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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가는 길’ 덜 막힌다

    ‘고향가는 길’ 덜 막힌다

    설 연휴의 교통혼잡은 8일 오전 귀성길과 10일 오후 귀경길이 가장 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휴기간이 길고 고속철도(KTX) 등으로 귀성객이 분산돼 고속도로나 국도의 정체가 극심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6일에도 평소 일요일이면 혼잡을 보이는 경부고속도로 오산∼안성, 추풍령∼김천, 남구미∼왜관 등 일부 구간에서 오후 들어 지체가 있었지만, 다른 구간에서는 원활한 소통을 보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설 연휴 고속도로를 이용할 귀성차량은 지난해 118만대보다 3.1% 늘어난 123만대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길게는 9일까지 이어지는 연휴에 교통량이 분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7일 휴무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적지않아 사실상 연휴에 들어간 사람이 많은 6일 오후에도 KTX의 예약률이 80%에 그치는 이변을 보이기도 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현재 귀성 예상 소요시간은 ▲서울∼부산 5시간 15분 ▲서울∼대구 3시간 15분 ▲서울∼광주 3시간 35분 ▲서울∼목포 3시간 25분 ▲서울∼강릉 2시간 20분 ▲서울∼대전 1시간 30분으로 평일 주말과 큰 차이가 없었다. 6일 오후 8시 현재 서울을 빠져나간 차량도 평소 휴일보다 20% 정도 적은 22만여대에 그쳤다. 하지만 7일에는 31만대가 귀성길에 나서 일부 구간에서 지체현상을 빚을 전망된다. 고속도로상황실 관계자는 “7일 오후를 고비로 8일 오전까지 귀성길의 혼잡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7일 낮 12시부터 9일 오후 6시까지 경부선 잠원·반포·서초·수원·기흥·오산 IC와 서해안고속도로의 매송·비봉 IC에서 하행선 진입을 통제한다. 역귀성으로 인한 지체 현상을 막기 위해 같은 기간 경부선의 잠원·서초·양재 IC도 진출이 통제된다. 또 7일 낮 12시부터 10일 자정까지 경부고속도로 서초 IC부터 청원 IC 구간 양방향에 24시간 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된다. 유영규 유지혜기자 whoami@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7) 수라상에 진상한 영덕대게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7) 수라상에 진상한 영덕대게

    서울에서 가장 먼 바닷가를 손꼽는다면 영덕도 빠질 수 없는 곳이다.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먼 길. 이필제가 ‘영해작변’을 통해 조선 후기 변혁운동의 엄중한 파고를 예고했던 곳, 그리고 상놈 출신 신돌석이 의병장으로 나서 신출귀몰 왜군을 무찔렀던 일 등 민중의 역사가 강하게 요동쳤던 옛 예주(禮州)의 땅. 오늘날은 역사의 진실과 무관하게 그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대구·부산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차량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되었다. 오로지 영덕대게를 현장에서 먹겠다는 집념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에게는 민망한 소리겠지만 사실 ‘남의 살’처럼 맛있는 것이 있을까. 더군다나 딱딱한 껍질 속에 연한 살을 감추어둔 갑각류는 전반적으로 맛이 특별하다. 게나 바다가재가 고급요리인 까닭은 그럴 만 한 이유가 있다. 명태나 기타 잡어로 만드는 게맛살도 기실 대게맛의 복사판이다. 봄철에 서해안의 꽃게가 진미라면 겨울철 동해안에는 대게가 단연 상석이다. 대게는 울진, 영덕, 포항, 울산 등에서 두루 잡히는데 영덕대게가 브랜드를 선점했다. 흑산도 홍어처럼 수산물에서 브랜드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리라. ●길거리서 파는 붉은 게는 영락없는 홍게 길거리에서 붉은 게를 영덕대게라며 팔고 있다. 영락없이 홍게다. 홍게는 수심 600∼1000m의 동해 심해에서 잡힌다. 껍데기가 두껍고 살이 적어 다리를 뜯어 보면 그야말로 ‘꽝’이다. 이 게는 사계절 잡히며 껍질에서 키토산 등을 채취하는 데 이용된다. 가격은 대게와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이런 홍게를 대게로 잘못 알고 사먹거나 속여파는 일은 없어야겠다. 홍게가 심해저 생물이라면 대게는 울진의 왕돌짬으로부터 영덕의 무아짬에 이르는 짬(바위)에서 주로 자란다. 약 120m 이하의 바위밭이 동해변에 이어지고 있으며, 무아짬 안쪽은 고운 자갈과 모래밭이다. 영덕대게는 무아짬 안쪽, 즉 강구와 축산 사이의 3마일 근역이 집중적인 서식지다. 덕분에 게의 내장이 펄을 먹고 자라서 검은 빛을 내는 여타 지방의 대게와 달리 푸른빛이 감돈다. 12월부터 5월까지 5개월여를 조업한다고 하지만 집중적인 어획 시기는 2∼3월이다.11월은 산란이 끝나서 살이 빠져 있고 또 탈피를 하기 때문에 맛이 없다. 게들은 매미처럼 생태적으로 허물을 벗기 때문에 한자로 ‘벗을 해’(蟹)라고 쓴다. 풀어 보면 ‘解+蟲’이다. 김려는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 당대 조선 후기의 속설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이곳 사람들은 큰 게는 천년에 한번 껍질을 벗는다고 말한다.’그러나 김려는 ‘천년에 한번 껍질을 벗는다는 말은 너무 신비롭게 꾸며진 것 같다.’고 정확히 인식하였다. 당시에 영남지방의 어촌에서는 ‘게 껍질로 염전집과 밭의 원두막, 주점의 지붕을 덮었다.’고들 했다. 큰 게가 엄청나게 잡혔다는 증거다. ●큰 게 껍질로 지붕 덮어 대게는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살이 바짝 오르면서 알도 꽉찬다. 봄빛이 무르익어 가는 4월부터는 산란을 위해 모래나 펄로 기어들기 때문에 맛이 덜하고 잡히는 숫자도 준다. 대게잡이는 강구, 축산, 대진 세 포구가 중심이다. 보통 1∼2t, 크다고 해야 5t 미만의 작은 배들로 2∼3인이 조를 짜서 출어한다. 현재 법적으로 9㎝ 이하는 못 잡도록 규제하고 있다. 작은 놈은 잡혀도 무조건 방류해야 한다. 일명 ‘빵게’라 부르는 암컷도 방류하기는 마찬가지다. 폭 70m짜리 그물을 15∼16폭이나 놓으니 1㎞에 이르는 그물이 바다에 드리워진다. 수많은 배들이 저마다 이 정도씩 그물을 놓을 터이니 바다밑은 가히 그물밭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잡아댄다면 대게의 앞날도 어둡기만 하다. 척당 어림잡아 150여마리씩을 잡는데 9㎝짜리는 6000∼9000원,10㎝짜리는 3만원을 호가한다. 뚜껑 크기가 1~2㎝ 차이가 남에 따라서 값이 천양지차다. 실제로 시식해 보니 맛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작은 놈을 선택하여 싸게 먹는 것도 경제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3인 기준 9마리를 먹으면 7만∼8만원이 들어가니 웬만한 회값보다 세지만 턱없는 값은 아니니 비싸다고 미리 주눅들 일은 아닌 듯싶다. ●영덕대게 으뜸은 검은빛 띤 박달게 영덕대게의 으뜸은 박달게다. 수심이 조금 깊은 곳에서 약간 검은빛이 도는 딱딱한 박달게가 잡힌다. 오랜 경험을 지닌 어부들은 이구동성으로 박달게야말로 ‘진짜 영덕게’라고들 말한다. 마리당 최소 5만∼6만원은 주어야 먹을 수 있으니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강구로 모든 게들이 집산되면서 어느 결에 영덕대게란 브랜드가 탄생했다. 대게는 관행적으로 영덕의 강구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산물이 집중화된다. 다른 수산물과 달리 이 자그마한 시장에 수요와 공급의 집중이 이루어진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수도권까지 나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강구항에서 거래되는 대게가 반드시 영덕에서 잡히는 게만은 아니다. 울진이나 울산에서 잡힌 게도 일단 강구로 들어오면 영덕대게가 된다. 업자들은 단번에 알아내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무슨 재주로 구분하랴.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러시아산 킹크랩, 일본산, 북한산 등이 동해의 수족관을 그득 채운다. 북한산이나 일본산도 일반인이 보기에는 영덕대게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북한산은 전반적으로 박(껍질)이 크다. 동해안 묵호항으로 직접 들어와서 그대로 서울로 직항한다. 서울에서 큰 게를 만나면 십중 팔구 러시아산이거나 북한산일 것이다. 영덕대게는 껍질이 얇고 노란 분홍빛이 돈다. 그래서 단연 다른 게들과 구분된다. 게 껍질에는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결합되어 있다. 단백질과 아스타산틴의 결합도는 그다지 강하지 않아 섭씨 70도만 가열해도 쉽게 끊어진다. 삶은 게의 색조가 붉게 변하는 것은 이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분리되면서 본디 자기 색깔을 되찾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게가 인기를 모으면서 대게를 둘러싼 지자체 간의 싸움도 치열하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울진대게를 임금에게 진상한 것으로 방영되자 영덕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대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광 수입이 영덕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울진에서도 대게가 많이 잡히고, 포항 구룡포는 물론 울산의 정자에서도 다량 포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람들은 영덕대게라고 부르고 있다. 수산물도 브랜드를 선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여기에서도 실감하게 된다. ●차유마을앞 죽도 근역서 많이 잡혀 영덕군은 축산면 경정리의 차유마을을 ‘영덕대게 원조마을’로 지정하고 원조 싸움의 기선을 선점했다. 오랫동안 어촌계장을 해온 김수동씨는 차유마을의 경우 배 한척으로 벌어들이는 연간 어획고가 1억여원에 이른다고 말한다. 출어비를 포함한 제반 경비를 제하면 5∼6개월 동안 5000만∼6000만원을 버는 셈이니 상당한 고수입이다. 봄이 오면 자연산 미역이 출하되므로 그야말로 자본을 별로 들이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서 건져서 내다팔면 돈이 되는 일이다. 가을에는 연안 오징어가 대량으로 잡히며, 다시 겨울이 오면 대게잡이에 나선다. 즉 미역, 오징어, 대게가 삼박자로 돌면서 차유 사람들의 생계를 이끄는 것이다. 차유마을에서 바라보자면 축산항 쪽으로 돌출된 죽도가 보인다. 대나무가 빼곡하게 우거진 가파른 섬이다. 죽도같이 연륙된 동해의 섬들이 숱하게 존재함을 볼 때, 동해안에 섬이 없다고 함부로 단언할 일이 아니다. 죽도 주변으로부터 차유마을 근역까지는 같은 영덕에서도 대게의 으뜸 서식지. 그래서 죽도에서 비롯됐다는 의미에서 대게(竹蟹)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그런데 김려는 대게의 붉은빛을 보고 조선 후기에 이를 자해(紫蟹)라고 이름 붙였다며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대게의 껍질 속에는 능히 7∼8말이 들어간다. 게의 넓적다리와 집게발은 살지고 맛이 좋아 이곳 사람들은 포를 만들어 먹는다. 색깔이 선홍빛이어서 보기 좋으며, 맛도 달콤하고 부드러워 정말로 진귀한 음식이다.’고 했으니 당시에도 게는 진귀하고 값진 고급음식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 고관대작들의 술안주로도 단연 인기일밖에.‘진해 남문 밖에 있는 두 군데 화류거리, 거리 입구 초가집에는 집집마다 술집 간판, 새로 온 예쁜 아가씨 고운 흰 손으로 검은 소반에 대게 살 담아 내온다.’고 우산잡곡(牛山雜曲)에 적혀 있다. 오늘의 영덕만이 아니라 저 멀리 진해에서까지 두루 잡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만큼 대게 분포가 좁아졌다는 뜻이다. 영덕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영해장은 동해안 일대에서 가장 거래 규모가 큰 시장이었다. 멀리 영천은 물론 울진·영양·진보·안동에서까지 상인들이 찾아들었다. 조선 후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도 주거래 품목에 해산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말하자면 동해 남부의 유력한 수산물 거점이 영덕이었다는 증거다. ●영덕대게와 쌍벽 이루는 털게도 멸종위기 대게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잊을 수 없는 게가 있으니 영덕대게와 쌍벽을 겨눌 만한 털게다. 한류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통이며 다리가 온통 털로 뒤덮인 주먹만한 털게를 쪄서 먹는 맛이란 그야말로 식도락의 으뜸이다. 그런데 겨울철 털게는 휴전선 근역 고성 근처에서나 어쩌다 볼 수 있을 뿐 서울 같은 도회의 저자거리 시장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조선의 수산’(1930·조선수산회 발간)을 보면 1928년 1년간 수출 수산물의 6할이 털게와 대게 통조림이라고 했다.1910년 겨울에 이미 함경남도 북청군 신포에서 처음으로 털게 통조림공장이 설립되었다. 이렇듯 흔하던 털게들이 남쪽에서는 희귀종이 되었고, 북한쪽에서 겨우 잊지 않을 정도로 잡힐 뿐이다. 적절하게 보호·통제하지 않으면 쉽게 멸종한다는 섭리를 털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덕대게의 미래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대게의 원조인 박달게가 거의 잡히지 않음은 자원고갈을 방증한다. 그러니 알이 꽉찬 ‘빵게’를 먹으면서 “역시 대게는 맛있다.”고 즐거워할 일이 아니다. 빵게잡이 자체가 불법이니 판매도 불법이고, 먹는 것 또한 불법이다. 맛있다고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빵게 어획을 신고하는 정신’도 함께 기를 일이다.
  • 귀성길의 덤 ‘알짜 땅 투자정보’

