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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X 정읍역사 신축 공방’ 정치권도 가세

    호남 고속철도(KTX) 전북 정읍역사 신축 사업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 KTX 정읍역사와 지하차도 건설 여부를 놓고 정읍시와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민주통합당과 지역 국회의원까지 가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관리공단 김광재 이사장은 지난 2일 전북 정읍시청을 방문해 김생기 시장, 시의원, 시민대표 등에게 “2009년 KTX 정읍역사와 지하차도를 신축할 것을 검토했으나 최근 현 역사를 이용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시설公 “교통불편 우려… 신축반대” 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용객 불편, 역사 이용 저조, 신축에 따른 도심 교통 불편, 역광장 이용의 어려움 등 현 역사 활용방침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역사를 신축할 경우 호남선 KTX 개통 시한을 2014년 말까지 못 맞출 수도 있다.”면서 “국가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이용객 편의를 위해 우선 기존 역사를 이용하면서 단계적으로 역사와 지하차도 공사를 해 가자.”고 시와 시민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읍지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생기 시장, 김철수 시의장, 김인권 정읍상공회의소 회장 등은 “서해안 7개 시·군의 교통중심지로 거듭나려는 시의 희망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새 역사와 지하차도는 국토 균형발전, 국가의 미래 발전, 국민과의 신뢰 유지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시장은 “지난달 31일 상위기관인 국토해양부 장관이 ‘당초 계획대로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이사장은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최고위원 “호남차별 말라” 민주통합당도 정읍역사 문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하는 등 이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정읍역사 신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기철 지역위원장을 찾아가 “역사 신축을 취소하고 현 역사를 리모델링하기로 한 것은 호남권 차별”이라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당론으로 채택할 계획인 만큼 단식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유성엽(정읍·무소속) 의원도 “공단이 정읍시에 보낸 공문에 역사 신축, 동서 연결도로 개설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었다.”며 “김 이사장 취임 후에도 공문을 주고받았는데 이를 백지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철도시설공단은 521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정읍역사 신축을 위해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공문을 통해 정읍시와 다양한 협의를 추진해 왔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들쑥날쑥’ 2월 날씨

    혹한 끝에 이번 주말에는 잠시 평년 기온을 회복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입춘(立春)인 4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3~5도, 낮 최고기온은 2~4도로 오랜만에 영상 기온을 회복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5일도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3~5도, 낮 최고기온은 3~5도로 평년 기온과 비슷하겠다. 2월 중순부터는 날씨 변동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2월 중순은 이동성 고기압과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추웠다가 풀리는 현상이 반복되겠다. 기온은 평년 기온인 최저 영하 2도, 최고 영상 5도 정도로 예상된다. 2월 하순에 들어서는 다시 대륙고기압이 확장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온은 영하 1도에서 영상 6도 정도로, 평년 기온과 비슷하겠다.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는 눈도 내리겠으나 강수량은 평년의 9~27㎜에 못 미칠 전망이다. 3월 들어서는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최저 영상 1도, 최고 7도로 평년과 비슷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서울 초등·유치원 120곳 휴교… 계량기 1394개 동파

