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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지방의원 존재가치 제대로 인식하라/한상우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지방자치연구소장

    [시론] 지방의원 존재가치 제대로 인식하라/한상우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지방자치연구소장

    지난 6월2일 실시된 제5회 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에서 3649명의 지방의원이 선출되고 각급 의회가 새로운 4년간의 의사일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지방의원이 정작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잘 알거나 관심 있는 시민은 많지 않다. 자기 동네를 대표하는 지방의원의 이름을 알고 있는 시민은 20%가 채 안 되며 매년 지방의원의 의정활동비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설문조사에서는 ‘의정비 수준이 높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다행히 지난 6·2지방선거의 투표율이 5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것도 대선이나 총선의 그것에 비하면 퍽 낮은 수준이다.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현 시점까지도 여전히 시민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현실을 현대사회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 탓으로만 여기고 그냥 덮어둘 수 만은 없다. 왜냐하면 지방자치 과정에서 지방의회가 어떻게 돌아가느냐 하는 것은 당장의 시민들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장래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국가예산의 10%에 육박하는 시예산을 시의회가 심의의결하는데 이것은 곧 시민의 세금으로 거둬들인 방대한 예산을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떻게 쓸 것인가를 실질적으로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지방의원이 도로, 주택, 영업, 환경, 사회복지, 위생문제 등에 대해 조례를 제정하는 일과 시민들의 민원이나 청원을 소개하여 이를 처리하도록 하는 역할은 도시의 미래 모습과 시민들의 생활수준을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원은 한편으로는 집행부에 대해 행정의 감시자, 또 한편으로는 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의 공급자 역할을 수행한다.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표현되는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훈련하는 ‘민주주의 학교’이다. 참다운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올바른 선거문화를 체득하며,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의원은 책임 있고 유능한 정치지도자로 훈련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4년마다 선거를 치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을 감수하면서도 지방의회가 시민의 의사를 대표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의 역량을 키워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시민과 지방의원은 주인과 대리인 관계이다. 주인이 대리인을 고용하고도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과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집행부 입장에서도 지방의회의 존재를 ‘귀찮은 시어머니’쯤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과거와 같은 중앙집권 내지는 집행부 우월적인 사고의 발상이다. 우리가 아무리 지방의회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냉소적 입장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분권화를 특징으로 하는 역사발전의 수레바퀴를 결코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다. 선진국치고 지방자치가 잘 안 되는 나라가 없다.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하는 말은 더 이상 허황된 구호가 아니다. 세상을 시끄럽게 한 호화청사 문제를 비롯해 지방재정의 낭비와 부실문제에 대해 시민들은 과연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동안 지방의회는 어디에 있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집행부가 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결정과 행위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이 의회 본연의 책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시민의 지방의원에 대한 기대와 사랑은 지방의원이 그 역할과 존재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만큼 지방의원에게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규범과 정치적 대표로서의 성실한 노력이 요구된다. 동시에 시민의 지방의회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지방의회가 자율성과 전문성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성형수술 부가세·세무검증… 의료단체 “법적 대응”

    성형수술 부가세·세무검증… 의료단체 “법적 대응”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국회로 넘어간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일부 신규 세원 등을 확보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지만 앞으로 새로 세금을 내야 하는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가 현실적인 과제다. 정부가 23일 세무검증제(5억 이상 소득자는 세무신고 전 의무적으로 세무사 등의 사전검증을 거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미용성형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를 재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 등 3개 의료인단체는 즉각 공동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안이 조세 공평주의에 역행하고 선량한 의료인을 마치 세금탈루범으로 매도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의료인단체는 “세무검증제도와 미용성형 부가세 과세 도입을 철회하지 않으면 향후 헌법소원 등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의료계와 2라운드를 벌여야 하는 정부가 초반부터 만만찮은 저항에 부딛친 셈. 이번엔 복병도 있다. 세무검증제 도입과 함께 적잖은 ‘책임’까지 떠안게 되는 세무대리업계(세무사, 회계사)도 제도의 입법화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사실 재정부가 미용목적의 성형수술 비용에 부가세를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2002년 세제개편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법안은 3개월 만에 무산됐다. 이해단체의 압력이 그만큼 세다는 것이다. 지방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방 골프장의 세액 감면을 연장한 것도 법정싸움으로 번질 기세다. 수도권회원제 골프장과 대중(퍼블릭) 골프장 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액감면으로 지방 회원제골프장은 3만~4만원의 이용료 인하 요인이 발생했다. 수도권과 대중골프장의 입장에선 가격경쟁력이 낮아진 셈이다. 정부는 수도권과 인접한 9개 시·군지역 내 골프장은 세재 혜택을 반(50%)만 주도록 해 수도권과 퍼블릭 골프장의 역차별을 줄인다는 복안을 내놓았지만, 반대여론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기업의 설비투자금액 중 일부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도 일몰 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재계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임투세액 공제는 지난해 세감면 규모가 1조 9802억원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의 단일 세목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도 정부는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재계의 반발 때문에 혜택을 축소하는 선에서 연장했다. 이미 재계가 움직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98.4%, 중소기업의 81.2% 등 응답업체의 84.7%가 ‘임투세액공제 제도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재계가 한목소리로 임투세액공제를 바라고 있다는 일종의 선전전인 셈이다. 운전학원이나 무도학원에 대해 부가세를 부과하는 방안 역시 자칫 물가를 올릴 수 있다는 정치권의 반발과 함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집창촌 歷史’ 묻고 동북권시대 열 ‘친환경 驛舍’ 우뚝

