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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1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 이집트의 영조(靈鳥) 피닉스는 수명이 다하면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태양의 신전으로 날아가 스스로 불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피닉스는, 이윽고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이 영조는 불사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보르헤스는 불 속에서 파괴되며 재생하는 이 영원한 순환을 묘사한 적이 있다. ‘원형의 폐허들’의 주인공은 ‘불의 신전’에서 한 소년을 만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소년의 폐동맥과 심장, 뼈대, 눈꺼풀, 셀 수 없이 많은 머리카락 등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생생하게 떠올렸다. 정교한 상상 속에서, 소년은 마침내 실체가 되어 현신했다. 그런데 이 창조자는 소년이 언젠가 자신이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라 걱정했다. 불의 신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결국 불이 될 것이다. 환영은 불에 탈 리가 없으므로, 언젠가 소년은 불에 닿았을 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고민으로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노심초사하다가 불타는 신전으로 뛰어들었다. 이 기나긴 고민을 끝내줄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러나 불타는 폐허 안에서, 그는 자신이 불에 타지 않음을, 그러니까 자신도 누군가의 환영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소년 또한 먼 훗날 환영을 만들 것이다. 이 과정은 영원히 반복 되리라…. 피닉스와 보르헤스의 환영은 모두 반복을 통해 영원을 성취한다. 그것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직선이 아니라, 영구히 되돌아오는 원환이다. 그러니까 끝이 무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반복이다. 끝에 도달했을 때, 모든 것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끝과 무한(無限). 최근 소설쓰기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일련의 메타픽션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는 참으로 이렇다. 한유주는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베끼고 또 베낀다”(한유주, ‘농담’,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30쪽)고 말한다. 이때 새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된다. 대홍수가 인간의 문명을 송두리째 박살낸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창작의 가능성은 이 세상과 함께 종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한유주는 끈질기게 자신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한유주는 자기 글쓰기의 한 조건으로 ‘이야기의 끝’을 상정하고 있다. 이미 “이야기는 오래전에 모두 매진되” (한유주, ‘죽음의 푸가’, “달로”, 문학과지성사, 2006, 48쪽)어서 그 어떤 처녀작도 새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제훈은 끝없는 이야기의 모델을 보여준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충만한 자유를 제공한다. ‘괴물을 위한 변명’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는 흡혈귀 전설을, ‘셜록 홈스의 숨겨진 사건’에서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솜씨 있게 패러디했던 그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 에도가와 란포, 오스카 와일드, 스티븐 킹, 로베르트 비네 등을 종횡무진 누빈다. 기성의 작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최제훈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유주에게 제약이었던 것이 그에게는 기회요,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최제훈은 바로 이러한 조건 아래서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82쪽)를 상상했다. 2 플롯 없는 소설들 왜 차라리 ‘소설의 끝’이 아니라 ‘이야기의 끝’인가.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에서 진실로 끝나버린 것은 바로 플롯이다. 바꿔 말해 시작과 끝을 유기적으로 형성하는 서사가 부재하고 있다. 한유주의 소설에서 내용이 짐작 가능한 이야기는 드물게 출현한다. 한유주의 소설은 대부분 그녀의 의식을 (불)투명하게 묘사하는 데 진력할 뿐이다.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그 진위는 참으로 모호하다. ‘흑백사진사’에서 ‘아이’는 유괴당한 지 일주일 만에 목이 졸려 살해됐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소설의 화자는 납치된 지 나흘 째 되는 날 풀려났고 중학생이 되어 사건을 회상하고 있다. 이 의도적인 교란은 화자의 모든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때 이야기는 진술들의 나열일 뿐이지 통일되고 연속적인 흐름을 형성하지 못한다. 심지어 한유주의 소설에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사건(event)도 없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사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유주는 어떤 행위를 묘사하거나 진술한 다음, 곧바로 그것을 부정한다. 누군가 담배를 피웠는데 “연기는 나지” 않고 “재는 떨어지지”(한유주, ‘재의 수요일’,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208쪽) 않는다는 식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소설 속의 내용이 사실 허구(虛構)라는 점을 계속해서 인식시킨다. 이것은 부정문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허구0’에서 한유주 본인으로 짐작되는 화자는 현재진행형 시제의 문장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 행동, 계획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허구0’이라는 제목은 이 모든 진술들이, 그러니까 가장 투명하게 작가의 머릿속을 베껴낸 이 문장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암시한다. ‘불가능한 동화’ 역시 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부정문, 혹은 명명(命名)을 통해 이루어졌던 일들이 이제 소설의 형식 자체를 통해 실천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우선 앞에서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소녀의 테러리즘을 다룬다. 이 소녀는 반 급우들의 일기에 “나도 죽여보고 싶다”, “바늘 끝은 뾰족하다”, “불은 뜨겁다” 따위의 문장들을 몰래 적어 넣었다. 선생님은 이 테러의 진의를 알 수 없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을 내지만, 이것이 왜 나쁜 행동인지는 좀처럼 설명할 수 없다. 이 교실에는 “없어진 것도, 사라진 것도 없”으므로. 그저 “의미도 불분명하고 출처도 없는 문장들이 있을 뿐”이므로(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문학과 사회” 2011년 겨울호, 165쪽) 이것은 타인의 문장에 가해진 목적이 불분명한 테러인 것이다. ‘불가능한 동화’는 이렇듯 모호한 폭력을 가한 소녀를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발아시킨다. 이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소녀의 정체는 미스터리이다. 그녀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없다. 한편 소녀는 미아라는 급우가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소녀는 미아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이제 우리는 미스터리의 해결(소녀는 누구인가)과 서스펜스의 지속(소녀는 잡힐 것인가)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유주는 어느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수업 도중 강의실 뒤편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크게 놀란다. 그 아이는 바로 ‘소녀’. 자기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을 끔찍한 모습으로 창조했는지 따져 묻는다. 이제 한유주는 앞선 이야기가 모두 허구였음을 고백하고, 허구란 대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유주 소설의 시그니처와 같은 부정문은 형식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녀는 말한 다음, 바로 부정한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제시한 다음 그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노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마치 만다라와 같은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모래를 뿌려 만들어지는 이 신성한 그림은, 완성과 동시에 물에 씻겨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유주가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회의 때문에 생겨났다. 그녀는 언어가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좀처럼 갖지 못한다. 이는 사전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K에게’에서 사전은 “모두 다섯 권이었지만, 첫 번째 사전부터 마지막 사전까지 합친 두께가 손바닥 한 뼘을 넘지 않”는 “무성의한 생일 선물”에 불과하다. 그것은 “조야한 방식으로 선별된 하나의 작은 세계”를 펼쳐 놓고, “수수께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낼 뿐 아무런 해답도 내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한유주는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은 틀린 것”이라고 진술한다(한유주, ‘K에게’,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72~73쪽). 사전이 결코 세계를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는 현실을 투명하게 재현할 수 없다. 플라톤이 말한 바와 같이 문학은 세계를 열등하게 모사한 것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문학에서 삶과 현실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유주는 자신의 글이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을 것이”(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19쪽)라고 선언한다. 언어는 그런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어는,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유주의 해답은 바로 메타픽션이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언어는 결코 현실을 적절히 재현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언어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에게 ‘이야기의 끝’이란 단순히 모든 이야기가 이미 쓰였다는 인식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가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때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도대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의심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한유주 소설의 특징은 좀처럼 요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오이디푸스왕’을 오이디푸스에게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라이오스왕의 죽음, 이오카스테와의 결혼, 모호하면서도 분명한 신탁…. 하지만 한유주의 소설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수고롭게 그러한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녀 소설의 특징은 하나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요약할 수 없다는 것은, 최제훈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최제훈이 한유주처럼 사건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최제훈의 소설에서 사건은 너무 많이 일어난다. 다만 그것들은 좀처럼 결말을 향해 회수되지 않는다.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장편소설’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은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네 편의 소설이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 나오는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의 인물들은 뒤의 세 작품 안에서 조금씩 설정과 역할을 달리하여 변주된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의 연우와 ‘π’의 M은 동일인물로 보인다. 연우와 M은 모두 번역가인데, 자기가 번역을 맡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꾼 일이 있다. 비중이 거의 없는 인물을 슬그머니 죽은 것으로 오역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우가 스페인어 번역가인 데 반하여 M은 일본어 소설을 번역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죽음을 맞는다. 연우가 눈이 오는 산장에 고립되어 수수께끼의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면, M은 소설을 쓰다가 탈진해 쓰러졌다.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는 탐욕스러운 셰헤라자드에게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58쪽). 한 편의 장편소설에서 인물이 복수(複數)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사실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소설은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고 어떠한 인간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죽음은 삶의 의미를 확정하는 사건이다. 발터 벤야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는데, “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삶의 의미는 오로지 그들의 죽음에 의해서만 비로소 해명될 수 있다.”(발터 벤야민, 반성완 편역, ‘얘기꾼과 소설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1983, 185쪽). 많은 소설들이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적과 흑”은 줄리앙 소렐의 죽음으로 끝나며, “레미제라블”은 장 발장의 죽음으로 끝나고, “보바리 부인”은 엠마 보바리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들의 죽음이 삶과 소설의 의미를 확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최제훈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여러 겹의 삶을 살아가고, 복수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은 삶이 아니라 차라리 연극이다. 예컨대 햄릿의 죽음은 연출가의 각색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 않는가. 이러한 최제훈 소설의 특징은 그가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에 의해 촉발되었다. 바로 패스티시다. 