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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소설 ‘반도에서 나가라’ 저자 무라카미 류 이메일 인터뷰

    북한의 특수부대가 일본에 침투, 인구 100만의 도시를 전격 점령한다. 그러나 점령은 잠시, 일본의 부랑 청년들이 이들을 격퇴한다. 언뜻 황당무계해 보이는 가상소설 ‘반도에서 나가라’가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독자층이 넓고 최근 두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 ‘도쿄 데카당스’를 연출한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최신작이다. 일본 출장 중이던 기자는 그를 만나보려 했으나 공교롭게도 그는 콘서트의 연출을 위해 쿠바에 가 있었다.“이메일 인터뷰는 어떻겠느냐.”는 출판사 제안에 아쉽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더니 며칠전 그로부터 회답이 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북핵문제, 냉각된 한·일관계 속에서 그가 왜 이런 작품을 쓰게 됐는지, 그 궁금증에서 이 인터뷰는 마련됐다. 이 소설을 쓴 계기는. -한마디로 말할 수 없으나, 어쨌건 여러 의미에서 필요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구상했나. -90년대 중반부터다. 지금 북한 핵이 동북아시아에서 큰 문제가 돼있지만, 소설을 쓸 때부터 그런 예감은 있었나.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는 소설 구상 때부터 예감이라기보다는 이미 현실화되어 있었다. 소설은 일본 경제가 파탄나고, 일본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실제 일본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보는가. -일본 경제는 반석 위에 있지 않다. 국가재정은 더욱 취약하고 위기적인 상황이다. 북한에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의 반란군을 소재로 한 이유라면. -반(反)김정일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단 그것은 아마도 강경파 장군에 의한 것이지 민주적인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반란군을 소재로 삼은 것은 정규군이라고 하면 단순한 국가간의 전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실제 반란군이 일본에 침입한다면 일본, 나아가서 미국이 반드시 대응을 하겠지만, 이런 과격한 소설을 구상한 것은 왜인가.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때 그때 미·일 관계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난 지금 미·일 관계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존경심이 없다. 한국에서 이 소설이 번역 출판된다면 한국 독자로부터 반발이 있을 것 같은데. -반발은 일본에서도 있었다. 어떤 소설이라도 반발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반발의 내용에까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반란군으로 나오는 인물이나 북한의 습관 등을 읽으면 상당히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어느 정도 준비를 했는가. -기간으로 치면 2년이다. ▶서울에서 탈북자를 인터뷰했다고 하는데, 어떤 탈북자에게서 들었는가. -그분들과의 약속 때문에 그것은 비밀이다. 반란군(고려군)을 물리치는 것이 일본 정부도, 영웅적인 인물도 아닌 세상에서 튕겨져 나온 젊은이들이다. 그들을 고려군에게 대항시킨 것은 어떤 뜻이 있는가. -(소설의)테마 그 자체와 비슷한 것이라 한마디로 얘기할 수 없다. 그런 뜻은 모두 소설에 담겨져 있으므로 독자들이 각자 느끼면 될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놓여있는 상황은. -한마디로 얘기할 순 없지만, 한가지를 들자면, 세계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경제력이라는 점이다. 소설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일본에서 반미감정이 높아지는 것으로 묘사돼 있는데, 지금의 미·일 관계를 보면 일본은 완전히 미국 추종형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지금의 미·일은 진정한 신뢰가 아니라 ‘추종하는 것’으로 묶여져 있어서 그 관계가 무너지는 것도 간단하다. 북·일 국교정상화는 핵·납치문제 등으로 암초에 부딪쳐 있는 상황이다. 양국이 수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국교정상화 보다 납치문제의 해결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통해 일본과 일본인이 ‘미적지근하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미적지근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고도성장을 달성한 뒤부터다. 정치인, 그리고 일부 매스미디어를 한심한 모습으로 등장시키고 있지만 현실도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대북 문제에 관한 일본 언론의 보도자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심한 게 아니라 국제적 위기에 익숙해 있지 않은 것이다. 일본의 언론은 ‘현재(現在)’를 정확히 전달할 패러다임을 갖고 있지 않다. 소설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불과 6년 뒤의 일이다. 굳이 북한 반란군의 일본 점거라는 설정이 아니더라도 그런 위기가 가까운 미래 일본에 찾아 올 것으로 보는가. -신(神)이 아니고서는 그건 누구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있다. 앞으로 10년 후의 일본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또한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10년 후의 일본은 일본인의 행동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일본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 외국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가는 것 이외에는 달리 없다고 본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반도에서 나가라’ 무슨 내용 때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6년 뒤의 2011년. 달러의 폭락, 패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團塊·단카이 세대)에 줘야 할 퇴직금의 지급 불능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일본의 지방채·국채가 대폭락하게 된다. 일본 국민의 예금이 동결되고, 소비세는 17.5%로 껑충 뛰어오른다. 재정은 파탄에 빠져들어가고, 일본의 국제적 고립이 가속화해 가는 정세 속에 한반도의 북쪽에서는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작전명 ‘반도에서 나가라’이다. 그해 4월, 반란군을 가장한 북한 특수부대가 일본에 침투한다. 북한의 최고 엘리트 9명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는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는 규슈 후쿠오카 돔을 무력점거하고 3만명의 관중을 인질로 삼는다.484명의 후속부대가 특별수송기에 실려 들어오고, 후쿠오카시는 이들에게 접수된다. 점령군으로서 이들은 시의 정치·경제·사회를 장악하고 통치를 시작한다. 북한이 이들을 정규군이 아닌 반란군으로 가장시킨 것은 작전의 성패에 관계없이 국제사회의 개입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위장술이었다. 작전의 목적은 초강대국 중국과 미국 사이의 동북아 완충지대를 한반도에서 일본의 규슈로 옮기겠다는 데 있었다. 고려군(高麗軍)으로 자칭하는 이들은 후쿠오카시에서 가혹한 통치를 펼친다. 미국조차 등을 돌리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본 정부는 인명을 중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후쿠오카를 봉쇄한다. 사실상 후쿠오카를 버린 셈이다. 그렇지만 고려군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친다. 이른바 사회의 틀에서 튕겨져 나간, 사회 부적응 청년들이 항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독충사육·사제폭탄·군사 마니아와 같은 상식과는 거리가 먼 ‘주변부’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대항 테러를 개시하고, 고려군을 열도에서 몰아내는 것으로 소설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저자의 의도는 이 소설은 나종일 주일대사가 “대사관 직원들에게 일독을 권했다.”고 할 만큼 북한 특수부대의 침투라는 설정을 통해 일본 사회를 다중적인 시각에서 진단한 일종의 정치소설이기도 하다.29년에 걸친 작품생활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발상·설정이 대담하고, 작년 서울에서 탈북자 10여명을 만나 취재하는 등 치밀한 조사에 바탕을 둔 상상력 넘치는 작품이다. 그러나 북한 특수부대의 일본 침투→가혹한 점령통치→궤멸이라는 상황설정 때문에 우리에게는 께름칙할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읽기에 따라서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 속에서 미국에만 의존하고 있는 일본이 가까운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를 인식하고 대오각성, 대단결해야 한다는 내셔널리즘적 메시지가 소설의 이면에 숨어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두꺼운 독자층을 자랑하는 무라카미 류이지만 주변국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점, 악화된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이 소설의 번역본을 곧 우리 서점에서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책을 펴낸 일본의 겐토샤(幻冬舍)측은 “현재 몇몇 한국 출판사가 교섭을 하고 있으나 아직 출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출간된 이 소설은 원고지 1650장 분량. 핵위협, 일본인 납치문제로 ‘최대의 적’이 돼버린 북한을 소재로 한 점,“무라카미가 썼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상권 29만부, 하권 21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들어있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무라카미 류는 누구 ▲1952년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 출생, 본명 무라카미 류노스케 ▲무사시노 미술대학 중퇴 ▲대학 재학중인 76년 첫 소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群像)문학상, 아쿠타가와(芥川)상 수상 ▲저서로는 ‘코인로커 베이비즈’‘사랑과 환상의 파시즘’,‘토파즈’,‘5분후의 세계’ 등이 있다.
  • 남북 저작물 합법적 유통 ‘첫발’

    남북 저작물 합법적 유통 ‘첫발’