    2일 강원 철원군이 영하 24.6도를 기록하는 등 혹한이 이틀째 전국을 강타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수도계량기가 얼어 터지고, 일부 초등학교가 개학을 미루거나 휴학에 들어갔다. 이번 한파는 3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돼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2일 오후 11시까지 1394건의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특히 복도식 아파트가 밀집한 도봉구 상계동과 가양동 일대에서 동파 사고가 잇따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기 고양시 등 경기 북부 10개 시·군에는 1일 오후 5시부터 2일 오전 5시까지 29건의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가 접수됐다. 대구에서도 이틀간 13건의 동파 신고가 접수되는 등 전국에 동파 사고가 잇따랐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치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시소방본부는 1일부터 이틀간 140여건의 낙상 신고가 접수돼 13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또 지하철 1호선이 다섯 시간 동안 멈춰 서면서 시민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제주와 서해안 일대에 눈이 내리면서 항공기 결항도 잇따랐다. 오전 7시 제주공항을 출발, 김포로 가려던 대한항공 KE1200편이 눈과 돌풍으로 운항을 못하는 등 잇따른 결항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보령∼외연도 노선 등 충남 서해안 지역 섬을 오가는 7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도 눈 때문에 막혔다. 서울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에선 임시 휴교나 단축수업이 이뤄졌다. 이날 서울 지역 초등학교 전체 593개교 가운데 54개 학교에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고 140개 학교는 단축수업을 했다. 서울 시내 유치원 937곳 중 66곳이 임시 휴업을 했고 13곳은 단축수업을 했다. 3일에도 29개교가 임시 휴업, 144개교가 단축수업을 할 예정이다. 서울 지역 유치원 역시 66개원이 임시 휴업, 13개원이 단축수업을 했다. 경기도 내 111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5개 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서울시교육청은 1일 오후 7시에야 휴교와 단축수업을 재량에 맡긴다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조모(42)씨는 “아이가 등교하고 난 뒤에야 단축수업을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감기까지 걸렸는데 추운 날 교실에서 떨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추위에 중국음식점, 치킨집 배달원들은 울상이 되는 하루였다. 가정과 사무실에서 배달로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혹한이나 폭설 때는 평소보다 주문이 30~50% 늘어난다고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조현석·윤샘이나·최지숙기자 hyun68@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5) 전남 강진 당전마을 푸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5) 전남 강진 당전마을 푸조나무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재감은 뒤늦은 상실감과 함께 다가온다는 아쉬움을 드러낸 옛말일 게다. 빈 자리에 남은 상실의 아픔을 메워 주는 건 언제나 나무다. 한번 뿌리내린 뒤로는 제 명을 다할 때까지 제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게 나무의 운명인 까닭이다. 남은 사람들은 떠난 사람이 그리울 때면 그와 함께했던 자리에 서 있는 나무를 찾아가 잊혀가는 기억의 실마리를 떠올리려 애쓰게 마련이다. 또 떠났던 사람이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고향의 푸근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마을 어귀에 서 있는 큰 나무이기 십상이다. ●고려 최대 규모 가마터에 뿌리 고려 때 신비의 빛을 가진 청자를 굽던 가마터로 유명한 전남 강진 대구면 사당리 당전마을. 내로라하는 전국의 도공들이 모여 저마다의 작품을 빚어 내던 곳이다. 당대 최대 규모였지만, 고려 말에 이르러서는 왜구의 잦은 침범으로 가마터는 차츰 폐쇄되고 도공들은 하나둘 흩어져 떠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한 그루의 나무가 지켰다. 푸조나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가진, 경기도 이남의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우리 나무다. 중부지방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남해안 지역을 여행할 때면 느티나무나 팽나무 못지않게 마을 어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고려청자 가마터인 당전마을 어귀에 서 있는 강진 사당리 푸조나무는 키 16m, 가슴높이 둘레 8.5m의 큰 나무이지만, 중심 줄기가 없어 조금은 허전한 느낌도 준다. 줄기는 300년 전에 불어온 태풍에 부러졌다고 한다. 그 빈 자리 곁에서 새로 자란 6개의 새 줄기가 굵고 튼튼하게 솟아 올라 웅장한 모습을 이뤘다. 사방으로 가지를 고르게 펼쳤는데, 서쪽의 무성한 나뭇가지는 스스로의 무게가 버거운 듯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불균형의 아름다움을 갖췄다. 전체적으로 펼쳐진 넓은 품은 마치 거대한 짐승이 웅크려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줄기가 부러져 나간 뒤 생긴 상처를 나무는 스스로 감싸 안았다. 깊은 상처는 살아남은 다른 줄기의 껍질이 부드럽게 덮었고, 곁에서 자란 새 줄기들은 꿈틀거리며 안쪽의 빈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아픔의 세월을 거치며 나무는 오랜 안간힘으로 부러지기 전의 모습 못지않게 근사한 수형을 이뤘다. 부러진 줄기를 바라보면서도 생명을 놓지 않고 새 가지를 틔워 생명력을 회복한 질긴 인내가 볼수록 신비롭다. ●300년 전 태풍에 부러진 가운데 줄기 문화재청 자료에는 천연기념물 제35호인 이 나무는 고려 도공이 살펴 키운 것으로 나이는 300살 정도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일단 고려 도공이 살핀 나무라는 사실과 300년 전에 심은 것이라는 시간의 불일치가 그렇다. 게다가 300살 된 여느 푸조나무에 비해 클 뿐 아니라, 300년 전에 부러졌다는 사실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처럼 큰 피해 뒤에도 살아남는다는 건 웬만큼 큰 나무가 아니고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남아 있는 기록이 없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푸조나무는 마을에 태풍이 닥친 300년 전에도 이미 큰 나무였음이 틀림없다. 어쩌면 고려 청자 가마터가 스러지던 즈음인 600여년 전에 도공들이 심고 키웠던 나무일 수 있다. “박물관이 들어오면서 살림이 많이 달라졌어요. 농사 짓던 땅에 박물관을 지으니 농사 규모가 줄었지요. 그 바람에 마을을 떠난 사람도 적지 않아요. 지금은 마흔 가구 남짓 있지만, 농사일도 옛날 같지 않아요. 변하지 않은 건 당산나무뿐입니다.” ●마을 어귀 지키며 귀향객 맞아 수도권에서 공장 일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소를 키우는 조규남(54)씨 이야기다. 조씨가 지친 몸을 끌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에는 청자박물관이 세워진 뒤였다. 논과 밭이 풍성하던 고향 풍경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나마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건 당산나무뿐이었다. “우리 당산나무가 대단한 나무야. 옛날에 어떤 가난한 나무꾼이 그 나뭇가지를 꺾은 적이 있었다고 해. 그 사람이 제 명대로 살았겠어? 급살을 맞고 죽었지. 그만큼 우리 나무가 신성한 나무라는 말이야. 아직도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당산제를 올리지.” 조씨의 집 조붓한 앞마당으로 불쑥 찾아든 옆집 박정임(86) 할머니가 나무 이야기를 덧붙인다. 박 할머니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아직까지 마을을 떠나지 않아, 사당리 당산나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조씨가 거든다.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를 잘 지키려고 날을 잡고 모여서 얘기하곤 했어. 나무에 거름이라도 줘야지 싶으면 마을 사람들이 돈도 십시일반으로 추렴하고, 일도 거들면서 지켜온 나무인걸.” 열아홉 살에 이 마을로 시집 왔다는 조씨의 어머니 하금댁(84)도 한마디 보탠다.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면서부터 굳이 마을 사람들이 나무 관리를 위해 별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해마다 칠월칠석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나무의 건강을 살폈다고 한다. ●해마다 칠월칠석에 나무의 안부 살펴 극진한 보호 속에 살아온 사당리 푸조나무는 사람들의 들고남을 모두 바라보았다. 처음엔 우리 민족의 자랑 가운데 하나인 고려 청자를 빚어내던 옛 도공을, 다음에는 가마터가 스러진 자리에 깃든 농민을, 이제는 간단없이 찾아오는 관광객의 들고남을 바라보며 나무가 보낸 계절이 1000번을 넘는다. 긴 세월 동안 말없이 사람살이를 지켜보는 나무에게서 사람살이의 모든 추억을 되살리게 되는 까닭이다. 글 사진 강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51-1. 서울에서 강진을 가려면 서해안고속국도의 종점까지 간 뒤 국도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목포톨게이트에서 3㎞ 쯤 가서 나오는 죽림분기점에서 국도 2호선으로 빠져나가면 강진군청까지 빠르게 갈 수 있다. 강진군청 못 미쳐 강진의료원 앞 남포사거리에서 3.5㎞ 직진하면 목리교차로가 나온다. 여기에서 국도 23호선으로 우회전하여 15㎞ 정도 남진하면 미산삼거리에 이른다. 좌회전하면 곧바로 고려청자도요지와 청자박물관이다. 나무는 박물관 부지 끝 건너편 도로변에 있다.
  • 31일 최고 15㎝ 눈… 서울·경기 대설특보

    31일 전국이 차차 흐려져 오전 중부 서해안 지방부터 눈이 내리겠다. 눈은 오후에 경남 남해안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돼 다음 달 1일 아침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고 15㎝ 이상의 많은 눈이 오는 곳도 있겠다. 기상청은 30일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31일 밤늦게 눈이 그치겠지만 충청 이남 지방에서는 다음 달 1일 오전까지 계속되겠다.”고 예보했다. 특히 경기 남부와 충청·호남·강원 산간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 서울·경기도에 대설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눈이 그친 뒤에는 본격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더 떨어지고 전국 대부분 지방에 강한 바람이 불어 매우 춥겠다.”면서 “추위는 토요일인 4일부터 점차 풀리겠다.”고 관측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다음주 내내 추워… 폭설·한파 올 듯

