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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전닉스’ 사고 싶은 외국인, 이틀간 ETF에 5100억 몰렸다

    ‘삼전닉스’ 사고 싶은 외국인, 이틀간 ETF에 5100억 몰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자, 두 종목 비중이 높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 지수’에 기반한 상장지수펀드(ETF)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발표하는 MSCI 지수는 전 세계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최근 크게 오른 반도체주의 상승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지수를 담은 ETF로 위험을 나누려는 투자 전략으로 풀이된다. 26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 22일 외국인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 MSCI 코리아 TR’ ETF를 4337억원 순매수했다. 하루 전인 21일에도 764억원을 순매수하며 이틀간 5101억원을 사들였다. 평소 하루 수천만원 수준이던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자금 유입이다. 이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60% 이상이다. 이에 따라 이 ETF는 4월뿐 아니라 올해 들어(1월 1일~4월 24일) 외국인 순매수액이 가장 많은 상품이 됐다. 2025년까지 범위를 넓혀도 이날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외국인 순매수액이 6957억원으로 전체 ETF 중 1위다. 같은 구조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MSCI 코리아 TR’ ETF에도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 지난 9일 외국인은 이 ETF를 912억원 순매수해 올해 4월 기준으로 외국인 순매수액 2위에 올랐다. 반도체 ‘투톱’을 중심으로 하되, 한국 주요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이 외국인 수요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에게 공신력을 가진 ‘MSCI 지수’를 추종한다는 점과 배당금이 자동으로 재투자되는 ‘토탈리턴(TR)’ 방식인 점도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외국인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에서도 삼전닉스를 담으려는 외국인을 겨냥한 ETF가 흥행 중이다. 지난 2일 미국에서 출시된 ‘라운드힐 메모리 ETF’의 경우 이날까지 약 3주 만에 13억 달러(약 1조 924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정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 7670억원을 순매도하며 사상 최대 규모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최고가를 경신 중인 ‘삼전닉스’를 중심으로 대거 팔고 있는 것이다. 개인은 같은 기간 인버스(지수 하락 추종) 상품을 대거 사들이며 코스피 하락에 대거 ‘베팅’하는 모습이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ETF는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로 5402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0만 전자’, ‘200만 닉스’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하락에 베팅한 개인들은 대거 손실을 볼 수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계속 좋아지고 있어, 당분간은 실적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끄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제동 건 검찰, 체면 구긴 경찰…방시혁 영장 반려 놓고 신경전

    제동 건 검찰, 체면 구긴 경찰…방시혁 영장 반려 놓고 신경전

    경찰이 1년 넘는 수사 끝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검찰이 제동을 걸었다. 수사 과정에서 이어진 검경 간 긴장 관계가 이번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나온다. 26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방 의장 구속영장을 반려하고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방 의장을 다섯 차례 소환하고 약 5개월간 법리 검토를 거쳐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장고 끝에 내놓은 결론이 검찰 단계에서 반려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영장 재신청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범죄 혐의 입증 정도인 ‘상당성’이 부족할 경우 구속 필요성 역시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변준석 법무법인 PK 대표변호사는 “구속 단계에서는 최소 50~70% 수준의 상당성은 확보돼야 한다”며 “특히 공인 사건일수록 검찰은 향후 법정 다툼까지 고려해 혐의 인정 여부를 더 엄격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장 반려를 계기로 검경 간 갈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검찰은 앞서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반려했고, 경찰은 세 번째 시도 끝에 지난해 7월 하이브 본사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사건을 경찰이 아닌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에 맡기며 수사 주도권을 유지했다. 당시 경찰은 남부지검에 사건 이송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정정엽의 마음 처방] 쉼의 심리학, 효율성의 역설

    [정정엽의 마음 처방] 쉼의 심리학, 효율성의 역설

    주말이다. 일주일 동안 밀린 피로를 풀려 소파에 몸을 뉘었다. 하지만 천장만 보고 누워 있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패드를 꺼내 유튜브 영상을 1.5배속으로 틀어 놓고 다른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잡은 채 쉴 새 없이 숏폼을 넘겨 본다. 육체는 분명 쉬고 있는데 저녁 무렵 머리는 안개 낀 듯 멍하고 무기력해진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브레인 포그’의 습격이다. 우리는 왜 쉴 때조차 무언가를 끊임없이 채워 넣으려 할까. 현대사회는 1분 1초라도 유용한 정보나 즉각적인 재미를 얻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불안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주입해 왔다. 이를 받아들인 우리 뇌는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쉬는 시간조차 끊임없이 비용과 보상을 저울질한다. 뇌는 2시간짜리 영화를 정배속으로 집중해서 볼 때보다 15분짜리 요약 영상을 1.5배속으로 볼 때 가성비가 좋았다고 인식하며 더 큰 쾌감을 느낀다. 심리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인 ‘효율성 강화의 법칙’이다. 스스로는 효율적으로 휴식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뇌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휴식이 아니라 명백한 혹사다. 우리 뇌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는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사람들이 눈을 감고 아무런 인지적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활성화된다. 이 시스템이 켜지면 뇌는 그제야 밖으로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내면의 정리정돈을 시작한다. 마치 사용자가 자리를 비울 때 컴퓨터가 조용히 시작하는 백그라운드 최적화 작업과 같다. DMN은 낮 동안 엉켜 있던 기억들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감정의 찌꺼기를 비워 내며 흩어진 파편들을 연결해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우리가 쉴 새 없이 영상을 보고 자극을 주입하는 동안 뇌는 이 시스템을 활성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과부하가 걸려 뇌는 파업을 선언한다. 소피 르로이 박사는 이 상태를 ‘주의력 잔류’로 설명한다. 하나의 자극이 완전히 처리되기 전에 다음 자극이 들어오면 이전 자극의 잔재가 뇌에 축적돼 인지 기능 전체를 서서히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뒹군 주말 저녁의 원인 모를 우울감과 무기력은 뇌에 단 한 번도 정지 화면을 허락하지 않은 탓이다. 즉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단순하지만 현대인에게는 어떤 것보다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바로 ‘의도적으로 비우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 놓고 아무런 목적지 없이 산책하는 것, 창밖의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커피 한잔의 온기를 두 손으로 감싸 쥐는 것. 그 쓸모없어 보이는 시간이 사실은 뇌가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이다. 이번 주말에는 효율이라는 얄팍한 강박을 잠시 내려놓아 보자. 1.5배속으로 압축한 휴식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0배속의 시간을 뇌에 선물해 보자. 깊은 사유, 인내심, 진정한 자유에서 비롯되는 성취감은 효율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반복되는 느린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철저하게 비워 낸 뇌만이 다시 단단하게 채워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정정엽 광화문숲 수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엄마. 나야.(곽수인 외 12명 지음, 난다) “노란 종이배에 적어 보낸 수없이 많은 소망들이/ 별이 되어 빛나는 우주의 한끝에/ 그리움이 연둣빛 새순처럼 자라는 곳/ 사시사철 분홍 꽃 피는 봄날의/ 우주 한 끝에서 저는 살고 있어요/ 함께 지내던 친구들과/ 이제는 아프지 않은 이모와/ 더없이 좋은 날들 보내고 있어요”-곽수인(2학년 7반) 어느 봄날에 중 이제는 세상에 없는 경기 안산시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생일시 모음집이다. 시인들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로 썼다. 2015년 초판 이후 이번 개정판까지 모두 서른네 명의 단원고 아이들과 서른네 명의 시인들이 만났다. 아이들과 시인들의 조우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눈물이 필요한 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일 듯. 260쪽, 1만 3000원. 다정한 지옥(김인정 지음, 아작) “연정은 갈망이 되고 갈망은 곧 원념이 되느니 그리움은 그리움만을 낳아 헛된 줄 알면서도 지극히 약해지기만 하더이다.” 전작 ‘차마 봄이 아니거니와’로 고어체의 문장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잔뜩 현혹했던 김인정 작가가 새로 내놓은 소설집이다. 8편의 작품 모두 매혹적이면서도 치명적인 핏빛 연정이 한가득하다. 이미 잉태된 파국을 향해 기어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사람들이 거기 있다. 여자와 무협, 얼핏 어울리지 않는 길을 걷는 이유에 관해 그는 “싸우는 사람들을 오래 동경한다.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 그리고 부서지고 깨질 때 누구도 완전히 혼자가 아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312쪽, 1만 6800원. 바라건대(강경애·한유주 지음, 작가정신) 나는 강경애의 ‘소금’을 읽으며 그간 목격해온 짐 진 여자들을 떠올렸다. … 개중에는 남편이 죽고, 남편의 아이가 아닌 아이를 낳고, 남의 아이를 먹이는 동안 자신의 아이들을 잃고, 한 몸 보전하기 위해 생사를 가르는 강을 건너야 하는데, 한 발이라도 삐끗하면 온몸을 짓누르는 소금을 모두 잃고 마는 여자도 있을 것이다. 근대와 현대 여성 작가의 100년 시공을 뛰어넘는 만남을 위해 기획된 ‘소설, 잇다’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 ‘빈궁문학’으로 유명한 강경애의 대표 중단편인 ‘소금’, ‘원고료 이백 원’, ‘지하촌’과, “그간 목격해온 짐 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유주의 ‘바라건대’를 묶었다. 256쪽, 1만 6800원.
  • 트럼프 휴전연장 직전 또 베팅…수상한데 못 잡는 이유는? [핫이슈]

