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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고양에선] 숨죽였던 ‘일산의 허파’ 다시 숨쉰다

    [지금 고양에선] 숨죽였던 ‘일산의 허파’ 다시 숨쉰다

    ‘일산 신도시의 허파’가 살아날까.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중산동 일대 고봉산 습지보전 시민운동이 6년간의 지난한 장정을 거쳐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고층 아파트에 파묻힐 뻔한 3만 3000평의 산자락과 습지가 주민의 환경운동으로 살아나는 성공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환경과 개발의 접점은 주택공사와 고양시는 지난해 11월 고봉산 습지 보전대책에 합의했다.1만 3000평중 4000평은 고양시가 공공용지로 매입해 습지보존 관련부지로 쓰고, 나머지 9000평은 생태학습장 형태의 쉼터로 주공이 시에 기부채납한다는 내용이다. 고양시는 4000평 매입금 152억원과 주공의 주택사업 손실금 보전차원에서 일산2지구 경의선 풍산역 주변도로 개설비 100억원을 부담한다. 시는 부족한 재정형편을 감안해 152억원은 무이자 장기분할로, 도로개설비는 도지원비 40억원을 받은 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공은 택지조성사업이 끝나는 올 연말까지 일시불로 정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는 지원의 법적근거와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불가를 통보했다가 고양시가 시비를 들여 개설해야 하는 도시계획도로 시설비 40억원을 지원하기로 최근 결정해 타결의 물꼬를 텄다. 주공은 “시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단독주택 단지로라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시불·연불’ 논란에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들은 주공지역본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며,5월말 지방선거전 최종 타결을 촉구하고 있다. 고봉산 습지보전에 의욕을 보이지 않는 시장출마자들에 대해선 낙천운동을 벌이겠다며 양측을 압박하고 있다. ●고봉산은 작지만 큰 산 고봉산은 해발 208m에 불과하지만 일산에서 가장 높다. 정발산과 함께 고양시의 대표적 도시림이다. 황룡산∼건달산∼풍동∼정발산을 잇는 생태축이며, 풍부한 식생을 갖췄다. 경작지가 변한 습지는 산정상에서 이어지는 주요물길로 일부 훼손된 부분을 복구하면 예전에 서식했던 반딧불이(천연기념물 322호)의 회귀도 가능하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그러나 주변은 1980년대 이후 도시화가 급속 진행됐다. 주공이 1999년 해발 70m까지의 산자락을 포함한 일대 25만평에 일산2 택지지구사업을 추진하면서 2000년 4월부터 시민과 환경단체들이 보존을 요구했다. 산자락을 배경으로 C-1블록이 배치됐다. 주공은 국민임대 2700가구, 공공임대 1000여가구와 민간분양 아파트 6000여가구를 계획하면서 경관이 빼어난 C-1블록 밤나무숲과 숲 위쪽 산자락(1만 8000평), 아래쪽 습지에 중대형 아파트 건축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C-1블록에 포함된 산자락 1만 8000평과 나머지 1만 5000평(밤나무숲 2000평, 습지 1만 3000평)에 대해 원형보전을 주장했다. 또 습지 아래 근린공원부지 1만 2000평도 원형을 보존한 공원으로 만들라고 요구했다. 이에 주공은 2001년초 산자락 1만 8000평을 경관녹지로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근린공원도 환경단체의 입장을 수용했다. 그러나 습지 2000평만 추가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양측의 기나긴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단식농성까지 시민단체들은 ‘고봉산 1평 사기’를 통한 내셔널트러스트 캠페인, 환경콘서트, 그림전, 숲 체험교실 운영은 물론 천막농성에 나섰다. 습지보전에 악영향을 줄 310번 도로 이설공사를 막기 위해 정상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가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24시간 농성에 들어갔으며, 급기야 시공사측과 격렬한 충돌도 발생했다.‘고봉산 사수대’가 조직되고 릴레이 단식농성도 이어졌다. 같은해 6월4일 천연기념물 324호인 솔부엉이 한마리가 습지 주변에서 탈진한 채 발견된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솔부엉이가 인근 아파트의 벽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돼 큰 반향을 일으켜 보전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주택공사에 압박을 가했고, 장회익 서울대명예교수 등 환경전문가들이 습지보전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현장 생태보고서를 내는 등 지원했다. 중산고를 비롯한 각급 학교에서도 고봉산 리포트를 과제물로 내 운동에 동참했다. 운동기금 마련을 위해 습지주변 버려진 논에 벼를 심고, 현장에서 잘려나간 주목으로 목걸이도 제작했다.‘고봉산 살리자’는 문구를 적은 손수건·펜던트도 제작했다. 수많은 시민이 성금모금에 동참했다. 고봉산 보전은 올 들어 가닥이 잡혔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주공은 지난 1월 습지 가운데 공공시설용지 4000평과 물고임이 적은 3000평 등지에 외부토사를 반입해 깔았다. 그러자 대책위측은 토사 회수를 요구중이다. 대책위는 지난달 28일 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를 방문, 습지훼손 규탄시위를 열고 고양시청과 주공본부앞 1인 시위도 계속하고 있다. 오는 17일엔 호수공원에서 고봉산 사진전을 열고,4월2일엔 나무심기와 습지주변 야생화심기 행사도 갖는다. 또 생태학습장이 들어설 때 환경전문가 등의 자문을 통해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계획이다. 고양시도 지난해 4월부터 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진행중인 시 전역 생태조사에 고봉산 습지를 우선적으로 선정, 구체적 보전방안을 구상중이다. 주민이 고봉산 습지를 지켜낼지 주목된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고봉산 생태환경은 ‘고봉산 습지는 지리산보단 못해도 길동생태공원보단 자연적이다.’ 서울시립대 한봉호교수가 2004년 4월 발표한 ‘고봉산습지 환경생태보전 및 생태공원 조성방안’을 보자. 이에 따르면 고봉산 습지엔 산갈나무 군집을 비롯, 밤나무·상수리·신갈나무·산벚나무·진달래 등이 다양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11만 9000㎡의 산림중 16%인 1만 9000여㎡는 녹지자연도 최상등급인 8등급이다.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호)와 오색딱따구리·직박구리·굴뚝새·노랑지빠귀·붉은머리오목눈이·노랑턱멧새 등 16종의 새들이 관찰됐다. 양서류인 개구리·산개구리와 잠자리가 말즘·개구리밥·여뀌·물달개비·부들 등 45종의 습지식물 틈에서 산다. 돼지풀·미국가막사리·개망초·서양민들레 등의 귀화식물도 서식하나 도시화지수는 9.7%(10% 미만이면 양호한 자연생태계)이다, 이는 지리산(6.4%)에 비해선 높지만 서울 길동자연생태공원(11%)에 비해 양호하다. 한 교수는 습지내 초본식생을 복원, 개구리연못·수생식물원을 조성하고 성토되어 밭으로 이용되는 습지는 자연경관을 복원해 수생식물원과 논경작 체험원이나 갈대원으로 활용토록 제안했다. 늪지와 물길이 합류하는 지점에 식생을 복원하면 도심숲과 습지의 성공적인 보전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포클레인 막은 주민들이 일등 지킴이 도심 주변 산·습지 보전 선례 됐으면” “고봉산엔 산의 정령이 사나 봐요. 고비마다 꺼져가는 고봉산 살리기 불씨를 다시 지피게 도와준 분들을 모아준 것 같아요.” ‘고봉산보전 공동대책위’ 김미영(39) 사무국장은 지난 2000년 당시 6살 외아들을 업고 고봉산 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농성현장과 지킴이 초소에서 캠페인과 행사를 기획하는 브레인이자 행동대장이었다.2004년 5월 단식땐 11일을 굶고 실신하기까지 했다. “‘우리동네 나무·흙 퍼내지 말라.’며 포클레인 앞을 막아선 시민들이 진정한 주역들이죠. 자비로 생태보고서를 만들어준 한봉호 박사님 등 환경전문가들의 은혜를 잊을 수 없고요. 가장 힘들 때 다친 몸으로 날아와준 솔부엉이도 고맙지요.” “고봉산 보전운동에 뛰어들 때만 해도 습지의 중요성을 잘 몰랐었다.”는 김씨는 “고봉산 보전운동이 개발에 떠밀려 사라지고 훼손되는 전국의 도심주변 산과 내륙습지를 보전하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55㎝의 단신인 그녀는 “지난 6년간 힘들고 안타까워 수도 없이 울었다.”며 “번역일을 하는 남편의 외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부모가 농사짓는 고향 포천에서 한때 농민회일도 보았다.2000년 고양녹색소비자연대 창립멤버로 사무국장을 맡아 소비자상담·생협운동의 활동을 벌였다. 광우병 파동때 국산 건강식품에 수입 우골분이 섞여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무국장직을 최근 내놓고 조만간 공동대표직을 맡을 예정이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판교청약 ‘3주 전략’] 동·서판교 장단점 비교

