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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금이 맞불 기자회견할 때인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17일 기자회견은 도대체 왜 했는지 의아스럽다.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제1당 대표가 입장을 안 밝히는 게 이상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면 반드시 야당 대표도 기자회견으로 맞받아 쳐야 하는가.앞서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노 대통령도 기껏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1을 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정계은퇴 주장까지 되풀이했다.나는 덜 더럽다면서 한나라당을 몰아세운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한나라당이 발끈하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지도자들의 이런 행태는 정치혐오만 부추긴다는 사실을 당사자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정치권이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서도 정치권 전체가 피의자 상황에 처한 것이 현실이다.대선자금 수사는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다.잘못한 만큼 책임져야 하는 공동의 부채다.정치권은 자숙하고 반성하는 토대 위에서 개혁에 나서야 하는 것이 순서다.그런데도 지금 정치권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세겨루기에만 날을 지새우고 있다. 최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도 대선자금 특검 추진과 선거중립내각 구성 촉구 등 별반 새로운 게 없다.대선자금 특검은 검찰의 수사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수사종결 후 해도 늦지 않다.벌써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선거용이거나 시간끌기용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선거중립 내각도 야당이 수십년을 써먹은 낡은 주장이다.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중립내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이제 정치권은 한쪽이 공격하고,다른 쪽은 해명하고 또다시 공격에 나서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불법 대선자금 문제는 대치해야 될 사안이 아니라 겸손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 고속철 개통일 오리무중 총선 맞물려 ‘택일고심’

    경부고속철도 개통일이 내년 4·15총선과 맞물리면서 오리무중이다.개통일을 총선 전후로 하느냐를 놓고 정치권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정부는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대 국책사업의 하나인 고속철도 개통일이 정치논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고속철도 건설은 예정대로 착착 진행중이지만 정부는 ‘고속철도는 내년 4월에 개통한다.’는 큰 원칙만 세웠을 뿐 택일을 하지 못한 상태다.현재 고속철도는 건설공정 97.5%,운영준비 85% 수준이다.서울∼대구(281㎞)간 시운전이 사실상 마무리됐고,호남선은 시험 운행중이다. 하지만 택일을 놓고 야당은 총선전 개통이 선거용이라면서 총선후 개통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총선후에 개통하면 총선결과에 따라 참석자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제기된다.관계자는 “참석예정자가 낙선하면 임기가 5월 말까지지만 개통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건설교통부의 관계자는 “고속철도 개통문제와 총선은 전혀 연관성이 없고 고려 사항도 아니다.”면서 “준비·진행상황을 감안해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4월중 개통날짜가 결정될 것이며 5월로 연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신경전이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고속철도 안팎의 관측이다.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운영 주체인 철도청. 고속철 개통이 지연되면 기대수입(하루 평균 30억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철도청은 하루라도 빨리 개통하자는 입장이다.철도청이 지난 3일 “내년 3월31일까지 고속철도 개통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겠다.”며 ‘개통준비 현판식(D-150일)’을 가진 것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4월1일 개통이 부담이 적다.”며 “연말까지는 개통일자가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盧 “특검은 검찰사기등 고려해야”4黨총무 간담회 오간말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홍사덕·민주당 정균환 총무,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자민련 김학원 총무와 간담회를 가졌다.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지방분권특별법,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 3대 특별법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요청하기 위한 자리였다.오간 얘기를 간추린다. ●홍 총무 지난 2일 노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내 측근 문제에 대해서는 잘 다듬어서 오면 특검을 받겠다.’고 얘기한 것이 의원들이 (오늘 대통령 측근 특검에)찬성표를 던지는 데 도움됐다. ●노 대통령 내가 득표 운동을 많이 했나 보다.특검은 검찰의 사기와 국가의 위신도 고려해야 하므로 많은 고심이 있다.오늘의 주제 밖이니까 이 정도로 하자.정치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할 일은 한다는 안도감을 국민들에게 주자.국회의 몫도 커진 만큼 중심잡고 통 크게 3대 특별법과 FTA 비준동의안,그와 관련된 농어촌 4개 법안,집단소송제 통과에 협력해줬으면 좋겠다. ●홍 총무 시끄러운 것은 특검으로 넘기고 앞으로는경제살리기로 갔으면 좋겠다.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많은 의원들이 선거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줬으면 좋겠다. ●김학원 총무 지역구를 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 옮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홍 총무와 시각이 다르다.행정수도 이전은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많은 진척이 있으니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윈윈게임이 되도록 이전이 됐으면 좋겠다. ●홍 총무 (어제)화염병이 난무한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리해줬으면 좋겠다. ●노 대통령 민노총과 대화를 하겠다.민노총이 노동자들을 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민주노총이 대화를 안 하는 것에 대해 우려스럽다.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돼야 하는데 노동자를 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정 총무 대통령 공약은 민주당후보로 한 것이므로 선거공약에 대해서는 차질없이 되도록 협력하겠다.한·칠레 FTA와 관련해 정부가 농민을 설득해주기 바란다.부안 핵폐기물 처리장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에 잘못이 있다. ●노 대통령 핵폐기물 처리장은 공모를 해서,공모자를 발표한 것이다.대화를 통해 마지막 법적 절차를 풀어가가는 것인데 막혀 있다. ●홍 총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데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필요하면 각당 대표,총무,국회의장을 활용해줬으면 좋겠다. ●노 대통령 선택가능한 대안들을 마련해서 정당 대표들과 상의하겠다. ●김근태 원내대표 노동자 화염병 시위는 엄중히 비판받아야 되지만 정부는 국민들이 상당히 불안해하니까,노조와 대화할 필요 있다.지나친 손배소,가압류는 국민들이 볼 때도 지나치다고 보니까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 대통령 손배소와 가압류 문제는 대화를 통해 개선돼야 할 문제 아니겠느냐. ●김 총무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중대선거구로 변경이 되면 개헌을 통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든가,현행 헌법 테두리 내에서 책임총리제를 하는 게 어떤가. ●노 대통령 왜곡된 정치구조가 해소되면 모든 걸 열어놓겠다.정치권과 타협하겠다. 곽태헌기자 tiger@
  • 盧캠프 계좌 10개 압수수색/檢, 昌캠프도 곧 조사… 前재정국간부 체포영장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安大熙)는 민주당 노무현 대선캠프의 공식 및 차명계좌 10여개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작업에 나섰다고 5일 밝혔다.검찰은 또 한나라당 대선자금 계좌에 대해서도 추가 확인과정을 거쳐 대상을 확정지은 뒤 조만간 추적작업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검찰은 그동안 소환에 불응해온 한나라당 전 재정국 간부 공호식씨와 봉종근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4면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추적대상인 민주당 대선자금 계좌는 현 단계에서 10여개이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면서 “계좌추적은 수사에 필요한 만큼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각 당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지난 대선때 지원받은 대선자금 규모와 용처를 파악하고,이중 불법적으로 제공된 돈이 있는 지 여부와 선거용 외의 용도로 사용된 돈이 있는 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지난달 24일 4차 소환조사 이후 수사팀과의 연락이 끊긴 최돈웅 의원에 대해서도 강제조사 방안 등 법적 조치를 강구중이다. 반면 김홍섭 전 민주당 선대본부 재정국장과 한나라당 중앙당 후원회 간부를 맡았던 박종식씨 등은 조만간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대선때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선캠프에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한 혐의가 있는 일부 대기업 임직원들에 대해 전원 출국금지 조치하고,다음주부터 소환,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이상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을 주중 재소환하고 김영일 의원은 다음주 초 소환통보할 방침이다. 강충식 홍지민기자 chungsik@
