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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송 10년 만에… 대법 “영화관, 장애인용 음성·자막 제공하라”

    소송 10년 만에… 대법 “영화관, 장애인용 음성·자막 제공하라”

    시각·청각장애인들에 대한 문화적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영화관이 음성 해설과 자막, 이를 위한 수신 기기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송 제기 후 10년 6개월 만의 결론으로,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판결 최초로 ‘이지리드 판결문’(이해하기 쉬운 설명서)과 수어 통역이 제공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일 김모씨 등 시각 장애인 2명과 청각 장애인 2명이 CJ 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 등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화면 해설, 자막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 조치가 요구된다”며 “헌법이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경제상 자유 등을 보장하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 이런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원심이 상영 횟수와 상영관의 범위를 제한한 것은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 이 부분만 파기환송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좌석 수 300석 이상의 상영관에서 전체 상영 횟수의 3%로 자막과 화면 해설을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선고에선 대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이지리드 판결문과 수어 통역을 제공했다. 이지리드 판결문엔 그림 안내를 첨부했고 그 옆에 ‘대법원은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냅니다’, ‘이제 이 사건을 다시 재판해야 합니다’ 등 짧은 문구를 덧붙였다.
  • [기고] 고정OT제와 포괄임금제는 엄연히 다르다

    [기고] 고정OT제와 포괄임금제는 엄연히 다르다

    최근 국회와 노동계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밤늦게까지 또는 주말도 반납하고 일했는데 급여명세서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 이른바 ‘공짜노동’이 규제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 논의 과정에서 포괄임금제와 본질이 다른 ‘고정OT제’까지 한 묶음으로 취급돼 폐지 대상에 오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두 제도는 겉모습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지급한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가 있다. 오남용되는 포괄임금제는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않은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 급여액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면서도 일정액을 연장근로수당으로 정하여 실제 연장근로시간 수와 관계없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즉, 추가 정산이 없다. 반면 고정OT제는 매월 일정 시간의 연장근로를 미리 정해 그에 해당하는 수당을 기본임금에 추가하여 고정적으로 지급하되, 실제 연장근로시간이 그 고정 시간을 초과하면 초과분을 별도로 정산해 추가 지급하는 구조다. 문제의 본질은 ‘정산 없는’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에 있는 것이지, ‘정산을 전제로 한’ 고정OT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구별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와도 부합한다. 대법원(2020.11.26. 선고 2017다239984 판결)은 미리 연장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사후에 실제 근로시간과 비교해 정산하는 구조 자체는 유효하며, 다만 그 정산 방식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고정OT제가 정산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산정방식이 근로기준법 제56조의 가산율 기준을 충족한다면, 판례의 법리상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고정OT제 폐지가 근로자의 업무 현실에 미칠 파장은 더욱 우려된다. 고정OT제까지 포괄임금제와 함께 일괄 폐지될 경우, 산업계로서는 근태관리를 초 단위 기록·감시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고 근로자의 업무 자율성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개발·연구·콘텐츠 등 프로젝트 기반 지식노동의 업무 특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제도개선이 도리어 더 촘촘한 감시와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단순히 엄포가 아니라 AI 기술의 발전에 의하여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해법은 일률적 폐지가 아니라 정확한 구별과 정비다. 정산이 이뤄지지 않는 오남용형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 제56조 위반으로 엄격히 규율하되, 연장근로시간을 명확히 특정하고 초과분을 성실히 정산하는 고정OT약정은 그 요건을 갖추는 한 존치할 필요가 있다. ‘공짜노동’ 근절이라는 목표는 제도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정산 여부와 산정방식의 적법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무엇이 진정으로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인지는 ‘사실’과 ‘실용’의 관점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중국 女유학생 피살 용의자도 중국인인데…中 당국 “범인 엄벌하라” 요청 [핫이슈]

    중국 女유학생 피살 용의자도 중국인인데…中 당국 “범인 엄벌하라” 요청 [핫이슈]

    경북 경산에서 20대 중국인 여성 유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중국 외교당국이 한국 경찰에 철저한 수사와 피의자 엄벌을 요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6일 “한국 경찰에 확인한 결과 며칠간 실종됐던 중국인 여성 유학생 1명이 이날 숨진 채 발견됐다”며 “경찰은 살인 혐의로 30대 남성 1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총영사관은 한국이 사건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고 범인을 엄벌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피해자 유가족의 사후 처리 과정에도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경북 경산의 한 대학원에 다니던 20대 중국인 유학생 A씨로, 방학을 맞아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지난 14일 학위수여식 참석을 위해 다시 입국했다. 졸업식이 열린 지난 20일 오후부터 가족 및 지인들과 연락이 끊겨 실종 신고가 돼 있었다. A씨의 실종 사실을 경찰에 처음 알린 사람은 중국 국적의 30대 남성 B씨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1일 자신을 A씨의 남자친구라고 밝힌 뒤 “대구로 간다고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신고했다. 경찰은 B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B씨의 진술에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해 범죄 연관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A씨는 실종 닷새 만인 지난 25일 경산시 하양읍에 있는 A씨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같은 날 A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경산경찰서는 이날 B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과 중국은 2002년부터 범죄인 인도 조약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조약에 따르면 양국은 일정한 범죄에 대해 상대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범죄가 한국에서 발생했고 유력한 용의자가 중국 국적인 것으로 확인되지만, 한국 경찰이 B씨를 체포해 수사하고 있는 만큼 1차적인 형사 관할권은 한국에 있다. 중국 당국이 직접 나서서 한국 경찰에 “범인을 엄벌해 달라”고 요청한 배경이다. 만약 B씨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고 고의 살인이 인정된다면 한국에서는 형법 제250조에 따라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반면 중국 형법상 고의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기본적인 법정형이어서 법률상 처벌은 한국보다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더불어 중국은 사형을 법률상 유지하며 실제 집행도 이뤄지는 국가인 만큼, 중국에서 동일한 죄로 재판받는다면 사형 선고 및 집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너나 가라 전쟁터” 징집관 살해, 무더기 탈영…우크라 어쩌나 [배틀라인]

    “너나 가라 전쟁터” 징집관 살해, 무더기 탈영…우크라 어쩌나 [배틀라인]