    지난 5∼7일 개성에선 작지만 의미 있는 회담이 하나 진행됐다. 회담에선 북측 장편소설 ‘황진이’를 영화화하는 계약과 남측에서 무단 출판됐던 소설 ‘림꺽정’ 저작권료에 대한 보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내용은 며칠 뒤 서울에서 발표됐지만, 언론에서 짤막하게 요지만 보도했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그동안 냉전이란 미명 아래 남북 양측간 무법 내지는 편법적으로 처리되었던 저작권이 본격적으로 법의 적용을 받는 자리였다. 또 이후 남북간에도 국내 및 국제법적 저작권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지식상품을 생산 판매해야 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에 따라 당장 북한측이 저작권을 소유한 책·음반·영화 등을 사용중이거나 사용할 계획인 업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사용한 업체도 보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북한 저작권 문제의 실상과 문제점, 업체들의 입장,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북한 저작물 생산, 유통의 실상 이번에 개성 회담을 주선한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따르면 남한에서 생산 유통중인 북한 저작물은 확인된 것만 해도 수백건에 이른다. 도서는 소설류나 고전, 역사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학술서적도 많다. 고전이나 역사 분야의 경우 북한이 국책 편찬사업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남한쪽보다 양적·질적으로 연구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남측에서 이미 출판돼 유통된 ‘고려사’‘림꺽정’‘황진이’ 등 몇몇 책은 수차례에 걸쳐 출판되기도 했으며,1개 출판사가 20∼30종씩 낸 곳도 있다.‘고려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북한에서도 주목을 받았는데, 북에서 출판도 되기 전 남측에서 무단 출판돼 북한쪽 항의가 특히 거센 저작물이다.‘이조왕조실록’은 여광출판사가 100만달러란 거액을 주고 출판권을 따내기도 했다. 영화, 음악도 마찬가지.N사에선 한때 수백건의 북한 음악·영화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켰으나, 지금은 음악만 일부 사용하고 있다. 음반·연예사업을 하는 Y엔터테인먼트는 ‘반갑습니다’‘휘파람’ 등 남쪽에서 유행한 북한 노래를 무단사용해 보상 협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나온 북한 저작물 90%는 불법 문제는 이렇게 유통되어 온 북한 저작물 중 90% 이상이 불법 생산된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중국 옌볜 지역 출판사 등을 통해 출판 계약을 맺거나, 옌볜대 또는 주립도서관, 서점에 비치된 저작물을 불법 복사한 것이 많다. 겉표지만 바꿔 그대로 출판된 책들도 많다. 지금까지 북한 저작물을 들여다 유통시키려면 저자가 북한에 있을 경우 자체적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그 증빙서류를 통일원에 제출, 승인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 절차를 밟은 경우는 10여건에 불과하다. 통일원 승인을 얻은 경우도 북한측에서 계약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고,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불법 생산, 유통된 저작물에 대해 경문협은 북한측의 의뢰를 받아 보상 협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개성 회담에서 도서출판 사계절(대표 강맑실)이 ‘림꺽정’ 출판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계절은 1985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출판된 ‘림꺽정’ 저작권료로 15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으며, 대신 북쪽 작가 홍석중은 더 이상 저작권료 지불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일부 업체 억울하다는 입장.‘상호주의 위배’ 불만도 자체적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저작물을 들여왔으나, 그 실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출판사들은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소설 ‘황진이’를 계간 ‘통일문학’에 3차례 나누어 싣고, 단행본으로도 두 차례 출판한 대운서적 김주팔 대표는 “이미 2003년 북한 나진에서 북한 조선수출입사 사장과 계약을 맺고 돈까지 지불했다. 저자인 홍석중씨도 여기 동의한 근거자료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또 “돈이 제대로 저자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계약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국제적 쟁의로 가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반갑습니다’ 등을 무단사용했던 Y엔터테인먼트 측도 이미 법원에 사용료를 공탁해 놓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호주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북측의 남쪽 저작물 무단 사용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고 남쪽 업체들의 책임만 묻는다는 불만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남쪽 출판사는 대부분 영세해 보상할 능력도 없는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며 “북측의 남쪽 방송프로그램이나 가요 사용 등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경문협 관계자는 “남북의 경제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건 남북화해와 교류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독일 통일 전 서독이 동독에 배려를 아끼지 않았듯 북한 저작권문제도 그렇게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북한측도 최근에야 남쪽 출판사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는 것을 알고, 과거에 생산·유통된 저작물에 대한 보상 요구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저작물 유통 활성화할 듯 이같은 보상협의가 진행되면서 북한 저작물의 무단 생산과 유통은 크게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 저작권사무국의 확인을 꼭 거쳐야 하고, 이를 통일부에 제출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불법적으로 책이나 음반을 복사해 유통시킬 수는 있겠지만 북측의 저작권 행사 의지가 큰 만큼 단속될 위험이 커졌다. 반면 정상적 절차를 밟은 저작물 생산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 저작물을 내고 싶지만 중국을 통해 계약을 맺기가 번거로웠고, 그렇다고 불법적으로 내기는 내키지 않아했던 업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판사 보리의 경우 ‘열하일기’‘박지원작품집’ 등을 낸 데 이어 북한측의 저작물인 조선고전선집에 속한 100권을 모두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몇몇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판을 희망하고 있다. 또 사계절, 실천문학, 문학동네 등에서도 역사·고전물 출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북측은 개성회담에서 경문협에 70여종의 저작물 목록을 제시하고 출판 계약을 중개해줄 것을 의뢰하기도 했다. 음반도 대중음악작가연대에서 ‘심장에 남는 사람’‘토장의 노래’ 등 북측의 노래 12곡을 묶은 음반을 준비 중이다.‘심장에 남는 사람’은 정주영체육관 개관시 기념공연에서 조영남이 불러 주목을 받은 노래이고,‘토장의 노래’는 요즘 인기 절정의 ‘어머나’와 비슷한 분위기의 트로트로, 음반이 나올 경우 상당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제작자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클래식 음악 연주 음반 제작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31일 TV 하이라이트]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슬픔 속에서 재규와 마주한 영실은 예전과 다른 느낌으로 재규를 대하며, 명희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으니 그냥 돌아가라고 차갑게 말한다. 진우의 어깨에 기대 뜬눈으로 밤을 지샌 영실은 진우에게 들를 곳이 있다며 발걸음을 옮겨 몇 년 전 자신을 비참하게 쫓아냈던 국수공장으로 향한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초절정 꼬마 얼짱과 구수한 컨트리 사나이, 실연의 아픔을 다이어트로 달랜 사람, 세 군데를 고치고 완벽한 성형미인이 된 여자, 중국인도 깜짝 놀랄 유연성 묘기로 키를 20㎝나 키운 사람, 벼락 맞고 더 젊어진 48세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진짜 변신을 시도한 단 한 명의 사람은 누굴까. ●세계 세계인-‘10대 소설’열풍(YTN 오전 10시40분) 미국에서 10대 소녀를 독자층으로 하는 ‘틴’소설 열풍이 일고 있다. 소녀 취향의 가벼운 얘깃거리를 다룬 대형서점의 틴 소설 코너에는 어김없이 소녀들이 서있다. 출판사도 10대 고객의 잠재적인 수요 때문에 이를 일과성 유행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문화 문화인(EBS 오후 10시50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마르셀 마르소 마임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열정의 마이미스트 이태건. 땀을 흘리고 고민한 만큼 관객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정직한 마이미스트 이태건의 ‘나의 인생 속 마임 이야기’를 들어본다. ●굳세어라 금순아(MBC 오후 8시20분) 도망다니던 삼촌 금아 아빠가 잡혔다는 연락을 받고 금순은 깜짝 놀란다. 얼굴이 흑빛이 된 할머니는 꿈자리 사나운 게 이유가 있었다며 초조해 하고, 숙모는 속상해서 일부러 툴툴거린다. 한편 투석을 받던 영옥은 급격하게 심박수가 떨어져 위급 상황에 처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범수씨는 아흔의 고령에 산골에서 혼자 살고 있는 서씨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모시며 돌봐 드리고 있다. 얼마 전 산불로 할머니 집이 불에 타버리자 이를 고쳐주기 위해 할머니 집을 찾은 범수씨. 한편 그 시각, 비어 있어야 할 시묘살이 움막에선 누군가가 서툰 솜씨로 상식을 올리고 있다.
  • [공초문학상] 수상 천양희 시인

