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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민족 태양숭배사상 반영 ‘빗살’ → ‘빛살’무늬토기로

    한민족 태양숭배사상 반영 ‘빗살’ → ‘빛살’무늬토기로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토기이자 한반도 최초의 문양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빗살무늬토기’다. 동아시아 인류가 정착과 농경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음을 상징하는 유물이다. 토기 겉면에 새겨진 문양을 빗살에 빗대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서예학자이자 전각학자인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는 지난 30년간의 연구를 통해 ‘빗살’이 아닌 ‘빛살’무늬로 불러야 한다는 독창적인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김 교수는 최근 펴낸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지식산업사)에서 이 같은 주장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먼저 “빗살무늬냐, 빛살무늬냐 하는 해석의 차이는 민족 사유의 시원과 원천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문제의식의 출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 문양의 시원과 상징성은 천손족(天孫族)인 한민족의 태양숭배사상을 반영한 빛살무늬로 봐야 비로소 다른 문화의 본질과 그것의 발현됨까지 해석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한국 고대문화 재해석의 비의를 품은 열쇠말이라는 것이다. ‘빗살무늬’는 일본 고고학자 후지다 료사쿠가 외국 학계에서 쓰이던 명칭을 즐문(櫛文)으로 번역한 것을 다시 직역한 명명이다. 단순한 명칭 문제가 아니다. 빗살무늬로 해석하는 것은 한반도 신석기 문화의 뿌리를 북유럽, 시베리아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는 이론과 맞닿는다. 그러나 ‘시베리아 전래설’로 볼 수 없는 근거들을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2005년 즈음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이를 삭제하고 ‘발해문명권설’에 근거해 빗살무늬토기를 설명하고 있다. 다만 명칭에 있어서는 여전히 ‘빗살무늬’가 유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오류를 밝히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토기를 엎어 놓고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영락없는 해바라기 같은 태양문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태양의 빛살을 문양화한 명확한 물징(物徵)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 연속선상에서 ‘비파형 동검’이 아닌 ‘청동 불꽃형 신검’, 신라의 금관총 금관도 ‘출(出)자형 금관’이 아닌 ‘불꽃무늬 금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예가 이기우 선생에게 서예와 전각을, 한학자 임창순·신호열 선생에게 한문을, 민속학자 예용해 선생에게 한국의 전통미를 배웠고 계명대 미술대 학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김 교수는 “서예를 통해 동양미학의 기초를 배웠으며 전각을 통해 문자와 조형학을 알게 됐고 문양에 대한 독자적 해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전공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학계의 반응이 없음에 한탄하는 것이자 학계의 적극적인 토론과 논쟁을 촉구하는 얘기다. 시인 고은은 추천사를 통해 “고대 탐구의 새로운 기원을 이뤄낸 것”이라면서 “이것은 한국 고대사의 아시아적 혹은 동아시아적 광역을 통해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웅대한 서사시적 성취”라고 상찬한 뒤 ‘근원사관’(近遠史觀)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적었다. ‘근원’은 김 교수의 별호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직격 인터뷰] “정치적 사망선고 뒤 다시 걸음마… 내년 원내서 열심히 뛰겠다”

    [직격 인터뷰] “정치적 사망선고 뒤 다시 걸음마… 내년 원내서 열심히 뛰겠다”

