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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특사… 사드·세월호 시위자 포함, ‘부패 경제인’ 제외될 듯

    용산참사·밀양송전탑·제주기지 등 집시법 위반 시국사범 검토 대상 국무회의 의결 거쳐 대통령이 확정 靑 “공식 논의 없어…제한적일 것” 한상균·한명숙 등 사면될지 촉각 정부가 세월호 및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 등으로 처벌받은 시국사범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 민생사범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추진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되는 첫 사면은 이르면 성탄절 또는 내년 설에 이뤄질 전망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면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사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일선 검찰청에 사면 대상자를 검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특별사면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허가를 받으면, 국무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확정·공포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번 사면 검토 대상에 포함된 시국사범은 세월호 관련 집회와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비롯해 용산 화재 참사 관련 시위,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 반대 집회 등에 참가했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민중 총궐기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3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사면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이뤄진 바 없지만, 사면은 굉장히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 범위에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전인 지난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을 때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행사돼선 안 된다.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행사되지 않도록 제도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개혁 차원에서 뇌물, 알선수재·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때문에 이번 사면에서 뇌물 등 부패범죄에 연루된 정치·경제인들은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사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씨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5대 중대 부패범죄인 ‘뇌물’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추징금 8억 8300만원 중 아직 7억 3000여만원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뇌물죄는 대가성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정치인들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론상으로는 추징금에 대한 사면도 가능하지만, 추징금은 사면 대상이 안 된다는 판례도 있고, 이제까지 선례도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를 사면 대상으로 넣기에는 정치적 부담은 물론 법리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제까지 대통령들은 사면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끌어 내는 일종의 ‘사면 정치’를 펼치기도 했다. 총 9차례 특별사면을 시행한 김영삼 정부는 1995년에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운전면허, 행정사범 등 약 441만명을 사면하는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다. 국민 화합을 강조한 김대중 정부도 취임 첫해 역대 최대인 532만명을 사면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원포인트’ 특별사면하기도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국회 “이진성, 선례 존중 합리적 판결”… 적격 보고서 채택

    국회 “이진성, 선례 존중 합리적 판결”… 적격 보고서 채택

    李 “헌재소장 임기 논란 더 없기를… 재판관 잔여 임기로 하는 게 다수설” “임신 후 일정기간 낙태 허용 가능… 양심적 병역거부, 엄중 받아들여” 국회는 22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인사청문특위는 “후보자는 선례를 존중하되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왔고, 여러 사안에 대해 소수 의견을 제시하는 등 소신 있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평가했다.이날 청문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책 질의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인사말부터 김종삼 시인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라는 시를 낭송한 이 후보자는 질의 중간중간 헌법조문을 직접 확인하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낙태죄 폐지 찬반 논란에 이 후보자는 “태아의 생명권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임신한 여성일 수밖에 없다”며 “미국 연방대법원이 했듯이 (임신 후) 일정 기간 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형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재판을 하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형은 감형 없는 종신형 등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에 이 후보자는 “인간의 자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처벌을 감수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아르메니아에서는 다른 나라와 전쟁하는 중에도 대체복무를 허용한 사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불거진 헌재소장 임기, 헌법재판관 구성 논란에 대해 질문했다. 2012년 9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이 후보자의 잔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이 후보자는 “헌재 소장 임기가 어떻게 되느냐가 헌법이나 법률에 정해져 있지 않은데 최고의 헌법 해석 기관인 헌재 소장의 임기가 해석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임기가 논란되는 헌재소장 후보자는 저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없기를 입법기관에 강력히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중 임명된 헌재소장의 임기에 대해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새로 6년 임기가 시작된다는 견해와 남은 임기만 수행한다는 견해가 대립해 왔다. 이 후보자는 “잔여 임기로 한다는 게 다수의 견해”라며 “하루를 일하더라도 6년 일하는 것처럼 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추천의 재판관이 헌재소장이 되면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3·3·3’ 추천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지적에는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헌재소장 공백 사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 후보자 인준안을 곧장 24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최순실·안종범 구속영장 재발부…崔“인권침해” 반발

    최순실·안종범 구속영장 재발부…崔“인권침해” 반발

    법원 “도주 우려 있다”…안종범 보석 청구 기각안종범 측 “재판부 결정 받아들인다”최순실 측 “유엔인권이사회에 인권 문제 제기할 것” 법원이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 구속 영장을 재발부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7일 최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발부의 근거가 된 사건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건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영장을 재발부하면서 안 전 수석의 보석 청구도 기각했다. 안 전 수석은 최근 극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안 전 수석측은 향후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다시 수감 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한 달 만이라도 허리 수술을 받을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재판부 결정에 대해 “재판부가 얼마나 고민했겠느냐.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최씨 측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 재판에서 구속영장을 재발부할 경우 유엔 인권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던 이경재 변호사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 인권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준비를 할 것”이라며 “수사에서부터 이어진 인권 침해적인 요소들, 사법부가 어쩔 수 없이 용인하는 이런 형태 등 전체를 통틀어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속 영장이 재발부됨에 따라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당분간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됐다. 다만 두 사람에 대한 심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여서 이르면 다음 달 안에 1심 선고가 날 전망이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1월 20일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 출연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지난 5월 1차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최씨에 대해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도록 삼성 등을 강요한 혐의로 구속 영장을 다시 발부했다. 안 전 수석에 대해선 박영수 특검팀이 기소한 뇌물수수 혐의로 다시 구속영장이 나왔다. 당시도 재판부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내세웠다. 두 사람의 2차 구속 기간 만료는 오는 19일 24시다. 이번에 다시 발부된 구속 영장은 20일 0시부터 집행 효력이 발생한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인호 KBS이사장 “사장 퇴출, 방송 독립성 저해할 것”

    KBS 총파업이 73일째 이어진 가운데 이인호 KBS 이사장이 “KBS 사장 퇴출은 방송의 독립성을 저해할 것”이라며 노조의 사장 퇴진 요구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 현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이사장은 “KBS 이사장으로서 무엇보다도 시청자, 국민 여러분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사퇴하지 않는 것은 임기 도중 사퇴가 KBS가 직면하고 있는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공영방송 지킴이로 위임받은 책임의 방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방송 파행은 KBS 노조가 지난 대선 이후부터 고대영 사장 퇴출과 그를 선임하고 지원한 이사장과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면서 “사장이 노조나 정부의 압력으로 임기 전에 밀려나는 것은 방송의 자율과 독립성에 직접 저해가 되는 나쁜 선례가 또 하나 추가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사태의 원인이 “방송사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아내지 못하고 권력을 견제한다는 명분 아래 방송노조 스스로가 정치 권력화 함으로써 방송인으로서의 본문을 망각하기 시작한 데 있다”고 비판하며 국회와 국민을 향해 “방송법 개정을 서둘러 달라”고 호소했다. 고대영 KBS 사장에게는 “노조의 사장퇴진 요구가 아무리 부당하다 하더라도 사원들과 대화와 상호배려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사원들이 고 사장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서로 반목하게 되는 후유증을 앓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이사에 대한 노조의 불법적인 압박 행위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자며 열린 임시이사회는 현 사태에 대한 이사진 간에 극명한 의견차로 결론을 맺지 못한 채 끝났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보수 개신교 “교회 세무조사 제외 땐 종교인 과세 수용”

