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선동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의대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동석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식당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무제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609
  • [재계인사이드] 에쓰오일 경영진 ‘억대 배당금’

    [재계인사이드] 에쓰오일 경영진 ‘억대 배당금’

    ‘삼성전자가 안 부러워.’ 배당금만으로 억대 보너스를 받는 에쓰오일 경영진을 두고 하는 얘기다. 김선동 에쓰오일 회장이 올해도 전문경영인 가운데 가장 많은 배당액인 6억여원을 받는다. 에쓰오일 경영진 10여명도 ‘억대 배당금’을 받게 돼 더욱 눈길을 끈다. 보유 주식가치로는 삼성전자 경영진에 크게 뒤지지만 배당 수입으로는 에쓰오일이 최고라는 사실을 또 한번 입증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오너 아닌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고의 ‘배당 부자’는 단연 김 회장이 꼽혔다. 에쓰오일 배당금(중간 배당 포함)이 연간 주당 5125원(우선주 5150원)으로 지난해 4750원(우선주 4775원)보다 8%가량 늘면서 김 회장(보통주 11만 8482주, 우선주 3160주 보유)은 배당으로만 6억 2349만원을 받게 된다. 특히 에쓰오일 배당금이 해마다 늘면서 김 회장도 전문경영인의 배당금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에쓰오일의 주요 경영진도 ‘억대 배당’에 합류했다.3만 7255주(0.03%)를 가진 노연상 사장과 2만 8377주(0.02%)를 보유한 여혁종 사장은 배당액이 각각 2억원,1억 4800여만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2만주 이상을 보유해 ‘억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임원은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최고 경영진 3명 외에도 10명에 이르렀다. 반면 지난해 3명의 ‘억대 배당’ 경영인을 배출한 삼성전자는 연간 배당금이 주당 1만원에서 5500원으로 줄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1억 9000만원의 배당 수입을 올린 이학수 부회장(1만 3884주)은 배당 자체가 줄어든 데다 지난해 말 지분 일부를 처분하면서 배당액도 7000만원대로 줄었다. 최도석 사장(1만 3151주)도 연간 배당수입이 7000만원대로 감소했다. 반면 윤종용 부회장은 지난해 말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로 보유주식이 2만 6300주로 크게 늘면서 1억 4465만원의 배당을 받게 돼 ‘억대 배당’ 지위를 유지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WBC 한·일 4강 재격돌] 계투,우완·좌완 번갈아 기용할듯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2라운드에서 거푸 맞붙은 한국과 일본의 피말리는 승부는 모두 8∼9회에 희비가 갈렸다. 선동열 투수코치의 시나리오대로 줄지어 등판했던 불펜과 마무리 투수들이 일본보다 확실하게 뒷문을 걸어 잠갔다는 방증.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야구의 필승카드인 ‘황금계투’는 19일 일본전에서도 빛을 발할 전망. 김인식 감독은 17일 “박찬호를 제외한 모두 투수들에게 대기명령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상대 벤치에서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우완-좌완-잠수함투수로 이어지는 지그재그식 등판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선발이 유력한 서재응(LA 다저스)의 바통은 ‘왼손 듀오’ 구대성(한화)과 봉중근(신시내티) 가운데 한 명이 이어받을 것이 확실시 된다. 마운드 운용을 도맡은 선 투수코치는 지난 두 차례의 일본전에서 모두 우완 선발투수 뒤 좌완을 올려 재미를 봤다. 구대성은 1,2차전에 모두 등판 3이닝을 2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좌완 봉중근은 일본 타자들을 2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왼손 듀오의 사이 사이에는 우완 김선우(콜로라도)와 배영수(삼성), 잠수함 김병현(콜로라도) 등이 나서게 된다. 미국대표팀의 벅 마르티네스 감독으로부터 “당장 빅리그에서도 구원투수로 통할 것”이라고 극찬받은 오승환(삼성)이 마지막 뒷문을 단속한다. 박찬호(샌디에이고)가 투구수 제한 탓에 등판이 불가능한 데다 배짱투는 오승환을 능가할 투수가 없기 때문이다.
  • “야스쿠니신사 류슈칸 가보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전 총리와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야스쿠니신사 내 군국주의 전쟁박물관인 ‘류슈칸’(遊就館)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아사히TV 등이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나카소네 전 총리 일행과 한·일 우호 방안 등을 놓고 대화하던 중 류슈칸에 언급하면서 “가보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말렸다.”며 일본측이 용인하면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일본 방문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와 류슈칸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는 의미로 풀이돼 논란이 예상된다. 류슈칸은 군국주의를 선동하고 예찬하는 전쟁 관련 자료 등을 전시한 전쟁박물관이다. 이어 노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생각하면 이런 저런 걱정이 앞서게 마련”이라며 “여러분을 보니 걱정이 조금 해결되고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TV는 전했다. 이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 국민들이 왜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지를 정확히 알리는 방법으로 일본측이 방문을 제안한다면 류슈칸을 가볼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일본측이 얼마나 역사를 왜곡했는지, 또 얼마나 전범을 미화시켰는지를 널리 알리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일본언론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해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홍기기자 연합뉴스 hkpark@seoul.co.kr
  • [WBC] 세계가 홀린 ‘SUN의 매직’

    ‘각각 다른 투수들이 쏟아져 나오니 릴리스포인트를 못 맞춰 타격감을 잃게 된다.’(미국 1루수 테셰이라)‘한국 투수진은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ESPN 칼럼니스트 닐) 한국 드림팀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고의 ‘짠물피칭’(방어율 1.33)을 앞세워 6연승, 무패행진을 질주했다. 종주국 미국과 숙적 일본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원동력은 역시 ‘지키는 야구’. 김인식(59) 감독이 총지휘를 하지만 마운드 운용에 관한 한 재량권을 가진 선동열(43) 투수코치의 작품이다. 선 코치는 ‘지키는 야구’의 신봉자다. 감독으로 데뷔한 지난해 고참들의 반발과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 팀컬러를 완전히 뜯어고쳐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방망이는 기복이 심하지만 마운드와 수비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야구관이다. 이번 WBC에서 선 코치의 마운드 운용은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줄곧 선발로만 뛰었던 박찬호(샌디에이고)를 마무리로 돌린 것도 그의 작품. 뒷심이 약한 한국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험이 풍부하고 뱃심 좋은 박찬호를 활용하겠다는 의도였다. 결과는 족집게처럼 들어맞았다.‘소방수’ 박찬호는 1라운드 타이완, 일본전 그리고 8강 조별리그 멕시코전까지 3세이브로 뒷문을 잠갔다. 선 코치는 또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김 감독에게 건의해 16일 일본전에 박찬호를 선발로 원대복귀시킨 것. 역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박찬호는 5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선 코치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반 박자 빠른 투수교체는 ‘선(SUN)의 매직’이란 찬사를 듣기에 충분했다. 오른손-왼손-잠수함 등 완전히 다른 전형의 투수를 번갈아 내보내 상대 벤치와 타자들의 대응을 원천봉쇄했다.‘감’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내린 판단이 척척 맞아떨어진 것.14일 미국전에서 치퍼 존스(애틀랜타)가 서로 다른 4명의 투수를 상대하게 만든 장면은 투수교체의 백미였다. 선 코치는 “나도 30년을 마운드에 섰기 때문에 투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안다.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태에서도 선수들의 투철한 사명감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이번 WBC는 ‘국보급 투수’였던 선 코치가 ‘세계 명장’의 반열에 서는 무대가 됐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BC] “이제 日은 없다”

    [WBC] “이제 日은 없다”