    [공초문학상] 수상 천양희 시인

    며칠 지독하게 감기를 앓았다는 시인의 얼굴은 청정하게 맑았다. 새 시집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문단 후배들이 마련한 조촐한 모임에 나선 길. 서둘러 심신을 추스린 시인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천양희(63)시인. 온몸으로 삶의 통증을 앓아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깊은 통찰로 섬세하게 빚은 그의 시들이 저절로 그 미소에 포개졌다. “공초 선생님을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 그분의 작품세계를 접할 기회도 의외로 많지 않았지요. 요즘 서점에서 공초 선생님의 시집을 보기 어려운데 명성에 비해 작품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해 안타깝습니다.” 때문에 공초문학상 수상 소식이 뜻밖이었다는 시인. 하지만 무욕·무소유의 시심으로 평생을 살다간 공초의 정신은 절제와 결핍을 시인의 운명으로 여기는 천양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시를 쓰지 못하던 시절이 가장 불행” 수상작 ‘마음의 달’은 이달 초 세상에 나온 여섯번째 시집 ‘너무 많은 입’(창비)에 수록된 작품이다.“달을 좋아합니다. 밤에만 뜨는 달은 어둠과 고통, 가난을 대변하지요. 초승에서 보름, 그믐으로 이어지는 달의 순환은 우리 인생과 비슷합니다. 달이 한번 꺾이듯 우리 인생이 꺾일 때 마음에 둥근 달을 품고 있으면 힘든 일도 견뎌내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화여대 국문과 재학 중이던 196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한 지 40년. 하지만 개인적인 아픔으로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다 1983년에서야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으로 시작(詩作)을 재개했다. 등단 18년 만에 첫 시집을 내던 당시를 떠올리며 시인은 “시를 쓰지 못하던 시절이 가장 불행했다. 시가 고통에 함몰된 나를 구원했다.”고 말했다. 시를 못 쓰던 회한의 세월이 응어리져서일까. 그는 시만 써서 생활하는 전업시인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시인은 치열해야 합니다. 적당히 글써서 시인입네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늘 자신을 비탈에 세워야 합니다.” 컴퓨터가 일상화된 요즘, 아직도 원고지에 시를 쓴다는 그는 때때로 원고지 사각모서리가 벼랑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거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시인으로 하여금 멈추지 않고 시를 쓰게 하는 추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가 곧 생활’이라고 한 예이츠와 ‘시는 숨을 쉬는 것과 같다’고 말한 네루다처럼 항상 시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속으로 돌아가 시상 얻어” 그의 시는 자연에서 나온다. 이번 시집의 표제작 ‘너무 많은 입’도 청계산을 오르내리며 썼다.“다릅나무의 촘촘한 잎들이 바람에 마구 떨리는 모습이 마치 저마다 앞다퉈 얘기하는 사람들 입처럼 보였어요. 말이 많으면 참말은 줄고 헛말이 많아지지요.” 시인은 고요가 없는 시대, 저마다 잘난 척 말 많은 세태를 빗대 ‘재잘나무 잎들이 촘촘하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재잘댄다 잎들이 많고 입들이 너무 많다’고 한탄한다. 그리고 ‘쉰살이 되어도 나의 입은/문득 사라지지 않고/목쉰 나팔이 되어버렸다/어쩌면 좋담?’이라고 자책한다. “모든 자연은 스승이에요. 산을 오를 때와 내려올 때 그 풍경은 다릅니다. 그처럼 언제나 새로운 모습이 시인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또 나무의 영원한 초록빛처럼 시인의 정신도 늘 살아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지칠 때 그는 훌쩍 여행을 떠난다. 밭갈이를 하듯 ‘정신갈이’를 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바다로, 산으로 정처없이 떠돌다 서울로 돌아오면 온몸에 박인 산새소리, 파도소리가 몇달을 새 기운으로 살게 한다고 했다. 시인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직소포에 들다’와 ‘마음의 수수밭’도 그렇게 여행길에서 추스린 시들이다. ●“읽을때 정신이 번쩍 들면 좋은 시” 커다란 가방에 늘 책과 메모지를 넣어다닌다는 그에게 창작 원칙을 물었다.“시인은 타고난 재능이 7할이고, 노력이 3할이에요. 하지만 3할의 노력이 없으면 결코 좋은 시를 쓸 수 없지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은 파지를 내야 합니다.” ‘낮에 산문은 써지지만 시는 도통 안 써진다.’는 그는 주로 밤늦은 시각 글을 쓴다.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어 6시에 기상한다는 시인. 남보다 덜 자고, 덜 쓰고, 덜 말하는 절제와 결핍은 그의 생활원칙이자 창작의 토대다. 그는 “마음에 절 한채 짓는 수행자의 용맹정진을 닮아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시란 어떤 건지 물었다.“읽을 때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시, 속이 꽉 찬 시, 여운이 여백을 메우는 시, 울림이 있는 시가 좋은 시이지요. 시는 읽고, 느끼고, 그 다음에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고교에서 입시용으로 달달 외우게 하고, 분석부터 하려드니 어떻게 시와 친해질 수 있겠어요.” 그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났다. ‘돈도, 밥도 안되는’시를 붙잡고 놓지 않는 후배들을 그는 참 예뻐한다. 신인 작가들의 시집도 잘썼든 못썼든 빼놓지 않고 읽는다.“어떻게 해야 시를 잘 쓰냐고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그러면 ‘시를 쓰지 않으면 살아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 시를 써라’는 릴케의 말을 들려줍니다.” “좋은 시와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시인은 “시가 안써지면 밤잠을 못자도록 괴롭지만 내 마음이 살아 있는 한 시는 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양희 시인은 ▲42년 부산 출생 ▲65년 박두진 추천 시 ‘정원(庭園) 한때’로 ‘현대문학’등단 ▲66년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83년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으로 작품활동 재개 ▲96년 소월시문학상 수상 ▲98년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수상작 심사평 1965년에 등단한 천양희 시인은 1969년부터 1982년까지 아픈 침묵 뒤 1983년 작품 활동을 재개, 쌓인 분노를 하소연처럼 토해냈으나,1990년대를 전후하여 그 고뇌를 도리어 새로운 삶의 원동력으로 바꿨다. 공초문학상 수상작이 실린 시집 ‘너무 많은 입’(창비) 후기에서 그녀는 “시 생각만 하다가 세상에 시달릴 힘이 생겼다.”며 시와 삶과 인간을 변증법적으로 일체화시켰다. 밖을 향한 증오와 염세의 기개를 내면을 향한 사랑과 위안의 정서로 바꾼 이 경이로움은 오상순 시인의 관조와 달관의 미학이 느껴진다. “작은 꽃이 언제 다른 꽃이 크다고 다투어 피겠습니까/새들이 언제 허공에 길 있다고 발자국 남기겠습니까/바람이 언제 정처 없다고 머물겠습니까”(‘좋은 날’)라는 구절에서 우리는 각자의 운명을 보듬을 수밖에 없는 하잘 것 없는 인생살이의 실체를 만난다. 그 삶이란 “오르고 또 올라도 하늘 밑이다”(‘목이 긴 새’)는 한계 인식과 벗어날 길 없는 백팔번뇌의 굴레이기에,“생은 왜 눈물로 단련되나”(‘마음의 경계’)는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슬픔의 심연에서 이 시인은 “절망만한 희망이 어디 있으랴”(‘희망이 완창이다’)라며 염세적인 낙천주의자로 변모한다. “나는 부지런히 내 색깔을 바꾸었소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변신의 명수라 하오 변신 잘 하는 나를 변질 잘 하는 놈이라 착각은 마오(중략)/나는 잘 살 수 있소 나는 평생 변신하고 변모하면서 살려 하오”(‘카멜레온’)라는 새 다짐. 그러나 정작 그녀는 모나게 살 줄밖에 몰라 “구르는 것들은 모서리가 없어 모서리/없는 것들이 나는 무섭다 이리저리 구르는 것들이 더 무섭다”(‘구르는 돌은 둥글다’)고 말한다. 변질이 둥근 것이라면 변모는 모난 것이란 은유에서 시인의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마음의 달’)라는 절창의 의미가 밝혀진다.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변질이 얼마나 호사스러운가를 절감하면서도 “발 빠른 세상에서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하면서”(‘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고요한 자태로 자신을 제어하는 자세가 얼마나 소중한가. 뻔질난 변질로 잘나가는 사람들에게 짓밟히면서도 변모는 거듭하지만 여전히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 달에게 계속 빌어야 할 사항만 늘어나는 사람들에게 천양희의 시는 큰 위안이다. 심사위원 이근배·임헌영·정현종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대학가 문화거리로 확 바뀐다

    대학가 문화거리로 확 바뀐다

    서울의 대학가가 특색있게 부활한다. 오는 2007년까지 유흥가로 전락한 시내 18개 대학가가 싹 정비된다. 건전한 청년문화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20일 ‘대학가 주변지역 교육·문화환경 업그레이드 계획’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가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청년 문화의 산실이었다. 학교 앞 막걸리집은 시대의 어둠을 걷어내려는 젊은 지성들의 의지로 번뜩였다. 학교 잔디밭에서는 서정적인 민중 가요와 우리 가락이 울려퍼졌다. 그러나 90년대의 대학가는 ‘자본의 탈출구’로 변질됐다. 서점과 막걸리집은 휘황찬란한 호프집과 PC방으로 변했다. 소극장들은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다 못해 떠났고, 비디오방과 여관이 빈 자리를 채웠다. 이번 계획은 때묻지 않은 청년 문화의 산실로 대학가를 되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사업은 건물 신축보다는 노후건물 외관을 재단장하는 정비 위주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는 지구단위계획 및 환경정비계획에 의해 자치구와 함께 우선정비대상 대학가의 공공시설 정비나 가로시설물 설치 등을 맡게 된다. 건축물 외관과 간판정비 등은 민간에게 맡긴다. 이들에게는 용적률 등을 올려주는 인센티브도 제공될 예정이다. 김효수 도시관리과장은 “대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는 대학가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여관 등 대학가에 어울리지 않는 업소의 진입은 막고, 공연장이나 소극장 등 문화 시설의 유입을 최대한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상 대학가는 모두 18곳이다. 지난해 시범 지역으로 지정된 이화여대와 경희대 주변을 비롯, 올해부터 홍익대와 고려대, 중앙대, 한양대, 숙명여대, 성균관대 주변이 그 대상이다. 이어 서강대와 광운대, 경기대, 명지대, 숭실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서울산업대, 단국대, 동덕여대 등 10개 대학이 내년과 2007년에 단계적으로 정비된다. 이번 계획은 어느 정도 대학가가 형성이 된 곳을 대상으로 했다. 대학가가 대학에서 떨어져 있는 서울대나 이미 지구단위계획 대상지인 건국대, 외국어대 등은 제외됐다. 모두 360억여원이 투입된다. 계획의 특징은 대학가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올해 계획이 시작될 고려대는 인근 동북지역 대학 문화벨트의 거점으로 개발된다. 안암역 주변의 대학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하숙생들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사업도 함께 실시된다. 청년 문화의 산실인 홍익대는 본격적인 문화중심지로 거듭난다. 올해 안에 주변 지역의 지구단위·환경정비계획을 수립, 예술문화의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보행 환경도 개선한다. 이밖에 ▲한양대는 왕십리 민자역사 역세권 개발과 연계한 주변 상권 정비 ▲중앙대는 담장 개방 등을 통한 ‘열린 대학가’ 조성 ▲성균관대는 전통문화의 보전·육성 ▲숙명여대는 ‘걷고 싶은 대학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해 20억원을 들여 지구단위계획과 환경정비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120억원을 투입해 본격적인 정비사업에 들어간다. 이번 계획을 만든 시정개발연구원 박현찬 박사는 “환경 개선까지 노리고 있어 계획 완료 뒤 2∼3년 뒤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출판가 서울국제문학포럼 특수