    고난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고 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2011년 8월 ‘100%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무산돼 시장직을 사퇴하는 과정에서, 또 그 이후 국내외에서 겪은 정치적 고난을 통해 더 성장했을 것이다. 3년 8개월 동안 스스로 ‘유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오 전 시장이 일단 자리잡은 곳은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변호사와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쌓은 경험과 지혜를 후배들에게 전해 달라는 모교의 요청에 석좌교수직을 맡았다. 안암캠퍼스 미래융합기술관 6층의 ‘오세훈 교수’ 연구실은 다른 교수들의 연구실과 큰 차이는 없었다. 큰 책상과 책장, 손님을 맞을 소파와 탁자. 연구실 안쪽에 내실이 있는 것이 조금 남달랐다. 책상 위에는 해외 체류 당시 작성한 일지와 명함이 놓여 있었고, 책장 속에는 리더십 관련한 책들이 눈에 띄었다. 오 전 시장과의 인터뷰는 초여름 햇살이 강렬했던 지난 1일 오후 3시부터 이도운 부국장 겸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오 전 시장과 인터뷰하는데 뭐가 궁금하냐고 주변에 물어보니, 대부분 내년 총선에서 정치권에 복귀하면 2017년 대선에 나올 것인가를 물어보라 하더라. -(서울시장 사퇴로) 사실상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고 관 속에 들어갔다가 한 4년 누워 있었다. 당장 걷기도 힘들 정도로 근력도 빠졌고, 걷는 법조차 잃어버릴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제 겨우 일어나서 걷기 연습을 하는 상황인데, 그런 사람한테 마라톤 뛰겠느냐 질문하는 것과 똑같다. 일단 내년에 원내에 들어가서 일단 유권자들의 마음이 어떤지 제가 알아야죠. 4년 전 저의 선택이 많은 유권자분들에게 실망을 드렸고, 어떤 분들은 정말 화가 많이 나셨다. 결과가 그렇게까지 될 줄은 저도 몰랐다. 사실 시장직을 내놓으면 우리 당에서 가져올 확률이 반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상대 당으로 넘어가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상처를 입으신 것 같다. 앞으로 정치 행보도 그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마음으로 당분간 열심히 뛰겠다. →총리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나. -저한테는 제안이 안 올 것이라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분들을 선택하는지 보시면 패턴이 나오는데, 첫째는 아마 대통령이 보시기에 자기 정치의 길을 갈 걸로 판단되는 사람들은 안 쓰신다. →박 대통령이 잘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쉬운 점은. -정치를 하다보면 원칙을 지킨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항상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뭔가 잃어버려야 된다. 그런데 늘 고비마다 원칙을 지킨다는 느낌이 올 때 ‘쉽지 않은 행보’라고 평가한다. 조금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국민 통합을 위한 의식적인 행보가 가능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이제 임기 반환점을 돌기 시작하니까 아직도 에너지를 투입할 여지가 있다고 기대한다. →4·29 재·보선 당시 관악을에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 스스로도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나. -아니다. 선거는 후보가 98% 하는 것이고, 당이나 주변에서 2% 부족한 것을 채워 드리는 것이다. 오신환 후보가 당선만 되면 지역 발전을 위해 예산을 스스로 확보해갈 수 있는 자리, 다시 말해서 예산결산위원회, 더군다나 계수조정소위원을 시켜주겠다고 김무성 대표가 여러 번 약속했는데, 그것이 선거 운동에 굉장히 도움이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선거를 현장에서 치른 셈이다. 당 지도부에 어떤 제안, 조언을 해보고 싶은가. -걱정이 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마지막 재·보궐 선거를 이겼기 때문에 당연히 긴장이 풀어질 수밖에 없다. 당협위원장들이 해볼 만하다며 좀 느슨해졌다. 저로서는 그런 분위기가 위기로 다가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목숨을 건 이른바 혁신 작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새누리당은 그런 절박함을 바탕으로 하는 변화의 동력이 없는 셈이다. 이것이 어떻게 내년 총선에 작용을 할 것이냐 우려한다. →김무성 대표가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 대표를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봐야 되나. -당연하죠. 지지율이 높은데. →김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 김 대표를 위해서 열심히 뛸 생각인가. -그럼요. 그럼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여야 간 연정을 시도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장 시절 여소야대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 연정을 어떻게 보나. -지금 경기도의회 같은 경우에는 단순 과반이 조금 넘는 여소야대다. 제가 시장 재임 시절에는 야당이 3분의2가 넘었는데, 그렇게 되면 선택지가 많이 달라진다. 현재 경기도 같은 여소야대의 경우에는 이른바 주고받는 협상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거부권이라는 최후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이 3분의2가 넘으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해서 다시 돌아온다. 그래서 정치 지형의 차이는 좀 있다. 하지만 연정을 시도하는 정신이나 마음가짐은 정말 바람직하다. 남 지사께서 정무부지사 자리를 야당에 양보를 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서 연정의 정신으로 도정을 이끌겠다는 것을 120% 찬성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부디 성공했으면 좋겠다. →연정이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가능할까. -현실적으로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경기 지역 새누리당 구의원, 시의원들은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지역에 예산이 내려가면 그게 여당이 아니라 야당의 업적이 되는 거다. 이것이 중앙정치로 오게 되면 더 통제하기 어려운 내부 불만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본래 연정이라고 하는 것은 색깔이 유사한 정당들끼리 힘을 모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을 만든다는 건데, 경기도에서 이뤄지고 있는 연정은 연정이라기보다도 상시화된 협상이라고 보는 게 옳다. 물론 그 정신은 이해한다. 시정이나 도정은 생활 정치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융통성이 발휘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정책은 보다 이념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양당제에서 연정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야당이 너무 무능하고 무기력해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문제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서로 마음이 동화되고 화합할 수 없는 두 부류의 축이 양립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다른 문제라면 양보가 가능한데, 이념적인 색채가 가미돼 있지 않나. 한쪽은 진보 원리주의에 가까운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또 한쪽은 지역을 정치 배경으로 갖고 있는 분들이다. 필요에 의해 한 당에서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나 분란은 상시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총선 1년 전쯤 되면 그런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총선이 다가오면 필요에 의해서 봉합이 되고, 대선 때가 되면 정권을 가져와야 된다는 필요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가능해지는 수순으로 갔다가, 또 당이 어려워지면 책임론을 가지고 서로 책임을 묻는 일이 계속 주기적으로 반복이 되고 있다. 지금은 갈등의 최고조기다. 저는 6개월 내로 봉합이 된다고 본다. →법률가 출신으로서 최근의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어떻게 보나. -제가 행정을 5년 책임지고 해봐서 그런지, 행정부 쪽 입장이 되는 것 같다. 개정안 문구를 보면 행정부의 구체적인 집행 행위에 대해서 하나하나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에 유보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면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보나. -사리에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 이후에 생길 일들이 아주 복잡해지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일단 수용을 하고, 그 다음에 사실상의 집행과정에서 무리스러운 요구가 반복되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해서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것인지 판단해보는 방법도 차선책으로 남아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정치적인 판단 여하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는 만족하나. -한마디로 답답하고 갑갑하다. 6년짜리 개혁이라고 그러는데, 적어도 20~30년 정도 효력이 지속되는 개혁이라야 정말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 거다. 현실적으로 국회선진화법이란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그 정도 타협을 한 것 같다. 어차피 역사는 일직선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더라. 갈지자를 걸으면서도 일정한 방향을 향해 가면 바람직한 정책이더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치는 안 하고 행정만 하겠다고 한다. 가능할까. -시장을 그만두고 가장 후회했던 게 스스로를 정치인이라기보다 행정가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행정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치가 있다. 그런데 그 필요성을 몰랐다기보다도 무시했던 것이다.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한도 내에서의 정치는 어느 자리에 가든 선출직 행정가에게는 필요한 덕목이다. →서울시장이 되면 잘할 것 같은 동료 정치인은 누구인가. -나경원 의원과 정몽준 전 대표가 시장에 출마를 했다. 또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원희룡 제주지사도 경선에 출마했었다. 그런 분들이 다음에 선거가 있을 때 아마 당 후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 시장은 다시 서울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셨나. -글쎄… 정치하는 입장에서야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 있는데,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정리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암세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암세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우리나라의 성인 사망 원인 1위인 암은 세포의 성장과정을 무시하고 무제한 증식하는 비정상적 세포 때문에 발생한다. 세포의 성장과 사멸을 조절하는 것은 마이크로 RNA라는 물질이다. 유전질환도 20% 이상이 RNA 결함 때문에 발생하는데, 그 핵심에 마이크로 RNA가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처럼 질병 발병 여부를 좌우하는 물질인 마이크로 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암이나 유전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한층 높인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김빛내리(서울대 생명과학부 중견석좌교수) 단장 팀은 마이크로 RNA를 만드는 단백질 복합체인 ‘드로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마이크로 RNA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김 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생명과학분야 권위지 ‘셀’ 28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1993년 처음 발견된 마이크로 RNA는 동식물 세포에 포함된 물질로, 사람의 몸에도 2000여 종류가 들어 있다. 특히 몸속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 관여해 특정 유전자가 과도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의 분화와 성장, 사멸을 조절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마이크로 RNA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당뇨나 암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2002년 마이크로 RNA 생성 과정을 밝혀내 주목받기 시작한 김 단장은 2003년에는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RNA를 만드는 드로셔 단백질을 처음 발견했다.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드로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드로셔 단백질이 1개의 드로셔와 2개의 DGCR8 분자로 구성돼 있음을 규명했다. 드로셔는 마이크로 RNA를 만드는 재료물질을 자르는 역할을 하고, DGCR8은 드로셔가 재료를 정확히 잘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질이라는 것도 입증했다. 김 단장은 “마이크로 RNA로 단백질 합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암이나 유전질환 등의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남북이 한 무대 서야 비로소 완성”

