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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윗 정신으로 골리앗 키운다”

    ‘다윗의 정신으로 골리앗을 키운다.’ STX 강덕수(54) 회장과 대한전선 임종욱(56) 사장의 ‘경영 행보’를 두고 하는 얘기다.중견 기업 가운데 최근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두 최고경영자(CEO)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짭짤한 기업들을 손에 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5위 벌크선사 꿈꾸는 강덕수 회장 “범양상선을 2010년에 벌크분야 세계 5위,2020년에는 전분야에서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습니다.” 범양상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TX 강 회장은 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엔진·해운 사업을 수직계열화해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군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범양상선 인수를 추진했다.”면서 “현재는 조선이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5년,10년 뒤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운 업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쌍용중공업(현 STX엔진) CEO에서 불과 4년 만에 매출 5조원대의 중견그룹 오너 회장으로 탈바꿈했다.당시 쌍용중공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뒤로하고 적극적인 지분 매입과 M&A로 현재의 STX그룹으로 키운 것이다. 강 회장은 “STX엔진의 내년 매출은 1조원으로 예상되며,조선은 2006년 1조 5000억원으로 세계 6위의 조선소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인수 과정에서 세차례나 유찰됐던 STX에너지(구 산단에너지)도 연간 4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며 M&A를 통한 덩치 키우기에 성공했음을 밝혔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 M&A 및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당 부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한 전략이 성공의 비결”이라며 “범양상선도 인적 투자 등을 늘려 세계적인 해운회사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유관분야로의 사업 확대가 철칙이었다.”며 “시장상황에 맞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잇단 대어 사냥 성공한 임종욱 사장 임 사장은 제조업 확대와 투자사업을 양 축으로 대한전선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그는 무주리조트를 시작으로 올해 쌍방울 등 굵직한 M&A 대어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또 선박용 전선시장 신규 진입을 위해 진로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대한전선은 현재 LG전선과 함께 진로산업 인수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있다. 지분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대한전선은 최근 YTN미디어에 20억원을 출자해 뉴미디어 방송 콘텐츠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또 네크워크 통합(NI)업체인 인네트의 지분 21.32%를 인수해 소프트웨어분야에도 관심을 내비쳤다. 임 사장은 국내 소주 1위업체인 진로 인수를 추진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분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남한~개성공단 직통전화

    남한과 북한 개성공업지구간의 자유로운 우편·전기통신 교류,열차운행 및 선박운항 등에 대한 남북간 합의서안이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성공업지구 통신에 관한 합의서안’과 ‘남북 사이의 열차운행에 관한 기본 합의서안’,‘남북해운합의서안’ 등을 의결했다. 개성공업지구 통신에 관한 합의서안에 따르면 남한과 개성공업지구간 우편 및 전기통신 교류를 민족 내부간 교류로 보고 제 3국을 경유하지 않은 채 직접 교환ㆍ연결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남북은 공업지구의 전기통신교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정된 사업자가 필요한 시설을 설치·운영하고,통신사업자는 남북이 합의한 장소를 통해 전기통신망을 직접 연결토록 했다. 남북사이의 열차운행에 관한 기본 합의서안에서는 남북을 오가는 열차의 운행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하고,이에 따른 모든 실무적 문제를 ‘남북철도운영공동위원회’에서 조정하도록 했다.위원회는 남북 대표 1명씩을 포함해 5∼11명으로 구성키로 했다. 남북해운합의서안을 통해 정부는 남북간 해상항로를 민족 내부 항로로 인정하는 것과,원활한 수송을 위해 남한의 인천·부산 등 7개 항과 북한의 남포 원산 등 7개 항간 항로를 개설하도록 했다.특히 양측의 허가를 받은 선박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통관수속 등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고,긴급재난 피난보장과 해양사고시 선박운항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통신망을 구성 운영키로 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STX, 범양상선 우선협상자로

    세계 10대 벌크선사인 범양상선㈜의 경영권이 STX컨소시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은행은 7일 범양상선 주식 매각을 위해 STX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금호산업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각각 선정했다. 산은은 “이번 국제공개경쟁 입찰에 총 7개 업체가 참가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STX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며 “범양상선에 대한 정밀실사를 거쳐 오는 10월말까지 매각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STX컨소시엄이 제시한 입찰가격은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양상선은 1987년부터 법정관리와 은행관리를 받아왔다.범양상선은 57척의 자체선박과 200여척의 용선을 운용해 지난해 1조 9000억원의 매출에 77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올 상반기에도 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日서부 두차례 강진

    |도쿄 이춘규특파원|나라와 오사카 등 서부일본 지역에 5일 리히터 규모 6.9와 7.4의 강력한 지진이 두 차례 발생했다.지진의 여파로 기이반도 동부가 최대 약 4㎝ 남쪽으로 이동했을 정도여서 대형 지진인 ‘도난카이(東南海)지진’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첫 지진은 5일 오후 7시7분쯤 기이반도에서 110㎞ 떨어진 해저 38㎞ 지점을 진원으로 발생했다.이어 밤 11시57분쯤 도카이도 해안에서 130㎞ 떨어진 해저 44㎞ 지점을 진원으로 두번째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긴키지방과 도카이지방에서는 진도 5의 진동이 관측됐으며 도쿄를 비롯한 간토지방에서도 강한 진동이 감지됐다.집이 흔들리면서 넘어지거나 해일 등으로 인해서 40여명이 부상했다.어선 등 선박 18척이 전복됐고,해일로 1만여명의 주민이 대피하기도 했다.일본 국토지리원은 6일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에 의한 관측으로 지진이 일어나기 전과 이날 오전 6시의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기이반도 동부가 최대 4.1㎝ 남쪽으로 이동했으며,가장 움직임이 컸던 미에현 시마초의 기준점 주위도 2∼3㎝ 움직였다고 밝혔다.다만 “리히터 규모 7급의 지진이었기 때문에 이번 지각변동은 예상된 범위내였다.”고 밝혔다.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도난카이지진대와는 10∼20㎞ 정도 떨어져 있어 직접 관련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강력한 여진을 우려했다. 일본언론들에 따르면 전문가들도 일회성이냐,대지진의 전조냐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야마모토 마사히로 지진해일감시과장은 “(1944년 12월에 일어난) 도난카이 지진 이후 리히터 규모 7의 지진은 처음으로,연달아 일어난 점도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도쿄대지진예지정보센터’ 아베 가쓰유키 센터장은 “놀랍다.최초지진의 파장이 동쪽으로 전해져 두개의 지진이 연동해 일어난 전진(前震),본진(本震) 형태의 지진”이라면서도 도난카이 지진과는 관계가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도쿄대지진연구소’ 가사하라 교수는 “도난카이 지진과 관계가 있다.”고 해석했다.나고야대 히라하라(지진학) 교수는 “도난카이 지진은 징조가 되는 지진이 없는 상황에서 돌연 리히터 규모 8의 지진이 일어난다고 알려졌지만 그런 예측과는 다른 새로운 사태를 맞이할지도 모른다.”며 경계태세를 촉구했다. taein@seoul.co.kr
  • 기능직 공무원 ‘사무보조’ 명칭 곧 사라진다