    [배틀라인 3줄 요약]● 우크라이나에서 징집 업무 중이던 군인이 피살됐다. 독일에서는 강제징집된 우크라이나 훈련병들의 무단이탈까지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6만명 넘는 장병이 탈영했고 25만여명은 장기 군무이탈로 수사받고 있다. ● 우크라이나 정부는 보병 부족으로 동원을 줄이기 어려운 만큼 복무기간 명시, 처우 개선, 장기복무자 일부 전역 등 복무제도를 손질해 군 복무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이탈을 줄이는 데 나섰다.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서 동원 업무를 하던 군인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독일에서는 군사훈련을 받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무단이탈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5년차 우크라이나에서 병력 보충을 위한 동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징집 현장의 충돌과 기피가 커지고 입대한 뒤에도 탈영과 무단이탈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리비우서 또 징집관 피살…TCC 공격 620건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프라우다와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밤 리비우 스테판 반데라 거리에서 지역징집·사회지원센터(TCC) 소속 55세 군인이 25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당시 TCC 군인은 경찰관과 함께 주민들에게 동원 관련 내용을 통지하고 군사등록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흉기에 찔린 군인은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 용의자는 함께 있던 경찰관 총을 맞고 체포됐다.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경위는 수사 중이다. 리비우에서 동원 업무 중 TCC 군인이 흉기 공격으로 숨진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확인된 것만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4월에도 동원 업무를 하던 TCC 군인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지난달에는 주민들이 TCC 요원들과 충돌해 차량을 뒤집고 군인의 제복을 벗기는 일도 있었다. 당시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옴부즈맨은 징집 과정의 권리침해 호소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불신과 긴장이 쌓여 사회가 급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국가경찰에 따르면 2022년 전면전 발발 이후 지난 4월 12일까지 TCC 관계자 대상 공격은 620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건이던 공격은 지난해 341건으로 늘었다. 독일 훈련서도 이탈…우크라 헌병까지 배치 징집병이 해외 훈련장에서 탈영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독일 주간지 차이트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작센안할트주 군사훈련장에서 훈련받던 우크라이나 군인 약 80명이 무단이탈했다. 차이트는 독일 전역에서 이런 사례가 수백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개전 이후 독일에서 훈련받은 우크라이나 군인은 약 2만 9000명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독일 내 훈련시설에 헌병도 배치해 무단이탈을 감시하고 있다고 독일 매체들은 전했다. 훈련 대상도 달라졌다. 차이트는 전쟁 초기에는 비교적 경험이 많고 복무 의지가 높은 장병들이 주로 독일에 파견됐지만 최근에는 동원된 신병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탈자 상당수도 자원입대자가 아닌 동원병으로 파악됐다. 올해 1월 고향 드니프로 거리에서 붙잡혀 징집됐다는 탈영병 볼로디미르 슐긴(39)은 “전쟁에 나갈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다른 장병들이 자기 대신 전장에 투입되는 데 양심의 가책은 없다고 말했다. 군무이탈 문제는 우크라이나군 전체로 번져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6만명 넘는 장병이 탈영했고 25만여명은 장기 군무이탈로 수사받고 있다. 탈영병이 붙잡히면 최장 1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보병은 부족한데 이탈까지…복무제도 손질그렇다고 동원을 줄일 수 없는 처지다. 약 1000㎞에 이르는 전선을 지켜야 하는 우크라이나군은 특히 일선 보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신규 병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장기간 최전선에 묶인 기존 장병을 교대시키기도 어렵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에 따라 지난 6월 복무기간을 명시한 새 계약제와 보수 인상책을 도입하고, 계약 종료 뒤 일정 기간 복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부대 전출과 무단이탈자의 복귀 절차도 손질했다. 국방부는 제도 개편의 목표로 군 복무에 대한 신뢰 강화와 전선 병력 유지를 들었다. 2022년 또는 그 이전부터 복무한 장병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복무기간과 실제 전투 참여기간 등을 따져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전역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일 취임한 예우헤니 흐마라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의회에서 동원 문제에는 “종합적인 결정”이 필요하다며 병력 선발과 모집에 앞서 장병의 처우와 복무·전투 여건, 훈련과 장비, 전투 뒤 회복까지 군 내부의 문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흐마라 장관은 이를 토대로 전쟁 수행계획에 맞는 동원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망 당시 몸무게 4.7㎏…‘19개월 딸 굶겨 사망’ 친모에 징역 12년

    사망 당시 몸무게 4.7㎏…‘19개월 딸 굶겨 사망’ 친모에 징역 12년

    태어난 지 19개월 된 친딸에게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친모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아동학대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아동학대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 손승범)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9)씨의 죄명을 아동학대치사죄로 변경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법원은 여러 기록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비춰 A씨에게 딸 B양을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동학대살해 대신 아동학대치사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임상심리평가 결과를 보면 경계선지능 수준인 A씨에게 양육에 대한 책임 인식이 부족하고 그에 필요한 지식과 관심도 제한적”이라며 “평균 수준의 지적 능력을 지닌 일반인과 피고인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B양이 너무 말랐다는 주변 조언을 듣고 추천받은 고가의 분유를 사서 준 것으로 보인다”며 “홈캠에서도 B양에게 이유식을 먹이려 하나 거부하자 분유를 주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분유도 일정량을 급여하면 생명 유지가 가능하다는 의사 의견이 있고, A씨의 지적 능력을 고려하면 이유식을 거부하는 B양의 체중을 늘리고자 분유만 주는 잘못된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부검 당시 B양에게서 별다른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예방접종을 꾸준히 하고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한 점 등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선 “숨진 피해자는 생후 19개월에 불과했고 비교적 성장이 더뎌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했다”며 “피고인은 B양의 건강 악화를 알면서 음식물을 충분히 주지 않고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설명했다. 다만 “살해의 고의를 제외한 사실관계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벌금형을 초과한 범죄 전력이 없다”며 “미혼모로 육아의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어느 정도 정상적인 양육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피고인 가정들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물질적 지원은 있었지만 올바르게 집행되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은 부족했다”며 “혼자 다자녀를 돌보는 경우 자녀의 영양 상태 점검이나 양육 방법에 대한 교육 등 공적 관여가 충분치 못했던 걸로 보인다”고도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주택에서 둘째 B양에게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아 숨지게 하고, 첫째 딸을 두 차례 신체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검 결과 B양은 영양 결핍과 탈수 등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 당시 생후 19개월이었던 B양의 체중은 4.7㎏로, 같은 연령 여아의 평균 몸무게인 10.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월부터는 B양에게 우유나 이유식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방에 방치했고, 최대 67시간 동안 음식을 주지 않았다. 또 B양이 숨지기 직전인 2월 28일부터 닷새 동안은 총 120시간 중 92시간을 B양 홀로 집에 둔 채 놀이동산과 찜질방 등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자 한부모 가구로 매달 생계급여와 아동수당 등 월평균 300만원이 넘는 공적 지원을 받았고, 취약계층을 위한 ‘푸드뱅크’에서도 매달 식재료를 가져갔다.
  • ‘53억 필로폰 밀수’ 마약 총책, 18년 해외 도피 끝에 구속 송치