    [판교청약 ‘3주 전략’] 동·서판교 장단점 비교

    판교 청약에는 중요한 선택이 뒤따른다. 쾌적성이 앞선 서판교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역세권과 교통여건이 뛰어난 동판교를 고를 것인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나뉘는 동판교(경부선 동쪽)와 서판교(〃 서쪽)의 입지를 분석한다. ●쾌적성을 우선하면 서판교가 최적 서판교는 주거환경이 쾌적한 것이 장점. 자연친화적으로 개발한다는 뜻이다. 하천과 공원, 골프장 등이 모두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단지 뒤편으로 37만평 규모의 금토산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저밀도 개발로 평균 용적률이 148%에 불과하다. 용적률이 적은 만큼 쾌적할 수밖에 없다. 또 대형 평형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집중돼 판교신도시 내에서도 ‘부촌’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진원이엔씨와 모아건설 부지는 생태하천으로 복원되는 운중천을 등지고 있어 친환경 주거단지로 부각될 전망이다. 서판교 단지 주변으로는 유치원 2곳, 초등학교 4곳, 중학교 3곳, 자립형 사립고 등 고등학교 4곳이 들어설 계획이다. 교육여건은 동판교에 비해 약간 떨어지지만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서판교는 동판교보다는 교통여건이나 생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강남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도로가 경부고속도로뿐이고, 성남∼여주선 서판교역이 있지만 신분당선으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 서판교는 동판교보다 혐오시설이 경미하다. 변전소, 쓰레기자동집하시설 등이 건설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하지만 서판교의 경쟁력이 동판교보다 약간 높다는 의견이 많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서판교 금토산공원은 37만평 규모로 분당 중앙공원의 3배 이상으로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의 요지, 역세권으로 뜰 동판교 동판교의 최대 장점은 교통이다. 분당과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분당∼내곡 고속화도로,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등이 가깝고,2009년 12월에는 신분당선도 완공된다. 때문에 대중교통을 통한 강남 접근성이 서판교보다 훨씬 좋다. 동판교 중심에는 신분당선 판교역이 들어선다. 때문에 판교역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특히 판교역 인근에는 중심 상업용지가 있어 백화점과 테마상가, 주상복합건물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교육여건도 서판교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판교 인근에 들어서는 에듀파크에는 교육정보기술 관련 고등학교, 대학원, 도서관 등이 세워진다. 단지 주변에 유치원 1곳, 초등학교 5곳, 중학교 3곳, 고등학교 3곳이 지어진다. 동판교에는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소각장, 쓰레기자동집하시설, 납골당 등 주민혐오시설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선다. 향후 집값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민간업체 가운데는 풍성주택과 이지건설만이 동판교에서 아파트를 공급한다. 서판교보다 임대아파트와 소형 평형이 상대적으로 많고 주상복합시설과 상업시설이 집중돼 평균 용적률이 175%로 높아 쾌적성은 떨어진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분당 등 다른 신도시의 선례를 볼 때 동판교와 같은 역세권 아파트가 주거선호도나 가격면에서 앞선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DNA분석 결과 조작 윤현수·이양한 책임”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수사가 이달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이번 주중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기로 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5일 “당사자들끼리 말이 엇갈리고 있어 정밀한 수사가 필요하다. 주중 결론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은 DNA 분석 결과 조작에 윤현수 한양대 교수와 이양한 국과수 분석실장의 책임이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줄기세포 조작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이날은 윤 교수와 황우석 서울대 교수, 김선종 연구원이 나흘째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2005년 논문 교신저자인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에게 보낸 질의서 회신이 오지 않는 것도 검찰수사가 늦어지는 이유다. 섀튼 교수의 진술서는 줄기세포 조작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학계 등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논문조작과 관련된 세부적인 의혹 하나라도 소홀히 넘기지 않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황 교수 등을 소환하기에 앞서 50여일 동안 연구원 등을 조사한 검찰은 어느 정도 내부 결론을 내린 사안에 대해서도 핵심 관련자들의 해명과 의견을 다시 한번 듣고 있다. 선입견없이 수사하겠다는 점도 거듭 밝히고 있다.●권대기·김선종 엇갈린 진술 여전 2차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김 연구원의 ‘바꿔치기가 불가능한 이유에 관한 해명서’와 관련해 황 교수팀 연구원의 반박을 모두 들었지만, 김 연구원에게 다시 확인 작업을 거치는 식이다. 김 연구원은 해명서에서 “서울대 줄기세포 배양을 위해 미즈메디에서 만들어 서울대에 가져간 영양세포 가운데 쓰고 남은 18∼19개는 권대기 연구원이 인큐베이터에 넣어 보관한다. 이 안에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가 섞여 있다면 2∼3일 동안 자라 권 연구원에게 발각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 연구원은 “김 연구원이 영양세포마다 NT2,NT7 식으로 라벨을 붙여왔고, 배지를 갈 때마다 김 연구원이 지목한 영양세포를 꺼내줬다.”고 검찰 조사에서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해 다시 “영양세포를 줄기세포마다 지정해서 쓸 이유가 없다. 라벨을 붙이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반출하다가 자전거 사고로 모두 쏟아버렸다는 권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연구원은 “왜 자전거를 타고 가느냐.”라고 반문했다. 검찰은 이처럼 핵심 관련자들의 엇갈리는 진술에 대해서도 생명공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있어 예상보다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전문가 조언 듣느라 수사 길어져 황 교수 등이 소환되면서 수사에 대해 미국의 AP통신 등 외신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과학 연구 결과에 대한 검찰 수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글로벌 수사’다.검찰이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국제적인 선례를 따져본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논문조작 등에 대해 외국에서는 ‘검찰수사-형사처벌’ 수순을 밟는 것보다는 대학 또는 연구소 차원의 징계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경우 검찰수사가 황 교수 등 관련자들의 요청에 따라 시작됐다는 점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미국-인도 핵협상 타결

    미국-인도 핵협상 타결

    미국과 인도의 숙원 과제였던 ‘핵(核)협력 협상’이 타결됐다. 두나라는 정치·경제 분야의 ‘전략적 동반자 시대’를 열게 됐다. 미국은 인도에 민수용 핵기술을 제공하며 11억 인구의 ‘대규모 에너지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인도를 방문 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모한 싱 총리는 2일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끝낸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핵협력에 최종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핵협력의 전제 조건은 인도가 민간 핵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공개, 사찰을 받는 것이다. 인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이다. 미국은 인도에 최첨단 민간 핵기술을 이전하고 연료를 공급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리는 인도의 에너지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인도로서도 경제성장의 핵심 조건인 에너지 확보를 성사시킨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는 NPT 미가입국인 인도의 향후 가입 여부와는 별도로 이뤄지는 협력이다. 미국의 민간 핵기술 이전은 선례를 찾기 힘든 거의 ‘특혜’에 가까운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양국의 핵협정이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선 미국의 원자력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45개국으로 구성된 핵공급그룹(NSG)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핵협력으로만 파생되는 경제적 가치는 200억달러(약 20조원)로 추산된다. 현재 양국의 교역량중 기계류부문 무역량은 270억달러(약 27조원)나 된다. 기계류 무역량중 상당부분은 에너지와 관련돼 있다. 핵협력에 따라 미국은 막대한 부가가치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인도의 중산층은 3억명 정도로 추정된다. 롭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1일 “양국 교역액이 3년 내에 배로 늘어나면서 5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인도 진출에 대한 미국의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도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인도의 핵개발 등으로 소원했던 양국이 본격적인 정치·경제적 협력을 구축하면서 전략적 동맹 관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으로선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가 중국을 견제할 효과적인 ‘전략 카드’이자 대(對) 테러전을 수행할 국가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양국 정상의 협상 타결에는 ‘전화 외교’가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AP통신은 부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이 순방국으로 향하는 동안 전화통화가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의 미 영사관 부근에서 두차례에 걸쳐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미 CNN 방송은 4명이 숨지고 49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외교관 1명이 사망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이 나의 파키스탄 방문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일 파키스탄을 방문할 예정이다. 폭발은 출근 시간대인 오전 9시15분쯤(한국시간 오전 11시15분) 카라치 시내의 미 영사관 부근에 자리잡은 메리어트 호텔 뒤편에서 일어났다. 셰이크 라시드 아흐마드 파키스탄 공보장관은 “첫번째 폭발 후 5∼10분 뒤 두번째 폭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적어도 하나는 폭탄이 적재된 자동차가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美·佛 긴 허니문 예고 왜?

