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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50대 음반시장 깨우다

    30~50대 음반시장 깨우다

    ‘세시봉’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30~50대의 문화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세시봉으로 통기타의 매력을 다시 느껴 기타학원에 등록하고 기타를 새로 잡기 시작한 이들이 늘어난 데 이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의 앨범은 프로그램 자체의 논란과 무관하게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 측은 15일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가수들의 7~14일 음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이소라 6집 ‘눈썹달’, 정엽 1집, 박정현 4집 ‘꿈에’의 판매량이 모두 지난달 대비 3~9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핫트랙스의 3월 첫째 주 순위를 살펴보면 ‘세시봉 친구들: 40년 우정을 노래하다’ 앨범이 4위를 차지했다. 2004년 발매된 이소라 6집은 28위에 올랐고, 박정현 1~3집의 히트곡을 담아 지난해 11월 나온 ‘커버 미’는 53위를 기록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세시봉 친구들’ 앨범이 가요 앨범 판매 순위 1위로 올라섰다. 앨범 구매층도 10~20대에서 30~50대 위주로 변했다. ‘세시봉과 친구들’ 앨범의 36%는 40대가 구매했으며, 11%는 50대가 샀다. 이소라 6집 ‘눈썹달’과 박정현의 베스트 앨범 ‘커버 미’는 30대의 구매율이 각각 48%와 52%에 이르렀다. 김혜란 예스24 상품 기획자는 “‘나는 가수다’에서 방송된 노래의 인기는 음원 차트 상위권을 모조리 석권한 데 이어 음원이 아닌 음반을 구매하는 데 익숙한 중년 음악팬들을 움직이고 있다.”면서 “서바이벌이란 방송 형식은 논란이 많지만 주말 예능 프로에서 보기 어려웠던 가수들의 출연으로 30~50대가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가요의 진가를 다시 느끼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고향 도서관에 향토문화 자료 5400여점 기증

    고향 도서관에 향토문화 자료 5400여점 기증

    한 문화재 공무원이 자신의 고향 도서관에 무려 6000점에 가까운 자료를 기증했다. 전남 장흥 출신의 김희태(54) 전남도 문화재 전문위원은 최근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귀중한 문화재 자료와 향토 자료 등 모두 5400여점을 정남진도서관에 기탁했다. 김 위원이 기증한 책들은 각 지역의 연혁을 알 수 있는 향토문화 자료집을 비롯해 역사 자료집과 사회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특히 ‘낭죽골의 옛노래’, ‘한국기독교 연행도’ 등 일반 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정남진도서관에는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소장도서 기증운동으로 모두 4만여권의 도서가 모아졌고, 현재까지 꾸준하게 기증이 이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김 위원으로부터 기증받은 향토 문화 및 사료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귀중한 도서들”이라며 “특히 어린이들과 역사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군민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흥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리쿠젠타카타시 1만7000명 실종·5000가구 수몰

    쓰나미가 도시 하나를 통째로 날렸다. 일본 강진 발생 이틀째인 13일까지도 수만명이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사망자수는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미야기현 경찰은 “미야기현에서만 사망자가 1만명이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미야기현 동북부 해안 도시 미나미산리쿠의 시민 절반 이상인 1만명이 행방불명 상태로, 쓰나미에 희생됐을 것으로 보인다. 해변에서 3㎞ 떨어진 곳에 도심이 형성돼 있는 미나미산리쿠의 인구는 모두 1만 7393명. 이 가운데 7500여명만 가까스로 대피했다. 이와테현 북쪽 끝의 리쿠젠타카타시에서도 전체 주민 2만 3000여명 가운데 1만 7000여명이 실종돼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곳 주민 5900여명만 대피했으며 5000 가구가 수몰됐다고 보도했다. 이와테현 오쓰지에서도 1만여명의 주민들이 대거 실종된 상태다. 후쿠시마현 정부도 1167명의 주민들이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30개지역 고립… 피난민 31만명 13일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에서 발견된 시신만 1000구를 넘어섰다. 이날 오후 9시 30분 현재 이와테현에서는 502명, 미야기현에서는 515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한 요양소에서는 30여명의 노인들이 한꺼번에 쓰나미에 휩쓸려가 버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중국 산둥성의 한 인력업체는 오후나토에 파견됐던 40명의 중국인들도 연락이 두절됐다고 전했다. 도호쿠 3개 현에 거주하고 있던 인도네시아인 500여명도 행방불명됐다. NHK는 아직도 일본 동북부 30곳 이상의 지역 주민들이 고립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나미산리쿠에는 2100명이 고립돼 있으며 이시노마키시에는 최소 1300명, 시즈가와 지역 마을에도 1000여명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3시간씩 전력공급 강제 중단 이번 지진사태로 인한 피난민만 30만명을 넘어섰다. NHK 조사에 따르면 13일 오후 1시 도호쿠 지역 전체 피난민은 31만명에 이른다. 후쿠시마 제1, 제2원자력발전소 반경 20㎞ 내 10개 도시와 마을 주민 21만명도 대피한 상태다. 하지만 피해지역 지방자치단체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실제 대피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500만명이 아직도 전력 공급이 차단된 채 생활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14일부터 도쿄전력 관내의 9개 도·현을 5개그룹으로 나눠 3시간씩 돌아가면서 전력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계에도 최대한 절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번 강진으로 최대 346억 달러(약 38조 8731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재난관리회사 에어 월드와이드(AIR Worldwide)는 “재난 모델에 따르면 지난 11일 지진으로 보험에 가입한 재산 손실이 145억 달러에서 346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38조원 경제손실 예상 계속되는 여진은 열도를 더욱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 이후 13일까지 150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일본 최악의 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충격과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센다이에서 치과기공사로 일하는 오노데라 구미(34)는 “도로가 파도처럼 굽이치며 꿈틀거렸다.”면서 “재난영화에서 나오는 장면 같았다.”고 11일 밤을 회상하며 몸서리쳤다. 일본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해외에 거주 중인 사람들의 절망도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의 한 서점에서 일하는 미사 와시오는 “일본에 있는 여동생에게 계속 전화를 해 봐도 모든 회선이 불통”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반짝반짝 빛나는(MBC 토요일 밤 8시 40분) 나희는 권양을 찾아간다. 권양은 딸들이 산부인과에서 바뀐 것 같다고 말하는 나희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진다. 금란은 정원처럼 살아보고 싶은 욕심에 나희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을 함께 먹자고 하고, 같은 시간 권양은 금란을 만나러 서점을 찾아간다. 한편 정원은 거리감을 두는 나희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수상함을 느낀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토요일 밤 8시) 현재 소아과 최대의 관심사인 성장 클리닉을 찾은 환아의 절반은 어린 나이에 유방이 발달하고, 고환이 커지는 성조숙증 환아다. 이를 방치할 경우 키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는 유방암과 조기폐경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금 당신의 아이도 안심할 수 없다. ●사랑을 믿어요(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드라마작가에 당선된 영희가 가족의 축하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할 때 기창은 홀로 빈 학원을 청소하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명희가 실연을 당해 쓰러지자 온 가족은 명희의 마음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다. 윤희는 돌아가신 부모님 기일을 지내려다 우연히 만난 우진과 함께 부모님이 계신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우리는 편의점 알바 세대’. 그들은 스스로를 자조 섞인 표현으로 부른다. 시급이 센 편의점 야간 근무를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대학생들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다 못해 새벽 근무를 자원하는 것이다.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는 것이 싫어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만나본다. ●학자의 고향(KBS1 일요일 오전 7시 20분) 조선의 명재상 황희. 19년간 영의정을 하며 세종의 책사로 조선의 태평성대를 이끌어 냈다. 세종의 즉위 전 세종의 세자책봉을 반대했던 황희. 이 일로 5년간 유배길에 올랐지만 세종은 그를 다시 조정으로 불러들인다. 세종은 황희에 대한 기대를 평생 놓지 않았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5분) 50년 동안 400여 차례 수술을 받은 남자. 세상에서 가장 아팠던 사람으로 1993년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했다. 과연 이 남자의 병명은 무엇이었을까. 또 다른 이야기, 그 누구도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던 불후의 명작. 이 영화가 제작되기까지는 수많은 비화가 숨겨져 있다고 하는데…. ●SBS 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 체온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 만큼 체온 열풍이 거센 일본. 미국과 일본의 종양내과 전문의 사이토 마사시는 만성피로, 변비, 피부 건조증 환자의 90%가 체온이 떨어지면서 생긴 일이라고 말한다. 체온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체온을 높여 건강해질 수 있는지 실험과 일본 현지취재를 통해 알아본다.
  • 37살 동갑내기가 쓴 아주 다른 이야기

