구룡령의 본래 이름은 ‘장구목’이다. 도로가 포장되면서 이름이 구룡령으로 둔갑해 지금까지 굳어졌다. 구룡령 생태터널 앞에는 ‘백두대간 구룡령’이란 거대한 돌비석이 서 있다. 그 뒤로 난 길은 약수산과 오대산 방향이고 도로 건너편으로 나무계단이 보인다. 구룡령 옛길로 가려면 그쪽으로 올라야 한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100m쯤 가면 본격적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을 밟게 된다. 1000m가 넘는 고도지만 길은 평지처럼 순하다. 30분쯤 걸었을까. 쏴~ 갑자기 파도소리가 들린다. 백두대간 능선을 넘으면 동해가 펼쳐지는 것을 아는 듯, 내륙에서 불어온 바람은 능선의 나무들을 두들기며 파도 흉내를 내더니 뺨을 후려치고 달아난다. 낙엽이 진 능선은 심술궂은 바람이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한다. 1121m 봉우리에 올라서자 나뭇가지 사이로 갈천리 마을이 보인다. 여기서 본 갈천리는 그야말로 백두대간 아래 첫 마을이다. 1121봉에서 내려서면 구룡령 옛길 정상.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르고 갈천리 방향으로 내려서면서 본격적으로 옛길 탐방에 나선다. 완만한 산비탈 길에는 수북한 낙엽이 발바닥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활엽수들은 이미 잎사귀를 떨어냈고 낙엽들은 무언가 움켜쥔 것을 놓은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가랑잎 하나를 쥐고 냄새를 맡으니 뜻밖에 좋은 냄새가 난다. 아직 나무의 향기가 마르지 않았다. 잎사귀에서 향기가 사라지면 가을도 떠나리라. 길은 산의 허리춤을 파고들면서 구불구불 휘어진다. 구룡령(九龍領)이라는 이름은 아홉 마리 용이 구불구불 거리며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구룡령 포장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옛길에서 새길까지의 거리는 불과 1㎞가 안 되지만, 세월의 거리는 참으로 아득하다. 이윽고 눈부시게 흰 돌이 간간이 눈에 들어오는 횟돌반쟁이. 옛 행인들이 쉬어가던 곳으로 장례식에 쓰는 횟돌이 나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물자작나무라고도 하는 거제수나무 몇 그루가 단풍과 어울린 그윽한 길을 내려서니 굵은 소나무 그루터기들이 보이는 곳은 솔반쟁이. 이곳의 금강소나무들은 1989년 경복궁 복원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구불거리는 길이 잠깐 평지처럼 순하게 이어지다 무덤 하나를 만난다. 군 경계를 확정하기 위해 홍천 명개까지 양양 수령을 업고 뛰다 돌아오는 길에 지쳐 죽은 젊은 청년의 무덤인 묘반쟁이다. 무덤을 지나면 하늘을 찌르는 금강소나무들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그 중 하나는 둘레가 270㎝, 높이 25m, 나이는 무려 180살이다. 이렇게 기품 있으면서도 야생이 살아있는 금강송은 전국적으로 흔하지 않다. 목이 아픈 줄 모르고 금강송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덧 계곡을 만나면서 옛길은 끝난다. 맑은 물에 땀을 닦고 있는데 심술쟁이 바람이 찾아와 낙엽 한 움큼을 머리 위로 뿌려놓는다. 글 사진 mtswamp@naver.com ●가는 길과 맛집 구룡령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수도권에서 출발하면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이용해 홍천까지 이른 후에 56번 국도를 타고 창촌을 지나 구룡령에 닿는다. 양양에서 갈천리행 버스는 1일 5회(08:10 홍천행, 11:00, 13:30, 16:00, 18:10) 운행한다. 구룡령에 차를 댔으면 갈천리에 도착한 후에 갈천리 주민들의 픽업서비스를 이용한다(엄주현 이장 011-294-2427). 갈천리 관광 정보는 마을홈페이지(http://www.치래마을.kr)에 잘 나와 있다. 갈천리는 산나물과 토끼탕이 유명하다. 갈천약수가든(033-673-8411), 치래마당(033-673-0050) 등에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다.
  • 비빔밥, 판소리, 한옥마을 그리고 전주정신

    전주정신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저항과 풍류를 말하는 이도 있고, 선비정신을 내세우는 이도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새기자고 하는가 하면 ‘택지리’의 ‘지리인성론’ 등에 기댄 기질론도 만만치 않다. 백제의 정신, 미륵·개벽사상, 선비정신 등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근거로 한 제안들까지 그야말로 백가쟁명, 종가의 살림살이만큼이나 다채롭다.정리가 쉽지 않다. 아니 정리가 능사도 아니다. 뒤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게 하는 이런 논의 자체가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해줄 것 같아 오히려 반갑다. 더 복잡하게 이끌어 보자는 유혹까지 느낀다.차마 버리지 못하는 종가의 복잡한 살림살이, 그것을 지키고 간직하려는 정성과 진정성에서 전주정신의 한 단초를 찾아볼 수는 있지 않을까? 이것을 전주가 대표하는 주요 문화코드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예를 들면 전주비빔밥이다. 비빔밥은 간편식이다. 그러나 ‘완전’을 추구하는 땅 전주에서는 그렇지 않다. 적어도 조리과정에서는 간편성을 내세운 ‘대충’이 통하지 않는다. 철분이 풍부한 전주콩나물만 고집하는 등 조리재료의 선택에서도 완전을 향한 정성은 확인된다. 밥도 그냥 물이 아니라 사골국물로 짓는다. 나물 또한 각각의 특성을 살려 따로 조리하며 그것을 배치하는 데에도 색상을 고려한다. 노란 청포묵과 오방색의 고명을 고집하고 중앙에 빨간 고추장을 떠 놓고 그 위를 계란 노른자로 장식하는 모습은 화룡점정의 숙연함까지 느끼게 하는 것이다.차마 대충 하지 못하는 진정성은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판소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동체적 삶의 한과 신명을 고도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인류 최고의 소리음악 자체에 이미 삶의 질곡 속에서 접하게 되는 슬픔을 차마 분노나 절망으로 내몰 수 없다는 불인지심(不忍之心)이 녹아 있다.그러나 전주에서는 이런 소리마저 함부로 자랑 삼지 못하게 하는 귀명창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대충’을 가로막고 있다. 오랜 공력의 삭힘과 익힘 과정을 겪어야 도달할 수 있는 ‘시김새’, 이를 통해서만 펼쳐지는 소리의 바탕에 깔려 있는 오묘하면서도 웅숭깊은 멋 혹은 여유인 ‘그늘’, 이런 판소리 미학의 핵심을 전주 사람처럼 철저하게 요구하는 이도 없는 것이다.전주 한옥마을이야말로 이런 ‘차마’의 진정성이 가장 밀도 있게 집적됐다. 전란의 간난신고 속에서도 차마 태조어진과 왕조실록을 방치할 수 없었던, 그리하여 조선의 역사를 오롯이 지켜낸 선비들의 기개가 서린 경기전. 차마 자기 신앙을 부인하지 못해 순교한 이들의 치명순정이 처연한 건축미학으로 거듭난 전동성당. 차마 편리함을 앞세워 아파트로 피해갈 수 없었던 이들의 근기가 어려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한옥군.그곳에는 실용을 핑계로 차마 예술 공예를 버릴 수 없어 가난을 군자의 고궁(固窮)쯤으로 여기며 세월을 버텨온 장인들의 진한 땀 냄새가 배어 있다. 느리게 무르익은 장과 젓갈의 개미를 차마 버릴 수 없어 화려하고 간편한 음식문화의 유혹을 어렵게 견디어온 또 다른 장인들도 이곳 한켠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완전을 꿈꾸며 느리게 익어 가는 이곳은 그래서 언제나 미완의 터다. 구경이나 하려는 사람 반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줍은 새색시 같아 진정 어린 마음가짐이 없는 이에게는 그 장한 끼를 결코 보여 주지 않는 것이다.이런 차마 삼가는 정성의 마음이 전통문화의 뿌리요, 전주정신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백가쟁명의 웅얼거림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한번 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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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의 정신, 미륵·개벽사상, 선비정신 등 지역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근거로 한 제안들까지 그야말로 백가쟁명, 종가의 살림살이만큼이나 다채롭다.정치적 야망에 들떠 선전구호를 목청껏 소리치는 정치인보다 손에 잡힐 듯 명확하게 제시되는 선거공약을 국민에게 정책 패키지로 안겨 주는 문제해결 지향의 정치인을 찾아야 할 때이다.
  • 500년 이어온 한 마을의 약속