    고향 가는 길, 마음은 기쁘지만 몸은 여간 피곤하지 않다. 고향 땅값·개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피로도 풀리고 어느새 고향 문턱에 닿는다. ●이곳이 투자 유망지역 고향이 충청도인 사람들은 가족·친구들 모임에서 신행정수도 이전, 땅값 상승을 화제로 말문을 열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정치적 풍랑을 겪고 있는데다 서해안 부동산 열풍이 아직도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후보지인 연기·공주를 비롯, 천안·아산, 당진·홍성·서산 등 서해안 일대 땅값이 크게 올랐다. 전국 땅값 상승률 순위 열 손가락 안에 6곳은 충남지역이다. 연기군은 지난해 1년 동안 평균 23.33% 상승했다.1번 국도 주변 대지·잡종지 등은 2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금남면 용담·감성리 일대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은 평당 70만원을 부른다. 길가 논도 호가 기준으로 평당 20만원을 넘는다. 오진우 벤처부동산 사장은 “거래는 많지 않으나 행정수도 규모 등이 확정되면 다시 출렁일 수 있다.”면서 “행정수도 후보지에서 대전·청주로 이어지는 길가 땅이 투자 유망하다.”고 말했다. 천안·아산∼공주·광주로 이어지는 길목에 고향을 둔 사람들도 치솟은 땅값에 깜짝 놀랄 것이다. 신도시 건설과 고속철도 개통이라는 ‘쌍끌이’ 호재를 바탕으로 17% 올랐다. 길가 땅값은 50% 이상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파주·평택 지역 땅값 상승이 눈에 띈다. 파주는 교하신도시 개발과 파주운정지구 신도시 보상 이후 대토(代土)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땅값이 13% 이상 뛴 곳. 오름세가 주변 지역으로 옮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고향 다녀오는 길에 인근 연천지역 부동산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평택은 미군기지 이전 추진 및 평화신도시 조성 계획, 역세권 개발과 주변 택지개발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4·4분기에만 5% 가까이 올랐다. 땅값 오름세가 쉽게 수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최찬용 용성공인중개사 사장은 “고속철도 역사 건립 여부가 확정되면 다시 한번 땅값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팽성읍·고덕면·청북면 일대 농지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경춘선복선전철 호재를 안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가평·청평, 강원도 남춘천 일대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묻어둘 만한 곳이다. 서해안을 따라 충남 당진·예산, 전남 무안·해남 일대 고향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폭등한 땅값에 입을 다물기 힘들 것이다. 평균 10% 이상 올랐다. 해남 일대는 기업도시 바람을 타고 땅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형제자매끼리 투자 펀드 조성 계획을 세워보는 기회를 가져볼 것을 권한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개발, 경북 포항시 북구 일대는 신항만 건설 및 지방산업단지 조성, 경남 양산시는 양산 신도시 개발 호재를 안고 땅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 기장은 정관 신도시 및 산업단지 조성 영향을 받아 땅값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고향길 돌아보는 요령 설 연휴가 길다. 귀향·성묘길에 조금만 신경 쓰면 투자 유망지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지도를 들고 떠나라. 최근에 발행된 3만분의 1 교통지도를 보아도 새로 뚫린 도로, 예정된 큰 도로 노선도가 나온다. 신설 고속도로 노선을 살핀 뒤 인터체인지 예정지를 인터넷이나 신문 기사로 확인하면 투자유망지역 감이 온다. 마을 이장이나 고향에서 직장을 잡고 있는 친구들에게 최근 도시계획공청회 등이 열렸는지 알아보는 것도 필수다. 도시계획변경 공청회 때 제시된 내용으로 그 지역 개발방향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부동산중개업소 명함을 얻어둬야 한다. 해당 지역 시세를 가장 잘 꿰고 있는 사람은 그 지역 중개업자들이다. 매물도 소개받을 수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고향가는 길’ 벌써 시작

    ‘고향가는 길’ 벌써 시작

    주말과 징검다리로 연결된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4일 역과 터미널, 공항에는 본격적인 귀성 전쟁을 피해 고향으로 향하는 잰걸음이 이어졌다. 업체에 따라 최장 9일 동안의 긴 휴가를 받은 해외 여행객들도 공항으로 몰렸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밤 궁내동 톨게이트를 통과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 하행선 차량을 9만 5861대로 집계했다. 중부·영동·서해안고속도로로 빠져나간 차량도 17만 4516대에 이르렀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오늘 하루 하행선 이용차량은 평소보다 2만∼3만여대가 많은 30만대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본격적인 귀성이 7일 오후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교통량이 분산됨에 따라 예년과 같이 심한 귀성정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통 이후 첫 설을 맞은 고속철도(KTX)는 이날 특실좌석이 일부 빈 채 출발했지만,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만석이었다. 서울역 관계자는 “7일과 8일은 고속철도를 포함해 모든 하행선 표가 매진됐고, 상행선도 8일 오후부터는 좌석이 없다.”고 말했다. 강남과 동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은 낮동안 비교적 한산했지만, 저녁에는 직장인 귀성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도 퇴근 시간 이후인 오후 7시부터 김포~김해 등 주요 노선이 만석을 기록했다. 국제선은 아침 일찍부터 해외 여행객으로 붐볐다. 황금 연휴를 맞아 국내선 좌석보다 해외로 가는 비행기 좌석을 구하기가 더 어려웠다는 승객도 있었다. 괌, 방콕, 발리 등 동남아시아 주요 노선이 만석이었고, 밴쿠버, 시드니 등 비행거리가 긴 휴양 도시도 8일까지 예약률은 100%이다. 한편 정부는 연휴 기간에 임시열차 53편과 고속버스 예비차 225대, 시외버스 예비차 337대를 투입하고 임시항공기도 하루 평균 20편을 추가로 띄운다. 섬 지역 귀성객을 위해서도 연안여객선을 하루 평균 151차례씩 추가로 운항시킨다는 계획이다. 안동환 박지윤기자 sunstory@seoul.co.kr
  • [톱 셀러]‘소금의 진화’ 눈에 띄네

    [톱 셀러]‘소금의 진화’ 눈에 띄네

    ‘허브 맛부터 마늘 맛까지.’ 짠맛으로 정형화된 소금이 다양한 맛으로 ‘진화’하고 있다. 건강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웰빙 트렌드가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면서 몸에 좋은 성분을 함유한 소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하는 덕분이다. 안성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가공식품팀 바이어는 “요즘들어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조미료의 기본이 되는 소금 시장에도 가격을 따지기보다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함유된 프리미엄급 소금을 원하는 건강 열풍이 불고 있다.”며 “현재 이들 프리미엄급 소금의 매출액이 월평균 10∼20%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허브·마늘·알로에 등 다양한 맛 첨가 현재 시판되고 있는 프리미엄급 소금은 허브·녹차·알칼리·황토·마늘·알로에·고칼슘 소금, 죽염, 자염(煮鹽), 무다소 등이 대표적이다. 허브맛 소금은 과립 소금에 통후추와 올스파이스·로즈마리·오레가노 등 7가지 이상의 허브가 어우러져 고기 특유의 노린내를 줄여줄 뿐 아니라, 허브 향이 은은하게 배어 담백한 고기 맛을 되살려 주는 고기 전용 소금이다. 비타민C와 사포닌 등이 풍부한 녹차 소금은 국산 천일염을 물로 씻어 물을 빼고 이물질과 불순물 등을 완전히 없앤 뒤 녹차 추출물을 첨가함으로써 맛과 영양가를 높였다. 산성인 일반 소금과는 달리 PH농도가 8.5 이상인 알칼리 소금은 서해안의 청정 해수를 17단계로 자연 농축시켜 만든 자연 친화적인 제품이다. 여러 단계의 여과와 정화과정 등을 거쳐 소금 속에 남아 있는 이물질과 불순물을 걸려낸 덕분에 희고 깨끗하면서도 천연 미네랄 성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황토 소금은 봄철 춘분 때부터 여름철 하지 사이에 전남 영광군 염산면에서 채취한 천일염을 1년 이상 묵혀 간수를 없앤 뒤, 고창의 황토로 만든 단지에 담아 고온 가마속에서 10∼12시간 구웠다. 구울 때 열에 약한 간수가 섭씨 750도에서 제거되는 대신 황토의 원적외선이 작용하기 때문에, 천연 미네랄 성분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쓴맛을 내는 염화마그네슘이 알칼리성 소금으로 변해 먹기에 부담이 없다. 위장 기능 강화에 효과적인 마늘 소금은 매운 맛으로 그냥 먹기가 어려운 마늘을 소금 대용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제조한 상품이다. 알로에 소금은 알로에를 소금과 적절히 배합한 것이 특징. 알로에 다당류는 뛰어난 피부 보습제이며 고기능성 미백제 역할을 한다. 특히 피지(皮脂)가 지나치게 분비되는 것을 억제하고 신체의 각종 염증 유발 작용을 억제해 여드름의 예방 및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고칼슘 소금은 천연 해조 칼슘이 일일 영양기준치(700㎎)보다 30% 이상 많이 함유돼 있으며, 깨끗한 천일염을 사용하므로 쓴맛이 없는 깔끔한 뒷맛으로 음식의 맛을 한층 돋워 준다. 절에서 스님들의 민간요법으로 전수돼 오던 죽염은 고온에서 여러번 가열해 몸에 유해한 성분들을 없앴다. 백내장·녹내장 등 안질환과 구강질환 등에 효과적이다. ●미네랄 손실없이 불순물 제거한 제품도 소금 속의 불순물과 유해성분을 없앤 자염은 서해안 청정 해역의 바닷물을 3차례 이상 정화하고 24시간 끓였다. 쓴맛과 떫은맛이 덜한 순한 소금이다. 최첨단 제조공정을 거친 까닭에 암유발 요인인 다이옥신 문제를 극복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칼슘·마그네슘·칼륨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대신,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하는 염화나트륨을 몸밖으로 배출해 주는 역할도 한다. 무다소는 임산부·어린이·수험생·환자들을 위한 특수용 소금.800∼1000도 고온에서 가공해 다이옥신이 거의 검출되지 않고 비소·납·카드뮴·수은 등의 유해 성분이 함유된 중금속도 들어 있지 않다. 자연로에서 구워 원적외선과 약 알칼리를 함유하고 있다. 피로회복·변비·혈액순환 개선과 위장기능 강화 등에 도움을 준다. 글루타민산·라이신 등 각종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들어 있는 함초 소금, 새우·게 등 갑각류 껍질에서 얻은 키토산 성분을 첨가한 키토산 소금, 해조류를 원료로 만들어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해초 소금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염분낮춘 ‘팬솔라’도 인기 소금을 대체할 수 있는 저염 소금인 ‘팬솔라’가 뜨고 있다. 소금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몸에 염화나트륨이 쌓여 심혈관 질환이나 암 등을 유발하지만 팬솔라는 염분이 매우 적게 포함돼 있으면서도 소금과 똑같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강석 삼성플라자 분당점 공산품 담당 과장은 “최근 가격이 비싸더라도 식용유 대신 올리브유, 설탕 대신 자일리톨, 소금 대신에 팬솔라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삼성플라자의 경우 하루 평균 40만∼6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완벽한 소금’이라는 뜻의 팬솔라는 소금 섭취량이 많은 핀란드에서 정부와 헬싱키 의대가 공동 개발한 소금대체 식품. 해수가 증발해 퇴적한 천연 암염이 원료로, 염화나트륨 함량이 일반 소금의 절반 수준인 56.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염화칼륨(27.7%), 황산마그네슘(11.9%) 등이다. 팬솔라에 함유된 미네랄 성분이 체내 염화나트륨의 배출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인 ‘L-라이신(2%)’을 첨가해 일반 소금보다 맛도 좋다. 가격은 450g 1만 5000원,950g 2만 9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팬솔라를 판매하는 곳은 삼성플라자 분당점을 비롯해 타워팰리스의 스타슈퍼, 판매 업체인 트리엠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www.pansoula.com) 등이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고향가는 길] 정유사별 이벤트 풍성

