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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인들이 조선에 온 속내는 무엇일까?

    조선시대에 외국인이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입국이 철저하게 막혔고,설사 입국이 허용된다 해도 규모며 기간이 엄격히 제한됐다. 그럼에도 그 시대 한반도를 찾아든 외국인은 의외로 많았다고 한다. 그들은 무슨 목적으로 조선을 찾았고, 이 땅과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펴냄)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거쳐갔고 살았던 이방인의 흔적 더듬기로 눈길을 끈다. 가장 큰 특징은 널리 알려진 이들의 평면적 탐방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양한 직업의 외국인이 이 땅에서 보고 듣고 겪었던 입체적 기록을 꼼꼼히 분석해 신선하다. 조선을 가장 많이 찾았던 부류는 역시 명·청의 사신들. 학계에 따르면 1392∼1634년 명이 사신을 파견한 횟수는 188회에 이르고, 청은 245회에 걸쳐 칙사를 보내왔다. 책에 드러난 이들의 흔적은 외교업무에 머물지 않는다. 대부분 은(銀)이며 명물·명품 끌어 모으기에 혈안이 됐고 명·청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조정은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최상의 대우며 챙겨주기로 일관했다. 일본인들은 중국의 사신보다 더 조선입국이 제한됐지만 그들 역시 사적인 목적 챙기기에 혈안이 됐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군대엔 티베트·미얀마군이 들어있었고, 적국의 군인 신분으로 조선 땅을 밟아 귀화한 김충선을 비롯한 일본인 이야기는 동아시아 삼국의 전쟁이 사뭇 복잡했음을 짐작게 한다. 구한말, 열강들이 각축을 벌이고 결국 이 땅이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는 격동기, 다양한 이방인들이 남긴 기록도 각양각색. 조선 정부가 채용한 최초의 서양인인 독일인 묄렌도르프와 불과 8개월간 주한 이탈리아 총영사로 근무해 한국 종합안내서인 ‘꼬레아 꼬레아니’를 남긴 카를로 로제티, 15권짜리 방대한 문화유산 조사보고서 ‘조선고적도보’를 펴낸 일본 건축사학자 세키노 다다시, 19세기말 이름을 떨친 진보적 베스트셀러작가인 미국의 잭 런던, 목숨 걸고 이땅에 들어온 천주교 선교사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들의 활동과 업적에 도사린 목적과 저의를 책은 자연스럽게 끄집어낸다. 자신과 고국 독일을 위해 조선 정부에 파고들었던 묄렌도르프며 일제의 식민사관을 입증하기 위한 발굴에 앞장섰던 세키노 다다시는 그 대표적인 예. 그들 눈에 비친 조선은 제국주의와 서구문명 앞에 잔뜩 웅크리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지 않는 수동적 은둔국에 다름 아니다. 책의 말미엔 그들의 기록과 흔적을 이렇게 평가한다. “비록 우리의 문화 내면에서 이해하는 사람이 산출하게 될 기록과 통찰을 담고 있진 않다 하더라도 그 생경함의 시선과 노골적인 의도를 뚫고 반짝이는 편린들”이라고. 2만 38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국 천주교 ‘평신도 40년’ 발자취를 담다

    한국 천주교 ‘평신도 40년’ 발자취를 담다

    한국천주교는 외부 선교사 없이 자생적으로 태동한 독특한 역사를 갖는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의 위상은 1만∼2만명이 박해를 받아 숨진 순교의 아픔을 토대로 한다. 그 많은 희생의 중심엔 평신도들이 있었다. 평신도들의 단체인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한국평협·회장 최홍준)는 바로 그 한국천주교의 밀알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국평협이 지난 40년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백서를 발간했다. 한국평협 창립 40주년(2008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된 백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직후인 1968년 한국평협이 설립된 배경과 함께 한국교회 발전과 사회 복음화에 이바지해 온 활동을 평가했다. 한국평협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평신도사도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103위 순교복자 시성운동과 반생명적 모자보건법 반대 운동, 군사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 신뢰와 도덕성 회복을 위한 ‘내 탓이오’ ‘똑바로’운동, 아름다운 가정·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아가 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최홍준 회장은 이와 관련해 “평신도사도직의 소명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비판적 관점에서 성찰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국교회 평신도사도직 활동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백서는 최 회장 말마따나 ‘교회 내적분야’부터 ‘선교’ ‘가정·생명·환경’ ‘정치’ ‘경제·사회’ ‘사회복지’ ‘교육’ ‘문화·언론·출판’ ‘국제관계’ ‘민족화해’ 등 10개 분야를 10년 단위별 정리 형식으로 촘촘하게 서술하고 있다. 백서는 특히 지금까지의 평신도사도직 활동을 비판적 시각에서 평가했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평신도사도직 위상이 높아지면서 위험한 ‘평신도주의’에 빠진 것이나 여러 사도직단체들과의 연계 부족이며 내부 단절을 반성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분야별 활동에서도 피상적 활동에 머문 경우가 많았고 사회복지·국제활동이나 민족화해 분야에서는 활동을 제대로 못했다고 자평했다. 이에 따라 한국평협은 말미에 평신도의 역할과 평신도사도직 위상을 높이는 성숙한 평협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적 사회교리에 입각한 ‘정의’ 실현을 중심 가치관으로 세워 공동선을 증진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업복지사업 등 구체적 실천 계획을 제안해 놓고 있다. 부록으로 평협 발표 선언문과 성명서, 평신도주일 강론 자료들을 실었다. 한국평협은 오는 18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백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부고]

