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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백현의 아침(압록강 2천리:1)

    ◎백두산 병사봉 아래서 압록강 발원…/백두산 자락 오솔길엔 아픔드리 나무숲/상류에 163개 작은 섬… 92개는 북한 소유 서울신문은 광복 50주년을 맞아 압록강유역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 민족의 삶을 진솔하게 그린 「압록강 2천리」를 중국 연변 조선족 작가 유연산씨의 집필로 주 1회씩 연재합니다.서울신문 사진부 김명국기자와 동행한 작가는 민족의 개척정신이 면면히 이어진 이른바 서간도땅 압록강유역을 굽이굽이 누비면서 소수민족으로 살아온 동포들의 애환을 소설보다 흥미롭게 엮어나갈 것입니다.그리고 압록강의 대안북한땅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가지 못하는 산하의 모습과 북녘 사람들의 근황을 듣고 본대로 전할 예정입니다.특히 압록강유역은 고구려가 발흥한데 이어 발해가 기상을 떨친 우리 고대국가의 강역이었다는 점에서 역사기행 성격도 지닌 시리즈가 될 것입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주정부 소재지 연길에서 장백현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중국 동북의 대지를 박차고 막 솟아오른 8월의 태양과 동행한 버스가 백두산 자락이 드리우기 시작한 안도현 이도백하에 이르자 벌써 한낮이 기울었다.갑자기 해를 가린 아름드리 나무그늘로 하여 길은 저녁나절 처럼 어둠침침했다.백두산의 그 많은 나무 가운데 미인이라는 홍송과 백송,사시나무가 어우러진 산자락에는 만화방초가 피어났다. 여름날 백두산 숲길은 참으로 아름다웠다.얼마를 달렸을까,종종걸음을 치듯 골짜기를 흘러내려온 물이 신작로 곁을 따라 철철 넘치듯 모여들었다.압록강 윗물을 만난 것이다.불타는 석양이 미인송의 아름다운 자태를 그림자로 만들어 버린 해거름녘이었다.터덜거리는 버스가 달려 내려갈수록 물빛깔은 푸르름을 더했다.녹음이 짙을대로 한창 짙게 물들어버린 나무 그림자가 수면과 기묘하게 조화되었다. ○홍·백송 어우러 장관 그제서야 압록이라는 의미를 깊이 깨달았다.압록강의 물빛이 오리머리 빛과 같이 푸른 색깔을 하고 있다(수색여압연)란 말을….「동국여지승람」에 나온다.그리고 「사기」나 「한서를 보면 압록강을 패수,염난수,청수라고 불렀다.고구려에서는 청하라고도 했고 중국에선 얄루장으로 부른다.어떻든 이 국경의 강은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장백조선족자치현의 현정부 소재지 장백진에는 좀 늦은 저녁시간에 도착했다.여관에서 저녁밥상을 물리고 미리 약속한 김학현(60)선생을 만났다.그는 길림성 장백조선족자치현 문화관장으로 근무중인데 변계조사조의 일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그러니까 김선생은 중국과 북한 사이에 체결한 변계조약(변계조약·국경조약)에 따라 1963년에 실시한 경계조사에 참여했던 것이다. 국경에 관한 이야기를 밤이 늦도록 나누었다.그러나 백두산 천지 아래서부터 시작된 국경조사와 거기에 얽힌 사연은 다음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다.그 이유는 김선생의 말을 들어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여름 장마로 길 끊겨 『백두산 국경비는 천지서남쪽 바로 아래에 있디요.맨 위에서 부터 일련번호를 매겨 내려오는데,1호가 3개,2호가 2개고 나머지 5호까지는 각각 1개씩을 세웠댔습니다.그러니끼리 모두 8개의 국경비가 있다 이 말입네다.그 국경비가 있는 백두산을 가자면 중국쪽 초소는 물론 조선(북한)쪽 초소도 지나가야 하디요.그런데 올 여름 장마에 길이 다가 떠내려가서리 지금은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이요.도로가 복구되면 안내할테니 좀 기다리시라요.실사구시라고 현장을 안보고 백두산 국경을 어떻게 쓰겠습네까?』 그래서 백두산 국경선 답사는 일단 뒤로 미루었다.자동차를 타지않고 높디높은 백두산,그것도 국경 고산지대를 도보로 등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김선생에게 뒷날 백두산 국경비답사에 동행해줄 것을 부탁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물길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장백진에 기왕 도착했으니 이곳에 우선 관심을 두기로 작정을 댄 것이다.올라가지 못할 나무 바라보지도 말라고 했던가.길이 떠내려가 못 오를 산을 포기하고 우선 이곳의 압록강 답사에 신경을 쏟기로 했다. 압록강은 널리 알려진대로 백두산 최고봉인 병사봉아래 남동쪽에서 발원한다.처음에는 작은 시냇물을 형성하여 흐르다가 가림천과 오시천이 합수하면서 물길이 넓어진다.그러니까 장백진은 물길이 넓어진 압록강변에 자리했다.압록강은 장백진을 지나면 서쪽으로 흐름을 바꾸어버린다.그러면서 얼마를 흐르면 수력발전으로 유명한 장진강과 허천강을 만나는 것이다. ○강넘어 북한땅 함남 장백진을 지나가는 압록강 길이는 2백57㎞에 이른다.6백리가 좀 넘는 길이인데,압록강 전체 길이의 3분의1에 약간 못미친다.변계조사에 참여한 김선생에 따르면 장백현을 통과하는 압록강 상류 수계에는 섬과 사주가 1백63개나 된다고 한다.그 가운데 중국에 들어온 것이 71개이고 나머지 92개는 북한에 귀속되었다는 것이다.이렇듯 수계를 통한 국경개념이 뚜렷해지면서 웃어넘길 수 없는 일들도 일어난다는 것이 김선생의 귀띔이다. 『강에 있는 섬들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 때가 더러 있습네다.자기 나라 땅이거니 하고 무심히 발을 디뎠다가 기절초풍을 하는 수가 있디요.내 한족 친구 한 사람은 일생에 딱 한번 외국땅을 밟았는데 그것이 압록강 조선(북한)수계에 들어간 섬이었댔습니다.무심히 섬에 올랐더니 옥수수를 따던 조선사람들이 어서 돌아가라고 손짓발짓을 해서 도망쳐 나왔다고 합데다.국경은 그만큼 무서울 때가 있고,자칫 잘못하면 죄인이 되기도 하디요』 김선생과 밤 늦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그런데도 새벽에 해발 2백80m가 되는 탑산에 오를 요량으로 일찍 일어났다.탑산에 오르고 나서 장백현에서,아니 좀 더 시야를 넓히면 백두산에서 뜨는 아침해를 맞았다.새벽 어스름이 걷힌 압록강이 확연하게 시야로 들어왔다.그리고 강 건너로 옛 함경남도 땅인 북한의 양강도 혜산진시가지와 그 뒷산 멀리에 펼쳐진 개마고원의 옹기종기한 묏부리들이 보였다.
  • “중년 미망인의 고독·사랑 표현”