    “남북이 한 무대 서야 비로소 완성”

    “광복 70주년을 맞아 당초 취지를 살려 남북한 성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북한의 바리톤, 테너 등이 남한에 와서 한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면 참으로 아름다울 겁니다.” 13년 만의 재공연을 앞둔 창작 오페라 ‘주몽’의 대본작가 김용범(61)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소회다. 김 교수는 리브레토(오페라 대본·운문희곡)의 권위자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클럽에서 그를 만났다. 오페라 ‘주몽’은 2002년 초연된 ‘고구려의 불꽃-동명성왕’을 새롭게 각색했다. 고구려 건국신화를 토대로 주몽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다음달 6~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 교수를 비롯해 2002년 공연 작업을 함께했던 작곡가 박영근, 연출가 김홍승 등이 다시 뭉쳤다. 이들은 당시 남북한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북한이 고구려 중심 역사관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해 주몽 일대기를 작품화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요즘 남북 분위기가 얼어붙어 있어 남북 공동공연 말조차 끄집어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한숨지었다. 김 교수는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한문서사시 ‘동명왕 편’을 토대로 1998년 대본 작업에 들어갔다. 주몽이 북방의 강대한 나라를 성립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창작했다. 2002년 공연 이후 큰 변화가 생겼다. 2006년 드라마 ‘주몽’이 인기를 끌면서 주몽이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것. “2002년 그때만 해도 동명성왕은 사람들에게 생뚱맞았습니다. 드라마가 대박을 치면서 사람들이 주몽, 소서노 등 인물들에 친숙해졌죠. 제목도 오페라 주몽으로 바꾸고 내용도 다시 다듬었습니다.” 김 교수는 소서노와 유리왕 캐릭터를 강화했다. 소서노는 고구려·백제를 세운 역할에 비해 2002년엔 캐릭터가 미약했는데 이번엔 주몽과 대등하게 대본을 다시 썼다. 초연 땐 없었던 소서노의 아리아도 새로 넣었다. 유리왕도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했다. 김 교수는 “소서노와 유리왕 강화는 ‘오페라 유리’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겐의 반지’와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장엄한 신화를 갖고 있습니다. 주몽, 유리왕, 광개토대왕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물줄기를 3부작 오페라에 담고 싶습니다. 유리왕, 광개토대왕을 무대에 올릴 즈음엔 남북한 성악가들이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제 바람입니다.” 고구려 3부작 오페라 대본 작업을 위한 기초 작업은 충분히 했다. 1992년 한·중수교 전부터 중국의 고구려 역사 현장을 답사했고, 2012년 옌볜대학 교환교수로 갔을 때에도 6개월간 고구려 현장을 돌며 재조사했다. 현지 조사를 토대로 1990년대 초반엔 ‘신 새벽’ ‘고구려의 불꽃’ ‘황조가’ 등 서사 무용 3부작을 창작했고, 시집 ‘고구려 시편’ 등도 냈다. 오페라 대본은 노래로 불러야 하는 시다. 대화가 기본인 연극 대본과 다르다. 시와 희곡을 다 쓸 수 있어야 오페라 대본을 소화할 수 있다. 오페라 대본 작가가 드문 이유다. 김 교수는 박목월 시인의 제자로, 1974년 ‘심상’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희곡은 유민영 단국대 석좌교수에게 배웠다. 그는 “등단 이후 활자에서 벗어나 사람들 귀에 들려주는 시를 쓰고 싶었다”며 오페라 대본을 쓰게 된 동기를 들려줬다. “시가 활자 안에 갇혀 있는 게 답답했어요. 작곡가가 작곡하지 않았다면, 성악가가 불러주지 않았다면, 제 시는 활자 속에 계속 갇혀 있었을 겁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페르시아 대서사시 ‘쿠시나베’와 김만중의 ‘구운몽’ 등 세계화할 수 있는 작품의 오페라 대본을 쓰려 한다. 쿠시나베는 페르시아 왕자가 나라가 망한 뒤 중국을 거쳐 신라로 와서 신라공주와 결혼, 신라에서 힘을 키워 페르시아로 돌아가 복수하는 내용이다. 구운몽은 새문안교회 게일 목사가 영역해 영국 런던에서 발간, 전 세계에 소개된 작품이다. “일흔 살 전에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창작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데 보통 4년이 걸립니다. 작품을 구상하고 쓰는 데 1년, 작곡하는 데 1년 반에서 2년, 연습하는 데 1년 걸리죠. 잘 익은 김치처럼 숙성된 작품을 써서 국내외에 내놓고 싶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초문화재단, 창의적 K컬처 만들 것”

    서울 서초구를 품격 있는 문화도시로 이끌 ‘서초문화재단’이 탄생한다. 그동안 지역 내 문화 인프라와 인적 자원을 하나로 묶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전문 단체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서초구는 26일 반포동 심산기념문화센터 2층 대강당에서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김해숙 국립국악원장,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함께 서초문화재단 출범식을 연다. 구는 지역 내에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과 우수한 문화·예술 단체가 있는 환경 덕분에 주민의 문화·예술 수준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이에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문화 시책을 발굴, 육성하는 한편 지역 문화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문화재단 설립 절차에 들어갔다. 문화재단 설립은 서울시 자치구에서는 여덟 번째로 추진되는 것으로 구는 지난해 11월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하고 지난 1월에는 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어 관련해 조례 제정과 임원 공개모집을 거쳐 지난 4월에는 예술의전당 비즈니스룸에서 창립 총회를 열어 초대 이사장으로 예술의전당 사장을 지낸 신현택 서울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좌교수를 임명했다. 앞으로 재단은 설립 후 지역 내 풍부한 문화 인프라를 활용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문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오는 9월 세빛섬~예술의전당 구간 반포대로(예술의 거리)와 예술의전당 일대에서 열릴 예정인 ‘서리풀 페스티벌’을 영국의 ‘에든버러축제’처럼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조성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다. 또 반포서래한불음악축제, 정월대보름축제 등 주요 지역 축제를 서초구의 고유한 문화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하고, 심산기념문화센터와 반포도서관, 서초구립여성합창단 등의 문화시설과 단체도 전문적으로 위탁 운영할 예정이다. 조 구청장은 “서초문화재단은 관내 우수한 문화 콘텐츠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기획해 창의적인 ‘K컬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새 총리 황교안 지명] 후임 법무장관에 소병철 농협대 교수 유력

