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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은 사드 본질을 ‘중국 감시’로 봐…對韓 보복 등 극단적 일은 없을 것”

    “中은 사드 본질을 ‘중국 감시’로 봐…對韓 보복 등 극단적 일은 없을 것”

    한·미가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해 한·중 관계에 격변이 예상된다. 서울신문은 지난 10일 중국의 외교 국방 및 동북아 전문가인 쑤하오(蘇浩) 외교학원 교수를 만나 사드 배치 이후의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물었다. 쑤 교수는 중국의 대표적인 외교 전략가로 외교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문가이기에 그를 통해 향후 중국 정부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이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뿌리칠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배치 결정을 최대한 연기할 수는 있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연말까지만 연기했더라도 중국과 한국은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었고, 미국과 한국의 정치 일정상 국면 전환을 꾀할 수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가 한·중 관계의 발전이었는데, 한순간에 허물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중국은 사드의 본질을 ‘중국 감시’로 본다. 중국과 한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이다. 그런데 ‘동반자’인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무기 시스템을 들여다 놓기로 했다. 중국은 당연히 이 관계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친구이자 형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현재로선 객관적 사실이자 중국 인민의 착잡한 심정이다. 오는 9월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이 매우 불편하게 만나는 등 외교적 교류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중국은 전략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드에 대항하는 군사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이다. 경제도, 무역도, 관광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일부 관영매체는 공공연하게 한국에 대한 제재나 보복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실제로 실현될 것인가. -보복이나 제재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 인사들의 입국 제한, 무역거래 중단 등의 극단적인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다양한 방면에서의 교류와 협력에서 차질은 불가피하다. →사드 배치를 기점으로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등 북한을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북 제재와 사드 배치는 별개다. 사드 배치로 큰 장애물이 생겼지만, 이것은 중국과 한국 간의 일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그 자체로 중국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 한국 사드 배치로 중·북 관계가 더 가까워질 필요는 없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 바뀌지 않는 중국의 원칙이자 목표이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한국의 설명을 왜 믿지 못하나. -한국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미국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사드는 한국의 무기가 아니라 미국의 무기이다. 레이더 범위를 북한으로 좁히거나 중국으로 넓히는 조작도 모두 미국의 손에 달렸다. →중국은 미국의 의도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중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반대했나? 아니다. 주한미군은 북한을 겨냥한 군대이지 중국을 겨냥한 군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 구축의 일환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태평양 군사체계의 ‘화룡점정’이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전략상의 적으로 간주한 지 오래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에 밀착하는 것을 당연히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미는 왜 사드 배치를 빨리 발표했다고 생각하나. -미국 입장에서는 남중국해 중재재판소 판결에 임박해 배치를 발표함으로써 중국의 외교적 대응력을 분산시키려 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내부 논쟁을 서둘러 종결지을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해를 넘기면 대선 국면이 본격화돼 결정 자체가 힘들어지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미의 강경 대응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보나. -북한을 굴복시키거나 붕괴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못지않게 정교한 방식으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 가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꾸려 북한 사회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북한이 항복할 것이라는 판단은 오히려 북한을 더 결속시킬 뿐이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 핵 시설 선제 타격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북한의 핵 시설은 한국과 중국에는 직접적인 위협이지만, 미국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좋은 구실을 하고 있다. 다만, 북한 내부가 붕괴한다면 미국은 군사 개입에 나설 것이다. 이 경우 중국도 개입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에서 군대가 맞닥뜨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와 대화를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 무게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제재와 대화 모두 한반도 비핵화의 수단이다.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정한다면 제재 이행이 우선이다. 다만, 북한 붕괴를 위한 제재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화를 준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는 방법은 어떤가. -다양한 통로로 양국이 소통하는 것과 시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만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북한이 지금처럼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따라서 김정은 방중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별로 없다. 그가 방중한다고 반길 사람이 없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쑤하오 교수는 1958년생. 베이징사범대에서 역사학과 국제관계사로 석사를, 외교학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은 뒤 30년째 외교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외교부 산하 싱크탱크인 외교학원은 1955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세운 대학으로 ‘외교관 양성의 요람’이다. 2011년부터 이 학교의 ‘전략 및 평화연구센터 주임’을 맡고 있는 쑤 교수는 중국 외교 전략가 중 대표적인 ‘지한파’이다.
  • 경북대 학생들, 총장 공석사태 국가배상 청구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총장 장기 공백 사태와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북대는 학생 3011명이 대구지방법원에 총장 공백사태와 관련,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만원씩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했다고 12일 밝혔다. 학생들은 소장에서 “총장 부재 사태가 오랜 기간 지속하면서 경북대 재학생 및 구성원은 재정상 손해, 취업에서 불이익, 총장 후보자 선거권 침해, 교내 분열과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행복추구권 침해 등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장관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발생한 손해를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경북대는 2014년 8월 함인석 전 총장 임기가 끝난 뒤 22개월째 총장 공석 상태다. 2014년 10월 간선으로 뽑은 김사열 교수 등을 총장 임용 후보자로 교육부에 추천했지만, 교육부가 재선정을 요구해 총장 공백으로 이어졌다. 1순위 후보자인 김 교수는 이듬해 총장 임용 제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불복해 총장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경북대 총학생회는 지난 5월 “헌법이 보장한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더는 관망하지 않겠다”며 학생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인단을 모집했다. 소송 비용은 소송인단에 참여한 학생들이 1000원씩 내 마련했다. 이번 소송은 경북대 출신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열린사이버대학교의 현장감 넘치는 풍수지리 수업, 졸업 후 풍수지리지도사 자격증까지?

    열린사이버대학교의 현장감 넘치는 풍수지리 수업, 졸업 후 풍수지리지도사 자격증까지?

    ‘풍수지리’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친숙한 학문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활용이 가능한 생활풍수는 남녀노소 흥미로워 하는 요소로 노후대비를 위한 블루오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열린사이버대학교는 노후대비로 수요가 많은 풍수지리 분야를 특성화한 부자학과(부동산금융자산학과)를 운영 중이다. ‘생활과 풍수지리’, ‘부동산풍수지리’ 과목을 개설했으며 향후 일상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풍수’ 분야도 특성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에는 중년들의 관심사로 꼽히는 풍수지리 관련 특강과 현장수업을 개최했다. 2시간의 풍수지리 특강 후 실무능력 배양을 위해 학교 인근 북촌마을 명당을 찾아 현장수업으로 진행됐다. 풍수이론과 더불어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현장감 넘치는 학습으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열린사이버대학교 부자학과는 어려운 부동산 이론보다는 생활밀착형 실무교육이라는 콘셉트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 모두 졸업과 동시에 ‘풍수지리지도사’와 ‘상가분석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과과정이 마련됐다. ‘풍수지리지도사’ 자격증은 1급, 2급, 3급으로 구분된다. 가장 난이도가 낮은 3급의 경우 풍수학 개론, 풍수고전, 인간성공경영론 3과목 객관식으로 출제되며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 득점 시 합격이다. 한편 열린사이버대학교 부자학과는 오는 21일까지 2016학년도 제2학기 신입 및 편입생 모집하며 자세한 문의는 해당 학과 전화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유턴족도 교과 성적보다 경력·소질로 매력발산을