    ‘프랑스와 미국이 밀월관계를 누릴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는?’ 뉴욕타임스(NYT)는 1일 불편한 관계였던 미·프랑스 두나라가 우호적인 분위기속에 협력관계를 다져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밀월관계’를 누릴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프랑스는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등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심한 반목을 겪었던 두나라는 지난해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에 즈음해 관계를 회복한 뒤 끈끈한 관계로 발전하면서 국제정치적 지형을 바꿔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양국 관계개선 차원을 넘어 미국과 유럽간의 관계회복, 유럽의 친미정책으로의 복귀조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NYT는 두나라가 지난해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의 철수, 이란 핵개발 등에서 긴밀한 협조관계를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겨냥,‘다극화 세계건설의 필요성’을 부르짖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주 인도 방문에서 이같은 표현을 자제했다.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다. 귀국 뒤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까지 해가면서 이란 핵개발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를 협의한 것도 진전된 관계를 보여준다. NYT가 ‘왜 두나라는 굳건한 동반자가 됐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밀월 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를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부상에 따라 이들의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통 이해관계를 프랑스와 미국은 공유하게 됐다. 둘째, 이슬람 테러 위협이 더 커져가면서 미국과의 협력이 더 절실해졌다. 셋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취임 후 독일이 반미에서 대미 관계개선에 힘을 실으면서 독일과 유럽연합(EU)내 주도권 경쟁을 해 온 프랑스로서도 미국과의 관계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넷째, 프랑스에서 EU 헌법비준이 부결되는 등 유럽통합 일정이 지연·표류하자 미국이란 대안을 생각하게 됐다. 다섯째, 프랑스도 ‘핵 선제공격가능’ 등 국가안보측면에서 미국과 유사한 정책을 쓰게 됐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에 테러 공격을 감행하는 국가에 핵무기 등 비 재래식 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여섯째, 제2기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동맹국과의 협력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독단에 대한 프랑스의 거부감이 줄고 관계개선의 여지를 넓히게 됐다. 일곱째, 시라크와 부시의 안보보좌관들이 친밀한 관계를 수립하면서 원활한 대화 통로를 갖게 됐다. 모리스 G 몽테뉴 프랑스 안보보좌관은 스테판 해들리 미 안보보좌관은 물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도 잘 통하는 관계다. 여덟째,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프랑스에서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나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장관 같은 우파적인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는 등 사회적인 우경화 바람도 미국과의 유대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아홉째,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역할 확대에 대해 프랑스가 묵인해주면서 미국의 대테러전쟁 확대를 용인한 것도 협력의 선례를 만들면서 관계 진전을 촉진시켰다. 열번째, 미국내에서 영화 등 프랑스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우호·협력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지금 전남에선] 오답노트로 ‘스스로 반복 학습’ 주효

    [지금 전남에선] 오답노트로 ‘스스로 반복 학습’ 주효

    인구 4200여명의 전남 화순군 능주면. 이곳에 자리한 능주고(교장 김옥현·61)가 전국 농·어촌 고교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다. 전국 30여개 고교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견학을 다녀갔다. 능주고 교사들이 만든 국어, 영어, 수학, 논술작성 요령 등 학습자료집 20여종도 인기다. 이 학교는 한정된 자원으로 놀랄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화순군내 12개 읍·면 소재 중학교에서 신입생(180명)의 90% 이상을 뽑는 능주고는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신바람 교육론’을 앞세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지도한다. 끊임없는 오답노트로 반복학습을 병행한다. 김옥현 교장은 “신입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통한 자기주도 학습법을 개발토록 훈련시킨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교육비 한푼이 안든다. 입학식을 하기 전 2개월 동안에는 영어·수학의 보충수업으로 실력과 학교 적응도를 높인다. 의자에 똑바로 앉기 등 학습자세를 가르치고 휴대전화와 술·담배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 학생들이 감동하도록 솔선수범한다. 올 대입에서 입학때 꼴찌를 맴돌던 학생이 명문대에 합격한 것은 좋은 선례다. 양동현(52) 교감은 “1학년때 대외 학력시험을 보면 고득점자가 2∼3명에 불과하지만 여름방학이 끝나면 20여명으로 급증한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 교사 39명과 학생들이 갖는 자긍심은 그래서 주민들이 시기할 정도로 대단하다. 학생들은 주중에는 밤 9시30분까지, 토·일요일은 오후 6시30분까지 자율학습을 한다. 물론 교사들도 함께 한다. 양 교감은 “교사들에게 제발 좀 퇴근하라고 재촉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웃었다.3학년의 경우에도 체육시간을 넣어 긴장한 근육을 풀어주고 유산소 운동도 시킨다. 학습 능률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능주고는 논술지도 특성화 학교로 지정될 정도로 남다른 비법이 있다. 올해도 농특으로 연대 의대 4명 정원에 2명, 전남대 의대 2명 정원에 2명을 모두 합격시켰다. 화순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미스아닌 미스코리어 金志娟

    미스아닌 미스코리어 金志娟

    『저도 떳떳이 새 생활을 열어보기 위해 영화계에 나가렵니다. 너무나 암울한 나날만 보냈읍니다』- 연기인지 꾸밈인지는 모르겠으나 금년도「미스·코리어」진(眞)을 「미스」가 아니란데서 실격한 - 말하자면 「미스·코리어」를 「미스」한 「미스·코리어」- 불운의 「퀸」김지연(金志娟·21)은 영화계에「데뷔」 하는 심경을 털어 놓았다. 김지연(金志娟)양은 요즘 한강변의 시영 H「아파트」에 살고 있다. 동거인은 오빠 김광수(金光洙·28)씨 부부. 약 1개월 전에 서울 시내 갈월동94의 집을 나왔다. 부모님 곁을 떠나 비교적 자유로운 오빠부부의 감독 밑에서 살아 보기 위해서란다. 그녀의 출연작품은 태창(泰昌)흥업의『상해(上海)의 방랑자(放浪者)』 (전우열(全右烈)감독). 지난 7월 2일부터 뚝섬의 촬영장에 나가고 있다. 계약금은 50만원. 이 중 20만원은 이미 받았단다. 金양은 허장강(許長江)군과 공연, 그의 외동딸 역을 맡게 됐는데 42「신」에 나오는 완전 주역. 열심히 일해서 훌륭한 배우가 되겠단다. 『저로서도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겠읍니까? 집에서 부모님의 신세만 지고 놀 수는 없으니까요. 「패션·모델」과 영화계의 두 길을 일단 생각해 보았읍니다. 그 중 「모델」에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읍니다. 이번 기회를 잡아서 저는 저대로 자기자신의 앞날을 걸어 보는 것입니다』 金양은 미인 탓인지「미스·코리어」眞 에 실격하면서 구설수가 따랐다. 고급 「바·걸」 이라는둥 비밀요정의 「호스테스」라는둥 그럴싸한 소문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뒤따랐다. - 金양이 나가는 요정에서는 줏가가 더 올랐다는 소문이던데? 『그 일(실격된 것)이 있은후 저는 집 안에 박혀 있었어요. 그 난리를 치러 놓고 제가 아무리 뻔뻔스럽기로서니 그런데 나갈 수가 있겠어요?』 - 소문은 상당히 구체적인걸요. 가령 「팁」이 얼마에서 몇만원으로 뛰어 올랐다느니 혹은 남자손님들이 金양의 실격을 위로해 주는 위로잔치를 베풀어 주었다느니 해서 말입니다. 『아이 참 멋대로 쓰세요. 그렇지만 「팁」이 몇 만원으로 뛰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룻밤에 몇만원 벌 수 있다면 정말 나가 보겠어요. 그런데 한 군데 소개해 주세요. 영화계 보다 그 쪽이 낫겠어요』(똑 바로 쳐다 보던 얼굴을 옆으로 숙이고 눈을 내려 깔더니 오른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이마에 경련이 스친다) 『기자들을 만나면 사형선고를 받는 것 같았어요. 오늘은 옛날의 제가 아니고 영화계에 나가는 병아리 김지연(金志娟)으로서 만나고 있읍니다. 옛날 일은 너무 들추지 말아 주세요』 金양은 그동안 거리를 나다니는 것도 무서웠다고 실토한다. 『「미스·코리어」가 된 뒤부터 (실격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남의 눈이 두려워서 행동을 더 조심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동거하고 있는 올케와 같이 남대문시장에 갔을 때 그녀의 움직이는 곳마다 인파가 쏠렸다. 그것도 여자 구경꾼들. 그 여자들 사이에서는 별의 별 소리가 다 나왔다. 『저게 실격한 「미스·코리어」래!』하는 소리에서 『뻔뻔스럽지』라느니 『「미스·코리어」를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하는 따위, 돌멩이가 날아 올까 봐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녀에게 반갑지 않은 말을 던지든지 눈을 흘기고 지나가는 사람은 모두가 모두 여자들. 남자들은 의외로 관대하더란다. 한번은 반도·조선 아케이드에 「쇼핑」을 갔을 때의 일. 金양을 한번 보기 위해 남녀 가릴 것 없이 온통 사람 울타리를 이루어 빠져 나오지를 못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목욕도 집에서 하든가 언니와 독탕을 이용했다. 복장학원으로 나가 「디자인」을 공부할 생각도 해 보았지만 사람 눈이 무서워 그만 두었단다. 되도록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영화계의 등쌀로 그만 또 세상에 나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金양이 「미스·코리어」에 실격되자 모친은 고혈압으로 성모(聖母)병원에 열흘동안 입원을 하는 소동도 빚었다. 그러한 난리 속에 끈질기게 영화계인사들이 출연교섭 공세를 펴왔다. 출연교섭을 해 온 영화사가 열 손가락은 넘는다. 실격 첫 날부터 전화「벨」이 울리면 영화사에서 온 것 이었다. 계약금도 경쟁의 도에 따라 20만원에서 30만원, 40만원, 50만원으로 껑충껑충 뛰어 올랐고 50만원 보다 더 내겠다는 제작자도 있었다. 영화출연 교섭경위에 대해 오빠 김광수(金光洙)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받으면 많이 받든지 안 받으면 아예 안받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하기로 우리들은 마음 먹고 있었읍니다. 그래서 출연영화의 「시나리오」를 사전에 읽어 보기도 했고 누가 감독을 하느냐를 검토하기도 했읍니다. 너무 어려운 역을 맡아서 「데뷔」와 동시에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고 여동생을 잘 키워 주는 믿을 수 있는 감독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말은 제1회 작품의 연기에서 성공을 거두면 「스타돔」으로 향해 발돋움해 보겠다는 金양의 마음가짐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해 준다. 『전(全)감독이 제 친구입니다. 그래서 여동생을 한 번 맡겨 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것도 좋든 나쁘든 「매스콤」에 알려진 허명(虛名)을 선전으로 한번 이용해 보겠다는 속셈인지도 모르죠.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믿고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옆에서 金양이 말을 이었다. 『모든 것이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저는 실격사건을 통해 세상공부를 많이 했읍니다. 새 인생의 「스타트」를 끊으려는 것입니다. 저를 좀 도와주세요』 21세의 젊은 나이치고는 파란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金양이 부모에게 끼친 심려의 횟수만해도 첫 번째가 65년 5월 시내 P여고를 3학년에서 퇴학당했을 때였다. 두 번째가 아직 법률상의 남편이 되어있고 한 때는 함께 살림을 한 김태문(金泰文·23)씨 와의 결혼식(67년 10월 31일)때. 이 때도 金양의 가정에서는 모두가 결혼에 반대했다. 그것을 무릅쓰고 김태문(金泰文)씨와 결혼했다. 세 번째가 반년도 못가서 결혼에 실패하고 친정으로 돌아 왔을 때. 이번에는 결혼에 반대하던 부모와 오빠들이 이혼에 반대했다. 일단 시집간 여자는 그 남편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완고한 가풍으로. 이 때도 金양의 모친은 집안체면이 망했다고 앓아 누웠다. 그리고 네 번째가 「미스·코리어」실격사건. 그때의 「쇼크」는 새삼 말할 것도 없겠다. 게다가 본인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고급요정에서 인기를 독점하는 일류 「호스테스」가 되어 있다는 입방아는 여전 가시지 않고 있다. 『저는 저대로 이번 출연을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읍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해서 부모님들을 안심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것은 저에게 꼭 한번의 기회를 달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스·코리어」로 뽑힌 미녀 중 김미정(金美貞),손미희자( 孫美喜子), 서양희(徐良姬) 의 3명이 영화계에 요란스럽게 「데뷔」했지만 3명이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고독하게 사라져 갔다. 심지어 이중 한명은 현재 비밀 고급요정의 「호스테스」로 나가고 있다고 한다. 金양이 이러한 선배들의 선례를 깨뜨리고 우리나라 영화계의 빛나는 성좌의 일각을 차지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선데이서울 69년 7/6 제2권 27호 통권 제41호]
  • [문화마당] 한국속의 세계미술/신정아 동국대 교수·성곡미술관 학예실장