    ●박노영(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씨 별세 원규(사업)현미(〃)씨 부친상 3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30분 (02)3410-6901 ●김인식(전 대통령 경호실 차장)씨 부인상 동천(사업)씨 모친상 김태연(한국지엠 기획부문 상무)씨 장모상 3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02)3410-6914 ●유강희(중국 거주·선교사)장희(전 이화여대 부총장)관희(고려대 교수)씨 모친상 3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일 오전 9시 30분 (02)3410-6915 ●나상곤(기획재정부 인사제도팀장)씨 부친상 1일 평촌 한림대성심병원, 발인 3일 오전 6시 (031)384-4634 ●정창덕(계룡건설 토목본부장)씨 부인상 1일 대전 건양대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30분 (042)600-6660 ●이윤하(종근당 개발본부장)씨 부친상 31일 제주대병원, 발인 3일 오전 (064)717-2906 ●이찬수(전 오뚜기식품 전무)씨 별세 재덕(대웅제약 과장)씨 부친상 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6 ●한명현(전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대표이사)씨 별세 장기영(학생)씨 모친상 1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3일 오전 8시 (02)2258-5979 ●이종원(전남의대 명예교수)씨 별세 근홍(자영업)우진, 명진, 경진(꼬마이치과 원장) 준한(조선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씨 부친상 이상용(강릉아산병원 건강검진센터) 민정준(전남의대 핵의학과 교수) 박재홍(꼬마이치과 원장)씨 빙부상 김명금, 정민아(베스트이비인후과 소아과 과장)씨 시부상 1일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2분향소, 발인 4일 오전 9시 (062)220-3352
  • 대입 농어촌 특별전형 수백명 부정입학

    서울대, 고려대 등 전국 55개 대학 학생 479명이 부모의 주소지를 위장 이전하는 편법으로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부정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고교에서는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 부모의 주소가 위장된 사실을 알고서도 특별전형 확인서나 추천서를 발급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5~6월 실시한 ‘학사운영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 가운데 농어촌·특성화고·저소득층·재외국민 등 정원 외 특별전형의 부당 합격 사례를 25일 공개했다. 감사원이 지난 2009~2011학년도 서울소재 및 지역거점 대학 등 82개 대학의 농어촌 특별전형 합격자 중 위장전입이 의심되는 사례를 표본조사한 결과, 55개 대학 학생 479명의 부모가 실제로는 도시에 살면서 농어촌 소재 고교 기숙사 등에 주소를 허위 이전한 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자 원래 주소로 다시 이전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심지어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공항 활주로나 창고, 고추밭 등의 주소로 거주지를 이전하기도 했다.”면서 “특히 부정 입학 의심 사례가 많은 고교에서는 진학률을 높이려고 부모의 주소지가 가짜인 줄 알면서도 묵인했는가 하면 도시 거주 학부모를 학교 기숙사로 위장 전입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위장 전입한 부모 중에는 경찰, 교사, 군인 등 공무원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성화고 특별전형도 요지경 속이었다. 9개 대학이 학생 379명을 특성화고 학과와는 전혀 다른 계열의 학과로 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고교와 대학 학과 간 동일계열인 학생만 응시할 수 있는데도, 해킹방어과 졸업생이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등 계열이 다른 학생들이 합격했다.”고 말했다. 또 해외근무 기간을 허위 기재하거나 자녀를 해외 거주 중인 교포나 선교사에게 입양시켜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부정 입학시킨 사례도 5개 대학에서 7명이나 적발됐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장태평 징검다리] 순교자의 정신

    [장태평 징검다리] 순교자의 정신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함께 이루어지는 해이다. 선거의 결과에 따라 국가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정치의 해’이다. 세계는 지금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여기에서 오는 경제적 불안과 최근에 더욱 부각되고 있는 남북문제 등 해결해야 할 큰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들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할지도 모른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의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의 상황은 가장 중요한 정치 리더십이 제 몸 추스르기에도 힘에 겨운 것 같다. 정치인은 자기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우선 생각하고, 자기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과 가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당선을 위해 득표에 집착해야 하고, 점점 자기중심적이고 지역적 이해에 갇혀 가는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사라져 가는 순교자의 정신을 생각해 본다. 순교자란 종교적으로 자신의 신앙을 부인하기보다 차라리 자기 생명이나 그보다 더 귀중한 것도 희생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순교자의 정신이란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희생하는 정신이다. 50여년 전, 에콰도르의 한 마을로 선교하러 간 짐 엘리엇을 비롯한 4명의 미국인 청년들이 있었다. 그들이 선교하고자 했던 지역의 부족은 수백년 동안 외부인들을 보면 모두 다 죽이는 포악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선교를 시작하기도 전에 처참하게 죽음을 당했다. 그들의 선교사업은 실패하였다. 당시 미국 주요 언론은 이 사건을 다루면서 그들의 죽음이 불필요한 낭비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엘리엇의 아내는 달랐다. 남편의 죽음이 낭비가 아니었으며, 자신의 뜻을 달성하고 죽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2년 후 자신도 그곳으로 갔고, 5년간 최선을 다해 사랑의 봉사를 했다. 그 부족은 그녀가 예전에 자신들이 죽인 남자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고, 큰 감동을 받아 결국에는 모두 교인이 되었다. 순교자는 이렇게 믿음을 굽히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을 당하는 때에도 결코 꺾이지 않는다. 당연히 좌절하거나 절망하지도 않는다. 순교자는 또한 자기중심으로 살지 않는다. 자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大義)를 위해 일을 하고, 자기중심이 아니라 대의 중심으로 살기 때문에, 자기가 죽어도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죽는 순간에 모든 것이 끝난 것 같고, 실패한 것 같고, 부질없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순교자의 믿음은 그 사람 개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뜻을 같이하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끝내 부활한다. 이는 죽은 후에도 남아 있는 가치가 있고, 비전이 있고, 동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불굴의 정신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교자는 실패한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성공한 사람들이다. 요즈음 우리는 너무나 자기중심으로 살지 않는가 생각한다. 육신이 편안히 살기 위해, 정신은 아무래도 좋은 물질적 세상이 되었다. 내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 버린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어떠한 부정한 수를 써서라도 자리를 유지하려 애를 쓰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정글의 법칙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지 않다! 내가 없다고, 나의 때가 지났다고 해서, 그 매듭으로 끝이 아니다. 대나무는 30~40㎝ 한 척마다 마디를 지으나, 백 척이나 높이 자란다. 올해 출전하는 우리 정치인들도 내가 그만두면 끝나는 정치, 내가 죽으면 끝나는 나만의 정치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서 지속되는 우리의 정치를 해주었으면 한다. 가치와 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신이 물질보다 영원하다. 우리 정치인들이 눈앞의 욕심보다 미래에 남을 자신의 이름을 중시하고, 국민과 역사를 귀하게 생각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굳은 믿음과 나를 비우는 순교자의 정신이 그립다. 한국마사회장
  • 천주교 주교회의·한국외방선교회 공동 설립…해외파견 선교사학교 3월 개교