    기능직 공무원 중 비하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사무보조’ 명칭이 사라지고 ‘사무’나 ‘일반사무’로 바뀐다. 행정자치부는 “입법예고 중인 지방공무원임용령 개정안에 사무보조직의 명칭을 개정하는 내용을 추가,이번 주 안에 법제처에 심사를 의뢰하겠다.”고 5일 밝혔다.이에 따라 지방직을 비롯,전체 공무원중 3만명에 이르는 사무보조직이 소외감을 벗고 책임있게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기진작 위해 개선 필요 행자부 정인환 분권지원과장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최근 공무원의 사기를 높이고 공직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무보조직의 명칭을 개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면서 “검토 결과 사기진작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방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이 법제처 심사를 통과하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바로 시행된다.행자부는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임용령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이번에 명칭이 개정되는 사무보조직은 지방직에 한하지만 앞으로 국가직 및 교육청 기능직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전체 공직사회에서 사무보조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독립업무 없고 서자 취급 공노총 박광일 수석부위원장은 “사무보조직은 신규채용시 대부분 해당 분야의 자격요건을 갖춘 전문인력임에도 불구하고 ‘보조’라는 용어 때문에 사기가 저하되고 이미지가 폄하돼왔다.”고 주장했다.또 “혐오성·비하성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불합리한 직군·직렬 명칭을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그동안 공직사회에서 소외됐던 사무보조직이 일반직과 동일한 구성원으로 대우받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사무보조직 공무원은 “15년 장기근무해도 기능9급에 그치고 있는 데다,명칭 때문에 업무에 대한 책임의식보다는 보조의 이미지가 고착돼 대내외적으로 자신감을 갖지 못했던 게 사실”고 털어놓았다.대구시청직장협의회 박성철 회장은 “사무보조직은 그동안 독립적인 일을 맡지 못하는 등 공직사회에서 ‘서자’ 취급을 받아왔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명칭 개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직 기능공무원의 경우 사무보조 직군·직렬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해 토목·건축·전기·기계·화공·선박 등 전문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나머지 기능직들도 ‘보조’ 이미지가 덧칠돼 사기가 떨어진 실정이다.지난 8월말 현재 지방기능직 4만 6658명 중 사무보조는 8986명으로 전체의 19.2%다. 국가직은 전체 기능직 6만 6104명 중 사무보조가 1만 1308명으로 17.1%,교육청은 3만 5329명 중 8991명으로 25.4%를 각각 차지한다. 김용수기자 dragon@seoul.co.kr
  • “한국은 물좋은 기업 사냥터”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359개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9입니다.자산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는 의미입니다.외국인들에게 이 만한 먹잇감을 갖춘 시장이 어디 있겠습니까.”(대신증권 김동욱 연구원) “소버린자산운용과 SK의 경영권 분쟁은 한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적대적 인수·합병(M&A)이 실패하더라도 얼마든지 ‘단물’을 빼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셈입니다.모방 투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대우증권 성종률 M&A컨설팅부 부장) ●적대적 M&A에 노출된 기업들 한국이 ‘기업 사냥터’로 떠오르고 있다.‘소버린 사태’이후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적대적 M&A를 언급할 정도다.이에 따라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첫 성공사례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계 골라LNG는 그동안 투자 목적으로 밝힌 대한해운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사했다.골라LNG는 현재 대한해운 주식의 21.1%를 보유하고 있다.또 우호 세력으로 알려진 펀리폰즈ASA증권과 피델리티펀드도 각각 6.3%와 5.7%를 갖고 있다.반면 대한해운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3.3%로 골라LNG측의 우호지분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엘리베이터도 M&A 바람을 타고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상승률이 무려 54%에 이르렀다.대신증권 김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집중 매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마치 작전 세력이 동원됐다고 여길 정도의 큰 폭의 상승”이라고 말했다. 세양선박도 외국인 매수세가 급증하면서 적대적 M&A 논란에 휩싸였다.지난달 29일까지 3.8%에 불과했던 외국인 지분은 현재 10%를 넘어섰다.인터파크와 금호석유화학,동양메이저 등도 M&A 논란이 분분하다. ●첫 적대적 M&A 나올까 외국 자본의 공격적인 지분 매집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M&A의 성공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아직까지 외국 자본에 의한 적대적 M&A는 성공한 적이 없다.또 미도파에 대한 롯데의 적대적 M&A 시도나 KCC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분쟁에서 보듯이 국내 기업간에도 적대적 M&A 성공은 거의 없다. 그러나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다.지분 5% 이상의 외국인 대주주가 있는 상장사는 지난달 말 33개사에 이르고 있다.또 상장사의 외국인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세계 최고 수준인 43%를 웃돌고 있다.특히 국내 기업들의 자산 증가와 취약한 지배구조,줄줄이 엮인 지분 보유 계열사 등은 공격 대상으로 삼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삼성증권 이재호 팀장은 “설사 적대적 M&A가 실패하더라도 주주 가치를 반영시킬 수단이 많은 만큼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사냥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인사]

    ■ 국무조정실 ◇국장급 승진△정책관리심의관 南世鉉◇국장급 전보△총괄심의관 任宗淳△일반행정〃 盧柄寅△노동여성〃 孫政雄△교육문화〃 金熙喆△환경〃 全慶玉△정책상황〃 崔炳錄△복권위원회 사무처장 許新旭△규제개혁기획단 기획총괄팀장 李秉珍△인적자원개발·연구개발기획단 총괄〃 金孝明 ■ 노동부 ◇부이사관 승진 △고용보험과장 趙京元△비정규직대책〃 張華益△평등정책〃 李完永△여성고용〃 鄭在洪△산업보건환경〃 金種孝 ◇과장급 전보△양산지방노동사무소장 郭奎淳△안양〃 朴鍾寬 ■ 철도청 ◇부이사관 승진 △건축과장 郭魯相△품질환경〃 全榮錫△디젤차량〃 金鍾遠△전철전력〃 金泰洙△정보통신〃 申禹鉉 ◇부이사관 전보△서울지역관리역장(직대) 朴宣奎△광역철도사업본부장(〃) 朴春宣△영주지역본부장 辛承浩△순천〃 全炯圭 ■ 수출입은행 (해외사무소장)△동경사무소 盧性寬(팀장·부지점장)△선박금융부 선박금융1팀 崔成煥△선박금융부 선박금융2팀 金成澤△해외투자금융부 자원개발금융팀 成基悅△중소기업금융본부 중소금융2팀 宋寅大△중소기업금융본부 중소금융3팀 康盛徹△기획부 기획혁신팀 任成赫△자금부 오퍼레이션팀 鄭殷模△여신총괄부 여신기획팀 南基燮△리스크관리부 회계팀 李景煥△감사실 崔鎔權△강남지점 黃甲鉉 ■ 파워콤 △네트웍운영담당 盧炳俊△중앙네트웍센터장 姜榮一△강남지점장 高萬錫
  • 부와 민주주의/케빈 필립스 지음