    세계 문학거장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24∼26일, 세종문화회관)의 개막에 맞춰 외국 초청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 서점가에 속속 선보이고 있다.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 미국 생태시인 개리 스나이더, 칠레 저항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신작이 약속이나 한듯 이번주 나란히 출간된 데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인생의 친척’도 내주초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다. 출판사마다 오래전부터 기획한 책들이기는 하나 작년 연말 초청 작가들의 명단이 확정된 이후 포럼 일정에 맞추기 위해 손길을 바삐 움직였다는 후문. 작가들이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신작이 홍보되는 ‘포럼 특수’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내 이름은 빨강’으로 국내에도 상당한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신작 ‘눈’(이난아 옮김, 민음사 펴냄)은 전세계 21개국 19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뽑히기도 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독일로 망명했던 시인 카가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12년만에 찾은 고향 터키의 작은 마을 카르스에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 격랑에 휩쓸리는 이야기다. ‘내 이름은 빨강’을 비롯한 그의 모든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주제인 동서양의 갈등은 여기에서도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 이슬람문명과 기독교문명의 충돌속에서 현대화를 지향하는 케말주의자와 이슬람 근본주의자, 쿠데타 세력과 민중, 사랑에 빠진 남녀가 빚어내는 갈등과 반목이 폭설로 외부와 차단된 마을을 배경으로 속도감있게 펼쳐진다. 프랑스 문학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르 클레지오의 ‘아프리카인’(최애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최신작으로, 작가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평생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의 삶을 기억속에서 복원시키는 내밀한 자기고백인 동시에 작가의 정신적 모태이기도 한 아프리카 대륙에게 바치는 찬미가다. 나이지리아에서 의사로 근무하던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1920∼40년대 아버지가 손수 찍은 사진 15장을 책에 함께 실었다. ‘지구, 우주의 한마을’(이상화 옮김, 창비 펴냄)은 생태시인 개리 스나이더가 지난 40년간 자연과 생명의 회복을 주제로 펼친 각종 강연문과 기고문을 모은 산문집이다. 시인이자 자연속에서 평생을 보낸 구도자, 희귀생물종 보호와 소수민족문화보존운동에 헌신해온 활동가로서의 그가 품고 있는 인간, 자연, 우주에 대한 깊은 통찰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문장에 담겨 있다. 칠레 출신의 저항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 ‘소외’와 ‘핫라인’(권미선 옮김, 열린책들)도 동시에 출간됐다.‘소외’는 소시민의 일상, 유대인 수용소, 아마존의 환경파괴 등 사회불의에 맞선 인간의 삶과 존재의 존엄성을 다룬 35편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핫라인’은 현대인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통해 칠레의 사회문제를 파헤친 추리소설 형식의 작품이다. 포럼 참가자중 유일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는 신작 대신 절판됐던 책을 다시 선보인다.1993년 ‘20세기 일문학의 발견’시리즈의 하나로 ‘인생의 친척’(박유하 옮김)을 출판했던 웅진지식하우스가 12년만에 개정판을 낸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2002년부터 한 권씩 개정판을 내고 있는데 올해가 오에 겐자부로의 차례”라면서 “원래 6월쯤 예정했다가 포럼 기간에 맞춰 출판 일정을 앞당겼다.”고 말했다.1989년작인 ‘인생의 친척’은 슬픔의 질곡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고자 애쓰는 한 여인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이랜드, 영토확장은 계속된다

    ‘브레이크 없는 이랜드 회장’ 박성수 회장의 공격 경영이 무서운 기세다. 유통업의 ‘인수·합병(M&A) 장’이 열릴 때마다 큰 손으로 나서고 있다. 덕분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장악한 ‘유통 왕국’에 ‘박성수표’ 이랜드가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03년 12월 법정 관리중인 뉴코아 인수를 계기로 유통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이랜드가 이번에는 연면적 5만평 규모인 그랜드 백화점 강서점과 강서마트 주차장을 인수,‘영토 확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또 한번 드러냈다. 이랜드는 이곳을 아웃렛과 백화점, 킴스클럽, 영화관, 스포츠센터, 호텔 등을 건설해 서울 강서지역의 유통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이 현재 운영하는 유통업체는 2001아웃렛 6개, 뉴코아아웃렛 8개, 엔씨백화점(옛 뉴코아백화점) 3개 등 모두 17개 점포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M&A를 추진하고 있는 세이브존을 손에 넣는다면 명실상부한 ‘유통 강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랜드는 현재 세이브존 지분 11.7%와 자회사인 세이브존I&C 지분 7%가량을 보유한 대주주다. 이랜드측은 세이브존 전·현직 최고경영자(CEO)간의 법적 다툼만 해소되면 M&A를 재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여전히 ‘배고픈’ 모양이다.M&A에 대한 욕심을 여전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패션과 유통의 시너지 효과를 떠나서 유통 분야는 규모의 경제가 좌우한다.”면서 “좋은 매물만 있다면 언제나 달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유통업체로부터 규모는 작지만 인수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랜드는 시중에서 우려하는 인수 자금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2000억원 수준이며, 유럽과 아시아계 투자펀드로부터 5000억원가량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3년 학습참고서 가격담합을 유도한 학습자료협회에만 과징금을 부과하고 가격담합으로 이익을 본 회원사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징계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습자료협회는 “문화관광부의 행정지도에 의한 조치였다.”며 과징금 부과에 반발하고 있다. 8일 공정위는 2003년 참고서 가격인상을 자제해달라는 문화부의 행정지도를 받고 10개 회원 출판사업자들을 소집, 오히려 가격인상을 공동결정한 학습자료협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1억 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면 회의에 참석한 교학사, 천재교육, 두산동아, 대한교과서, 디딤돌,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지학사, 금성출판사, 블랙박스, 창과창 등 10개 출판사는 경고조치만 받았다. 참고서값은 출판한 지 1년 이내인 책은 할인이 안 되고 인터넷 서점에 한해서만 10%가 할인되는 도서정가제가 2003년 2월 도입됐을 당시 최고 60%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이 빗발치자 문화부는 협회에 참고서 값을 정가제 시행 전인 2002년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협회는 출판사들로부터 받은 가격자료를 참고해 쪽당 단가를 만들어 138개 회원사에 보냈다. 그러나 협회가 발송한 쪽당 단가는 출판사의 평균 가격보다 높다. 이에 대해 이원희 학습자료협회장은 “제시된 단가는 상한선”이라면서 “물가상승을 고려한다면 상한선을 설정, 값을 낮춘 셈”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문화부의 협조요청 공문을 받고 모임을 주도했는데도 5억원의 예산에 1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야 하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정위는 문화부의 행정지도 적법성 여부도 가려낼 계획이다. 공정위 허선 경쟁국장은 “문화부의 행정지도는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협회가 과징금을 낼 경우 회원사가 이를 분담토록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서 회원사에 대한 분담명령은커녕, 과징금도 부과하지 않았다. 특히 조사에 참가한 공정위 관계자들은 출판사들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며 출판사들에 대해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제재 수준을 결정한 공정위 전원회의 참석자는 “심사보고서대로 결정할 경우 전원회의가 열릴 필요가 없다.”면서 “협회가 담합을 주도했고 출판사들은 협회가 주도한 모임 외에는 따로 만난 적이 없어 경고조치만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3인의 어머니가 말하는 영재교육

