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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멘 코너’ 11~13홀 넘어야 우승 그린재킷 4파전… 안병훈도 출전

    조던 스피스(23·미국)의 2연패냐,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이냐.‘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16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7일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에서 막을 올려 나흘간 열전에 들어간다. 올해 총상금은 1000만 달러(약 120억원). 출전 선수는 89명이다.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생애 처음으로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스피스는 타이거 우즈(41·미국)가 세웠던 72홀 코스 레코드인 270타와 동타를 이루며 필 미컬슨(46·미국)과 저스틴 로즈(36·잉글랜드)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여유 있게 우승했다. 오거스타의 딱딱하고도 빠른 ‘유리 그린’을 무색하게 만드는 퍼트 실력이 압권이었다.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을 신호탄으로 US오픈을 제패하는 등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5승을 올리며 골프의 최강자로 우뚝 섰지만 올해 1월 현대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2월 이후 ‘톱10’ 성적을 한 번도 내지 못한 그가 대회 2연패로 자존심을 다시 곧추세울지 지켜볼 일이다.US오픈(2011년), 브리티시오픈(2014년), PGA 챔피언십(2012년·2014년) 정상에 섰던 매킬로이는 마스터스에서만 우승하면 4대 메이저대회를 한 번 이상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2009년 마스터스에 데뷔한 뒤 올해가 여덟 번째 출전이다. 가장 좋았던 성적은 지난해 4위. 그러나 그는 2011년 대회 3라운드까지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80타를 적어내 공동 15위로 떨어진 아픈 기억도 있다. 둘에 못지않게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는 제이슨 데이(29·호주)다. 지난달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를 연속 제패, 랭킹 1위에 복귀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1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2위, 2013년 단독 3위의 성적을 낸 만큼 데이가 우승한다고 해서 이변은 아니다. 다만 그는 최근 독감에 걸려 11파운드(약 5㎏)나 체중이 줄어드는 바람에 100% 기량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한국 선수 중에서는 안병훈(25·CJ그룹) 혼자 출전한다. 지난해 마지막 주 세계랭킹에서 50위 안에 들어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한 안병훈은 올해가 두 번째 출전이다. 첫 출전이었던 2010년에는 컷 탈락했다.누가 됐든 악명 높은 ‘아멘 코너’를 넘는 이가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멘 코너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11~13번홀까지, 숲을 시계 방향으로 끼고 도는 각각 파밸류 4,3,5의 3개 홀을 가리킨다. 18개 홀 가운데 최고의 난코스다. 1958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허버트 워렌 윈드 기자가 이 코스들이 너무 어려워 선수들 입에서 ‘아멘’ 하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고 한 전언에 따라 이름이 붙여졌다. 2014년 대회 1라운드 제이슨 더프너(39·미국)는 13번홀 그린 앞 개울에 공을 2개나 빠뜨린 끝에 ‘쿼드러플 보기’로 9타 만에 홀아웃했다. 한 해 앞서 현재 랭킹 4위인 버바 왓슨(38·미국)은 4라운드 12번홀에서 연못에 세 차례나 공을 빠뜨려 이름도 생소한 ‘셉튜플 보기’(기준타수+7타)에 통곡하기도 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누구의 기도발 먹힐까‘

    누구의 기도발 먹힐까‘

    조던 스피스(23·미국)의 2연패냐,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이냐.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16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7일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에서 막을 올려 나흘간 열전에 들어간다. 올해 총상금은 1000만 달러(약 120억원). 출전 선수는 89명이다.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생애 처음으로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스피스는 타이거 우즈(41·미국)가 세웠던 72홀 코스 레코드인 270타와 동타를 이루며 필 미컬슨(46·미국)과 저스틴 로즈(36·잉글랜드)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여유 있게 우승했다. 오거스타의 딱딱하고도 빠른 ‘유리 그린’을 무색하게 만드는 퍼트 실력이 압권이었다.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을 신호탄으로 US오픈을 제패하는 등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5승을 올리며 골프의 최강자로 우뚝 섰지만 올해 1월 현대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2월 이후 ‘톱10’ 성적을 한 번도 내지 못한 그가 대회 2연패로 자존심을 다시 곧추세울지 지켜볼 일이다. US오픈(2011년), 브리티시오픈(2014년), PGA 챔피언십(2012년·2014년) 정상에 섰던 매킬로이는 마스터스에서만 우승하면 4대 메이저대회를 한 번 이상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2009년 마스터스에 데뷔한 뒤 올해가 여덟 번째 출전이다. 가장 좋았던 성적은 지난해 4위. 그러나 그는 2011년 대회 3라운드까지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80타를 적어내 공동 15위로 떨어진 아픈 기억도 있다. 둘에 못지않게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는 제이슨 데이(29·호주)다. 지난달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를 연속 제패, 랭킹 1위에 복귀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1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2위, 2013년 단독 3위의 성적을 낸 만큼 데이가 우승한다고 해서 이변은 아니다. 다만 그는 최근 독감에 걸려 11파운드(약 5㎏)나 체중이 줄어드는 바람에 100% 기량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안병훈(25·CJ그룹) 혼자 출전한다. 지난해 마지막 주 세계랭킹에서 50위 안에 들어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한 안병훈은 올해가 두 번째 출전이다. 첫 출전이었던 2010년에는 컷 탈락했다. 누가 됐든 악명 높은 ‘아멘 코너’를 넘는 이가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멘 코너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11~13번홀까지, 숲을 시계 방향으로 끼고 도는 각각 파밸류 4,3,5의 3개 홀을 가리킨다. 18개 홀 가운데 최고의 난코스다. 1958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허버트 워렌 윈드 기자가 이 코스들이 너무 어려워 선수들 입에서 ‘아멘’ 하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고 한 전언에 따라 이름이 붙여졌다. 2014년 대회 1라운드 제이슨 더프너(39·미국)는 13번홀 그린 앞 개울에 공을 2개나 빠뜨린 끝에 ‘쿼드러플 보기’로 9타 만에 홀아웃했다. 한 해 앞서 현재 랭킹 4위인 버바 왓슨(38·미국)은 4라운드 12번홀에서 연못에 세 차례나 공을 빠뜨려 이름도 생소한 ‘셉튜플 보기’(기준타수+7타)에 통곡하기도 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AFC 챔피언스리그]산둥 빗장에 막힌 서울

    [AFC 챔피언스리그]산둥 빗장에 막힌 서울

    포항은 시드니에 져 16강 빨간불 5일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가 나란히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F조 4차전에서 산둥과 0-0으로 비겼다. 3승1무로 F조 선두 자리는 지켰지만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짓겠다는 목표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서울은 최정예 선수들을 선발로 내보내며 조별리그 4연승을 노렸다. 경기 주도권을 잡은 채 파상공세를 펼쳤고 후반 35분에는 공격진에 박주영까지 추가로 투입했지만 끝내 득점을 올리진 못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뒤 “상대가 밀집수비로 나왔다. 운이 따르지 않아 조 1위 확정을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포항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H조 4차전에서 시드니에 0-1로 졌다. 얇은 선수층 때문에 1.5군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포항은 후반 6분 밀로스 닌코비치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수비수 3명이 닌코비치를 에워싸고 있었는데도 제대로 수비가 안 된 게 아쉬웠다. 포항은 이날 패배로 1승1무2패, 승점 4로 시드니(승점 9)와 우라와 레즈(승점 7)에 이은 3위로 처졌다. 최진철 포항 감독은 “후반에 많은 선수가 장거리 비행 여파로 체력 문제를 보여 어려운 경기를 했다”면서 “후반 집중력 부족으로 실점한 것이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H조에 속한 디펜딩 챔피언 광저우 헝다는 이날 우라와 레즈에 0-1로 패하며 2무2패(승점 2)의 부진에 빠졌다. 주전 수비수 김영권은 이 경기에서 풀타임 출전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증권가 각자도생… 생존 전략 다시 짠다

