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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남북정상회담] 1차땐 ‘하늘길’ 2차땐 ‘기찻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방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을 비롯해 대표단이 육로로 갈 수 있도록 (북측에)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철로로 가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논의는 남북간 실무회담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그렇다고 강하게 부인하지도 않았다. 이 장관은 이어 “이미 육로로 여러 대표들이 오고 간 사실이 있기 때문에 북측이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음주 개성 실무접촉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5월 경의선 열차가 시험운행된 만큼 경의선 열차를 통한 방북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 이를 북측에 적극 제안할 방침이다.7년 전 1차 남북정상회담이 서해 직항로로 ‘하늘길’을 열었다면 이번에는 ‘기찻길’을 열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시험운행에 이어 실제로 경의선을 이용한다면 사실상 경의선 개통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평양까지 열차를 타고 가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서는 평양까지 열차로 직행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정부는 열차 방북이 어려울 경우 처음부터 도로를 이용, 판문점을 통과해 평양까지 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의선 방북이 성사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개성에 도착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개성까지 내려와 함께 개성공단을 둘러보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연출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구체적인 방북 노선과 일정 등은 1차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경호 문제 때문에 마지막까지 비밀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2차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은

    [2차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열리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함께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한 수레 두 바퀴다. 같이 굴러가는 것이다.”(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6자회담과 남북관계는 상호 연관을 갖고 서로 병존하는 것”(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와 남북대화 등을 통한 평화체제의 연관성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비핵화가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다소 늦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2단계 논의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켜 비핵화를 앞당기고 실질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토대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비핵화 진전이 없는 평화체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속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남북정상 평화선언 가능성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의지를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비핵화 이행은 6자회담 트랙에서, 특히 북·미 관계를 통해 추진할 사항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평화체제는 남북이 먼저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정상은 평화체제를 위한 기본 요건인 종전선언의 전 단계로 평화선언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전선언은 6·25전쟁 휴전협정 당사국인 남·북·미·중이 모여 조약적 효력을 갖는 공식 협정을 맺어야 하지만, 그 전에 남·북이 먼저 선언적 성격의 평화선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 평화선언→종전선언→다자 평화협정 등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의 토대를 닦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비핵화·평화체제 같이 속도내야 그러나 실질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이행 및 군사적 완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일연구원 박영호 실장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군사·안보적 차원의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동안 미진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런 의제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가 평화체제의 필수 조건임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모든 핵 포기’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핵화가 순조롭게 이뤄져야 북·미 관계 정상화도 이에 맞춰 진전을 이룰 수 있고,4자 정상회담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펼치고 있는 미국을 평화협정에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갖는다.’고 명시된 만큼,6자회담이 진전되면 당사국간 평화체제 구축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 등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 중 하나인 경제적 지원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맞춰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퍼주기식’ 지원이 이뤄진다면 6자회담 과정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이에 따라 평화체제 구축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군비통제 및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 등도 평화체제 전환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의제인 만큼 이번에 원칙적으로라도 다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2차 남북정상회담] 北 군부-통전부 엇박자?

    북한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남창구인 통일전선부와 북한 군부가 갈등을 빚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통전부와 우리 국가정보원 사이에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물밑 접촉이 한창이던 7월 말 6차 장성급회담 테이블에 나온 북한 군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을 집요하게 요구하며 회담을 사실상 결렬시켰다. 앞서 같은 달 13일엔 판문점대표부 명의로 북·미 군사회담을 전격 제안, 남북한 주도의 평화 프로세스를 구상하고 있던 우리 정부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지난 6일엔 동부전선 비무장지대 안 우리측 전방소초(GP)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평양에서 김양건 통전부장과 정상회담 합의서에 서명하고 돌아온 지 하루 만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선 통전부가 주도하는 남북관계 개선에 북한 군부 강경파가 불만을 품고 의도적으로 ‘엇박자’를 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북한 통전부는 지난해 경의·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이 무산된 뒤 “군부 반발 때문에 어렵다.”며 군부와의 갈등설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군·통전부 갈등설’은 억측에 가깝다는 게 안보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의 김연철 연구교수는 “대남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군부와 대남담당 부서 사이에 입장차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체제 특성상 갈등이 표면화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군부가 공개적으로 엇박자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 정보에 정통한 군 관계자는 “남북협상에서 북한 인사들이 ‘군부 강경론’을 언급하는 것은 통전부가 군을 전술적으로 이용하는 차원”이라면서 “북한의 대남전선은 단일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사설] 北, 노대통령 열차 방북 수용해야

    정부가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대표단의 방북 때 육로를 이용하는 방안을 북한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육로 방북이 경의선 열차를 포함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제안에 함축된 의미를 감안할 때 반드시 성사시키기를 바란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어제 “북측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7년 전의 남북 정상회담은 서해 직항로를 통한 하늘길을 열었다. 이 직항로를 이용해 수없이 많은 남북 사람들이 오갔다. 트기가 어렵지 한번 트면 왕래가 잦아지는 게 길이다. 육로도 마찬가지다. 실무접촉을 해봐야 하겠지만 개성까지 열차를 타고 평양까지 승용차로 이동하거나, 평양까지 열차로 단번에 가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의 육로 방북은 한걸음 진전된 남북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실현되지 않은 만큼 김 위원장이 개성까지 내려와 노 대통령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정상이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함께 시찰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의해 볼 일이다. 열차 방북은 향후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나 중국 횡단철도(TCR) 등 대륙 철도 연결 구상과도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육로 방북을 지난 5월 역사적 시험운행을 한 경의선과 동해선의 운행을 논의하는 출발점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남북 경협이 발전해갈수록 왕래하는 물자는 급증한다. 그런 물자를 실어나르는 데 열차만큼 효율적인 운송수단도 없다. 장래에 한반도가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로 커나가기 위한 기반을 닦는다는 점에서도 정상의 철도 이용은 의미가 크다. 북한 입장에서도 열차 방북은 손해날 일이 아니다. 제한된 인사의 방북에만 허용했던 육로를 대규모 방북단에 열면 평화와 개방으로 나아간다는 인상을 전세계에 줄 수 있다. 서울·평양간 육로 주변의 노출을 꺼려 7년 전처럼 남측 제안을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의 생활상은 세상이 알 만큼 안다. 사소한 문제는 실무접촉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남북이 오가는 길은 바닷길, 하늘길에 이어 땅길까지 활짝 열려야 한다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
  • [2차 남북정상회담] 박재규 “회담 정례화기틀 마련”

    [2차 남북정상회담] 박재규 “회담 정례화기틀 마련”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8일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정례화의 기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꼽는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되진 않았으나 평양에서라도 다시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음 정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제 남북정상회담은 정례화될 것이다. 북핵 2·13합의가 1단계에서 2단계 조치로 넘어가는 과정에 회담이 열리게 된 점도 의미가 깊다. 한반도 비핵화와 더불어 평화체제로 나아갈 기틀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북한엔 어떤 의미인가.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데 큰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북핵은 사실 북한 입장에서도 걸림돌이다.2·13합의로 핵 문제가 순조롭게 풀려가는 만큼 김 위원장으로서도 허심탄회하게 남한 정상과 얘기를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핵 문제를 놓고 북한 내부의 갈등도 적지 않았는데 이번 회담으로 김 위원장은 인민들에게 ‘북핵 문제가 이렇게 가고 있다.’고 설득할 기회를 잡게 됐다. 대미(對美) 입지 강화, 북한 내부 안정, 더 많은 경제지원 등 1석3조의 성과를 얻는다고 봐야 한다. ▶꼭 타결돼야 할 남북간 현안은. -우선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다. 평화체제 구축 전까지 더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경의선·동해선 연결도 꼭 합의돼야 한다. ▶북핵 문제도 진전을 이룰까. -핵 불능화 단계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2·13합의 3단계인 핵무기 폐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진통이 따를 것이다. 북한은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것이고, 미국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이번에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현 정부에서 3단계까지 나아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납북자 문제도 논의될까. -장관급회담에서 수도 없이 논의한 사안이다. 노 대통령이 지적할 것으로 보며, 김 위원장도 기분 나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가능성은. -현 정부에서는 쉽지 않다고 본다. 임기 말인 데다 미국·중국과의 조율도 필요하다. 서두르기보다는 착실히 준비해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2차 남북정상회담] 평화협정등 성과도출이 ‘관건’