    ■ 종범 치고 찬호 막고 진영 잡고… 2-1 日연파 3박자 2-1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9회 말 2사 1루에서 오승환(삼성)의 시속 145㎞짜리 강속구가 조인성(LG)의 미트에 빨려들었고 다무라 히토시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순간 더그아웃의 한국선수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그라운드로 몰려들었다.3만 9000여명이 운집한 스타디움은 ‘대∼한민국’의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한국이 숙적 일본을 제물로 파죽의 6연승을 기록, 조 1위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 조별리그(1조) 마지막 경기에서 8회 터진 이종범(기아)의 천금 같은 2타점 2루타로 2-1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8강 조별리그 3전 전승을 내달린 한국은 오는 19일 조 2위와 결승행 티켓을 다툰다. 준결승 상대는 17일 미국-멕시코전에서 가려진다.2조에선 도미니카와 쿠바가 4강에 올랐다. 6실점 이하로만 지더라도 4강 진출이 가능했던 한국은 선발 박찬호(샌디에이고)가 5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일본 잠수함’ 와타나베 순스케를 공략하지 못해 팽팽한 0의 행진을 이어갔다. 0의 균형이 깨진 것은 8회. 김민재(한화)의 볼넷과 이병규(LG)의 중전 안타로 맞은 1사 2·3루의 찬스에서 이종범은 바뀐 투수 후지카와 규지의 148㎞짜리 강속구를 통타, 좌중간을 꿰뚫는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앞서 이병규의 안타 때 1루주자 김민재가 무리하게 3루까지 내달려 기회가 무산되는 듯했으나 3루수 이마에 도시아키가 공을 떨어뜨리는 행운을 안았다. 이진영(SK)의 호수비도 돋보였다.2회 말 2사 2루의 위기에서 사토자키 도모야에게 적시타를 맞았지만 우익수 이진영은 정확한 홈송구로 2루주자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태그아웃, 일본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이종범, 결정적 한방 ‘천재의 복수’ “교민들의 뜨거운 함성속에 2루타를 치는 순간 내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경기내내 ‘대∼한민국’이 들릴 때 마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35·기아)이 자존심에 상처를 냈던 일본에 톡톡히 앙갚음을 했다. 16일 열린 WBC 8강 조별리그(1조) 최종전.0-0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8회초 1사 2·3루에서 이종범은 후지카와 규지의 4구 째에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고 이어 두 팔을 쭉 펼친 채 기뻐하며 뛰어나갔다. 총알같은 타구는 좌중월을 완전히 가르는 결승 2타점 2루타. 이종범은 지난 5일 1라운드 일본전에서도 8회 역전의 물꼬를 트는 안타를 치고나가 이승엽의 투런홈런으로 홈을 밟는 등 ‘도쿄대첩’의 공신이었다. 일본전에서의 활약은 이종범 개인적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천재타자’로 군림하던 이종범은 일본 진출 첫해인 1998년초 3할5푼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본 투수들의 집중 견제로 타율이 .285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가와지리에게 악의적인 빈볼을 맞고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이후 외야수로 전업하며 재활의지를 불태웠지만 호시노 감독과의 갈등과 몸쪽 공에 대한 공포로 마음과 몸이 망가진 채 2001년 한국으로 유턴했다. 친정팀 기아로 복귀한 뒤 2004년을 제외하면 줄곧 3할대의 타율에 안정된 외야수비를 뽐냈지만, 득점권 타율이 떨어지는 등 예전의 화끈한 ‘클러치 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6경기 모두 출전해 타율 .429(21타수 9안타)에 출루율 .550 등 전성기 못지 않은 역할을 소화해냈다. 데릭 지터(미국·타율 .563 출루율 .632)처럼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는 빅리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종범의 역할은 그라운드 안에 국한되지 않았다. 개성 강한 톱스타들이 모인 드림팀의 ‘군기반장’을 맡아 선수들을 끈끈하게 응집시킨 것도 그의 카리스마였기에 가능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박찬호, ‘완벽선발’… 어딜 내놔도 특급 ‘코리안특급’ 박찬호(33·샌디에이고)는 4강 진출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16일 WBC 8강 조별리그(1조)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 선발등판해 임무를 완벽히 완수했다. 산발 4안타를 허용하며 5이닝을 무실점. 박찬호의 활약은 동료들이 7회까지 1안타의 빈공에 허덕였지만 경기 막판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박찬호는 이번 대회 4경기 10이닝 동안 방어율 ‘0’의 완벽투를 과시했다. 사실 김인식 감독이 지난 15일 박찬호를 선발로 예고하자 작은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타이완 일본 멕시코전에서 마무리로만 등판,100% 임무를 완수한 박찬호를 선발로 기용하는 게 ‘패착’이 될 수 있다는 것. 몸이 늦게 풀리는 ‘슬로 스타터’ 박찬호를 내세우는 것은 박빙의 투수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는 한·일전에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선동열 투수 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선 코치는 김 감독에게 일본전 선발로 박찬호를 적극 추천했다.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로 활약하고 있는 박찬호가 2라운드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선봉에 서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날 박찬호는 최고구속 151㎞의 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보답했다. 고비마다 삼진을 솎아냈고 무실점으로 버틴 것. 삼진 3개에 투구 수는 66개. 출발은 불안했다. 박찬호는 1회 일본의 간판 스즈키 이치로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후쿠도메 고스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호투로 한숨을 돌렸다. 특히 2회에는 이와무라 아키노리에게 내야 안타를 맞은 뒤 사토자키 도모야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실점하는 듯했으나 우익수 이진영의 짜릿한 홈송구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이진영, 송곳 홈송구 “일본 아웃” “일본 킬러라고 불러 주세요.” 이진영(26·SK)이 또 한번 멋진 수비로 일본을 울렸다. 아시아라운드 최종전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몸을 날리는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칭으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이진영은 16일 일본과의 리턴매치에서도 ‘수호천사’였다. 한국은 박찬호가 2회 이와무라 아키노리에게 내야 안타를 맞은 뒤 2사 2루에서 사토자키 도모야에게 다시 우전 안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진영이 공을 잡아 빨랫줄 같은 홈송구로 쇄도하던 이와무라를 잡는 수훈을 세웠다. 전력질주했던 이와무라는 다리 근육통으로 벤치로 나가 일본의 공격력은 떨어졌고 교체멤버로 들어온 이마에는 8회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진영의 호송구 하나가 일본으로 넘어갈 뻔했던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꾼 셈이다. 이진영은 “사토자키가 우익수 쪽으로 잘 밀어쳐 타구 방향을 짐작하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일본 타자들의 발이 빠르지만 정확하게 송구하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송구가 잘 됐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세상 다 얻은 것 같다” 가족들 눈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용태영 KBS기자가 무사히 풀려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고통 속에서 하루를 보낸 가족들과 KBS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저녁 중동에서 날아온 ‘낭보’를 접하고 용 기자의 광주 본가(남구 봉선동)에 모여 있던 가족·친지 10여명은 서로 끌어안으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남섭(73)씨는 “국민들이 아들을 걱정해주고 각계각층에서 너무 애를 써준 덕분”이라면서 “아들이 아무 탈 없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김경애(70)씨도 “TV 화면에 나온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얼굴이 많이 야위어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했다.”면서 “아침에 두바이에 있는 며느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서로 넋이 나가 제대로 말을 가누지 못했던 일이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하루가 길었다.”라고 말했다.광주 최치봉·서울 홍지민기자 cbchoi@seoul.co.kr
  • [한국야구 美 깨던 날] 수비력 + 용병술 + α

    세계 최강인 미국을 꺾은 한국야구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해외파 선수들의 ‘경험’을 꼽는다. 박찬호(샌디에이고) 등은 메이저리그에서 수많은 고비를 넘긴 축적된 경험을 앞세워 승부처에서 강팀들을 잇따라 제칠 수 있었다. 이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 하락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이 세계 최정상의 미국을 꺾는 발판이 됐다. 투수들의 호투도 눈부셨다. 한국 투수들은 14일 미국전까지 5게임에서 7실점, 방어율 1.40의 놀라운 피칭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일천하지만 어느덧 24년이나 된 국내 프로야구가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야수들의 촘촘한 그물 수비도 한국이 세계의 강호로 부상하는데 큰 몫을 했다. 이번 대회 8강 진출 팀 중 한국만이 단 하나의 실책도 없는 무결점 수비를 펼친 것이 이를 대변한다. 특히 유격수 박진만(삼성)과 우익수 이진영(SK)이 보인 호수비는 메이저리거들에 견줘 전혀 손색이 없다.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들의 적절한 투수교체 타이밍과 용병술이 유독 빛났다. 김 감독은 미국전에서 투수로테이션을 우완 손민한(롯데)을 시작으로 좌완 전병두(기아)-잠수함 김병현-좌완 구대성(한화)-잠수함 정대현(SK)-우완 오승환(삼성) 등 지그재그 마운드 운용을 펼쳐 미국의 강타선을 현혹시켰다.4회 승부처에서 부진한 최희섭을 대타로 기용한 것 역시 김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을 읽을 수 있는 대목. 최희섭은 그동안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이날 선발에 빠지는 수모를 당했지만 김 감독의 믿음에 한껏 부응했다. 4강에 진출하면 병역면제의 길이 열린다는 점도 선수들에게 투지를 불러 일으켰다. 서재응은 멕시코전에서 승리를 따낸 후 “(후배들의) 병역특례 혜택이 걸려 있는 4강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정도로 선후배가 똘똘 뭉쳤다. 결국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졌기 때문에 한국대표팀이 진정한 ‘드림팀´이 됐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WBC] ‘좌·우·잠수함 계투’ 또 통했다