    37살 동갑내기가 쓴 아주 다른 이야기

     서른일곱 동갑내기인 두 여성 소설가가 비슷한 시기에 성격이 다른 소설집을 펴냈다. 김숨과 백영옥의 단편소설집 ‘간과 쓸개’, ‘아주 보통의 연애’는 제목처럼 소설의 성격이나 소재가 판이하다. 등단 시기는 다르지만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 문학계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되는 두 작가의 작품은 찬찬히 비교해서 읽어 볼 만한 재미가 있다. 차분한 문체로 되살린 삶의 어두운 풍경[간과 쓸개]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연이어 당선되며 문단에 나온 김숨은 2005년 ‘투견’을 시작으로 해마다 한권씩 꼬박꼬박 책을 내고 있다.  표제작인 ‘간과 쓸개’(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아픈 노인의 이야기다. 간암에 걸린 예순일곱의 ‘나’는 30여년 전에 산 경기 평택 땅을 팔아 돈을 자식들에게 나눠 준다. 통원 치료를 받으면서 몸무게가 점점 줄어드는 ‘나’는 복부에 구멍을 뚫고 호스를 끼워 쓸개즙을 빼내야 하는 큰 누님을 만나러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번번이 기회를 놓친다.  그러다 친구에게서 받은 골목(榾木)에 버섯이 열린 것을 보고 마침내 누님을 찾아가게 된다. 어렸을 때 누님을 따라 저수지에 갔을 때 그 속을 알 수 없는 검은 물빛을 바라봤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만다.  간과 쓸개가 아픈 두 노인은 ‘죽은 것도, 그렇다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골목’과 같다. ‘나’가 어렸을 때 본 검푸른 저수지의 물빛은 누님의 간과 심장과 위와 대장을 썩어들게 하고 있다는 쓸개즙 색과 흡사하다.  소설가 하성란은 “‘간과 쓸개’는 김숨의 소설일까 싶게 현실적”이라며 “기괴한 환상이 교차하던 이전 소설들과 비교하면 땅 위로 안착한 듯하지만 환상이 사라진 그의 소설은 여전히 쓸개즙처럼 쓰디쓸 뿐”이라고 말했다.  ‘간과 쓸개’뿐 아니라 소설집 곳곳에는 병든 인물들이 등장한다. 거동이 자유롭지 않아 유폐되듯 갇혀 살아가는 노인(‘북쪽 방’), 네 번째 뇌수술을 앞둔 사내(‘내 비밀스런 이웃들’) 등 죽음의 이미지와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필사의 삶을 사는 사람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성란은 “내가 아는 김숨은 ‘가만히’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김숨 자신도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고 말한다. 숨조차 가만가만 쉴 듯한 작가는 어쩔 수 없는 질병이나 가난에 사로잡힌 소설 주인공들을 통해 뒤틀린 인간의 존재방식을 드러낸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가족을 포함한 타인의 무관심은 아프게 감지된다.  소설집에는 귀뚜라미가 두번 등장한다. ‘간과 쓸개’의 나는 수도 계량기통 속에서 죽은 귀뚜라미들을 나무젓가락으로 건져 낸다. ‘흑문조’에서는 부모님에게 빚까지 지워가며 마련한 집이 귀뚜라미 천지가 된다.  뒤엉켜서 서로 다리와 더듬이를 질근질근 물어뜯고 있을 것만 같은 귀뚜라미처럼 ‘살아 있다는 것이, 더할 수 없이 구차스럽고 징글징글하기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나 몸이 아프고 물질적 조건이 풍족하지 못하다면 더욱더.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죽을 힘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숨의 소설은 쓸개즙처럼 쓴 현실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이다. 유쾌한 문장으로 드러낸 처절한 욕망과 진심[아주 보통의 연애]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백영옥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화제를 뿌린 장편 소설 ‘스타일’로 이름을 알렸다.  ‘스타일’에는 패션 잡지 기자로 일했던 작가의 전력이 일정 정도 담긴 듯하지만 ‘아주 보통의 연애’(문학동네 펴냄)에는 잡지사 관리팀 직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청첩장 디자이너, 출판사 편집자, 갈비집 사장, 인터넷 서점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이 등장한다.  소설집 제목에서 이번에도 현대 여성의 사랑을 다루었겠거니 지레짐작한다면 재능 넘치는 백영옥 소설의 재미를 느낄 기회를 놓칠 것이다. 연애 소설이라 굳이 이름 붙인다면 표제작인 ‘아주 보통의 연애’ 정도만 해당하고, 나머지는 추리 소설, 미스터리 등 다양한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가족드라마’에는 바람이 나서 딴살림을 차리고 유방암에 걸려 3개월 시한부 인생이 된 아버지, 드라마 중독자 어머니, 세번 이혼하고 로또 1등 당첨금 15억원을 모두 사기당한 도박 중독자 삼촌,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 못 하는 여동생, 삼류 포르노 잡지에서 섹스 기사를 쓰는 나까지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인생이 나온다.  하지만 벼랑 끝까지 몰린 가족은 인생은 비극보다는 희극이라고 이야기한다. ‘고생 끝에 오는 건 낙이 아니라 병’이라고 말하는 주인공과 가족은 시트콤보다 더 웃기면서 슬픈 한편의 드라마 같은 소설을 완성했다.  단편 ‘푹’은 전문 몽타주 요원인 ‘나’가 고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남학생들에게 복수한 여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방의 소도시에서 눈에 띄게 예뻤던 여학생은 머리는 있지만 양심은 없는 남학생들의 희생양이 된다.  남학생들은 자라서 의사, 교사, 금융회사 간부가 되고 각각 결혼과 약혼을 앞두고서 반지를 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경찰서에서 만난 이들은 고3 때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떠올리지만 “전부 다 미쳐 있었다. 기계처럼 공부만 했다. 러미널 같은 각성제까지 수십알씩 먹어 가며”라고 입시 스트레스 탓으로 돌린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명함과 프로필 뒤로 자신의 맨 얼굴을 숨긴 사람들의 연약한 내면과 상처 입은 자의식의 풍경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고 백씨의 소설에 대해 설명했다. 저마다 자신의 ‘역할’ 뒤로 숨어 버린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과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한 진심이 소설 속에 펼쳐지는 것.  ‘가족드라마’의 아버지는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어 가지만 가족 누구도 아버지의 사연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청첩장 살인사건’의 청첩장 디자이너는 아무 연고자도 없는 결혼식에 참여해서라도 가족사진에 담기고 싶어했지만 결국 연쇄 살인 용의자로 몰린다.  현대 여성에서 발전해 다양한 현대인들의 욕망을 천연덕스럽게 그려 낸 ‘아주 보통의 연애’를 읽고 나면 백영옥의 다음 소설이 가슴 뛰도록 기다려진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바다, 섬을 품다(박상건 지음, 이지북 펴냄) 동해 최북단 대진항부터 시작해 7번 국도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 부산 앞바다 가덕도로 접어드는 바닷길을 구불거리며 걷는다. 그리고 다시 강화도, 석모도로 훌쩍 건너가 서해 앞바다 섬들을 조망한 뒤 우리나라 섬의 68%를 차지하는 섬의 보고(寶庫) 남해로 접어든다. 여행 소개서는 더이상 서점 구석이나마 차지하기도 어려운 때다. 시인이자 섬 전문가인 저자가 바닷바람 맞는 사람들의 신산하지만 따스한 삶의 풍경을 그려냈다. 1만 5000원. ●파괴적 혁신 실행매뉴얼(스콧 앤서니·마크 존슨·조지프 신필드·엘리자베스 알트먼 지음, 이성호·김길선 옮김, 옥당 펴냄) 기업마다 최고의 화두는 혁신이다. 단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의견이 분분할 뿐이다.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슨텐슨이 매사츠세츠 공대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제자들과 함께 운영한 컨설팅 회사의 혁신 실행 매뉴얼을 책으로 묶었다. 기존의 것을 붙든 채 추진하는 혁신이 아닌, 파괴를 통한 혁신을 얘기하고 있다. 2만 4000원.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장종수 지음, 자전거생활 펴냄) 자전거의 탄생에서부터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바친 사람들, 자전거가 가져온 우리 삶의 변화, 다양한 자전거 문화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30년 이상 자전거를 타 온 자전거 애호가다. 1만 3000원. ●김정일 그 후(정승욱 지음, 지상사 펴냄) 북한의 3대 세습정권 시나리오의 전말과 후계 구축의 향방,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역학관계, 향후 남북관계를 진단한다. 저자는 김정은 후계 체제의 최대 변수는 장성택(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매제)의 행보라고 분석한다. 1만 5000원. ●호오포노포노 실천법(이하레아카라 휴렌·가와이 마사미 지음, 임영란 옮김, 넥서스비즈 펴냄) 호오포노포노는 하와이 원주민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문제 해결법이다. 저자는 비즈니스 분야에 호오포노포노를 적용하면서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는 비즈니스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종합적인 풍요, 즉 영적·정신적·신체적·물질적 풍요를 모두 포함한 부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결론적으로 답한다. 이해를 초월한 풍요라는 의미다. 일상 생활 속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계언을 담고 있다. 1만 2000원.
  • 부산시청사 시민책방 ‘오픈’

    “책 사러 시청으로 오세요.” 부산지역 향토서점을 살리기 위한 시민책방이 부산시청사에 들어선다. 부산시는 지역 문화사랑방 역할을 할 ‘행복한 시민책방’이 10일 시청사 1층에서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이 책방은 지난해 동보서적, 문우당서점 등 지역 대형서점이 잇달아 폐업하자 시와 시 서점조합이 향토서점을 살리고 독서에 대한 시민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했다. 시청사 1층 로비에 40㎡ 규모로 설치됐으며 인문, 과학, 예술, 문학, 역사 분야 등 5000여권의 도서를 갖췄다. (사)한국서점조합연합회 부산시 서점조합이 운영을 맡아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오후 7시 문을 연다. 도서판매 외에도 책에 관련된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하는 등 지역의 독서문화 공간으로 운영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200페이지 백지책, 英서 베스트셀러 된 이유?