    다음 주 내내 춥고 곳곳에 눈이 많이 내리겠다. 기상청은 27일 “월요일인 30일 이후 점점 날씨가 추워져 주 후반까지 이어지겠다.”면서 “새달 1일에는 중부지방에 한파특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상공에 머무르는 차가운 저기압이 동쪽의 고기압에 막혀 정체되면서 주간 내내 추운 날씨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29일 오전에는 강원 동해안에,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눈이 오겠으며 눈 구름은 점차 호남 서해안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화·수요일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소 많은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저기압의 이동 경로와 속도에 따라 눈이 내리는 지역이 변할 수 있으므로 기상 정보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장흥 삼산리 후박나무군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장흥 삼산리 후박나무군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의 생존법은 나무나 사람이나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자연의 순리를 벗어나기 십상인 사람으로서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나무살이를 통해 삶의 지혜를 깨우칠 때가 적지 않다. 이를테면 나무들이 모여 사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나무들은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제대로 살 수 있다. 최소한 자신의 나뭇가지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뿌리를 뻗고 양분을 흡수해야 할 땅도 필요하고, 아울러 들이마실 공기도 넉넉해야 한다. 때문에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는 숲에서 나무들은 오래 살지 못한다. 숲에서 모여 사는 나무들은 평균 200년 정도를 넘게 살기 어렵다는 게 관련 학계의 정론이다. 그러나 나무들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정론을 깨뜨리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전남 장흥군 관산읍 삼산리 산서마을 마을회관 앞을 지키고 서 있는 후박나무가 그런 경우다. 천연기념물 제481호인 이 후박나무는 세 그루가 아주 가까이 붙어서 자랐지만, 마치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 형상을 이룬, 매우 특별한 나무다. “나무가 제 살길을 찾아서 어찌 저렇게 어울려 자라는지를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그저 튼튼하게 잘 자라 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지. 나무가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속내야 알 도리가 없지.” 매운 겨울바람을 피해 마을회관에 모여 정담을 나누던 마을 노인 가운데 이오현(70) 노인은 세 그루의 나무가 보여 주는 신비로운 생김새에 대한 감탄에 너털웃음으로 대꾸한다. 혹시 서로를 배려하며 평화롭게 자라는 마을 분위기를 닮은 게 아니냐는 허수로운 질문을 잇대어 내놓자,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이재남(70) 노인이 “그런 게 어딨어. 나무가 알아서 크는 거지.”라며 눙치고 만다. 장흥 삼산리 후박나무는 조붓한 도로 가장자리의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는 큰 나무여서 이 길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라도 발길을 멈추고 바라보게 된다. 한 번 보고는 잊기 어려울 만큼 크고 아름답다. 겨울에도 초록의 잎을 떨구지 않는 싱그러운 나무인 데다 사방으로 넓게 펼친 나뭇가지의 품이 매우 넓어서 한눈에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만한 나무다. 그러나 흘긋 스쳐 지난 사람이라면 이 나무가 한 그루가 아니라 세 그루라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한 그루의 큰 나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경주 이씨 선조가 마을 경계에 심은 나무… 천연기념물로 우뚝 나무의 위용에 압도돼 다가서면 그제서야 울창한 나뭇가지 아래로 정체를 드러내는 나무 줄기가 셋임을 확인하게 된다. 세 그루 가운데 비교적 어려 보이는 한 그루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다른 두 그루는 바짝 붙어 있다. 그래서 천연기념물로서의 고유 명칭은 여러 그루임을 표시하는 ‘군’(群)을 붙여 ‘장흥 삼산리 후박나무군’이다.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서서 세 그루의 나무가 나뭇가지를 펼친 방식을 살펴보면 놀라움은 훨씬 커진다. 세 그루의 나무는 마치 서로의 삶을 배려하고 심지어는 적당히 상의하면서 자신이 가지를 뻗어 나갈 자리를 찾은 듯하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살갑게 배려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바짝 붙어 있는 두 그루의 큰 나무는 서로 만난 방향으로는 가지를 뻗지 않았고, 반대편으로만 가지를 뻗었다. 그리고 한 그루의 작은 나무는 두 그루의 나무가 가지를 펼치고 남은 빈 공간을 메우듯 가늣한 가지를 큰 나무 사이로 뻗어 전체적으로 완벽한 반원형을 이뤘다. 더욱 놀라운 일은 서로에게 살아갈 공간의 일부분을 양보하고, 몸피를 키우며 세 그루가 이룬 풍경이 한 그루의 나무가 이루기에도 어려울 만큼 단정하다는 것이다. 셋 중 어느 한 그루도 웃자라거나 삐죽 솟아 나오지 않았다. 솜씨 좋은 예술가가 오랜 세월에 걸쳐 빚어 낸 조각품처럼 보인다. “400년 전에 마을을 처음 일으킨 우리 경주 이씨 선조가 마을 동서남북 가장자리에 나무를 심었지. 그 가운데 동서 양쪽에서 자라던 두 그루는 옛날에 죽었고, 지금까지 남은 나무가 두 곳에 있어.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 후박나무고, 다른 한 그루는 마을 남쪽에 있는 소태나무인데, 당산제는 그 소태나무에서 지내지.” 노인들 가운데 비교적 연로한 축에 속하는 이동희(86) 노인은 후박나무에 새겨진 마을의 역사를 짚어 낸다. 지금도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내는데, 뜻밖에도 당산나무는 마을에서 가장 큰 이 후박나무가 아니다. “당산제를 올리는 소태나무는 너무 늙어서 볼품이 없어. 하지만 그 나무가 오랫동안 우리 마을을 지켜 준 당산나무야. 일제 때 순사들이 당산제를 못 지내게 했을 때도 우리 마을에서 소태나무 당산제는 빼놓지 않았어.” ●마을 안녕 지켜주는 당산나무… 넉넉함 주는 정자나무 후박나무에서 남쪽으로 400m쯤 떨어진 곳에 자그마한 정자와 함께 서 있는 소태나무는 노인의 이야기대로 키도 크지 않고 볼품도 없지만, 후박나무와 함께 이 마을을 일으킨 선조가 처음 심은 마을의 상징이자 살림살이를 지켜 주는 마을의 중심이라는 이야기다. 마을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세 그루의 후박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넉넉한 정자나무로 살아왔다. 사람이나 나무나 자신의 생김새에 삶의 내력을 담게 마련이다.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살아온 내력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말처럼 나무도 자신의 생김새에 살아온 내력을 두루 담게 마련이다. 사람의 마을에서 자라는 나무가 그 마을 사람들의 성품을 빼닮는 건 그래서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 주는 당산나무, 그리고 지친 살림살이에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는 정자나무가 살아 있는 농촌 마을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겨울 풍경이다. 글 사진 장흥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길] 전남 장흥군 관산읍 삼산리 324-8. 서해안고속국도의 목포나들목에서 영암·강진을 거쳐 장흥까지 간다. 장흥군청 조금 못미처에서 탐진강을 건너는 작은 다리 탐진2교를 건너게 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사거리에서 국도 23호선을 이용해 14㎞쯤 가면 관산읍에 닿는다.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사거리에서 정남진 방면으로 직진한다. 5㎞쯤 가서 삼산방조제 삼거리가 나오면 방조제 방면으로 좌회전해 700m 정도 간다. 나무는 도로변에 버티고 서 있어서 지나는 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 설연휴 한파에 폭설

    이번 설에는 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7일 이번 설 연휴 중 토요일인 21일까지는 평년보다 2~6도 높은 기온분포를 보이다가 22일 오후부터 평년보다 낮은 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해상에는 강한 바람이 불겠으며,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쌓일 가능성도 있다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설날인 23일은 전국이 평년보다 1~4도 낮은 기온을 보이는 데다 바람까지 강해 체감온도는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24일에도 기온이 평년보다 3~5도 더 떨어지는 등 설 한파는 주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연휴 초기에는 강원 영동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겠으며, 이후 눈구름이 이동해 연휴 마지막 무렵에는 호남 서해안지역에 눈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울산 지역 항공사 설립 추진… 연내 업무용 노선 중심으로

    서울 등 비즈니스 노선 운영을 중심으로 하는 울산 지역 항공사가 연내 탄생할 전망이다. 16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공항 활성화를 위해 지역 항공사 설립을 추진한 결과 현재 2~3개 업체가 적극적인 의향을 보이고 있어 이르면 상반기 중 구체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새로 설립될 지역 항공사에 취항 노선의 수요가 안정될 때까지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10월 울산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의 운항 손실금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울산공항 활성화 위한 재정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올해 추경예산에서 5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울산 지역 항공사는 50~100인승 규모의 항공기를 울산~서울 비즈니스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대형 항공사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다. 또 울산발 제주, 서해안 노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시는 현재 마련 중인 항공사 지원 기준에서 관광 노선보다 업무용(비즈니스) 노선의 수요를 흡수하는 지역 항공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화할 방침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최근 한 달 강수량 평년의 19%…목타는 겨울