    증권가 각자도생… 생존 전략 다시 짠다

    대우 품은 미래에셋, 글로벌 IB에 올인 NH, WM 신설… KB, 유니버설뱅크로 삼성, 로보어드바이저 특허출원 준비 중대형사 증자·M&A로 몸집 키울 듯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합병(M&A)으로 증권업계 판도가 크게 변한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 행보로 살길을 찾고 있다. 몸집을 불린 대형사들은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유니버설뱅크 도약을 꿈꾸고 있고, 이들에 밀린 증권사들은 국내외 틈새시장 공략을 노리며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2013년 NH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사들이면서 NH투자·대우·삼성·한국투자·현대 5대 체제로 형성된 증권업계 판도는 대우를 품은 미래에셋과 NH, 모기업이 현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B투자 3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자기자본 5조 8000억원의 미래에셋이 선두를 질주하는 가운데 4조원 내외 규모인 NH와 KB가 추격하는 모양새를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추구하는 목표는 제각각이다. 미래에셋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IB를 꿈꾼다. 박현주 그룹 회장이 직접 ‘미래에셋대우증권’ 회장직을 맡아 일본의 대표 IB 노무라증권을 넘는다는 포부다. 반면 지난해 IB 시장 1위에 오른 NH는 최근 WM전략본부를 신설하고 자산관리 영업과 상품관리 업무를 강화하는 등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KB는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한 창구에서 취급하는 유니버설뱅크를 추구한다. KB에 밀려 업계 순위가 한 계단 내려앉게 된 삼성은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자기자본은 3강에 밀려도 고객 자산은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강점인 프로세스와 자산관리(WM)에 집중하고 스피드 있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은 국내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특허를 출원했고, 최근 서울 대치동과 마포역 인근에 WM지점을 잇달아 개소했다. 대우와 현대 인수전에서 번번이 쓴잔을 마신 한투는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에서 인수한 증권사를 업계 7~8위로 키운 한투는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에서도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투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 곳곳에 이른바 한투 ‘아바타’ 증권사를 만들고 이들의 성장을 통해 아시아 1등 IB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과거 5대 증권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나 9위권까지 밀려난 대신증권은 안정적인 수익모델 구축에 치중하고 있다. 영업수익에서 위탁매매(중개)가 차지하는 비중을 30%대로 줄인 반면 WM과 IB, 부실채권(NPL) 부문의 수익을 크게 늘렸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과거 우투증권 인수를 포기했을 때부터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NPL 등은 경기 흐름을 타지 않는 영역이라 항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증권사들이 유상증자와 M&A로 몸집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자기자본 2조 5000억원으로 업계 6위인 신한금융투자는 지주사가 증자를 검토하고 있는데, KB의 현대 인수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잠재적 M&A 대상인 LIG투자·이베스트투자·골든브릿지·SK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는 그간 매물로서 인기가 없었으나 관심이 커질지 주목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4·13 총선 핫클릭] ‘정치인 테마주’도 뜨고 지고

    반기문 ‘성문전자’ 우선주도↑ 4·13 총선을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정치인과 관련된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다. 여야 유력 후보들의 행보에 따라 관련 테마주의 주가도 일희일비하고 있지만, 실적과 관계없이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국민의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소식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관련주식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안랩은 안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등락을 반복해 왔다. 안 대표가 탈당 후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착수할 즈음인 1월 초에는 52주 최고가(9만 3300원)를 경신했지만 이후 지지율 부진 등의 악재가 잇따르자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지율 회복 소식에 반등세로 돌아선 안랩의 주가는 안 대표의 방송기자클럽 토론회가 열린 지난 4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 관련 테마주의 흐름은 최근 들어 주춤한 양상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1위를 차지했다는 결과가 나온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오세훈 테마주’로 분류되는 진양화학은 52주 최고가인 85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5일에는 6200원에 거래를 마쳐 열흘 만에 최고가 대비 39.09%나 떨어졌다. 유승민 의원의 테마주인 대신정보통신, 삼일기업공사 등도 들썩였다.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25일 코스닥시장에서 대신정보통신은 최고가(1755원)를 기록했다. 유 의원은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서 견고한 지지율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주가는 반대로 약세 흐름으로 전환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우리들휴브레인의 주가도 선거 전망에 따라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또 각종 대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련주인 성문전자 우선주는 지난 4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러한 정치 테마주의 움직임은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투기적 수요에 따라 요동치는 경우가 많아서 투자자들이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정치인과 해당 종목 특정 주주 사이의 ‘막연한 인연’만 있을 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들휴브레인은 최대주주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다는 점에서, 성문전자는 한 임원이 반 사무총장과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테마주로 편입된 사례다. 금융당국도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를 띄우는 작전 세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구글의 구내식당이 부러운 진짜 이유

    [송혜민의 월드why] 구글의 구내식당이 부러운 진짜 이유

    구글은 일명 꿈의 직장 혹은 신의 직장으로 통한다. 높은 연봉 테이블도 부러움의 대상 중 하나지만, 무엇보다도 남다른 근무환경이 타 직장인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구글 뿐만 아니라 애플이나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굴지의 글로벌 IT기업들도 직원중심문화를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로 흐름을 이끌어간다는 것이고, 동시에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 및 높은 생산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대승을 거둔 ‘알파고’를 제작한 구글은 그야말로 밥맛과 일할 맛 모두 나는 구내식당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뉴욕 사옥 구내식당에서는 삼시세끼 다양한 메뉴를 내놓을 뿐만 아니라 간식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원한다면 가족과 친구를 초대할 수도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구내식당이 가진 엄청난 ‘뷰’(View)에 있다. 구글 뉴욕 사옥의 구내식당에서는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날씨가 좋으면 마치 전망대 꼭대기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아침·점심·저녁을 즐기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마운티뷰에 있는 구글연구소 ‘구글 플렉스’에는 무려 11개의 구내식당이 있다. 뉴욕 사옥과 마찬가지로 한식과 중식, 태국식 등 아시아 식단부터 이탈리아 등 유럽 식단까지 종류도 가지가지다. 세계 각국에서 인재들을 불러 모으고 이들에게 가장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려는 회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여기에 근무시간 중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나 오락실, 수면실은 사용 빈도를 떠나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또 어떤가. 어지간한 회사들은 ‘허용’하기 힘든 것까지 허용하는데, 바로 애완동물과 함께 하는 출근이다. 아마존은 스스로를 ‘애견친화기업’이라고 칭할 만큼 하루에도 수백 마리의 애견이 주인과 함께 회사로 향한다. 연일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을 끄는 페이스북은 눈치 보지 않아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물론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육아휴직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회사의 분위기나 주위의 시선 때문에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딸이 태어난 뒤 2개월 간 ‘모범적으로’ 육아휴직을 떠났고, 글로벌 회사의 대표이자 전 세계 소셜미디어업계의 선두에 선 한 사람의 육아휴직은 많은 기업의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뷰가 환상적인 구내식당이 있어서,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집에 혼자 두고 나오지 않을 수 있어서, 새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아내와 남편이 함께 지켜볼 수 있어서 위의 회사가 부러운 것은 아니다. 어떤 정책이 됐든 회사가 직원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러한 배려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높은 생산성과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배출은 결국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회사의 이익이 커지고 사회적 영향력이 높아지면 직원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와 관련한 혜택을 또 누릴 수 있다. 회사와 직원이 윈-윈하는 것이다. 구글을 포함해 위에 언급한 회사들이 부러운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회사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왔는데, 아마존이 실시하는 ‘애완견과 함께 출근하기’ 역시 연구로 입증된 방법 중 하나다. 지난달 캐나다 클레어몬트대학원 신경경제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애완견과 시간을 보낸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3분의1 만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옥시토신 분비량이 늘면서 스트레스는 낮아지고 타인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애완견과의 동반 출근이 타인을 더 신뢰하고 근무시간 중 긴장감을 떨어뜨리면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딴짓’을 허용하는 것 역시 생산성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인력자원 정보시스템 업체인 ‘밤부HR(BambooHR)‘의 부회장 러스티 린퀴스트는 “일부 회사들이 근무 시간 중 직원들의 페이스북 사용이나 인터넷 서핑 등의 ’딴짓‘을 단속하는 것은 오히려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체적으로 피곤할 때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피로해지면 의욕이 없어지고 업무 성과에도 지장을 준다”면서 “돌아다니거나 과자를 먹고 수다를 떠는 등의 활동은 두뇌에 휴식을 가져다주면서 집중력을 높이고 기분전환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것은 곧 업무 성과와 생산성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야근을 일상이자 나아가 실력으로 평가하기도 하는 일부 기업문화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도 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컨설팅 전문업체인 맥킨지와 함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11시간 30분을 일한 A직원은 평균 근로시간이 9시간 50분인 다른 직원들에 비해 1시간 40분가량 더 일하고서도 생산성은 45%에 그쳤다. 근로시간이 A보다 짧은 다른 직원들의 평균 업무 생산성은 12% 더 높은 57%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야근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라고 평가했다. 회사가 직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과 동시에 직원의 건강과 사생활을 보장해주고 딴짓을 허용하는 등의 ‘정성과 신뢰’를 쏟는 것은 결국 생산성을 높여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회사의 이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직원의 고용안정성 역시 보장될 수 없으므로, 직원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애써야 하는 것 역시 당연지사다. 이러한 상관관계 속에서 어느 한 쪽의 이익에만 치우쳐지지 않고 균형이 생길 때, 회사와 직원의 생존뿐만 아니라 높은 행복지수까지 보장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해외여행 | 핀란드-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 레비Levi