    ◎원로배우 백성희씨,무대인생 50년 기념 「혼자사는 세 여자」 공연/김금지·윤소정·이호재씨 등 후배연기자 대거 출연 인생황혼이 결코 연기의 석양길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연기자,게걸스런 세월의 주름살을 무대위에서만큼은 깨끗이 지워버릴 수 있는 연기자가 있다면…그 앞자리는 단연 원로 연극배우 백성희씨(본명 이어순이·70)의 몫이 될 것이다. 『언젠가부터 제게 붙여진 「무대지기」란 표현은 더이상 쓰지 말아 주세요.왠지 고독하고 무기력한 느낌을 주거던요.지난 연기생활 반세기는 보다 나은 연기를 위한 기초다지기의 세월이었을뿐,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우리 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는 백성희씨의 연극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무대가 후배연극인들의 주선으로 8월 1∼21일(평일 하오7시30분,토요일 하오4시30분·7시30분,일요일 하오7시30분)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다.지난 43년 데뷔한 그의 실제 「연극나이」는 52년이지만 2년이 지난 올해 비로소 후배들의 정성이 모아진 것이다. 기념공연 추진위원장인 최불암씨(현대예술극장대표)를 주축으로 한국연극협회,국립극단,한국배우협회등 범 연극계가 뜻을 모아 올리는 이번 무대의 공연작품은 「혼자 사는 세 여자」(원제 The Cemetery Club).러시아계 미국작가 이반 멘첼 원작을 정일성씨가 연출,국내 초연하는 이 작품은 남편을 잃은 세명의 중년여인이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겪게되는 갈등을 통해 새로운 자아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 「성인연극」이다. 『요즘 대학로 연극들이 눈요기 위주의 감각지상주의에만 빠져있는 것같아 마음 아픕니다.문예회관 대극장 공연 정도를 빼면 모두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 수준이 고작이에요.진정 어른스런 연극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번 공연이 번역극이어서 좀 아쉽다는 그는 다행히 이 작품이 동양적 정서를 바탕으로 중년여성의 새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만큼 차분히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백씨의 극중 역할은 맏언니와 같은 포용력과 인생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춘 아이다부인.그는 다소 허영기있고 남자에 적극적인 루실(김금지),재혼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도리스(윤소정)와 짝을 이뤄 중년 미망인의 숙명적인 고독과 사랑의 삼중주를 펼친다.중견배우 이호재는 우리 시대의 페미니스트인 샘으로,국립극단의 손봉숙은 자기중심적인 현실주의자 밀드레드로 각각 출연한다. 백씨는 지난 43년 극단 현대극장의 「봉선화」(함세덕 작·유치진 연출)로 데뷔한 이래 신협과 국립극단을 거치며 「뇌우」 「산불」 「파우스트」등 4백여편의 작품에 출연,해방후 한국 신극사의 기본줄기를 이어온 정통 연극인.국립극단의 단장을 두번씩이나 역임했지만 「행정」엔 까막눈이라는 그는 『무대배우의 자리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 것』이라는 말로 순수예술인의 자세를 강조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낭랑하고 힘찬 철성 때문에 극중 역할에 따른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저의 연기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5시간 이상 피나는 연습에 지난주엔 졸도까지한 이 노배우는 연극이외의 생활이 없음을 자탄하지만 그것은 이내 자부심에 압도당한다.
  • 「낙법­놀이·33」으로 본사제정 공초문학상 수상 홍윤숙 시인

    ◎“나이 70에 받는 복된 선물 기뻐요”/47년 등단… 인간의 아픔 보듬어 안는 자세로 시작 『나이 칠십 먹어 새롭게 상을 타려니 공연히 쑥스럽네요.하지만 제 문학 일생에 주시는 복된 선물로 알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서울신문사가 제정한 공초문학상 제3회 수상자로 선정된 홍윤숙(70)시인은 마냥 기쁘기보다 옷 매무시를 가다듬게 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지난 47년 스물셋 나이로 시단에 데뷔,끊일듯 끊일듯 이어온 문학과의 인연이 어느새 50년이 다 되었다.문학과 함께 젊은 날과 중년을 보내고 문학에 기대 황혼을 맞게 된 셈.오랜 나날의 두터운 온축으로 시인은 이제 기쁨과 슬픔에도 큰 진폭으로 흔들리지 않는 무심의 영토에라도 들어선듯 하다. 『물론 상을 타면 좋기 한량없지요.하지만 우리 문학하는 사람 가운데 상받으려고 글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우리는 목소리가 우러나는 대로 그저 시집을 쌓아가는 것 뿐이고 그러다 찾아오는 상이란 뜻밖의 횡재같은 것이지요』 그러나 시인의 시세계는 수굿하고 초연한 평상시의 모습과 전혀다르다.그의 시는 사람으로 태어난 아픔을 누구보다 크게 앓으면서도 흠집난 그 삶을 결국 품어안고 마는 「치열한 사랑」의 세계다.시인의 이런 실존적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기는 이번 수상작「낙법­놀이·33」도 마찬가지.사람된 삶의 아픔을 터득했기에 「돌무더기 무너지는 아슬한 석양의 벼랑에 서서 떨어지는 모과의 향기를 아름답게」 느끼는 역설이 가능한 것. 『젊을 때는 사는 일에 허덕여 나이 먹고 났을 때를 챙겨볼 여가가 없지요.그러나 막상 인생의 하류에 당도하고 보니 그때 그렇게 허둥대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회한이 절로 밀려오데요.담담하게 고백하는 심정으로 시를 썼어요.인생에 자신만만한 구두점을 찍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시를 포함,놀이 연작시 65편 등 78편을 수록한 시집 「낙법놀이」는 「낙화」의 아찔한 절망감과 싸워온 시인의 삶의 자취다. 이처럼 지난날을 회한속에 돌아보는 시인이지만 젊은 작가들에겐 너그러운 점수를 주고 싶단다. 『요즘 작가들의 실험적인 시나 소설들을 나름대로 뜻있다고 생각합니다.문학이란 본디 다양성을 먹고 자라는 것 아니겠어요.하지만 마지막엔 문학의 본원적인 자리,원형으로 돌아가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제가 써온 정통시만이 유일한 원형은 아닐테지만 결국 문학도 고향을 꿈꾸니까…』 최근엔 윤대녕의 「은어낚시 통신」을 재미있게 읽었다고.후배의 작품에 대해 『단순한 듯하면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소재와 시각이 산뜻했고 필치도 신선했다』고 촌평한다.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탤런트를 갖고 있고 우연한 계기로 이것이 싹트면서 삶의 길을 결정하는 것 같다』는 시인은 『지나고보니 나도 스스로의 선택보다는 우연에 더 큰 부채를 진 것 같다』고 문학에 꿈을 품었던 스무살 무렵을 에둘러 회고했다. 『아무튼 문학이 없었으면 뭘 먹고 살았을지 막막해요.글쓰는 것 빼고는 재주라곤 없었으니….다시 태어나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겠지요』 「독실한」이라는 단서를 접고 카톨릭 신자라고 밝히는 홍시인은 『늘 회의하고 구속에 투덜거리는 「불량」신앙인이었다』면서도 『이처럼 끊임없이 묻고 싸웠기에 오히려 절대자에게 한발 더 다가갈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나이에 욕심이 있다면 그건 허욕일테지요.그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쓸수있는 데까지 쓸 생각이에요』 무성했던 잎을 떨쳐버리고도 거칠 것 없이 곧게 선 겨울나무와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시인의 문학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이다. ◎심사평/40여년 쓴 작품서 묵은 포도주 향기/수상작 「낙법…」뛰어난 상상력 발휘 시인 홍윤숙이 우리 시단에 등장한 것은 19 50년대 중반기로 알려져 있다.그러니까 이 시인의 시력은 줄잡아도 40년이 넘는다. 한 시인이 오랜 세월 시작활동을 했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긍정적인 각도에서 볼때 그의 시는 오래 묵은 포도주처럼 좋은 방향을 가질수 있다.그러나 이런 경우 끼어 들 수 있는 부작용도 생각될 수 있다.자칫 그의 시가 안이해질지도 모른다는 부정적 그림자가 그것이다. 시인 홍윤숙은 후자와 같은 우리 생각을 문자 그대로 기우에 그치게 하는 경우다.오랜 시력에도 불구하고 사물을 포착하는 그의 눈길은 여전히 매섭고 맵짜다.또한 그것을 도마위에 올려 요리하는 손길 역시 날래고 훌륭하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수상작으로 추거된 「낙법놀이」에는 한국시단이 가져야 할 좋은 시의 또하나 자격요건이 내포되어 있다.널리 알려진대로 현대에 와서 시는 서정시를 가리킨다.그런데 서정시는 그 속성이 사적인 세계를 노래하는 것과 함께 형태가 축약적인데 있다.이런 속성 때문에 서정시는 자칫 편향된 노래가 되기 쉽고 소수 호사가들의 애장품으로 떨어질 공산도 크다. 그런데 시인 홍윤숙은 그런 부정적 가능성을 정서의 보편성 확보로 극복했다.또한 신선한 시상제시로 그의 시가 많은 사람에게 애송될 수 있게 해주었다.특히 「낙법­놀이·33」에서 시인 홍윤숙은 모과향기의 「낙하」를 우리 자신의 한계의식과 일체화시키기에 성공했다.이 기법,상상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이번 수상을 축하한다.
  • 마사이족 풍습/신부 데려올땐 가축 선물(아프리카 기행:4)