    ‘53억 필로폰 밀수’ 마약 총책, 18년 해외 도피 끝에 구속 송치

    수십억원대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하고 10년 넘게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온 마약 밀매 조직 총책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필리핀 현지에서 포섭한 운반책을 통해 국내에 대량의 필로폰을 밀수한 혐의를 받는 해외 총책 김씨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필리핀에 체류 중이던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내국인 운반책 송씨의 배낭에 필로폰 총 1.6㎏을 숨겨 마닐라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적발된 필로폰은 시가 53억원 상당으로, 약 5만 3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김씨의 지시를 받고 필로폰을 직접 운반했던 송씨는 2016년 1월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다 검거돼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김씨의 해외 도피 행각은 18년간 이어졌다. 그는 2008년 10월 다른 마약 사건 수사를 피해 중국으로 출국한 뒤, 필리핀과 중국 등을 오가며 도피 생활을 해왔다. 특히 2016년 밀수 범행이 적발된 이후에는 현지 브로커에게 구매한 타인의 분실 여권을 이용해 중국으로 밀입국하는 등 수사망을 교묘하게 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달 8일 중국 단둥 공안국에 적발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지난 13일 국내로 강제 추방된 김씨는 주 선양 한국 총영사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입국 일정을 파악하고 현장에 대기 중이던 경찰에 의해 14일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곧바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16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2008년 수사 대상이었던 마약 사건 등 여죄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 ‘항공사 기장 살해’ 김동환 무기징역…법원 “재범 위험 커 영원히 격리 필요”

    ‘항공사 기장 살해’ 김동환 무기징역…법원 “재범 위험 커 영원히 격리 필요”

    전 직장 동료였던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동환(50)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 임주혁)는 21일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주거침입,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동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30년간 전자장치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김동환은 지난 3월 17일 오전 4시 50분쯤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 배송기사로 위장해 침입한 다음 전 직장 동료였던 A항공사 기장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이 사건 전날 경기 고양시에서 기장 C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부산에서 B씨를 살해한 뒤로는 다른 기장 D씨를 살해하려고 경남 창원에 있는 주거지에 찾아가는 등 B, C씨 외 4명을 추가로 살해하려고 계획한 혐의도 있다. 김동환은 A사 내부 운항 스케줄 사이트에 타인의 계정을 이용해 무단 접속한 다음 동료 기장들의 비행 일정, 주거지 등을 파악했으며, 지난해 8월부터 이들을 미행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서 김동환은 공소사실을 인정했지만,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줄곧 공군사관학교(공사) 출신 파일럿들이 조직적으로 공사 출신이 아닌 사람들을 음해했으며, 이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파멸해 이들을 살해하려 했다면서 범행을 정당화했다. 최후 진술에서마저도 “아직 남은 5명의 미래는 결정돼 있다. 지난 작전을 시작하기 전 업자들에게 일을 맡겼다”면서 범행 대상으로 삼은 6명 중 사망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태도를 보였다. 후회 또는 자책하는 마음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있을 것 같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사 파일럿 출신인 피해자들이 조직적으로 자신을 음해했고 파멸시켜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진술 등을 종합하면 일방적 상상에 불과해 범행 동기를 납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반성하지 않는 김동환의 태도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심리 분석 결과를 보면 피고인은 자기중심적 해석이 강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으며 정신과적 치료도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도 일반인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고, 재범의 위험성마저 높아 보여 다시 일반인의 생명이 침해당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합의 안해” 황정민, ‘사생활 폭로’ 여성과 법정 간다…검찰, ‘모텔 연쇄살인’ 김소영에 사형 구형 [주간사건일지]

    “합의 안해” 황정민, ‘사생활 폭로’ 여성과 법정 간다…검찰, ‘모텔 연쇄살인’ 김소영에 사형 구형 [주간사건일지]

    배우 황정민이 자신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한 40대 여성과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에 불복했다. 검찰이 서울 강북구의 모텔 등에서 약물 섞인 음료를 이용해 연쇄 살인을 한 혐의를 받는 김소영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배우 유아인이 장재현 감독의 신작 영화 ‘뱀피르’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제주지역 한 경찰관의 허위보고 의혹으로 3개월 넘게 해결되지 못한 실종 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실종자 장미란씨의 인상착의를 공개해 찾고 있다. 이번 주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을 정리한다. 황정민, ‘사생활 폭로’ 40대 여성과 법정 간다…강제조정 불복지난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정민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강제조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강제조정은 법원이 직권으로 양측의 분쟁 해결 방안을 정하는 절차다. 원고나 피고 중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조정 결정은 효력을 잃고 정식 재판 절차가 진행된다. 앞서 40대 여성 A씨는 황정민으로부터 소주 개발 사업과 소설 창작 등에 대한 보수를 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 2월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14일 조정기일을 열었으나 양측 모두 출석하지 않자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황정민과 사적인 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통화 녹음과 메시지 등을 공개해왔다. 또 황정민이 소주 브랜드 사업을 제안해 자신이 실무를 맡았으며, 그의 권유로 소설을 집필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A씨는 황정민을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검찰, ‘모텔 약물 연쇄살인’ 김소영에 사형 구형 검찰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 오병희) 심리로 열린 김소영의 살인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등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이 섞인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20~30대 남성 3명에게 같은 수법으로 상해를 입힌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날 구형은 지난 3월 검찰이 처음 기소한 이후 5개월 만으로, 그동안 6차례 공판이 열렸다. 법원은 그동안 생존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피해 상황을 청취했다. 검찰은 ‘김소영이 준 음료에서 쓴맛이 났다’는 피해자들의 공통된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가 사용한 약물에 대한 정밀 분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한편 김씨는 피해자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액이 과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김씨와 그의 부모를 상대로 31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아인, 3년 만 스크린 복귀…장재현 감독 ‘뱀피르’ 주연 배급사 뉴(NEW)는 지난 18일 ‘뱀피르’의 대본 리딩 현장을 공개하며 유아인을 비롯한 캐스팅 라인업을 발표했다. ‘뱀피르’는 신원 미상의 청부업자가 성직자의 의뢰를 받고 정체불명의 이교도 집단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장재현 감독이 ‘파묘’(2024) 이후 선보이는 신작 미스터리 오컬트 영화다. 유아인의 신작 출연은 2023년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가 제기된 이후 3년 만이다. 그는 당시 혐의가 보도되자 활동을 중단했고,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 2에서 하차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 ‘승부’(2025), ‘하이파이브’(2025) 등은 개봉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유아인은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았고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제주 실종 30대 여성, 경찰관과 통화기록 없어…허위 종결 의혹 30대 여성 장기 실종 사건 관련, 제주 경찰관이 애초부터 실종 여성의 안전 확인 없이 자체 종결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실종된 장미란씨의 통신 기록 조회 결과, 지난 5월 최초 실종 신고를 받은 B 경장과 장씨가 통화했던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경찰관이 근무한 경찰서의 자체 조사에서도 B 경장과 장씨와의 통화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장씨의 휴대전화는 지난 5월 12일 밤 장씨가 집을 나선 후 이틀 뒤 실종 신고가 이뤄진 5월 15일까지 켜져 있었지만, 5월 16일 오전 시간대부터는 꺼졌다. B 경장은 장씨와 연락이 닿아 사건을 종결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또 ‘사건 종결에 앞서 상사에 보고했다’는 진술도 의심받고 있다. 상사 보고 없이 B 경장 혼자서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B 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통화 여부 등의 진위를 밝히고 있다. 경찰은 또 B 경장이 지난 5월 진행한 이 사건의 종결 처리 절차도 들여다보고 있다.
  • 오세훈 측 “존재 확인 안된 통화를 유죄 근거로”… 항소이유서 제출