    ●美 예비선거 ‘국가적 경매’와 조롱하기도 미국은 지금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누구나 짐작하듯 그것은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붓는 ‘돈잔치’다.대통령 선거자금 모금 행위는 종종 ‘부의 예선(wealth primary)’이라 불린다.예비선거 자체를 ‘국가적 경매’라고 조롱하는 이들도 있다.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의 선거자금 모금체제를 “국가를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응찰자에게 팔아 넘김으로써 공직을 유지하려는 양당 공모하의 정교한 직권남용체제”라고 일축한다.미국의 정치 또한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공공연하게 돈으로 흥정되는 ‘시장터 정치’인 셈이다. ‘부와 민주주의’(케빈 필립스 지음,오삼교·정하용 옮김,중심 펴냄)는 미국 금권정치의 역사와 거대 부호들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다룬다.저자는 닉슨 대통령 시절 백악관 보좌관을 지낸 정치평론가로,그의 첫 저서 ‘공화당 다수파의 출현’은 닉슨 시대의 정치적 바이블로 통한다.그는 1990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 부자들에 대한 특혜와 부의 집중을 분석한 책 ‘부자와 빈자의 정치’를 펴내며 공화당과 결별,지금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전쟁 때부터 행해진 금권정치 미국의 금권정치는 멀리 독립전쟁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독립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10만명에 이르는 왕당파 부호들은 재산을 몰수당한 뒤 미국을 탈출,영국과 캐나다 등지로 옮겨갔다.이들 중엔 뉴햄프셔의 앤트워스,보스턴의 허친슨,뉴욕의 드 랜시스와 필립스,필라델피아의 펜,메릴랜드의 캘버트 등 유명 가문들이 포함돼 있다.이에 따라 자연히 미국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부의 재편이 이뤄졌다.그러나 혁명 이후 새로 탄생한 백만장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독립전쟁 당시의 전시금융이나 선박나포와 같은 신생 미국 정부와의 커넥션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었다.미국혁명은 일면 영웅적인 것으로 비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저자의 표현대로 “공적 목표와 사적 이익이 혼합된 또 하나의 사례”다. 미국혁명으로 남부는 부를 상실하고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잃었지만,남북전쟁은 훨씬 더 참혹한 결과를 남부에 안겨줬다.남부가 노예해방을 주장하는 북부에 패배한 것은 곧 경제적·재정적 파탄을 의미했다.남부의 400만 노예는 20억 내지 4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이를 고려하면 남부 백인의 1인당 부(富)는 북부인과 비슷했다.그러나 전쟁의 패배는 남부를 비참한 수렁으로 몰아넣었다.가축의 5분의2를 잃었으며 농업기계의 절반이 사라졌다.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새로운 갈등의 역사가 시작됐다.J P 모건·존 록펠러·앤드루 카네기·제이 굴드 등 19세기 후반 미국의 많은 대부호들은 대리인을 사서 징집을 피한 젊은 북부인들로,전쟁을 이용해 부의 사다리를 몇 계단씩 뛰어오른 인물들이다. ●겉은 번쩍이지만 속은 썩은 美현실 미국의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1930년대를 돌아보며 “미국이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과는 정반대로 기업의,기업에 의한,기업을 위한 정부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그의 분석은 오늘의 현실에서도 타당하다.부시 행정부는 이미 취임 두 달 만에 개혁주의자들로부터 ‘도금시대’가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도금시대는 경제가 팽창하고 금권정치가 횡행하던 1870∼98년경,겉은 번쩍거리지만 속은 썩은 현실을 풍자한 말이다. 미국의 백악관과 의회는 물론 사법부도 점점 대기업의 이해를 보다 많이 반영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저자는 지금 미국인들은 도금시대의 첫 번째 금권정치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의 금권정치체제를 맞이했다고 진단한다.이어 “재력가들이 지배하는 정부도 폭도들이 지배하는 정부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경구로 들려준다. 권력과 부의 관계를 해부한 이 책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소수에 의한 부의 독점이라는 저자의 말은 바로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3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軍, NLL 작전예규 수정 논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선박을 퇴각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인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군의 작전예규가 수정된 사실이 2일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측 경비정과 상선,어선이 기상 악화 등으로 항로를 이탈해 NLL을 단순 침범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경고사격을 자제하도록 합참 작전예규를 고쳤다.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지난 6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사항을 존중해 단순 월선에 따른 무력충돌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북한이 우리 함정의 호출에 불응하는 일이 잦고,북한 선박의 NLL 월선 의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 해군 작전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쳐진 작전예규는 ▲NLL 침범시 국제상선공통망을 이용한 경고통신 ▲제3국 선박 단속이나 북측 선박 구조 목적으로 NLL 침범시 통신을 유지하면서 일시적인 활동 허용 ▲북측 함정 NLL 무력화 의도가 없는 경우 시간을 갖고 신중히 대응 ▲경고사격 ▲격파(조준) 등의 순으로 돼 있다. 이는 2002년 6월 6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한 서해교전 직후 5단계로 돼 있던 대응절차를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등 3단계로 줄인 것보다 다소 느슨해진 것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인사불만’ 노조원 방화… 5명사상

    2일 오전 9시45분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운노조 중앙부두 연락사무소 입구에서 조합원 이모(38)씨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현장에서 불에 타 숨졌다. 또 주변에 있던 작업반장 윤모(54)·안모(50)씨 등 조합원 4명이 얼굴과 다리 등에 중화상을 입고 부산대병원 등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불은 사무소 입구와 천장 일부를 태운 뒤 10여분 만에 꺼졌다. 화재 당시 사무소 입구에 있었던 윤씨는 “이씨가 2ℓ들이 페트병에 든 휘발유를 사무소 입구에 뿌린 뒤 최근 작업배치 인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사무소에 들어가려 해 기름통을 빼앗은 뒤 밀쳐내는 순간 라이터를 꺼내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본선(선박)근무에서 육상 하역근무로 바뀌자 동료들에게 불만을 토로해 왔으며,지난 1일 오전 9시50분쯤에도 연락사무소를 찾아가 인사문제로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사무실 집기를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씨가 최근 이뤄진 작업배치 인사에 불만을 품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경위와 인사를 둘러싼 조합내부 알력관계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2시간 동안의 세계여행

    ‘사랑한다는 것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라는 명언을 탄생시킨 ‘러브 스토리’.올드 영화팬이라면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을 더욱 극적으로 돋보이게 한 뉴욕 센트럴파크를 비롯해 뉴욕 시립대학,뉴욕 롱아일랜드 지역 등 오염되지 않은 자연 절경을 기억할 것이다. 외국의 유명 관광지나 절경을 등장시켜 이국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광 필름’.오락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영화 매체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다. 오드리 헵번의 출세작 ‘로마의 휴일’을 비롯해 200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 수상작 ‘시카고’의 경우는 타이틀에 지명이 새겨져 있어 배경 도시에 대한 홍보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우디 앨런이나 마틴 스콜세스 등은 뉴욕파 감독이라는 애칭을 받을 정도로 자신들의 신작 배경지로 뉴욕을 단골로 등장시켜 영화 공개 후 해외 영화 애호가들이 뉴욕을 관광차 찾도록 만드는 부대 효과도 거두고 있다.‘스파이더 맨’의 경우에도 마천루로 상징되는 뉴욕 맨해튼의 최고층 빌딩을 눈요깃거리로 삽입시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의 경제력을 은연중 드러내는 효과를 거두었다. 로마,베네치아,피렌체 등 이탈리아의 주요 곳곳은 세계 영화계가 단골 로케이션 장소로 활용할 만큼 풍부하고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일본의 여류 작가 다나카 지세코는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세계 주요 영화를 리뷰한 ‘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을 출간해 출판가의 뉴스를 만들어 냈다.‘글루미 선데이’의 배경지가 됐던 헝가리를 비롯해 한석규 주연 ‘이중간첩’의 촬영지로 등장했던 체코의 프라하 등은 동유럽 나라 중 정책적으로 해외 영화의 촬영지를 적극 유치하는 국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인도차이나’의 배경지가 됐던 베트남 하롱베이를 비롯해 제임스 본드 ‘닥터 노’의 태국 푸켓,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비치’의 태국 카오야이 국립공원 등은 뛰어난 절경을 내세워 해외 영화 자본을 유치해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멕시코 로사리토 지역은 드넓은 토지와 주변의 해수(海水) 자원을 특화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의 선박 침몰 장면을 촬영한 뒤로 해양 재난물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특화 스튜디오로 명성을 얻고 있다.홍콩 배우 성룡의 천부적인 연기 재능과 순발력 있는 쿵후 실력을 담고 있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전세계 주요 국가를 80일 안에 순례하겠다는 내기를 걸고 진행된다. 이같이 전개되는 극중 스토리 때문에 관객들은 객석에 앉아 영국,프랑스,터키,중국,인도,미국 등 주요 각국을 유람하는 듯한 기분과 ‘관광 영화’만의 특징을 맛볼 수 있다.1956년 마이크 토드 감독이 공개해 선풍적 인기를 얻은 소재를 리바이벌한 이 작품은 1872년 발표한 줄 베르누이의 팬터지 소설을 원안으로 하고 있다. 프랭크 코라치 감독의 신작에서는 발명가이자 영국 학술원 회원인 포그(스티브 쿠간)가 고루하고 융통성 없는 영국 왕실 학술원장과 80일 동안 세계 일주를 하게 되면 자신이 차기 학술원장이 되고 만일 실패했을 경우에는 영원히 학술원 회원에서 추방 당하는 것을 수용하겠다는 비장감 어린 내기를 한다.포그는 옥(玉)으로 만든 부처상을 되찾아 주려는 중국인 라우(성룡)의 도움으로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80일 동안 약속했던 세계 일주에 성공하게 된다.
  • 수출마저 흔들린다