    [고향가는 길] 정유사별 이벤트 풍성

    “고향 가시는 길에 싼 기름 넣고 다녀오세요.”운전자들은 명절 때마다 상습적인 정체와 장거리 운행으로 주유 문제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오른 기름값 때문에 주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고속도로변 주유소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휘발유값 기준으로 ℓ당 1370∼1400원 수준으로 국도변 주유소보다 많게는 140원 이상 비싼 곳도 있습니다. 서울신문은 귀성길 운전자들에게 기름값 조사 전문업체인 ‘오일 프라이스 워치(www.opw.co.kr)’와 공동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변 주유소의 판매 가격을 공개합니다. 경부와 호남, 영동, 중부, 서해안,88, 구마, 중앙고속도로에 위치한 주유소와 국도 1,3,6,7,42,44,46번에 있는 주요 주유소의 판매 가격을 조사했습니다. 출발 전에 미리 주유 계획을 세운다면 보다 저렴한 주유소에서 주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중형차를 기준(50ℓ)으로 주유소를 잘 고르면 주유할 때마다 1만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주유가격은 지난 1일 조사한 것으로 주유소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정유업체가 설 연휴 동안 다채로운 이벤트를 연다. 알뜰한 소비자라면 귀성·귀경길 주유소에서 차량 무상점검이나 공연 관람권, 사은품 증정 등을 챙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LG칼텍스정유는 5∼13일 전국 고속도로변에 있는 주유소와 LPG충전소에서 4만원(LPG 3만원) 이상 주유한 ‘SIGMA6 보너스카드’ 고객 가운데 선착순 5만명에게 LG홈쇼핑 적립금 3000원권 1장씩을 제공한다. 추첨을 통해 선정한 2005명에게는 기존의 10배에 해당하는 보너스카드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준다. 또 오는 20일까지 주유소 정비점인 오토오아시스에서 차량 안전운행에 필요한 20여가지 항목 무료진단과 워셔액 및 부동액 무료 보충, 엔진오일 15% 할인 등도 실시한다. 이달 한달간 3만원 이상 주유한 고객에게는 스카라극장 영화예매권 4만장을,13일까지 오토오아시스에 가입하는 신규 회원에게는 토정비결 무료이용권을 각각 제공한다. SK㈜는 8일 전국 고속도로 하행선,10일에는 상행선에서 46개 계열 주유소를 찾은 고객에게 위생 지퍼백 12만개를 무료로 나눠준다. 또 17일까지 주유소 정비점인 스피드메이트 300여곳에서 브레이크와 각종 오일류 점검 등 차량 무상점검을 해준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전국 고속도로 계열 주유소와 충전소에서 각각 10만개와 4만 3000여개의 고급 물티슈를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고객행사를 마련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고향가는 길] 별미가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고향가는 길] 별미가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맛따라 멋따라 골라서 쉰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귀향·귀경길 답답함을 풀어주는 오아시스다.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기 위해 한번쯤은 들러야 하는 곳. 여행·관광 지도 제공과 교통정보 서비스, 인터넷·팩스, 휴대전화 충전, 휠체어·유모차 대여 등 다양한 무료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기본 서비스가 같다고 ‘맛과 멋’까지 같을까. 자세히 보면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 유명 음식점 못지 않은 토속 별미가 있고, 여느 관광지만큼이나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도 많다. 가까운 곳, 아무데서나 쉬어가기에는 아까운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음식은 매년 업그레이드된다. 휴게소들은 매년 휴게소 대항 맛자랑 대회를 열어 새로운 음식을 선보인다. 지난해 11월 열린 대회에서는 호남고속도로 정읍(천안방향) 휴게소가 녹두장군 정식을 선보여 대상을 받았고, 통영대전고속도로의 산청(하남방향)휴게소가 허준 한방라면 정식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토속메뉴 9개가 맛집으로 선정됐다. 휴게소 시설도 고객들이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벽을 허물고 통유리로 교체하는 등 친환경적인 편의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해바다 위의 섬을 휴게소로 만든 서해안고속도로의 행담도 휴게소와 지리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88고속도로의 지리산휴게소를 비롯해 금강, 섬진강, 남강 휴게소 등은 겨울 강의 정취를 보며 운전으로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휴게소에는 가족단위 귀경객들이 둘러 볼 만한 동물원도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멋있고 맛있는 휴게소도 골라서 쉬어가자. 운전피로야 가라∼. ■ 댓잎 수제비 속시원 두부가스 구수하고 아무리 어머니의 진수성찬이 기다려도 배고픔을 마냥 참고 갈 수는 없다. 갈 길은 먼데…. 금강산도 식후경, 고향가는 길 배가 든든해야 발걸음도 가볍다. 각 휴게소들은 지역 특산물 홍보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지역 특산메뉴도 꾸준히 개발한다. 지난해 11월, 전국 120여개 휴게소들이 참가한 휴게소 맛자랑대회(한국도로공사 주최)에서 수상한 맛집 9곳의 맛, 어느 휴게소에 더 맛있는 메뉴가 있을까. 호남고속도로 ●정읍(천안방향) 녹두장군 정식 전북 정읍의 특산물인 녹두와 단호박을 가지고 만든 웰빙 정식이다.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의 이름을 딴 정식으로 최근 새롭게 개발됐다. 씨를 제거한 단호박에 녹두와 찹쌀, 흑쌀과 밤, 대추, 호두, 은행을 넣고 찜통에 쪄 만들었다. 반찬으로 나오는 녹두나물과 녹두전, 청포묵, 청포냉국이 담백한 맛을 더한다.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탔다.6500원.(063)532-2373. ●백양사(천안방향) 댓잎 영양 손수제비 청정지역인 담양에서 자생하는 대나무 잎 가루를 밀가루와 반죽해 수제비로 만들었다. 다시마와 조개·무로 국물을 우려냈으며, 볶은 호박 고명과 새송이 버섯을 올려 양념장과 같이 담아냈다. 대나무 잎은 카페인이 없고 알칼리성이라 많이 먹어도 속쓰림이 없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4000원.(061)394-5177. 영동고속도로 ●평창(강릉방향) 평창보리밥 정식 강원도 청정지역에서 나오는 보리밥에 메밀묵, 건표고, 돌나물을 넣어 고추장과 들기름, 콩기름으로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머리를 맑게 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는 로즈마리를 추가했다.5000원.(033)334-5100. 통영대전고속도로 ●산청(하남방향) 허준 한방라면정식 산청지역의 특산물인 한약재와 대표적인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이 만났다. 당귀와 항기, 구기자 등 한방재료로 우려낸 국물에 라면수프를 넣어 끓인다. 곁들여 나오는 밥도 은행과 밤, 대추, 호두, 인삼 등을 넣었다.5000원.(055) 973-5970. ●인삼랜드(통영방향) 인삼약밥철판정식 인삼과 대추, 감초, 은행 등 약재로 우려낸 약물에 밥을 지어 고운 빛깔과 은은한 향내가 배어 있다. 여기에 고추장 소스를 넣은 굴소스와 깻잎, 표고버섯, 구절초, 취나물 등을 철판에 넣어 비벼 먹는다.6000원.(041) 751-2892. ●함양(하남방향) 약두부맥두가스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릴 만큼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함양 콩으로 만든 약두부가 주재료다. 약두부에 전분과 계란, 빵가루를 묻혀 180도의 고온에 튀겼다.5000원.(055) 963-8001. 경부고속도로 ●안성(서울방향) 안성맞춤 어린이 웰빙정식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춘 콩스테이크와 생선가스, 샐러드가 주메뉴. 생선가스의 생선살은 우유에 담가 비린내를 없앤 뒤 튀겨 고소하다. 콩스테이크는 믹서에 간 콩을 어린이들이 먹기 좋게 ‘동그랑땡’으로 만들었다.5000원.(031)611-5793. ●평사(부산방향) 새싹과일 돈가스 경북 경산에서 생산되는 포도와 복숭아, 사과 등 신선한 과일에 돼지고기를 접목시켜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여기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유채와 다채, 적양상추의 새싹을 넣고 소스를 뿌려 향토의 맛을 느낄 수 있다.6000원.(053)852-8651. 중앙고속도로 ●군위(대구방향) 잔치국수 쑥과 메밀, 홍국, 무표백 등 4색의 수연소면을 장시간 숙성시켜 면발이 부드러우며 쫄깃하다. 여기에 새우살과 계란 지단, 군위 전통재래간장으로 맛을 냈다.3000원.(054)383-6114. 그밖의 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는 대천(서울방향)의 어리굴젓 백반(041-931-6801)과 고창 고인돌(목포방향)의 별미곰탕(063-516-6313). 중부내륙고속도로는 선산(양평방향)의 곶감스테이크(054-482-6011),88고속도로는 지리산(양방향)의 지리산 흑돼지 떡갈비(063-636-2720),남해고속도로는 진영(순천방향)의 철판새우볶음밥(055-342-3959) 등이 있다. ■ 겨울 금강 보고 카~ 다시 한번 점검 카~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세워진 휴게소엔 여행길에 잠시 쉬기 위해 들르는 것이 아니라 경치를 보기 위해 작정을 하고 찾는 사람도 많다. 활짝 펼쳐진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한 휴게소도 있고 설산을 감상할 수도 있다. 또 동물원이 있는 휴게소도 있다. 남해고속도로 ●남강(순천방향)은 휴게소 벽을 통유리로 만들어 식사를 하면서 남강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055)582-5470.섬진강(순천방향)도 얼어붙은 섬진강의 겨울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다. 88고속도로 ●지리산(대구방향) 지리산 자락이 굽이굽이 펼쳐진 해발 500m 고지에 위치해 화창한 날에는 천왕봉까지 볼 수 있다. 준공 기념탑과 야외공원도 볼거리다.(063)636-2720. 경부고속도로 ●금강(부산방향) 금강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휴게소다. 최근 리모델링한 건물이 시원한 통유리로 만들어져 식당과 카페는 물론 화장실에서까지 금강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뉴질랜드산 원목으로 꾸민 복도와 강으로 향한 옥외 테크가 있어 여행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겨울바람이 차지 않다면 야외 테크에서 차를 마시면 귀향길에 지친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릴 수 있다.(043)731-2233. ●추풍령(상·하행선) 소백산맥 산마루의 해발 548m 높이에 위치해 전망이 좋다. 최근 남부지방에 폭설이 내려 설경이 아름답다. 고속도로를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상행과 하행 휴게소가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부산방향에 있는 휴게소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동물원.750여평 규모의 동물원에는 오색영롱한 인도산 청공작을 비롯해 필리핀 원숭이, 사슴, 금계, 원앙 등 200여마리의 동물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오전 9시 문을 열어 겨울에는 오전 5시 문을 닫는다.(054)430-2000.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상·하행선) 서해바다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어 항상 인파로 넘친다. 국내 최장인 서해대교(7.13㎞)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밤이면 불이 켜지는 서해대교의 야경이 일품이다. 휴게소가 유럽풍 건물로 지어졌으며,2층에 있는 오션파라다이스 카페가 있어 쉼터로는 제격이다.(041)358-0700. 통영대전고속도로 ●산청(하남방향)의 팔각정에 오르면 위로는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래로는 경호강의 전망이 멋있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식당은 레스토랑 못지 않다.(055)973-5970)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논산방향) 건물 디자인이 현대적이고 시설이 깨끗해 깔끔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건물 자체가 시원한 통유리로 돼 있어 확트인 느낌을 준다. 휴게소 옆 작은 공원에는 장시간 운전에 지친 몸을 풀 수 있는 운동 시설이 있다.(041) 858-0522. 중앙고속도로 ●군위(춘천방향)의 동물농장과 매주 토요일 열리는 실내 라이브무대는 인기가 좋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헬스장도 갖추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평창(강릉방향)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 경관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강원도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려 이번 귀향길에는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남자화장실은 아쿠아리움처럼 어항으로 둘러싸여 있고, 식당 내부에는 미니 초가와 함께 대형 TV가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033)333-6131. ■ 도움말 한국도로공사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왜 계룡산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왜 계룡산인가