    ‘집창촌 歷史’ 묻고 동북권시대 열 ‘친환경 驛舍’ 우뚝

    “청량리 민자역사 준공은 동대문은 물론 중랑, 노원, 성북 등 서울 동북부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18일 청량리 민자역사 준공식에 참석한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남다른 감회에 젖어 들었다. 청량리 민자역사의 준공을 기점으로 ‘588 집창촌’ 일대가 확 바뀔 예정이어서 이 일대에 부는 변화의 바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실 그는 1998~2002년 동대문구청장 시절 집창촌 여성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미력이나마 힘써왔다. 2000년에는 당시 고건 서울시장에게 무조건적인 집창촌 철거 대신에 미사리 등 서울 변두리로의 이전을 건의하기도 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이전해줘 음성적으로라도 양성화해 주자는 의도였다. 마치 풍선을 누르면 옆이 팽창하는 풍선효과처럼 주택가 등으로 옮겨 가 음성적인 성매매만 기승을 부려 선량한 부녀자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게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집창촌 여성들의 인권을 조금이나마 보호하고 건강관리를 위해 ‘찾아가는 상담소’를 운영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0년 초 집창촌에는 샤워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아 위생환경이 매우 열악했다.”면서 “460여명에 달하는 윤락녀들에 대한 성착취가 심해 그들의 고민해결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행정구역상 동대문구 전농동 588 일대에 있는 집창촌은 2003년부터 총 사업비 243억원을 투입해 집창촌을 통과하는 답십리길~롯데백화점 간 폭 2m, 2차로를 폭 32m, 8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로 인해 77개동이 철거된 상태이며 현재는 80여개 업소만 남아 있다. 청량리 일대의 향후 변화는 2003년 11월 지정된 청량리 균형발전촉진지구의 개발진척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집창촌이 있는 전농동과 용두동 일대 35만 7699㎡는 청량리 균형발전촉진지구개발 계획에 따르면 2015년까지 개발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재는 도로공사와 집창촌 일부 철거, 인근 용두동 동부청과시장이 철거된 상태다. 특히 집창촌이 있던 청량리 민자역사 주변 청량리 도시환경정비구역(7만 686㎡)에는 150~180m 높이의 주거·업무, 판매 건물 5개동과 10층 규모의 문화시설 1개동이 들어선다. 그러나 서울시가 당초보다 건물 동수를 줄이고 대규모 광장문화를 조성하는 변경된 계획안을 다음달 내놓을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집창촌 일대 개발에 또 하나의 화두는 ‘노른자위’라 할 수 있는 성바오로병원(6600여㎡) 존폐여부다. 1957년 전농2동에 둥지를 튼 성바오로병원은 1961년 5월 성직자들의 땀방울과 지역주민들의 염원이 모여 가톨릭의대 부속병원에 편입되면서 재탄생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유 구청장은 “인근에 병원들이 밀집돼 있어 존치 땐 수익성 보장이 불투명해 대규모 건립이 필요하다.”면서 “항간에는 남양주 등으로의 이전얘기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황진환 성바오로병원 홍보담당자는 “이전하느냐, 다시 짓느냐 하는 문제는 보상·재원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면서 “아직 개발청사진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어 존폐여부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인근 용두동 동부청과시장도 2015년까지 현대화된다. 지하 7층, 지상 45~55층, 총 면적 26만㎡의 타워형 건물 4개동이 세워지고 기존 매장의 5배인 2만 3000㎡의 판매시설과 999가구의 아파트 등이 들어선다. 또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매장에는 세계 요리 식자재 마켓, 세계음식백화점, 아카데미 등 세계 음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복합단지로 거듭난다. 옛 롯데백화점 부지개발도 큰 관심거리. 민자역사와 연결된 200m 높이의 49층 규모의 고층 랜드마크 타워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청량리가 ‘강북의 코엑스’이자 동북권의 신경제·문화·업무의 중심지로 우뚝 설 것으로 보인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여성 국회의원들 대해부]여자라도 선량인데…뭘하든지 “여자라서…” ‘유리벽’ 갇힌 의사당

    [여성 국회의원들 대해부]여자라도 선량인데…뭘하든지 “여자라서…” ‘유리벽’ 갇힌 의사당

    “국민의 대표로 인정받아서 이 자리에 온 것이잖아요. 그런데 왜 성적인 매력이나 외모로 평가를 받아야 하나요.” 동료 여성 의원의 외모를 소재로 삼은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여대생 성희롱 사건이 국회에 던진 충격은 단순한 ‘성파문’ 이상이었다. 이는 개개인이 하나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딪치는 벽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현실을 보여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서울신문은 두 차례에 걸쳐 여성 국회의원들의 생활과 이들이 느끼는 애환, 오히려 여성이기에 보유하고 있는 강점 등을 짚어보기로 했다. 여성 국회의원들이 보는 정치계는 엄연한 ‘남성의 영역’이다. 전문성과 성실함 등으로 이를 뛰어넘으려 해도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이 적지 않다. 여성 의원 20명에게 직접 속내를 들어봤다. ●“여자라서… 여자니까”… 이유 없이 흉봐 “나는 멋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예쁘다’, ‘아기자기하다’는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미래희망연대 송영선(57·재선·비례) 의원의 이런 바람은 여성 의원들의 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나라당 손숙미(56·초선·비례) 의원은 “여성이 너무 소수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액세서리 같은 느낌이 항상 있다.”고 털어놨다. 같은 당 전여옥(51·재선·서울 영등포갑) 의원은 “그동안 여성 의원들은 스스로 무시당해서 남성의 경계심을 받지 않는 것이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자괴감을 표했다. 고질적인 성차별적 시각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민주당 김상희(56·초선·비례) 의원은 “여성의 숫자가 적다 보니 주목도 많이 받고, 여성 의원에게는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어떤 일은 여자라서 저렇다고 흉보고, 어떤 일은 여잔데 왜 저러냐고 흉본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이정희(41·초선·비례) 의원은 “정치권은 위계질서와 남성의식이 강하고, 드러나지 않게 깔려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1주일 고작 한번 가족식사… 아이들에 미안” ‘네트워킹’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한나라당 배은희(51·초선·비례) 의원은 “공적인 자리는 모르겠지만 같은 당이라도 남녀 의원 사이의 네트워킹은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유정(41·초선·비례) 의원은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해주는 선배들이 별로 없어서 아쉽다.”면서 “숫자가 얼마 안되는 만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정치적으로 성장하면 좋은데 구심점이 없어서 뭉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미경(45·초선·경기 수원 권선구) 의원은 힘든 점을 묻자 대번에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다.”면서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정 의원은 “바쁠 때는 1주일에 한 번, 토요일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정도인데 그게 참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영아(50·초선·서울 송파갑) 의원은 “지난해에는 아이가 고3이었는데 거의 신경을 못썼다.”고 말했다. 유지혜·김정은·허백윤기자 wisepen@seoul.co.kr
  • [하우스 푸어] (하) 전문가 진단 및 제언