    우리 조상들은 좋은 일은 권하고 힘든 일은 서로 도우며 한 마을을 꾸려 왔다. 이러한 마을공동체의 약속은 15세기 무렵 향약(鄕約)이라는 자치규약으로 만들어졌고, 그 전통은 아직도 우리 생활에서 여러 흔적으로 발견된다. 살기 좋은 공동체를 위한 조상들의 슬기가 담긴 향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7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상설전시실에서 개최하는 테마전 ‘500여년의 마을 약속 - 태인 고현동 향약’에는 태인 고현동 지역의 향약 관련 자료 84점이 공개된다. 현재 전북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무성리 일대인 고현동 지역은 이례적으로 조선시대부터 최근까지 500여 년간 향약이 지켜져 오고 있다. 최초의 가사작품 ‘상춘곡(賞春曲)’으로 유명한 정극인(1401~1481)이 1475년(성종 6년) 처음 시행한 고현동 향약은 1977년까지 관련 내용이 기록돼 문서로 남아 있다. 그 기록인 ‘태인 고현동 향약(보물 1181호)’에는 “상례나 혼례 때는 서로 부조를 해야 한다.”, “가난하거나 병든 회원에게는 향약의 기금을 보조해 줄 수 있다.” 등 구체적인 규약이 회원 명부와 함께 쓰여 있어 향촌 사회 모습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 외에도 전시에는 태인현 성황사(城隍祠)에 모셔져 있던 조선 후기 신상(神像·전라북도 민속자료 제4호), 광해군의 인목대비 폐비로 인해 세상을 등진 고현동 일곱 선비를 그린 ‘칠광도(七狂圖)’ 등 향촌 사회의 자치규약에 관한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역사부의 ‘역사문화유산 조사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이효종 학예연구사는 “대여 형태가 아닌 유물들에 대한 철저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한 전시라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함흥 지역 유물전, 충남 노성 유물전 등 전국 각지의 숨은 유물들을 차례로 전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지방시대]비빔밥, 판소리, 한옥마을 그리고 전주정신/이종민 전북대 영문과 교수

    [지방시대]비빔밥, 판소리, 한옥마을 그리고 전주정신/이종민 전북대 영문과 교수

    전주정신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저항과 풍류를 말하는 이도 있고, 선비정신을 내세우는 이도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새기자고 하는가 하면 ‘택지리’의 ‘지리인성론’ 등에 기댄 기질론도 만만치 않다. 백제의 정신, 미륵·개벽사상, 선비정신 등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근거로 한 제안들까지 그야말로 백가쟁명, 종가의 살림살이만큼이나 다채롭다. 정리가 쉽지 않다. 아니 정리가 능사도 아니다. 뒤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게 하는 이런 논의 자체가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해줄 것 같아 오히려 반갑다. 더 복잡하게 이끌어 보자는 유혹까지 느낀다. 차마 버리지 못하는 종가의 복잡한 살림살이, 그것을 지키고 간직하려는 정성과 진정성에서 전주정신의 한 단초를 찾아볼 수는 있지 않을까? 이것을 전주가 대표하는 주요 문화코드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예를 들면 전주비빔밥이다. 비빔밥은 간편식이다. 그러나 ‘완전’을 추구하는 땅 전주에서는 그렇지 않다. 적어도 조리과정에서는 간편성을 내세운 ‘대충’이 통하지 않는다. 철분이 풍부한 전주콩나물만 고집하는 등 조리재료의 선택에서도 완전을 향한 정성은 확인된다. 밥도 그냥 물이 아니라 사골국물로 짓는다. 나물 또한 각각의 특성을 살려 따로 조리하며 그것을 배치하는 데에도 색상을 고려한다. 노란 청포묵과 오방색의 고명을 고집하고 중앙에 빨간 고추장을 떠 놓고 그 위를 계란 노른자로 장식하는 모습은 화룡점정의 숙연함까지 느끼게 하는 것이다. 차마 대충 하지 못하는 진정성은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판소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동체적 삶의 한과 신명을 고도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인류 최고의 소리음악 자체에 이미 삶의 질곡 속에서 접하게 되는 슬픔을 차마 분노나 절망으로 내몰 수 없다는 불인지심(不忍之心)이 녹아 있다. 그러나 전주에서는 이런 소리마저 함부로 자랑 삼지 못하게 하는 귀명창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대충’을 가로막고 있다. 오랜 공력의 삭힘과 익힘 과정을 겪어야 도달할 수 있는 ‘시김새’, 이를 통해서만 펼쳐지는 소리의 바탕에 깔려 있는 오묘하면서도 웅숭깊은 멋 혹은 여유인 ‘그늘’, 이런 판소리 미학의 핵심을 전주 사람처럼 철저하게 요구하는 이도 없는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이야말로 이런 ‘차마’의 진정성이 가장 밀도 있게 집적됐다. 전란의 간난신고 속에서도 차마 태조어진과 왕조실록을 방치할 수 없었던, 그리하여 조선의 역사를 오롯이 지켜낸 선비들의 기개가 서린 경기전. 차마 자기 신앙을 부인하지 못해 순교한 이들의 치명순정이 처연한 건축미학으로 거듭난 전동성당. 차마 편리함을 앞세워 아파트로 피해갈 수 없었던 이들의 근기가 어려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한옥군. 그곳에는 실용을 핑계로 차마 예술 공예를 버릴 수 없어 가난을 군자의 고궁(固窮)쯤으로 여기며 세월을 버텨온 장인들의 진한 땀 냄새가 배어 있다. 느리게 무르익은 장과 젓갈의 개미를 차마 버릴 수 없어 화려하고 간편한 음식문화의 유혹을 어렵게 견디어온 또 다른 장인들도 이곳 한켠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완전을 꿈꾸며 느리게 익어 가는 이곳은 그래서 언제나 미완의 터다. 구경이나 하려는 사람 반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줍은 새색시 같아 진정 어린 마음가짐이 없는 이에게는 그 장한 끼를 결코 보여 주지 않는 것이다. 이런 차마 삼가는 정성의 마음이 전통문화의 뿌리요, 전주정신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백가쟁명의 웅얼거림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한번 해 보는 것이다. 이종민 전북대 영문과 교수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연극·뮤지컬