    천주교 주교회의·한국외방선교회 공동 설립…해외파견 선교사학교 3월 개교

    한국 천주교가 해외파견 선교사 양성기관인 ‘해외선교사 학교’를 설립해 오는 3월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특히 이 선교사 학교는 평신도들에게도 문을 개방해 한국천주교의 해외선교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17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 따르면 주교회의 해외이주사목위원회와 한국외방선교회는 3월 7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동 한국외방선교회 본부에서 ‘해외선교사 학교’ 개교 미사를 열고 강의를 시작한다. 4학기로 운영되는 1년 과정의 이 학교는 우선 성직자와 수도자 20명을 대상으로 선교 기본양식과 해외선교 의식 고취와 관련한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교육 과정에는 선교학을 비롯해 교회사, 문화, 영성, 신학 등 다양한 과목이 들어 있다. 한국 천주교가 해외에 선교사를 파견하기 시작한 것은 1981년 한국외방선교회가 파퓨아뉴기니에 사제를 보낸 게 처음.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 선교사를 꾸준히 파견해와 현재 600여명이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선교사 학교는 한국 천주교계에 높아지는 해외 선교사 파견 확대의 목소리를 주교회의가 적극적으로 수용해 결실을 보게 됐다. 한국외방선교회는 설립 25주년을 맞았던 7년 전부터 해외선교 교육기관 마련을 고민해 왔고 주교회의 해외이주사목위원회와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의 도움으로 마침내 선교사 학교의 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이번 선교사 학교는 한국천주교의 대표기관인 주교회의와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해외선교 단체가 협의해 세운 첫 교육기관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문을 여는 선교사 학교는 선교사와 해외선교에 관심있는 예비선교사를 대상으로 해외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의 토양을 다지자는 장기적 안목의 학교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평신도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도 큰 변화이다. 그동안 평신도들이 해외 선교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신앙과 영성 차원에서 사제나 수도사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번 선교사 학교의 평신도 교육은 그동안 이어왔던 한국천주교의 해외선교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일선교사 고충 잘 알아… 학교자치 실현할 것”

    “일선교사 고충 잘 알아… 학교자치 실현할 것”

    “1년여를 기다려준 영림중학교 학부모와 학생,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학교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키겠습니다.” ●‘민노당 후원금 사건’ 연루 벌금 20만원 지난해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서울 구로구의 영림중학교 교장 후보가 된 박수찬(56) 교사가 16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임기 4년의 교장 직무를 시작한다. 지난해 1월 내부형 교장 공모에서 선정된 후 1년 만이다. 박 교사는 “1년간 고생한 끝에 시작하는 만큼 내부형 교장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박 교사는 지난해 2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영림중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장 후보로 선출됐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동안 절차상의 문제와 민주노동당 불법후원금 사건 등을 이유로 임용제청을 거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민노당 후원금 사건으로 기소된 박 교사에게 자격 결격 기준인 10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벌금 20만원이 선고되자 교과부는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 정식 임용 절차를 밟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교장직을 비워 둔 채 교감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온 영림중은 3월 새 학기부터 정상 운영될 전망이다. 영림중 교사와 학부모들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교과부 앞에서 박 교사의 조속한 교장 임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16일 임명장을 받으면 그는 서울 지역 중고등학교 첫 평교사 출신이자 전교조 출신 교장이 된다. 그는 “평교사에서 시작해 교장까지 되고 보니 일선에서 고생하는 교사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면서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학교 자치를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부형 공모 1년만에 임용 박 교사는 또 “다양한 방식으로 선출된 교장들이 많아지면 학교 현장에 더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앞으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현행 초중등교육법 및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전국 3000여개 자율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사는 “교과부는 시행령에 ‘자율학교 중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을 선임하는 학교가 100분의1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넣어 공모제 교장을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단위 학교에서 직접 교장을 선출해 학교 자치를 실현하는 데 교과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내일이 오면(SBS 토요일 밤 8시 40분) 작은 케이크를 들고 은채의 신혼집에 찾아간 일봉과 보배. 온통 술병으로 가득 찬 방 안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일봉도 쓰러져 있는 은채를 보고 놀란다. 손도 안 댄 음식과 술병이 가득한 냉장고를 본 보배.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일봉에게 은채를 업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은채의 옷가지들을 챙겨 집으로 향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고대문명의 발상지이자 인류문명의 보고인 이집트. 그 명성답게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과 유물이 많지만 역시 이집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건 피라미드가 아닐까. 교과서에서 봤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상상보다 더한 크기와 생생함, 그리고 역사와 함께 사는 이집트 사람들의 순수한 웃음을 따라간다. ●오작교 형제들(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창식에게 뺑소니 범인이 백인호라는 사실을 듣게 된 복자는 충격을 받는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편 갑년은 자은을 손자며느리 대하듯 예뻐하며 태희와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한다. 태범은 혜령을 만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차수영이라고 얘기하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다. ●아모레미오(KBS2 일요일 밤 11시 25분) 1985년 해창(정웅인)이 가짜 대학생임을 들킬 뻔한 순간, 해창의 정체를 알고 있는 민우(김영재)가 등장한다. 한편 수영(김보영)은 해창에게 호감을 느낀다. 해창은 결국 같이 하숙하는 한국대 학생인 영식의 학생증에 자기 사진을 붙이고 다시 학교를 찾는다. ●늘 푸른 인생(MBC 일요일 오전 6시 10분) 상큼한 참다래와 자연의 맛 취나물로 유명한 경남 고성군에 송천참다래마을이 있다.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못 잊는 그때 그 사건. 순진한 새색시가 마음 졸인 사연과 한평생 고생만 시킨 남편이라도 다시 돌아오면 잘해주겠다는 세 여자의 애교 대결까지, 물 맑고 인심 좋은 이곳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5시) 신년 프로젝트 제1탄. 사상 최강의 킬러들이 온다. 소리 없이 잠입한 킬러 4인의 정체는 바로 김성수, 이천희, 지진희, 주상욱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런닝맨을 전격 제거하라.’는 것. 치밀한 작전과 기습, 런닝맨을 유린하는 킬러들의 파상공세, 그리고 숨겨진 엄청난 반전으로 승부는 미궁에 빠진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인삼로드 2부(OBS 일요일 오후 6시 45분) 조선 인삼은 세계로 전파되며 국부의 중요한 한 축을 이뤘다. 그러나 인삼으로 부를 거둘수록 견제도 커져간다. 조선이 인삼으로 돈을 챙길 무렵 유럽 출신 선교사들은 북미 지역에서 자생하는 인삼인 북미삼을 찾아낸다. 조선인삼은 저가의 중국 삼, 북미 삼과 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 최양업 신부 등 125위 ‘시복시성’ 탄력