    보수 개신교 “교회 세무조사 제외 땐 종교인 과세 수용”

    국세청 훈령 수정은 형평성 위배 요구 일부 수용해 시행령 수정 보수 개신교 목사들이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 배제를 전제로 종교인 과세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를 1~2년 미뤄야 한다는 기존 강경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세정당국은 세무조사에 예외를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과세 초기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처벌 유예 등 보완책을 다음주 발표하기로 했다.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CCMM빌딩에서 보수 개신교계와 종교인 과세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에 소속된 목사 28명은 이 자리에서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정부 약속을 서면화하라고 제안했다. 국세청 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해 세무공무원이 개별 교회나 사찰을 조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보수 개신교계의 요구다. 한국교회 공동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소강석 목사는 “종교단체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종교의 존엄성을 지키려면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확실히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교회와 관련한 탈세 제보가 접수되면 해당 교단 및 종단과 상의해 종교인 스스로 세금 신고를 수정하도록 유도하고 세무조사는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여러 차례 종교계에 설명했다”면서 “다만 국세청 훈령을 고쳐 서면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도 간담회에서 “세무조사로 정교 분리 원칙이 훼손될까 우려하는 종교인이 많은데 정부가 순수한 종교활동에 개입하거나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제시했다. 정부는 그러나 종교인 과세의 원만한 시행을 위해 보수 개신교계의 요구 사항을 일부 받아들여 연내에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치기로 했다. 고 차관은 “종교인 과세가 자리잡을 때까지 소득 신고 규정을 지키지 않더라도 처벌하지 않는다면 시범 시행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과세 제도가 있으면 보완해 다음주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종교인 소득 가운데 세금을 물리지 않는 비과세 항목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우미경 서울시의원 “市, 이촌동 등 안전 D등급 아파트 사업지원 시급”

    우미경 서울시의원 “市, 이촌동 등 안전 D등급 아파트 사업지원 시급”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우미경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은 주택건축국을 대상으로 한 제277회 정례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안전이 취약한 공동주택 노후화의 심각한 문제점과 관악구 강남아파트 이외 안전등급 D등급의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어려운 사업여건으로 인해 사업진행이 멈춰 있다시피 한 다른 지역의 정비를 위한 서울시의 지원과 관심을 요구했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서울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우미경 의원은, 관악구 강남아파트가 건축조합과 SH공사의 공동시행 방식으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며, 그동안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안전등급 D등급을 받고도 경제적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며 살고 있었던 시민들에게 서울시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된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소형 노후 공동주택 같은 경우 누수와 화재, 방음 불량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고도 경제적 부담과 어려운 사업여건 등으로 사업추진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도심 속 외딴 섬으로 방치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용산구 서부이촌동은 재건축 연한 30년을 훌쩍 넘긴 노후주택이 밀집해 있고 지난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용산개발사업을 ‘한강르네상스’와 연계하면서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고, 이후 시행사 파산 등으로 사업추진이 좌절됐다는 것이다. 2015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어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 되어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사업여건속에서 시민들은 고통을 감수하며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우 의원은 “시정실패로 인하여 주민에게 누적된 피해는 도대체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안전등급 D등급은 안전관리기본법상 긴급한 보수·보강이나 사용제한을 판단할 필요가 있는 등급으로 거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서울시의 신속한 사업지원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 의원은 “현재 서부이촌동과 같이 안전등급 D등급을 받고도 자체적으로 사업추진이 어려운 지역들을 위해 서울시가 재난발생에 대한 선제적대응의 차원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서울시는 소규모 공동주택의 안전점검을 지원하고, 장기수선계획 등에 대한 사전 컨설팅 서비스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약점은 의전… WP “극진한 대접에 태도 변화”

    韓中日, 첫 방문국 사우디 보고 배운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한국과 중국, 일본이 화려한 의전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간파해 극진히 대접했고,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대선 땐 “中이 美경제 유린… 환율 조작국 지정” 트럼프 대통령은 톈안먼 광장에서 의장대를 사열한 뒤에는 “전 세계가 보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또 없을 것”이라며 흡족해했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중국 탓으로 몰던 이전과 달리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면서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중국이 미국 경제를 “유린한다”고 비판하며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그였다. 심지어는 “자국민을 위해 다른 국가로부터 이익을 취하려는 나라를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라며 비난의 화살을 중국이 아닌 미국의 전임 정부로 돌렸다. 이런 의전은 앞서 방문한 일본과 한국에서도 연출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골프 회동 장소로 2020년 도쿄올림픽에 쓰일 예정인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CC)을 골랐으며 한국은 미국 방송사들의 ‘프라임타임’에 맞춰 국회를 연설 장소로 내줬다. WP는 아시아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선례에서 의전의 중요성을 알아차린 것으로 추정했다. ●中 전·현 지도부 12명 출동… 김정일 의전 능가 특히 중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공된 의전은 최근 10여년 동안 가장 융숭한 대접을 받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능가했다. 2010년 5월 김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은 회담, 만찬, 산업시찰 동행 등을 통해 모두 김 위원장과 만났다. 모든 상무위원들이 정상급 의전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환대였다. 하지만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국빈 만찬 석상에는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외에 지난달 당대회에서 퇴임한 상무위원 5명(장더장·위정성·류윈산·왕치산·장가오리)과 새로 임명된 상무위원 5명(리잔수·왕양·왕후닝·자오러지·한정) 등 전·현직 지도부 12명이 모두 출석했다. 특히 류윈산·왕치산 전 상무위원은 국가직을 맡고 있지 않아 당대회를 기점으로 공직에서 퇴임한 상태인데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3개 행사를 거쳐 현직 상무위원을 모두 만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장에 전·현직 상무위원을 모두 불러낸 셈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사설] 사내 성폭력 감싼 기업 설 자리 없게 해야

    국내 가구업체 한샘의 여직원 사내 성폭력 사건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피해 여성이 “회사가 사건 축소를 강요했다”고 주장한 반면 회사는 사건을 은폐·축소·왜곡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회사가 피해 여성을 보호하는 데 소홀했다며 재수사를 요구하는 인터넷 청원에 하루 만에 1만 명 넘게 서명했다. 한샘 제품의 불매운동도 확산일로에 있다. 논란은 피해자가 지난달 말 “6개월 전에 입사 동기가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피해를 보았다. 회사의 교육담당자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인사팀장으로부터는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피해 여성은 그 과정에서 인사팀장 등 회사 측으로부터 진술 번복을 강요당하고, 무고죄로 역고소당할 수 있다는 식의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은폐·축소·왜곡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여론의 향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며칠 전 회장과 사장이 사과하고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한마디로 뒷북 대응이다. 최고경영진은 지난 6개월 동안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내 성폭력에 대한 무지와 무책임, 안이한 인식에 화가 치민다. 물론 피해자가 사건을 공론화한 배경과 목적에 대해서도 말이 많아 정확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만일 무고로 드러나면 성범죄와 동일하게 법을 적용해 더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회사 측이 사건 축소를 강요하고 피해자 보호 노력을 소홀히 했을 것이란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인사팀장의 강요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 사실이라면 회사는 민법상 사용자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한 피해자에게 세 번 연속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회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검경은 즉각 사건의 전면 재조사에 나서기 바란다. 하루 1만명 넘게 인터넷 청원에 서명한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분노가 크다는 증거다.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낸 연후에 한샘 측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일벌백계식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불매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성폭력 기업은 간판을 내릴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 ‘독산 우시장’ 악취 확 빼고 도시재생으로 서남권 명물 꿈꾼다