    ‘오른손 기교파(서재응)-왼손(구대성)-잠수함(정대현)-왼손(봉중근)-오른손 파워피처(박찬호).’ 우완과 좌완, 정통파와 언더핸드를 절묘하게 섞은 김인식 감독-선동열 코치의 마법같은 마운드 운용이 13일 멕시코전에서 또다시 통했다. 김-선 콤비가 낙점한 선발 서재응은 ‘컨트롤아티스트’란 별명에 걸맞게 6회 1사까지 61개의 공을 던져 42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는 무결점 제구력을 뽐냈다. 특히 단 2안타 만을 허용할 만큼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공은 완벽했고, 탈삼진을 4개나 솎아내는 등 눈부신 호투를 거듭했다.3회 루이스 A 가르시아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것은 옥에 티였지만,80개 투구제한에 여유가 있었고 공끝엔 힘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김인식-선동열 콤비는 서재응을 내리고 좌완 구대성을 올렸다. 멕시코 벤치도 뒤질세라 스위치타자를 투입했지만,‘맏형’ 구대성은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고 이후 7회 2사까지 멕시코 타선을 틀어막은 뒤 잠수함투수 정대현(SK)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변칙적인 투구폼을 가진 왼손 구대성에서 오른손 언더핸드 투수가 나서자 멕시코 타선은 속절없이 당했다. 정대현은 130㎞ 안팎의 느린 공으로 3타자를 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단 1타자만 잡으면 마무리투수가 버티고 있어 밀어붙일 법도 했지만, 한국 벤치는 좌완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물론 봉중근도 가르시아를 3루땅볼로 아웃시켰다.‘황금계투’의 마지막 바통은 김 감독-선 코치가 사전에 짠 시나리오처럼 박찬호에게 넘어갔고,2-1의 긴박했던 승부는 한국의 몫이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안창호 선생 추도와 눈물/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님은 왜 오지 않으시나요.´ 아무리 참으려 해도 어찌할 수 없었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기 때문이다. 도산선생에 대한 추모의 노랫말이 서정적이기도 하고, 비창과 같은 곡조 탓도 있지만, 도산의 삶에 대한 연민과 오늘의 참담한 현실이 기가 막혔던 까닭이다. 지난 3월10일 선생의 서거 68주년을 기념해 도산묘소 앞에 가득 늘어선 대통령, 총리를 비롯한 각계 지도자들의 조화가 당신께 어떤 위로가 되겠는가. 위로는커녕 이 한심한 나라의 상태를 보고 ‘어리석은 지도층과 백성을 어찌할꼬’하며 개탄을 하였을 것이다. 살아 생전에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과 조국의 혁명을 위해 싸웠던 도산에게 독립운동진영의 일부는 평안도 촌놈이라고 깔보고, 진보를 자처하던 세력들은 당신의 종합적인 운동방략을 준비론이요, 민족개량주의라고 매도했다. 또 이승만파는 공산주의자라고 모함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당신은 모든 것을 참고 속으로 삭였다.‘대한의 독립과 조선의 혁명’을 위해서 난징과 베이징, 만주벌판으로 그들을 찾아가 함께 손잡고 통일해야 무장독립운동도, 외교전도, 교육도, 국내공작도 가능하다고 설득하고 그들을 언제나 앞세웠다. 그러니, 그 속이 어찌 썩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일제의 마수에 사로잡혀 옥고를 치를 때 도산은 이미 일곱 가지 병에 걸려 있었다. 그런 몸으로 당신이 온몸과 온맘을 던져 사랑했던 한반도와 겨레 곁을 떠날 때는 어떠했던가? 일제의 철저한 통제로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겨우 몇 사람만이 참석해 경찰과 헌병의 감시 하에 망우리 묘소에 묘비와 묘비명 하나 없이 쓸쓸히 묻히셨다. 당신이 돌아가신 뒤 일제치하에서 무실역행과 충의용감의 정신으로 인격혁명을 다짐했던 당신의 제자들은 일제에 굴복해 당신의 묘소 앞에 엎드리지 못하고, 남산의 신궁에 참배했으니 어찌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었을까? ‘낙심하지 마오, 일제는 힘에 부치는 싸움을 벌였으니 반드시 망할 것’이라고 예언하신 바대로 몇 년 뒤 꿈에 그리던 ‘잃어버렸던 옛나라’를 되찾았다. 그러나 국토가 두 동강이로 쪼개지고 동족끼리 살육전을 펼치는 증오의 시절을 보냈으니, 이 또한 당신께서 염원한 새로운 복된 나라, 빙그레 웃는 훈훈한 사회와는 너무도 먼 세상이었다. 그래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도, 독재와 싸워서 민주화의 기적도 가까스로 만들어 세계15위의 경제력을 키웠으나, 주도면밀하셨던 당신의 눈으로 보면, 오늘 이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하실 것이다. 나라의 중심이 없고, 선거철마다 망국적인 지역정서를 선동하고, 달콤한 교언영색으로 국민의 환심을 사서 집권한 이후에는 권력의 단맛에 취해 국민의 눈물을 잊어버리기 일쑤가 아닌가. 민주화운동을 한 당신의 후예들이 정권을 잡으면 세상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냉엄한 국내외정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우리 실정은 어떤가. 나라의 지도층이 정신적으로 썩고 문드러졌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네탓 남탓만 하고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으니 국민들이 마음을 둘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당신은 대한의 독립을 위해 몸 바쳐 일할 인물을 키워 그들이 신성단결해야 새로운 복된 나라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나의 눈물은 도산이 서거하신 지 68년이나 지난 오늘까지 당신이 꿈꾸었던 새로운 복된 나라는커녕 두 동강이 난 국토조차 통일하지 못하고 있고, 당신이 만드신 흥사단이 100여년이 다 돼 가는데도 조국과 겨레의 중심에 서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였다. 우리의 다짐이 헛되었다는 말인가. 우리는 무엇을 해왔단 말인가. 가까스로 눈물을 추스르고 ‘선생이시여! 고이 눈을 감으소서. 우리들이 분투노력하겠나이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추도식장을 나왔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33)민간신앙과 차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33)민간신앙과 차

