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민자당의 체질개선 방향(출범 김영삼신한국:9)
◎정책정당 탈바꿈… 「고통분담」 선도/기구·인원 감축 등 외적변화론 한계/의식 개혁·인사 쇄신 등 자기희생 필요
새정부출범과 함께 민자당은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집권당이 됐다.
그동안 김영삼대통령과 민자당이 누차 집권당의 혁신을 약속한 만큼 민자당의 변화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또 최초의 문민정부 출범이라는 차원에서 집권당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 집권당의 모습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거대한 공룡의 모습으로 국민들의 눈에 비쳐져 온것이 사실이다.또 정권재창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소간 수단을 무시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신한국을 내세우는 문민정부시대의 집권당은 목적과 수단,실천규범에 있어 정당성과 도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신한국건설을 위한 집권당의 변화와 노력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현재 민자당은 크게 두갈래 방향에서 당개혁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나는 체제정비를 통한 외형적 개혁이며 다른 하나는 의식개혁·체질개선을 통한 내부적 개혁이다.
즉 신한국추진을 위해서는 집권당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면 개조해야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은 외형적 개혁작업의 일환으로 지도체제정비·당기구 축소·사무처요원감축·당사통합작업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미 당사 경비전경을 철수시켰고 당직자들의 사무실 면적도 줄였다.이는 과시형 정당이나 선거용 정당이 아니라 국민정당·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가시적 조치로 보인다.
또 당무개선협의회에서는 당기구 축소및 유급당원을 45%나 줄이는 대대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비대해진 정당과 과다한 정치비용을 줄이겠다는 솔선수범이 선행되어야만 경제회생을 위해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체제정비와 함께 민자당이 해결해야될 과제는 의식개혁이다.
아무리 사는 집을 잘 개조한다고 해도 여기에 사는 사람이 달라지지 않고서는 진정한 변화나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차원에서 민자당도 김영삼대통령과 정부측의 「윗물맑기 운동」에호응,의원및 당직자들의 재산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또 음성적인 정치자금수수 관행을 추방하기 위해 도덕재무장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식개혁도 새정부출범에 따라 달라진 사회분위기에 편승한 일회용·형식용 과시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높다.
민자당이 국무위원들의 재산공개가 끝난 다음 소속의원및 당직자들의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재산공개범위에 대한 결론도 못내린 상태이다.이미 국회의원 당선후 의원들의 재산은 국회에 등록되어 있는 만큼 이를 먼저 공개하고 추가로 직계가족들의 재산을 공개할 수도 있다.
신한국창조를 주도하는 정당이라면 외부요구로부터가 아니라 좀 더 주도적으로 과감하게 개혁에 앞장서야 할것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음성적인 정치자금수수 금지를 천명한데 호응해 민자당도 정치자금 양성화및 돈안드는 선거제도개선등 종합적인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섰다.
이 부분도 과거 집권당이 수년간 제도개선방안마련에 나섰지만 한번도 효율적인 개선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정당의 국고보조금을 인상할때마다,의원들의 세비를 늘릴때마다 마치 도둑질하듯 통과시켜온 현실은 그만큼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도덕적으로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진정 집권당의 외형적 변화와 함께 실질적으로 발상의 전환을 통한 체질개선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집권당개혁과 관련,『비현실적인 기구와 조직을 개선하고 불요불급한 비용을 대폭 줄여야한다』면서 『개혁을 위한 자세정립에 유의해야할 것은 정당은 언제나 민심의 흐름 한복판에 있어야 하는것』이라고 새로운 집권당상을 제시했다.
이는 민자당의 개혁목표가 결국 국민속의 정당으로 거듭나는것이며 국민정당만이 신한국건설역을 자임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권위주의적·권력지향적 정당운영,국민여론 수렴 실패,도덕성 결여 등 과거 집권당이 극복하지못한 숙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신한국시대의 집권당 혁신이다.
◎전문가의 시각/“당직경선… 당내민주화 솔선을”/정경유착 근절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
온 나라에 개혁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부드럽고 약하게만 보이던 김영삼대통령 자신이 개혁의 진원지로 되어 「위로부터의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청와대와 행정부 고위직의 인사쇄신에 뒤이어 민자당에 대한 개혁도 김대통령 본인이 직접 주도할 전망이다.이때문에 민자당직의 개편을 두고 「개혁을 겨냥한 철저한 친정체제구축」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정부의 국정주도권 장악에 따른 당정구도 퇴색과 민자당의 무기력」을 우려하는 견해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이는 민자당 개혁의 당위성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그 방법에는 다소 견해가 나뉨을 의미한다.
이제 정치도 변해야 한다.정치개혁은 민자당의 개혁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처럼 절실한 민자당의 개혁은 적어도 몇가지 사항을 고려하면서 추진되어야 한다.첫째,정경유착의 구조를 단절시킨 후 국가개혁의 선봉에 서야한다.민자당의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받는 직·간접의 정치자금을 일체 받지않고 정치적 거래를 근절시키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김대통령의 정치자금 수수거부를 보완하는 당재정자립,정치자금 공개,정치인재산공개,정당법·선거법·정치자금법개정등이 뒤따라야 한다.
둘째,정책정당과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한 당기구의 전면적인 개편과 조직의 축소가 있어야 한다.3당통합이후 비대해진 당료중심의 조직,정부에서 차출해 쓰는 정책전문위원제,중앙당중심의 권위주의적 당체제,신진 정치엘리트의 진출을 막는 폐쇄적인 정당구조,당직자 중심의 정치적 독과점체제 등 기존 민자당의 척결대상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셋째,전면적인 인사개혁으로 기구개혁을 뒷받침해야 한다.민자당에는 문민정부와 신한국에 걸맞지 않는 군사쿠데타의 주역,권위주의 정권의 하수인,전천후 해바라기성 정치인,부정으로 축재한 인물,무능한 정치브로커 등 인사쇄신의 대상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넷째,당내 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인사쇄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당내민주화가 다수계파의 횡포를 담보한다.인사개혁 이후에도 당이 소수에 의해 권위주의적으로 운영된다면 통치자의 도구에서벗어날 수 없다.스스로 민주정당의 면모를 보여야 개혁의 선봉을 자임할 수 있다.「선봉」은 「앞잡이」나 「시녀」가 아니라 주체이기 때문이다.김대통령도 민자당이 「친정체제」나 「정부주도하에 운영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지니고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도력 절제의 미덕을 보여야 한다.중앙당과 지구당의 관계재정립,공천제 재검토외에 각급 당직의 경선 약속 이행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다섯째,공부하고 일하는 정당과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이권청탁과 뒷거래에 골몰하여 골프장과 요정 출입에 분주하고 지역구 인기관리를 위해 경조사 얼굴 내밀기와 주례 경쟁에만 몰두하여 「거리의 정치인」이 되지 말고 차분히 공부하고 일하는 정치인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유권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민자당과 소속 국회의원 자신부터 정치개혁의 희생양이 되겠다는 솔선수범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이처럼 민자당이 개혁해야 할 일은 많다.어느것 하나 쉬운게 없다.살을 베어내는 아픔이 없고서는 개혁이 불가능하기에 국민의 민자당 개혁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크다.그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