    트럼프 휴전연장 직전 또 베팅…수상한데 못 잡는 이유는?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대이란 휴전 연장을 발표하기 직전, 또 대규모 유가 하락 베팅이 포착됐다. 발표 직전 브렌트유 선물 4260계약, 4억 3000만 달러(약 6300억원)어치 매도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발표 직후 유가는 실제로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휴전 관련 중대 발표 직전 이런 거액 베팅이 포착된 건 이번이 벌써 4번째다. 시장에선 “또 누군가 먼저 안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거래가 수상해 보여도 감독당국이 곧바로 불법으로 보고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거래 시점이 절묘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해서다. 누가 거래했는지, 어떤 경로로 비공개 정보를 알게 됐는지, 실제로 그 정보를 이용해 주문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휴전 연장을 발표하기 약 15분 전 트레이더들은 브렌트유 선물을 대거 팔았다. 이 거래는 정산가 이후 거래가 많지 않은 시간대에 이뤄졌다. 브렌트유는 발표 직전 배럴당 100.91달러에서 100.66달러로 조금 내려갔다가 발표 직후 96.83달러까지 떨어졌다. 발표 직전 하락에 돈을 건 쪽이 짧은 시간에 큰 수익을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계속 반복됐다는 점이다. 지난달 23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력 인프라 공격 연기를 발표하기 15분 전 5억 달러 규모의 유가 하락 베팅이 나왔다. 이달 7일에는 2주 휴전 발표 전 9억 5000만 달러어치 원유 선물 매도가 쏟아졌다. 지난 17일에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항행 허용 방침을 밝히기 약 20분 전 7억 6000만 달러 규모의 하락 베팅이 포착됐다. ◆ 4번째인데도 왜 바로 못 잡나 이쯤 되면 시장이 내부정보 유출을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민주당 소속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은 이번 4억 3000만 달러 거래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라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요구했다. 그는 특히 2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비정상적으로 큰 거래가 몰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 불법행위가 확인된 것은 아니고, 백악관은 직원들이 윤리 규정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거래가 반복돼도 바로 못 잡을까. 가장 큰 이유는 법적으로 따져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CFTC가 실제 제재에 나서려면 “수상하다”는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비공개 정보를 어떻게 얻었고, 실제 거래에 썼는지까지 입증해야 한다. 즉 거래 시점만 볼 게 아니라 계좌 추적, 주문 경로, 관련자 접촉 내역, 정보 전달 과정을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다. 조사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로이터는 CFTC가 이미 지난달 23일과 이달 7일에 포착된 석유 선물 이상 거래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건마다 거래 주체를 특정해야 하고, 그 주문이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비공개 정보 이용의 결과였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 그러니 결론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감독당국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로이터는 최근 의회 청문회 보도를 통해 CFTC가 인력과 예산 제약 속에서 내부정보 거래와 시장 조작 사건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기보다, 반복되는 의혹을 끝까지 밀어붙일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반복 막으려면 감시·수사 다 바꿔야 그래서 대책도 함께 거론된다. 전쟁·휴전·제재처럼 유가를 크게 흔드는 고위 정책 발표 전후에는 원유 선물과 옵션 거래를 자동 경보 대상으로 묶고, 이상 거래가 포착되면 계좌와 주문 경로를 더 빨리 추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밀에 접근한 공직자와 주변 인사의 단기 파생상품 거래를 더 엄격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FTC 수사 인력과 예산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한 번의 절묘한 거래가 아니라 반복된 패턴에 있다. 발표 직전마다 수천억 원이 먼저 움직이고, 발표 뒤엔 실제로 유가가 크게 흔들리는 흐름이 너무 자주 되풀이됐다. 시장은 이미 단순한 ‘촉 좋은 베팅’을 넘어선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법정에서 버틸 수 있는 증거를 쌓아야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의혹은 커지는데 처벌은 늘 한발 늦다.
  • “트럼프, 왜 우리 배만 노려?!”…중국, ‘이란에 미사일 배송설’ 입장 내놨다 [핫이슈]