    [하우스 푸어] (하) 전문가 진단 및 제언

    하우스 푸어 198만가구는 엄밀히 말하면 서민층이 아니라 상위 중산층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개인적인 투자손실에 대해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다만 선량한 실수요자는 선별하라고 했다. 정부는 부동산경기를 부양하기보다 거품이 빠지는 쪽으로 정책을 세우고 정책의 방향도 중산층 이하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는 정확한 재정분석을 통해 하우스 푸어가 되기 전에 ‘부채 다이어트’를 하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부양하겠다고 만든 정부 정책들이 오히려 하우스 푸어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시장원리에 맡겨라.”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부양보다는 부동산 거품이 서서히 빠지도록 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현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종 부동산 정책들로 가격 급락은 막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불필요하게 조정기간을 연장해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권정순 참여연대 변호사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다면 정책적인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폭락 조짐은 없어 보인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은 20~30%씩 가격이 떨어져 거품을 제거했는데 우리는 거품을 떠받쳐 왔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떠받쳐 주겠다는 신호를 보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양도세·중과세 면제 등 세금 정책과 미분양 아파트 매입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특히 부동산 경기에 따라 원칙이 쉽게 흔들리는 것을 우려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황에 따라 세금을 가볍게 또는 무겁게 하는 것은 조세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주택이 상대적으로 싸지는 가격 왜곡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세 감면 연장은 집 있는 사람에게 집을 더 사라고 부추기는 것”이라면서 “투기수요를 통해서라도 수요를 부추겨서 가격 급락을 막았는지는 몰라도 정부가 앞장서서 투기를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인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부실 건설사를 살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 변호사는 “미분양 아파트를 50%에 샀다가 50%에 다시 환매한다는 것은 건설사에 돈을 무이자로 빌려준 것과 다름없다. 이자를 안 받은 만큼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라면서 “안 팔리는 것은 값을 낮춰서 팔면 되는데 정부가 고분양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분양 아파트를 사준 회사는 주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2조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빨리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최창규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DTI 수준은 지금이 적정 수준이다. 소득의 50% 이상을 대출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고 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DTI는 금융규제다. 금융규제와 부동산 경기를 연계해 정책을 써서는 안 된다.”면서 “선진국에서는 금융기관이 알아서 관행적으로 30~35%를 유지한다. 우리도 투기지역에서 40%까지 내린 적이 있지만 앞으로 DTI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공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중산층과 그 이하에 초점을 맞추고 그 외는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면서 “강남 중심의 정책을 버리고 지방정부와 수도권 정책 전반의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동산 거품을 조금씩 빼주는 것이 연착륙이다. 다만 가계부실에 대해선 정부가 민감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우스 푸어에 대해서는 빚 감당이 어렵다면 지금이라도 집을 팔고 ‘가계 다이어트’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박 교수는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장기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 지금도 있다. 20~30년 동안 집값을 갚으면서 평생 사는 주거 수단으로 삼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본인 소득에서 15% 이상을 이자로 지출하고 있다면 집을 파는 게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이군현 의원 “체벌금지가 수업권 무력화”

    이군현 의원 “체벌금지가 수업권 무력화”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체벌 금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0일 열린 국회 브리핑에서 "최근 동영상 공개로 문제가 된 교사의 과도한 체벌은 충격적"이라고 언급하면서도 "하나의 사건을 침소봉대해 교육적 체벌까지 금지하겠다는 발상은 교사의 폭력과 교육적 체벌을 구분하지 못한 조치"라고 주장했다.이어 그는 "모든 교육적 체벌을 금지하겠다는 서울시 교육청의 방침은 교사의 수업권을 무력화하는 조치"라고 지적하며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해 교사가 어떤 제재도 취할 수 없다면 다른 선량한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러면서 이 의원은 체벌을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현재의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일부 초등학교 교사의 학생 폭행 사실이 드러나자 학생들의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다음학기부터 전국의 유치원과 초, 중, 고등학교에서의 체벌을 전면 금지토록 했다.사진 = 이군현 의원 공식홈페이지서울신문NTN 뉴스팀ntn@seoulntn.com
  • 악어·악어새의 공생

    악어·악어새의 공생

    최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의 대상인 펀드매니저들의 뒤에는 기업들의 실적과 전망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모두 다 그렇다고 매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펀드매니저들의 부적절한 투자행위는 애널리스트들과 손발이 맞지 않고서는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례를 보자. 애널리스트 A씨는 몇 개월 전 한 펀드매니저의 부탁을 거절했다 상부에서 호되게 혼이 났다. 펀드매니저가 보유한 주식종목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리포트에 쓰도록 부탁받았지만 사실관계에 따라 부정적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A씨는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업계에서 왕따가 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면서 “객관적인 의견을 내도 펀드매니저의 수익률 성과와 회사 이익이 결부되면 리포트가 수정되곤 한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는 돈줄과 정보의 위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유착할 경우 모럴해저드일 뿐 아니라 소위 ‘힘 있는 펀드’에만 수익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또 주식 시장을 교란시켜 선량한 개인 주식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착방식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기업탐방 결과나 기업내부 정보를 펀드매니저에게 먼저 흘려주는 것이다. 펀드매니저는 이 정보를 이용해 오를 종목을 일반투자자보다 먼저 사고, 내릴 종목은 먼저 팔 수 있다. 프런트 어닝(front earning)으로 위법이다. 또 일부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낼 때 펀드매니저가 보유 중인 주식 종목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기 위해 사실과 다르게 기술한다. 일반투자자들이 그 의견을 보고 투자할 경우 펀드매니저는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 그 대가로 펀드매니저는 해당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증권사를 통해 주식매매 주문을 내 준다. 이 경우 증권사가 받는 법인영업수수료가 애널리스트의 연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결국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이익뿐 아니라 자신의 연봉을 위해서 펀드매니저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애널리스트의 평균 연봉은 2억원 안팎, 잘나가는 사람은 5억~7억원가량 된다. 애널리스트 B씨는 “펀드매니저가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급을 자체적으로 매겨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맘에 드는 애널리스트의 소속 증권사를 통해 사기 때문에 ‘영업’은 필수”라면서 “애널리스트가 매일 아침 ‘큰손’에게 하는 모닝 브리핑 내용 외에 리포트 작성을 위해 기업탐방 때 펀드매니저와 동행하는 횟수, 펀드매니저들을 위해 세미나와 프레젠테이션을 여는 횟수 등이 평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공생 관계가 금융당국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사이에 방화벽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 유착을 막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이들의 은밀한 거래를 캐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학연과 지연으로 만들어진 사적 모임에서 얘기가 오가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적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10년 전부터 늘 얘기는 있었지만 실제 유착 징후가 포착돼도 확인할 문건이나 컴퓨터 기록 등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경주·정서린기자 kdlrudwn@seoul.co.kr
  • 신우파, 미국을 진창에 빠트리다