    ◎임신한 여인은 소젖짜기 등 일체의 노동면제/남자어머니가 여자배꼽에 기름 칠하며 청혼/이혼은 합의로… 받았던 가축에 이자더해 변상 마사이족들은 적게는 칠팔가구,많게는 십오륙가구가 추장을 중심으로 모여 마을을 이룬다.마을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가운데 공터를 둔 완전한 원형 배열이다.모든 가옥의 출입구는 한결같이 공터쪽을 향했다.맹수들이 살고 있는 초원지대를 등진 형상이다.가옥구조는 공기 유통이나 햇볕을 불러들이기 위한 조처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벙어리장갑같은 것이었다.출입구에서부터 모닥불이 피워져있는 잠자리까지 들어가자면 ㄷ자나 ㄹ자 형태로 된 매우 협소한 통로를 따라들어가야 한다.통로는 한 사람이 몸을 움츠리고 옆으로 서서 들어가야 할 만큼 비좁고 어둡다.게다가 항상 피워둔 모닥불의 연기로 꽉 차있다. ○소똥·흙 섞어 벽 발라 마사이족들의 주거형태가 가운데의 공터를 중심으로 원형을 이룬데는 그들 나름대로의 지혜가 함축돼있다.낮에 초원에다 방목하였던 수백마리의 소떼들을 밤에는 공터 안에 몰아넣고맹수들의 침입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함이다.잠자리의 불씨를 일생동안 꺼지지 않게 보존하는 것과 주거지의 통로를 미로처럼 구성해 놓은 것도 역시 같은 이치를 가지고 있다.그들의 마을로 들어서면 누구든 스펀지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그것은 그 공터에 오랫동안 쌓아온 섬유질의 소똥 때문이다.그들이 소똥과 흙을 섞어 벽을 발라둔 것 역시 맹수들이나 독충들이 그 독한 냄새 때문에 주거지로 접근하기를 아예 단념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낮에 마사이족의 주거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남자들을 볼 수 없다.그 까닭은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할례를 받은 예비전사들을 비롯한 남자들은 일이 있든 없든 초원으로 나가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불문율에서 비롯되었다.우리 일행이 마사이마라를 방문했을 때도 마을에는 여자들과 아이들 뿐이었다.그들 손으로 만든 장식품들을 널어놓고 사기를 권하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여자였다.그러나 화려한 당카자락으로 몸을 감싼 두 처녀는 자기 집 문 앞에 서서 우리 일행을 구경하고 있다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한 처녀는 잽싸게 등을 돌려댔다.결혼을 앞둔 처녀들이란 얘기를 들었다. 유노토(EUNOTO)의 의식을 치른 전사들은 결혼할 자격을 얻는다.결혼하기 전에도 소녀들과는 잠자리를 함께 할 수 있다.그러나 자기보다 높은 연령집단에 속한 여자거나,자기보다 높은 연령집단에 속한 남자의 아내와 동침하는 것은 죄악시한다. ○딸에 재산상속 불허 마사이족 여성들은 동양식 정조를 강요받지 않는다.남편의 연령집단에 속한 친구가 동침을 요구하면 그 남편은 아내를 빌려줘야 한다.보편적 사고나 윤리관을 지닌 현대인들에게 선뜻 이해가 안가는 이 기이한 관습의 주도권은 여자가 갖는다.그래서 여자가 거부하면 동침은 이루어질 수 없다.결혼은 중매로써 이루어지는데,남자 쪽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매파와 함께 남자의 어머니가 처녀가 있는 집으로 간다.여러가지 패물과 소기름을 가져가는데 여자의 아버지가 바라보는 앞에서 목걸이와 귀걸이같은 패물을 처녀에게 채워주거나 여자의 배꼽에 쇠기름을 칠하면서 결혼을 원하는 신랑감이 누구인가를 넌지시 귀뜸해 준다. 이 자리에서 신랑감의 이름을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상대방이 누구인가를 알아챈 처녀는 마음에 들면 그대로 다소곳하게 앉아있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건네 준 패물을 벗어 던지거나 배꼽에 칠한 쇠기름을 지워버린다.이렇게 되면 혼사는 결렬된다.그러나 일단 결혼이 성사되면 남자는 여자의 아버지에게 상당한 수의 가축을 지불하고 신부를 데려갈 수 있다.신부가 혼수를 못해와 쫓겨가는 일은 절대 없다. 슬하에 딸만 둔 아버지는 자신의 재산을 물려줄 후손을 얻기 위해 딸을 시집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마사이들은 딸에게 재산(가축)을 물려주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 딸들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아버지가 분명하지 않은 남자아이를 낳아주어야 한다.마사이여인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가장 큰 부덕으로 생각하고 있다.따라서 여인들이 임신하면 유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초원으로 나가서 땔감을 모은다거나,소의 젖을 짠다든지 하는 일체의 노동에서 해방된다.임신하기 전에 하던 일들은 남편의다른 부인들이나 친정에서 임시로 일을 돌보러 온 여동생들이 맡는다.임신한 부인은 가능한한 단백질을 적게 먹고 칼슘을 많이 섭취하는데 그것은 튼튼한 뼈대를 가진 아기를 낳기 위해서이다. ○성격차 이혼사유 안돼 이들 마사이들에게는 이혼의 풍습도 없지 않다.그것을 키탈라(KITALA)라고 한다.이런 경우 대개는 결혼한 여자의 부정 때문이고 그러한 과실이 명백하게 드러나서 쌍방의 합의에서만 이루어진다.감정적인 문제는 이혼의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마사이는 부계사회이기 때문에 부부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아버지가 양육하게 되고 이때 여자의 친정에서는 시집보낼 때 받았던 가축에다가 이자에 해당하는 얼마간의 덤을 얹어 변상하는 관습도 있다. 숙소인 로지(LODGE)로 돌아가려 했을 땐 벌써 아프리카 대평원의 구릉지대에는 찬란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석양으로 물들기 시작했다.우리는 그 귀로에서 하이에나(HYAENA)를 만났다.그들의 집이기도 한 흙구덩이를 나와 석양무렵의 맑은 공기를 쐬고 있는 하이에나가족과 불과 2∼3m를 사이하고조우하게 되었다.하이에나가족은 그 어미와 두마리의 새끼였는데 어미가 새끼를 어루만지며 다독거리는 애정표현은 눈물겹도록 따뜻하였다.하이에나는 사자들이 먹다남은 시체나 썩은 고기를 찾아다니는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무리를 지어 자기 몸집보다 몇배나 더 큰 짐승을 사냥한다.이들이 얼룩말을 사냥해서 뜯어먹고 있는 광경이 이번의 사파리에서 목격되었던 적도 있었다.
  • 불교거점도시 쿠차(서역 문화기행:9)