    200페이지 백지책, 英서 베스트셀러 된 이유?

    한 글자도 적히지 않은, 오롯이 백지로만 이뤄진 책이 영국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무슨 영문일까? 텔레그래프와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섹스를 제외하고 모든 남성들이 생각하는 것’(What Every Man Thinks About Apart From Sex)이라는 제목의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4.69파운드(약 8540원)에 팔리는 이 책의 현재까지 판매량은 약 13만 4300권. 200페이지 분량의 이 책에서는 표지를 제외하고는 눈씻고 찾아도 글자를 볼 수 없다. 흡사 연습장을 연상케 하기도 하지만 엄연히 ‘비소설’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가로 활동중인 저자 셰리던 시무브는 “수 십 년의 연구 끝에 남자들은 섹스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백지 책의 출간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다음 목표는 ‘섹스를 제외하고 모든 여성들이 생각하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라면서 “수 십 년의 연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책을 ‘봤다는’ 노팅엄 대학의 학생 제스 로이드는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 정말 인기있는 책”이라면서 “친구에게도 사줬는데 매우 재밌어 했다.”고 말했다. 한편 텔레그래프지는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이 ‘본의 아니게’ 학생들 사이에서는 노트나 연습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강남 인강’ 스타강사 3인의 신학기 고교 학습준비법