    수출마저 흔들린다

    수출이 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고유가의 영향으로 올들어 처음으로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앞질렀다.산업자원부는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 실적(통관기준 잠정치)’을 통해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8월보다 29.3% 늘어난 198억 8000만달러,수입은 33.3% 증가한 180억 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무역수지는 18억 4000만달러로 17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그러나 지난해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액은 지난 6월(216억 3000만달러)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뒤 3개월째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수출증가율도 5월(41.9%)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하반기 수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컴퓨터·선박 증가세 뚝 떨어져 8월 수출이 크게 준 것은 전체 수출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5대 수출효자 품목 가운데 자동차(59.4%),휴대전화(36.2%),반도체(30.5%) 등은 장사를 잘 했으나 컴퓨터(3.5%)와 선박(0.6%)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뚝 떨어졌다.컴퓨터는 국제적인 제품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액이 줄었고,선박은 상반기만큼 수주량이 늘지 못했기 때문이다.더욱이 하반기에는 반도체 시세의 하락과 휴대전화 및 세계시장에서 자동차의 공급과잉 현상이 예상되고 있어 수출 실적이 더욱 줄 것으로 보인다. 8월의 수입액이 증가한 것은 국제 원유가격의 상승이 큰 이유로 꼽힌다.원유 도입액이 70.5%,도입물량은 29.9%나 늘었다.이에 따른 원자재 수입액도 40.2% 증가했다. ●원자재 파동 등이 변수 소비재 수입은 내수 침체를 반영하듯 12.3% 증가에 그쳤다.지역적으로는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과 수입이 각각 47.8%와 37.7% 증가해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여 주었다. 산자부 이계형 무역투자실장은 “하루 수출규모(8억 3000만달러)가 8월 중반 이후 증가하고 있어 9월에도 수출이 괜찮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원자재 파동 등 수출저해 변수는 상존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稅制 어떻게 바뀌나] 대기업 최저한세율 2%P 내려

    [稅制 어떻게 바뀌나] 대기업 최저한세율 2%P 내려

    기업 관련 세제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세액공제나 감면을 통해 에너지절약·사회간접자본(SOC)시설,물류·정보통신업,창업·중소기업 등 정책적인 지원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이다.내년부터 법인세가 2%포인트 인하됨에 따라 중소기업·개인사업자에 이어 대기업의 최저한세(각종 감면을 받아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금)율도 같은 수준만큼 인하돼 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선별업종 세제지원 몰아줘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절약시설의 투자금액 공제비율이 현행 7%에서 10%로 인상된다.SOC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민자(民資)도시철도 건설용역의 부가가치세가,연기금이 투자한 도로건설은 통행료 부가세가 각각 면제된다.시중 부동자금을 모아 SOC 등에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PEF)도 각종 소득공제·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물류기업에 대한 대폭적인 세제 지원도 강화돼 동북아 경제중심 기반구축이 탄력이 붙게 됐다.3개 이상 물류사업을 하는 종합물류기업은 5년간 법인세가 감면된다.제조업체가 물류비의 70% 이상을 물류업체에 위탁할 경우 물류비의 2%가 세액공제된다. 창업·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ERP(전사적자원관리) 등 생산성 향상시스템을 빌려 사용할 경우 이용비용의 7%가 공제되고,수도권내 정보통신장비와 기술유출방지 설비도 공제 대상에 포함됐다.창업중소기업에 대한 혜택도 늘려 현물출자·사업양수 등에 의한 사업 승계시 종전 사업자산이 창업 당시 자산총액의 30% 미만이면 창업으로 인정,4년간 소득·법인세를 50%를 깎아준다.특히 소상공인에 대한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업종별 특별세액 감면폭이 현행 5∼15%에서 10∼30%로 확대된다. ●국제수준의 기업세제 도입 톤세제도와 연결납세제도,파트너십과세제도 등도 내년부터 시행된다.해운기업의 소득을 영업이익이 아닌 선박의 순톤수와 운항일수를 기준으로 산출,법인세를 부과하는 톤세제도는 업계에서도 환영하고 있다.그러나 법인소득의 이중과세를 해소한다는 취지의 연결납세·파트너십과세제도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아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자기자본의 4배를 넘는 차입금의 지급이자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제도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 폐지된다.대기업의 법인세 최저한세율도 따라 15%에서 13%로 낮춰 이미 인하된 중소기업(12%→10%)·자영업자(40%→35%)와 형평성을 맞췄다. ●투명성 따른 부담 최소화 ERP 도입 등을 통해 회계투명성이 제고된 중소기업이 매출액을 전년보다 130% 이상 초과신고할 경우 소득·법인세 증가분이 2년간 공제된다.경영컨설팅 등을 위해 중소기업청이 발행한 경영지원쿠폰을 중소기업이 이용하면 쿠폰구매 금액의 7%가 소득·법인세에서 공제되며,현금성 결제인 구매론·네트워크론도 공제 대상에 포함된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無방부제 빵’ 정말일까

    지금은 빵에 방부제를 쓰지 않는 게 거의 상식이 되었지만,10여년 전만해도 제빵회사나 제과점에서 ‘무(無)방부제’라는 슬로건이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그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우리 사회도 이제 전근대적인 방부제를 쓰지 않는 선진 음식문화로 발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런 시절을 거쳐 이제는 방부제를 쓴다는 것은 마치 콩나물에 농약을 치는 것인 양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볼 만한 점이 있다.방부제를 쓰지 않는다는 빵의 유통기한을 보면 대개 1주일은 족히 된다.부드러울 정도로 촉촉하여 병균이 살기에 알맞은 습도를 갖추고 있고,설탕,버터 등의 영양분이 충분히 있는데도 상온에서 상당 기간을 버틴다니 이상하지 않은가.여름날 밥과 빵을 똑같이 놔두면 밥이 먼저 상하는데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빵을 만드는 사람은 방부제를 쓸 필요가 없다.왜냐하면 원료인 밀가루에 이미 충분한 방부제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통밀이나 밀가루는 대부분 선박을 통해 장기간의 유통기간을 거치면서 수입되는 농산물이고,그 과정에서 방부제,표백제,붕해제 등의 화학 첨가물의 ‘세례’를 받게 된다. 빵이 제과점에서 우리 가정으로 유통되는 데는 1주일이면 충분하지만,밀가루가 외국에서 제과점까지 유통되는 데는 최소한 몇 개월,길게는 몇 년이 걸린다.1주일 유통을 위해서는 방부제가 필요 없지만,몇 년의 유통을 위해서는 방부제가 꼭 필요해진다. 그러면 제빵회사나 제과점이 ‘無방부제’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인가,참말인가. 자신이 직접 방부제를 쓰지 않았다고만 항변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왜곡된 역사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이 “나는 교과서대로 바르게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들은 ‘미필적 고의’에 의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사실 방부제만이 문제는 아니다.곡류와 채소가 주식인 우리나라 사람은 그동안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해왔다. 그러나 수입 밀은 부드러운 맛을 위해 껍질을 상당히 깎아내는 관계로 섬유질과 많은 영양소가 제거된 상태로 가공되게 된다. 따라서 수입 밀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할 경우에는 수십,수만년 동안 이루어온 우리나라 사람의 몸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또 빵의 설탕 함유량이 15∼20%라고 말하면 깜짝 놀랄 수 있을 것이다.이 또한 빵이 우리의 주식이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빵이 주식인 경우는 중국의 꽃빵이나 프랑스의 바게뜨를 보아도 알 수 있듯 이렇게 달게 만들지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유혹은 당의정과 같다.쓴 약을 달콤한 맛으로 감싼 알약처럼 달콤함에 끌리지만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쓰디 쓴 결과일 수 있다. 빵의 그 부드럽고 달콤한 맛 속에는 영양소와 섬유질이 제거되고 설탕과 버터를 듬뿍 함유시킨 쓰라린 아픔을 안에 감싸안고 있는 것이다.우리밀로 만든 빵을 먹어본 사람은 빵맛이 거칠다고 한다.그럴 수밖에 없다. 밀의 겉 표면을 수입 밀처럼 깎아내지 않았기 때문에 거칠 수밖에 없다. 그 거칠음이 바로 건강이요,영양인 셈이다.또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봄에 심어서 가을에 거두는 수입밀은 잡초나 병충해가 심한 여름에 많은 농약을 사용해야 하는 반면,가을에 심어 봄에 거두는 우리밀은 겨울에 자라기 때문에 농약을 치지 않고도 좋은 수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거친 맛에 익숙하도록 해야 한다.부드러운 빵맛에 길들여지면 거친 빵에 손이 가지 않는다.부드러운 빵은 잘 씹지 않으므로 치아 발육이나 두뇌 개발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빵을 구입할 때도 금방 구웠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원재료가 무엇이고 첨가물이 어떤 게 들어갔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그러니 꼭 뒷면의 재료 표시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무방부제’는 덧씌워진 라벨에 불과하다. 이 라벨을 떼어내서도 ‘무방부제’라는 글씨가 선명한 것이야말로 진정 건강한 빵이다.이제 라벨을 떼어내자.그 라벨과 함께 빵의 부드러운 맛을 잃어버릴지라도 말이다.
  • 5대 수출품 많이 팔아도 남는게 별로 없다