    [2차 남북정상회담] 평화협정등 성과도출이 ‘관건’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남북이 한반도 상황을 창의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남측의 대담한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맞물린다. 회담 내용과 결과에 따라서는 2·13 합의에 따른 초기 이행 조치를 비롯해 순항 기류를 타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의 신뢰 구축에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언적이고 형식적인 회담에 그친다면 남북 내부의 역풍을 맞는 것은 물론 남북이 북·미 관계에 끌려가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의 두 당사자인 남북 정상이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해 실질적인 진일보를 이뤄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 의제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북 모두 구체적인 의제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평화선언’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의제는 향후 협의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초적인 의제 조율작업 없이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것으로 보긴 힘들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이 2000년 1차 회담의 답방 형식이 아니라 남측의 선(先)제안으로 성사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측이 내놓을 보따리가 많다는 의미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 ‘행동 대 행동’원칙의 ‘당근’으로 제시됐다가 북핵 문제로 잠복한 포괄지원 카드가 거론된다. 에너지 지원을 비롯한 경제협력 증진, 당사국간 관계정상화 등이 포함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남측이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뜻을 북측에 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남측이 남북 국방장관회담의 정례화를 제의하고, 이 회담을 통해 NLL 문제 등을 풀어 나갈 수 있다는 의사를 건넸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측은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천명하고 핵 불능화 등 진전된 태도를 남측에 약속했을 수 있다. 정상회담 직후인 9월초 6자 수석대표회담 일정을 감안하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불능화 합의’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2. 북한은 왜 응했나 선군(先軍)체제로 내부 안정을 꾀해 온 북측은 왜 남북 정상회담을 수용 했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 수용 이유를 ‘남북과 주변의 분위기 성숙’에 두었다고 김만복 국정원장은 이날 전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날 결심을 갖고 있었으나 한반도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역으로 북측이 6자회담 등 한반도 상황의 급진전에 대비, 나름대로 발언권과 지분의 강화를 원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국정원 산하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6자의 틀 속에서 지분을 갖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를 회복하고 남측을 지렛대로 삼아 6자회담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선(先) 민족공조-후(後) 6자테이블’이라는 시나리오다. 종전(終戰)선언에 관심을 가진 북측이 남북 관계 진전을 대미(對美) 압박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남북정상의 평화선언을 4자 외무장관 등이 참여한 종전선언 논의의 징검다리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국방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상황에서 북측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면 미국이 북측과의 관계에도 부담과 책임을 갖고 응하지 않을까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3. 왜 평양인가 김 국방위원장은 1차 회담에서 ‘답방’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2차 회담 성사 과정은 평양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답방 없이 ‘또 평양 방문’으로 결론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측이 정상회담 성사 자체에 매달리다 보니 장소 문제를 북측에 맡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북측이 평양을 제의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잘 모시기 위해서는 평양이 가장 품위있는 장소가 되겠다고 제의해 와서 노 대통령이 평양을 가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언제 어디서든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정부의 방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장소 문제에 구애받지 말아 달라.”고 설명했다. 2차 회담은 서울이든, 제주든 남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기대가 있어 왔다. 이마저 어렵다면 김 국방위원장의 육로를 통한 개성 회담이 ‘대안’으로 거론됐을 법하다. 정부측은 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남북 모두 공개하기 어려운 중대한 이유가 있지 않으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설이 정상회담 장소와 연관됐을 가능성이나 경호상의 문제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4. 뒷거래 있었나 ‘대선용 북풍(北風)’ 시나리오라는 일부 비판을 무릅쓰고 회담을 전격 추진한 것은 정부에게는 부담이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뒷거래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남북이 정치적·경제적 필요에 의해 물밑으로 뒷거래를 했다는 주장이다.1차 정상회담 당시 우리 정부가 5억달러 상당의 현금과 현물을 이면 지원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대폭적인 지원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보통인 정형근 최고위원은 “6·15 공동선언이 돈 뒷거래로 이뤄졌다면 이번 선언은 정치적 뒷거래로 합의된 의혹이 짙다.”면서 “핵 폐기를 위한 정상회담이면 몰라도 정치적 거래에 의해 의제가 선정된다면 정부·여당에 오히려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전적 뒷거래 여부에 대해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면서 “1차 정상회담과 북한의 대남관계 행태 등을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갑 의원도 “임기가 다 돼가는 상황에서, 더욱이 의제도 설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명백한 대선용”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북이 ‘교류를 양적·질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한마디로 ‘엄청난 퍼주기’를 약속한 것을 의미한다.”며 대북지원에 관한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만복 국정원장은 “회담 추진 과정에서 공개·비공개 채널이 모두 활용됐지만, 내적으로는 아주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부인했다. 5. 임기말 실효성 있나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개헌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후반 3대 승부수로 꼽혀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나 우리의 국제 신인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임기를 6개월 앞둔 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은 ‘양날의 칼’로 보인다. 평화선언이나 군사적 조치 등의 지속적인 진전을 이루기에는 임기말 참여정부의 동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선언과 상징성의 위력은 있겠지만, 당장 실질적인 성과의 체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자회담이나 북측의 내부 상황이 우리 정부가 관리하기에는 지나치게 가변적이라는 점도 임기말 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내년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나 국방부 내에서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결렬된 뒤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에 소외감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회성 성과보다는 다음 정부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남북정상회담의 제도화·정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 발언은 임기말 한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찬구 이세영기자 ckpark@seoul.co.kr
  • [2차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긴급 좌담