    유턴족도 교과 성적보다 경력·소질로 매력발산을

    고려대 스포츠의학과 석사를 졸업한 박민혁(30)씨는 올해 대구보건대학 물리치료과에 입학했다. 건강관리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론은 습득하고 싶어서다. 영어학원 강사로 근무하던 문성진(41)씨는 몸이 불편한 이들을 치료하고 싶어 전문대학을 택한 사례다. 올해 경북전문대학 작업치료과에 입학한 문씨는 졸업 때까지 작업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스무 살이나 어린 신입생들과 함께 공부한다. 오성식(62)씨는 공주시청에서 정보통신실장 등을 역임한 서기관 출신으로, 올해 한국영상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요양보호센터를 운영하려는 그는 “100세까지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불황의 시대지만 전문대학 일부 학과는 인기가 뜨겁다. 앞서 만난 이들처럼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이른바 ‘유턴 입학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오디션 프로그램 인기로 실용음악과는 몇 년째 상한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학과나 진학할 수는 없는 일. 전문대학 수시모집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전문대학 EXPO’가 열린다. ●오디션 열풍에 실용음악과 경쟁률 20대1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는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가 전문대학의 문을 두드린 이들이 지난해 전국 126개 대학에 6122명이었고, 이 가운데 올해 1391명이 입학했다고 11일 밝혔다. 전년 대비 지원자가 633명(12%) 늘었고, 등록자는 12명(1%) 증가했다. 가장 인기 있는 전공분야는 취업률이 높은 간호와 보건이었다. 간호분야에선 536명(39%), 보건분야에선 184명(13%)이 4년제 대학 출신이었다. 연기전공이 포함된 응용예술분야가 93명(7%), 경영경제분야 72명(5%), 기계 71명(5%) 순으로 많았다. 지난해 입시에서 전국 137개 전문대학은 모두 17만 7625명(정원 내 기준)을 선발했다. 평균 경쟁률은 8.4대1, 등록률은 98.1%로 나타났다. 가장 인기 있는 전공은 실용음악과로, 평균 지원율이 21.3대1이나 됐다.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끄는 각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으로 풀이된다. 이어 연기·연극, 뮤지컬, 모델, 영화예술과, 방송연예과 등 응용예술분야는 평균 경쟁률 14.3대1로 뒤를 이었다. ●올 137개 전문대… 자체 특별전형 55% 전국 137개 전문대는 모두 21만 4857명을 선발한다. 학생수 감소로 전년도보다 2.0%(4323명) 줄어든 숫자다. 4년제 대학과 마찬가지로 수시모집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7학년도 수시모집 인원은 18만 869명(84.2%)으로 지난해보다 1.0% 포인트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 인원은 3만 3988명(15.8%)에 불과하다. 전문대 수시모집 중에는 대학이 특별한 경력, 소질 등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을 적용해 선발하는 ‘자체 특별전형’이 9만 9884명(55.2%)으로 가장 많다. 또 ‘비교과 입학전형’ 인원이 지난해 21개교 1845명이었지만, 올해는 38개교 5464명으로 거의 3배가 됐다. 비교과 입학전형은 산업체 인사가 학생 평가 과정에 참여하는 취업 연계 ‘맞춤형 전형’이다. 학업 성적을 반영하지 않아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됐더라도 도전에 부담이 없다. 입학 전형요소별로는 ‘학생부 위주’가 71.7%로 가장 많고 ‘면접 위주’와 ‘수능 위주’는 각각 8.8%, 8.2%에 불과하다. 수시모집은 ‘학생부 위주’가 81.6%, 정시는 ‘수능 위주’가 51.9%다. 수능 필수인 한국사는 19개교에서 가산점 부여 등으로 활용된다. ●직업·진로정보… 14일부터 전문대 EXPO 전문대교협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전문대 수시전형에 맞춰 ‘2016 대한민국 전문대학 EXPO’를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1~4)홀에서 연다. 올해 4회째인 이번 행사는 100여개 직업체험관을 함께 운영해 초·중·고교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보고 미래 직업을 간접경험해 볼 수 있다. 직업체험관, 전문대학 홍보관, 전문대학 학교기업관, 진로·진학상담관 등으로 나눠 운영한다. 직업체험관은 엑스포 행사 때마다 입장객들의 호응이 가장 높은 곳이다. 뷰티·의료·문화예술·식품·공학기술·관광·레저 등 총 7개 계열 94개 콘텐츠를 갖췄다. 예컨대 경북전문대 철도기관사 운전 체험관은 실제 기관사들이 자격증을 딸 때 사용하는 철도운전 시뮬레이터가 행사장에 마련된다. 경북전문대는 부사관학군단의 영상모의사격 체험관도 이번 행사에서 처음 소개한다. 현재 부사관학군단은 경북전문대를 포함해 대전과기대, 전남과학대, 영진전문대(공군), 경기과기대(해군), 여주대(해병) 등 6개 대학이 운영 중이다. 한국관광대 항공서비스과의 ‘객실승무원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체험자의 얼굴형에 따라 어울리는 올림머리와 메이크업 시연과 메이크업 후 유니폼을 착용하고 기내 식음료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농·축산 특성화 대학인 연암대는 조경사와 애견훈련사 직업체험관을 운영한다. 이 밖에 로봇조종 가상현실 체험을 비롯해 방송 콘텐츠 제작, 플로리스트, 물리치료, 간호사, 보석공예, 바리스타 등도 이번 엑스포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번 엑스포는 서울 코엑스를 시작으로 9월에는 9~10일은 광주, 22~23일에는 부산에서도 열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현대모비스 대표에 임영득씨

    현대모비스 대표에 임영득씨

    현대모비스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임영득(60) 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정몽구 회장의 단독대표이사 체제에서 정몽구·임영득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영남대 기계공학과와 울산대 산업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현대차 해외공장지원실장(부사장), 현대파워텍 대표이사(부사장), 현대차 베이징현대 이사 등을 지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네 눈 속의 들보부터 빼라