    5대 수출품 많이 팔아도 남는게 별로 없다

    우리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등 5대 수출품은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부품 및 장비 국산화율이 낮아 생산업체의 영업이익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29일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내놓은 ‘5대 수출품목의 수익구조 및 향후과제’에 따르면 올 1∼7월 반도체·휴대전화·자동차·선박·컴퓨터(LCD) 등 5대 품목의 수출액은 50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8%나 증가했다.전체 수출액 가운데 35.2%를 차지했다. 그러나 부품 및 장비의 국산화율이 낮아 제조업 전체의 외화가득률은 1995년 69.6%에서 2000년 62.7%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5대 품목의 부품 및 장비의 국산화율은 자동차가 평균 90.0%,선박이 80.0% 등으로 비교적 높았으나 반도체 65.0%,휴대전화 70.3%,컴퓨터 40.0% 등 나머지는 낮은 편이었다. 국산화율이 높은 자동차도 엔진의 주요 부품이나 트랜스미션(변속장치) 등을 조달하는 델파이,덴소,보쉬 등 외국계 부품기업 의존율이 33.6%에 이르지만 국내에 직간접 진출한 상태여서 수입 부품으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현상이다. 컴퓨터와 선박은 공급 물량이 부족해 외국산을 수입하는 사례가 많을 뿐 기술적인 측면에선 국산화가 상당히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이에 따라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휴대전화 영업이익률은 각각 30.4%와 20.2%에 그쳤다.현대자동차의 이익률은 9.0%,대우조선은 8.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경제 성장률 세계 5위 하락·물가 상승 5위

    ‘물가상승률 세계 5위,자동차 생산량 세계 6위,경제성장률 세계 5위,인터넷 이용자수 세계 2위….’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세계속의 한국’에 나타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관련 성적표다.국내총생산(GDP)은 2002년에 이어 11위를 유지했으나 경제성장률은 2위에서 5위로 밀려나고 물가상승률은 11위에서 5위로 6계단이나 뛰어오르는 등 거시경제 상황이 악화됐다. ●물가 뛰고 성장률은 하락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30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 중 터키·슬로바키아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2000년(2.2%)에는 24위로 하위권이었으나 2001년(4.1%) 11위,2002년(2.7%)에도 11위였다가 지난해 급등했다.미국 물가를 100으로 본 비교물가 수준은 70으로 OECD국가 중 7번째로 낮았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전년(7.0%)보다 급락한 3.1%로 OECD국가 중 2위에서 5위로 밀려났다.미국(3.1%)·일본(2.5%) 등은 전년보다 올랐다.수출은 1938억달러로 2년째 12위였고,수입은 1788억달러로 멕시코를 제치고 전년보다 한 단계 오른 13위였다.이에 따라 무역의존도(61.6%)는 OECD국가 중 유럽국가들에 이어 8위를 기록했다.연평균 실업률은 3.4%로 영국·멕시코에 이어 3번째로 낮았다. ●선박·인터넷·자동차 호조 수출의 견인차격인 선박 건조량은 726만 5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으로 세계 총건조량의 32.4%를 차지,전년에 이어 1위를 지켰다.중국이 선박 건조량부문에서 1999년 5.6%에서 4년 만에 11.4%로 급등,3위로 올라서 우리나라와 일본(30.3%)을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량도 317만 8000대(5.2%)로 2년째 6위를 고수했다.그러나 2002년 5위 자리를 뺏어간 중국은 점유율이 7.2%로 올라 4위로 한 단계 뛰면서 우리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전자제품 생산액은 698억달러로 미국·일본에 이어 3위 자리를 지켰다.인구 100명당 인터넷 이용자 수는 60명으로,아이슬란드(67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현대重 ‘이유있는 10년 무분규’

    한때 우리나라 과격 노사분규의 진원지로 여겨졌던 현대중공업이 10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세계 제일의 조선소’답게 노사관계에서도 모범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1990년대 중반까지 거의 해마다 파업과 직장폐쇄의 악순환을 겪었다.1988년부터 이듬해에 걸친 ‘128일 파업’과 1990년 4월 ‘골리앗 크레인 점거 투쟁’은 고공농성의 효시다. 이러한 강성 현대중공업 노조가 달라졌다.과격한 옛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안은 스스럼없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노조는 “정치성 있는 투쟁에는 동참하지 않고 합리적인 노동운동의 길을 가겠다.”는 방침을 여러차례 밝혔다. ●정치적 투쟁보다 실리적 노선 추구한다. 탁학수 노조위원장은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노동운동의 형태도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우리가 지향하는 노선은 합리·실리주의”라고 말했다.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주장하지만 회사의 방침에도 협력할 사항이 있다면 적극 힘을 보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임금인상폭을 요구했고 단협에서도 인사·경영권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조항과 상급단체 공동 요구안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상생의 노사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노사 모두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1987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뒤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상급단체의 대리전 형태로 해마다 장기 파업이 거듭되는 동안 생산손실은 물론 대외 신인도 하락,기업이미지 실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컸다.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합원들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회사의 꾸준한 후생복지 정책도 뒤를 받쳤다.현대중공업은 모두 1만 6000가구의 사원아파트를 지어 시중가격보다 30% 싼 가격으로 사원들에게 공급했다.또 현대식 숙소 2000실을 독신 사원들에게 제공했다. 6개 문화예술회관을 짓고 잔디축구장 7면을 조성해 사원가족 등이 다양한 취미·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이 때문에 시민들은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동구를 ‘울산의 특구’,‘한국의 싱가포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조조정 없는 고용정책이 안정 불렀다. 현대중공업은 고용안정 정책을 경영의 제 1목표로 삼고 있다.조선·플랜트·해양·엔진기계·전기전자·건설장비 등 6개 사업분야 가운데 조선·건설장비를 뺀 나머지 사업분야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계속 침체상태이다.그럼에도 창사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인위적으로 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동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진 것도 노사관계가 안정을 이룬 요인이다.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7년,평균연령은 42세다.사회·경제적 책임이 큰 중년 가장들이 대다수이다 보니 무모한 투쟁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게 됐다. 회사가 경영목표와 영업현황,위기상황 등을 숨김없이 설명하고 임원과 현장 조합원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도 노사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 분규 없는 안정된 직장으로 이미지가 높아지면서 현대중공업은 전통적인 제조업종에다 본사가 지방에 있는 여건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대졸신입사원 모집 때 경쟁률이 100대1을 넘는다. 여기에 조선분야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수주가 밀려 지난 상반기에 이미 올해 목표를 달성했다.3∼4년치 물량을 이미 확보,부가가치와 채산성이 높은 선박만 골라 수주하고 있다. 곽만순 인사·노사 총괄전무는 “우수한 기술력에다 안정된 노사관계까지 보태지면 대외경쟁력이 강화되어 외국 고객들이 마음놓고 주문을 맡기고 있다.”며 “기업 경영에 있어 노사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노사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우리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16) 서귀포 보목항의 자리잡이배 테우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16) 서귀포 보목항의 자리잡이배 테우