    신우파, 미국을 진창에 빠트리다

    유명 연예인 부부가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등교를 중단시키고 당분간 집에서 가르치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홈스쿨링(가정학교)을 하는 가정이 1990년 30만명에서 현재 250만명으로 증가했다. ‘하이재킹 아메리카’(산지니 펴냄)의 저자 수전 조지는 가정학교 학생 수가 늘어난 이유가 “가정에서 제대로 창조론과 복음주의를 가르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1600만명의 신도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개신교 교파인 ‘남부침례파’의 지도자 가운데 상당수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아동학대’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어떤 목사들은 “만약 여러분이 성병이나 총기사고, 그리고 높은 10대 임신율 등 그 모든 것이 상관없다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사는 조지는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정의로운 분배를 주장하는 아탁(국제금융거래과세연합) 등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학자다. ‘하이재킹 아메리카’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미국의 가치와 이상이 단 몇십 년 만에 현실정치적 신우파와 종교적 신우파에 의해 진창에 빠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1980년대 이후 신보수주의자들이 심각해진 빈부격차, 끝없는 전쟁, 지배계급의 탐욕 등이 뒤섞인 오늘날 미국의 절망적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신보수주의자들은 자금(Money), 미디어(Media), 마케팅(Marketing), 경영(Management)을 통해 사명감(Mission)을 바탕으로 한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조금씩 바꿔 왔다. 정설로 통용되는 다윈의 진화론을 아직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지 논란이 되는 나라가 미국이고 실제로 창조론을 가르칠 것을 지시한 학교이사회에 반발한 학부모들이 법정으로 간 일은 2005년에도 발생했다. 미국인의 적어도 3분의2는 스스로 기독교도라고 생각하며, 이들 가운데 4분의3은 창조론을 믿는다고 한다. 홈스쿨링을 결정한 한국의 연예인 부부가 봉사에 앞장서는 독실한 기독교도란 부분에서는 우리와 미국의 현실 세계에서 종교가 발휘하는 힘의 차이가 크지 않음이 감지된다. 한국에서도 ‘386세대’는 어느덧 그 무능함으로 조롱의 대상이 됐다. 스스로 ‘붉은색 기저귀를 찬 아기들’이라 부르며 모유와 함께 좌파 정치학을 흡수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부시와 그의 추종자들과 한 편에 섰다. 민주당원이었다가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대부가 된 노먼 포도레츠는 “좌파의 회전목마에 언제 올라타야 할지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언제 뛰어내려야 할지 알고 있었다.”고 비판받았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으로 표현되는 승자독식 시대의 그늘은 미국에서도 짙다. 기업과 금융이 지배하는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은 도움을 받을 가치가 있는 동료 인간이기보다는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응당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존재일 뿐이란 것이 저자인 조지의 ‘삐딱한’ 시각이다. 게다가 전통적이고 친절하며 선량한 대부분의 미국인은 정부와 기업이 나라 안과 밖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정보와 오락의 구분이 희미해진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뉴스를 접하며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양질의 신문을 보는 숫자는 극히 제한적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소농과 어민들에게 치명적인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 한국은 엘리트 계층의 이익을 위해 ‘힘없는 사람들’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신자유주의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희생하여 미국의 기업 및 금융 엘리트들의 이익을 보장해줄 뿐이란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를 두바이에 건설하고 있는 삼성과 같은 초일류기업은 세계화를 열광적으로 환영하겠지만, 건설현장의 꼭대기에서 일하는 5800명의 노동자 가운데 한국인은 고작 스무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저자가 알려주는 ‘무서운’ 진실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저자의 시각이 과연 균형 잡힌 것인지는 통계와 실례가 가득한 356쪽에 이르는 책을 읽고 판단할 일이다. 1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5년만에 잡힌 미국판 강호순

    25년만에 잡힌 미국판 강호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한국의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연상케 하는 살인 용의자가 25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LA경찰은 7일(현지시간) 시내 81번가 주택에서 1985년부터 2007년까지 최소 11명을 살해한 혐의로 전직 경찰 기술직 직원인 로니 데이비드 프랭클린 주니어(그림·57)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10명의 젊은 흑인 여성과 남성 1명이 프랭클린의 손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 여성의 대부분은 성매매 종사자이거나 마약중독자였으며, 프랭클린은 성폭행을 한 뒤 총을 쏘거나 목을 조르는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러 온 것으로 파악됐다. 프랭클린은 연쇄살인 기간 중 약 14년간 살인 행각을 중단했다가 또 다시 시작해 현지에서는 그를 ‘음침한 수면자(Grim Sleeper)’라고 부르고 있다. 경찰은 반복된 살인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동일한 DNA를 확보했지만 뚜렷한 대조군을 찾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2008년 인권침해 논란 속에 새롭게 도입된 ‘가족 유전자 추적’ 수사 기법을 통해 20년 넘게 풀리지 않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지역 내 교도소 수감자들의 DNA 대조를 통해 DNA 샘플이 다른 사건으로 이미 수감 중인 프랭클린의 아들의 것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 그의 아버지 프랭클린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가족 유전자 추적 기법이 인권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데다 섣불리 접근할 경우 유력 용의자가 도주할 것을 우려해 신중하고 치밀하게 접근했다. 경찰은 지난 6일 프랭클린의 집에서 그가 먹다 버린 피자 조각을 수거해 피자에서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것과 동일한 DNA를 얻었고, 이튿날 그를 긴급 체포했다. 프랭클린이 희대의 살인마인 사실이 알려지자 이웃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의 강호순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살인마 프랭클린을 조용한 성격에 선량하고 친절한 옆집 아저씨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프랭클린은 언제나 남을 잘 돕고 선행을 베풀었다.”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프랭클린은 살인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형에 처해질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민간인피학살 유족 ‘연좌제 고통’

    민간인피학살 유족 ‘연좌제 고통’

