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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소리/ 365일 ‘책의 날’ 처럼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는 책에 미친 사람이었다.책을 너무 많이 읽어 눈까지 멀었다.그래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했는데 그가 바로 ‘독서의 역사’를 쓴 알베르토 망구엘이다.책의 중독성은 보르헤스 육신의 눈을 앗아갔지만,그는 그 대가로 영혼의 눈을 얻었다.그리고 마침내 “책은 인간의 도구 중 가장 놀라운 것이며,신체의 확장인 다른 도구들과는 달리 기억력과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우리의 꿈을 지배하는 책,그 상상력의 보고와의 만남보다 더 소중한 만남이 또 있을까.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에 앞서 펼쳐진 ‘책과 장미의 축제’(본보 19일자 14면 참조)는 한국의 출판·독서계가 결코 초라하지만은 않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20일 전국의 대형서점 열 곳에서 나눠준 4만8000여권의 책은 한 순간에 동이 났다.비록 무료로 나눠주긴 했지만 서점엔 사람들이 책을 받기 위해 오전부터 장사진을 이루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책을 파는 장소에서 책을 공짜로 나눠주는 행사를 마뜩찮게 여겼던 서점들도 망외의 소득을 올렸다.교보의 경우 이날 매출은 평소보다 오히려 5%가량 늘었다.이른바 ‘동반구매효과’를 본 것이다. 중요한 건 이 책잔치가 ‘그날만의 행사’에 그쳐선 안된다는 것이다.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독서풍토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행사 당일 ‘커플’이 돼 오면 무조건 책을 나눠주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책의 날 행사 두 달 전쯤에 북토큰을 발행,학교를 통해 모든 어린이들에게 나눠줘 책을 사도록 하는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경우도 참고할 만하다. 최근 부쩍 활발해진 독서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독서인구는 94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특히 지난 2월 27일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와 이라크 전쟁의 여파는 독서대중을 일부나마 책으로부터 떠나게 만들었다.하지만 좋은 책은 언제나 사람을 부른다.넉넉한 마음으로 ‘탕자의 귀환’을 반긴다.더이상 컴퓨터의 가벼움에 중독된 사이버키드가 양산돼선 안되며,현실이 더 재미있다고 문학을 외면해서도 안된다. 마셜 맥루한이 ‘활자시대의 종말’을,레슬리 피들러가 ‘소설의 죽음’을 선언한 지 40년이 돼가는 지금도 따스한 종이책,문학의 생명은 여전하다.오늘 ‘세계 책의 날’만이라도 책을 사 보자.책은 읽을수록 는다. 김종면기자 jmkim@
  • 내일 ‘책의 날’… 서점가 다채로운 행사

    ‘20일 서점에 가면 좋은 일이 있다.’ 이날 전국 10개 대형서점을 방문하면 무료로 책과 장미 선물을 받을 수 있다.단 연인이나 친구,가족 단위의 ‘커플’이 돼 가야 한다.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전국적으로 ‘책과 장미의 축제’가 펼쳐진다.한국출판인회의(회장 홍지웅)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한국출판인회의와 참여 서점측이 ‘봉순이 언니’(푸른숲),‘좀머씨 이야기’(열린책들),‘먼나라 이웃나라’(김영사),‘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친구) 등 ‘양서’ 한 권과 장미 한 송이를 선착순으로 나눠준다. 교보문고에선 이날 마임공연이 열리며,영화배우 유오성씨가 오후 3시 고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씨티문고는 시인 이정하씨를 초청해 고객들과 오후 3시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고,서현문고에서는 오후 4시 탤런트 이영하·선우은숙 부부가 직접 책을 사인해 나눠준다.참여 서점은 1만부를 내놓은 교보문고를 비롯해 강남의 씨티문고,분당의 서현문고,부산의 영광도서·동보서적·남포문고,대전의 계룡문고,광주의 충장서림,전주의 홍지서림 등 10곳.행사를 총괄한 홍지웅 회장은 “58개 출판사가 350여종 4만 5000여권을 기증했다.”며 “자발적인 호응 속에 국민독서운동으로 승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면기자 jmkim@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 어리석은 농부와 귀신들의 합창

    나세르 케미르 글 / 엠레 오룬 그림 이효숙 옮김 / 솔 펴냄 새로 나온 동화를 찾아 부지런히 서점을 드나드는 학부모 독자에게 ‘어리석은 농부와 귀신들의 합창’(나세르 케미르 글,엠레 오룬 그림,이효숙 옮김,솔 펴냄)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갈 동화책이다.권선징악의 주제나 인물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구 동화들과는 색깔과 맛이 확연히 다른,아랍의 구전동화다. 농사지을 땅뙈기 한뼘 없는 가난한 농부가 이야기의 구심.마을사람들은 귀신들이 주인인 밭 근처에도 가길 꺼려하지만,농부는 그 땅이라도 일궈볼 용기를 낸다.책은 그때부터 반복적인 상황을 만들어 운율감 넘치는 동화로 바뀐다.풀을 뽑고,돌을 치우고,밀씨를 뿌리고….“도와줄테니 기다려라!” 농부가 무슨 말을 하든 귀신무리가 나타나 그 주문대로 도와주기를 거듭한다.그런데 얼마 못가 사단이 난다.농부의 아들과 아내가 말 한마디를 실수하는 통에 밀밭은 텅 비고,모든 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은유가 넘친다.무심코 던진 짧은 말이 때로는 한 공동체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든다는 섬뜩한 경고일 수도 있다.다분히 철학적인 주제가 읽을수록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맨처음 5명이던 귀신이 5만 1200명으로 불어나기까지,번번이 2배수로 불어나는 셈놀이도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겠다.6∼9세용.8500원. 황수정기자
  • [데스크 시각] 독성, 화, 그리고 걷기…

    2000년 중반 서점가엔 ‘느림’ 열풍이 불었다.그 한 가운데에 있었던 프랑스 사회철학자 피에르 상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인간의 불행은 단 한가지,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파스칼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느림이라는 화두가 날이 갈수록 더 우리를 붙잡는 것 같다.피에르 상소는 바쁘게 사느냐,느리게 사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했지만,이제 느림은 자본주의의 광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덕목이 아닌가 싶다. 소설가 박범신은 10년간 칩거했던 경기도 용인의 한터산방을 떠나며 최근에 낸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길’에서 자본주의적 ‘독성’이 빠져나가자 문학도 부활했다고 얘기한다.“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가장 혹독하고 잔인한 고문기술자는 경쟁이다.…우리는 아침마다 전사가 되어 거리로 나간다.…갑옷을 꼼꼼히 여미며 때론 내 ‘칼’을 들어 허장성세로나마 보여주어야…그러려면 독해야 한다.…참된 본성은 그래서 삶의 갑옷 속에 은폐된다.”(88쪽) 박범신은 홀로 있는 것이 견딜 수 없더라도 끈질기게 참고 있어보면,어느날 편안함을 느끼면서 내 상처,물집,또는 피고름이 사실은 하찮은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그래서 본성이 회복되면 사랑도 살아난다.“내가 사랑을 믿지 않았다면 한터산방이 어찌 내 피폐한 영혼을 받아주었으랴.나는 이곳에 이르러 비로소 문학이 싸움보다 사랑인 줄 알았고…”(에필로그) 지난달에 나온 리처드 P 존슨의 ‘내 영혼의 리필’은 기독교적 삶을 제시한다.“사랑을 찾으려고 꾸준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본질적으로 나쁜 곳이고 언제나 악이 승리하는 곳이며,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음을 중무장하고 살아야 하는 곳…”(35쪽) “하루 중에 짧게나마 사랑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라.”(50쪽) 요즘 전국의 대형 서점에는 틱낫한 스님의 여러 저서들이 베스트 셀러에 올라있다.스님은 ‘화(火)’에서 마음 속의 화를 씨앗과 감자,울고 있는 아기에 비유하며 보듬고 달래라고 충고한다.‘화’가 화를 다스려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방법을 얘기했다면,‘힘’에서는 이 순간에온전히 머무는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이야말로 행복하게 하는 힘이라고 소개한다.스님은 우리는 늘 미래에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지만 멈추는 방법을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느림의 철학을 담은 책들은 한결같이 걷기를 권장하고 있다.피에르 상소는 발길 닿는 대로 풍경이 부르는 대로 한가로이 걸으라고 조언한다.박범신은 걷기가 본성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었다고 했다.“(히말라야의) 빛나는 만년설 밑을 아무 생각없이 혼자 되어 걸을 때…너무나 하찮은 일들로 받았던 너무나 큰 상처들,너무 사소한 박탈감에 너무 악쓰면서 소리쳤던 분노들,…나의 ‘죄’를 나는 그곳을 걸으며 보고 확인했다.”(132쪽) 틱낫한 스님은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면서 이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걷기 명상’을 권유한다.미국의 문화비평가 레베카 솔닛의 ‘걷기의 역사’는 “장자크 루소는 홀로 산책하면서…자족적일 수 있었으며 자기를 배반한 것으로 여긴 세상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소개한다. 자!이제 우리 걷기를 복권시키자.그리하여 다비드 르 브르통이 ‘걷기 예찬’에서 말했듯이,현대사회의 속도와 문명에 제동을 거는,생명의 예찬인 동시에 인식의 예찬임을 느껴보자. 황 진 선 문화부장
  • “밤하늘 별 보며 비행할 때면 인생은 살 만 하구나 싶어요”/ 국내 최초 여성 여객기 조종사 이혜정씨