    ●도살장의 시간 27일~11월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소설가 이승우의 단편 ‘도살장의 책’을 강렬한 연극성으로 이름난 한태숙 연출이 무대화했다. 과거 도살장이었던 도서관을 배경으로 연극의 죽음을 다룬다. 2만~3만원. (02)3673-2561~4. ●길삼봉뎐 27일~31일 남산예술센터. 선조 시대인 1589년 천재 선비 1000여명이 처형된 사건인 기축옥사를 소재로 가무악의 전통연희에 현대적인 무대 형식을 접목. 1만 5000~2만 5000원. (02)744-5701. ●두드림러브 시즌2 12월31일까지 라이브극장. 사랑의 설렘과 애틋함 대신 익숙함이 밴 오래된 연인을 위한 사랑 재충전 뮤지컬. 김승대 김소향 등 출연. 4만원. (02)747-0094.
  • “머리가 반쯤 잘린 채… 내 딸이 이 지경에”

    “머리가 반쯤 잘린 채… 내 딸이 이 지경에”

    “위로는 공경(公卿)으로부터 아래로는 처음 벼슬을 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술에 빠져 있는 것으로 일을 삼고 경리(經理)에는 뜻이 없으니 중흥을 어찌하며, 백성을 어찌할까?”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도 함양 일대에서 의병활동을 벌인 선비 고대(孤臺) 정경운(1556~?)이 1594년 1월17일 일기에서 부패하고 무능한 위정자들의 행태를 비판하며 쓴 글이다. 정경운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선조 25년) 4월23일부터 1609년(광해군 원년) 10월7일까지 약 18년간 임진왜란, 정유재란 전후의 참상과 현실비판을 기록한 ‘고대일록(孤臺日錄)’을 남겼다. 이 기록은 이순신의 ‘난중일기’, 황윤석의 ‘이재난고’, 오희문의 ‘쇄미록’ 등과 함께 임진왜란 무렵의 상황과 생활사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하지만 1986년 처음 학계에 소개된 이후 지금까지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반인은 물론 전공자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남명학연구원(원장 이성무)이 최근 이 책을 완역했다. 박병련(한국학중앙연구원), 정우락(경북대), 오용원(경북대), 한명기(명지대), 신병주(건국대) 교수 등이 번역에 참여했다. 정경운은 ‘고대일록’에서 전쟁의 경과와 자신의 전쟁 체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국맥이 실과 같아서 도적들이 바닷가에 진을 치고, 명나라 병사는 이제 막 도착했다. 그러나 나라의 비용은 텅 비어 고갈되었다.’(1595년 7월8일) ‘조카가 산에 이르러 정아의 시신을 찾았다. 머리가 반쯤 잘린 채 돌 사이에 엎어져 있었는데, 차고 있던 칼로 휘두르려고 하는 것이 마치 살아 있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아아! 내 딸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1597년 8월21일) 이와 함께 사적인 일기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선조의 실정과 악행을 일삼는 관리들에 대한 현실비판의 글을 상세하게 실었다. 또 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기아로 무너져가는 사대부의 삶도 진솔하게 기록하고 있다. 남명학연구원은 23일 오후 1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고대일록 완역을 기념하는 ‘고대일록과 임진왜란’ 학술대회도 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정부예산 대해부] 국공립보육시설비 절반 싹둑… 출산장려 말로만

    [정부예산 대해부] 국공립보육시설비 절반 싹둑… 출산장려 말로만

    서울신문은 다음주 시작될 국회의 본격적인 예산 심의를 앞두고 분야별 예산을 점검해보는 기획기사를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수년간 진행된 각 부처의 예산수립과 집행 실태 점검을 통해 예산행정의 투명성을 높여보자는 취지다. 첫 회에선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수년 전부터 강조해온 사회복지 분야의 보육예산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생활수준과 관계없이 보육 분야는 정책 수요가 높은 항목 중 하나다. 저출산 문제도 보육비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어한다는 국·공립보육시설과 지방자치단체별 자체 예산으로 사용하는 보육분야 특수시책사업비를 취재 대상으로 삼았다. 보건복지가족부도 ‘보육 지원 등 저출산 극복 투자’를 2010년의 주요사업으로 잡아놓고 있다. 지난 2006년 참여정부는 ‘새로마지 플랜’을 발표하면서 2012년까지 국·공립보육시설을 전체 보육시설 대비 30%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현재 국·공립보육시설은 전체 3만 3000여개 중 5.5%(1826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복지부의 2010년도 예산안에는 맞벌이가구, 저소득층에 대한 영·유아 보육료 지원금이 포함됐다. 그러나 복지부 일선 부서에 확인한 결과, 국·공립보육시설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몇년 새 실종된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예산도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저출산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 홍보비는 22억원에서 51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저출산 개선 홍보비는 두배 증가 내년 예산에서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계획은 슬그머니 모습을 감췄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2년까지 국·공립보육시설을 30% 달성한다는 정책은 모두 정지됐다.”고 말했다.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계획이 정지됨에 따라 관련 예산도 줄어들었다. 국·공립보육시설분야 2009년 예산은 211억원에 달했지만 2010년에는 94억원이 편성됐다. 복지부는 이미 2009년 추경예산으로 조기 집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추경예산 61억원을 합쳐도 56억원 줄어든 규모다. 지자체에서 국·공립보육시설을 세우는 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자금부족인데도 복지부 예산이 줄어든 것이다. 국·공립보육시설 설립비용은 국가 50%, 시 25%, 자치구 25% 비율로 충당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국·공립보육시설을 짓는 것 외에도 기능보강비·장비구입비·환경개선비 등 다양한 분야에 예산이 쓰인다.”고 해명했다. 앞으로 복지부는 국·공립보육시설 확충보다는 유지·보수에 신경쓸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09년 추경예산에서 61억원을 확보해 노후시설을 개·보수하는 ‘그린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년 이상된 낡은 국·공립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내·외관을 정비한 것이다. 복지부 보육기반과 정영훈 과장은 “민간보육시설 평가인증제 등을 통해 양보다 질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지방의 경우 국·공립보다 민간보육시설을 오히려 선호한다.”며 “국·공립보육시설의 추가 수요가 많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에 SH공사가 지은 2곳뿐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뀌기 전 입주를 시작한 뉴타운이나 신도시의 국·공립보육시설도 부족하기 짝이 없다. 서울신문은 서울 은평뉴타운, 길음뉴타운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의 국·공립보육시설을 조사했다. 은평뉴타운(진관동)은 2곳, 길음뉴타운(길음 1동·2동)은 4곳으로 나타났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내년 3월 판교동, 삼평동에 2곳 들어설 예정이며, 동탄신도시는 현재 8개가 운영 중이다. 현행법상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55조에 따르면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단지에는 21명 이상(50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40명 이상)의 영·유아를 보육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인근 지역 보육시설 설치 현황이나 수요를 고려해 사업계획승인권자의 결정에 따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1만~2만세대를 수용하는 뉴타운이나 신도시를 짓는 데 국·공립보육시설에 대한 고려는 따로 없는 셈이다. 예산이 따로 책정되는 일도 없다. 서울시 보육기반담당관 신현봉 과장은 “뉴타운 건설 계획에 국공립보육시설 설치 사항은 특별히 규정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의 상림마을어린이집, 은마루어린이집은 SH공사에서 지어 은평구에 10년 무상으로 임대한 것이다. 그러나 길음뉴타운의 길음1동·2동 어린이집, 다솔어린이집, 웅지어린이집은 뉴타운이 들어서기 전부터 있던 곳으로 밝혀졌다. 수만 세대가 사는 뉴타운의 국공립보육시설에도 정부의 예산은 전혀 쓰이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국·공립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데 드는 어려움으로 ▲민간보육시설의 반대 ▲부지 확보 ▲재정 부족 등 세 가지를 들어 왔다. 복지부가 2010년 국공립보육시설 예산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국·공립보육시설에 보내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예약을 하는’ 풍속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정부예산 대해부] 특수사업비로 교사 체육대회·송년회…