    오세훈 측 “존재 확인 안된 통화를 유죄 근거로”… 항소이유서 제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항소심이 21일부터 본격 시작한다. 오 시장과 변호인단은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부분을 뒤집기 위해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 시장 항소심 첫 공판이 21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구회근) 심리로 진행된다. 오 시장은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고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오 시장 측은 항소이유서를 통해 1심에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본 2021년 1월 22일 통화 자체가 객관적 증거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일 오 시장 공개 일정은 언론 인터뷰 3건과 현장 방문 1건으로 채워져 있었고, 통화 가능 시간대로 상정한 시간엔 현장 방문과 이동 중이었다는 게 핵심이다. 변호인단은 “특검도 명태균씨도 주장한 적 없는 ‘오전 11시~오후 2시 20분 사이 통화 가능성’을 상정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판단했다”며 “법리가 금지하는 판단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씨 진술의 신빙성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진술은 명씨의 진술이 유일한데, 계속해서 진술이 번복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명씨는 2024년 10월 라디오에 출연해 ‘오세훈이도 까불면 내가 정치자금법으로 어떻게 가서 엮는지 보세요’라고 발언하는 등 허위 진술의 동기가 명확하다는 게 오 시장 측 입장이다. 후원자 김한정 씨의 2100만원 여론조사 비용 대납도 요청 일시와 장소, 방법이 특정되지 않아 무죄로 봐야 한다고 했다.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은 별개의 구성요건 사실인데도 공소장에는 ‘오 시장이 그 무렵 대납을 요청했다’고만 적혀있어 정황만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1차 공판을 앞두고 오 시장 측은 법무법인 광장 소속 변호사 7명을 대거 추가 선임해 변호인단을 보강했다. 1심 변호인 9명도 그대로 변론을 맡는다. 새로 선임된 성창호·장준아·하태한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법원행정처 심의관 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냈다.
  • 허락없이 폐기음식 가져간 알바생 법원 선고유예

    허락없이 폐기음식 가져간 알바생 법원 선고유예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허락 없이 가져갔다가 재판에 넘겨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법원이 선고를 유예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김주현 부장판사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벌금 2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17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 주는 판결이다. 충주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A씨는 지난해 9월 3차례에 걸쳐 삼각김밥 등 2만 8000여원 상당의 물품을 몰래 가져간 혐의로 기소됐다. 법정에서 A씨는 점주가 폐기 음식을 가져가도 된다고 한 것으로 오해해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점주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따로 보관하도록 지시했고, 허락하에 반출하도록 했다”라며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 허락 없이 물품을 가져간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는 점, 피해 금액이 크지 않은 점, 가져간 물품 일부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 “성범죄자 엉덩이 작살내자”…대만, ‘태형 도입’ 국민투표안 통과 [핫이슈]

    “성범죄자 엉덩이 작살내자”…대만, ‘태형 도입’ 국민투표안 통과 [핫이슈]

    대만 입법원(의회)이 성범죄 사범 등에 대한 태형 도입 여부를 묻는 안건을 포함해 총 3건의 국민투표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만 입법원은 이날 성범죄·아동학대·중대 사기범에 대한 태형제 도입 등 3개 국민투표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 처리했다. 논란이 된 안건인 태형 도입제는 제1야당인 국민당(KMT)이 발의한 것으로, 여당인 민주진보당(DPP) 의원들이 반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제2야당인 민중당(TPP) 의원들이 기권한 가운데, 찬성 52표 대 반대 51표 단 1표 차로 턱걸이 통과했다. 대만 현지에서는 현행 법체계에서 성범죄나 아동학대범에 대한 처벌이 국민적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처럼 신체적 처벌을 통해 확실한 범죄 예방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안건 통과는 강력범죄자를 향한 대중의 깊은 분노와 ‘처벌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입법원 표결 직후 대만 사형폐지추진연맹, 인권규약이행감독연맹, 대만인권촉진회, 국제앰네스티 대만지부 등 주요 인권단체들은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태형 도입 추진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인권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태형은 국가 공권력이 고의로 신체적 고통과 수치심을 가하는 비인도적 행위”라며 “대만 헌법 정신은 물론 고문을 금지하는 국제 인권 규약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 핵심 제도인 국민투표를 핑계로 국제법상 금지된 잔혹한 형벌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며 “범죄 억제 효과는 처벌의 강도가 아닌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확실성’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가결된 국민투표안들은 중앙선거위원회(CEC)의 최종 승인을 거쳐 투표 일정이 확정된다. 중앙선거위원회는 오는 11월 28일 예정된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표안이 최종 통과하려면 전체 유권자 약 2000만 명 중 최소 25%(약 500만 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며,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아야 한다. 또 국민투표를 통과하더라도 법적 강제성이 즉각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행정원이 3개월 이내 관련 법안을 마련해 입법원에 제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성폭행범에 태형 처벌하는 싱가포르앞서 싱가포르는 강간과 성추행 등 성범죄자에게 징역형과 함께 태형을 선고해 왔다. 싱가포르의 태형은 1.5m, 직경 1.27cm 이하의 나무막대로 엉덩이 아래 허벅지를 때리는 방식으로 집행되며 평생 상처가 남을 수 있는 강력한 처벌이다. 이를 맞은 수형자는 심하면 살이 터지고 피가 흐르는데, 상처 위에 계속 매질을 하기 때문에 고통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 집행은 18~50세 남성에게만 적용되며, 당국은 당일 통보해 수형자의 공포심을 극대화한다.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해 11월 성폭행과 함께 사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사기범죄자에게도 태형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싱가포르의 태형 의무화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국내 커뮤니티 등에서는 ‘한국도 태형을 도입한다면 재범률이 낮아질 것’, ‘태국처럼 사기범들의 엉덩이를 작살내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다만 태국에서도 태형은 국제 인권단체가 ‘비인도적 처벌’이라며 철폐를 요구해 온 처벌이다. 태형은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는 일부 국가에서 주로 시행하며, 공개적으로 집행하는 경우가 많아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시행되지만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며 현대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 손현보 목사, 트럼프 직접 만나고…“정부 비판했다가 수감” 주장 [월드픽]