    [2차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긴급 좌담

    남북이 제2차 정상회담을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하는 데 합의, 남북 관계에 큰 변화와 진전이 예상된다. 이에 서울신문은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주홍 경기대 국제정치학 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김인철 편집국 부국장의 사회로 좌담회를 갖고 정상회담의 의의와 문제점, 남은 과제 등을 긴급 점검했다. 1. 정상회담 의의 ●사회자 2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 발표의 의의는.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북 정상회담은 2000년 처음 개최된 이후 7년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정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남북 관계를 논의하는 최고위급 채널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관계를 제도적으로 발전시키는 데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1차 정상회담 당시와는 달리 정부가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 국민들도 정상회담 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보다는, 성과에 대한 차분한 주문을 하는 것 같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6·15 선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약속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정상회담의 시기·장소·의제를 열어 놓고 북한의 호응을 촉구해 왔는데, 정부가 마무리되는 시점이지만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돼 부담을 털어내게 됐다. 그동안 장관급 회담 21차례, 장성급 군사회담 6차례 등 분야별 회담이 진행됐지만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실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상들이 만나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남북 관계의 새로운 진전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주홍 경기대 국제정치학 교수 긍정적인 의미 못지 않게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도 있다. 정상회담을 명분적으로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대북 관계를 돌이켜보면 쉽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1차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은 수많은 도발과 위반을 해왔다. 무엇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 즉 의제·시기·장소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정상회담은 국민적 합의와 국제 공조의 틀에서 진행돼야 효과가 있다. 국민들이 원치 않는 의제를 포함하는 정상회담은 안 된다. 현재 6자 회담 등 국제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독단적 행태의 정상회담도 경계해야 한다. 2. 다뤄야 할 의제 ●사회자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의제는 무엇인가. ●남 교수 남북 정상회담은 그 목적이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유도하는 데 있어야 한다. 북한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 안주하지 말고, 교류·협력의 범위와 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고, 이에 발맞춰 쌀·비료 지원 등도 정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전향 장기수를 북측에 보낸 만큼 납북자에 대한 성의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문서로 끝날 수 있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나 종전 선언 등은 경계해야 한다. 이는 남북은 물론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4자가 모여 논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다. 추상적 합의에 머무르는 ‘제2의 6·15선언’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통일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해서는 안 된다.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이미 합의된 것이기 때문에 협상 의제로 올려놓으면 안 된다. 국가보안법 개폐 용의를 밝힐 경우 대선이 사상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이완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이 공언하고 있는 남한의 대선 정국 개입 부분에 대한 어떤 시사점도 남겨서는 안 된다. ●김 교수 한반도 대결구도의 주체이자,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지를 서로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1차 정상회담에서 평화·군사 문제는 빠진 만큼 남북 상호 불가침에 대한 확약, 군사적 신뢰구축에 대한 의지 등을 표명하고 합의해야 한다. 지금 남북 관계는 ‘3대 경협’ 사업에 치중돼 있으며, 정치·군사·안보적 측면은 미진한 상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관계의 질적 향상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을 필요가 있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도 인도적 차원에서,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차원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고 교수 다뤄야 할 의제가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각종 실무회담이 다차원적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틀은 마련된 상황이다. 남북 교류·협력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확대발전시키느냐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정상회담의 목표를 높게 잡을 필요도 없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 이번 정부에서 모두 실천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북·미, 북·일 관계, 비핵화 이후의 한반도 질서 등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다만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북방한계선(NLL) 문제, 국군포로 문제 등은 정상회담에서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회담까지 남은 과제 ●사회자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남남 갈등, 남북 갈등의 새로운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 우리가 준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고 교수 집권 여당이 모호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 부여를 조장하는 정치 세력도 크게 이득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 서로 주의하고, 역량을 집결시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의지를 모아야 한다. 정상회담을 추진한 의도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분명히 남북관계의 진전과 변화라는 객관적인 사실로 나타날 것이다. ●김 교수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정상회담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정파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외교·안보 문제에서 다소 가벼운 언행을 보이기도 했다. 정상회담에서는 국내에서 발언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표현하고 행동해야 한다. ●남 교수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유도하는 정상회담이 되기를 바란다. 이 부분이 빠진 정상회담은 정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통일에 대한 열정’보다는 ‘안보에 대한 냉정함’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과의 합의는 검증되지 않는 한 문서에 불과할 뿐이다.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구체성을 담아야 한다. 4.왜 또 평양인가 ●사회자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대한 남북 합의서’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아예 거론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왜 또 평양인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남 교수 남북 관계는 특수 관계이다. 적이자 동지인 이중적 관계다. 다른 회담과 달리 의제, 시기, 장소가 중요하다. 동·서독, 아랍·이스라엘, 미·소 관계 모두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했다. 북한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한 것은 위기관리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시기도 중요하다. 정부가 적어도 시기에 대해서는 국민을 기만했다. 그동안 정상회담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해 왔고, 정상회담을 열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절차도 무시했다.‘깜짝쇼’처럼 진행된 것이다. 지금은 대선정국이다. 북한과 긴박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가.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을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다. ●김 교수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 정부는 정상회담의 시기·장소·의제는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라 북측 요구를 수용한 것 같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정상회담이 핵문제 해결, 남북관계 발전에 필요하다는 게 전제돼 있다. 김정일 위원장 입장에서는 서울을 방문할 경우 신변안전 문제,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 등 정치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고 교수 현재 북한은 핵문제 처리과정에서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서게 된 것은 참여정부 임기 내에 2차 정상회담을 열어 정상회담 자체를 제도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에서 각각 한 차례씩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가 됐을 것이다. 5. 개최 시기 적절성 ●사회자 대선이 4개월여 남은 상황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대선 정국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김 교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임기 말인 2002년 평양을 방문하려다 결국 무산됐다. 이후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미 관계는 ‘잃어버린 10년’이 됐다. 정당한 정상회담이라면 임기에 상관없고, 임기 말이라 못할 이유도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행사인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에 매달려 협상 카드를 잘못 제시했거나, 이로 인한 정치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은 불식시켜야 한다. ●고 교수 정상회담이 국내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다. 정상회담도 일종의 통치행위로 볼 수 있다. 대선과 관련, 정상회담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의 구도를 강화시키는 의미가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를 예상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를 제도화하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 국제정세 측면에서는 BDA 문제가 해결되고 ‘2·13 합의’가 본격화되는 시기이다.6자 회담의 틀이 아니라, 남북이라는 당사자 구도로 돌리는 데 의미가 있다. 북한의 의도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종전 선언에 더 관심이 많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는 남북 정상회담을 발판으로 워싱턴, 도쿄로 가는 데 있을 것이다. ●남 교수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을 요청한 것 같다. 이를 위해 국가정보원장이 잠행하는 형태가 됐다. 때문에 의제 선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정책적 합의’가 나와야 한다. 예컨대 핵문제 해결 방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남북만 합의한다고 풀릴 문제는 아니다. 국제 공조가 필수불가결하다. 북한은 남한을 핵문제의 당사자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남북 관계가 지나치게 앞서가면 국제사회의 공조가 깨질 수 있다고도 우려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유엔 결의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정상회담이 비밀리에 추진됐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6. 합의내용 실천 가능성 ●사회자 현 정부가 임기 말인 만큼 정상회담 합의사안에 대한 실천력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김 교수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한 실질적 이행과 집행은 다음 정부에 맡겨야 한다.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도 실천이 어려운 합의는 자제해야 한다. 국민들이, 다음 정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야 한다. ●고 교수 현 상황을 감안하면 남북 모두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의제를 들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운 의제로 입씨름하기보다는, 그동안 핵문제 때문에 진전되지 못한 남북 관계를 제도화하고 가속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평화관리 차원에서의 합의, 실천가능한 교류·협력, 인도적 문제 해결 등의 범위 내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남 교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일차적인 주제가 돼야 한다. 북한의 체제 안보에 초점을 맞추면 위기관리 주도권을 북측이 가져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북한은 실리가 없는 회담은 하지 않는다. 지난 7년간의 ‘공회전’ 경험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김 교수 정상회담에서는 선언보다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상회담은 막힌 부분을 풀어주고, 흐름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포괄적, 종합적, 원칙적 합의가 나와야 한다. 구체화시키는 작업은 실무회담을 통해 하면 된다. 북핵 문제는 우리가 나서서 해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핵화 의지에 대한 재확인을 김정일 위원장 육성을 통해 전세계에 확인해 줘야 한다. ●남 교수 북한과의 합의는 행동으로 검증되지 않는 한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게 국제적인 시각이다.1차 정상회담 이후에도 서해교전, 핵실험 등이 이어졌다. 원칙적으로 합의를 하더라도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수도 있다. ●고 교수 적어도 지금은 실무 차원에서 남북 간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경색 국면이다. 때문에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해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장관회담 등이 제도화는 됐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아니면 풀지 못하는 문제들도 상당수 있다. 정리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Local] 장성, 미래형 행복마을 조성