    1962년 1월29일 혁명재판소. 경주피학살자유족회 회장 김하종(당시 28세)씨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6·25전쟁 때 우리 국군과 경찰이 선량한 국민을 살해한 것처럼 왜곡하고 위령탑 건립 등을 주장해 북한 괴뢰의 목적사항을 찬양동조했다.”는 것. 김씨는 오른쪽 손가락을 깨물어 혈서를 쓰며 “가족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틀 후 징역 7년형이 선고됐다. 김씨의 고향인 경북 월성군 내남면은 1945년 광복 직후부터 민간인 학살로 얼룩졌다. 46년 조선공산당의 선동으로 ‘대구 10·1 사건’이 터지자 대한청년단이 조직됐고, 이들은 좌익분자를 색출한다며 민간인을 마구 살해했다. 49년 7월7일(음력) 김씨의 일가친척 22명도 잠을 자다가 총살당했다. 이 가운데 열살 미만의 어린이가 8명이나 됐다. 대한청년단 단장인 이모(당시 28세)씨가 소 판 돈을 약탈하고 죄를 은폐하려고 저지른 짓이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청년단이 공비토벌을 돕는 터라 수수방관했다. ‘가해자’ 이씨는 이후 자유당의 3선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4·19 혁명이 터지자 세상이 뒤바뀌었다. 60년 5월27일 국회가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검찰이 살인죄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다. 민간인 학살사건 재판이 최초로 열린 것이다. 검찰은 “이씨는 유대인 학살을 지휘한 독일 친위대 중령 카를 아돌프 아이히만에 버금간다.”고 밝혔다. “아이를 안은 어머니를 앉혀 놓고 총살했다.”는 목격자의 법정증언이 잇따랐다. 61년 3월6일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5·16 군사 정변이 발생하면서 세상이 다시 뒤집혔다. 진상 규명 활동은 ‘특수 반국가행위’로 바뀌었다. 경주유족회는 해산되고, 김씨는 불법 구금됐다. 경상남북도·경산·마산·창원·밀양·금창·동래유족회도 마찬가지였다. 유족 28명이 기소돼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았다. 경찰은 민간인 희생자가 묻힌 합동묘를 없애고 위령비도 정으로 지워 훼손했다. 살인죄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던 ‘가해자’ 이씨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유족회 간부의 처벌을 지켜본 증인들이 항소심에서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일부 유족은 허위 증언의 대가로 돈을 받기도 했다.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김씨는 2년간 복역하고 63년 12월16일 사면됐다. 그 후로도 경찰의 감시가 이어졌다. 취업할 수 없어 농사를 짓고 살다가 78년 중등학교장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신원특이자’라고 교육청에서 승인이 제때 나오지 않았다. 민간인 피학살 유가족은 김씨처럼 법적 근거도 없는 ‘연좌제’에 시달려야 했다. 형사처벌을 받고 신원조회로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연좌제로 피해를 당한 301명의 사례를 발표했다. 공무원·사관학교 임용시험에서 탈락하고(73명), 취업이나 승진 때 불이익을 받았다(44명). 출국도 불가능했고(43명) 신원조회에 걸려 부당한 대우(91명)를 받았다. 김씨는 “집단학살된 가족의 생사 확인을 반국가활동이라고 사형까지 선고하고 ‘연좌제’로 수십 년간 감시해온 국가가 이제 와서 소멸시효(5년)가 지났다며 배상을 거부하는 게 상식에 맞느냐.”고 반문했다. 글 사진 대구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사설] 6·25 60주년에 짚어보는 안보 현주소

    60년 전 오늘 새벽 소련제 T34탱크를 앞세운 북한군이 대한민국을 기습 남침했다. 민간인 37만여명 사망 및 38만 7000여명 납치·실종, 북한 민간인 120만여명 사망, 한국군 13만 7000여명 및 유엔군 4만여명 전사, 한국군·유엔군 4만여명 포로·실종 등 아픈 기록을 남겼다.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이젠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민족적 책무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놓여져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로 되돌아보게 된 대한민국 안보의 현주소를 보면 걱정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북한의 호전성은 60년 동안 변함 없다. 그들이 국지 도발을 감행한 사례는 무려 200여건에 달한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안보 의식은 안이하다. 행정안전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36.3%, 청소년의 58.7%는 6·25전쟁이 언제 발발했는지를 모른다. 성인 20.4%, 청소년 36.3%는 북한이 6·25를 일으켰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천안함 사태로 지난해 조사 때보다 안보 의식이 높아져 그나마 다행스럽다. 희망적인 것은 전쟁 발발 시 싸우거나 돕겠다는 응답이 77.7%에 이른다는 또 다른 조사 결과다.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는 든든한 만큼 이제는 현실성 있는 안보정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안보엔 여야도, 보수·진보도 함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러지 못해 걱정스럽다. 천안함 사태는 최악의 북한 도발 사례로 기록됐다. 그로 인해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남남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오히려 조장하는 꼴이다. ‘북한의 천안함에 대한 군사도발 규탄 및 대응조치 촉구결의안’이 사태 발생 90일 만인 그저께야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표결 절차를 문제 삼아 ‘날치기’라고 비판하는데 어느 나라 야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은 결의안을 발목 잡는 일이 북한을 편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본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채택되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안보에 앞장서는 일은 정치권의 기본 책무다. 우리 내부엔 6·25를 민족 상잔의 전쟁이 아닌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평화통일세력으로 포장해 북한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적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들로부터 선량한 국민들을 보호하고 건전한 안보의식과 한반도 평화 정신을 조화롭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자면 남북 평화공존과 맹목적 종북은 다르고, 3대째 세습독재정권과 핍박 받는 북한 주민들은 동일체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빈틈 없는 안보는 대북 문제를 둘러싼 남남 갈등을 치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 달리는 꽃남들 “女心을 뺏어라”

    달리는 꽃남들 “女心을 뺏어라”