    ■ 전용되는 보육예산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로 자체조달하는 보육분야 특수시책사업비도 ‘영·유아 보육 지원’이라는 예산의 취지에 맞게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전국 230개 지방자치단체 중 6곳이 보육분야 특수시책사업비를 한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육교사 송년행사, 보육인 한마음 대회 등 보육 관련 단체의 행사비로 사업비의 100%를 사용한 곳도 8곳이나 됐다. 서울신문이 ‘2009년도 보육분야 전국 지자체별 특수시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지자체에서 특수시책사업비를 1회성 행사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완주·진안·장수·임실·순창·부안군 6곳은 보육분야 특수사업을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 보육분야 특수시책사업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 사업 외에 지자체별로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보육료 추가 지원, 다자녀가구 지원 등에 많이 쓰인다. 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관계자는 “특별히 정해진 사업 분야는 없지만 지자체 재정상황과 특성에 따라 쓰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의 사업내역을 살펴보면 24억원가량을 민간보육시설 영·유아 간식비, 민간보육교사 처우개선비, 보육시설 식기세척기·공기청정살균기 구매 지원, 구립어린이집 신축, 보육정보센터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 나눠 썼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원 홍천·철원·양구·양양군, 충남 부여군, 전남 보성군, 경북 고령군 8곳이 특수시책사업비 100%를 1회성 행사에 사용했다. 서울 중구, 부산광역시 사상구 등 28곳도 1회성 행사에 사업비 10% 이상을 지원했다. 강화군은 보육시설 종사자 연찬회에 특수시책사업비의 전부인 1000만원을 썼다. 홍천군은 총 1450만원을 1회성 행사비로 썼다. 보육시설 관리자 연수회 참가여비 지원, 연수회 지원, 보육인한마음대회연찬회 개최 등과 같이 직접적으로 보육아동을 위한 분야는 없다. 양구군도 보육교사 선진지 견학, 어린이한마음페스티벌 등에 총 1300만원을 사용했다. 서울 중구는 총 사업비 5억 1520만원 중 보육교사 체육대회와 보육시설 종사자 송년행사 등을 지원하느라 6240만원을 지출했다. 총 사업비의 12.1%에 달하는 규모다. 인천광역시 동구도 총 사업비 7380만원 중 보육시설 종사자 연수, 우수 보육시설 탐방비로 1560만원을 지출했다. 총 사업비의 21.1%를 차지한다. 특수시책사업비 전부를 1회성 행사에 지출한 지자체의 변명은 비슷하다. 한 자치단체 보육업무 담당자는 “시골은 행사비를 쓰지 않으면 보육교사 확보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교사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행사비를 줄이면 보육시설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육교사가 있어야 아이들도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특수시책사업이 전혀 없는 한 자치단체 보육 업무 담당자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경우 특수시책사업비를 따로 책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안중근의사 친필 유묵 34점 한곳에

    안중근의사 친필 유묵 34점 한곳에

    안중근(1879~1910) 의사는 중국 뤼순 감옥에서 사형이 언도된 1910년 2월14일부터 3월26일 순국까지 최후 40여일간 글씨를 써서 남겼다. 유묵의 수신자는 모두 일본인이다. 이에 대해 안 의사는 옥중에서 쓴 자서전 ‘안응칠 역사’에서 “법원과 감옥의 일반 관리들이 내 손으로 쓴 글로써 필적을 기념하고자 비단과 종이 수백 장을 사 넣으며 청구하였다. 나는 부득이 자신의 필법이 능하지도 못하고, 또 남의 웃음거리가 될 것도 생각지도 못하고서 매일 몇 시간씩 글씨를 썼다.”고 밝혔다. ●日 류코쿠대 소장품 3점 국내 첫 공개 지금까지 확인된 안 의사의 친필 유묵은 50여점이다. 이 가운데 34점이 100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공개된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이 안중근 의사 의거와 순국 100주년을 기념해 26일부터 내년 1월24일까지 여는 ‘안중근-독립을 넘어 평화로’ 특별전에서다. 이들 유묵은 안 의사의 손때가 묻은 유일한 유품임에도 지금까지 한 곳에서 전시되거나 체계적으로 연구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전시되는 유묵 34점은 국·공립박물관 및 개인 소장 국가보물 20점과 미공개 작품 5점, 일본 소장품 7점, 중국과 미국 소장품 각 1점 등이다. 서예박물관은 이들 유묵을 내용별로 정리해 ▲독립·평화 ▲의거·순국 ▲인간 안중근 등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독립투사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동양평양론’을 주창한 사상가, 종교인, 선비로서의 안중근을 복원시킨다. 특히 일본 류코쿠(龍谷)대의 소장품 3점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또 안 의사의 유묵 내용 중 가장 널리 알려진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의 실물(동국대박물관 소장)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도 드문 일이다. 서예박물관 이동국 학예사는 “안중근 글씨의 서체 및 서풍은 엄정 단아한 해서와 해행이 주가 되고 있는데, 한 글자 한 글자 모두가 침착 통쾌한 안중근의 성정 기질이 그대로 녹아 있다. 또 유묵의 내용은 안중근의 사상과 실천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안중근 실존의 삶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의거서 순국까지 담은 사진원본도 이번 전시에는 이들 유묵 외에 의거에서 순국까지 5개월간의 과정을 담은 사진 원본 28점과 관련 자료 10점이 함께 공개된다. 1909년 10월20일 이토 히로부미 일행이 뤼순 이룡산에 올라 러시아군 전몰자의 무덤에 참배한 뒤 찍은 사진과 의거 다음날인 1909년 10월27일 하얼빈에 도착한 안 의사의 부인 김아려 여사와 두 아들의 사진은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체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찍은 안중근 의사의 상반신 사진 원본도 전시된다. 전시회 기간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안중근 동양평화학교’특강이 열린다.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김호일 안중근 기념관장, 김우종 중국 하얼빈대 교수,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강사로 참여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수요일 점심 시청로비는 콘서트홀

    수요일 점심 시청로비는 콘서트홀

    “부산시청 로비에 웬 음악 소리가….” 지난 7일 점심 때 부산시청을 찾은 윤재웅(53·자영업)씨는 시청 지하철 연결로를 이용해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은은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에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궁금증이 풀렸다. 다름 아닌 시가 마련한 수요 로비콘서트에서 나는 음악 소리였다. 그는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시청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져 마치 음악 공연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했다.”며 미소 지었다. 부산시청 1층 로비가 문화 예술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청사를 찾는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는 시민들에게 문화의 장과 향유 기회를 확대하려고 지난해부터 매주 수요일 점심 시간(낮 12시30분~1시)을 활용해 청사 1층 로비에서 수요 로비 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 콘서트는 부산시립예술단과 음악을 사랑하는 동호회가 중심이 돼 운영되는 문화공연으로 시청을 방문하는 시민과 소속 직원에게 점심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월9일 부산시립교향악단의 레이디스 필 앙상블 공연을 시작으로 7일까지 총 73회가 열렸다. 매월 1·3주는 음악을 사랑하는 동호회 공연으로, 2·4주는 시립예술단(교향악·국악·무용·합창·극단 등)의 테마가 있는 공연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7일 피아니스트 윤효간의 독주회를 시작으로 ▲14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대금산조와 판소리, 가야금 제주(침향무) ▲21일 메트로폴리탄 팝스오케스트라의 재즈·영화·애니메이션 주제곡 연주 ▲28일 부산시립무용단의 춘행무·쾌지나칭칭나네·설장구 등이 준비돼 있다. 이와 함께 시청 로비와 지하철역 연결로 공간도 작품전시회 등의 다양한 문화 행사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도 한국화훼소비자회 회원들의 초대 작품전시회(7~9일) ▲관광서비스개선비교 사진전(〃) ▲아이사랑백일장 우리가족 사진전(14~16일) ▲국제교류재단의 극동 러시아 부산 그리기 대회 우수작품 전시회(19~23일) 등이 열리거나 열릴 예정이다. 이 밖에 시청사 로비 곳곳에는 유명 작가들의 그림과 조각품 등 예술작품이 전시돼 있다. 시 관계자는 “청사가 열린 문화예술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서대문 녹색성장 설계도 완성됐다