  • 盧대통령 ‘재신임’ 선언 / 영호남 반응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발표되자 영호남 지역 주민들은 국민의 신뢰회복 없이는 국정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대통령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신중치 못한 행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특히 북핵문제,내년 총선 등 굵직한 국정 현안이 많은데다 가뜩이나 경제마저 어려운 시점에 나온 충격적인 선언에 당혹스러워 했다. ●호남 지난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광주,전남지역 주민들은 “노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하나 성급한 결정”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선대 오수열 교수(정치학과)는 “너무 경솔하다.부패척결에 대한 의지의 표시라고 받아들이고 싶으나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대통령이 이럴 때일수록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40·사업·광주시 서구 염주동)씨는 “장기간 불황과 함께 북핵문제,내년 총선 등 굵직한 현안이 많은데 대통령이 흔들려서야 되겠느냐.”며 “재신임 여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서민생활 챙기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자치21 박광우 사무처장은 “최측근의 수뢰 의혹,지지율 하락,지지부진한 개혁 등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러나 취임 1년도 안된 상황에서 스스로 재신임을 받겠다고 나선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이며,이로 인해 국정 혼란이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남 부산경제살리기 박인호 상임의장은 “내각책임제도 아닌 대통령제 아래서 일국의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발표한 것은 상식밖의 행동”이라며 “총선을 앞둔 ‘선거용’이라는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박 의장은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우선인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손병윤 부의장은 “대통령이 그동안 즉흥적으로 말을 자주해 재신임을 묻겠다는 말도 다분히 즉흥적 정치적으로 들린다.”면서 “만약 재신임을 묻는다면 현실적으로 국민투표가 어려운 만큼 내년 총선을 통해 재신임을 물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참여연대 윤종화 사무국장은 “도덕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하나 재신임 발언은 상당히 당혹스럽다.”면서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시대적인 요구에 대한 정치권의 반성과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표정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은 조용했다.노 대통령 취임 초기에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던 봉하마을에는 요즘들어 주말이 아니면 외지인을 구경하기조차 힘들 정도다.주민들은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느냐.”며 화살을 언론과 야당에 돌렸다.마을이장 조용호(46)씨는 “고뇌에 찬 결단으로 생각하며,앞으로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짧게 말했으며,진영읍 번영회장 박영재(48)씨는 “적법하게 뽑은 대통령인 만큼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면서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이므로 국민들이 힘을 보태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는 “동생의 발언에 별로 관심이 없다.지켜볼 뿐이다.”라고 말했지만 목소리는 침울했다.건평씨는 이날 오전 진영읍내에서 발언을 전해듣고,노 대통령과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건평씨는 직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만약 통화했다면 ‘잘 한 것이다.촌에 내려와 농사나 같이 짓자.’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모든 걸 체념하고 마음 편히 살자고 말하고 싶다.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국민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통령의 속내는 전혀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 상황에서 왜 건평씨가 나오나.감정적으로 국민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는 등 10여건의 의견을 올렸다. 전국
  • [사설] 고속철 역사 신설 선거용인가

    건설교통부가 경부고속철도의 이미 확정된 역 이외에 경기 평택,충북 오송,경북 김천,울산 4곳에 추가로 중간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건교부는 10월 초 경부고속철도 기본계획 변경안을 마련해 관계기관 협의를 거친 뒤 12월말쯤 추가역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한다.내년 4월 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건교부가 느닷없이 계획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과연 국책사업을 올바르게 진행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고속철은 지난 1990년 사업계획 발표 이후 3차례의 사업변경으로 사업비만 5조 8400억원에서 19조 2205억원으로 불어났다.지금 추가로 역을 더 만든다면 사업비만 4000억∼6000억원 정도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또 사업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빨리 달려야 할 고속철이 속도가 느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1개역의 정차시간이 7분정도라고 하니 4개역에 더 선다면 최소 28분이 늘어나게 된다.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국책사업에 임하는 정부의 신뢰성 문제다.그 사이에 고속철 사업환경이 변한 것도 아닌데 개통에 임박해서야 계획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계획이 잘못됐거나,다른 요소가 작용한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총선을 앞두고 지역 선심용이거나,국회의 압력 때문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건교부측은 이용객이 늘어나 수익성을 높이고,중간역은 일부 열차만 서는 방식으로 운행할 계획이어서 운행시간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속철 연계 교통수단 확충 등 얼마든지 보완 방법이 있는데도 이런 해명을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정부는 당초 고속철의 건설 목적인 고속운행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런 황당한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는 것이 옳다.
  • [시론] 新4당체제 개혁으로 승부하라

    지난 주말 43명의 국회의원들이 ‘국민참여통합신당’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원내교섭단체를 결성하여 신(新)4당체제가 등장했다. 국민들은 선거 전후에 있어왔던 정치권의 이합집산에 익숙해 있다.지난 4번의 국회의원선거를 보더라도 선거 직전에 많은 수의 선거용 정당이 등장했지만 선거후에는 3∼4개의 정당체계가 의회내에 자리하곤 했었다. 하지만 15년여만에 다시 나타난 현재의 4당체제는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우선 과거의 민정,민주,평민 그리고 공화당의 ‘1987년형 4당체제’는 1노3김이라는 지역맹주와 그들의 강력한 지역분할구도속에서 영남지역의 분열에 기초한 것이었지만 이번의 경우는 반대로 민주당의 분당에 따른 호남지역의 분열과 관련되어 있다. 더불어 통합신당이 나름의 배타적 지역기반이 없는 상태이고 지역구도타파와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4당체제와는 성격을 달리한다.한마디로 지역주의적 정당체계가 내년 총선이라는 선거과정을 통해 재편되어 새로운 모습의 정당체계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통합신당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4당체제는 긍정적 가능성과 함께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우선 계속되는 북핵위기와 경제난이라는 산적한 국정현안을 다뤄야 하는 국정감사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기호 2번’을 놓고 벌어지게 될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의원빼내기와 지키기 경쟁,그리고 국회 정무위의 증인채택과정에서 보듯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부에 대한 협공과 같이 선거를 겨냥한 4당간의 치고받는 정치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나아가 제5당으로의 추락가능성에 직면하여 생존전략차원에서 내각제개헌을 매개로 활로를 모색하게 될 자민련,여기에 현재의 지역분할구도를 유지하며 권력에의 참여를 원하는 한나라당 일부와 민주당 중진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정략적 차원에서 개헌논의가 진행될 개연성도 있다.