    월드컵은 남자들만 열광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흔히 한국 여자들이 싫어하는 대화소재는 축구와 군대 이야기가 손꼽힌다. 최악의 소재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런데 월드컵은 여자들도 환호한다. 왜 그럴까. 환상적인 외모와 초콜릿 복근을 가진 늘씬한 남자들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모습을 90분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질 몸매면서 모성애를 자극하는 귀여운 선수가 있는가 하면, ‘짐승남’을 연상시키는 선수도 있다. 수년 전 영국의 대중지가 ‘당신이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는’이란 여론조사 결과 1위에 리버풀의 페르난도 토레스(24·스페인), 3위에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는 로케 산타 크루스(29·파라과이)가 선정됐다. 산타 크루스는 ‘2006년 FIFA매거진이 뽑은 가장 섹시한 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그러니 남아공월드컵을 여자친구나 아내와 함께 보면서 술과 스트레스로 빵빵해진 배를 긁적거리지는 마시길. 당신이 너무 매력 없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둘 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그들 외에 이번 월드컵에서 ‘꽃미남’ 1, 2위를 다투는 선수는 브라질의 카카(28·레알 마드리드)와 포르투갈의 포워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레알 마드리드)다. ‘하얀 펠레’ 카카는 축구계의 ‘엄친아’다. 잘생긴 데다 성실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손꼽힌다. 8년간 A매치 78경기 출전 27골을 넣었다. 패리스 힐튼과 염문설을 날렸던 호날두는 호남형 외모의 스캔들 메이커다.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는 169㎝의 단신이지만, 엄청난 경기력과 귀여운 외모로 여성들에게 사랑받는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34·다롄 스더)의 뒤를 잇는 꽃미남 기성용(21·셀틱)은 ‘국민 남동생’ 같은 귀여운 외모로 어필하고 있다. 나라별로는 꽃미남이 스페인에 몰려 있으니, 그들의 경기를 놓치면 안 된다. 토레스를 비롯해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29·레알 마드리드), 포워드 다비드 비야(29·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23·아스널) 등 4명이나 된다. 신세대 꽃미남의 계보에 프랑스의 미드필더 요안 구르퀴프(보르도)와 그리스 미드필더 소티리스 니니스(20· 파나티나이코스)도 올라 있다. 특히 185㎝의 큰 키의 구르퀴프는 환상적인 드리블과 마르세유 턴(지단식의 360도 회전)을 자랑한다. 검은 피부 때문에 미모가 감춰진 짐승남으로 코트디부아르 포워드 디디에 드로그바(32·첼시)가 있다. 188㎝에 진정한 초콜릿 복근의 그도 클로즈업해 보면 선량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인민 루니’ 정대세(26·가와사키 프론탈레)도 짐승남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신·구정권 심판론으론 중도층 못 잡는다

    6·2 지방선거전이 초반부터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본령은 온데간데없고 신·구 정권 심판론이 느닷없이 등장했다. 지방선거는 실종되고 중앙선거로 변질되고 있다. 정책 선거는 숨고 정치 선거가 난무한다. 공약 경쟁은 안 보이고 이념 대결이 판을 친다. 민생 선거를 지양하고 정쟁 선거를 지향하는 꼴이다.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언론들은 대립각을 뾰족이 세우면서 부추기고 있다. 최다 유권자 집단인 중도층을 짜증나게 할 뿐이다. 지방선거의 본질을 훼손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집권 여당이든 제1야당이든 지도부들이 앞장서는 형국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정권을 확실히 심판하자.”며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친다. 사상 최대 표차로 대패한 지난 대선의 교훈을 잊었는지 민주당, 국민참여당 할 것 없이 친노 인사를 시·도지사 후보로만 9명을 내세웠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미 심판받은 구 정권을 다시 심판하자며 신·구 정권 심판론을 더 키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더러 분열적 행태라고 비판하더니 오히려 자신들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정치권의 정쟁 놀음 속에 선거 쟁점들은 뒤엉키고 있다. 세종시, 4대강, 무상급식, 행정구역 통합 등은 그나마 좀 낫다. 지역 살림의 문제라는 점에서 선거 쟁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안들을 놓고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찬반 논쟁을 벌이는 것은 지방선거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검찰 개혁이라는 국가 운영의 문제나 천안함 사건이란 안보 현안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논하는 마당에 앞세워질 이유는 없다. 유권자 중 제1지대에 있는 중도층들은 이념이 덧칠된 신·구 정권 심판론에 관심 없다. 지방선거는 정치도, 정당도 심판하는 무대가 아니다. 지역 발전을 기준으로 삼아 불량 후보냐 선량 후보냐를 고르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야 할 일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의 분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제 국민 갈등, 지역 분열을 접고 통합과 상생 발전으로 가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대결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동반이 돼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려면 신·구 정권 심판론이란 대결 구도로 지방선거를 끌고 가려는 행태는 멈춰야 한다. 이것이 최대의 표밭인 중도층을 잡는 지름길이다. 분열 조장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 현대오일뱅크 경영권 판결 패색 짙어지자 최대주주 모럴해저드 논란

    현대오일뱅크 경영권 판결 패색 짙어지자 최대주주 모럴해저드 논란

    오는 28일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둘러싼 법원 판결 선고를 앞두고 최대주주인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당금 착복’ 의혹이 제기된 데다 재판에서 뒤늦은 증인신청으로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기 드물게 65개월치 기본급을 ‘명퇴금’으로 지급한 경영진도 구설수에 올랐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대주주 간 경영권 다툼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IPIC의 금융지원을 받기로 했다. 대신에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 행사와 배당금을 포기했다. 다만 IPIC가 누적배당금 2억달러(약 2200억원)를 채울 경우 경영권 행사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부활 조건’을 뒀다. 하지만 2004~2006년(회계연도) 3년 연속 배당금을 받아 누적배당금 1억 8800만달러에 이른 IPIC가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2007~2008년 2년 연속 의도적으로 배당금을 받지 않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회복을 사실상 막기 위해서다. 여기에 IPIC는 한술 더 떠 현대오일뱅크의 ‘제3자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IPIC가 독점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당금을 받지 않았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요청했다. ICC는 이를 인정해 주주 간 계약에 따라 IPIC가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주식 전량을 현대중공업 등 주주들에게 주당 1만 5000원에 매각하라고 지난해 11월 중재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IPIC 측은 “한국 법원의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지분을 넘기지 않겠다.”며 중재 판정에 불복했다. ICC에서 내려진 판정은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국내에 그대로 적용된다. 길경준 대한상사중재원 수석위원은 “사회의 선량한 풍속을 해치거나 국내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ICC의 판정은 국내 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IPIC 측은 지난 3월 국내 재판에서 패소 가능성이 생기자 ‘배당금 착복’에 나섰다. 현대오일뱅크는 3월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831억원의 배당금 지급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 가운데 IPIC 몫은 623억 4000만원. 누적배당금 2억달러를 채우고도 484억원이 초과됐다. 현대중공업 측은 “ICC가 이미 중재판정을 내렸고 그것이 한국 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정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IPIC가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받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대전지방법원에 주주총회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IPIC는 현재 재판 시간 끌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뒤늦게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되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월드이슈] 북미에선 테러 위협 인식 탑승거부·증오범죄 기승