    최근 한 달 강수량 평년의 19%…목타는 겨울

    겨울 가뭄이 길어질 조짐이다. 올겨울 들어 전국에 눈이나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지난 2009~2010년으로 이어진 겨울 가뭄의 악몽이 우려되고 있다. 계속 가물 경우, 농작물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최근 한 달간(지난해 12월 중순~1월 초순) 전국 평균 강수량은 4.3㎜로, 평년 22.9㎜의 18.8%에 불과하다. 가뭄은 영남지방에서 가장 심하다. 대구 1.7㎜, 안동 0.4㎜, 포항 0.2㎜, 창원 0.3㎜, 울산 0.2㎜ 등 대부분 지역이 최저 강수량을 기록했다. 부산·통영·여수·김해·합천 등에는 아예 한 차례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 비교적 강수량이 많은 고창(22.6㎜), 서산(17.2㎜), 부안(16.4㎜), 군산(14.9㎜), 광주(12.6㎜) 등도 평년치에는 한참 모자랐다. 수원(7.3㎜), 청주(5.6㎜), 서울(2.5㎜), 춘천(2.3㎜), 원주(1.6㎜) 등 중부지역 대부분도 최저 수준의 강수량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강수계 팔당댐의 저수율도 떨어져 이날 현재 93.9%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95.2%보다 낮다. 메마른 날씨는 건조한 대륙고기압이 예년보다 강한 세력을 유지하는 바람에 기압골이 좀처럼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다와 상층 공기의 온도차인 해기차에 의해 눈구름이 생성되는 호남 서해안만 평년 수준의 강수량을 보이고 있다.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 등 화재 위험이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경상도 내륙과 남해·동해안 지역에는 건조특보 발효와 해제가 반복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13일을 기해 전국에 ‘관심 단계’의 산불 경보를 발령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아직은 겨울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나 식수난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식수 고갈지역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적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 측은 “1월 하순에는 서해안 지방에 눈이 내리겠지만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겠고, 2월 상순에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눈이나 비가 내리겠다.”고 예상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설 귀성 22일·귀경 23일 피해라

    설 귀성 22일·귀경 23일 피해라

    올해 설 연휴에는 역대 최다인 3154만명의 귀성·귀경 인파가 몰리겠으나 교통상황은 비교적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월요일이 설(23일)이어서 귀성 차량은 분산되지만, 귀경 차량은 설 당일과 다음날에 집중돼 다소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해양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6800가구를 대상으로 전화 설문한 결과, 20~25일 전국의 귀성·귀경 인원은 지난해(3088만명)보다 2.1%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15일 밝혔다. 하루 최다 이동인원은 설 당일 647만명으로 지난해(642만명)보다 0.8% 늘 것으로 보인다. 또 고향 가는 길은 지난해보다 1~2시간 정도 덜 걸리겠으나 귀경 시간은 30분~1시간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귀성은 설 전날인 22일 오전에 출발하겠다는 응답이 31%로 가장 많았다. 귀경은 설날 당일 오후를 꼽은 응답이 34%, 다음날인 24일 오후에 출발하겠다는 응답도 28.4%로 나타났다. 승용차로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귀성 때 ▲서울~대전까지 3시간 40분 ▲부산까지 7시간 10분 ▲목포까지 6시간 40분 ▲강릉까지 4시간 10분이 걸릴 예정이다. 귀경길은 ▲대전~서울까지 4시간 20분 ▲부산에서 9시간 10분 ▲목포에서 8시간 50분 ▲강릉에서 3시간 40분 소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승용차(81.4%)가 가장 많이 이용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설 연휴에 열차와 고속버스의 운행횟수를 각각 7.0% 늘리고, 스마트폰(안드로이드폰) 종합교통정보를 더 자세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폐쇄회로(CC) TV 등을 통해 실시간 혼잡 상황까지 볼 수 있다. 아울러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 남단~신탄진IC(141㎞) 구간 상·하행선의 버스전용차로제는 평소보다 4시간 연장 운영된다. 51개 교통혼잡구간 운행 차량의 우회도로 유도, 갓길차로 임시운행 허용 구간도 확대된다. 고속도로 영동선 신갈~호법, 서해안선 비봉~매송, 남해선 사천~산인 구간도 확장 개통된다. 전국 8곳의 상·하행선 휴게소에서 시행 중인 고속버스 환승제는 일시 중단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배 버린 선장·거짓 방송” ‘13일 금요일 밤’의 人災

    “배 버린 선장·거짓 방송” ‘13일 금요일 밤’의 人災

    “여성과 어린이부터 타십시오.” 지난 13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서해안 토스카나 제도의 질리오 섬 인근 칠흑 같은 해상에서 미국 보스턴 출신의 벤지 스미스는 생애 최악의 시련과 맞닥뜨렸다. 유람선은 기운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었고, 구명정에는 100명 안팎의 인원만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선체에 매달려 꼭 부둥켜안고 있던 가족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떨어져야만 했다.”며 몸서리쳤다. ●한국인 34명 무사… 엔진실 폭발 가능성 1912년 4월 15일 영국의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지 꼭 100년 만에 이탈리아 연안에서 현대판 타이타닉의 공포가 재현됐다. 그것도 서구인들이 꺼리는 ‘13일의 금요일’에 일어난 일이었다. 승객 등 4200여명을 태운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좌초되는 바람에 지금까지 5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됐다고 AP 등 외신들이 15일 전했다. 24시간 만에 구조된 29세 동갑내기 신혼부부를 비롯해 최소 34명의 한국인 승객은 안전하게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 부부와 여행에 나섰던 한국인 승객 김철수(49)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명조끼를 들고 비상구로 빠져나오라는 안내방송이 있었는데 비상 탈출훈련이라고 해서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구명보트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이미 배가 70도가량 기울어 있었다.”며 그제서야 실제 상황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구명보트가 있는 갑판에 도착한 뒤에야 ‘배를 버린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그때부터 어른 아이 없이 모두 울부짖고 비명을 질렀는데 그 소리가 더 공포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사고는 지중해 정기 운항에 나선 유람선이 질리오 섬 인근 해상에서 바닷속 암초와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일부 승객들은 배가 부딪히기 직전 정전이 되고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이는 엔진실에서 폭발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사고가 나자 길이 290m, 11만 4500t 규모인 유람선은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다. 유람선이 한쪽으로 기울며 전복되기 시작하자 집단 패닉에 빠진 승객들은 서로 구명정으로 기어오르려 했다. 배가 바닷속으로 빠져들면서 사람들은 바닷속으로 하나둘씩 사라졌다. 승객 200여명은 바다에서 90m가량 떨어진 해안까지 헤엄쳐 간 뒤 바위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 65세 여성은 심장마비로 숨졌다. 여성과 어린이를 안전한 해안으로 먼저 실어 나른 구명정은 3시간 만에야 현장으로 되돌아갔다. 구명정 가운데 3대는 기술적 문제와 승무원의 미숙함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훈련한다 했는데 배 이미 70도 기울어” 이번 사고는 승무원들의 무책임, 늑장대응 등이 키운 ‘인재’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검찰은 승객들이 주장한 대로 선장 프란체스코 셰티노(52)가 승객들이 다 대피하기도 전에 배를 버렸다는 혐의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선장은 이를 부인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승무원들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라고 안내하는 바람에 승객들은 사고가 난 지 45분 동안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암초가 많은 사고 지역에서 거대한 유람선이 왜 그렇게 해안선 가까이로 다가갔는지도 의문이다. 해안 경비대는 선장이 안전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배를 항구 쪽으로 접근시키려 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유람선이 사고 직후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셰티노 선장 등 관계자들을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체포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블랙박스 분석에도 들어갔다. 사고 유람선은 2004~2005년 4억 5000만 유로(약 6646억원)의 비용으로 건조됐으며 스위트룸 58개와 레스토랑 5개, 온천탕 5개, 수영장 4개 등을 갖추고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2)해남 녹우당(錄雨堂)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2)해남 녹우당(錄雨堂) 은행나무