이런 의미에서 내년 총선을 전후하여 내각제추진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세력재편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집권당 없는 정치’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청와대는 이미 대통령의 민주당적 이탈과 일정기간 무당적 가능성을 언급했고 민주당은 박상천 대표의 ‘야당선언’에 이어 노대통령을 ‘당의 분열을 가져온 해당행위자’로 간주하여 제명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에 이르렀다.김근태 통합신당원내대표가 “신당이 정치적 여당”임을 자임하고 있지만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의회내 세력이 제3당의 위치에 머무는 현상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대통령의 무당적은 경우에 따라서 새로운 정치실험으로서 한단계 발전된 정치를 보여줄 수 있지만 국회와 대통령의 대립과 이에 따른 국정혼란이 가중되어 국민적 정치불신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 제17대 국회의원선거는 이미 시작되었다.선거의 승부는 선거의 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예컨대 개혁 대(對) 반(反)개혁의 구도라면 통합신당이 유리할 것이고 과거와 같이 지역대결양상을 띠게되면 불리하게 될 것이다.선거의 구도를 결정하는 것은 크게 후보자와 이들의 집합체인 정당 그리고 유권자로 나누어 볼 수 있다.정치인과 정당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도를 조성하려 하지만 궁극적으로 유권자의 판단이 중요하고 이에 따라 선거의 승부가 갈리게 된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은 어떤 구도가 되어야 할 것인가? 내년 총선은 누가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즉 개혁경쟁의 선거가 되어야 한다.한나라당이든,민주당이든,통합신당이든 나름의 개혁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 낼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내년 총선의 승부처이다. 박 명 호 동국대교수 정치학
  • 고이즈미 2기내각 “우향우”

    |도쿄 황성기특파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2일 다니가키 사다카즈 국가공안위원장을 재무상에 기용하고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다케나카 헤이조 금융·경제재정상을 유임시키는 집권 2기 개각을 단행했다. 각료 17명 가운데 유임 6명,신임 11명으로 대폭 물갈이된 새 내각에는 11월 총선을 겨냥,유권자에게 인기있는 젊은 인사들이 대거 기용됐다. ●경제,외교안보 기존 노선 유지 이날 닛케이 평균주가는 공교롭게도 463엔이나 추락,1만 4750.10엔에 마감하는 급랭장세를 보였다.엔화가 달러당 111엔대까지 치솟은 엔고(高)에 기인한 하락이라고는 하지만 다케나카 금융·경제재정상이 유임할 것이라는 소문도 하락세에 적잖이 기름을 끼얹었다.그의 유임으로 긴축재정,금융쇄신을 근간으로 한 구조개혁이 후퇴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은 이날 ‘주가급락’으로 응수했다.가와구치 외상의 유임은 예상밖이지만 다케나카의 유임과 더불어 경제,외교안보는 기존 노선을 바꾸지 않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뜻이 읽힌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내 실력자를 기용하지 않고,민간인인 가와구치 외상을 그대로 둠으로써 외교는 총리 관저 주도로 챙기겠다는 의미도 숨어 있다.정가에서 ‘사실상의 외상’으로 불리는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유임)과 고이즈미 총리 두 사람의 뜻대로 외교정책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정책과 관련,온건파인 후쿠다 관방장관과 대립해오던 강경파 아베 신조 관방부장관이 간사장으로 가게 됨으로써 강경일변도인 일본의 대북 대응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모임에서는 ‘납치문제 해결 없이 북·일 국교정상화 없다.’는 정부 방침이 완화되지 않는가 하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새 내각에는 보수우익 인사들이 대거 들어왔다. 지난 5월 “창씨개명은 한국인이 원한 것”이라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아소 다로 자민당 전 정조회장이 총무상으로 기용됐다.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상은 ‘납치의원연맹’ 회장으로 대북 강경발언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자유당 출신으로 자민당으로 이적해온 고이케 유리코 의원도 우익성향으로 분류된다. 유임된 이시바 시게루 방위청장관까지 합치면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신우익 세력의 등장,원로의 퇴장이라는 세대교체가 이번 개각의 특징 중 하나이다.이들의 전면배치로 “마지막 금기인 개헌논의가 정부 주도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젊어진 내각,선거용 분석도 고이즈미 총리를 포함,내각 18명의 평균 연령은 59.3세로 크게 낮아졌다.40∼50대가 7명,40대만 3명이 입각했다. 11월 중의원 선거와 내년 여름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겨냥,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의 장남 이시하라 노부테루 국토교통상,나카가와 경제산업상,고이케 환경상 등 ‘젊은 비주얼 각료’의 포진으로 30∼50대 부동층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이 속한 모리파에서 3명,자민당 총재선거에서 2위를 한 가메이 시즈카 의원의 파벌에서 3명,최대 파벌인 하시모토파에서 2명을 기용한 것은 파벌을 안배한 인사로 분석된다. marry01@
  • ‘경제살리기’ 힘준 부시/노조행사서 “일자리 창출”강조 제조업전담 차관보 신설 발표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가을 정국의 화두를 경제로 삼았다.한달간의 휴가를 마친 그의 첫 일성은 온통 일자리 창출에 쏠렸다.민주당 대권주자들이 그의 경제정책에 맹공을 퍼붓자 노동절을 계기로 총반격에 나섰다.대선을 1년 2개월 앞둔 9월은 전통적으로 공화·민주 양당의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1일 동북부 산업지역인 오하이오 리치필드를 찾았다.국제노조연맹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그는 노조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왔다.그는 “제조업 분야가 상처를 입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경기 문제를 일단 시인했다.그러나 “앞으로는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특히 상무부에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를 전담하는 차관보를 두겠다고 발표했다.공화당이 야당 시절 상무부의 조직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비하면 다분히 선거용이자 깜짝쇼다.그만큼 부시 행정부에 있어 경제 문제는 재선으로 가는 최대의 관문이자 아킬레스건이 됐다.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뒤실직한 근로자 수는 250만∼270만명에 이른다.지난 7월 실업자 수는 900만명이다.이라크전이나 북핵 문제에 앞서 유권자들에게 경기의 향방은 돈과 직결된 현실적 문제다.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제정책을 잘못한다는 비율이 높아지자 부시 행정부는 일자리 지원을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역을 발표하지 않았다. 경기 침체의 요인을 국내가 아닌 해외로 돌리며 중국을 겨냥하기도 했다.그는 “미 제조업의 일자리가 준 상당수의 이유는 해외에서 수입된 (값싼)상품 때문이며 경쟁이 (환율 때문에)불공정하면 이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mip@
  • [대한포럼] 주5일제 해법

    지난 1988년 가을 김용갑 당시 총무처장관은 설문지를 들고 기자실을 찾았다.하루인 설날과 추석의 공휴일을 이틀로 늘리는 데 대한 찬반 설문조사였다.사상 유례없는 무역흑자 기조가 3년째 이어지고 민주화 욕구가 폭발하던 상황에서 더 놀자는 데 반대의견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틀 후 다시 기자실을 찾은 김 장관은 총무처 직원들과 출입기자들의 90% 이상이 휴일 연장에 찬성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기왕이면 휴일을 3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설날과 추석의 연휴가 느닷없이 사흘로 늘어나게 된 과정이다. 김 장관은 89년 3월 노태우 대통령에게 ‘중간평가 강행’을 요구하며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하지만 다음날 노 대통령은 ‘중간평가 유보’라는 대국민 선언을 했다.그리고 한달 후 사석에서 김 장관을 만났을 때 안기부 기조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자신의 정보로는 중간평가 강행을 기정사실로 알았다면서 설날과 추석의 연휴 확대도 중간평가를 염두에 둔 ‘선거용’이었음을 토로했다. 주5일 근무제(주 근로시간 40시간 단축)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결국 국회로 넘어갔다.2년여에 걸친 노사정위원회의 협상에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휴가일수와 임금보전 방식에서 끝내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오는 20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을 토대로 노사 양측의 의견을 절충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노동계는 이에 대해 총파업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하지만 주5일근무제의 도입 취지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의외로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설날과 추석의 연휴 사흘을 성역인 듯이 여기고 있으나 ‘탄생’ 과정에서 보듯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선진국 가운데 법정공휴일이 가장 많은 독일과 같이 연 17일인 법정공휴일을 미국(10일),프랑스(11일)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법정공휴일 단축과 휴가일수 문제를 동시에 다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다만 생리 유급휴가와 같은 과보호 조항은 국제기준에 맞게폐지하거나 무급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임금보전 문제에 대해서는 노조가 조직화되지 않은 88% 근로자들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정부안처럼 ‘사용자는 이 법 시행으로 기존의 임금수준과 시간당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할 경우 중소사업장이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노조가 강한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기본급 인상을 통해 임금이 보전되지만 대부분의 사업장 근로자들에게는 ‘수당’ 형태로 보전돼 시간외수당이나 퇴직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말하자면 노동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노사가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파이를 더 키울 수 있고 분배되는 몫도 더 커질 수 있다.