    황교안(58·사법연수원 13기)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황 장관의 후임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소병철(57·전남 순천·15기) 농협대 석좌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 종종 서열 파괴가 일어나기는 하지만, 연수원 기수를 중시하는 법무부, 검찰의 속성상 13~15기에서 장관 후보자가 나올 것이라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황 장관과 올해 12월까지가 임기인 김진태(14기) 검찰총장의 기수를 고려한 결과다. 13기에서는 차동민(56·경기 평택) 전 서울고검장과 황희철(58·광주) 전 법무부 차관, 조근호(56·부산) 전 법무연수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14기에서는 노환균(58·경북 상주) 전 법무연수원장, 공안검사 출신 안창호(58·대전) 헌법재판관과 대검 형사부장 출신 곽상욱(56·서울) 감사원 감사위원 등이 꼽힌다. 15기에서는 소 교수 외에 김홍일(59·충남 예산) 전 부산고검장, 한명관(54·충남 연기) 전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지명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소 교수는 대구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거쳐 2013년 12월 검찰을 떠났다. 호남 출신이어서 ‘탕평 인사’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퇴직 후 로펌이 아니라 농협대와 순천대에서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는 분석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변호사로 변신하지 않고 여전히 공직에 있는 인사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테면 안창호 헌법재판관과 곽상욱 감사위원 같은 경우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머리카락보다 얇은 QLED 피부에 붙이는 화면 나온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QLED 피부에 붙이는 화면 나온다

    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의 40분의1 두께에, 화질은 현재 가장 선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6’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웨어러블 발광 소자를 개발했다. 이 물질은 종이보다 얇아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스티커나 파스처럼 피부에 붙여 쓰는 초박형(超薄型)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현택환 단장(서울대 화학과 중견석좌교수)과 김대형 연구위원(서울대 화학과 교수)은 세상에서 가장 얇고 자유롭게 휘어지며 해상도가 높은 양자점 발광다이오드(QLED) 소자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고, 국내 특허 출원도 된 상태다. QLED에 들어가는 양자점은 양자역학적인 성질을 가진 나노 크기의 반도체 결정으로 초미세 반도체, 디스플레이, 질병 진단 시약 등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물질이다. 이번에 개발된 QLED는 나노 크기(10억분의1m)의 양자점을 발광소자로 사용해 전류를 흘려 주면 양자점이 녹색, 적색, 청색 빛을 내도록 한 디스플레이 반도체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에 비해 색 재현율이 좋고 사용 환경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안정성도 높다. 현택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QLED는 두껍고 휘어지기 어려운 기존 웨어러블 기기의 단점을 해결해 영화에서 나오는 ‘손목 피부 위에 디스플레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QLED를 넓게 만들고 생산공정 기술만 개발하면 5년 내 실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문학은 아날로그적 삶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

    “문학은 아날로그적 삶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

    한국계 재미 작가 이창래(50·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 겸 연세대 석좌교수)는 대중적인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작품을 쓴다. 그런 열정이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그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건 기쁜 일”이라며 “유행이나 돈을 쫓지 않고 사람들을 진지하게 이해하는 작가로 알아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작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1995년 첫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원제 ‘Native Speaker’·알에이치코리아)을 더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재출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창래 작가는 “‘영원한 이방인’을 다시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20년이 지났지만 제겐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입니다. 당시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대중적 인기나 시류가 아닌 언어, 뉴욕, 사람들에 대한 열정으로 쓴 순수한 작품입니다. 보편적인 정서로 마음을 울리는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지금 다시 읽어봐도 만족스러워요.” ‘영원한 이방인’은 정치적 사건에 연루된 한국계 미국인 ‘헨리 파크’를 앞세워 이방인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삶과 정체성 문제를 다뤘다. 출간 당시 미국 평단으로부터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서정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서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듬해 ‘펜/헤밍웨이 문학상’ 등 6개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영원한 이방인’을 비롯해 ‘척하는 삶’ ‘생존자’ ‘가족’ ‘만조의 바다 위에서’ 등 5권의 장편소설을 냈다. 최근엔 세계 자본주의를 다룬 신작 집필에 들어갔다. 그는 “문학은 우리의 아날로그적인 삶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우리의 삶은 수로 환산될 수도 없고 디지털화될 수도 없습니다. 디지털시대지만 우리 인생에는 디지털로 담을 수 없는 미스터리한 면이 많아요. 문학은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문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젊은 세대들이 꼭 알아줬으면 해요.” 자신의 뿌리는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작가지만 제 기반은 한국인입니다. 한국인으로 인식해 준다면 자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지금까진 몰랐던 정지용