    새벽예불을 끝내고 툇마루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던 흰장갑과 밀짚모자를 눌러쓴다. 싱그러운 햇차를 준비하기 위해 겨울을 이겨낸 차밭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삽과 괭이를 들고 차밭을 정리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젊은 노동력이 떠나버린 시골에서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다행히도 일지암 차밭은 그리 크지 않아 혼자의 운력으로 가능하다. 차밭에는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와 이곳저곳 씨앗을 뿌려놓고 북상을 준비하고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냉이 등 봄나물들은 고단한 운력의 또다른 수확물 중 하나다. 아지랑이 바람결에 매화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앙상하니 가시만 돋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토실토실 맺혀 있던 새빨간 꽃망울들이 순서도 없이 중간중간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천리향인가 바람을 타고 햇살을 이고 산하대지에 골고루 그 향기를 뿌리며 봄이 지나가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온우주가 자궁이란 말이 실감난다. 차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차는 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차 살림살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차의 형식은 있고 그 정신적 내용은 빠진 빈 알맹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초의스님을 비롯한 옛 차인들이 차를 도라고 했던 것은 바로 일상에서 완전한 삶의 행위로 간단없이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씩 차인들의 찻자리에 초대받으면 금방 알수 있다. 여기저기 제자리에 있지 않은 차도구들, 정결하게 준비되지 않은 청수들…. 그 찻자리는 청향보다 수다스러움과 번잡함이 넘쳐난다. 마음속에서 작은 실망들이 저절로 우러난다. 우선 찻자리는 상큼하고 청량해야 한다. 찻상과 차도구들을 깨끗이 씻어내고 먼저 찻자리까지 정리해야 한다. 그러면 일단 그 찻자리는 청량함과 신선함이 넘쳐난다. 그런 다음 물을 준비하고 물을 끓이고 차를 마시고 난 뒤의 뒤처리까지가 마치 물흐르듯 빈틈 없고 완만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차의 도인 것이다. 그같은 차의 살림살이는 바로 일상의 삶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옛 차인들은 바로 차의 일상을 살림살이와 함께 여여하게 가꾼 것이다. 우리의 차는 매우 그 역사가 깊다. 그리고 그 차의 역사 역시 일반 민중들의 삶속에 깊이 투영되어 함께 해왔다는 점이 간과되어 왔다. 차는 역사속에서 민중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면면히 이어져 왔다. 차가 일반 민중들의 음료로서 애용되었다는 것은 지금의 찻집같은 곳이 고려시대에도 존재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찻집의 이름은 ‘다점’이었다.‘다점’에는 누구나 다 드나들 수 있었다. 조선시대까지 차는 일반민중들이 애용하는 음료 중 하나였다. 그것을 입증하는 민요사료들이 많이 남아 있다. “문수동에 문수동자/화개동천 차객들아/쌍계사의 대중들아/이 차 한잔 들으소서”라는 민요를 보면 화개동천에는 많은 차인들이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의 화개동천은 전통적인 차 주산지로서, 차가 일상에서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다른 민요를 살펴보자.“여보소 작설한잔 하는 재미 들어보소. 우리 사람은 서로 인연 따른 재미로 사네.”라든가,“작설 한잔 마시면서 내 간장을 달래보세.”“엄살많은 시애비는 작설 올려 효도하고”“동지섣달 긴긴 밤에 작설 없어 못살겠네.”라는 등의 민요에서 살펴지듯 작설차는 일상의 적요로운 삶을 달래는 친근한 민중음료였다. 또하나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그 민요속에 차가 가지는 정신적인 측면이 깊이 박혀 있다는 점이다. 잠 안오는 긴긴 동지섣달에 차를 마시는 것이며, 구박하는 시애비의 마음을 달래는 것 등 차에는 사람의 고단한 마음을 달래는 정신적인 측면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민요도 있다.“에헤야 대헤야 우리 인생 작설로 풀어보세”를 볼 때 차는 지친 우리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는 역할을 했다. 차는 우선 약용으로 쓰였다. 차를 생산하거나 차가 재배되는 곳의 민중들은 차를 찧어 발효시켜 메주처럼 처마밑에 차를 매달아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엽전이나 수레바퀴모양의 이른바 ‘떡차’로 불리는 처마 밑 차는 두통약 뱃병약 소화제 해독제 등 만병통치약으로 널리 쓰였다. 구급상비약이었던 ‘떡차’는 차를 마시건 마시지 않는 사람이건 긴 실줄같은 끈을 사용해 처마밑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반민중들이 애용했던 차는 대부분 발효차인 ‘떡차’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일반민중들은 당시 차를 따로 보관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실 수 있는 다구들도 태부족하거나 아예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반민중들은 차를 쉽게 마실 수 있기 위해서 평소 부뚜막에서 물을 끓이듯 마실 수 있는 차를 애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차를 마시고 싶을 때 처마밑에 걸어둔 차를 한조각 빼어다가 구리솥이나 돌솥 가마솥같은 곳에 넣어 끓여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전되는 차 민요를 통해 일반 선비들에게는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었음도 알 수 있다. “님은 님은 품에 자고/새는 새는 나무에 자고/우리님은 어디 잘고/새 혀 닮은 작설 잎은/선비품에 잠을 자네.”라며 차가 공부를 하는 선비의 곁을 지키는 도우미 같다는 것을 담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된 또다른 민요도 있다. 성스럽고 신령스러운 차약을 먹고 장원급제를 간절히 비는 민요가 그것이다. “둥개 둥개 두둥개야/금자동아 은자동아/천리 금천 내새끼야/영축산록 차약일새/좀티 없이 자라나서/한양가서 장원급제/이 낭자의 소원일세/비나이다 비나이다/부처님전에 비나이다.” 차가 공부를 잘해 장원급제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를 지니고 차를 마시며 공부를 하면 틀림없이 장원할 수 있다는 간절한 염원을 차에 담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차는 또 일반민중들에게 기복을 염원하는 매개처였다. 차는 그런 점에서 민중들에게 가장 중요한 제물이었다. 신령스럽고 고귀한 차를 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믿고 그 차를 올리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산이나 용신제에도 차는 쓰였다. 옛사람들은 바다 연못 등 물속에 깃들어 있는 용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속에서 죽어간 고혼들을 위해 수륙재를 지낼 때나 또는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용왕에게 수륙재를 지냈다. 그와 관련해 불교의 (범음집)에는 감로다를 올리며 소원을 비는 다게가 있다. “이제 감로다를 가지고/용왕님들께 올리나니/간절한 마음 살피시어/부디 받아주소서” 이와 관련해 (범음집)에는 “용궁에 가득차 있는 설산의 향유(차)가 있어, 용신이 그 차를 좋아한다.”고 적혀 있다. 용왕에게 올린 차는 바다나 못에 뿌렸다. 차는 또 농사의 풍작과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가신’(家神)에게 비는 고사에도 쓰였다. 제주도에서는 정월이나 2월 중에 고사를 지낼 때 제물로 밥 떡 쌀 식혜 다완 무명을 올렸다. 여기서 다완은 차를 담는 그릇이고 그릇에 담긴 것은 차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무녀의 고사 축원문에는 ‘찻잎을 찐 시루를 큰 다완에 담아 젯상에 올렸다’는 말이 나온다. 또한 무속인들은 대부분 고사를 지낼 때 차를 큰 사발에 담아올린다는 축원문이 다수 전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사는 집안에 행운이 오고 액운을 아달라고 비는 것으로, 차는 척사의 중요한 제물로 이용되었음을 알수 있다. 고려 조선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던 솜의 원료인 잠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도 다례를 했다. 세종때 (사시찬요)에는 “잠신제사는 음력 1월15일에 지내는데 누에 칠 여인이 제주가 되어 향과 음식과 떡을 갖추며 술을 쓰지 않고 차를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삼신 산신 토속신에게도 헌다를 했다. 여기에서 삼신은 환인이나 단군 또는 산신 마을을 지키는 토속신이기도 하다. 민중들은 마을을 수호하는 이들에게 차를 달여 올리고 번영과 행복을 기원하는 소원을 빌었다. “이슬감로로 다린 햇차를/삼신단위에 올려놓고서/금산 산신님 남해용왕님/나라세우신 태조님이요/두손 모아서 빌어 옵니다/이내 한소원 들어주소서” 일반민중들은 단군뿐만 아니라 마을을 수호하는 수호신들이 차를 매우 좋아한다고 믿고 제물로 올렸던 것이다. 이같은 것을 볼 때 차는 민중들의 삶과 신앙속에 오랫동안 하나의 삶으로 존재해왔다고 보여진다.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용으로, 긴긴밤 마음의 시름을 달래는 친구로, 또한 나쁜 액운을 막아주는 척사로, 그리고 긴급한 구급상비약으로 쓰여진 것이다. 차는 그런 점에서 우리민족의 삶과 함께 해온 전통음료로서 새롭게 각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지암 암주 ■ 민중들의 음료 ‘차’ 구전민요에도 담겨 차가 일반민중들의 속에 삶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내려온 고유한 음료였다는 것은 채록된 구전민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지배계층은 각종 역사서나 개인의 시문집을 통해 차생활을 즐겼다는 역사적 기록을 볼 수 있으나 그같은 기록을 가질 수 없었던 일반민중들은 삶의 노래인 민요로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몇가지 차 민요를 소개해본다. “백운계곡 봄 안개에/물소리가 높아지네/고로쇠는 물오르고/보조스님 좋아했던/선동골에 작설나무/백설덮인 양지쪽에/나풀 나풀 돋은 새싹/한잎 두잎 따서 모아/두강 작설 그 맛내려/조심 조심 손질하여/봉지 단지 담아두고/삼짓날에 제비올때/순천장에 옥항아리/깍지말고 사왔어서/옥용골에 이슬받고/도선국사 파둔 샘물/개 안짖고 닭 안울때/옥항아리 물을길어/옥탕관에 물을 끓여/백운차를 달이어서/천년예언 도선국사/이 차 한잔 올리옵세/백운산에 산신님네/백운사의 보조스님/고로쇠물 풍풍솟게/두손 모아 비옵니다.” 이 민요에서는 첫물차를 정성스럽게 딴 후 약으로 쓰이는 고뢰쇠물을 많이 얻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고 있다. 차를 따고 물을 뜬 후 정성스럽게 달여 올리는 간절한 염원이 보인다. 다음은 김수로왕과 왕후 허황옥에게 햇차를 올리는 민요다. “다전리에 봄이오면/삼월이라 삼짖날에/다전리에 햇차 따서/만장산샘에 물을 길어/어방산에 솔갈비로/밥물솟에 끓인 물에/제사장님 다한 정성/김해그릇 큰 사발로/천겁만겁 우려내어/장군차로 올릴까요/바이 바이 차림니더/나라 세운 수로왕님/십왕자의 허왕후님/가락국가 세운 은혜/이 차 한잔 올립니더/합장하고 비옵니다/김해사람 복받으소/잘못한 일 점제하소.” 다전리에 햇차를 딴 후 만장산의 샘물을 길러 고마움을 축원하는 씨족들의 마음이 간절하다. 이 제문은 김해김씨 씨족의 제사때 불리는 제문겸 민요다. 이 민요는 김해가 차를 생산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다완을 생산하는 중요한 곳임을 알리고 있다. 이밖에도 자식의 점지를 기원하는 내용, 차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고단한 삶을 노래한 내용들 등 차에 관련된 민요가 내려오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차는 일반민중들의 삶속에 상서러운 제물로 소원과 발복을 비는 축원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그 차는 또한 민중들의 삶을 수탈하기도 한 이중적인 모순을 지녔다. 국가의 어용 차를 생산하던 민중들은 극심한 고통을 이겨낼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같은 어려움을 김종직은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같은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직접 차밭을 만들기도 한 것이다. 긴긴 역사속에서 우리민중들의 삶과 같이 해왔던 차는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의 삶속에 다가오고 있다. 차 인구 700만시대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들의 삶과 걸맞은 새로운 차의 문화양식이 정립되어야 한다.
  • [WBC] ‘SUN’의 ‘先’고민