    [김일수 樂山樂水] 네 눈 속의 들보부터 빼라

    신약성경 산상수훈에 나오는 말씀이다. 자기를 살피지 못하면서 비판을 일삼는 사람에게 주는 경구다. 매일 새벽을 깨우고 일어나 한 시간 남짓 기도하다 보면 나라와 정치인들을 위한 기도를 거를 수 없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근자에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의원들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말씀이다. 요즘 갑질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어느 국회의원은 종전에 딸을 인턴, 동생을 5급 비서관, 오빠를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채용했는가 하면, 국감 당일 피감기관 인사들과 가진 저녁 회식 자리에 남편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매우 인간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문제는 그분이 의정활동 중 비판의 날을 세운 저격수 노릇을 곧잘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석사 학위 논문을 표절을 섞어 마무리해 놓고도, 어느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학위 논문 표절 문제를 엄중히 추궁했다. 이런 분이 어찌 도덕성을 앞세운 공당의 후보 공천을 받아 재선이 될 수 있었는지 그 내막을 알 길은 없다. 어쨌든 지난 4월 선거운동 기간 중 서민을 위해 이런 일을 많이 한 분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카톡을 통해 널리 뿌려진 것은 사실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으니, 솔직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날카로운 비판의 눈으로 국정의 한 낱 티까지라도 들춰내어 바로잡도록 해야 할 텐데, 공사 구분을 못 하는 분이라는 굴레를 쓰고서 어떻게 양심상 의정활동을 의연히 이어 갈 수 있을까. 공동선을 지향하는 사회 정의와 보통 사람들의 정의감이 그런 광경을 보고 싶어 할까. 이 파동으로 여야 간 친인척 보좌진을 채용했다가 되물린 경우가 벌써 20건이 넘는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런 일이 한 개인의 부도덕성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과도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 취업의 좁은 문을 목마르게 두드리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친인척의 취업 부탁을 거절할 만큼 매정한 국회의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역구와 각종 인연으로 올라오는 숱한 민원은 선출직 공무원에게는 단칼에 끊어 버리기 힘든 굴레일 것이다. 그것이 공직자들의 청렴성과 사회의 투명성을 가로막는 인습이요, 관행이란 이름으로 곧잘 불리는 문화 현상일 수 있다. 정실주의, 연고주의의 틀을 개인이 깨고 나가기는 그만큼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 공정하고 정의로운 선진 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불투명한 관행과 자의적인 부패의식의 틀을 반드시 깨고 나가야 한다. 진부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개혁은 남을 겨냥하기 전에 20대 국회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여의도 정치 1번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늘 있어 왔고 또한 늘 용두사미로 끝난 일이었지만, 한 번 더 새롭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공인 의식을 담보하는 새로운 제도들을 입법 형식으로 만들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급한 국회라는 국민의 싸늘한 눈총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최근 발의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및 갑질 금지 법률안’이나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의장 직속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 설치 등을 만에 하나 소나기 피하기식의 면피용으로 생각한다면 또다시 국민과 역사 앞에 죄짓는 일이자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자기 눈 속에 있는 비윤리적인 들보를 빼는 일과 같다. 먼저 이 들보를 빼낸 후에야 국정 전반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밝히 보고 뺄 수 있다. 국민은 이 일을 잘하라고 선량들을 뽑아 국회로 보낸 것이다. 부도덕하거나 불법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서 국민의 대표로서 국익을 위해 치열하게, 열정을 가지고 헌신하기는 어렵다. 다시 때가 이르렀다. 들보 제거 작업에 진정 작심하고 나설 참이면 오랜 국민적 염원 사항인 ‘국민소환제’ 입법에도 착수하고, 국회윤리특위도 한 단계 격상시켜 실질적으로 감시감독 기능이 가동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20대 국회가 일신을 다짐해 국민의 기대를 새롭게 북돋을 수 있느냐, 아니면 무익한 국회라는 실망감만 안겨 줄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원 초기 국회의 일하기에 달렸다. 국회뿐 아니라 공공 영역 전반에 이런 반성과 개선이 있길 바란다. 고려대 명예교수
  • 6급 이상 여성 간부 10배 증가

    대졸 이상 학력도 2배 늘어나 지방자치 부활 20년 사이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여성 공무원이 5만 4472명에서 9만 9865명으로 8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는 26일 지방공무원 주요 인사 통계를 발표했다. 1995년과 20년 뒤인 2015년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행자부에 따르면 지방공무원 현원은 1995년 27만 7387명에서 지난해 29만 6273명으로 6.8% 증가했다. 전체 지방공무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 19.6%에서 지난해 33.7%로 14.1% 포인트 뛰어올랐다. 지난해 기준 국가공무원 101만 6100여명 가운데 여성은 44만 6400여명으로 43.9%를 기록해 지방공무원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자체 신규 채용 여성 합격자가 2005년 50%를 돌파한 뒤 꾸준히 과반수를 이어 오고 있지만 그나마 시·군·구 및 읍·면·동 등 기초지자체에서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이 82.4%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지방자치제 발전을 위해 참고할 대목으로 꼽힌다. 2015년 지방공무원의 평균 연령은 43.4세로 1995년의 38.6세보다 4.8세, 2005년의 40.1세보다 3.3세 높아졌다. 30세 이하 비율은 1995년 25.5%에서 2015년 9.9%로 낮아졌지만 50세 초과는 13.9%에서 26.3%로 늘었다. 지방공무원의 연령 상승은 공채시험 연령 제한 폐지(2009년)와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 연장(2009년), 학력 상승에 따른 공무원 입직 연령 상승(20대→30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됐다. 지방공무원 가운데 대학교 이상 졸업 인원은 1995년 10만 7203명에서 지난해 23만 909명으로 늘었고, 특히 석사학위 이상은 3607명에서 2만 2336명으로 급증해 6배가 넘었다. 지방공무원의 신규 채용은 20년 전 1만 3770명에서 1만 6155명으로 약간 늘었다. 행자부는 앞으로 3년간 정년퇴직 인원이 약 2만명으로 예상되는 등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 급증에 따라 지자체의 신규 채용 인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퇴직자 중 여성 비율은 22.1%였다. 0~11세 자녀를 둔 휴직 이용자는 1995년 675명에서 지난해 1만 4405명으로 21배 증가했다. 2005년에는 1924명에 그쳤지만 2010년 6811명에서 5년 새 곱절 이상으로 솟구쳐 일·가정 양립을 중시하는 등의 가치관 변화를 드러냈다. 관리자인 6급 이상 가운데 여성은 1995년 2287명에서 지난해 2만 3306명으로 증가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더민주, 가족 보좌진 채용 논란 서영교 의원 감찰 실시

    더민주, 가족 보좌진 채용 논란 서영교 의원 감찰 실시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이 가족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논란을 일으킨 서영교 의원과 관련해 감찰을 실시한다고 26일 밝혔다.  더민주 당무감사원은 지난 25일 전원회의를 열고 서 의원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심의한 결과 당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무감사원은 관련 당헌·당규에 따라 서 의원에 대한 감찰 실시를 의결했다.  이들은 “서 의원이 딸, 동생, 오빠 등 친·인척을 보좌진 등에 임용한 것의 적절성, 딸의 인턴 경력이 로스쿨 입학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보좌진 후원금 납입의 적절성 등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감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 의원은 과거 딸을 인턴 비서로 채용하고 지난해에는 친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다. 또 친오빠를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등록하고 2013년, 2014년 인건비 명목으로 276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피감기관과의 회식 자리에 변호사 남편을 합석시키고 2007년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5~9월 4급 보좌관에게서 매월 100만원씩 모두 500만원을 후원금으로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서 의원은 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을 사퇴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서영교 처리, ‘의원 특권 내려놓기’ 시험대다

    더불어민주당이 가족을 보좌진이나 회계책임자로 임명하는 등 이른바 ‘갑질’ 특권 남용 논란이 제기된 서영교 의원에 대해 당무감사에 착수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엄정한 조사를 직접 지시했을 정도로 더민주 당내에서도 이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특권 남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중징계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제기된 일부 의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여야가 윤리특위 회부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제기된 서 의원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과거 친딸을 인턴 비서로 채용한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친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다고 한다. 또 친오빠를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등록하고 2013년과 2014년 인건비 명목으로 276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감기관과의 회식 자리에 변호사 남편을 합석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고, 2007년 석사 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도 나왔다. 지난해 5~9월 4급 보좌관에게서 매월 100만원씩 모두 500만원을 후원금으로 받아 갑질 논란도 일고 있다. 딸의 로스쿨 입학과 관련된 의혹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뒤늦게 서 의원이 공식 사과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을 사퇴했지만 가족 채용에 갑질, 특권 남용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국민들은 격노하고 있다. 서 의원은 법사위원으로서 엄정한 법집행과 사법정의를 부르짖었다. 서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면서 갑질 척결을 위한 당내 특위 활동도 활발하게 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겉과 속이 다른 이율배반적 잣대를 적용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입으로는 서민과 법을 부르짖으면서도 실제 행동은 제 식구들 잇속이나 챙겼다면 엄밀하게 말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여야는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구동성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확실하게 실천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더민주 소속 백재현 국회 윤리특위위원장은 국회의원 특권의 상징인 의원 배지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그런 특권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숱한 특권 내려놓기 약속이 또다시 빈말로 그칠지 국민들은 의심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서 의원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 진정성이 드러날 것이다. 이번 사안이 본보기가 돼야 하는 이유다.
  • 글로벌·대기업 박차고 나왔다… 국내 P2P 시장에 뛰어든 2030