    해외여행 | 핀란드-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 레비Levi

    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레비Levi 북부 핀란드, 이 혹한의 땅에 발을 디딘 가장 큰 목적은 오로라를 보는 것이었다. 핀란드 레비에서 보낸 나흘의 이야기는 밤과 낮으로 나뉜다. 겨울의 북극에서는 어둠의 기세가 등등하다. 낮은 맥을 못 춘다. 정오가 돼서야 동이 트고, 점심 식사 후 두 시간 가량 소요되는 일정 하나를 마치면 다시 어둠의 세계다. 밤은 온전히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점철됐다. 지루하지 않았냐고? 전혀! 이곳에서 겪은 모든 일들에는 ‘난생처음’이라는 수식이 붙었기에 하나같이 소중했다. ●조용하고 아담한 스키 마을 레비Levi “어서 와, 이런 추위는 처음이지?” 감각을 자극하는 주변의 모든 환경이 말을 거는 것 같다. 도착한 날의 기온은 영하 31도. 예보에 따르면 기온은 점점 더 내려갈 예정이다. 상상 이상의 추위, 경험한 적 없는 냉기다. 이 정도의 날씨라면 추위, 냉기보다 더 가혹하고 거친 단어가 필요하다. 들숨에 들어오는 공기는 뾰족하게 날을 세워 폐부를 찔렀고 내뱉은 날숨은 공중으로 흩어지기 전 해마의 형태로 잠시 얼어붙는 듯했다. 내복, 바지, 스웨터, 양말 등 모두 두 겹씩 입었다. 몸 구석구석에 핫팩을 붙이고 옷 입는 시간만 대략 20분이 걸렸다. 장갑, 목도리, 모자까지 쓰고 나면 북극의 패션 테러리스트가 됐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감각은 둔해졌지만 그만큼 마음은 든든했다. 문제는 이렇게 대비해도 춥다는 것. 입김은 콧수염이나 눈썹에 붙어 고드름이 됐고, 안경도 얼어붙어 앞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발에 붙여둔 핫팩은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이기지 못했고 외부 공기와 접촉한 핫팩은 얼고 부풀어 올라 아이스팩과 형태와 기능이 동일해졌다. 맨손으로 차 트렁크, 문고리 혹은 삼각대의 다리 부분을 잡으면 순간접착제를 바른 듯 살이 달라붙었다. 접촉한 것들과 분리되기 위해서는 살점이 뜯기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카메라도 걱정거리. 혹한에 배터리 방전 속도가 LTE급으로 빨라졌고, 입김이 닿은 카메라 뒤판은 얼음 알갱이로 뒤덮였다. 셔터가 올라갔다 얼어붙어 내려가지 않는 횟수도 빈번해졌다. 일행 중 한 사람의 셔터 릴리스 선은 꽁꽁 언 채로 두 동강이 났다. 전선이 냉각된 후 끊어지는 추위, 곁에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과장된 엄살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다. 지금부터의 이야기가 진짜다. 헬싱키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두 시간을 날아 레비 인근의 키틸래 공항Kittila Airport에 도착했다. 키틸래 공항에서 북쪽으로 230여 킬로미터 떨어진 이발로 공항Ivalo Airport을 경유했으니, 헬싱키에서 직항으로 왔다면 약 한 시간 거리다. 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레비는 핀란드 최고의 스키리조트 마을로 명성이 자자하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노인만 100명 남짓 남았던 시골 마을이었지만, 1964년 첫 번째 스키 슬로프를 개장한 이후 조용했던 마을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면세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관광산업이 활성화됐고 현재, 전체 인구 약 5,000명 중 2,500여 명이 관광업에 종사하며 한 해 40만명의 여행자들을 맞는 관광지로 성장했다. 겨울에는 스키를 비롯해 허스키 썰매, 순록 썰매, 스노모빌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여름에는 트레킹, 하이킹, 백야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다. 핀란드 최대의 스키리조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총 43개의 슬로프를 운영하고 있다. 리조트 전체 규모에 비해 레비 시내는 소박한 편이다. 레스토랑, 기념품 숍 등 필요한 것들이 적재적소에 정량으로 있어 과잉과 소모가 없는 편안한 느낌이다.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20도지만 우리가 머문 기간은 이상 기후로 훨씬 더 추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차갑고 고요한 밤의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오로라Aurora 태양이 발산하는 플라스마 중 극소량이 지구의 보호막을 뚫는다. 그리고는 지구 자기장의 영향으로 극지방으로 끌려들어와 대기권의 가장 바깥쪽 열권에서 방전되며 빛을 발하는 현상, 오로라다. 북극에서 발생한 오로라의 이름은 오로라 보리앨리스Aurora borealis 혹은 노던 라이츠Northern lights, 우리말로는 북극광, 그리고 이곳 핀란드에서는 여우불이라는 뜻의 레번툴레Revontulet다. 나에게 오로라는 평생을 꿈꿔 온 소망의 이름이다. 여기까지 왔지만 본다는 확신은 없었고 기대만 가득했다. 운이 따라야 볼 수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오로라를 예보하고 시간대별로 지수를 표기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가이드는 날씨가 너무 추우면 오히려 보기 어렵다고 말했고, 오로라 지수를 너무 믿지 말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별이 수천개는 보이는 밤하늘이라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행운을 빌어 주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명제를 마음에 품었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도착 이틀째부터 영하 40도의 혹한에서 서너 시간씩 사흘을 버텼다. 일명 ‘뻗치기’를 감행했다. #first night 첫날밤, 가이드가 알려준 숲으로 향했다. 숙소인 레비 툰투리 호텔Spa Hotel Levi Tunturi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작은 호수를 둘러싼 겨울 숲, 그 건너편에는 아담한 평원도 있었다. 가이드는 이곳이 인공광이 거의 없어 인근에서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고 했다. 출발 전부터 꼼꼼하게 장비를 챙겼고, 어둠 속에서 촬영 방법을 연습했다. 준비한 것을 차근차근 재현할 차례였으나 혹한에 몸과 마음은 따로 놀았다. 장갑 속에 감춰둔 둔한 손의 감각으로는 어둠 속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부터 노출을 조절하는 일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허둥거리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나타나기만 하면 된다. 한 시간쯤 지나자 하늘빛이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일단 셔터를 눌렀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사진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명민한 카메라는 하늘에서 색색의 빛줄기 수십 개가 쏟아져 내리는 순간을 잡아냈다. 오로라처럼 움직이진 않았지만 빛줄기는 계속 색을 바꾸고 있었다. 오로라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오로라를 본 경험이 있는 동행인은 명백한 오로라라고 했다. 촬영은 두 시간가량 이어졌다. 이것이 오로라만큼 드문, 상층의 구름에서 떨어진 공기 중의 얼음 알갱이들이 달빛 혹은 주변의 인공광을 반사하며 일어나는 빛기둥light pole 현상이라는 사실은 서울에 와서야 알게 됐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econd night 전날 촬영한 빛기둥을 오로라라고 믿었기에 둘째 날엔 더 대담해질 수 있었다.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인다는 숲을 버리고 조금 더 드라마틱한 장소를 찾아 도착한 곳은 레비 툰투리Levi Tunturi다. 산이라고 하기엔 낮고 동산이라 부르기엔 높은 해발 531m, 우리말로 ‘재’라고 표현하면 알맞은 이곳을 레비 사람들은 ‘레비 펠Levi Fell’이라고 부른다. 해질녘의 레비 펠은 겨울 왕국의 모습 그대로다. 핀란드 최고의 캐릭터인 무민을 쏙 빼닮은 스노 몬스터Snow Monster 수천 개가 핑크빛으로 물든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무민 마을에 잔치라도 벌어진 듯한 동화 같은 풍경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엄숙하고 장엄한 정취를 덧입었다. 우주 깊은 곳에 떠다니는 외계행성에 발을 디딘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이곳에 오로라가 나타난다면 지상 최고의 오로라 사진을 얻을 수 있겠다며 기대했지만 하늘이 흐렸고, 날이 습했고, 재 마루에 멈춰 선 구름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철수했다. #third night 마지막 밤까지 오로라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조바심이 요동쳤다. 마음을 가다듬고 저녁 식사 자리로 향했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생일을 맞은 저녁상에는 초를 밝힌 작은 컵케이크와 서울에서 준비한 3분 미역국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생일상에 마음이 울컥해졌다. 오로라를 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며 초를 불었다. 십분쯤 지났을까. 이미 퇴근한 가이드가 되돌아와 말했다. “지금 밖에 오로라가 있어. 앞으로 몇 시간 동안 볼 수 있을 거야.” 이런 걸 ‘기적’이라고 말하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늘을 보며 달려가다 뒷걸음치기를 반복했다. 오로라를 보는 순간, 인생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았다는 감동에 가슴이 벅찼다. 수직으로 서서히 솟구쳐 창공으로 올라간 초록빛은 일렁이고 움직이고 너울너울 넘실대며 제 길을 갔다. 빛기둥을 보았던 숲으로 향했다. 멀리서 시작된 올챙이 형상의 초록빛은 별이 총총히 빛나는 검은 하늘을 가르고 번져 나가며 춤을 췄다. 설산을 넘는 북극의 요술 여우의 꼬리가 산꼭대기를 스칠 때 일어나는 스파크라는 핀란드 신화도, 어린 영가들이 춤을 출 때 일어나는 불빛이라는 그린란드의 신화도, 죽은 영혼들이 해골로 축구시합을 벌이는 광경이라는 이누이트족의 신화도, 모두 오롯이 믿어질 만큼 경이롭고 신비로웠다. 영하 40도의 혹한에도 춥지 않았다. 오로라는 땅 위의 사람들을 제대로 홀렸다. 확신했다. 언젠가 인생이 끝날 때 스쳐갈 나의 주마등에, 이 순간 눈앞에 펼쳐진 오로라의 춤이 선명히 새겨질 게다. ●청명하고 귀한 낮의 이야기 진짜 행운이함께 했나 봐! 네 시간, 하루 중 푸른 하늘과 흰 설원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짧은 만큼 값지고 소중하니, 가능한 짜릿하게 즐겨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first day 첫날은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레비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40km 떨어진 헤타Hetta로 향했다. 아침이지만 어두운 사위를 가르기 위해 상향등을 켜고 달려야 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상향등이 눈을 비추면 별처럼 빛났다. 풍경은 화면 가득 노이즈가 반짝이는 오래된 필름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다행히 길이 미끄럽진 않았다. 녹아서 질퍽이는 습설이 아닌 건설인 까닭이다. 운전자와 겨울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축복의 눈이다. 일명 파우더 스노, 넘어져도 아프지 않고 포근하게 느껴질 질감이다. 가이드는 이동하는 동안 헤타에 대해 설명했다. 스칸디나비아 북쪽, 핀란드 북쪽, 러시아 콜라반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목민족인 사미족의 사미랜드, 헤타는 그곳으로 가는 관문이라 했다. 이 지역에 사는 주민의 20퍼센트는 사미인, 그중 8퍼센트가 사라져 가는 사미어를 쓰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헤타 펠 라플란드 방문자 센터Hetta Fell Lapland Visitor Center에서 사미 문화와 전통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헤타에 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순록 농장 방문. 우리에게 루돌프로 더 잘 알려진, 아름다운 뿔을 가진 순록을 만난다는 기대로 마음이 들떴다. 농장을 방문하는 것이니 무리 지어 움직이는 순록들을 만날 거라 기대했지만, 추운 겨울 동안은 대부분 주인이 만들어 둔 우리 안에서 지낸다고 한다. 아쉬움은 순록 썰매를 타는 것으로 달랬다. 운동장 한 바퀴 거리를 돌아보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하얀 설원 위를 네 마리의 순록이 끄는 네 개의 썰매가 천천히 움직이는 풍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고개를 돌려 돌아보면, 뒤 썰매를 끄는 순록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힘이 넘치게 좋은데다 마음도 급해 앞 썰매를 제치고 싶다는 듯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었다. 맑은 눈망울, 둔탁한 턱의 모양새는 소를 닮았다. 사미족에게 순록은 우리네 옛 시절의 소와 같은 의미다. 함께 살고 함께 일하다가 그 끝엔 고기, 가죽, 뿔까지 모든 것을 내주는 존재. 반려이자 삶의 밑천이다. #second day 노래가 절로 나왔다. 흰 눈 사이로 스노모빌을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일정 중 가장 신나는 경험을 꼽으라면, 단연 스노모빌 타고 달린 순간이라 답하겠다. 눈 덮인 구릉을 오르락내리락, 아름다운 숲길 사이를 쌩쌩, 드넓은 설원을 최고 시속 90km로 시원하게 달리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삼십분을 줄기차게 달리다가 코스 중간에 있는 150년 된 전통 가옥에서 몸을 녹이고 되돌아오는 여정이다. 준비할 것은 운전면허증과 방한대책. 한국 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 모두 제출 가능하다. 면허증을 제출하고 사인을 하고 나면 우주복 스타일의 두꺼운 방한복을 나눠준다. 거기에 투박한 방한 부츠를 신고, 복면과 헬멧을 차례로 쓰고 스노모빌 작동법을 간단히 익히면 준비완료. 가이드가 선두에 서고 차례로 질주를 시작한다. 추위는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의 양에 정확히 비례했다. 바로 앞 스노모빌이 날려 보내는 눈가루는 헬멧에 붙은 바람막이 아크릴에 켜켜이 쌓여 시야를 가렸고, 얼굴을 싸맨 검은 복면은 본래의 색을 감추고 흰빛으로 반짝였다. 길을 잘못 들어 돌아 나오던 중 작은 전복사고가 있었다. 유턴하다 스노모빌과 함께 넘어졌는데, 다행히 폭신한 눈밭 위여서 다치진 않았다. 추위와 작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즐겁게만 기억되는 이유는 설원에서 마주한 일출 때문이다. 지평선에 걸린 동그란 해가 오메가를 만들었고, 하늘과 눈밭은 파스텔톤의 붉은빛으로 곱게 물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핑크빛이 모여 스스로를 뽐내는 듯한 풍경은 더없이 우아했다. 더불어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선명한 일출을 만났으니 정말 운이 좋다는 가이드의 말에 위안을 얻었다. 어쩌면 이번 여행, 진짜 행운이 함께했는지도 모르겠다. #third day 3일 내내 허스키 썰매 타기 체험을 무척 기대했었다. 허스키는 달리기를 사랑하는 견종이다. 허스키 썰매에 올라 만끽하는 속도감, 스릴보다 본능에 충실하게 사는 허스키들은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가 더 궁금했다. 설원을 누비는 허스키 사진을 볼 때마다, 내 집 전기장판 위에서 본능을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나의 허스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쉽게도 허스키를 타고 달리는 2km의 여정은 취소됐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다. 허스키 사파리는 11월부터 4월까지 운영하지만, 영하 35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운영하지 않는단다. 사람도 허스키도 빠른 속도로 달리기에 부담스러운 온도다. 농장 인근의 핀란드 말들과 허스키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대신했다. 탈것에 기대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설원을 누빌 차례다. 스노슈잉은 넓은 타원형에 그물을 덧댄 스노슈(설피)를 신고 눈밭을 걷는 트레킹 프로그램이다. 넓은 면적으로 체중이 분산돼 눈 속으로 빠지지 않기 때문에 20cm 깊이의 설원도 걸을 만하다. 추운 날씨였지만, 그간 움츠러든 몸을 움직여 피를 돌게 한다는 차원에서 해봄직하다. 걷다 보면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 언뜻언뜻 생각나는 사소한 풍경들이 있다. 순록의 착한 눈매, 추위를 피해 들어선 핀란드 전통 가옥에서 마신 커피의 온기, 장작 타는 냄새.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도 있다. 허스키 농장에서 노견 클로디를 바라보던 주인의 애정과 감사가 가득한 눈빛, 일부러 찾아와 오로라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한 가이드의 잔잔한 목소리와 차분한 말투. 모두, 불현듯 떠오르는 조각난 추억이지만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어 같은 지점으로 향한다. 그 끝엔 평온이 있다. 혹한의 공기를 더없이 따뜻하게 데우는 평온을 찾아 꼭 다시 가리라. 그땐, 너와 함께.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Finland Levi AIRLINE핀에어는 인천-헬싱키 구간을 주 7회(매일) 운항한다. 헬싱키까지 비행시간은 약 10시간. 레비로 가려면 헬싱키-키틸래 구간을 이용해야 한다. 핀에어를 이용할 때 기대되는 것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헬싱키 반타 공항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선과 국제선 터미널이 같은 층에 있어 동선이 짧고 환승 절차가 효율적인 데다, 공항 곳곳에 탐나는 핀란드 디자인 제품과 캐릭터를 판매하는 숍, 아늑한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자리한 것도 큰 장점이다. 지루할 틈이 없는 공항이다. 2014년 새롭게 문을 연 핀에어 프리미엄 라운지는 6개의 독립된 샤워실, 핀란드식 사우나까지 갖추고 있어 장시간 비행에 지친 승객에게 온전한 휴식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라운지는 핀에어 플러스 플래티넘Finair Plus Platinum, 골드 회원 및 원월드Oneworld 에메랄드, 사파이어 카드 소시자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www.finnair.com Hotel 스파 호텔 레비 툰투리Spa Hotel Levi Tunturi레비 지역에 최초로 생긴 호텔이다. 1981년, 마당이 있는 11개의 라플란드 스타일의 통나무집으로 영업을 시작한 호텔은 5년 전 3층 규모의 건물을 증축해 성업 중이다. 패밀리, 스탠더드 트윈, 슈퍼리어 트윈, 주니어 스위트, 스위트 총 다섯 개의 룸 타입이 있으며 주니어 스위트, 스위트룸을 예약할 경우 방 안에서 핀란드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스파는 핀란드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7개의 실내 및 실외 풀이 있고, 9개의 사우나 시설을 완비했다. www.hotellilevitunturi.fi activity스노슈잉 en.lapinluontoelamys.kotisivukone.com허스키사파리 www.polarlightstours.fi스노모빌을 비롯해 레비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은 www.levi.fi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staurant 아틱 레스토랑 스노 돔Arctic Restaurant Snow Dome특이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여행자라면, 호텔 레비 파노라마에서 운영하는 아틱 레스토랑 스노 돔으로 가볼 것을 권한다. 식기와 음식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올겨울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아티초크 수프와 순록 찜 요리가 맛있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는 스노돔 안에서,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디저트는 따뜻한 호텔 내 식당으로 이동해 먹는다. www.golevi.fi/en/snowdome Tip오로라 촬영 팁 어두운 곳에서 초점을 맞출 땐 랜턴이 있으면 유용하다. 오로라만 촬영할 경우 초점거리를 무한대로 두면 되지만, 앞부분에 나무나 집이 있는 경우는 초점을 앞에 맞춰야 한다. 암흑 속에서 초점 맞추는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랜턴을 챙겨 가자. 발밑에 폭신한 눈밭이 있다면 트라이포드는 최대한 땅에 닿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촬영하는 동안 서서히 눈을 파고 들어가 완전히 흔들린 사진을 찍게 된다. 셔터 릴리스보다는 무선 동조기를 챙겨가는 게 편하다. 앞서 언급했듯, 전선이 끊어질 정도의 혹한을 견뎌야 한다. 오로라는 한번 생겨나면 두 시간 가량 지속된다. 적정 노출에 한해 다양한 셔터스피드로 촬영해 볼 것. 다른 느낌의 오로라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취재협조 핀에어 www.finnai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프로야구] 누가 우리를 약하다고 했나