한유주 소설이 부정문의 특징을 형식적 차원에까지 확장한 결과라면, 최제훈은 패스티시의 가능성을 극단까지 활용하여 “일곱개의 고양이 눈”을 쓴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을 인용하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서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은 연쇄 살인범의 세계를 탐구하는 ‘실버 해머’라는 인터넷 동호회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어느 겨울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회장의 초대장을 받고 산장에 모였다. 그런데 정작 ‘악마’는 나타나지 않고, 회원들은 폭설로 고립된 산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살해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판사, 사업가,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열 명의 사람이 외딴섬에 모인다. 그들은 어느 사업가에게 초대 받았다. 그런데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초대장의 주인은 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의 노랫말에 맞추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한편 ‘쥐덫’에서도 사람들은 밀실에 갇혀 있다. 이들은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폭설이 내리는 산장에 고립된 것이다.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에서 ‘붉은 방 클럽’은 ‘실버 해머’처럼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취미에 빠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때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인용하고, 수정하는 가운데 쓰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여섯번째 꿈’은,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다른 소설을 재현하는 글쓰기이다. 소설의 인물이 두 개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제훈의 소설에는 이야기만 있을 뿐 그 이야기가 재현하는 인간의 삶이 없다. 그런 것은 도무지 중요하지가 않다. 이야기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물들이 선택되는 것이다. 이때 소설에서 인간적 삶의 내용은 사라지고 주인공은 그저 한 기능으로 퇴락한다. 그러니까 “돈키호테”에서 이 우스꽝스러운 기사는 다만 “무관한 일화와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것에 통일을 주기 위해”(프레드릭 제임슨, 윤지관 옮김, “언어의 감옥”, 까치, 1977, 61쪽) 고안되었다는 식이 된다.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 재료들의 짜깁기가 되는 것이다. 3 전문가로서의 작가 그래서 패스티시의 소설은 반인간적이다. 소설 속의 인간에게 고유한 삶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스티시는 소설 바깥의 인간에게서도 존엄성을 빼앗는다. 그러니까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서 창조주의 권위를 앗아간다. ‘π’에서 M은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소설가가 아니라 번역가이다. 즉, 그는 타인의 언어를 거쳐야 비로소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 존재이다. 이는 M이 결코 글쓰기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M은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밤마다 M에게 으스스한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M이 쓰고 있는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M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헤라자드이자, M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이기도 하다. 그런데 셰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 위해서, M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는 맵시벌의 다큐멘터리에서 우의적인 방식으로 설명된다. 맵시벌은 거미의 몸에 알을 깐다. 세월이 흘러 다 자란 “유충은 쓸모없어진 거미의 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 숙주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M은 “맵시벌 다큐멘터리를 전에도 본 것 같았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44쪽). 채널을 돌려도 화면에는 계속 맵시벌만 나타났다. 여기서 M은 사실 환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그의 배역은 다름 아닌 거미인데, 이야기가 완성되자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M의 운명은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고 지칭했던 현상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바르트가 주장한 바, 근대적 글쓰기는 “수많은 문화의 온상에서 온 인용들의 짜임”(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32쪽)이다. 이때 작가는 작품의 유일하고도 온전한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마치 신이 인간을 창조하듯이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는 다만 다른 소설을 베끼는 필경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의 죽음은 단지 M의 운명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문학론은 실제 ‘π’의,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작법(作法)을 통해 실현된다. ‘π’는 그 자체로 “인용들의 짜임”이다. 우선 우리는 “천일야화‘의 이야기꾼인 셰헤라자드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영향을 감지하게 된다. ‘π’의 액자 속 주인공 하루는 어느 터널에 49일이나 갇혀 있었고, 결국 미쳐버렸다. 그는 이제 정신병원에 있다. 그리고 정신병원의 의사, 간호사, 동료 환자들을 상상 속에서 변형시키며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로베르토 비네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란시스는 박람회에서 칼리가리 박사의 상자를 보게 된다. 그 상자에는 체사레라는 몽유병 환자가 누워 있다. 체사레는 프란시스의 약혼녀인 제인의 죽음을 예언하는데, 칼리가리 박사는 이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상의 이야기는 매우 기이하다. 비현실적이며 악몽을 닮아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프란시스가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는 정신병원의 원장이며, 체사레는 병원의 직원이다. 제인은 프란시스와 마찬가지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였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이들 인물을 변주하여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대중문화 안에서 여러 번 변주된 바 있다. 최근에는 리들리 스콧의 ‘토탈 리콜’(1990)이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1997),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마틴 스코세이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에서 활용되었다. 요컨대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최제훈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작가의 역할은 사실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작가는 이제 독창적인 트릭을 고안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트릭에 의존한다. 다만 그 트릭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붉은 방’을…. 이때 최제훈은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창조자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저자가 아니다. 자기 작품의 “유일하고 동일한 목소리”(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28쪽)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의 언어와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자기 작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돈키호테가 서로 다른 우스꽝스러운 사건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인 것처럼 그는 서로 다른 이야기의 묶음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이제 소설의 인물과 작가는 모두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제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마 창조는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노동일까? 그는 문화산업의 많은 ‘크리에이터’(creator)들이 하고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불가사리’(1962)가 ‘고질라’(1956)를 참조하고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지상 최후의 사나이’(1964)를 차용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다만 진귀한 구경거리(spectacle)를 생산하고 있는 것인가? 반쯤은 옳다. 그는 창조하기보다 생산한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만한 것이다. 아마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아버린 M의 모습은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어느 현대 노동자의 비유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지 않는가. 하지만 최제훈은 뒤샹이 예술가인 만큼은 예술가이다. 레디메이드를 활용하더라도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은 자유에 맡겨진다. 아무리 풍부한 재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그것에 형식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뉴욕의 어느 배관공이 ‘샘’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정말이지 없다. 뒤샹 스스로 인정했듯이, “당신의 가능성은 나의 가능성과 같지 않은 것이다”(“Your chance is not the same as my chance.” (Calvin Tomkins, The Bride and the Bachelors: Five Masters of the Avant-Garde, Penguin, 1968, p.33)). 여기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전문가(specialist)로서의 작가이다. 무엇인가 짜깁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재료를 많이 구비해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짜깁기의 예술은 풍성해질 수 있다. 이것은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최제훈은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노동자로 볼 수 없다. 자기가 조작하는 이야기의 관습을 썩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점을 좀처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한유주는 ‘저자의 죽음’을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적 조건으로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심지어 미리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적을 때도 그것은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유주는 “모든 사물들은, 혹은 모든 사물화 된 문장들은, 일종의 자연사 박물관에 귀속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에 따르면 도서관의 어느 서가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 일종의 “전시된 죽음들”이며, “검은 플라스틱판에, 흰 글씨로 이름을” 새겨 넣은 명패가 달린 박제이다(한유주, ‘자연사 박물관’,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87쪽). 한유주는 이러한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녀가 누구를 참조하고 있는지, 도대체 누구를 ‘베끼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예컨대 ‘허구0’이라는 제목은 “픽션들”이라고 하는 보르헤스의 단편집 표제를, 그리고 “얼음의 책”이라고 하는 표제는 ‘모래의 책’이라고 하는 보르헤스 단편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허구의 영점(零點)과 허구의 복수형은 분명한 대비를 형성한다. 거기에 만들어지자마자 모두 녹아 사라지는 얼음의 책과, 영원히 모래처럼 변화하며 두 번 다시 같은 페이지를 펼칠 수 없는 모래의 책은 모두 의미가 고정되지 않거나, 아예 사라지는 책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는 주의 깊게도 단서를 남겨놓지 않았다. 이것은 한유주 스스로 어떤 작품을 베끼고 있다고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인력이거나, 척력이거나’ 세 편의 작품을 통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상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것은 오히려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와 달라지려 하는 한유주의 부단한 노력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는 연극에 대해 논문을 쓰려는 한 사내가 어느 광인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 광인은 자신이 22년 전에 살해한 여성의 옷과 구두를 몸에 걸치고 있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이 짤막한 이야기의 틈을 헤집고 억지로 자신의 언어를 밀어 넣는다. 한유주는 이 사내와 광인을 각각 트리스탄과 햄릿이라 명명하고, 그들의 조우에 복잡한 운명을 부여한다. 그런데 아마 한유주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의 흔적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두 소설의 공통점이란 시간을 물어보는 행위, 다리 위에서의 대화 등 몇몇 지점에서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으로만 나타난다. 아무리 주의 깊은 독자라도 이 정도의 단서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흔적을 알아채는 것은 훨씬 어려워진다. 주인공 하령은 대재앙이 닥쳐 대륙의 절반이 물에 잠기고, 인구의 절반이 죽어버린 세계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녀는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껴서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를 쓰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베끼려고 하는 소설은 책장에 없거나, 아니면 물에 젖어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무엇인가 베끼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189쪽). 하령은 무엇인가 참조할 때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결말과는 다른” 페이지들을 마주하게 된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3쪽). 그래서 하령의 베끼기는 계속해서 원작과 달라진다. 이것은 굉장히 수고로운 작업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야기와 언어의 관습들을 익혀야 한다. 