    “Flight number OZ1012.Clear for take off.”(아시아나항공 1012편.이륙해도 좋다.) 방금 인천국제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최종 이륙허가가 떨어졌습니다.온 몸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브레이크를 풀고 스로틀 레버를 천천히 올려 엔진출력을 높입니다.비행기가 미끄러지기 시작합니다.엔진 출력을 최대한으로 높이고 활주로 끝을 보면서 내달립니다.몇초만에 150노트(시속 약 280㎞)에 이릅니다.이쯤이면 비행기는 달려가는 것 같지만 사실 붕붕 떠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이때 조종간을 살짝 당겨주면 기체는 부드럽게 이륙합니다.이륙하자마자 랜딩기어를 올립니다.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선회합니다. 저 아래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서해바다가 보입니다.유조선 등 큰 배들이 항적을 그리며 나가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습니다.자동비행장치를 작동시켜 미국 LA로 향합니다.이제야 긴장이 풀립니다. 저는 아시아나항공 보잉747 부기장 이혜정입니다.올해 서른넷입니다.경희대 88학번이고 화학을 전공했습니다.해병대 출신인 아빠를 닮아서인지,공대를 나와서인지 몰라도 선머슴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지금까지 저에겐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 다녔습니다.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조종 훈련생,최초의 여성 민항기 조종사,최초의 여성 점보기 조종사,최초의 여성 국제선 조종사 등입니다.더욱이 저는 스튜어디스 출신이어서 ‘최초의 스튜어디스 출신 조종사’이기도 합니다. 졸업을 몇개월 앞둔 4학년 말인 1991년 11월 아시아나항공에 스튜어디스로 입사했습니다. 스튜어디스가 되기 전에는 비행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관심조차도 없었습니다.그러나 조종사가 되고파 안달인 동료 스튜어디스 때문에 저도 자연스럽게 비행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조종사들에게 비행원리와 계기판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기장님께 식사를 갖다 주면서 비행조작법 등을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했습니다. 스튜어디스 생활 4년만인 95년 11월쯤에 아시아나항공에서 조종훈련생을 모집하더군요.공고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여자는 안된다는 규정이 없더라고요.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원서를 접수시켰습니다.며칠후 서류전형에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10일간의 휴가를 내고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단기간에 토플 고득점을 낼 수 있다는 제목이 붙은 책들을 모조리 샀습니다.대학 도서관에서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했습니다.일생에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해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4차까지 시험을 보면서 3개월 정도 걸렸습니다.신체검사와 면점시험만도 3번씩이나 보았습니다. 최종 합격후 서울 마곡동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비행훈련원에서 3개월간 기본교육을 받고 미국으로 갔습니다.미국에서 단발 엔진 비행기 조종을 배운 지 13시간만에 처음으로 단독비행에 성공했습니다.교관없이 단독으로 이착륙에 성공했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했습니다.하늘이 다 내것 같았습니다.내 자신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2년간의 교육 끝에 사업용 비행 면장을 딴 뒤 97년 10월에 부기장으로 임용됐습니다.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민항기 조종사가 됐지요.국내선에 투입돼 보잉737을 3년6개월 정도 탔습니다.지난해 10월부터는 비행기 중에서 가장 큰점보 제트기(보잉 747)를 타고 국제선을 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행할 때가 너무너무 행복합니다.특히 밤하늘에 떠있는 달과 별을 보면서 비행할 때는 “인생은 참 살만한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제일 기쁠 때는 착륙을 부드럽게 했을 때이지요. 여자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우선 어딜가나 눈에 띈다는 점입니다.상사들도 “여자가 잘 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을 많이 합니다. 임신하면 비행을 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저 역시 임신 때문에 1년3개월간 조종간을 놓은 적이 있습니다.남편(양천흠·33)은 같은 회사 조종사입니다.비행에 대해 도움을 받다가 친해져서 결혼까지 했습니다.남편은 저보다 나이가 한 살 어립니다.그러나 비행은 한참 선배지요. 잠을 참아야 하는 것도 힘들죠.장거리 노선이어서 밤을 꼬박 새워야 합니다.장거리 노선은 8시간 이상 비행을 못하게 돼 있어서 두명씩 네명이 탑니다.회사측의 배려로 남편과 함께 비행나갈 때도 있습니다.도착지에서는 원래 방이 따로 나오지만 같이 잡니다.그러나 피곤에 지쳐서그냥 곯아 떨어져 잡니다.제일 힘든 점은 육아입니다.며칠씩 집을 비워야 하니까요.시어머니께서 고생을 많이 하십니다.그래서 비행이 없는 날에는 만사를 제쳐놓고 아기만 돌봅니다. 조종사여서 즐거운 점도 많습니다.재작년엔 동료들과 함께 휴가를 미국 마이애미로 갔습니다.그곳에서 경비행기를 빌려 바하마로 날아가 무인도에서 즐기다 돌아오기도 했습니다.현재 11개월된 아들도 자신이 원한다면 비행기 조종사를 시킬 계획입니다. 민항기 조종사가 되고픈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어떻게 알았는지 제 이메일(dani737@hanmail.net)로 조종사가 되는 길을 물어오는 여중생들도 있으니까요.또 초등학생들도 전화로 상담해 오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조종사가 되고픈 꿈을 포기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참,영어공부는 필수입니다. 김용수기자 dragon@
  • [뉴스 인사이드] 로또발매기 추가설치 이중잣대 적용 복권방업자 ‘형평성 위배’ 강력 반발

    ‘로또복권’ 발매기의 추가 설치를 놓고 관련 정부기관들이 이중잣대를 적용한 것 같다는 지적이 일자 복권 판매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로또를 공동 발행하는 건설교통부 등 7개 정부기관들이 로또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당초 예정했던 발매기 추가 설치계획을 무기 연기해 놓고도 ‘스포츠토토’(체육복표)를 발행하는 문화관광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토토 판매자들에게만 몰래 로또 발매기를 추가로 설치해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로또 발매기가 없는 복권방 업자들은 “형평성에 어긋난 조치”라며 ‘밀실 행정’의 표본으로 주장하고 있다. ●공모도 하지 않은 채 발매기 130여대 추가 설치 건교부와 행자부,과기부,노동부,중기청,산림청,제주도 등 7개 정부기관은 공동으로 지난해 7월 로또복권 판매 업자의 공개모집을 통해 국민은행과 편의점,서점 등 전국 5000여곳에 발매기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 안에 2차 공모를 통해 1만여대로 늘릴 방침이었다.그러나 사행심 조장 등 로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들 기관은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 2차 공모계획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추가 설치계획이 백지화되는 듯했으나 문화부가 최근 ‘스포츠토토 발매기의 로또 발매기 전환을 검토하라.’는 국무조정실의 지시사항을 토대로 건교부 등에 “토토 판매업소에도 로또 발매기의 설치를 허가해달라.”고 강력히 요구,건교부 등의 허가를 받아냈다.그 결과 지난달 중순 로또 발매기 130여대가 공모도 거치지 않은 채 토토 발행 업소에 설치됐다. ●복권방 업자들 거센 반발 이 사실이 알려지자 복권방 업자들은 “공모없이 비밀리에 일부에만 발매기를 추가 설치해준 것은 불공정한 조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조정실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강모씨는 “정부 및 여러기관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국가사업인데 공모없이 일부 업자에게만 발매기를 추가 설치해준 것은 특혜”라면서 비난했다. 복권방 운영업자 김모씨는 “로또 발매 이전에는 매주 40만∼50만원이던 매출액이 현재 몇 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도산직전에 있다.”면서 “로또 업소뿐 아니라 다른 복권방에도 발매기를 설치해줘야 형평성에 맞는다.”고 주장했다. 로또 발행으로 스포츠토토가 사실상 도산하면서 사업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올초 스포츠토토 발매기 2400여대를 로또 발매기로 바꾸는 문제를 로또 발행기관인 국민은행과 협의에 들어간 데 이어 국무조정실도 긍정반응을 보이면서 이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조현석기자 hyun68@
  • Book소리/ 청소년책 주목하는 출판계