    약체로 평가받은 팀들이 개막 초반 맹위로 판세를 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O리그 개막 3연전을 마친 4일 현재 LG, 넥센, kt가 각 2승을 챙기며 선두권을 형성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올 시즌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혼전을 예상하면서도 이들 3개 팀을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비록 개막 초반이지만 이들 팀은 투타 짜임새와 끈끈한 응집력으로 녹록지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해 9위 LG는 우승후보 한화와의 개막 2경기 연속 연장 혈투 끝에 2연승했다. LG 돌풍의 중심에는 이천웅(28)이 섰다. 1차전에서 홈런 등 4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선발 소사의 난조로 초반 4실점한 상황에서 송은범을 2점포로 두들기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2차전에서도 4타수 2안타로 2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작성했다. 주포 박병호(미네소타)와 유한준(kt), 마무리 손승락(롯데)의 이적과 불펜 조상우, 한현희의 부상으로 전력 누수가 극심한 넥센도 ‘다크호스’ 롯데를 상대로 2승을 거뒀다. 3차전 선발로 나선 고졸 신인 박주현(20)은 허약한 팀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5이닝 5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지난해 꼴찌 kt는 SK전에서 ‘위닝시리즈’를 일궜다. 새로 가세한 유한준과 이진영이 각 8타수 3안타(타율 .375)와 3차전 역전 결승 3점포로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불펜 김재윤(26)이 2경기(3이닝)에서 삼진 4개를 솎아내며 1안타 무실점의 위력투를 과시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오세훈, 달갑지 않은 1등