이미 모든 이야기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기록되었으므로, 잠깐의 방심은 ‘베끼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든 멜로디를 검토하는 작곡가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기존의 특허를 검토하는 기술자의 태도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자신의 노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한유주는 담담하게 토로하고 있는데, “언어는 진화하지 않고, 문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그저 베끼는 와중에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그것은 진화의 개념이 사라진 돌연변이와 같다. 대재앙 이후의 세계에서 호랑이는 아가미를 발달시켰다. 물에 잠긴 세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진화인가 퇴화인가” 말할 수 없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1쪽). 한유주의 소설 역시 ‘자연사 박물관’에 박제된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제시된다. 그녀의 ‘베끼기’가 박제를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문학을 ‘진보’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다만 돌연변이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그친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끝’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은 인류와 함께 절멸했다. 이 ‘끝’에서 문학은, 그리고 글쓰기는 과거의 박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창조의 엿새는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으므로. 4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이야기의 끝’이거나 ‘끝없는 이야기’이거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새로움’의 쇠퇴이다. 이제 작가는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만든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다만 기왕의 설계도를 다소 변형시키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유주와 최제훈의 작품이 새롭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타자의 언어를 베끼고 있음을 드러내지만, 그들의 작품은 전에 없이 독특하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에서도 한유주의 문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부정문을 사용하는 방식은 참으로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제훈은 기성의 관습들을 짜깁기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마치 괴물처럼 낯설다. 이것은 개인의 창조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들이 역설적인 방식으로 창조적이라는 아이러니와 무관하지 않다. 존 케이지는 문자 그대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4분33초’를 만들었으며, 앤디 워홀은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를 조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예술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새로운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파천황의 것이며 예술의 경계를 도전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움은 공허한 것이다. 마치 ‘4분33초’처럼 덧없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그 다음은? ‘4분33초’는 결코 녹음되거나 재연(再演)될 수 없다.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미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앤디 워홀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워홀의 유명한 병뚜껑, 혹은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이것이 어째서 예술인지 질문하고, 대체 예술이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새로움은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는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공허함을 다음과 같이 간파했다.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가루 신발’은 반 고흐의 신발이 가진 직접성을 전적으로 결여한 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정말이지 나는 그것이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말도 걸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프레드릭 제임슨, 강내희 옮김, ‘포스트모더니즘 ― 후기자본주의 문화논리’, 정정호·강내희 편, “포스트모더니즘론”, 문화과학사, 1989, 150쪽)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분명 새롭다. 그들은 우리에게 소설이란 무엇인지, 소설쓰기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설은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으며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19쪽)기 때문이다. 이때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모든 책무로부터 자유롭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한 형식이 된다. 즉, 자족적인 동시에 자기폐쇄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와 최제훈 소설의 공간들이 감옥을 닮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자연사 박물관은 모든 생명들이 박제되어 진열된 공간이며,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사람들은 온통 물에 잠겨버린 건물에서 고립되어 살아간다. ‘불가능한 동화’에서 선생님은 마치 취조실의 형사처럼 아이들을 겁주고 추궁한다. 최제훈을 살펴보면, M은 맵시벌의 둥지에 갇혔고, 하루는 동굴 속에 갇혔으며, 영수는 산장 안에 갇혔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액자 속의 미미는 스토커에게 납치당해 갇혔고, 액자 바깥의 ‘나’는 망막박리에 걸려 눈이 먼 채 병실에 갇혔다. 모두가 갇혀 있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메타픽션이며, 이들은 모두 알레고리 속의 인물이다. 이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은 사실 상징적인 방식으로 글쓰기 자체를 가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것은 바로 언어의 감옥이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글쓰기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타인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모든 발화가 랑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소설 역시 글쓰기의 관습이나 전통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흉내 내며 말을 배운다. 소설이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어디에 있는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은, 소설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폐쇄적인 형식이 된다는 뜻이다. 이때 언어는 자기를 가리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원한 동어반복과 다름없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며, 작가란 발언을 하는 사람(parleur)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요구하기 위해, 혹은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심지어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장 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8, 27쪽).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계를 향해 말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책무가 다만 다른 소설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되었을 때, 글쓰기는 베끼기가 된다. 이때 독서란 소설 안에 존재하는 다른 소설의 흔적을 찾는 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라는 것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 없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78쪽). 오직 언어로 이루어진 곳을 헤매는 것이 독서라면, 그것은 언어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를 유람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렇다면 언어의 감옥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지나야 그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그러니까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179쪽).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파우스트는 평생에 걸쳐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신학까지 열성을 다하여 연구”한 끝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탄식했다. 그가 마술의 세계에 몸을 맡기기로 결심했던 것은, 정통한 지식들이 세계에 대해 조금도 알려주지 않는 “부질없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31~33쪽). 그가 악마와 계약하여 처녀를 희롱하고, 신화 속의 전쟁에 뛰어들고, 바다를 메우는 개간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는 세계관을 거부하고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고 선언한 후였다. 가장 열심히 말의 세계를 믿었던 자가, 행동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아마 파우스트와 같은 모험이 필요할 것이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서재를 벗어나 시공을 뒤집는 모험에 나섰던 것처럼, 한유주와 최제훈도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라는 감옥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때 소설 역시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엄을 되찾을 것이다. ■당선소감 책은 끝없는 미로… 내 모든 단어 빚지고 있어 아직 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데 덜컥 당선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듬더듬 잘 모르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문득 어지럽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길은 앞이 명확했던 적이 없었다. 책을 한 권 읽으면, 세상은 그만큼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권의 책을 숙제로 남겼다. 그러니까 이 길은 목적지가 분명한 대로가 아니라,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미로이다. 이 미로를 열심히 헤매고 싶다.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다. 사실 나는 그들이 전해준 것을 비로소 적었을 뿐이다. 나는 모든 단어들을 빚지고 있다. 그래서 당선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수사가 아니다. 우선 나는 박광현 선생님에게 글쓰기의 모든 것을 배웠다. 내가 지키고 있는 규칙들은 전부 선생님에게 받은 것이다. 황종연 선생님은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셨다. 한만수 선생님은 어떻게 학문이 정의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셨다. 그리고 김춘식 선생님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배웠다.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책읽기의 즐거움’의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허병식 선생님, 복도훈 선생님, 서희원 선생님, 조형래 선배, 김민선, 박진솔, 임세화, 전호성, 한정현, 홍덕구 등 모두들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이들에게 동의하거나, 혹은 반박하면서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내 글을 가장 먼저, 그리고 아마도 가장 즐겁게 읽어준 경연에게 감사한다. 너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고집 센 아들의 선택을 지금까지 지지해주신 부모님께는 가장 큰 감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다. ●약력 ▲1983년생 ▲ 2002년 동국대 국문과 입학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 균형적 함의 도출 … 평론가로서의 앞날 기대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17편이었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이들 작품을 통독하고 그 가운데 최종 논의 대상으로 4편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를 정독한 후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당선작을 확정하였다. 심사기준으로는 응모 평론이 기본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잘 부각시키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에 두었으며, 글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비평적 견식을 담보할 수 있는 문장력도 면밀히 살펴보았다. 대체로 올해의 평론 응모작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성향에 있어서도 여전히 세부적 탐색과 분석에 치중하고 동시대 사회 속에서 해당 작품이 가진 의미를 구명하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평론이 단순하게 한 작품의 성과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배태하고 산출한 환경과 문학사적 친연성 등을 두루 고찰하고 있을 때 객관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터이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4편의 평론 가운데 이은이의 ‘희미해져가는 인간다움에 대하여’는 유연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이 뛰어났다. 하지만 보다 정치한 시각과 정론적 방식으로 대상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정영의 ‘비린내, 혼종의 정체성에 저항하는 존재성’은 후각적 관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규정하는 독창성이 참신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독창적 사유가 총괄적 해석력을 확보하는 데 미흡했고 비린내와 혼종성의 상관관계도, 좀 더 명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만영의 ‘유령의 서사, 열림의 정치’는 시종일관 무난하고 균형성 있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분석 대상이 된 두 작품의 저변을 보다 치열하게 드러내고 그 상관성에 대해서도 입체적 조명이 있었으면 하는 후감이 있었다. 당선작이 된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는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이 가진 문학적 함의를 비교적 정확하고 균형성 있게 도출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에 있어서도 폭넓은 공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평론가로서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분들께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다음 기회의 분발을 바라마지 않는다.
  • [열린세상] 북한 위성의 궤도 진입으로 본 남북관계/장철균 서희외교포럼 대표·전 스위스 대사