    1985년 10월4일,제주도 화북의 해신당에서는 도항제(渡航祭)가 열렸다.‘고대 제주항로 테우 조사단’이 화북을 출발했다.원초적인 고기잡이 배 테우를 복원하여 옛 뱃길에 도전함으로써 ‘한반도~제주도’의 고대 항로를 규명해보려는 시도였다.탐라와 육지부의 교류경로,해로 변천사와 유배길 조사도 이루어졌으니,배이름도 격에 맞게 ‘물마루’로 명명되었다.노르웨이 탐험가 T 헤위에르달이 남미에서 폴리네시아군도를 향하여 전통배를 타고 떠난 콘티키(Kontiki)호의 대탐험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테우를 활용한 최초의 모험이리라.물마루호는 서귀포시 보목동에 남아 있던 여섯척 중에서 선발되었다. ●테우와 자리잡이의 원조, 보목동 8월 중순 제주도를 찾아,‘서귀포칠십리 바다사랑회’를 이끌면서 수중탐사와 환경보존에 애쓰는 이원석 회장에게 테우와 자리 조사 안내를 부탁하였더니 약속이나 한 듯 보목동으로 이끈다.보목동이야말로 테우와 자리잡이의 원조이기 때문.대부분의 제주도 포구에서 테우로 자리를 잡아왔겠지만 보목만큼 그 전통을 이어가려는 곳은 보지 못하였다. 보목에서는 매년 테우로 자리를 잡는 ‘자리돔큰잔치’를 열어왔다.보목의 자리돔큰잔치는 관광객은 물론이고 인근 주민들도 사라져간 테우가 그리워서라도 몰려든단다.청년들의 보존 움직임도 활발해서 ‘보목섶섬 수중환경보호지킴이’(회장 강대환)를 조직하여 테우도 복원하고 전통어법 재현에도 힘쓰고 있다.덕분에 보목동에 가면 언제든지 테우를 볼 수 있다.그러나 한라산의 귀한 구상나무로 만들던 테우는 사라졌고 일본산 삼나무 테우들로 대체되어 조금은 안타깝다. 몇년 전의 일.제주도민들이 감귤을 들고서 북한을 집단방문한 적이 있었다.일찍이 북에 정착하게 된 제주 출신 노인 한 분을 만나게 되어 말문을 트다가 제일 먹고 싶은 것이 무언가를 물었다고 한다.그런데 노인은 허다한 먹을거리를 제치고 ‘자리젓이 그립다.’고 하였다.초년의 입맛은 일생을 간다고 하였으니 자리젓의 아른한 향취가 50년 넘게 이어진 셈이다. 사실 ‘자리강회’,‘자리물회’,‘자리구이’ ‘자리젓갈’ 등 자리 없는 제주도 식단은 왠지 빈자리 같다.활기 넘치는 강진국 마을회장은 우리 일행에게 “자리를 좋아한다니 절반은 제주사람으로 인정해 줍세.”라고 너스레를 놓았다.자리를 모르고서 제주도 먹을거리를 논하지 말지어다! ●고향을 지키는 고기, 그래서 이름도 ‘자리’ 오키나와에서 한반도 남해안 일부에까지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아열대성 자리는 붙박이로 한군데서 일생을 마친다.서귀포 외돌개에서 보목 앞의 섶섬에 이르는 난류대를 특히 좋아한다.보목에서는 ‘겨울에 눈이 오면 개가 죽는다.’는 속담도 있다.모든 물고기가 자유롭게 먼바다를 나돌고,모든 새가 먼하늘을 나돌 것 같지만 그런 상상은 시나 노래에서나 가능하다.자리에게도 엄연히 따스한 집이 있고 그리운 고향이 있다.자리는 자신이 태어난 따스한 곳에서 가능한 한 떠나질 않는다.그래서 이름도 ‘자리’다. 보목에서는 앞의 섶섬 동쪽에 동군자리,서쪽에 서군자리,서쪽 해변에 리알자리,지귀섬의 자귀자리,쇠소각 냇물이 흘러나오는 쇠소각자리 등의 ‘자리밭’이 유명하다.어민들은 이들 자리밭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테우를 들이밀어 자리를 낚는다.경계없는 바다같지만 엄연히 바다밭이 경계를 가른다.섶섬 주변에서는 섬그늘에 모여든다면,민물이 흘러들어 기수대를 형성하는 쇠소각에서는 감미로운 민물을 마시려고 몰려든다.그래서 똑같은 바다이지만 매양 동일한 바다는 없다.문전옥답만 강조하는 육지중심 사고와 다르게 기름진 바다밭의 해양중심 사고로 바라본다면 바다마다 전혀 다른 색깔을 연출하며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밭이 다르면 같은 배추종자도 맛이 다르기 마련.보목과 우도의 자리가 같을 수 없으며,고산의 자리는 성산의 자리와 다르다.같은 보목 내에서도 여(암초)의 상태에 따라 자리의 색감과 생김새,심지어 맛까지 다르다.절기에 따라서도 알이 찬 알찬자리,자잘한 쉬자리,산란하고 난 다음에 잡히는 거죽자리 등등 이름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조류가 센 곳에서 노는 가파도자리는 뼈가 굵어 물회용에는 어울리지 않아 구이용에 적합하다.뼈가 부드럽고 맛이 고소한 보목의 자리는 구이보다도 물회나 강회에 어울리니 같은 제주도 내에서도 제각각인 셈이다. ●더위 푸는 덴 물회, 술안주엔 구이 얼마전 경남 삼천포에서 자리구이를 맛보았다.횟집 주인 왈,“수온이 높아지니 여기까지 자리가 찾아드네요.”라고 했다.이제 자리는 차츰 북상을 하여 남해 해안가에서도 자신들의 자리를 마련한 것 같은데 남해안의 자리가 어떤 격식을 갖추고 있는가는 아직 감이 덜 잡힌다. 자리는 먹는 취향과 장소,시간에 따라서 맛도 다르다.복중의 더위풀이에는 시원한 자리물회가 그만인데 자리구이는 술안주로도 맞춤이다.자리젓국은 멸치젓과 더불어 제주민이 가장 보편적으로 먹는 젓갈.그런데 제주도 바깥에서는 똑같은 자리물회라도 당최 제맛이 나지 않는다.독특한 향을 내는 제피잎을 잘게 썰어넣어야 국물이 한결 시원해지는데 싱싱한 제피잎을 구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독특한 맛을 내는 제피잎 없는 자리물회는 사실 정통식이 못된다. 한때 구두미포구,서래포구,큰개머리,배개포구 등 전통적인 포구에서 25척에 이르는 테우들이 국자같이 생긴 국자사둘로 자리를 잡았다.자리만으로도 충분히 생계가 유지되었다.1명이 수경으로 물밑을 감시하면 2명이 그물을 드리워 조류에 떠들어오는 자리를 낚았다.배를 타지 않고 갯바다밭의 ‘덕’에서 자리를 잡는 덕자리사둘,동그란 모양의 사둘을 도르래의 힘으로 드리우거나 올리며 낚아가는 가장 보편적인 어법이었던 동고락사둘도 행해졌다. ●자리잡이·해초 채취… 전천후 다목적 배 그러나 GPS로 바뀌면서 배도 발동선으로 바뀌었으니 전통 테우 자리잡이도 한폭의 사진으로만 남은 셈이다.‘자리 삽서(사세요).’라고 외치며 마을길을 나다니던 아낙들의 외침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전통어법은 사라졌으나 자리잡이의 경제적 이득은 여전히 높아서 지금도 보목의 살림살이를 살찌우게 한다. 테우는 자리잡이에만 쓰였던 배가 아니다.전천후,다목적이었으니 해초 채취에도 요긴했다.바다마을 사람들은 기름진 해초 없이는 푸석푸석한 화산토에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해초 채취에 테우가 더할나위 없이 요긴했으니 해초를 그득 싣고 돌아오는 풍경 역시 화학비료에 떠밀려서 저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테우는 물마루호의 실험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제주민의 해상교통에 절대적인 수단이었다.탐라의 고대 대외교류도 테우에 의존하였다.삼국지동이전에 이르길,“배를 타고 왕래하면서 물건을 사고판다.”고 하였으니,테우를 이용한 교역이 일찍부터 이루어졌다.독일인 겐테(S.Genthe)는 ‘제주도탐험과 동해 중국에서의 표류’란 표류기에서,테우의 위력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어떤 파도에도 끄떡없는 이음새 영접하기 위해 보낸 배는 이상한 배였다.보트도 아니고,카누나 속을 파낸 통나무도 아니었다.뱃전이나 배의 구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거대한 뗏목이었다.거센 파도라는 어쩔 도리 없는 조건 때문에 적응법칙에 따라,예컨대 동인도의 마드라스 해안의 파도 때문에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것과 비슷하게,기상천외의 물건이 만들어졌음이 이내 밝혀졌다.거칠고 격렬하게 출렁이며 크고 육중하게 굴러오는 사나운 파도가 끊임없이 그 선박을 덮쳤다.막힌 보트라면 금방 물이 가득 차서 뒤집힐 것 같았다. 그러나 튼튼한 이음매의 큼직한 틈새가 있어서 부딪치는 파도의 위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큼직한 통나무들로 엮어 만든 듬성듬성한 이 선대(船臺)는 어떤 경우에도 물이 차서 뒤집힐 리가 없었다. 제주도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섬이다.중요 물자는 배로 움직였다.전통시대에 일주도로·관통도로가 없었음은 당연한 일.‘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도 광복 당시의 빈약한 교통로를 이렇게 말했다.“ 섬을 둘러싼 좁은 도로가 있었을 뿐이다.1940년대 당시 제주시에서 섬을 횡단하여 서귀포로 가는 도로는 부설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의 사정은 더욱 어려웠으리라. ●맥 잇는 마을 있어 그나마 위안 테우는 사라졌어도 테우를 복원해서 끝내 이어가겠다는 마을이 있음은 일말의 위안이 된다.신혼여행객도 태우고,문화관광특구도 만들어 당찬 마을로 가꾸겠다는 결의에 가득찬 것을 보니,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의연한 길을 모색하는 듯하여 감개무량이다.비록 배는 낡고 덜 효율적이지만 전통을 살려서 미래의 바다로 가꾸어 나간다는 바다살림의 의지는 바로 문화적 종다원성을 지키려는 안간힘이기도 하다. 해변가로 유별나게 솟구친 가파른 ‘제지기오름’에 오르니 보목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절대보호구역인 섶섬의 자연경관적 가치에 관해서는 무엇을 더 논하랴.관광객에게는 눈요기에 불과한 섶섬이지만 자리돔에게는 대를 이어 살아가고 있는 ‘붙박이 자리’임을 애써 기록하고 돌아온다.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동분서주하면서 유목민의 삶을 살아가는 도시민에게 섶섬의 자리들은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을 가르치는 것만 같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15) 바다에 열린 ‘고속도로’ 격렬비열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15) 바다에 열린 ‘고속도로’ 격렬비열도