    집에는 주인의 이름을 표시한 문패를 건다. 문패에는 단순히 주인의 이름을 적을 뿐 아니라, 몇 가지 장식을 덧붙여 그 집의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옛 선비들은 주인의 삶과 철학을 상징하는 집 이름, 즉 당호(堂號)를 붙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집을 효과적으로 표시하기 위해서 집 안팎에 크고 작은 나무를 심었다. 집안에서 즐기는 정원수 외에도 옛 선비들은 대문 앞에 높이 솟구치는 큰 나무를 심어서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처음에는 한 집안의 상징으로 키워지겠지만, 이 나무가 오래 살아남으면 마을 전체를 가리키는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그 나무 안에 집 주인을 중심으로 마을 전체의 사람살이가 담기는 건 당연한 순서다. ●비자나무 숲에서 들려오는 초록의 빗소리 땅끝마을 해남에는 초록빛 비가 내리는 집이 있다. ‘초록 비의 집’으로 해석되는 ‘녹우당’(雨堂)이라는 당호의 이 집은 조선시대의 시인 윤선도가 머물던 유서 깊은 살림집이다. ‘초록 비’를 느낄 수 있는 열쇠는 이 집의 사랑채에 걸린 편액 ‘정관’(靜觀)에 담겼다. ‘고요하게 바라보라.’는 뜻대로 집 안에 들어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열면 사철 어느 때에라도 싱그러운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빗소리는 집 뒤로 이어지는 덕음산 숲의 초록 비자나무들이 바람에 스치며 지어내는 소리다. 그래서 녹우(雨)다. 국어사전에는 ‘녹우’를 “늦봄과 초여름 사이 잎이 우거진 때 내리는 비”라고 풀이하지만, 이 집에서만큼은 사전적 뜻보다 비자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잎새들의 소리를 빗소리에 비유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어진다. 송강 정철과 함께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윤선도의 시심(詩心)이 살아있는 집인 까닭이다. “뒷산은 바위 산이에요. 선조들은 이 산에서 바위가 허옇게 드러나면 부락이 융성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바위를 초록 빛으로 덮기 위해 나무를 심으셨죠. 자연히 사철 푸른 잎을 떨구지 않는 비자나무를 고르신 겁니다.” 녹우당에서 살림살이를 이어가는 고산 윤선도의 후손이자 이 집을 처음 지은 어초은 윤효정의 18대 종손인 윤형식(80) 노인의 이야기다. 녹우당의 뒷산 숲은 천연기념물 제241호인 해남 연동리 비자나무 숲이다. 이 비자나무 숲은 예전만큼 무성하지 않다. 윤 노인은 나무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는 일인 모양이라며 아쉬워한다. 센 바람에 맥없이 쓰러지는 나무도 있고, 더러는 저절로 나이가 들어 죽는 나무도 있다고 사정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여전히 300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무성한 뒷산은 한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숲이다. ●윤선도 선조, 아들 과거급제에 심은 나무 산에서 나무를 베어와 땔감으로 쓰던 옛날에도 선조들은 뒷산의 비자나무만큼은 절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했다는 게 윤 노인의 이야기다. 선조들은 비자나무의 열매를 모아 마을 사람들에게 구충제로 쓰도록 나눠 주기도 했다. 또 집안에서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비자 열매 강정을 만들어 손님의 다과상에 내놓기도 한다. 녹우당은 원래 조선 효종이 윤선도를 위해 수원 화성 지역에 지어준 살림집이다. 만년의 윤선도가 이곳 해남에 머무르게 되자, 옮겨온 것이다. 그동안 녹우당을 비롯한 주변 유적지 일원을 녹우단이라 했지만, 최근 문화재청에서는 공식적으로 ‘녹우당’이라는 명칭으로 통일했다. 녹우당을 찾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대문 앞에 우뚝 서서 나그네를 반기는 한 그루의 은행나무다. 주변에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있지만 이 집을 대표하는 나무는 단연 대문 앞에 우뚝 서 있는 이 은행나무다. 윤선도의 4대조인 어초은이 이 집에 살던 때, 그의 여러 아들이 과거에 급제한 걸 기념하며 심었다. ●줄기 둘레만 5m… 나이보다 젊은 나무 나이는 500살, 키는 20m까지 컸다. 줄기 둘레도 5m 가까이 된다. 단아한 기와 돌담으로 이어진 대문 바로 앞에 우뚝 서 있는 이 나무는 이 집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때 어초은 할아버지는 은행나무를 네 그루 심으셨다고 해요. 그 중 한 그루는 오래전에 불이 나서 수세가 형편 없게 됐어요. 하지만 그 나무들 모두가 여전히 뒷동산에 살아 있어요. 물론 그 중에 제일 튼튼하고 잘생긴 나무가 대문 앞의 이 나무이죠.” 윤 노인은 비자나무와 은행나무를 심은 어초은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선조들이 대를 이어 집 주위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덧붙인다. 녹우당 주변에서 싱그럽게 자라고 있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물론 윤 노인은 대문 앞의 은행나무를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나무는 단지 집의 위치를 알리는 표지였을 뿐 아니라, 지체 높은 가문의 살림집임을 알리는 상징이기에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 나무가 500년의 세월을 거쳐 이제는 가문의 자랑을 넘어 마을의 랜드마크가 됐다. “누가 따로 돌봐 줄 필요는 없어요. 한눈에 봐도 건강하고 싱그럽잖아요. 그래도 나이가 많으니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암나무이지만 열매가 자잘하고 많이 맺지도 않아요. 하지만 해남군에서 때맞춰 영양도 보충해 주고, 병충해도 방제하며 철저히 관리하니,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살아갈 겁니다.” 나무가 아름답게 살아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선조들의 믿음은 확고했다. 나무가 죽고 뒷산이 헐벗어 바위가 드러나면, 마을이 융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긴 것도 그래서다. 지금 눈 감고 초록의 빗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준 옛 선조들의 보살핌에 고개가 숙여진다. 글 사진 해남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남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82번지 녹우당. 서울에서 목포를 잇는 서해안고속국도를 이용해 남도에 들어서서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군청까지 간다. 해남군청에서 남쪽으로 난 지방도로 806호선을 이용해 대흥사 방면으로 간다. 곧게 난 아름다운 길을 따라 4㎞쯤 가면 ‘고산윤선도 유적지’로 들어서는 마을 길과 연결되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좌회전하여 조붓한 농로를 따라 1.3㎞ 가면 숲 사이로 주차장과 매표소가 나온다. 은행나무는 매표소에서 200m쯤 걸어 들어가면 녹우당 대문 앞에서 만날 수 있다.
  • 정부, 전남 팽목·서망항 개발 승인

    초광역권 개발 프로젝트인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남해안 선벨트) 선도 사업인 전남 진도항 배후지 개발계획이 최종 승인됐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최근 연안항인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과 국가 어항인 서망항 일대 57만 4701㎡를 진도항 배후지 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 계획을 승인·고시했다. 진도항 배후지 개발은 2010년 5월 발표된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에 근거해 진도 팽목항 일대를 항만 정비, 수산물 가공·친수 공간 등으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올부터 2015년까지 35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선벨트는 전남~경남~부산으로 이어지는 남해안에 2020년까지 민자 등 20조원을 투자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드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배후지인 진도의 팽목항에는 연구소와 종묘배양장 등을 포함한 수산물 가공·유통시설과 종사자를 위한 주거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팽목항과 바로 이웃한 서망항에도 해수욕장과 연계한 각종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 지역들은 서해안과 남해안이 만나는 최서 남단에 위치해 관매도 등 다도해국립공원의 방문객 증가가 기대될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일본·중국과 연결되는 해상 물류의 요충지로서 관광시설과 산업물류시설의 기반 확충이 필요한 곳으로 꼽혀 왔다. 전남도는 현재 공사 중인 국도1호선 목포대교 완공과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가 올해 개통되면 목포를 거점으로 고속도로와 호남고속철, 무안국제공항 등의 광역교통망 구축이 완성되면서 인적·물적 교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1) 해남 두륜산 천년수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1) 해남 두륜산 천년수