    “트럼프, 왜 우리 배만 노려?!”…중국, ‘이란에 미사일 배송설’ 입장 내놨다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가운데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에 불똥을 맞은 중국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미 해군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오만만에서 이란 국적 화물선 투스카호를 나포하고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 5000개를 일일이 수색하고 있다. 이후 로이터 통신 등 일부 언론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발한 해당 화물선에는 탄도미사일 관련 물자가 적재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운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의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자료 분석 결과 투스카호는 중국 남동부 주하이의 가오란항을 출항해 이란으로 귀항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가오란항은 고체 로켓 연료의 핵심 물질인 과염소산나트륨 등 화학 물질 적재지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현지 언론에 “(나포한 선박 안에는) 불쾌한 것들이 있었다. 아마도 ‘중국의 선물’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악의적인 연관성과 과장일 뿐”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일부 언론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내가 알기로 (나포된 선박은) 외국 국적의 컨테이너선이다. 중국은 악의적인 연관성과 과장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은 투스카호 나포 이후 인도양에서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던 제재 대상 유조선인 티파니호를 나포했는데, 원유 200만 배럴을 가득 실은 해당 선박의 목적지가 중국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의 호르무즈 역봉쇄로 불똥을 맞은 중국은 경제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13%가 이란에서 들여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회담 전 ‘광폭 행보’ 보이는 중국중국이 오는 5월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협상의 지렛대로 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리한 협상 테이블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캄보디아·태국·미얀마의 초청으로 3국을 방문한다. 캄보디아에서는 둥쥔 국방부장과 함께 ‘2+2 전략 대화’ 첫 회의도 개최한다. 앞서 왕 주임은 지난 9~10일 2019년 9월 이후 약 7년 만에 북한을 찾아 최선희 외무상과 전략적 소통과 협력 강화를 논의했고, 14일에는 베이징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양자 관계와 국제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왕 주임이 평소보다 더 적극적인 대외 행보에 나선 것은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방국과의 관계를 다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간선거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트럼프중국이 미·중 정상회담 전 유리한 카드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정반대의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긍정적 성과를 이용해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고자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등이 오히려 중국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더불어 이번 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유가 상승이 심화하면서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40% 아래까지 추락해 33%를 기록했다. 한 달 새 5%포인트가 빠지며 집권 2기 들어 최저치에 머물렀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저 지지율 36%를 두고 ‘실패한 정부’라며 맹비난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그보다 더 낮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에 공화당 내부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대로는 전멸한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 귀여움 이상의 영감… GD·블핑도 반한 ‘핫티스트’가 왔다

    귀여움 이상의 영감… GD·블핑도 반한 ‘핫티스트’가 왔다

    스트리트 예술로 청년문화 이끌어K팝스타·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조각·드로잉 등 250점 입체적 조명“자신 믿고 포기 말라는 메시지 닿길” 가수 지드래곤(GD)과 그룹 블랙핑크도 반한 일본의 세계적인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39)가 한국에 상륙했다. 자기 고백적 문장과 귀여운 캐릭터의 조합으로 청년 세대의 감수성을 저격한 작가의 첫 미술관 개인전인 ‘아이 빌리브 인 미’(I Believe in Me)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24일부터 열린다. 베르디는 전 세계 스트리트 문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나이키, 겐조, 버드와이저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했으며 블랙핑크, GD 등 세계적 K팝 가수들과도 손잡았다. 이번 전시는 스트리트 패션계뿐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서로 다른 영역을 가로지르는 그의 작업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드로잉, 그래픽, 조각, 설치 등 모두 250점을 선보이며 작가가 구축해온 시각 언어의 형성과 확장 과정을 다층적으로 소개한다. 1990년대 일본 우라하라 문화(하라주쿠 뒤편에서 시작된 일본 스트리트 패션과 서브컬처), 하드코어 펑크 록, 스케이트보드 문화 등이 그의 그래픽 세계를 형성했다. 베르디의 페르소나 캐릭터인 ‘빅’은 토끼와 판다의 형상을 결합해 탄생했다. 귀여움과 쓸쓸함, 유머와 긴장이 교차하는 형상을 통해 동시대 청년 문화의 복합적 정서를 드러낸다. 전시장에는 빅을 소재로 한 크레용 드로잉 100여 점과 실크 스크린, 네온, 조각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빅은 보통 빨간색 하트를 안고 있지만, 전시장에서는 핑크색 하트를 안고 있는 빅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곧 4살 생일을 맞이하는 딸을 위한 선물”이라며 ‘딸바보’ 아빠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 작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위로와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든 ‘비스티’ 캐릭터도 만날 수 있다. 비스티의 화사한 파스텔 색감과 부드러운 질감은 밝고 유연한 감정을 표현한다. 전시장 한가운데는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7m 규모의 복슬복슬한 비스티 부조 작품이 자리 잡았다. 베르디 작업의 근간인 타이포그래피 작품들도 전시됐다. 출장에서 돌아와 지친 아내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든 ‘소녀들은 울지 않아’(Girls Don’t Cry), 무명 시절을 돌아보며 얻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없었다’(Wasted Youth) 등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전시 말미에는 도쿄에 위치한 베르디 스튜디오를 재현했다. 문부터 바닥까지 실제 작가의 스튜디오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 아이템, 피규어, 작업 도구는 물론 그의 스튜디오를 찾은 방문객이라면 늘 사진을 찍는 공간도 이번 전시를 위해 고스란히 가져왔다. 베르디는 이번 전시를 “나 자신이 진심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표현한 자리”라고 정의했다. “예전부터 ‘이런저런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라고 말했을 때 ‘그건 어려울 거야’라는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그 말에 포기하지 않고 나 자신을 믿고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전시가 젊은이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7월 19일까지.
  • “비닐봉지 20억장 분량 온다”…나프타 6만t 실은 배, 호르무즈 뚫고 한국행 [핫이슈]

    “비닐봉지 20억장 분량 온다”…나프타 6만t 실은 배, 호르무즈 뚫고 한국행 [핫이슈]