주5일근무제 도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따라서 노동계는 근로자들에게 더욱 큰 혜택이 부여되는 주5일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자그마한 부분까지 손해보지 않겠다고 고집해선 안된다.미국의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지적처럼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자칫하다가는 현금자동지급기,셀프 서비스 주유소,전화자동응답시스템 등에서 보듯 근로자들을 일자리에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는 과도한 정치논리가 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비유로 “정치에서는 꼬리가 개를 흔들 수 있다.”고 했다.정치권의 용기 있는 선택과 결단을 기대한다. /우 득 정 논설위원 djwootk@
  • [열린세상] 와룡선생과 명분

    며칠전 상경했던 와룡선생(21일자 열린세상 ‘와룡선생 상경기’ 보도)은 실리를 챙겼지만,명분을 잃었다는 이유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그동안 경성에 사는 왕초에게 맞설 때 내세우던 명분은 선거용일 뿐이고,정작 경성에 가서는 실용주의 외교라는 간판아래 왕초의 입맛에 맞는 말만 하다 돌아왔다는 것이다.고향 주민들이 보이는 이런 반응은 아마도 그동안 와룡선생이 보여주었던 호기에 비하여 일체의 설명없이 거두절미 변신한 것이 너무도 민망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와룡선생이 아무런 예고없이 신호음의 방향을 불쑥 바꾼 것은 누가 봐도 잘한 것은 아니다.와룡선생 코드의 불안정성에 대하여는 최근 “읍장노릇 못해 먹겠다.”라는 언급에서 절정에 이른 듯한 느낌이다. 왕년의 ‘준비된 읍장’도 돈을 주고 이웃 산간마을 이장과 회담을 했다거나,읍민들의 통합과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판국에,이번 읍장은 준비는 고사하고 아예 주민들이 처음부터 하나하나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그러나 코드 부분에 대하여는 그 정도로 하는 것이 좋겠다.코드가 흔들리는 것과 명분을 버린 것은 평가의 대상이 다른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개인차원과 달리 국가가 일정한 명분을 고수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은 쉽게 단안을 내릴 수 없는 고난도의 질문이다. 우선 국민은 철학자나 도학자의 집단이 아니고,국가의 수반도 플라톤이 말하는 철학왕인 것은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제아무리 코드가 맞는 인사를 찾아내는 데 귀신같은 와룡선생이라 하더라도 답 아닌 답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여 그들을 못 본 척할 수도,버릴 수도 없을 것이다.싫더라도 함께 데리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 가운데 어떤 색깔만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고집할 수 있겠는가.요행히 그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을 불러줄 수 있었다 해서,굳이 다른 이름을 갖고 싶다고 버티는 사람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일찍이 라인홀드 니부어는 개인적으로 극히 도덕적인 인간이 집단적으로는 광기와 비합리성 속에 빠져들어 갈 수밖에 없는 역설에 대하여 갈파한 적이 있지만,모든 사람의 욕구와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국가적 명분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혹 일시적이나마 존재하더라도 그것은 정의나 이성과는 거리가 먼 불합리한 도취나 황홀경 따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어떻게 본다면 와룡선생의 고향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경성 왕초의 전쟁 명분,테러범 소탕이라는 구호도 경성 주민들에게 하나의 집단최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종류는 완전히 다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와룡선생이 고집했어야 할 국가적 명분이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고향 주민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제 우리도 먹고 살만 하니까 왕초에게 할 말은 했어야 했을까. 병자호란 당시 국가의 존망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최명길은 과감히 화전책을 주창했고 이를 실현시켰다.인조는 삼전도에 나가 구고삼배(九叩三拜)의 치욕끝에 겨우 사직과 지위를 보전하였다.그러나 정작 우스운 일은 여기부터 시작된다.최명길 덕분에목숨을 보전했던 명분론자들이 시대가 바뀌었다고 그를 매국노,소인배로 폄하하게 된다는 것이다.그들이 주장하는 신유학이나 대명천자(大明天子)에 대한 충성이 과연 국가적 명분으로 타당한 것이었을까.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꼭 그래야만 고향사람들의 직성이 풀리게 될까. 나라 차원에 있어 윤리적 도덕적 명분이란 공허하고 허무한 것이며,지도자가 일반 백성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명분은 소박하지만 문자 그대로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생활이 평안하다는 의미의 국태민안(國泰民安)이고,따라서 와룡선생이 경성 왕초앞에서 말을 바꿀 때 국태민안이라는 화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절대로 명분을 잃은 것은 아닐 것이다. 김 형 진 변호사
  • [열린세상] 와룡선생 상경기

    시골 바닷가에서 사는 와룡선생은 한 번도 경성에 가본 적이 없었다.경성을 다녀온 이웃이 자랑을 할 때면 그는 뚝심있게 “나는 볼일이나 있으면 모를까 사진이나 한 장 박으려고 경성 가는 일은 없을끼다.” 하면서 버텨오던 터였다.그의 말투는 거칠었지만 진솔하게 들렸다.그는 늘 시골사람들의 자존심을 강조하면서 제법 원칙과 소신을 가진 듯 반(反)경성을 외치기도 하고,당당하게 경성의 깡패들에게 맞서기도 했다.마을 사람들은 그를 대견하게 여겨 마침내 동네 읍장으로 뽑아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성의 왕초로부터 한번 다녀가라는 전갈을 받았다.그렇지 않아도 그는 언젠가는 경성에 한번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해 오던 터였다.마을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을 경성 같은 큰 도시에 팔아야 했다.마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왕초의 환심을 사야 했다.더구나 같은 부족이지만 건너편 산간마을에 사는 무리들이 툭하면 “땔감을 보내라.”,“쌀도 사서 보내라.”,심지어는 “양어장 생선은 필요 없으니,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자연산 생선을 보내라,안 그러면 재미없다.”고 떼를 쓰던 중이었다. 와룡선생은 고민에 빠졌다.그동안 무턱대고 큰 소리를 땅땅 쳤었는데,막상 왕초를 만나려니 겁부터 났다.“누가 읍장이 될 줄 알았나,괜히 겁없이 떠들어댔잖아,체통이 있지,이제 와서 납작 엎드릴 수도 없고.”,“만약 마을 사람들이 그런 내 꼴을 보면 뭐라 카겠노,요즈음은 집집마다 테레비가 안 있나,참말로 고민이데이.”그는 참모회의를 소집했다.“자네들 생각은 어떤가,내가 왕초 만나러 갈 때 꼬리를 내려야 하겠나,안 카면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가야 옳겠나?” 그때 읍 사무장이 나섰다.“왕초를 만나는 것도 일종의 외교행위입니다.외교는 뭐니뭐니 해도 역시 명분보다는 실리입니다. 명분은 선거용일 뿐이고,읍장은 마을의 실익을 챙겨야 할 책임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체통이 밥 먹여 줍니까.옛말에 ‘모로 가도 경성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그것을 소위 실용주의라고 하지 않습니까?” 순간 와룡선생은 사무장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역시 변신의 귀재는 다르구먼,5대에 걸쳐 읍장을 모셔온 경륜이 어디 가겠나,하긴 그래서 내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네를 사무장으로 임명하지 않았겠나.”하면서 기뻐했다. 와룡선생은 독서도 많이 했고 비교적 유식해 보였다.경성을 향해 달리는 기차 안에서 그는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떠올렸다.“그래,바로 이거야,사람이 하룻밤 자고 일어나 보니 벌레가 되어있었다고 했지.벌레면 어때,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전술적 변신이라고 하면 되지.” 와룡선생은 역시 ‘와룡선생스러웠다’.필요에 따라서는 고전작품도 제 멋대로 해석하고,그것을 박력있게 몸으로 실천해보이는 배짱 또한 두둑했다.경성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의 치기는 하늘을 찔렀다.그는 언론의 센세이셔널리즘을 부추기는 말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지난번 이웃마을과 싸움이 났을 때 경성의 왕초가 도와주지 않았었더라면 저는 지금쯤 감옥에 있을지도 모릅니다.”,“경성은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요,자유와 정의가 넘쳐나는 실로 기똥찬 세상입니다.” 그는 이쯤해서 끝내려고 했다.그때 재기가 넘치는 수행원이 “이왕 여기까지 오셨는데,마지막 쐐기를 박으시는 것이 안 좋겠습니까?”하며 다가왔다. ‘그래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경성의 이상과 제도,협력이 가장 성공적으로 꽃피운 마을이 바로 저희 마을입니다.”라는 말로 그는 대미를 장식했다.기차역까지 마중나온 사무장이 “만나 보신 왕초의 인상은 어땠습니까 .”하고 물었다.“아 좋고 말고,역시 ‘텍사스’ 출신이라 그런지 화끈하더군.꼭 나를 닮은 것 같단 말이야.”하면서 으스대며 마을로 향했다. 이 영 자 가톨릭대교수 사회학
  • “내년 총선 정치지형 바뀐다” 지역구 총출동 / 의원님들 떠난 썰렁한 여의도