    책읽기의 중요성은 새삼 언급하는 것조차 객쩍다.그러나 시중 서가에서 읽을 만한 청소년책을 고르다 보면 독서의 가치를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에 혀를 찰 때가 많다.참고서가 아닌,청소년 정서를 배려한 양서는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최근 출판계에 반가운 움직임이 있다.역량 있는 출판사들이 앞다퉈 순수독서 목적의 청소년 출판물을 기획 중이다.푸른숲에서는 청소년 교양팀을 따로 두고 다음달부터 다양한 국내외 출판물을 줄줄이 펴낼 계획이다.아프리카 탐험으로 세계 탐험역사의 물꼬를 연 포르투갈 헨리왕자에서 마젤란까지 15∼16세기 탐험가 10명의 이야기를 묶은 탐험전기가 첫 단행본. 지난해부터 ‘1318 교양문고’ 출판을 먼저 시작한 사계절에서는 내친 김에 고전 쪽으로 눈을 돌렸다.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국가’,다윈의 ‘종의 기원’,‘논어’ 등 동서양 고전을 강독형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다.청소년물 기획에 새롭게 승부수를 띄우고 있기는 김영사주니어 휴머니스트 뜨인돌 다다 등의 출판사들도 마찬가지. 청소년 책시장에출판사들이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장 큰 배경은 개편된 제7차 교육과정 때문.2005년에 처음 적용될 입시체제를 겨냥한 ‘맞춤형 독서’ 마케팅인 셈이다.거기에 또 하나.푸른숲의 박창희 청소년 교양팀장은 “지금의 어린이책 시장을 활성화시킨 주역은 386세대의 부모들이며,그들이 이제는 청소년 학부모가 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물론 현실적인 걸림돌은 적지 않다.전문필자가 없다는 것은 당장의 난제다.몇몇 인기 저자들의 ‘겹치기’ 기획에 다양성 결여가 우려되는 건 그래서다.하긴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는 법이다.공들인 책이 서가를 새로 장식할 거란 기대는 어떻든 즐겁다.청소년 도서 코너가 서점마다 따로 마련되는,뿌듯한 상상을 해본다. 황수정기자
  • “신세대 취향에 맞는 ‘국방일보’ 제작”/국방홍보원 김준범 원장

    “아무리 군 매체라고 하지만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요즘 국방일보가 확 달라졌다는 평을 듣 듯이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김준범(51) 국방홍보원장의 일성이다.병영 내의 흐뭇한 이야기를 기획취재 형태로 1면에 거침없이 다룰 때는 군(軍) 매체가 아니라 여느 일간지 같다는 평도 듣고 있다. 국방부 산하인 국방홍보원은 국방일보와 국군방송,각종 국방뉴스 등을 만들어 일선 부대 등에 배포하는 국내 유일의 국방전문 종합미디어 기관이다. 20여년간 방송·신문 기자로 활약해 온 김 원장은 개방형 임용직으로 바뀐 홍보원장직을 2001년 7월부터 맡아오고 있다. 취임 이후 그가 가장 열과 성을 바친 것은 홍보원의 주력 매체인 국방일보의 변화.군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군대에서 한번쯤은 봤을 ‘전우신문’이 바로 국방일보의 전신으로,1990년 제호가 바뀌었다. 국방 전문지라곤 하지만 막 부임한 베테랑 신문기자의 눈에 비친 국방일보는 신문으로서의 기능이 너무 부족했다.일단 기사 내용이 너무 딱딱해 재미가 없는데다 ‘정보’라고 내세울 만한 것도 없었다.지면에는 장·차관과 각 군 총장 등 군내 고위층 얘기가 태반이었다. 이런 식으론 홍보고 뭐고 될 게 없다고 보고 취임과 함께 내건 슬로건이 바로 ‘독자 제일주의’.군 고위층도 중요하지만 군내 다수인 병사들의 관심없이는 아무런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군사전문지로서의 위상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신세대 장병들의 취향에 맞도록 ‘변화’를 시도했다.과거와 현재의 병영 실태를 재미있게 풀어쓴 ‘신병영 풍속도’를 연재하고,스포츠·문화 관련 기사도 늘렸다.특히 최불암·김흥국·하일성씨 등 연예인·스포츠 스타들이 자신들의 군 생활을 직접 소개하는 ‘추억의 내무반’ 시리즈는 당시 사회 지도층 인사 자제들의 군복무 면제 파문 등과 맞물려 엄청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이 시리즈를 모아 출간한 단행본도 일선 서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산 무기 체계 개발에 얽힌 비화나 해외 무관(武官)들의 현지 르포 등도 재미있게 다뤄 군사 전문지로서의 기능도 유지했다. 이같은 변화 시도에 반응도 좋았다.군인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지난해부터는 서울 지하철 가판대에서도 신문을 시판 중이다.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무관들 사이에서는 ‘한국 국방부와 군이 돌아가는 것을 알려면 국방일보를 봐야 한다.’는 말까지 듣게 됐다. 요즘 그는 위성TV 방송국 일로 바쁘다.디지털시대에 맞는 홍보를 위해 내년 국군의 날까지 방송국을 세우기로 하고,당국과 협의 중이다. 그는 “유일의 군사전문 홍보매체로서 현역과 예비역,군과 민간과의 가교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 나가겠다.”면서 “앞으로는 군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소재도 다루는 등 취재영역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유언장 써두면 가족 슬픔 줄어들죠”/인터넷 사이트 ‘유언장 닷컴’ 운영자 이성희씨