    ◎시원1백여채는 흙담만 남아/3세기 서역정치의 중심… 7백년간 영화/쿠차강 벼랑에 석굴 여러개 산재… 베제크리크 천불동 흡사 카슈가르에서 쿠차까지 사막 7백50㎞.새벽부터 오밤중까지 장장 15시간을 덜커덩거려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천산남로가 천산산맥과 타클라마칸사막이란 장관들을 좌우에 놓고 그를 줄곧 볼 수 있는 데다 서역 역사의 중심을 이제사 찾아가는 길이어서 였다. 쿠차의 옛 이름으로 구자 굴지 고차등이 있지만 모두 쿠차라는 위구르말을 다르게 표기했을 뿐이다.서한때만해도 겨우 36국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는데 동한때 반초(반초·33∼103)가 서역을 확장하던 기원 91년엔 「서역도호부」를 두어 서역정치의 중심으로 부상,당나라때 「안서도호부」로 지속되었다. 쿠차는 기원3세기부터 11세기까지 서역에서 불교의 거점으로 가장 그 꽃을 피웠던 곳으로 스바시(소파십)에 두군데의 자오후리사원외에도 키질(극자이)석굴을 비롯하여 쿠무토라(고목토랍),키질가하등 세군데의 천불동이 있다.무엇보다 당나라의고승 현장이 인도에서 귀국할 때 여기서 두달을 머물면서 쿠차의 융성한 불교와 음악을 그의 「대당서역기」에 대서특필한 바 있었다. ○혜초,한달 걸려 통과 필자가 쿠차를 특별히 동경했던 연유는 따로 있었다.신라의 혜초가 인도로부터 장안으로 돌아갈 때,바로 카슈가르에서 쿠차로 뚫린 이 코스를 장장 한달이나 걸어서 당시 정치·군사의 중심지였던 쿠차를 그의 「왕오천축국전」에 기록하였고,고구려 출신의 명장인 고선지(?∼755)는 당 천보(742∼755)연간에 서역방위 총사령격인 「안서도호」를 지내며 천하를 호령했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서역의 악기,특히 쿠차를 대표하는 갈고는 꼭 우리나라의 장구를 닮았기에 똑같은 흥을 느꼈고,또 최근 필자는 돈황의 막고굴보다 한세기 앞서 착굴되었던 키질천불동의 벽화를 정리하여 일련번호를 엮었던(1946∼47)최초의 키질 전문가가 우리의 재중동포 한낙연(?∼1947)씨임을 발견했기에 그렇다. 쿠차의 가을은 상쾌했었다.길에는 온통 코스모스였고 호마와 노새가 끄는 마차가 한가로웠다.멀리 해발 2천m가넘을 법한 뻘건 암벽의 촐타크(확이달격)산,그리고 보다 멀리 만년설의 하얀 천산산맥이 둘렀건만 시가는 넓고 사람들도 훤칠했다. 옛날 「양서」의 「제이전」에 쿠차의 외성은 장안성에 견줄만하고 가옥은 장려하다고 기록되었다.그 외성을 찾으려 필자는 맨 처음 쿠차의 옛 성곽을 찾았다. 쿠차의 간선도로 서쪽에는 인민공원,그 건너편 7m 높이에 5m 폭의 토성,그 허무러진 폐허가 보였다.그 밑으로 작은 개울,개울옆으로 쿠차 고성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그 토성은 40m 간격으로 넓은 장벽을 세운 채 옛날의 궁궐을 휘감았는데 자그마치 7∼8㎞에 달한다고 했다.그 안에서 출토된 기와나 벽돌의 무늬와 크기는 장안 대명궁에서 발굴된 그것들과 비슷했다는 르포를 본 일이 있었다. ○40m간격으로 토성 이곳이 한때 쿠차국 국왕의 궁궐임은 물론 당나라때 「안서도호부」의 주둔지였으니 1천2백50년전 우리 고선지장군이 호령하던 곳에 필자가 서 있는 셈이었다. 「산 깊숙한 곳에,하나의 강을 사이에 두고 2개의 가람이 있었다.둘 모두 자오후리라 이름했지만 위치에 따라 동·서로 불렸다.…서문밖 좌우에는 높이 90여자의 불상이 서 있고,절은 백여채요 승려가 5천여명…사람들은 공덕을 다투어 쌓고,…불상의 장엄은 사람의 공력을 뛰어넘었네라.…」 위의 글은 현장의 「대당서역기」에서 자오후리사원에 관한 기록을 발췌한 것이다.비록 자오후리의 확실한 명칭과 위치를 밝힌 바 없지만 그 내용으로 보아 오늘의 스바시(소파십)에 있는 자오후리사원을 지칭함에는 의심할 바가 없다. 필자는 쿠차 고성에서 북쪽으로 23㎞ 지점에 있는 자오후리를 찾았다.쿠차 시가를 벗어나 일로 정북을 향하여 지프를 몰았다.쿠차강의 긴 다리를 건너자 촐타크산이 화염산처럼 우뚝 서 있었다.화염산의 머리가 타원형으로 다소곳한데 비해서 촐타크산은 들쭉날쭉한 적갈색 바위.위구르말로 「촐」이 「황량」을 뜻한다는 데 실상은 더 했다.더구나 촐타크의 아래로 뿌연 산등성이와 모랫벌,그 가운데로 쿠차강,강바닥의 하상조차 뿌옇게 말라 비틀어진 채 였으나 붉은 산등성이는 몹시 환상적이었다. 현장의 기록대로 「산깊숙한 곳」이요,「하나의 강을 사이에 두고 두개의 가람이 있었 지만」,높이 90여자의 불상은 물론 백여채의 사원 건물들은 모두 풍화중인 흙담들로 침묵만 흘렀다. 필자는 서쪽 언덕에 있는 자오후리사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산기슭을 오르다가 문득 건너 동쪽 사원의 최북단에 절반쯤 무너진 탑신을 보았다.그쪽으로 건너가기까지 족히 반시간은 걸렸다. 그 탑의 중턱에 올라 동서 양쪽의 자오후리사원을 굽어보는 감격은 무너질듯한 그것이었다.자오후리 사원의 강역이 7천㎦.그러니까 투루판에서 보았던 교하 고성이나 고창 고성보다 넓었다.교하나 고창이 다목적용 성곽이었음에 비추어 자오후리의 성곽은 오직 사원용이었으며 그 범위은 서역 최대의 것이었다. 비록 그 연대를 확정할 순 없지만 1978년5월에 출토된 위진·남북조와 당대의 철·동·도기와 벽화·전폐·간찰등으로 미루어 멀리는 위진시대요,늦게는 당말연대까지 적어도 7백년의 영화를 누렸던 불교 사원도시였음이 틀림 없다. 서역의 역사가 위대한 것은 인류가 황량하고 척박한 자연과 고투하는 데 있을 뿐 아니라 생명을 잃어버린 흙과 모래를 빚어 인류의 문화를 창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마침 석양이었다.그 사양속에 자오후리 사원 유적지는 자욱한 언덕들.동쪽 사원은 산의 비탈따라 전개되었고 서쪽 사원은 사원의 본당이나 강원·승방등이 밀집된 모양이다.그래도 높이 10m의 담들은 동서에 널려 있다.서쪽의 본당으로 보이는 입구쪽 토담은 봉화대에 상당할만큼 중후했고,그 둘레도 어림잡아 3백m는 넘을만했다. ○흙·모래로 문화창조 안내자가 필자를 서쪽 사원 북단으로 인도했다.거기서 놀란 것은 쿠차강을 굽어보는 벼랑에 여러개의 석굴이 뚫렸는데 그 위치나 구조가 투루판의 베제크리크천불등을 방불케한 때문이었다.다만 규모가 작을 뿐이었다.석굴에서 내려오는데 길 바닥에 방사선 모양의 파란 덩굴에 수박잎모양의 큼직한 잎새들이 싱싱하게 자라서 적어도 한평쯤의 땅을 휘덮고 있었다.들수박이라했다.서역의 사막만을 방황하는 나그네에겐 또 한가지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쿠차로 돌아오는 도중,필자는 「키질가하토탑」을 굳이 찾기로 했다.쿠차 북쪽 12㎞지점에 있는 이곳을 찾기위해 쿠차에서 자오후리사원 중간쯤 도로에서 서쪽으로 돌아 작은 구릉을 한참동안 달렸다.그 왼쪽엔 염수계곡으로 수만년전 지구의 조륙운동으로 말미암아 벽해가 상전된 지질 변화로 만들어 진 곳이다. 염수계곡위로 우뚝 솟은 15m의 토탑.사막에서 자라는 풀인 소소초같은 것을 배합한 판축법으로 세운 흙탑인데 적어도 2천년을 견딘 이 탑의 툭불거져나온 위치와 상단의 망루적인 구조로 보아 봉화대로 단정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키질가하토탑에서 동쪽을 조망하면 불과 2㎞ 전방에 송송 구멍이 뚫린 벌집처럼 또 하나의 천불동이 보였다.이름하여 「키질가하천불동」.거기도 46개나 되는 석굴이 모여 촌락을 이루었는데 대체로 당대에 개착된 것으로 키질천불동보다 늦은 연대라했다. 서쪽으로 40㎞ 지점엔 또 하나의 천불동이 있다.이름하여「쿠무토라천불동」으로 그 휘하에 72개의 석굴을 거느리고 있다한다.필자는 키질가하토탑아래 우두커니 서서 성큼 다가오는 황혼에 쫓겨 지프에올랐다.어디를 보아도 천불동,누가 버린 땅이라하랴! 『선생! 제가 어릴적만해도 쿠차의 왕자가 어디쯤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위구르족 기사의 말이었다.정녕 그들 나름의 왕국이 청말까지도 실재했을지 모른다.
  • 군 정치사찰 폭로/윤석양씨 출소

