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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비·교통비도 못 받는 노예”… 다시 불붙은 ‘무급인턴 논쟁’

    “식비·교통비도 못 받는 노예”… 다시 불붙은 ‘무급인턴 논쟁’

    지난 5일 주미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총무과·의회과 등에서 일할 무급인턴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올라오자 누리꾼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능통해야 하는 등 지원 조건이 까다롭고 자료 통·번역, 행정 업무 등 실제 업무에 투입되지만, 급여는커녕 숙박과 교통비마저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주 5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일하는 등 근로 시간이 정직원과 다르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의 한 이용자가 “주미 대사관이 인턴이라고 쓰고선 노예를 모집한다”고 꼬집는 글을 올리자 400회 이상 리트위트(추천하기)되며 공감을 샀다. 본격적인 인턴 모집철인 대학 겨울방학을 앞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 ‘무급인턴 논쟁’이 다시 점화됐다. 정부와 국회 등 힘이 센 ‘갑(甲)’ 기관들이 인턴 경험이라는 스펙(경력·학점 등 구직 때 필요한 경력) 제공을 미끼로 청년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턴 제도는 기업과 기관 등이 취업 준비생에게 현장 교육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노동자가 아닌 교육생으로 보는 까닭에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무급인턴 경험자 10명 가운데 7명은 “우리가 담당한 것은 교육이 아닌 노동이었다”고 답했다. 서울신문이 취업 포털 사이트인 ‘커리어’에 의뢰해 지난 11~13일 구직자 5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4.5%(140명)가 무급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16일 나타났다. 무급인턴 경험자의 33.6%(47명)는 식비와 교통비 등 기본 비용조차 받지 못했다. ▲5만원 미만 10.7%(15명) ▲5만~10만원 25.7%(36명) ▲10만~15만원 10.0%(14명) ▲15만~20만원 5.7%(8명) ▲20만~30만원 9.3%(13명) ▲30만원 이상 5.0%(7명) 등이었다. 특히 경험자 가운데 67.1%(94명)는 인턴 활동 때 했던 일이 실제 조직 업무에 도움이 되는 노동이었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87.1%(498명)는 ‘무급인턴이 현실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므로 최저임금은 보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등 재외공관 외에도 국회와 대기업, 국내외 비정부기구(NGO) 등 청년 구직자가 선망하는 기관들이 성긴 법망을 이용해 무급인턴제를 폭넓게 활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SNS에서는 ‘무급인턴은 사실상 종을 부리겠다는 것’이라거나 ‘무급 착취 없이 굴러갈 수 없는 기업이라면 문을 닫는 편이 낫다’, ‘청년들이 단결해 무급인턴에는 지원서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글이 호응을 얻고 있다.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은 “수습사원을 포함한 전체 인턴은 매년 50만명 이상 채용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무급 형태의 인턴은 몇 명인지 집계조차 안 된다”면서 “교육과 노동의 범위를 정확히 정해 법에 명시하고 노동력을 조금이라도 활용한다면 인턴에게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화보] ‘워너비’ 스타 아만다 사이프리드 내한공식 기자회견

    [화보] ‘워너비’ 스타 아만다 사이프리드 내한공식 기자회견

    아만다 사이프리드 인천공항 사진 보러가기 <클릭> 12월 4일 오전 11시 역삼동 라움에서는 끌레드뽀 보떼(Clé de Peau Beauté)의 뮤즈,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열심히 연습한 한국말인 “사랑해요”,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한국 프레스들에게 첫 인사를 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먼저 한국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하며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입국 당시 공항에서 따뜻한 환영해주었던 팬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어떤 곳에서보다 열렬한 환대를 해주었던 한국 팬들은 정말 최고입니다. 미국에서 멀어서 자주 올 수는 없지만 한국으로 이사 오고 싶을 정도로 한국이 좋아졌어요.” 미국에서도 한국 친구들이 꽤 많다고 밝힌 그녀는 방한 행사가 끝난 뒤 아시아 지역에서 며칠간 시간을 보낼 계획인데, 그 시간 역시 아주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아만다의 맑은 피부는 많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 그녀는 그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끌레드뽀 보떼를 쓰는 것,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르는 것, 물을 많이 마시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걸로 유지가 됩니다.” 라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기본적인 습관 뿐 만 아니라 세안시 클렌징 제품을 꼼꼼히 따져보고 사용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인터뷰 중 한국 여성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한국 여성들은 굉장히 아름다워요. 그리고 때밀이 문화에서 보듯이 한국인들은 참 깨끗합니다. 그래서인지 다들 자신의 나이보다 10년은 어려 보여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최근 수의사 공부를 시작한 언니와 동물을 보살피는 자선 활동을 했을 것 같다는 그녀는 자신의 외모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 입술을 꼽았다. “제 입술이 포동포동한데, 사람들이 입술에 주사를 많이 넣는 걸 보면 통통한 입술이 인기잖아요. 가끔 눈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는 말도 많이 듣지만 전 제 눈도 좋습니다. 엄마가 물려 주신 다리도 길고 잘 빠진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물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지만, 최대 장점을 많이 생각하려 해요”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자신만의 노력도 공개했다. “한 마디로 정신 차리고 사려고 노력해요. 바쁘면 내 안에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그러지 않기 위해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어요. 행사장에 오기 전에도 자선 활동 기부를 위한 뜨개질을 했어요. 또 강아지와 산책하거나 운동 등을 함으로써 내적인 건강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웃음)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로 마주보고 춤추는 거대 ‘짝’ 블랙홀 발견

    서로 마주보고 춤추는 거대 ‘짝’ 블랙홀 발견

    먼 은하 중심부에 마치 서로 춤을 추듯 빙글빙글 도는 두개의 거대 블랙홀이 발견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제트추진연구소는 지구로부터 약 38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두개의 초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9년 발사된 지름 40㎝짜리 적외선망원경을 탑재한 광역적외선탐사위성(WISE)이 촬영한 이 블랙홀은 특히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결국 하나의 거대 블랙홀로 재탄생 할 것으로 추측된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에너지나 물질은 물론 심지어 빛조차도 빨아들여 ‘시공간의 무서운 지옥’ 으로 불린다. 그러나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블랙홀이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하며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WISE J233237.05-505643.5’로 명명된 이 블랙홀 역시 모든 물질을 집어 삼키는 것이 아니라 일부 물질과 에너지등을 강력한 제트기류 형태로 내뿜는 것이 특징. 연구에 참여한 제트추진연구소 차오-웨이 차이 박사는 “두 블랙홀이 마치 리본을 들고 함께 춤을 추는 것 처럼 보였다” 면서 “너무나 가까이 붙어있어 중력의 영향으로 서로 휘감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블랙홀이 물질과 에너지를 방출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면서 “이 블랙홀이 거대 블랙홀 생성 이유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천체물리학회지’(The 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기업 자율 등 개혁정책 박차… 치적용 관광사업 많아 성과 미지수