    내가 어렸을 적에 제일 갖고 싶었던 물건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만든 연필이었다. 펄이 들어간 초록색에 초록색 지우개가 달린 이 연필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연필을 포함해 미국에서 만든 노란색 연필들보다 훨씬 더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의 연필이었다. 당시 아빠가 사우디에 가서 일하는 친구들은 이 연필을 갖고 있었다. 나는 너무나 이 연필이 갖고 싶어 우리 아빠만 보면 사우디에 가서 일하라고 보채곤 했었다. 지난 몇 년동안 우리나라에는 많은 해외전시가 있었다. 방학이면 으레 학생들을 겨냥한 유명 브랜드 작가들의 전시가 줄곧 이어졌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컬렉션을 비롯해 로댕, 샤갈, 피카소, 미로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전시회가 열리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물론 그 중엔 유명세만큼 알찬 전시회도 많았지만, 유명한 외제 브랜드에 의존한 채 허상만 남긴 전시회도 적지 않았다. 해외 작가들의 활발해진 전시회 덕분에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 또한 활기를 띠게 되었고, 이제는 국내·국외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지난 연말부터 서울 청계천 복원 상징 조형물인 올덴버그의 ‘스프링’이라는 작품설치에 대한 항의로 미술계는 시끄러웠다.KT에서 35억원을 기부받아 구입되는 올덴버그의 이 작품은 무엇이 문제일까?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내작가 350명에게 1000만원씩 지원한다면 국내 미술계를 위해 훨씬 가치있게 쓰일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한 올덴버그는 이름과 디자인을 제공할 뿐이지, 작품의 제작은 서울의 한 공방에서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인 올덴버그는 대량소비와 물질숭배, 그리고 인간소외의 위기의식이 가득했던 1960년대 미국사회에서 생활속에 너무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톱, 타자기, 햄버거, 담배꽁초 등 평범한 물건들을 엄청난 크기로 확대하기도 하고, 섬유나 비닐을 이용한 부드러운 조각을 선보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을 새롭게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 준 작가이다. 그런 올덴버그의 깊이 있는 작품세계와 우리나라 공방의 섬세한 손길이 만나 청계천을 더욱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려는 의도로 바꾸어 생각해 보면 어떨까? 도쿄에 가면 프랑스 작가 다니엘 뷔랭의 줄무늬 조각이 있고, 이탈리아에는 프랑스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이 안토니 가우디의 장식적인 귀엘 공원에서 영감을 받아 타로카드에 등장하는 22개의 캐릭터를 모자이크 기법을 이용해 만든 타로 공원이 있다. 뉴욕의 파크 애비뉴 52번가에 가면 영국작가 리처드 롱의 조각이 있고, 독일과 네덜란드에도 올덴버그의 작품이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있다. 왜 유독 우리는 우리 작가들의 작품만 고집해야 하는가? 세계화를 지향하는 이 시대에 유명 세계 작가의 작품 한점 조차도 수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세계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국내 작가들을 지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해외 작가들의 좋은 작품 선례를 통하여 우리 미술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연필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새로운 디자인의 연필을 보면 꼭 사게 된다. 특히 해외 여행을 할 때면 곳곳에 있는 가게에 들러 예쁘고 쓰기 편한 연필들을 찾게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내가 고르는 연필들의 상당수가 Made in Korea이다. 이제는 해외에서 만드는 연필보다 국내 연필이 더 견고하고 세련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릴 적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만든 연필을 갖고 싶어 하던 것이 무색할 만큼 이제 ‘한국제’ 연필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만든 연필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 이것은 아마 어릴 적 내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만든 예쁘고 세련된 연필을 갖고 싶어하던 것처럼 우리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훌륭한 장인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정아 동국대 교수·성곡미술관 학예실장
  • [박동섭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외국 법원서 혼인무효 판결 한국서 호적정리 안해줘요

    Q몇년 전 필리핀에서 살다가 필리핀 여자와 혼인해 아이를 낳고 동거했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사이가 나빠져 필리핀 법원에서 혼인 무효판결을 받았습니다. 필리핀에는 이혼이라는 게 없고, 이혼을 하려면 혼인 무효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즉 필리핀에서의 혼인 무효판결은 한국의 이혼판결과 같은 것입니다. 혼인 무효판결로 국내에 호적부를 정리하려고 본적지 면 사무소에 제출했더니 거부를 당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 허석준(37·가명) A 한국법원에서 외국판결에 대한 집행판결을 다시 받아야 호적정리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서도 외국법원의 판결은 어느 정도 인정해주지만, 이혼·혼인무효·입양무효 등 사건과 같은 신분관계의 판결은 좀 다릅니다. 미국법원에서 이혼판결을 받았거나, 일본에서 혼인무효 판결을 받았다면 이 판결을 갖고 국내 호적을 정리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 호적예규에 외국법원의 이혼판결에 기한 호적사무 처리지침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지침은 민사소송법상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 외국법원의 이혼판결이 우리나라서도 유효하다고 정했습니다. 이 때에는 외국판결의 정본 또는 등본과 판결확정증명서, 각 번역문을 첨부해 이혼신고를 하면 됩니다. 이혼소송을 통해 이혼을 당했다면 소장이나 기일통지서 등을 적법한 방식으로 송달받아 두어야 합니다. 공시송달로 외국판결을 선고받아 판결문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 판결은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합니다. 제 때 판결문을 송달받지 못했다면, 소송에 응소해 다투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면과 송달에 관한 증명서의 번역문이라도 제출해야 합니다. 이혼신고를 내면 호적공무원은 이혼신고에 첨부된 판결의 정본 또는 등본을 보고 해당 외국판결이 국내 민사소송법이 정한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를 심사해 그 수리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조건의 구비여부가 명백하지 않을 경우, 즉 ▲외국판결의 확정여부가 불분명할 때 ▲송달의 적법여부가 불분명할 때 ▲외국법원의 판결절차가 진행될 당시 당사자가 그 나라에 거주하지 않았을 때 ▲외국판결의 효력이 의심스러울 때는 반드시 감독법원에 질의하고 그 회답을 받아 호적정정 등 사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판결에 따른 이혼신고에 동의하거나 외국법원의 이혼판결에 대해 민사소송법에 의한 집행판결을 국내법원에서 받았다면 감독법원에 질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약하면 외국법원의 이혼판결로 국내에서 호적 정정신청을 하는 게 의심스러울 때에만 감독법원에 질의하면 됩니다. 외국법원이 이혼판결을 내린 게 아니라 혼인의 무효·취소 판결을 내렸을 때에는 국내 법원에서 집행판결을 받아야 호적 정정신청 또는 호적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호적선례인데, 앞으로 호적선례는 발전적으로 개선되어야겠습니다. 이혼판결이나 혼인무효·취소 판결을 구별할 특별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필리핀 법원의 혼인 무효판결로는 곧바로 한국의 호적관청에서 호적정정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그 판결에 대한 집행판결을 국내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런 소의 청구취지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필리핀 마닐라 지방법원 1호 0123-4호 민사사건 혼인무효 판결의 집행을 허가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라고 쓰면 됩니다. 집행판결 청구사건을 심리할 때 국내법원에서는 해당 외국판결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않고 재판합니다. 국가간에는 상호 주권존중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 남북 아이스하키대회 열흘 앞으로