    3인의 어머니가 말하는 영재교육

    영재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혹시 우리 아이도 영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아니면 우리 아이도 영재 교육을 시켜 후천적인 영재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도 한다. 영어 유치원에 기웃거리기도 하고, 영재 교육원에서 상담을 받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타고 난 영재이든 아니든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초등학생 영재 3명의 부모에게서 어떻게 가르쳤는지 들어봤다. ■ 수학영재 송유근군 “영재에 적합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얼마전 초등학교를 만 7살에 졸업한 송유근(7)군의 어머니 박옥숙(45)씨는 유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유근이는 재작년 유치원에 입학했지만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친구들이 자꾸 때려 어울리지 못한 탓이었다. 밤에는 잠꼬대를 하며 끙끙거리기까지 했다. 주변의 조언을 받아 태권도장에 보낼 생각도 했지만 그만뒀다. 원래 사물을 깊이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유근이가 태권도를 배우는 것은 아이랑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신 유치원을 그만두게 하고 집에서 직접 가르쳤다. 박씨의 전직은 초등학교 교사.17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왔기 때문에 아이 교육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박씨는 “태권도를 가르쳐서 아이의 성격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면서 “아이가 잘 맞지 않는다는데 굳이 남들하고 다 똑같이 유치원에 보낼 필요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유근이의 특징은 한 가지 일에만 오랜 시간 몰두하는 것. 동물원에 가도 한 가지 동물만 3∼4시간 지켜보는 것은 기본이었다. 박씨는 “이런 아이가 40분마다 새로운 내용을 배워야하는 초등학교 정규 수업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걱정이 많았지만 이같은 어머니의 판단은 정확했다. 한 번 수학책을 잡으면 10∼14시간 동안 꼼짝없이 앉아 몰두했다. 유근이는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한 지 일곱달 만에 고등학교 과정인 미적분까지 이해했다. 지난해 8월말에는 독학으로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만 6세의 최연소 나이에 땄다. 지난해 6월부터는 인하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 일주일에 한차례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대학 교육 수준인 피보나치 수열과 디지털 공학, 초고속 집적회로 하드웨어 기술언어(VHDL)를 배우고 있다. 유근이는 “나는 한 가지를 오랫 동안 깊이 다루어야 재미있는데 학교에서는 40∼50분이 지나면 다른 과목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집에서 책을 보면 좋아하는 분야를 오래 볼 수 있어 흥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점이 좋다.”며 나름대로의 독학 예찬론을 폈다. 아버지 송수진(45)씨는 “만일 유근이가 학교에 가서 수업 시간이 바뀌는데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다른 행동을 하면 산만한 아이로 오해받았을 것”이라면서 “이런 교육으로는 유근이의 재능이 보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생. ▲IQ:측정한 적 없음 ▲2003년 유치원 입학 5개월만에 집에서 교육 시작 ▲2004년 6월 인하대 과학영재교육원 입학 ▲2004년 8월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최연소 취득 ▲2004년 12월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자격증 최연소 취득 ▲2005년 4월 경기도 남양주시 심곡초등학교 졸업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글짓기 영재 이종현군 “책을 많이 읽으면 글감이 쏙쏙 떠오른데요.” ‘2005 전국예술대회’ 글짓기 부분에서 대상을 받은 잠원초등학교 5학년 이종현(11)군의 어머니 조향(43)씨는 아들의 문장력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조씨가 종현이의 영재성을 처음 느낀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당시 교회에서 종현이는 ‘창조’에 대한 글을 쓰라는 과제에 대해 ‘하느님이 창조할 때 왜 악을 존재하게 했을까? 그것은 선이 존재하기 위해서이다. 악이 있어야 선이 있다.’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냈다. 목사는 “만 7살 나이에 보기 드문 철학적 사고를 한다.”며 감탄했다. 조씨는 이같은 종현이의 재능을 더욱 키우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글짓기 학원은 단기적인 효과를 올리기 위해 형식에 치우친 교육을 할 것이고 결국 아이가 판에 박힌 사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 학원에는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즐기면서 많이 읽으면 글감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 종현이에게 좋아하는 역사와 과학 관련 책을 사다주며 읽혔다. 이후 조씨의 주말 주요 일과는 대형 서점에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역사와 과학 관련 책을 20권씩 사다 종현이 주변 여기저기에 두었다. 화장실에도 책장을 만들고 변기 위에도 책을 6∼7권씩 쌓아두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지켜봤는데 놀다가 심심하면 책을 읽더라.”고 말했다. 종현이의 관심사가 바뀌면 또 관련 책을 20여권씩 사왔다. 조씨는 “절대로 억지로 시키지 않았고 단지 책이랑 자꾸 친하게 해주었을 뿐”이라면서 “보통 학부모들이 빨리 성과를 보려고 학원에 보내는데 이는 창의성 개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종현이의 독서량은 하루 평균 2권. 일년이면 700∼800여권에 이른다. 가장 좋아한다는 책은 삼국지로 20번을 읽었다고 한다. 요즘은 소설에 취미가 붙어 ‘혈의 누’와 ‘안네의 일기’,‘로빈슨 크루소’ 등을 읽고 있다. 종현이는 “책을 많이 읽으면 상상력이 커지는 느낌”이라면서 “문장력이 좋아지고 문맥을 이을 때 시간이 줄어든다.”고 독서의 효과를 말했다. 조씨는 “책을 많이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인 것 같다.”며 학부모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1994년생 ▲IQ:140 ▲2001년 잠원초등학교 입학 ▲2001년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 대회’ 웅변 부문 최우수상 ▲2002년 ‘제15회 전국 장애인 종합예술제’ 웅변 부문 최우수상 ▲2003년 ‘제16회 전국 장애인 종합예술제’ 웅변 부문 전체 대상 ▲2004년 ‘과학기술진흥 전기안전 산업안전 전국웅변미술 글짓기 대회’ 과학글짓기 부문 전체 대상 ▲2005년 제12회 ‘2005 전국예술대회’ 글짓기 부문 전체 대상 ▲2005년 한국일보 동시 부문 으뜸상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스피치’대회 우승 이호진군 “영어로 일기를 쓰면 실력이 쑥쑥 올라갑니다.” 지난달 23일 아리랑TV와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하는 ‘어린이 영어 스피치 대회’에서 우승한 리라초등학교 이호진(11)군. 어머니 박효정(39)씨는 “1년간 쓴 영어일기가 영어실력 늘리는데 1등 공신”이라며 영어일기의 효과를 소개했다. 그는 “호진이가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큰 상을 받은 것은 양보다는 공부방법이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호진이의 뛰어난 영어실력은 엄마인 박씨의 경험 덕분이었다. 신혼 시절 미국에서 3년 동안 지낸 경험이 있는 박씨는 당시 영어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영어 일기를 쓰면서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 박씨는 이후 당시 경험을 떠올리면서 영어일기 쓰기를 시켰다. 호진이가 3학년 때였다. 박씨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일기쓰기를 하면서 언어는 쓰기와 말하기, 읽기가 함께 연관돼 있어 함께 공부해야 말하기도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초등학교 때 일기를 선생님한테 제출하던 생각이 떠올라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기는 분명히 초등학교 언어 교육에 도움이 된다.”면서 “호진이도 처음에는 3줄도 쓰기 버거워 했지만 요즘은 30줄도 큰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그러나 영어로 일기를 쓰기 전에 기본적인 문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바로 영어로 쓰는 것은 무리이고 먼저 구조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러나 아이들이 처음부터 딱딱한 책으로 공부하면 흥미를 잃게 된다.”면서 “호진이는 생활영어를 하면서 문법을 하나씩 같이 공부시켰다.”고 설명했다. 호진이의 경우 영어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 영어동화를 읽게 했다. 박씨는 “‘아기돼지 3형제’와 ‘신데렐라’등 모두 20여편의 영어동화를 CD로 듣고 크게 따라했다.”면서 “동화를 읽으면 내용이 재미있어 계속 읽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호진이가 영어를 잘하게 된 데는 운동도 큰 몫을 했다.”고 강조했다. 영어는 적극적인 아이들이 금방 배우는데 운동하면서 자연스레 익힌 활발해진 성격이 영어를 배우는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박씨는 아들의 영어실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영어 유치원에는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경제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영어 유치원에서 영어를 쓰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한국말을 쓰게 돼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94년생 ▲IQ:146 ▲2001년 리라초등학교 입학 ▲2004년 ‘리라 영어스피치 대회’ 은상 ▲2005년 ‘제2회 어린이영어 스피치 대회’ 대상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전문가들의 교육 조언 “관심을 갖고 지켜보되 성적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마세요.” 국내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영재교육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영재인지 아닌지 빨리 결정하려 하지 말고, 잘 하는 부분이 있는지 차분히 지켜보고 도움을 받으라는 설명이었다. 전문가들이 영재에 대해 “지적 능력이 높고 창의성이 있고 과제 집착력이 강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서혜애 박사는 “영재는 일반인보다 사고력이 좋고 문제 해결력이 탁월하며, 답을 얻은 후 연관된 또다른 질문을 하는 등 이해력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영재들이 흔히 고정적인 틀을 깨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 가령 13을 반으로 나누면 1과 3을 나눠 ‘1과 3’이라는 답을 내놓거나 남대문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방법에 대해 대중교통 수단 외에도 “굴러가거나 누워서 가는 법도 있다.”고 대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서 박사는 영재 교육 방법에 대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스티븐 추의 부모를 예로 들었다.“그의 부모는 무엇인가를 만들며 주변을 소란스럽게 하는 아들을 한 번도 나무란 적이 없었다. 단지 책을 많이 읽기를 권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관련 책을 아이 주변에 놓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아이의 취향을 따지지 않고 여러 학원에 보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궁금증을 일으키는 질문을 자주 하라고 당부한다. 가령 새를 보면 이름을 가르쳐주기보다 새가 나는 원리를 물어보는 식이다. 서울대 채승언 과학영재교육센터장은 창의적인 생각을 유도하는 다양한 질문을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의자를 몸을 받치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의자를 만들어보라고 하면 유아는 다양한 모양을 상상할 것”이라면서 “창의적인 질문이 창의성을 잃지 않도록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것을 못 해도 한 가지만 특출나게 하면 영재로 볼 수 있다.”면서 “가령 공부를 못 해도 요리엔 영재일 수 있기 때문에 학창 시절 성적이 떨어진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영재학회 김원주 고문은 “먼저 아이들을 오랫동안 주의깊게 관찰하되 만일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영재의 특성을 보이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책꽂이]

    ●느릅나무에게(김규동 지음, 창비 펴냄)올해 팔순을 맞은 노시인이 1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시집.300편 가운데 83편을 엄선해 실었다. 생전에 가볼 수 있을지 기약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헤어진 가족과 젊은 시절을 함께 한 문우들에 대한 추억, 통일을 향한 꿈 등이 담백한 시어에 실려 깊은 울림을 전한다.8,500원. ●다니(김용규·김성규 지음, 지안 펴냄)독일과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형제 작가가 ‘알도와 떠도는 사원’이후 4년 만에 공동집필한 장편소설. 이른바 ‘지식소설’로 이름붙여진 작품으로 인간의 폭력성이 어디서 기원하고,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를 침팬지 집단간의 동종학살(제노사이드)을 통해 살펴본다. 인간과 동물의 폭력성에 관한 철학적, 사회생물학적, 인류학적 지식의 깊이가 놀랍다.1만 1000원.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김윤식 지음, 솔 펴냄)지난해 일본 도쿄를 방문한 저자가 시나가와역, 간다 서점가, 국립서양미술관, 고바야시 히데오의 무덤 등지에서 임화와 나카노 시게하루를 연상하고, 야나기 무네요시와 대화를 나누며 한국문화와 일본 문화 사이의 숙명적 관계를 탁월한 안목으로 분석한 책. 한국문학의 대표 논객이 쓴 첫번째 본격 회고담이다.1만원. ●날개(이상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우리 현대문학 100년의 역사를 새롭게 정리하고자 문학과지성사가 발간하는 한국문학전집의 3차분 3권 가운데 하나로 발간됐다. 김유정의 ‘동백꽃’,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함께 나왔다. 각 9,500원. ●번역과 번역가들(쓰지 유미 지음, 송태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일본의 중견 번역가이자 문필가인 저자가 유럽에서 활동 중인 저명한 번역가들을 인터뷰한 육성을 실었다. 번역가의 생활상, 의역·직역 논란, 공동 번역의 장단점 등 번역가 지망생들이 궁금해할 다양한 정보들이 기록돼 있다.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 수상작.1만 2000원.
  • [클릭이슈] 법정 간 이중섭 위작 논란