    기업 자율 등 개혁정책 박차… 치적용 관광사업 많아 성과 미지수

    “북한 주민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개혁과 개방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개혁·개방은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2011년 2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이 불러올 역기능을 이렇게 지적했다. 개혁·개방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 확대는 그동안 김 위원장과 그의 측근들이 끈질기게 개혁·개방을 반대해온 이유였다. 그로부터 10개월 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삼남 김정은이 바통을 이어받자 북한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훈통치’로 개혁·개방에 대한 북한의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예상보다 빨리 독자적인 정책을 펴기 시작해 지난해 6월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는 ‘6·28 조치’를 발표했다. ‘김정은식(式) 경제개혁’의 시발점이었다. 지난 3월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채택했고, 4월에는 2002년 일부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의 고안자인 박봉주를 내각 총리에 등용해 새 경제조치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공장과 기업소의 자율성이 상당 부분 보장되고, 인센티브에 따른 임금 차별화(최고 100배 차등 지급), 대형 기업소의 자율적 해외 무역거래 허용,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시장경제 요소가 확산됐다. 최근에는 희토류 등 희귀 광물질 매장지의 군부대와 보안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개발을 보장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각 도에는 관광·농업·공업 등으로 특화된 1개 경제특구(신의주)와 13개 경제개발구가 착공을 앞두고 있고 평양에는 ‘위락시설’ 건설붐이 일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미 북한의 사회주의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김 제1위원장이 단기간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치적쌓기용’ 관광사업에만 치중한 탓에 내실 있는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차 산업은 부실한데 3차 산업만 비대해져 있는 상태다. 14개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도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중국이 투자를 해주면 일정 부분 성공할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이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발전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의 아버지인 김 위원장은 생전에 중국식 개혁·개방을 선망하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바로 한국 때문이었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한국을 이웃에 두고 있는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며 외부세계와 적극 교류한다면 자본주의 사조가 물 밀듯 들어오고, 내부 폭동이 일어나 자칫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워낙 대국이기 때문에 타이완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경제개혁을 할 수 있었고, 베트남은 경제개혁에 나섰을 때 이미 통일국가였다는 점에서 북한과는 상황이 다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최근 한 학술회의에서 김정은식 경제개혁에 대해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한다면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체제를 건 김 제1위원장의 도박이 성공한다면 북한은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개혁·개방이 부메랑이 되어 체제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150㎏ ‘전설의 심해어’ 돗돔, 부산 앞바다서 잡혔다

    150㎏ ‘전설의 심해어’ 돗돔, 부산 앞바다서 잡혔다

    부산 앞바다에서 ‘전설의 심해어’로 불리는 대형 돗돔 2마리가 잡혀 비싼 가격에 팔렸다. 30일 오전 부산공동어시장 위탁판매장에 대형 돗돔 2마리가 올라왔다. 어시장에서 수십년 일한 사람들도 놀랄 정도로 초대형이었다. 전날 부산 앞바다에서 소형선망어선에 잡힌 대형 돗돔 2마리 중 큰 것은 몸 길이 약 1.6m, 몸무게가 약 150㎏였다. 이 돗돔 2마리는 경매를 통해 부산 서구 충무동 한 선어 횟집에 560만원에 팔렸다. ’전설의 심해어’로 유명한 돗돔은 주로 서남해안과 동해 남부의 수심 400m 이상 되는 바위가 많은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길이가 최대 2m, 몸무게는 200㎏이 넘는 초대형 어종으로 1년에 수십 마리밖에 잡히지 않는 희귀한 어종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특파원 칼럼] 기러기족의 종말/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기러기족의 종말/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40대 중반의 교민 A는 한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 로스쿨에 유학해 변호사가 됐다. 졸업과 동시에 마침 로펌에 일자리가 생겨 미국에 눌러앉게 됐고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그에게 장래 계획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빨리 애들 다 대학에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교보문고 근처에 집을 얻어서 한국 책을 잔뜩 사다가 하루종일 읽는 게 소원이에요. 여기서 미국 책은 도무지 눈에 안 들어오고 한국 책을 읽자니 ‘미국생활 적응 실패자’가 된 것 같은 패배감이 들어요. 지금이라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데 속도 모르는 부모님은 ‘내 아들이 미국에서 성공했다고 자랑하고 다니는데 왜 굳이 들어오려 하느냐’고 말려요.” 30대 초반의 교민 B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부모와 함께 미국에 이민해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와 동부 명문 아이비리그의 로스쿨을 졸업한 뒤 대형 로펌에 취직한 ‘엄친아’다. 최근 결혼한 그에게 자녀계획을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아이가 생기면 한국 지사 발령을 받아서라도 최소한 중학교까지는 한국에서 키우고 싶어요. 여기 미국 애들은 너무 공부를 안 해요. 대학 나온 사람 중에서도 제대로 된 영어로 작문하는 경우는 별로 못 봤어요.” 50대 초반의 교민 C는 고교 졸업 후 유학해 플로리다주립대를 졸업한 뒤 컨설팅 일을 하게 됐고 가정을 꾸렸다. 혀에 버터 발린 한국어 발음으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 놀러 가면 친구들이 재미교포라고 선망의 눈길로 쳐다봤어요. 하지만 요즘 한국에 가보면 다들 너무 잘살고 없는 게 없어서 놀라요. 이젠 내가 친구들한테 뒤처지는 것 같아 스트레스 받아서 한국에 가기 싫어졌어요.” 미국에서 한인과 백인 주류사회 간 격차가 크게 줄었지만, 그보다 더 크게 재미교포와 한국 거주 국민 간 격차도 줄었다. 아니, 많은 측면에서는 이제 한국 거주자가 재미교포보다 앞서는 것을 실감한다. 미국에서 현대 쏘나타를 몰고 삼성 갤럭시폰을 쓰면서 충분히 자부심을 느끼는 시대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교육이다. 미국에 자녀를 데리고 온 주재원 중에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요즘엔 재외국민 특별전형 경쟁률이 아주 치열해져서 한국에 데리고 들어가도 좋은 대학을 보낸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기러기족’을 감수하며 미국 대학에 보내자니 돈도 돈이지만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명문대를 나온 미국인도 취직하기 힘든 판에 한국 국적 유학생의 취업문은 더 좁을 수밖에 없다. 저학년 아이들도 미국에 몇 년 살다가 한국에 돌아가면 학업을 따라가기 힘들다. 전엔 그나마 ‘영어’ 하나는 건졌는데 요즘엔 한국에 영어 교육 시스템이 발전해서 그 장점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한 주재원은 “영어 발음이 좋은 거 빼고는 영어시험은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더 잘 본다더라”고 토로했다. 요즘 주재원 자녀 중에는 한국의 학원선생님과 국제전화로 과외를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다. 미국을 부러워하면서 우리 모두가 뼈 빠지게 일한 데 따른 눈부신 성취다. 단지 아이들이 영어 잘하는 게 보고 싶어서, 또는 막연히 미국에서 가르치면 뭔가 더 나은 삶이 보장될 거 같아서 가족을 희생하는 기러기족의 시대는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carlos@seoul.co.kr
  • [돋보기] 어김없이… 감독 잔혹사

    국내에 딱 10명(신생 KT 포함)뿐인 프로야구 감독은 선망의 직업이다. 수만명의 관중 앞에서 스타 플레이어들을 지휘하는 일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딱 들어맞는 직업이기도 하다. ‘명장’으로 추앙받다가도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몰리고 매년 최소 한 명 이상은 옷을 벗는다. 올해도 한국시리즈(KS) 준우승팀 두산의 김진욱 감독이 경질됐다. ‘야구 감독’ 잔혹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진 것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32년 동안 각 팀 사령탑에 오른 이는 총 61명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매년 1.9명의 감독이 경질되고 새로 선임됐다. 특히 2010년부터는 NC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감독을 물갈이했다. 감독을 바꾸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성적이다. 올해는 하위권 팀들이 모두 감독을 재신임해 사상 최초로 사령탑 교체가 없는 시즌이 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두산이 칼을 빼들었다. 특히 두산은 일본에서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던 김 감독을 불러들여 갑작스레 지휘봉을 빼앗았다. 두산이 진행 중인 리빌딩 과정에서 김 감독과 프런트의 마찰이 있었고, 평소 김 감독의 지도력에 의심을 품던 구단이 해고장을 날렸다는 관측이 많다. 사실 김 감독은 시즌 중반 6위까지 추락했을 때 한창 경질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팀을 추슬러 가을 야구로 이끌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미러클 두산’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김 감독은 지난 1일 KS 7차전에서 삼성에 무릎을 꿇은 뒤 “‘우리’라서 여기까지 왔다. 다음 우승을 위해 올해처럼 한마음으로 뭉치겠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다시 기회를 받지 못했다. 준우승 감독이 바뀐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앞서 김동엽(1983년·MBC), 김영덕(1986년), 정동진(1990년·이상 삼성), 김성근(2002년·LG), 김응용(2004년), 선동열(2010년·이상 삼성) 감독이 차례로 옷을 벗었다. 김응용 감독을 제외하고는 타의가 강했다. 그러나 2004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결과가 나빴다. 특히 LG는 김성근 감독을 해임한 뒤 10년 동안 가을 야구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30대 베테랑 7명과 감독까지 내보낸 두산의 내년 시즌 모습은 아직 잘 그려지지 않는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甲 중의 甲’ 정치인들 밀착감시자…국회 출입기자들의 어제와 오늘