    남·북 강원도 아이스하키팀이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춘천에서 화합의 경기를 펼칠 전망이다. 강원도는 21일 북강원도를 방문해 아이스하키팀 친선경기를 논의한 결과 다음달 2일부터 남·북 아이스하키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측 아이스하키팀은 국가대표급 수준의 선수들로 구성되며 선수단 25명과 임원 10명 등 모두 35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강원랜드 아이스하키팀을 비롯, 대학·실업선발팀 등과 춘천 빙상장에서 친선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강원도는 앞으로 북측과 조율해 자세한 일정을 추가로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북측 아이스하키팀 한국 방문은 지난해 9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강원도 민속문화축전에서 양측이 합의한 뒤 본격 추진됐다. 당시 북측은 7개 항에 합의하면서 민속문화축전의 답방 형식으로 아이스하키팀의 방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 아이스하키대회가 열리면 2014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효과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도 남북협력담당관실 관계자는 “북측의 아이스하키팀 방문은 지방간 교류 활성화의 선례를 남긴 것이다.”면서 “세부적인 일정을 곧 확정해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인천 경제자유구역 명암 “국내기업 역차별” 곱잖은 눈길

    인천 경제자유구역 명암 “국내기업 역차별” 곱잖은 눈길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위해서 행정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복잡하고 수익창출에 부담이 되는 각종 규제가 존재하는 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법에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조항이 들어있다. 하지만 이를 외국기업에만 한정해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자유구역인지 규제구역인지 헷갈린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외자유치가 중요하지만 개발 초기 국내기업의 입주는 외국기업 유치에 선도 역할을 한다. 국내기업조차 들어가지 않는 곳에 선뜻 투자할 외국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행정규제 중 가장 민감한 것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적용 여부다. 경제자유구역법 제17조는 외국기업에 한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적용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과밀억제권역’에서는 공장 신·증설 및 법인 신설시 취득·등록세가 3배 중과돼 사실상 기업 입주가 어렵다. 송도국제도시 7∼11공구와 청라지구는 과밀억제권역이며, 송도 1∼6공구와 영종지구는 성장관리권역이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청측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적용배제 대상에 국내기업도 포함시키고, 과밀억제권역인 청라지구 등을 규제가 덜한 성장관리지역으로 전환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특례 규정을 통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피해간 파주 LCD공장과 같은 예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수도권 과밀억제 원칙을 훼손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자유구역이 지역발전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만큼 대승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외국기업 종사자에게만 주택 공급물량의 10%를 특별공급토록 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국내 대기업의 공장 설립을 어렵게 한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외국기업에만 세금감면 혜택을 준 지방세법 등도 ‘손볼’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외국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조차 과감한 투자를 끌어들이기에는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일반법으로 제정된 것이 규제 완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자유구역법이 도시개발법, 택지개발촉진법 등과 상충될 때 이들 법의 효과 배제를 위해서는 관련부처의 협조 아래 해당 법령의 개별적 정비가 필요하다. 인·허가 역시 다른 부처와의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타 부처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기에 섣불리 경제자유구역의 민원(?)을 해결해줄 수 없는 처지다. 외국인 학교와 병원 설립을 위한 관계법 제·개정이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제자유구역법을 특별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여러 여건으로 미뤄 특별법 제정은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행정규제 완화를 실질적으로 협의 할 수 있는 부처간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재정경제부에 설치된 경제자유구역위원회가 이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 경제자유구역이 있는 지역 시·도지사를 참여시켜 경제자유구역과 관련된 의견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외국기업엔 만만찮은 준조세 ‘걸림돌’ 경제자유구역 입성을 노리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또다른 요인은 준조세 성격의 각종 개발부담금. 준조세가 우리나라에 비해 많지 않은 외국의 기업들에게 부담금은 경제자유구역의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제자유구역법 제15조 2항은 “필요한 경우 개발사업시행자에 대해 개발부담금, 농지조성비, 대체초지조성비, 대체산림자원조성비, 교통유발부담금, 생태계보전협력금, 공유수면 점용·사용료,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개별법이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강제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법률 8개 가운데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 농지법, 산지관리법, 공유수면관리법 등 4개만 개정됐다.50%가 감면된 농지조성비의 경우 정상적으로 하면 청라지구 GM대우연구소 농지조성비 53억원 등 모두 2355억원이 부과된다. 법 개정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부처들은 특혜 논란과 함께 다른 사안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청측은 경제자유구역법 제15조 2항을 의무조항으로 변경하는 동시에 개별법의 부담금 부과사항에 경제자유구역 제외조항을 삽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서울신문 탐사보도-고학력시대의 그늘] 13·14세 늦깎이 초등생 남매

    충남 천안시 C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장경희(가명·14·여) 경태(가명·13) 남매는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정규 교육과정에 발을 내디뎠다. 도박 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아버지를 따라 수차례 거주지를 옮긴 탓에 6년 동안 의무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들 자매는 주민등록조차 말소돼 무적(無籍) 상태를 지속하다 2004년 초 동사무소에 재등록을 했다. 하지만 뒤늦게 의무교육을 받으려고 시도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경희양은 자신의 나이보다 1년 늦은 6학년에 편입했으며 경태군은 자신의 나이에 맞는 학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 남매의 학력수준은 초등학교 6학년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버지가 직장에 나간 뒤 학교에 다니지 않았던 장씨 남매는 PC방이나 동네 골목길을 전전했다.6년 동안 한두달 정도 학습지를 통해 한글과 구구단을 가까스로 깨우쳤을 뿐이다.2004년 지인의 도움으로 지역 공부방에 등록한 뒤 1년 정도 수업을 받았지만 6년의 공백을 채울 수는 없었다. 장씨 남매를 지도한 공부방 교사 김정아(36·여)씨는 “처음에는 또래 집단과 어울리지 못해 사회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며 언어 표현력도 공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세탁일을 하던 남매의 아버지 장태수(가명)씨도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무학자(無學者)였다. 장씨는 아이들이 자신처럼 기술을 배우면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혼으로 가정도 해체됐다. 이들 남매는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이리저리 거처를 옮기던 장씨는 2003년 천안에 정착했다. 지인이 아이들을 안타깝게 여겨 공부방에 보내라고 했으나 장씨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공부방 교사들의 설득이 이어졌다. 또 교사들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알아봤다. 해당 교육청에서는 “선례가 없다.”면서 편입시키는 것을 꺼렸다. 교사 김씨는 “평범하게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인생에서 크게 상처를 받을 수 있다.”면서 “짧은 기간이라도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 아이들이 자신감을 되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공부방 교사들은 아이들의 검정고시를 준비했으나 1년에 단 한 차례 치르는 중입 검정고시 시험날짜는 이미 지났다. 경태군은 당시 만 12세를 넘지 못해 자격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사들은 다시 해당 교육청의 문을 두드렸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들 남매를 받아들이겠다는 초등학교 교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 남매는 방과후 지역 아동센터에서 보충수업을 받고 있으며 인근 중학교에 배정받았다.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지만 학업 성적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금융권 ‘덩치 키우기’ 경쟁

    금융권 ‘덩치 키우기’ 경쟁

    금융권이 본격적인 몸집 부풀리기 경쟁에 돌입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오는 2008년 이전까지 남보다 먼저 최고 경쟁력을 갖춘 ‘금융투자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자산투자 시장은 4∼5개 대형사가 나눠 갖고, 나머지는 전문사로 남거나 소형사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사, 은행의 투자시장 결전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스스로 금융투자회사의 중심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통합법을 가장 반기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가능하다면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에 대한 계열사 통합 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변신의 기반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금융투자회사를 증권·선물·자산운용·신탁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금융기관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고객의 자금을 어음관리계좌(CMA) 등을 통해 신탁받은 뒤 주식, 채권, 파생상품, 선물 등에 투자하는 일은 증권사가 적임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우리(12.13%), 삼성(10.46%), 현대(10.14%) 등 증권주가 일제히 초강세를 보이면서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은행들은 금융투자회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대단위 지점망이 상품 판매에 최고의 강점이어서 금융권 재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 고객이 투자를 원하면 계열사, 제휴사로 묶인 금융투자회사를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미 증권사를 자회사로 거느린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서인지, 느긋한 표정이다. 반면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통합법의 실제 주체이지만 덩치가 너무 작아 조바심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이합집산이 시작되면 전체 46개 운용사 가운데 시장점유율 1%도 안 되는 20여곳이 퇴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농협·동양종금등 다크호스 주목 전문가들은 개인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줄 능력이 충분한 금융 그룹으로 은행계에서 우리, 하나+대투, 농협 등을 꼽았다. 이에 맞설 비은행계에선 삼성, 미래에셋, 동양종금을 예로 든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과 함께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자산운용이 모두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적립식펀드처럼 매력적인 투자상품만 개발한다면 판매와 수익률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계열사인 대한투자증권과 투신운용이 이미 펀드 시장의 강자다. 농협은 금융사를 골고루 갖춘데다 지점이 5000여개에 달해 ‘다크호스’로 주목된다. 삼성증권은 투신운용과 함께 나란히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카드와 연계된 마케팅을 구사할 수도 있다. 미래에셋은 수익률 경쟁시장에서 ‘펀드의 명가’다운 저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금증권은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지만 이미 개인 자산에 대한 종합관리에 상당한 노하우를 쌓은 것으로 평가돼 의외의 돌풍이 예상된다. ●금융권통합 컨설팅·자산증대 TF팀 편성 분주 삼성증권은 자본시장통합에 따른 변화와 대응책을 놓고 수차례 내부 회의를 했다. 내부 의견은 계열사인 선물회사의 통합에는 이의가 없으나 자산운용사 흡수는 외국에도 선례가 드물다는 이유 등으로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제적인 컨설팅 전문가에게 금융권 통합의 향방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통합법 발표 직전에 내부 인력으로 구성된 ‘자산증대 TF팀’를 편성하고 올 상반기에 7조원 이상의 자산를 늘리기로 했다. 금융시장의 주도권이 우선 몸집 싸움에서 갈릴 것으로 내다본 움직임으로 보인다. 자산운용협회는 이날 긴급 설명회를 갖고 “자산운용사와 판매망인 증권사의 결합은 투자자 보호나 펀드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노대통령 신년회견] 분야별 회견요지