    오세훈, 달갑지 않은 1등

    9.4%P 앞섰던 종로 오차범위내 접전 ‘2년 뒤 떠날 사람’ 인식에 野 결집 탓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처음으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에 올라섰다. 반면 4·13총선에서 오 전 시장이 도전장을 내민 서울 종로에서는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이는 오 전 시장이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각되면서 종로 유권자에게는 “2년 뒤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데다,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주자와 총선 후보로서 오 전 시장의 상반된 여론 흐름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4일 발표한 전국 성인 남녀 2528명을 대상으로 3월 다섯째주(3월 28일~4월 1일) 정례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1.9% 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오 전 시장은 전주보다 1.6% 포인트 오른 15.4%를 기록했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5주 연속 경신했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5% 포인트 내린 12.9%로 오 전 시장에게 밀렸다. 김 대표가 다른 여권 대선주자에게 뒤진 것은 당 대표 선출 직전인 2014년 7월 이후 1년 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공천 파동의 여파로 여권 지지층 일부가 오 전 시장에게 흡수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서울경제·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종로 유권자 대상(3월 30일~4월 2일)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3% 포인트)에서 오 전 시장은 41.5%, 정 후보는 39.9%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 포인트)에선 오 후보(43.3%)가 정 후보(33.9%)를 9.4% 포인트 앞선 바 있다. 오 후보 측은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20% 포인트 가까이 앞섰던 지지율을 거의 따라잡힐 뻔한 경험이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워한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우승에 빠진 19세…리디아 고, 주따누깐 제치고 ANA인스퍼레이션 막판 역전 우승

    우승에 빠진 19세…리디아 고, 주따누깐 제치고 ANA인스퍼레이션 막판 역전 우승

    3년 전의 ‘데자뷔’(기시감)가 엄습했다. 스코어보드 맨 위에 올라 있는 자신의 이름을 본 것일까. 15번홀(파4)부터 아리야 주따누깐(21·태국)의 퍼트 거리가 갑자기 짧아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방증이었다. 주따누깐은 13언더파로 3홀을 남긴 상태에서 2위 그룹에 2타를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흔들리기 시작한 주따누깐은 16번홀(파4) 3퍼트로 한 타를 잃더니 17번홀(파3)에서는 아이언샷이, 18번홀(파5)에서는 티샷이 말을 듣지 않고 공을 해저드로 보낸 끝에 결국 3개홀 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3년 전 자신의 조국인 태국에서 열렸던 혼다 타일랜드 LPGA에서의 참변을 다시 겪어야 했다. 그는 당시 대회 4라운드 17번홀까지 단독선두를 달리며 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LPGA 투어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페어웨이 벙커에 빠진 두 번째 샷을 세이브하지 못하고 트리플 보기를 범해 다 잡은 우승컵을 박인비(29·KB금융그룹)에게 넘겨준 뒤 언니 모리야의 품에 안겨 펑펑 눈물을 뿌렸다. 이번에는 리디아 고(19·뉴질랜드)였다. 스코어카드를 보면 군더더기 없이 버디만 3개. 더욱이 20야드 이상 먼 거리의 파퍼트를 쏙쏙 집어넣으며 고비를 넘긴 끝에 연장이 예상되던 마지막 18번홀 깃대 50㎝ 옆에 붙는 세 번째 샷 단 한 방으로 나흘간의 72홀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최종 성적은 12언더파 276타. 타고난 승부사 기질, 얼음장 같은 멘털. 만 19세 생일을 며칠 앞둔 아직은 10대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과연 세계 1위였다. 제주 출신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힐스 골프클럽 다이너쇼 코스(파72·6769야드)에서 끝난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면서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 2승을 올린 선수가 됐다.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린 리디아 고는 1997년 4월 24일생이다. 두 번째 메이저 정상에 선 이날 그의 나이는 만 19세 생일을 스무하루 남긴 날이었다. 종전 최연소 메이저 2승 기록은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세운 20세 9개월이다. 올 시즌 두 번째이자 LPGA 투어 통산 12승째로 상금 39만 달러(약 4억 4700만원)를 챙긴 리디아 고는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선두 다지기에 나선 건 물론 평균타수(68.625타) 등에서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디아 고와 동반플레이를 펼쳤던 ‘루키’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어렵사리 버디 퍼트에 성공했지만 앞서 샌드 웨지로 띄운 세 번째 샷을 깃대 50㎝ 옆에 바짝 붙인 리디아 고의 타수를 따라잡기에는 한 타가 부족했다. 리디아 고는 “캐디의 조언대로 ‘투온’을 노리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샷을 8번 아이언, 샌드웨지로 공략했다. 다소 짧은 느낌이었는데 그린이 딱딱했던 덕에 핀 바로 옆에 붙더라. 마지막 홀 버디는 언제나 기분이 좋은 것”이라며 캐디인 제이슨 해밀턴, 어머니 현봉숙씨, 언니 등과 함께 ‘포피스 폰드’에 뛰어들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트럼프 ‘안보 막말’은 사업가적 발상”

    “트럼프 ‘안보 막말’은 사업가적 발상”

    WP “트럼프 대통령 되기 부적합 핵무장론 등 진지하게 생각 안 해” 일각 “본선 진출 땐 입장 바꿀 것”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선두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연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 주둔한 미군 철수와 한·일 자체 핵무장론에 미국의 동북아 전쟁 불개입론까지 주장하면서 전 세계가 우려의 시선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의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공화당 경선 후보 중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그가 최종 후보로 지명돼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할 경우 현재로서는 외교안보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트럼프의 외교안보 관련 공약이 과연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최근 한 말들, 특히 한·일 핵무장론 발언 등을 지적하며 “트럼프가 중요한 사안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WP는 그동안에도 트럼프의 막말 발언을 비판해 왔지만 트럼프가 최근 외교안보에 대한 무지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인 것이다. 사설은 공화당이 트럼프를 낙마시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정말 외교안보에 무지한 것일까. 지난달 25일 트럼프와 2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한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최근 CNN에 “트럼프가 외교안보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일 주둔 미군 철수 및 핵무장론 등은 동맹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생어 기자는 이 때문에 관련 질문을 수차례 반복하며 트럼프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트럼프는 외교안보에 무지해서가 아니라 평소 확신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캠페인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로, 최근 외교안보 공약을 밝히면서 ‘미국우선주의’가 추가됐다.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경찰’ 노릇을 하느라 미군 주둔 등에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썼는데, 이제는 약해지고 있는 미국을 살리기 위해 이 같은 바보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는 미국에 불리한 모든 외교·통상 협상을 다시 하고, 중국과 동남아, 유럽,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빼앗아 간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되찾고, 이민자와 난민을 막기 위해 벽을 세우고 국경을 폐쇄하는 등 그가 밝힌 ‘고립주의’ 공약과 일맥상통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우선주의는 초강대국 미국의 국제적 역할을 버리고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겠다는 것과 같다. 트럼프의 이 같은 극단주의적 공약에 그를 지지하는 보수적 노동자층 백인 유권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이들 유권자는 삶에 대한 불안과 주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분노로 표출되면서 트럼프의 막말에 호응한다. 덕분에 트럼프는 전국 지지율 40%대를 유지하며 다른 후보들을 누르고 1위를 지키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동맹 관계로부터 얻는 이점보다는 경제적으로 뭔가 손해를 본다는 사업가적 발상에 기인한다”며 “한국이 독일·일본 등과 같이 거론되는 것이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공화당 최종 후보로 지명되면 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위해 이 같은 극단적 공약을 순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른 소식통은 “현재 트럼프 캠프에 제대로 된 외교 참모가 없어 공약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는데, 대선 본선에 진출할 경우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 외교팀을 이끌게 된 제프 세션스 앨라배마 상원의원은 현대차 공장이 그의 지역구에 있어 평소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향후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4·13총선]유승민계 무소속 조해진, 정의당 노회찬 후보 오차범위내 접전