    한국 야구드림팀이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를 1위로 통과한 원동력은 마운드 운용에 있었다. 투수 출신인 김인식 감독-선동열 코치는 고비마다 점쟁이처럼 완벽한 구원 카드를 뽑아들었고, 그 결과 예선 3경기에서 단 3실점(방어율 1.00)으로 틀어막았다. 오는 13일 시작되는 2라운드에선 투구수 제한이 80개로 늘어나지만 여전히 ‘맞춤선발’과 ‘황금계투’에 한국팀의 명운이 달려있다.7일 미국에 입성한 한국팀의 코칭스태프는 4강 진출을 위해 2·3차전에 포커스를 맞추면서도 B조 1위가 유력한 13일 미국전에서 투수 소모를 최소화하는 게 지상과제다. 현재로선 잠수함투수 정대현(SK)이 중용될 전망. 프로 통산 8승6패 방어율 2.52에 그친 정대현이 발탁된 이유는 오로지 미국을 겨냥해서다. 정대현은 2000시드니올림픽 미국전에 두 차례 선발로 나서 13과 3분의1이닝을 단 2실점으로 틀어막아 ‘미국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평균구속은 130㎞ 안팎이지만 공끝이 지저분해 ‘잠수함’ 투수에 익숙지 않은 미국에 제격이다. 14일 2차전은 B조 2위로 캐나다와 멕시코 가운데 누가 올라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캐나다는 간판 제이슨 베이(피츠버그·32홈런 타율 .306)를 포함해 29명 엔트리에 오른손 타자가 단 3명(스위치히터 포함)뿐인 좌타자 일색 라인업이 예상된다. 지난시즌 빅리그에서 우타자(피안타율 .272)보다 좌타자(.233)를 상대로 재미를 봤던 ‘컨트롤아티스트’ 서재응(다저스)이 선발로 점쳐진다. 멕시코 타선은 캐나다와 무게중심이 정반대다. 비니 카스티야(워싱턴·12홈런 .253)와 호르헤 칸투(탬파베이·28홈런 .286) 등 오른손 타자들이 중심타선을 구축한다. 왼손(피안타율 .308)보단 오른손타자(.244)에 강점을 지닌 ‘핵잠수함’ 김병현(콜로라도)의 등판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16일 일본과의 리턴 매치에서는 도쿄돔에서 나이를 잊은 위력투를 선보인 구대성(한화)이 전격 선발에 나설 수 있다. 구대성은 일본전에서 무모하다 싶을 만큼 과감한 몸쪽 승부로 2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는 등 ‘일본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선발 로테이션의 최대변수는 투수들의 당일 컨디션이지만 ‘코리안특급’ 박찬호(샌디에이고)의 보직에 따라 큰 그림이 달라질 수도 있다.1라운드에서 최고구속 147㎞의 위력적인 포심패스트볼로 간단하게 2세이브를 챙긴 박찬호를 선발로 돌릴지, 아니면 뒷문 단속을 계속 맡길지 ‘김인식-선동열 콤비’의 선택이 궁금하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식 갑부’ 전문경영인들

    ‘주식 백만장자’에 오른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범(凡) 삼성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아 눈길을 끈다. 오너가(家) 출신 ‘주식 갑부’들이 그룹별로 상위 랭킹에 골고루 포진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는 삼성의 인재 우대를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 CEO 가운데 주식 백만장자는 단연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다. 윤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2만 6300주를 보유, 주식 평가액(6일 종가 65만 8000원)이 173억원에 이른다.이 본부장도 삼성전자 주식(1만 3884주 보유)평가액으로만 91억원을 웃돈다. 이윤우 부회장도 현재 삼성전자 주식 1만주(65억 8000만원)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동안 주식을 매각해 실현한 금액을 합하면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도석 사장도 삼성전자 주식 1만 3151주를 보유, 주식 평가액으로만 86억원대 재산가다. 삼성의 원로경영인 일부는 1000억원 이상의 주식 갑부로 평가받는다. 이수빈 삼성사회봉사단장(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74만 8800주를 보유하고 있어 수천억원대의 주식 재산가로 꼽힌다. 삼성생명 거래가를 단순히 30만원만 적용해도 이 단장이 소유한 주식평가액은 2246억원에 이른다. 이를 주당 70만원으로 책정하면 무려 5000억원을 웃도는 ‘재벌 총수급’ 주식 부자로 떠오른다. 정계에 입문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도 삼성생명 주식 28만 800주를 보유, 최소 1000억원대의 주식 부자로 평가된다. 신세계 ‘CEO 3인방’도 주식부자로 꼽히는 전문경영인이다. 구학서(전사 총괄) 사장은 현재 신세계 주식 4만 8798주를 보유하고 있어 6일 종가(44만 3000원)로 주식 재산이 216억원에 이른다. 이경상(이마트) 대표는 7만 9436주를 보유해 평가액이 351억원에 달하고, 석강(백화점) 대표는 4만 8765주를 보유해 216억원에 달한다. 비삼성 출신의 ‘CEO 주식 갑부’는 김선동 에쓰오일 회장이 손꼽힌다. 김 회장은 보통주 11만 8482주를 보유, 주식평가액(6일 종가 68만 100원)이 80억원을 웃돈다. 최근 스톡옵션 행사로 총 69만주를 보유해 ‘100억원대 갑부’에 오른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은 사실상 예외적인 사례로 꼽힌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여의도in] “평일엔 출입기자 안와” 민노 ‘일요정치’ 기지개

    “주말이면 텅빈 기자실, 언제까지 소수 정당의 한계만 말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5일 민주노동당의 현주소를 말하는 한 당직자의 고민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비정규직·최저임금·부유세 도입·농업대책 등 정치현안에 굵직굵직한 대응책을 내놓아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라는 것이다.그나마 평일이면 인터넷 매체 출입기자들이 기자실을 지키고 선거철에나 신문·방송 출입기자들이 찾아오는 터에 주장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냉가슴’이다. 출입기자들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출입하고 있어 현안이 있어도 상대적으로 민노당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도 무시 못한다. 당장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일요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을 시작할 기세다. 이른바 ‘일요 정치’를 위한 기지개를 켤 준비에 나섰다. 박용진 대변인은 “당 대표와 당 3역을 풀 가동하고 법안 설명회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각종 현안과 법안에 대해 정책위원들과 의원, 당직자들이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갖고 문성현 대표와 김선동 사무총장, 국회의원 등이 나서서 언론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겠다는 취지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서울광장] 비정규직 이름팔지 말라/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비정규직 이름팔지 말라/우득정 논설위원

    16개월에 걸친 진통 끝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가까스로 통과했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민주노동당의 국회 법사위 점거와 야 4당의 공조로 또다시 4월 임시국회로 처리가 미뤄졌다. 과거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까지 포함하면 4년 가까이 비정규직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 재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책임을 떠넘기며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는 파견 및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정부안보다 1년 줄인 환노위 수정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며 모처럼 ‘공조’를 보이고 있다. 재계는 노동계의 결사항전을 빌미로 비정규직 입법 자체를 아예 백지화했으면 하는 속셈이다.‘고용 유연성 확보’와 ‘비정규직 고용 안정’이라는 양대 정책 목표 중 고용 안정에만 치우친 입법 내용이 탐탁지 않은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비정규직 채용 사유만 제한하면 기업이 어쩔 수 없이 정규직을 채용할 텐데 구태여 잡다한 부대조건을 붙여가며 누더기 법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처럼 번듯한 정장을 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철 지난 세일품을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형편만 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해결법이다. 하지만 기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내용을 분석하면 지난해 8월 현재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184만 6000원, 비정규직 115만 6000원이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62.6%다. 노동계 주장대로 비정규직을 850만명으로 보면 정규직 전환 비용은 연간 70조 3800억원이다. 정부 기준을 적용해 540만명으로 보면 연간 44조 7120억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10대 그룹의 전체 순이익은 23조 362억원이다. 2004년 기준 전체 531개 상장회사의 순이익은 49조원이다. 순이익을 몽땅 쏟아부어도 정규직 전환 비용에 턱없이 모자란다. 게다가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3대 보험의 가입실태를 보면 정규직은 63.8∼75.9%인 반면 비정규직은 34.5∼37.7%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사회보험 추가비용도 간단치 않은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의 하청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거래 관행을 시정하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허구인 셈이다. 기업으로선 적자를 감수하며 정규직으로 전환할 바에야 공장을 접거나 살 길을 찾아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치권과 노동계는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게 된다거나, 비정규직을 양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하라며 말꼬리잡기식 힘겨루기만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정부안이든, 환노위 수정안이든 보호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비정규직에게는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노동계가 선동하듯이 비정규직을 더욱 곤경에 몰아넣는 악법은 아니라는 뜻이다. 현재 고용구조는 갈수록 줄어드는 정규직 일자리, 광범위한 비정규직 일자리에 다양한 형태의 실업자군이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형태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따라서 실업자는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선순환할 수 있게 혈로(血路)를 열어주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해법이다.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직의 참상을 내팽개치는 놀음은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WBC] ‘벌떼 마운드’