    일명 ‘유언장 은행’으로 불리는 유언장 닷컴(www.yoounjang.com)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 1월3일 개설된 유언장 사이트에는 3개월도 채 안돼 4만명이 넘게 방문했다. 사이트 개설·운용자는 사무집기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이성희(李晟熙·41) 하나로시스템 전무.“외환 위기 때 실업자가 됐습니다.제가 운영하는 하나로시스템이 부도가 났기 때문이었지요.그때 다른 실직자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그래서 그는 자신이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을 월세로 돌려 마련한 2400만원으로 실직자 쉼터를 힘겹게 만들었다.집안 형편이 어려워 가까스로 상고를 졸업한 뒤 4명의 동생을 부양하며 서점 점원,호프집 종업원,주방 보조,요정 지배인 등을 전전했던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었다. “쉼터에서 나와 같은 처지의 실직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그는 거래처와의 끈끈한 신용과 직원들의 무보수 봉사에 힘입어 다시 일어섰다. “실직자들과 얘기하다 보니 그들도 나처럼 죽음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그래서 이들에게 백지를 나눠주며 지나간 삶을 한번 기록해보라고 권했죠.이때 유언장을 써놓으면 가족들의 슬픔이 훨씬 줄어든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이것이 유언장 닷컴을 만드는 모태가 된 셈이죠.” 당시 유언을 적어보라며 나눠준 백지는 ‘만약 내 삶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면….’이라는 책으로도 선보였다.“우리 사회는 유언장이라면 ‘기분 나쁘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그래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가 발생하면서 유언장 닷컴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하루 30여명에 불과하던 방문자수는 지하철 참사 이후 10배가 넘는 300여명으로 늘어났고 연회비 2만2000원을 내는 유료회원도 400명을 넘었다. “앞으로 유료회원이 계속 늘어나 1만명 쯤 되면 서버 관리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한 순 수입이 월 2000만원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이트 유언장에는 ▲작성 일시와 자신의 사진 ▲걸어온 길 ▲재산 목록 정리 ▲남기고 싶은 이야기 등의 내용이 담긴다.하지만 이같은 내용이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이에 대해 이 전무는 “유언을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을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철저하게 제한함으로써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운영자인 나도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당사자나 열람 가능한 형제·자녀 등 가족과 운영자가 동시에 접속, 비밀번호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당연히 유언장을 남겼죠.아내도 남겼습니다.부부 사이인데도 그 내용은 서로 모르고 있습니다.” 사이버 유언장은 그러나 아직까지 보관 기능만 있을 뿐,법적인 보호는 받지 못한다.효력을 인정받으려면 법률사무소 등에서 공증을 받아야 한다. 그는 “외국에 이런 종류의 사이트가 있는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생명보험이 처음 나왔을 때 모두 ‘재수없다.’고 기피했지만 요즘에는 일반화된 것처럼 유언장 문화도 곧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김규환기자 khkim@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 부시의 전쟁/ ‘전쟁 공황 증후군’ 확산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전쟁 스트레스’로 고통을 겪는 시민이 늘고 있다.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다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기도 한다. 상습적으로 심한 공포감을 느끼는 현상인 ‘공황장애’ 전문병원 ‘연세 Yoo & Kim 신경정신과’에는 21일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3명이 찾았다.이라크 공습이 시작된 20일에는 공황장애를 겪는 7명이 집단 치료를 받았다. 병원을 찾은 한 주부는 “계속 불안하고 초조해져 너무 힘들고 무섭다.이러다가 죽는 것 아니냐.”고 의사에게 호소했다.30,40대 남성 두명은 “미국이 북한에 미사일을 퍼부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자식들에게 끔찍한 상황을 물려주면 큰일이다.”며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병원측은 밝혔다.유상우 원장은 “갑자기 큰 사건·사고를 겪은 뒤 며칠씩 우울증을 겪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1주 이상 증상이 계속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서대문구 현저동에 사는 주부 양모(38)씨는 전쟁이 터진 이후 혼자 있는 것이 무서워 출근하는 남편에게 “일찍 들어오라.”고 부탁하고,학교에 가는 딸에게는 “혹시 테러가 일어날지 모르니 절대 지하철을 타지 말라.”고 다짐받는다고 했다.또 한국전쟁을 겪은 윤모(70)씨는 “총을 든 북한 군인을 보고 덜덜 떨면서 도망다녔던 기억이 되살아나 밤잠을 설친다.”고 호소했다.서울 백제병원 노만희 원장은 “전쟁이 장기화되고 물가인상으로 경제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되면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택동 박지연기자 taecks@ ●문화계도 이라크전 불똥 국내 문화예술계에도 이라크 전쟁의 불똥이 튀고 있다.극단과 공연기획사들은 예정됐던 해외공연이나 외국단체의 내한공연을 잇달아 취소 또는 연기하고 있다.반면 출판가와 서점은 서둘러 전쟁 관련 책들을 내놓거나 전쟁 코너를 만들 예정이다.방송사도 전쟁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집중 편성하고 있다. 극단 유시어터(대표 유인촌)는 이스라엘의 ‘하이파 어린이 연극제 2003’에 초청돼 다음달 19∼23일 현지에서 가족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를 공연할 예정이었으나,21일 취소했다.20일 서울 올림픽 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영국의 R&B 그룹 ‘블루’의 공연은 취소됐다. 영국 뮤지컬 ‘맘마미아’와 ‘시카고’의 한국 공연을 추진하기 위해 22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런던 출장을 계획했던 신시뮤지컬컴퍼니 관계자도 서둘러 일정을 취소했다. 새달 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주최사인 MBC도 관람권이 팔리지 않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영화계는 관객이 줄까봐 전전긍긍이다.새달 4일 개봉할 나이지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태양의 눈물’ 배급사인 컬럼비아 트라이스타 관계자는 “영화가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는 미군 특수요원 등이 등장해 관객 감소가 예상된다.”며 “다른 국산 영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등 시내 대형서점들은 91년 걸프전과 2001년 9·11 사태 때 중동과 이슬람 관련 서적이불티나게 팔렸던 예에 비추어 이번에도 같은 류의 서적들을 매장에 내놓을 움직임이다. 문화관광부 조동희 공연예술과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문화비 지출부터 줄이기 때문에 공연예술계에 불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수 황수정기자 vielee@ ●反戰확산… 오늘 10만명 집회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정부의 파병 방침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주말인 2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등 반전운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환경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 등 6개 단체는 이날 서울시청 앞마당에서 지난 16일 방한한 ‘틱낫한’스님을 초청한 가운데 10만여명 규모의 평화염원 국민대회를 갖는다.이들은 평화선언문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머지 않아 다른 형태의 전쟁으로 미국에 돌아갈 것”이라며 전쟁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6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도 이날 회원·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종묘공원에서 ‘이라크 침략전쟁 중단과 한국군 파병·한반도 전쟁위협 반대를 위한 국민대회’를 가진 뒤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행진을 벌인다. 한편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직무대행 이시영)는 이날 성명을 발표,“미국은 이라크 침공을 당장 중단하고,미국의 강요에 굴복,전쟁지지를 표명한 노무현 정부는 우리 국민을 더러운 전쟁의 동참자로 만들지 말라.”고 촉구했다.전국민중연대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쟁지원 결정에 강력 항의했다. 구혜영기자 koohy@ ●보수단체 “전투병도 파병해야”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한국군 파병 방침과 관련,보수우익 단체들은 잇따라 국군의 적극적 참전을 주장하고,국내 반전시위의 자제를 촉구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21일 논평을 내고 “국가의 이익과 한·미동맹 체제의 강화를 위해 국군의 참전은 필수적”이라면서 “가능하다면 전투병까지 파병해 세계 평화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시민연대’도 논평에서 “정부가 파병을 공식 결정한 것은 국익 차원에서 매우 잘한 일”이라면서 “일부 반전시위는 국익을 해치고 안보를 위협하는 매우 부도덕한 짓으로 중단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 황장엽 탈북자동지회 명예회장 등이 참여한 ‘자유통일국민회의’도 “파병 시기는 빠를 수록 좋고,가능하면 전투병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화제의 사이트] www.bookcosmos.com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책.읽기는커녕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광고나 서평만 대충 보고 샀다가 실망하는 일도 많다. ‘북코스모스’(www.bookcosmos.com)는 바쁜 직장인들의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책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북코스모스’는 최신 도서의 핵심 내용을 요약,회원들에게 소개하는 사이트.각 분야 전문가급 ‘요약 작가’ 20여명이 작업에 참여한다. 400쪽이 넘는 전문서적도 이들의 손을 거치면 A4용지 10장 분량으로 말끔하게 정리된다.한달 평균 50여권의 책이 이렇게 다시 태어난다.지난 2000년 사이트가 처음 문을 연 뒤 3년 동안 1300여권의 책을 분야별로 정리해 놓았다. 사이트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기업체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회원 가입을 요청해야 했다.하지만 이제는 기업체 100여곳과 5만여명의 일반인이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어엿한 중견 인터넷 사이트로 성장했다. 최종옥(崔琮沃·사진·45)대표는 “처음에는 바쁜 직장인과 기업체 임원을 타깃으로 삼다 보니 경영·경제서적이 주를이뤘다.”면서 “지난해부터는 고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인문사회 분야와 처세술 분야의 서적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북코스모스’는 온라인의 기반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회원용 월간지 ‘북코스모스’를 발간하고 있고,한 인터넷 서점과 제휴해 구매대행 역할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앞으로 매달 기업체를 찾아다니며 ‘사내 독후감 행사’를 벌여 ‘책과 가까워지는 직장’을 만드는데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마당] 남자 전업주부의 애환