    유승민계로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 탈당해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해진 후보가 새누리당 엄용수 후보와 오차범위(±4.4%)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계 강세지역으로 꼽히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는 현역의원인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해시 갑·을 2개 선거구에서는 더민주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경남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경남도내 관심지역인 창원성산, 김해갑·을, 밀양의령함안창녕 등 선거구 4곳에 대해 지난 1~2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새누리당 엄 후보가 28.3%로 무소속 조 후보(25.1%)를 3.2%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무소속 김충근 후보 5.5%, 무소속 이구녕 후보 1.4%, 국민의당 우일식 후보 1.2% 순으로 조사됐다. 없음·모름·무응답은 38.5%였다. 성산구 선거구는 새누리당 강 후보가 36.6%로 정의당의 노 후보(33.2%)를 3.4%포인트 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 5.4%이다. 없음·모름·무응답은 24.9%였다. 적극적 투표의향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강 후보 지지 38.6%, 노 후보 지지 38.0%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8.2%, 더민주당 19.8%, 국민의당 11.6%, 정의당 8.7%, 지지정당 없음 20.1%로 나타났다. 김해갑에서는 현역의원인 더민주 민홍철 후보가 37.2%로 30.0%를 차지한 새누리당 홍태용 후보를 7.2%포인트 앞서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를 보였다. 무소속 최두성 후보와 최성근 후보는 각각 2.8%와 1.8%로 나타났다. 정당지지도는 새누리당 39.9%, 더민주 28.1%, 국민의당 8.2%, 정의당 4.1%, 없음·모름·무응답 18.7%였다. 김해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더민주 김경수 후보가 44.3%로 천하장사 출신으로 37.0%의 지지를 얻은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를 7.3%포인트 앞서고 있다. 무소속 이형우 3.2%, 없음·모름·무응답이 15.5%였다.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40.8%, 더민주 28.2%, 국민의당 6.6%, 정의당 8.1%, 없음·모름·무응답 14.7%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크기와 응답률은 창원성산은 506명에 13.0%, 김해갑은 505명에 12.7%, 김해을은 503명에 10.4%, 밀양·의령·함안·창녕은 506명에 18.0%이다. 조사는 유선 RDD(임의전화걸기)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모두 95% 신뢰수준에 ±4.4%p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AFC 챔피언스리그] “4연승으로 조별 리그 1위 오를 것”

    [AFC 챔피언스리그] “4연승으로 조별 리그 1위 오를 것”

    “산둥을 꺾고 조별리그 1위에 방점을 찍고 싶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연승으로 프로축구 K리그의 네 팀 가운데 가장 잘나가는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산둥 루넝(중국)과의 F조 4차전을 하루 앞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면서 “산둥이 특급 용병들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내일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은 지난달 16일 산둥 원정에서 아드리아노의 멀티골을 앞세워 4-1 완승을 거뒀다. 4연승을 벼르는 최 감독은 대회 세 경기에서 9골을 터뜨린 아드리아노가 중국 클럽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4월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스케줄 때문에 적절하게 로테이션을 가동할 것”이라면서 “체력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지만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지난 2일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인천을 상대로 멀티골을 기록한 박주영에 대해선 “피곤한 상태이지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자신감이 붙었다”며 “컨디션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H조 포항(1승1무1패·승점 4)은 이날 시드니FC(2승1패·승점 6)와 원정경기를 벌인다. 3주 전 홈 경기에서 0-1로 무릎 꿇은 포항은 설욕을 벼르고 있다. 광저우 헝다(중국)가 2무1패로 맨 뒤에 처져 있다. 2무1패로 G조 최하위인 수원은 6일 멜버른 빅토리(호주)를 홈으로 불러들여 대회 첫 승리를 겨냥하고 E조 선두 전북(2승1패·승점 6)은 빈즈엉(베트남) 원정에 나선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해외여행 | 스리랑카-코끼리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

    해외여행 | 스리랑카-코끼리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

    스리랑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코끼리들이 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코끼리와 인간의 관계는 비극으로 치달았다.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죽고 죽이는, 그 악업의 고리를 끊을 해결책은 아직도 막막하다. 실론티와 불교 그리고 코끼리의 나라 90년대 초, ‘실론티’라는 제품이 국내에 처음 나왔다. 약간 쓰고 떫은맛의 홍차를 단숨에 좋아하게 만들었던 음료였다. 뚜껑을 따면 독특한 차 향기가 코를 자극하고, 기분 좋게 씁쓸하고 달콤한 맛이 혀를 즐겁게 했다. 액체를 마시면서 ‘실론’이 도대체 어디일까 궁금해 찾아본 기억이 난다. 실론은 지금은 ‘스리랑카’ 라고 불리는 섬나라의 옛 이름이다. 15세기부터 전 세계의 바다로 진출한 포르투갈이 1505년 이 섬에 도착해 실론Ceilao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1815년 영국이 실론을 지배하게 되면서 1867년부터 내륙 산악지대에서 차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차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지형에서 생산된 실론티는 고급차의 대명사가 됐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차 산업은 부침을 겪었지만 스리랑카는 지금도 세계 4위의 차 생산국이다. 사람들은 스리랑카를 ‘인도양의 진주’, ‘인도 대륙이 흘린 눈물방울’로 비유한다. 남한의 3분의 2 면적에 2,000만 인구가 사는 이 나라는 차 외에 다른 두 가지로도 유명하다. 바로 소승불교와 코끼리다. 기원전 3세기에 인도로부터 전파된 불교는 지금까지도 스리랑카의 주류 종교다. 인구의 70%가 불교 신도다. 10세기 이후 발상지인 인도에서는 불교가 쇠퇴하고 힌두교가 득세한 반면, 스리랑카는 소승불교의 진수를 면면히 보존하고 있는 종주국이다. 오래전부터 스리랑카 승려들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불교의 전통을 전파했다. 오늘날 인도의 고대 불교 사원들은 폐허가 되어 관광객과 순례자들만 찾아가는 쓸쓸한 곳으로 남았지만, 스리랑카의 오래된 불교 사원들은 아직도 신도들로 붐빈다. 매일 승려들이 주재하는 종교 의식이 열린다. 사원을 찾아 꽃과 음식을 정성스럽게 바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신도들의 모습은 진지하고 숭고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스리랑카는 코끼리의 나라이기도 하다. 불교는 코끼리를 신성시한다. 석가모니는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 여러 전생을 거쳤는데, 그중 하나가 코끼리였다.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싯다르타석가모니의 속명를 낳기 전 자궁 속으로 흰 코끼리가 들어오는 태몽을 꾸기도 했다. 코끼리는 불교 사원과 부처의 수호신이면서, 스리랑카 건축과 미술의 가장 흔한 소재이다. 종교 행사의 맨 앞장에 서는 동물도 코끼리다. 해마다 지역별로 열리는 페라헤라Perahera 축제 행렬의 선두는 좋은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점잖게 걷는 코끼리의 차지다. 그토록 사랑받는 동물이라 그런지 스리랑카의 단위 면적당 코끼리 밀도는 어느 국가보다도 높다. 현재 약 6,000마리의 야생코끼리가 국립공원과 민가 주변의 숲에서 노닐고 있다. 같은 소승불교를 믿는 라오스나 미얀마에선 좀 다르다. 코끼리를 일꾼으로 부린다. 그곳의 코끼리들은 산악 벌목 현장에서 베어낸 통나무를 끌고 내려오는 고된 일을 해야 한다. 반면 스리랑카의 코끼리는 유유자적, 먹이를 먹으며 숲과 들판을 어슬렁거린다. 개발에서 시작된 비극 다큐멘터리 제작차 스리랑카의 내륙을 지나던 중 도로에서 50m쯤 떨어진 들판에서 코끼리 3마리가 나뭇가지를 훑으며 이파리를 먹는 모습을 보았다. 늦은 밤 숲을 관통하는 도로에선 길을 건너는 코끼리 가족을 여러 번 마주쳤다. 그럴 때면 스리랑카 운전사는 자동차를 멈추고 거대한 동물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혹시라도 새끼를 거느린 어미를 자극할까 봐서다. 자동차에 위협을 느낀 어미나 성난 수컷 코끼리가 자동차를 공격하고 짓밟아서 탑승자가 사망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고 한다. 코끼리의 습격은 민가나 경작지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스리랑카에선 매년 코끼리에 밟혀 죽는 사람이 60~70여 명에 달한다. 밭에서 일하다가, 밤에 집으로 돌아오다가 코끼리와 잘못 마주쳐 변을 당하는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에게 가장 비참하게 죽는 일이 호랑이한테 잡혀 먹히는 호환虎患이었다면, 21세기 스리랑카에선 상환象患이 가장 끔찍한 죽음이다. 코끼리는 인가를 습격해 집을 부수기도 한다. 취재팀이 방문한 지방의 양곡상 주인은 집에 설치해 둔 CCTV에 찍힌 코끼리를 보여 줬다. 대낮에 열어 놓은 대문으로 코끼리 한 마리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 침입자는 주인이 소리를 지르자 뒷마당으로 가서 짖어대는 개의 집을 부셔 버리고 내뺐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 양곡상 주인은 인근에 국제공항이 들어선 이후부터 코끼리의 침입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엔 몇년 전부터 개발붐이 일고 있다. 코끼리 서식지인 정글을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공항과 크리켓 경기장, 신규 주택지를 조성했다. 살 곳과 먹이를 잃은 코끼리들은 경작지와 민가를 습격했다. 코코넛야자나무를 머리로 박아 쓰러뜨린 뒤 잎을 훑어 먹고, 논밭을 짓밟고 다니며 벼와 토마토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식성이 좋은 코끼리는 하루 200kg의 식물을 먹는다. 코끼리 한두 마리가 경작지를 휩쓸고 지나가면 몇 달 농사를 한순간에 망쳐 버리는 셈이다. 내가 만난 코끼리 피해지역 농부들은 농사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농민들도 반격에 나섰다. 코끼리를 쫓기 위해 함정을 파고, 고압 전기선을 설치했다. 가장 잔인한 퇴치법은 호박폭탄이다. 코끼리가 좋아하는 둥근 호박의 윗부분을 칼로 오려내고 속에다 폭발물을 집어넣는다. 그걸 농민들이 밭에 뿌려 두면 코끼리는 폭탄이 든 줄도 모르고 큰 호박을 코로 집어 한 입에 우적 씹는다. 그 순간 폭탄이 터지면서 턱과 입이 찢겨 나간다. 당장 죽지 않은 코끼리는 쓰러져서 며칠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다가 숨이 끊어진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매년 100마리 이상의 야생코끼리가 죽어 간다. 정글을 없애고 개발이 계속되는 한 코끼리와 인간이 서로 죽이고 죽는 비극의 악순환은 끊이지 않을 테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 생긴 그 악업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지, 해결책은 아직 막막한 실정이다. 오늘도 버려지고 죽어 가는 코끼리 스리랑카에는 코끼리 고아원과 임시보호 센터가 몇 곳 있다. 고아원은 말 그대로 어미를 잃은 새끼 코끼리를 거둬 키우는 곳이다. 임시보호 센터는 고아 코끼리가 국립공원이나 밀림으로 돌려보내질 때까지 야생에 적응하도록 돌봐 주는 곳이다. 인간과의 갈등으로 희생되는 코끼리가 많아질수록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린 짐승도 늘어난다. 고아 코끼리가 가장 많은 곳이 스리랑카 정부가 운영하는 피네왈라Pinnewala 고아원이다. 이곳엔 약 60마리의 코끼리가 살고 있다. 코끼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어린 새끼에게 우유를 주고 먹이를 먹이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어미의 젖을 먹고 자라지 못한 아기 코끼리들은 관광객이 든 우유병을 순식간에 비우고 더 달라고 보챈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른 녀석들은 다른 새끼의 등 위에 올라타고 장난을 친다. 코끼리와 인간의 분쟁을 취재하던 중, 어느 마을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달려가 보니 야자나무 옆에 어린 코끼리 한 마리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다 자라지 않았는데도 누워 있는 몸집은 커다란 바위처럼 육중했다. 허공으로 뻗은 네 다리는 단단한 기둥 같았다. 새벽에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전기선에 감전된 것 같다고 주민들이 알려 줬다. 코끼리의 사체를 처음 봤기에 가슴이 저렸다. 코끼리의 감은 눈에는 물기가 서려 있었다. 밤새 맺힌 이슬인지, 아니면 고통스럽게 죽어 가며 흘린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냄새를 맡은 독수리와 까마귀들이 하늘을 까맣게 덮은 채 맴돌고 있었다.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사진 손현철 KBS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4·13 격전지를 가다] ‘정치 신인들의 場’… 이상휘·김병기 오차범위 접전 속 시의원 출신 장환진 추격전