    지금까진 몰랐던 정지용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 탄생 113주년을 맞아 ‘정지용 시·산문 전집’(전2권·서정시학)이 출간됐다. 대표적인 정지용 연구가이자 비평가인 최동호 경남대 석좌교수가 주도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시들이 대거 수록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 교수는 2002년 ‘개편되어야 할 정지용 전집’을 내면서 제대로 된 정지용 전집의 필요성을 느꼈다.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정지용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2003년 ‘정지용 사전’, 2013년 ‘정지용 시와 비평의 고고학’ 등 정지용 문학 세계를 조명하는 서적도 잇달아 냈다. 자료 수집 이후 13년 만에 정밀한 고증을 거친 정지용 전집 결정판이 완성됐다. 최 교수는 “정지용의 거의 모든 자료를 망라했다”며 “정지용 연구의 획기적인 전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숭원 문학평론가는 “한국전쟁 풍랑 속에 언제 어디서 세상을 떠났는지도 모르는 상태지만 정성을 다해 흩어진 작품을 고스란히 모았다”며 “정지용의 시와 산문을 가장 많이, 그리고 정확히 수록한 전집”이라고 평했다. 1권 시 전집에는 창작 한국어 시 167편, 일본어 시 47편, 번역시 65편 등 모두 279편이 수록됐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 한국어 창작시 25편, 일본어 시 21편, 번역시 48편이 새로 발굴됐다. 최 교수는 “일본어 시는 정지용이 도시샤대학 예과 시절에 쓴 것으로 초기 시편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작시의 첫 발표 지면도 그대로 제시해 연구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2권 산문 전집에는 168편이 실렸고 17편의 산문이 새로 빛을 보게 됐다. 최 교수는 “산문들을 통해 정지용이 언제 어떤 작품을 쓰기 시작했는지, 어느 시인을 좋아하고 어떻게 시를 구상하고 발표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용은 이상·박태원·이태준 등과 함께 1930년대 모더니즘 동인 ‘구인회’에서 활약했다. 잡지 ‘문장’을 통해 청록파 시인 박목월·박두진·조지훈을 발굴하기도 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월북했다. 오랜 세월 그의 작품은 금기시되다 1988년 납·월북 문인 작품 해금을 계기로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길섶에서] 햇살이 밝아서/최광숙 논설위원

    ‘햇살이 밝아서 햇살이 아주 따뜻해서 ~ 괜찮았어’. 얼마 전 한 방송사 오디션 프로에서 정승환과 수지가 듀엣으로 부른 가요 ‘대낮에 한 이별’의 한 대목이다. 8년 전에 발표된 이 곡을 최근에야 접하고 자주 흥얼거린다. 메마른 일상에 찾아온 ‘햇살’ 같은 노래라고나 할까. 마음을 촉촉하게 하는 부드러운 멜로디도 그렇지만, 이별을 하는 연인들의 애틋한 마음을 마침 하늘을 가득 메운 햇살이 감싸주었다는 가사가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쓴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혹독한 감옥 생활에도 자살하지 않은 것은 ‘햇볕’ 덕분이라고 했다. “겨울 독방에서 만난 신문지만 한 햇볕을 무릎 위에 받고 있을 때의 따스함은 살아 있음의 어떤 절정이었다”는 것이다. 통혁당 사건으로 20여년간 감옥살이를 한 지식인의 처절한 고통을 이겨내게 한 것도, 이별에 ‘죽을 것 같아서 숨도 못 쉰다’는 젊은 연인의 마음을 다잡아 준 것도 햇살이다. 실제로 햇볕이 우울한 마음을 치료해준다는 보고서도 있다. 그러나 햇살은 오늘도 무심히 세상을 비추지만 마음 깊이 따뜻함을 느끼는 것은 순전히 내 몫이리라.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신영복 교수의 마지막 강의 강자의 패권적 지배 꾸짖다

    신영복 교수의 마지막 강의 강자의 패권적 지배 꾸짖다

    담론/신영복 지음/돌베개/428쪽/1만 8000원 신영복(74)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988년 20년의 감옥 생활을 마친 뒤 그 안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모아 1990년 내놓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당시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을 두 눈으로 목격하며 혼란스러웠던 이들은 이념적 대안 부재의 세상을 받아들이기가 힘겨웠다. 신 교수의 책은 거침없이 내달려 온 이념의 시대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한 줄기 빛이 됐다. 그 책을 비롯해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등에 이르기까지 박제화된 동양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했고, ‘지금, 여기’의 문제와 맞닿게 했으며, 거기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의 잇단 저서들은 인류의 오래된 지혜가 담긴 고전에 눈을 돌리게 했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길을 찾게 했다. 전사회적으로 대중적인 인문학 공부의 첫 단추를 끼웠다. 신 교수는 여러 저서로 유명하지만 오히려 강단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1989년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시작해 2006년 정년퇴임 뒤에도 석좌교수로서 계속 대학원에서 ‘인문학 특강’ 한 과목의 강의를 맡아 왔다. 지난해 2학기를 마지막으로 그마저도 끝냈다. 이제 더이상 대학 강단에서 그의 강의를 들을 길은 없게 됐다. 최근 펴낸 ‘담론’은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실제로 그의 마지막 강의를 녹취했고, 마지막에 썼던 ‘강의노트 2014-2’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동양고전의 명저인 ‘시경’, ‘주역’, ‘논어’, ‘맹자’, ‘한비자’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읽어 내는 제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과 20년 20일 동안의 수형 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바를 엮은 제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구성돼 있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화두는 ‘관계론’이다. 신 교수의 마지막 강의 내용들은 물이 흐르듯 얽매이지 않는다. 때로는 봄날의 훈풍처럼 따뜻하게 감싸 안고, 때로는 가을날 서릿발처럼 매섭게 질타한다. 그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관용과 공존의 논리인 화(和)와 달리 지배와 흡수합병의 논리를 담은 동(同)의 논리가 판치는 현실 속 강자의 패권 지배구조를 비판한다. 또 위선(僞善)과 위악(僞惡)의 생생한 사례를 들며 실체를 직시하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는 장치에 현혹되는 인간 이해의 천박함을 지적한다. 예컨대 시위 현장의 붉은 머리띠는 단결과 전의를 과시하는 약자들의 위악적 표현인 반면, 강자들은 엄숙하고 정숙한 법정으로 상징되는 위선적 방법과 논리를 구사한다는 얘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충무공 탄신 470년·해군 창설 70년… 28일 ‘나라사랑 호국음악회’

    해군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470주년과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오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나라사랑 호국음악회’를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음악회는 해군·해병대 군악대 130명, 의장대 20명, 합창단·무용단 150여명 등 공연 인원만 3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로 진행된다. 이들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기리는 ‘명량’, 이순신 장군의 노래인 ‘1597’, 광복을 기념하는 ‘한국환상곡’ 등을 공연할 예정이다. 바리톤 김동규 강남대 석좌교수와 가수 조영남씨도 협연자로 참가하며 황수경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는다. 오전 11시 30분에는 광화문 특설무대에서 ‘네이비 룩 페스티벌’이 열려 해군 제복의 멋을 선보인다. 해군 UDT와 SEAL 특전요원의 대테러 시범과 전통무예인 ‘24반 무예’ 시범도 펼쳐진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마케팅 대가가 꼬집은 자본주의