    손현보 목사, 트럼프 직접 만나고…“정부 비판했다가 수감” 주장 [월드픽]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손 목사는 방미 기간 미국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신도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 목사가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의 쟁점은 부산교육감 재선거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벌인 불법 선거운동이었다. 정부는 이런 사실관계를 미국 측에 설명하고 손 목사의 주장이 한미 현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11일 세계로교회 등에 따르면 손 목사는 지난 7일(현지시간) 가족들과 함께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다. 세계로교회가 공개한 사진에는 폴라 화이트 백악관 신앙사무국 수석고문과 미국 보수 개신교계 인사인 롭 매코이 목사가 배석했다. 교회 측은 “손 목사가 대한민국과 한국 교회를 향한 이야기를 전하고 자유와 신앙의 가치를 지켜 나가기 위한 여러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손 목사도 면담 내용을 묻는 취재진에게 “저야 더 말하고 싶지 않겠느냐”면서도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이나 관계자들에 대한 당연한 예의이며 그쪽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 국무부는 두 사람의 면담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에 화이트 수석고문과 매코이 목사가 배석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 보수 개신교계와 백악관 신앙사무국을 통해 일정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손 목사는 지난 2월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마이클 니덤 미 국무부 고문 등을 만났다. 지난 6월에는 라일리 반스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 차관보와 줄리 터너 DRL 본부 부차관보 대행, 벨시스 로메로 백악관 신앙사무국 연락관 등이 부산 세계로교회를 찾아 손 목사와 면담했다. 지난달 13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손 목사는 현지 교회와 방송, 정부·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한국의 정치 상황과 종교 자유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해왔다. 오는 14일 귀국할 예정이다. 손 목사는 매코이 목사, 아들 손찬송씨와 함께 미국 테네시주 월드아웃리치 교회 앨런 잭슨 목사의 팟캐스트에도 출연했다. 지난 8일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손 목사는 “굉장히 자유로운 나라였던 한국이 좌파 정부가 들어오고 난 다음 급속하게 좌경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는 “중국과 북한을 가까이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라고 말했다. 자신의 구속에 대해서도 “예배 시간에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5개월 동안 독방에 수감됐다”며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목사가 평범한 이야기를 해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 목사가 기소된 이유는 정부 비판이 아니라 불법 선거운동이었다. 손 목사는 지난해 4·2 부산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 기간 전에 특정 후보와 대담하는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 등에 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에는 기도회와 주일예배 등에서 확성장치와 영상을 사용해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한 혐의도 적용됐다. 해당 행위는 이재명 정부 출범 전에 발생했다. 손 목사를 고발한 곳도 정부가 아니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였다. 손 목사는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헌법재판소는 종교단체 내 직무상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2024년 1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손 목사는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를 이끌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 정부는 미국 정치권과 접촉하는 국내 보수 개신교 인사들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손 목사의 구속과 형사처벌이 종교의 자유나 정부 비판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손 목사를 비롯한 보수 개신교 인사들이 미국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들에게 현 정부를 친중 세력으로 규정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주장이 한미 외교·안보 현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련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미 국무부가 발간하는 국제 종교의 자유 보고서에 이들의 주장이 반영될지도 관심사다. 미 국무부는 매년 200여개국의 종교 자유 실태와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해 의회에 제출한다. 지난해에는 2024년 현황을 다룬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에는 2024∼2025년 현황을 종합한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 검찰, ‘항공사 동료 살해·추가 범행 계획’ 김동환에 무기징역 구형

    검찰, ‘항공사 동료 살해·추가 범행 계획’ 김동환에 무기징역 구형

    항공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 기장 등 6명을 살해 대상으로 삼아 범행을 계획하고 이 가운데 1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동환(49)씨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1일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 임주혁) 심리로 열린 김씨의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명령해 달라고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실제 연쇄살인을 시도해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도 매우 불량하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씨가 숨진 피해자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는 등 범행 수법이 잔혹했고,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나 유족에게 사과하거나 죄책감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범행 책임을 돌리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피해자들과 유족들도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추가 범행을 예고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렇게 될 걸 다 예측했다”며 “재판에서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고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언론이 나를 어떻게 악마화해 보도할지도 다 예측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5명을 향해 “너희 미래는 이미 결정돼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업자들에게 일을 맡기고 작전을 시작했다”며 자신이 죽이지 못한 사람이 있을 경우 대신 살해하고 뒤처리를 해줄 사람들에게 일을 맡겼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검찰이 범행에 대한 후회나 자책감이 있는지를 묻자 “있을 것 같나요?”라고 반문한 뒤 “전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장이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느냐고 다시 묻자 “없습니다. 그들이 가해자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 3월 17일 오전 5시 30분쯤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전 직장 동료인 항공사 기장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하루 전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 주거지에서 또 다른 전 동료 B씨를 목 졸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달아난 혐의도 있다. A씨를 살해한 뒤에는 또 다른 동료 C씨의 경남 창원 주거지를 찾아갔으나 범행을 실행하지 못한 채 울산으로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김씨는 항공사 내부 운항 스케줄 사이트에 타인의 아이디로 접속해 전 직장 동료들의 비행 일정을 확인하고 뒤를 밟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선고 공판은 오는 2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 30%는 못 넘는 개인회생의 벽