    [주말 인사이드] ‘甲 중의 甲’ 정치인들 밀착감시자…국회 출입기자들의 어제와 오늘

    대한민국 국회 출입기자. 대한민국 사회에서 ‘갑(甲) 중의 갑’으로 통하는 정치인과 국회의 감시자다. 22일 현재 422개사, 1378명이 출입기자로 등록돼 있다. 국회 본관 1층에 있는 정론관을 ‘전진기지’로 삼아 24시간 취재한다. 타사 기자와는 물론 동료 간 경쟁도 숙명이다. 2004년 여야 정당들이 원내정당을 선언, 당의 중심을 국회로 이동시키며 국회 출입기자들의 활동 거점도 당사에서 국회로 이동했다. 처지도 변했다. 국회 출입기자, 속칭 ‘정치부 기자’는 과거 언론사 안팎에서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이젠 기자들 사이에서도 예전만큼의 인기에 훨씬 못 미친다. 국회 출입기자 위상은 현저히 약화됐다. 인터넷, 종편 등 매체의 증가로 기자 숫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긴 하지만 특히 주요 신문과 방송 기자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정보의 ‘독과점’이 약해져서다. 단적으로 예전에는 차량등록만 하면 자가용을 이용해 국회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1개사에 1~2명만 국회에 주차할 수 있고, 다른 기자들은 국회 밖 둔치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취재 관행도 바뀌었다. 20여년 전만 해도 국회 출입기자들은 회사별로 담당을 정해 오전 6~7시 여야 정당 주요 당직자 집으로 출근해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정치권의 각종 정보들을 취재했다. 늦은 밤에도 정치인 집을 찾았다. 친해지면 집에서 독대하며 고급정보를 얻었다. 이른바 ‘낭만’도 있었다. 요즘도 비공식 취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가 대부분이다. 의원회관 취재도 어려워졌다. 정보 접근 자체가 쉽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요즘 국회 출입기자들은 4~5명의 소모임을 만들어 취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모임에 끼지 못하면 ‘물’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모임에서 제외된 기자들이 정치인에게 항의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술자리 취재도 현저히 줄었다. 명절날이면 일부 정치인들이 돌리던 가벼운 선물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서 “사명감이 없으면 국회 출입기자는 어렵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자연스럽게 국회 출입기자 사회가 메말라졌다. 소속 회사가 다른 선후배들이 함께 어울려 식사하며 정보를 교환하거나 취재 기법까지 전수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 거의 사라졌다. 써야 할 기사량이 크게 늘어 업무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류의 장이 마땅치 않은 것도 일조한다. 국회 고위인사가 “기자들 간 칸막이가 심하고, 마땅한 교류장소도 없어 삭막해졌다”고 말할 정도다. 20년 안팎 국회의원 생활을 하거나 보좌관 활동을 한 이들은 “예전과 달리 요즘 기자들은 발표하는 것만 쓴다. 차별화된, 발로 쓴, 깊이 있는 기사가 적다. 기자정신도 약해진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자가 급증한 가운데 이들이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기사를 송고하는 기자정신을 발휘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취재 환경은 열악해졌지만 투지만큼은 여전히 넘친다. 국회 출입기자에게도 ‘계급’이 있다. ‘반장’이 가장 높고 막내는 ‘말진’으로 불린다. 나머지는 모두 ‘잡진’이다. ‘계급’별로 나름대로의 애환이 있겠지만, 현장에서 발로 뛰며 가장 고생하는 말진이 그중에 특별하다. 말진들은 “말진을 해 보지 않고선 말진을 논하지 말라”는 얘기로 자신들의 처지를 스스로 위안한다. 이들의 일과는 ‘일정 챙기기’부터 시작된다. 정치인들의 일정이 곧 정치부 기사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일정을 빠트리면 낙종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각사 말진들끼리는 공고한 풀(pool) 체제를 가동해 ‘상부상조’한다. 언론사 간의 특종 경쟁과는 별도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정치 일정을 혼자 챙기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일이 말진의 기본 임무다. 토씨 하나 그대로 ‘워딩’(wording)을 받아 적거나 노트북에 입력한다. 취재원을 만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이른바 ‘뻗치기’를 한 뒤 답변을 받아내는 일도 이들 몫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말진들을 힘들게 한다. 지난해 겨울 대선 후보들의 유세 현장에서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손가락이 얼어가는 상황에서도 말진들은 맨손으로 유세 발언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써야 했다. 또 아침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조찬모임이 있어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출근하는 날이 허다하다. 국회 회의가 자정을 넘길 때가 많아 새벽별 보며 퇴근하는 것도 예삿일이다. 점심 시간까지 이어지는 회의 탓에 식사를 굶을 때도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활용하는 말진이 많아졌다. 빠르게 쏟아지는 말을 실시간 받아쓰기가 어려워서다. 취재원을 향해 사방팔방에서 스마트폰을 들이대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녹음을 풀어 정리하는 데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정치인들의 ‘워딩’을 빠짐없이 포착할 수 있어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진들의 녹음은 의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식사 자리에서 몰래 녹음하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특종 경쟁이 빚어낸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다. 종종 선을 넘는 경우가 있어 “기자 윤리가 절실하게 필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출입기자 사회도 양극화가 심해졌다. 전체 국회 출입기자 중 하늘색 상시출입기자증을 받은 기자들은 562명이다. 나머지 장기출입증 소지자 등은 출입증을 자주 바꾸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연간 300만원 안팎의 이용료를 내는 소속 회사 자체 부스가 없으면, 60여석인 기자회견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을 매일 벌여야 한다. 등록 기자 가운데 이름만 올려놓은 비활동성 기자도 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 2005년 말 국회기자실을 지상 1층에서 지하 1층(그때 ‘어감이 좋지 않다’며 1층으로 둔갑시켜 꼭대기 6층이 7층이 됨)으로 옮겨 환기 및 통풍이 잘 되지 않는다. 장마철이면 곰팡이가 피고 겨울이면 건조해 호흡기 및 피부 질환에 시달리는 기자가 많다. 기자실을 옮기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무산됐다. 본관 옆 후생관에 프레스센터와 세종시 공무원들이 이용할 ‘스마트워크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측에 따르면 스마트워크센터는 빨리 추진되어도 2018년 전후에나 완공될 것이라고 한다. 국회 출입기자들은 그때까지 때로는 서로 협력해 취재하면서도, 격심한 특종 경쟁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갑’의 지위에서 취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을’ 신세다. 국회 출입기자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그들은 한국 정치를 밀착 감시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오늘도 뛰고 또 뛴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얼마나 아시나요, 대한민국 ‘초딩’들의 人生