    몰타 선적 유조선 오데사호가 미국과 이란이 ‘겹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한국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비닐봉지 수십억 장을 만들 수 있는 나프타를 대량 실은 배도 한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국적의 석유제품 운반선 ‘내비게이트 맥앨리스터호’는 오데사호보다 앞선 지난 18일 오후 3시쯤 호르무즈 해협의 라라크섬 앞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빠져나왔다. 라라크섬은 이란의 대체 항로이며, 맥앨리스터호에는 나프타 약 6만t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닐봉지 20억 장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소재 기초물질인 에틸렌의 핵심 원료다.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병원의 수액백 및 주사기, 약 포장재 등 의료소모품 부족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나프타 6만t을 실은 맥앨리스터호는 다음 달 9일 오후 4시쯤 울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맥앨리스터호가 탈출한 직후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봉쇄됐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프랑스 선박에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제발 쏘지 마!” 호소하는 무전 공개프랑스 르몽드,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국적 화물선인 에버글레이드호는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의 사격을 받은 뒤 급히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무전을 보냈다. 에버글레이드호는 무선을 통해 “이란 해군, 이란 해군, 여기는 에버글레이드호다. 고속정이 우리에게 사격하는 것을 멈추게 해달라”고 다급하게 호소했다. 해당 화물선은 ‘사격을 제발 멈춰달라’고 3차례나 반복 호소했지만 결국 총격을 피하지 못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날 에버글레이드 등 화물선이 사격을 받아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며 선원들은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는 데에는 실패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인도 국적의 유조선 산마르 헤럴드호를 향해서도 사격을 가했다. 선박과 선원 모두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상 정보업체 뱅거드 테크에 따르면 몰타 국적 크루즈선 마인 쉬프 4호는 오만 해안 인근을 항해하던 중 발사체가 인근에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휴전 하루 연장한 트럼프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휴전 시한을 사실상 하루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블룸버그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2주 휴전 종료 시점에 대해 “워싱턴 시간으로 수요일 저녁”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협상을 위한 추가 시간을 벌어주는 것으로, 기점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사실상 휴전 기간을 하루 늘려 잡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새롭게 제시한 ‘미 동부시간 기준 22일 저녁’이라는 시한 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휴전을 연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간절히 원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개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투가 즉각 재개되느냐는 질문에 “합의가 없다면 충분히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재봉쇄에 반등한 국제유가, 국내 기름값은?미국의 해상 봉쇄에 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하자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7% 가까이 급등했다. 20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5.76달러(6.87%) 오른 배럴당 89.61달러에 장을 마쳤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도 5.10달러(5.64%) 상승한 배럴당 95.4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상승 폭이 크게 둔화한 국내 기름값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공시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1일 오전 8시 기준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2003.17원으로 전날 종가보다 0.33원 올랐다. 지난 17일 오후 7시에 2000원을 넘어선 이후 오름세를 계속 이어간 것이다. 다만 지난달 국내 기름값이 연일 폭등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같은 시각 경유 가격은 1996.76원으로 역시 전날보다 0.21원 오르는 데 그쳤다. 국제유가 흐름은 통상 2, 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기름값에 반영된다.
  • 바다 사나이들의 수호자, 포르투갈 리스본 ‘벨렝탑’ [한ZOOM]

    바다 사나이들의 수호자, 포르투갈 리스본 ‘벨렝탑’ [한ZOOM]

    1515년, 인도 구자라트 술탄 ‘무자파르 샤 2세’가 포르투갈 국왕 ‘마누엘 1세’에게 살아있는 코뿔소를 선물로 보냈다. ‘간다’(Ganda)라는 이름의 이 코뿔소는 100일이 넘는 항해 끝에 리스본 항구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코뿔소는 유니콘과 같은 생소한 전설 속 짐승과 다름없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마누엘 1세는 코뿔소와 코끼리 중 누가 더 강한지 대결을 붙였다. 하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코뿔소의 위용에 압도된 코끼리가 대결이 시작되기도 전에 달아나 버린 것이다. 마누엘 1세는 이 대결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이 인도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었다. 그래서 리스본 항구에 건립 중이던 벨렝탑 망루 기단부에 코뿔소 형상을 새겨 넣었다. 이것이 바로 서유럽 최초의 코뿔소 조각이다. 하지만 간다의 리스본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얼마 뒤 코뿔소에 싫증을 느낀 마누엘 1세가 간다를 다시 교황에게 보냈는데, 바티칸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되면서 쇠사슬에 묶여 있던 간다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대항해시대를 상징하는 찬란한 이정표 15세기 말과 16세기 초는 포르투갈 역사상 유례없는 황금기였다. ‘바스쿠 다가마’를 비롯한 위대한 항해사들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며 부와 명예를 실어 나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마누엘 1세는 해양강국의 위상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벨렝탑’을 세웠다. 벨렝탑의 공식 명칭은 리스본의 수호성인 ‘성 빈센트’를 기린 ‘성 비센트 탑’(Torre de São Vicente)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탑이 세워진 지명을 따 부르던 ‘벨렝탑’이라는 이름이 오늘날까지 굳어지게 됐다. 군사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아루다’(Francisco de Arruda)가 설계한 이 탑은 타구스강 입구를 지키는 견고한 요새인 동시에 당대 최고의 예술성을 집약한 건축물이었다. 포르투갈 최초로 이중 포대 구조를 갖추어 방어력을 높였고, 외벽에는 그리스도 기사단의 십자가를 촘촘히 새겨 넣어 마누엘 1세의 권위를 드러냈다. 여기에 인도, 모로코, 베네치아 등 항해를 통해 교류했던 이국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섬세한 장식과 아치형 창문 등을 설치하며 ‘마누엘 양식’의 정수를 보여줬다. ●영광의 등대에서 서늘한 감옥으로 벨렝탑은 대항해시대의 살아있는 목격자였다. 항해사들은 탑 아래에서 닻을 올리며 무사귀환을 기도했고, 돌아온 배들은 탑 아래에서 향신료와 황금을 내렸다. 그렇게 벨렝탑은 바다 사나이들의 수호자이자 안식처였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은 탑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1580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스페인 ‘펠리페 2세’가 포르투갈 국왕을 겸임하게 되면서 포르투갈에 독립운동의 불길이 치솟았고, 벨렝탑은 독립투사를 가두는 감옥으로 변모했다. 벨렝탑 하층부에 있는 감옥에는 밀물이 들어오거나 폭풍이 치는 날이면 물이 차올라 죄수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죽음의 공포를 견뎌야 했다. 1983년 벨렝탑은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함께 역사적,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이제 벨렝탑은 포르투갈만의 유물이 아니라 인류의 탐험정신과 문화적 교류의 상징으로 인정받은 것이었다. ●포르투갈 필수 여행지 벨렝탑 오늘날 벨렝탑은 리스본을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거치는 필수 코스가 됐다. 테주강 변에 우뚝 선, 빛나는 탑의 자태는 멀리서 보면 범상치 않은 기품으로, 가까이서는 섬세한 조각의 미학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좁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부로 들어가면 각 층마다 총독의 방, 왕의 홀, 예배당이 층층이 이어진다. 정상 테라스에 서면 타구스강 하구와 리스본 시가지가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화려한 내부보다는 망루 기단에 새겨진 작고 닳은 코뿔소 간다 조각에서 더 많이 머무른다. 500년 전 미지의 세계를 향해 품었던 인간의 호기심과 과시욕, 그리고 안타깝게 사라진 생명에 대한 애도가 이 작은 코뿔소 조각 하나에 서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출생아 늘고… 할빠·이모도 지갑 열고… 키즈 ‘불황’은 없다, 유통·놀이공원 벌써 ‘어린이날’ 활짝