    해를 가리키는 네 자리 숫자 가운데 한 자리만 바뀌었지만, 새해가 되면 늘 새로운 마음으로 부풀게 마련이다. 설레는 마음 한편에는 분명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담겨 있다. 한해를 마무리할 때마다 채 이루지 못한 사람살이의 꿈이 남기 때문이다. 결국 넘어가는 해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세월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달력을 바꿔 걸 즈음이면 새해의 설렘과 함께 지난해에 대한 안타까움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지는 해를 붙들어 안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적지 않은 게 사람살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월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에게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산꼭대기의 절터에 홀로 남아 “두륜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있어요. 해를 붙잡아 두는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가 있거든요.” 전남 해남의 대흥사 주차장 앞에 자리한 식당 주인의 너스레다. 그는 환하게 웃음 지으며 두륜산 정상에 서 있는 신비의 나무 ‘천년수’를 천천히 소개했다. “올라가서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예요. 1200년이나 됐다니까요. 높이 뻗은 나뭇가지가 산을 넘는 해를 붙잡고도 남죠. 나이 먹기 싫으면 그 나무에 해를 붙잡아 놓으면 돼요.” 대흥사 인근 마을 사람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두륜산 천년수는 이름처럼 1000년을 넘게 산 매우 큰 느티나무다. 대개의 느티나무가 마을 어귀에서 살아가는 것과 달리 산 꼭대기에 홀로 서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1000년이라는 믿기 어려운 나이와 해를 붙잡아 둔다는 전설까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나무다. 천년수가 있는 자리는 천년고찰 대흥사의 산내 암자인 만일암 마당이다. 만일암은 17세기 후반에 지은 대흥사의 산내 암자라고 하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더구나 만일암의 모든 전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겨우 고려 때의 석탑 양식을 볼 수 있는 오층석탑만 남아 있을 뿐인 폐사지다. 그 만일암 터 바로 앞, 암자가 있던 시절이라면 법당 앞마당쯤 되는 자리에 서 있는 느티나무가 바로 해를 붙잡아 둘 만큼 큰 천년수다. 만일암이 있던 시절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고 하는데, 암자가 사라지면서 한 그루는 죽어 없어졌다. ●느티나무 가운데 가장 늙은 나무 천년수를 찾아가려면 대흥사를 거쳐 해발 703m인 두륜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오르는 길은 비교적 가파르다. 두 시간쯤 산길을 올라 정상인 가련봉 가까이에 이르면 만일암 터를 찾을 수 있다. 한 기의 초라한 오층석탑만이 옛 자취를 보여주는 쓸쓸한 폐사지 아래쪽으로는 무성한 대숲이 이어졌다. 천년수는 그 대숲 길 20m쯤 아래에 있다. 무려 1200살이나 된 느티나무다. 산림청 보호수로 등록된 느티나무 가운데에는 가장 나이가 많다. 규모도 식당 주인의 표현처럼 어마어마하다. 키가 22m나 되고, 가슴높이에서 잰 줄기둘레도 9.6m나 된다. 천연기념물 가운데 가장 큰 느티나무인 전남 장성의 단전리 느티나무보다 2m나 키가 더 크다. 줄기둘레는 10.5m인 단전리 느티나무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이지만, 한눈에도 그 장대한 규모에 감탄사를 내놓을 만하다. 비좁은 자리에서 나뭇가지를 사방으로 15m나 펼쳐서 실제보다 더 우람해 보인다. 산 정상 가까이에서 이처럼 큰 나무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뜻밖이지 않을 수 없다. 나무와 어우러지는 주변 풍광을 함께 바라보기 위해서 물러설 공간도 없다. 나무를 온전히 바라보려면 그저 나무 앞에 서서 고개를 한껏 젖히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나무 앞에 서면 단박에 나무의 위용에 압도당할 만큼 융융한 나무다. 깊은 산 정상이라고 해서 느티나무가 자라지 못할 이유야 없지만, 함께 어울릴 다른 나무도 없이 한 그루의 느티나무가 이토록 우람하게 자랐다는 건 나무가 사람과 더불어 살아왔다는 분명한 증거다. 사람이 심어 키우지 않고서는 느티나무가 이토록 멋지게 자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전에 만일암 스님들이 암자의 너른 마당에 손수 심고 정성껏 보살펴 온 나무임에 틀림없다고 보는 근거다. ●지는 해 붙잡아 두고 하루를 늘려 두륜산을 넘어가는 해를 이 나무에 붙잡아 둘 만도 하다는 생각이 생뚱맞지 않은 건 거칠 것 없이 빈 하늘에 한가득 펼친 나뭇가지 탓이다. 이 나무에 전하는 흥미로운 전설도 바로 그런 생각에 알맞춤하게 지어진 이야기다. 옛날 하늘에 천녀와 천동이라는 두 젊은이가 죄를 짓고, 두륜산으로 쫓겨 왔다. 옥황상제는 그들을 땅으로 보내면서 용서의 마음으로 하루 만에 불상을 짓는다면 하늘로 다시 올려주겠다고 했다. 천녀와 천동은 하루라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해를 붙잡아 나무에 매어두고 불상을 조각했다. 얼마 지나 불상을 완성한 천녀는 느티나무 앞에 돌아와 천동을 기다렸지만 천동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다급해진 천녀는 홀로 밧줄을 끊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때까지 불상을 완성하지 못한 천동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해서 나중에 두륜산의 신령이 됐다는 이야기다. 흔히 마을에서 보던 나무를 산 위에서 보게 된 생경한 느낌이 자연스레 이루어낸 이 이야기에는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을 야속해한 옛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세월이 무정한 건, 늙는 게 아쉬운 때문만은 아니다. 지나온 자취를 새겨 둘 여유도 없이 새해를 맞이하는 게 안타까운 건 아닐까. 두륜산 천년수에 넘어가는 해를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은 옛사람에게만 드는 건 아니지 싶다. 글 사진 해남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남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두륜산 도립공원 내 만일암 터. 출발지에 따라 해남을 가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서울에서 가려면 서해안고속국도를 이용해 종점인 목포 나들목까지 가야 한다. 목포에서 국도 2호선과 13호선을 이용해 해남군청까지 간다. 해남군청에서 지방도로 806호선을 이용해 남쪽으로 10㎞ 남짓 가면 대흥사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 두륜산 천년수를 보려면, 대흥사 경내를 거쳐 등산로를 이용해 두륜산 정상으로 3㎞쯤 올라가야 한다. 나무는 만일암 터 아래의 비좁은 공간에 우뚝 서 있다.
  • [5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서울은 50년간 ‘빛의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하면서 화학조미료와 서구 음식들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 때문에 사대문 안 서울 토박이들의 밥상은 타지에서 밀려들어 온 것에 빠르게 묻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지게 되었다. 프로그램은 서울 음식의 특징과 서울 토박이들의 부엌 속에 남아 있는 밥상을 보여 준다. ●TV소설 복희누나(KBS2 오전 9시) 말구는 어렵게 송병만에게 자신이 술을 빼돌렸다고 털어놓는다. 금주는 영표가 한껏 웃는 얼굴로 복희와 통화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슬슬 질투를 느끼게 된다. 반면 영표는 복희와 잘해 보라며 자신을 떠보는 점례의 모습이 왠지 싫지 않다. 한편 백구는 불시에 봉제공장을 찾아와 공장 식구들과 복희를 놀라게 한다. ●수목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MBC 밤 9시 55분) 홍문관 대제학의 아들이자 연우의 오빠인 허염. 외모면 외모, 학문이면 학문, 인품이면 인품,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장원급제 이후 어명을 받아 왕세자의 스승 자리에 앉게 된다. 한편 젊은 선생이 맘에 들지 않는 왕세자는 그가 연우의 오라버니인지 모른 채 염과 기싸움을 벌이게 된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0분) 경기도 오산의 복지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은 패셔니스타가 있다. 많은 어르신들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채삼영 할아버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옷차림을 하고 있다. 진정 완벽한 패셔니스타의 모습인데…. 제2의 인생을 찾아준 할아버지의 리폼 열정, 그 현장속으로 따라가 본다. ●독립다큐관(EBS 밤 12시 5분) 박수범과 박성열은 판소리를 배우는 아이들이다. 그들이 소리를 시작한 이유는 아버지들의 못다한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꿈과 목표를 가지고 배우고 있다. 판소리 심청가 한바탕을 완창하는 데는 4시간 30분이 걸린다. 게다가 악보가 없는 판소리는 오로지 스승의 입을 통해 전수를 받게 되는데…. ●김문수 지사에게 듣는다(OBS 밤 10시) 경기도가 세계로 우뚝 솟아 나기 위해 어떠한 전략과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까. OBS는 신년특집 ‘김문수 지사에게 듣는다’를 통해 경기도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구체적으로 대북지원 사업, 한·미 FTA, 지역 내 기업 유치, 서해안권 발전 종합계획, GTX사업 등을 김문수 도지사에게 직접 들어본다.
  • 강화 남단 첫 갯벌 국립공원 추진