    [클릭이슈] 법정 간 이중섭 위작 논란

    이중섭 화백 유작의 진위여부를 놓고 유족과 한국미술감정협회간의 법정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 화백의 아들 태성(56)씨가 25일 부친의 작품에 대해 가짜 의혹을 제기한 한국미술감정협회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를 하자 한국미술감정협회측도 26일 태성씨와 이 화백의 작품을 경매한 서울옥션 등을 상대로 무고죄로 고발하겠다고 맞대응을 하고 나섰다. 감정협회 최명윤 감정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누가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이중섭 화백을 제대로 지키겠다는 차원에서 태성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무고죄로 검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번 기회에 누가 이중섭화백을 폄하하고 있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엇갈리는 양측 입장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한국근현대미술품 경매를 앞두고 서울옥션측이 ‘물고기와 아이’의 감정을 의뢰하자 감정협회가 위작판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서울옥션측은 경매를 단행했고 감정협회는 “서명이나 필선이 이중섭 화백의 것이 아니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50년 이상 소장해온 것”이라고 맞섰고 감정협회는 “가짜 작품을 가지고 박수근 화백의 가족들에게 접근, 전시회를 갖자고 제의한 조직들이 있다.”며 배후 세력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고서점에서 이중섭 화백 그림 뭉텅이로 사 이런 논란속에 ‘이중섭 50주기 기념 미발표작 전시준비위원회’를 이끄는 김용수씨가 자신이 소장중인 이중섭 그림 650여점 가운데 50여점을 25일 공개해 논쟁에 불을 붙였다. 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인 김씨는 “유족을 통해 가짜 그림을 유통시켰다.”고 감정협회가 지목한 인물이다. 김씨는 서울 중구 신당동 자택에서 이중섭의 수채화, 연필 드로잉, 은지화 등 50여점을 내놓고 나머지 작품은 은행금고에 보관중이라며 ‘진품’임을 강조했다. 김씨는 “70년대 초반 인사동의 한 고서점에서 고서 사는 기분으로 뭉텅이로 구입했다.”며 “당시 이중섭의 그림이 그렇게 비싸고 중요한 것인지 몰랐기에 그런 값에 그만한 양을 산 것”이라며 이중섭 그림의 소장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김씨는 유족이 50년간 소장한 작품과 김씨 소장품이 흡사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중섭의 그림은 똑같은 것이 많아 내가 일본에 가서 유족에게 그림을 보였을 때 그들도 놀라는 눈치였다.”고 했다. 감정협회가 김씨의 소장품 대부분이 가짜고 현재 경매와 화랑가에 나도는 이중섭 그림의 출처가 김씨라는 의견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중섭·박수근 화백 전시회 제의받은 화랑도 있어 강남의 A화랑은 지난해 가을 대구에 산다는 한 남자로부터 “이중섭 화백과 박수근 화백을 포함해 대가들의 그림 1000여점을 갖고 있다.”면서 “전시회가 끝나면 이중섭 화백이나 박수근 화백의 그림 한 점을 주겠다.”는 솔깃한 전시회 제의를 받았다. 이 화랑 사장은 26일 기자와 만나 “전시회에 드는 비용이 2000여만원인데 전시회가 끝난 뒤 적어도 수억원 정도 하는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거져 주겠다고 해 의아하게 생각해 화랑협회로부터 감정서를 받고 전시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후 그 남자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미술시장 위축시킬까 걱정 미술계에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은 “이중섭 화백의 작품 자체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몇십점, 몇백점의 작품들이 나타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화가는 똑같은 작품을 그리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예술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진짜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이번 유작의 진위 공방은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미술시장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술평론가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값비싼 작품을 거래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회에 제3의 감정반을 새로 구성, 이 화백 작품의 진위를 반드시 가려내자.”고 제안했다. 또 이번 사건이 검찰 소송으로까지 비화됐지만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오리무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미술감정이라는 것이 ‘과학감정’보다 ‘안목감정’이 더 중요한 예술분야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할 때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술 감정전문가는 40∼50명 정도. 이 가운데 권위 있는 감정가는 5명 안팎으로 손꼽을 만큼 적다. 그러다 보니 가짜 그림을 제도적으로 양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미술계는 열악한 환경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화랑협회에서 지난 2002년 4000만∼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작가 200여명의 작품 1만 5000여점을 데이터베이스(DB)화한 것이 고작이다. 그것도 지난 82년부터 2001년까지 주로 감정의뢰가 들어온 작품과 화가들을 중심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최 교수는 “화랑협회의 자체 예산이 부족해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DB화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그마저 다 완성하지 못한 상태”라며 “정부 지원과 국가차원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작가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감정, 평론등의 분야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책꽂이]

    |유아·아동| ●아주 작은 씨앗(잰 캐론 지음, 최순희 옮김, 느림보 펴냄) 작은 씨앗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덩굴이 된다고들 하는데,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밤에만 피는 덩굴 메꽃의 성장과정을 빌려 생명의 경이로움과 힘을 웅변하는 그림동화.5세 이상.8500원. ●개구쟁이 ㄱㄴㄷ(이억배 지음, 사계절 펴냄) 인기 그림작가 이억배가 글까지 도맡은 ‘가나다 그림책’. 개구쟁이의 하루를 묘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글 닿소리 14자를 익히게 한다. 부드럽고 소박한 한국적 선묘가 특히 인상적이다.3세 이상.9500원. |초등·청소년| ●엄마, 왜 그런 거예요?(니키쉰 지음, 김경준 옮김, 키다리 펴냄) 동·식물, 지구, 역사, 우주, 인체 등 다양한 소재에서 비롯된 200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내놓는 지식백과. 국내 서점에서는 만나기 힘든 러시아산(産) 어린이 교양서이다. 초등저학년.1만 1000원. ●사막의 카라반(빌헬름 하우프 지음, 신홍민 옮김, 꼬마하늘소 펴냄) 19세기 독일 작가 빌헬름 하우프의 대표작 ‘동화연감’ 중 첫번째 작품. 아라비아 사막에서 펼쳐지는 기이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상상력을 부추기는 모험담 6편이 묶였다. 초등3년 이상.1만 4000원. |경제·실용| ●금융지식이 돈이다3(김의경 지음, 거름 펴냄) 금융, 증권, 재테크 등 돈의 흐름과 투자시점, 투자상품에 관해 알아야 할 큰 틀과 원리를 소개했다. 정치·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들이나 영화속 장면들을 인용, 이해력을 높였다.1만 2000원. ●공부의 비결(세바스티안 라이트너 지음, 안미란 옮김, 들녘 펴냄) 의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공부 못하는 사람, 바보같은 사람은 없다고 주장한다. 지능과 성공은 천부적인 자질이나 운명이 아니라 학습방법의 옮고 그름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책.9800원. ●화술의 달인 예수(제드 메디파인드·에릭 로케스모 지음, 김수련 옮김, 리더북스 펴냄)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 예수의 커뮤니케이션 원칙에서 응용한 미디어시대 효율적인 대화법.‘관심’‘관계모색’‘질문하기’‘진실함’등 7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9000원. ●정찬용, 이땅의 영어에 딴지걸다(정찬용 지음, 문학수첩 펴냄) 베스트셀러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의 저자가 다시 한번 강조하는 한국식 영어교육의 폐해.9000원.
  • “열한 살에 토익985점 받았어요”

    유학 경험도 없는 만 11살 어린이가 토익(TOEIC) 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주인공은 서울 압구정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는 정동우군. 정군은 지난 2월 말 치른 토익시험에서 990만점에 98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앞서 2월 초 치른 CBT토플(TOEFL)에서도 300점 만점에 273점을 받았다. 미국 명문대에서 유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토플 점수가 250점 선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점수이다. 정군은 어학 연수를 다녀오거나 특별히 영어학원을 다닌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군이 처음으로 영어에 관심을 보인 것은 2살 때. 정군의 어머니 유은숙(42)씨는 “영어로 된 컴퓨터 관련 서적을 자꾸 읽어달라고 보채기에 컴퓨터를 사주고 영국 백과사전 CD를 보게 해줬더니 혼자 영어를 깨치더라.”고 말했다. 정군이 처음 토익을 본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로 당시 점수는 450점이었다. 유씨는 “동우가 영어를 좋아해서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토익을 권했다.”면서 “별도로 과외를 한 것은 없고, 시험을 치르기 며칠 전에 모의시험 문제를 풀어보면서 준비했다.”고 밝혔다. 정군은 인터넷 서점 등에서 물리학과 화학 전공서적을 사보는 것이 취미다. 유씨는 “머리는 좋을지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또래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월반이나 조기 대학진학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지만, 요즘은 동우가 학교공부를 다소 지루하게 생각해서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볼 생각”이라면서 “동우가 물리학자가 돼서 노벨상을 받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베네딕토 16세 “난 부드러운 사람”