    ‘강남 인강’ 스타강사 3인의 신학기 고교 학습준비법

    내일부터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 입장에서는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이름이 바뀐 것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는 ‘수험생’으로서의 압박감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고교 학습과 수능 준비가 전혀 다른 공부가 아닌 만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마음으로 착실히 준비하면 된다. 수년간 고교 수험생들을 가르쳐 온 스타 인터넷 강사들로부터 신학기 고교 학습 준비법에 대해 알아본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언어 - 문법 총정리 >>> 언어 하지혜 강사 ① 8차 교육과정에서는 국·영·수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중심축으로 삼아 공부하는 것이 좋다. 국어는 16종 교과서를 통틀어서 수학능력시험에 반영되기 때문에 자신이 배우는 교과서에 실린 작품 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서의 작품도 따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문법, 문학, 비문학으로 장르를 나누어 학습하는 것도 국어를 쉽게 공부하는 요령이다. 또 고대문법부터 현대문법까지 전체 기본 문법을 정리해 두면 국어의 기초를 잡을 수 있어 앞으로의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된다. 문학은 필수 작품에 속하는 단편 소설들을 읽고 줄거리를 정리하고, 필수 현대시도 예습해 두는 것이 좋다. 비문학은 이전에 출제되었던 고1용 모의고사 기출 문제집을 이용해 지문을 독해하고 문제 유형을 파악해 둔다면 수능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②학기 초에는 고1용 기출문제를 일주일에 한회 정도씩 풀어나가며 모의고사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비문학을 독해하는 능력이 생기면 다른 장르를 공부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비문학 구조독해를 훈련하면서 글을 보는 능력을 키워 보자. 중학교 때 나왔던 문법이 고등학교에서도 기초 문제로 모의고사에 한두 문제씩 출제되기 때문에 중학교 문법을 완벽하게 복습하고, 동시에 고등학교 문법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선행학습을 해 두는 것이 좋다. 주말을 이용해 단편소설들을 읽고 줄거리를 정리하거나, 필수 현대시들을 정리해 놓으면 모의고사뿐만 아니라 내신과 수능 대비도 같이 할 수 있다. ③의외로 문법을 소홀히 여기는 학생들이 많다. 문법 파트는 국어의 기초를 다지는 데 매우 중요하다. 어휘력 또한 지문을 독해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하지만 이를 간과하고 문학 작품만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초공사 없이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 고1부터 문법의 기초와 어휘력을 다지고 비문학 지문을 독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언어영역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길이다. 문법은 중학교 교과서부터 고교 문법까지 정리된 책이 서점에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거나, 문법이 총정리된 인터넷강의를 봐도 좋다. 어휘력도 빠뜨리지 말아야 할 핵심 요소.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어려운 어휘가 많이 나오는 신문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려운 어휘가 나올 때는 국어 단어장을 만들어서 정리해 두고,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어휘가 사용된 예문을 통해 어떤 문맥에서 사용되는지를 정리하면 책을 수십권 읽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④문학작품을 짧게 핵심만 정리해서 10~20분 정도 분량씩 학습하면서 한 작품씩 정리해 나가는 것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문학작품이 정리된 자습서를 한 작품씩 매일 공부하는 것도 좋다. 비문학 지문 독해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매일 한두 지문씩 문제를 푸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 지문을 풀고 오답정리까지 10~15분이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에도 좋다. ⑤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그 과목이 공부하기 싫고, 또다시 공부를 소홀히 해 점수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마음을 잡고 치열하게 공부해서 점수가 잘 나오면 성취감 덕분에 과목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 국어를 싫어한다면 우선 범위가 정해져 있는 내신부터 준비해 보자. 작품 정리도 하고 문제도 자주 풀면서 준비해 보면 내신도 잘 나오고 동시에 국어에 대한 학습의욕도 높아져, 최종 목표인 수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수리 - 기본서 마스터 >>> 수리 이정수 강사 ①고교 1학년 수학 내용은 중학교 3년간 배웠던 내용의 심화·반복 과정이다. 수학 용어와 기호를 처음 접하는 것이 아니므로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어렵지 않게 예습할 수 있다. 수학 내신을 대비하려면 학교에서 선정한 교과서와 부교재 그리고 수업시간에 나눠주는 프린트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최소한 수업 전날에는 다음날 배울 내용을 읽고 숙지해서, 수업시간에 그 내용을 떠올리며 학습해야 한다. 수능에서도 1학년 과정은 문제풀이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기본서 한권 정도는 두 학기 중에 마스터해야 한다. 수능준비는 고1 과정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②모의고사는 전국단위 시험이다. 내신과는 성격이 다르고 난이도가 높은 문제도 출제된다. 내신처럼 하루 전날 공부하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시험날은 쉬운 문제를 먼저 풀고, 어려운 문제는 나중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 지난해 시험지를 실제 시험환경 속에서 치러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어느 정도 난이도로 출제되는지, 또 시간 관리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 시험문제의 배열은 몇번부터 문제가 어려워지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시험마다 문제는 달라지지만, 문제 난이도의 배열이나 유형의 배열은 어느 정도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문제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당황하지 말고, 뒤쪽에 나오는 쉬운 문제들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③수학 각 단원마다 핵심 내용은 있지만, 이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전반적인 내용도 알고 있어야 한다. 