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구단 이구동성 “타도 SK”
그라운드의 상큼한 풀내음을 맡고 하얀 공이 파란 하늘을 가르는 모습을 볼 기대에 야구팬들의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29일 문학에서 열리는 지난해 우승팀 SK와 LG의 공식 개막전 등 4경기를 시작으로 프로야구 계절이 왔음을 알린다. 정규리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8개팀이 126경기씩, 팀간 18차전으로 모두 504경기가 펼쳐진다.
■ 8개구단 감독 출사표
프로야구 8개 구단 감독들은 25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올시즌 출사표와 각오를 밝혔다. 우승팀이 나머지 7개 구단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는 현상은 여전했다. 지난해 삼성에서 올해는 SK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성근 SK 감독은 “1군 선수 가운데 부상자가 많아 시범경기에서 많이 헤맸다.4월 한 달 동안 5할 승률만 올리면 승산이 있다. 흐름을 어떻게 타느냐가 중요하다.2연패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자신했다.
준우승에 그친 김경문 두산 감독은 “팬을 잊지 않는 야구를 하겠다.SK와 삼성, 롯데,KIA가 올 시즌 강하겠지만 이 가운데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리를 이긴 SK에는 지고 싶지 않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전력 보강된 부분이 없다. 걱정이 앞서지만 4강 진입을 목표로 삼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지난해보다 중심타선에 무게감이 생겼다. 다만 시즌 전부터 (백업포수인) 현재윤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진갑용 혼자밖에 없는 게 걱정이다.SK에는 꼭 이기고 싶다.”며 지난해 4위로 밀린 수모를 되새겼다. 김재박 LG 감독은 “올해 외국인 투수 2명을 데려온 만큼 투수층은 좋아졌다. 공격은 젊은 선수들을 많이 활용하며 세대교체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 등 4개팀 감독으로부터 4강 후보로 지목받은 조범현 KIA 감독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시범경기 1위를 하면서 선수들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신인 중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생겼다. 올해엔 KIA 팬들의 자긍심을 높여 드리고 싶다.”고 자신했다. 이광환 우리 히어로즈 감독은 “늦게 창단한 막내둥이 팀인 만큼 말썽 피우더라도 예쁘게 봐달라. 빈 자리를 메울 젊은 선수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점이 불안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우리 팀은 올해엔 경쟁에서 상당히 뛰어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부임 첫 해인 올해 4강에 진출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올시즌 달라진 점
프로야구는 ‘연장 12회 무승부’가 없어진 게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점이다. 메이저리그처럼 ‘끝장 승부’를 보도록 했다. 투수력이 강한 팀이 유리해졌다. 대신 선수단에 여유를 주려고 엔트리는 ‘26명 등록,24명 출장’에서 ‘26명 등록,25명 출장’으로 바뀌었다. 포스트시즌 경기 수도 늘어나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정규리그 1위의 중요성이 커졌다.3전2선승제 준플레이오프는 5전3선승제,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는 7전4선승제로 확대됐다. 포스트시즌 배당금도 25%를 정규리그 1위 팀에 주는 등 배려하기로 했다.
■ 올 시즌 판도
올 프로야구는 전력이 평준화되면서 순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해 꼴찌 KIA와 그 뒤를 이은 롯데가 새롭게 태어나서다. 전문가들은 SK 두산 삼성 KIA를 4강으로 평가한다.
겨우내 가장 전력이 향상된 팀으로 꼽히는 KIA는 조범현 감독을 새로 영입하고 메이저 리그 출신 투수 서재응, 호세 리마를 영입, 명가 재건에 나섰다. 결과는 시범경기 1위로 나왔다. 패배의식을 털어낸 점은 부가적인 효과.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윌슨 발데스가 유격수를 맡으며 시범경기 도루 1위를 차지, 기동력도 배가됐다.
롯데도 ‘가을에 야구하고 싶다.’는 부산 갈매기의 성원에 부응하기 위해 팀 분위기를 확 바꿨다.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메이저리그 출신 카림 가르시아를 영입, 이대호의 부담을 덜어주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다만 로이스터 감독이 첫 해 얼마나 빨리 한국 야구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는 시범경기 7위에 머물렀지만 김성근 감독의 힘으로 절대 전력을 갖췄다. 삼성은 양준혁-심정수-제이콥 크루즈라는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에 에이스 배영수가 1년 만에 마운드에 복귀, 선동열 감독은 세 번째 우승을 꿈꾼다. 두산은 김경문 감독의 ‘발야구’에 미국에서 돌아온 투수 김선우의 가세로 마운드가 견고해졌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올시즌은 강·약팀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혼전이 될 것 같다. 우리 히어로즈만 분전하면 재미있게 흘러간다.”면서 ““물음표였던 KIA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기존의 강팀 SK 두산 삼성은 여전하고 한화는 부상 선수가 약점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야구는 선수가 하는데 히어로즈의 기가 많이 죽어 있다. 울분을 운동장에서 풀어버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주목받는 신인들
올시즌 프로야구팬들은 예년과 달리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났다. 새내기들이 시범경기에서 주전들의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 참가로 생긴 틈을 놓치지 않고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뛰어난 타자들도 많아 2002년 이후 투수들의 잔치였던 신인왕 경쟁도 더욱 불꽃이 튈 전망이다.
이들 가운데 광주일고 때부터 대어급으로 평가받은 투수 정찬헌(19·LG)과 타자 나지완(23·KIA)이 단연 돋보인다.
정찬헌은 시범경기에서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4경기에 등판,12와3분의1이닝 동안 점수를 주지 않았다. 구속은 140㎞ 중반대이지만 공끝이 좋고 제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 시범경기에서 신인답지 않게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의 좌우 구석을 찌르며 삼진을 6개 잡아냈다.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 출신 진야곱(19·두산)이 정찬헌과 ‘맞짱’을 뜰 기세다. 진야곱도 시범경기에서 5번 등판,5와3분의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았다.
나지완은 김성한 은퇴 이후 오른손 거포 갈증에 시달렸던 팀의 단비 역할을 자임했다.2차 1번으로 지명됐지만 시범경기에서 타율 .318의 고감도 방망이로 4번 자리를 예약했다. 좋은 체격(182㎝ 95㎏)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의 위력이 대단하다. 한솥밥 김선빈(19)은 최단신(164㎝)이지만 거인 못지않은 힘으로 투수를 압도, 시범경기에서 타율 .393 7타점을 기록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