    남자인 나는 ‘전업주부’다.하루종일 일을 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꽃샘바람 속에,아침잠이 많은 아이들을 큰소리로 깨워 일으키고,아직 잠이 덜 깬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억지로 먹여 학교에 보냈다.시동이 걸린 차 뒷좌석으로 뛰어가는 아이들의 가방이 꽤나 무거워 보인다.어느새 높은 학년이 되어버린 것이다.아이들은 유리창을 열고 손을 흔든다. 바깥사람인 아내와 아이들이 각각 직장과 학교로 가버린 뒤 집안은 온통 전쟁통이다.서둘러 설거지를 하면 쓰레기 버릴 시간이고 쓰레기 버리고 나면 화장실 휴지통을 깜빡 잊어버리고,빨래를 한 통 가득 돌리고 나면 침대나 의자에 속옷과 양말이 남아있을 때가 있다.쉴 새 없이 집안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렸는 데도 돌아서면 머리카락과 개미가 기어다닌다. 신문 정리하고 밀린 공과금 내고 전화 몇 통 받고 세탁소에 갔다 오면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나 있다.결혼하고 13년째 혼자 먹는 점심이다.특별하게 친구들을 만난 날이나 집안 행사를 빼고 나면 점심은 늘 혼자 먹는다.혼자 먹는 만큼 대충 먹는다.어떤 때는 식은 밥에 물을 말아 김치 딱 한 가지하고만 먹는다.우유나 미숫가루 한 잔으로 때울 때도 많다. 점심 먹은 그릇은 개수대에 담가놓고 시장을 보러 나간다.물가는 나날이 올라 돈이 돈 같지가 않다.육류를 잘 먹지 않는 바깥사람 때문에 생선과 채소 위주로 장을 보는데 물건값이 장난이 아니다.겨우 만만한 콩나물과 두부 정도로 바구니를 채운다.오늘은 신 김치를 쫑쫑 썰어 넣고 시원한 굴국을 끓여야겠다.콩나물 무치고 계란찜 하고 김 구워내면 그런 대로 괜찮은 저녁상이 되겠는 걸,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아이들은 영어학원과 피아노학원을 들렀다 오느라 조금 늦을 것이다. 봄이 왔는데도 산그늘에 가려 해는 일찍 떨어진다.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서둘러 삶고 무치고 끓이고 튀겨서 저녁상을 준비한다.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야단이다.저녁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바깥사람에게 전화가 온다.회식이 있단다.하루 이틀이 아니다.환송회다,신임례다,동창회다,산악회다,수영장 동기들까지,일주일에 서너 번은 새벽에 들어온다.곤드레만드레가 되어 돌아온다.저 악다구니와 13년을 살아왔구나,생각하면서도 양말도 못 벗고 쓰러지는 바깥사람을 볼 때마다 안쓰럽기 그지없다. 달게 밥을 먹은 아이들이 숙제를 끝내고 나면 억지로 씻기고 서로 컴퓨터 게임을 하겠다고 싸우는 걸 간신히 말려 재우고 나면 뉴스고 뭐고 그 좋아하는 드라마도 놓치기 일쑤다.창문을 열고 별도 없는 밤하늘을 멍하니 본다.해도해도 끝이 없는 전업주부의 일은 언제 끝나는가. 왜 사는가? 적어도 결혼하기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꿈도 많았다.연극도 보고 영화도 보고 클래식 음악 감상실에도 갔었다.도서관보다 시내에 있는 큰 서점에 나가 오랜 시간 책을 뒤적이기도 했다.무엇보다 완행 열차를 타고 훌쩍 떠날 수가 있었다.안개 자욱한 새벽바다를 보면서 바다 너머에 있는 크나큰 우주를 한 가슴에 싸안을 수 있어 좋았다.혼자 있어도 외로울 게 하나도 없었다.그런데 이게 뭔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어떻게 살아온 인생인데,삶은 딱 한 번으로만 끝나는 연극 아닌가.내 자신을 찾아야겠다.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바깥사람과 아이들을 잊고 내 자신으로 돌아가야겠다.이렇게 꿈과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 늙어(낡아)갈 수는 없다.가서,꿈 많던 나를 찾아,다시 한번 시작해봐야겠다.
  • 고시촌 풍속도/경제불황…짐싸는 고시생 는다

    경기에 가뜩이나 민감한 고시촌이 최근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뚜렷한 불경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짐을 싸서 고시촌을 떠나는 수험생들이 늘어나자 고시원은 수험생 잡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학원·서점·식당 등의 고시업계는 역설적으로 가격 인상을 통해 불경기를 타파한다는 전략이다.경기가 더 나빠지면 고시촌의 공동화 현상도 우려된다. ●수험생,고시촌을 떠난다 공무원시험과 자격시험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지만,고시촌 상주 수험생의 감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한달 평균 70만∼8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고시촌 생활을 감당하지 못해 짐을 싸는 수험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 동영상 강의 등 시험공부를 하는 방법도 다양해져 상주할 필요성도 줄어들고 있다.사법시험과 행정·외무고시 등 주요시험의 1차시험이 끝나면서 고시촌을 떠나 대학 고시반이나 집으로 ‘U턴’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수험생 이모(26)씨는 “고시촌 수험비용은 평균 70만∼80만원선이어서 만만치 않다.”면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부모님께 무작정 손을 벌릴 수 없어 1차시험이 끝난 뒤 대학 고시반에 등록했다.”고 말했다.수험생 김모(31)씨는 “고시촌의 공부환경이 나빠지고,정보수집이 쉽다는 장점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시험이 임박했을 때만 고시촌에서 생활하고,시험이 끝나면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는 지방출신 수험생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고시촌의 수험생은 지난 98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급격히 줄어들었던 적이 있어 고시업계에서는 제2의 불경기를 걱정하고 있다. ●그래도 출혈경쟁 자제해야 고시촌을 떠나는 수험생은 늘고 있는데 고시관련 업체는 증가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수험생을 주고객으로 하는 신림동 식당과 서점 등은 무모한 ‘출혈경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고시관련 서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자,그동안 10∼20%까지 할인해 주던 고시관련 서적을 모두 정가에 판매하고 있다.한 서점 관계자는 “기존에 치열한 할인경쟁으로 서점의 수익성이 나빠졌다.”면서 “도서정가제를 지키는대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시식당 50여곳도 지난 1월말 부터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한달 밥값은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식권은 100장당 20만원에서 22만원으로 각각 올렸다.식권 한 장당 2200원꼴이다.식당을 운영하는 최모(62)씨는 “고시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지난 6년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해 적자운영중인 식당이 대부분”이라면서 “식당의 안정적 운영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험생 박모(29)씨는 “식당과 서점이 가격을 인상했지만,서비스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수험생 중심으로 인식전환 고시학원들은 보다 많은 수험생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비용 저효율’로 수험생들의 불만을 샀던 고시원과 원룸 등도 내부공간을 수리하거나 가격을 인하하는 등 ‘수험생 붙잡기’에 나섰다. 유명강사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그동안의 운영시스템에서 벗어나 수험생들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학원들은 수험생 중심의 ‘맞춤형 강의’를 개발하는가 하면 내년도 사법시험 변화에 대비해 전문강사 등을 미리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학원 관계자는 “기본강의와 집중강의,판례강의,조문정리강의 등 수험생들의 학습수준 등을 고려한 세부강의를 마련하고 있고 시험시기별로 다양한 강의내용으로 종합반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내년도 사법시험부터 어학선택과목이 토익과 텝스(TEPS) 등 공인검정기관에서 인증한 영어성적 제출로 대체됨에 따라 기존의 고시영어강사 대신 토익이나 텝스 등의 전문강사를 섭외해 강의를 개설했다. 관계자는 “수험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면서 “수험생들의 신뢰를 얻는다면 고시촌을 찾는 발길도 다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
  • Book소리/럭셔리 출판붐 비싼책이 좋다?