    ‘독산 우시장’ 악취 확 빼고 도시재생으로 서남권 명물 꿈꾼다

    지난 3일 서울 금천구 범안로 독산동 축산시장. 고기를 비추는 붉은 형광등 빛과 함께 특유의 고기 비린내가 코끝을 자극했다. 1974년 도축장이 지어지면서 600여개의 소와 돼지 지육(도축 후 내장·머리·꼬리 등을 제거한 고기 상태)·부산물을 파는 시장이 형성된 곳이다. 주거·상권이 발달함에 따라 지역 주민들에게 혐오·기피 시설로 취급받게 된 도축장은 2002년 폐쇄했다. 독산동처럼 1만 9353㎡(5854.3평) 규모에서 도축과 육가공을 해 온 경기 안양시 박달동으로 옮겨갔다. 도축장이 사라진 자리에는 850여 가구가 입주할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었다. 인근에는 대형마트 홈플러스 금천점이 들어선 데다 신안산선 신독산역이 2023년 개통을 앞둬 유동인구도 늘었다. ‘애물단지’로 여겨져 온 도축장이 이전하면서 생긴 변화다.반대로 상인 수백명의 삶의 터전은 빛이 바랬다. 신선한 소·돼지 고기를 운송비 없이 사들여 가공처리 후 비교적 싼값에 유통할 수 있었던 이점이 사라진 탓이다. 1980년대 지역의 명물 ‘독산동 우시장’은 수년째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는 등 유통구조가 변한 것도 한몫을 했다. 도축장이 이전하면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성동구 마장동 우시장의 경우 온라인 마케팅에 뛰어들어 성공한 상인들도 있다. 독산동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선례가 없다. 마장동 도축장은 독산동보다 앞선 1998년 이전했다. 독산동 축산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인 유창상가 지하 1층에서 38년간 곱창, 천엽, 머리고기 등 부산물 장사를 해 온 김춘엽(59·여)씨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라며 상인들이 처한 현실을 호소했다. 김씨는 “예전에는 점포 10곳 중 8곳이 열심히 장사하면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자본력이 대단한 단 2곳 정도만 돈을 번다”며 고개를 떨궜다. 자력으로 고기 가공을 현대화한 일부 점포에만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업을 물려받아 2대째 고기 장사를 하고 있는 박민선(42)씨는 “서울 서남권 일대 정육업자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데다 불경기까지 찾아오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1980년대 끊이지 않는 손님을 상대하느라 돈을 셀 시간조차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는데 정말 꿈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 보니 점포 수는 절반 수준인 315곳으로 줄었다. 한때 명성을 누린 ‘독산동 우시장’이 존폐의 갈림길에 놓인 것이다. 지육·부산물 가공 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수와 악취 탓에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보다 못한 주민들의 자발적 혁신 계속해서 일어나는 변화에 적응하려면 자발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독산동 우시장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혁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점포 상인 연령층이 고령화한 데다 300여개 점포 대부분이 영세하다. 상인들이 소통을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현재 독산동우시장상인연합회(이하 상인연합회) 고문을 맡고 있는 이인식(건국대 행정학 박사)씨는 당시 독산1동 주민참여예산위원장으로서 우시장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이씨는 “부산물 등에서 흘러나오는 핏물 등 각종 오수로 인해 악취가 풍길뿐만 아니라 보행로가 미끄러워 주민들 불만이 높았던 상황”이라면서 “보도블록을 교체하거나 소독용 청소용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2억 6000만원의 예산이 주어졌으나 이를 주민들과 협의해 운용할 상인협의체가 없었다. 노경열(50) 상인연합회 회장은 “당시만 해도 소규모 친목 모임만 있었다”면서 “아무래도 각 점포가 취급하는 상품이 거의 동일하다 보니 서로 교류가 더 없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2012년 처음 설립된 상인연합회에는 현재 179개 점포가 등록돼 있다. 상인들 의견을 한데 모으는 구심력이 생긴 것이다. 다시 한번 지역의 명물로 떠오를 수 있는 동력도 얻게 됐다. 구에 따르면 우시장을 포함한 49만㎡(약 14만 8225평) 규모 면적이 올 2월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 선정됐다. 산업구조 변화 및 이전으로 낙후한 산업지역에 마중물 사업비(시비) 200억원 등을 투자해 2022년 연말까지 재활성화시키는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사업이다. 우시장 일대는 축산유통산업뿐만 아니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 준공업지역과 인접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준비, 계획, 실행, 자력재생 등 4단계로 구성된 도시재생사업의 1차 관문인 ‘후보지’(준비 단계)였던 독산동에서는 지난해 각각 10여 차례 상인캠프와 전문가 자문회의가 열렸다. 금천구는 경제일자리과, 청소행정과 등 우시장 도시재생과 관련된 15개 부서 16개 팀을 구성하고 행정적·기술적 지원에 들어갔다. 먼저 지난해 10~11월 점포별 설문이 진행됐다. 우시장 일대 식육업체 수는 315곳이지만 구역을 조금 벗어난 곳까지 합하면 400개 점포에 이른다. 상인들은 악취 및 위생, 주차난, 물기와 미끄러움 제거 등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홍보나 상인 간 단합, 서비스 정신 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11~12월에는 매주 2시간씩 상인 캠프를 열었다.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우시장, 식도락 특화거리로 발돋움 독산동 우시장 일대 도시재생 사업의 골자는 대표 먹거리인 돼지·소 고기와 부산물을 최대한 살려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다. 식도락 특화거리를 조성하고 부산물 및 정형(발골) 전문기술자를 양성하는 사업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요식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 창업자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팅 여건을 구축하고 상인들이 직접 실무 교육을 통해 현장 노하우를 전수한다. 요리체험이나 경연 프로그램 등 행사를 준비해 방문객을 유인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는 2·4년 육가공 전문 교육을 제공해 전문가를 전략적으로 키운다. 지육·부산물 손질작업을 하나의 교육체계로 정립하면 육가공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상인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임영자(68·여)씨는 “우시장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3D업종으로 취급돼 일할 사람이 없는데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면서 “신선한 고기를 사서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깨끗한 장소를 제공하면 우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머물도록 하려면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김형석 금천구 도시계획과장은 “1차적으로는 부지를 마련해야 하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인근 대형마트와 상생협약을 맺고 상인연합회가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주차장을 공유하는 등의 방안이라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는 아울러 올해 안에 2500만원을 들여 우시장의 비전을 보여 줄 수 있는 브랜드와 캐릭터를 개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우시장의 역사·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명품 우시장 축제를 준비 중이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시장 일대 거리를 안내하는 사인물과 미디어 보드가 설치된다. 또 앞으로는 우시장에서 판매되는 각종 고기와 부산물을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쇼핑몰 구축에도 들어갔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상인, 주민, 외부 전문가 등 각 단위별로 사업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이뤄져야만 자생력 있는 도시재생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단순히 예산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산동 우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라이프 톡톡] 회계사·변호사 이어 사무관… 금융위 ‘알파공’