    ●태조 이성계와 계룡산 1392년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옛 귀족이 건재한 개성이 싫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 이 태조는 충신으로 가득한 새 수도에 새 왕조의 터전을 닦고 싶었다. 이때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한 곳이 계룡산이었다. 이 태조는 1393년 음력 정월 직접 계룡산에 행차해 산세를 휘둘러 보았다. 그해 3월부터 왕도 건설의 삽질 소리가 계룡산 골짜기에 메아리쳤다. 일설에 따르면 계룡산이란 명칭도 그때 비롯됐다. 이 태조를 수행해 현지로 내려온 무학대사는 신수도 예정지 신도안의 좌우 산세를 살핀 다음 이렇게 평가했다고 전한다. 계룡산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요,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 용이 날아 하늘로 오르는 형상)이다. 여기서 말한 ‘금계’는 부의 상징,‘비룡’은 현명한 임금을 의미한다. 즉, 이곳에 도읍하면 풍요한 태평세월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무학대사는 금계의 ‘계’와 비룡의 ‘룡’을 차용해 산 이름을 계룡산이라 부르자 했고 그 말대로 됐다 한다. 계룡산 신도안에 한창이던 천도 사업은 1393년 연말 문신 하륜(河崙)의 맹렬한 반대로 파국을 맞는다. 하륜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계룡산을 반대했다. 첫째, 남쪽에 너무 치우쳐 한반도의 동쪽·서쪽·북쪽과 교통이 불편하다. 둘째, 주변에 큰 강이 없어 세금은 물론 물산을 운반할 큰 배가 드나들지 못한다. 셋째, 계룡산의 풍수는 중국의 풍수가 호순신(胡舜臣·송나라)이 말한 이른바 ‘수파장생쇠패입지(水破長生,衰敗立至)’의 땅이다. 즉, 흘러나가는 물이 땅의 기운을 약화시켜 나라가 곧 쇠망할 곳에 해당한다. 조정 대신들은 공방 끝에 하륜의 주장을 채택해 계룡산 천도 계획은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다. 뜻밖의 결정에 남부지방 사람들은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수년 뒤 태종은 마이산(전북 진안군)이란 명산에 친림해 천도 백지화에 대한 산신(山神)의 뜻을 점쳤다 한다. 물론 산신은 그 결정이 옳다는 답을 줬고, 이에 민심도 안정됐다 한다. 한낱 전설에 불과하지만 계룡산 천도에 기대를 걸었던 남도 민심이 여실하다. ●18세기 말부터 계룡산의 인기는 급상승 수도가 한양으로 결정되자 계룡산 천도설은 한동안 잊혀졌다. 계룡산의 풍수에 대한 평가도 신통치 않았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렇게 말했다.“계룡산은 웅장하기가 개성의 오관산에 미치지 못하고, 수려함도 서울의 삼각산만 못하다.” 그러나 17세기 말부터 계룡산 신화는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민심은 조선왕조를 이반하기 시작했고 그로 말미암아 천도설이 다시 고개를 든 것 같다. 홍만종은 1678년에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조선 태조가 계룡산 아래 새 수도 건설을 시작했을 때의 전설을 수록했다. 태조의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계룡산은 전읍(尊邑 즉,鄭)이 들어설 곳이라며 당장 계룡산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한다. 이 설화는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이로 보면 계룡산에 정씨가 도읍한다는 이야기는 양반들 사이에도 널리 퍼졌던 것 같다.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감록’이 널리 인기를 끌었다. ●바위에 새겨진 비밀 19세기 후반 계룡산에서 신비한 각석문자(刻石文字)가 하나 발견되었다.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월암리에 있는 연천봉 바위에 “방백마각구역화생(方百馬角口或禾生)”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여러 해 동안 아무도 해석을 못하다가 사람들은 드디어 한 가지 해석에 도달했다. 방(方)은 4방이요, 글자도 4획이라 4를 뜻한다. 마(馬)는 오(午)인데 오라는 글자는 八十을 더한 것이라 80이다. 각(角)은 뿔이다. 모든 짐승이 두 개의 뿔이 있으므로 2가 된다. 이를 모두 더하면 482란 숫자가 된다. 구(口)와 역(或)은 국(國)자가 되고, 화(禾)와 생(生)을 합치면 禾生인데 이것은 이(移)의 옛글자다. 전체를 다시 조합하면 ‘四百八十二 國移’란 구절이 된다. 요컨대 조선은 개국 482년째 되는 1874년에 망한다는 뜻이다. 이런 뜻이라면 그것을 몰래 바위에 새긴 사람이 누굴지는 뻔하다. 그는 조선왕조의 몰락을 염원한 사람이다. 어쩌면 ‘정감록’의 신봉자였을 수도 있다. 아무튼 각석의 풀이는 한동안 민심을 동요시켰다. 그 때는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는 소문이 연달았던 시절이다. 마침 ‘정감록’에는 위기가 절정에 이른 순간 계룡산에서 정진인이 나타나 새 나라를 세운다고 돼 있어, 많은 사람들은 계룡산이 새 수도가 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조정대신들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19세기 말 권좌에 오른 대원군은 계룡산으로 천도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천도를 통해서라도 이미 달아난 민심을 조선왕조에 매어 두고 싶었던 것이다. ●명산 중의 명산 계룡산 계룡산은 최고봉의 높이가 845m로 별로 큰 산은 아니다. 그러나 고대로부터 국중(國中)의 손꼽히는 명산이었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엔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명산대천이었다. 해마다 국왕은 제관을 보내 계룡산 산신에게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었을 정도다. 내가 만나본 현지 주민들은 우선 계룡산이란 이름의 뜻이 각별하다고 말했다.‘계’ 즉, 닭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가축인데다 새벽을 알리는 매우 특별한 역할을 하므로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풀이했다. 그런가 하면 ‘용’은 전설 속의 영물로 기린, 봉황 등과 함께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다고 믿어졌다. 용은 성스러운 지배자를 뜻하기도 한다. 달리 말해 ‘계룡’에는 성스러운 통치자의 출현 또는 새 세상의 시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명산인 계룡산은 풍수지리설에 힘입어 더욱 독특한 이미지를 갖게 됐고, 오랫동안 풍수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요컨대 계룡산은 유서 깊은 명산인데다 조선 초기 도읍 후보지가 되기도 했고, 그 뒤에도 풍수가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정씨가 도읍한다는 전설도 있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정감록’에서 계룡산이 새 왕조의 도읍지로 예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풍수로 본 계룡산 ‘정감록’에는 천하의 지맥이 흘러가는 큰 줄기가 언급돼 있고 그 가운데 계룡산이 나온다. 그에 따르면, 천하의 산맥은 곤륜산에서 발원해 백두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흐른다고 했다. 금강산에 옮겨진 내맥(來脈)의 운은 다시 태백산(太白山)과 소백산(小白山)으로 내려가며 산천의 기운을 받아 지기를 더욱 강화시킨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계룡산(鷄龍山)으로 들어감으로써 장차 정씨(鄭氏)가 도읍하여 800년을 누릴 길한 땅이라 했다. 근세의 풍수가들은 계룡산의 특징을 회룡고조(回龍顧祖),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의 3가지 개념으로 평했다.‘회룡고조’란 계룡산이 그 조산(祖山 조상에 해당하는 산)인 대둔산을 되돌아보는 모습이라 나온 말이다. 풍수지리에서는 보통 조산이 너무 높으면 명당을 내리눌러 명당 기운이 죽는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조산인 관악산(629m)이 진산인 백악(342m)보다 수백m나 높다. 서울의 풍수가 이런 탓에 서울을 떠나지 않는 한 한국은 외세의 압박에서 좀체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풍수상의 해석이다. 그러나 계룡산은 전혀 그렇지 않다. 조산인 대둔산(878m)은 높이는 계룡산(845m)과 30m밖에 차이가 없다. 게다가 조산과 진산의 거리도 멀기 때문에 계룡산의 기세가 대둔산에 눌릴 리가 만무하다고 본다. 지맥의 흐름으로 볼 때 계룡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큰 줄기가 진안의 마이산까지 내려오다 다시 갈라져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온 형세다. 마이산에서 반전된 산세가 대둔산과 천호산을 향해 달음박질하다 공주 동쪽에서 C자를 뒤집은 모양으로 꺾였다. 산세의 이런 흐름은 마치 태극과 같아 풍수가들은 ‘산태극’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계룡산의 둘째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계룡산의 물길 또한 산세와 마찬가지로 ‘수태극’을 빚어냈다. 전북 장수읍 신무산(神舞山) 아래 수분리(水分里) 뜸샘(또는 물뿌랭이)에서 시작된 금강의 도도한 흐름은 무주, 영동, 대청호, 부강, 공주, 부여, 강경을 차례로 휘감아 돌다 장항을 거쳐 서해로 들어간다. 이런 금강 물줄기에 합류하는 것이 계룡산 명당수인데 그 모양이 태극과 같다. 계룡산의 명당수는 신도안 용추골에서 시작되어 우청룡을 휘감아 흘러들어가 금강과 만난다. 풍수설만 가지고 보면 계룡산은 도읍터로서 매력적인 곳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미 하륜이 정확히 지적했듯 한나라의 수도를 정하는 데는 교통, 행정 및 경제적인 요건이 풍수설보다 더 중요하다. 정감록은 계룡산 도읍설을 펴고 있지만 그것은 조선왕조 자체를 부인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지 계룡산이 정말 도읍할 만한 곳인가를 따진 것은 아니다. 정감록에 담긴 메시지는 민중은 새 세상을 원한다는 그 말이다. ●계룡산 바위가 희어질 때 계룡산에 큰 의미를 부여한 때문일 테지만 정진인이 왕으로 등극하기 직전 여러 가지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다고 한다. 정치 사회적 변화 못지않게 자연계에 큰 변화가 예언돼 있는데 계룡산이 관련된 한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우선 계룡산의 바위가 흰색으로 변한다고 했다. 바위 색깔이 희게 변하는 일이 보통은 불가능하다. 흥미롭게도 우리 풍습엔 예부터 흰색 바위를 미륵불의 상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중국 당나라에도 똑같은 풍습이 있었다. 흰 바위는 미륵불의 출현, 달리 말해서 복된 새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상서로운 표징이다. 여러 해 전 현지조사 때 직접 주민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조선 후기부터 계룡산의 바위가 조금씩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내 육안으론 그런 변화를 확인할 수 없었다. 진인왕이 올 때가 되면 계룡산 아래 있는 초포(草浦)에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들락거린다는 예언도 있다. 초포는 금강과 계룡산 사이에 있는 작은 농촌마을인데 먼 옛날엔 거기까지 작은 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엔 금강의 토사가 많이 쌓여 배가 통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랬는데 1990년 금강하구 제방공사가 완공되자 강물이 불어 이제 초포에도 다시 작은 배들이 다닐 만하게 되었다. 어떤 주민은 이를 두고 ‘정감록’ 예언은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선 다른 견해도 있다.‘정감록’에 바닷물이 초포까지 들어온다고 한 것은 해수면이 높아지는 해양 생태계의 대변화를 예고한 거라는 현대적 해석이다. 정감록에 또 예언하기를, 말세엔 생선과 소금 값이 아주 떨어진다고 돼 있는데, 이 역시 생태계의 일대변화를 예고한 것이란다. ●말세엔 계룡산으로! 정감록에 예고된 급격한 환경 변화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말세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누런 안개와 검은 구름이 사흘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는 예언은 최근 몇 년 동안 여름철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을 온통 뒤덮는 짙은 연기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구제역 등 전염병을 몰고 오는 황사현상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다가올 재난은 황사 이상이다. 냇물이 마르고, 산이 무너진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두고 어떤 이는 수자원의 고갈, 녹색환경의 파괴를 예언한 것으로 읽었다. 말이 나온 김에 좀더 알아보면 정감록의 일부인 ‘서계이선생가장결’엔 이런 섬뜩한 내용이 있다.‘9년에 걸친 흉년,7년간의 수재(水災), 그리고 3년 동안의 역질(疫疾)이 닥칠 것이다. 열 집 중 한 집만 겨우 살게 될 것이다. 이상하구나, 세상의 재난이여! 전쟁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구나. 가뭄 아님 물난리, 흉년이 아니면 돌림병이로다!’ 정감록은 새 세상이 밝아오기 전 민중이 넘어가야 할 마지막 고난의 문턱이 다름 아닌 자연재해, 전염병, 그리고 경제대란이라고 못박았다.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1821년,1822년,1858년,1886년, 그리고 1895년에도 전국에 콜레라가 유행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1858년 한 해만도 50만명이 쓰러졌다. 조선 후기엔 독감, 장티푸스 등 전염병이 창궐해 사망자수가 수만을 헤아렸다.5∼6년이 멀다하고 찾아든 홍수와 가뭄으로 흉년이 끊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1807년엔 서해안 일대에 해일이 발생하여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1815년과 1817년의 대홍수 역시 처참한 피해를 안겨줬다. 이런 예에서 확인되듯 ‘정감록’이 예언한 말세의 조짐은 그저 막연한 공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역사상 민중이 겪은 집단적 고통의 기록이었다. 이런 식으로 과거의 역사는 미래의 예언과 만나는 것이다. 대환란이 닥쳐오면 어떻게 피할 것인가? ‘정감록’은 특출한 10개의 명당 즉,‘십승지(十勝地)’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여러 지역을 여기서 일일이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계룡산이 최고의 피난처로 손꼽힌다는 점이다. 계룡산 인근의 유구(維鳩)와 마곡(麻谷) 사이도 또한 길지라고 했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그 지역에 신행정수도가 예정된 것은 흥미롭다. 현지에서 만난 노인들은 ‘정감록’을 직접 인용해 가며 이 지역으로 반드시 새 수도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계룡산,600년 전엔 조선왕조 건국 세력이 정한 도읍지였다.300년 전엔 조선왕조를 혐오하던 민중의 희망이었다. 지금 또다시 그 계룡산은 신 행정수도 논란의 와중에 서 있다. 우리에게 계룡산은 과연 무엇인가? (푸른역사연구소장)
  • 연휴 어디로? 외암리 민속마을