    |파리 함혜리특파원|베네딕토 16세가 보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즉위 첫날부터 군중과 만나고 이메일을 개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21일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을 국무장관에 재임명하는 등 바티칸 각료 전원을 유임시켜 교리적으로 강경론자인 요한 바오로 2세와의 연속성을 분명히 했다. ●새 교황 이메일 개설 베네딕토 16세는 20일 시스티나성당에서 집전한 첫 미사에서 바티칸의 개혁 및 다른 종교와의 대화를 계속할 뜻을 거듭 밝혔다. 새 교황은 미사에 이어 전임 요한 바오로 2세 서거 후 잠겨 있던 교황 아파트를 방문하고, 오후에는 자신이 추기경 시절 살았던 아파트를 찾아 2시간 가량 머물렀다. 교황청으로 들어가기 전 2000여명의 신도들로부터 환호를 받은 베네딕토 16세는 군중 속에 있던 두 명의 프랑스 어린이들에게 입을 맞추며 안수기도를 했다. 교황청은 21일 베네딕토 16세가 미디어 활용에 적극적이었던 전임 교황의 선례에 따라 홈페이지에 이메일(benedettoxvi@vatican.va)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언론은 “이런 교황의 모습은 기존의 라칭거 추기경에 대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대중과 가까이 하는 교황이라는 친근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탈리아 신문 라 레푸블리카는 베네딕토 16세가 콘클라베에서 총 115표 중 100표 정도를 얻어 압도적 표차로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전임 교황과의 차별화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존경과는 별개로 베네딕토 16세는 전임 교황과의 차별화에 서서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황 선출 후 추기경들과의 첫 만찬 자리에서부터 나타났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만찬 석상에서 고향인 폴란드의 민요를 불렀던 것과 달리 새 교황은 라틴어 노래를 불렀다고 추기경들은 전했다. 또 요한 바오로 2세가 성모 마리아를 강조해 기독교나 성공회와의 사이가 껄끄러웠던 데 비해 첫 미사에서 예수의 가르침에 충실한 강론을 펼쳤다. 성인과 기적, 신비주의를 칭송했던 전임 교황과 달리 합리주의를 강조하는 성향이 강하다. 전임 교황이 방탄차를 이용했던 것과는 달리 컨버터블 세단을 이용했다. ●서점·경매사이트에 ‘라칭거 열풍’ 독일과 동구권, 미국의 서점가와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라칭거 열풍’이 불고 있다. 20일 독일 언론들에 따르면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에 선출된 지 하루 만에 아마존 닷컴 독일에서 라칭거 추기경의 저서 ‘이 땅에 소금’이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제 6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그에 관한 책이나 저서 7권이 판매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출판사들은 교황의 저서가 동이 나고 주문이 쇄도하자 긴급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미국의 아마존 닷컴에서도 20일 라칭거 추기경의 저서 7권이 20위 안에 올랐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이베이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이트에는 라칭거 추기경 관련 물품 3000여점이 나와 거래되고 있다. lotus@seoul.co.kr
  • 어! 손바닥보다 작네 소설책도 미니미니

    ‘감량 소설책’이 뜬다? 침체된 문학시장의 활로를 뚫기 위한 문학시장 내부의 모색이 한창이다. 구체적인 최근 사례가 책의 사이즈와 가격을 동시에 줄인 ‘작은 책’ 출간 움직임. 해외 도서시장에서는 일반화된 포켓북 형태의 이른바 ‘페이퍼백’ 소설책이 시리즈로 속속 기획돼 눈길을 끈다. 출판사 일송포켓북은 이번주 ‘한국문학 베스트’ 시리즈를 서점가에 풀었다. 소설책의 판형으로는 국내 처음인 이른바 ‘신서판’(105×172㎜). 책의 세로가 볼펜의 길이와 거의 맞먹어 손아귀에 쏙 들어간다. 출판사측은 “시장조사를 한 결과, 기존 양장본의 소설책 값을 부담스러워하는 독자들이 의외로 많았다.”면서 “사이즈와 종이 질을 바꿔 제작비를 크게 줄였고, 결과적으로 책값도 파격적으로 끌어내렸다.”고 전략을 밝혔다.‘저가 소설’이 소설시장의 불황을 뚫는 하나의 자구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 결과다. 가격대는 권당 최저 3800원에서 최고 6200원까지. 이 시리즈는 이문열 이청준 전상국 윤흥길 박범신 고은주 등 국내 대표작가 10명의 작품집 10권을 1차분으로 내놓았다. 시리즈를 기획한 권태현 모던타임즈 주간은 “외국처럼 포켓북 출간이 뿌리내려 제본기술이 정착되면 더 저렴한 종이로 책값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조만간 비소설 분야의 책도 포켓북 형태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틈북스에서 지난 3월 처음 내놓은 ‘지금의 소설’ 시리즈도 주목해볼만한 참신한 시도로 꼽힌다.‘B6 변형판’(106×188㎜)의 얇고 가벼운 판형 덕분에 가격은 권당 4000원대(4900원)까지 내려갔다. 사이즈와 가격이 줄어든 ‘감량 소설’이란 점에 신선한 기획으로 평가받는 대목은 또 있다. 중·단편을 1∼2년씩 묵혔다가 창작집으로 묶어내는 기존의 소설출판 관행을 깨보겠다는 것. “‘띠지’가 필수일 정도로 국내 책들이 지나치게 화려한데다, 순문학과 대중독자간의 괴리가 너무 커진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안동욱 틈북스 대표는 “메이저 출판사들이 ‘관리하는’ 등단작가가 아닌 신인작가들의 글을 제때제때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1960년대 이후 출생자를 전제로, 현실감각을 발빠르게 투영하기만 한다면 미등단 작가의 글도 출간한다는 원칙이다. 지난 3월 신인급인 서준환과 최대환의 작품을 소개했고, 지난주에는 우광훈의 소설 ‘목구멍 깊숙이’를 잇따라 냈다. 양장본에 치중해온 문학전문 출판사 문이당의 임성규 대표는 “페이퍼백에 비해 2∼3배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들지만, 특히 신인작가들의 작품집일 경우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양장본을 낼 때가 많다.”면서 “문학시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가 메이저 출판사들 쪽으로도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오래된 책이 아름답다

    희귀 고서들을 통해 서양의 출판문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옛 책전’이 경기도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 북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수년간 해외 고서점을 돌며 직접 수집한 저자 서명본과 한정본, 초판본 등 150여권이 나와 있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1797년 에든버러 벨 앤 맥파커 출판사에서 펴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제3판. 본책 18권과 부록 두 권으로 구성된 희귀본으로 592개의 삽화와 지도가 실려 있다. 런던 비르투스 출판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 전집(1872)과 영국 화가 터너의 풍경화 40여점을 대형 판화로 만들어 수록한 터너 화집(1836)도 평가할 만한 장서다. 중세 유럽의 기독교국가에서 널리 읽힌 성인전 ‘황금전설’도 출품됐다.1892년 탁월한 출판예술가이자 사회개혁가인 윌리엄 모리스가 직접 설립·운영한 출판공방 켐스콧에서 간행한 이 책은 ‘영국의 구텐베르크’라 불리는 출판장인 윌리엄 캑스턴이 번역한 500부 한정판. 또 19세기 후반 런던 조지 루틀리지 출판사에서 펴낸 칼데콧 그림 모음집은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랠프 칼데콧이 직접 삽화를 그리고 채색한 초판본으로 출판 당시의 광고가 붙어 있는 희귀본이다. 단행본 외에 ‘사보이’ ‘옐로북’ 등의 잡지도 있다. 특히 시인 아서 시먼스가 편집한 ‘사보이’는 1896년 레너드 스미스 출판사에서 낸 아방가르드적 일러스트 계간 잡지로, 버나드 쇼를 비롯한 문필가들의 글과 영국의 유명 삽화가 오브리 빈센트 비어즐리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커다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잡지다. 전시를 기획한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인류문명사는 책의 역사”라고 전제,“우리는 옛 책을 토대로 새 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책문화의 온고지신’을 강조하는 말이다. 전시는 30일까지.(031)-949-9303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동·서양 巨視史서 읽는 역사와 미래

    최근 서점에서 역사 관련 서적들을 둘러보면 종전에 나왔던 역사서와 달리 다루는 주제가 너무도 다양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왕조나 전쟁·정복, 혹은 주요 정치인 위주의 역사 서술에서 벗어나 여성(과부·마녀), 농부, 소시민 등이 역사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똥, 오줌 등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금기시하던 소재까지 다룬 서적이 줄을 잇고 있다. 바로 미시사 열풍이다. 이전 역사에서는 버려지고 매장됐던 소소하고도 별 볼일 없는 이야기들이 ‘역사’라는 명패를 달기 시작한 것이다. 이 틈을 비집고 일부 대중역사서 수준의 서술이 ‘미시사’로 포장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어쨌든 미시사(이탈리아), 문화사(영미권), 일상사(독일) 등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역사를 ‘진보’나 ‘계급투쟁’,‘민족의 자서전’으로 보지 않겠다는 점은 공유하고 있다. ●미시사와의 대화 시도 역사를 보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가치 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찜찜함은 남아 있다. 너무 개별적인 사안에 매몰되다 보니 전체적인 지평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특히 서구와 달리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근대성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시사를 일종의 ‘퇴행’으로 받아들이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미래를 보는 눈-거시사의 세계’(노영숙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는 이런 비판적 시각 위에 서 있으면서도 미시사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톡특한 책이다. 출판사 역시 미시사에 대해 서문에서 “놓쳐왔거나 애써 외면해왔던 많은 것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아시아적·세계체체적 상상력의 필요성에는 답을 하지 못한다.”고 평했다. 노르웨이의 석학 요한 갈퉁과 파키스탄 미래학자 소하일 이나야툴라가 함께 쓰고 편집한 이 책은 거시사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는 작업으로 비친다. ●선형적 역사 vs 순환적 역사 저자들은 20명의 거시사가를 다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미스, 스펜서, 마르크스, 토인비 외에 사마천과 할둔, 비코 등 동양 학자들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저자들은 이들을 크게 서구적, 발전론적 사관으로 알려진 ‘선형적인 역사모델’과 동양적, 운명론적 사관으로 알려진 ‘순환적인 역사모델’로 구분하고 이들의 논의와 장단점을 세세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어 10가지 기준으로 이들 20명의 거시사가들에게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뽑아낸 뒤 이들 이론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 되묻는다. 이를 통해 5∼6장에서는 ‘사회거시사’를 통해 개인미시사와 세계거시사가 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친다. 저자들의 문제 의식은 각 학자들의 주장과 이에 대한 후대 학자들의 주석이 아니라 거시사가들의 논의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이냐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마당] 도서정가제 ‘이상한 이유’/강주헌 펍헙에이전시 대표·번역가