    격렬비열도에 가면 왠지 ‘격렬’해질 것만 같다.신진도 외항에서 ‘충남202호’에 몸을 싣고 격렬비열도를 향해 2시간쯤 난바다로 나서자 조용하던 바다가 ‘격렬’하게 용틀임한다.멀고 험난한 바닷길이다.다도해에는 못 미치지만,태안반도 서쪽으로도 자그마한 섬들이 열병식을 치르는 병사들처럼 줄지어 자리를 잡고 있다.안흥항에서 신진대교를 건너면 연육교로 이제는 뭍이 된 신진도에 다다른다.신진도와 마도도 연륙되었다.신진도 외항에서 출발하면 가의도 정족도 옹도 궁시도 하사도 난도 우배도 석도를 거쳐 동격렬비열도와 서격렬비열도로 나뉘어 선 군도(群島)에 닿는다.여기서 좀더 서진하면 두말할 것도 없이 중국이다. 정기 연락선이 없어 일반인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섬들.‘바다가 육지라면’이라고 한 유행가가 읊조려지는 그런 섬들이다.가의도를 제외하면 살림집도 없다.옹도에 등대지기 몇 사람이 살고 있을 뿐이다.궁시도도 원래는 민가와 초등학교 분교까지 설치된 제법 번다한 섬이었으나 권위주의 시절,대간첩작전에 필요하다며 주민들을 다른 섬으로 소개시켜 빈 섬이 되었다.조선시대 왜구침략 때문에 빚어진 공도(空島)정책을 20세기에 들어와 다시 대하는 감회가 새삼 씁쓸하다. ●권위주의 시절 空島정책으로 주민 소개 온통 바위로 이뤄진 이들 ‘불모의 섬들’이지만 국제 해양교류사적으로는 대단히 중요하다.육로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바다는 ‘국제 하이웨이’였으며,섬들은 휴게소나 나들목 구실을 했다.예나 지금이나 바닷길이 문명교류의 고속도로였던 셈.태안 마애삼존불이나 서산 마애삼존불이 근역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으로부터 바닷길을 통한 불교문화의 전래를 생각하지 않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지도를 펼쳐 놓고 중국 산둥반도와 이곳 태안반도를 직선으로 연결하면 그보다 짧은 해양 항로는 없다.국제 통신망인 해저광케이블도 안흥 위의 천리포쯤에서 시작하여 격려비열도 북단을 거쳐 산둥반도 밑으로 간다.남양만의 당항성도 중요했지만 안흥성에도 국제교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중국에서 뱃길을 열어 한참을 달려오자면 드디어 갈매기떼가 날기 시작한다.새가 날기 시작하면 어딘가 섬이 가까워졌다는 뜻.먼 수평선 위에 소금 몇 알을 뿌려놓은 듯 격렬비열도가 점점이 모습을 드러낸다.험한 뱃길에 지친 사람들에게 불현듯 나타나는 이 섬이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다.격렬비열도에서 직진하면 안흥항에 닿으며,그 사이에 흩어진 섬들이 ‘뭍으로 가는 길’의 길라잡이들이다.이걸 알고도 누가 무인도를 ‘쓸모없는 섬’이라고 폄하할 수 있으랴. 옹도에 배를 들이밀었다.선착장 공사가 한창인데,아직까지는 모선에서 보트를 내려야만 상륙할 수 있다.거센 파도가 일렁거려 보트쯤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함빡 물벼락을 뒤집어 쓰고서야 땅을 디딜 수 있었다.걱정이 태산 같아 말도 안 나오는데 경력이 20년이라는 항해사는 ‘이건 파도도 아니다.’라며 태연자약하다.집채만한 파도들이 줄지어 달려들며 보트를 삼킬 듯 물어뜯는다.필자 같은 문약한 책상물림은 가히 혼비백산이다.옷가지는 물론 카메라백과 기록노트가 온통 바닷물에 젖어 엉망이다.그러면서도 이런 곳에 사람이 산다는 사실이 반갑고 경이로웠다. 들여다보면 등대지기의 삶은 ‘낭만’과 한참 떨어져 있다.많은 문인들이 등대를 소재로 낭만의 꽃을 피우고 있지만 정작 등대는 거센 파도와 싸우는 처절한 싸움의 현장이기도 하다.옹도등대,정확한 명칭은 대산지방해양수산청 옹도항로표지관리소.1907년에 설치됐으니,근대 문화유산으로도 손색없을 이 등대가 100년이 가깝게 거친 바닷길에 불을 밝혀온 셈이다. 이곳 박선우 소장과 두 명의 직원은 보름 간격으로 섬과 육지를 오가며 교대로 근무한다.어찌 생각하면 ‘팔자 좋게’ 여겨지겠지만 사실은 그만한 고역이 없다.노도와 풍랑으로 기약없이 섬에 갇히기 예사다.생지옥이란 이를 두고 말함이렷다.그러한즉 등대의 낭만 운운은 그야말로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옹도등대지기는 세 가지 신호를 보낸다.통상적으로 불을 밝히는 광파표지,안개가 낄 때의 음파경고인 무(霧)신호,그리고 레이더를 발사하는 전파표시가 그것.바다가 해무에 젖어들면 10m 거리도 보이지 않는다.근대 이전의 국제 선박들이 어떻게 암초 많은 이곳을 통과했을지 되짚어 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연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실,‘불이나 밝힐 뿐’이라는 식의 등대에 관한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이다.인공위성의 전파정보를 받아 하늘과 바다를 하나로 잇는 이른바 DGPS 시스템을 활용하는 전천후 첨단 시스템을 활용한다.옹도등대는 대전 위성항법중앙사무소와 연계하며,여기에다 서산기상대의 위탁기상까지 떠맡고 있으니,뉴스에서 듣는 ‘서해안에는 풍랑이 몇 미터고,안개는 어떻고‘하는 정보도 알고 보면 옹도등대지기 같은 바다지킴이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등대의 임무를 강조했지만,그래도 등대의 멋스러움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흰 배롱나무의 꽃무리가 은은한 향기를 뿜는 바다 저편으로 외항선 한 척이 지나간다.인천항이나 대산항,평택항으로 가는 배이리라.또 있다.그 등대에 다다르는 오르막 가파른 길을 빼곡하게 뒤덮은 동백나무 군락은 이곳이 남방계 식물의 영향권임을 말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육지에서는 얼어 죽고 마는 동백나무가 경기도의 울도에서 군락을 이룬 것을 본 적이 있다.북녘 자료를 보니,평안도 철산앞바다 대화도에도 군락이 무성하단다.구로시오 난류의 영향으로 해양성 기후가 형성돼 한반도의 바다는 육지와 전혀 다른 식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족도에는 가마우지떼가 모여 산다.자그마한 난도는 온통 괭이갈매기 천지다.섬 곳곳이 하얀 갈매기똥으로 덮여 있다.