    ●양극화 우리 재정과 복지지출 규모에 대해 책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증세논쟁으로 끌고 가서 정략적 공세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은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반대하는 일을 무리하게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지금은 증세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감세주장의 타당성을 먼저 따져 봐야 할 때다. 한편으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기초연금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감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돈 쓸 일은 끝없이 내놓으면서 세금을 깎자는 주장의 타당성과 책임성을 따져 보지 않으면 그나마 어렵게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재정마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 국정은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더라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정책은 실현될 수 없다. 모든 문제에 대통령이 먼저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부동산 올 들어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값이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시장원리와 맞지 않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추가적인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부동산 투기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교란하는 일이 없도록 완벽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8·31 대책이 입법화되고 나면 수요공급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킬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책은 어떤 면에서 게임이다.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해 집요한 노력들이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무력화하기 위한 여러 집단의 노력이 있다. 우리 정부가 대처해야 한다. 완벽한 제도를 만들면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 분명히 말씀드린다. 부동산 투기는 성공하지 못한다. 환율·유가 불안요인이 없지 않으나 지금까지 이런 불안요인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낙관적 전망을 가진 사람만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스스로 건강에 의지있는 사람이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다. ●외교 북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한다는 점에 서는 한·미간 이견이 없다. 다만 한국정부는 북한의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을 가하고 때로는 붕괴를 바라는 듯한 미국 내 일부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한·미간에 마찰이, 이견이 생기겠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견이 없다. 북한의 위조지폐와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결론을 내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실무자에게 맡기겠다. 한·일간 과거사 문제는 일본 주장대로만 할 수 없고 한국 주장대로만 할 수도 없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좋은 선례가 있는 만큼 그런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 신사참배의 의미는 고이즈미 총리 혼자서 해명한다고 해서 객관화되는 것이 아니라 참배 행위가 한국민에게 받아들여지는 의미도 고려해야 하고 객관적으로 갖는 의미를 존중해야 한다. 이런 원칙이 전제돼야 타협과 양보가 있지, 그렇지 않으면 미봉책이다. ●정치 탈당 발언은 당내에서 그와 같은 얘기도 나오고 있으니 옛날에 있었던 일들을 과거형으로 얘기한 것이다. 민주당과의 통합에 관한 소신은 영남과 호남 등 어느 지역에서도 정당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연정 제안 구상의 얼개는 대통령 후보 때부터 얘기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대통령제냐 내각제냐보다 소연정이나 대연정 등의 모델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다. 유시민 의원 입각 문제는 여러차례 언급한 대로, 어느 나라 대통령도 각료를 임명하는 데 당에 가서 표결 부치는 일이 없다. 처음부터 바로 임명했으면 될 텐데 좀 의논해 보자하고 했던 것이 문제를 크게 만들었다. 그점은 실수로 인정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칙하는 사람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전례없이 여당에 대한 수사, 압수수색까지 하고 있지 않으냐. 앞으로 그 시기 시기 큰 조류를 보고 가면서도 현실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균형있는 선택을 위해 고민할 것이다. ●사회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참여정부의 의지만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시대적으로 필요한 요구이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고 많은 국민의 간절한 요구가 있어 정책으로 현실화된 거다. 어느 정부가 이것을 하기 싫어 잠시 미룰 수는 있지만 시작된 것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혹시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사업은 차질없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돌이킬 수 없도록 토대를 참여정부 임기 안에 굳건하게 놓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더욱 완벽한 보상을 원하는 주민들의 요구도 일리가 있다. 부분적으로 미흡한 부분은 손질하라고 여러번 지시해 구체적 부분에 있어 전과는 다른 많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문제는 아직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당사 기관간에 합의가 이뤄지면 좋겠다. 아니면 당정협의를 통해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야 되겠다는 상황이 되면 결정을 내리겠다. 아직은 좀더 기다릴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러·중, 이란핵 안보리 회부 ‘제동’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기려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안보리 회부 찬성으로 입장이 기울었다던 러시아와 중국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반대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푸틴 “자극적인 움직임 삼가야” 이상기류는 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감지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 핵문제와 관련,“이란이 핵 활동 동결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안보리 이관은)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자극적이고 잘못된 움직임은 삼갈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EU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외교부도 성명을 내고 “모든 관련국들이 절제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가세했다. 이날 런던에서 러시아·중국과 긴급협의를 가진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 등 EU 3국은 IAEA에 다음달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란핵의 안보리 이관 문제를 논의해 줄 것을 요청키로 합의했다.EU측 외교관계자는 그러나 안보리 이관문제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동의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 문제는 당장 합의되기 힘든 사안”이라고 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게르노트 에를러 독일 외무차관도 독일 TV와의 인터뷰에서 “ IAEA 결의안의 내용과 목표에 관해서도 참석자간 의견이 엇갈렸다.”고 밝혔다.●IAEA 이사회서도 합의 어려워 이날 6개국이 합의한 대로 IAEA의 임시이사회가 열려도 안보리 이관을 둘러싼 이사회 내부의 진통은 불가피하다.IAEA의 35개 이사국에는 러시아·중국뿐 아니라 이란에 우호적인 시리아, 리비아, 베네수엘라, 쿠바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관례대로라면 이사국 중 일부가 적극적으로 반대할 경우 결의안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더 큰 난제는 이란의 핵활동 재개 선언이 IAEA의 핵확산방지조약(NPT)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EU와의 약속을 어긴 것 뿐이라는 데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에 대한 제재가 다른 나라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사국들이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자국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러시아로 옮기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골람레자 안사리 모스크바 주재 이란 대사는 러시아 TV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제안을 건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조심스럽게 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개성공단 유적 첫 조사보고서 발간 조유전 토지박물관장

    “사상 처음으로 북한에서 남북이 함께 문화유적 발굴조사를 벌인 만큼, 앞으로도 체계적인 공동조사가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4년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1단계 부지에서 시작된 남북 최초의 공동 문화유적 조사를 담은 학술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한국토지공사 토지박물관과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등 50여명이 함께 벌인 작업의 산물이다. 토지박물관 조유전(64) 관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400쪽이 넘는 두꺼운 학술보고서를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현재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100만평 규모의 개성공단 1단계 부지 내에서 남북 학자들이 벌인 문화유적 지표·시굴·발굴조사는, 개발지역에 산재하는 문화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남북이 뜻을 모아 시작했다. 개발사업으로 파괴될지도 모르는 우리 민족의 문화유적을 보존하자는 공동의 목표를 세운 결과, 현장조사가 끝난 뒤에도 실무자들이 1년여간 만나 공동보고서 발간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조 관장은 “보고서를 만들면서 시대구분·학술용어 등 이견이 있었지만 차분히 논의한 결과 만족할 만한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이번 공동조사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으며, 향후 문화·학술교류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남북 조사단은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구석기 타제석기부터 조선시대 백자편까지 모든 시기에 걸친 다양한 유물을 확인한 것. 이 중 삼국시대 전기 주거지 내부시설인 ‘ㄱ’자형 온돌은 중부지방 주거지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구석기시대 문화상을 잘 보여주는 주먹도끼가 개성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굴됐으며, 임진강 일대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빗살무늬 토기편도 출토됐다. 조 관장은 “각종 주거지와 건물지, 분묘 등을 조사하면서 남북을 아우르는 시대별 생활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북한에서도 개발에 앞서 문화유적 보존을 고려해야 한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향후 개발과 관련한 북한 유적지 보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장,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등을 거쳐 지난해 말 토지박물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조 관장은 우리나라 유적 발굴사(史)의 산 증인. 그는 “30년 넘게 발굴·보존에만 주력하다가 개발과 관련된 토지박물관으로 옮기려니 고민이 컸다.”면서 “그러나 개발과 발굴, 보존은 결국 함께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최종길교수 유족에 15억배상 강제조정