    연휴 어디로? 외암리 민속마을

    설에는 추억이라는 즐거움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곱씹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방 동심으로 빠진다. 마을 앞 개울에서 썰매를 타며 뛰놀던 일, 마을 동산에서 그네타고 널 뛰던 일…. 기억 저편에 있던 아련한 추억으로, 향수로 젖어든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전통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아득한 옛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고향 마을에는 이미 아파트 등 콘크리트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도심과 다를 바 없다. 이럴 때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민속마을이나 한옥마을을 돌아보면 어떨까.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땐 이랬다.’며 어린시절을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아이들은 이번 설을 특별히 추억할 것이다. 어느때 보다 긴 설 연휴.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옥마을을 체험하며 하루를 보내도 좋고, 자투리 시간으로 민속마을을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설을 앞두고 옛 모습을 간직한 채 60여 가구가 다정하게 모여사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을 찾았다.500년 전의 정취가 살아 숨쉬는 외암리의 풍경속에 빠져보자.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전 과거 속으로 충남 아산시와 천안시의 경계인 광덕산 밑에 자리잡은 외암리 민속마을은 어린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옛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주민들이 충청지방 고유 격식인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등 옛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외지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소박한 충청도의 인심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개울 돌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서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환호성이 다정하게 메아리쳤다. 마을을 흐르는 개천에서 썰매를 지치는 아이들과 뒷산에서 그네와 널을 뛰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마을은 생동감이 넘쳤다. 겨울 민속마을은 쓸쓸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던 전자홍(15·천안 목천중 2년)양은 “텔레비전에서 보던 초가과 장승, 연자방아를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온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돌담장을 따라 들어가자 고향의 정취가 느껴진다. 일부러 만든 민속마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 일부 고택을 빼놓고 모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삶의 정취가 묻어난다. 어른 키 높이의 돌담 길이는 모두 5.3㎞. 가옥은 주인의 관직에 따라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교수댁, 종손댁, 송화댁 등 택호가 정해져 있으며 곳곳에 있는 장승과 연자방아 등이 정겨운 장면을 연출했다. 메주가 널려있는 흙담벽의 초가에 들어가자 주인 내외가 반갑게 맞았다. 전형적인 농촌 가옥에 살고 있는 사람은 이군직(39) 이은숙(39)씨 부부. 마을 총무를 맡고 있다. 이 곳에서 자란 이씨 부부의 마을 자랑이 시작됐다. 이씨는 “옛 사람은 집터를 정하는데 바람과 물, 주변 환경과 지리, 나아가 인심까지 두루 살폈다.”면서 “외암마을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삶터를 정해 수백년을 살아왔는지 읽을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이 곳은 지난 2000년 1월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 326호로 지정돼 보존중이다. 이씨가 마을을 안내했다. 먼저 찾은 곳은 참판댁. 조선말기 규장각 직학사와 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공이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아 지은 집이다. 이 집에서는 집안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민속주인 연엽주를 만들어 팔고 있다.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된 연엽주는 누륵에 연근과 솔잎을 넣고 발효시킨 술로 예전에는 매년 봄에 고종에게 진상되던 술이다. 인근의 송화댁은 최근 도둑이 들어 바깥 문짝을 떼가는 바람에 복원하는 홍역을 치렀다. 마을이 보존된 유래도 들을 수 있었다. 이씨는 “초가를 없애던 새마을운동의 개량사업 바람이 덜 미쳤기 때문에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면서 “당시 주민들은 초가지붕만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존해 왔다.”고 설명했다. ●외암리에서는 시인이 된다 외암리의 아침은 고즈넉했다. 닭울음소리가 꿈결인 듯 들려왔다. 조금 뒤 개짖는 소리와 동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선잠속에 들렸다. 아침밥을 짓는 장작불의 연기가 구수했다. 늦잠을 청했으나 머리맡으로 다가온 햇살이 잠을 깨웠다. 따끈한 구들방을 뒤로 한 채 벌떡 일어나 방문을 나섰다. 초가지붕에 소담하게 쌓인 눈과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감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65가구가 모여사는 외암리에서는 초가 체험을 할 수 있는 민박집이 10여가구에 불과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집이 그리 넓지 않아 한 집에 1∼2가족만 묵을 수 있다. 가격은 4만원. 인심좋은 주인을 만나면 아침에 토종 청국장과 된장, 두부 등을 맛볼 수 있다. 예약은 마을 공방(041-541-0844)이나 외암리 민속마을 홈페이지(www.oeammaul.co.kr)에서 하면 된다. 때마침 마을에서 열린 ‘맹사성 시조캠프’를 찾았다. 인근에 조선시대 청백리로 이름난 맹사성의 고택이 있어 올해 처음 개최된 행사. 마을 서당에 모여 앉아 한복을 입고 한시 백일장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이 이채롭다.2박 3일간의 캠프가 끝나고 열린 백일장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일곱살짜리 소년 윤무창군이 ‘신나는 겨울’이라는 제목의 시조를 지어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글을 깨치기도 어려운 나이에 운율에 맞춰 시조를 지어냈기 때문. ‘겨울에/친구들과/형들과/함께논다/눈싸움/하고놀고/눈사람/만들면서/너무나/재미있는날/춥지않은/겨울날.’ 무창군은 “형들과 초가에서 잠을 자고 썰매타며 논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한국시조문학진흥학회 김준 자문위원장은 “중학생들도 운율에 맞추지 못하는데 취학전 어린아이가 시조를 지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무창군은 이날 심사위원들로부터 장원에 버금가는 ‘차상’을 받았다. 무창군의 형 무제(12·아산 송남초등교 5년)군도 ‘하얀 겨울’이라는 시조로 함께 차상을 받았다. ‘저는요/송이송이/눈같은/마음될래요/불타는/내가슴을/차갑게/지울래요/저같은/검은마음도/하얀마음/될래요.’ 외암리의 아름다운 풍광이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시인으로 만들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편 이 곳은 넉넉한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후하다. 주차료와 입장료가 없다. 또 마을 주민들이 다른 민속마을처럼 상업화가 되는 것을 꺼려 흔한 음식점이나 토산품점도 없다. 마을 주차장 앞에는 전통음식인 솔뫼장터(544-7554)가 있는데 수수에 동부콩을 넣어 만든 수수부꾸미(4개 4000원)와 잔치국수(3000원)가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할 경우 아산(옛 이름은 온양)버스터미널에 내린 뒤 강당골행 버스를 타고 가다 외암리에서 내리면 된다.40분 간격이며 40분이 걸린다.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 천안IC와 서해안고속도로 평택IC에서 빠져나와 온양, 송악방면으로 국도를 따라 오면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문의는 외암리 민속마을 관리사무소(041)544-8290. 외암리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이곳도 들러보세요 민속마을에는 아련한 향수가 있다. 고향의 멋과 맛이 스며 푸근한 곳이다. 설 연휴 잠시 짬을 낸다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생활모습과 전통, 문화를 고소란히 만끽할 수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멋스러운 한옥을 돌아보며 신명나는 전통공연과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번 설에는 ‘만사형통만복래 설날 한마당’을 벌여 설 연휴기간인 8∼10일 민요 농악공연과 민속놀이 체험뿐만 아니라 차례상 차리기 강좌, 한복 입는 법, 세배하는 법 등도 배울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우리집 가훈을 써주는 행사도 열린다.(02)2266-6937. 강원도 고성군 왕곡마을은 북방식 전통한옥인 양통집 21동이 옹기종기 모여있다.19세기 전후에 지어진 가옥들은 송지호 호수 뒤편에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5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여 6·25때도 폭격 한번 당하지 않았다. 속초에서 7번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송지호를 지나 왕곡마을에 이른다. 문의는 고성군 홈페이지(www.goseong.org)나 대표농가(033)631-1902. 충북 제천의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이 생기고 마을이 물에 잠기자 청풍면 일대에 있던 유물을 옮겨와 재현한 마을이다. 마을에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옛 농가의 살림살이를 그대로 볼 수 있다. 보물 528호인 한벽루는 고려 충숙왕때인 1317년 연회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곳. 이 곳에서 보는 호수 풍경이 일품이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에서 82번 지방도를 따라 청풍방면으로 가면 된다. 제천시 홈페이지(www.okjc.net)나 관리사무소(043)640-5711. 조선시대 경주지방의 유교문화를 볼 수 있는 마을. 고풍스러운 가옥 150채와 정자와 비각, 강학당 등 전통 가옥 15곳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남부지방 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중요민속자료 제 189호로 지정돼 있다. 관리사무소(054)762-4213.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속마을. 낙동강변의 기암절벽과 송림을 배경으로 양진당과 충효당, 북촌댁 등 사대부 전통가옥과 함게 흙벽 초가집 등 130호가 모여 있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인 하회탈로 유명하며 병산탈과 양반탈 등 9개의 하회탈이 국보 제 121호로 지정돼 있다. 문의는 홈페이지(www.hahoe.or.kr)나 관리사무소 (054)854-3669.
  • ‘LCD빅2’ 삼성·LG 입지 손익

    ‘LCD빅2’ 삼성·LG 입지 손익

    LCD 세계시장의 두 공룡(恐龍)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LPL)가 각각 충남 아산 탕정과 경기 파주 월롱에서 7세대LCD 1단계 공장건설과 가동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란히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기업의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매출을 합치면 세계시장의 40%를 상회하며 시장점유율도 서로 엎치락뒤치락, 각축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오는 3월,LG는 내년초 각각 1단계 공장을 가동한다.7세대를 넘어 향후 8,9,10세대 이후까지 차세대 LCD의 사활을 건 기술개발과 글로벌마케팅의 전초기지가 될 아산·파주 LCD 공장의 입지여건·인재확보전과 지역경제 기여효과 등을 견줘 본다. ●‘국토의 중심’ 대(對) ‘수도권 프리미엄’ 삼성전자 관계자는 “탕정이 수도권인 파주보다 심리적으로 먼 점은 인정하지만 경부고속전철(KTX)과 수도권전철,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해 실제 접근성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LCD가 수출되는 인천공항까지는 164㎞로 2시간 거리. 앞으로 수출물량이 늘어 배로 실어 나를 경우 이용하게 되는 평택·당진항은 직선거리 30㎞, 도로로는 35㎞로 30분 거리다. 충남도 관계자는 “휴전선에서 멀어 심리적 안정감도 파주보다 우월하다.”고 말했다.“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데다 비수도권 지역이어서 국토의 균형개발 명분에서도 앞선다.”고 덧붙였다. 파주 LG필립스는 서울 중심부에서 직선거리 35㎞, 인천공항과 인천항이 50㎞내로 인접해 있다. 서측에 자유로, 동측에 국도 1호선(통일로)과 경의선철도가 각각 3㎞ 이내에 있다. LPL은 파주에 입지를 정하면서 남북대치 상황에서 휴전선이 인접한 데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상습수해, 중국발 황사의 주 내습지역이라는 점을 집중 검토했다. 지질·지리학적인 검토결과 파주의 타 지역과 달리 수해위험이 없으며, 황사는 크린룸과 다중 필터링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립스와 50대50의 지분을 가진 LG는 필립스를 설득해 당초 공장부지를 100년 무상임대해 준다는 중국의 파격적인 유치 조건에도 불구, 파주를 입지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남·북한 접경지역에 글로벌 다국적기업이 진출하는 바람직한 선례를 만들었다. ●KTX로 34분 VS 전철로 40분 삼성전자 탕정공장 인근엔 천안에 단국대·호서대 등 8개 대학이, 아산지역에 순천향대 등 4개 대학이 있다.IT분야가 강점인 호서대 등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삼성전자에 들어갈 만한 인재는 많지 않을 듯하다. 삼성 관계자는 “초우량기업 삼성전자의 일원이 된다는 자긍심이 가장 큰 인재유인 요인”이라면서 “서울 등 우수 인재 확보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석·박사급 연구인력은 수시로 채용한다. 지난해에 1200명의 기술·연구인력을 포함,20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올해도 이 수준을 상회할 전망이다.KTX를 이용하면 서울역에서 천안·아산역까지가 34분 걸린다. 삼성은 출·퇴근때 탕정단지와 이 역 사이 7㎞를 오가는 셔틀버스로 직원들을 수송한다. 서울시청에서 탕정까지 승용차로는 1시간30분(109㎞), 경부선 서울역∼천안역 간은 1시간5분(97㎞), 수도권 전철 서울역∼천안역은 급행으로 1시간19분 걸린다. LPL 월롱공장은 도로나 철도 어느쪽을 이용해도 서울에서 대체로 1시간 이내 거리다.2008년 경의선복선전철이 완공되면 배후도시인 운정신도시와 용산역간 전철 운행소용시간은 40분에 불과하다. 파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대학 설립이 규제돼 자체의 지역 인재확보는 불가능하지만, 서울 지역 대학의 화학·금속공학·전자공학·기계공학 전공자들을 인재풀로 활용할 수 있다. 내년도엔 두원공과대학이 공장 인근 월롱면 위전리에 개교한다. LPL 직원의 연봉은 LG전자보다 많아 그룹내 최고수준을 보장받고 있다. 이 회사 파주총무팀의 허만복 부장은 “서울 지역 LCD 관련학과 재학생들 사이에 ‘파주로 가자.’는 구호가 취업목표이자 유행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LPL은 지난해 3000명을 채용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 이상의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서울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과 산학지원 및 협력을 통해 우수 인재를 우선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공장 신축상황 정보전 치열 양측의 1단계 공장 신축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 생산동의 배치와 신축 공정 진척상황 등 현장 정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LPL 관계자는 “삼성 탕정단지는 외진 곳에 위치한 반면 월롱단지는 외부에 노출된 위치여서 (현장 정보수집에)불리하다.”고 말했다.LPL의 경우 현장에 들어가려면 경기개발공사와 부지조성 공동사업시행자인 파주시청의 낯익은 담당자들도 일일이 출입증을 제시해야 하고, 단지내 외부인 사진촬영은 일절 금지시키고 있다. 삼성 탕정공장은 인구 50만명의 천안과 오는 2008년 이후 17만여명이 입주할 아산신도시를 배후도시로 두고 있다. 충남도는 국도 45호선과 연결되는 628번 지방도를 탕정단지가 완공되는 오는 2009년까지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국도 45호선은 경부고속도로, 평택·당진항과 서해안고속도로로 이어진다. 공업용수는 대청호 광역상수도를 공급받아 충당한다. 삼성은 탕정단지에 사원아파트를 세울 계획이다. 단지내에 중학교와 고교(충남외국어고)도 1개교씩 설립된다. LPL 월롱공장의 경우 서울을 잇는 자유로(낙하 IC로 진입)의 8차선 확장과 함께 군도 3호선이 현재 2차선에서 오는 6월 말까지 4차선으로 확장된다. 또 군도 5호선도 수도권광역 교통대책사업에 포함시켜 오는 2007년 6월까지 확장된다. 접경지역지원법으로 단지내 하수종말처리장 사업비 1740억원 전액이 지원되는 혜택을 받았다. 서인천 송전로∼신파주변전소∼LPL단지간 송전선로 11.72㎞가 35기의 고압송전철탑으로 연결된다. 팔당댐∼봉암정수장∼단지간에 하루 22만 2000t의 광역상수도가 공업용수로 공급된다. 파주 LPL은 오는 2008년 이후 50만 인구가 입주할 운정택지지구와 기존 금촌·교하택지지구, 일산신도시를 배후도시로 하고 있다.LPL은 금촌 등지에 300여가구의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30만평 이상의 첨단산업체는 사원용 공동주택지를 선분양받을 수 있도록 입법예고된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운정지구에 사원주택단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지역경제 기여도 ‘괄목’ 삼성 탕정단지중 1단지는 오는 2009년 완공,2단지는 2009년까지 부지조성이 완료된다.1단지는 오는 3월 1라인 가동을 시작한다.1라인은 1870×2220㎜짜리 LCD 6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1·2단지 모두 가동하면 연간 200억달러, 협력업체를 합치면 모두 800억달러의 생산효과가 예상된다. 삼성 직원 2만명과 협력업체 직원 2만명 등 4만명이 고용된다. 현재는 모두 5000여명이 고용돼 있다. LPL 월롱단지는 오는 내년초 1단계 공사를 마쳐 7세대 LCD 생산을 시작한다. 내년엔 1950×2250㎜ LCD 9만장을 생산할 계획이다.2010년쯤 단지내 공장이 풀 가동하면 연간 생산량이 2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고용효과는 2만여명, 이로 인한 인구 유입은 12만 5000명에 이른다. ●주민반발 민원 삼성의 탕정2단지와 문산읍 선유리와 당동리에 들어설 LG 협력단지 주민들이 보상가 불만과 환경오염, 주거지 인접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와 연계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LG 공장의 전력공급용 고압송전철탑 경유지 지역 주민의 지중화 요구도 거세지만 최근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주민이 제기한 소청을 지상설치계획의 타당성을 들어 사실상 기각한 상태다. 파주 한만교·아산 이천열기자 mghann@seoul.co.kr
  • 남부 폭설·중부 칼바람…전국이 ‘꽁꽁’ 묶였다