    출생아 늘고… 할빠·이모도 지갑 열고… 키즈 ‘불황’은 없다, 유통·놀이공원 벌써 ‘어린이날’ 활짝

    이달 온라인몰 아동 상품 매출 2배고가도 아낌없이… 명품 소비 22%↑출생 증가로 관련 산업 성장 지속에버랜드 손님 늘고 호텔 예약 만실 5월 어린이날 연휴가 최대 닷새에 달하면서 유통업계와 놀이공원 등을 중심으로 ‘어린이날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출생아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른바 ‘텐포켓 키즈’(한 명의 아이를 위해 많은 친척이 구매) 소비 경향도 계속 강해지면서 불황 속에서도 키즈 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미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아동 상품 매출이 급증하면서 어린이날 대목이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됐다. 패션 플랫폼 W컨셉은 이달 들어 15일까지 키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신장했다. 2024년 키즈 전문관을 개설한 W컨셉은 지난해 매출이 300% 증가했다. SSG닷컴도 같은 기간 킥보드, 자전거, 완구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고, 의류 매출도 60% 이상 증가했다. SSG닷컴은 ‘유아동 기프트 3데이즈’ 등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고 어린이날 수요 흡수에 나섰다. 이마트는 레고, 티니핑, 포켓몬 등 인기 선물을 최대 60% 특가에 판매하는 ‘어린이날 페스타’를 진행한다. 홈플러스도 지난 19일까지 레고 온라인 사전예약 판매를 진행했다. 키즈 시장은 고가 소비에 주저하지 않는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가 특징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서 명품 등이 포함된 수입 아동 분야 매출은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21.5% 증가했다. 이는 일반 아동 제품군 성장률(10%)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롯데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키즈 분야 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었다. 여기에 지난 1월까지 출생아 수가 19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아이 울음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키즈 산업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 데이터 서비스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국내 키즈 산업 규모는 지난해 약 65조원을 기록하며 2012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험 소비 흐름에 맞춰 오프라인 공간 전략도 진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40년 전통의 어린이 미술대회를 ‘키즈 아트 스테이션’으로 리뉴얼하고 디즈니와 손잡고 ‘스타워즈’ IP를 공간 전반에 적용했다. 실력 경쟁이 아닌 가족 축제의 장으로 꾸며 잠실 롯데타운을 대표할 키즈 콘텐츠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개장 5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는 사파리 월드 리뉴얼 등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방문객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지난달 튤립축제 개막 이후 한 달 만에 5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주요 특급호텔의 어린이날 패키지 역시 이미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 노원은 ‘어린이 세상’… 공원이 놀이동산으로 변신

    노원은 ‘어린이 세상’… 공원이 놀이동산으로 변신

    서울 노원구가 다음 달 2~3일 어린이날 축제 ‘노원 매직랜드’를 연다. 노원구는 중계동 등나무문화공원, 중계문화공원에서 대형 놀이기구를 갖춘 놀이동산을 만든다고 20일 밝혔다. 노원구 관계자는 “자연 친화적 환경에 학부모 호응이 높아 올해 이틀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중계문화공원에는 미니 바이킹, 유로번지, 회전목마 등 7가지 종류의 놀이기구가 운용된다. 중계문화공원 일대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야외도서관도 조성된다. 북쉼터와 바이올린 공연 등 자연 속에서 휴식과 문화를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등나무문화공원 일대에서는 다채로운 무대공연이 열린다. 인기 캐릭터 ‘브레드 이발소’, ‘레인보우 버블젬’의 싱어롱쇼가 펼쳐진다. 풍선쇼, 서커스 등 전문 공연도 열린다. 소방관·경찰관 체험, 이글이글 태양보기 등 체험 행사도 운영된다. 모든 놀이기구와 체험비는 3000원 이하로 책정했다. 특히 중계문화공원과 등나무문화공원을 잇는 녹지연결로에는 ‘정글탐험 어드벤처’ 주제를 적용했다. 안전관리도 빈틈없이 대비한다. 500명의 안전 및 운영요원을 배치해 시설 안전 점검과 현장 질서 유지를 전담한다. 특히 환경 보호를 위해 푸드트럭 이용 때 친환경 용기를 사용한다. 오승록 구청장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집 근처 공원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는 놀이동산”이라며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가족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이란 외무 ‘호르무즈 개방’ 선언 하루 만에… 군부 “얼간이 명령 안 따를 것”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군부가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며 비교적 실용적인 정치 지도부와 군부 강경파 간에 균열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스라엘과 레바논과의 휴전협정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발표한 직후부터 혁명수비대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혁명수비대 해군은 걸프만에 있는 선박들에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폐쇄돼 있다며, 통과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무전을 보냈다. 무전 내용은 “얼간이의 트위터가 아니라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명령에 따라 문을 열겠다”는 것으로, 여기서 ‘얼간이’는 소셜미디어 엑스로 해협 개방을 발표한 아라그치 장관을 가리킨다. 혁명수비대 출신 모하마드 갈리바프 국회의장도 이날 텔레비전 인터뷰를 통해 “해협의 개방은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현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아라그치 장관을 에둘러 비판했다. 군부를 대변하는 타스님통신은 “외무장관의 예상치 못한 게시글과 뒤이은 트럼프의 초조한 허세가 동시에 터져 나와 이란 사회가 혼란에 빠져들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상황은 이란 정부와 군부 간에 심각한 내분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WSJ는 이란 고위 군사관계자를 인용해 아라그치 장관이 협의 없이 발표한 해협 개방에 혁명수비대가 분노했다고 전했다. 강경파 의원인 모르테자 마흐무디는 미국에 선물을 안겼다며 아라그치 장관의 탄핵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란은 전쟁 초기에도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웃인 걸프만 국가들에 자국의 보복 공격에 대해 사과하자 군 지도부가 이를 반박한 적이 있다. 새로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인한 이란 정권 내부의 분열은 종전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 [세종로의 아침] AI 시대, 더 선명해진 공연의 본질