    [월드이슈] 북미에선 테러 위협 인식 탑승거부·증오범죄 기승

    유럽에서 반이슬람교 정서가 형성된 배경에 무슬림 인구급증에 따른 비무슬림들의 위기감이 있다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는 ‘테러 위협’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무슬림 인구추정치는 245만여명으로 규모 자체는 북남미 전체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비율로 따지면 전체 인구의 0.8%에 불과, 무슬림 증가로 출산율이 덩달아 뛸 정도인 유럽과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강해졌다. 그 결과 2000년 단 28건이었던 무슬림을 겨냥한 증오 범죄는 테러가 발생한 2001년 481건으로 17배 이상 증가했다.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팽배한 실정이다. CNN과 미국의 종교연구 단체 ‘퓨 포럼’이 지난해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6%는 이슬람교도들에 대해 비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권을 갖고 있는 ‘선량한’ 무슬림 가족이 이유없이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하기도 하고 법정에서 이슬람식 여성 머릿수건인 히잡을 벗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형이 선고된 적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식 때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이름으로 선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슬람권 50개국 기업가 250명을 초청해 이슬람권과 스킨십에 나섰지만, 지난 1일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의 테러 기도사건은 그간의 노력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립 양상도 만만찮다. 유엔 총회는 지난해 12월 종교 비방행위를 비난하고 이슬람교도들이 테러리즘에 연계됐다는 인식에 우려를 표명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슬람 비방금지가 국제법으로 인정받으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이 이슬람 국가뿐만 아니라 비이슬람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사설] 한화 천안함 유족 특채 모범될 만 하다

    한화그룹이 천안함 침몰사고로 숨진 승조원 유가족을 특별채용하기로 하고 그 뜻을 해군에 전달했다고 한다. 한화는 사망자의 직계 및 배우자를 대상으로 하되 사망자가 미혼이거나 부모가 없을 경우 형제·자매까지 채용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가족들에게 절실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는 김승연 회장의 제안으로 이뤄진 유가족 특채계획은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여러가지 측면에서 모범이 될 만하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현재 사회 각계에서 천안함 참사로 인한 순직·실종자와 유가족을 돕겠다는 정성이 쌓이고 있다. 정부의 보상과 국민들이 보내주는 성금이 충격과 실의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 번으로 끝나는 성금이나 정부의 보상금과는 달리 유가족들에게 평생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항구적인 삶의 방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경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천안함 승조원들의 희생을 이 사회가 영원히 잊지 않고 있다는 더 숭고한 뜻을 내포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기아차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이 천안함 승조원 유자녀들에게 초등학교 입학 후 대학 졸업까지 학습비와 문화공연 관람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높이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한결같이 선량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녔던 희생자와 실종자들의 면면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얼마나 눈물지었던가. 그런 남편과 아들,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말을 찾는 것조차 미안했다. 하지만 크나큰 슬픔을 당하고도 남을 배려할 줄 알았던 유가족들이다. 고비고비마다 의연한 결단을 내려 우리를 숙연하게 했던 유가족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승조원들의 희생이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천안함 승조원들의 희생을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된다.
  • 고려대女, 대학을 거부하다.

    고려대란 이름의, 높디 높은 상아탑의 한 일원이었던 여학생이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충격적인 제목과 내용의 대자보를 내걸며 세간의 이목을 모은다. 3월10일 벌어진 일이다. 이 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던 이 여학생은 그로부터 한 달여 뒤 대자보에 담지 못했던 자신의 심경과 생각들을 모아 ‘김예슬 선언-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김예슬 지음, 느린걸음 펴냄)라는 책을 낸다. 책은 전체를 꼼꼼히 살피지 않더라도 느낌으로 단박에 알 수 있는, 우리 대학과 사회의 온갖 병폐와 치부들을 통렬하게 꼬집는 내용들로 가득 찼다. ‘자격증 장사 브로커’로 전락한 대학부터 ‘거짓 희망에 맞서 저항하자’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저자를 포함한 이 땅의 대다수 젊은이들이, 또 선량한 의식을 가진 시민 대부분이 고민했을 그런 문제들이다. 또 누구나 알고 있면서도 바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철옹성 같은 문제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발단은 ‘대학’이지만, 문제의 본질은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사회’로 확대된다. 저자가 꼬집은 문제들을 인식하지 못한다거나,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다. 결국 돌고 돌다 보면 또다시 ‘보수와 진보’의 문제로 귀결된다. 저자는 118~120쪽 ‘이런 삶의 대학 하나 세우는 꿈’ 편에서 자신이 원하는 문제 해결 방안, 혹은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리 대학은 입학시험이 없다. 우리는 졸업장도 자격증도 없다. 당연히 교수도 캠퍼스도 없다.” 다만 입학시험 대신 진정한 자신을 살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이 필요하고, 졸업장 대신 일생을 함께할 자신감과 좋은 벗들이 주어진다. 교수는 없으되 숨은 현자와 장인, 세계의 토박이 지성이 교수 몫을 한다. 저자는 또 호미와 삽을 들고 생명농사를 짓고,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나눔 농부가 되자고 역설한다. 힘 없는 사람들과 함께 불의한 현장에 함께 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행동을 하자고도 권유한다. 이 밖에 실천적인 방법들이 여럿 제시됐지만, 대부분 나와 사회가 공동선을 이루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으로 모아진다. 하지만 그것 역시 쉬 손에 넣기 어려운 가치인 탓에 이 책은 미덕과 독을 함께 지니고 있다. 75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영화리뷰] 일라이…종교로 빠져버린 화려한 액션

    [영화리뷰] 일라이…종교로 빠져버린 화려한 액션

    1990년대 이 사람을 빼놓고 악역을 논할 수가 없었다. ‘레옹’(1994)에서 보여줬던 그 ‘악역 포스’는 쉽게 잊을 수 없다. 앞서 ‘드라큐라’(1992)가 있었고, 이후 ‘일급살인’(1995), ‘에어포스원’, ‘제5원소’(이상 1997), ‘한니발’(2001)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랬던 악역의 대명사가 요즘 들어선 착해졌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시리우스 블랙 역과 ‘배트맨 비긴스’(2005), ‘다크나이트’(2008)의 제임스 고든 반장 역은 그에게 선량한 이미지를 입혔다. 15일 개봉한 ‘일라이’는 게리 올드먼의 ‘악역 포스’를 오랜만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점수를 딴다. 여기에 올드먼의 상대역이자 주인공인 일라이 역은 덴젤 워싱턴. 이쯤 되면 영화가 기본 이상은 하겠다는 심증이 굳어진다. 1983년 ‘플래시 댄스’로 최고 인기를 누렸던 제니퍼 빌즈의 얼굴도 반갑다. 게다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덤블도어 교장으로 나오는 마이클 갬본과 ‘시계 태엽 오렌지’의 명배우 말콤 맥도웰까지 가세했으니 캐스팅은 최고다. 이야기는 다소 낡았다. 포스트 묵시록의 무법천지 세계는 멜 깁슨 주연의 ‘매드맥스’ 시리즈나 일본 만화 ‘북두의 권’이 보여주던 것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매드맥스’와 사무라이극 또는 서부극 구도를 1930년대 금주법 시대로 가져온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라스트맨 스탠딩’을 섞어 놓았다. 이야기와 비주얼이 새롭지 않더라도 아예 봐주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액션 장면도 팔, 다리, 머리가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잔혹한 부분을 빼면 호쾌한 편이다. 포스트 묵시록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화면이 잿빛 톤으로 처리된 점도 흥미롭다. 주인공이 그토록 지키려고 했던 책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해 개봉했던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재난 영화 ‘노잉’이 보여준 휴거식 결말을 보는 느낌이다. 종교색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앞에서 쌓아 놓았던 즐거움이 반감된다.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트릭마저 허무해질 정도다. 앨버트 휴즈, 알렌 휴즈 형제가 연출했다. ‘사회에의 위협’(1993)과 ‘데드 프레지던트’(1995)로 각광받았던 이들은 작품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초창기 견지했던 사회성이 옅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원래 제목은 ‘더 북 오브 일라이’(The Book of Eli)다.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亞 유일 7.0T급 MRI 보유