    얼마나 아시나요, 대한민국 ‘초딩’들의 人生

    ‘내 아이는 어떨 때 기쁘고 행복할까.’ 어른들은 가끔 궁금해진다. 해맑고 순수해 보이는 초등학생 아이는 대체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는지 말이다. 어떤 눈으로 세상과 부모를 바라보는지, 그 작은 머릿속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EBS 다큐 프라임은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삶의 방식을 들여다본다. 오는 4~6일, 11~12일 밤 9시 50분에 방영되는 5부작 다큐 프라임 ‘초등성장보고서’는 전국 15개 초등학교의 5, 6학년생 2255명을 설문조사해 평균적인 초등학생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프로그램은 각각 학교와 놀이, 사춘기, 공부, 부모 등 5가지 키워드를 담고 있다. 1부 ‘나는 늘 주인공을 꿈꾼다-교실 속 아이들’편에선 설문을 통해 드러난 아이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고 답했다. 학교가 좋은 첫 번째 이유는 ‘친구’(95.1%·복수응답 가능)였다. ‘친구가 있어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답변이 많았다. ‘선생님’도 빼놓을 수 없었다. ‘선생님과 대화가 잘된다’(79.4%)거나 ‘선생님이 있어 학교에 가고 싶다’(61.4%)는 의견이 많았다. 우려와 달리 교사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는 높았다. 설문은 아이들의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 대해서도 드러냈다. ‘나는 학급 안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답한 어린이는 무려 3명 중 2명꼴(66%)이었다. ‘주목받고 있지 못하다’(34%)고 말한 아이들조차 주목받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아이들은 실제 교실에서 주목받고 있는 친구는 이른바 ‘엄친아’라고 입을 모았다. 피아노나 기타를 잘 다루며 공부·노래·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개그맨을 흉내내거나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남발하고, 욕설을 내뱉는 것조차 주목받기 위한 행동으로 밝혀졌다. 2부 ‘외롭고 심심하다, 아이들의 놀이’는 온종일 제대로 된 놀거리를 찾아 헤매는 아이들의 일상을 담았다. 응답자의 61%가 ‘충분히 잘 놀고 있다’고 답했지만 대부분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자유로운 놀이시간은 점심 시간뿐이었다. 초라한 ‘놀이’의 현주소였다. 3부 ‘나도 날 모르겠어요, 13세 사춘기’와 4부 ‘공부 못해서 죄송합니다’, 5부 ‘부모가 멀어진다, 초등 6학년’에선 고학년 교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아이들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성숙한 몸과 어린 마음이 교차하며 성적 때문에 죄책감부터 배우는 아이들, 부모와 소통하지 못하는 고민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저도 이제 컸어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핼러윈 데이 기념 ‘마녀머리 성운’ 공개

    핼러윈 데이 기념 ‘마녀머리 성운’ 공개

    핼러윈 데이는 지났지만 우주의 핼러윈 축제는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먼 우주에서 포착한 이색적인 모습의 성운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있다. 핼러윈 데이를 기념해 공개한 이 성운은 지구에서 900광년 떨어진 오리온 자리에 위치한 일명 ‘마녀머리 성운’(Witch Head nebula). 마치 마녀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특이한 이름이 붙여진 이 성운은 지난 2009년 발사된 지름 40㎝짜리 적외선망원경을 탑재한 나사의 광역적외선탐사위성(WISE)이 촬영한 것이다. 이 성운의 정식명칭은 1C2118.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천문학자 에이미 메인저 박사는 “마치 마녀머리 성운이 우주를 향해 비명을 지르는듯한 모습”이라면서 “이 성운 안 빛나는 곳에서 아기별이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인간의 눈과 뇌가 마녀의 모습으로 상상한 것이지만 이 성운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미·중·유엔 ‘빅3’는 출세코스… 중동 파견땐 컨테이너 생활도