    30%는 못 넘는 개인회생의 벽

    내수 부진에 주식 등 투자 손실까지 겹치면서 빚을 갚아 재기하려는 채무자들의 개인회생 신청이 해마다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이 중 약 30%는 절차를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보 부족으로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 위한 제도가 외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채무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회생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공공 영역에서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신문이 법원행정처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은 14만 9147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8만 1723건이 접수돼 이 속도라면 연간 16만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회생 개시 결정 전후 탈락자 수가 지난해에만 4만 4914명에 달했다. 전체 신청자의 3분의1가량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개시 결정 전후 탈락자 수가 2만 6429명에 달해 이탈 속도가 더욱 빠르다. 지난해 전체 신청 중 1만 5433건은 개시 심사단계에서 기각됐다. 회생 신청이 접수되면 법원은 심사를 거쳐 법률상 요건이 미비하거나 제출 서류가 부실할 경우 기각 결정을 내린다. 또 개시 결정을 받고도 소득 악화 등으로 변제계획을 인가받지 못해 폐지된 사건이 1만 6542건, 인가 후 변제금 납입을 감당하지 못해 중도 폐지된 사건이 1만 2939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회생 변제금은 소득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최저생계비를 뺀 금액으로 정해진다. 심사에서 부양가족으로 인정받는 범위가 신청자의 예상보다 좁아지면 공제액이 줄어 변제금이 늘어난다. 법원이 변제액을 높인 계획을 다시 내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중도 탈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가운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제도를 선택하는 ‘잘못 끼운 첫 단추’가 꼽힌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실물경기 부진으로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가 계속 늘고 있음에도 개인파산 신청은 2020년 5만 379건에서 2024년 4만 104건으로 줄었다. 대신 개인회생은 같은 기간 8만 6553건에서 12만 9499건으로 급증했다. 개인회생은 소득이 있는 사람이 3년간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남은 채무를 면제받는 제도로, 직업과 신용을 유지하며 재기할 수 있다. 반면 개인파산은 변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재산을 정리하고 남은 빚을 한 번에 면제받는 절차다. 파산 선고를 받으면 복권되기 전까지 공무원·변호사 등의 자격이 제한되고 신용카드 발급과 대출이 막힌다. 법원 면책을 받더라도 정상적인 금융 거래는 어렵다. 미래 상환 능력이 있는 경우는 회생을 택하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중도에 개인회생이 폐지되면 그간 낸 돈은 이자 비용으로 쓰여 빚이 거의 그대로 남는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실질적인 재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법원 관계자는 “파산 절차에 따른 각종 제약과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로 변제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까지 개인회생으로 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쇼핑몰 운영 실패로 5000만원대 채무를 지게 된 30대 A씨는 공황장애로 안정적인 근로가 불가능했지만 빚을 갚겠다는 의지를 갖고 개인회생을 선택했다. 그러나 월 100만원이 넘는 변제금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회생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파산에 대한 두려움을 노린 일부 법무법인과 브로커가 ‘수만원대 접수’ 등 문구를 내걸고 요건 검증 없이 회생 신청부터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대 후반의 B씨는 채무 2000만원대의 초기 연체자로,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을 활용하면 신용점수 하락(공공정보 등재) 없이 최장 6개월간 상환을 유예받고 취업 후 갚아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법률사무소는 600만원의 수임료를 받고 개인회생을 권유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순간 대출의 기한이익이 상실되며 신속채무조정 이용 자격 자체가 소멸했고, 취업 후 월 70만원씩 갚던 B씨는 이직 과정에서 3회 미납으로 회생이 폐지됐다. 전영훈 서울시복지재단 청년동행센터 상담관은 “무조건적인 파산 기피 대신 소득 계획 등을 면밀히 따져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제도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단독] 개인회생 신청 16만 시대, 셋 중 하나는 중도 탈락… “잘못 낀 첫 단추”가 발목

    [단독] 개인회생 신청 16만 시대, 셋 중 하나는 중도 탈락… “잘못 낀 첫 단추”가 발목

    내수 부진에 주식 등 투자 손실까지 겹치면서 빚을 갚아 재기하려는 채무자들의 개인회생 신청이 해마다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이 중 약 30%는 절차를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보 부족으로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 위한 제도가 외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채무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회생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공공 영역에서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신문이 법원행정처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은 14만 9147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8만 1723건이 접수돼 이 속도라면 연간 16만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회생 개시 결정 전후 탈락자 수가 지난해에만 4만 4914명에 달했다. 전체 신청자의 3분의 1 가량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개시 결정 전후 탈락자 수가 2만 6429명에 달해 이탈 속도가 더욱 빠르다. 지난해 전체 신청 중 1만 5433건은 개시 심사단계에서 기각됐다. 회생 신청이 접수되면 법원은 심사를 거쳐 법률상 요건이 미비하거나 제출 서류가 부실할 경우 기각 결정을 내린다. 또 개시 결정을 받고도 소득 악화 등으로 변제계획을 인가받지 못해 폐지된 사건이 1만 6542건, 인가 후 변제금 납입을 감당하지 못해 중도 폐지된 사건이 1만 2939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회생 변제금은 소득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최저생계비를 뺀 금액으로 정해진다. 심사에서 부양가족으로 인정받는 범위가 신청자의 예상보다 좁아지면 공제액이 줄어 변제금이 늘어난다. 법원이 변제액을 높인 계획을 다시 내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중도 탈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가운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제도를 선택하는 ‘잘못 낀 첫 단추’가 꼽힌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실물경기 부진으로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가 계속 늘고 있음에도, 개인파산 신청은 2020년 5만 379건에서 2024년 4만 104건으로 줄었다. 대신 개인회생은 같은 기간 8만 6553건에서 12만 9499건으로 급증했다. 개인회생은 소득이 있는 사람이 3년간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남은 채무를 면제받는 제도로, 직업과 신용을 유지하며 재기할 수 있다. 반면 개인파산은 변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재산을 정리하고 남은 빚을 한 번에 면제받는 절차다. 파산 선고를 받으면 복권되기 전까지 공무원·변호사 등의 자격이 제한되고 신용카드 발급과 대출이 막힌다. 법원 면책을 받더라도 정상적인 금융 거래는 어렵다. 미래 상환 능력이 있는 경우는 회생을 택하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중도에 개인회생이 폐지되면 그간 낸 돈은 이자 비용으로 쓰여 빚이 거의 그대로 남는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실질적인 재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법원 관계자는 “파산절차에 따른 각종 제약과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로 변제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까지 개인회생으로 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쇼핑몰 운영 실패로 5000만원대 채무를 지게 된 30대 A씨는 공황장애로 안정적인 근로가 불가능했지만 빚을 갚겠다는 의지를 갖고 개인회생을 선택했다. 그러나 월 100만원이 넘는 변제금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회생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파산에 대한 두려움을 노린 일부 법무법인과 브로커가 ‘수만원대 접수’ 등 문구를 내걸고 요건 검증 없이 회생 신청부터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대 후반의 B씨는 채무 2000만원대의 초기 연체자로,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을 활용하면 신용점수 하락(공공정보 등재) 없이 최장 6개월간 상환을 유예받고 취업 후 갚아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법률사무소는 600만원의 수임료를 받고 개인회생을 권유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순간 대출의 기한이익이 상실되며 신속채무조정 이용 자격 자체가 소멸했고, 취업 후 월 70만원씩 갚던 B씨는 이직 과정에서 3회 미납으로 회생이 폐지됐다. 전영훈 서울시복지재단 청년동행센터 상담관은 “무조건적인 파산 기피 대신 소득 계획 등을 면밀히 따져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제도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출소 19일 만에 지인 소주병으로 보복 폭행한 40대 항소심서 ‘감형’