    인천 강화도 남단을 국내 최초의 갯벌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강화군과 지역 환경단체,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갯벌국립공원 추진을 위한 준비모임’은 화도면 동막·여차·장화·흥왕리 일대 갯벌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인천만조력발전 건설 예정 부지이기도 한 이 지역은 저어새·노랑부리백로 등 희귀 조류가 매년 찾는 조류 서식 및 번식지다. 한강 하구에 위치해 세계적으로 드물게 역동적인 퇴적이 일어나는 데다 이 지역을 포함한 서해안은 세계 5대 갯벌에 들 정도로 넓은 갯벌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갯벌 국립공원이 한 곳도 없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관광객 방문과 휴양을 위한 최소한의 설계를 제외하고는 자연을 보전하며 활용한다. 준비모임에 따르면 국립공원 한 곳당 지역경제 유발 효과는 4000억~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갯벌을 보유하고도 갯벌 국립공원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자연도 보전하고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국립공원 지정 필요성에 대해 지역민·관 단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공청회를 통해 의견이 모아지면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뒤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국립공원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강화군과 지역 주민, 단체에서 국립공원 지정의 실과 득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논의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씨줄날줄] 당진시/임태순 논설위원

    조선 중기 무장 정충신과 구한말 정객 김윤식이 유배를 간 곳은 충남 당진이었다. 귀양이나 유배는 한양과 멀리 떨어진 곳에 실력자를 보냄으로써 중앙정치와 단절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당진은 유배지로 적합한 곳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당진과 서울은 거리상으로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멀었다. 바다로 가로막혀 예산으로 우회해서 서울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대신 당진은 충남 서북부 바닷가로 돌출해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일찍부터 중국과 가까웠다. 통일신라 때 당진(唐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도 당나라와 교역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도시(都市)는 정치·행정의 중심지로서의 도읍(都邑)과 경제의 중심지인 시장(市場)의 기능이 합쳐져 형성된다. 따라서 충남 변방의 외진 바닷가에 위치해 별다른 행정기능이 없는 당진이 시가 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더욱이 냉전시대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과의 교류가 없었던 만큼 경제적 기능도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진을 일으켜 세운 것은 역시 ‘중국’이었다. 1990년대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로 중국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당진은 서해안 시대를 이끌 전초기지로 부상했다. 2000년 개통된, 평택과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는 서울과의 거리를 1시간 내로 단축시키면서 당진의 발전에 날개를 달았다. 2004년 현대제철이 한보철강을 인수한 이후 동국제강, 동부제철, 환영철강 등 연관업체가 들어서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급기야 인구 15만명을 넘어서 올 1월 1일 전국에서 74번째로 시가 됐다. 시 승격은 2003년 경기 포천·양주에 이어 9년 만이며, 특히 2000년대 들어 비수도권으로는 유일하다. 1895년 군(郡)이 된 이후 117년 만에 시가 된 당진은 일반시가 아닌 도농복합형태의 시가 됐다. 종전에는 읍이 시가 되면 군에서 분리되는 일반시가 대부분이었지만 1996년 시·군 통합정책이 실시되면서 더 이상 일반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도농복합시는 인구가 읍지역 5만을 포함, 15만명 이상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웬만한 시골 구석구석까지 자가용이 다니고 컴퓨터, 휴대전화의 보급이 일상화된 만큼 도농복합시는 불가피한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도농복합시라고 해서 도시와 농촌이 서로 갈라져 싸워선 발전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아도 당진은 일찍이 심훈의 농촌계몽소설 ‘상록수’의 무대가 된 곳이다. 당진이 도농 상생 모델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인사]