    서대문구가 ‘저탄소 녹색 도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구는 환경 현안인 기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최근 수립했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4개 분야 19개 단위 사업으로 세부 계획을 수립했다. 4대 전략목표로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구축 ▲부문별 온실가스 저감 추진 ▲저탄소 생활문화 정착 ▲안전하고 쾌적한 녹색도시 조성 등을 세웠다. 우선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와 녹색성장 전담부서 설치, 기후변화 대응 조례 제정,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등 3개 단위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부문별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공공건물 등 친환경 건축물 인증 추진, 건물에너지 합리화 사업, 승용차요일제 지속 추진,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저공해 자동차 보급 추진,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LED 조명 사용확대 등 8개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서대문구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해 탄소를 줄일 수 있도록 ‘에코마일리지제’ 참여를 장려하기로 했다. 이는 6개월 간 온실가스를 평균 10% 이상 감축한 가정(개인)에게 에너지 진단서비스, 나무 교환권, 스마트 전기계량기, 저탄소제품 할인혜택 중 한 개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또 실적이 우수한 단체회원에게는 녹화사업비나 에너지효율화 시설개선비 등도 제공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HAPPY KOREA] 경북 군위군 한밤마을 돌담길

    [HAPPY KOREA] 경북 군위군 한밤마을 돌담길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김영랑 시인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의 배경을 고스란히 현실에 옮겨 놓은 곳이 있다. 대구 팔공산 서북쪽 그릇에 담긴 마을, 돌담길로 유명한 ‘한밤마을’이다. 경북 군위군 대율리 한밤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돌담길이 펼쳐졌다. 작게는 지름이 10㎝ 정도되는 주먹돌부터 크게는 80㎝ 정도의 호박돌까지 다양했다. 높이는 150~170㎝ 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돌담은 꾸밈없이 투박했다. 호박 넝쿨이 쑥쑥 자라며 귀찮게 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돌담에서 포근함까지 느껴졌다. 집집마다 경계를 이루고 있는 돌담들은 집을 구분짓는 벽이라기보다 집 사이로 난 미로 같았다.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제주도 돌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마을 안쪽에 전통 한옥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매댁’이 있었다. 1632년 조선시대에 지어진 경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대율리 대청’도 한밤마을 안에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한밤마을은 전통마을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또한 돌담과 함께 마을 곳곳에 어우러진 소나무들은 마을의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1000년의 역사…마을이름 大夜→한밤으로 한밤마을은 950년쯤 부림 홍씨의 입향조 홍란이란 선비가 이주해 오면서 마을 이름을 ‘대야(大夜)’라고 불렀다. 그 후 1390년쯤 홍씨의 14대손 홍로가 ‘밤야(夜)’ 자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대율(大栗)’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를 우리말 ‘한밤’으로 순화해 사용하면서 현재 한밤마을로 불려지게 됐다. 한밤마을이 있는 경북 군위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 중 하나다. 군위가 바로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올 3월 군위군청 새마을과 관광 담당 명칭이 ‘삼국유사 담당’으로 변경됐으며, 지난 9월에는 ‘삼국유사 골든벨’이 개최되기도 했다. 특히 한밤마을에 있는 ‘제2석굴암’으로 불리는 국보 제109호 ‘삼존석굴’은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로 넘어가는 7세기에 만들어진 삼존석굴은 8세기에 완성된 경주 석굴암(국보 제24호)보다 연대가 앞선다. 또한 석굴암보다 인공미가 덜하고 경주 석굴암을 낳게 한 선행 양식을 갖추고 있어서 불교 미술사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송림숲·돌담 테마공원도 조성키로 행정안전부와 군위군청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사업으로 ‘돌담문화 행복 한밤마을’ 조성에 여념이 없다. 사업은 한밤마을을 중심으로 인근 공원조성, 민박시설 마련, 직거래장터 운영 등으로 추진된다. 내년까지 조성되는 송림숲 공원은 소나무 숲과 더불어 전통돌담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테마공원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또 마을 돌담의 빼어난 경관에 더해 달빛산책로와 꽃사과 가로수길도 조성, 관광객들을 매료시킬 계획이다. 이 밖에도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전통한옥 형태의 민박시설, 야영장도 신축할 예정이다. 군위군청 새마을과 임병태 계장은 “한밤마을의 돌담과 연계해 전국적으로 통할 수 있는 한밤마을만의 아이템을 발굴할 계획”이라면서 “보다 풍요로운 지역을 만들기 위한 환경개선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군위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씨줄날줄] 거세刑/육철수 논설위원

    역사상 거세형벌을 받은 가장 유명한 사람은 중국 한무제 때 사관 사마천일 것이다. 그는 선비족과의 전투에서 투항한 장군 이릉을 비호하다 무제의 심사를 뒤튼 죄(?)로 궁형(성기를 통째로 도려내는 형벌)을 당한다. 역사소설가 가오광(高光)은 사마천이 뜨끈뜨끈한 누에방에서 노인 형리 두 명에게 궁형을 받는 장면과, 공포에 몸서리치는 사마천의 심리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그래도 거세의 치욕을 딛고 불후의 역사서 ‘태사공서(사기)’를 남겼다. 그걸 보면 남성을 잃은 저주스러운 형벌이 그를 더욱 강인한 역사 인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거세는 구약성서에 등장할 정도로 동서양에서 오래된 형벌의 하나다. 고대 그리스, 이집트, 로마, 인도 등에서는 전쟁에서 지면 성기를 자르는 관행이 있었단다. 성욕을 막으려는 종교의식이나, 환관이 되기 위한 거세도 있었다. 18세기 유럽에선 성악가(카스트라토)가 되려는 소년들에게 거세를 시행했는데, 이 역시 형벌과는 무관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거세든 남자들에겐 끔찍한 일임에 틀림없다. 문명의 시대인 요즘, 국내에서 거세 논란이 한창이다. 조모(57)씨가 초등학교 어린이를 성폭행한 데 대한 최근의 재판 결과 때문이다. 이 일로 어린이는 심신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이고, 그 가족은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그런데 대법원이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은 조씨에게 고작 징역 12년형을 선고한 게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양심에 털이 난 조씨 같은 흉악범에게 ‘화학적 거세(chemical castration;약물 주입으로 성욕을 억제시키는 처방)’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 형벌을 이미 시행 중인 덴마크는 꽤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피해 어린이와 가족 처지에선 흉악범을 능지처참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러나 이용훈 대법원장 말대로, 형량을 여론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아동 성폭행범의 경우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가 적잖다고 한다. 형량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국민의 법감정이 폭발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기야 짐승 같은 범인에게 아무리 형량을 높이고 거세형을 도입한들 이미 산산조각난 피해자의 인생은 어디서 다시 찾겠는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탐도’ 임주환 “탐나는 배우로 거듭날 것”