    【공주=이천열기자】 군의 정치사찰을 폭로한 윤석양씨(28)가 7일 상오3시 공주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윤씨는 보안사(현 국군기무사)사병으로 근무하던 지난 90년10월 보안사가 민간인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정치사찰을 양심선언을 통해 폭로,육군 고등군법법원에서 특수군무이탈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고 경기도 안양과 공주교도소에서 복역해 왔다.
  • 이정창씨 장편 「가면의 숲」 발표/왜곡된 사랑·정치권의 비리 대비

    신진작가 이정창씨(32)가 최근 발표한 장편 「가면의 숲」(아침간)은 진실한 사랑을 흑막에 가려진 정치권의 비리와 연결해 부각시킨 작품이다. 윤석양이병의 보안사 민간사찰 폭로와 수서사건등 정치권의 큼지막한 사건들이 전개되는 가운데 현실에 집착하지 않는 채훈이라는 인물이 겪게되는 사랑과 왜곡된 현실에의 저항을 빠른 문체로 그려나간다. 이기적인 현실 삶에서 약간 비껴져있는 작가인 주인공 채훈이 현실적인 여인 하명과의 사랑에 실패하고 순수한 사랑을 갈망하는 수명(하명의 동생)과 결합하는 해피엔딩으로,자매가 채훈을 놓고 벌이는 사랑방식이 대조적으로 펼쳐진다. 『아무리 정치권과 무관한 자연인일지라도 요즘처럼 전도된 가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선 쉽사리 흔들리게 마련이고 특히 정치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요』 참다운 사랑이 존중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맑아져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에서 작품을 쓰게 됐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제목 「가면의 숲」은 따라서 왜곡된 정치풍토와 외형적인 조건에 좌지우지되는 사랑이란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씨는 87년 광주사태의 후유증을 다룬 단편 「그리운 새벽」과 「겨울 섬」이 동서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한후 「불꽃바다」,「황사속으로 떠나가다」,「장군의 여자」등 장편 3편을 썼다. 현재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한인들의 삶을 그린 대하소설 「대륙」을 다음달말께 출간 예정으로 집필중이다.
  • 트레킹/「종합피서」로 각광/산­계곡­바다 걸으며 즐긴다

    ◎청옥·투타산/무릉계곡등 비경… “탈속 경지”/제부도 여행/해조·문어잡이… “섬여행 참맛” 모처럼의 휴가를 갖게되면 산으로 갈까,바다로 갈까 망설이게 된다.그러나 올여름 계곡과 산및 바다의 청량감과 호쾌함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이른바 「종합피서 트레킹」이 등장해 즐거운 고민을 해결할수 있다. 일체의 짐이나 장비 없이 마음 내키는대로 걸으며 쉬기도 하고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고 즐기는 「장거리 도보여행」 트레킹. 올여름 종합 피서여행지로 알맞은 3곳의 트레킹코스를 종합레저이벤트사인 코니언의 추천으로 알아본다. ■청옥·두타산∼망상해수욕장=청옥산과 두타산은 동해시의 서남쪽 14㎞지점에 있는 대표적명소로 꼽히고 있다.두개의 산이 연결돼 있어 「청옥 두타산」으로 불리기도 한다.두타산의 산행기점은 고려말의 거사 이승휴가 중국의 무릉도원과 같은 비경이라해서 무릉계로 이름지었다는 무릉계곡∼삼화사∼두타산성∼깔딱고개∼두타산코스가 일반적이다. 후삼국시대 궁예의 추종세력들이 새 세상을 그리워하며 몸을 숨겼다고 전해지는 청옥·두타일원의 비경과 조선시대 명필로 손꼽혔던 양사언의 글씨가 새겨진 무릉반석 주위의 펼쳐진 선경은 도시인들에게 탈속의 경지를 느끼게 해준다.또한 산행에 이어 14㎞쯤 뒤에 펼쳐지는 망상해수욕장에서의 해수욕은 산행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준다. 망상해수욕장은 폭 4백m,길이 10㎞의 백사장과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곳.2박3일코스로 짜면 산과 계곡 바다를 충분히 즐길수 있다. ■제부도=피서 지각생을 위해 추천할만한 곳이다.화성군에 위치해 서울에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수원 또는 안산에서 버스를 타고 남양을 거쳐 사강을 지나노라면 바다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제부도와 연결되는 송교리에 도착하면 전형적인 어촌풍경이 펼쳐진다.만조때는 바닷물 속에 잠겨있다가 하루 두차례 간조때면 약2㎞의 바다길이 열려 자동차를 타고 마음놓고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신비로움을 연출해내고 있다.간조때를 이용하여 제부도에 도착하면 민박이나 야영을 할수 있고 개펄에서 조개잡이나 문어잡이에서부터 갓 잡아올린 싱싱한 회를 먹을수 있어 섬여행의 진수를 맛볼수 있다.석양이 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낚시를 할수 있다. 해수욕장은 조개껍질이 섞인 2.5㎞의 깨끗한 모래밭과 미류나무 숲이 잘 가꿔져 있어 휴양지로 손색이 없다.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장수대에서 출발,대승폭포∼복숭아탕∼응봉폭포를 연결하는 코스는 91년부터 지난해까지 휴식년제가 적용되었던 구간으로 3년동안 세속의 발길이 끊어졌었기에 한층 더 위용과 자태가 신비롭다. 대승령에서 남교리의 북천으로 이어지는 8㎞ 남짓한 십이선녀탕 계곡은 폭포와 작은 연못등이 이어져 여름철 무더위를 피하기에 좋다.
  • 동학의 역사적 의의 재조명/동국극단 대형창극 「하늘에 핀 녹두꽃」

    ◎원로 고설봉·강계식·추석양씨 등 출연 국악의 가락을 통해 동학혁명의 역사적 의의를 조명하는 대형창극 한편이 선보인다. 극단 「동국극단」이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중앙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하늘에 핀 녹두꽃」(심회만 연출·조흥동 안무). 탐관오리와 지주들의 고질적인 봉건적 수탈에 맞서 봉기한 녹두장군 전봉준과 농민군의 활약상이 전라도 고부지방을 배경으로 펼쳐진다.「백성이 곧 하늘이요 하늘이 곧 백성」이라는 평등사상이 극의 전편에 흐른다.남장 관기 초화(유수정 분)를 비롯한 20여명의 기생들이 참여하는 집단전투 장면이 압권.전봉준 역은 명창 은희진씨가,고부군수 역은 정상철씨가 맡았으며 원로배우인 고설봉 강계식 추석양씨 등이 특별출연한다. 한편 동국대 출신으로 구성된 「동국극단」은 이번 공연의 수익금(제작 실경비 제외) 전액을 모교에 기부키로해 화제.평일 하오 7시30분·일요일 하오 4시30분 공연.
  • 한진중 노사대화합 선언/이기철 전국부기자(현장)

    ◎“우리는 공동체… 불신의벽 허물자” 『…우리 노사는 앞으로 무파업의 대결단을 내린다.또한 일방중재의 일방적 행사도 하지 않을 것을 동시에 선언한다』 7일 하오5시30분쯤 부산시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에서 건조중인 LNG선 갑판위. 노란 헬멧에 작업복차림의 송영수사장이 열하루째 선상농성을 벌이느라 덥수룩한 수염과 검게 그을린 노조원들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합선언을 읽어나갔다.순간 「선상농성」이란 기상천외의 배수진을 친 노조원 1천2백여명 사이에선 믿기지 않는 듯 정적이 감돌았다.그리고 한참만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시작됐다. 송사장은 이어 노조원들의 피로감을 의식,예정에 없던 8,9일 이틀간의 유급휴가를 주고 월요일인 11일부터 정상조업에 들어갈 것을 제의했다. 그러자 연일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속에서 농성을 벌여온 노조원 1천2백여명은 「와­」하는 우렁찬 함성과 함께 박수로 환영했다. 『한솥밥을 먹고 사는 노사가 해결 못할 문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 없이 회사가 있을 수 없고 사장인 나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노사대화합선언을 마친 송사장은 조길표노조위원장과 선언문에 나란히 서명했다. 동시에 앞줄에 서 있던 노조원 20여명이 갑자기 달려나와 조위원장에 이어 송사장을 포옹한 뒤 하늘높이 헹가래치며 기뻐했다.오랜만의 환한 웃음소리에 파업기간 쌓인 감정의 응어리와 불신의 벽이 허물어져내리는 순간이었다. 이같은 장면은 노동현장에서 파업을 추방하고 진정한 산업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노사의 협력방향까지 제시한 화합의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더욱 값져 보였다.공권력과의 극한대치상황에서 진행된 지방노동위원회의 타율교섭을 앞두고 노사가 스스로 파국을 피한 대역전 드라마이기도 하다. 어느덧 저물어가는 석양을 등지고 노조원들은 하나둘씩 돗자리며 버너등을 챙겨들고 높이 27m의 LNG선에서 바닥까지 이어진 지그재그식 철제사다리를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임금교섭및 단체협상이 「불신의 벽」을 허물고 화합과 신뢰회복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열흘남짓 「선상농성」을 지켜본 기자의 바람이었다.
  • 감사원/부실공사 근절 홍보책 펴내