    ‘럭셔리 출판’ 붐이랄까.최근 3만원대의 고가 책들이 독서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전엔 1000부 미만의 한정본으로 판로가 보장됐을 때만 출판됐으나 이제 하나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가 출판의 기폭제가 된 책은 2000년에 나온 ‘시간박물관’(푸른숲)이다.책값이 4만 9000원이지만 5000부 이상 팔렸다.최근 출간된 ‘SXE:잃어버린 자유,춘화로 보는 성의 역사’(해바라기) 또한 3000부 한정본이 다 나아가 올 여름 보급판을 낼 계획이다. 고가 출판이 이처럼 힘을 얻는 데는 무엇보다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이 큰 몫을 한다.구매력을 갖춘 20대 후반∼40대 중반이 인터넷의 주고객이자 ‘표준독자’로 등장한데다,20%가 넘는 온라인 서점의 도서할인도 고가책 판매를 부추기는 요소다.하나의 주제를 깊이 읽는 북마니아층이 일정 부분 형성돼 있는 점도 고가 출판을 이끈다.학술적 성격이 강한 ‘노마디즘’(휴머니스트) 같은 책이 3쇄까지 찍으며 1만 1000권이 팔려나간 것이 그 증좌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서점의서가는 신국판형에 맞춰 설계됐을 정도로 책은 옹색한 판형에 빼곡히 글자를 채우는 것이 보통이었다.그러나 오늘날 독자는 경제적 여유와 함께 책의 소장가치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것은 한편으론 대중출판의 취향이 바뀌었으며,한국출판이 미학적 가치에 눈을 떴음을 의미한다.미려한 스타일에 시각적인 편집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책은 콘텐츠다.’라는 ‘삼중당문고’ 시절의 명제는 이제 빛바랜 신화가 됐다. 선진 외국의 경우 도서시장은 고급소장본 시장과 문고본 시장으로 완전 이원화돼 있다.하드 커버의 경우 소설도 3만원대에 이른다.최근의 고가 출판 경향은 도서선진국으로 가는 징후인지도 모른다.이같은 흐름 속에 출판사들은 고가의 책들을 연이어 기획하고 있다. 고가 출판물은 한정본으로 판매하거나 일련번호를 매기는 등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상례.푸른숲에선 5만원대의 호화 양장본으로 영국작가 앤서니 홀든의 ‘셰익스피어’를 출간할 예정이며,푸른역사는 우크라이나 출신 신화학자 아리엘 골란의 ‘신화와상징’을 올 안에 번역해 낸다.‘신화와 상징’은 8만원대로 1000쪽이 넘는 중후한 책이다.고가 출판은 이제 한국 출판의 새로운 키워드다. ‘럭셔리 출판’이 ‘상술’로 활용될 여지는 없을까.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영도의 판타지소설 ‘폴라리스 랩소디’(황금가지)다.이 책은 7만원이나 됐지만 불티나게 팔렸고,나중엔 수십만원에 경매까지 됐다.물론 일부 판타지 마니아들이 선주문으로 공동구매한 것이었지만 씁쓸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고가 출판이 단순히 팬 서비스 차원이나 ‘명품마케팅’ 혹은 ‘틈새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그것은 어디까지나 책이란 지식상품의 총체적인 완성도를 높여주는 방향으로 선용돼야 한다.그래야 우리 출판의 미래가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지식창고]영·미영화 정보 실시간 제공 The Internet Movie Database (www.imdb.com)

    주 5일 근무가 확대되면서 가장 간단하게 여가시간을 메울 수 있는 아이템은 뭐니뭐니해도 영화 관람이다.한국영화는 개봉하기 훨씬 전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할리우드를 비롯한 외국영화 쪽 사정은 그렇지 않다.지구촌의 화제작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 하나쯤 북마크해두는 것도 시대 감각에 뒤지지 않는 지혜다. 세계의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는 할리우드 최신작은 물론이고 영화역사를 빛낸 지구촌 화제작 등에 관한 모든 정보를 입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미국의 인기 인터넷 사이트는 ‘IMDb’(www.imdb.com). 메인 화면에서 국내 이용자들의 눈길이 맨먼저 머물 코너는 아무래도 서브메뉴들이다.미국과 영국 등의 최신 박스오피스 현황은 물론이고 비디오 대여 순위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최근엔 할리우드 최신작들이 거의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개봉되는 추세.성질급한(?) 신세대 영화마니아들에게 최신작의 흥행포인트를 요점정리해 보여주는 것도 이 사이트의 매력이다.박스오피스 항목에서 지난주말 전미 흥행 3위를 기록한액션 ‘데어데블’(한국 21일 개봉예정)을 클릭하면 장르,캐스팅 등 다각적인 정보를 남보다 앞서 챙겨볼 수 있다. 한달 평균 방문객 수는 1300만명.그도 그럴 것이 국내 서점을 모조리 뒤져도 찾기 어려운 영화관련 정보가 클릭 한번이면 ‘OK’다.예컨대 종합 검색항목에 ‘Monte Christo’를 입력하면,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소재로 한 지구촌의 영화 27편의 제목과 함께 제작연도까지 나온다.영화학도들 사이에서 일찍부터 이 사이트가 소문이 자자했던 건 그처럼 방대한 정보량 덕분이다. 좋아하는 배우의 영문이름만 알고 있으면 ‘논스톱 쇼핑’도 가능하다.그의 출연작 DVD,비디오를 비롯해 사진,출판물 등의 경매에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돼있다. 황수정기자 sjh@
  • 오피니언 중계석/ 고교 국어교과서 현대시 홀대

    이희중시인 논문 ‘시인세계' 기고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누구나 시(詩)를 배우지만,학교를 졸업한 뒤 시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웬만한 규모의 서점에는 시집만 따로 모아 놓은 서가가 있지만,대부분 저급한 취미에 야합한 시집들만 살아남는다.도대체 왜 제대로 된 시가 홀대받는 시대가 왔을까.시인 이희중씨는 퍼즐을 풀듯 시와 관련된 간접지식들만 달달 외우는 시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아울러 현대시의 성과를 무시하고,광복 이전의 시만 다루는 교과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계간지 ‘시인세계’에 실린 ‘새 교과서 수록시와 시 교육에 대한 소견’이라는 논문을 통해 바람직한 시 교육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보자. 새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시는 ‘노래의 아름다움’이라는 대단원에서 제각각 하나의 소단원을 구성하는 김소월의 ‘진달래 꽃’,이육사의 ‘광야’,정지용의 ‘유리창’과,다른 대단원에 이은 준비학습과 심화학습에 실린 이은상의 ‘가고파’,백석의 ‘여승’,박재삼의 ‘추억에서’,정인보의 ‘자모사’등 모두일곱 편이다. 이렇듯 소단원의 하나로 목차에 실린 현대시 작품 세 편이 모두 광복 이전의 작품이다.이웃장르인 소설에서 선정된 네 편 가운데 염상섭을 제외한 박완서,윤흥길,이청준의 작품이 모두 1970년대 이후의 작품인 사실과 뚜렷하게 대조적이다. 소설에 네 편을 할당하면서 시에 세 편을 할당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시 세 편은 소설 한 편이 차지하는 지면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광복 이후 60년 가까이 진행된 현대시의 성과를 홀대하고 있다는 점이 자명하다. 준비와 심화학습에 선정된 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박재삼의 시만 광복 이후의 작품.대부분의 단원에서 최신의 매체 언어와 텍스트를 도전적으로 선정한 것과 비교해 볼 때,유독 시만 자유롭게 최근의 텍스트를 선정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과서에 수록된 시뿐만 아니라,시 교육도 왜곡돼 있다.교육자는 학생들에게 시를 이해하도록 권유하기보다는,시험에 필요한 부차적 지식과 일률화된 타인의 감상 결과를 외우도록 요구한다.젊은 세대들은 이같은 교육을 통해 시에 대한근원적 적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퀴즈나 퍼즐처럼 주제,제재,소재,구성,구절풀이를 줄줄이 외우는 시 교육은 시를 읽는 즐거움 자체를 앗아간다.시 교육이 이렇다 보니 교과서에 실릴 시를 고를 때 지식 항목이 명쾌하게 정돈될 만한 작품을 고른다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 학교에서 시를 가르치는 일차적 목적은,학생들 스스로 시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다.훈련을 통해 시를 감상하고 즐기는 능력을 길러,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감각에 맞는 시집을 주체적으로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시를 여러차례 읽게 하고,소감을 부담 없이 말하게 하고,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도 논평하게 해야 한다.시에 대한 분석이나 해설보다는 시 속에 담긴 체험에 관련된 주체적 발언을 장려해야 한다. 성공적인 경우,자율적이고 주체적인 토론을 통해 한 편의 시에 대한 가능한 해석의 한 가지에 도달하게 된다.다음 단계로 교사는 부차적인 지식을 알려줄 수 있다.동시에 다양한 해석의 방법이 오히려 문학을 즐기는 옳은 길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습득된 지식은 시험에서도 강하다.제 스스로 시를 읽을 능력이 있으므로 처음 보는 시가 출제되더라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평생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를 찾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주제,소재,어구풀이 등 간접 지식의 세례를 받는 시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대부분의 시는 싱싱한 모습으로 저 홀로 있다.교실을 떠나면 아무도 시를 해설해 주지 않는다.시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만든 음식만 넣어주지 말고 그들 스스로 음식을 만들게 하라.그것이 바로 일종의 지적 생존 교육이다. 정리 김소연기자 purple@
  • 대형시설 안전점검 해보니,부식심한 교각 겉만 ‘땜질’ 복합상영관 ‘죽음의 미로’