    [열린세상] 북한 위성의 궤도 진입으로 본 남북관계/장철균 서희외교포럼 대표·전 스위스 대사

    지난 12월 12일 북한의 은하3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북한은 구소련,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에 이어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린 10번째 국가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했다. 우리는 2018년에나 가입한다는 계획이어서 로켓 기술의 격차가 이렇게 컸는지 놀라움을 주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발사 전날까지도 이 로켓이 궤도 진입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과 북한의 위성기술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 관한 정보파악 능력이 의문시된다. 부족한 정보를 갖고 우리의 잣대에 따라 희망적 사고로 북한을 평가해 온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이 중대한 사건은 대선을 치르면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야 모두 북한의 성공을 평가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현 정부도 정보 오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도 대선에 집중하고 싶었을 것이다. 국내정치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은하3호의 성공은 매우 심각한 안보문제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김정일이 호언하던 강성대국의 실체이다. 북한은 지난 4월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면서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고농축 우라늄(HEU)도 상당히 진척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하3호는 1만㎞ 이상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머지않아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하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탄(ICBM)이 미국을 사거리에 두게 된다. 미국도 북한을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남북관계에서 힘의 균형도 변화될 수 있다. 한국도, 미국도 대북관계를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둘째로, 은하3호는 정통성과 경륜이 부족한 김정은의 세습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김정일이 예상보다 빨리 사망하면서 남긴 경제 파탄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하면서 순항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핵을 내세워 협상을 제의하고 경제적 대가를 흥정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식 경제발전으로 경제가 차츰 좋아지면 28세의 김정은 체제는 30년 이상도 지속할 수 있다. 이러한 남북관계를 우리가 진정 희망하는 것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남북 분단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은 몇 차례나 붕괴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한 후 시간을 벌면서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가뭄과 홍수로 200여만명이 굶어 죽는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한국은 북한이 머지않아 붕괴할 것으로 판단하고 ‘연착륙’이라는 유화책으로 경수로를 지어주었으나 북한은 붕괴되지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도 않았다. 한국의 정세 오판과 왜곡된 대북정책의 결과이다. 분단을 관리하는 비용이 통일비용보다 적지 않음을 상기해야 한다. 넷째, 북한이 군사대국을 자신한 데는 남한의 정치가 한몫을 했다. 국내 정치판이 좌우로 시계추처럼 요동치고, 응징을 뒷전으로 한 유화책이 계속되는 동안 북한은 시간벌기와 함께 경제적 보상을 받으면서 핵과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할 수 있었다. 사활적 국가이익인 안보와 대북정책은 국내정치가 출발점이며 초당적 외교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내년 2월에는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는 과거와 같이 유화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거나, 시간이 흐르면 붕괴 조짐이 나타날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에 기초해 대북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은하3호의 충격을 계기로 사실에 기초한 한반도 안보균형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필요하면 대선공약도 수정, 보완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화와 제재를 병행해야 할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하지만 우리 측이 서두를 이유는 없다.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화를 내세우고 나중에 압박하는 것은 과거를 반복하는 것으로 효과도 없다. 새 정부의 새로운 남북관계를 기대해 본다.
  • 필리핀 심장병아이 3명 한국서 새 생명

    필리핀 심장병아이 3명 한국서 새 생명

    심장병을 앓던 필리핀 영유아 3명이 한국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네살배기 라살렛(여)과 레인, 그리고 갓 돌 지난 세바스티안은 선천성 심장병으로 고통받고 있었지만 막대한 수술비 때문에 치료는 꿈도 꾸지 못했다. 한 명당 수술비가 100만 페소(약 2600만원)나 됐다. 필리핀 근로자가 평생 한푼 안 쓰고 저축해도 모으기 힘든 돈이다. 아이들은 혈관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항상 창백한 얼굴에 파란 입술을 한 채 살아야 했다. 이 아이들이 지난달 28일 한국에 와서 수술대에 올랐다. 건국대병원과 한국심장재단, 한국선의복지재단, 프로골퍼 서희경씨가 도와준 덕이었다. 수술 집도는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매년 무료수술을 해온 건국대병원 소아심장외과 서동만 교수가 맡았다. 아이들의 입술은 이제 건강한 붉은 빛으로 돌아왔다. 레인의 어머니 레아(25)는 “수술하는 동안 울며 중환자실 앞을 지켰는데 건강해진 아들을 보니 정말 행복하다.”면서 “지난 6일이 아들의 생일이었는데 이만한 생일선물이 어디 있겠냐.”며 눈물을 쏟았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이 두 여자를 조심해

    이 두 여자를 조심해

    ‘후도 유리와 요코미네 사쿠라를 잡아라.’ 1일 부산 베이사이드 골프장(파72·6345야드)에서 열리는 KB금융컵 제11회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 1라운드에서는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 박인비(23)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통산 50승의 후도가 격돌한다. 둘은 포섬 매치플레이(한 팀 두 명의 선수가 1개의 공을 번갈아 쳐 홀별 승부를 가리는 방식)에서 각각 LPGA 투어 신인왕인 유소연(22·한화), 바바 유카리와 한 조에 묶였다. 올해 36세인 후도는 13명의 일본 대표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올 시즌 상금 순위는 20위에 그쳤지만 1996년 프로에 입문, 2000년부터 7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하고 통산 상금 10억엔을 처음 넘어선 선수로, 일본여자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여섯 차례 출전, 9개 라운드 전적은 2승3무4패. 30일 프로암 경기가 끝난 뒤 후도는 “2003년 대회 당시 악천후 속에서도 유일하게 언더파를 친 박세리의 투혼을 지금도 기억한다.”면서 “일본 선수들도 주변 상황에 굴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도록 좀 더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요코미네 사냥’의 특명을 받은 ‘절친’ 김하늘(비씨카드)-이보미(이상 24) 조의 샷도 주목된다. 시즌 4승의 사이키 미키와 짝이 된 요코미네는 역대 일곱 차례 출전, 8승1패를 거둔 ‘코리안 킬러’. 3년 전 대회에서 서희경(26·하이트진로)에 당한 패배가 유일하다. 요코미네는 이보미를 겨냥한 듯 “일본에서 뛰는 정상급의 한국 선수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고, 이보미 역시 “한국 여자골퍼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해 맞서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부산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安 사퇴하자… 주가도 ‘철수’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의 테마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1300억원이 증발했다. ●미래산업 주가 14.95% 하락 안철수 테마주의 대표주자로 꼽혀 온 38개 종목은 26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전 거래일보다 평균 5.25% 하락했다. 특히 안랩과 미래산업, 써니전자 등 9개 핵심 테마주는 평균 14.92%나 폭락하면서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테마주들은 상한가를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안 전 후보가 설립한 안랩은 3만 5250원으로 장을 마감해 전 거래일(4만 1450원)보다 6200원(14.96%) 떨어졌다. 올 1월 3일 세운 최고가(16만 7200원)와 비교하면 거의 5분의1 토막이 난 셈이다. 미래산업과 써니전자도 각각 14.95% 하락했다. 솔고바이오(14.99%), 우성사료(14.97%), 오픈베이스(14.73%), 케이씨피드(14.89%), 다믈멀티미디어(14.99%), 엔피케이(14.86%) 등 다른 테마주들도 14%의 하락폭을 보였다. 이들 38개 테마주의 시가총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총 1조 8714억원이었다. 이날 저녁 안 후보는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뜬눈으로 주말을 보내다시피 한 ‘안 테마주’ 투자자들은 26일 장이 열리자마자 보유 주식을 던지기 시작했고, 개장 한 시간여 만에 시총이 1조 7237억원으로 줄었다. 1477억원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오후 장 들어 낙폭을 다소 만회하긴 했지만 종가 기준 시총은 1조 7416억원에 그쳤다. 결국 하루 새 1300억원이 빠졌다. 3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6월 1일까지만 해도 1조 2571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선 테마주 광풍이 불면서 한때 5조 1034억원으로 4배 이상 급등했다. 주가가 폭락하자 개미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문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안랩은 상대적으로 우량기업이지만 투기적 매매자가 많은 것이 부담”이라면서 “안철수 총리설 등이 나오면 어느 정도 낙폭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큰 폭의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테마주의 대표주자인 EG는 전 거래일보다 5850원(14.98%) 오른 4만 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한가다. EG의 최대주주는 박 후보의 동생인 박지만씨다. 박 후보의 복지 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보령메디앙스, 아가방컴퍼니, 대유신소재, 대유에이텍, 신우, 비트컴퓨터, 서한 등 관련주 8개도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朴·文테마주 줄줄이 상한가 문재인 테마주도 줄줄이 상한가를 쳤다. 대표주자인 바른손이 14.93% 오른 4080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우리들제약, 우리들생명과학, 서희건설, 조광페인트, 모나미, 바른손 등 9개 종목이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테마주는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만큼 언제든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열린세상] 대선 후보와 대북 정책/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스위스 대사

    [열린세상] 대선 후보와 대북 정책/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스위스 대사

    12월 19일에는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를 책임지게 될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선 분위기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다수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국내 문제에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중은 경제에는 민감하지만 안보에는 무관심한 경향을 보인다. 경제가 중요함은 분명하지만 한국의 현실을 돌아볼 때 안보와 직결된 대북정책 공약도 국민이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제까지 제시된 후보들의 공약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북한과 먼저 대화하고 나중에 비핵화하자는 소위 유화책도이 눈에 띈다. 이명박 정부의 원칙론이 효험이 없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선군(先軍)에서 선경(先經)으로 이동하면서 군부교체 등 체제안정을 위한 시간벌기가 필요한데 남쪽의 대선 후보들이 대화와 경협을 우선하겠다고 하니 내심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 북한의 안보 위협은 우리가 느끼고 있는 체감온도보다 매우 악화된 상태이다. 2년 전 연평도 포격은 침공에 가까운 무력도발이었다. 포격 5개월 전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면서 헌법 전문에 ‘김정일 동지께서는 우리 조국을 불패의 정치사상 강국,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강국으로 전변시키시었다.’고 명기해 비핵화의 레드라인을 넘었다. 최근 북한의 잦은 북방한계선(NLL) 침입은 서울조차 북한의 공격에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남측의 유화책에 관계없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면 서해 도발을 계속할 것이다. 역사에는 유화책이 화를 부른 사례가 많다. ‘일방적인 양보는 상대의 오판을 초래하게 되고, 싸워야 할 상황에서 싸움을 피하면 더 큰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도발에 대한 응징을 포기했기 때문에 억지력이 상실된 것이다. 1950년 북한의 남침을 보고받은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머리에 떠올린 것은 1938년의 뮌헨협정이었다. 영국 체임벌린 총리가 히틀러에게 체코의 영토를 내준 이 협정은 유화의 대표적 사례로 ‘뮌헨신드롬’이라고 한다. 트루먼은 남침을 허용하면 소련의 팽창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Hit them hard)고 하면서 즉각 참전을 결정했다. 우리 역사에는 안이한 유화적 인식과 함께 유비무환의 부재로 화를 부른 사례가 많다. 선조는 이율곡의 10만 양병론을 무시했다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압록강 의주까지 피신했고 조선은 초토화되었다. 왜란을 경험한 재상 유성룡이 남긴 ’징비록‘에는 군사(안보)를 모르는 임금과 정파 대립으로 인한 자중지란을 경계해야 하고 유사시 도와줄 맹방의 필요성을 적고 있다. 우리는 과거 정권들이 교체되면서 대북정책이 좌우로 흔들리는 시계추 현상을 목격해 왔다. 이러한 ‘안보 공회전’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북정책이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서 북한은 물론 중국, 미국 등 6자회담 이해당사국, 그리고 국제사회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과 국가이익에 기초해 여야 정치권,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공통분모로서 필자는 다음 다섯 가지를 제시해 본다. 첫째, 북한의 핵개발과 핵무기 보유를 용납하지 않는다. 둘째, 북한이 헌법에 핵 보유를 명기한 것은 양측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합의에 위배되므로 즉각 삭제해야 한다. 셋째,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 협의에 응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현금 지원과 추가적인 경제협력은 고려하지 않는다. 넷째, 북한 정부와 주민을 구분하여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한다. 다섯째,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서는 즉각 무력 응징한다. 혹자는 ‘유화외교’로 협상을 잘하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교 협상은 보조수단이지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아니다. 외교의 힘은 국내 정치의 초당적 결집과 국민적 지지에서 나온다. 앞으로 5년을 허비한 후에 다시 생각하기에는 늦다. 안보에 관한 국민의 ‘현명한 여론’과 ‘정치권의 합심’이 요구된다.
  • [시선집중] “민간부문 참여 더 필요하다”