    [세종로의 아침] AI 시대, 더 선명해진 공연의 본질

    미국 IT기업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내놨을 때 이를 이용해 칼럼을 쓰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그림을 척척 그려내고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감정과 사유를 담은 문학에 이어 논리와 주장이 확실한 칼럼까지 완성도 높게 써주더라며 놀라워했다. 한편으론 알아서 자료를 찾아주고 결과물을 내주니 인간은 더더욱 사고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담았다. 3년쯤 지난 지금, 생성형 AI 프로그램 종류는 더 많아졌고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미 방송가는 적극적으로 AI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재연이 필수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AI가 제작한 그림과 영상을 내보내는 빈도가 꽤 높다. AI를 이용한 그래픽을 사용하는 건 물론이고 20분짜리 AI 영상만을 올리며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적지 않다. 공연계에도 여러 장르에서 AI가 활용된다. 2021년 10월 독일 본에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을 연주한 일은 여전히 상징적인 사건이다. 도이치텔레콤 주도로 AI공학자, 음악학자 등이 AI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해 베토벤이 남긴 11초 분량의 스케치를 20분짜리 곡으로 확장했다. 비록 “이건 베토벤이 아니다”란 혹평이 나오기도 했지만 AI가 창작의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엔 국립국악원이 AI 음악 생성 전문기업과 손잡고 ‘국악합주곡 디지털 음원 데이터 구축’을 시작했다. 정악, 민속악, 창작곡 등 1000곡을 선별해 가야금부터 희소한 타악기까지 24종의 악기 데이터 7000여개를 분류하고 장단과 박자, 감정 등 음악적 속성을 입력했다. AI에 국악의 구조를 이해시키는 게 목표였다. 서양 클래식과 대중음악 데이터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생성형 AI 음악 시장에서 국악이 ‘동아시아풍 음악’으로 뭉뚱그려지는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무용에서는 영국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가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달 서울 GS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딥스타리아’는 AI와 시각 기술로 무대를 완성한 작품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AI 오디오 엔진 브론즈AI가 실시간 알고리즘으로 재구성한 음악에 따라간다. 그래서 이 공연은 볼 때마다 달라진다. AI가 작곡하고, AI가 안무를 짜고, AI가 지휘를 하는 무대가 눈앞에 있다. AI가 공연의 모든 요소를 만들어 낼수록 기계가 넘지 못하는 경계가 더욱 선명해지는 듯하다. 최근 한국을 찾은 세계 공연계 거장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는 지난 12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초연 무대에 올라 의미 있는 말을 건넸다. 사라지는 산업의 현장, 탄광촌에서 발레로 희망을 찾는 소년을 이야기하는 무대에서 그는 “AI 때문에 오늘날 많은 노동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하지만 라이브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건 AI가 절대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그는 인터뷰에서 “2년 안에 영화계에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모여 앉아 같은 이야기를 듣고 함께 호흡하는 공연”만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맥그리거도 “인간 신체는 상호의존적 감각 시스템이며 몸이 만드는 생동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AI 시대에 공연이 갖는 가치는 수치에서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지난해 공연 관람권 총판매액은 1조 7326억원(문화체육관광부·예술경영지원센터 발표)이었다. 2023년 1조 2697억원, 2024년 1조 4537억원에 이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2030세대가 지난해 공연 관람객 중 70.1%(예스24 공연 결산)를 차지한 것도 눈에 띈다. 카메라가 발명됐을 때 회화의 종말을 예언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인상’과 ‘추상’이라는 회화의 확장을 가져왔다. 기술이 완벽을 선물하더라도 연주자의 숨소리와 무용수의 근육 떨림, 찰나의 불완전함이 만드는 현장감으로 무장한 공연은 알고리즘이 닿을 수 없는 인간의 온도로 남을 것이다. 최여경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다음주 종전 선언해도 가을까지 유가발 ‘고물가 전쟁’ 계속된다

    다음주 종전 선언해도 가을까지 유가발 ‘고물가 전쟁’ 계속된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낙관론에 국제 유가가 보합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물가 폭등은 이제부터라는 경고가 나온다. 전쟁이 끝나도 유전 정상화와 운송 시차를 고려하면 물가 충격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한국투자증권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면 걸프 지역 유전의 50%는 2주 안에 생산을 재개하지만 80% 정상화까지는 6주가 걸린다. 휴전 시한인 22일 종전이 되더라도 주요 설비는 6월 말 이후에야 정상화되고 나머지는 복구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 유전 생산 재개(6월 하순)→해상 운송(7월 하순)→정제와 기존 재고량 소진(8~9월)으로 이어지는 물리적 시차를 고려하면 고유가발 물가 압력은 3분기 내내 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이 크다. 종전 기대감에 국제 유가는 일시적으로 보합세를 보였다. 15일(현지시간) 6월 인도분 브렌트유와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각각 배럴당 94.93달러, 91.29달러로 고점 대비 하락했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은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내 소매 유가의 국제 시세 연동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분기 3.0% 수준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표는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입물가지수(169.38)는 전월 대비 16.1% 올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 물가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칼국수 가격은 1만 38원으로 처음 1만원을 넘겼다. 유가 상승은 수입 농산물과 공산품 가격 전반을 끌어올린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곡물 가격에 영향이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전방위적 압력이 예상된다”며 “가공식품 가격 인상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수준의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유지되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2.8%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올해 연간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품귀 현상은 사재기 영향이 크고 전쟁 여파는 아직 통계에 다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까지 오르면 성장률 둔화와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며 “정부로서도 에너지 수요 관리 외에는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 농부가 아내에게 바친 사랑의 선물 ‘나무로 그린 기타’ [여기는 남미]

    농부가 아내에게 바친 사랑의 선물 ‘나무로 그린 기타’ [여기는 남미]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밭을 도화지 삼아 ‘나무’로 그린 기타가 화제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15일(현지시간) “나무 기타의 주인공 부부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 4명이 여전히 기타 숲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들 중 1명인 이그나시오 우레타는 “똑같은 색의 나무가 단 1그루도 없지만 자라면서 서로 어울려 예전보다 더 멋진 기타를 그려내는 것 같다”면서 “비가 내린 후에는 특히 아름다워 부모님이 더욱 그리워진다”고 밝혔다. 이색적인 나무 기타는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남부의 유명한 팜파스 평원에 위치해 있다. 25헥타르 땅에 나무 7000여 그루를 심어 기타를 그려냈다. 나무로 그린 기타의 길이는 약 1100m에 달한다. 밀과 대두 등을 경작하는 밭이 나무 기타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배경까지 정성껏 칠한 한 폭의 그림 같다. 나무 기타를 조성한 주인공은 2019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농부 페드로 마르틴 우레타다. 그는 1970년대 말 아들들과 함께 기타 모양의 숲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땅에 그린 기타 그림에 따라 나무를 심는 데만 꼬박 5년이 걸렸다고 한다. 기타를 그리는 데 주로 사용된 나무는 사계절 푸른 캘리포니아 사이프러스다. 여섯 개의 기타 줄은 유칼립투스로 구분했고 브리지 부분은 파인 사이프러스로 표현했다. 우레타는 나무 기타를 그리기로 작정하고 조경사들을 만나 문의했지만 프로젝트를 맡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직접 땅에 기타 그림을 그리고 아들들과 함께 나무를 심기 시작한 이유다. 아들들은 “아버지가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기타 그림을 내려다본 적은 없다”면서 “지금 생각해 봐도 어떻게 이렇게 기타를 잘 그리셨는지 놀라울 뿐”이라고 전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비행기를 탄 적이 없는 우레타는 생전에 자신이 조성한 기타 나무를 공중에서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농부 우레타는 왜 뜬금없이 나무로 기타를 그리겠다고 나섰을까. 나무 기타는 우레타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해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의 선물이었다. 우레타의 아내 그라시엘라는 다섯째를 임신 중이던 1977년 25세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동맥류였다. 유난히 기타를 좋아했던 아내 그라시엘라는 생전에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기타 모양으로 숲을 꾸며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아내와 다섯째 복중 태아를 한꺼번에 잃은 우레타는 아내의 꿈을 이뤄주겠다면서 나무 기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아들들은 “처음에 나무를 심었을 때는 여러 번 나무들이 죽어 실패했었다”면서 “아버지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무를 심으셨고 그 결과가 지금의 아름다운 기타 나무”라고 밝혔다. 이어 “기타 나무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소중한 유산”이라면서 “앞으로도 더욱 정성을 다해 기타 나무를 돌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트럼프, 중국을 전쟁에 끌어들일 수도”...해협 역봉쇄, 최악의 역효과 낼까 [핫이슈]