    마케팅 대가가 꼬집은 자본주의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필립 코틀러 지음/박준형 옮김/더난출판/360쪽/1만 5000원 자본주의는 우리 삶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마케팅의 대가’로 불리는 필립 코틀터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꼬집은 책을 내놨다. 마케팅의 개념을 확산시키기도 했던 코틀러 교수는 자본주의가 어떤 시스템보다 낫지만 여전히 단점을 갖고 있으며 아직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반복되는 빈곤, 최저 임금, 일자리 문제, 높은 부채 부담, 공공 정책에서 부자들에게 쏠리는 혜택, 너무 비싼 환경 비용, 경기 변화가 심한 경제 사이클 등 자본주의를 비틀거리게 하는 14가지 문제들을 명시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 소득 불평등의 심화다. 그는 지나친 소득 격차가 어떻게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저하시키는지 보여 주고 슈퍼리치에게 과도한 부가 집중되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자들의 누진세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고 최저 임금을 생활 임금 수준으로 올리는 소득 재분배 정책을 주장한다. 코틀러 교수는 소득 불평등은 결국 자본주의를 위해할 뿐만 아니라 슈퍼리치조차 위협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현재 한국 사회 역시 소득 불평등, 중산층 붕괴,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책은 패자부활전 없는 승자 독식의 한국식 자본주의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에서 “한국 경제의 강건함과 눈부신 성과에 늘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한국의 기업인과 정치 지도자, 시민단체, 시민이 이 책을 읽고, 자본주의가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하는지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베토벤과 함께 돌아온 불멸의 바이올린 여제

    베토벤과 함께 돌아온 불멸의 바이올린 여제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가 ‘베토벤 소나타’로 돌아왔다. 국내 무대에서의 정규 공연은 2013년 이후 2년 만이다. 정경화는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연주활동을 중단했다. 2011년 5년간의 공백기를 딛고 극적으로 무대로 돌아왔다. 전성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며 또 하나의 기적을 연출하고 있다. 2013년엔 15개 도시 아시아 순회연주를, 지난해엔 리버풀·스코틀랜드·런던 등 그의 음악적 고향인 영국에서 복귀 무대를 가졌다. 정경화는 “기적적으로 손가락이 나아 다시 연주를 하게 된 게 꿈만 같고 지금도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화: 불멸의 바이올린’이란 제목 아래 오는 28일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제9번 ‘크로이처’를 중심으로 제5번 ‘스프링’과 제7번을 연주한다. 30일엔 ‘크로이처’와 함께 포레와 그리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들려준다. 정경화가 베토벤 소나타만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피아노는 지난 4년간 호흡을 맞춰 온 미국 출신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맡는다. 정경화는 요즘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평소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힘이 돼 주는 게 나의 의무”라고 말해 왔다. 다음달에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미국의 유명 소프라노 제시 노먼,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 등과 함께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다. 내년엔 슈베르트 전곡 음반 발매와 리사이틀을 할 계획이다. 28·30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4만~13만원. 070-7579-366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교보생명] 경기고 동기 김석동·하영구와 절친

    [재계 인맥 대해부 (4)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교보생명] 경기고 동기 김석동·하영구와 절친

    산부인과 의사에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가 되기까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이력은 다른 CEO에 비해 독특하다. 신 회장은 40세가 되던 1993년 아버지 고 신용호 창립자의 뜻에 따라 의사 자리에서 떠나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교보생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경영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1996년 11월 교보생명 부회장, 2000년 5월 교보생명 회장으로 취임한 뒤 16년째 회사를 이끌어 오면서 신 회장은 의사에서 경영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신 회장은 공과 사를 철저히 하는 경영인으로 손꼽힌다. 의사 시절 골프도 즐기고 술과 담배도 많이 했지만 교보생명에 들어오면서부터 모두 끊었다. 신 회장의 인맥을 보면 분야에 관계없이 다채롭다. 신 회장은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병원 진료 외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경의지회’(境醫之會)에서 회장을 맡고 있다. 2010년 창립한 경의지회는 의대 출신으로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경험과 고충을 서로 나누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경의지회 멤버로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부인 김미경 서울대의대 교수, 신상진 전 의원, 김철준 한독 사장,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 이원식 한국화이자 부사장 등이 있다. 특히 멤버 가운데 경의지회 창립을 주도했고 서울대병원 병원장과 두산그룹 회장 등을 지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과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경기고 동문으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등이 가까운 사이로 꼽힌다. 신 회장과 이들은 경기고 68회 동기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또 신 회장은 1993년부터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은 경력으로 문학계 인사들과도 폭넓게 교류하고 있다. 소설가 황석영, 박범신, 이승우, 오정희, 시인 황동규, 정현종, 정호승, 신달자, 문정희 등의 문인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와도 친분이 있다. 세계보험협회(IIS) 부회장을 맡고 있는 신 회장은 해외 금융보험업계와도 두루 친분을 쌓고 있다. 마이클 모리세이 IIS 회장을 비롯해 교보생명의 주주인 프랑스 악사(AXA)그룹의 앙리 드 카트리에 회장과 일본 메이지야스다생명의 세키구치 겐이치 전 회장, 네기시 아키오 사장 등 글로벌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현오석 前부총리 ‘경제는… ’ 출간

    현오석 前부총리 ‘경제는… ’ 출간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현오석(65) 국립외교원 석좌교수가 지난 10여년간 언론에 기고했거나 연설에 썼던 글들을 모아 ‘경제는 균형과 혁신이다’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책에서 경제 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균형감과 일관성, 반듯한 근거 등을 꼽았다. 또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규제 개혁, 저출산·고령화, 자유무역협정(FTA), 글로벌 금융위기, 주요 20개국(G20), 인재 활용, 서비스 산업 등 우리 경제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들을 폭넓게 다뤘다. 현 전 부총리는 “정책 결정자나 후학들이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읽어 내고, 큰 그림을 균형있게 그려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16일 출간 의도를 밝혔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현 전 부총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통 경제관료(행정고시 14회)로 재정경제원(현 기재부) 경제정책국장과 세무대학장 등을 거쳤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러시아 문학의 해와 문학의 존중