수학 개념을 고르게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기출문제들을 통해 문제별 난이도와 풀이방법을 유형별로 익혀 두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꼭 알아야 할 단원은 다음과 같다. ▲집합(대칭 차집합 개념과 유한집합의 원소의 개수 실생활 문제) ▲명제(대우명제를 이용한 문제풀이와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실수(항등원 역원개념 대소판별과 절댓값 관련, 가우스 개념의 이해) ▲정수(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 ▲다항식의 연산(곱셈공식과 인수분해공식의 정확한 암기와 적용, 항등식의 성질과 미정계수법을 이용한 연산, 나머지 정리와 인수 정리에서 조립제법을 이용한 계산, 비례식과 가비의리, 무리식의 연산과 상등에 관한 정리, 복소수의 연산) ④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공부할 때는 그날 배울 내용에 대한 중요 개념을 여러번 읽어보고 부족한 설명은 인터넷 강의나 교육방송을 찾아 듣는 게 좋다. 학습 순서는 단원별 개념을 먼저 이해한 후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고, 그 다음에 문제 풀이 강의내용을 공부하는 게 좋다. 인강을 이용해 수학을 공부할 때에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학습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 편하게 강의만 보는 걸로는 절대 성적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수학은 이해가 중요하지만, 스스로 풀어보고 왜 틀렸는지 확인해 가는 과정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⑤수학은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 난이도가 높아지고, 개념이 어려워져 이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예습과 복습이 밀려서 나태한 시간이 한동안 쌓이고 나면 갑자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수학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1 단계에서 쉬운 것부터 끈기있게 매일 일정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처음부터 난이도 있는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쉬운 문제부터 연습한다 생각하고 유형별로 풀어 보자. 이해력이 아무리 좋아도 문제를 스스로 풀지 않고는 수학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외국어 - 선택과 집중 >>> 영어 윤재남 강사 ①2014년 수능 영어는 2종(쉬운 A형과 현행 수준의 B형)으로 분리된다는 대원칙 아래, 전체 문항수는 감소하는 반면 실용영어 중심의 듣기 문항이 더 늘어난다. 국가영어능력평가(NEAT)가 수능 영어를 당장 대체하지는 않더라도 2013학년도부터 대입 수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빠뜨리지 말자.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입학 전부터 학원에 다니고, 심지어 쓰기·말하기에 대비해 텝스·토플 수업도 듣는다. 정반대로 선행학습을 전혀 하지 않은 학생도 있다. 이들에게 공통으로 줄 수 있는 조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영어를 준비하라는 것. 바빠진 학교생활에서 구문·독해·어법·듣기 등 네개 파트를 모두 늘어놓고 순례하는 식의 공부는 시간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학습 효과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자신에게 취약한 특정 파트 중심으로 학습하되, 내신에 직결되는 학교 영어수업에 집중해야 한다. 교과서는 내신과 수능 모두의 대비용으로 활용하자. ②1학기 전국연합학력평가(6월 15일)에 대비해 3월은 겨울방학 때 학습한 내용을 복습하자. 4월은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이다. 교과서가 최고의 수능 교재이며, 수능영어와 내신영어가 별개가 아님을 잊지 말자. 5월은 약점 파트별로 본격적인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간이다. 수능·모의고사의 핵심은 독해이므로 다양한 세부 유형을 익히고 유형별 전략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 필수 구문·문법 학습도 빠뜨리지 말자.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학습패턴을 확립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일 10여개 지문을 풀 때 ‘문제풀이→정답 확인 및 오답 분석→소재 파악·주제·요약→핵심문장 해석훈련→어휘·문법정리’ 순서로 공부하는 것이다. 6월에는 과거 기출문제 등을 대상으로 시험장과 같은 조건으로 풀면서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 훈련을 시도해 보자. ③수능 영어문법은 중학교 때 배운 문법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중학 문법을 전반적으로 한번이라도 훑어 보자. 동사의 3단 변화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놓친 채로 공부하면, 앞으로도 계속 영어에서 헤매거나 심지어 과목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 문법을 다루되, 문장의 구조를 익히고 해석하는 방식을 확실하게 익혀 두자. 다시 강조하지만 영어의 가장 중요한 파트인 ‘동사와 형식’과 ‘준동사(동명사·부정사·분사)’만이라도 꼭 복습하기 바란다. ④영어가 큰 벽으로 다가올 때 1차적인 원인으로 어휘 부족을 많이 거론한다. 해결 방법은 평소 문법·독해공부를 할 때 단어장에 정리해 둔 단어들을 등하교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암기하는 것이다. 나만의 차별적인 비밀무기가 필요한 학생들은 영어신문을 스크랩해서 읽는 것도 괜찮다. 개별 문장을 정확히 해석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책 읽듯이 전체적으로 훑으며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⑤보통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어휘만 외우는 경우가 많다. 지금부터 단어 암기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자. 단어를 공부하더라도 독해·어법·쓰기와 연관되도록 그 단어가 활용된 대표 예문을 적어 보자. 리스닝도 문제풀이에 그치지 말고, 핵심표현·대화문 딕테이션(받아 적기) 그리고 셰도잉(따라 읽기)을 통해 다른 파트에도 그 효과가 파급될 수 있도록 하자. 갈수록 어려워지는 독해는 눈높이를 정해 공부하자. 지문을 읽으면서 어휘량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목표일 수 있고, 주제를 파악하는 것도 모두 도움이 된다.
  •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8) 농업 분야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8) 농업 분야