    남부 폭설·중부 칼바람…전국이 ‘꽁꽁’ 묶였다

    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1도, 체감온도가 영하 21.7도를 기록하는 등 강추위가 전국을 엄습했다. 강추위와 강풍·폭설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면서 호남과 제주에서는 초·중학교가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육상과 뱃길, 항공편이 통제되거나 무더기 결항됐고, 전국에서 수도관 동파사고가 접수됐다. 일부지역에서는 양식장 물고기 수십만마리가 폐사되기도 했다. ●광주 - 제주 26개 초·중교 임시휴교 동장군은 2일에도 맹위를 떨쳐 서울 영하 11도, 대전 영하 10도, 강릉·대구 영하 9도, 부산 영하 8도로 예상된다. 중부지역의 체감온도는 1일보다 조금 더 떨어지겠다. 이번 추위는 3일까지 계속되다가 입춘인 4일 낮부터 누그러지겠다. 기상청은 1일 “서해안 지역에 대륙에서 발달해 서해를 지나는 습윤한 공기로 폭설이 내리고 있다.”면서 “자정 현재 정읍 23.3㎝, 광주 22㎝의 적설량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는 2일 오전까지 3∼8㎝의 눈이 더 내리겠다. 제주 한라산 지역은 윗세오름 160㎝, 어리목 54㎝의 적설량을 기록한 가운데 5.16도로와 1100도로의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고 서부관광도로, 동부산업도로 등은 월동장구를 갖춘 차량만 통행이 허용되고 있다. 또 1일 0시42분쯤 북제주 고산에서는 초속 42m의 강풍이 불었다.1997년 이후 겨울철 최대 순간 풍속이다. ●강추위 내일까지 계속 기상청은 “알래스카의 고기압과 바이칼호의 고기압이 각각 발달하면서 한반도 주변에서 차가운 공기끼리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추위는 입춘인 4일 낮부터 평년 수준을 회복하겠다.”고 내다봤다. 광주에선 중앙초등학교와 금호중학교 등 24개 학교가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에 들어갔다. 제주에선 남제주군 토산초등학교 등 2개 초등학교가 휴교했다.2일에는 임시휴교하는 학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파와 폭설로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도 무더기로 끊겼다. 김포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7시30분 제주행 대한항공 1202편이 결항하는 등 123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해상에도 풍랑경보로 제주와 전남 목포·여수·완도를 오가는 6개 항로 11척의 여객선 운항이 이틀째 중단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이번 겨울들어 하루 최고인 550여건의 동파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시 수도사업소 시설관리과 손병대 주임은 “물을 약하게 틀어 놓거나 천과 스티로폼 등을 말아두면 동파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추위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정비소나 보험사의 도움을 청하는 운전자도 많았다. 삼성화재는 전국에서 모두 1만 2000여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유영규 홍희경기자·전국종합 whoami@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6) 김제 심포갯벌과 망해사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6) 김제 심포갯벌과 망해사

    고깃배 두어척이 심포항에 닻을 내린다. 어선이 겨우 닿는 자그마한 포구가 제법 커져서 민박집, 횟집이 즐비하지만 불황 탓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김제땅에 들어서면 늘 찾게되는 곳, 바로 심포갯벌이다. 심포갯벌은 새만금 갯벌의 깊숙한 안쪽을 말한다. 사실 ‘억만금’을 발견이라도 하 듯 억지로 지어진 새만금이라는 명칭부터 작위적이고 거북스럽다. ●심포갯벌은 새만금갯벌의 깊숙한 안쪽 군산에서 김제를 거쳐 부안까지 망망대해로 이어지는 흑갈색의 ‘바다 들판’이 펼쳐지고,‘징게멩게 외야미들’의 누런 들판이 비슷한 넓이로 뭍을 덮는다. 1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의 치수시설인 벽골제가 지척이니 예로부터 쌀농사와는 불가분인 곳이다. 지평선 없는 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그러나 일제의 수탈적 농업정책에 의해 동진 만경강이 간척되고, 가난한 농민들이 피땀을 흘리면서 일본인 농장주와 척식회사의 채찍에 내몰리면서 개간한 들판이다. 전국 각처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헐벗고 굶주리면서 개딱지 같은 집에서 짐승처럼 살면서 울부짖던 통한의 땅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산된 쌀은 지금의 새만금을 빠져나가 군산에 집결돼 모조리 일본으로 실려 나갔다. 황금들판의 끝에 황금갯벌이 이어지다가 이윽고 갈색의 바다로 수렴되는 심포갯벌의 망해사를 찾아든다. 바다를 굽어보는 뛰어난 절이라면 으레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 따위를 내세우리라. 바위 끝에서 그대로 부서져 내리는 낙산사의 씩씩하면서도 장엄한 우조, 미려청고(美麗淸高)하고 애원처절한 향일암의 계면조, 이 모두 빼어난 절창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망해사의 해조음(海潮音)도 그에 못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 망망대해로 펼쳐진 갯벌을 마주보고 있어 밀물 썰물에 따라 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어지는 까닭이다. ●앞마당이 갯벌인 망해사 망해사에는 앞마당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없기도 하고, 무한히 넓기도 하여 무량(無量)이다. 무망한 갯벌이 모두 앞마당인 탓이다. 그래서 망해사 앞에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바다가 절을 부르고, 절이 바다를 부르나니!” 김제땅 진봉반도의 윗자락에 자리잡은 작은 암자, 처처불불(處處佛佛)인데 초가삼간이면 어떻고, 거창한 내력이 또한 무슨 소용 있겠는가. 이곳에 눈발이 나부끼고 절집의 큰나무가 바다로 굽이쳐서 흔들린다. 눈발에 감싸인 낙서루에 앉아 눈을 감는다. 그 옆에는 청조헌(聽潮軒)이 있다. 말 그대로 물결의 소리를 듣는 곳. 소녀들의 시구에 등장하는 해조음보다도 청조음은 얼마나 걸찍한가. 가히 서해다운 표현이다. 계곡물이나 강물소리를 듣는 정자나 불당은 널렸지만 앞마당에서 밀물 썰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어디 흔하던가. 질퍽거리는 갯벌로 나간다.20분쯤 걸었을까. 북쪽으로 군산항이 손 끝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고군산열도의 섬들이 줄지어 서 있는 그곳에 새만금간척지의 둑방이 멀리 시야를 가로지른다. 해가 지고 있다. 망해사 앞마당 갯벌에서 마주하는 일몰, 서해 낙조의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갯벌 위에 깔리고 있다. 끝내 갯벌이 사라지고, 아스팔트 포장이 깔릴지 모른다. 서해는 애초부터 바다가 아니라 중국과 연륙된 뭍이었다. 빙하가 흘러내려 서해가 창조되었다. 운동은 사물을 변화시켰다. 뭍에서 실려온 미세한 퇴적물이 쌓이면서 갯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8m에 이르는 조석간만의 차이는 드넓은 조간대를 형성했다. 오랜 조석운동의 결과는 질과 양의 변화를 가져와 바닷가에 변증법의 지평을 쌓았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갯벌이 형성된 것이다. 인간에게는 억겁이지만 지구 나이로 보자면 이 갯벌의 나이는 청년기에 불과한 고작 8000년. 갯벌 생성은 서해안의 조석 변화를 끊임없이 반복해 온 ‘청년운동’이라고 표현함이 어떨른지. 너무 흔하면 소중한 줄을 모르는 법일까. 영국, 독일, 네덜란드를 포함한 북해 해안, 캐나다의 동부 해안, 미국 동부의 조지아 해안, 남아메리카 아마존 하구 등 일부 지역에서만 갯벌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배운다. 수차례 새만금을 찾았던 독일 홀스타인갯벌센터의 켈러만 박사는 새만금의 종다양성에 관해 “세상에, 이런 갯벌이 있다니….”라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증산·수출·건설을 지고의 좌표로 삼고 자란 우리는 간척지가 우리를 먹여 살릴 유일한 해법인 줄로만 알았다.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했을 때, 바다는 이미 결단이 나있었다. 갯벌이 어둠 속으로 잠겨들었다. 동죽을 캐던 심포 아낙들이 부지런히 서두르는 것을 보니 물이 들어올 시간인가보다. 망해사 불빛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흡사 등대처럼 느껴진다. 갯벌을 마구 없애버리는 혼돈을 일깨우는 등대 같다. 동죽을 하나 집어든다. 나이테가 분명하다. 나무만 나이테가 있는 게 아니다. 여름 나이테는 성기고, 겨울에는 촘촘하게 선이 그어져서 삶의 흔적을 분명히 보여준다. 연륜뿐 아니라 조석에 따라 물이 들어오고 빠질 때 나타나는 성장의 결과물인 일륜까지 온몸으로 보여준다. ●토양 정화시키는 수많은 게 구멍 물이 들고 나는 매일매일의 일기를 자신의 몸에다 직접 쓰는 셈이다. 고작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생일잔치, 출생신고 따위의 통과의례로 연륜을 확인할 수 있는 인간과는 그런 점에서 확연히 대비된다. 하찮은 조개같은 미물 하나에도 생명의 숨겨진 역사가 각인되어 있다. 물이 들어오자 갯벌의 수많은 구멍마다 난리가 난다. 먹이의 사슬 속에서 적자생존의 삶을 체득해 살아남기 위해 갯벌에 은신처를 마련한 게. 그 구멍 깊숙이 밀물이 채워지자 마침내 그 은신처에서 몸을 뺀 미물들의 시간이 된다. 그들이 죽도록 파헤치는 노동 덕분에 신선한 물이 구멍을 통해 갯벌 지층의 썩은 흙을 정화시킨다. 구멍들의 어마어마한 정화작용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무심코 잡는 갯벌의 게, 별다른 경제적 이득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게들을 잡아다 파는 무심한 ‘살인’은 이제 그만 둘 일이다. 심포갯벌만 하더라도 게들이 정화공장 수십개 이상의 역할을 공짜로 해준다. 갯벌전문가 서울대 고철환 교수(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장)는 “찬반 논란을 떠나 생명체를 살리는 것은 인간이 자연에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정리한다. 서해안 갯벌 연구의 메카로 나아가고 있는 서해수산연구소 갯벌연구센터 조영조 소장은 “만경강 동진강은 탯줄, 갯벌은 태반”이라고 말한다. 탯줄과 태반, 그보다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 새만금 일대를 샅샅이 조사하면서 찬반 논란을 넘어서 실사구시적으로 데이터를 축적, 분석하고 있는 송재희 박사는 “해수 유통만 제대로 보장된다면 새만금을 충분히, 그것도 일시에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천만 다행이다. 마침 법원에서 선택을 요구하고 있으니, 새만금을 살리는 문제는 이제 국민 모두의 손으로 공이 넘어온 셈이다. 해수를 유통시켜 갯벌과 생명체들을 영구히 살릴 것인가, 아니면 갯벌을 땅으로 만들어 농사라도 지을 것인가. 환경운동연합의 장지영 갯벌팀장은 “쌀이 남아도는 마당에 갯땅으로 국가적 투기판이라도 벌일 것인가.”고 되묻고 있다. 반면에 ‘새만금완공연대’라는 지역조직에서는 ‘끝까지 밀어붙이기’를 선언하고 있다. 이제 새만금을 둘러싸고 각각의 다른 시각을 보였던 이들에게 마지막 답이 제시될 시간이 착착 다가오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모든 선택 권이 양측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법원도 사실 최종적 결정권한이 없다고 생각된다. 인간은 왜 갯벌의 ‘망둥이거사’와 ‘조개보살’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가. 정작 그들이야말로 이 갯벌의 주인 아닌가. ●죽어가는 생태자원의 보고 완강하기만 한 ‘토건(土建)국가’에서 풍전등화의 석양을 지켜보는 망해사의 저 등대 불빛은 언제 꺼질까. 서해안의 8000년 청년운동사를 우리는 단 몇 년의 간척사로 대체시키고 있다. 법원 결정을 놓고서 사회적 논란이 재연되고 있으나 토론하고 동의를 구할 시간은 거의 없다. 죽어가는 ‘망둥이거사’와 ‘조개보살’들에게 남은 시간, 선택의 여지는 아예 없다. 문득 망해사와 인연을 맺은 진묵스님을 떠올린다. 비승비속처럼 살다간 그의 행장은 거의 알려지지 않다가 다산 정약용과 늘 마주하였던 대둔사의 초의선사가 편찬한 ‘진묵조사유적고’를 통해 겨우 세상에 알려졌을 뿐이다. 조선 중기에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한 소리를 남기고 떠난 거인. 초의는 그를 두고 ‘석가여래의 응신(應身)’이라는 헌사를 올렸다. 남은 기록이 몇 줄이라면 민중의 구전 역사책은 수십권이니 그를 생불(生佛)로 여기는 전설이 지금껏 유전되는 것 아니겠는가. 김제 만경의 심포에서 지척인 불거촌 사람으로 알려진 그는 “고기를 잡은 뒤에는 통발을 잊는 법(得魚忘筌)”이라고 했다. 토건국가를 그만 지향해도 될 법한데 여전히 토건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우리 시대의 부끄러움에 관하여 그는 무어라 했을까. 끝내 바다를 굽어보는 망해사가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망륙사(望陸寺)’를 택할 것인가! 잘못되면, 훗날 이곳에 다시 와 관해기가 아닌 관륙기(觀陸記)를 써야할지도 모른다. 그 얼마나 참담하고 민망한 일이겠는가.
  • 31일 충청·전라지역 큰 눈 서울 체감기온 영하21도