    1973년 ‘유럽 거점 간첩단 사건’과 관련, 중앙정보부의 조사를 받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의 유족에게 국가가 15억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유족들은 명예회복을 주장하며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혀, 결국 법원의 선고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 조용호)는 최 교수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지난달 말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최 교수의 아내와 아들에게 각각 5억원, 딸에게 3억원, 최 교수의 남매 5명에게 각각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강제조정을 내릴 경우 결정문 송달 뒤 원고와 피고가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정식 재판 절차를 진행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 재판부는 “원고는 국가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을 원하지만 기관의 특성상 나서서 시인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조사중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과 유족들이 몇십년간 간첩의 자식으로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시효 소멸 등의 문제가 있는 만큼 이 정도 금액의 배상에서 정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그러나 유족들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최 교수의 아들인 최광준 경희대 법대 교수는 “많은 의문사 사건의 전형적인 케이스인데, 국가의 책임을 밝히지 않고 조정으로 정리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피의자 면담거부 경찰관 기소

    대전지검은 5일 검사의 구속전 면담을 위한 수사 지휘를 거부한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김모 경감을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검사의 정당한 수사지휘를 사법경찰관이 자의적으로 거부한 사례”라면서 “정당한 수사지휘권을 확립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이 구속전 피의자 면담제도의 법적 근거가 없고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제도는 헌법이 규정한 검사의 영장청구권, 형사소송법의 검사의 수사권 및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 등 법적근거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또 구속 전 면담을 통해 체포의 적법성, 구속영장 신청 요건의 충족 여부를 검사가 직접 조사하는 등 인권침해의 우려가 없고, 대전지검에서만 재작년 18명,2005년에도 이 사건 발생 이전까지 19명 등 모두 37명에 대해 구속전 면담을 실시한 선례가 있다고 밝혔다.대전지검은 지난달 13일 충남 경찰이 수사한 상습사기 혐의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전 피의자 면담을 요청했으나 경찰이 거부하자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직무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혐의로 그 경찰관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해 왔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미술과 기부의 만남’

    ‘미술과 기부의 만남’

    한 예술가의 유족이 국내 첫 온라인 갤러리란 실험적 전시와 함께 ‘미술과 기부의 만남’이란 새로운 예술문화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국 퍼포먼스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고 강국진 화백의 미망인 황양자(58)씨는 남편의 실험적 예술혼을 이어받아 ‘강국진닷컴’(www.kangkukjin.com)을 개설, 국내 처음으로 온라인 개인전을 연다.12일 정식 오픈하는 갤러리에선 강 화백의 작품 500여점은 물론, 작가의 생전 활동을 담은 방대한 기록을 담았다. 또 작품 판매 액수의 20%를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약정서를 체결함으로써 미술 전시에 기부문화를 접목한 새로운 예술풍토 조성에 나선다. 고 강국진 화백은 네온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이용한 실험적 작품인 ‘시각의 즐거움’(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을 남기는 등 국내 최초로 테크노 아트를 시도했으며, 한국적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한 현대 판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다. 황양자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작품과 작가 관련 기록을 제한없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작가의 실험적 예술혼에 부합하는 온라인 전시회라는 답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온라인갤러리에선 유화 350여점과 판화 등 황씨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물론,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걸려 있는 대작 ‘역사의 빛’(300호) 등 국내 주요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강 화백 작품들을 기법과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작품 관련 평론, 보도자료, 에세이, 고인에 대한 회고록 등 폭넓은 자료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방대한 작품 규모와 기록은 그동안 자료 빈곤에 허덕이던 미술 전공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황씨는 기대했다. 또 일반 애호가들도 언제 어디서나 작품 감상과 작가의 정신세계를 향유할 수 있어 미술 대중화를 위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부 약정서 체결은 예술계의 기부문화에 신선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름다운재단 유창순 국장은 “작고한 작가의 뜻을 소외계층과의 나눔의 방식으로 실천하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1회성이 아니라 그림 판매액 중 상당액을 지속적으로 지원받게돼 문화예술계의 나눔운동 확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0) 예언에 관한 일화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0) 예언에 관한 일화