    이번에 소개하는 달인은 농업분야 달인이다. 이준배 경기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는 맞춤형 지도로 농민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피옥자 연기군 농촌지도사는 농산물 상품화의 1등 공신으로 통한다. 나양기 전남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국내석류 분야 1인자로, 강보원 보령시 농촌지도사는 친환경농업의 달인으로 통한다. 류정기 경북도 농업연구사는 농자재 개발로 농민들의 수입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5명의 달인 모두가 우리 농촌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공무원들이다. 다음달 7일에는 달인코너 마지막회로 산업분야의 달인 4명을 소개한다. ■ ‘국회의장 공관의 석류나무 기적’ 나양기 전남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농업분야에서 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나양기(57) 농업연구사는 ‘국내 석류 분야 1인자’로 불린다.  2009년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이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있는 석류나무에 열매를 맺혀보려고 전국에 수소문한 일이 있다. 연락이 닿은 나 연구사가 이 나무를 관찰하고 30분에 걸쳐 컨설팅을 해준 이후 김 전 의장은 전년도에 하나도 보지 못했던 석류를 그해엔 무려 15개나 거둘 수 있었다. 농학박사인 그는 이후 한국방송공사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석류재배 기술을 전국에 전파했다. 나 연구사는 1974년 농촌지도사 근무를 시작으로 1992년 농업연구사로 전직을 한 이래 한결같이 과수산업 발전에 공헌해 왔다. 1992년 광주에서 현 나주로 이설한 농업기술원 과수시험포장 2만 7000㎡를 조성해 과수연구기반을 구축했다. 1994년부터는 5년간 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초대육종재배연구실장으로 일하면서 신품종 참다래 10종류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매실 권위자로서 재배기술 연구 등 매실산업 발전에도 공헌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나 연구사의 강의내용을 ‘고품질 매실 생산기술’ 이라는 DVD로 만들어 농민교육자료로 활용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천수’라는 배 명품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나주, 곡성 등지의 대미 수출 배단지에 기술지원을 해 수출증대에 기여한 공으로 2008년 한국유통공사사장의 감사패를 받았고, 2010년에는 모범공무원(국무총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네이버 등 인터넷에서 ‘나양기’나 ‘석류재배기술’ 검색어를 입력시 수십건의 자료가 추출되기도 하며, 석류재배기술 등을 정리 이용하고 있는 ‘다락골 사랑’이라는 블로그에서도 그의 농업 재배 성과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나 연구사는 국내에 석류재배 기술에 대한 자료가 전무해 중국의 산동성, 섬서성과 일본의 대형 서점, 석류 수입국인 우즈베키스탄의 대형서점 등을 찾아다니는 등 석류 자료와 기술서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었다.  나 연구사는 “아직도 미정립 단계에 있는 나무 가지치는 방법 개선 및 유기재배 매뉴얼개발 등 알기쉽게 활용 가능한 석류재배와 관련된 책자를 발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농민 맞춤형 지도 호평’ 이준배 경기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때 칠레산 과일의 물량공세로 국내 과수농가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과수농가는 품질 강화로 경쟁에서 살아 남았습니다. 품질 향상만이 우리 농가가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안입니다.”  과수·원예기술의 달인으로 뽑힌 이준배(43) 경기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의 목소리에는 우리 농업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아무리 값싼 농산물이 들어오더라도 지금은 돈을 더 주더라도 맛있고 몸에 좋은 제품이 지갑을 열게 한다는 게 이 지도사의 지론이다.  이 지도사는 농민 지도분야의 ‘표창 제조기’로 통한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지도사에게 기술을 배운 농민 21명과 5개 단체가 각종 제품 평가회를 휩쓸며 정부 표창 및 상장을 받았다. 이 지도사는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아 07년 포도품질평가 대상수상 유공 공무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지도사의 남다른 교육 비결은 철저한 농민 맞춤형 지도에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농민들은 과학적인 이론이 아닌 단순 경험치를 바탕으로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아무리 이론 교육을 많이 하더라도 농사 기법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관할 지역의 모든 농가를 일일이 찾아가 물은 며칠에 한 번씩 줘야 하는지, 한 번 줄 때는 몇 리터의 물을 줘야 하는지 등을 직접 시범보이며 알리기 시작했고, 이 지사의 능력을 의심하던 마을 어른들도 그의 열정과 노력에 마음을 열고 그를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06년 전국 최고 과일(Top-Fruit) 품평회에서 배 부문 2위, 07년 포도 부문 1위를 경기도 농가가 차지하며 배, 포도, 사과, 복숭아 등을 경기도 농업의 주요 업종으로 끌어 올렸다. 그는 또 07년 전국 최초로 ‘중량 선별기 부착형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개발·보급해 농가소득 증대를 이끌었다. 이 기계를 통해 과일 출하 시 무게 및 크기별로 분류하는 동시에 과일을 파괴하지 않고 당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지도사는 “농민에게 외국 농가와의 경쟁에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지도사가 되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이라면서 “우리 농업 부흥을 위해 후배 양성에도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보령=EM 메카’ 이끈 강보원 충남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충남 보령이 유용미생물(EM·Effective Microorganisms)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EM 생산시설과 생선아미노액비생산시설, EM발효비료공장이 가동 중이다.  대천해수욕장과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무창포해수욕장 등을 보유한 관광도시 보령의 변화 중심에는 ‘친환경 농업의 달인’ 강보원(52)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가 있다.  