    내년 4월15일로 예정된 17대 총선을 1년이나 남겨 놓고 국회의원들이 후원회 개최에 열을 올리는가하면,지역구에서 상주하다시피하는 경우가 많다.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으나 국회에서는 의원들 보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여의도가 벌써 총선열기에 휩싸인 것은 내년 총선은 전혀 새로운 환경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영·호남에선 ‘텃밭’개념의 약화가 점쳐진다.세대교체나 인터넷선거 열풍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봄 후원회 급증 국회의원들의 후원회는 10∼11월 중에 집중적으로 개최된 것이 관례였다.그러나 선거용 ‘실탄’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인지 올해는 3∼4월중 후원회를 개최하는 의원이 급증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올들어 3∼4월 후원회 개최건수가 대폭 늘고 있다.2001년 32건,2002년 40건에 그쳤으나 올해는 벌써 54건으로 집계됐다.16대 총선 전해인 1999년 3∼4월 후원회가 6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가히 폭증 양상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자금수요가 늘어 올해는 봄에 후원회를 열었다.”며 “가을에도 한차례 더 여는 방안을 검토중이고 생각이 비슷한 의원도 많다.”고 밝혔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민주당의 이강래 의원은 지난 15일 비행기를 이용,지역구인 전북 순창에 내려갔다.군민의 날 행사에 얼굴을 내밀고는 상임위(행자위)에 참석키 위해 오후 2시 서둘러 귀경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매주말 지역구(부산 중·동)에 갔다가 월요일 새벽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온다. 민주당 송석찬 의원은 거의 매일 오후 열차편으로 지역구인 대전 유성에 가 유권자들을 만나고 다음날 아침 귀경한다. ●상임위 열기 벌써 시들 지난 주 열린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장에는 평균 5∼6명 정도의 의원들만 자리를 지켰다.3∼4명만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허다했다.이석도 잦아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한 의원은 “시민단체 감시도 느슨,의원들의 긴장감이 떨어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믿을 건 유권자뿐이다 의원들이 이처럼 일찍이 총선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주의가 엷어지고,3김식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가 없어졌기 때문에 총선 지망생들이 믿을 만한 건 유권자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선 정치상황 급변으로 살아남기 경쟁이 어느 때보다 살벌할 것 같다.”면서 “향후 1년은 총선 준비 때문에 어느 때보다 힘겨울 것”이라고 푸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정치권 ‘참여정부 湖南푸대접’ 논란/ “민심이반 징후” “왜곡 과대포장”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이 문제에 대한 현황 파악과 문제점 시정을 지시했지만 논란이 진정되기는커녕 정치권과 네티즌들 사이에선 새로운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킬 수준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구주류 “인사소외·대북특검법 탓” 푸대접 논란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정대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11일 정부측에 논란 조기진화를 위한 공정한 인사를 촉구했다. 구주류 박양수 의원은 “분명 호남 소외에 따른 민심 이반현상이 있다.”면서 “원인은 대북송금 특검법 수용과 인사에서 호남 소외,그리고 이른바 신주류측의 과도한 민주당 전통세력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히 “이런 민심이반을 반영,이번 4·24재·보선에서 호남사람들이 투표장에 안 올까 걱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신주류인 조순형 의원도 “호남민심 이반을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 자체가 과도한 서열파괴식 인사 때문이고,기수로 잘라서 내보내니까 특정 지역이 단체로 물먹거나 승진에서 누락되기 때문이다.결국 인사잘못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신주류 “지역감정 부추기지 말라” 반면 신주류인 천정배·신기남 의원 등은 “일부의 문제점을 과대포장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결코 옳지 않으며,호남에서도 통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호남푸대접론을 반박했다. 천 의원은 기자와 만나 “검찰고위직 인사에 다소 문제가 있었고,경찰도 주요보직으로 거론되는 직위에 호남인사가 배제됐다는 지적이 이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이같은 내용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분석해 올려놓았다.그러나 천 의원은 검찰·경찰·행자부 고위직 인사에 대해 “(전체적으로) 호남차별 인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호남푸대접론이 실제 이상 부풀려지는 걸 경계하면서 “사실을 왜곡·과장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겨 낡은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일부 기득권 세력에 대해서는 호남출신 국민들이 앞장서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구주류측에 경고했다. 그러나 천 의원의 글이 실리자 홈페이지에는 “호남 민심을 왜곡하지 마시오.”라는 등 천 의원 비난글이 쇄도했다. ●한나라 “인사시정 지시는 선거용” 이런 여권의 논란을 한나라당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재·보선을 10여일 남겨 놓고 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에 주목한다.노 대통령의 시정지시는 선거에서 호남표 이탈을 막으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란 시각이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특별히 특정지역의 인사문제를 챙기는 것은 다른 지역에 대한 차별”이라며 “경기 고양 덕양갑과 서울 양천을 재선거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절차상 합리적이지도,투명하지도 않은 인사정책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춘규 이지운기자 taein@
  • [열린세상]盧 당선자의 선택과 집중

    현재 노무현 당선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10여개의 국정 과제를 설정하여 안정된 정권 인수,치밀한 정부 구성,멋진 취임식 준비 등을 포함한 국정운영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학 학자들은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의 경험을 분석하여 취임 전 국정운영 준비를 잘한 당선자들은 취임 후 대체적으로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그러지 못한 당선자들은 대체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한다.또 이러한 국정운영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국정비전 정립’과 그에 따른 정책개발이라고 한다.왜냐하면 당선자의 국정 비전은 조직구성과 인원충원을 포함하는 새로운 정부구성의 가장 중요한 방향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국정비전 정립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노 당선자가 선거과정 중에 발표한 선거공약으로,이는 그의 미래 정부가 국민과 맺은 약속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그러므로 노 당선자는 먼저 선거 공약 중 실천 가능한 공약을 선택하고 이것이 그의 국정비전과 정부 구성에 철저히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단순히 선거용으로 제시했던 실천가능하지 않은 공약은 자신의 인기가 높은 이양기에 이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5년 후,노 당선자의 대통령으로서 업적평가는 국정운영 결과가 국정비전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대선 과정에서 우리는 노 당선자의 선거공약용 국정비전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수도의 충청권 이전’,‘햇볕정책 지속’ 등을 제외하고는 기억에 뚜렷이 남은 것이 거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따라서 그는 취임하기 전까지 자신의 국정비전을 명확하게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노 당선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업적을 이룩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우며,상당한 행운이 따라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또한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이 여러 국정목표들을 달성하기에는 무척 짧은 기간이라는 사실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노 당선자는 과욕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과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임기 내 일관되게 챙겨 달성할 수 있는 소수의 국정운영 목표를 설정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를 국민에게 단순하고 짧게 반복하여 제시함으로써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어야 한다.실제로 국민들은 대통령의 여러 업적들을 기억하지 못하며 일반적으로 큰 업적이나 실정만을 기억할 뿐이다. 미국의 경우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과 노예해방’,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극복’,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위기와 암살’,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성추문’ 등으로 국민에게 기억될 뿐이다. 우리의 대통령들도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발전과 유신독재’,전두환 대통령은 ‘광주사태’, 김영삼 대통령은 ‘IMF’등 업적보다는 사건과 사고로 점철된 대통령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미래지향적으로 여론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할을 수행한 우리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 노 당선자의 경우도 치열한 대선 과정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자신의 국정비전으로 국민들을 리드하기보다는 여론조사에 의해 파악된 ‘다수’를 좇아왔고,남북관계와 한·미관계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했다.따라서 노 당선자는 허울 좋은 업적 쌓기에 연연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국가발전을 위해 역사의식을 가지고 여론과 국민정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특히,현재 야당인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넘는 ‘여소야대’의 어려운 정국 아래서는 노 당선자가 명확한 국정비전의 정립을 통해 능동적으로 여론과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다. 함 성 득