    31일과 1일 서울지역의 체감기온이 영하 21도를 밑도는 등 강추위가 예상된다. 1일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이겠다. 기상청은 “31일 전국에 강풍이 불고, 충청·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예상돼 시설물 관리와 교통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체감기온은 31일 오전 영하 21.1도,31일 밤 영하 22.2도에 이어 1일 오전 영하 25.8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31일까지 적설량은 충청도와 제주 2∼5㎝, 전라도 5∼10㎝, 경기 서해안 1∼3㎝ 등으로 예상된다. 31일 아침 최저기온은 철원 영하 17도, 춘천 영하 15도, 충주 영하 13도, 서울·수원 영하 11도, 청주 영하 10도, 강릉·대구 영하 7도 등의 분포를 보이겠다. 1일에는 철원 영하 18도, 충주 영하 15도, 서울 영하 12도, 청주 영하 11도 등으로 전날보다 더 추워질 전망이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데스크시각] 국책사업 ‘새만금’ 해결법/임송학 지방자치부 부장급

    국책사업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 국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사업목적과 추진방향을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예산을 투입해 시행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적지 않은 국책사업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책사업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한때 정부가 국가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재검토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특히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셀 경우 국책사업은 표류하기 일쑤다. 새만금사업만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책사업도 드물다.1991년 착공 당시 서해안시대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었던 새만금사업은 96년 7월 수질오염 논쟁이 시작되면서 대표적인 반(反)환경사업으로 매도되고 있다. 99년 5월부터 2년간,2003년 7월부터 2004년 1월까지 6개월간 두차례나 공사가 중단되는 진통을 겪었다.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 종교계까지 개입되면서 심각한 국론분열을 가져왔다. 법정으로까지 비화된 새만금사업은 국책사업 추진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는 뼈아픈 선례를 남기게 됐다.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이 조정권고안을 내놓아 ‘새만금 논쟁’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5년 전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해 13개월간 8억원을 들여 연구했지만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던 새만금사업이 또다시 표류하게 된 것이다. ‘환경’이냐 ‘경제성’이냐를 둘러싼 끝없는 공방이 예상된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7년 동안 논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부는 우선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사법부가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기 전에 문제의 핵심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원리원칙에 입각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형 국책사업이 표류하는 것은 정부의 애매모호하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서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불협화음은 금물이다. 정부와 전북도, 환경단체 등이 동상이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이에 국민의 혈세로 쌓은 방조제는 계속 바닷물에 유실되고 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이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이 엄연히 존재하는 민주국가이다. 이제 정부가 마구잡이식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하던 시대는 끝났다.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이 국가를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밀어붙이던 행정수도 이전사업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좌절되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확인했다. 새만금사업 또한 법원에 의해 재단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새만금사업에 대해 분명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존심과 명분보다는 국익에 보탬이 되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력과 재원을 낭비하지 않고 끝없는 소모전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국책사업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주먹구구식 국책사업이나 정치적 타협에 의해 시작된 국책사업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는 사실을 정부는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임송학 지방자치부 부장급 shlim@seoul.co.kr
  • “멸종위기 맹금류 서해안 통과”

    멸종위기에 처한 맹금(猛禽·성질이 사나운 육식 조류)류가 우리나라 서해 도서지역을 주요 이동경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연구원은 24일 지난 2000∼2004년 전남 신안군 흑산도와 가거도, 경기도 옹진군 소청도 등 3개 섬에서 5년간 맹금류의 이동경로를 조사한 결과, 총 21종 7448개체가 관찰됐으며 이 가운데 19종이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한반도의 서해안 도서지역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멸종위기 맹금류의 중요한 이동경로임이 확인됐다.”면서 “특히 천연기념물로, 여름철새인 붉은배새매 1만여 마리가 봄철 흑산도·가거도를 통과하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5)겨울 동해 별미, 도루묵·양미리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5)겨울 동해 별미, 도루묵·양미리

    사람들은 왜 기를 쓰고 ‘고급 어종’만 찾을까. 고급 어종만이 고급화한 스스로의 미각을 만족시킨다고 믿는 것일까. 평범 속에 진리가 있듯, 흔하디 흔한 물고기들이 외려 우리의 미각에 들어맞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구한 세월, 그 맛의 유전자가 혀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동해에서 겨울철 진미를 찾아 나섰다. 동해안 겨울 진미는 단연 명태다. 그러나 이곳 명태잡이는 ‘사형선고’를 받은지 오래다.‘북양태’와 ‘일본산’이 득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만만치 않은 어획량을 유지하면서 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선 ‘도루묵’과 ‘양미리’에 자꾸 눈길이 간다. 그런데 정작 도루묵과 양미리에 관한 일반인의 지식 수준은 의외로 낮다. ●미끈한 생김새에 비린내도 없는 ‘도루묵’ ‘실컷 일을 해놨더니 망조가 들어 그르치는 상황’을 일컬어 ‘말짱 도루묵’이라고들 한다. 도루묵이 오죽 하찮게 보였으면 속담에서조차 이렇게 허투루 비교되고 비하될까. 일설에는 전쟁통에 피란가던 임금이 이걸 먹고는 너무 맛이 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그 후 전쟁이 끝나 환궁해서 그 맛을 다시 보려고 이걸 청해 먹었는데 옛날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도루 물리라.”고 한 데서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그 임금이 선조라는데,‘믿거나 말거나’이다. 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 ‘말짱 도루묵’은 없다. 값이 비싸져 ‘도루묵이나 먹자.’는 말도 쉽게 할 수 없다.‘도루묵을 먹다니….’정도로 바뀌어야 격에 맞게 됐다. 도루묵은 깔끔한 신사 같다. 비린내가 거의 없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외출에 나선 미끈한 멋쟁이 같은 생김새다. 맛도 외모를 닮았다. 비린내를 풍기면서 뭉기적거리는 생선이 아니라선지 일본인들은 이 도루묵을 보면 군침을 삼키며 달려든다. 더군다나 알 밴 도루묵은 금값이다.2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도루묵은 상당량 일본으로 수출됐다. 도루묵 값이 비싼 것은 바로 일본 수출 때문이다. 정의철 동해수산연구관은 “우리 수산물 값은 일본으로의 수출 여부가 좌우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 후 일본 수출길이 막히자 값도 눅어졌다.2년 전쯤의 일이다. 도루묵은 일본 시마네현 쪽에서도 많이 잡힌다. 우리 바다의 도루묵이 산란한 뒤 일본쪽으로 회유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생태 조건을 가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기호도가 높은 만큼 일본 학자들의 도루묵에 대한 관심은 높다. 점착성 침성란을 가진 도루묵은 연안 저층성 어종으로 보통 수심 200∼300m 사이에서 서식한다.2003년 연간 생산량은 1900t이었다. 지난 70년대 초반만 해도 해마다 2만 5000t까지 잡혔으나 요즘은 1500∼5000t 정도가 고작이다. ●서해안 전통어법 동해안에서도 행해져 도루묵은 산란기가 가까워지면서 딱딱해진 알을 듬북 같은 해초에 잔뜩 산란해 놓는다. 바람이라도 불 양이면 파도에 밀려온 도루묵알이 거품일 듯 해변을 뒤덮는다. 알을 주워다 파는 일은 불과 얼마전까지 흔했던 해변 풍습. 아예 유리상자로 물 속을 들여다 보며 작업하는 ‘창경바리’로 해초에 붙은 알을 채취해 내다팔기도 했다. 이 모든 게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조업 반경은 고성으로부터 속초, 양양, 강릉 등 강원 북부다. 물고기마다 제 집과 고향이 있듯 강원 북부가 도루묵의 원적지쯤 된다. 그 밑에서도 잡히기야 하지만 양도 적고, 맛도 덜하다. 속초항에서 만난 어부 노만선(52)씨는 “예전에는 개도 안 물어갔다.”고 회고한다.‘말짱 도루묵’이란 표현은 그만큼 흔하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으리라. 도루묵은 유자망(흘림그물)이나 기선저인망으로 잡는다. 그런데 강릉 사천진의 김덕중 어촌계장이 재미있는 증언을 했다.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몰려온 놈들을 ‘주벅’으로 잡았단다. 고문헌에 ‘주박(柱泊)’으로 표현되는 우리의 전통 정치망이 동해에서 확인되는 순간이다. 굵은 말뚝을 박고, 그물을 걸쳐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던 전통적인 서해안 어법이 동해안에서도 행해졌다는 새로운 발견. 사천진에서는 ‘물밑 주벅’이라고 하여 닻을 물밑에 고정시켜 그물을 놓았다. 대략 35년 전까지 행해지다 사라진 어법이니, 잊혀지기 전에 이를 기록해 둔다. 주벅으로 잡던 시절에는 부둣가에 가마니를 깔고 잡힌 도루묵을 산처럼 쌓아 뒀다. 오늘날은 기선저인망으로 100m가 넘는 바다 밑을 샅샅이 훑고 다니니 어족고갈은 불보듯 뻔하다. 도루묵 조리법은 의외로 다양하다. 찌개와 구이, 찜은 익히 알려져 있고, 살짝 말려서 볶기, 그리고 뼈째로 토막낸 도루묵회도 별미다. 도루묵회는 도시인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먹어보니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통통하게 알이 밴 도루묵을 석쇠에 올려놓고 노릇노릇 구워 ‘톡톡’ 알터지는 소리를 음미하며 먹는 미각이야말로 겨울철에 동해를 찾아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별미 중의 별미가 아닐까. 예전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획 어종인 도루묵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 없으니, 이른바 ‘고급 어종’이라는 무식한 선별 기준의 비객관성에 대하여 일침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흔해서 대접 못 받는 ‘양미리’ 이곳의 또 다른 별미 양미리도 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속초 청초호변의 ‘삼숙이 생선구이집’을 찾았다. 주인장 이름이 삼숙이란다. 생선 장사 수십년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자신의 이름을 쓴 간판을 내걸었다. 그녀의 생선장사 스케줄을 보면 동해 어종의 생활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5월 초에 시작한 산오징어 장사가 추석 전까지 이어진다. 추석이 지나면서는 양미리 장사를 하고, 이어 11월20일을 전후해 양미리 성어기가 되면 서서히 도루묵이 잡히기 시작한다. 도루묵 장사는 양미리보다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난다. 도루묵 장사는 11월에 시작해 12월 중순이면 대충 끝나며 그 이후에 파는 것들은 모두 냉동 도루묵이다. 양미리 장사도 12월이면 ‘종을 치며’ 그 후로는 냉동 양미리를 말려서 시장에 낸다. 양미리가 제 대접을 못 받는 이유는 단 하나,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양미리는 동해안 전역에 세력을 펼친다. 그렇게 흔해선지 사람들은 양미리의 진가를 제대로 모른다. 말려서 볶거나 구워먹기도 하며, 날것으로 김치찌개를 끓이기도 한다. 그런데 양미리를 추어탕처럼 곱게 갈아서 탕으로 끓여먹는 조리법은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수입 미꾸라지탕을 둘러싼 논란이 많은 처지에 동해에서 지천으로 잡히는 100% 국내산 양미리탕에 아무도 관심을 돌리지 않는 게 이상하다. 필자가 음식 장사라면 반드시 염두에 둘 건강식 메뉴다. 확실히 우리는 우리 해산물에 관한 활용도와 이해도가 실망스러울 만큼 저급할 뿐더러 보수적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식해도 만들어 먹는다. 가자미식해처럼 좁쌀을 사용해 시원하게 담가 먹는다. 해산물 요리에 관한 고정관념을 이제는 깨끗이 버릴 일이다. ●양미리는 본디 ‘까나리’가 맞아 동해안 수산연구 전문가인 동해수산연구소의 양용수 박사는 우리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완전히 까뒤집는다. 그에 따르면 양미리는 본디 까나리가 맞다. 양미리는 동해안에서 붙인 이름일 뿐이다. 양미리가 까나리라면 그 누구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우리라. 까나리답게 양미리는 여름잠을 잔다. 모래밭에 기어 들어가 시원한 여름잠을 즐기는 별난 족속이다. 이 즈음에는 먹이를 먹으려고 잠시 외출했다가 잡히곤 한다.‘발치기’라고 해서 해저의 모래바닥에 그물을 깐 뒤 잠수부가 들어가 발로 모래밭을 밟으면 양미리들이 놀라서 튀어나오는데 이걸 잡아들인다. 산란 전까지는 계속 모래 속에서 살다가 산란기가 가까워 ‘외출’이 시작되면 이 때부터는 ‘누인 그물’이 아니라 ‘세운 그물’로 잡아들인다. 물고기의 삶과 이에 대응하는 인간의 교묘한 머리싸움이 이처럼 어법까지 발달시켰으리라. 그 양미리 값은 얼마나 될까.20마리 1두름에 2000∼2500원 선이다.1마리에 200원꼴이니 이보다 값이 눅은 생선이 있을까. 전국에서 양미리가 가장 많이 건조되는 주문진의 덕장을 찾아가니 줄에 엮는 작업을 하는 아주머니들의 두름당 인건비가 고작 300원이란다. 손이 날랜 이가 200두름, 즉 하루에 4000여마리를 엮고서 6만원 정도를 받는다. 평균은 이보다 못해 고작 100여두름을 엮어 일당 3만원 정도를 번다. 한달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봐야 100만원 벌이도 안된다. 낮은 양미리 가격이 이처럼 어촌의 저임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미리는 명태를 비롯한 각종 낚시미끼로 팔려 나간다. 양식장에서는 광어 등을 시장에 내기 전에 보신용으로 양미리를 먹인다. 그만큼 영양가가 높고 먹을거리로서도 종합적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이다. ●도루묵·양미리에서 평범 속의 진리 깨달아 한가한 ‘생선타령’이나 하려고 양미리와 도루묵에 얽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 아니다.‘고급 어종’ 운운하며 그릇된 상식으로 해산물에 관한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들 밥상문화를 뒤집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말짱 도루묵’은 더 이상 없다. 마리당 불과 200원에 지나지 않는 양미리, 아니 동해까나리의 전방위적 품격과 용도에서 평범 속의 진리를 깨닫는다. 겨울 별미를 찾아 떠난 동해 여행에서 양미리와 도루묵을 살폈으니, 그 새로운 재발견의 기쁨을 어찌 홀로만 즐길 수 있으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였거늘, 관해의 즐거움 중에는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니 하찮은 먹을거리 하나도 제대로 알고 먹을 일이다.
  • 20일 大寒… 서울 영하 10도