    전남 장성군은 황룡면 장산리에 300억원을 들여 미래형 거주지인 행복마을을 만든다. 전남도와 장성군, 전남개발공사가 조성한다. 내년 공사에 들어간다. 연말에 희망 거주자를 모집한다. 행복마을은 12만여㎡에 문화·휴식·편익시설 등을 갖춘 도·농 복합 맞춤형 마을로 100가구 규모다. 광주에서 15분 거리이고 서해안고속도로, 고속철도 정차역 등과 가깝다.
  • 천안·당진 ‘중부권 성장동력’ 부상

    천안·당진 ‘중부권 성장동력’ 부상

    ‘다이내믹 천안·당진’ 충남 천안시와 당진군의 성장이 눈부시다. 수도권 인구 집중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이 아닌 두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당진은 해안선을 따라 ‘철강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고, 천안은 교통 및 주거 등 전방위 도시로 성장 중이다. ●편리한 교통이 지역발전 불러 천안시의 현재 인구는 53만 5000명이다. 충남도민 4명 가운데 1명이 산다.2002년에는 43만 8000명이었다.5년 사이 1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1995년 시·군통합 때는 32만 3000명에 불과했다. 지지난해 정부가 행정구역 조정을 논의할 때는 인근 아산시와 묶어 준광역시로 재편하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당진은 2002년 11만 8701명에서 지금은 13만 1200명으로 인구가 늘어났다. 대다수 군단위 자치단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충남의 군 중에서 가장 많고 6개 시 가운데 공주·보령·계룡시도 제쳤다. 조만간 논산시(13만 1782명)도 추월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올 하반기 현대제철 건설인력 6000∼7000명이 투입되는 등 인구가 점점 늘어나 내년도에 시로 승격시키려고 온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도 크게 늘었다.2002년 5567억원에 불과하던 천안은 올해 1조 430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진은 3001억원에서 3710억원으로 늘어났다. 두 지역 성장에 교통과 지리적 조건이 큰 역할을 했다.2000∼2001년 서해안고속도로 당진구간이 개통됐다. 천안은 2004년 KTX가 개통됐고 2005년 수도권전철이 들어왔다. 서산, 홍성 등 다른 충남지역 자치단체도 서해안고속도로가 통과하지만 당진이 수도권과 더 가까워 산업단지 등이 급격히 늘면서 발전을 촉진시켰다. 임홍순 천안시 기획팀장은 “산업단지가 늘어나면서 인구와 도시규모가 부수적으로 팽창했다.”며 “만나는 외지인들도 ‘천안은 자고 나면 바뀐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전했다. ●당진은 5년간 기업 2배 가까이 급증 당진은 2002년까지 입주 업체가 280개에 그쳤으나 현재 548개로 엄청나게 늘어났다. 철강기업만 현대제철(옛 한보철강), 동부제강, 동국제강, 하이스코, 환영철강, 휴스틸 등 6개에 관련 업체만 102개에 이르고 있다. 해산물과 쌀이 주로 나오던 작은 군이 ‘철강 도시’로 변모했다.2011년에 연간 1935만t의 철강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은 같은 시기에 1500만t, 광양은 1900만t으로 예상된다. 광양을 뛰어넘어 능히 ‘철강의 메카’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강아지도 1만원권 지폐를 물고다닌다.’ ‘삽자루만 들고 있어도 일당 10만원은 번다.’며 호황을 구가하던 한보철강이 1997년 부도가 나 지역경제가 무너진 뒤 2004년 현대제철이 이를 인수하면서 되살아난 것이다. 당진군 관계자는 “당진에 기업이 몰리는 것은 가까운 중국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이라면서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 인근 이주단지는 ‘상전벽해’여서 읍내보다 더 호황을 누려 당진군의 중심지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현 90만평의 전기로 공장옆 130여만평에 2011년까지 고로제철소를 건설 중이다. 석문국가공단 등 산업단지도 기업에 손짓하고 있다. 평택 당진항의 당진쪽 물동량은 2002년 300여만t에서 올해 800만t으로 늘었다. 선박도 1600척에서 2배 가까운 3000척이 입·출항 중이다. 기업이 늘어나자 식당 등도 2002년 1671개에서 지난해 말 2378개로 급증했다. 지방세도 584억원에서 1220억원으로 2배 이상 걷혔다. 천안도 2002년 1833개에 그치던 기업이 2507개로 늘었으며 지방세는 2264억원에서 4537억원으로 2배 이상 느는 등 급성장세다. 이 과정에서 두 곳 모두 환경훼손이나 범죄율 증가가 고민이 되고 있지만 성장속도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당진은 고로제철소가 완공되는 2011년 현대제철 생산유발 효과만 11조원을 넘어서고 천안은 2020년 인구 100만명에 다다를 전망이다. 임 팀장은 “자체적으로 얼마든지 커갈 수 있는 도시인데 건설업자들이 ‘서울시 천안구’라고 홍보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나쁘다.”며 “예전에 ‘촌놈, 촌놈’하던 서울 친구들이 요즘에는 부러워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최고 200㎜ 온다

    8일에도 전국적으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중부 지방에 천둥·번개와 돌풍을 동반한 최고 200㎜의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7일 “중부지방은 8일까지 기압골에 동반된 강한 비구름대가 서해상에서 더욱 발달하며 접근해 100∼200㎜ 정도의 매우 많은 비가 예상된다.”면서 “호우특보는 8일 새벽 서울·인천·경기·강원 지역을 시작으로 8일 아침 대전·충청,8일 밤 제주 남쪽 먼바다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상 강수량은 7일 오후 6시부터 8일까지 서울·경기, 강원 영서, 서해5도 100∼200㎜, 충청 70∼150㎜, 강원 영동, 영·호남 30∼100㎜, 제주, 울릉도·독도 5∼60㎜이며 북한에도 200∼3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그동안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또다시 많은 비가 예상되고 있어 산간 계곡의 야영객은 물론 둑 및 축대 붕괴, 도로·주택 침수, 산사태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에서는 국지성 집중호우로 70대 농민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고 자연석 돌다리 등 문화재가 파손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5시쯤 경남 사천시 용현면 온정리의 모 건설회사 사무실 근처 논 배수로에서 농부 최모(74)씨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최씨는 마을주민 1명과 함께 논에 물을 빼러 나왔다가 집중호우로 갑자기 불어난 배수로 물살에 휩쓸리면서 변을 당했다. 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석 돌다리인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세금천의 농다리(지방유형문화재 제28호) 일부가 유실됐다. 농다리 25칸 가운데 중간 부분 상판 1개와 2∼3개 교각의 일부 돌은 지난 4,5일의 집중호우로 유실됐었다. 이날 낮 12시5분쯤에는 강원 원주시 우산동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인천기점 127.5㎞ 지점에서 대형 트레일러(운전자 조모씨·52)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반대 차로에 멈춰서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2개 차로가 1시간 30여분동안 막혀 피서 차량들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춘천 조한종기자·서울 임일영기자 bell21@seoul.co.kr
  • ‘기습 물폭탄’ 이번 주도 조심하세요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에도 전국 곳곳에서 짧은 시간, 한정된 지역에서 많은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은 “6일부터 8일까지 남서부 지방부터 흐리고 비가 오겠고,9∼10일 주춤하다가 주말에는 다시 전국에 걸쳐 흐리고 비가 내릴 것”이라고 6일 밝혔다.이번 비는 8일까지 이어지면서 충청, 호남, 경남, 서해 5도에 30∼100㎜, 서울·경기, 강원, 경북 20∼60㎜, 울릉도·독도 5∼30㎜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제주도는 흐린 가운데 소나기가 내려 20∼60㎜의 강수량을 기록할 전망이다.특히 이번 비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돌풍과 함께 ‘국지성 집중호우’의 양상을 띨 전망이다.국지성 집중호우는 우리나라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대기가 불안정할 때 발생한다. 보통 장마가 끝나면 우리나라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밀려 온다. 특히 산악 지대에서는 대기의 불안정성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서 산이나 계곡에 갑작스럽게 불어나는 물에 야영객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4) 나주 영산포~청암역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4) 나주 영산포~청암역