    [주말 인사이드] 미·중·유엔 ‘빅3’는 출세코스… 중동 파견땐 컨테이너 생활도

    외교관 하면 떠오르는 우아하고 화려한 이미지 뒤에는 그늘도 깊다. 해외 근무지의 90% 정도가 한국보다 생활 여건이 떨어지는 데다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만큼 외교관의 ‘프리미엄’은 많이 상쇄된 상황이다. 우리나라 외교부 정원은 2194명. 이 중 외교관은 9월 현재 1880명으로, 그 중 3분의2가량인 1200여명이 전 세계 178개 공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느 국가로 발령이 나느냐는 외교관들에게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인생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좌우하는 ‘만사’(萬事)나 진배없다. 어느 공관에서 일했는지는 외교관 경력의 꼬리표가 되고, 생활 여건이 극도로 열악한 험지(險地) 근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인사철마다 안테나를 곧추세우고, ‘복도 통신’에서 누가 줄을 댔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교관 인사 제도에는 ‘냉·온탕’ 원칙이 있다. 누구나 선호하는 해외 근무지(온탕)와 험지(냉탕)를 거의 예외없이 번갈아 근무해야 한다. 재외 공관은 치안, 기후, 물가, 풍토병 등 주요 생활 요인에 맞춰 <가>, <나>, <다>, <라> 4등급으로 구분된다. 똑같은 공관 같아도 내부적으로는 ‘자릿값’이 있는 셈이다. 가급(19개)은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핵심 연관국과 서유럽국들이다. 전체 공관의 10.6%인 가급 지역 공관들은 인사철마다 경합이 불붙는다. 나급(58개)은 기타 유럽국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 다급(42개)은 러시아와 남미 국가들이 해당된다. 러시아는 과거 가급이었지만 치안 불안과 물가 상승 등으로 기피 지역이 돼 다급으로 조정됐다. 이른바 ‘특수지’(험지)로 분류되는 라급(59개)은 아프리카와 중동, 서남아시아, 남미 고산 지역이지만 다급 지역도 상당수는 험지와 매한가지다. 신참 외교관은 통상 입부 15년까지 본부-해외연수 2년-온탕 3년-냉탕 2년-본부 근무의 수련기를 거쳐 중견 외교관으로 성장한다. 외교부는 내년부터 근무 패턴을 온탕-본부-냉탕-본부로 단순화하기로 했지만 험지를 피해 갈 수는 없다. 외교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부 청탁이나 연줄까지 동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빽’을 쓰면 찍혀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더 나은 공관 자리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경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대부분이 선망하는 미국 워싱턴, 뉴욕 유엔대표부, 중국 베이징은 ‘열탕’이다. ‘빅3’ 공관은 생활하기도 좋지만 요직으로 가는 ‘출세 코스’로 통한다. 지난 7월 베이징 주중대사관에 자리 하나가 났는데 경쟁률이 10대1까지 치솟았다. ‘빅3’ 근무는 사주를 타고나야 한다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다. 느긋하게 온탕에 몸을 담갔다 나오면 험지가 기다린다. 외교관들이 갈 때는 울고 갔다가 돌아올 때는 고생한 기억에 또 울고 온다는 데가 이곳이다. 험지 근무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병역 의무’로 표현하는 외교관들이 많다. 험지는 근무도 생활도 열악하다. 2008년 주콩고 공관 창설 요원이었던 임상우 인사운영팀장의 회고담. 미국 근무 후 홀로 부임한 그의 첫 1년은 암울했다. 현지 전기 공급이 자주 끊겨 밤이면 자체 발전기를 돌려야 했지만 하루 유류비만 100달러씩 나오다 보니 발전기 가동을 포기하고 손전등만 켠 채 살았다. 임 팀장은 “냉장고도 안 쓰고 현지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밤마다 숙소 안에서 손전등으로 말라리아 모기를 때려 잡는 게 일과였다”고 말했다. 상수도가 없어서 물도 직접 길어 날랐다. 임 팀장과 같은 시기에 주카메룬 공관 창설 임무를 수행한 참사관은 1년 만에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1972년 이후 각국에서 순직한 우리 외교관은 이범석 외무부 장관 등 아웅산 폭탄테러 희생자 5명을 빼고도 35명에 이른다. 아프리카의 말라리아와 서남아시아의 뎅기열 같은 풍토병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예방이 불가능하고 후유증도 심하다. 2010년에는 원인 불명의 풍토병에 걸린 외교관이 서울까지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은 사례도 있다. 모 대사 부인은 말라리아 후유증으로 신체 일부에 평생 장애를 갖게 됐다. 외교관 중 어린 자녀를 풍토병으로 여읜 가슴 아픈 사연도 적지 않다. 이라크에서는 한때 우리 외교관도 납치에 대비해 자살용 권총을 휴대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지난해 해발 2000m 이상의 남미 고산지대 공관에 근무하는 한 외교관은 뇌출혈로 사무실에서 쓰러졌다. 산소 부족으로 인한 고산병이 원인이었다.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의 고지대 공관은 예전부터 대당 4000달러가 넘는 산소발생기를 지원해 줄 것을 본부에 요청했지만 아직 그 민원은 다 해결되지 못했다. 후진국일수록 치안이 좋고 전기·상수도 등이 갖춰진 주택의 임차료가 선진국보다 비싸다. 본부에서 지원하는 임차료는 턱없이 부족해 한국 외교관들은 대개 변두리에 살거나 공동주택에 모여 산다. 중동 지역의 경우 단신 부임한 외교관이 집을 구하지 못해 장기간 컨테이너 생활을 한 적도 있다. 주한 카자흐스탄 외교관들은 서울 한남동의 고급 빌라촌에 살지만, 카자흐스탄 주재 한국 외교관들은 옛 소련 시절 지어진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식이다. 험지의 경우 금전적 보상은 있다. 현 ‘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르면 고위공무원단은 체재비(재외근무수당) 외 매달 880~2500달러를, 4~7급은 매달 720~2300달러의 특수지 수당을 받는다. 전쟁·내전 지역은 추가 수당이 더해진다. 하지만 2011년 다·라급 101개 공관 중 특수지 수당이 지급되는 공관이 52개로 대폭 조정돼 해당 지역 외교관들에게 금전적 손실을 떠안겼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 외교의 뼈아픈 점은 5인 미만의 ‘미니 공관’이 전체의 61%를 점유할 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글로벌 외교를 해야 하는 ‘집중과 선택’의 결과물이지만 여건이 나쁘다 보니 서울에 가족을 남겨둔 채 홀로 부임하는 ‘역기러기’ 외교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외교관 자신과 가족이 감내해야 하는 몫으로 떠넘겨졌다. 젊은 외교관들은 “애국심과 소명감만 강조하는 시대가 아니지 않으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재외 공관 숫자는 1991년 141개에서 현재 178개로 20여년 동안 26.2% 증가했지만 외교 인력은 20년 전보다 불과 250여명 늘었다. 외교관 1~2명이 주재국 및 겸임국의 정무·영사·통상·문화·자원외교 등 실무 전반을 일당백으로 해야 한다. 특히 미니 공관일수록 험지에 분포해 혹사하지만 사기나 성과는 높지 않다. 매년 급증하고 있는 여성 외교관은 변화의 주체다. 여성 외교관은 2007년 전체 합격자의 67.7%로, 남성 합격자를 처음 추월한 후 올해 마지막 외무고시에서도 59.5%를 차지했다. 지난 9월 현재 외교부 전체의 여성 비율은 32.68%(703명), 외교부 본부의 여성 비율은 47.83%(530명)이다. 여초(女超)가 굳어지면서 험지 근무는 남녀 차별을 두지 않는다. 남성 외교관의 영역으로 인식됐던 미·중·일·러 4강 외교, 북핵, 군축, 안보 분야 등에도 여성들이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외교관의 임신·출산·육아 장벽은 여전히 두텁다. 요즘 같은 맞벌이 대세 시대에 외교관 가족들은 대다수가 별거한다. 21년차 외교관 김효은(외시 26회)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대외협력국장은 “해외 출장이 잦아 기혼 여성 외교관들 상당수가 친정이나 시댁에 얹혀 산다”며 “한 명의 여성이 일하기 위해 다른 한 명의 여성(시어머니, 친정어머니)이 희생하는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외교관일수록 결혼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신붓감으로서의 외교관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201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30대 후반 외교관의 미혼율이 23%로, 일반 여성의 3배가 넘는다는 통계까지 인용됐다. 이 같은 세태가 작용한 것인지 ‘사내 커플’은 크게 늘었다. 1987년 ‘부부 외교관’ 1호로 기록된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보와 박은하 전 개발협력국장 이후 외교관 커플은 현재 15쌍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난 국내 첫 발달장애인 호텔리어… 청년 롤모델 될 겁니다”

    “난 국내 첫 발달장애인 호텔리어… 청년 롤모델 될 겁니다”

    “호텔 매니저가 돼 장애 청년들의 롤모델이 될 거예요.” 호텔리어 3개월째인 이상혁(23)씨의 28일 출근길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다. 다음 달부터 ‘수습 사원’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직원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3급인 이씨는 다른 20대 장애인 6명과 함께 지난 8월부터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 채용돼 호텔리어 교육을 받았다. 이 중 이씨를 포함한 객실팀 소속 지적장애인 3명은 다음 달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시각장애인 4명은 비정규직으로 호텔 직원의 건강 관리를 돕는 ‘헬스 키퍼’로 일한다. 플라자호텔 관계자는 “이씨 등을 3개월간 지켜본 결과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정직원 전환을 결정했다”면서 “발달장애인이 정규직 호텔리어가 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선망의 일자리를 구한 이씨지만 구직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2010년 수도권에 있는 전문대를 졸업한 그는 어머니 홍혜경(48)씨와 함께 국내 취업박람회에 한 곳도 빠짐없이 다니며 100곳이 넘는 기업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번번이 쓴잔을 마셨다. 홍씨는 “구직을 못하는 게 상혁이의 부족한 실력 탓인지, 편견 탓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고 했다. 이씨는 대형 햄버거 매장에서 최저 임금인 월 80만원을 받고 허드렛일을 하거나 주사기를 만드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다가 그만두기도 했다. 잦은 이직과 취업난은 이씨만의 고충이 아니다. 지난해 1000명 이상 대기업의 전체 직원 대비 장애인 고용률은 1.88%에 그쳤다. 이씨에게도 기회가 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일자리 주선 사업을 통해 지난 8월 호텔에 근무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연봉도 다른 호텔 직원과 전혀 차이가 없다. 홍씨는 “최상의 서비스를 유지해야 하는 특1급 호텔이라 아들이 직장을 구했다는 기쁨 못지않게 실수할까봐 불안한 마음도 컸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에게 “장애가 흉이 아니듯 자랑도 아니니 회사에 배려를 기대하지 말고 네가 맞춰라”라는 조언을 자주 했다. 이씨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객실의 세탁물을 수거해 빨고 다시 정리해 객실로 운반하는 일을 한다. 간혹 실수도 있었지만 워낙 성실해 동료들의 믿음을 샀다. 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장애인 구직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기업들도 한 번만 장애인 직원을 고용해 보면 성실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면서 “내년에는 플라자 호텔에서 장애인 8명을 더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독실한 모르몬교 의사는 정말 미인대회 출신 아내를 죽였을까