    어설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는 대형참사를 막을 수 없다.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와 12월 아현동 가스폭발,95년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과 6월 삼풍백화점 붕괴,99년 화성 씨랜드와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기억하기조차 싫은 참변들이다.그때마다 당국의 대책이 줄줄이 나왔지만 또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했고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지켜지지 않는 대책은 공염불일 뿐이다.안전전문가인 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 손기상 교수,경원대 소방안전관리과 박형주 교수와 함께 서울의 안전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허술한 교각 보수공사 3일 천호대교에서는 올해 말을 목표로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지난 76년 건설된 천호대교는 그동안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안전성 문제를 자주 지적받아 왔다.보수 공사는 낡고 금이 간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대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부식이 심한 교각은 완전히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지난 99년 천호대교의 안전 상황을 점검했던 손 교수는 적어도 천호대교 북단 기준으로 8번,12번,18번 교각은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손 교수가 촬영한 비디오를 검토한 결과 8번 교각은 ‘우물통’(물속에 가려져 교각을 받치고 있는 부분)의 철근이 심하게 부식됐고,12번 교각은 ‘우물통’의 중간이 80㎝ 정도 파였다.18번 교각은 콘크리트를 만지면 부서져 나갈 정도로 침식됐다. 전문가들은 금이 간 곳을 땜질하고 시멘트를 덧씌우는 보수 작업에 그치고 있어 3,4년 뒤 똑같은 보수공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바닥 암반에 새 교각을 1m 이상 깊이로 파묻는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손 교수는 “지난 92년 신행주대교 붕괴 당시 정부가 철저한 교량 점검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고,이후 시설물안전관리법 제정,부실설계자 처벌 강화 등 대책이 뒤따랐지만 8개월 뒤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고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서울시측은 “예산이 한정돼 있어 구조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공사에서 제외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보수를 거쳐현재 천호대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화재 피해에 노출된 복합상영관 서울의 한 백화점 건물 고층에 설치된 복합상영관.전자오락실,서점,카페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하루 수천명이 찾는다.당초 수영장 등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던 이곳은 지난해 1월 용도변경과 증축공사를 끝냈다.그러나 층별로 4∼6개의 상영관을 오밀조밀 배치하는 바람에 통로는 비상시 어른 두세 사람이 신속하게 대피하기 힘들 정도로 좁다. 전문가들은 “아크릴 소재로 된 벽면 인테리어,발자국 소리를 줄이기 위한 바닥 카펫 등에 불이 붙으면 잘 연소될 뿐만 아니라 유독가스를 내뿜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증축공사 이후 이 복합상영관은 소방 당국으로부터 정기 점검을 받지 않았다.넓이 1만㎡ 이상의 건물은 건물주가 사설소방업체를 고용,정기 점검을 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소방당국은 “특별점검을 나가는 것 말고는 달리 손을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은 평소 사설업체의 점검만으로 화재에충분히 대비하기 어렵다.”면서 “대다수 복합상영관은 화재 대피 때 1,2곳의 계단으로 사람이 몰리도록 설계돼 있거나 방화 셔터가 대피로를 막게 돼 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tomcat@
  • 참여정부 첫 내각/화제의 장관 4인

    ◆강금실 법무부장관 첫 여성 법무장관,첫 여성 법무법인 대표,서울지역 첫 여성 형사단독판사,첫 여성 민변 부회장,첫 부장검사급 법무장관.강금실 신임 법무장관에게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여성으로서 남성 중심의 제도권과 투쟁해 얻은 표창과도 같다.참여정부의 개혁을 상징하는 강 장관의 과거는 소수의 인권을 위한 삶이었다. ●93년 사법파동때 평판사회의 설립 지난 93년 ‘제3차 사법파동’때 ‘평판사 회의’ 설립을 주도,당시 김덕주 대법원장에게 ‘사법개혁 건의서’를 전달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5,6공화국 때는 형사단독 판사로 재직하며 집시법 위반으로 검거된 대학생들의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거나 무죄 석방하기도 했다. 96년 5월 서울고법판사를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강 장관은 개업하자마자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99년 9월 민혁당 사건 변호인을 맡은 데 이어 11월에는 납북 귀환어부 함주명씨를 고문한 혐의로 이근안 전 경감에 대한 고발을 주도하는 등 열성적인 활동 덕분에 2000년 5월 여성으로선 최초로 민변 부회장에 선임됐다. 57년 제주에서 출생해 경기여고 문과를 수석졸업하고,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강 장관은 대학시절 교내 탈춤반 활동을 하면서 사회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81년 사시23회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 성적도 7등으로 뛰어났다. 강 장관은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광화문 민중문화사 서점 주인의 소개로 만난 서울대 철학과 출신 김태경씨와 4년 동안 열애한 끝에 결혼했다.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자주 투옥되던 김씨를 판사의 신분으로 뒷바라지한 일화는 유명하다. ●차세대 한국인 리더 18명에 선정 그러나 김씨가 부도를 내면서 3년전 헤어졌다.그는 2000년초 벤처기업 컨설팅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을 설립해 불과 2년만에 변호사 60여명을 거느린 중견 로펌으로 키워내는 사업수완도 발휘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아시아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한국인 리더’ 18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전고법 김영란 부장판사,민주당 조배숙 의원과 고등학교,대학교 동기동창이다.김 부장판사는 “강 장관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도 항상 정의로운 길을 선택해왔다.”면서 “뛰어난 판단력과 탈권위주의적 인화력으로 직책을 잘 소화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kdaily.com ◆이창동 문화부장관 이창동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은 말 그대로 문화예술인이다.이어령(문학비평가)·김한길(소설가) 전장관도 있지만 이들은 임용시 교수·정당인 이미지가 강해 문화현장과는 멀어보였다. 반면 이 장관은 소설가와 영화감독 등 땀냄새 나는 문화현장에서 주로 활동해 업무추진도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그를 증명하듯 취임 첫날부터 캐주얼풍 양복에 검정색 산타페를 직접 운전해 문화부에 도착,의례적인 취임식도 취소하는 등 잇단 파격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그의 삶의 여정을 찬찬히 뜯어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찢어지게 가난한 집안,고비마다 발휘한 뚝심 그리고 잔수보다는 정공법으로 돌파해온 점 등은 그를 임용하는데 큰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첫번째 도전-전업 작가로 81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경북 영양고에서 교편을 잡던 그는 82년 결혼과 함께 서울로 왔다.그리고 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의 문을 두드렸다.유행과는 담을 쌓고 우직스러운 소설을 쓰다 87년 전업작가로 나섰다.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것이다.이후 작품집 ‘소지’‘녹천엔 똥이 많다’를 내고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해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두번째 도전-영화속으로 그러던 그가 93년 ‘그섬에 가고 싶다’의 각색과 조감독이란 타이틀로 영화판에 뛰어들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본인은 연극에 심취했었고 영화감독이 꿈이었다지만 40세라는 나이에 직업을 바꾼다는 것은 웬만한 열정이 아니면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생 바꾸기’를 감행했고 탄탄한 극적 구성과 짜임새 있는 연출로 나름의 영화세계를 구축해 왔다.작품수는 ‘초록 물고기’(97)‘박하사탕’(99)‘오아시스’(2002) 등 3편에 불과하지만 그 작품성과 작가주의 정신은 비평계의 주목을 끌고도 남았다.“테크닉에 집착할 생각이 없다.”는 그의 정통파식노력은 청룡영화상과 대종상,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등 국내외에서 잇단 수상으로 보상받았다. ●세번째 도전-제도속으로? 그가 펼칠 문화정책의 구체적 청사진은 미지수다.하지만 취임 첫날 “경제·경쟁논리를 떠오르게 하는 문화산업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은 시사적이다.시장주의를 경계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순수예술에도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종수기자 vielee@kdaily.com ◆김화중 복지부장관 간호사 출신인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의 보건의료 특보를 맡으면서 해박한 전문지식을 발휘했다.16대 국회에서 전국구로 등원한 간호계의 대부로 온화한 성격이지만 일단 결정된 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시민단체, 개혁성 미흡 지적 대선에서 권양숙(權良淑) 여사의 정무 특보를 맡기도 했다.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시민단체들은 내정설이 나돌 때부터 전문성과 개혁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건강보험 재정통합 등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풀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임명된 27일에도 국민추천과 검증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수위를 수그러트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이 개혁적인 성향을 지닌데다 보건의료 전반에 대해서 폭넓은 지식을 지녔기 때문에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복지부)장관에 임명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그의 능력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노 대통령은 김 장관이 권 여사의 추천으로 입각한 게 아니냐는 항간의 소문을 의식한듯 “(김장관 임명이)아내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남편은 고현석 전남 곡성군수 그의 입각은 ‘군수·장관 부부’가 처음으로 배출됐다는 점에서 화제다.남편은 고현석(高玄錫) 전남 곡성 군수.분야는 다르지만 남편은 지방자치단체에서,부인은 중앙 부처에서 각각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首長)이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재학시절 처음 만났다.고 군수가 법대 학생으로 농촌봉사활동모임의 회장을 할 때 간호대에 다니던 김 장관이 모임에 합류하면서 연애감정이 싹트기 시작,결혼에 이르렀다.고 군수는 지난 95년 3월 명예 퇴직할 때까지 만 26년 동안 ‘농협 맨’으로 일해오다 98년 민선2기 군수에 당선됐다.고 군수가 관사에 혼자 살기 때문에 두 사람은 5년째 ‘주말부부’다. 고 군수는 종가집 맏며느리인 김 장관이 70년대 후반 미국 컬럼비아대학으로 아이들을 떼어놓고 혼자 유학을 떠난다고 할 때 “아내는 살림만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친척들을 앞장서 설득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임명통보를 받자마자 휴대전화로 고 군수에게 가장 먼저 ‘기쁜’소식을 전했다.네딸 중 막내(이화여대 의예과 2년)가 김 장관의 뒤를 잇고 있다. 곡성 남기창 김성수기자 sskim@kdaily.com ◆진대제 정통부장관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 진대제(陳大濟·사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이 정보통신부장관에 임명됐다. ●장관보다 삼성 사장이 좋다(?) 삼성은 진 장관의 ‘입각 가능성’이 점쳐지자 ‘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했다.특히 진 장관이 삼성전자의 ‘차기 전문경영인’으로 이건희 회장의 총애를 받아와 그의 입각에 따른 인적 손실을 우려했던것으로 알려졌다.삼성 내부에서는 입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은 진 장관의 입각에 따른 손해를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사업상 정통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는데,오히려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삼성맨이었던 남궁석(南宮晳)의원의 정통부장관 재직시 통신사업 진출과 관련,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다.그러나 삼성은 새 정부의 재벌개혁 추진 강도가 예상외로 강력하자 자사 출신 인사의 입각이 정책 방향 등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금전적으로 손해 막심 진 장관은 입각으로 60억여원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손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9일을 남겨두고 7만주에 대한 자격이 상실되기 때문.2000년과 2001년 각각 7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는데 이 중 2001년도분은 ‘2년근무’ 조건에 9일 모자라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행사 가격이 19만 7100원이기 때문에 현재 시가(28만여원)만 계산해도 60억여원이나 된다. 2000년에 부여받은 스톡옵션(행사가 27만 2700원)은 향후 7년동안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기간내에 주가가 지금까지의 최고가(43만여원)까지 오른다면 112억원을 벌 수 있게 된다. 한편 진 장관이 삼성전자 사장때 받은 연봉은 30억여원인 것으로 알려져 장관 연봉이 96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수입이 30분의1로 삭감당하게 됐다.스톡옵션 포기분까지 합치면 100억원대에 이른다. ●수원시향 지휘봉 잡기도 미국 스탠퍼드대학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휼렛패커드,IBM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다 85년 삼성전자에 전격 스카우트돼 ‘세계 최초’의 반도체를 잇따라 개발해낸 주역.별명은 ‘미스터 칩(반도체)’ ‘미스터 디지털’이다.화려한 이력의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제품설명회 때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수원시향 지휘봉을 잡기도 하는 등 ‘이벤트’에도 강하다.부인 김혜경(金惠卿·50)씨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정기홍 박홍환기자 hong@
  • [공직자 에세이] 바람꽃이 손내미는 제주의 ‘오름’