    [라이프 톡톡] 회계사·변호사 이어 사무관… 금융위 ‘알파공’

    2년 전 63대1 경쟁률 뚫고 민경채 합격 개정안 11개 한번에 통과하는 데 ‘큰 몫’ “빽 있냐”는 시선, 실력·진심으로 극복 월급 줄었지만 정책 제대로 다루려 도전 “63대1의 경쟁률을 뚫고 공직에 입문했지만 같은 팀 선배 사무관은 ‘빽으로 들어온 것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더라고요. 하지만 지난 2년간 스스로 대견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며 11개 법안 개정을 완료하자 저를 인정해 줬습니다. 그 사무관은 이제 누구보다 친한 선배가 됐어요. 저 같은 민간 경력자가 공직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올해 금융위원회에선 은행법과 보험업법, 자본시장법 등 금융사 검사·제재와 관련한 11개 주요 금융법 및 시행령 개정안이 한꺼번에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해 화제가 됐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법안이 개정된 건 금융위 출범 후 선례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5급 민간경력채용으로 임관한 지 2년 남짓 된 이영평(34) 금융제도팀 사무관이 거둔 성과라 더 주목받았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사무관은 공인회계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PwC에서 일하던 이 사무관은 법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로스쿨행을 선택했고, 2013년 변호사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삼일로 되돌아와 사내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4년 민간경력채용에 합격해 이듬해부터 금융위에서 근무하고 있다. 회계사와 변호사 외에도 금융투자분석사, 외환관리사, 국제회계기준(IFRS)애널리스트 등을 소지한 ‘자격증 수집가’다. “사실 공무원 보수는 회계법인보다 적어요. 하지만 정부에서 정책을 제대로 다뤄 보고 싶어 아내와 상의 후 도전했습니다. 민간에서 습득한 유연한 사고를 공직에도 접목시켜 보고 싶었습니다.” 이 사무관이 응시한 직무는 ‘금융정책 및 산업금융’ 분야다. 1명 채용에 63명이 원서를 냈다. 공직적격성평가(PSAT)와 서류전형, 면접을 차례로 통과하며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일부 동료는 비고시 출신이라며 그를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 사무관은 “내가 직접 말하려니 민망하지만, 정말 열심히 일했고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렸다”며 “진심이 통했는지 지금은 나를 보던 불편한 시선이 싹 사라졌다”고 웃었다. 임관 후 2년 넘게 공들인 끝에 검사·제재 관련 금융법 개정을 완료한 이 사무관은 이제 복합금융그룹 통합감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등 2종류 이상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복합금융그룹은 기존 금융지주사와 달리 금융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금융위는 올해까지 이들에 대한 감독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무관이 초석을 다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감독 체계를 구축한 호주와 일본 등의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이 사무관은 “감독 시스템이 진작 도입됐다면 그룹 내 부실이 금융계열사로 전이된 동양그룹 사태 같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선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대기업에 이중 규제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규제가 중복되지 않도록 고심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근무했던 만큼 업계 의견도 충실히 들은 뒤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안보 정책에 中압박 먹혔다는 선례 남기지 않게 신중 접근을”

    “안보 정책에 中압박 먹혔다는 선례 남기지 않게 신중 접근을”

    한·중 양국이 31일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는 점을 긍정 평가했다. 향후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통해 장기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이규형 전 주중대사는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직간접적인 소위 보복성 조치를 취했으나 앞으로 이런 일은 없어야 된다”며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간의 합당한 상호 대우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어느 나라건 관계에 굴곡이 있기 마련인데 좋지 않을 때 야기된 문제에 대해 서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관점에서 해결 방안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약속해야 한다”며 “북한 핵 문제와 미사일 실험 문제를 공통의 과제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도 좀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가 잠정적인 봉합을 이뤘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한·중 관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인식과 한반도 무력 충돌 가능성 확대가 이번 합의에 중요한 동인을 제공했다”며 “중국은 여전히 한국을 불신한다는 점에서 합의 내용의 문서화를 요구했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향후 한·중 양자 정상회담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놓고 중국은 보다 가시적인 사드 문제 해법을 요구할 개연성이 크다”며 “아직 낙관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시진핑 주석도 더이상 사드를 가지고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게 중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며 “특히 미국 전략무기 순환배치의 확대로 인한 압박이 더 커지면서 잠정적인 봉합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합의문도 사드 입장을 이해한다기보다 우리는 설명을 하고 중국은 한국이 잘 처리하길 바란다는 잠정적인 봉합”이라며 “향후 북핵 문제가 해법을 찾아가는 국면이 되면 중국이 사드 철수를 요구할 수 있어 갈등의 소지는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의 신중한 접근을 통해 부정적 선례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드 배치 문제는 양국의 국내 정치적인 상황과 군사안보적인 미묘함으로 볼 때 한 번의 합의로 해결되긴 어렵다”며 “서로가 상대의 분명한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면서 이해관계의 차이를 조금씩 줄여 나가는 장기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가 강화되면 사드 배치 문제와 유사한 요인의 문제들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에 사드 문제에 관한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은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군사안보적인 이익에 의해 주권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국과 논의해야 된다거나 중국의 압박에 의해 변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영세 전 주중대사는 “과정은 더 들어 봐야 하겠지만 합의문은 중립적으로 작성됐다”며 “사드 문제에 대한 유감 표명을 거부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권 전 대사는 “더 중요한 건 한·중 간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과태료 체납하고 위조 번호판 달고 다녀도 집행유예…법이 우습다

    과태료 체납하고 위조 번호판 달고 다녀도 집행유예…법이 우습다

    과태료 체납 등을 이유로 차 번호판을 빼앗기자 위조 번호판을 달고 차를 운행한 40대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 위반 행위가 거듭 됐는데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로 판결난 것은 법을 우습게 알고, 모방범죄를 낳기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대구지법 형사1단독 황순현 부장판사는 26일 자동차 관리법 위반, 공기호 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5)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과태료 체납 등으로 포터 화물차 앞 번호판을 경찰이 영치하자 불법으로 제작한 위조 번호판을 차에 달고 한 달 가까이 운행했다. 그는 지난 8월 경찰이 화물차 뒷 번호판까지 영치하자 또다시 번호판을 위조해 달고 다니다가 붙잡혔다. 황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같은 범행을 반복하고 무면허 운전까지 한 사안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잘못을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범행이 반복되고 고의성이 다분한 등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집행유예 결정을 내린 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기 쉽다”며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법적 형량을 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지형 신고리 공론화위원장 “시민참여단 답은 상생… 분열 아닌 통합 원했다”

    김지형 신고리 공론화위원장 “시민참여단 답은 상생… 분열 아닌 통합 원했다”