    독실한 모르몬교 의사는 정말 미인대회 출신 아내를 죽였을까

    2007년 4월 11일 미국 유타주의 ‘플레전트그로브’라는 도시에서 911(한국의 119)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선 너머에서 중년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아내가 욕조에서 죽었어요”라고 부르짖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에게 마틴 맥닐(오른쪽·51)은 아내 미셸(왼쪽·50)이 욕조 안에서 숨져 있는 것을 자신의 막내딸(6)이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얼굴 주름 제거 수술 후 회복약을 과다 복용해 욕조에서 의식을 잃고 익사한 것 같다고 했다. 부검 결과 결정적 사인(死因)은 밝혀지지 않았고 사고사로 종결되는 듯했다. 그때 마틴의 20대 친딸들이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경찰에 밝히면서 드라마 같은 반전이 시작된다. 마틴은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인 의사에다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로서 주일학교 교사로 일하는 모범 가장이었다. 그의 아내 미셸은 고교 시절 치어리더로 활동하고 미인대회에서 1등을 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친딸 4명과 입양아 4명 등 8명의 자녀까지 둔 이들 부부는 남부러울 것 없는 ‘완벽한 커플’이었다. 이런 가정에서 친딸들이 아버지를 어머니의 살해범으로 지목했으니 미국은 발칵 뒤집힐 만했다. 딸들은 미셸이 사망 며칠 전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서 아빠가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불길한 당부를 했다면서 마틴의 범행을 직감해서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결과 마틴의 수상쩍은 행적들이 드러났다. 미셸 사망 후 몇 주 만에 마틴이 가정부로 들인 여성 집시 윌리스는 1년 반 전부터 그와 불륜관계를 맺어 온 인물로 밝혀졌다. 또 마틴이 미셸에게 얼굴 주름 제거 수술을 종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은 마틴이 윌리스와 새살림을 차리기 위해 미셸에게 주름 제거 수술을 유도한 뒤 자신이 독극물을 넣어 제조한 약을 회복약인 것처럼 먹인 것으로 결론짓고 지난해 마틴을 기소했다. 미셸이 숨진 지 6년여 만인 지난 17일 마침내 이 사건 관련 첫 공판이 시작되면서 미국 언론은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공판에서는 사건 당일 마틴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고 구급대원들이 증언했다. 반면 마틴의 변호인은 미셸의 사망은 사고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음 공판에는 마틴의 친딸들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틴과 미셸은 1977년 만나 급속히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미셸의 부모가 결혼에 반대하자 미셸은 가출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한 남자가 죽었다, 두 여자가 남았다, 한 집에서 만났다

    한 남자가 죽었다, 두 여자가 남았다, 한 집에서 만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차분히 마음을 정리하며 속으로 슬픔을 삭이고, 또 어떤 사람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흘러가는 시간과 감정에 자신을 내맡긴다. 좋고 나쁜 모든 것들을 그냥 마음에 묻어두는 게 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불편한 진실과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털어내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16일 밤 11시 10분 KBS 2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스페셜 단막 2013’의 ‘그렇고 그런 사이’(홍정희 극본, 한상우 연출)는 죽은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가 남자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방송사 기자였던 태수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아내 은하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수제 양초 공방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쓸쓸히 살아간다. 은하가 남편의 1주기를 맞아 그의 블로그 이웃들을 모아 추모식을 개최하던 날, 남편 회사의 여자 후배 준희가 찾아오면서 잠잠했던 둘의 마음속에 걷잡을 수 없는 파동이 일어난다. 준희는 태수가 마음에 품었던 ‘오피스 와이프’.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 머물겠다는 준희를 보며 은하는 남편과 준희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고 의심하게 된다. 게다가 은하의 딸 유정은 먼저 떠난 아빠도,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엄마도 모두 밉기만 한 사춘기 여중생. 유정마저 자신보다 준희와 친하게 지내는 게 불안해진다. 언뜻 보면 흔한 ‘막장’ 이야기인 듯하지만 극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두 여자의 미묘한 감정선을 치밀하게 묘사해 나간다. 태수를 추억하는 두 사람은 그에 대한 기억으로 힘겨루기라도 하듯 팽팽히 맞선다. 은하는 태수의 운동 기구를 만지는 준희의 손길이 싫다. 남편이 떠난 지 1년 만에 남편의 젊고 싱그러운 ‘오피스 와이프’를 만난 사실이 고통스럽다. 하지만 준희는 태수의 모든 것을 가진 은하가 부럽다. 사랑했던 사람의 아내를 바라보는 준희의 눈에는 선망과 질시가 가득하다. 서로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또렷하게 들여다보면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태수를 떠나보낸다. 코믹에서 멜로까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연기파 배우 예지원이 은하 역을 맡았다. 또 ‘태릉 선수촌’, ‘유령’ 등에 출연했던 신예 송하윤이 준희로 출연한다. 둘의 사랑을 받았던 기자 태수는 조연우가, 딸 유정은 MBC ‘여왕의 교실’(2013)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이영유가 각각 맡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추장 아들이 컨설턴트 된 사연

    그들은 왜 신발 대신 휴대전화를 선택했는가/여한구 지음/알마/316쪽/1만 6500원 ‘나머지 국가’라는 말이 있다. 인도 출신의 저명한 미국 칼럼니스트인 파리드 자카리아가 ‘미국 이후의 세계’라는 저술에서 ‘나머지 국가들의 부상’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다분히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서 명명된 이 용어는 이제는 점점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가난과 부패 그리고 전쟁의 악순환에 빠져 있던 ‘나머지 국가’들이 지금은 당당히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나머지 국가’들이 경제 성장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 5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은 오랜 내전을 종식하고 평화협정에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유엔과 세계은행에서는 대규모 지원 방안을 발표했고 콩고는 경제성장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신간 ‘그들은 왜 신발 대신 휴대전화를 선택했는가’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나머지 국가’들이 어떻게 경제성장의 길로 들어서게 됐는지, 또 그 발단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다루고 있다. 개발도상국 현장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상세히 들여다본다. 아프리카 추장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 땅을 밟은 지 7년 만에 개도국 출신의 엘리트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세계은행 컨설턴트가 된 사람의 이야기 등은 충분히 흥미를 끌고도 남는다. 이렇듯 신발은 없어도 휴대전화는 가져야 하는 아프리카 젊은이들,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화를 이끄는 디아스포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의 이야기 등을 자세히 언급한다. 아울러 경제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속에서 점점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한국의 모습도 그렸다. 2010년부터 세계은행 선임투자정책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개도국 거리의 굶주린 사람들에서부터 엘리트로 구성된 최상위 계층에 이르기까지 두루 접촉하면서 느꼈던 수많은 생각들을 이동하는 차에서, 비행기에서 틈틈이 메모해 두었다가 책으로 펴냈다. 국제개발 현장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만하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김종면 칼럼] 이 시대에 ‘양심’으로 산다는 것