    ◎청주 우암상가 붕괴등 제시… 심각성 일깨워 감사원이 천연색 홍보책자까지 만들어가며 올해 최고의 감사 중점사항인 부실공사 근절에 나섰다. 석양을 등지고 높게 치솟은 철조물위에서 망치를 두들기는 인부의 인상적인 장면이 눈길을 끄는 홍보책자에는 「새롭게 시작하는 건설」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부실공사 감사의 주무부서인 감사원 기술국이 중심이 돼 발간한 이 화보집은 가로 23㎝,세로 30㎝ 크기로 모두 32쪽으로 구성된 얄팍한 홍보책자지만 부실공사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사진설명과 함께 깔끔하게 담고 있다. 감사원은 모두 3천부를 찍어 건설부등 40개 국가기관을 비롯해 모두 1천9백60개 기관과 업체에 배포했다. 이 홍보책자는 지난 2월14일 96개 기관에서 1백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실공사방지 대책회의」의 주요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요약,도표와 함께 실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한 것이 특징이다.특히 청주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고,행주대교·팔당대교등 교각붕괴사고,구포역 열차전복사고등 부실공사 사례를 생생하게포착한 사진을 리비아 대수로건설,말레이시아 페낭교 건설등 우수 시공사례와 나란히 실어 따로 설명이 필요없도록 돼 있다.
  • 속초서 열린 「94예음 실내악 페스티벌」

    ◎설악비경·바다·연주 “3박자 축제”/지리적 특성 활용 관광자원화 노력 필요/8회에 걸쳐 개최… 지역문화발전 부추겨 서양음악 애호가가 많은 일본에서는 해마다 독일의 바이로이트페스티벌이나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페스티벌등 유럽의 유수한 음악축제가 열릴 때면 경제대국답게 대규모 관광단이 조직된다고 한다.그러나 우리의 경우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음악애호가가 그런 여행을 떠난다면 예외없이 극성스런 사람으로 비치기 십상이다.그러나 그 음악축제가 열리는 곳이 속초나 강릉이라면 어떨까. 지난 18일 강원도 속초 삼성콘도미니엄에서 개막된 「94 예음실내악페스티벌」은 음악애호가,특히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휴가일정을 맞추어 볼만 하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예음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 음악축제는 지난 86년 「예음설악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국내외 유수한 음악가들이 강사로 나서 마스터클래스를 여는등 학생들을 지도하고 숙소와 이웃도시의 음악당에서 연주회를 갖는 프로그램이다. 이 축제의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방저방에서 악기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참가학생은 1백20여명.3∼4명이 한방을 쓰게 돼있어 먼저 연습을 시작하는 사람이 방의 임자가 된다.다른 사람은 밖으로 나가 조용한 곳을 찾는 수 밖에 없다. 상오와 하오에는 강사별로 그룹레슨이나 마스터클래스가 숙소안의 이곳저곳에서 열린다.학생들은 하루종일 쉴틈이 별로 없다.학생들의 연주를 평가하고 강사의 의견을 제시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참관하는 것은 자녀에게 음악을 가르치려고 하는 휴양객에게는 뜻깊은 시간이 된다.물론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하오5시에 3면이 창으로 둘러싸여 설악의 비경과 동해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숙소9층 대청홀에서 열린 「석양음악회」는 이 행사를 이름그대로 음악축제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브람스의 피아노3중주곡을 하루에 한곡씩 정상급 음악가들이 연주했다는 내용은 둘째치고 분위기만으로도 한번쯤 참여해 봄직하다. 18·21일의 속초연주회와 19·20일의 강릉연주회는 본격적인 실내악연주회.서울에서도 접하기 힘든 수준높은 연주를 여행지에서 들을수 있다는 것은 행운인지도 모른다.그럼에도 이번 연주회에 휴양객이나 현지관객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이 축제는 사실 학생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이와함께 지금까지 8회를 거쳐오는 동안 지역 음악문화의 발전을 부추기고 음악이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그러나 이제부터는 그 「가능성」에 머무르는데서 벗어나 실제로 지역문화에 기여하고 관광자원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이 축제는 참여강사들과 판소리명인 안숙선·대금명인 이생강이 출연해 22일 하오2시부터 밤까지 속초문화회관에서 열릴 「실내악한마당」으로 막을 내린다.
  • 94예음실내악 축제/속초·강릉서/「슈베르트」주제로 18∼22일까지

    ◎석양음악회/브람스 피아노 3중주곡 매일 연주/속초연주회/베토벤곡등으로 꾸며질 본격실내악/강릉연주회/가곡 「겨울…」·하이든 현악4중주 선봬 94 예음실내악페스티벌」이 18일부터 22일까지 강원도 속초와 강릉 일원에서 열린다. 예음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부가 후원하는 이 페스티벌은 지난 86년부터 속초에서 열어오던 「예음설악페스티벌」의 범위를 강릉까지 넓혀 이름을 바꾼 것.그동안 연주회와 매스터클래스등을 통해 실내악에 대한 음악도들의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영동지방의 음악발전을 부추기는 효과를 거두어왔다.또 휴양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어 음악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해 왔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예음클럽과 독일의 페터슨현악4중주단을 비롯,재미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와 피아니스트 변화경,그리고 신수정·문용희·김금봉·김영호등이 나선다.또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와 첼리스트 박경옥,서울시향의 타악기주자 최경환과 클라리넷주자 김동진,성악가 김관동·석금숙부부등이 강사및 연주자로 참여한다.이밖에 대금주자인 이생강과 판소리명창 안숙선도 출연,색다른 무대를 펼친다.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는 「슈베르트」.숙소인 속초 삼성콘도미니엄에서 열리는 석양음악회와 속초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속초연주회,강릉문화예술관에서 열리는 강릉연주회를 통해 슈베르트의 실내악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석양 음악회」는 18일부터 20일까지 해질 무렵인 하오 5시부터 브람스의 피아노3중주 3곡을 매일 한곡씩 연주하는 프로그램.이에비해 18일부터 21일까지 하오7시30분에 속초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속초음악회」는 본격실내악연주회다.슈베르트의 8중주 바장조와 론도 가장조,피아노 3중주 내림마장조,베토벤의 현악4중주 1번과 모차르트 클라리넷5중주등이 연주된다. 올해 처음 마련된 「강릉 연주회」는 19·20일 하오7시30분에 강릉문화예술관에서 열린다.특히 19일은 슈베르트의 작품만으로 꾸며질 예정.김관동이 연가곡「겨울나그네」를 추려 부르는데 이어 피아노5중주곡 「송어」를 들려준다.페터슨콰르텟이 나서는 20일은 하이든의 현악4중주 라장조,모차르트의 현악4중주 바장조,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사장조가 연주된다. 마지막 날인 22일은 「실내악 한마당」으로 하오 2시부터 7시간동안 진행되는 일종의 마라톤콘서트.생상의 「동물의 사육제」가 연주될 「가족 음악회」를 필두로 「국악연주회」와 「한국가곡과 이중주 하이라이트」,「메인콘서트」가 마련되어 있다.문의는 736­3200.
  • 그늘진 곳 보듬는 정책혁신 절실하다(개혁 2차연도의 과제:1)