  • [오늘의 눈] 외풍에 끄떡않는 대선을 기대하며

    요즘 국내외에서 한국의 대선과 북한의 핵 문제 및 반미감정을 연계시킨 ‘음모론’이 곧잘 거론되는 것 같다.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미국과 북한 등이 핵 문제와 반미감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른바 ‘북풍(北風)’과 ‘미풍(美風)’이다. 음모론을 말하는 사람들은 일련의 모든 사태를 대선과 결부시킨다.미국이북한의 미사일 선박을 나포한 것은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반미 감정’을 상쇄하기 위한 ‘책략’이라는 식이다.북한이 핵 시설 재가동을 주장한것은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시켜 반미감정을 더욱 자극하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 북한의 핵 위협이나 반미감정은 어느 정도 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외교상황의 변화는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그러나 이번 ‘외풍’이 과거처럼 특정 후보에 쏠린 공작차원의색깔론이 아닌 만큼 어느 누구도 자신이 피해자,혹은 수혜자라고 나서기가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과 북한이 한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칠 생각으로 이같은 문제들을일으켰다면 한국의 유권자들을 무시하고 농락하는 처사다.주권국에 대한 일종의 내정간섭이기도 하다.동시에 한국의 유권자들을 국내외 공작정치에 휩쓸릴 정치 후진국 국민으로 봤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식으로 반미감정과 핵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상쇄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그렇지 않겠지만 누군가 이같은 문제를 대선에 결부시키려 한다면 우리 스스로 정치수준을 낮추는 격이다. 유권자들이 감정적 차원에서만 대통령을 뽑으면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않는다.핵 문제를 선거용으로만 보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된 생각이다.반미감정은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한국민들의 정당한 의견 표출이지 대선 유세는 아니다.핵 문제와 반미감정에 편승하려는 후보가 있다면 유권자들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누구는 친미,누구는 반미하는 식의 표현은 선거 책략가들에게나 맡겨야 한다.그보다는 누가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에 적합한지,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포함해 누가 한·미관계를 유익하게 이끌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이번 대선에서는 ‘지역바람’뿐 아니라 고질적 병폐였던 선거에서의 ‘외풍’도 함께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백문일 워싱턴 특파원 mip@
  • 정부조직개편 각부처 반응 - ‘생존논리’ 펴며 긴장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부 각 부처는 대선 유력 후보들의 정부조직개편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여기에 각 부처의 중복기능에 대한 통합의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정부조직개편은 부처의 통·폐합론과 기능조정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재정경제부와기획예산처의 통합,금감위와 금감원의 통합,외국과의 통상문제를 다루는 외교통상부와 산자부와의 기능 조정,산자부와 정통부의 기능 조정 등이다.총리실 기능강화,국정홍보처 폐지 등도 거론되고 있다.정부조직개편 논의에 대한 해당 부처의 반응을 살펴본다. ◆재경부·기획예산처 통합 경제부처 개편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두 부처의 통합논의는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재정경제부는 두 부처의 통합을 주장한다.부총리급 부처로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해야 하지만 예산편성 권한이 없어 정책 추진이 뜻대로 안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또 예산과 재정정책을 긴밀히 연계시켜 정책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들고 있다. 직원들도 재정·기획·예산 등 분야를 두루 경험할 수 있게 돼 인력과 정책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불거질 구조조정에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획예산처 내에서 ‘통합론자’들은 “정책기능이 없는 예산이나 예산권이 없는 정책은 양쪽 모두 의미가 없다.”며 재경부의 입장에 동의한다.그러나 “물리적으로 통합할 경우 과거 재정경제원과 같은 ‘공룡 부처’가 될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은 분리,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기획예산처는 그러나 현재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다.기금국 관계자는 “연금기금 관련 업무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예산과 기금관련 정책의 기획·조정 및 편성,집행관리를 보다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독립 부처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현재의 기획예산처에 경제정책 기획기능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과거의 경제기획원(EPB)에 공공부문 개혁 업무를 추가하자는 의견인 셈이다. 함혜리 김태균기자 lotus@薩鳧떠㉤떡瘦?통합 금융감독기구는 차기정부의 조직개편 0순위로 꼽힌다.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후보 모두 현재 이원화된 금감위(의사결정기구)와 금감원(집행기구)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그러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위는 재경부 금융정책 관련 파트에 금감위를 합쳐 금융부를 신설하는방안을 선호하고 있다.그러나 금감원은 금감위원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공적 민간기구로 남고 여기에 금감위가 흡수통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다보니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특히 금감위 직원은 공무원 신분이지만 금감원 직원들은 민간신분이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부 신설과 관련,재경부는 조직 축소를 우려하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금융을 민간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흐름에역행하는 것이며 관치(官治)시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이유를 내세운다.또재경부에서 금융 기능을 떼어내면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연계가 어려워지고,금리·환율·주가 등 시장의 3대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감원과 금감위의 통합과 관련,“금융감독조직을 개편한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 통합론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현재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손정숙기자 windsea@ ◆통상기능의 재편 통상업무를 둘러싼 논란은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 간 ‘뜨거운 감자’다.이회창 후보는 중복기능 통합에 적극적이고,노무현 후보 역시 중복기능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어서 관련 부처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현재의 통상교섭본부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펴고 있다.애초 통상교섭본부의 탄생이 각 부처에 나눠져 있는 통상 기능을한데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출발했고,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중진 선진국이 우리와 같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주무 부처의 ‘전문성’과 외교부의 ‘교섭능력’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현 체제”라면서 “대통령 직속의 ‘통상부처’ 설립은 우리의 실정과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모델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시장개방 업무를 수행하는 슈퍼강국 미국에나 맞는 제도라는 것이다. 