    ‘탐도’ 임주환 “탐나는 배우로 거듭날 것”

    지난 27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의 주인공 임주환이 애정 어린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임주환은 “첫 주연 작품이라 심리적인 부담이 컸다. 밤잠을 설칠 때도 있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선배님들의 지도를 받아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었다. ‘탐나는도다’를 통해 배우로서 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좋은 교훈을 얻었다.”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탐나는도다’에서 신분을 숨기고 제주로 내려온 선비 박규 역을 맡아 냉정하면서도 사랑 앞에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 임주환은 캐릭터를 잘 표현 하며 호평을 얻었다. 임주환은 “함께한 모든 제작진과 끝까지 격려를 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탐나는 배우로 거듭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는 다짐을 전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예당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우혜영 기자 w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57인 선현들의 묘비명으로 본 성찰과 지혜

    57인 선현들의 묘비명으로 본 성찰과 지혜

    “나는 젊어서는 성실하다가 장성해서는 근심이 많았고 늙어서는 어둑어둑하므로, 시원을 따져보고 끝에서 처음으로 되돌려 몸뚱이와 함께 변화해 없어지지 않을 것을 찾아본다 해도, 끝내 그림자와 음향처럼 방불한 것을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80년 세월을 죄다 낭비해 버린 탓에, 뻔뻔하게 붓을 잡고 편석(片石)을 빌려서 문장으로 꾸미면서, 휑하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모르고 있다니, 아무래도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조선 후기 농업백과전서 ‘임원경제지’의 편찬자인 서유구(1764~1845년)는 죽기 전 남긴 자찬 묘표(무덤 앞에 쓸 묘표에 스스로 글을 적는 것)에서 이렇게 탄식했다. ‘오비거사생광자표(五費居士生壙自表)’란 제목 그대로 서유구는 이 글에서 자신이 인생에서 낭비한 다섯 가지를 정리했다. 그러면서 손자 태순에게 이르기를, “내가 죽은 뒤에는 우람한 비를 세우지 말고, 그저 작은 비석에 ‘오비거사 달성 서 아무개 묘’라고 써준다면 족하다.”고 당부했다. 해박한 학식으로 큰 업적을 남겼음에도 “80년 세월을 죄다 낭비해 버렸다.”고 자책하는 대목에선 자신을 평가하는 선비의 서릿발처럼 엄정한 잣대가 느껴진다. ●옛 선비들은 생전에 묘표·만장 등 만들어 우리 조상들은 살아 생전 자신의 무덤을 만들고, 스스로 묘지(墓誌)와 묘표(墓表), 묘비명, 만장(輓章)을 짓는 풍습이 있었다. 중국 후한 시대에 비롯된 이 풍습은 고려 때 김훤을 시작으로 조선시대 많은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살아있을 때 죽음과 대면하는 연습을 하며 나약해지거나 게을러진 내면을 추스르고, 남은 인생을 진실되게 살고자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리라. 고려대 심경호 한문학과 교수가 지은 ‘내면기행’(이가서 펴냄)은 김훤부터 일제강점기 이건승까지 역사속 인물 57명의 묘비명을 통해 그들이 추구한 삶과 가치관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현대인 ‘웰다잉’시대에 참고할 만해 퇴계 이황(1501~1570년)은 4언 22구의 글을 지어 자신의 묘비에 쓰도록 했다. “태어나 크게 어리석었고, 자라서는 병치레가 많았다. 중간엔 배운 것이 얼마나 되었나, 늘그막엔 왜 외람되이 작록을 받았나?(중략) 시름 가운데 즐거움 있고, 즐거움속에 시름 있도다.” 허균과 동문수학한 금각(1569~1586년)은 폐결핵으로 18세에 세상을 떴는데 숨지기 직전 “뜻은 원대하지만 명이 짧으니 운명이로다.”란 간결하면서 강렬한 묘지를 남겼고, 조선 인조때 문신 이준(1560~1635년)은 “어찌 감히 게으르랴, 죽은 뒤에나 그만두리라.”며 쉼없는 정진을 후손에게 독려했다. 조선 전기 시인 남효온(1454~1492년)은 “다섯 딸은 애비 찾아 울부짖고, 아들은 하늘 부르며 통고하며 종 아이는 와서 막걸리를 올리고, 승려는 와서 명복을 비네”라며 장례식 풍경을 상상한 시를 남겼다. 이어 “다만 한스럽기는 세상 살았을 적, 끔찍하게 여섯 액운이 모였던 일”이라며 용모가 추해 여색을 가까이 못한 것 등을 들었다. 책에 따르면 선인들은 죽음에 대처하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하고 자신의 본래성을 추구했다. 웰다잉 프로그램의 하나로 묘비명을 써 보는 현대인들이 늘어나는 요즘, 옛 사람들의 묘비에서 성찰과 지혜를 찾아볼 일이다. 2만 3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 데이트] 기무사 옛터서 설치전 준비하는 현대미술 대표주자 최정화