    [4·13 격전지를 가다] ‘정치 신인들의 場’… 이상휘·김병기 오차범위 접전 속 시의원 출신 장환진 추격전

    “누구예요? 아 저분들이구나.” 4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만난 정유선(45·여)씨는 4·13총선 동작갑 후보자 이름을 거명하며 아느냐고 묻자 고개를 내저으며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멀찌감치 보이는 선거 벽보를 가리켰더니 “처음 보는 분들”이라고 했다. 동작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상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국민의당 장환진 후보 모두 정치 신인에 해당하다 보니 이들을 제대로 아는 주민들이 적었다. 또 동작갑이 ‘야당의 텃밭’으로 인식돼 있어 야당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만 있었을 뿐 이렇다 할 ‘격전지’로 주목받는 지역구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날 처음 공표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이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갑자기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에선 예상치 못한 선전에 “동작갑이 숨은 명당이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야권 분열의 효과가 가시화된 셈이다. ●靑 출신 이상휘 “민원 해결사 되겠다” 특히 이 지역 현역인 더민주 전병헌 의원의 공천 탈락으로 고령층의 표심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감지됐다. 20~30대 젊은 유권자에게선 “후보가 누군진 모르지만 새누리당은 찍지 않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새누리당 이 후보는 “야권이 지배했던 동작에 새로운 봄을 안겨주겠다”며 바닥 민심 훑기에 나섰다. 중·장년층을 상대로는 더민주 김 후보가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친노(친노무현) 후보’임을 강조하고, 청년층을 대상으로는 김 후보가 ‘정치 댓글’ 의혹을 사고 있는 국가정보원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표심을 파고들었다. 서울시 민원비서관 경험을 살려 “동작의 민원 해결사가 되겠다”고도 했다. 대방동 주공2단지에서 만난 이노준(84)씨는 “야당 구청장과 시의원들이 주민들을 위한 의정 활동을 전혀 안 했다”며 “이번에는 무조건 1번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탄탄한 조직 김병기 “전병헌 지원 올 것” 더민주 김 후보는 낮은 인지도를 조직세로 극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 후보는 더민주 소속 시의원과 구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후보는 “전 의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전 의원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전 의원이 선거 전략의 고수니까 결정적일 때 등장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종합사회복지관 앞에서 만난 박모(67)씨는 “내가 대구 사람인데도 새누리당에 실망감이 크다”며 “야당에 힘을 줘서 한번 뒤집어 버려야 해”라고 말했다. ●호남 출신 장환진 호남민 표심 기대 국민의당 장 후보는 2010~2014년 동작 지역을 대표하는 시의원을 했기 때문에 인지도는 세 후보 가운데 가장 앞서는 편이다. 또 세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호남 출신이다. 복지관에서 만난 장모(71)씨는 “이상휘, 김병기는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장환진이는 참 많이 찾아 왔었어”라며 “인사를 자주 와야 뽑아주제”라고 말했다. 장 후보는 동작에 사는 호남민들의 표심이 자신에게 쏠릴 것을 기대했다. 장 후보에게서 명함을 받은 한 노인은 “고향이 나랑 전라도로 같구마. 파이팅해요”라고 응원했다. 한편 녹색당 이유진 후보와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민중연합당 김주식 후보도 출마하면서 동작갑 선거는 극단적인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선거 최대 변수인 야권 후보 단일화는 점점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더민주 김 후보는 전 의원 대신 전략공천을 받아 출격한 입장이라 물러설 수 없고, 국민의당 장 후보는 인지도와 지지도 측면에서 밀리지 않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이 후보도 야당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당락이 좌우될 가능성이 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콜택시 결제시장 쟁탈전

    콜택시 결제시장 쟁탈전

    고급 콜택시 결제시장을 두고 모바일 선두 주자 카카오와 글로벌 1위 택시예약업체와 손잡은 KB국민카드가 맞붙었다. KB국민카드는 4일 우버와 국내외 마케팅 업무 협약을 맺었다. 우버는 전 세계 68개 국가, 400여개 도시에서 택시 예약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글로벌 1위 업체다. 우버가 국내 카드사와 손을 잡은 것은 처음이다. 두 회사는 우버의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과 국민카드의 금융서비스를 결합해 공동 마케팅을 추진한다. 연계 카드상품도 개발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국내 1400만명에 이르는 국민카드 이용자(신용+체크카드)가 우버 택시를 예약하면 포인트 적립과 할인 혜택 등을 준다. 2013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우버는 유독 한국에서 고전했다. 진출 초기 우버택시(일반)를 시도했지만 정부 규제와 택시 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해 9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고급 택시에 한해 시장 진출 기회가 열렸지만 불과 두 달 후 카카오가 ‘카카오블랙’이라는 이름으로 고급 콜택시 사업에 먼저 진출하면서 원조 타이틀을 내줘야 했다. 우버는 지난 1월 중순부터 ‘우버블랙’이란 이름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카카오와 KB는 일단 국내 결제시장에서 맞붙었지만 해외에서도 격돌할 전망이다. KB국민카드가 우버와 손잡은 것을 계기로 해외시장 진출에도 욕심내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 측은 “국내 콜택시 시장 규모는 연간 15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KB카드 고객이 해외여행이나 출장 때 우버택시 네트워크를 손쉽게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휴 업무 등을 해외마케팅 부서가 총괄한 것만 봐도 KB의 ‘글로벌 구상’이 엿보인다. 카카오도 여러 차례 기업설명회(IR) 개최를 통해 카카오택시 사업의 해외 진출을 공식화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박민식 살리러 왔다”… 다급한 김무성 대표 1박2일 집중유세