    글로벌·대기업 박차고 나왔다… 국내 P2P 시장에 뛰어든 2030

    지난해 10월 국내 P2P(개인 대 개인) 금융업체 어니스트펀드에 합류한 이인섭(27) 전략이사는 대원외고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수재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와 미국계 컨설팅회사 매킨지 프랑크푸르트 지사에서 근무하는 등 세계 금융의 중심 월가에서도 탐낸 인재다. 하지만 이 이사는 총직원 24명에 불과한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메일로 동갑내기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와 사이버 교류를 하다 “함께하자”는 제안에 의기투합했다. 서 대표도 서울대 경영학과를 7학기 만에 조기 수석 졸업하고 미국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펀드에서 근무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 이사는 “매킨지 시절 영국과 싱가포르 기업 고위 경영자들을 만나면서 P2P의 잠재력을 알게 됐다”며 “유럽의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P2P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어니스트펀드에서 받는 연봉은 매킨지의 3분의1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창립 멤버 자격으로 받은 지분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훗날 충분한 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미국과 영국 P2P 기업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금융기관으로 성장해 이직해도 내 손으로 일군다는 성취감이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P2P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기업이나 해외 명문대 출신 20~30대 젊은 인재가 속속 합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보장된 부와 명예를 박차고 나온 이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 P2P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와 동료들이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해 세계를 정복한 것처럼 새로운 신화 창조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9월 피플펀드에 합류한 이수환(34) 전략총괄이사는 매킨지와 함께 세계 3대 컨설팅회사로 꼽히는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 등에서 10여년간 근무했다. 일본 도쿄와 인도 뭄바이 지사 근무를 마치고 베인앤컴퍼니 한국 지사 상무(Principal)로 승진해 3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베인앤컴퍼니에서 함께 근무한 김대윤(35) 피플펀드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김 대표가 술자리에서 ‘1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제 너를 모실 수 있게 됐다’며 설득하는 바람에 더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이사는 P2P가 국내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이미 해외에서 성공한 모델이고 ▲인간의 삶에서 의식주 못지않게 중요한 금융의 새로운 모델이며 ▲현재 제도권 금융이 많은 불편과 불합리한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 수많은 서류에 자필 사인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며 “정보기술(IT)과 모바일에 최적화된 P2P는 은행 등 전통적 금융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8퍼센트의 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손승표(26)씨는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기호 시스템(Symbolic systems)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기호 시스템은 철학과 전산학, 심리학 등을 융합한 스탠퍼드대의 독특한 전공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는 손씨는 8퍼센트에서 고객이 쉽게 P2P에 접근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상품도 설계한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손씨는 포드 실리콘밸리 연구소에서 10개월가량 근무한 뒤 2013년 국내로 돌아와 창업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Open)을 개발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8퍼센트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는 “기존 금융사는 과도한 마케팅과 지점 비용, 인건비 등으로 인해 연 6~10%대 중금리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로운 금융이 기존 대출 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P2P에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옮겨온 인재도 여럿 있다. 포스코에 근무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김태경(37) 회계사는 지난 3월 사표를 던지고 8퍼센트에 합류했다.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포항을 등지고 서울에서의 힘겨운 타지 생활을 선택했다. 월요일 새벽 KTX로 상경해 고시원에서 출퇴근하다 금요일 저녁 집으로 간다. “기존의 대기업에선 틀에 박힌 할당된 일만 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중금리 시장을 개척해 보고 싶어 8퍼센트로 왔죠. 기존 금융권이 독점하고 있는 권한과 이익을 개인에게 돌려주고 부를 증대시키는 혁신을 이뤄보고 싶습니다.” 박성용(33) 렌딧 리스크 관리총괄이사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통계학 석사를 취득하고 삼성화재에 근무하다 김성준(32) 대표, 김유구(35) 상품설계 이사와 렌딧을 공동 창업했다. 김 대표와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동문수학했고 김 이사와는 삼성화재를 함께 다녔다. 기계학습(머신러닝) 등을 공부한 박 이사와 카이스트를 나온 공대 출신 김 대표,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국제금융정책학을 전공한 김 이사의 만남은 IT와 금융의 융합이다. 박 이사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진행 중인 금융 혁신을 따라가는 것에 목말라 있던 중 김 대표의 창업 제안을 받고 주저 없이 따라나섰다”고 말했다. 2006년 출범한 영국 기업 ‘조파’를 원조로 한 P2P는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중금리 대출시장을 공략하며 전 세계적으로 30조원 규모의 금융산업으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1조 달러(약 116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전망이다. 세계 1위 업체 미국 렌딩클럽은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해 6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창립 초기인 2007년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렌딩클럽은 현재 400명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핀테크(IT+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P2P 주요 7개사의 누적 대출액은 23일 기준 1160억원에 달한다. 올해 1월 432억원에서 5개월 새 700억원 이상 늘었다. P2P가 향후 성장 과정에서 겪게 될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미국과 중국 P2P는 이미 성장통을 앓고 있다. 렌딩클럽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르노 라플랑셰 회장은 지난달 2200만 달러 규모의 부당 대출 상품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미국 재무부의 조사를 받았다. P2P 업체가 2600여개에 달하는 중국은 투자자들의 돈을 떼먹는 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금융 사고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기존 금융기관과 P2P가 협업해 안전한 자금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국민추천·정부 헤드헌팅으로 2명 발탁

    국민추천·정부 헤드헌팅으로 2명 발탁

    이창규(왼쪽·54) 전 현대로지스틱스 상무가 국민추천제를 통해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 대구우편집중국장에 20일자로 임용된다고 인사혁신처가 밝혔다. 사법고시 39회 출신이자 공인회계사인 박승규(오른쪽·47) 변호사는 민간 전문가를 공모 절차 없이 임용하는 ‘정부 헤드헌팅’ 7호로 관세청 규제개혁법무담당관에 같은 날 임용된다. 국민추천제란 주요 직위의 공직후보자를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제도다. 현대로지스틱스에서 지점장과 국내사업본부 운영담당 상무를 역임한 이 신임 국장은 계명대 물리학과 졸업 후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에서 물류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앞으로 대구와 경북 구미, 김천 등 8개 시·군의 우정사업 종합계획을 시행하게 된다. 또 우편물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우편사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박 신임 담당관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금융법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부법무공단 조세금융팀장을 지낸 관세·세법 분야 전문가다. 법무법인 광장·대륙아주 변호사로 재직하며 관세·조세금융 관련 소송을 담당했다. 박 담당관은 앞으로 관세심사 청구와 규제개혁, 관세 관련 법률안 입안과 심사, 중요 소송에 대한 지휘 업무 등을 담당한다. 그는 “세무·관세 분야에서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선진 관세행정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나우! 지구촌] 中 맥도날드의 골칫거리, ‘밤샘 족’ 등장