    [주말 데이트] 기무사 옛터서 설치전 준비하는 현대미술 대표주자 최정화

    왁자지껄, 엉망진창, 아수라장, 싱싱생생, 팔팔활발 등등. 이런 말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최정화(48)의 작업들을 볼 때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다. 또한 이는 최 작가가 사랑하는 현재 동남아시아의 모습이자, 사라져 가고 있는 1960~70년대 한국의 모습이고, 그의 미술적 상상력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찬란한 촌스러움’에 세계가 환호 그도 그럴 것이 형광색 연두, 주황, 핑크색 소쿠리를 대규모로 쌓아올리는가 하면, 2008년엔 488대 트럭 분량(170만개)의 생수통·세제통 등 쓰레기 플라스틱을 줄줄이 꿰어 ‘쓰레기 플라스틱 주렴’을 만들어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다 두르기도 한다. 한글로 씌어진 형형색색 불법 현수막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왕립미술관의 외벽을 싸버리고, 오방색 플라스틱 천으로 농악대가 몸 치장하듯 미국 LA 라크마 미술관을 장식했다. 이른바 ‘찬란한 촌스러움’이다. ‘그게 무슨 작품이야?’라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하지만 그는 이런 작업으로 2005년 제7회 일민예술상을 수상하고,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다. 일본 중학교 미술교과서에 한국 작가로 드물게 이름 석자가 실렸고, 일본이나 유럽은 비엔날레나 개인전에 그를 초청하지 못해 안달이고, 그의 작업에 환호하고 열광한다. 그림 솜씨도 나쁘지도 않다. 그는 홍익대 미대 회화과 3학년이던 1986년 중앙일보가 주최한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없는 장려상을 받았고, 4학년이던 1987년 같은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오는 10월21일 서울 소격동 기무사 옛터(국립현대미술관 분소)에서의 전시를 위해 기무사 옛건물 옥상에서 형광색 소쿠리로 설치작업을 하고 있는 최 작가를 만났다. 머리를 박박 밀어 버리고, 굵은 뿔테 안경, 볕에 두 뺨이 검붉게 그을린 그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11월4일까지) 개막에 맞춰 ‘살림’ 설치작업을 마치고 서울로 막 돌아온 터였다. ‘살림’이라는 작업도 파리채, 부서지거나 현란한 색깔의 플라스틱 의자 등의 컬렉션, 제사용 ‘짝퉁’ 과자 쌓음, 낙엽갈퀴와 빗자루 등 1970~80년대 한국 가정 등에서 흔히 사용했던 물건들을 전시했다. 미술관과 박물관에 놓여 있는 이른바 ‘작품’에 길들여진 눈으로는 이런 전시를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난감하고 곤혹스럽지만, 작가는 “내키는 대로, 마음대로”라고 말한다. ●“현대를 살지 않고 현대미술 한다는 건 어불성설” 최 작가는 “미술 전문가나 평론가들의 소리에 관심이 없다. 일반 사람들이 감동해 주길 바라고, 좋든 싫든 느끼는 대로가 나의 작품이다. 설명이 필요없다. 그래서 나는 ‘My art, Your Heart(내 예술은 너의 느낌)’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일반적인 기준으로 아름답지 않은 소재(망가진 의자나 버려진 문짝, 잡초)나 색깔, 싸구려 소재인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에 집착하는가. 그는 “현대를 살지 않으면서 현대 미술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즉 아시아(한국)에 살면서 아시아(한국)적인 요소에 주목하지 않고 아시아(한국) 현대미술을 한다고 주장하지 말라는 의미다. ‘현재,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면서 어떻게 예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면 백자와 청자, 수묵화만 예술이고, 양은 냄비나 길거리 낙서는 예술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그는 “박물관에 보존돼 있는 것, 이미 대가 끊어진 것 등은 박제된 예술일 뿐 더이상 한국적인 것도 아니고, 예술도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내가 한 모든 작품·건축·인테리어는 뻥” 그는 현장성, 생명력, 에너지가 느껴지는 한국적인 요소와 더 나아가 동아시아적 요소로 그의 작품을 채우고자 한다. “나의 작업은 ‘현대판 민화’”라고도 주장한다. 조선시대 선비의 그림에 비해 천대받은 백성의 그림 민화를 21세기 한국에서 계승발전시킨 설치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못난 예술, 못난 역사도 껴안고 가자.”는 그는 ‘설치’는 예술이다라고 했는데, 아마도 ‘설치는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먹고살기 위해 1989년 시작한 인테리어 회사 ‘가슴시각개발연구소’는 요즘엔 잘 나가는 인테리어 회사이자 건축회사로 바뀌고 있다. 그것은 최 작가가 미술가의 지위에서,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영역까지 뛰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의 미술이나 디자인, 인테리어, 건축이 모두 현대예술이라는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 이야기해 놓고도 그는 “내가 한 모든 작품과 건축, 인테리어는 ‘뻥’이다.”라고 스스로 말할 것이다. 열반에 들기 직전 부처님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듯.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짧은 한가위’ 전통음악이 위로해 드릴게요

    ‘짧은 한가위’ 전통음악이 위로해 드릴게요

    짧은 한가위 명절을 위로(?)하는 국악 공연이 줄줄이 펼쳐진다. 바쁜 현대인에게 ‘쉼’의 여유를 줄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을 이루며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자국의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삼기에도 충분하다. ●오늘의 우리를 생각하는 국악 공연 세종문화회관은 25~26일 서울 남산 팔각정 야외광장에서 마당놀이 ‘생각을 바꿔보는 신(新) 흥보 놀부’를 올린다. 서울시극단이 마련한 이 공연을 무료로 보고 남산의 야경도 즐길 수 있다. ‘신 흥보 놀부’는 익히 알고 있는 착한 흥보와 나쁜 놀부의 설정을 바꿔 게으름뱅이 동생 흥보와 사려 깊은 형 놀부의 모습을 그린다. 형 놀부와 동생 흥보는 유산을 나눠 물려받았지만, 흥보가 재산을 흥청망청 쓰자 놀부가 동생의 버릇을 제대로 고쳐놓는다는 내용이다. 작·연출을 맡고 흥보 역할로 출연도 하는 서울시극단의 주성환은 “새롭게 바라본 흥보 놀부 이야기로, 저출산과 사교육 등 세태를 풍자하고 우리가 잊었던 이해와 배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익살과 해학을 담은 마당놀이 속에서 쳇바퀴나 대접 등을 앵두나무 막대기로 돌리는 버나놀이, 상모 끝에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긴 오리를 단 열 두발 상모 돌리기 등 민속놀이도 보여준다. (02)399-1125. 숨가쁘게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전달하는 창작노래 공연 ‘슬로우 시티’가 새달 1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린다.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와 학예연구관을 지내고 정악단에서 가객으로 활동하는 문현의 세 번째 독창회다. 공연의 테마는 ‘달’이다. ‘달시조’를 시작으로 여류 가객이 자주 부르는 우조시조 ‘월정명’, 영어로 부르는 평시조 ‘형산에’, 사설엮음지름시조 ‘푸른 산중 하에’, 황진이의 시를 토대로 한 ‘사랑이로’, 시인 도종환의 시에 음을 붙인 ‘흔들리며 피는 꽃’ 등을 노래하는 가운데 무대 저편에 다양한 모양의 달이 떠오른다. 가객 문현이 느짓하게 선사하는 선비의 노래와 연극 연출가 손상희, 무대미술가 도나 정의 감각이 접목된 색다른 창작시조 공연으로 꾸민다. (02)786-1442. 국립국악원이 27일 오후 7시 서울 국립국악원 별맞이터에서 여는 ‘아시아 음악 축제의 장’에서는 한국 전통예술과 함께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몽골, 티베트 등의 아시아 전통문화도 맛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 명절에 고국에 가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전통 예술을 한자리에 공연은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부채춤’과 창작악단의 ‘아름다운 나라’, ‘축제’ 연주로 시작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몽골, 말레이시아, 베트남, 티베트가 만드는 ‘AMA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시아예술인재양성 장학생 10여명이 참여해 몽골의 민요, 말레이시아 전통춤 ‘조겟’과 ‘자플나이’, 몽골의 오이라트 춤, 베트남 음악인 ‘토보’와 ‘모국의 선율’, 티베트의 전통소리 ‘나의 땅 티베트’와 ‘카라그 리’ 등을 선보인다. 태국 예술가들은 실로폰처럼 생긴 전통악기 ‘퐁 랑’으로 ‘라이 카 텐 컨’과 ‘라이 람 플론’도 연주한다. 베트남의 보물 ‘단버우’와 ‘단트란’ 등 아시아 전통 악기도 만날 수 있다. 이어 다문화가족 여성으로 구성된 ‘다문화가족 어울림여성합창단’이 출연해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비둘기집’, ‘강원도 아리랑’ 등을 노래한다. 공연 당일 1시간 전부터 선착순으로 입장하면 관람할 수 있다. (02)580-3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경북 봉화 청량산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경북 봉화 청량산