    “시민참여단 471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해 배타적이고 배제적이고 분열을 계속 끌고 가려고 하는데, 이런 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지요. 서로 다른 입장에 서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풀어 가자는 게 시민참여단이 모아 준 뜻이라고 생각합니다.”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은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했다. 시민참여단 대신 자신이 주목받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김 위원장은 ‘공’은 시민참여단에게, ‘과’는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민참여단이 서로 다른 의견을 줬지만 모아 보니 결과는 상생이었고, 분열과 대립을 넘어 통합의 답을 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공론화위원회가 해산된 뒤 달라진 점은 “가위 눌리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재개·중단 비율이 오차 범위 내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 시종일관 그를 힘들게 했다. 김 위원장은 “공론화 과정에서 힘들었던 또 다른 점은 중단·재개 측의 공정성 논란이었다”며 “어찌 됐든 공론조사가 중단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양측에서 협조해 줬고,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 표명까지 해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20~30대 의견이 재개 쪽으로 치우친 점에 대해 “20~30대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40대 이후 분들과는 다른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은 현실 문제를 인식하는 데 실용·실재적 측면을 더 많이 보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 점에 대해 기성 세대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공론화위는 향후 원전을 축소할 것도 권고안에 담았다. 이를 두고 월권 논란도 일었다. 김 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가 원전 정책과 별개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이는 공론화위가 출발할 때부터 밝혔던 부분이고, 이 때문에 1차 조사 때부터 이에 대한 문항을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공론조사를 선례로 남기고 싶었다. 다음에 진행될지 모르는 공론조사가 참고할 준거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실수한 부분도 판례처럼 권고안에 담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엔 공사 중단 기간이 한정된 만큼 서둘러 진행했지만, 다음에 공론조사를 할 땐 이런 애로 사항을 참고하면 더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사상 최대 스마트 잼버리”… 새만금 동북아 경제허브로

    “사상 최대 스마트 잼버리”… 새만금 동북아 경제허브로

    요즘 전북도정의 화두는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성공 개최’다. 지난 8월 제32회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성공한 뒤 도정 전반에 큰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달 28일에는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추진 전담반’을 발족하고 체계적인 행사 준비와 성공적인 개최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전북도는 새로운 시대 흐름에 걸맞게 한 차원 높은 스마트 잼버리를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전북도가 세계잼버리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은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를 전북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로 판단해서다. 앞으로 6년 동안 대회가 개최되는 새만금지구 매립공사를 마무리하고 공항, 항만, 도로 등 교통망을 확충함으로써 지역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다. 대회 지원 특별법 제정, 행정절차 간소화, 예산 확보 등 행·재정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세계잼버리는 지구촌 청소년 문화야영축제다. 2023년 8월 1~12일 12일간 바다를 메운 미래의 땅 새만금에서 열리는 새만금 세계잼버리에서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문화체험을 하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세계잼버리 국내 개최는 1991년 제17회 강원 고성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드로 유어 드림’(Draw your Dream)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참가국과 참가인원은 169개국에서 5만여명의 청소년이 운집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장 역시 역대 야영장보다 크며 최첨단 시설을 갖춘다. 전북도는 새만금지구 관광레저용지 1지구에 안전성, 독립성, 접근성이 확보된 9.9㎢(약 300만평) 규모의 대회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집회장과 전시관, 편의시설을 야영공간이 에워싸는 방사형으로 조성된다. 마켓, 통신, 병원, 환전, 안내 등 부대시설도 완벽하게 설치해 참가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기온이 높은 한여름에 행사가 개최되는 만큼 그늘을 만들어 줄 테마숲 조성사업도 추진된다. 국내외 참가자들이 행사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행사장 사후 활용 방안도 마련된다.특히 전북도는 잼버리 행사를 계기로 새만금 내부 개발을 촉진하고 공항, 항만, 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 내 ‘잼버리 성공 개최’와 ‘지역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전북이 세계잼버리를 유치한 실질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도는 대회 준비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속도전을 하려면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실제로 야영장 조성에 필요한 9.9㎢의 용지 매립, 8.8㎞ 호안 건설, 상하수도 설치, 보조간선도로 9.4㎞ 건설의 신속 이행 방안이 절실하다. 교통 인프라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도는 대회 이전에 새만금 국제공항 완공을 강조한다. 세계에서 찾아오는 5만명의 참가자가 육로로만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도는 2022년까지 공항을 완공하려면 예비타당성 면제 등 절차 간소화가 필수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와 함께 새만금신항만 1단계 사업과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새만금 동서도로, 남북도로 등도 대회 개최 전 완공을 촉구하고 있다. 주변 인프라로는 호남고속도로 삼례~김제구간 6차선 확장, 동부내륙권 국도(정읍~남원) 시설 개량, 부안~흥덕 간 4차로 확장, 무주~대구 간 고속도로 건설, 전주~김천 간 철도 건설이 과제로 대두됐다. 전북도는 지속 가능한 잼버리 환경 조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잼버리 개최 이후에도 새만금이 세계 청소년 문화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세계스카우트센터 건립, 상설 야영장 조성, 새만금 생태환경용지 확대, 국립생태탐방체험시설 조성, 인공암벽장 건립사업 등을 추진한다. 잼버리 붐 조성을 위해 2020년 한국잼버리, 2022년 국제패트롤 잼버리를 개최하고 매년 해외 자매·우호지역 청소년 초청 캠프도 가질 예정이다. 도내 14개 시·군도 잼버리 행사에 참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과정별 활동인원을 안배할 방침이다. 연계사업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 캠핑 클러스터, 항공레저 시범단지, 수목원과 자연휴양림, 해양레포츠센터, 간척사박물관, 힐링 캠핑장 조성 등이 거론된다.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대 과제다. 우선 잼버리 지원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 그래야 부지 조성, 관련 인프라 적기 확충을 위해 정부 각 부처가 원활하게 협업하게 된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이 특별법 제정으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선례가 있다. 특별법은 이달 의원입법 형태로 제안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범정부적 지원체계를 갖춘 조직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정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 등 30여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커버스토리] 모텔합숙 쪽잠에도 “한 푼 더”…공무원 예산 錢爭