    강서희망드림단은 지난 5개월간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 사회에 성공적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더 많은 민간 부문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공공이 주도하던 이 사업을 점차 민간 주도로 전환해 ‘주민 참여형’ 강서형 복지모델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노현송 구청장은 시행 초기 단계라 아직까지 민간의 우수 자원과 공공부문의 유기적인 연계가 미흡하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노 구청장은 “민간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공부문의 운영체계를 최대한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구에서 중심 창구 역할을 수행하겠다.”면서 “앞으로 민간자원을 계속 발굴 지원하고, 이를 제도권 내 복지시스템으로 유인하기 위해 간담회와 회의, 세미나 등 지속적인 소통 창구를 열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 구청장은 5개 분야 21개 복지 브랜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교육과 문화, 의료서비스 등 기획단계에서부터 민·관이 조화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지역복지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주민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는 강서 재능뱅크에 다양한 경력을 가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확대해 나가는 한편 저소득층의 자립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일자리 만들기에 지역 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는 공공 주도와 민간협력을 병행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민간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최종적으로는 내년 하반기까지 민간 주도의 공공지원 복지모델을 확립한다는 것이 노 구청장의 각오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시선집중] (2) ‘예스! 강서 희망드림단’

    [시선집중] (2) ‘예스! 강서 희망드림단’

    ‘예스(Yes)! 강서희망드림단’은 노현송 강서구청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지역 맞춤형 복지 사업이다. ‘주민에게 꿈과 희망을 드린다.’는 뜻이 담긴 희망드림단은 지난 6월 출범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틈새·소외계층을 발굴해 지원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민들의 복지체감도 역시 크게 향상됐다. 희망드림단 출범 5개월을 맞아 노 구청장은 20일 “구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51.3%)을 복지 예산으로 쏟아붓고 있는 현실에서 복지 부서의 힘만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복지 수요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면서 “민·관이 함께 지역 특성에 맞는 복지모델을 발굴하고 새로운 복지욕구를 충족시킬 복지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희망드림단을 출범시켰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희망드림단은 민선 5기 출범 이후 2년여의 준비 끝에 나왔다. 영구 임대아파트 1만 5275가구, 임대형 다가구·다세대 주택 1만 699가구 등 다른 자치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지 수요가 많은 탓에 단편적인 지원보다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종합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구청장은 지난해 6월 지역 맞춤형 복지사업을 관장하는 복지재단 설립을 위한 조례 제정 및 공포를 마치고 민간출연금 5억원, 구 출연금 15억원 등 2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했다. 이어 노 구청장은 지난 5월에는 주민대표와 시민단체, 복지기관, 복지전문가,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희망드림단을 발족한 뒤 6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화곡6동 화곡동별관에는 희망드림단의 사무를 관장하는 희망드림센터도 개소했다. 희망드림단은 맞춤형 사례관리와 서비스, 법률 자문을 담당하는 희망복지팀, 적극적인 틈새 계층 발굴과 적절한 지원을 연계하는 복지지원팀, 콜센터 기능과 신속하게 출동해 이들을 돌보는 ‘예스! 행복기동대’를 만들었다. 동 단위에도 30명 내외의 동 희망드림단을 꾸렸다. 지난달에는 조례에 따라 희망나눔복지재단도 출범했다. 오랜 준비를 거친 만큼 짧은 기간 동안 성과도 컸다. 희망드림단은 지난 5개월간 분산된 복지서비스를 통합해 운영하는 통합사례관리 운영 117건, 틈새·소외계층에 대한 서비스 제공·연계 444건, 희망드림 콜서비스 953건, 법률 홈닥터 상담 320건, 디딤돌 기부업체 42곳 발굴 및 1300여명을 지원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또 동 희망드림단도 통합사례관리 운영 42건, 연계 3130건, 사회복지기관 서비스연계 766건, 민간단체 후원 1억 600만원 등의 성과를 내며 실행조직 역할을 충실히 했다. 앞으로 나눔·참여·문화·건강·자립복지 등 5개 분야 21개 복지 브랜드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저소득층 PC보급과 전기·보일러 수리, 1사 1경로당 사랑나누기 등 취약계층을 일선에서 돕고, 영구 임대 주택이 많은 지역의 공동주택 커뮤니티 사업을 지원하게 된다. 또 저소득층,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장애인을 대상으로 연 20회 이상 문화공연을 열고, 자살예방 프로젝트와 찾아가는 건강상담실, 한의약 건강증진 허브보건소 등도 운영한다. 아울러 지역 내 기업과 협력해 취업희망계층의 일자리를 알선하는 자립복지도 펼칠 예정이다. 노 구청장은 “앞으로 민·관이 힘을 모아 중복 수혜가 사라지고 틈새계층이 없는 진정한 지역 복지가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부고]

    ●신승주(미소금융중앙재단 차장)우용(회사원)보영(문화일보 기자)씨 부친상 고은영(서울신문 문화사업부 차장)씨 시부상 김교년(공무원)씨 장인상 11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3일 오전 9시 (02)2227-7566 ●정수용(빙그레 부회장)씨 장모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7시 (02)3010-2294 ●이금채(보광 대표이사)필래(구리청과 상무)종희(약사)명희(한국투자증권 차장)씨 모친상 정해남(전 광주서초 교사)씨 시모상 김동석(서울동부지검 과장)김성수(한국지엠 홍보담당 상무)씨 장모상 이민석(정읍사랑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민선(랩코리아 과장)윤석(IBK기업은행)씨 조모상 12일 광주 한국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62)380-3041 ●김기호(벤텍바이오 대표)기종(동탄제일병원 행정원장)씨 부친상 장영태(전 홍익대 총장)김용길(전 코트라 처장)김현곤(전 사해무역 대표)강중구(산본제일병원 원장)씨 장인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010-2230 ●강운구(사진작가)건구(전 두산베어스 사장)선구(전 한국전력기술 전무)씨 모친상 이영란(헤럴드경제 선임기자)씨 시모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2)3410-6902 ●정환진(한일시멘트 고문)씨 모친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30분 (02)3410-6914 ●박판주(대신증권 대전지점장)응주(유니코로지스틱스 이사)희주(한국항공우주산업 조립생산팀)씨 모친상 변상기(사업)두희웅(육군 12사단 중령)씨 장모상 12일 대전 유성선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30분 (042)825-9494 ●김윤중(동양에이케이코리아 대표)영중(창영건설 대표)이중(한국투자증권 청주지점장)씨 모친상 11일 세종 조치원장례식장, 발인 14일 오전 9시 (044)866-4800 ●박홍수(한맥정공 대표이사)씨 부인상 정희(한맥정공 이사)주영(한맥정공 관리차장)씨 모친상 1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65 ●유연(전 바이엘코리아 전무)씨 별세 성원(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경원(한국디자인진흥원 연구원)씨 부친상 문재현(삼성전자 선임연구원)씨 장인상 전소정(지심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씨 시부상 1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410-6905 ●장천우(전 주한 캐나다대사관 상무관)씨 별세 동철(전 코오롱유화 상무)동신(남산금속 상무)동헌(우리자산운용 전무)씨 부친상 1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02)3010-2232 ●정해연(정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정애(경기 한터초 교사)해희(대전 봉명초 교감)혜선(대전 석교초 교사)수남(한화)씨 모친상 유의규(대전고 교장)정종수(서울단대부고 교사)박성배(사업)이규영(서울 방화중 교사)씨 장모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02)3010-2292 ●최범종(서희건설 상무)영종(원화조경 팀장)씨 부친상 이동욱(진성비닐 대표)씨 장인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010-2236
  • [기고] ‘장루이시’의 K푸드 이야기/장서희 탤런트