    청량산(870m)은 낙타의 등처럼 생긴 12봉우리(육육봉)의 웅장한 기상이 일품인 산이다. 중부 내륙의 첩첩산중에서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사람은 퇴계 이황이었다. 퇴계는 청량산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싫었다.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흰 기러기뿐. 기러기가 날 속이랴 못 믿을 건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물 따라 가지 마라 어주자(魚舟子)가 알까 하노라.”라고 읊으며 청량산에 대한 짝사랑을 고백했다. 그리고 자신의 호를 아예 청량산인으로 고쳐 불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퇴계 덕분에 청량산은 널리 알려져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경북 내륙의 오지 중의 오지였던 봉화가 요즘 뜨고 있다. 예전에는 수도권에서 5∼6시간 걸렸지만 지금은 길이 좋아져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접근성이 좋아진 덕분에 청정한 오지의 자연이 관광자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매년 열리는 은어축제와 송어축제, 그리고 올해 초에 상영해 큰 인기를 누린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 또한 5월에 개통한 국내 최대 규모의 청량산 하늘다리를 찾는 인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청량산은 전체적으로 험하지만 비탈과 봉우리 사이를 부드럽게 타고 도는 산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산행 코스는 입석에서 시작해 응진전, 어풍대, 김생굴을 차례로 거쳐 자소봉(840m)에 올랐다가 능선을 타고 하늘다리를 찍고 청량사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거리는 약 5㎞, 4시간쯤 걸린다. 청량산 입구에서 산으로 들어가려면 낙동강을 건너야 한다. 옛 선비들은 이곳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배 안에 올라 갓끈을 풀어 땀을 닦던 퇴계는 강물에 흔들리며 얼마나 설레었을까. 그러나 지금은 차를 타고 널찍한 다리를 몇 초 만에 건너 버린다. 참으로 분위기 없는 입산이다. 다리 건너 2㎞쯤 떨어진 입석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길 초반엔 급경사… 10분쯤 지나면 순해져 산길은 초반부터 급경사가 이어지지만 10분쯤 오르면 순해지면서 금탑봉 아래 다소곳이 들어선 응진전이 눈에 들어온다. 응진전 뒤로 보이는 큰 암봉 위에 작은 바위가 올려져 있는데, 이를 동풍석(動風石)이라고 한다. 저절로 움직인다는 전설의 바위다. 예전에 어떤 스님이 이곳에 절을 지으려 했다. 그런데 암봉 위에 바위가 있는 걸 보고 스님이 올라가 떨어뜨렸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그 바위가 도로 올려져 있어 절을 짓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응진전 안에는 특이하게도 16나한상과 함께 공민왕의 부인인 노국공주가 모셔져 있다. 공민왕과 함께 홍건적의 침입 때 피란 온 노국공주가 손수 16나한을 깎아 응진전에 모시고 홍건적 퇴치와 국가안녕을 기원했다고 한다. 응진전을 지나 모퉁이를 돌면 청량산 최고의 전망대인 어풍대가 나온다. 어풍대는 천 길 벼랑으로 철 난간 쪽으로 가까이 가면 청량산 육육봉이 연꽃처럼 펼쳐지고 그 안 꽃술자리에 청량사가 포근히 안겨 있다. 과연 청량사의 자리는 청량산의 기운이 모이는 기막힌 명당이다. 어풍대를 지나면 신라 최치원이 마시고 머리가 좋아졌다는 총명수, 명필로 유명한 김생이 은거하며 글씨를 썼다는 김생굴을 차례로 지난다. 이어 길은 어풍대에서 보았던 암봉들 사이를 이리저리 부드럽게 휘돌아가며 자소봉에 이르는데, 그 오묘한 조화에 힘든 줄 모른다. 코가 닿을 듯한 급경사 철계단을 오르면 자소봉 정상이다. ●북쪽 멀리 백두대간 소백산 구간이 아스라이… 스님들은 보살봉, 주민들은 탕건봉으로 부르는 자소봉은 청량산의 실질적인 정상이다. 청량산 최고봉인 장인봉보다 40m쯤 낮지만 육육봉의 중심축을 이루며 그 생김새가 수려하기 때문이다. 북쪽 멀리 웅장하게 흘러가는 백두대간 소백산 구간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자소봉을 내려오면 본격적인 능선길이다. 탁필봉과 연적봉을 우회해 급경사 철계단을 내려오면 뒷실고개 삼거리. 여기서 작은 고개를 넘으면 웅장한 하늘다리가 버티고 있다.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이 다리의 고도는 약 800m, 길이 90m, 지상높이 70m로 국내 최대 규모의 현수교다. 다리로 들어서니 워낙 튼튼하게 지어 흔들림이 거의 없다. 가운데 멈춰서니 왼쪽 병풍바위 뒤로 유장하게 흘러가는 낙동강이 장관이다. 하산은 왔던 길을 되짚어 뒷실고개에서 청량사로 내려가는 것이 정석이다. 뒷실고개에서 급경사 계단 800m를 쉬엄쉬엄 내려오면 청량사다. 주지인 지현스님과 신도들은 험한 산비탈에 옹색하게 들어앉은 청량사를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가꿔 놓았다. 길에는 시멘트 대신 침목을 깔았고, 정갈한 장독대, 기왓장으로 만든 수로, 아담한 찻집 등의 모습이 정겹다. 공민왕의 친필이라 알려진 유리보전 건물 앞 의자에 앉으니 기다렸다는 듯, 가을바람이 찾아와 처마 밑의 풍경을 건드린다. 저물어 가는 산사에서 기분 좋게 산행을 마무리한다. 글ㆍ사진 mtswamp@naver.com ●가는 길과 맛집 자가용은 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으로 나와 영주를 거쳐 봉화에 이른다. 서울에서 3시간쯤 걸린다.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봉화행 버스가 07:40, 09:40, 11:50, 13:50, 16:10, 18:10에 있다. 소요시간 2시간40분. 봉화에서 청량산행 버스는 06:20, 09:20, 13:30, 17:40. 안동에서도 청량산행 버스가 05:50 08:50 11:50 14:50 17:50에 다닌다. 봉화는 질 좋은 약초를 먹고 자란 한우가 유명하다. 한약우프라자(054-674-3400)는 1++ 등심 200g이 1만 4000원으로 저렴하다. 청량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054)673-6194.
  • [씨줄날줄] 관광G7/김종면 논설위원

    ‘세계 최장 33㎞ 방조제’ ‘바다 위의 만리장성’. 2011년 새만금 방문의 해를 앞두고 새만금 관광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가보자! 대한민국 새만금’ 홍보문구가 선명한 래핑버스가 전국을 누비고 방조제 개통 일정에 맞춰 마라톤대회와 세계깃발축제도 열린다. 전북도내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새만금 명함갖기 운동도 펼쳐진다. 새만금사업범도민지원위원회는 ‘녹색성장의 메카’ 새만금 브랜드로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각오다. 새만금이 관광한국을 견인하는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전북도와 새만금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한국을 ‘관광G7’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만금이 과연 관광강국으로 나아가는 데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정부는 ‘물의 도시’ 새만금의 특성을 살려 방조제 인접 부지를 관광명소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같은 세계적 명품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광단지를 새로 만드는 하드웨어 구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프트관광 인프라다. 1987년 제정된 일본의 종합보양지역정비법(일명 리조트법)이 전국적으로 리조트와 골프장 개발붐을 일으켰지만 결국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 되었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베네치아’는 구호만으로 이룩할 수 없다. 굳이 베네치아를 모델로 삼으려면 그들이 천년 공화국의 어떤 역사와 문화를 관광의 자양분으로 우려냈는가부터 살펴야 한다. 이참 사장은 한국의 토속종교와 선비문화, 성리학 같은 것도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콘텐츠 위주의 소프트관광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19위이지만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31위다. ‘관광개도국’인 셈이다. 관광산업의 고용유발계수(매출액 10억원당 근로자 고용수)가 52∼53명으로 정보기술(IT)산업의 9.7명에 비해 5배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관광산업은 고용창출을 위해서라도 매진해야 할 국가전략산업이다. 이참 사장은 관광강국의 요소로 5림(떨림·끌림·어울림·울림·몸부림)과 3관(관광객에 대한 관심·관찰·관계)을 꼽았다. ‘총력관광’ 자세를 강조한 말로 귀 기울일 만하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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