    [김종면 칼럼] 이 시대에 ‘양심’으로 산다는 것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양심의 화신인가. 모두가 선망하는 장관 벼슬을 내려놓게 해달라고 간청을 했다니 색다른 양심의 소유자 같다. 그런데 찜찜하다. 장관 자리를 초개처럼 버린 그 양심의 정체가 수상하다. 그에게 양심은 필경 옳고 그름을 깨달아 바르게 행하려는 의식, 곧 양심(良心)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마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 그는 다만 방황하는 양심(兩心)의 주인공에 불과하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대선공약집만 훑어 봐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까지 한 사람이,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이고 공약임을 몰랐을 리 없다. 박 대통령 아래서 장관 노릇까지 할 것 다 하고 이제 와서 공약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딴소리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그는 애당초 골치 아픈 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인원’을 꽉 쥐고 있는 안전행정부 장관 같은 느긋한 자리를 원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그는 장관 한번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국회의원 장관 겸직 금지‘ 소신도 접고 복지부 수장 자리를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기초연금 정부안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게다가 국정감사라는 결전의 장을 코앞에 두고 “양심의 문제” 운운하며 발을 뺄 수는 없는 일이다. 장관쯤 됐으면 양심의 다른 이름이 책임감인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국정철학도 다른데 괜히 ‘휘핑 보이’(whipping boy)가 돼 남의 죄를 떠맡고 대신 벌을 받을 수는 없다는 심산인지 모르지만 결코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장관 자리가 아니다.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날 때 물러나야 한다. 공직의 엄중함을 한껏 조롱한 가벼운 처신이 공직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두렵다. 물의를 빚고 장관을 그만둬도 국회의원으로 또 버젓이 행세하는 세상이다. 엊그제 신문엔 여당 지도부 인사들이 국회에 온 진 전 장관을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환한 빛으로 맞는 사진이 실렸다. 험한 말을 퍼붓던 모습은 간데없다. 정치꾼의 본색인가.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은 헷갈린다. 그러니 정치가 불신받는 것이다. ‘정치인 장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불씨를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진영 사태’는 박 대통령이 인사에 관한 한 정말 솜씨가 없고 불운하기까지 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국정철학 공유라는 박근혜 정부 인사 대원칙에 어긋나는 인물을 중용한 꼴이 됐으니 할 말이 없게 됐다. 문제는 다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다. 아무리 소통 부재 현실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국정쇄신을 주문해도 대통령의 ‘나홀로 통치’는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항명파동을 겪으며 배신의 트라우마까지 더쳤을 테니 더욱더 문을 안으로 걸어 잠글지 모른다. 홀로 가는 길은 위험하다. 그래도 믿을 건 친박 원로들밖에 없다는 듯 전비(前非)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新)386’ 연로층을 대거 불러내 호위병풍을 둘렀다.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원칙의 실종이요 상식의 배반이다. 그들이 과연 ‘윗분’을 모시고 파트너십의 지혜를 발휘하며 진정한 소통의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까. 경륜 있는 원로그룹도 물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근육질의 정치력과 신축자재한 사고를 지닌 청장층과의 조화가 없는 원로들만의 행진은 공허하다. 섞여야 힘이 나온다. 창조경제가 시대정신이라면 창조정치 또한 시대정신이다. 명령일하의 리더십은 창조의 적이다. 권위는 지키되 권위주의는 버려야 한다. 정권출범 8개월, 귀가 아프도록 듣고 또 듣는 불통 소리에 우리는 모두 지쳤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뭐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소통하는 양심’이 좀 돼 달라는 것이다. 나만의 원칙보다 중요한 게 만인의 상식이다. 대통령의 서늘한 각성이 필요하다. jmkim@seoul.co.kr
  • [구본영 칼럼] 언제까지 선진 독일을 부러워만 할 건가

    [구본영 칼럼] 언제까지 선진 독일을 부러워만 할 건가

    내리 3선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지구촌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요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사다. 이 수더분하게 생긴 여성에게 전 세계에서 선망의 눈길이 쏠리는 까닭은 뭘까. 어차피 침대 머리맡에 사진을 꽂아둘 만한 매력 만점의 ‘핀업걸’도 아닌데…. 메르켈 정부의 눈부신 경제적 성취보다 더 부러운 게 있다. 독일 정치의 놀라운 통합성과 안정성이다. 이번에 메르켈이 이끈 기민당·기사당 중도우파 연합이 압승했다고 하지만 과반은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니 중도좌파인 사민당이나 녹색당과 ‘적과의 동침’ 격인 대연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향후 독일 정정을 불안하게 보는 전문가는 없다.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정쟁 없이 절충하는 문화가 일찌감치 정착된 까닭이다. 이것이야말로 분단국 서독이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룩하고 선진국 클럽에서도 최우등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우린 어떤가. 십수년째 선진국 문턱에서 맴돌고 있다. 최근 대니얼 튜더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 쓴 한국 평전을 읽고 얼마간 위안은 얻었다. 1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그의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원제: Korea, the impossible country)란 책이다. “1960년대 이후 한강의 기적으로 부를 만한 경제성장과 함께 지난 25년간 군사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나라”라는 평가가 담겨 있었다. 이처럼 외부에선 한국을 산업화·민주화를 함께 일군 나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내부는 극단의 정치적 대립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유신헌법이 철폐되고 5공까지 지속됐던 ‘체육관 선거’도 막을 내렸는데도 그렇다. 1987년 직선제 개헌으로 5년 단임을 못 박아 어느 대통령도 장기 독재를 하려야 할 수도 없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세계 정치사를 통틀어 소수당에 가장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여당이 그 어떤 안건도 맘대로 처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가 50일 넘게 노숙하면서 장외투쟁을 하느라 그런 대단한 권한을 스스로 내던졌다.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빌미로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면서다. 물론 야당 입장에선 댓글이 북한의 사이버 침투와 종북세력의 준동을 막는 차원을 넘어 선거에 개입한 흔적이란 혐의를 둘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이 몇달 동안 수백개(설령 수천개라 하더라도)의 댓글을 달았다고 선거의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듯싶다. 하루에도 좌·우, 친여·야로 갈려 지향점이 다른 수억개의 댓글이 명멸하는 사이버 공간에서 말이다. 그 사이 민주당 지지율은 반토막 났다. 48% 대선 득표율이 20%대로 가라앉았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 국정원법 개정 등 개혁안인들 결실을 볼 리 만무하다. 민주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절반에다 박근혜 대통령의 3분의1 수준이란 건 뭘 말하나. 댓글 사건을 기화로 대통령의 리더십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통령을 불통 이미지로 낙인 찍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나, 민주당도 민심을 잃었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공멸의 정치다. 이쯤 되면 후진국형 정치가 산업화-민주화에 이은 선진화의 길목에서 최대 걸림돌이 아닌가. 결국 선진국 진입의 장벽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행태다. 물론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메르켈이나 독일 여당처럼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기초연금 공약 축소를 사과하는 대통령에게 “히틀러의 말이 생각나게 한다”고 야유하는 치졸한 야당은 정작 독일엔 없다. 야당은 대통령이 실족하기만을 바라는 것으로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순 없다. 견실한 대안을 내놓고 국민으로부터 점수를 따는 경쟁을 펴는 게 독일식 선진 정치의 요체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kby7@seoul.co.kr
  • [안미현의 시시콜콜] 취업준비생들의 기업품평 들어보니…

    [안미현의 시시콜콜] 취업준비생들의 기업품평 들어보니…

    얼마 전 만난 지인에게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아들의 직장 선택에 얽힌 뒷얘기였다. 이른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인 아들은 기특하게도 네 군데 기업의 입사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 요즘의 인기 트렌드를 반영하듯 네 곳 모두 업종만 다를 뿐 금융회사였다. 고민 끝에 최종 낙점한 곳은 현대가(家) 계열 금융사였다. 막판까지 치열하게 저울질한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금융권 위상으로 보나, 급여 수준으로 보나 낙점대상은 신한은행에 견줄 게 못 되었다.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신의 직장’을 왜 스스로 내쳤을까. 이유인즉 노동 강도였다. 삼성이 많이 주는 만큼 많이 부려먹듯 신한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신한은행이 ‘심한’은행으로 불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얹어졌다. 우수 인재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내부 경쟁이 치열한 것도 기피 요인 중 하나라고 한다. 결국 지인의 아들은 스트레스 지수가 덜한 직장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널널한 데 찾아간 게 아니냐’고 핀잔을 줬더니 “그게 아니라 아직 정(情)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을 찾아간 것”이라고 반박하더란다. 이런 이유로 현대 계열사를 선호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는 말도 덧붙여 가며. 내친김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회자되는 여러 기업의 품평을 귀동냥했다. 옮기기는 그렇지만 결론은 확실했다. 돈, 지위, 명예, 주위 시선보다는 안정되고 편안한 게 우선이라는 것, ‘빡세게 일해 많이 벌기’보다는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버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확실히 요즘 세대의 직업관은 부모 세대와 많이 다른 듯싶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한없이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유전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에게까지만 주효한 것인지도 모른다. 급증하는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도 이런 시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시가 엊그제 실시한 9급 행정직 시험은 경쟁률이 최고 655.5대1이었다고 한다. 신(神)들도 기함할 경쟁률이다. 취업난이 근본요인이겠지만 ‘붙기만 하면 안 잘리고 정년까지 갈 수 있는 편한 직장’이라는 인식 탓도 커 보인다. 여기에 금융공기업은 보수까지 짭짤하니 얼마나 선망의 대상이겠는가. 먹고살만 해져서라느니, 이제는 개인 행복을 더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라느니, 건강한 야망을 갖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일그러져서라느니, 그런 회의(懷疑)를 심어준 기성세대의 잘못이라느니, 분분한 해석이 쏟아졌다. 이유가 뭐가 됐든 한쪽으로 쏠리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자꾸 편하고 쉬운 삶만 추구하면 젊음의 최대 무기인 도전정신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도전정신 운운하는 게 벌써 구닥다리인 것인가. 논설위원 hyun@seoul.co.kr
  • 금융공기업 동시 필기시험… 취업선택권 박탈 논란