    [기고] ‘장루이시’의 K푸드 이야기/장서희 탤런트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바쁘게 지내고 있는 나에게 한·중 수교 20주년은 뜻깊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 한·중 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한류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내가 주연을 맡았던 몇몇 작품을 포함한 한국 드라마에서 한류 열풍이 시작되었고 나는 한류 배우로서 중국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중국에서 연기자로서 나를 처음 알린 것은 10년 전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아리영’ 역할을 통해서였다. ‘인어아가씨’는 중국 CCTV에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 방송국에서는 재방영하고 있다. 연기자 ‘장루이시’로서 내 이름을 중국 팬들에게 각인시킨 계기는 CCTV에서 올 초 방영한 중국 드라마 ‘서울 임사부’다. 이 드라마는 사천 요리사가 서울을 방문해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 따뜻한 가족드라마로, 일주일 만에 중국 전체 드라마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한국 식문화를 알린다는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상음식에서부터 제사음식까지 곳곳에서 한국 음식이 노출되면서 주변의 많은 중국 분들의 질문 공세를 받게 됐다. 음식이라는 친근한 소재 덕분에 한국 문화를 현지인들에게 좀 더 쉽게 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연기자는 새로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스태프와 출연자들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기에 낯선 이들과의 작업에 어느 정도는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56개의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고 지역별로 문화적 배경이 다른 중국에서 현장의 스태프들과 친해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먹거리였다. 중국 드라마 촬영이 결정되면, 나는 중국행 가방을 온통 홍삼·유자차·김·라면·일회용 고추장 등으로 가득 채운다. 어색하고 다소 무겁기도 한 촬영 첫날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는 스태프들 사이를 다니면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함께 열심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 보아요.”라는 진심을 담아 한국의 농식품을 선물한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그들에게 고추장, 김 등 우리 식품은 아주 특별한 선물이 된다. 작지만 특별한 선물을 대접하고 나면, 나는 멀리 타국에서 온 외국인 배우가 아니라 어느새 그들의 ‘펑요’(친구)가 된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많은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은 어제 먹었던 한국 고추장과 된장·김의 맛과 구입처에서부터 김치찌개 같은 한국의 대표음식과 조리방법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펼쳐나가며, 내 주위는 중국 친구들로 북적거리게 된다. 이번 드라마가 끝나고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함께 연기했던 친한 중국연기자 동료가 자신의 집으로 어머니와 나를 초청했다. 그녀는 마트에서 불고기양념장을 구해 손수 불고기를 구워 한국산 쌈장과 함께 쌈밥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하고, 막걸리까지도 잊지 않고 차려놓아 나를 감동시켰다. 문화가 다른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서로의 음식에 대한 이해와 수용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을 하고 있던 나에게, 한국 농식품(K-Food) 중화권 홍보대사라는 막중한 임무가 맡겨졌다. 대륙에서 펼쳐질 한국 농식품과 나의 맛깔스러운 여정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유소연 “내년엔 메이저 퀸 되겠다”

    유소연 “내년엔 메이저 퀸 되겠다”

    유소연(22·한화)이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홉 번째 한국인 신인왕으로 이름을 올렸다. LPGA 투어는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남아 있는 3개 대회의 결과에 관계없이 유소연이 신인상 수상을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비회원으로 출전한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 L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뒤 올해부터 본격 투어에 뛰어든 유소연은 지난 8월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 정상에 오르는 등 신인왕 포인트 1306점을 쌓았다. ‘무서운 10대’ 알렉시스 톰프슨(17·미국)이 추격했지만 이날 현재 779점에 그친 터라 500여점 차로 격차를 벌린 유소연은 남은 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올해 ‘최고의 루키’에 선정됐다. 1998년 투어 첫 신인왕에 오른 박세리(35·KDB금융그룹) 이후 탄생한 여덟 번째 한국 국적의 신인왕. 2007년 수상한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24·박혜인)까지 포함하면 아홉 번째가 된다. 유소연은 올해 22개 대회에 출전해 라운드당 버디 수(1위·4.12개)와 톱 10 진입률(1위·64%), 평균 타수(4위·70.42타)를 비롯한 7개 부문에서 10위 안에 드는 등 정상급의 기량을 발휘한 것이 신인왕 포인트를 쌓는 데 큰 힘이 됐다. 지난해 서희경(26·하이트진로)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인 신인왕이 된 유소연은 “박세리 언니를 비롯해 LPGA 투어의 길을 열어 준 선배들에게 감사한다. 올해는 톰프슨과 시드니 마이클스 등 좋은 신인이 많았는데 신인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국내에서 이루지 못한 목표를 더 큰 무대에서 일구게 돼 기쁘다.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엔 또 다른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우즈가 놀랐던 11세 소녀 10년만에 ‘백조’가 되다

    우즈가 놀랐던 11세 소녀 10년만에 ‘백조’가 되다

    10여년 전 타이거 우즈(미국)가 한국을 처음 찾았을 때 “꼭 한 번 보고 싶다.”며 콕 찍어 제주로 초청해 함께 골프채를 휘두른 여자 주니어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장하나(20·KT). 당시 열한 살이던 그는 300야드 가까이 드라이버를 날리던 ‘장타 소녀’로 유명했다. 우즈마저 보고 싶어 했던 신동. 화려한 아마추어 생활을 하면서 순서대로 국가대표가 됐고 퀸시리키트컵 개인·단체전 우승을 이끄는 등 맹활약했다. 2010년에 프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마추어 때와는 달랐다. 2부 투어로 시작했다. 우승 한번 못 했지만 시드전 2위로 1부 투어에 뛰어든 건 지난해부터다. 그냥저냥 1년이 흘렀다. 이번엔 상금 랭킹(37위)를 충족시켜 2년째 정규 투어 생활이 시작됐다. 그러나 연초부터 암울했다. 상반기가 끝날 때까지 5개 대회 연속 컷에서 탈락했다. 그의 카카오톡 스토리에는 “나는 왜 미운 오리가 됐을까.”라는 자조적인 문패가 달렸다. 늦둥이 딸을 둔 아버지 장창호(55)씨는 외동딸을 데리고 ‘특훈’에 들어갔다. 샷은 물론 정신력까지 싹 뜯어고쳤다. 달라졌다. 지난 8월 50위권에서 하반기 첫 대회를 시작해 최근 2개 대회에서 순위를 3~4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 우승했다. 흐르는 눈물이 뜨거웠다. ‘2년차 징크스’에 몸살을 앓던 ‘미운 오리’가 ‘백조’로 돌아왔다. 2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파72·6645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장하나는 전날 비로 3라운드가 취소돼 54홀 경기로 축소된 이날 2타를 잃었지만 5언더파 211타로 김하늘(24·비씨카드), 양제윤(20·LIG) 등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욕심 안 내고 기회만 잡은 게 주효했다.”고 했다. 3년 전 아마추어로 출전한 이 대회 챔피언조에서 마지막홀 통한의 버디 범실로 서희경(26·하이트진로)에게 1타 뒤진 채 우승을 내준 것은 이제 추억이 됐다. 장하나는 “상반기 상금 랭킹 89위까지 떨어져 골프를 접을 생각까지 했다.”며 “이제 상금 순위 5위까지 진입하는 게 남은 목표”라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 “상금왕 지키자” 허윤경 2언더 톱10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 “상금왕 지키자” 허윤경 2언더 톱10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상금왕을 노리는 허윤경(22·현대스위스)이 기선을 제압했다. 허윤경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파72·6645야드)에서 개막한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3개를 뽑아내 2언더파 70타를 쳤다. 공동 9위로 무난히 ‘톱 10’에 들었다. 4언더파 68타를 적어낸 김현지(24·LIG)와 공동 선두에 오른 윤슬아(26·토마토상호저축은행)에 2타 뒤졌다. 준우승만 4차례 거둬 상금 1위에 오른 뒤 시즌 상금왕 향배가 가려질 이 대회에서 허윤경은 김자영(21·넵스), 김하늘(24·비씨카드), 양수진(21·넵스) 등과의 기싸움에서 일단 이겼다. 양수진이 1언더파 71타를 때려 공동 15위에 올랐을 뿐 김하늘은 이븐파 70타로 공동 26위, 김자영은 버디 2개를 뽑았지만 보기도 5개나 범해 3오버파 75타로 무너져 107명 가운데 공동 75위에 그쳤다. 허윤경은 김자영에 불과 600만원, 김하늘에는 1600만원, 4위 양수진에는 7000만원 앞서 있다. 이 대회 우승 상금은 1억 4000만원. 2주 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 메이저 첫 승을 거둔 윤슬아는 2008년 신지애(24·미래에셋)와 이듬해 서희경(26·하이트진로)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이저 우승 기록에 다가섰다. 그는 “바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며 “상반기 좋지 않았던 성적을 하이트대회 우승으로 보상받았다.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으니, 내일 이후 나머지 라운드에서도 편하게 치겠다.”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민·관 손잡고 ‘맞춤형 복지’ 연다

    민·관 손잡고 ‘맞춤형 복지’ 연다

    서울 강서구가 오랜 준비 끝에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관협력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강서구는 22일 오후 2시 구청 대회의실에서 재단법인 ‘강서희망나눔복지재단’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강서희망나눔복지재단은 복잡·다양해지고 있는 복지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중심역할을 하게 된다. 노현송 구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복지재단 설립으로 관공서의 체계적인 복지시스템과 민간의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이 어우러져 중복수혜가 사라지고 틈새계층이 없는 진정한 지역복지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서희망나눔복지재단은 지역 여건과 수요자 욕구에 맞는 맞춤형 복지구현의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지역특성을 반영한 브랜드 사업 발굴과 새로운 복지전달체계 개선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복지재단 설립으로 민간의 참신하고 다양한 복지프로그램과 체계적인 공공의 복지시스템이 조화를 이뤄 틈새계층을 아우르고 소외계층 없는 지역복지 구현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구는 전망하고 있다. 구는 지난해 6월 재단설립을 위한 조례 공포를 마치고 민간출연금 5억원, 구 출연금 15억원 등 2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했다. 구는 매년 3억~4억원을 연차적으로 출연해 재단 운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강서희망나눔복지재단은 지역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자원의 발굴·연계·협력과 사회복지시설 간 교류 강화 및 사회복지서비스의 연계·조정을 하게 된다. 또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조사연구 및 복지프로그램의 개발·보급은 물론 사회복지시설 운영 및 서비스 평가, 자원봉사센터 운영 및 자원봉사 활성화 추진 등 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창립총회에서는 설립 발기인 25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관 및 규정 확정, 사업계획, 예산서 승인, 이사·감사선임, 초대 이사장 등을 선출했다. 초대 이사장에는 지역에서 장학회를 운영하며 김장과 독거노인 지원 등을 해 온 고건상 가양1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이 선출됐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열린세상] 대통령의 외교언어/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스위스 대사