    최양업 신부 등 125위 ‘시복시성’ 탄력

    답보 상태에 빠졌던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에 대한 로마 교황청의 시복시성(諡福諡聖)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교황청은 6·25전쟁 중 이 땅에서 순교한 베네딕도회 선교사 38위의 시복시성에도 큰 관심을 보여 한국 천주교가 한껏 고무돼 있다. ●베네딕도회 선교사 38위도 관심 3일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평협·회장 최홍준)와 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한국천주교 평신도 대표 30명은 지난 연말 교황청 시성성을 방문해 한국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운동 성과물을 전달했다. 한국 천주교 평신도들은 지난해 한국 천주교 순교자와 증거자에 대한 로마 교황청의 시복시성 작업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적인 기도운동과 성지순례 등을 벌이며 시복시성을 촉구해 왔다. 평신도들이 천주교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교황청을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박정일 주교와 김종수 로마 한인신학원장, 한홍순 주교황청 한국 대사와 함께 시성성을 방문한 평신도 대표들은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을 만나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아마토 추기경은 순교자들이 하루빨리 시복시성되기를 바라는 한국 평신도들의 기도운동을 격려하면서 “증거자 최양업 신부도 시복시성될 수 있도록 그분의 전구로 기적이 일어나기를 더 간절히 기도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마토 추기경은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선정한 시복 대상자 38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한국 교회와 신자들의 간절한 열망은 곧 활기차고 살아 있는 교회상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이는 제2, 제3의 시복시성 청원 절차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평협 측은 전했다. ●아마토 추기경 “빠른 속도로 추진” 지금까지 천주교 최고의 명예라는 성인 품에 오른 한국 천주교 인사는 모두 103위. 이들은 모두 박해를 받아 목숨을 잃은 순교자들로,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직접 한국을 방문, 시성식을 주관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한국 천주교 평신도들은 이후 초기 박해 시절 순교한 평신자들에 대한 시복시성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주교회의가 이를 받아들여 2009년 교황청 시성성에 청원을 위한 최종 자료를 보냈다. 아마토 추기경은 평신도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124위에 대해 “급행열차가 달리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시복시성 절차가 추진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답보 상태에 빠졌던 시복시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귀띔이다. 현재 주교회의는 124위의 덕행과 순교에 대한 심문장인 영문 포지쇼를 작성 중이다. 로마 교황청 시성성과 추기경 회의가 포지쇼를 받아들여 교황이 승인하면 시복시성이 최종 결정된다. 포지쇼는 각 순교자의 업적과 순교 사실을 상세하게 기술해야 하는 것인 만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평협도 최 신부와 관련한 증거 자료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교황청 시성성이 최 신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거듭 요구한 만큼 전국의 평신자들을 대상으로 기도와 자료 발굴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나가기로 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위장탈북자 조사중 자살

    합동신문과정에서 위장 탈북 사실이 드러난 30대 남성 탈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국가정보원이 27일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30대 탈북자 1명이 지난 13일 경기도 시흥의 중앙합동신문센터 내 숙소 샤워실에서 운동복 끈으로 목을 맨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숨졌다.”고 공개했다. 국정원은 이 탈북자는 신원과 탈북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받던 중 지난 12일 북한 공작조로부터 탈북자 지원 국내 모 선교단체의 위치와 선교사 신원을 파악하고 보고 후 잠복하라는 지령을 받고 탈북자 신분으로 위장해 국내로 침투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정보 소식통은 “이 탈북자는 북한 공작조로부터 북한에 있는 가족을 볼모로 협박을 받았으며, 붙잡히면 ‘장렬히 자폭하라’는 지령을 받아 위장 탈북 자백 후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한국 천주교 외형 급성장… 北선교 같은 새 모델에 주목해야”