    전남 해남 땅끝에서 시작한 호남대로는 강진∼영암을 거쳐 나주땅에 이른다. 영암의 신북과 나주의 반남·왕곡 들녘을 지나면 영산포가 눈앞에 펼쳐진다. 봇짐을 짊어진 상인과, 말을 타고 한양에 변방 소식을 전하는 관리들은 크나큰 장애물 하나를 만난다. 바로 영산강이다. ●수많은 배 오가던 영산포 76년부터 뱃길 끊겨 영산강은 담양군 용추골에서 광주∼나주∼함평∼영암을 거쳐 서해로 빠져 나가는 115.5㎞의 물줄기이다. 영산강은 고대 때부터 내륙 수송로나 왜구의 침략로, 호남평야의 세곡(稅穀)을 한양으로 실어나르는 통로로 사용됐다. 또 고대 문화를 꽃피웠던 반남 고분군 세력과 고려 건국의 기반이 된 나주 해상 세력의 ‘모태’이기도 하다. 영산포는 ‘19세기 나주 지도’ 등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수심이 10여m로 중선배(20∼40t)와 전함이 드나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영산포는 고려말 왜구의 창궐로 흑산도 인근 영산현이 통째로 옮겨오면서 오늘날의 이름이 생겨났다. 그 이후 강변엔 자연스레 도시가 형성되고 내륙과 해상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고려때 세워진 영강동의 조창(漕倉)이 조선시대(1512년) 때 영광의 법성포로 옮겨지면서 한때 한적한 강변마을로 변했다. 그러나 1897년 목포항이 개항하고 일본 사람이 증기선을 타고 몰려든 1900년대 초부터는 또다시 내륙 포구로서 번창했다.1914년 호남선 철로가 개설되면서 정기 여객선이 끊겼지만 소금이나 젓갈 등을 실어나르는 포구로 여전히 큰 몫을 담당했다. 영산포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1976년 영산강 하구둑 착공과 함께 뱃길이 끊기면서부터이다. 지금은 상류의 4개 댐과 하구언 건설로 바닷물 유입이 차단돼 유량이 거의 없다. 강바닥이 드러나고 둔치는 주민들의 체육시설 공간으로 변했다. 예전의 나루터 자리엔 영산대교와 영산교가 연결돼 차량들이 오간다. 영산강 뱃길연구소장’ 김창원(56)씨는 “어릴 적에 수많은 배들이 오가고 사람이 북적였다.”며 “강바닥의 퇴적토를 긁어내고 뱃길을 복원해 포구의 옛 영화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건이 둘째부인 장화왕후 만났다는 ‘완사천´ 남쪽에서부터 한양을 향해 먼길을 재촉한 옛 사람들은 영산포에서 여장을 풀었다. 영산포 옛 선창 인근에 위치한 홍해원(洪海院)을 비롯해 주막과 여관촌은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으로 북적였다. 나주문화원 김준혁(47) 사무국장은 “옛 사람들은 홍수가 나 강물이 범람하거나 조수간만의 차로 강을 건너기 어려울 때 영산포에서 쉬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영산포에서 나주읍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창동 ‘새끼내들’∼영강진(나루터)을 주로 이용했다. 왕건이 수군을 이끌고 후백제 견훤을 치기 위해 나주에 왔을 때 둥구나루에 정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둥구나루는 직강화 공사 전엔 강이 둥글게 흐르는 만곡형으로 군선을 숨기기에 알맞은 천혜의 포구였다. ‘완사천(浣紗泉) 전설’도 이곳에서 생겨났다. 왕건이 영산강에 정박하던 중 무지개가 피어올라 와 그곳으로 따라가 보니 한 처녀가 샘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처녀로부터 물을 얻어 마신 왕건은 그를 둘째 부인으로 삼아 고려 2대 왕인 혜종을 낳았다. 장화왕후가 된 오씨부인 이야기이다. 이는 고대사회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격동기에 나주 호족 세력과 연합한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이다. 둥구나루∼완사천은 현재 제방으로 막혀 있다.‘1989년 대홍수’때 영산강 둑이 무너지면서 이 일대 마을이 모두 침수되는 피해가 나기도 했다. ●다산 머물던 삼거리 주막집 흔적도 없이… 둥구나루는 1801년(순조 1년) 신유박해로 유배를 가던 다산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이 헤어졌던 포구로 알려진다. 정약용은 이곳에서 영산강을 건너 강진으로 향했고, 정약전은 배로 흑산도로 떠났다. 남고문을 지나 옛 나주읍성으로 들어서니 향교·관아터·정자·목사 내아(牧使內衙) 등 목사골임을 알려주는 유적이 즐비하다. 옛 사람들은 고관 대작들이 몰려 있는 읍성을 피해 한적한 원촌(院村)에서 하룻밤을 묵거나 주변의 주막에서 여독을 풀었다. 나주읍성 동문을 빠져 나와 나주원협 공판장을 거쳐 북쪽으로 1㎞쯤 가다 보면 성북동 청동마을이 나온다. 현재 70여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옛 ‘청암역’ 자리였다. 마을회관 앞에는 지금도 말 먹이통으로 사용됐던 폭 1m, 길이 2m 크기의 구유가 놓여 있다. 김정우(66)통장은 “마을 어른들로부터 이곳에 큰 역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돌로 만든 말 구유가 2개 있었으나 1개는 유실됐다.”고 말했다. 관리들은 청암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광주나 장성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과 정약전이 ‘죄인’ 신분으로 귀양올 때는 청암역에서 서북쪽으로 2㎞쯤 떨어진 일반 주막을 이용했다. 다산은 읍성 외곽인 지금의 나주시 대호동 동신대 앞 삼거리 밤나무골(栗亭) 주막에서 하룻밤을 지새며 이별의 아쉬움을 담은 ‘율정별(栗亭別)’이란 시를 남겼다. ‘띠로 이은 주막집 새벽 등잔불 푸르르 꺼지려는데/일어나 샛별을 보노라니 헤어질 일 참담하네(중략)….’다산이 머물던 삼거리 주막집은 간데 없고 그 자리엔 미용실과 식당이 손님을 맞고 있다. 다산 형제가 헤어진 길목은 북쪽을 향해 영산강 홍수통제소∼노안∼광주 송정리로 이어진다. 나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향토사 전문가 윤여정씨가 본 나주 영산포를 비롯한 나주는 국도 1호선과 13호선이 교차하는 교통 중심지이다.20세기 초 지금의 신작로와 철로가 뚫리기 이전에는 주로 영산강을 이용한 뱃길이 주요 교통 수단이었다. 내륙을 통과하는 길은 걷거나 말을 타고 다니던 역원(驛院)체제로 운영됐다. 고려 현종 때 목(牧)으로 지정된 나주는 조선시대 때까지 호남의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로 위상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나주 이남 지역의 옛길이 ‘목사골’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뭍으로 나온 제주도 사람들과 남해안 거주민·주둔군·관리들은 나주의 청암역과 그 주변에 산재한 원(院)집에 머물렀다. 해남의 녹산·별진역과 강진 통로역은 영암 영보역·신안역을 거쳐 나주의 청암역으로 이어진다. 호남지방 역 중 찰방이 배치된 곳은 청암역(나주)·경양역(광주)·벽사역(장흥)·삼례역(전주)·오수역(임실) 등에 불과했다. 나주가 1000여년 동안 호남의 중심지로 자리한 것은 고려 건국과도 무관치 않다. 후삼국 때 견훤이 근거지를 무진주(광주)에서 완산주(전주)로 옮기자 나주지역 토호들은 소외감을 가졌다. 이 때 궁예의 수군 장수였던 왕건은 영산강 일대에서 견훤군에 크게 승리하고 나주 호족과 손을 잡는다. 그는 호족 오다련의 딸과 혼인하고 이 지역을 근거로 후백제를 멸망시켰다. 훗날 장화왕후가 된 오씨 부인은 왕건이 찾아 오기 며칠 전에 이미 황룡 한 마리가 구름을 타고 날아와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혼인 후 혜종이 태어났는데, 왕이 태어난 마을이라 해서 흥룡사(興龍祠·현재의 나주시청 터)란 사당을 지었다고 한다. 당시 오씨 부인이 빨래하던 샘인 완사천 옆에는 왕후의 비(碑)가 남아 있다. ●윤여정(나주시 신활력사업추진TF팀장·53)씨는 ‘한자에 빼앗긴 토박이 땅이름’이란 책을 펴낸 향토사 전문가.
  • 경남 남해안 멸치 ‘흉년’