    [열린세상] 대통령의 외교언어/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스위스 대사

    신라 선덕여왕이 즉위하자 당(唐) 태종이 모란 그림을 보내왔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여왕은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이는 당제(唐帝)가 과인이 짝이 없음을 놀리는 것이다.’라 했다고 삼국유사는 전하고 있다. 이는 당과 신라의 정상외교를 묘사한 것으로, 여기에서 모란 그림을 오늘날 넓은 의미의 외교언어(diplomatic parlance)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외교언어란 말과 글(문서)뿐만 아니라 그림과 같은 상징물, 독특한 몸짓이나 태도, 스타일과 같은 비언어로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외교 의사소통 방식이다. 미국 첫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여사가 외국방문 시에 색깔이 다른 브로치를 사용해 의사표시를 한 것도 외교언어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시에는 중국이 판다 곰을 선물해 ‘판다 외교’도 그 이름을 남겼다. 때로는 침묵도 외교언어가 될 수 있다. 은둔으로 일관하다가 필요할 때 잠시 등장해 세상의 주목을 유도한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행태를 ‘침묵 외교’라고도 한다. 2008년 2월 뉴욕 필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미국의 ‘콘서트 외교’는 1956년 미·소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이래 1973년에는 미·중관계의 해빙을 조성해서 공산권과의 외교에 단골메뉴가 되었다. 1946년 3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야당 당수일 때 미국을 방문해 미주리 주의 웨스트민스터 대학 연설에서 언급한 ‘철의 장막’은 냉전 반세기 동안 외교언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1992년 5월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바로 이 대학을 찾아 ‘냉전의 종식’을 선언했다. 외교언어는 국가관계와 국제정치에 영향을 주고받는 외교의 중요한 소통수단이다. 그래서 국가정상의 외교언어는 언제나 주목을 받지만, 외교언어에 힘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진실성이 결여된 ‘구두선’(lip service)으로 또는 ‘그저 한번 해본 소리’(rhetoric)로 평가 절하되어 정상 개인뿐 아니라 나라의 신뢰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큰 대포는 잘 쏘지 않는다.’고 한다. 세치 혀는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천 냥의 빚을 질 수도 있다. 한국 대통령의 외교언어는 실패한 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의 ‘일본 버르장머리 고치기’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핵 개발 일리 있다’는 발언이다. 정제되지 않은 외교언어였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도 방한하고 싶으면 먼저 사과하라.’는 발언도 신중하게, 의도된 외교언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독도문제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메시지는 약화되고 대일외교에 혼란을 초래했다. 학생과의 대화 중에 우연히 나온 실수라는 해명은 또 하나의 실패한 외교언어가 될 수 있다. 옛말에도 ‘왕의 말씀은 바꿀 수 없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의 외교언어로서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52년 1월 국제사회에서는 ‘리-라인’으로 회자된 이승만 대통령의 ‘평화선‘이다. 6·25전쟁 중이었고 미국과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화선을 통해 우리의 영해를 넓히고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가능하게 했다. 외교언어를 잘 구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도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결과를 잘 생각하라.’는 로마 속담도 있다.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결과가 불확실하면 아니함만 못하다. 그리고 행동할 때는 힘이 수반되어야 효과가 있다. ‘큰 몽둥이를 갖고 다니되 말은 부드럽게 하라.’ 외교의 정곡을 간파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말이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통령의 외교언어는 곧 외교력이다. 세 후보의 외교언어 능력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아직 후보들은 인기가 없는 외교, 안보 이슈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영토분쟁, 민족주의, 정치 우경화, 군비경쟁 등 한국에 주어진 외교적 도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준엄하다. 한국의 미래는 외교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지도자는 교체되었고, 중국과 미국·일본의 정상은 곧 선출된다. 이들과 상대하게 될 새로운 한국 대통령의 외교력을 기대해 본다.
  • [하이트진로챔피언십] 장하나 3년만의 설욕

    [하이트진로챔피언십] 장하나 3년만의 설욕

    서희경(26·하이트진로)과 장하나(20·KT). 둘 사이에 실낱 같은 인연의 끈이 있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서희경의 아버지 용환씨와 장하나의 어머니 김연숙씨는 서울 남산 자락의 한 동네 선후배 사이다. 이들이 딸의 골프 교육을 위해 각자 경영하던 슈퍼마켓과 음식점을 미련 없이 팔아치운 전력도 엇비슷하다. 둘은 지난 2009년 10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KB스타투어 파이널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서희경은 국내 최강의 프로로, 초청장을 받고 출전한 장하나는 최강의 아마추어로 대회 마지막날 챔피언조에 함께 묶였다. 1타 앞서던 서희경이 18번홀 벙커에서 헤매던 사이 먼저 공을 그린에 올린 장하나가 첫 우승을 노렸지만, 버디 퍼트를 시도하는 순간 갤러리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다. 이듬해 서희경은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진출했고, 장하나는 KLPGA 2부 투어 선수가 됐다. 그리고 꼭 3년 뒤 둘이 다시 한 조에서 만났다. 장하나가 서희경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3년 전의 아픔을 되갚았다. 12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골프장(파72·654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하이트진로챔피언십 2라운드. 장하나는 버디 5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타를 줄인 중간합계 1언더파 143타를 쳐 공동 5위에 올랐다. 전날 1라운드 이븐파로 10위 언저리로 처졌지만 이날 선두 윤슬아(26·4언더파)에 3타 뒤진 우승권에 포진했다. 반면, 전날 1언더파 공동 5위에 올랐던 같은 조의 서희경은 버디는 2개에 그치고 보기는 5개나 쏟아내 중간합계 2오버파 146타 공동 16위로 밀려났다. 장하나는 “마지막 18번홀 3m짜리 이글 퍼트를 놓친 게 두고두고 아쉽다.”고 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친정 왔어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친정 왔어요

    서희경(26·하이트진로)이 1년 만에 출전한 ‘친정 대회’에서 3년 만의 정상을 향한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지난해 한국 선수로는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8번째 신인왕에 오른 서희경은 11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골프장(파72·654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첫날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단독 선두 김유리(20·현대스위스·3언더파 69타)에 2타 뒤진 공동 4위. 그러나 대회가 사흘이나 남은 점을 감안하면 서희경의 우승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2006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서희경은 2008년부터 2년 동안 무려 11승을 쓸어 담으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일인자’로 등극했다. 2010년 비회원으로 출전한 LPGA 투어 KIA클래식에서 우승, 미국 무대에 무혈입성한 서희경은 루키 시즌이었던 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에 올랐다. 짙은 안개로 일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전 홀 ‘샷건’ 방식으로 진행된 1라운드 18번홀에서 출발한 서희경은 이후 12개홀 동안 버디만 3개를 솎아내며 리더보드 맨 윗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16번홀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린 뒤 두 차례 퍼트로 더블보기를 적어내면서 선두를 내줬다. 한 주 휴식을 취한 KLPGA 상금 1위 김자영(21·넵스)도 서희경과 동타를 쳐 순조롭게 출발했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통산 20승으로 KLPGA 투어 영구 시드를 획득한 전미정(30·진로재팬)은 1오버파 73타, 공동 19위로 첫날을 마쳤다. 지난주 러시앤캐시대회에서 우승한 김하늘(24·비씨카드)은 3오버파 75타, 공동 47위로 부진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브리티시여자오픈] 기다려 트로피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루키’ 유소연(22·한화)이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정조준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골프 챔피언 유소연은 1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로열리버풀링크스(파72·6657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강혜지(22)와 공동 선두로 나섰다. 지난 9일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역전 우승한 뒤 영국으로 날아간 유소연은 이날 버디 5개에 보기 3개를 곁들여 리더보드 맨 윗줄을 차지했다. 어릴 때 뉴질랜드로 건너가 호주에서 골프를 배웠지만 국적은 한국인 강혜지는 버디 6개와 보기 4개를 묶어 무명 돌풍을 예고했다. 사흘 전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22개월 만에 우승 갈증을 푼 신지애(24·미래에셋)는 유소연과 강혜지에게 1타 뒤진 공동 3위에 올라 2주 연속 우승과 4년 만에 대회 정상을 되밟는 발판을 마련했다.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71타. 그러나 3위 그룹에는 관록의 ‘메이저 사냥꾼’ 캐리 웨브(호주)와 미야자토 아이(일본)를 비롯해 무려 9명이 포진해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게 됐다.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청야니(타이완)는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 12위로 무난하게 첫날을 마쳤다. CN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남긴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고보경)는 최연소 선수로 처음 출전해 청야니와 동타로 성공적인 1라운드를 치러 냈다. 서희경(26·하이트)과 박인비(24), 한희원(34·KB금융그룹)도 12위 그룹에 합류해 우승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올해 US여자오픈 챔피언 최나연(25·SK텔레콤)은 1오버파 73타를 적어내 공동 29위. 한편 144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15명에게 무더기 오버파를, 20명에게는 80대 타수를 적게 한 잉글랜드 북서부의 강한 바닷바람은 2라운드가 시작된 이날 오후 순간 최대 풍속 시속 100㎞를 넘나들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경기위원회는 거센 바람 때문에 전반 홀 출발한 18명이 불과 한 시간 만에 도합 52오버파를 쏟아내자 즉각 경기를 중단시키고 이들의 2라운드 기록을 무효 처리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김자영·김비오 막을 자는