    ‘정감록’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다. 주제를 40개 정도로 나눠 일년 가까이 연재를 해왔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한 부분이 아직도 많다. 우선 생각나는 것이 예언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들이다. 그 중엔 그냥 버려두기 아까운 것이 꽤 많아 몇 가지를 간추려 보았다. 특히 암울했던 일제시대엔 독립을 향한 민중의 염원이 간절해서인지 각종 예언과 관련된 일화가 많았다. 또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동학과 관련된 일화도 빼놓을 수 없다. ●예언에서 찾은 조선독립의 희망 1920년대에는 천도교가 예언과 관련해 많은 일화를 남겼다. 천도교는 동학의 후신이라 이상세계의 실현에 대한 믿음이 유달리 강했다. 당시 교단 지도부는 재정에 충실을 기하려고 성미(誠米) 적립운동을 펼쳤는데, 성미운동에서도 예언이 등장했다. 대강 이런 식이었다. 천도교 신도는 성심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끼니 때마다 가족 수만큼 쌀 한 숟가락씩을 모아 교단에 바쳐야 된다고 했다. 하늘은 성미가 많고 적음에 따라 신도들의 성심을 상중하로 판단해 장부에 기재하므로, 성심이 깊으면 복을 많이 받지만 적거나 없으면 벌을 받는다고 가르쳤다. 교단에 따르면, 교조 최제우는 동학이 창건된 지 61주년째 되는 1920년 한국에 갱생한다 했다. 세상에 다시 내려온 최제우는 오만 년 무극대도(無極大道)를 펼쳐 전세계를 통일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연맹을 대신해 세계정부를 세운다 했다. 이것은 정말 믿기 어려운 예언이었다. 기독교의 재림예수이야기를 방불케 한다. 천도교 신도들은 교단의 가르침을 성심껏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 했다. 그들 각자가 바치는 정성은 하늘을 감복시켜, 성미를 많이 바친 이는 새 세상에서 고위관직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본인은 물론, 자손들까지도 무한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르침은 통했다.1920년경 천도교 측이 거둔 성미 수입은 당시 화폐로 수십만 원이나 되었다. 참고로, 일제말기 초등학교 교원의 초임은 45원에 불과했다. 천도교의 성미운동을 식민지 당국은 사기적인 약탈행위로 간주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성미는 물론 천도교단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되었으나, 그 상당부분은 독립운동과 계몽운동에 투입되었다.1919년의 3·1운동 때도 천도교 측은 운동자금의 대부분을 부담했다. 그 뒤에도 천도교 측은 ‘개벽’과 같이 선진적인 계몽잡지를 발간했고 농촌운동을 일으켰다. 기꺼이 성미를 적립했던 신도들도 마음속으로 조선독립을 꿈꾸고 있었다. 심지어 천도교의 곁가지인 무극대도교나 상제교 측도 그러했다. 무극대도교는 일제의 보안법을 자주 위반한 것으로 유명했다. 상제교도 교주 김연국이 상제로부터 홍서(紅書)를 받았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또 다른 일파인 수운교도 교조 최제우를 부처의 후신으로 보았다. 이들 교단은 여러 예언을 동원해 곧 지상천국이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지상천국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독립을 기본전제로 했다. 일제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런 신종교에 입교하게 된 동기는 ‘감언이설´을 믿었기 때문이다. 실상 그것은 단순한 감언이설이 아니었다.“이 교단”은 혁명 즉, 정권창출에 성공할 것이고 따라서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배출하게 되며,“이 교”에 입교해 신앙 활동을 잘 하면 생활이 안정되고 새로운 정치지배세력의 일원이 된다는 확신이 뚜렷했다. 이미 언급한 천도교 등 여러 신종교들을 비롯해 보천교, 금강도 및 청림교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역시 기존 예언서인 ‘정감록’을 중시했고, 거기에 자기네 나름으로 새 예언을 덧붙였다. 심지어 전혀 이름조차 없는 소규모 단체들도 ‘정감록’에 기대어 독립을 점쳤다.1931년 3월31일,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경찰서 고등계는 경북 상주와 문경 등지에 사는 평범한 남녀 주민 4명을 보안법 위반자로 검거했다. 당시 40∼50대 나이로 장년층에 속했던 이들은 조선독립을 목표로 비밀결사를 조직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들은 ‘정감록’의 한 구절,“땅값이 똥값이 되며 천 마리 말이 소가죽을 입는다.(土價如糞 馬千牛服)”라는 대목을 장차 반드시 일어날 미래의 현실로 받아들였다. 그들의 해석은 특이했다. 장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10년간 지속된다고 보았고, 결과적으로 일본은 멸망하고 조선독립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 된다 했다. 우연한 일이지만 이 예언은 거의 들어맞았다.1939년 제2차대전이 터졌고, 전쟁은 장기화되었다. 일본은 연합국 측에 패전해 무조건 항복했으며, 마침내 한국은 해방되었다. 그런 주장을 펼치던 사람들은 ‘정감록’ 예언을 따라 십승지를 찾아갔다. 그들은 경북 상주군 화북면 중대리에 있는 우복동에 주목했다. 거기 피난처를 정한 다음, 그들은 조선독립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1928년 5월, 우복동에서 결사를 맺고 사찰을 지어 승려로 가장했다. 이웃한 지역사회에서는 그들의 취지에 공감해 사찰건립기금을 낸 사람이 20명가량이나 되었다. 우복동의 ‘선민’들은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진인 정씨의 출현을 기다리며, 그 때 긴요하게 쓰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종교 교육활동에 몰두했다 한다. 사실 19세기 이후 한국에는 수많은 예언이 난무했다. 그 중엔 ‘정감록’에 전혀 나오지 않는 예언도 많았다.1933년 8월21일, 충청북도 영동 출신의 박모라는 사람은 그동안 누구도 풀이하지 못한 예언시를 독자적으로 해석했다. 그 일부가 우연히도 사실로 입증되었다. 문제의 예언시는 첫 구절이 이러했다.“봄날 나무에서 원숭이가 우니 귀신도 알지 못한다.”(猿啼春樹鬼不知)는 것이다. 박 도사는 여기 나오는 원숭이(猿)를 임신년 즉 1932년으로 간주했고, 그 해 3월 만주국이 창건될 것을 예견한 시라고 주장했다. 시의 둘째 구절은 “비바람이 치는 날 닭이 울 때”(一天風雨鷄鳴時)라 했다. 박 씨는 닭이 울 때(鷄鳴時)를 계유년(1933)으로 상정했다. 그 해에 만주국의 주권을 둘러싸고 국제회의가 열린다고 예견했다. 회의에서 일본이 만주를 불법 점령한 사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며, 그 결과 일본은 국제연맹을 탈퇴하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내다보았다. 엄밀한 의미로, 이것은 틀린 해석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긴 흐름에서 볼 때, 만주국의 성립은 장차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리란 예고편이었다. 그 전쟁이 확대되어 마침내 1939년, 세계 제2차대전으로 번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박씨의 예언 풀이는 제법 타당한 점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예언시의 마지막 부분은 “만국이 진을 이루고 개가 울 때” (萬國成陳犬吠時)란 구절이었다. 박씨는 이 구절에 대해,“개가 울 때”(犬吠時)는 갑술년(1934)이며 만주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세계전쟁이 유발되고 악성 전염병이 유행한다는 뜻이라 했다. 그러나 그 말대로 1934년에 무슨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식민지 시대 말기에는 일본의 패망을 예언한 대본교(大本敎) 같은 신종교도 있었다. 그 교주 왕인은 1945년에 “국체변혁”(國體變革), 즉 일본이 망한다는 예언을 내놓았다. 그의 위험한 발언이 나오기가 무섭게 식민지 당국은 대본교의 교당을 헐어버렸다. 왕인 등 교단 지도부도 몽땅 체포했다. 본래 왕인이란 사람은 농부였다. 그런데 예언능력이 탁월해 신종교의 교주가 된 것이다. 그는 교당의 터를 잡을 때 여기를 파면 반석같이 큰 바위가 나오리라 예언했다. 과연 그 말 대로였다. 세상 사람들은 왕인이 땅속까지 꿰뚫어보고 일제의 패망을 예견할 만큼 형안을 가졌으면서도, 자기 교당이 허물어질 줄은 미처 내다보지 못했다며 비웃었다. 중요한 사실은 평범한 개인이든, 크고 작은 신종교 단체든 일제시기 내내 많은 한국인들이 늘 조선독립을 점쳤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예언은 대부분 ‘정감록’을 토대로 했다.‘정감록’은 민중의 희망이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동학과 정감록-최제우, 동학정신에 정감록 ‘弓弓乙乙’ 담아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는 ‘정감록’에 대해 미묘한 태도를 보였다. 동학경전을 읽어보면 그는 정감록을 믿는 것 같으면서 부정하고, 부정하는 듯하면서도 믿는 것 같다. 그가 “기이한 동국 참서”, 즉 ‘정감록’을 손에 쥐고 들려준 가르침을 좀 풀어보면 이렇다. 과거 임진왜란 때는 이재송송(利在松松 이여송 형제가 도움이 됐다)이라 하였고, 가산 정주 서적(西賊 홍경래 난)때는 이재가가(利在家家 가만히 집에 있는 것이 좋았다)라고 ‘정감록’ 등에 기록돼 있지. 다 맞는 말이었네. 그런 선례를 본받아 우리의 미래도 한번 설계해 보세. 앞으로 세상을 제대로 살려면 ‘정감록’에 나오는 구절이네만 이재궁궁(利在弓弓 궁궁이 유리하다)을 알아내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봐야 하네. 매관매직을 일삼는 세도가들도 그 마음은 오직 궁궁에 있는 듯하고, 돈 많은 부자들도 궁궁만 찾고 있네. 거지들도 궁궁, 풍수에 미친 사람들도 궁궁촌을 찾아 더러 깊은 산중으로 들어간다네. 더러는 서학(西學 천주교)에 입교해 그것이 궁궁인 줄로 믿고들 있지. 세상 사람들이 옳거니 그르거니 따지는 것이 몽땅 궁궁에 관한 것뿐이네. 그러나 제 몸을 닦고, 집안일을 바로 다스리지 않은 사람이 강산을 찾아가면 뭐하나. 경박한 세상 사람들 같으니! 다들 이익이 송송(松松)이니 가가(家家)에 있다고 한 말뜻은 겨우 알아낸 듯하지만 정작 궁궁이 무엇인줄은 전혀 모르고 있군. 최제우는 자신이 발견해낸 종교적 진리가 바로 궁궁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자신의 가르침을 “무극대도”라 불렀고, 앞으로 5만년간의 태평시절이 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감록’에 적힌 궁궁을을(弓弓乙乙)이란 구절에 모든 진리가 압축돼 있다고 생각했다. 이 구절에 입각해 그는 궁을부(弓乙符)를 만들었다. 이 부적을 몸에 붙이면 상처가 생기지 않고, 이것을 불살라 먹으면 만병이 사라진다고 최제우는 가르쳤다. 그러다 고종1년(1864)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동학의 인기는 더욱 높아져, 그가 죽은 지 30년이 되던 갑오년에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다. 전봉준이 이끈 동학군들의 깃발에는 ‘오만년수운대의´(五萬年水雲大義)란 글귀가 높이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수운, 즉 최제우가 설파한 5만년 이상세계의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요컨대 궁을을 이 세상에서 실현하겠단 것이었다. 고종30년(1894)에 시작된 동학농민운동을 전후해 민간에 여러가지 노래가 유행했다. 단순한 노랫가락이 아니라 요참(謠讖), 즉 노래형태를 빈 예언이었다. 더러는 일제시대까지도 남아 인구에 회자되었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간다.(甲午歲 甲午歲 乙未 乙未 丙申되면 못 간다)” 기왕 일을 벌이려거든 갑오년(1894)에 서울까지 밀고 올라가서 일을 마무리지어야지, 그렇지 않고 우물쭈물하다 을미년이나 병신년까지 지연되면 실패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예언 노래는 갑오 동학농민운동 당시 김개남 등 급진파 측에서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운동이 실패로 끝난 다음, 뒤늦은 후회를 예언의 형태로 담아냈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동학농민군이 서둘러 서울로 진격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남원 방면을 공략하다 뜻밖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사실과 관련이 있다. 운봉 아전 박봉양이 이끈 반항세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의 저항은 요참에도 담겨 있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아랫녘 새야, 윗녘 새야, 전주 고부 녹두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하루박(하눌타리), 후-여!” 전라도 고부 출신 녹두장군 전봉준은 ‘하루박´으로 표현되는 박봉양에게 밀린다는 말이다. 참시에서 저항세력을 하눌타리 또는 하루살이에 불과한 박씨라고 일컬은 점은 재미있다. 이런 비유로 볼 때 노래를 만든 이나 부른 이는 농민군 편이었다. 노랫말에 보이는 “후-여”는 새 쫓을 때 내는 소리다. 녹두새 전봉준에게 미리 경고해 농민군이 남원쪽으로 움직이지 말게 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느껴진다. 알다시피 동학농민군은 공주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에 패배했다. 이로써 운동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전봉준과 김개남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수많은 농민군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은 것도 물론이다. 이런 동학농민군들의 비원을 담은 노래는 한둘이 아니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사 울고 간다.”란 노래였다. 전봉준을 녹두꽃에 비유해 그의 죽음이 곧 민중의 비극이란 것이다. 그밖에 “솔잎과 댓잎이 파르라니 봄인 줄 알고 찾아 왔는데, 흰눈이 펄펄 흩날리니 송죽이 나를 속였었구나.”란 노래도 널리 유행했다. 솔잎과 댓잎만 보고 겨울을 봄으로 착각했다는 가사는, 농학농민군이 시세판단을 잘못해 너무 일찍 군대를 일으켰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농민군의 준비부족을 한탄한 것이다. 이들 가요는 내용을 가지고 보면 농민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다음, 그 편에서 만들어 부른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러나 노래를 채집한 이은상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제시대 민중은 이 노래들을 후일담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모든 노래가 운동이 발생하기 전에 유행한 예언이었다고 믿었다. 민중은 동학농민운동의 최고지도자 전봉준에게 특별한 예지력이 있다고도 생각했다.1894년 음력 4월경 전라감사 김문현은 농민군을 조기에 진압하기 위해 전봉준을 암살하려고 했다. 그는 자객 2명을 밀파했다. 자객들은 담배장사로 변장해 전봉준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신분이 탄로되어 붙들리고 말았다. 전봉준은 점술에 밝았기 때문이다. 점괘를 던져본 그는 자객이 온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고 한다. 믿고 따를 지도자라면 당연히 예언능력이 있어야 된다고 민중은 생각했다. 요즘도 연말이 되면 국가기관이나 공신력을 자랑하는 주요연구소에선 다음해의 경제성장을 전망하곤 한다. 이런 예언, 예시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필수조건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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