    [나우! 지구촌] 中 맥도날드의 골칫거리, ‘밤샘 족’ 등장

    밤 11시, 베이징 하이덴취(海淀区)에 자리한 맥도날드 매장에는 책 읽는 학생들이 차지한 테이블로 내부가 가득 찬 모습이다. 24시간 운영하는 매장 방침 탓에 인근에 자리한 베이징대, 인민대 등 재학생들이 새벽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학습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 같은 상황은 학교 도서관 시설물이 밤 9시 이후 문을 닫고, 인근에 자리한 국공립 도서관은 오후 6시를 기준으로 문을 닫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중국 대학의 경우 각 학교 강의실을 모두 개방하지 않고, 캠퍼스 내 일부 대형 건물에서 다수 학과 강의가 동시에 진행된다. 따라서 늦은 오후 시간에는 도서관과 빈 강의실을 이용해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학가 근처의 24시간 프랜차이즈 매장 상당수는 늦은 저녁 시간마다 좌석을 차지하고 책을 읽는 학생들이 좌석을 차지한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사설 독서실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설 민간 유료 독서실은 중국에서는 사실상 전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24시간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매일 밤 수십여 명의 학생들이 책 읽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마치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규모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에 맥도날드에서 석사 논문을, 인근 KFC 매장에서 박사 논문을 완성해 당당히 통과했다는 사람(아이디 taivass)이 등장했다. 그는 “집 근처 맥도날드에서 석사 논문을, 박사 논문은 KFC 매장에서 완성했다”며 “쾌적한 시설과 깨끗한 화장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무료 와이파이까지 쓸 수 있으니 도서관에 갈 일이 없었다”고 게재했다. 또 다른 사람(아이디 小张)은 “프랜차이즈점 운영 규정상 자리에 앉아 있는 고객을 내쫓을 방도는 없다”며 “혹시나 주문했느냐고 묻는 직원이 있으면 지인을 기다린 후에 주문할 것이라고 답변하면 된다”고 유의 사항까지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들 밤샘 족들의 등장은 각 업체에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주문하지 않고 좌석만 차지한 이들이 상당하고, 매장 내 각종 비품을 사용하는 이들의 수도 많아서 이들이 떠난 후 좌석 정리, 비품 정리 등은 결국 직원들이 도맡아 해야 하는 탓이다. 따라서 베이징에 자리한 24시간 운영 업체들 가운데 일부 매장에서는 점장의 선택에 따라 밤 10시 이후 매장 정문을 닫고 매장 쪽문 격인 후문만 개방하거나, 매장 중 일부 구역의 조명등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임지연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소주·만화 등 단어 살려… 원작 정신 충실”

    “소주·만화 등 단어 살려… 원작 정신 충실”

    해외서 한강 작품 치밀한 구조 등 주목 최고의 번역도 작품 좋아야 유의미 영국인들 한국 소설 관심 크게 늘어 “저의 ‘채식주의자’ 번역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완벽성은 번역가가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추구하는 가치이죠. 전 ‘채식주의자’에 쓰인 소주, 만화 등을 코리안 보드카, 코리안 망가 등으로 번역하자는 의견에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소주는 ‘Soju’로, 만화는 ‘Manhwa’ 등 한국의 일상적 단어들을 원문대로 썼어요. 스시라는 일본 단어를 영국인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더 많은 한국 문학이 소개될수록 한국식 표현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번역해 지난달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는 15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초청 한국 문학 세계화 포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한강 작품의 치밀한 구조와 강렬한 이미지, 시적인 문장에 주목하며 뛰어난 작가로 인정한 것이 정말 기쁘다”면서 “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다른 작품을 읽을 날을 고대하고 있으며, 한국 소설에 새로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는 연작 소설이라는 개념이 없는 영국에는 매우 신선한 시도였고, 애뜻함과 공포의 어느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며 잘 통제된 문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스미스는 “항상 원작의 정신에 충실하려고 하며 가능한 한 훼손을 하지 않는 범위에서 언어 선택에 충실하려고 한다. 나 역시 다른 번역가와 마찬가지로 원작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부실한 번역은 우수한 작품을 훼손할 수 있지만,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의 번역이라도 보잘것없는 작품을 명작으로 포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문학의 노벨상 수상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한국에서 노벨상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obsessed)이 약간 당황스럽다”며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쓰고 독자가 잘 감상하고 즐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작가에겐 충분한 보상이 된다. 상은 그저 상일 뿐이다”라고 못 박았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까지 번역 출간된 작품이 많지 않은데 이제 번역이 늘고 있어 앞으로 많이 알려질 것이다. 앞으로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답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2010년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사,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집에서 홀로 한국 문학 번역 작업을 했다. 스미스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안도현의 ‘연어’도 번역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배수아의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서울의 낮은 언덕’, ‘올빼미의 없음’도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또 올해 ‘미국 문학 번역가 협회’의 연례회의에 배수아 작가와 함께 참석해 미국 뉴욕 등지에서 낭독 행사를 연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제 한국어 대사 어땠나요”

    “제 한국어 대사 어땠나요”

    中서 민속무용 전공… 2007년 한국 춤 ‘한량무’에 매료 “한국무용 매력 중국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 정동극장 설립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무용수가 극장의 상설공연 주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온:세상의 시작’에서 마신 역을 맡은 중국 무용수 야오장(姚江·30·한국명 요가람)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가온’을 관람한 뒤 야오장을 만났다. 공연을 마친 직후라 얼굴엔 땀이 흥건했다. 그는 휴지로 땀을 닦으며 “오늘 공연에서 제 한국어 대사 괜찮았어요?”라고 물으며 활짝 웃었다. “마신 역은 대사가 많은데 한국어 대사가 너무 어려워요. ‘어서 저놈의 배아지를 산적 꿰듯 꿰어라’ 같은 대사가 있는데 연습을 아무리 해도 발음이 제대로 안 되더라고요. ‘가온을 잡아와’, 이 대사가 제일 쉬워요.” 야오장은 2009년 경희대 무용대학원에 입학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 서툰 데다 사투리는 더더욱 어렵다. 그는 중국 난징사범대에서 몽골, 티베트 등 여러 나라의 민속무용을 전공했다. 2007년 한국 전통 춤을 처음 접했는데, 그때 ‘한량무’에 매료됐다. 은사가 깊이 있게 배우려면 본고장인 한국으로 가라고 권했다. 한국 춤을 배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국행을 결심했다. 경희대 무용대학원에서 부채춤, 입춤, 살풀이, 장구춤 등 여러 전통 춤을 섭렵했다. “한국 전통무용은 정말 어렵더군요. 중국 무용과 호흡이 완전히 달라요. 중국은 흉식호흡인데 한국은 단전호흡이에요. 처음엔 단전호흡이 뭔지 정말 몰랐어요. 대학원에서 한동안 춤동작은 배우지 않고 손을 배에 얹고 호흡하는 법만 계속 연습했어요.” 2012년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중국으로 돌아갔다. 은사가 중국 강남대 무용학부에 강사 자리를 마련해줘 학생들을 가르쳤다. 2년 뒤 다시 한국을 찾았다. “중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한국 춤을 더 배우고 싶었어요.” 현재 경희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한국무용을 다시 배우게 되면서 무대에 서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 인터넷 사이트를 찾고 또 찾았다. 정동극장 오디션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2014년 오디션에 두 번 응시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밤늦게까지 이를 악물고 연습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배비장전 오디션을 통과해 군무 무용수 중 한 명으로 캐스팅됐다. 올해 초 ‘가온’ 전체 출연진 대상으로 열린 캐릭터 오디션에선 당당히 주역 마신 역을 꿰찼다. 한국 무용 안무가가 되는 게 꿈이다. “안무가가 돼 세종문화회관, 아르코예술극장 등 여러 공연장에서 제 이름으로 올리는 무용 공연을 꼭 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겐 한국 무용을 가르쳐주고 싶고, 중국 사람들에겐 한국무용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난 4월 1일 개막한 ‘가온’은 20년간 전통공연을 선보여온 정동극장이 처음으로 캐릭터부터 이야기까지 창작한 전통공연이다. 가온이 천상의 낙원 미리내를 어둠으로 물들이려는 악귀의 왕 마신을 몰아내는 영웅담을 담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가온을 잡아와’ 이 대사가 제일 쉬워요