    [WBC] ‘벌떼 마운드’

    ‘타이완전의 승부수는 벌떼작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 중인 한국대표팀이 드디어 3일 낮 11시30분 타이완과 일전을 겨룬다. 한국은 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타이완전에 주축 투수들을 총동원하는 ‘벌떼작전’으로 승전고를 울릴 전략이다. 이번 대회는 투구수 제한이 있는 만큼 2∼3명의 선발 요원을 포함해 6∼7명이 차례로 등판, 상대의 예봉을 꺾는다는 것. 선동열 투수코치도 2일 “이번 대회에서는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거듭 말했다. 선발로는 ‘컨트롤 아티스트’ 서재응(LA 다저스)이 나선다. 서재응은 98방콕아시안게임 타이완전에 구원 등판, 면도날 제구력으로 3과 3분의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지난 1일 일본 지바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선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곁들이며 2안타 무실점으로 버텼다. 서재응 뒤로는 ‘잠수함 듀오’ 김병현(콜로라도)-정대현(SK),‘좌완 트리오’ 구대성(한화)-봉중근(신시내티)-전병두(기아), 타이완에 강했던 박명환(두산) 등이 줄줄이 나설 예정. 여차하면 일본전 선발이 유력한 김선우(콜로라도)와 박찬호(샌디에이고), 손민한(롯데)까지 투입해 사활을 걸 각오다. 타이완은 선발투수로 당초 예상됐던 좌완 린잉쳬(라쿠텐) 대신 우완 린엔유(성타이)를 예고했다. 린엔유는 지난해 31경기에 출장,9차례 완투승을 포함해 12승(8패) 4세이브, 방어율 1.72를 기록했다. 이번 WBC는 투구수 제한이라는 변칙 규칙이 적용돼 마운드 운용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1차 라운드에서 투수의 한 경기 투구수는 65개로 제한되고 30개를 초과해 던진 투수는 적어도 하루를,50개를 넘기면 나흘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또한 한 투수가 사흘 연속 마운드에 오를 수도 없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 전 세계 16개국이 참가해 17일간 열전을 벌인다. 리그전 형태의 1,2라운드를 거쳐 4강 토너먼트로 최강팀을 가린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春川, 봄날의 수채화

    春川, 봄날의 수채화

    오늘같이 신록이 짙푸른 날에는 춘천으로 오라 춘천으로 와서 지독한 안개에 중독되자 지독한 사랑에 중독되자 지독한 예술에 중독되자. 소설가 이외수의 시 『도깨비 난장으로 오라』중에서. 젊은이들은 한땀 한땀 추억의 옷을 뜨기 위해, 나이 지긋한 중년들은 아스라해진 추억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호반의 도시 춘천을 찾곤 한다.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시가지와 함께, 춘천호, 의암호 등 아름다운 호수를 품에 안고 있는 춘천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의 도시. 무엇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춘천으로 가며 즐기는 아름다운 「길」이다. 강과 호수, 그리고 새순이 돋기 시작하는 가로수들이 함께 하는 춘천 가는 길에는 한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낭만이 깃들어 있다. 글 사진 춘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물의 나라’ 춘천으로 가는 46번 경춘국도는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드라이브 코스로 많이 알려져 있다. 가장 빠르게 춘천으로 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모처럼 나선 나들이길, 구태여 ‘빨리 빨리’가지 않아도 된다면,363번 지방도로 등 경춘국도와 나란히 달리는 지방도로를 따라 가보면 어떨까. 통행량도 적고, 아기자기한 시골마을을 지나면서 고즈넉한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다. 경기도 하남시와 덕소를 잇는 팔당대교를 지나 숨바꼭질하듯 너댓개의 터널을 지나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 양수리에 이른다. 양수리시내에서 서종면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363번 지방도로. 춘천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의 시작이다. 양수리 시내를 벗어나자 파릇한 새순이 돋기 시작하는 능수버들이 첫눈에 들어왔다. 촉촉한 봄바람에 흐느적거리는 나뭇가지는 마치 이방인에게 손이라도 흔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창을 열어 상큼하고 청량한 공기를 한껏 실내로 끌어 들였다. 살갗에 와닿는 포근한 느낌. 분명 봄내음이었다. 서종면사무소를 지나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는 산길을 몇구비 돌다보면 삼회리 고개. 이곳에 서면 인근 시골마을 감싸고 흐르는 북한강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간간이 고깃배 한척 지나갈 뿐, 한적하기 이를데 없다. 수많은 모터보트들의 굉음, 바나나보트 등의 물놀이 기구들이 뒤엉켰던 여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20㎞여에 이르는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신청평대교.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46번국도와 만난다. 씽씽 내달리는 차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7㎞쯤 올라가다 수릿재 삼거리에서 잠시 멈춰섰다. 시골마을도 둘러볼 겸, 요즘 한창 출하되고 있는 두릅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도원농장(dowon.nongjang.com)을 찾았다. 갓 채취한 싱싱한 두릅이 그야말로 지천. 두릅을 포장하느라 바쁜 농장대표 박상엽(017-382-5812)씨에게 서울신문 독자들에겐 구입량에 관계없이 20%를 할인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다시 춘천으로 향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가 되는 경강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강촌리조트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신청평대교에서 20㎞거리. 영화 ‘편지’의 촬영지였던 강경역부터 강촌역까지 또다시 환상의 드라이브길이 펼쳐졌다. 어깨에 닿을 듯 다가선 북한강, 자전거를 타며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 젊은이들. 봄날의 수채화를 그린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봉화산의 쏟아져 내릴 듯한 우람한 바위 밑에 예쁘게 자리잡은 강촌역. 자전거로 상징되는 관광지답게 은륜위에서 정담을 나누는 청춘남녀들의 모습 일색이었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자전거로 구곡폭포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다.1인용 자전거는 1시간에 2000원,2인용은 5000원 정도면 빌릴 수 있다.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는 춘천행 열차를 뒤로하고 46번국도에서 완전히 벗어나 화천으로 향하는 403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었다. 여기서부터 춘천이 자랑하는 의암호 호반길. 여인의 허리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 강변길이 의암호의 절경을 품은 채 춘천댐까지 이어진다. 붕어섬과 중도유원지를 차례로 지나 금산리 강가에 다다랐다. 안정효의 소설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주무대인 곳. 한적한 시골마을과 강변길이 잘 어우러져 있다. 금산리 강가 바로옆은 고슴도치섬으로 알려진 위도(iwido.com). 길이 1.2㎞, 폭 400∼600m의 길쭉한 삼각주 모양을 하고 있다.“모든 풍경이 물안개 속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섬에는 시간이 젖은 채로 정지해 있었다.”는 이외수의 소설 ‘장외인간’의 한 구절처럼 정적에 싸인 섬이었다. 예전엔 배를 타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섬을 관통하는 신매대교가 들어선 이후에는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도 있게 됐다. 어른 1800원, 중·고생 1200원,3세 이상 어린이는 6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주차는 무료. 섬 아래쪽에 있는 북카페 ‘예부룩’은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 춘천지역의 문인, 화가 등 예술가들이 많이 찾는다. 오래된 LP판에서 흘러나오는 다소 거친 음질의 음악들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눈요기는 잠깐 쉬고, 이젠 다소 늦은 점심으로 입을 즐겁게 할 차례. 어디로 갈까 고민할 것 없이 춘천시청 옆 닭갈비 골목을 찾아가면 된다. 춘천시 명동의 닭갈비 골목은 윗샘밭 막국수 거리와 함께 전국의 미식가들이 알아주는 전통 먹거리촌. 아무곳에나 들어가도 양 많고 맛있는 닭갈비를 맛볼 수 있다. 소화도 시킬 겸, 이번엔 춘천시청 주변을 걸어보자. 춘천시민들의 살내음이 여전한 공간들과 만날 수 있다.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을 지낸 유진규(54)씨는 재래시장인 ‘요선동 시장’과 ‘춘천여고앞 골목길’을 추천했다. 요선동 시장에서는 전혀 낯선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춘천여고 앞 골목길에서는 낮은 담 사이로 사람 사는 모습을 기웃거릴 수 있어서 좋단다. 산허리에 걸쳐 있는 해를 보니 이제는 낙조(落照)를 감상하며 하루의 여정을 정리할 때.46번 국도변에 있는 구봉산 전망대로 차를 몰아갔다. 호수에 잠긴 듯한 춘천의 해질녘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춘천휴게소(033-264-0393)와 인형극장(033-242-8450) 뒤편도 아름다운 일몰로 유명한 곳. 의암호를 붉게 물들였던 해도 지고 춘천시내엔 하나둘씩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 가볼만한 곳 김유정의 대표작 ‘봄봄’,‘동백꽃’등의 배경이 된 곳이다. 기념관과 함께 김유정이 태어난 생가와 디딜방아, 정자 등이 그 시대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다. 동절기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 다음날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무료. 문의 (033)261-4650.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9) 가치와 사실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9) 가치와 사실