    [최동호 새벽을 열며] 러시아 문학의 해와 문학의 존중

    러시아는 2015년을 문학의 해로 선포했다. 지난 3일 고리키 문학대학과 모스크바 대학 초청으로 한국시 낭독회에 다녀왔다. 고리키 문학대학의 총장 바르나모프는 ‘문학과 우리’를 발표했다. 그는 러시아로 이주한 한국인들이 러시아 민족 중 하나를 구성하고 러시아 문화에서 한국인들이 눈에 띄는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삼성이 ‘야스나야 폴리아나’문학상을 후원해 러시아의 중요한 문학상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사할린 지역의 한 고려인의 예를 들어 ‘한국인들이 성실하고 올바를 뿐만 아니라 선량하고 착한 마음씨와 숭고한 정신’을 지니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문학은 과거 사회에 대한 확실한 평가를 할 수 있었고 현재에도 하고 있으며 사회의 근심 요소에 반응하고, 사회의 의식만이 아니라 잠재의식까지 이해하며 미래에 대한 예언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진실을 말하는 작가의 고통에 대해서도 그는 “가끔은 작가들이 말하는 진실이 고통스러운 것일지라도 위정자에게 그러한 진실이 편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는 증오가 아닌 사랑에서 비롯한 것이며 무관심이 아니라 연민에서 우러나온 것입니다.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러시아를 사랑하지 않고 러시아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러시아에 대한 연민이 없는 러시아 작가란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문학의 근저에 연민과 사랑이 전제돼 있다고 말한 그는 날카로운 비판을 수용할 줄 아는 현명한 정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에서 돌이켜 볼 경우 러시아에서도 문학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 러시아 문학과 러시아 작가들이 현실적으로 방임되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어조에서 어두운 그늘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벨상 수상작가 조지프 브로드스키의 ‘문학에 반하는 가장 무서운 죄는 도서 검열이나 소각이 아니라 문학에 대한 경시’라는 말을 인용했다. 스탈린 시대를 연상시키는 말이 ‘검열’이라면 ‘문학에 대한 경시’라는 말은 문학이 대중으로부터의 소외받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짐작돼 ‘경시’라는 용어가 머릿속에서 감돌았다. 이는 오늘 한국 문학의 현실을 반영하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문학에 경도’하던 시대가 있었다. 20세기 초 이광수·최남선 시대가 그러하지 않았을까 한다. 20세기 후반만 하더라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지만 활자 문화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21세기 디지털 문화의 시대가 열리자 문학에 대한 존중심이 사라진 자리에 값싼 대중문화가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인류의 미래가 문학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던 시대에서 이제 가망 없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속한 것이 오늘의 인간들이 아닌가 한다. 문학이 독자들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서로를 연결 짓는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은 삭막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다행히 강연이 끝나고 시 낭독이 시작되자 청중의 열기는 뜨거웠다.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그리고 문학에 대한 열정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러시아는 푸시킨의 나라이자 톨스토이의 나라가 아닌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귀국하고 나니 반문학적인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강남 교보문고의 시집 코너가 구석으로 밀려나고 안락의자가 들어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당국의 문예지 지원에서 시 전문 계간지가 모두 탈락했다는 이야기다. 교보문고가 적자라는 사실은 보도된 바 있지만 그 첫 번째 조치가 시집 코너 폐쇄라는 것은 정말 근시안적인 대책이다. 국정 지표가 문화융성인 정부 당국이 그에 역행해 문학 생산의 현장인 문예지 특히 시 전문지 지원의 대폭적인 축소 사태는 문자 그대로 반문학적인 조치인 동시에 정부 당국의 문화 융성에도 전혀 맞지 않는 졸속 행정이다. 문학의 경시가 러시아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빠른 시일 안에 보다 발전적인 시정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경남대 석좌교수·시인
  • 백제 도예부터 K팝까지… 한·일 관계 2000년의 역사

    백제 도예부터 K팝까지… 한·일 관계 2000년의 역사

    한일 교류 2천년/정구종 지음/나남/665쪽/3만 2000원 일본은 가깝지만 참 먼 나라로 일컬어진다. 물리적인 거리 측면에서 북한을 제외하면 국경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깝다. 하지만 36년 강점기 피압박 역사의 흔적은 너무나 짙게 드리워 있다. 역사교과서 문제,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싼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은 현재까지 여전히 이어지며 지구상 어떤 나라보다 멀기만 한 나라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하지만 두 나라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 휠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시대 도예, 종교, 행정제도 등 구체적인 문화교류 및 전수 이전에 이미 2000년 전 고대 한국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대륙의 벼농사법을 전수하는 등 교류의 역사는 유장하다. 현대사의 과오에 기인한 반성과 용서, 화해의 과정은 필연이겠지만 우호적인 교류 협력의 기억이 실은 그보다 훨씬 깊음을 알 수 있다. 부산 동서대 석좌교수이자 일본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일 민간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일본의 인류학자, 언론인, 문화평론가, 문화재전문가, 역사학자 등 지식인 23명을 만나 한·일 교류의 깊고 넓은 전체적인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백제왕 일가가 정착해 살았다는 미야자키현 히가시우스키군 난고손 마을의 ‘백제왕 전설’의 역사적인 부분을 심도 있게 다루는가 하면, 15대 심수관 도예가를 만나 조선도예의 기술과 전통, 정신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일본 도자문화 사쓰마야키를 이룬 심수관가(家)의 역사성을 담는다. 또 ‘케이팝 전도사’를 자처하는 젊은 대중문화평론가를 만나 일본 내 한류 열풍의 현주소를 짚는 등 종횡무진 전방위적이다. 도쿄특파원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서 묻고 답하는 인터뷰 형식을 통해 실증적이면서도 역사성을 띤, ‘살아 있는 역사서’를 만들어 냈다. 저자는 “두 나라는 길고 오랜 역사 속에서 만남과 소통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장르가 재창조되었고 새로운 문화로 태어났다. 한·일 문화의 하이브리드와 콜라보레이션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일본 열도에서는 여전히 한류와 혐한류가 공존하고, 한국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잔재를 떨쳐내지 못하고 파장 안에 머물면서도 반일감정은 고조되는 상황이다. 치열한 반성과 성찰에 이어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강조했듯, 결국 서로 좀 더 깊이 알아야 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개천을 돌보지 않는 ‘개용남’은 필요 없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개천을 돌보지 않는 ‘개용남’은 필요 없다/문소영 논설위원