    출소 19일 만에 지인 소주병으로 보복 폭행한 40대 항소심서 ‘감형’

    자신이 저지른 특수강도 사건 피해자에게 경찰 신고를 권유한 지인을 출소 19일 만에 찾아가 폭행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3부(부장 조효정)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폭행·보복협박 등) 및 특수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13일 화성시의 한 유흥주점으로 지인 B씨를 불러내 주먹으로 수십차례 폭행하고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테이블에 내리쳐 깨뜨린 소주병 조각을 들고 B씨의 목을 찌를 듯이 위협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과거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2년 3월 피해자 C씨를 상대로 특수강도 범행을 저질러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해 4월 24일 출소했다. 당시 사건 발생 직후 B씨는 합의를 도와달라는 A씨의 부탁을 거절하고 C씨에게 경찰 신고를 권유했으며, A씨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B씨를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보복 목적의 범행은 수사기관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하는 중대 범죄”라며 “출소 직후 누범 기간에 범행을 저지르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나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했으나, 일정 금액을 공탁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제한적으로 참작했다”며 6개월을 감형했다.
  • ‘자판기 빨대’ 침으로 쓱 핥고 ‘제자리’에…19세 프랑스인 유학생에 68만원 벌금 [월드픽]

    ‘자판기 빨대’ 침으로 쓱 핥고 ‘제자리’에…19세 프랑스인 유학생에 68만원 벌금 [월드픽]

    싱가포르에서 한 프랑스인 유학생이 주스 자판기의 빨대를 혀로 핥은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자리에 꽂아 넣는 모습을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벌금형을 받았다. 싱가포르 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공질서 방해 혐의로 기소된 프랑스인 유학생 디디에 가스파르 오웬 막시밀리앙(19)에게 벌금 600싱가포르달러(약 68만원)를 선고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막시밀리앙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지난 3월 싱가포르의 한 쇼핑몰에 설치된 오렌지주스 자판기에서 빨대를 꺼내 혀로 핥은 뒤 다시 제자리에 꽂아 놓고는 이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공유했다. 해당 영상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며 논란이 일자 그는 결국 4월 재판에 넘겨졌다. 현지 법상 공공질서 방해죄는 최대 징역 3개월까지 가능하다. 검찰은 그가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자판기의 위생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보고 법정 최고형인 벌금 2000싱가포르달러(약 225만원)를 구형했다. 다만 검찰은 막시밀리앙이 문제가 된 빨대를 직접 거두어 가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았고,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 또한 어린 나이에 수사 초기부터 잘못을 인정한 점도 양형에 참작됐다. 변호인은 “온라인에서 주목받기 위해 연출한 행동이었으며 침이 묻은 빨대는 자신이 마실 음료에 쓰려고 다시 꺼냈기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줄 의도도 없었다”며 “피고인은 이번 일로 깊이 반성하고 있고 벌금도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마련해 납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경영대학에 재학 중인 그는 학업 일정에 따라 당분간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만 향후 학생 비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이민 당국의 심사에 따라 결정된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자판기 업체 ‘아이주스’(IJooz)는 음료 투입구를 소독하고 내부 빨대 500개를 전량 교체했다. 업체 측은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해 빨대를 개별 포장하고 결제가 완료돼야 보관함이 열리도록 기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공공장소에서의 행동과 청결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공공기물을 훼손하면 무거운 처벌이 뒤따른다.
  • 트럼프, 또 탄핵 당할라…“우크라 지원금 6000억, 퇴임 후에야 지급 완료” [밀리터리+]

    트럼프, 또 탄핵 당할라…“우크라 지원금 6000억, 퇴임 후에야 지급 완료” [밀리터리+]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서 4억 달러(한화 약 60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승인받았으나 집행 시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의 집행 계획을 담은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 해당 서한에는 국방부가 4억 달러의 예산을 2026회계연도 안에 계약하고, 무기와 장비 등의 최종 인도를 2029회계연도가 끝나는 2029년 9월 30일까지 마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2029년 1월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 완료 시점이 대통령 퇴임 이후로 넘어가는 셈이다. 서한이 의회에 전달된 지 2개월이 흘렀지만 예산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고, 무기와 장비 공급을 위한 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원 계획에는 무기·탄약·폭발물 구매비 2억 달러와 차량·예비 부품·장비 구매비 9990만 달러, 방산 물자 운송 등 서비스 비용 1억 달러가 포함돼 있으나 이 역시 집행이 요원한 상황이다. 의회는 이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물자를 전달하는 데 3년이라는 시간표를 세운 국방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초당적으로 승인한 예산을 국방부가 집행하지 않고 있다며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상원 세출위원회의 민주당 중진인 딕 더빈 의원은 지난주 댄 케인 합참의장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출석한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지원에 3년이 걸린다면 어떤 효과가 있겠느냐”는 취지로 따져 물었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도 지난 4월 기고문에서 군사 지원 지연을 비판했다. 우크라 지원 보류하다 탄핵 소추까지 간 트럼프현지 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가 승인한 예산을 집행해야 하며 정책적 목적을 위해 이를 일방적으로 보류해서는 안 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9년 당시에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보류했다가 첫 번째 탄핵 심판을 받았다. 당시 의회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3억 9100만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승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이 지원금을 수개월 동안 집행하지 않고 보류하다 결국 탄핵 소추를 당했다. 미 하원은 2019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을 ‘권한 남용’과 ‘의회의 조사 방해’ 두 가지 혐의로 탄핵소추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가 승인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백악관 정상회담을 지렛대로 활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도록 압박함으로써 대통령 권한을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탄핵 조사 과정에서 행정부 관계자들의 증언과 관련 자료 제출을 막아 의회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실제로 2019년 7월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 문제를 언급한 직후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졌다. 이와 별도로 미국의 독립 감사기구인 미 회계감사원(GAO)은 2020년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가 승인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의 집행을 정책적 이유로 일방적으로 보류한 것은 1974년 제정된 예산집행통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대통령은 의회가 승인한 예산을 자신의 정책적 목적이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임의로 집행하지 않을 권한이 없으며, 당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보류는 연방법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2월 공화당이 다수였던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무죄가 선고돼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트럼프 “우크라이나, 잘 싸우네” 긍정 평가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것을 넘어 “미국에 고마워할 줄 모른다”며 공개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곤 했다. 그러나 최근 몇 주 사이에는 우크라이나의 승리 가능성을 낙관하기 시작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영토 깊숙이 공격하는 우크라이나의 회복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그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산업, 특히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마주한 것과 같은 드론 방어 능력을 높이 평가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승자를 좋아하는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갈수록 승자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28일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고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젤렌스키가 백악관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인 발언이 곧바로 미국의 대규모 군사 지원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투 능력과 드론 기술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과 막대한 지원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추가 군사 지원에는 예산과 미국 우선주의 기조, 의회의 정치적 변수 등이 얽혀 있는 데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 경산 방화가 드러낸 아파트 공동체의 민낯…아파트 갈등 관리 시스템 손봐야