    ■국무총리실 △교육정책과장 정시영 ■지식경제부 △비상안전계획관 정길현 ■병무청 ◇승진 △입영동원국장 박희관△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 임재하△대변인실 홍승미△사회복무국 이동환◇전보△기획조정관 장갑수<지방병무청장>△인천경기 김종호△대전충남 김노운△경남 김덕기△제주 신현삼<소장>△병무민원상담 김철수<담당관>△기획재정 황평연△행정관리 이성수△규제개혁법무 남재우<과장>△병역자원 김기룡△징병검사 최영래△정보관리 김영재△현역입영 박우신△현역모집 박명규△사회교육복무 유광현△고객지원 강상현△운영지원 이상훈<지방병무청 징병관>△서울 차명주△부산 김중겸△대구경북 박정환△인천경기 오세완△광주전남 조영기 ■특허청 ◇승진 △정보관리과장 나광표◇전보△산업재산경영지원팀장 김우순△다자협력〃 박재훈△복합기술심사1〃 이태영△산업재산인력과장 김시형△운반기계심사〃 박시영△공조기계심사〃 조영길△컴퓨터심사〃 강흠정△특허심판원 심판관 김일규 김정옥 이미정 이재완△특허법원(파견) 강전관 김상희 류동현 백영란 윤병수 이석범 임영희△특허심판원 이철영△반도체심사과 박성호△정보심사과 김세영 임동재△영상기기심사과 조영갑△컴퓨터심사과 이정숙△디스플레이심사팀 권호영 신창우 황은택△네트워크심사팀 정재우 ■방위사업청 △기획조정관 이정용△유도무기사업부장 강은호△교육훈련 김영산(외교안보연구원) 민장근(통일교육원)△고객지원센터장 최병휘◇팀장 <사업관리본부>△전자전사업 강정훈△기동장비사업 정상구<계약관리본부>△노무비검증 전영복△지상유도무기원가분석 김창환△회계 전규일△국제가격검증 엄주명△급식유류계약 윤여철 ■충남도 ◇승진(승진요원 포함) △지방공무원교육원장(직대) 공범석△농업기술원 총무과장 정진영△도청이전정책과장 김석필△서해안유류사고지원본부 배상지원팀장 김승호△백제문화단지관리사업소장 송석권△총무과 홍성목(지방행정연수원 교육파견)△농업기술원 교육정보과장 최문락△축산기술연구소장 김종상△도로교통과장 조은하<직무대리>△기업지원과장 서종호 △산림녹지〃 이용열△건축도시〃 이홍규◇전보△당진시 이용석△총무과 조이현(지방행정연수원 교육파견) 김상기(국방대 〃) 하광학(세종연구소 〃) 장영수(지방행정연수원 〃) 강경원(외교안보연구원 〃) 이재중(충남발전연구원 파견) 김정호(지방행정연수원 교육파견) 김창헌(지방행정연수원 〃) 이건호(KDI 〃) 이두훈 송석오 박종문 송진호 양의석(공로연수 파견)△공주시 윤석규△보령시 전윤수△논산시 유병운△계룡시 최원영△금산군 이상성△홍성군 염창선△예산군 윤영우△정책기획관 김영인<담당관>△예산 강익재△혁신관리 김갑연△교육법무 송태화<과장>△세정 오일교△체육진흥 명규식△재난민방위 현달순△일자리경제정책 맹부영△사회복지 손권배△자치행정 정송△관광산업 이윤선△농업정책 박범인△저출산고령화대책 이상준△장애인복지 김의영△친환경농산 김시형△농촌개발 안병량△항만물류 박종구△수산 조한중△환경관리 신동헌△수질관리 김종인<의회사무처>△의사담당관 홍석우△입법정책〃 장두환△전문위원 한만덕 최운현<지방공무원교육원>△교수단장 한금동<소장>△수산연구 강선율△수산관리 이홍집△산림환경연구 김영명<농업기술원>△농업환경연구과장 남윤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경영관리단장 김치용◇본부장△미래전략 손병호△정책기획 오동훈△평가분석 이상엽 ■한겨레신문사 △전략사업본부 본부장 송우달△〃 연구기획조정실장(논설위원 겸임) 박창식△〃 콘텐츠비즈협력단장 이병△경영기획실장 장창덕△출판미디어국장 장철규△논설위원 오태규 ■SBS뉴스텍 ◇승진 <이사>△영상본부장 이형기△기술〃 박명수<부국장급>△영상본부 영상취재팀장 장준영<부장>△기술본부 뉴스제작팀 이강호△영상본부 영상제작팀 김형근△〃 영상취재팀 이재경 김두연◇승진·전보△기술본부 뉴스제작팀 부장 조수현 ■우리투자증권 ◇이사 승진 △범어동WMC 박의환△광주WMC 서영성△광화문WMC 전용준△컴플라이언스부 김영진△경영관리부 박대영◇전보 <본부장>△커버리지1사업 윤병운△커버리지2사업 최승호△프라이빗에퀴티사업 남동규△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 김지한<그룹장>△ECM 조광재△파생영업 박종현△헤지펀드투자 박주범△프라임브로커리지 목태균<센터장>△오퍼레이션 박영환 ■KB금융그룹 ◇승진 <전무>△KB생명보험 황성식<상무>△KB투자증권 한동우△KB생명보험 박석하△KB데이타시스템 김우성<본부장>△KB데이타시스템 경영지원본부장 김성기 ■녹십자 ◇승진 △부사장 조민(QM실장) 이영찬△전무 박복수 박대우△상무 김경조 ■풀무원홀딩스 △부사장 김도석△상무 이창원 ■현대해상 ◇상무 승진 △기업영업3담당 한재원 ■현대하이카자동차손해사정 ◇상무 승진 △위험관리연구소본부장 배일환
  • “판소리처럼 쏟아냈지, 신명 나는 ‘막소설’이야”

    “판소리처럼 쏟아냈지, 신명 나는 ‘막소설’이야”

    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하고 정밀한 취재를 담은 소설을 발표했던 안정효(70) 작가가 10년 만에 장편소설 ‘역사소설 솔섬 1~3권’(나남 펴냄)을 냈다.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의 전작이 직접 참여했던 월남전이나 좋아하는 영화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면 이번 소설은 판타지 정치 풍자 소설이란 기묘한 장르다. 안 작가는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나 “환갑을 맞아 인도네시아에서 2주일간 여행을 하며 ‘나는 왜 지금까지 쓴 것보다 더 좋은 작품을 쓰려고 나 자신을 학대할까’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평사원, 계장,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고 군대에서는 계급이 올라가지만 문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많은 작가가 처음 발표한 작품이 가장 훌륭한 경우가 많다.”며 ‘솔섬’은 해방된 상태에서 썼다고 밝혔다. ‘코리아 헤럴드’ ‘코리아 타임스’ 등의 영어 신문에서 일한 안 작가는 1975년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50여권의 영문 책을 번역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마르케스의 소설을 국내에서 처음 소개했기 때문에 판타지 소설을 쓴다면 ‘차용하는 것 아닌가.’란 걱정이 있었지만 일흔이 넘으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솔섬’은 한국 현대정치사를 줄기로 2007년부터 시작해 1945년에 끝나는 이야기다. 배경은 서해안에 있는 작은 섬 솔섬이다. 신천지 솔섬에 투기꾼, 철새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조직폭력배, 종교인 등이 몰려오고 현실과 판타지가 뒤섞인다. 작가는 ‘솔섬’을 ‘막소설’이라고 규정했다. “우선 판타지란 영어 단어를 쓰기 싫다. 막소설이란 소설의 정확한 기초 다음에 작가의 상상력이 막가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예를 들어 철새 정치인은 소설 속에서 날아서 솔섬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침묵만 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중편, 단편 소설을 계속 썼고 영화와 영어 관련 책도 꾸준히 발표했다. 서강대 영문과를 다니며 7편의 영문 장편소설을 완성한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리말과 영어 소설을 동시에 발표할 수 있는 작가로 꼽힌다. 대학 시절 쓴 영문 소설 가운데 하나가 ‘은마는 오지 않는다’로 아직도 미국에서 인세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솔섬’도 대학 때 독도를 배경으로 구상한 소설이 출발점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그동안 라디오 방송 출연을 하면서 쓴 원고와 단편 소설 등의 살이 붙었다. 안 작가는 지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 “정치인들은 정치에 대해 우리 시민만큼 모른다. 국민은 지금 정권을 자꾸 바꾸면서 정치권을 뒤흔들고 훈련시키는 중이다. 현재의 정국도 국민이 흔드는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행동이 정치권을 훈련시킨다는 걸 모르고 있고, 이를 더 모르는 것은 정치권”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정치를 개탄하지만 제1공화국이나 군사독재와 비교하면 지금은 훌륭한 나라이고, 하나의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승만 정권이 막 끝난 1960년대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는 작가는 “그때는 대통령만이 읽는 신문을 따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실제 그랬다.”고 회고했다. 정치를 소설로 그리면서 풍자란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드러내면 안 된다. 작가가 화 내지 않고 쓴 글을 읽고 독자들이 화를 내야 한다. 작가가 화를 내면 발전을 못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풍자는 그 대상이 듣고 웃을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아직 그 경지에 못 갔고, 우리 현실이 그렇게 넉넉하진 않다고도 고백했다. 소설에서 풍자의 대상이 된 사람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선거를 앞두고 노작가가 3년 넘게 ‘즐겁게’ 쓴 소설은 좋고 싫고가 분명하게 갈릴 듯하다. 판소리 한 마당처럼 신명 나는 문체로 풀어낸 정치 풍자에 염증을 느낄 수도 있고, 솔섬의 역사에 현실을 대입하면서 분노하거나 공감하며 깊이 빠져들 수도 있을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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