    “트럼프, 중국을 전쟁에 끌어들일 수도”...해협 역봉쇄, 최악의 역효과 낼까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처를 단행하며 인근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과의 정면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성공적인 역봉쇄는 이란이 적대 행위를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모든 국가에 개방하도록 양보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도 “단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미국의 역봉쇄 조치는 원유 수백만 배럴을 시장에서 빼내 모두의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의 해협 역봉쇄가 단행된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금요일이던 지난 10일 대비 7% 상승했다. 미국의 해협 역봉쇄가 도리어 이란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으며 미국의 제재를 받아 온 선박 여러 척이 해협을 빠져나가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더해지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에드워드 피시먼 외교협회(CFR) 산하 지경학센터 소장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다른 나라 선박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제라고 언급하며 “만약 미군이 중국 선박을 실제로 차단한다면 중국을 전쟁에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효과는?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효과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해당 조처가 ‘성공’한다면 이란이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로빈 브룩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악시오스에 “석유와 가스 수출을 ‘제로’로 만들면 이란 경제는 붕괴하고 이미 불안정한 성직자 정권의 권력 기반도 함께 흔들릴 것”이라며 “이 조치는 이란을 진지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 유가 상승도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역봉쇄 효과가 없다면 미국이 대이란 군사적 행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이란을 압박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란이 미국의 역봉쇄 조치를 버텨낸다면 이란이 아닌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의 역봉쇄는) 이란 입장에서 오히려 괜찮은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제에 대한 압박을 더 오래 지속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역봉쇄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봉쇄 기간 동안 수입국들이 재고를 소진하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4월말 쯤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의 호르무즈 봉쇄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하며 “사우디·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지역 생산시설과 항구에 대한 이란의 공격 위험, 예멘의 후티 반군을 통한 홍해 공격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호르무즈 봉쇄는 몇 주 안에 또 다른 가격 급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르면 이번 주 2차 협상 열릴 수도”이번 전쟁의 최대 승부처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이르면 16일 2차 대면 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AP 통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2주 휴전’ 만료일인 오는 21일 전에 2차 대면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르면 16일에 개최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4일 “이틀 안에 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해 2차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한 이란 외교 소식통은 파키스탄과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차기 회담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협상 재개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 9살 소녀와 결혼한 사이비 예언자…“女신도 20여 명에 성매매 강요” [핫이슈]

    9살 소녀와 결혼한 사이비 예언자…“女신도 20여 명에 성매매 강요” [핫이슈]

    스스로를 예언자라고 주장했던 사이비 단체의 실체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충격을 주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를 믿으라: 가짜 예언자’(Trust Me: The False Prophet)는 자칭 ‘예언자’였던 사무엘 베이트먼과 그가 만든 사이비 집단의 실체를 추적한 내용이다. 베이트먼은 미국의 FLDS(일부다처제를 유지하는 근본주의 모르몬 교단) 내부에서 기존 지도자인 워런 제프스가 체포된 뒤 자신을 후계자라고 주장하며 사이비 교단을 이끌었다. 그는 20명 이상의 여성을 ‘영적 아내’로 삼았고 이 중에는 9살 여자아이를 포함한 미성년자도 다수 있었다. 베이트먼은 ‘영적 아내’들을 학대하고 어린 자녀들을 포함한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트먼의 ‘영적 아내’ 중 한 명인 나오미는 다큐멘터리에서 “23살 때 베이트먼의 아내가 되었다”면서 “그는 수많은 여성 및 소녀와 결혼했는데, 이 중에는 9살밖에 안 된 아이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교단의 다른 남성 추종자들에게 아내를 ‘선물’로 주면서 ‘하늘 아버지’로부터 다른 남성과 잠자리를 갖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베이트먼은 ‘신의 뜻’을 빌미로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했으며 절대 복종과 외부와의 단절을 요구하는 등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의 구조를 그대로 보여줬다. 나오미는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는 주변 남성들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알지 못했다”면서 “나는 결국 그 종교 집단을 떠났지만 FLDS 교회 밖에는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지금도 매우 외롭다”고 말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작가이자 교육자인 크리스틴 마리와 그녀의 남편이 베이트먼의 교단에 직접 잠입해 지도부의 신뢰를 얻은 뒤 촬영한 것으로, 연출이 아닌 실제 영상이자 그 자체로 범죄 증거가 됐다. 실제로 미 연방수사국(FBI)은 베이트먼과 관련한 사건을 조사할 당시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영상들을 확인하고 이를 수사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보다 빠르게 움직인 다큐멘터리”한편 베이트먼은 2022년 체포된 뒤 2024년 징역 5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 아동들이 구조되고 여성 신도들의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지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무엇보다 위장 잠입한 촬영팀이 내부에서 미성년자의 강제 결혼 정황을 포착하고 내부 탈출자들이 학대·통제 증언을 제공했음에도 경찰이 초기 대응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해당 집단으로 외부인이 접근하는 것이 거의 불가했고 내부 구성원들도 경찰에 협조하지 않아 범죄를 입증할 만한 증언 및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종교의 자유가 강하게 보호되는 미국에서 과거 FLDS 수사와 관련한 과잉 개입 논란이 있었던 만큼, 경찰이 쉽게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한 범죄가 장기간 지속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 작품을 두고 “다큐멘터리가 법보다 더 빠른 변화를 만든 사례”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피해자들을 ‘생존자’로 바라보며 단순히 범죄를 소비하는 작품이 아닌 피해자 중심의 시각 변화를 이끈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만든 레이첼 드레친은 “폐쇄적 집단의 폭력을 드러내는 것이 이 작품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 “성폭행 의혹에 불륜까지”…미 하원 하루새 4명 휘말렸다 [핫이슈]

    “성폭행 의혹에 불륜까지”…미 하원 하루새 4명 휘말렸다 [핫이슈]