    지난 3월 말 국회의원 23명이 ‘출판 및 인쇄진흥법’의 일부 개정을 발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발의의 핵심은 도서정가제의 한시규정을 없애고 할인판매를 완전히 금지한 데 있다. 사회복지시설에는 할인판매를 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두었지만 큰 의미는 없다. 하여간 개정안의 발의 이유를 보면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간의 형평성 보장, 출판사의 경영개선, 독자의 권익 보호로 요약된다. 이 이유들을 하나씩 따져보면 설득력이 전혀 없다.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간에 형평성을 법으로 보장해야 할 이유가 뭘까? 책이 문화상품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책만이 문화상품인가? 영화도 문화상품이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예매하면 할인받는다. 연극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도 책을 판매하는 서점, 그것도 오프라인 서점만을 법으로 보호해야 할 이유가 뭘까? 이제 다른 이유를 든다. 온라인 서점이 책을 할인판매하면서 오프라인 서점이 우수수 망했기 때문이란다. 그럼 웬만한 중소도시까지 들어선 할인매장 때문에 문닫은 동네슈퍼들을 왜 법으로 구하지 않는가? 답:문화를 다루는 곳이 아니어서. 그럼 할인매장의 공세에 동네슈퍼는 사라졌지만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할인매장이 갖지 못한 면을 편의점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의 가격공세보다 소비자인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전근대적인 운영방식 때문에 망한 것이다. 온라인이 갖지 못한 오프라인만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단적인 예로 교황이 서거했을 때 교황에 관련된 책들만으로 판매대를 꾸민 서점이 있었을까? 공간의 부족으로 판매대를 꾸미지 못했다면 커다란 종이에 그런 책의 목록을 소개한 서점은 몇이나 될까?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서점을 단지 책을 판매하는 장소라는 이유로 법이 나서서 보호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온라인 서점들이 경쟁적으로 책을 할인판매하면서 출판사에 경영압박을 주었다는 이유로 도서정가제를 완전하게 실시해야 한단다. 온라인 서점들의 할인공세로 출판사들이 적정이윤을 보장받으려고 책값을 올렸다고 비난하면서 출판사들이 이 때문에 경영압박을 받는다니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출판사가 경영압박을 받는 이유는 책의 판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독자가 없어 책을 팔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요즘 들어 홈쇼핑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대형출판사들의 예에서 보듯이, 책에 대한 정보를 잠재적 독자에게 알리는 통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할인을 하든 않든 간에 온라인 서점은 책을 알리는 훌륭한 통로역할을 그동안 해왔다. 국회의원들이 법의 이름대로 출판을 진흥시키고 싶다면, 그래서 출판사들을 경영압박에서 구해주고 싶다면 도서정가제와 같은 피상적인 문제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책을 독자에게 알리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 편이 나을 것이다. 독자의 권익보호는 ‘양질의 도서를 저렴한 가격에 원활히 공급’하는 데 있다. 양질의 도서는 일단 접어두고 ‘저렴한 가격’을 언급한 이유는 아마도 온라인 서점 때문에 책값이 올랐다는 점을 지적한 듯하다. 거꾸로 말하면 온라인 서점이 적정이윤을 보장받으려고 출판사에 과도한 할인공급을 요구해서 출판사가 어쩔 수 없이 책값을 높이 책정해 독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뜻이다. 그런데 출판인들에게 물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일부 대형서점들은 온라인 서점이 무색할 정도로 과도한 할인공급을 요구한다. 게다가 온라인 서점은 현금으로 결제해주지만 서점이나 도매상은 여전히 어음으로 결제해서 출판사들은 앉은 자리에서 몇 개월치의 이자를 손해본다. 이렇게 손해본 이자는 당연히 책값에 반영될 것이고, 그렇다면 책값 인상의 원흉은 온라인 서점이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과 도매상이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출판 및 인쇄진흥법’의 당위성을 반박한 것이 아니다. 이 법을 시행한 지 2년 만에 그 공과를 정확히 따져보지 않고 서둘러 개정하려는 이유가 틀렸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법에서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읽어야 할 텐데 이 개정안은 그렇지 못하다. 강주헌 펍헙에이전시 대표·번역가
  • 책장 넘기며 장미꽃 향기에 취해볼까

    책장 넘기며 장미꽃 향기에 취해볼까

    4월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했던 ‘상트 호르디’의 날과 1616년 세계적 작가인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서거한 날에서 유래한다. 이날을 즈음해 전 세계 30여개국에선 독서 진흥 캠페인과 함께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며, 한국에서도 ‘책과 장미의 축제’ 등 전국적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먼저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혜경)는 24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등 전국 16개 중·대형 서점에서 ‘책과 장미의 축제’를 연다. 오전 10시부터 서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양서 한 권과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한다. 모두 8만여권의 책을 준비했다. 또 행사 당일 각 서점에 모금함을 설치해 모인 기금으로 도서를 구입, 소외된 이웃에게 책을 선물하는 행사도 마련한다. 참여 서점은 교보문고(광화문·대구·인천), 영풍문고(종로), 서울문고(강남), 씨티문고(강남), 서현문고(분당), 남포문고·동보서적·영광도서(이상 부산), 리브로(수원), 계룡문고(대전), 홍지서림(전주), 학문당(마산), 삼복서점(광주), 북하우스(진주), 태영문고(일산) 등이다. 교보문고에선 이날 광화문점 야외 도로공원에서 ‘책의 날 선포식’을 진행하며, 낭독회와 클래식 축하공연도 마련한다. 또 책을 읽고 받은 느낌을 적은 사람 100명(선착순)에게 사이버머니 1만원을 지급하고,‘독서퀴즈대왕 쟁탈전’을 통해 총 30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도 제공한다. 영풍문고(종로)에선 23일 마임공연,24일 작은 음악회를 마련했다.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아시아광장 일원에서는 23일 ‘출판도시 탄탄도서 200선 특별전’과 ‘책 벼룩시장’이 열린다. 출판도시문화재단과 아름다운가게가 공동주최하는 이날 행사에선 출판도시가 엄선한 최근 발간 도서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벼룩시장에선 집에 보관중인 헌책과 음반(LP,CD), 비디오를 팔고 살 수 있다.30자리가 배정되며,20일까지 전화(031-955-0077)로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외국동화 뛰는데 국산동화는 ‘제자리’

    극심한 출판시장의 불황에도 꿋꿋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장르가 다름아닌 어린이책이다. 외풍을 상대적으로 덜 타서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는 덕에 어린이책은 출판사들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효자종목’으로 통할 정도다. 어린이 출판시장은 출판시장의 경색이 계속된 근년에도 변함없이 성장세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동안의 아동물 발행부수는 2134만 5314권.1577만여권을 기록했던 2003년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같은 양적 팽창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편치만은 않다.“시장의 양적 팽창속도를 동화의 질(質)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출판가 안팎에서 드높다. 특히 문제로 꼽히는 부분이 순수 국산 창작동화의 부족. 외국아동서 번역물의 위세에 밀려 정작 우리 창작동화는 기를 펴지 못하는 현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번역물들은 시중 서점의 아동도서 코너를 ‘잠식’하다시피 한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가운뎃자리를 독점하고 있는 건 언제나 몇몇 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 에릭 칼, 앤서니 브라운, 존 버닝햄, 마거릿 와이즈, 미하일 엔데, 필리파 피어스, 코닉스버그, 아스트린드 린드그렌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어린이책 전문출판사의 한 기획자는 “해외에서 큰 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은 베스트셀러로 띄우기가 쉽다.”면서 “책을 고르는 학부모들이 내용보다는 출판사나 작가의 명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 저작권을 따오기 위한 출판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대개 해외 원작 동화 선인세는 2000달러 수준인데, 국내 출판사들의 제살깎기식 경쟁 탓에 최근 1만달러까지 올라간 사례도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털어놓았다. 이렇게 생긴 ‘거품’은 자연히 책값 인상으로 이어지게 마련. ●선인세 1만달러까지 치솟기도 이쯤 되니 창작동화가 설 땅은 상대적으로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작품성과 인지도를 고루 갖춰 ‘시장경쟁력’을 담보한 국내 동화작가는 열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순수 창작동화를 고집해온 출판사 푸른책들의 기획담당 김민영씨는 “창작동화를 소화할 글·그림 작가층이 너무 얇아, 기획을 끝내고도 작가 일정에 맞추느라 몇 달씩 맥 놓고 기다리기 일쑤”라면서 “국산동화가 수적 열세인 것도 문제이지만, 작가층이 얇아 다양한 소재를 개발하지 못한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출판사 이름만 다를 뿐, 닮은꼴의 글과 그림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렇듯 척박한 창작토양 때문에 알찬 기획이 안타깝게 주저앉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아비까비 꼬비까비’를 1권으로 현암사에서 야심차게 출발했던 ‘생명도깨비 토리아드 이야기’ 시리즈. 판매부진 때문에 출판사가 1년 넘게 후속 시리즈를 내지 못해 독자들이 난감해진 사례다. ●저학년용이 70~80%… 편중 심해 시류에 편승한 졸속·편중기획도 창작동화가 뿌리내리는 데에 걸림돌로 꼽힌다. 최근 1∼2년 동안 초등 저학년용 동화가 전체 창작물의 70∼80%를 차지할 만큼 ‘쏠림현상’을 낳고 있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어린 독자들에게 창작동화를 통한 문화 정체성을 심어주려는 노력은 다행히도 최근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인기 동화작가 채인선씨가 발기인이 되어 지난해 6월 만들어진 ‘우리책 사랑모임’(cafe.daum.net////booksforchildren)은 대표적 사례. 동화작가와 출판사·도서관 관계자, 일반인 등 120여명이 회원인 이 모임은 순회전시회(‘우리 아이에게 우리 책을’전), 작가 동화낭송 등 다각적인 창작동화 읽히기 운동을 벌이고 나섰다. 푸른숲 어린이책 박창희 팀장은 “창작동화 발전을 위해서는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려는 출판사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영미권 인기작가들의 작품을 덮어 놓고 신뢰하는 학부모들의 자세도 되돌아볼 문제”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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