    인지심리학자 마크 하우저는 붉은털원숭이들에게 손잡이를 당기면 맛있는 먹이가 나온다는 학습을 시켰다. 손잡이를 당기면 먹이도 나오지만 다른 우리 안에 넣어 둔 다른 붉은털원숭이가 전기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게 했다. 붉은털원숭이들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최소 5일부터 최대 15일까지 손잡이를 당기지 않았다. 동료 원숭이에게 고통을 주느니 차라리 굶어 죽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인 프란스 드 발 미국 에모리대 심리학과 석좌교수는 침팬지 집단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일방적으로 공격당한 쪽을 위로해 주는 집단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가 사실로 밝혀진 것인데 이런 능력은 뇌 속의 거울신경세포라는 존재 덕분이다. 드 발 교수는 추가로 침팬지가 털 고르기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준 친구에게 감사의 선물을 주는데, 둘 사이에 시간 차가 있다는 발견도 했다. 적자생존을 설파한 것으로 오해받는 찰스 다윈은 19세기 말에 ‘모르는 사람을 구하려고 불 속에 뛰어드는 행동은 인간의 사회적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 중 몇몇이 이런 덕성을 귀하게 여겨 솔선수범하고 가르친다면 자손으로 번져 나가 결국 일반적인 견해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간 사회엔 적자생존이 아닌 상생의 길이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다윈이 간파했듯이 이타적인 공감 능력은 거울신경세포 덕분에 자연히 생기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뛰어놀면서 이른바 호혜들을 경험하면서 사회적 학습을 통해 이뤄진다. 어린 시절에 공동체로부터 도움과 위로를 받으면서 자랐다면 성인이 되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과 위로를 건넬 가능성이 크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자폐 아동조차도 공동체의 도움으로 자폐의 수준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다양하게 입증됐다. 물론 사회적 진화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역방향으로도 가능하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당한 며느리가 나중에 더 독한 시어머니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4월부터는 ‘가난을 증명해야만 무상급식을 주겠다’고 했다. 경남도의 열악한 재정을 문제 삼아 무상급식을 중단한 것이다. 자치 재정이 어렵기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마찬가지인데 유독 그가 강행했다. 그 결정이 당혹스러운 이유는 그는 배고픔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2009년 출간한 그의 자서전 ‘변방’에 따르면 그는 요령부득한 부모 밑에서 빈곤의 악순환을 20대까지 겪었다. 초중고생일 때는 반찬 없는 보리밥을 싸갈 수가 없었던 탓에 점심 때면 우물가와 수돗가를 찾아가 물배를 채웠다. 자존심 때문에 배고픔을 표시할 수 없는 어린이의 심리 상태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물배를 채우고 뒷동산에 올라간 그를 찾아낸 여학우가 감자와 고구마를 내밀자 배앓이 중이라며 거부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는 부모의 가난을 증명하지는 않았다. 공부로 장학금을 타낸 덕분이다. 고려대 법대에 입학해 1972년 상경한 그는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모든 것을 나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슴에 다가왔다”고도 했고, 가정교사 생활에 허덕이면서 “내가 공부하러 서울 왔나, 먹고살러 서울 왔나”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43년 전 한탄이 요즘 대학생들의 한탄과 똑같아 깜짝 놀랐다. 홍 도지사는 삶의 가장자리인 변방에서 중심을 꿈꾸며 지독하게 공부해 결국 중심에 도달한 인물이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성공) 난 남자’인 ‘개용남’이다. 우리 사회는 ‘개용남’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부모의 무능과 가난을 비난하지도, 어려운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이겨 낸 용기와 성실성으로 서민이 사는 개천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방’을 읽으면서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지독한 소외감에 시달린 ‘학생 홍준표’에게 장학금과 함께 따뜻한 밥을 후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도움을 받았더라면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무상급식의 지속이 중요하다. 공동체의 세금으로 보살핌을 받은 ‘21세기형 홍준표’는 가난이 개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지 않다면 ‘가난을 증명하라’는 표독스런 정책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겠나. symun@seoul.co.kr
  • 회장님들에게 새로 생긴 명함 ‘인문학 전도사’

    회장님들에게 새로 생긴 명함 ‘인문학 전도사’

    재벌가 회장님들이 직접 인문학 강의에 나서거나 사재를 털어 학술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인문학을 증흥시키려는 대기업 오너들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다음달 9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세상을 바꾼 청년 영웅, 나폴레옹’이란 주제의 인문학 콘서트를 시작으로 ‘2015 지식향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 등 연사로 나서거나 학술 지원 첫 고려대 강연에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연사로 나서 인문학에 대한 그룹의 투자 계획 등 그룹의 인문학 중흥 사업에 대해 설명한다. 강연은 6월 초까지 고려대, 제주대, 건국대, 경북대, 강원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진행된다. 송동훈 문명탐험가,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 등도 강사로 참여한다. 신세계그룹은 ‘지식향연’ 프로그램을 인문학 중흥사업으로 브랜드화해 매년 20억원씩 지원할 방침이다. 또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2000~3000부의 인문학 서적도 판매할 예정이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국 철학가 팡둥메이(方東美)의 ‘중국의 사상과 문명’ 등 국내에서 발간되지 않았거나 주목받지 못한 서적을 중심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사원 채용땐 인문계 외면” 볼멘소리도 한샘그룹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장학 사업과 국내외 학술 연구비 지원 사업 등을 위해 사재 4400억여원을 공익재단에 출연한다. 한샘그룹 측은 이날 조 명예회장이 ‘재단법인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한샘 지분 60만주(1056억원)를 기부했다고 공시했다. 조 명예회장은 이를 시작으로 200만주(약 3400억원)를 추가로 출연해 자신이 보유한 한샘 주식 534만주 가운데 절반인 260만주를 재단 운영을 위해 내놓을 계획이다. 조 회장이 수천억원을 연구재단에 출연하려는 것은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싱크탱크가 국내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술국치, 남북분단, 6·25전쟁 등 한국의 현대사가 아픈 기억으로 점철된 것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인문학과 학술 연구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신입사원 채용에서는 이공계를 선호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7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올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인원 가운데 이공계 비중이 평균 59.2%로 집계됐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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