    ‘가온을 잡아와’ 이 대사가 제일 쉬워요

     정동극장 설립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무용수가 극장의 상설공연 주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온: 세상의 시작’에서 마신 역을 맡은 중국 무용수 야오장(30·姚江·한국명 요가람)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가온’을 관람한 뒤 야오장을 만났다. 공연을 마친 직후라 얼굴엔 땀이 흥건했다. 그는 휴지로 땀을 닦으며 “오늘 공연에서 제 한국어 대사 괜찮았어요?”라고 물으며 활짝 웃었다. “마신 역은 대사가 많은데 한국어 대사가 너무 어려워요. ‘어서 저놈의 배아지를 산적 꿰듯 꿰어라’ 같은 대사가 있는데 연습을 아무리 해도 발음이 제대로 안 되더라고요. ‘가온을 잡아와’, 이 대사가 제일 쉬워요.”  야오장은 2009년 경희대 무용대학원에 입학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 서툰 데다 사투리는 더더욱 어렵다. 그는 중국 난징사범대에서 몽골, 티베트 등 여러 나라의 민속무용을 전공했다. 2007년 한국 전통 춤을 처음 접했는데, 그때 ‘한량무’에 매료됐다. 은사가 깊이 있게 배우려면 본고장인 한국으로 가라고 권했다. 한국 춤을 배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국행을 결심했다. 경희대 무용대학원에서 부채춤, 입춤, 살풀이, 장구춤 등 여러 전통 춤을 섭렵했다.  “한국 전통무용은 정말 어렵더군요. 중국 무용과 호흡이 완전히 달라요. 중국은 흉식호흡인데 한국은 단전호흡이에요. 처음엔 단전호흡이 뭔지 정말 몰랐어요. 대학원에서 한동안 춤동작은 배우지 않고 손을 배에 얹고 호흡하는 법만 계속 연습했어요.” 2012년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중국으로 돌아갔다. 은사가 중국 강남대 무용학부에 강사 자리를 마련해줘 학생들을 가르쳤다. 2년 뒤 다시 한국을 찾았다. “중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한국 춤을 더 배우고 싶었어요.” 현재 경희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한국무용을 다시 배우게 되면서 무대에 서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 인터넷 사이트를 찾고 또 찾았다. 정동극장 오디션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2014년 오디션에 두 번 응시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밤늦게까지 이를 악물고 연습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배비장전 오디션을 통과해 군무 무용수 중 한 명으로 캐스팅됐다. 올해 초 ‘가온’ 전체 출연진 대상으로 열린 캐릭터 오디션에선 당당히 주역 마신 역을 꿰찼다.  한국 무용 안무가가 되는 게 꿈이다. “안무가가 돼 세종문화회관, 아르코예술극장 등 여러 공연장에서 제 이름으로 올리는 무용 공연을 꼭 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겐 한국 무용을 가르쳐주고 싶고, 중국 사람들에겐 한국무용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난 4월 1일 개막한 ‘가온’은 20년간 전통공연을 선보여온 정동극장이 처음으로 캐릭터부터 이야기까지 창작한 전통공연이다. 가온이 천상의 낙원 미리내를 어둠으로 물들이려는 악귀의 왕 마신을 몰아내는 영웅담을 담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이버대학 특집] 한양사이버대학교, 첫 석사·7단계 콘텐츠 제작… 오프라인 안 부러워

    [사이버대학 특집] 한양사이버대학교, 첫 석사·7단계 콘텐츠 제작… 오프라인 안 부러워

    한양대가 설립한 한양사이버대는 2016년 현재 학부 과정 27개 학과에, 재적학생 1만 5917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국내 최초로 석사 과정도 개원해 5개 대학원 10개 전공에 재학생 830명이 수강하고 있다. 학부 졸업생 10% 이상이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교육 과정의 우수성도 인정받고 있다. 한양사이버대의 강의 콘텐츠는 오프라인 대학과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을 과시한다. 콘텐츠 제작단계는 교육공학과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7단계로 설계하고, 제작시설도 6개 첨단 스튜디오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투자와 개선의 노력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콘텐츠 지원 사업에서 사이버대 중 가장 많은 11개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양사이버대의 신·편입생 모집은 7월 8일까지다.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졌거나 동등한 학력이 인정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전문대학 졸업자나 4년제 대학교 수료 이상, 2년제 대학 졸업자는 2~3학년 편입학도 가능하다. 산업체 위탁전형, 군·중앙부처공무원 위탁전형, 재외국민 및 외국인전형, 북한이탈주민전형 등 특별전형도 다양하다. 국내 사이버대 중 최대 장학금 규모는 한양사이버대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여성을 우대한 ‘주부장학’은 입학 후 1년간 20%의 수업료 감면혜택을 주고 있다. 교육부 특성화 사업에 선정된 부동산도시미래학부 디지털건축도시 전공은 우수 입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한승연 입학처장은 “내게 맞는 최적의 전형을 선택하는 것이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면서 “입학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전형을 찾을 수 있고 전형에 해당하는 장학금도 찾을 수 있으니 혜택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입학문의는 홈페이지(go.hycu.ac.krg) 또는 전화 (02)2290-0082.
  • 국민추천제 임용 국토부 과장에 싱가포르 공무원출신 이홍수씨

    국민추천제 임용 국토부 과장에 싱가포르 공무원출신 이홍수씨

    인사혁신처는 싱가포르 도시재개발국 공무원 출신인 이홍수(41)씨를 국민추천제 공무원으로 발굴, 13일자로 국토교통부 도시재생과장에 임용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도시재생과장은 생태와 첨단의 조화를 이루는 미래형 도시재생 사업을 꾀하는 자리다. 신임 이 과장은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하버드대학원에서 각각 건축설계와 도시계획 석사학위를 받은 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국에서 상업중심지구 개발, 교통, 인프라 등 도시계획을 이끌었다. 특히 싱가포르 중심지역의 중·장기 도시계획을 수립, 집행해 왔다. 국민추천제란 주요 직위의 공직후보자를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제도로 이번이 11번째 임용이다. 대상은 중앙부처 장차관 등 정무직, 과장급 이상 개방형 직위, 공공기관장이다. 이 과장은 국토부에서 대도시 경제거점 조성과 근린생활 환경 개선 등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 사업, 스마트 도시 활성화 업무를 총괄한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활용도 높은 텝스, 고득점 받고 영어 실력도 Up! 고려할 점은?

    활용도 높은 텝스, 고득점 받고 영어 실력도 Up! 고려할 점은?