    국내 남녀프로골프 다승·상금 부문 1위인 김비오(22·넥슨)와 김자영(21·넵슨)의 독주를 저지할 대항마가 이번엔 나타날까. 메트라이프·한국경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십이 13일부터 나흘 동안 경기 안산의 아일랜드리조트 오션 웨스트·사우스코스(파72·6722야드)에서 열린다. 총 상금 7억원, 우승 상금은 1억 4000만원. 34번째 맞는 국내 메이저 대회 가운데 하나다. 지난 5월 우리투자증권대회와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8월 히든밸리대회까지 우승, 국내 1인자로 급부상한 김자영의 시즌 4승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 김자영은 이번 대회마저 휩쓸어 시즌 상금·다승왕을 굳히겠다는 각오다. 특히 2009년 서희경(26·하이트) 이후 시즌 4승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김자영이 4승 고지에 오르면 신지애(24·미래에셋), 서희경 등 KLPGA 투어를 평정하고 미국에 진출한 선수들의 코스를 밟게 되는 터라 이번 대회 우승에 걸린 의미가 남다르다. 남자골프도 김비오의 독주를 막아내느라 분주하다. 16일까지 나흘 동안 강원 횡성의 오스타컨트리클럽 남코스(파72·7272야드)에서 하반기 세 번째 대회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이 열린다. 미프로골프(PGA) 2부 투어에서 뛰는 김비오는 지난 5월 매경오픈과 SK텔레콤오픈에서 잇따라 우승, 상금 랭킹 1위(4억 4400만원)에 올라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매경오픈과 SK텔레콤오픈에 이어 지난주 하이원오픈 파이널 라운드 후반에 또 무너져 가슴을 친 상금 2위 박상현(29·메리츠금융그룹). 그는 김비오와 동반라운드를 펼친 챔피언 조에서 세 번 만에 김비오를 꺾었지만 정작 우승은 하지 못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대한민국 건국이념, 미국産 아닐세”

    “대한민국 건국이념, 미국産 아닐세”

    1948년 그 모습을 드러냈던 건국헌법에 대해 널리 알려진 해석은 한마디로 ‘날림 공사’다. 좀 있어 보이는 표현을 쓰자면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의 급격한 이식’ 정도가 된다. 그러니까 어수선하던 해방 공간에서, 더구나 다가오는 광복 3주년에 맞춰 하루빨리 건국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급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승만이 대통령을 꼭 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조항은 얼렁뚱땅 통과시키면서도 내각제만큼은 엄청난 몽니를 부려 대통령제로 뒤집었다는 정도다. 이는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가 커 그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일정 정도 진통을 겪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 주장이 한발 더 나아가면 아주 직설적으로 말해 대한민국 독재자들은 시대 상황상 무죄라는 논리에 가닿는다. 그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 수준이 그 모양인데 그 좋다는 해외 명품을 가져다 놔 봤자 어디에다 쓰겠냐는, 대개 국민을 비하하고 독재의 불가피성을 옹호하기 위해 쓰이는 ‘민도’(民度)라는 표현이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도 이 부분에서다. 그런데 이 관점에서 건국헌법을 읽어 나가다 보면 그만 어색해진다. 헌법기초자인 유진오 박사는 건국헌법에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를 대거 포함했다고 평가했고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미국이 이승만 정권에다 헌법상 사회주의적 요소를 제거하지 않으면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을 정도로 좌편향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흥재 서울대 교수는 기업 이윤을 노동자들에게도 분배하라고 못 박아 둔 건국헌법 18조, 소위 말하는 ‘이익균점권’ 조항이 경제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립됐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얘기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결국 하나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의 급격한 이식’이란 표현이 성립하느냐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김육훈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은 1948년 시한이 촉박했던 헌법기초위원회에서 건국헌법이 성립됐다는 그동안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구한말, 식민지, 광복에 이르는 기나긴 역사적 시야 아래 건국헌법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조선왕조에 망조가 들 무렵부터 광복한 직후까지 한국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살았겠느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저자는 역사 교사들의 모임인 전국역사교과서모임 회장을 지냈고 초중고 및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이들의 연구모임인 역사교육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현직 역사 교사다. 그래서 독자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듯 부드럽게 풀어 쓴 서술 또한 매력적이다. 저자는 3·1운동을 핵심에 놓는다. 그러니까 그 이전 시기는 왕조를 부활할까, 왕정보다는 그래도 입헌군주제가 낫지 않을까, 아니 차라리 왕정을 없애고 공화주의로 나갈까라는 각기 다른 생각들이 교차했던 시기로 본다. 그러나 3·1운동을 전후한 시기에 마침내 왕정 복고 운동은 종말을 맞고 공화주의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두 가지 근거를 든다. 3·1운동 와중에 고종의 친아들 이강을 상하이로 빼돌려 황제 중심의 임시정부를 구성하려다 실패한 대동단 사건이다. 오랜 습관 때문에 왕조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 벌어진 일이었으나 이 사건 이후 왕조 부활 운동은 사라진다. 또 하나는 3·1운동 이후 각종 임시정부의 설립 운동이다. 대조선공화국을 내건 한성정부, 신한민국을 내건 경성독립단에다 너무도 잘 알려진 대한민국 임시정부까지. 이들 모두 각기 다른 국가명과 정부 조직 체계를 내세웠지만 핵심은 이들 모두 왕정 폐지와 공화주의를 선언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다 ‘3·1운동’을 못 박아 둔 것은 3·1운동이 일제에 한 방 먹인 통쾌한 사건이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헌장 작업에 관여한 이동년 임시의정원 의장은 “우리는 이제 군주제를 부활하려고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백히 말해 뒀다. 이승만도 1948년 제헌의회 초대 의장으로 선출된 뒤 기념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1919년의 민국을 재건했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니까 3·1운동을 계기로 이제 우리가 피땀 흘려 싸워서 되찾아야 할 나라는 조선왕조나 대한제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는 합의에 모두가 도달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봐야 할 점은 이때의 민주공화국이 ‘우파 정체성’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인물은 조소앙이다. 그의 지향점은 1917년 상하이에서 만난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대동단결선언’에서 이미 확인된다. 조소앙이 기초하고 신규식, 신채호, 박은식 등이 관여한 이 문건에는 “황제권이 소멸한 때가 곧 민권이 발생하는 때요, 구한국 최후의 하루는 곧 신한국 최초의 하루다. (중략) 그러므로 경술년 융희 황제의 주권 포기는 곧 우리 국민 동지들에 대한 묵시적 선위이니 우리 동지들은 당연히 주권을 계승하여 통치할 특권이 있고….”라는 대목이 들어가 있다. ‘대한제국 끝, 공화주의 시작’을 명백히 선언한 것이다. 이 논리 아래 조소앙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헌장, 193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언, 1941년 임시정부의 건국강령 등 헌법에 준하는 각종 문건 제정 작업에 참여했다. 그 내용도 눈길을 끈다. 조소앙은 기본적으로 우파였으나 좌우파의 최대공약수를 뽑아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이 치열한 항일투사라는 점을 인정하고 사회주의자들의 주장 가운데 받아들일 내용이 많다는 점도 인정”했으나 “사회주의 러시아에서 무산자 독재란 이름으로 정치적 자유가 소멸되고 있음을 준열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나 자유주의가 곧 민주주의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미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여전히 돈 많은 이들과 많이 배운 이들의 독재가 이뤄진다.”고 봐서다. “민중을 우롱하는 자본주의 데모크라시”, “무산자 독재를 표방하는 사회주의 데모크라시”를 배격한 자신의 주장을 조소앙은 ‘신민주주의’라 불렀다. 이제는 한물간 듯한 표현을 빌리자면 조소앙식 제3의 길이었던 셈이다. 조소앙이 통합시켜 놓은 이런 큰 물줄기 때문에 길게 보면 남한의 건국헌법이 “자유경제를 주장하면서도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북한의 첫 헌법이 “사회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자본주의적 경제 요소를 두루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가 조소앙을 일컬어 “헌법의 아버지”라 부를 수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좀 더 전문적인 논의를 원한다면 ‘대한민국 헌법의 탄생’(서희경 지음, 창비 펴냄)을 참고해도 좋다. 헌정사 연구자인 저자는 만민공동회에서 시작해 3·1운동을 거쳐 임시정부의 헌법과 규약에 이르는 과정을 한국 헌법의 원형질이 생성되는 과정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앞선 저자의 논지와 일치하는 주장을 내놓는다. 동시에 1917년 ‘대동단결선언’을 공화주의의 효시로 꼽고 이에 참여한 조소앙의 중요성을 부각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근대 한국 헌법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하는 점도 흥미롭다. 그동안은 유진오가 그런 인물에 해당한다고 평가됐다. 1945~48년만을 놓고 보면 유진오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포함한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조소앙의 역할이 한층 더 근본적이고 유진오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해뒀다. 더 두껍고 학술적이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입체적 묘사가 돋보인다. 각 권 1만 5000원, 3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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