    “한국 천주교 외형 급성장… 北선교 같은 새 모델에 주목해야”

    “파리외방전교회와 한국은 전교회 초기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고 지금도 여전히 각별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한국에 파견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순교는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를 다지는 고귀한 희생이었지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가 뤼드박 128번지 전교회 본부에서 만난 조르주 콜롱(58) 총장. 그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주관으로 유럽 성지를 순례 중인 기자단을 반갑게 맞아 “한국은 우리에게 외국이지만 외국이 아닌 나라”라며 “국가와 종교, 종파를 떠나 사랑과 평화를 위해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1658년 로마 교황청 직할단체로 출범한 파리외방전교회는 프랑스 최초의 해외 선교단체. 한국과의 인연은 1811, 1827년 두 차례에 걸쳐 이 땅의 신자들이 미사를 집전할 신부를 파견해줄 것을 교황청에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70여명의 선교사가 조선에 파견됐고 그중 12명이 순교했으며 순교자 중 10명은 천주교 최고의 명예라는 성인품을 받았다. 파리외방전교회 사람들은 조선에서 선교사들의 순교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모여 감사의 노래 ‘테 데움’(Te Deum)을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본부 정원 팔각정에는 한국에서 순교해 성인 반열에 오른 10명의 선교사 이름이 새겨져 있다. ‘테 데움’을 불러줄 수 있느냐는 순례단의 요청에 “잘 기억하지는 못한다.”며 대신 찬미가 ‘살베 레지나’를 들려 준 콜롱 총장은 한국 천주교에 대한 조언도 전했다. “이제 한국 천주교는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보편화됐지만 외형에 치우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가치를 외면할 수 있습니다. 북한 선교 같은 새로운 모델과 사업에 주목해 가톨릭 본연의 가치를 확장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전교회는 초기의 지향과는 달리 해외 전교보다는 프랑스에 건너 온 신학생들의 교육에 더 치중하고 있는 상황. 아시아에 파견한 선교사가 지난해 5명, 올해 7명에 그쳤고 소속 사제도 한국에서 활동 중인 12명을 포함해 280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콜롱 총장은 “과거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했던 것처럼 북한, 미얀마, 중국 같은 나라에서도 아직 우리 선교사들이 할 일이 많다.”며 전교회의 위상을 강조했다. 40여분간의 인터뷰를 마친 뒤 순례단을 선교사들의 사진과 유품이 전시된 지하 박물관으로 안내한 콜롱 신부. 한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의 각지에서 피를 뿌리며 숨져간 선교사들의 흔적을 보여 준 그는 “예수님이 당신을 희생한 첫 순교자였다면 전교회의 선교사들은 그분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이라는 말로 순례단을 배웅했다. 파리 글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장애인·문화 시설 한 건물에 담았죠”

    “장애인·문화 시설 한 건물에 담았죠”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그러나 이병윤(50) 동대문구의회 의장은 “가을은 비움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이 의장은 3일 “채우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비워야 되레 충만할 수 있다. 텅빈 충만이라는 말도 있다. 내 욕심을 채우기보다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마음을 비워야 순탄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3선 의원답게 얘기를 풀어갔다. 비움의 철학은 의정활동에서도 빛난다. 여야 의원 비율이 8대8로 똑같은 절묘한 조합을 유지하기 위해 부의장 공석 때 먼저 나서서 민주당 출신을 부의장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호소, 화합을 이끌어냈다. “한나라에서 의장이 나왔으니까 부의장은 민주당에서 하면 통합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욕심이 날 수 있지만 멀리 내다보고 서로 한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여야 화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양보하는 미덕을 갖춘 그는 의정활동 추진에 있어서는 옳은 일이면 끝장을 보는 우직한 성격을 지녔다. 용두동에 들어설 종합복지센터인 글로컬타워 건립에 얽힌 추진력을 보면 올곧은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글로컬타워는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과 지역화라는 의미의 로컬리제이션(localizaion)의 합성어 글로컬리제이션에서 따온 단어다. 이 의장이 제5대 의원 시절 원래 4층짜리 장애인복지센터를 세울 예정이었으나 주민 마찰로 어렵게 됐다. 그는 집행부에 종합복지센터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용적률을 최대한 올리면 14층까지 지을 수 있어서다. 결국 1~4층은 장애인회관, 나머지는 지역 기관단체들의 사무실과 헬스장, 문화교실, 카페 등이 들어서는 복합시설로 탈바꿈하게 된다.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 셈이다. 연말이 가까워 오는 만큼 오는 7일 의원 워크숍에선 깜짝 제안도 준비한다. “네팔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로부터 현지 어린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게 뻥튀기 기계와 이발도구라고 들었어요. 작은 선물이지만 의원들이 뜻을 모아 전달하면 값지지 않을까요.”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서양학자가 본 中건륭제