    시험 영어라고 하면 흔히들 토익이나 텝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공인 영어시험 중 텝스는 각종 기업의 채용뿐 아니라 대학교 편입학, 대학원 입학,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직원 채용을 비롯해 영어능력평가, 해외연수 대상자 선발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활용 목적을 잘 따진다면 더 유리하거나 스펙으로 그 영향력이 크고 넓은 시험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 텝스는 청해, 문법, 어휘, 독해의 네 영역에 걸쳐 응시자를 평가하며, 짧은 시간 내 청취력, 문법에 대한 이해력, 다양한 어휘의 활용 능력과 같은 기본적인 영어 실력과 함께 논리적인 사고력을 요하는 시험이다. 단순 암기나 스킬을 적용하는 것이 통하지 않아, 응시자의 영어 실력 및 활용 능력을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다. 텝스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독학보다는 학원 강의의 도움을 받아 시험에 대비하는 수험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파고다어학원 종로텝스의 유니스텝스팀은 15년 강의 경력을 갖춘 유니스정 강사와 하승연 강사로 이뤄져 있다. 현재 두 강사가 수험생들의 각기 다른 수준 및 준비 기간에 적합한 맞춤형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하 강사는 텝스 점수 취득을 위한 영어 실력의 향상은 물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셀프 공부법을 강조한다. 또한, 충분한 동기를 부여해 수강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텝스 고득점을 위해서는 독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법학을 전공한 서울대학교 전문석사 기간 동안 체득한 본인의 독해력 및 논리력과 사고력을 텝스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이것이 하승연 강사만의 강의 노하우다. 하 강사는 “영어와 우리말이 언어는 다를지라도 독해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고 적용하는 원리는 동일하다”며, “영어 실력과 함께 이러한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강사는 매 시간 각 영역을 모두 다루고, 개별 유형에 대한 접근법을 소개, 정확히 습득할 수 있도록 해 정답과 오답을 가려내는 훈련을 가능케 한다. 텝스 시험의 특성상,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영어의 기본이 되는 청취력, 다양한 어휘 암기, 문법에 대한 기초 지식, 독해를 위해 필요한 문장 분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 동시에 가장 배점이 높은 청해와 독해 영역을 관통하는 ‘중심 내용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사고, 정답에 도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정해진 기간 내에 가능케 하려면 무조건적인 독학보다는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효율을 위해서 고려할 만하다. 종로텝스학원 파고다어학원의 유니스텝스팀은 6월을 맞아 주중의 정규 강의와 함께 매 주말 수강생 및 비수강생을 대상으로 ‘6월 정기시험대비 특강’을 총 4회에 걸쳐 제공할 계획이다. 정해진 기간 내에 목표로 하는 텝스 점수 취득을 위해서는 각 영역별로 진행될 6월 특강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종로텝스 파고다어학원 유니스텝스팀의 수업 정보는 파고다어학원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박승 前 한은 총재 ‘인생경제학’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박승 前 한은 총재 ‘인생경제학’