    뇌는 구조적·생리적 특성상 여간해서는 의학적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뇌에서 생기는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뇌는 치료 부작용이 심각해 첨단 기기를 활용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가 없다. 그런 만큼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고, 이 분야에서 첨단 장비의 활약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뇌 질환 진단에 활용되는 영상기기로는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단층촬영(PET)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같은 CT라도 영상 해상도 차이가 크고, 선량에 따른 방사선 피폭 정도가 달라 일률적으로 효과를 거론하기는 어렵다. 뇌를 실체에 근사하게 촬영해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최첨단 영상기기로, 가천뇌건강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가 바로 PET과 MRI를 결합한 퓨전영상시설이다. 흔히 MRI-PET로 불리는 이 장비는 기존 MRI가 가진 기능상의 한계와 PET이 가진 제약을 동시에 극복하도록 설계됐으며, 국내에서는 유일한 장비이기도 하다. MRI는 해상도가 기능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1.5T급 MRI는 사실 선명한 영상을 얻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천뇌건강센터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확보, 보유한 장비가 7.0T급 MRI다(영상사진 참조). 이영배 교수는 “현대의학은 폭넓은 임상 경험에 첨단 장비의 지원이 더해져 인간이 기대하는 결과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며 “같은 MRI라도 7.0T급은 1.5T급이 잡아내지 못하는 미세한 부위의 영상까지 잡아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진단 결과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계시록 성격 짙은 영화 ‘시리어스맨’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계시록 성격 짙은 영화 ‘시리어스맨’

    물리학 교수인 래리는 순탄한 중산층의 삶을 꾸리던 (혹은 그렇다고 믿던) 남자였다. 어느 날, 모든 재난이 한꺼번에 그의 곁으로 몰려온다. 아내는 래리의 친구와 사귀고 있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아들과 딸은 학교와 집에서 슬슬 말썽을 부리고, 빌붙어 지내던 남동생은 수상한 범죄를 저지르고, 이웃의 무례한 남자는 공포감을 조성하고, 한국인 학생은 학점이 잘못 됐다고 따지다 뇌물을 슬쩍 건넨다. 종신교수직 심사를 앞둔 그의 불안이 어느덧 인생에 대한 총체적 고민으로까지 번지자, 유대인 래리는 해답을 얻기 위해 세 명의 랍비 선생을 찾아가게 된다. 래리 역을 맡은 배우 마이클 스터버그의 외모는 미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인 해럴드 로이드를 빼닮았다. 게다가 1950년대 배경의 낙천적인 홈드라마에 어울릴 말쑥한 집에 살며, 바르게 행동하고 선량한 미소를 지닌 래리는 로이드가 창조했던,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인물의 후예 그 자체다. 하지만 때는 1960년대 후반. 서구사회에 곧 불어닥칠 혁명적인 변화 앞에서 래리는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인물이기도 하다. 자유를 외치는 여성, 전통에 역행하는 아이, 이해 불가능한 청년, 정신 나간 형제, 무서운 이웃은 미래의 축소판과 다름없다. 순진한 꿈과 착한 마음과 굳은 의욕만 지니고서는 더 이상 앞날의 도전을 통과하기 힘든 시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래리의 불행은 단순히 ‘변화의 바람’에 적응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일까? ‘시리어스 맨’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극중 래리와 그의 주변인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화를 내는 건 운명의 슬픔과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라고 묻는다. 래리가 자신이 처한 재난에 대해 신에게 따지고 나선다는 점에서 ‘시리어스 맨’은 래리의 곤경을 다룬 블랙코미디로부터 인간의 곤경이 의미하는 바를 되짚는 심각한 드라마로 발전한다. 종교와 관련된 우화처럼 보이는 ‘시리어스 맨’은 수난극보다 계시록의 성격이 더 짙은 작품이다. 관객은 ‘시리어스 맨’의 도입부에 배치된, 오래 전 어느 유태인 부부에게 벌어진 어둡고 불가사의한 에피소드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운명의 메타포인 늙은 랍비의 방문을 맞아 어리석은 부부는 몹쓸 짓으로 응대하고 만다. 운명을 예측 불가능하고 의지와 상관없는 것으로 파악하는 탓에, 인간은 갑작스러운 행운과 불행을 놓고 서투르게 대응하기 일쑤다. 그리고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애써 변명하곤 한다. ‘시리어스 맨’은 운명이란 인간의 손으로 빚는 것이며, 현존하는 미래의 신호인 징후를 제대로 읽어 보라고 말한다. 선생을 찾아 간 래리에게 랍비들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인생을 그냥 받아들이고 살라고 충고했다. 물론 그렇게 사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 사람이 알게 모르게 행동하는 것들이 반영된 결과가 미래일진대, 하루하루를 마냥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자세로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끝내 깨닫지 못하는 인간에게 신은 간혹 힌트를 던진다. 래리가 꾸는 악몽이 바로 그것인데, 래리는 징후에 부닥쳐 그만 잘못 처신해버리고, 그의 행동은 곧장 비극으로 이어진다. 아이들 앞으로 폭풍이 몰려오면서 영화는 끝난다. 과연 어떻게 행동했어야 옳았단 말인가. 후회는 항상 뒤늦게 오는 법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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