    중화제국의 역사에서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두 사람을 꼽으라면 누구일까. 중국 역사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진시황(秦始皇)과 건륭제(乾隆帝)라고 한다. 진시황은 천하 통일을 이루면서 황제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만들었고 청나라 6대 황제인 건륭제는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1735~1795) 재위하면서 조부 강희제에 이어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강희·건륭 시대’라는 청나라 최성기를 이루었다는 점을 예로 든다. 건륭제는 초기에 민중을 계도하고, 만인(滿人)·한인(漢人) 간의 반목을 막고, 붕당의 싸움과 황족의 결당을 금하는 등 내치에 전념했으며 만년에는 중가르, 위구르, 타이완, 미얀마, 네팔 등의 평·원정을 통해 많은 무공을 세웠다. 이처럼 건륭제는 중국과 서구에서 당대와 후대의 많은 평가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정치와 사상, 문화 면에서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건륭제 자신이 지은 시만 4만여 수에 달하며 ‘사고전서’를 그의 이름으로 펴낼 만큼 저술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 시기 국제무역도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서양의 선교사를 통한 문화의 교류도 꾸준했다. 신간 ‘건륭제-하늘의 아들, 현세의 인간’(마크 C. 엘리엇 지음·양휘웅 옮김·천지인 펴냄)은 이러한 내용을 담아 일반 대중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소개한 건륭제 평전이다. 왜 서양인이 썼을까. 저자는 현재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명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중국사와 내륙아시아사를 가르치고 있다. 이른바 신청사(新淸史)학파의 대표 주자로 불린다. 이런 그가 이 책을 통해 오랫동안 방대한 중국의 성과를 두루 취합하고 중앙아시아와 만주족의 역사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고루 반영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서문에서 건륭제에 관한 책을 쓰게 된 이유로 “건륭제가 중국 사람들과 청대의 역사가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세계의 다른 지역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2만 2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한국교회 위기는 다양하고 지나친 예배 탓”

    “한국교회 위기는 다양하고 지나친 예배 탓”

    130년의 짧은 역사를 갖는 한국 개신교회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장의 속도를 자랑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교회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 다음으로 해외에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했다. 많은 이들은 한국 교회의 성장과 힘의 바탕에 전통의 예배가 있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위기는 바로 다양하고 지나친 예배 탓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김경진 교수(예배설교학)가 그 주인공. 그의 지적은 이례적으로 한국교회의 예배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어서 개신교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먼저 지난 21, 22일 한국기독교학회가 충남 온양관광호텔서 개최한 제40차 정기학술대회.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교회 예배의 배경, 윤곽, 그리고 내용’이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교회 예배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김 교수는 “열린 예배, 이머징 예배뿐만 아니라 예배서 발간 과정에서도 서구교회의 예배적 전통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며 “선교 초기와 달리 지나치게 서구적 전통에 의존한 채 다양한 예배 형식이 자웅을 겨루는 지금의 예배 현장을 미래의 교회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이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가진 제1차 연구발표회에서도 김 교수의 예배 성토는 좌중을 놀라게 했다. 김 교수는 ‘한국 교회의 예배 진단’을 통해 “매일같이 모이고 수없이 모여 예배하는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조롱받게 된 현실, 그것도 기독교인들의 삶의 허물 때문에 세상 사람들의 걱정을 끼치게 된 현실이 바로 오늘 한국교회 예배의 현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국교회가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예배를 드리며 성장을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잘못 드리는 예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특히 토착화 과정에서 나타난 철야, 심야, 통성, 산상기도 같은 다양한 기도들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김교수는 “이 같은 기도 형태를 한국교회의 특징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무속적이고 기복적인 신학이 예배 안으로 들어오면서 기독교가 물질적이고 성공지향적인 욕구들을 반영하게 되면서 변질돼 갔다.”고 지금 교회 위기의 본질을 들췄다. 김 교수는 결국 “지금이야말로 유행하는 예배형식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각 교파의 신학적 특징을 잘 유지하면서도 초대교회 예배의 위대한 유산들을 공유할 수 있는, 보다 지혜로운 에큐메니컬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곽재욱 목사(동막교회 담임)는 “감당하기 힘든 예배의 숫자 자체가 목회적으로 큰 부담일 뿐만 아니라 모든 예배가 자원적이지 않고 의무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며 “현대 도시인들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강요된 예배에 소모하기 때문에 나머지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역사스페셜(KBS1 밤 10시) 1904년 조선 생활 4년 차에 접어든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 그는 YMCA 회원들을 대상으로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마땅한 그라운드 하나 없던 땅에서 우리나라의 첫 야구팀, ‘황성YMCA 야구단’이 탄생한다. 경기 규칙은 물론 유니폼과 글러브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 초창기 야구단의 모습은 그야말로 엉성하기만 한데…. ●호루라기(KBS2 밤 8시 50분) 인적이 드문 어느 산 속의 한우 농장. 그곳에서 1년 내내 쉼 없이 소처럼 일만 하는 남자가 있다는 이웃의 제보가 인권수사대 앞으로 도착했다. 한우 농장 옆의 작은 컨테이너 옆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남자. 그가 받는 거라곤 세 끼 식사와 담배 한 갑이 전부였다. 남자는 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노예처럼 생활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본다. ●일일연속극 불굴의 며느리(MBC 밤 8시 15분) 영심은 무사히 수술을 받지만 신우(박윤재)는 휴가를 내고 전화기도 꺼둔 영심이 걱정스럽다. 석남은 만월당을 찾아가 막녀에게 혜자와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막녀는 어림없다며 석남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신우는 영심과 헤어지더라도 은수에게 돌아가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한다. ●스캔2고(SBS 오후 4시) ‘스캔2고’팀에 속해 있는 주인공 새찬과 친구들은 그동안의 성적을 비교하며 자신들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이야기한다. 그중 마루의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 아이들은 마루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마루를 경주대회에서 1등을 하게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경주 당일 하은백을 만난 새찬은 자신도 모르게 경주에 열중하게 된다. ●EBS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아이가 아침에 눈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고 통제하는 엄마 박수현씨. 아이가 불편해하는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서 모든 걸 수용해 주다가 거꾸로 아이에게 휘둘리는 상황에 처한 엄마 원애희씨. 강압적인 통제와 전폭적인 공감,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엄마의 변화 과정을 ‘다큐 프라임’이 함께한다. ●2011 MLB 월드시리즈 1차전(OBS 오전 8시 55분) OBS에서는 2011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세인트루이스와 텍사스의 전 경기를 단독 생중계한다. 1차전을 시작으로 생중계되는 가을의 전설 월드시리즈. 통산 11번째 우승을 노리는 전통의 명문 세인트루이스와 창단 이후 50년 만에 첫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텍사스의 대결로 시작된다.
  • 개신교 목회자 여성차별 심각