    나이를 무색하게 했던 10년 전의 ‘혈기방장’은 아직도 그대로일까. 팔순에 접어든 그가 어떤 모습으로 손님을 맞을지 그려보며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빌라의 초인종을 눌렀다. “아유, 많이 덥지? 어서 와, 어서 와.” 문을 여는 그의 말투와 표정. 10년 전의 그가 다시 보였다. 한국은행 총재 시절(2002~2006년) 어떤 전임자들보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박승(80) 전 총재는 여전히 세상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이봐 학생, 기껏 어려운 시험 봐서 합격해 놓고 왜 포기하려는 거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954년 2월 어느 날, 해군 제복을 입은 군인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하고도 입교 절차를 밟지 않자 ‘등록을 서두르라’는 독촉장이 날아오더니 이마저도 반응이 없자 저 멀리 경남 진해에서 전북 김제의 깡촌까지 직접 사람이 달려온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학에 가고 싶어요.” 이리공고 수석 졸업 예정자를 반드시 데려와 입교시키라는 해사 교장의 ‘특명’을 받은 그 군인은 나의 고집에 아주 난처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가 끝내 임무 완수를 못 하고 돌아간 그날은 나의 힘겨운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시작된 날이기도 했다. -내가 태어난 1936년, 호남 벽촌 마을에서 어느 집이라고 여유가 있었겠냐마는 우리 집은 특히 더 어려웠다. 아버지는 원래 한의사였는데 그건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이고, 나를 보셨던 44세 때의 아버지는 가족의 기초 생계도 감당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가장일 뿐이었다. 치료하던 환자가 급사한 뒤 의술의 길을 포기했던 아버지는 그 후 평생을 한글 초서체 연구에 바치셨다. -1948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7㎞ 떨어진 이리공업중·고에 진학했는데, 결석을 밥 먹듯이 했다. 어떤 때는 모심고 김매느라고, 어떤 때는 산에서 땔감을 구해야 해서 학교에 못 갔다. 어머니 혼자 새벽엔 보리방아 찧고 낮에는 논일하고 저녁엔 길쌈해서 생계를 꾸리시다 보니 중·고교 6년 동안 수업료 때문에 가슴 졸이지 않은 때가 없었다. 당시에는 교문 앞에서 선생님이 불시에 수업료 납부 영수증 검사를 해서 영수증이 없으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잦았는데, 그런 일을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공부를 하고 싶은데 돈을 못 내서 공부를 못 한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 그렇게 터덜터덜 집에 와 보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방 안에 틀어박혀 한글 서체와 씨름하고 계셨다. 어머니는 깨, 콩, 닭, 토끼를 이고 지고 5㎞ 떨어진 읍내에 가서 고생을 하시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중3 때 6·25전쟁이 났다. 전쟁이 터지고 얼마 후 인민군이 우리 마을에 들어왔다. 인민군들은 학생단체를 만들어 고등학생들을 강제로 가입시켰다. 김일성 찬양 노래를 부르게 하고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켰다. 학생들 중 6명은 나와 같이 아침마다 기차로 통학하던 고2, 고3 형들이었다. 얼마 후 유엔군이 들어와 인민군이 퇴각했는데, 그 형들은 천생 ‘빨갱이 부역자’로 몰려 처형당할 판이었다. 결국 다들 산으로 도망쳤는데, 나중에 빨치산이 돼서 경찰서를 습격했다가 결국엔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내가 몇 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이렇게 개죽음을 했겠구나.’ 좌우 이념 대결의 허망하고 참혹한 결과를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이 집 아들 빨리 결혼해서 부모님 모시고 농사지어야 되겠네.” 동네 아낙이 무심결에 던진 말이지만 고3 졸업반인 내가 피해 갈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나 아니면 예순 넘긴 부모님과 여동생을 부양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 2남 4녀 중 형은 일찍 돌아가셨고 누나 3명은 출가한 상태였다. 하지만 농사꾼으로 남을 수는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게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군 사관학교였고 나는 그 중에서도 해사에 시험을 쳤다. -해사 입교를 포기하고 농사에 전념했던 그해, 가을 수확을 하니 먹고살 것 빼고 딱 쌀 다섯 가마가 남았다. ‘이 정도면 일단 대학에 등록할 수준의 돈은 되겠다.’ 이듬해 초 서울대 경제학과 입학시험을 봤다. 어머니가 싸 주신 찐 고구마 5개를 손에 들고 난생처음 서울행 기차를 탔다.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서울역과 남대문 주변의 살풍경은 60년이 지난 현재도 머리에 또렷하다. 곰탕집 간판을 보고는 ‘곰고기를 파는 곳’, 복덕방 간판을 보고는 ‘떡 파는 곳’으로 오해했던 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됐다. -55학번으로 서울대 합격을 했는데, 입학 때의 감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그래서 고등교육받는 게 가당치도 않은 시골 출신의 고학생일 뿐이었다. 서울에서 가정교사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러자니 고향집의 농사가 문제였다. 수시로 서울과 김제를 농사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이 이어졌고, 중·고교 6년 동안 그랬듯 학비와의 전쟁이 대학 졸업 때까지 이어졌다. -대학 졸업이 다가올수록 입학 때 가졌던 경제학 교수에 대한 바람은 더 절실해져 갔다. 그러려면 대학원에 진학해야 했다. 그러나 돈이 없었다. 나의 선택은 돈을 벌면서도 배움을 이어 갈 수 있는 한국은행 조사부 근무였다. -1961년 한국은행 배지를 달았다. 만 25세였다. 양복 한 벌을 18개월 할부로 사 입으니 세상이 마치 내 것 같았다. 얼마 후 5·16 정변이 났다. 정권을 잡은 군부는 동국대 옆에 중앙공무원교육원을 만들고 여기에서 사무관 이상 공무원과 교사, 교수, 기업인들에게 소정의 교육을 받도록 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입행 첫해의 내가 여기에 강사로 위촉됐다. 매주 3~5시간씩 강의를 했는데, 모교의 교장 선생님과 대학 총장, 학장도 나의 강의를 듣는 상황이 됐다. 대학 은사 박희범 교수님께서 나를 추천했기 때문이란 건 강의를 시작하고 얼마가 지난 후에야 알았다. 경제기획론과 경제발전론을 가르치셨던 박 교수님은 비교적 진보적인 색채의 학자이셨는데, 혁명정부에서 새로운 경제의 틀을 짜는 역할을 맡으셨다. 교수님은 나중에 교육부 차관과 충남대 총장을 지내셨다. -운명을 바꾼 미국 유학은 뜻하지 않은 기회에 찾아왔다. 1968년 나는 남산의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몇 날 며칠을 심하게 취조당했다. 일인즉슨 이랬다. 당시 우리나라는 무역적자가 대단히 심했는데 한국은행은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폈다. 그러나 정부는 환율이 오르면 물가도 같이 뛴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서봉균 재무장관을 초청해 환율 인상 정책을 펴도록 설득시키기 위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원고 작성과 발표를 대리급 조사역에 불과했던 내가 담당했다. 그런데 다음날 조간신문 1면 톱에 당장이라도 정부가 환율을 대폭 올리는 듯한 기사가 났다. 국민과 기업들 사이에 혼란이 왔다. 얼마 후 중앙정보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행원부터 부총재보까지 담당자들을 모조리 연행해 갔다. 중앙정보부 분실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누가 멋대로 신문사에 원고를 넘겨줬느냐”는 추궁이 이어졌는데, 작성자인 내가 우선적으로 용의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후배 행원이 신문기자 친구에게 발설한 사실이 드러나 나의 혐의점은 벗겨졌지만, 어쨌든 나는 후배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으로 감봉 징계를 받았다. 이게 한국은행 간부들에게 마음의 빚을 안겼다. “자네 혼자 책임을 지게 해서 미안해. 다음에 확실히 보상해 줄게.” -보상을 받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71년 한국은행 최초로 국외에 유학생 2명을 파견하게 됐다. 전체 행원을 대상으로 시험을 봤는데 나는 통계학에서 과락이 나와 탈락했다. 그런데 재시험 공고가 떴다. “어떻게든 박승 대리는 합격시키라”는 상부의 지시 때문이었다. -1972년 1월 미국 뉴욕주립대(올버니캠퍼스)로 유학을 떠났고 2년여가 흐른 1974년 4월 석사와 박사 학위를 동시에 받아 왔다. 유학을 마친 뒤 은행에 복귀하고 나서 얼마 지나 두 군데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나중에 한국은행 총재를 하게 되는 이경식 당시 경제수석이 청와대에 들어와 함께 일을 하자고 했다. 이 수석은 한국은행 재직 때 나의 직속상관이었다. 또 하나는 남덕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김재익 경제기획국장을 통해 타진해 온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자문단’의 단장 역할이었다. 당시 사우디는 ‘1차 오일쇼크’로 막대한 달러를 벌게 됐지만 경제 개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우디 국왕은 경제 개발을 도와줄 자문단 파견을 한국에 요청했다. 나의 선택은 사우디였다. -사우디에서 1년 만에 돌아와 1976년 9월 한국은행에 사표를 내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로 갔다. 교수 부임 직후에 쓴 ‘경제발전론’은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 교재로 쓰고 있다. 교수가 되고 이듬해인 1977년부터 3년 동안은 서울신문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경제 관련 사설을 썼다. 한 편 작성에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이게 소문이 나면서 다른 언론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기도 했다. 나와 함께 김학준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치 관련 사설을 서울신문에 썼다. 교수로서 경력을 쌓아가며 학교 안에서는 정경대학장과 대학원장을, 학교 밖에서는 국제경제학회장과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냈는데 1988년 뜻하지 않은 인생의 전기가 찾아왔다. -“박 교수, 나랑 같이 한번 일해 봅시다.” 노태우 대통령이 그해 2월 취임을 앞두고 경제수석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만 52세였다. 노 대통령과는 이전에 일면식도 없었지만 다양한 언론 기고와 강연 활동 등으로 몇몇 경제단체에서 나를 천거했던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내가 맡았던 첫 번째 과제는 ‘200만호 주택 건설’ 공약의 실현이었다. 말이 200만호이지 엄청난 물량이었는데 막상 아파트를 지으려고 보니 서울 시내에는 땅이 없었고, 서울시 외곽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다. “서울 시내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린벨트 밖으로 나가자.” 지도를 펴놓고 서울 세종로 사거리의 측량원표를 중심으로 반경 25㎞를 컴퍼스로 동그랗게 돌려 봤다. 25㎞ 이내로 한 것은 ‘지하철 1시간 이내’의 원칙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온 지역이 경기 분당, 산본, 평촌, 인천 중동 등 4곳이었다. 4대 신도시 추진이 확정되자 1988년 12월 노 대통령이 다시 나를 불렀다. “박 수석, 이제는 건설부 장관으로 고생 좀 해야겠습니다. 계획을 세웠으니 실행까지 맡아 주셔야지요.” -건설부 장관이 되고 나서 이듬해 서울 북쪽의 일산이 추가돼 5대 신도시 계획이 확정됐다. 그러나 그해 여름이 되면서 나는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심각한 마찰에 부딪치게 됐다. 당시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평균 130만원대였는데 건축비는 170만원, 시장 가격은 250만~300만원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분양 당첨만 받으면 막대한 이익이 남는 구조였고, 건설회사는 낮은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날림 공사를 했다. 나는 대통령에게 분양가를 올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경제수석실의 반대가 심했다. 분양가를 올리면 집값이 더 뛴다고 했다. 대통령을 만나 건의했지만 “그 얘기는 이미 경제수석한테 들었다”고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구나.” 사표를 냈다. 다음날 사실상 경질 통보를 받았다. 그게 1989년 7월이었고 이듬해 3월 신학기부터 다시 강단으로 돌아갔다. -2001년 3월 정년퇴임을 하고 이듬해 초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숱한 공직을 거쳤지만 2006년 3월 퇴임할 때까지의 한국은행 총재 4년간이 내 생애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성취를 이룬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한국은행을 가장 사랑한 총재,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위상을 높인 총재, 경제와 민생을 위해 고뇌한 총재’의 3가지 이미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5남매를 결혼시키면서 4명을 청첩장 없이 보냈다. 첫째와 둘째 아이의 결혼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치렀더니 친구들이 “축의금 낼 기회를 좀 달라”고 해서 셋째 때는 200장을 찍었다. 그런데 역시 나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다시 넷째, 다섯째의 결혼은 순수 가족 행사로 치렀다. -내가 모은 재산은 언젠가는 전부 사회에 내놓고 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절부터 월급의 20%를 가난한 사람이나 소외된 사람을 위해 써 왔다. 모교인 백석초등학교에 도서관도 만들었다. 오래전에 장기 기증 서약도 마친 상태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된 데는 개인의 이익만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의 이익을 중시하는 자세가 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박승 前 총재 중앙은행(한국은행)과 정부(청와대·건설부·공공기관)에서, 또 대학 강단(중앙대 경제학과)에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굽이굽이마다 굵직한 족적을 남겨 온 경제계의 원로다. 한국은행 총재 때 소신 있고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1936년 전북 김제 출생 ▲김제 백석초, 이리공업중·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뉴욕주립대(올버니) 경제학 석사·박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신문 논설위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청와대 경제수석, 건설부 장관, 주택공사·교통개발연구원 이사장, 공적자금관리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 경상대 총장에 이상경 교수

    경상대 총장에 이상경 교수

    경남 진주 경상대(GNU) 제10대 총장에 이상경(60)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교수가 7일 임명됐다. 이 총장은 경상대 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이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상대 학생처장,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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