    경산 방화가 드러낸 아파트 공동체의 민낯…아파트 갈등 관리 시스템 손봐야

    경북 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화·폭발 사건을 계기로 아파트 공동체 갈등이 강력범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입주자대표 선거, 층간소음 등 각종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대부분 아파트 내부 문제로 남아 적절한 조정과 예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재정·행정·안전 분야의 제도 개선과 함께 입주민 간 소통을 강화할 사회적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리사무소와 경비실의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에 방화 사건이 발생한 경산 아파트는 올해 초 입주민 요청으로 행정당국이 아파트 운영 감사를 벌여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주민은 장기수선충당금이 상당액 쌓여 있음에도 관리비가 매달 빠져나가는 것에 불만을 가졌고 관리사무소 측에 관련 서류 공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많은 금액이 적립될 수밖에 없어 자금 운영과 관련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련해 170건 넘는 지적 사항이 나왔다. 충당금을 당초 계획과 다른 용도로 쓰거나 수선 계획 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입주자대표 선거와 관련한 갈등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대구에서는 평소 아파트 관리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주민이 입주자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못해 논란이 된 사례가 있다. 해당 주민은 “입주자대표 선거관리위원회가 온갖 구실로 자신의 출마를 방해하고 있다”며 시 당국에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입주자대표 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입주민과 입주민 대표회의 간 불신이 작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파트 재정 문제와 함께 물리적인 충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5월 대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20대 주민이 바로 위층에 사는 50대 주민을 흉기로 살해했다.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에서는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봤다며 위층에 살던 노인을 흉기로 살해한 40대가 최근 1심에서 징역 25년 선고를 받는 등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경비실 안전 문제 또한 심각하다. 이번 경산 사례에서도 좁은 관리사무소에 모여 있던 8명이 속수무책으로 방화 범죄의 희생자가 될 만큼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경비실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7월 대구의 한 아파트 주민이 술에 취해 경비실을 찾아 경비원을 밀어 넘어뜨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경비원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는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다 보니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도 대피하기 어렵다”며 “안전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리비 등 ‘재정적’, 입주자대표 선출 등 ‘행정적’, 각종 폭력 등 ‘물리적’ 충돌로 ‘한 지붕 여러 가족’이라는 아파트 공동체가 존립의 위협을 받으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관리비나 장기수선충당금 등 재정 문제를 투명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아파트 자율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나 지자체가 일정한 지침을 마련하면 갈등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파트 공동체 존립을 위한 당사자 간 노력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남대 심리학과 서종한 교수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아파트 특성상 충동적인 감정 분출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 같다”며 “현안과 관련해 이해당사자 간 사전 이해를 구하고 충분한 설명을 하는 절차와 원활한 소통 창구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공모관계 인정·진술의 신빙성·여론조사 동기… ‘명태균 게이트’ 하급심 결과 갈랐다

    공모관계 인정·진술의 신빙성·여론조사 동기… ‘명태균 게이트’ 하급심 결과 갈랐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재판을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오세훈 서울시장의 하급심 결론이 제각각 다르게 나오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전날 오 시장에게는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고, 윤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김 여사는 1·2심에서 무죄가 각각 선고됐다. 세 사건 재판부 모두 여론조사 비용이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었는지, 명씨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여론조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달랐기 때문이다. 계약이나 구체적 언급 없이도 ‘공모’ 인정되나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앞선 윤 전 대통령의 1심에 이어 오 시장의 1심도 유죄가 나온 결정적인 근거는 암묵적 공모 관계가 인정됐다는 점이다.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비용 대납을 요청한 사실이 없고, 후원자인 김한정씨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맡기고 비용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먼저 연락한 점,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문제 제기를 하는 등 의견을 낸 점, 여론조사 직후 김씨가 송금한 점 등을 들어 직접적인 의뢰나 계약이 없었어도 정황상 여론조사 제공 및 비용 대납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봤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가 명시적인 계약이 없었더라도 당사자들의 역할과 행동이 연결돼 있다면 ‘순차적·암묵적인 공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김 여사 사건 재판부는 여론조사와 관련해 계약서도 존재하지 않고, 설문 구성이나 조사 방법을 지시하지도 않았으며, 해당 사건 이전에도 미래한국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왔던 점 등을 근거로 두 사람 사이에 사전에 공모나 합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명태균 진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핵심 쟁점이었던 명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다. 김 여사 사건 재판부는 명씨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능력과 영향력을 크게 과장하는 사람”, “다소 망상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명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의 경우 명씨에 대해 “법정에서 일관되지 않은 주장을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명씨 진술 중 카카오톡 대화나 통화 내역 등 객관적인 증거에 부합하는 내용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오 시장 사건 재판부 역시 “명씨의 진술에 과장하거나 일관되지 않은 진술이 있어 전부 믿을 수는 없지만, 카카오톡 대화나 문자메시지, 김씨의 송금 내역 등과 맞아떨어지는 범위 내에서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 사건 모두 여론조사 비용이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리가 인정됐지만, 여론조사의 목적 및 동기에 대한 각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용자 vs 제공자… 여론조사 ‘동기’ 누구에게 있었나오 시장과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는 여론조사 ‘이용자’의 동기가 우선했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의 경우 당내 경쟁자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보다 자신의 경쟁력이 높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고,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충분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도 정치 경험과 당내 기반이 부족했던 윤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비롯한 선거 전략을 조언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봤다. 반면 김 여사 사건 재판부는 여론조사 ‘제공자’의 동기가 강하다고 봤다.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대한 영업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김 여사 부부를 비롯한 정치계 유력자들에게 이를 배포하며 홍보했다는 취지다.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김 여사 사건 상고심 선고가 판단의 가늠자가 돼 줄 전망이다. 이는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한 대법원의 첫 판단으로, 당초 오는 24일 선고 예정이었으나 이날 전원합의체 회부가 결정되면서 선고 일정이 연기됐다. 대법원이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 판결문을 검토해 달라는 김건희 특검팀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6일에서 24일로 선고기일을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이날 전합 회부를 결정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오 시장 사건 1심 판결이 김 여사 사건 선고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윤 전 대통령과 오 시장 측이 각자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김 여사 사건 상고심 결론이 두 사람의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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