    [커버스토리] 모텔합숙 쪽잠에도 “한 푼 더”…공무원 예산 錢爭

    지난달 서울시 예산과 소속 직원 A씨가 자살했다. 경찰은 A씨가 자기가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자살 동기에 대해 “아직 추모 기간이기 때문에 조사한 내용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A씨가 자살한 배경은 ‘업무 스트레스’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A씨는 올해 초 예산과로 발령받은 뒤부터 가족들에게 자주 “업무가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예산과가 제일 바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바야흐로 예산철이다. 예산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공직자들에게 예산철은 ‘혈세’라는 단어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때다. 내년 한 해의 부처 전체의 살림살이가 결정되는 이 시기 예산 담당 공무원들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한다. 이들은 부내에서 작성한 예산안이 기획재정부의 매서운 ‘칼질’과 여야 의원들의 막판 조율을 거쳐 국회에서 처리되는 3개월여의 기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예산에 울고 웃는 공무원은 예산철을 어떻게 보낼까. # “‘급’ 다른 ‘갑’ 만나려면 기조실장 정도 나서 줘야…” 공무원들은 예산철이면 철저히 ‘을의 입장’이 된다. 가장 어려운 점은 예산권을 쥔 기재부 공무원을 ‘모시는’ 일이라고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같은 공무원이지만 예산권을 쥔 기재부 직원들은 다른 부처 직원들보다 ‘급’이 높은 게 현실이다. 예산 담당 부서에서 일했던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서기관 이하 실무급 직원들은 기재부 직원들을 만나러 가기도 어렵고 가도 얘기도 안 먹힌다. 주로 과장이나 과 차석이 야식을 싸들고 가서는 우리 부처를 담당하는 사무관이나 7급 직원들을 만난다”면서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이 직접 뛰면 조금 낫지만 결국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예산 담당 공무원들은 기재부에서는 물론 안에서도 치이는 신세다. 부내에서는 각종 사업에 대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데 이를 들고 기재부에 가면 불필요한 예산을 요구한다고 비판을 받는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2배로 고통을 겪는다. 서울시 등 지자체 예산은 일차적으로 시의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전부터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의 각종 ‘쪽지 예산’이 넘쳐난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예산 배분이 8대2로 이뤄져 있는 구조에서 예산철에 국비를 적극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곧 단체장의 무능이란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공무원들이 물밑에서 더 뛰어야 한다. 한 예로 경북도는 지난달부터 예산안 처리가 끝나는 12월까지 국비 확보를 위한 ‘90일 비상 현장캠프’를 지역구 국회의원실에 설치했다. # “보고 싶다는 딸 전화 목소리에 청사 화장실서 울어” 담당 직원들은 생활도 엉망이 된다. 한정된 기간 내에 관련 업무가 집중되면서 야근은 기본이고 아예 귀가를 하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진다. 특히 기재부와 지리상 거리가 먼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부처 직원들은 더 큰 고통을 호소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재부가 그나마 과천청사에 있어 집에 가서 잠이라도 잘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세종시로 내려가면서 예산 협의하러 갔다가 귀가를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부처들은 예산철에는 기재부 인근 숙박업소에 ‘달방’을 잡아 두고 예산 확보의 전진기지로 삼는다. 서울시 예산과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예산편성 막바지에는 너무 바빠서 식사할 시간도 따로 없어 담당 직원 전원이 사무실에서 햄버거나 도시락을 먹으며 일했다”면서 “직원들은 1년 동안 먹어야 할 햄버거를 이때 다 먹는다고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은 “예산철에는 귀가가 매일 늦어서 초등학생 딸아이의 자는 모습만 주로 봤다”면서 “어느 날 딸아이가 빨리 집에 오라고 울며 전화를 했는데 그게 너무 속상해 청사 화장실에서 운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 중앙부처 소속 직원은 “예산 담당 직원들은 시간외수당은 물론이고 별도로 스트레스 수당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담당 직원들은 예산 관련 실무교육이 다소 부족하다는 얘기도 한다. 업무 특성상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고 갖가지 새로운 사례가 매년 나오지만 기재부 주관 정기 교육이 이를 모두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산 문제를 담당했던 한 중앙부처 직원은 “담당자들도 업무 시에는 예산실무편람을 하나하나 봐 가면서 일하지만 그걸 벗어나서 어찌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 “심의는 고도의 정신노동… 원칙 무너지면 끝” 예산철에 마냥 ‘갑 오브 갑’일 것 같은 기재부 공무원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기재부 예산실은 계절에 따라 처지가 바뀐다. 정부 예산안을 만드는 여름철에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갑의 자리에 있지만 늦가을이 되면 국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을’로 뛴다. 예산실 공무원들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한이 최근 10년 사이 상당히 세졌다고 입을 모았다. 소위 힘센 실세 의원들이 예산안을 조율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 들어오면서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이다. 예산실의 B과장은 “10년 전만 해도 국회에서 만든 증액 검토 사업목록에 정부가 동의 여부를 O, X, △로 표시하면 의원들도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이제는 증액이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국회 차원의 쪽지예산 논란도 만성적인 골칫거리다. 올해는 대폭 삭감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안을 놓고 증액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돼 예산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도로, 시설 등 SOC 예산을 챙기려고 강하게 밀어붙일 게 뻔해서다. 예산실의 C과장은 “증액 검토 목록에 없는데 슬쩍 끼워 넣거나 합리성이 부족해 보이는 지역사업을 챙기려는 의원들의 요구가 가장 난처하다”고 말했다. 예산실 직원들은 국회 예산심의를 고도의 정신노동이라고 하소연했다. D과장은 “재정원칙과 기준에 따라 예산을 배분해야 하는데 명확한 민간 영역에 정부 지원을 요구하거나 지자체 사업인데 국고 지원을 하자는 압력이 들어온다”면서 “한 번 선례를 남기면 원칙이 깨지고 형평성 차원에서 다른 곳도 예산을 증액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심의철엔 국회서 상주… 인근 방 없어 사비 털기도 피로와 수면 부족은 예산맨이라면 으레 짊어져야 할 무게다. 본격 심의가 시작되는 11월 초부터 예산안 의결 시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실 직원들은 국회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오전 7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의원들의 요구 문건을 작성하고 예결위, 상임위원회, 국회예산정책처 등 국회 행정조직의 지적사항을 검토 보완하면 녹초가 되는 까닭에 경기지역 거주자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모텔 신세를 진다. E과장은 “예산 편성 시기에는 부처만 상대하지만 국회 심의 기간에는 의원, 보좌진, 지자체, 지역구 등 만나야할 이해관계자가 2~3배로 늘어나서 업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두세 시간이라도 눈을 붙이려면 외박을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기재부 예산실은 국회 앞 숙박업소와 제휴를 맺고 직원들이 출장 숙박비 한도 7만원으로 장기 투숙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계약 물량이 한정적이어서 사비로 10만원 넘는 방을 예약해 쪽잠을 청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서울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경찰, 백남기 사망사건 ‘국가책임 법적 인정’ 첫 추진

    공권력 인명 피해 매뉴얼 마련 인권 침해 현장 감시단도 운영 경찰이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찰청은 12일 백씨 유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국가 청구인낙’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청구인낙이란 피고인이 원고의 청구 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알리는 법적 행위다. 경찰이 민사소송에서 국가 청구인낙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철성 청장은 지난 11일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살수차 요원의 청구인낙과 관련해 경찰청이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진행 과정에서 경찰청이 청구인낙을 제지한 것처럼 오인할 여지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앞서 백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질 당시 살수차를 조작했던 한모·최모 경장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청구인낙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청구인낙 제출을 막았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러자 지난 6월 16일 이 청장의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경찰은 민사소송에서 국가를 법적으로 대표하는 피고인 법무부와 국가 청구인낙 추진을 협의하기로 했다. 또 경찰청장이 직접 유족에게 대면사과할 기회를 마련해 유족 측 요구사항을 적극 수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또 공권력 행사로 발생하는 인명 피해에 대한 조치 절차를 담은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다. 매뉴얼에는 ▲공개사과 및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위 구성 ▲피해자에 대한 의료·법률·피해회복 지원 ▲행위자 직무배제 및 지휘관 징계·수사 ▲국가 책임 인정 및 피해자 배상 ▲백서 발간을 통한 재발방지 등을 담기로 했다. 아울러 경찰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감시하기 위해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인권침해 현장감시단’을 운영하고 폐쇄회로(CC)TV 등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 폐기 금지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경찰이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앞으로 국가 공권력으로 인한 백 농민 같은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협회장은 “국가로부터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맞지만 국가가 청구인낙을 할 경우 법원의 판결 기회가 사라지는 만큼 법원에서 명확하게 판례를 남겨 주는 편이 향후 선례로도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세금 낼 만큼 잘사는 종교인들 반성해야”