    “박민식 살리러 왔다”… 다급한 김무성 대표 1박2일 집중유세

    부산 사상·김해갑·을 선두 뺏겨 金, 제주 유세 접고 4개 지역 순회 “그래도 투표장에선 1번” 기대도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 3일 낮 부산 구포시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박민식 의원 유세 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목소리가 가라앉은 김 대표는 “하루에 연설을 열두 번씩 하니까 목이 쉬었다”고 양해를 구하자마자 “생각지도 않았던 박 의원이 죽어 간다 해서 살리러 왔다. 우리 북부 왜 이럽니까, 박 의원이 뭐를 잘못했다고 혼을 내십니까”라며 행인들을 끌어모았다. 김 대표는 “여론조사가 안 좋다 캐서(안 좋다고 해서) 제주도 유세 그만두고 여기 왔다”며 “박 의원이 참일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야당 사람들은 문모(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처럼 부산 발전시킬 생각은 안 하고 정치적 발판으로만 이용했다”며 “당선시켜 줬더니 지역구 반납해 버리고 중앙정치를 잘못해서 분당된 거 아시죠?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몰아세웠다. 이날 김 대표는 다급히 ‘부산행’을 택했다. 새누리당의 안정적 텃밭이자 김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PK(부산·경남) 지역의 이상기류 때문이다. 김 대표는 1박 2일 PK 집중 유세에 돌입한 이날 오후에만 사하갑, 사상, 북·강서갑 등 접전지 지원에 나섰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PK는 34석(부산 18석·경남 16석) 중 31석을 새누리당에 몰아주며 여당의 아성을 재확인했었다. 당시에도 ‘낙동강벨트 함락’ 우려가 나오긴 했지만 “이번엔 더 심각하다”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상, 북·강서갑, 사하갑, 김해갑·을 등지에서 더민주·무소속 후보들이 선두이거나 1위를 위협하고 있다. 더민주와 단일화를 이룬 노회찬(경남 창원성산) 정의당 후보도 선두로 치고 나올 기세다. 울산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길부(울주) 의원이 선전하고 있고 야권 강세 지역인 북구와 동구도 진보 진영 무소속 후보들이 강세다.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인 이운룡 의원은 이날 “북·강서갑은 조사 결과가 오락가락하지만 자체 판세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19대 대비 한두 석 정도 더 내줄 수 있다는 각오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현역인 경남 김해갑, 김태호 의원이 불출마하는 김해을은 경합, 무소속 장제원 의원이 나온 부산 사상은 열세”라고 전했다. PK 지역의 야풍(野風)은 새누리당 공천 파동을 계기로 지역 민심 이탈과 지역 홀대론, 부산 물갈이론, 야권의 인물 경쟁력 등이 중첩된 결과라는 게 당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유승민 의원 파동 등 공천 과정 내내 관심이 대구에 집중되면서 부산·경남 유권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며 “선거구 획정 때도 경남 합천·의령·함안 등이 찢어지는 등 곤욕을 치렀고, 박완수(창원의창), 강석진(산청·함양·거창·합천) 등 진박 후보가 현역을 밀어내고 공천받는 과정에서 ‘우리를 물로 보느냐’는 반발 심리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대구를 위주로 지역 맹주·차기 대권 주자론이 흘러나오며 집권 여당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도 커졌다는 것이다. 부산은 김 대표를 포함한 현역 15명 전원이 살아남으면서 ‘물갈이’ 반발 심리가 높아진 것도 야풍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당 관계자는 “교체 지수가 높았던 의원들도 재공천받으며 여당은 무풍지대로 전락한 반면 야당은 경쟁력 있는 인물들이 달려든 구도”라고 지적했다. 부산·경남 홀대론도 그렇다. 이 관계자는 “총선 공약에선 동남권 신공항 얘기가 빠지는 등 대구 위주로 돌아가는 창조경제, 지역개발론에 대한 불만도 거세다”고 전했다. 부산 출신의 한 당직자는 “선거 때만 ‘내 지역’이라며 챙기고 선거만 끝나면 썰물처럼 관심이 빠져나가는데 누가 여당을 찍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기류가 한데 섞이면서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했던 PK의 ‘야성’(野性)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 안철수 등 차기 대권 주자가 야당에 있는 한 새로운 세력 재편에 대한 기대감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도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무소속 연대가 뜨며 영남권은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 당일엔 1번을 찍지 않겠나 하는 기대심리도 있다”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오바마 “한반도·핵에 무지한 대통령 안 돼”

    오바마 “한반도·핵에 무지한 대통령 안 돼”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한국·일본 핵무장론’을 비판하며 트럼프와 같이 외교정책에 무지한 후보가 백악관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 줄 수 있다는 발언을 하는 사람은 일반적 외교 정책이나 핵 정책, 한반도, 세계에 대해 무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핵우산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계인들이 미국 대선을 주목하고 있으며 우리가 하는 일은 다른 나라들에 정말 중요하다”며 “자국 정치에는 취해서 즐기는 분위기인 나라들도 미국 선거와 관련해서는 맨 정신과 명확함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후보들의 발언에 신중함은 물론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태 지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은 우리(미국) 존재의 주춧돌”이라며 한·일과의 동맹이 아시아 정책의 중요한 기반임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2일 위스콘신주에서 가진 유세에서 한·일 핵무장과 미군 철수를 거듭 주장했다. 그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한·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끔찍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전쟁)한다면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김정은을 겨냥해 “미치광이를 막으려고” 주한미군 2만 8000명을 두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미군 주둔으로)엄청난 돈을 계속 쓸 수는 없다”며 “솔직히 북한에 대해 그들(한·일) 스스로 (핵무장해)지키도록 할 수 있다. 그들은 꽤 빨리 (북한을)없애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낙태 막말’ 역풍 맞은 트럼프… 내일 생사의 갈림길

    여론조사도 크루즈에 10%p 뒤져 사태 악화되자 부인 유세 첫 투입 ‘막말의 달인’ 트럼프, ‘낙태 여성 처벌’ 발언으로 이번에는 타격 입을까. 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경선을 앞두고 공화당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낙태 여성 처벌’ 발언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경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동안 각종 막말에도 지지율 1위를 지키며 선두 자리를 뺏기지 않은 트럼프 측도 이번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사태 수습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위스콘신 경선은 ‘승자독식제’로, 트럼프가 밀릴 경우 경선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4일 부인 멜라니아를 위스콘신 경선 지원 유세에 본격 투입한다. 멜라니아는 그동안 인터뷰를 통해 남편의 막말을 옹호해 왔지만 직접 유세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부인을 동원해 낙태 발언 이후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 보겠다는 계산이다. 앞서 지난 1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 10명 중 7명이 트럼프에 비호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트럼프는 최근 나온 위스콘신 여론조사에서 경쟁 후보인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30일 폭스비즈니스가 실시해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32%의 지지율로 42%를 얻은 크루즈에게 10% 포인트나 뒤졌다. 이는 전날 불거진 낙태 여성 막말 논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으로, 경선 전까지 지지율이 더 내려갈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공화당 경선 후보였다가 낙마한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가 크루즈를 공식 지지한 뒤 “막말 트럼프가 아니라 크루즈만이 공화당을 단합시킬 수 있다”며 크루즈와 공동 유세에 나선 것도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트럼프는 지난 1일 CBS방송에 출연해 위기 국면 타개에 나섰지만 오락가락 발언으로 역효과만 냈다. 낙태를 규제하기 위해 법을 어떻게 바꾸겠느냐는 질문에 “현재 낙태에 대한 법은 정해져 있으며 바뀔 때까지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사흘 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미국에서 낙태는 일반적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상당수 주에서는 임신 기간에 따라 낙태를 제한하고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강심장’ 전인지 역전쇼 보여줄까

    ‘강심장’ 전인지 역전쇼 보여줄까

    ‘루키’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역전 우승에 도전한다. 전인지는 3일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파72·6769야드)에서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중간 합계 9언더파 207타가 된 전인지는 세계 1위 리디아 고(19),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함께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는다. 마지막 홀 이글 퍼트로 공동 4위에서 단숨에 단독 선두(10언더파 206타)로 뛰어오른 렉시 톰프슨(미국)은 2년 만의 패권을 노린다. 유독 큰 대회에 강했던 전인지는 지난해 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살롱파스컵, 일본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데 이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는 등 한·미·일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다. 전인지는 “전반에 집중이 잘 안 돼 힘들었다”며 “우승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마음부터 다스리겠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도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기록해 같은 타수로 2위 그룹에 합류했다. 지난해 9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메이저 우승 기록(18세 4개월)을 세운 데 이어 최연소 메이저 2승 기록에 도전한다. 이 부문 기록은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의 20세 9개월인데 리디아 고는 최종일 만 18세 349일째가 된다. 박성현(22·넵스)은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7언더파 209타로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7위에 올라 우승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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