    경남 남해안 멸치 ‘흉년’

    남해안 멸치잡이 업계가 시름에 빠졌다.3∼6월 금어기가 끝나자 경남에 선적을 둔 68개 선단이 지난달 1일 일제히 출어했지만 어군(멸치떼)이 형성되지 않아 ‘만선(滿船)의 꿈’이 깨졌다. 경남 거제와 통영 욕지도, 남해 세존도 부근은 국내 멸치 생산량의 절반을 잡는 최대 어장이다. 반면 서해안은 유례없는 멸치 풍어로 위판장이 들썩이고 있다. ●강우량 적어 염분농도 높아져 3일 경남도에 따르면 멸치잡이가 시작된 지난 한달간 어획량은 3147t에 불과, 지난해 같은 기간 4511t에 비해 무려 1364t(30.2%)이나 줄었다. 위판액도 121억 87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166억 1800만원과 비교하면 26.7% 줄어들었다. 멸치 어획 부진은 지난 장마때 강우량 부족으로 염분 농도가 높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수온은 섭씨 24도로 적당한 편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일본 나가사키 지방 어장이 예년에 비해 10여일 늦게 형성된 것으로 미뤄 우리나라도 그만큼 늦을 것”이라며 “수온이 섭씨 26도로 오르면 어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욕지도 남쪽의 대규모 모래 채취장 때문에 멸치떼의 회유로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제주쪽에서 올라오는 멸치떼가 욕지도쪽으로 오다 뻘물을 피해 서해로 가거나 동해로 간다는 것이다. ●어군 찾아 먼곳까지 출어… 경비 급증 어민들은 어획 부진에 멸치떼를 찾아 다니면서 늘어난 출어 경비로 허리가 휜다. 하루 700만원 정도 들지만 요즘처럼 이동거리가 길어지면 1000만원까지 치솟는다. 멸치잡이 선단은 통상 5척으로 구성되며, 조업 인원은 30여명. 멸치떼를 찾는 어탐선 1척과 멸치를 잡는 본선(작업선) 2척, 잡은 멸치를 즉석에서 삶는 가공선, 삶은 멸치를 육지의 건조장으로 옮기는 운반선 등으로 역할이 나눠져 있다. 기선권현망수협 관계자는 “서해에는 멸치가 풍어이고, 동해에서도 잡히고 있는데 유독 남해에만 어군이 형성되지 않는다.”면서 “울산까지 나가야 겨우 멸치 비늘을 구경할 수 있다.”고 푸념했다. ●전북 서해안은 멸치떼 몰려 어획량 2배로 남해와 달리 전북 고군산군도 주변에는 대형 어군이 형성돼 군산수협과 부안수협 위판장은 활기가 넘친다. 지난달 어획량은 715t으로 지난해 360t의 2배 정도다. 서해에 멸치 어군이 형성되는 것은 산란이 활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산란기 군산과 부안지역 멸치알 분포밀도를 조사한 결과, 바닷물 1㎥당 189개로 지난해 125개보다 64개가 많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산란기인 5월의 수온이 섭씨 15도 이상이며, 염분농도가 30% 이상 생육에 알맞고, 특히 먹이생물이 풍부해 어미의 회유량이 늘면서 산란량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 서해안에 대형 멸치어군이 형성되자 월경 조업을 우려한 해양경찰이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풍어의 분위기가 완연하다. 통영 이정규·군산 임송학기자 jeong@seoul.co.kr [용어클릭] ●멸치 종류와 금어기 멸치는 1년생이다. 주로 4·5월에 산란해 3∼6월이 금어기다. 금어기에도 정치망이나 유자망으로는 어획할 수 있으며, 이때 잡히는 봄멸치는 굵어 젓갈용으로 쓰지만 부산·경남 등지에서는 횟감으로도 인기다.7월1일부터 권현망어선의 조업이 시작되면 추석까지 계속한 뒤 대부분 철망한다. 추석 이후 겨울에 잡히는 멸치는 질이 떨어져 주로 사료용으로 팔린다. 서해와 동해에서도 멸치가 잡히지만 남해안 멸치를 최고로 친다. 서해는 수심이 얕아 멸치가 뻘을 먹기 때문에 버석거리고, 동해산은 색깔이 검고, 커서 맛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 [Metro] 제부항등 3곳 레저항 추가 건설

    경기도는 요트와 보트 등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레저 항(港)인 마리나 포트를 2020년까지 서해안 제부항 등 3곳에 추가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도가 계획 중인 마리나 포트는 화성시 제부항, 안산시 대부도 구봉항, 홀곳항 등 3곳으로 조만간 해양수산부에 건의해 국가 차원의 ‘마리나 개발 기본계획’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내년 1월 준공 예정인 화성 전곡항 1개로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해양레저 수요에 대비하기 어렵다.”며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이들 3개 항의 추가 개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유배객, 세상을 알다’/김려 산문선