그는 “은행잎이나 두충 등에는 특이한 냄새가 있어 벌레가 안생기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면서 “보령에서는 구제역 방제와 소독용으로 EM 80t을 사용하는 등 활용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지도사는 ‘EM 전도사’다. 유기농업기사까지 취득하며 친환경 농업을 실현하는데 필수조건으로 EM을 설파하고 있다. EM이 농작물의 저항성을 높이고 생육을 활성화한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2004년 11월 기술센터에 500ℓ 규모 EM 배양기 3대를 설치, 매주 1.5t을 생산해 농민들에게 무료 공급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당시 20ℓ씩 75명에게 제공했는데 효과가 입증되자 수요가 급증했다. 지자체는 해외 사용 현장을 돌아보면서 실효성을 확인한 후 EM 공장 신축과 농민 교육 등을 진행했다. 농민들도 연구회를 조직해 친환경 농자재 구입 및 판매 등에 나서며 뒷받침했다.  2007년 연간 1800t을 생산할 수 있는 EM 생산시설을 필두로 2009년 생산규모 100t의 생선아미노액비생산시설, 지난해 3000t을 생산할 수 있는 발효비료 공장이 잇따라 준공됐다. 생선아미노액비는 불가사리와 잡어, 생선부산물 등을 발효시켜 고가의 아미노액비를 생산해 지역민에게 저렴하게(10ℓ 기준 2만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보령시는 2008년 4월 국내 최초로 ‘EM 생산공급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비료관리법에 혼합유기질 및 부숙비료 등 3종을 발효비료로 등록시켜 안정적인 공급 체계도 갖췄다.  2007년 농업진흥공무원 교육과정에 EM 교육과정이 신설됐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실시하는 교육에는 농민과 학생 등 8600여명이 수강했다. 강 지도사는 “농촌의 경쟁력은 친환경 농업”이라며 “EM 활용으로 인증 농가가 배출되고 경제적 효과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보령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농산물 상품화 앞장’ 피옥자 충남 연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충남 연기에는 ‘피옥자’라는 농산물 브랜드가 있다. “믿고 살 수 있는 농산물”의 상징이다. 연기군농업기술센터 피옥자(여) 지방농촌지도사의 닉네임이다. 그는 ‘농산물 상품화의 달인’으로 통한다.  충북 음성에서 1만평 고추 농사를 짓는 농군의 딸로서, 원예 박사와 종자기사·식물보호기사·종자관리사 등 자격을 겸비했다.  피 지도사는 복숭아의 고장에서 ‘토다메 감자’라는 틈새를 개척했다. 1996년 공직을 시작한 피 지도사는 3월 씨감자가 부족해 외지에서 고가에 구입하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목격했다. 자체 공급을 고민했고 우수한 종자를 보급하자는 생각에 씨감자 연구에 나섰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전국 최초로 무병 씨감자를 농가에 보급할 수 있게 됐다. 씨감자는 실내 조직배양실에서 묘를 키워 수경재배를 거친 뒤 망실에서 증식하는 3단계를 거쳐 농가에 공급한다. 명품 감자 생산을 위해 칼슘처리 및 질산(10㎏)과 황산(㎏)을 섞어 내부 변색이 적고 전분함량이 높은 최고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재배법도 찾아냈다.  터널재배 신기술이 더해지면서 한달 앞당긴 5월 출하를 실현했다.  무병 씨감자는 생산량이 10a(300평) 기준 4350㎏으로 일반감자보다 27% 많고, 소득도 176만 5000원으로 65% 증가했다.  피 지도사는 기존 감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2004년 상표를 출원했다. ‘흙담 밑의 소중한’이란 뜻의 토다메가 탄생했다. 감자는 20㎏ 포장이라는 고정관념도 깨트렸다. 독신, 소가족화 추세에 맞춰 4·5·10㎏ 소포장을 선보였다. 토다메 감자는 10㎏에 1만 4000원으로 일반감자보다 25% 비싸지만 매년 가격이 동일하다. 지난해 생산된 200t은 출하 한달만에 소진하며 명성을 확인시켰다.  2009년 선보인 ‘친정맘 절임배추’와 고추 주산단지였던 전의·소정지역의 옛 명성 회복에 나선 ‘으뜸이 고추’도 농가 소득을 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는 2005년 농촌지도대상, 2010년 충남 포장디자인 대상을 수상했다. 피 지도사는 “농민이 웃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스럽다.”면서 “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연기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농자재 개발 명장’ 류정기 경북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농업분야 달인으로 선정된 류정기(43) 경북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농자재 개발의 명장이다. 항상 농민 편에서 생각하고 연구해 실제 농삿일에 도움이 되는 농자재를 기발하게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류씨는 농자재 관련 특허 24건을 비롯해 실용신안, 디자인(의장) 등 35건의 산업재산권을 갖고 있다. 이 분야 공직자가 보유한 산업재산권으로는 가장 많다. 전문 생산업체에 의해 실용화된 농작업용 가위칼 등 9개 제품은 농가들로부터 절대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덩달아 제품 생산업체들도 즐거운 비명이다.  그가 개발한 농자재는 일반 농자재보다 무게는 훨씬 가벼운 반면 기능은 월등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데다 노동력도 크게 절감시켜 주고 있다. 품질에 비해 가격 또한 저렴하다. 특히 그의 특허 제품인 농작업용 가위칼과 미끄럼방지용 가지치기 가위는 200억원대에 달하는 국내 농작업용 가위 시장에서 외국산 가위 수입 대체 효과를 얻고 있다. 전문 생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경북도의 세외 수입도 올려 주고 있다.  그가 농자재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용이 불편하고 힘든 농자재로 인한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자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95년 농촌 지도직에서 연구직으로 직종을 전환하면서 보다 사용이 편리하고 간편한 농자재를 만들어 농민들에게 보급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 때부터 류씨는 주로 주말에 농민들을 찾아 각종 농자재에 대한 개선 의견을 수렴하고 밤샘 연구·개발 작업에 몰두했다. 농자재 생산업체들도 찾아가 자신이 연구·개발한 신제품 생산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길 반복했다. 처음엔 이들로부터 ‘산업 스파이가 아니냐.’는 등의 엉뚱한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오해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의 연구·개발한 특허 제품이 하나, 둘 탄생하고 농민과 언론 등으로부터 각광을 받으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그의 연구·개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류씨는 “시기성이 요구되는 제품을 우선 실용화하고 특허 출원했다.”면서 “나머지는 좀 더 다듬고 보완해 농민들에게 최상의 상품으로 인정받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13세기 유목민 통해 ‘삶의 원형’을 보다