    “세금 낼 만큼 잘사는 종교인들 반성해야”

    가난하고 국민 섬기는 삶 바람직 수입이 있다면 납세 의무 당연“종교인들이 국민들한테 ‘당신들 잘 먹고 잘사니까 세금 좀 내시오’라는 요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종교인으로서 성찰하고 반성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종교인이라면 국민들 평균치보다 더 가난하게 살며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강우일(72) 가톨릭 주교가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 지도자에게 일침을 가했다. 강 주교는 11일 전화인터뷰에서 “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인데 정기적인 수입이 있다면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수익사업을 하는 곳이 아닌 종교법인에 과세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종교인 과세는 종교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일본 조치대 철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3년 교황청 우르바노 신학대학에서 수학했다. 1974년 사제품을 받은 뒤 1986년 주교로 서품됐고 1995년 가톨릭대 초대 총장,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 등을 지냈다. 2002년부터 제주교구장으로 일하고 있다. 강 주교는 제주도 해군기지와 4대강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원자력발전소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등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가톨릭은 일찌감치 선구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1994년 주교회의를 통해 국내 16개 교구 중 과세표준에 미달하는 영세한 교구 세 곳과 월급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하는 군종교구를 제외한 12개 교구가 성직자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내기로 결의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강 주교는 “작고하신 김수환 추기경이 주도적으로 세금을 내자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회상했다. 강 주교는 “그전까지만 해도 다들 어려웠지만 이제 생활수준도 어느 정도 되고 정기적인 수입도 있으니 국민으로서 당연한 납세의무를 다하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특별한 반대 의견도 없었다”며 “다만 교구마다 상황이 제각각이니 교구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막상 세금을 내려고 하니까 오히려 세무서 공무원들이 선례도 없고 마땅한 지침도 없다면서 난감해했던 게 기억난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는 내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강 주교는 “선진국에선 신부나 수녀들이 당연히 세금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령 독일에선 성직자들이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기 때문에 원천징수 방식으로 소득세를 납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은 하느님 교리와 충돌하지 않는 한 해당 국가의 법률 준수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바티칸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대해 특별히 가이드라인을 만든 건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지진보험 가입 늘고 전기차로 전력 공급, 생존배낭 잘 팔린다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지진보험 가입 늘고 전기차로 전력 공급, 생존배낭 잘 팔린다

    세계 곳곳이 자연재해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은 ‘하비’와 ‘어마’ 등 잇따른 허리케인의 공습으로 약 15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멕시코 역시 연이은 강진으로 약 300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관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는 화산 분화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와 분화구 주변 위험지대에 사는 주민 5만명이 대피했다.갈수록 높아지는 재해의 공포가 세계 곳곳의 풍경뿐만 아니라 산업과 경제 등 생활 전반까지 바꿔 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는 점에서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입증했다. ●대지진 가능성 증가→보험료 인상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국가이자 지리적 여건상 끊임없이 화산폭발과 지진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일본은 지진 탓에 많은 것을 쉼없이 바꾸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자연재해가 가져온 일본의 다양한 변화를 엿보는 일은 어쩌면 더이상 자연재해로부터 방심할 수 없는 한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전국지진동예측지도 2017년판’에 따르면 지바시와 요코하마시 등은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지진 강도인 진도 6 이상이 30년 이내에 일어난 확률이 각각 85%, 81%로 나타났다. 고지시와 도쿠시마시 등도 각각 73%와 71%로 매우 높았다. 강진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 이유는 태평양판과 필리핀해 단층, 북미 단층이 서로 밀면서 초대형 지진을 일으키는 해저형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높아진 지진의 위협은 보험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6월 일본 보험업계는 지진보험료를 2019년 평균 3.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탓이다. 일본의 지진보험은 화재보험에 포함된 특약으로 가입하는 형태인데, 2016년 신규로 주택화재보험에 가입한 사람 중 지진보험 특약에 가입한 비율은 전년 대비 1.9% 포인트 증가한 62.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보험료가 높아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화재보험과 함께 지진보험 특약의 가입 비율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진 및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만 원전사태 등 다양한 형태의 전력난은 전력 공급형태 및 기술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자동차시장이 일찌감치 주력한 기술 중 하나는 V2H(Vehicle to Home)다.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가정용 전기로 활용하는 이 기술은 이미 일본에서 시판 중인 일부 전기차에 탑재돼 있다. 낮 시간에 여분의 태양열을 저장하고 밤에는 집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H는 실제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지진으로 전기 공급이 끊긴 가정들이 V2H 기술이 탑재된 자동차를 통해 비상전력을 공급받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기차 충전기 사용 가정 5000곳 넘어 지난 6월 국제 전기차 충전 표준규격기구 일본 차데모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충·방전 기능을 지원하는 V2H용 컨버터·충전기를 사용하는 일본 내 가정이 이미 5000곳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지진 등 자연재해 대한 두려움은 경제와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일본에서는 냉장고에 넣지 않고도 상온에서 7년간 보존할 수 있는 ‘7년 보존수’ 및 전투식량과 유사한 형태의 즉석식품 등이 포함된 생존배낭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형태와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올 추석에 떡이나 과일, 고기 대신 생존배낭을 선물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산업·생활문화 등에 걸친 변화가 모두 올바르다고 보긴 어렵다. 기술의 다양성과 보편성이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긴 하나 보험료 상승은 가계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심리적 박탈감을 확대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존배낭과 같은 안전제품이 자꾸만 다양해지고 많이 팔리는 것은 사람들의 불안심리가 증폭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간의 힘으로 제어가 가능한 자연재해는 없다. 꾸준히 변화하면서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는 한편 자연재해 대처 매뉴얼을 확보한 다른 국가의 선례를 유심히 살피고 이를 각자의 환경에 맞게 변형·적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재난의 공포가 바꾼 삶의 모습들