    ‘유배객, 세상을 알다’/김려 산문선

    “그대 어디를 그리워하나?그리운 저 북쪽 바닷가/부령의 친구들 모두 나이 지긋한데 나와 백능까지 모두 여덟명./국보는 소처럼 마셔 몸 못 가누고 익보는 하루에도 거뜬히 백잔./담수는 밥보다 술지게미 좋아하고 권씨는 취하면 더욱 온순해지네./문성은 눈에서 번쩍번쩍 빛이 나고 언소는 항아리 째 벌컥벌컥 마셨네./그대들 생각하나 볼 수 없어서 괴로운 이 마음 가슴이 터질 듯.” ●함경도 부령·경상도 진해서 10년 ‘고초´ ‘부령의 술친구들’이라는 김려의 시다. 고향 친구를 그리는 듯 보이지만, 부령은 다름아닌 그의 첫번째 유배지. 김려는 함경도 부령에 4년 동안 유배된 뒤 다시 경상도 진해로 유배지가 옮겨졌는데, 이 시는 진해에서 부령의 술친구들을 못잊어 쓴 것이다. 조선 후기의 문인 김려(1766∼1822)는 15세에 성균관에 들어가 27세에 진사에 급제한 전도유망한 선비였다. 그런데 32세되던 1797년 벗 강이천의 옥사에 연루된다. ‘함께 모여서 서학(천주교)을 이야기하고, 서해에 진인(眞人)이 나타나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이른바 강이천의 비어사건(飛語事件)으로, 김려는 두 곳에서 장장 10년 동안에 걸쳐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김려는 이 시에 나오는 문하생 백능을 두고 ‘소년 풍모가 좌중을 압도한다.’고 했다. 국보는 병영의 아전이고, 익보는 그의 사촌동생으로 역시 아전. 담수와 언소 역시 아전이었다. 이렇게 보면 함께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던 벗들은 대부분 아전이다. 김려가 사대부라는 허위의식을 벗어던지고 진정으로 사람을 사귀어가는 모습이 드러난다. 김려 산문선 ‘유배객, 세상을 알다’(강혜선 옮김, 태학사 펴냄)의 재미는 유교적 질서에 얽매어 있던 선비가 제도권에서 내팽겨쳐지면서 오히려 본연의 인간성을 찾아가는 모습에 있다. 그가 진해에서 남긴 시는 ‘사유악부(思樂府)’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한결같이 “그대 어디를 그리워하나?그리운 저 북쪽 바닷가(問汝何所思,所思北海湄)”로 시작하는데서 대부분은 기생 연희를 그리는 연가(戀歌)이다. ●부령은 명필 이광사의 로맨스로도 유명 부령은 조선후기의 명필 원교 이광사가 유배를 살았던 곳으로, 장애애라는 여인이 이곳에서 원교를 모시다가 신지도까지 따라갔던 로맨스로도 유명하다.‘부령의 술친구’에 나오는 담수는 바로 원교 이광사에게 배운 인물로 명필이라고 이를 만했다고 한다. 김려가 가슴이 시키는 대로 자연스러운 심성을 되찾을 수 있었던 데는, 유배 과정에서 마주친 갖가지 인간군상의 모습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듯 하다. 그는 옥사에 연루되어 형조에 갇힌 11월12일부터 부령에 닿은 12월10일까지 일기를 썼는데, 험한 지경을 지나왔다는 뜻으로 ‘감담일기’라고 일컬었을 만큼 고난의 길이었다. ●주민들의 덕성에 ‘감화´ 혹독한 추위 속에서 강행된 유배길에서 폐병이 악화된 김려는 하루에서 서너 차례 피를 토할 정도였는데, 부령부사는 혹심한 감시와 핍박으로 괴롭혔다. 하지만 부령 주민들과 사귀어 가면서 따뜻한 인정에 힘입어 유배생활의 고통을 극복해갈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북방민 삶의 현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소박한 인간미와 덕성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려는 진해 바닷가에서는 ‘매일 듣지 못했던 것을 듣고, 매일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에도 일부가 소개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는 그 체험의 종합판이다. 우해는 진해의 옛 이름으로 어류 53항목, 갑각류 8항목, 패류 11항목 등 모두 72항목이 담긴 ‘우해이어보’는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보다 11년 빠른 한국 최초의 어보(魚譜)이기도 하다.1만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전북 서해안 멸치 풍어

    전북 서해안에 멸치어장이 형성돼 연안어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30일 전북도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고군산군도 일대에 멸치어장이 형성돼 400여척의 어선이 멸치잡이에 나서고 있다. 이들 어선은 척당 하루 평균 200㎏ 어획고를 올리고 있다. 올해 군산과 부안수협의 멸치 위판고는 30일 현재 715t으로 지난 한 해 360t의 두배 가까이 된다. 이같은 멸치어장은 오는 10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군산과 부안 등 서해 중부 해역에서 조사한 멸치 알의 분포밀도(해수 1㎥ 내 개수)는 189개로 지난해 125개보다 64개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0년 16개,2001년 26개,2002년 27개,2003년 8개,2004년 62개,2005년 164개 등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여서 서해안이 국내 최고의 멸치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멸치 잡이 불법어업도 크게 늘고 있다. 남해안의 멸치 어황 부진으로 일부 다른 시·도의 무허가 어선들이 어황이 좋은 서해안에 진출, 심야에 불법 어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연령·계층·이념·시간 뛰어넘는 무한계 축제로”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방조제에서 영원히 기억될 국제적인 페스티벌을 펼쳐 보이겠습니다. 사재 25억원을 투자해 ‘새만금락(樂) 페스티벌’을 여는 정재윤(43·이그잼 대표이사)씨는 “연령, 계층, 이념, 장르,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무한계 축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새만금락(樂)페스티벌은 8월1일부터 5일까지 33㎞의 새만금방조제가 시작되는 전북 군산시 소룡동 새만금자동차 전시관 일원에서 개최된다. 그는 “축제를 통해 공존과 미래를 약속하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며 “새만금사업은 갈등과 대립의 과정을 거쳤던 국책사업이지만 축제가 끝나면 한반도의 랜드마크로 세계인이 주목하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 기간에 록을 비롯한 각종 청년음악축제, 코미디 프린지 페스티벌, 갯벌체험행사, 청소년 경제교육포럼, 새만금 환경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특히 3일에는 ▲세계 최장 방조제에서 최대 인원 걷기▲최대 인원 라인댄스▲최대 군중 YMCA▲최대 인원 집단풍물 길놀이▲최대 인원 타악기연주 등 5개부문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 윤도현, 마야, 럼플피쉬, 유진박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은 물론 홍익대앞 언더 그라운드 밴드, 전국 풍물동아리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를 취재하기 위해 CNN,NHK 등 6개국 외신도 찾아온다.“5일간의 축제를 통해 새만금이 제2의 두바이로 떠오르고 서해안의 관광산업과 새로운 문화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정 대표는 “이번 축제를 의전, 내빈소개, 정장이 없는 3무(無)축제로 기획해 누구나 자유를 만끽하고 페스티벌의 진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해마다 국제 규모의 축제를 개최해 새만금락(樂)페스티벌을 미국의 우드스탁 페스티벌과 같은 세계적인 축제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시네드라이브] 이제 ‘용’이 되나 싶었는데… 학력 검증 복병의 씁쓸함