    한국 개신교 교단의 목회자 양성 평등은 요원하고 전반적인 운영 역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사실은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지난달 19일부터 일제히 치러진 고신·통합·합동·합신 4개 개신교단 총회를 참관한 결과 확인됐다. 공대위가 4일 ‘부끄러운 교단 총회, 위기의 한국 교회’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참관 결과는 그야말로 위기라고 불러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남녀 목회자의 불평등은 가장 심각하다. 여성 총대는 4개 교단 중 통합 측만 7명을 두고 있지만 제적 총대 1442명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0.5%에 그쳤다. 특히 통합 총회에서는 7명의 여성 총대가 참석하고도 단 한 차례의 발언을 하지 않았고, 각 노회에서 여성 총대 1명 이상이 총회에 참석할 것을 제도화해 달라는 청원도 기각됐다. 고신·합신 총회에서는 여성 총대가 아예 보이지 않았고 총회 기간 동안 여성들의 역할은 여전히 안내·봉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 측이 총회 GMS 여성선교사 성례와 세례를 허락하자는 청원을 통과시키고도 여성 목회자와 관련된 2개의 안건은 부결시킨 채 활동 중인 일부 여성의 목회 활동을 금지할 것을 결의해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총회에서의 재정 보고 역시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합동 측의 경우 아이티 지원금 중 12억원 상당의 지출이 기타 항목으로 간략하게 요약됐고 100억원에 가까운 총회 예결산 보고도 자료배부로 대체됐다고 공대위 측은 지적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탈퇴 헌의안은 합동을 제외한 세 교단에서 모두 상정됐지만 개선점을 찾지 못했다. 합동은 한기총 탈퇴와 변화를 위한 헌의안이 모두 상정되지 않거나 부결됐다. 통합은 한기총 탈퇴 관련 6건을 비롯해 총 11건의 상정 안을 제출하고도 결국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신과 합신은 향후 1년간 더 연구 검토해 결정키로 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철가방/최광숙 논설위원

    1895년 10월 일제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된 직후 경복궁. 홀로 남겨진 고종황제는 궁내의 친일파 세력이 자신마저 독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철가방’이다. 미국인 선교사들이 궁 밖에서 만든 음식을 양철통에 담아 자물쇠에 채워 가져간 것이다. 당초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중국집 짜장면 배달 가방인 철가방은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이후에도 무한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소설가 김훈씨는 버려진 철가방을 주워다 원고지나 취재수첩을 놓는, 간이 서가로 쓰고 있다고 한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경북 청도에 문을 연 코미디 전용극장은 짜장면, 짬뽕, 소주병 조형물로 장식된 철가방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도 철가방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배달의 기수 ‘철가방맨’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라고도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그들의 철가방에는 그래서 처절한 아픔과 슬픈 사연들이 배어 있다. 철가방 인생이 빚어낸 감동의 스토리가 유독 가슴 절절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려대 앞 중국집에서 일하던 김대중씨. 짜장면을 시키면 짬뽕 국물도 주는 고객감동 서비스로, 그는 예전에 ‘고려대 철가방 번개’로 명성을 날렸다. 요즘 ‘태풍이 불어도 철가방은 달린다’는 주제로 대학 등에서 스타강사로 활약 중이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얼마나 열의를 갖고 하는가에 따라 일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굳게 믿은 그였기에 희망의 전도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최근 또 한 명의 철가방맨이 사람들을 울리고 있다. 한 달 70만원 벌이임에도,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을 후원하던 ‘철가방 아저씨’ 김우수(54)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창문도, 화장실도 없는 1.5평의 고시원 쪽방에 살면서도 작지만 큰 이웃사랑을 펼쳤던 삶이기에 그를 향한 추모의 물결이 넘실댄다. 보험금마저 어린이재단 앞으로 남긴 그의 충만한 삶.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7세 때 고아원에 맡겨졌고,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돌았지만 불우 어린이들을 후원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의 삶이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사회의 보살핌을 받아야 마땅했던 그가 오히려 사랑을 베풀었다는 점이다. 외로운 삶이었지만, 그의 마음속은 우리보다 훨씬 풍요로웠는지도 모른다. 책상 위에 놓여진, 그가 후원했던 어린이들 사진을 보면 말이다. 그가 세상에 전해준 사랑의 온기가 식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대북 선교사 단둥서 돌연 사망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에서 대북 선교활동을 하던 김모(46)씨가 지난달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주선양(瀋陽) 한국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7시 30분쯤(현지시간) 단둥 시내 한 백화점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지에서 실시된 1차 부검에서 독극물 등 이물질은 검출되지 않았고,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중국 공안 측이 유족들에게 정밀부검을 제안했지만 유족들은 조용한 마무리를 원하며 거부했다. 유족들은 지난 2일 시신을 화장한 뒤 귀국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부고]