    ◎새내각,“보수회귀” 지적 따갑게 들어야/“UR시름” 농민 사회보장 확대 시급/전교조 조속해결… 인권문제 관심을/정부·기업의 사립대지원 방안 구체화됐으면… 문민정부가 출범한지 10개월에 걸쳐서 개혁을 표방한 여러가지 정책으로 국민들의 호응과 공감을 불러일으켰음은 여러면에서 입증되고 있다.특히 과거청산 작업으로서 군사정권하에서 저질러졌고 노출되지 않았던 많은 부정과 불법을 밝혀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한 사법적 개혁이 돋보이기도 했다.또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낸 실명제의 전격적 단행도 큰 변화이었다고 평하고 있다. 교육개혁에 있어서는 대학의 부정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교부(교육부)자체의 관료적 비리와 부정이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사립대학들의 부정입학의 비리가 폭로되면서 수많은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이 구속되는 등 부끄러운 일면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과거청산에 국민 호응 그래서 문민정부 10개월의 회고에서는 신한국창조와 건설을 위한 과거부정의 척결이 국민적 공감대를 확대해 나갔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특히 군부가 저지른 구조적 부정과 불법이 폭로되면서 과거청산이란 사회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본다.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행태도 과거 30년동안 보여준 날치기 국회상을 청산하고 대화를 통한 정치풍토로 들어섰다.불행하게도 정기국회 막바지에 날치기 행태의 부끄러운 단면을 노출시켰지만 여야합의로 신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은 국민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12월에 들어와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결과 국제적 개방의 확대에 따른 국내 쌀시장의 개방이 농민들에게 끼칠 타격과 관련,범국민적 저항을 몰고와 정부가 큰 곤경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김영삼대통령의 『쌀수입 않겠다』는 선거공약에 얽매여 정부나 언론이 쌀수입개방의 불가피성을 사전에 언급하지 못한 탓이라고도 할 수 있다.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이 심했고 농민들의 수익에 큰 타격을 가져오게 될 심각한 문제를 예측하는 여론에 의해 대통령 스스로 사과성명을 국민 앞에 내기에 이르렀다.그후 곧 개각을 단행하여 개혁 2차연도를 맞이하게 됐다. 필자는 정치·경제·사회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평가자가 아니기 때문에 개혁2차연도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상세하게 논하기에 부족한 사람이다.그러나 대학인으로서 식견은 경험으로,신학을 한 종교인으로서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으로 우리 정부와 우리 사회에 기대해야 할 과제들을 열거해 본다. ○특권버리는 한해도 우선 12월의 개각과 당직개편으로 볼때 개혁에 따른 진보와 발전을 제1기 때보다는 덜 기대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정치권의 내부 역학관계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개혁으로 보다는 보수와 수구로 돌아가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일부여론의 평가를 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실감한다.이런 우려를 전제하고서 필자는 이제부터 기대해야 하고 기대에 호응해야 할 개혁 제2차연도의 과제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철째로 저소득층이 안고 있는 불안과 위기의식을 불식시켜 안정성을 회복하도록 해야한다.여기에는 농민들의 절망감을 희망으로 돌릴 수 있는 정부차원의 정책개혁이 절대 과제로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쌀개방에 따라 농민들이 절망적 상황에서 호소하고 부르짖는 절규에 국민 모두가 함께 귀를 기울이고 공감을 하여 그들의 소리에 응답할 수 있는 사회적 대책과 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정책적 실천과 함께 도시민의 운동으로서 농촌부흥을 위한 실천적 방안이 동반되어야 하겠다. 부익부·빈익빈의 격차가 이번 UR개방으로 더 심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가진자들의 수구적 특권유지성향이 더 심화되고 확대되어 나가게 될 것이 자명하다.그러기에 없는 사람,덜 가진 사람들의 생활향상과 그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더 확대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에는 물론 노동자와 광산의 광부들이 있다.특히 전국민의 연료가 석탄에서 기름으로 바뀌어져 가는 과정에서 석탄생산이 줄어듦에 따라 광부들의 실직사태가 일어나고 있다.태백·사북의 실정이 그런 것을 반영하고 있다.실업자가 되는 광부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긴급대책 마련도 바람직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태백에 집회가 있어 갔을때 이런 질문을 받았었다.『형제넷중에서 하나가 시들 시들해가며 쓰러지게 될 때 다른 세형제들이 어떻게 하면 좋으냐』하는 쉬운 질문이었다.나머지 형제들이 그 약해진 하나를 다시 일어나도록 도와주면 되지 않으냐 하고 대답을 쉽게 했었다.나는 그 순간에 그 동안 해방후 40여년동안 석탄·연탄으로 전국민의 생활을 이끌어 왔는데,이제 기름으로 대치되어 가니 탄광의 광부들이 실직을 하게 되고 가족이 깨어지고 생활을 할수 없게 되는 비극들이 속출하는 실정을 알아볼수 있게 되었다. 제2차연도의 긴급한 과제로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를 바란다.절실한 과제라 하겠다. ○일을 타산지석 삼자 국제화시대에 살면서 온 지구촌의 과제들이 수없이 많아진다.특히 개방정책에 따라 외국의 상품과 기술과 제품들이 물밀듯 들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기술보다 앞선 외국제품과 기계들을 수입하여 피차의 기술향상에 이바지해야 하겠지만,외국산 상품과 기술에만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인 제품및 상품과 기술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국내 우수 두뇌를 키워주고 격려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우리 국민 모두가 외래품 애호에서 벗어나 국산생활품을 받아들이고 개발하여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주체성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소비성 현대화에서 벗어나 생산적이고 저축적인 현대화로의 생활 방법을 개발하도록 해야 하겠다.과도한 소비성과 낭비로 현대화를 하려는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절약하고 절제를 해야 한다.일본인들의 평범한 삶에서 배울수 있는 점은 과소비를 안하고 절약하여 저축을 하는 생활을 어릴적부터 강도높게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도덕성 평가잣대 판단 개혁을 위한 2차연도의 과제로 또하나 심각한 문제가 역시 인권문제일 것이다.신정부의 신정치시대에 이른바 양심수라고 하는 구속자들을 많이 풀어 준 면을 인정하지만,아직도 억울하게 구속돼 있는 윤석양군과 강기훈군등 많은 양심수들의 석방을 단행하는 일이 현정권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또하나의 기준이 될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특히 이 두 젊은이들은 「6공」통치하에서 일어난 잘못된 권위주의적 판결로 옥중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윤석양군은 군계통정보기관인 보안사가 민간사찰을 한 비밀자료들을 사병으로서 용기를 내어 비밀리에 NCC인권위원회에 가지고 와서 폭로했다.그 결과 보안사령관이 물러나고 보안사란 이름이 기무사로 바꾸어지는 소동이 일어났었다.군계통정보기관이 엄밀하게 민간사찰을 한 사실을 윤군이 양심선언으로 폭로하고 피해 있다가 구속되어 군무이탈죄로 2년언도(92·9·24)를 받아 수감돼 있는 것이다.양심선언한 사람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군정보계통의 잘못을 시정케 하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윤군의 양심을 묶어 둘 수가 없는 것이다. 제2차연도에 들어서면서 윤군의 석방이 단행되기를 간곡히 바란다. 또 「6공」말기에 강기훈군이 김기설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때려 구속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6공」정권이 저지른 가장 비도덕적인 인권침해사건으로 여겨진다.재판은 강군의 대필로 사건을 몰고 갔었다.필자는 NCC인권위원으로서 대필사건 조사단원이 되어 강군을 만나 보았었는데 그로부터 그런 대필을 하지 않았다는 학언을 들었었다.문민정부가 들어선지 10개월이 넘었는데도 이런 양심수들을 석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감사원에서 왜 이 사건을 재조사하지 않았는가를 이해할 수가 없다. 현 문민정부의 도덕성 천명을 위해서도 이회창총리가 이 사건의 재조사를 명하여 사건일체를 밝히고 강군을 석방해 주기를 기대해본다. ○공·사립 차별 없게 교육개혁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전교조일로 해직된 교사들이 다 복직되기를 바란다.대학교육면에서 국공립대학의 시설과 교육환경이 해마다 좋아져 가고 있는데 사립대학들은 그렇지 못하다. 현정부는 사립대학 전체가 목표하는 알찬 교육을 위해서 과감하게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여 나가기를 바란다.교육에 국공립,사립의 차이가 어디 있겠는가.정부와 기업체들이 함께 교육의 질적향상과 인재양성을 위해서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는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 「제2회 헌안 신청자·가족모임」 성황