산자부는 독립된 ‘통상부처’ 설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나 자유무역협정(FTA)처럼 복잡하거나 여러 부처가 관련된 사안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별도의 기구를 둬 교섭력을 강화시키고 원활한 내부조율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조선,철강,의약품,화장품,주류 등 개별 품목이 통상문제가 됐을 때는 해당 부처가 주도하고 관련 부처가 참여해 도와주는 형태로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산자부의 역할 강화를 강조했다. 육철수 김수정기자 ycs@ ◆부처 통·폐합 및 기능조정 기능조정 대상이거나 통·폐합이 거론되는 부처 사이에는 팽팽한 신경전이오가고 있다. 부처폐지론이 제기됐던 국정홍보처는 ‘현실성없는 선거용 공약’이라고 일축한다.국정홍보처의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5.9% 증액한 것만 봐도 폐지론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그러면서도 정부조직 개편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한때 ‘교육부 폐지론’ 때문에 술렁거렸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유있는 분위기다.본부 공무원 수가 타 부처에 비해 적은 데다 초·중등 교육의 지방 이양과 대학의 자율화는 이미 이뤄졌다는 논리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오히려 교육의 총괄기능,인적자원정책이나 평생교육정책을 위해 조직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산자부와 정통부는 내부적으로 정보기술(IT)산업과 관련해 중복기능의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그러나 통신기기 제조 및 부품은 산자부,소프트웨어(SW)와 IT를 통한 정보화 촉진부문은 정통부 소관이어서 여전히 신경전이치열하다. 총리실은 대선후보들이 모두 ‘책임총리제’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내심 반기는 분위기다.책임총리제가 정착되면 위상 강화는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총리실 관계자는 “책임총리제가 도입되면 정책조정 등에서 영항력이 커질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무조정실 차장제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대통령제하에서 총리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 않는 반응도 만만찮다. 행정자치부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차기정부가 검토할 사안”이라면서도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정부개편방안에 대한 내부 검토작업을 하는 한편 ‘기능 분석단’에서 현 정부조직관리 및 행정능률과 관련된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한국행정연구원에 외국의 행정개혁 사례와 기능분석작업 지원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의뢰했다.아울러 한나라당의 ‘재난관리위원회 설립’ 공약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박홍기 최광숙 이종락기자 bori@ ◆전문가의견 전문가들은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보이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인적자원센터 소장은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정부조직에 대해 유난히 많은 개편안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밀실이아닌 공개된 장소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일본의 경우 3년정도 예고를 한 뒤 개편을 단행한다.”면서“우리도 충분한 논의와 연구를 거친 뒤 조직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며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양현모 한국행정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정부조직개편은 ‘능률’을 고려해 ‘정부조직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정부조직개편은 ‘기능 중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서 살리기나 죽이기 식의 조직개편은 정부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처 이기주의를 경계했다.그는 또 “조직개편을 원한다면기능중심의 분석을 통해 중복업무 등이 있는 국·과 단위의 통·폐합은 고려할 수 있겠지만,부처단위의 조직개편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교육부의 경우 폐지를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과학기술인력 확충과 인재양성 등장기적인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다른 부처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
  • 정부치적 홍보책자 배포 논란 가열 재경부·선관위 누구말이 맞나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잉홍보인가,해마다 해오던 고유업무일 뿐인가.’ 재정경제부가 대통령선거를 한 달도 채 안 남긴 시점에 현 정권의 경제분야 성과를 담은 홍보책자와 팸플릿을 돌린 것을 놓고 ‘선거용’ 여부에 관한논란이 일고 있다. 책자 배포는 중단됐고 대선 이후에 다시 돌리기로 정리됐지만,중단사유에대해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재경부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선관위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책자 배포를 중단시켰다.”고 밝힌 반면,재경부는“선관위와 관계없이 자발적으로 배포를 중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경부,“연례행사일 뿐” 논란이 된 홍보물은 ‘무한한 잠재력 약속된 미래-IMF 5년의 성과와 과제’(사진)라는 제목의 187쪽짜리 책자와 이 내용을 발췌,요약한 팸플릿이다.홍보책자 1만부,팸플릿 10만부를 재경부 경제홍보기획단에서 만들어 지난달 18일부터 도서관,우체국,언론사,지방자치단체 등에 돌렸다.책자관련 업무는 김영주(金榮柱) 차관보,노대래(盧大來) 경제홍보기획단장,박종대(朴鍾大) 국내홍보과장이 직접 연관돼 있다.재경부는 매년 연말쯤 홍보책자를 만들어왔으며,올해는 IMF 5주년(11월21일)을 맞아 5년간의 경제정책을 다양한 통계자료와 함께 담았다.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의 장·단점을 모두 담고 있는 기록물의 의미가 크며,여·야 어느 쪽에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재경부의 입장이다. ◆배포 중단 이유는 엇갈려 선관위는 홍보책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배포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 조사과 관계자는 “지난달 24일이나 25일쯤 재경부 박종대 과장이 찾아와 책자 관련 문의를 해 조사해본 결과,정부 치적에 관련된 내용이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배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재경부는 선관위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문건도 받은 적이 없으며 자발적으로 배포를 중단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재경부 노대래 단장은 “해마다 해오던 일이기 때문에 중단해야 될 뚜렷한근거가 없었고,선관위의 공식 의견도 없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배포를연기하자는 논의도 없었다.”고 밝혔다.노 단장은 다만 “지난달 29일 총리주재로 열린 ‘공명선거관계장관회의’에서 ‘특정정당에 유·불리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정부정책 홍보책자의 발간·배포는 가급적 대선 이후로 미루라.’는 회의결과에 따라 책자 배포를 자발적으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종대 과장은 “매년 해오던 일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러 스스로 판단해 선관위에 갔었다.”면서 “‘검토해 보겠다.’는얘기 정도만 들었다.”고 밝혔다.다만 박 과장은 스스로 선관위를 찾아갔다고 밝혔으나 과장급이 ‘정치성 여부’를 개별 판단해 선관위를 방문했다는것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홍보책자의 경우,1만부 중 1700부 정도만 배포됐으며 나머지는 선거 후 돌릴 계획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경부가 자발적으로 배포를 중단했다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이 책자는 ▲‘위기’를 ‘기회’로 ▲투명하고 굳건한 시장경제 ▲성장역량 확충과 균형발전 ▲미래의 중심,한국경제 등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김태균 김성수기자 windsea@
  • ‘해법 찾기’ 양국 움직임 - ‘反美’ 확산… 고민하는 韓·美/SOFA개선 조속매듭 등

