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장 읽기] 증권유관기관 수수료 인하 생색내기?
이달 초 증권유관기관들이 증권·선물회사로부터 받고 있는 주식·선물 등 모든 거래 상품에 대한 수수료율을 일률적으로 20% 내렸다. 이에 따라 주식거래대금의 0.0093385%에 해당하던 유관기관 수수료가 0.0074708%로 낮아졌다. 주식 거래대금이 100만원이면 93원이던 유관기관 수수료가 75원가량으로 낮아진 셈이다.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증권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증권업협회, 선물협회 등 4개 유관기관이 거래수수료로 거둬들인 돈은 5240억원이다.2006년 3737억원보다 40%나 늘어났다. 이번 수수료 인하도 거래활황으로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어남에 따른 후속조치 측면이 강하다.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협회가 투자자로부터 거래대금에 대한 일정률의 수수료를 걷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과 함께 유관기관들의 방만 경영이 증권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들 기관은 독점적 사업 구조를 가진 사실상의 공공기관이다. 거래수수료에 대한 보다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거래수수료 규모는 거래소-예탁결제원-증권업협회-선물협회 순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선물거래소가 거래수수료로 거둔 돈은 3776억원이다. 전년도 2691억원에 비해 40% 늘어난 수준이다. 다른 유관기관도 증가율이 비슷하나 수입 규모는 증권예탁결제원이 1053억원, 증권업협회 371억원, 선물협회 40억원 등으로 기관별 차이가 크다.
내년 2월에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증협, 선물협회와 자산운용협회가 통합, 금융투자협회가 생긴다. 이 경우에도 협회가 거래대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떼야 하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증협과 선물협회는 현재 회원사들로부터의 가입 회비와 거래대금에서 일정률로 떼는 거래수수료로 운영된다. 증협의 경우 정회원은 12억원, 외국계 지점 등 특별회원은 2억원의 가입회비가 있다. 매년 징수하는 거래 수수료가 증협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 수준이다. 반면 자산운용협회는 거래수수료가 아닌 매년 회원사 분담금으로 예산이 꾸려진다.
매매와 직접 관련이 없는 증협이 투자자들로부터 거래수수료를 받는 명목 중 하나는 자율규제 기능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협회가 자율규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2006년 재정경제부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도 자율서비스는 현행 정률체계로 하되 회원서비스는 분담금 체계로 개편하라고 충고했다.
증협은 지난해 예산을 초과한 거래수수료 203억원을 회원사들에 돌려줬다.2006년에는 58억원,2005년에는 39억원씩 돌려줬다.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몫인데 이를 증권사들이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미지수다.
●주주사보다 나은 사원복지
증권선물거래소의 주주는 증권사들로 28개 증권사가 84.8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증권선물거래소가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연봉은 평균 1억 792만원이다. 정부가 관리하는 302개 공공기관 중 최고 연봉을 기록한 증권예탁결제원의 9677만원보다도 높다. 증협의 8840만원보다도 많으며 증권업계 최고 수준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거래소 주주는 우리인데 주주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모시고 산다’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증권예탁결제원의 지난해 사장 연봉은 4억 7312만원이었다. 올해 책정된 예산은 5억 2385만원으로 10.7% 늘어났다. 전무 연봉은 7.4%, 감사 연봉은 9.9%씩 늘어났다. 직원 1인당 연봉은 2006년 8812만원에서 지난해 9677만원으로 9.8% 늘어났다.“오르지 않은 것은 임금뿐”이라는 일반인들의 체감과는 매우 멀게 느껴진다. 증권예탁결제원의 최대 주주는 증권선물거래소로 70.25% 지분을 갖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