    미국 연방하원이 성 비위와 윤리 논란으로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2명이 13일(현지시간)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혔고 다른 2명도 제명 또는 중징계 가능성에 놓였다. 민주·공화를 가리지 않고 파문이 번지면서 의회 전체 신뢰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에릭 스월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최근 복수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등 성 비위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결정이다. 그는 하루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운동 중단도 알렸다. 미국 언론은 스월웰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사생활 문제를 넘어 의회 윤리 문제로 번졌다고 전했다. 토니 곤잘레스 공화당 의원도 같은 날 사퇴 수순에 들어갔다. 그는 “의회가 14일 업무에 복귀하면 사퇴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곤잘레스 의원은 자신이 감독하던 보좌관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한 상태다. 하원 규정은 의원과 감독 대상 보좌진 사이의 성적 관계를 금지한다. 해당 보좌관이 숨진 뒤 파문은 더 커졌고, 그는 앞서 이 관계를 시인하며 차기 선거 불출마 의사도 밝혔다. 이후 관련 문자메시지와 정황이 다시 알려지면서 사퇴 압박이 한층 거세졌다. 애초 미 하원 안팎에서는 스월웰과 곤잘레스 두 의원 모두를 상대로 제명안 표결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원에서 의원을 제명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미국 하원 역사에서 실제 제명 사례는 극히 드물며, 가장 최근 사례는 2023년 조지 산토스 전 의원이다. ◆ 사퇴 2명으로 끝 아니다…남은 2명도 윤리위 칼끝 실라 처필러스-맥코믹 민주당 의원도 중징계 위기에 놓였다. 하원 윤리위 심리 소위원회는 제기된 26개 혐의 가운데 25개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자금과 보고 의무 위반 등이 핵심 쟁점이다. 그는 내년 연방법 위반 재판도 앞두고 있다. 코리 밀스 공화당 의원 역시 윤리위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성 비위, 가정폭력, 선거자금법 위반, 재정 공시 문제, 선물 규정 위반 의혹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스 의원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공화당이 근소한 우위를 유지하는 하원 구도에도 부담을 줄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각각 1명씩 빠지는 흐름이어서 단기적인 의석 균형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 정치적 타격은 작지 않다. 성 비위와 권력 남용, 선거자금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미국 의회의 신뢰 자체가 다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의원은 제명 표결 직전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지만, 파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퇴 2명에 징계 절차 2명까지 겹치면서 미국 유권자들의 의회 불신도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유가 다시 100달러… 탈진한 국내 산업계

    유가 다시 100달러… 탈진한 국내 산업계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 및 화해 분위기가 계속 반복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소위 ‘탈진 상태’로 빼져들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선언에 국제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를 또다시 돌파했다. 전쟁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 응급 대책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10일) 종가보다 약 8.7% 뛴 배럴당 103.44달러를 장중에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장중 104.93달러를 찍으며 약 8.7%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으로 하락세를 보인 지 5일 만에 두 지표 모두 100달러를 넘었다. 며칠 전만 해도 호르무즈 해협 운항 정상화를 기대했던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다시 비상체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체 선적과 비축유 스와프(맞교환)로 다음달까지는 원유 확보율이 평상시 대비 70~80%를 유지하겠지만 6월 이후가 문제”라며 “추가 공급선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전날 “비축유 방출 없이 4~5월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이후에는 수입 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프타 부족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도 사태 장기화에는 속수무책이다. 중국까지 스폿 물량 확보에 뛰어들면 가격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뚫리기만 기다렸는데 불확실한 국면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며 “나프타 가격이 전쟁 전보다 80% 올랐는데 더 오를 수도 있다”고 했다. 나프타 부족은 소비재·포장재 공급 부족 장기화로 이어진다. 일선 약국들은 이미 약 조제용 비닐 포장지와 일회용 약병 구하기가 어려워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자동조제기 포장지 주원료(LDPE)의 수급난이 대두되자 약국별로 직전 3개월 월평균 사용 수량을 기준으로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다. 식품 업계는 비닐·필름·PET 용기 등 주요 포장재 확보에 차질이 발생했고 일부 품목은 재고가 약 2주일 수준까지 감소한 상황이다. 전선 업계도 재고가 2개월 치밖에 남지 않아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한국전력공사는 안전상 꼭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전선 교체 등을 추후로 미루는 방식 등으로 재고 사용기간을 3.2개월로 늘린 상황이다.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계류가 길어지면서 해운업계의 비용 부담도 불어나고 있다. 해운협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억류로 인한 한국 국적 선박 26척의 총손실액은 하루 143만 달러(약 21억 3000만원)에 달한다. 항공업계는 비상경영을 넘어 무급휴직 카드를 꺼냈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전체 객실 승무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티웨이항공이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4년 8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최근 운항 규모 조정에 맞추어 객실 승무원의 근무 여건을 보다 유연하게 지원하기 위해 (무급휴직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며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부문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피해 기업 대상 ‘정책금융 지원 프로그램’(25조 6000억원)의 적극적 집행을 당부했다. 또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한국석유공사의 원활한 원유 확보를 위해 30억 달러(4조 46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확정했다.
  • 국제유가 또 천장 뚫었다…“트럼프의 ‘역봉쇄’, 고통의 세계 가져올 것” [핫이슈]

    국제유가 또 천장 뚫었다…“트럼프의 ‘역봉쇄’, 고통의 세계 가져올 것” [핫이슈]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노딜’로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역봉쇄’를 예고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치솟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13일 오전 9시 12분 기준 전장(10일) 종가보다 8.70% 치솟은 배럴당 103.44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지표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같은 시각 104.93달러로 전일보다 8.70% 상승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과의 첫 종전 협상이 결렬되자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전략에 즉각 반응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에너지 공급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모나 야쿠비안 중동 프로그램 국장은 블룸버그에 “이번 봉쇄는 상당히 야심 찬 시도지만 공급 중단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봉쇄 조처는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수출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까지 제한하게 된다”며 “이는 현재 시장이 겪는 공급 차질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대안 수송로로는 아라비아반도 반대편의 홍해가 주목받고 있지만,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며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고 나설 경우 에너지 공급난은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야쿠비안 국장은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에 대해 “실제 그렇게 된다면 진짜로 ‘고통의 세계’가 펼쳐지게 될 것”이라며 “예전 사례를 볼 때 이란은 쉽게 굴복하지 않고 맞대응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반복해 목격했던 전술”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호르무즈 역봉쇄’ 카드 꺼낸 이유는?이번 조치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해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악화한 경제 상황에 추가 타격을 가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러시아와 중국 등 이란 지원국의 물자 공급로까지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성공한다면 이란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온 해협을 무력화하고 미국이 해협의 통제권을 가져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해안선에 맞닿아 있어 미국이 ‘역봉쇄’를 하려면 이란의 코앞에서 작전을 펼쳐야 한다. 이란은 탄도 미사일, 순항 미사일, 그리고 좁은 해협에서 치명적일 수 있는 해안가의 대함 미사일 진지를 가지고 있으며 기뢰나 소형 고속정 등 비대칭 전략도 가능하다. 미국의 해협 역봉쇄가 결국 미국을 더 고립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시간 13일 밤 11시부터 ‘역봉쇄’ 시작한편 미국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13일 오전 10시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1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가 대통령 포고에 따른 것이라며 “이란 항구 및 연안 지역을 출입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봉쇄 대상에는 아라비아만과 오만만에 위치한 모든 이란 항구가 포함된다. 다만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이란이 아닌 국가의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해서는 항행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격하게 반발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해상 봉쇄를 시도하면 강력한 군사적 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JD 밴스 부통령과 담판에 나섰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엑스에 “지금의 (석유) 펌프 가격을 즐겨라. 이른바 ‘봉쇄’ 덕분에 갤런당 4~5달러 휘발유가 그리워질 것”이라고 적었다. 이미 급등한 상태인 원유 가격이 더 폭등할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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