    4일 이른 아침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 국무위원 식당에서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주제는 ‘반미(反美) 정서 대책회의’.한·미 동맹 50년 만에,정부 각 부처 장관들이 우리 사회의 반미정서 확산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지난 3일의 첫 대선 합동토론회에선 보수·진보 색채 후보 가릴 것없이 누가 더 미국에 목소리를 높이느냐로기선을 잡고자 했다.80년대 지식인층과 재야권의 반미 정서가 일반 국민들의 여론으로 형성돼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왜 반미 열풍인가 “지난 6월의 월드컵 열풍을 보는 것 같다.” 인터넷과 서울 거리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는 젊은이들의 반미 시위를 두고 한 외국 기자가 한 말이다.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은 최근 우리 사회의 반미정서에 대해 “아직은 정서(sentiment)이지,주의(ism)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그동안 한국의 정치·경제적 성장에 비해 한·미간피보호·보호자간 개념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에 대한 정서적 반발로 반미주의를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한·미 동맹이 남한의 안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감소했다는 점,동계 올림픽 때의 오노 사건,통상 문제에서의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모습들이 한국민의 정서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실용적인 측면보다 자존심과 명분을 우선시하는 민족성향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서울의 한 일본 특파원은 “일본 역시 오키나와에 주둔 미군이 있고,크고 작은 범죄가 일어나지만,이같은 반미 감정으로 치닫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민하는 한·미 양국 한·미 양국 정부는 대선국면에 맞물려 확산되고 있는 한국민들의 반미 정서를 ‘비상 사태’로 인식,진화에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선을 지시하고 무분별한 반미정서 확산을 경계한 것이나 양국이 SOFA 개선책을 조속히매듭짓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주한 미 대사관측은 지난 3일 우리 시민단체의 주한미군 기름 유출 의혹 제기에 서둘러 성명을 발표했다.“기름유출이 주한미군의 잘못으로 판명나면성실히 책임지고 정화하겠다.”는 이례적인 신속한 대응이었다. 한편 이번 사태해결의 주체인 우리 정부의 고민은 지금이 대선 정국이란 데 있다.정부 한 관계자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보려는 정부의 노력을 두고 각 후보 진영에서 ‘선거용’으로 해석하는 측면이 많아 고민스럽다.”고말했다. ●한·미 동맹의 틀과 해법 양국 정부와 우리 국민들이 모두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국익을 위해 반미가 아니라,극미(克美)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반미주의가 자칫하면,한·미 동맹의 근간을 건드리는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동국대 이철기 교수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최근의 사태는 이제 한·미 관계와 한·미 동맹 자체도 과거와 같은 보호자와 피보호자의관계가 아닌 동등한 미래지향적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톨릭대 박건영 교수는 “한·미 동맹은 우리가 하기에 따라 최대의 외교안보 자산이 될 수 있다.”면서 “한·미 동맹의 근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진정한 의미의 파트너십을 추구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좀 더 성의있는 대 한국 자세와 함께 우리 정부의 당당한 외교자세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려 한다면,이젠 그 울타리를 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서울 시내 중심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기지안에서 살고 있는 주한미군이 그동안 우리 국민에 보여준 이미지는 ‘이태원에서 즐기고,택시 강도나 저지르는 주둔자’의 그것이란 점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동티모르에 파병된 우리 상록수 부대가 현지인과 함께 벌여 나가는 활동,그리고 주민들의 우리 군에 대한 애정을 미군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수정기자 crystal@ ★SOFA 개선책과 전망 정부가 4일 ‘반미 정서’에 대해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대책안의 핵심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기본틀을 유지한 채 운용의 개선을 통해 초동수사시 우리 수사권의 개입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데 있다. 정부는 미군 피의자에 대한 우리측 수사권 확보 강화 차원에서 미국측에 미군 피의자 신병을 인도한 뒤에도 우리의 필요에 따라 미군 피의자가 우리 수사당국의 출석요구에 적극 응하도록 미국에 요구키로 했다. 또 그동안 미국측의 일방적인 결정 여부로 논란이 돼 온 미군 피의자에 대한 공무상 사건·사고 관련 판단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판단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요구키로 했다. 여중생 사망사건과 같은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미군의 훈련계획을 해당지역 시·군·구와 읍·면·동에 직접 통보하는 등의 안전대책과 장갑차의 트레일러를 이용한 수송 등의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미국측은 우리측의 이같은 대책안에 대해 향후 협상과정에서 크게 이의를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미국측은 그간 자국 군인의 인권보호를 이유로협상을 지연시켜 왔지만,최근 반미 시위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이를 거부할경우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판권 이양을 골자로 SOFA 전면 개정을 요구한 시민단체들이 이를수용할 것인지 여부다.불평등한 SOFA 개정국민행동의 김판태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국민들의 요구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것”이라면서“그동안 SOFA의 본협정,합의 의사록 등도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규정력이 약한 합동위 합의사항 등으로,개선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합동위 합의사항(agreed view)은 충분히 실효성이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오키나와 사건이 발생한 뒤 합의사항을 통해 많은 부분일본측에 유리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가 반미 정서 관계장관회의라는 초유의 카드를 통해 내놓은 SOFA 운용개선책이 확산일로에 있는 반미 열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수정기자
  • [시론]신물 나는 폭로정치

    선거일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각후보의 유세장에는 제법 많은 인파들이 모여들고 있다.그러나 이번 선거의분위기는 이전 같지는 않은 듯하다.세 김씨가 정치적으로 퇴장하면서 과거우리 사회를 분열시켰던 지역감정이 가라앉았고 그만큼 선거 분위기도 차분해진 탓일 것이다. 유권자들이 성숙한 모습으로 차분하게 선거를 바라보는 것에 비해 후보자측의 움직임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후보자 각 진영은 여전히 폭로와 상호비방 등 네거티브 캠페인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는 국정원이 정치인들과 언론인 등에 대해 불법적으로 도·감청을 했다고 폭로하였고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자금 수수와관련된 폭로로 맞서고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선거는 지난 정부의 업적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장이다.따라서 현 정부의 실정과 정책적 문제점을 비판하거나 혹은 잘한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일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마땅히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또한 선거 운동 과정에서 행해지는 후보자의자질에 대한 상호 평가 역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이런 점에서 본다면 여야간에 벌어지고 있는 폭로전 역시 정부의 실정이나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보다 자극적인 방법을 통해 극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에 대한 폭로가,정부와 민주당이 폭로 내용 자체를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폭로의 내용 자체가 충격적인 탓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이 실제로 도·감청과 관련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선거는 이처럼 후보자들이 적절하게 제기한 문제에 대해 선거 운동 기간 동안사회적 토론을 통해 문제 해결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해 주는 효과적인 제도적 장치이다. 그러나 지금 각 후보자간에 행해지는 폭로는 정치,사회적 문제의 해결이나효과적인 상호검증을 위한 적절한 문제 제기라고 보기 어렵다.지금 제기되고 있는 폭로는 부정적 현상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에 대한 문제 해결까지 염두에 두고 제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짧은 선거 운동 기간을 감안할 때 폭로된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가 선거 전 밝혀지길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지금 두 후보자 진영간에 전개되는 폭로전은 사실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만인 선거용 이슈인 셈이다.불법 도·감청과 같은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 역시 정략적인 선거용 이슈로 ‘폭로'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사회적 토론은 물론 실체적 진실도파악하기 어렵게 되었다.무성한 ‘설'과 도청에 대한 사회적인 불안감만 고조된 셈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치고 빠지는' 식의 무책임한 폭로전은 제기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발전으로 이끌어 가는 계기를 마련하기는커녕,오히려 국민들의 의혹과 불안감만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이는 또다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정치적 냉소주의로 이어지게 하는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변화를 이야기한다.3김의 사당 정치와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이다.그러나 지금 전개되고 있는 폭로전에서 보듯이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여야 후보들의 모습은 여전히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낡은 부대에 새 술을 담을수 있을까? 국민들은 안타깝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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