    누구나 인생을 가치있게 보내려 한다. 그 가치가 무엇인가? 가치는 경제적 가격과 대단히 유사해 보인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인기가 있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사람도 만인의 인기에 의하여 그 가격이 결정된다. 가격이 비싼 사람은 그만큼 가치도 많아 보인다. 현대의 정치와 문화가 모두 상업화되어 가는 마당에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하여 모두 총력을 기울인다. 가치가 꼭 가격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 가치는 슬픔의 상처를 안고 밀려난다. 역사에 이런 슬픈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가격과 가치가 불일치한 경우다. 좌우간 가치나 가격은 세상사가 다 상호주관적(intersubjective)이기에 생긴다. 이 말은 사회생활에서 상대방의 인정과 승인을 얻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소유욕을 말한다. 소유욕은 단적으로 인간사이에 먹으려는 욕망이 원초적이라는 것과 통한다. 불교에서는 이 먹고 싶은 욕망을 사식론(四食論)이라 부른다. 음식을 쓸어 요리해서 맛있게 먹고싶은 단식(段食), 남녀간에 피부로 접촉해서 먹고싶은 촉식(觸食), 상호간 의사소통에서 상대방을 설득 동화시키고 싶은 의사식(意思食), 자기의 지식으로 대상을 정복해서 자기 것으로 삼고 싶은 식식(識食) 등을 사식이라 한다. 헤겔과 마르크스가 잘 통찰한 바와 같이, 사회생활에서 타자로부터 인정과 승인을 얻고 싶은 욕망은 불교적으로 보면 다 타자를 먹고 싶은 소유욕과 같다. 음식 먹기도 문화여서 타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하여 맛있고 우아하게 먹으려 하고, 성욕도 사회적인 승인을 통해 배출하려 한다. 원초적으로 인간의 사회생활은 먹고 먹히며 서로 인정받고 승인받기 위한 투쟁과 갈등의 연속이다. 가격과 가치가 그런 상호주관적인 욕망관계에서 생긴다. 그런데 가치는 가격보다 훨씬 복잡하다. 가격은 상품으로서 시장에서 도태되면 그것으로 수명이 끝이지만, 가치는 인간의 마음이 개입된 복잡한 욕망의 주장이다. 가격경쟁에서 실패했지만, 마음이 겨냥한 가치가 무의미하게 사라졌다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상호주관적 욕망이다. 비록 시장에서 탈락되었으나, 언젠가 나의 가치를 인정승인할 날이 올 것이라고 앙앙불락 기대한다. 그것이 신념일 수 있고, 나쁘게 보면 고집일 수 있다. 인류사의 가치론을 볼 때 한때 가격에서 탈락되었으나, 세월이 지난 다음에 엄청난 경쟁력을 새롭게 지니게 된 가치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가격과 가치가 불가분이지만 꼭 일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면 그 가치가 무엇인가?‘내가 가치있게 살고 싶다.’할 때의 그 가치가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정치적, 도덕적, 예술적, 학술적 생각을 사회적으로 타자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다른 것이 아니다. 앞의 사식(四食) 가운데 의사식(意思識)이나 식식(識食)이 주로 여기에 해당하겠다. 가치는 상호주관적 사회생활에서 소유론적 욕망과 직결된다. 사회생활이 없다면 가치의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가치는 ‘내가 생각하는 것(cogito)’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의사식이나 식식에서 타인을 설득시키고 지식으로 지배하기 위하여 논리를 정리하고 이념을 창출한다. 이것이 시장에서의 광고처럼 이념에서의 선전이다. 이념의 선전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cogitamus)’으로 만들기 위한 소유욕의 책략이다. 특히 소유욕의 책략에서 정치적 가치가 예술적 가치보다 훨씬 강하다. 왜냐하면 정치적 가치는 세속적 지배를 원하는 종교적 가치처럼 지배의지를 진리의지와 동격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20세기 프랑스의 정신분석가인 구조주의 철학자 라캉이 그의 저서인 ‘기록’에서 한 말이다.“내가 존재하는 곳에 나는 생각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뜻 무슨 말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상호주관적 사회생활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내가 소유하기 위함이지, 내가 존재하는 사실을 언명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존재하는 것은 나의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고, 생각이 일어나서 분별하는 경우는 모두 소유를 위한 동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이 일어나는 경우는 모두 호오와 시비와 선악을 내가 취사선택한 한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모든 가치는 나의 생각의 산물이고, 이것은 또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의사식과 식식의 경우에만 ‘나는 생각한다.’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단식과 촉식의 경우에도 내가 먹는 음식이나 나의 몸매가 만인이 부러워하는 선망의 표적이 되게끔 만인을 홀리려 한다. 라캉의 생각처럼 사회생활에서 모든 것이 소유와 피소유의 관계로 환원된다고 보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의 사회생활이 그래왔었기 때문이다. 라캉은 프로이트 계통의 학자인데, 결국 성욕이 인류사회의 가장 원초적 언어활동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겠다. 성욕과 소유는 같은 말이다. 그래서 우리도 무의식중에 가치있는 인생을 향유하기를 기원해 왔다. 가치없는 인생은 타자들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가치는 결국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만인에 의하여 평가받고 싶은 소유욕에 다름 아니다. 가치는 나의 기호를 만인의 기호로 변경시키려는 확장욕에 불과하다. 이 확장욕은 우리가 앞 글(1·2·3·6·7·8회)에서 여러 번 지적한 본능의 소유욕에 해당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어떤 충격을 받을 수 있겠다. 왜냐하면 가치는 무조건 좋은 것으로 알았는데, 여기서 가치가 결국 무의식적 본능의 소유욕을 의식의 명분으로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가치는 각자의 심층적 소유욕을 무의식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이 가치가 정치적 사회적 이념과 각별하게 연관된 것일수록 더 사회지향적 선전이 심하다. 그런 가치는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서 그것이 우리의 가치가 되도록 각색한다. 대개의 역사는 정치적 사회적 이념을 정당화시킬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세계사를 통하여 널리 확산되어 왔었다. 그래서 구조주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초기 실존주의에서 후기 사회혁명주의로 기운 철학자 사르트르와의 역사논쟁에서 사르트르적인 공산주의 지향의 역사의식을 비판하면서, 역사는 늘 어떤 이념적 경향성을 잠복시킨 내용적 편파성과 외연적 부분성을 띠고 있으므로 역사를 과학으로 인정하기를 그의 저서인 ‘야생적 사유’에서 거부했다. 그는 이념적 가치의 편향성에 의한 사실왜곡이 거의 없는 인류학과 민족학을 역사에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이 말은 많은 경우에 정치적 사회적 이념의 가치는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을 언명함이다. 왜냐하면 그 가치는 세상을 지배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세가지의 한계를 분명히 지니고 있다. 그 하나는 그것이 가장 자기에게 좋은 것만을 선택했다는 한계고, 다른 하나는 자기선택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하여 사실을 왜곡한다는 한계고, 마지막으로 그것은 가치의 선동선전에 미쳐서 모든 가치가 필연적으로 반가치(4회 참조)를 품고 있는 측면을 전혀 도외시한다는 한계다. 그러면 모든 가치는 다 문제적인가? 세상을 소유하고 지배하겠다는 경향성이 희소한 순수 종교적, 예술 미학적 가치가 가장 사실성에 부합되는 것이 아닌지? 그러면 무엇이 진짜로 사실인가? 객관적으로 증명가능한 것만을 사실성으로 인정하는 실증주의적 시각이 옳은가? 실증주의는 사실성을 밝히는 데 너무 좁고 미흡하다.10여년 전 뒷길 교통신호대도 없는 네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내가 냈는지 당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볼 때에 그 사고의 원인은 길 건너 앞차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의 진로를 알려주지 않아서 내가 거기에 신경이 빼앗겼기에 다른 차와 접촉하는 사고가 생겼다. 이것은 나의 심증이지 물증이 없다. 이처럼 실증주의는 사실을 인식하는 방식이 너무 좁다. 소유론적 무의식을 지닌 가치가 다 편파적이고 부분적인 사실의 왜곡에 기인한다면, 지공(至公)한 사실의 인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앞으로 21세기적 모든 학문의 의미는 가치론보다 사실론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모든 가치는 결국 자아중심적 소산이다. 자아가 어떤 색깔로 물들어 있어서 그 색깔로만 세상을 바라보므로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사실을 왜곡하는 자는 두가지 부류겠다. 하나는 이념적 가치를 위하여 일부러 사실을 거짓말로 속이는 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기가 어떤 특정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모르고 그 색깔로 세상을 늘 보는 자이다. 무의식의 소유욕이 그런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전자는 진짜로 언급할 만한 거리도 못되는 정신적 사이비다. 그러나 후자는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무의식의 업장에 갇힌 자이고,20세기 프랑스의 현상학적 철학자 메를로퐁티의 용어로는 잠재적인 ‘암묵적 전(前)의식’의 집단무의식에 갇혀 사는 자이다. 다 같은 생각을 개진한 것이겠다. 업이나 집단적 무의식에 걸리면, 그 업과 무의식이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생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의식이 모른다. 이것이 문제다. 우리는 미래의 교육에서 가치관 형성에 열을 올리지 말고, 인간이 자아를 가진 한에서 얼마나 편견과 아집의 노예가 되기 쉬우며, 가치의 이름으로 세상을 헛보게 만드는가를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모든 가치가 반가치를 필연적으로 띤다는 것(4회), 가치는 자기 기호의 선택이므로 전체를 보는 눈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아를 무아로 점진적으로 바꾸는 교육이 실제로 자아의 가치관교육보다 더 미래의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을 말해주어야겠다. 역사와 세상과 자연의 전체 사실을 여여하게 보는 눈을 키우는 공부가 미래의 철학교육이리라. 미래의 철학은 어떤 특정가치를 세상에 뒤집어 씌워 편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아의 탐욕이 없는 마음에 비쳐지는, 존재하는 필연성을 아는 데 있겠다. 신경병도 과거 억눌렸던 상처를 알아차리는 데서 치유된다. 가치의 주입이 아니라 무명(無明)의 알아차림이 더 중요하다. 눈 뜬 장님들이 세상의 사실을 왜곡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수원역 우회도로 1단계 3개 구간 4.04㎞ 개통