    대한(大寒)인 20일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춥겠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낮기온도 중부 대부분이 영하권에 머물겠다. 예상 최저기온은 철원 영하 16도를 비롯해 춘천·수원 영하 12도, 서울 영하 10도, 대구·군산 영하 5도, 부산 영하 2도 등이다. 기상청은 “20일은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겠지만 전라도 서해안과 제주 산간 지역에는 2∼7㎝의 눈이 오겠다.”면서 “특히 지리산 일대와 목포 등 해안도시에는 10㎝가 넘는 폭설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19일 예보했다. 기상청은 “추위는 21일 낮부터 조금씩 풀려 입춘인 새달 4일까지 대체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눈 또는 비가 오는 날이 많겠으며 영동·내륙 산간은 평소보다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한국미술의 우수성 알리려 노력”

    “한국미술의 우수성 알리려 노력”

    서양화가 안영목 화백은 올해로 여든 세 살. 화단의 ‘최원로급’이지만 그림에 대한 의욕만큼은 젊은이 못지않다. 지금도 전국의 산하를 골골샅샅이 누비며 스케치를 하고 그것을 화폭에 담는다. 안 화백의 그림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다. 마치 빛으로 가득한 외광파(外光派)의 그림처럼 객관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주관적인 인상을 택한다. 작가의 ‘복안(複眼)’으로 걸러낸 숙성된 그림이요 마음의 풍경이다. 지난해 12월 안 화백은 프랑스 파리 루브르미술관에서 ‘국가살롱전’을 성황속에 끝내고 돌아왔다.“프랑스 국가살롱전은 역사가 300년이 넘는 유서깊은 전시입니다. 아카데미가 주축이 된 ‘살롱전’에는 모네 같은 화가도 끼어들 수 없어 훗날 ‘낙선전’이 생겨났을 정도였지요. 이런 전시에 한국 작가들이 보다 활발히 작품을 내 우리 미술의 우수성을 알려야 합니다.” 2003년부터 살롱전에 참가해온 안 화백은 올해에도 작품을 내 ‘정회원’ 자격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든 산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서해안 평야지대에서도 먼 발치로나마 산을 볼 수 있지요. 한국은 그러니 ‘그림 그리기 좋은 나라’가 아니겠어요.” 안 화백은 특히 산과 물과 마을을 즐겨 그려왔다. 한국의 자연풍광이 안 화백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 모티프인 셈이다. “일부 현대미술 신봉자들은 풍경화 하면 으레 고리타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화석화된 생각이야말로 진부한 것이지요.” 안 화백은 앞으로도 풍경화를 포함한 구상은 물론 추상, 반추상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국제미술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안 화백은 “한국미술을 알리는 데 남은 열정을 모두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올 12월로 예정된 프랑스 국가살롱전을 한국미술 세계화의 또 다른 도약대로 삼겠다는 각오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가영이 준호를 데리고 집에 들어서자 식구들은 놀란다. 준호는 가영네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 가영과 준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에 잠긴다. 준호는 가영에게 누구든 먼저 대답하는 여자와 빠른 시간안에 결혼할 거라고 한다. 가영은 준호의 얘기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9시20분) 서해에서 일출과 철새의 비상을 만날 수 있는 곳, 충남 서천을 찾아간다.12월 말부터 60여 일 동안 동남쪽에서 해가 뜨는 신비한 현상이 발생하는 덕분에 서해안임에도 불구하고 일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또 철새의 군락지로도 유명한 고장이기도 하다. ●코리아 코리아(EBS 오후 4시10분) ‘북한, 얼마나 아십니까?’에서는 퀴즈를 통해 북쪽 지방의 다양한 음식들을 알아본다. 통일 1세대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북쪽의 친구들을 위해 줄넘기를 시작했다. 줄넘기를 통해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펼치는 사랑의 교과서 전하기 운동을 시작한 광주 일곡초등학교를 찾았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6시50분) 남편 몰래 남편의 생명보험을 든 아내의 행동이 이혼사유가 되는지, 주인의 허락 없이 인테리어를 모방한 것이 법적으로 처벌되는지, 평소 인터넷 홈쇼핑을 이용하던 고객이 상품을 받고 게시판에 불만을 접수해 업체가 피해를 봤을 경우 업무방해죄에 해당되는지 등을 알아본다. ●용서(KBS2 오전 9시) 희만은 형우에게 검사 결과가 좋아서 골수기증을 하게 되더라도 모든 걸 수민이 모르게 해 달라고 말한다. 형우가 밤늦도록 들어오지 않자 인영은 전화를 하고 형우는 상갓집이라고 둘러 대고는 수형의 병실에서 함께 밤을 보낸다. 승주는 호영이 그레이스와 같이 있다가 밤늦게 들어 온 걸 알게 되는데…. ●불멸의 이순신(KBS1 오후 9시30분) 전라도 녹도를 통해 잠입한 왜인의 간자가 정읍현 근방에서 사라지자 녹도만호 정운은 정읍에 살고 있는 소환된 포로 공태원과 초희가 간자들과 내통했을 것이라 의심하여 잡아다 문초를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순신은 법성포구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변복한 간자를 잡아낸다.
  • [열린세상] 그래도 1월은…/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시간은 간단없이 흐른다. 나눌 수 없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식으로 나눠놓은 것이 연대기적 시간이다. 분절된 시간이 때로는 위로가 된다. 슬픔이 깊을수록 고통스러운 과거와 단절하고 다가올 미래에 희망을 걸고 싶기 때문이다. 묵은 해와 새 해의 구분은 새해부터 변신을 결심하고 실천하기에 좋은 심리적, 문화적 계기를 마련해준다. 어제도 어김없이 뜬 태양을 오늘 또다시 바라보면서도 해돋이 의식과 같은 숭엄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1월1일의 태양이 주는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1월처럼 마법적인 달도 없을 것이다. 영어권에서 1월(January)은 야누스 신에서 기원한다. 고대 로마의 야누스 신은 불연속적인 시공간을 연결하는 신이었다. 그는 표리부동의 두 얼굴을 상징한 신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출구와 입구, 내부와 외부 등 상반된 시공간의 공존을 상징한 신이었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1월은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기대가 공존하는 시간의 문이자, 공간의 달이다. 그래서 1월은 과거의 절망 가운데서도 미래의 희망을 갖도록 해주는 주술적인 달인 셈이다. 2005년을 바라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2004년은 예측불허의 잔인함을 드러냈다. 서남 아시아의 쓰나미는 인간의 슬픔과 애도의 능력을 넘어서는 참사였다. 이처럼 참담한 자연 재해나 세계 도처에서 발발하는 전쟁과 같은 잔혹한 인재에서 보다시피,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 자연의 자비와 타자의 선의에 볼모로 잡혀 있다. 자연의 횡포를 예측하고 인간의 변덕을 통제함으로써 삶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려는 것이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었다. 옛사람들은 정초가 되면 토정비결도 보고, 한 해의 신수도 점쳤다. 해와 달, 물과 돌에게 소박한 소망을 기원하기도 했다. 별의 운행을 통해 지상의 삶을 가늠하기도 했다. 계몽담론에 의하면 그와 같은 행위는 비과학적인 미신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미래를 겸손하게 예측하고 싶어했던 옛사람들 나름의 과학이었다. 우리는 과거의 과학을 미신으로 간주하면서 현대의 과학문명으로 세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과학문명은 엄청난 변화를 선도하는 만큼이나 엄청난 위험을 동반한다. 게다가 문명화의 척도를 고통받는 모든 존재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으로 간주한다면, 우리가 옛사람들보다 과연 얼마나 문명화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늘날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는 사회적 약자와 삶의 터전이 보내는 아픔에 둔감해지고 있다. 고통받는 존재들의 아픔을 고발하는 천막 농성장들이 해를 넘기고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면서 단식하는 사람들의 천막, 군의문사 규명을 요구하는 천막, 도롱뇽을 보호하기 위한 천막, 비정규직 폐지를 위한 천막,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천막, 서해안 생태계 파괴를 저지하려는 천막 등. 이들의 외침에 국회는 귀막고 눈감는다. 건강은 아픔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아픔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상태이다. 이와 유사하게 사회적인 건강상태는 갈등과 고통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쓰나미의 참사 와중에도 동물들은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동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의 변화조짐과 고통파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고통뿐만 아니라 멧돼지와 도롱뇽과 산호초를 위시하여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보여주는 고통에 예민해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건강한 사회가 되는 방법일 것이다. 지상의 가난한 자들에게는 슬픔도 힘이다. 비탄에 잠긴 아시아 사람들의 슬픔에 동참할 때, 희망이 가능해질 것이다. 모든 것을 잃은 자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선물은 희망이다.2005년은 절망한 자들이 새처럼 날 수 있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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