    다음 달 19일 주요 금융공기업이 일제히 입사 필기시험을 치른다. 대졸 구직자들의 취업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10월 19일 대졸 신입 공채 필기시험을 본다고 4일 밝혔다. 아직 채용 공고가 나지 않은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등 다른 금융공기업도 같은 날 시험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험으로 뽑는 채용 규모만 500여명에 달한다. 금융공기업은 평균 연봉 1억원에 정년이 보장되는 등 최고 직장으로 분류돼 구직자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대졸 초봉도 연 3000만원을 넘어선다. 일명 ‘명문대’ 졸업생들에게도 선망의 직장일 뿐만 아니라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 자격증을 갖고 있는 이들도 지원할 정도다. 하지만 시험 날짜가 겹쳐 중복 지원이 불가능해 금융 공기업 취업을 꿈꾸는 구직자 사이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공기업들의 행정편의적 발상에 구직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한 구직자는 “취업준비생으로서는 한 군데라도 시험을 더 봐서 합격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서 “1년에 한 번만 뽑다 보니 더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이 같은 날 시험을 보는 관행은 2000년대 중반부터 굳어졌다. 서로 우수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다 보니 생긴 현상으로 추정된다. 한은이 먼저 시험 날짜를 공고하면 금감원이나 다른 금융공기업이 날짜를 맞추는 방식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공기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같은 날 시험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2010년에는 한은, 산업은행, 금감원, 예보, 무역보험공사, 수은뿐만 아니라 GS칼텍스, 에쓰오일, 한화, KT, SK, LG CNS, 넥슨, 서울반도체 등도 같은 날 시험을 봤다. 일반 대기업들도 금융공기업에 최고 인재들을 뺏기지 않으려는 의도다. 올해도 대기업 다수가 한은과 금감원의 필기시험 날짜를 파악하고 같은 날로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험 날짜를 달리하면 실력 있는 지원자가 중복으로 합격해 결원이 생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커버스토리] ‘골프장의 꽃’ 캐디들의 명암

    [커버스토리] ‘골프장의 꽃’ 캐디들의 명암

    캐디의 어원은 16세기 후반 프랑스 출신인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의 라운드 때마다 골프채를 들고 따르던 육군사관 후보생 ‘캐데이’(CADET)에서 비롯됐다는 게 가장 유력하다. 처음엔 남자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캐디 1호는 1963년에 뛰었던 최갑윤(당시 21세)씨로 알려져 있다. 그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건 15세 때인 1957년. 국내 골프장이 없던 당시 그는 야간 중학교에 다니면서 미군들이 골프 연습을 하는 곳에서 볼을 주워주는 대가로 1~2달러의 팁을 받았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CC 정식 직원이 됐다. 서울CC는 1960년에 개장한 국내 1호 골프장이었다. 1963년 당시 급료는 300환. 최씨는 “그때는 먹고 살기가 워낙 힘들어서 넉넉한 집안에서도 자식들에게 ‘놀려면 골프장에 가서 놀아라’고 말할 정도로 골프장 취직은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외국에서 캐디는 어엿한 직업인이다. 타이거 우즈(미국)의 14차례 메이저대회 우승 가운데 12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12개의 메이저 우승을 합작한 스티브 윌리엄스(호주)는 ‘백만장자 캐디’로 통한다. 2009년 ‘명인열전’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오리’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도 캐디 출신이었고, 지난 4월 박인비의 올 시즌 첫 메이저 우승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 피날레는 나흘 내내 호흡을 맞춘 캐디와 함께 호수로 뛰어드는 ‘동반 점프’ 세리머니일 정도로 캐디의 위상은 높다. 국내나 국외 모두 최근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는 투어 캐디들은 선수들에게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 선수가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춰주는 건 기본. 선수의 미세한 감정까지 감지하고 평정심을 유지시키는 건 캐디가 지녀야 할 기본 덕목이다.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서희경(27·하이트진로)의 캐디 딘 허든(48·호주)은 “선수가 묻지 않는 말은 절대로 먼저 하지 않는 게 철칙이다. 자기 주장의 강한 캐디는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양수진(22·정관장)의 백을 매고 있는 송영군 크라우닝 이사는 “선수와 캐디는 사장과 비서의 관계다. 샷과 클럽에 대한 조언은 하지만 모든 결정은 100% 선수의 몫”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벌까. 미국프로골프(PGA)의 경우 주급은 평균 1000달러 안팎이다. 국내의 경우는 선수의 처지가 달라 정해진 건 따로 없다. 다만, 우승 때 선수가 받는 상금의 10~15% 안팎을 보너스로 받는 건 국내나 국외 똑같다. 그러나 전문성이 문제다. 송 이사는 “현재 국내 투어에서 활동 중인 전문 캐디는 10명 안팎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캐디에 대한 인식은 열악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들 투어 캐디와는 달리 우리나라 주말골퍼들이 만나는 일반 골프장 캐디들의 지위는 어떨까. 이들에겐 그동안 ‘골프장의 꽃’이라는 말처럼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혼재된 존재였다. 그러나 골프산업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캐디의 위상도 높아졌다. 사회적 인식 또한 급격히 높아졌다. 과거에는 신분을 감추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적어도 적극적으로 감추는 법은 없다. 그들이 거두는 소득도 월 평균 350만원 안팎으로 어지간한 월급쟁이에 버금간다. 골프전문인협회 안용태 회장은 “캐디라는 직업은 옛날에는 아르바이트 중심의 직종이었지만 이제는 골프장 최고경영자(CEO)들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골프 전문 경영인이 되기 위해 빠뜨리면 안 되는 필수 분야”라고 설명했다. 캐디는 경기 진행뿐만 아니라 골퍼가 플레이하는 동안 골프클럽은 물론, 그린의 라이를 읽거나 골프장 내 지형과 바람을 파악해 조언을 해야 한다. 전문직이라 할 만하다.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인 골프에서 동반자가 아니라 캐디만이 자기편이다. 하지만 캐디의 법적 지위는 애매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골프장들은 캐디들의 신분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고용노동부에서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사회적기업’을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골프장 직원 신분으로 캐디 인력을 파견, 비정규직인 캐디들을 당당한 근로소득자로 전환하는 일에 골프장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캐디피 인상이 골프장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캐디들의 입김이 커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빚은 결과다.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 20대였던 캐디들의 연령대가 최근 들어 급격히 상향 조정됐다. 2013년 현재 캐디 전체의 77%를 30~40대가 점할 만큼 젊은 캐디들의 공급이 달린다. 벌 만큼만 벌고 힘든 일은 구태여 하지 않겠다는 젊은 층의 세태가 캐디 문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그러다 보니 일본처럼 평균 55세의 ‘엄마 캐디’ 시대도 곧 올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현재 수도권 3~4군데 골프장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캐디들이 노조를 설립해 활동하는 등 골프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한국 골프의 특성상 캐디 없는 골프는 생각하기 쉽지 않다. 골프장이 캐디들의 눈치를 보는 건 이미 오래된 일이다. 캐디가 줄면 골프장 수입도 줄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렇게 외칠 수도 있다. “나 없이도 골프칠 수 있어?”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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