    제주의 서점 어디를 가더라도 지난 1995년 출간된 이후 줄곧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독자의 손을 기다리는 책을 발견할 수 있다.‘오름나그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원로 언론인이자 산악인인 고 김종철 선생이 도내 330여 오름을 일일이 답사한 순례기를 모은 책이다. ‘오름’은 제주섬 전역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기생화산을 일컫는 제주어.그 속에는 온갖 식물이 다투어 피어 있고,말과 노루가 뛰놀며,샘과 계곡이 숨어 있는가 하면,‘제주는 신들의 고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만 8000신(神)들의 이야기가 있다. 올림포스 언덕이 그리스신화의 신의 거처라면 한라산을 비롯한 오름들은 제주 신들의 거처다.외적이 침입할 때마다 통신망 구실을 했다.때로는 항쟁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수려한 풍광에 넋을 잃은 많은 문객들이 시로 화답했으며 목축의 근거지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이렇게 오름은 저마다 제주섬 사람들의 숨결을 가슴 깊이 끌어안고 수만년의 세월을 건너왔다. 해마다 이맘 때면 사람들은 제주에서 전하는 화신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아온다.섬 곳곳에 피어 있는 동백을 보며 동백보다 더 붉은 사랑을 약속하기도 하고 알싸한 향기를 피어내는 수선화에 코끝을 묻기도 한다.온통 노랗게 흐드러진 유채꽃밭에 들러 한껏 웃음을 지어보기도 하고 한라산 중턱에 지천으로 핀 진달래 밭에서 잠시 정신을 놓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에는 이런 꽃들만 있는 게 아니다.새싹이 트자마자 또는 새싹이 트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다.높은 산정에 하얀 눈이 쌓여 있고 계곡에도 아직 잔설이 남아 있을 무렵 온 몸으로 겨울을 밀어내며 인간 세계에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들이 있다. 노루귀·바람꽃 그리고 ‘얼음새꽃’이라 불리는 복수초….이름만 들어도 벌써 봄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 꽃들은 어쩌면 사람보다 더 봄을 그리워했기에 먼저 피는지 모른다. 제주 사람들이 언제나 자연과 이웃되어 살아 왔던 모습을 보여주는 예로 ‘코시’라는 것이 있다.이것은 밖에서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게 될 경우 토속신과 조상 그리고 자연과 음식을 나누는 의미에서 술과음식을 먼저 뿌리는 ‘의식’을 말한다. 인간의 모든 삶을 결코 자연과 분리해 생각하지 않았던 제주 선인들의 덕목을 우리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간혹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바닷가 풍경을 감상하고 나면 더 볼 것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하지만 그것은 모르고 하는 말이다.제주의 오름과 들녘 곳곳에는 아직도 사람의 발길이 좀체 닫지 않은 비경이 숨어 있으며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곳이 결코 한둘이 아니다.얼마 전부터 제주를 다녀가는 분들 사이에서 오름트래킹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무척 반가운 소식이다.새 봄의 기운이 섬 곳곳에 가득한 이 계절,제주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오름에 올라 원시의 바람속에 몸과 영혼을 맡겨볼 것을 권한다. 그것이야말로 제주의 참모습과 그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진정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사설]동네 서점들의 1일 폐업 사태

    동네 서점들이 11일 일제히 문을 닫았다.서울을 비롯해 대형 서점들도 오후에는 문을 닫았다.문화관광부가 마련하고 있는 출판 및 인쇄진흥법 시행령 내용에 대한 강력한 항의였다.때마침 겨울방학 개학 시즌과 겹쳐 이러저런 책들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던 터여서 파문이 작지 않았다.문화부의 시행령에 대한 반발은 서점뿐이 아니다.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해 출판 관련,15개 단체가 일제히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쟁점은 인터넷 서점의 책값 할인폭이다.지난해 7월 출판법이 제정되면서 가격 출혈 경쟁을 막는 장치를 도입했다.발행된 지 1년이 넘지 않은 책은 정가에 판매토록 의무화했다.인터넷 판매는 10% 안에서 할인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문제였다.문화부는 10%를 할인해 정가의 90% 이상 받으면 된다는 해석인데 반해 출판 관련 단체들은 온라인의 판촉 수단인 마일리지나 책 배송료도 10%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렇지 않으면 실질 할인폭이 30%에 육박해 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인터넷 판매의 마일리지를 규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를 해치는 조치라는 입장이다.또 책 발행일의 일시적 소급 등 일련의 요구가 무리라고 지적한다.이번 파문은 독서 인구의 저변 확대라는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어느 쪽이 현실적으로 독자와 책의 거리를 좁혀 주느냐는 것이다.책은 여느 상품과 다르다.가격이 싸다 해서 많이 읽는 것은 아닐 것이다.동네 서점의 생활 속에서의 몫도 생각해야 한다.단순히 책을 파는 곳을 넘어 작은 문화적 구심점이기도 하다.한때 6000여 곳이 넘었던 동네 서점이 지금은 4000개 남짓으로 줄었다.최근 독서 인구 급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동네 서점을 어렵게 하는 조치라면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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