난도 정상에도 동백나무 군락이 우거져서 겨울부터 봄까지 붉은 동백꽃의 자태로 섬 생활의 고독함을 물들이고 있다. ●새들이 만든 유채꽃밭 봄바다의 압권 역시나 격렬비열도와 궁시도의 압권은 봄의 유채꽃.제주도의 유채꽃이 푸른 바다와 겹쳐 환상적 풍경을 자아내 뭇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면,이곳 유채꽃은 은자처럼 숨어 있어 간혹 발걸음을 하는 어부나 낚시꾼들만이 즐길 뿐이다.자연적으로 피었을 리는 만무하고,그렇다고 누가 철없이 절해절벽에 유채씨를 뿌렸을 리도 없으니,모르긴 하되 아마 새들의 작품이리라.배설된 유채꽃 씨앗에서 움튼 새싹이 해마다 번창하며 해중화(海中花)의 향연을 마련하였으리라.건너편 꽃지해수욕장에서 열리는 꽃박람회에 덧붙여 격렬비열도의 유채꽃밭은 그 자체로 가히 봄바다의 압권이다. 그러나 바다는 이런 따위의 아름다움이나 낭만과 무관하게 역시나 외롭고 험난하다.잠시도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다.인근에서 가장 해류를 거세게 받는 곳이 안면 외해(外海) 안흥량이다.일명 관장목이라고도 부르는데,강화도 손돌목과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물살이 드센 곳으로 손꼽힌다. 예전,격렬비열도를 거쳐서 안흥으로 들어오던 중국 배들이 이곳에서 숱하게 수장됐다.지금도 안흥의 어부들 그물에는 심심찮게 청자 따위가 걸려 올라오곤 한다.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난파된 배들의 흔적이리라.이런 탓일까.가의도에 가면 아예 ‘중국에서 가의라는 사람이 귀양와 그 때부터 가의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전하기도 한다.실제로 태안군 남면의 가씨들이 얼마 전까지 가의도에 들어와 시향(時享)을 지냈다고 하니,가의도가 가씨의 본향인 셈이다.가의도의 오백년 묵은 은행나무가 중국인들이 베어낸 둥치에서 새롭게 자라난 새끼라는 전설 등은 중국과 안흥의 연계설을 증언하고 있다.안흥이나 가의도 사람들은 일제시대에도 중국 다롄까지 가서 밀무역에 종사했다고 전한다.바다를 길삼아 교류하고 교역한 역사가 상상보다 활발했다는 증거다. ●명나라 사신 왕래때 표지로 삼던 후망봉 신진도 외항으로 들어서자면 왼쪽에 마도 후망봉이 홀로 솟아 있는데,고려시대에 명나라 사신이 왕래할 때 표지로 삼던 곳이다.산 뒤에는 능허대(凌虛臺)가 있어 바다를 관해(觀海)하기에 그만이다.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인 국방과학연구소 내에 안파사(安波寺) 절터가 있으니,풀자면 ‘파도를 잠재우는 절’이라는 뜻이다.예전 뱃사람들은 먼 항해에 앞서 이곳에서 공양을 올린 뒤 뱃길을 떠났다고 전해진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성계가 안흥성을 자주 드나드는 명나라 사신들에게 ‘잘 보이려고’ 성을 쌓았다는 설도 있다.설마 ‘잘 보이려고’ 성을 쌓았으랴만 높이 3∼4m,길이 1㎞가 넘는 석성을 쌓느라 10여년씩 부역에 시달렸을 민중의 고초가 손에 잡힌다.동서남북으로 돌문을 달고,그 안에 300채쯤 되는 ‘호화주택’을 지었던 안흥성은 명나라에 널리 알려져 ‘조선에 가거든 안흥성을 보고 오라.’는 말까지 생겼다.한때 영화로웠던 안흥성의 국제적 명성을 가늠해 봄직하다. 20여년 전,나룻배를 타고 신진도로 건너갔던 기억이 새롭다.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바다,마도는 물안개에 젖어 잠들어 있었다.그런 섬에 다리가 놓이고 1종 항구가 조성돼 지금은 횟집이 즐비하다.태안반도 해양관광 1번지로 손색이 없다. 차를 몰아 안흥성에 올랐다.수백 채의 집들은 동학혁명 때 모두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성벽만 남아 있다.안흥성문 코앞까지 배가 들어와 곧바로 사신과 무역상들이 성내로 들어왔다고 하는데,지금은 물길과 멀어져 있다.새우 양식장으로 쓰던 앞바다는 조만간 골프장으로 바뀐단다.국제교류가 활발하던 바다에 골프공이 난비하는 풍경을 생각하니 왠지 낯설고 거북하다. 여승들이 주석하는 안흥성 태국사에서 바라보는 안흥량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격렬비열도의 그 모진 파도가 어디 갔을까 싶게 숨죽인 바다가 졸고 있다.빗방울 긋는 소리,물안개에 에워싸인 섬이 열 가지,백 가지로 변신하는 바다의 얼굴을 웅변해 준다.바다는 한 얼굴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곳이다.어찌 인간의 힘으로 바다가 가진 천의 얼굴을 이해할 수 있으랴. 관해의 으뜸 절창이 연출되는 안흥성에 오르니 그 옛날 국제 선단이 바닷길을 내달려 안흥성에 닻을 내리는 환상에 빠져들고 만다.무심결에 지나치는 무인도들조차도 이같이 역사문화적 뿌리를 지니고 있는 것이니,섬이야말로 예전부터 국제 고속도로의 네트워크 아니겠는가.
  • 유가 50弗 초읽기…정부, 철강공급 2배 확대

    국제 원유가격이 연일 폭등하면서 ‘배럴당 50달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가 고유가에 따른 원자재난 해소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간담회를 열고 국내 업체들에 요청해 내년까지 핫코일 등 국내 철강 공급능력을 현행보다 두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원자재 비축규모를 현행 20일분에서 30일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선박용 핫코일 공급 능력을 올해 14만t에서 내년 30만t으로 두배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정부는 또 중소기업용 원자재 비축 규모를 30일분으로 확대하는 한편 가격불안 우려가 큰 고철과 철근류에 대해 관계 부처들이 유통 실태조사 및 매점매석 행위를 단속하기로 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거래 시작과 함께 배럴당 49.27달러까지 치솟았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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