    “내가 찍는 영화는 항상 40∼50% 꺾고 들어가요.” “미흡하더라도 귀엽게 봐주시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8월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 ‘디 워’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심형래 감독. 최근 기자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그가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에는 자조가 섞여 있었다.‘아웃사이더’의 비애도 느껴졌다. 영화계에 발을 디딘 지 15년. 개그맨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족쇄’다.‘디 워’를 내놓기까지 공들인 시간(6년)과 어마어마한 돈(300억)은 무모한 도전으로 폄하됐다. 개봉시기까지 지연되면서 구구한 억측도 나돌았다. ‘디 워’가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가 한 것에 대해서만은 제대로 평가를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었다. 외국 기술의 도움 없이 할리우드 대작 수준에 버금가는 특수효과를 뽑아냈고, 미국 배급사가 자선단체가 아닐진대 어쨌든 한국영화 최초로 2000개 가까운 스크린을 잡아 개봉하지 않는가 말이다. 엉성한 이야기 구조라는 비판에 대해,‘스파이더맨3’에서 ‘트랜스포머’까지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을 걷어내면 얘깃거리 없기는 마찬가지란 심 감독의 반박은 설득력을 얻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내 것만 갖고 그래?”라는 그의 너스레에 통쾌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을까. 그래서 ‘용가리’의 참담한 실패, 무수한 악평과 소문에도 굴하지 않고 7년 만에 돌아온 그가 이제 드디어 ‘용’이 되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학력 검증이라는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니….‘억세게 재수없음’에 울어야 할까. 만화가 이현세씨의 학력과 관련한 자기 고백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절묘한 타이밍에 나왔다. 새로운 만화책을 내면서 자신이 고졸 학력이라고 ‘커밍 아웃’을 한 것이다. 어차피 속인 건 마찬가지인데 신정아씨와 무슨 차이가 있냐는 지적이 있지만 ‘스스로 옷장 속에서 걸어나오는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 심 감독의 해명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였다.‘간판’보다 재능으로 평가받아야 할 분야의 사람들조차도 학력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회의 현실이 씁쓸하다. 온전히 작품으로만 평가받고 싶었던 그가 또다시 영화 외적인 요인으로 재단되는 걸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학력 위조를 부추기는 사회만큼이나 거짓을 방치한 개인의 책임도 무겁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드러난 심 감독의 학력 논란이 못내 안타깝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여객선 운임 낮춰 관광활성화” 취임 1년 조윤길 옹진군수

    조윤길 인천 옹진군수는 지난 1년간 한달 중 10여일을 섬에서 보냈다. 지역 전체가 도서로 이뤄진 연유도 있지만 특유의 ‘열정’ 때문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행정선보다는 일반 여객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히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과 접할 기회가 많아 민심에 정통하다. 조 군수는 26일 “여객선 운임을 낮추는 것이 옹진군의 최대 현안”이라면서 “관광객들이 우리 지역을 찾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비싼 여객선 운임 탓”이라고 강조했다. 백령·대청도 등 서해 5도서는 뛰어난 관광자원을 갖췄음에도 요금이 왕복 10만원에 달해 외지인들이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인천시가 운임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대국적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 조 군수는 “옹진 어업은 수년 전부터 어자원 고갈과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등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고 인구 고령화와 이도(離島)현상도 심화돼 관광 외에는 뚜렷한 활로가 없는 실정”이라면서 “관광자원 하나는 확실한 만큼 여객선 운임만 낮춘다면 관광이 활성화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굴업도는 현재 민간자본에 의해 종합해양관광단지 조성이 추진돼 관광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밖에 덕적도∼소야도간 다리 등 4곳의 연도교 건설을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옹진산 다시마를 ‘옹해야 다시마’라는 브랜드 특산품으로 육성하는 등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조 군수는 “볼거리와 놀거리, 먹거리를 두루 갖춘 관광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옹진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공약을 보면 시대상이 보인다

    [정책선거 원년으로]공약을 보면 시대상이 보인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된 공약의 대부분은 엇비슷할 뿐만 아니라 장밋빛 일색이다. 이전 정부에서 이루지 못한 정책을 계속 가져다 썼고, 선심성 공약을 마구 베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약에서 당시 시대 흐름과 후보의 철학을 찾을 수 있다. ●의외로 진보적인 노태우 공약 1987년 6월 항쟁으로 어쩔 수 없이 직선에 나선 노태우 후보의 공약은 상당히 진보적이다. 비록 김영삼 정부에서 실현됐지만 전면적인 지방자치제 실시를 약속한 이는 노태우 후보였다. 밀폐수사 금지, 토지공개념 확대, 출자총액제한, 재벌의 소유·경영 분리, 작전지휘권 재조정 등이 진보적 공약으로 꼽힌다. 1987년 대선에서 민정당 정세분석실장을 맡아 공약 전반을 기획했던 최병렬 한나라당 전 대표는 “당시 여당은 일단 정권을 연장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었기 때문에 민주화와 인권 관련 공약이 우선시됐다.”고 회고했다.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 서해안고속도로 등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계획의 대부분도 이때 나온 공약이다. 동해안 국제공항, 서울~영동 고속철도 건설과 같은 무모한 공약도 나왔다. 당시 공약 개발의 기획자였던 전병민(현 한국정책연구원 고문)씨는 “전두환 정권은 물가를 잡느라 SOC 투자를 하지 못했다.”면서 “노태우 후보는 정부와 공무원의 역량을 총동원해 건설 공약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농촌에 발목잡힌 김영삼 공약 1992년 집권 여당인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는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후보자 본인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 재산공개’를 첫번째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강한 의욕을 보였다. 집권 이후 이 공약을 지켰고, 대통령의 재산공개는 현재 1급 이상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영삼 후보는 특히 농촌 공약에 많은 신경을 썼다. 당시 농촌은 우루과이라운드(UR)의 거센 쌀 시장 개방요구에 직면해 있던 터였다. YS는 공약집에 ‘쌀은 수입하지 않는다.’고 공언했고, 노태우 정부가 말기에 추진했던 10년간 42조원이 투자되는 농어촌구조개선 사업을 공약으로 계승했다. 그러나 결국 1995년 12월 UR협상이 타결돼 야당과 농민으로부터 ‘정권퇴진’의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IMF·자민련 변수에 얽매인 김대중 공약 김영삼 정부 막판에 터진 외환위기 사태는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의 꿈을 이루는 중요한 계기가 됐지만, 자신의 경제철학이었던 중산층·서민을 위한 ‘대중경제론’을 접어야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실명제 유보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제한적 적용 등 이전 정부보다 후퇴한 경제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 의장이었던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는 “악마의 돈도 마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보수적인 자민련과 ‘후보 단일화’를 약속하는 바람에 내각제 개헌을 공약에 포함시켜야 했다. 김대중 후보가 가장 자신감을 보였던 통일공약보다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억제’와 같은 안보공약이 우선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공약집 끝머리 항목 ‘남북기본합의서에 기초한 남북관계 개선’의 괄호 속에서 겨우 찾을 수 있을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분배·성장이 충돌한 노무현 공약 노무현 후보의 공약은 토론의 산물이다. 공약 입안에 가담했던 브레인들은 “정책 브레인 사이에 치열한 논쟁을 거쳐 공약이 완성돼 갔다.”고 전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치인 위주로 꾸려졌던 이전 정부와 달리 모두 진보적인 학자로 채워진 데서도 정책에 대한 참여정부의 깊은 관심을 찾을 수 있다. 처음 공약을 입안했던 장하원·유종일·서동만·정해구·유시민·정태인 등 진보적인 학자들은 북유럽형 사민주의와 사회대타협, 차별철폐, 분배에 무게를 뒀다. 역대 후보들의 단골 공약인 ‘작은 정부’는 신자유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 부동산 개발을 통한 경기 부양책도 언급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정책이 추가됐다. 연 7% 성장이 공약으로 나오자 일부 학자는 결별을 선언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선거가 가까워지고, 야당의 이념공세가 거세지면서 성장형 공약이 많이 개입됐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의 전매특허인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공약도 처음에는 동북아 국가간 연대에 무게중심을 뒀다. 하지만 물류허브(중심), 금융허브 등 경쟁·성장정책이 끼어들면서 ‘동북아 중심국가’로 변해 갔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 등이 현 정부 비판의 선두에 선 것도 노 대통령의 공약과 정책이 그만큼 논쟁적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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