    ●김병직(문화일보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병오(농심아메리카 토론토지사장)인선(대전 원명학교 교사)씨 부친상 황수근(선교사·기아자동차 매니저)정상기(한국수자원공사 처장)씨 장인상 3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일 오전 8시 (02)3010-2230 ●이부식(전 과학기술처 차관)씨 모친상 31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 (02)2258-5957 ●임병학(캐나다 거주)병권(현대자동차 상무)씨 부친상 최건혁(초당약품 부회장)김남삼(미국 거주)씨 장인상 3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92 ●남태민(생명보험협회 부장)태욱(미래에셋생명 지점장)씨 모친상 1일 강북삼성병원, 발인 3일 오전 9시 (02)2001-1097 ●백승득(푸르덴셜투자증권 마린시티지점장)씨 모친상 31일 부산 영락공원, 발인 2일 오후 1시 (051)790-5064 ●강성원(사업)돈원(〃)상원(금융감독원 상호금융감독국 부국장검사역)갑원(강릉건설기계매매상사 대표)명원(롯데주류 강릉공장 차장)씨 모친상 1일 강릉 연세요양병원, 발인 3일 오전 6시 (033)646-9700 ●이상현(우영산업 회장)씨 별세 용백(한빛엔터프라이즈 대표)씨 부친상 안종서(포트론 사업본부장)씨 장인상 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일 오전 8시 (02)3010-2232 ●박용훈(강원 원주시 부시장)씨 장모상 1일 춘천 호반장례식장, 발인 3일 오전 8시 (033)252-0046
  • 식민 지배받은 일본식 다리도 문화유산으로

    식민 지배받은 일본식 다리도 문화유산으로

    베트남의 내재적 다문화성이 외세에 대하여 정치적으로는 수구적이지만 문화적으로는 개방적인 특유의 이중성을 낳은 것이 아닐까. 후에의 남쪽에 자리한 고즈넉한 옛 항구 도시 호이안을 둘러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호이안은 원래 인도와 중국 간의 해상 교역의 중계항으로 출발했다. 중국과 인도 상인들의 중간 계류지로 흥기한 호이안은 16세기에 포르투갈 상인들이 인도를 거쳐 이곳에 들르고 뒤이어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상인, 탐험가, 선교사들이 자주 찾으면서 이른바 바다 실크로드의 중심 교역항으로 우뚝 서게 된다. 다행히 전란의 피해를 면한 투본 강변의 구시가지에서 우리는 국제적 교역항으로서의 호이안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골목길 양편에 늘어서 있는 실크와 면제품, 기념품 가게 그리고 작은 카페와 화랑은 번영을 구가하던 호이안의 코스모폴리탄 서민문화를 재현해 주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곳의 랜드마크 건물은 구시가지의 중심에 있는 일본식 다리이다. 1593년에 일본인들이 건설했다는 이 다리는 2만동짜리 베트남 지폐의 도안을 장식하고 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겪었으면서도 베트남 사람들은 이 다리를 그들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선양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 수용의 이런 유연성은 조선총독부 건물을 식민지 잔재로 헐어버린 우리와 사뭇 다른 태도이다. 유네스코는 1999년 “문화적 혼성의 뛰어난 사례”로 호이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중부 해안 풍경이 아름답긴 하지만 베트남의 빼어난 자연 경관을 대표하는 것은 무엇보다 북부 통킹만 연안의 하롱베이 지역이다. 기암괴석의 절벽으로 둘러싸인 200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잔잔한 바다를 수놓고 있다. 찬탄이 절로 나오는 이런 경이로운 형상은 석회암 지형이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된 결과이다.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자연의 경이는 전설을 만들어 낸다.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베트남을 구하기 위해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불과 옥돌을 뿜어냈는데 그것이 식으면서 섬이 되었다는 것이다. 외세에 대항하여 자주성을 지키고자 했던 염원이 만들어 낸 전설이리라. 베트남이 중국의 지배를 떨치고 독립을 쟁취한 항전의 무대도 이곳 강어귀였고, 13세기 몽골의 침입을 격퇴한 곳도 여기 바다였으며, 월남전의 시발이 된 통킹만 사건이 일어난 곳도 이 부근이다. 아름다운 풍경에도 이처럼 전란의 상흔과 고통스러운 기억이 스며 있다. 종전 후 3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월남전의 상처와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호찌민의 전쟁박물관 전시실을 가득 메운 기록사진들은 전쟁의 야만적 살상과 폭력, 처참한 후유증과 고통스러운 기억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었다. 박물관을 나와 오토바이 행렬이 장사진을 이룬 거리를 몇 블록 걷자 이내 고층 호텔과 백화점과 명품 부티크가 즐비한 다운타운의 화려한 쇼핑가이다. 전쟁과 첨단 자본주의 문명은 상극이 아니라 바로 자웅동체가 아니던가. 응우옌 반 린 (Nguyen Van Linh)을 중심으로 한 남부 출신의 정치가들에 의해 주도된 ‘도이머이’ 운동의 거센 바람 속에서 구치 터널이나 호찌민 루트와 같은 전쟁의 유물이 관광 상품으로 탈바꿈된 지 오래이다. 전후의 베트남이 보여 준 변혁과 쇄신의 과감한 행보는 특유의 하이브리드 문화에 젖어 온 멘털리티가 아니고서는 내디딜 수 없는 것이라 말하더라도 지나친 진단은 아닐 것이다. 호찌민의 탄손낫 공항을 떠나 귀로에 오르며 인간 문명은 피라미드처럼 대칭적 균형체가 아니라 와르르 무너졌다 다시 만들어지곤 하는 사막의 불안정한 흰개미 언덕에 가깝다는 어느 역사가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베트남적 하이브리드 문화는 문명의 이런 본질을 잘 보여 준다. 그리고 인간 문명을 그런 비대칭적 복합체로 만드는 중요한 추동력의 하나가 아름다운 풍광과 천혜의 풍요로움의 표상인 열대에 대한 매혹임을 베트남 여정은 다시금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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