    경기도 수원시는 2001년부터 3281억원을 들여 추진해온 수원역 우회도로 가운데 1단계로 4.04㎞ 구간을 완공,28일 개통했다. 이번에 개통되는 곳은 세류동 세류대교∼서둔동 벌터 1.88㎞(국도 43호선), 수원역∼서둔동 옛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0.54㎞(국도 42호선), 세류대교∼권선동 터미널사거리 고가도로 1.62㎞ 등이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선동열 “변화구로 타이완 넘겠다”

    “타이완에 낮은 변화구로 승부를 걸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의 선동열 투수코치는 3일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타이완전의 필승 카드로 낮은 변화구를 내세웠다.8강 진출의 길목에서 맞붙을 타이완은 이날 일본 재팬시리즈 우승팀 롯데 마린스와 연습경기를 가져 3-6으로 졌지만 일부 투수들은 상당한 구위를 뽐내 한국 코칭스태프들을 긴장시켰다. 경기를 함께 지켜봤던 유승안 전력분석관도 “타이완 투수들이 체인지업 등 변화구와 제구력은 우리 선수들보다 낫다.”며 타이완전이 변화구 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 선발 등판이 예상되는 좌완 린잉쳬(25·라쿠텐)는 이날 홈런 한방을 맞았지만 나머지 세 타자를 낙차 큰 체인지업으로 돌려세우는 등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린잉쳬 공략이 한국 타자들의 최대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준 셈. 또 한명의 좌완 쿼훙츠(LA다저스)는 최고 147㎞의 빠른 볼을 뿌려 강한 인상을 줬다. 창쳰밍(요미우리)도 탈삼진 2개를 솎아내는 등 좋은 컨디션을 보여 마운드가 두텁고 녹록지 않음을 과시했다. 하지만 타이완 타자들은 직구에는 빠르게 방망이가 나온 반면 변화구에는 헛방망이질을 연발해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냈다. 선동열 코치는 “타자들이 직구 타이밍에 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변화구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을 타이완전에 대거 투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타선에는 천융츠(시애틀), 린츠선, 천풍밍(이상 라뉴)을 비롯해 지난해 타이완 챔피언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장타이산(신농)과 후칭룽(LA 다저스) 등이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한편 이날 전지훈련지였던 후쿠오카를 떠나 도쿄에 입성한 한국팀은 1일 지바 롯데와 연습경기를 갖는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3·1절 발굴] 고려혁명군 2인자 최호림 연해주 항일투쟁기 ‘햇빛’

    [3·1절 발굴] 고려혁명군 2인자 최호림 연해주 항일투쟁기 ‘햇빛’

    3·1운동 87주년을 맞아 러시아 연해주 등 해외 항일무장투쟁을 기록한 독립운동가의 자필문서가 공개됐다. 이를 기록한 사람은 1920년대 독립군 무장투쟁을 이끌었던 최호림(崔虎林·1893∼1960) 선생으로, 그동안 사회주의자라는 이유 때문에 묻혀 있던 그의 활동상도 확인됐다. 독립운동을 하며 언론인·극작가·소설가로도 활약한 최 선생의 기록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군 및 비밀결사단체의 활동과 조직구성이 상세히 소개돼 해외 독립투쟁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27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한국학과 반병률 교수로부터 최 선생의 ‘원동변강 고려인 생활역사 초록’(遠東邊疆 高麗人 生活歷史 抄錄) 제1권을 단독 입수했다. 46배판 97쪽 분량으로 된 초록은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자필로 쓴 것으로 선생이 39세 때인 1932년 9월15일 탈고됐다. 반 교수는 지난해 8월 하바로프스크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이 자료를 입수, 현재 우즈베키스탄 아쿠르간에 살고 있는 선생의 둘째 동생 최주옥(93) 옹을 통해 진본임을 확인했다. 초록은 1919년 3·1운동 직후 불길처럼 번진 연해주 한인들의 항일무장투쟁을 다루고 있다.1893년 함경북도 경성에서 3남2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선생은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뒤 1919년 5월 연해주 라즈돌리노예에서 허제명·박명천 등과 함께 빨치산 독립의용군을 창설했다. 선생은 당시 자신의 활동상과 함께 혈성단 강국모 군대, 우리 동무군 등 인근에서 활동하던 독립군의 병력규모, 장비, 조직도 등을 초록에 기록했다. 이밖에 북한 김일성이 ‘항일 신화창조’의 모델로 삼았다는 의혹이 있는 김경천 장군의 군대를 비롯해 조맹선의 독립단 군대, 이범윤의 의군부 군대, 안훈의 자유시독립군, 한창길 군대, 황하일 군대, 최 니콜라이 군대, 김병극 군대 등 당대 연해주와 만주를 주름잡았던 독립군들의 활동상도 망라했다. 이 부대들의 일부는 1922년 8월 1542명 규모의 고려혁명군으로 통합됐으며 최 선생은 이곳의 2인자격인 군정위원장을 맡아 사상교육을 담당했다. 이청천 장군이 사관학교장, 이범석 장군이 기병대장을 맡았다. 최 선생이 직접 그린 편제안을 보면 고려혁명군은 사령부 휘하에 ▲정치부(서무과, 통계과, 통신계, 선전선동과) ▲경리부(재무국, 피복국, 재봉국) ▲치중대(전투) ▲기병대(〃) ▲특립대(〃) 등 틀을 갖추고 있었다. 선생이 이끈 ‘최호림 부대’는 처음에 부대원 35명, 장총 35정, 탄약 3000여발로 시작해 석달 만에 부대원 120명, 장총 124정, 탄약 3만여발 규모의 대규모 의용군으로 성장했으며 시베리아에 출정한 일본군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번 초록을 통해 연해주와 만주에서 독립운동 비밀결사단체로 활약했던 광복단(1911년 결성)과 철혈단(1914년)의 주요 구성원 명단도 최초로 공개됐다. 광복단은 이동휘·오주혁·장기영·백규삼·황병길·김동한·이종호·계봉우·김하석·김하구·오영선·구춘선·김립 등 13명을 발기단으로 출범, 이명순·오병묵 등이 핵심역할을 했다. 철혈단의 중요인물로는 김철훈·김진·최의수·최이준·한강일·정순철 등을 꼽았다. 선생은 1920년대 후반부터는 무장투쟁을 일단락하고 사상과 문학을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 활동에 투신했다.1928년부터 3년간 모스크바국립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지역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한글신문 ‘선봉’의 책임주필로 활약했다. 사회주의자이면서도 러시아의 민족주의적 공산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로 명성을 날렸다. 이때 가극 ‘녀자대표’와 장편소설 ‘시비리 철도행’, 우화소설 ‘숙기거는 토끼’ 등을 창작하며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소련 스탈린정부의 한인 탄압이 본격화하면서 1936년부터 3년,1941년부터 4년,1948년부터 6년 등 3차례에 걸쳐 13년간 옥고를 치렀다. 최 선생은 1960년 가족들이 강제이주된 우즈베키스탄 아쿠르간에서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