    [송혜민의 월드why] 재난의 공포가 바꾼 삶의 모습들

    세계 곳곳이 자연재해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은 ‘하비’와 ‘어마’ 등 잇따른 허리케인의 공습으로 약 15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멕시코 역시 연이은 강진으로 약 300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관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는 화산 분화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와 분화구 주변 위험지대에 사는 주민 5만 명이 대피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재해의 공포가 세계 곳곳의 풍경뿐만 아니라 산업과 경제 등 생활 전반까지 바꿔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는 점에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입증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국가이자, 지리적 여건상 끊임없이 화산폭발과 지진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일본은 지진이 많은 것을 쉼없이 바꾸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자연재해가 가져온 일본의 다양한 변화를 엿보는 일은 어쩌면 더 이상 자연재해로부터 방심할 수 없는 한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전국지진동예측지도 2017년판’에 따르면 지바시와 요코하마시 등은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지진 강도인 진도 6 이상이 30년 이내에 일어난 확률이 각각 85%, 81%로 나타났다. 고지시와 도쿠시마시 등도 각각 73%와 71%로 매우 높았다. 강진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 이유는 태평양판과 필리핀해 단층, 북미 단층이 서로 밀면서 초대형 지진을 일으키는 해저형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높아진 지진의 위협은 보험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6월 일본 보험업계는 지진보험료를 2019년 평균 3.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탓이다. 일본의 지진보험은 화재보험에 포함된 특약으로 가입하는 형태인데, 2016년 신규로 주택화재보험에 가입한 사람 중 지진보험 특약에 가입한 비율은 전년 대비 1.9%포인트 증가한 62.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보험료가 높아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화재보험과 함께 지진보험 특약의 가입 비율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진 및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만 원전사태 등 다양한 형태의 전력난은 전력 공급형태 및 기술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자동차시장이 일찌감치 주력한 기술 중 하나는 V2H(Vehicle to Home)다.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가정용 전기로 활용하는 이 기술은 이미 일본에서 시판중인 일부 전기차에 탑재돼 있다. 낮 시간에 여분의 태양열을 저장하고 밤에는 집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H는 실제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지진으로 전기 공급이 끊긴 가정들이 V2H 기술이 탑재된 자동차를 통해 비상전력을 공급받는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 6월 국제 전기차 충전 표준규격 기구 일본 차데모(CHAdeMO)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충·방전 기능을 지원하는 V2H용 컨버터·충전기를 사용하는 일본 내 가정이 이미 5000곳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지진 등 자연재해 대한 두려움은 경제와 산업분야 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일본에서는 냉장고에 넣지 않고도 상온에서 7년간 보존할 수 있는 ‘7년 보존수’ 및 전투식량과 유사한 형태의 즉석식품 등이 포함된 생존배낭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형태와 종류도 매우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올 추석에 떡이나 과일, 고기 대신 생존배낭을 선물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분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산업·생활문화 일면에 걸친 변화가 모두 올바르다고 보긴 어렵다. 기술의 다양성과 보편성이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긴 하나, 보험료 상승은 가계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심리적 박탈감을 확대하는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존배낭과 같은 안전제품이 자꾸만 다양해지고 많이 팔리는 것은 사람들의 불안심리가 증폭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간의 힘으로 제어가 가능한 자연재해는 없다. 꾸준히 변화하면서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는 한편 자연재해 대처 매뉴얼을 확보한 다른 국가의 선례를 유심히 살피고 이를 각자의 환경에 맞게 변형‧적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정부 부처는 지금 ‘무두절’… 기강 해이·국정동력 약화 우려

    정부 부처는 지금 ‘무두절’… 기강 해이·국정동력 약화 우려

    “사표를 이미 낸 사람이 오거나 사퇴를 요구받은 사람이 오는 경우도 있다. 참석 대상자가 아예 없어 직무대행이 오기도 한다. (사정을 뻔히 알아) 서로 민망하지만 모르는 척한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최근 정부 부처 합동회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각 부처의 1급(고위공무원 가급) 인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공직사회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1급 인사, 장관 뜻대로? “알면서…” 실물 경제를 이끄는 산업통상자원부는 1급 3자리가 공석이다.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정책실장, 자동차 등 업계 쟁점을 관장하는 산업기반실장, 외국과의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자리가 길게는 두 달, 짧게는 한 달 감감무소속이다. 산업부가 추천 명단을 확정해 청와대에 보냈지만 검증이 지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 후보는 ‘불합격’ 판정을 받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청와대에 1급 인사안을 보내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면서 “실장급 인사가 늦어지면서 국·과장급 인사도 도미노 중단 상태”라고 전했다. 산업부는 공공기관장 인사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일괄 사표를 제출한 발전 4개사 사장을 비롯해 챙겨야 할 산하 공공기관장만 41개에 이른다. 산업부 관계자는 “‘무두절’(無頭節·보스 없는 날)이 길어지면 내부 기강은 물론 조직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업무처리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일부 1급 실장들에게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1급 전원이 교체 대상이다. 자체 인사안을 마련하고도 정작 청와대 ‘결재’가 나지 않아 대기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청와대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고 일부 실장들에게 사퇴를 권고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실장 인사가 끝나야 국·과장급 인사도 할 수 있어 (인사가 마무리되려면) 연말까지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장관의 참모역인 실장급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최근 송영무 장관이 설화에 자주 연루되는 것도 “제대로 보좌를 받지 못해서”라는 얘기가 나온다. 송 장관이 국방정책실장 등 주요 실장급을 예비역 장성이 아닌 민간 출신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을 ‘야심 차게’ 밝혔지만 정작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중장 이하 군 장성 인사와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장관의 인사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최근 국방과학연구소장 공모에서 자격 요건을 크게 완화하고 공모 일정을 여러 차례 연기하는 등 특정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대선 공신들의 논공행상 때문에 복잡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손도 못 댄 1급 인사, 이유는 제각각 1급 5자리가 있는 교육부는 아직 ‘첫 단추’도 끼우지 못했다. 앞서 지난 5월 기존 1급 가운데 공직 입문이 가장 늦은 박춘란(52·행정고시 33회) 당시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이 차관으로 발탁되자 “1급 전원 물갈이에 준하는 대대적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로서는 1급 인사가 당장 ‘발등의 불’이다. 5자리 중 학교정책실장과 서울시 부교육감 자리가 비어 있고, 대학정책실장 자리는 2급(고위공무원 나급) 공무원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 초 1급 인사 대상자 명단을 정리해 국가정보원에 신원 조회를 맡겼는데 이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 조사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책 추진이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성 인사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 등에 연루된 공무원을 직급 강등한 ‘선례’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당행위가 확인된 공무원에 대해 책임을 물을지는 추후 논의할 문제이지만 최종 결정은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역시 1급 인사가 오리무중이다. 조직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이미 사표를 제출한 이윤섭 기획조정실장과 이민호 환경정책실장 등이 계속 업무를 챙기는, 어정쩡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출범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장관조차 구하지 못한 상태다. 최종 결정권자가 없다 보니 인사와 정책 모두 사실상 방치 상태나 다름없다. ●‘찔끔 인사’에 복도통신 기승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자리만 마지못해 메우거나 장관 스타일에 따라 띄엄띄엄 방을 붙이는 ‘찔끔 인사’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빈자리를 메우는 ‘원포인트’식 1급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취임 후 차관 승진으로 공석이 된 기획조정실장에 김재정 국토도시실장을 발령했다. 이후 교통물류실장이 명예퇴직해 자리가 비자 김정렬 도로국장을 승진시켰다. 국토부 관계자는 “언제 누가 인사 날지 몰라 ‘복도 통신’에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다”면서 “부동산 등 풀어야 할 정책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인사가 너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획재정부도 1급 인사가 답보 상태다. 1급 6명 중 4명의 거취가 불확실하다. 1명 정도만 산하기관 수장으로 나가고 나머지는 ‘바깥 자리’를 못 잡아 유임될 것이라는 등 뒷말만 무성하다. 통일부는 1급 6명 중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이라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내부 승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전(前) 정권 인사들을 내보내고 새 인사를 발탁하려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대전청사에 입주해 있는 외청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장은 임명됐지만 실제 안살림을 책임지는 차장 인사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산림청만 하더라도 김용하 차장이 지난 7월 물러났음에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두 달 가까이 빈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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