    ◎“안구 기증통해 참사랑 실천” 다짐/현재 5천4백명 동참… 수요엔 크게 미흡/지도층인사 솔선수범·법적 뒷받침 절실 『언젠가 내 생명이 다하는 그 날,내 눈은 석양녘 노을과 천진난만한 어린이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주십시오』암흑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실명인들에게 사후 안구 기증을 약속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육신의 나눔을 통한 참사랑 실천」을 거듭 확인했다. 강남성모병원 안은행(주임교수 김재호)주최로 6일 가톨릭의대 마리아홀에서 열린 「제2회 헌안 신청자및 가족모임」에는 안구기증 신청자 3백여명을 비롯,가족·일반인 6백여명이 참석해 헌안과 안구이식에 관한 궁금증과 각막이식 환자들의 체험담을 듣고 메마른 이땅에 생명박애 정신이 널리 꽃피어지는데 앞장서기로 다짐했다. 우리나라에서 헌안운동은 지난 89년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한마음 한몸 운동」이 전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지금까지 5천4백여명이 사후 안구기증을 약속했고 실제로 사망뒤 두눈을 기증한 사람도 6백여명에 이른다.하지만 각막이식 수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직도 안구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현재 13만명의 국내 실명자 가운데 각막이식수술을 받아야 시력을 회복할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10%선인 1만3천여명.한쪽 시력만 잃은 사람까지 합하면 3만명 가량이 각막이식수술을 받아야 한다.이에비해 지난해의 국내 각막이식수술건수는 강남성모병원의 1백35건을 포함해 모두 3백여건에 불과하다.미국에선 40년대초 안은행이 설립된 이래 현재 1백50곳이 활동중이며 연간 4만명이 각막이식수술로 광명을 되찾고 있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김재호교수는 국내 헌안실적이 부진한데 대해 『뿌리 깊은 유교적 인습과 사회 지도급인사의 참여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사체훼손은 불경」이라는 관념 때문에 아직도 대다수 국민이 장기제공에 회의적이어서 사후 안구기증을 약속한 5천4백여명의 대부분은 특정 종교의 지도자및 신도에 국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그는 또 프레마다사 스리랑카 전대통령이 사후 모든 장기의 기증을 약속한 뒤 스리랑카에 국제 안은행이 들어설 만큼 헌안운동이 활발해졌음을 상기시키고 헌안운동에 지도층인사의 솔선수범과 함께 안구적출이 가능토록 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안구기증을 희망하는 경우 본인및 가족이 강남성모병원 안은행(590­1745)이나 한마음 한몸운동본부(771­7600)로 연락하면 된다.
  • 불타는 단풍에 오욕을 태우고서(박갑천칼럼)

    꽃소식은 북상하는데 비해 단풍소식은 남하한다.그게 봄과 가을의 차이인가.지난여름의 저온현상으로 해서 여느해보다 일찍 시작된 단풍의 남행길이다.전국의 산과 들이 붉누런 때때옷을 걸쳐나간다. 『단풍은 연홍이요 황국은 순금이라/신도주 맛시 들고 금은어회 더 죠□라/아희야 거문고 □여라 자작자가 □리라』.요맘때의 정경을 읊은 노가재 김수장의 시조이다.자연에 묻혀 거기 동화하는 삶을 즐기는 가인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자작자가」아닌「대작대가」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기도 하다. 가을의 단풍은 증자의 말(논어:태백편)을 떠올려보게 한다.그가 오랜병으로 누워있을 때 노나라의 세도가인 맹경자가 찾아오자 그에게 했던 말이다.『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착한말을 한다』(인지장사이 기언야선)고 한 그때의 말은 오늘에도 사람들 입입에 오르내린다. 그렇다.이윽고 땅위에질 이파리들이「착한말」과도 같이 들려주는「원색의 향연」이 단풍 아닌가.죽으려면서 펼쳐보이는 저녁노을의 화려함이다.얼마 남지않은 삶을 곱게 수놓는 자연에의귀의이다.그러기에 아름답다.고개 숙어진다.그 울긋불긋한 색상은 저 초나라의 지효노래자의 오색반란의를 연상해보게도 한다.나이 일흔에 어버이 기쁘게 해드릴양으로 입고서 어린애 재롱을 부렸다던 그옷 말이다.인생의 황혼이 때때옷 입고 어버이 기쁘게 했음은 자연의 황혼이 때때옷 입고 사람들 마음에 기쁨을 심는 것과 같다.인생위에 엮어지는 제상이 실상 그렇게 우습고 허무한 것 아니던가. 고려조의 문신 문진공 이장용의시「단풍」(홍수)에서도 그걸 느낀다.­『한이파리 바스락지는 밤소리(야성)에 깜짝놀라/천산의 숲들 문득 서리내린 갠아침에 상기됐네/가엾어라 푸른산기운 비춰 깨뜨림이여/알지못했네 흰머리카락 재촉할줄을/거친뜰 바라보는 가을회포는 씁쓸한데/먼산에 부딪쳐 타는 눈부신 석양이여/기억도 새로워라 지난해 바로오늘/그병풍 그림속을 거닐던 연연(외몽골에 있는 산이름)길이』(원문생략:손종섭역).나라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을 산「해동현인」의 착잡했던 심경이 단풍과 인생에 엇짜여 드러난다. 오늘내일 단풍구경 떠나는 이들이적지않을 것이다.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을 아름답게 감상할줄도 알아야겠다.마음속 오욕일랑 불타는 단풍에 태우고서 돌아올 일이다.
  • 중국,홍콩기자 체포/등 장남 인터뷰후… 간첩혐의

    【홍콩 연합】 중국의 국가안전국은 홍콩의 중립계 권위지 명보의 중국판 기자 석양을 간첩혐의로 27일 북경에서 전격 체포,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석양기자는 지난 24일 북경에서 최고 지도자 등소평의 장남 등복방을 인터뷰한후 3일만에 체포됐다. 한편 이같은 기자 체포는 오는 97년의 홍콩 주권반환을 앞두고 중국이 홍콩의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취한 조치로도 해석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윤석양씨 2년형 확정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주한대법관)는 8일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군무이탈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양피고인(27)에 대한 상고심에서 윤피고인의 상고를 기각,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대전엑스포 영화제 상영작 30편 선정

    ◎17국의 과학·전통문화예술 등 소개 세계박람회 조직위와 영화진흥공사는 최근 엑스포영화제에서 상영할 세계 17개국의 극영화와 비극영화 30작품을 선정했다. 극영화는 온가족이 함께 볼수 있는 작품이나 생활과학영화,비극영화는 엑스포에 맞는 과학영화,또는 각국의 전통문화예술을 소개하는 영화및 애니메이션이다. 이가운데 극영화는 독일의 「불운의 탱고」,러시아의 「사랑」,벨기에의 「그리운 당신」,불가리아의 「천국을 향한 총알」,스웨덴의 「천사의 집」,알제리의 「새로운 빛」,일본의 「먼 석양」,중국의 「후궁들」,캐나다의 「낯선 사람들과 함께」,프랑스의 「어느 시골길」,핀란드의 「인생의 영욕」,헝가리의 「별자리의 싸움」등이다.우리나라 영화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서편제」,「화엄경」이 선정됐다. 다큐멘터리는 모로코의 「21세기를 향한 모로코」,스위스의 「스위스의 참모습」,스리랑카의 「호르탄 평원」과 「치트라세나」,오스트리아의 「세계속의 오스트리아」와 「유럽의 심장 오스트리아」,중국의 「스스로 일어서자」,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프랑스의 「제네바」와 「문어의 생식」,호주의 「숲과 바다가 만날때」,우리나라의 「도편수」「한국의 시제」등이다.애니메이션은 중국의 「개점」,캐나다의 「폭포」등이다. 이들 영화는 9월5일부터 19일까지 보름동안 대전 세계박람회 전시장내 엑스포극장에서 무료상영된다.
  • 윤석양피고 2년선고

    【대전=이천렬기자】 육군 고등군사법원(재판장 김태계중령)은 9일 전보안사의 민간인 정치사찰을 폭로한 윤석양피고인(26·육군 3사단 22연대)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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