    13세기 유목민 통해 ‘삶의 원형’을 보다

    “13세기 유목민의 삶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21세기 삶의 원형에 더욱 가까워집니다. 단순한 역사 속 영웅, 그것도 침략자로 일컬어지는 다른 나라의 영웅을 그려내는 역사소설인 것만은 아닌 이유죠.” 지난해 7월 몽골로 떠나 울란바토르 외곽에 허름한 방 한칸 구해 놓고 글을 쓰다 잠시 귀국한 소설가 김형수(52)를 지난 22일 서울 서교동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작가블로그(blog.yes24.com)에 장편소설 ‘조드’를 연재하고 있다. ‘조드’는 12~13세기 몽골 유목민의 삶이 담긴 대륙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칭기즈칸 이야기다. 그러나 숱한 칭기즈칸 이야기와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 한다. ‘조드’는 초원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를 일컫는 몽골어다. 김형수는 1999년 이후 무려 열두 차례나 몽골을 다녀왔다. 몽골에 머무는 동안에는 툭 하면 차 빌려서 초원으로 취재 여행을 나갔다. 그렇게 취재한 유목민의 풍속과 삶이 소설로 들어왔고, 초원을 휘감아 도는 바람소리, 늑대의 심상까지 몽땅 담았다. 이것들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원시의 투박함을 닮은 대륙의 서사(敍事)가 되어 김형수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체에 담겨 유장히 흘러간다. 그렇더라도 연재 초에 스스로 밝힌 것처럼 ‘침략자 미화’라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터. 그는 “13세기 칭기즈칸의 활약은 너무도 대단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서사에서 그를 단순한 정복자 또는 전쟁 영웅으로만 남겨둔 채 이야기를 풀어왔던 것은 그가 벌인 전쟁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던 탓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설명. “칭기즈칸의 전쟁은 소통과 교류를 막고 있는 세상의 칸막이를 무너뜨려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하기 위한 전쟁이었습니다. 예컨대 일제의 침략 지배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부족민을 지구인으로 바꾸는 작업, 그 자체였던 겁니다.” 프랑스의 세계적 지성 자크 아탈리가 설파한 ‘디지털 유목민’의 원형은 이렇듯 700~800년 전 칭기즈칸의 사유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새삼 환기시킨다. 그는 “칭기즈칸이 침략자라는 오해는 소설을 다 읽으면 충분히 불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배시시 웃었다. ‘조드’를 읽다 보면 지구와 인간의 관계, 수천년에 걸쳐 나뉘어진 유목민과 농경민의 삶의 방식으로 사유가 연결된다. 그리고 어느새 인류의 시원(始原)까지 생각의 걸음이 닿는다. “네티즌들의 댓글마다 꼬박꼬박 답글 달며 우리 시대의 소통이라는 화두를 다시 한번 고민하고 있습니다. 답글도 작품을 쓰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매일 댓글 다는 스무명 남짓의 열혈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답한다. ‘반가워요. ○○님’라든가 ‘또 오셨네요. ◇◇님’ 같은 의례적 답글이 아니라 치열한 사유를 쉼없이 확장시키는 공간이자 방법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취재 일기’와 ‘작가 노트’까지 중간 중간 달린다. 고향의 기억을 자극하는 시편들까지 읽을 거리로 등장하니 ‘조드’는 그냥 연재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문학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 알려진 대로 그는 시인이며 소설가이고 문학평론가다. 그에 앞서 담론 생산자이기도 한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자주적 문예운동론’의 깃발을 치켜들었다. 지금의 30~40대 작가 가운데 한때나마 사실주의 문학을 접했다면 김형수의 자장(磁場) 언저리에서 글을 쓰고 배웠을 것이다. 김형수는 “올 5월 정도면 일단 초원을 통일하는 데까지 완성될 것 같다.”면서도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새로운 서사가 시작하는 연작 장편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左 잡스·右 저커버그… 美 IT 권력지도?

    左 잡스·右 저커버그… 美 IT 권력지도?

    미국 백악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 한장이 실리콘밸리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사진은 지난 17일 저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우드사이드 교외에서 열린 한 만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참석자 14명이 건배를 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처음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가 6주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 때문에 잡스의 초췌한 모습만 관심을 받았지만 곧 오바마 대통령을 둘러싼 좌석배치로 관심이 옮아갔다. 조그만 의전 하나까지도 꼼꼼하게 챙기는 백악관의 특성상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업계 인사들의 위상과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미국 IT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유명인사들의 권력 서열을 극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 사진은 그 자체로) 일종의 사회연결망(소셜네트워크)이다.”고 지적했다.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단연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였다. 최근 신병치료를 위해 기간을 밝히지 않은 채 병가를 내면서 건강이상설과 시한부설에 휩싸인 잡스였지만 이날만큼은 오바마 대통령의 왼쪽에 앉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IT 업계 주요 인사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위상을 뽐냈다.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은 3300억 달러로 참석자들이 속한 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른쪽 옆자리에 앉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도 최근 한창 승승장구하는 페이스북의 위상을 과시했다. 전 세계에 걸쳐 사용자가 5억명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선두주자 페이스북은 최근 시가총액 면에서 세계 최대 온라인서점인 아마존닷컴을 제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저커버그는 올해 27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미국 IT업계의 활력과 도전정신을 대표하는 상징성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좌석배치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이 한눈에 드러난다는 해석도 내놨다. 특히 잡스를 일부러 오바마 대통령 바로 왼쪽에 앉힌 뒤 오바마 대통령의 옆 모습을 찍는 사진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잡스의 병색 어린 맨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시가총액 면에서 애플 바로 다음인 구글의 회장 에릭 슈밋이 식탁 왼쪽 가장자리에 앉은 반면 야후 회장인 캐럴 바츠의 자리는 정반대 쪽에 배치했다. 사업 영역이 겹치는 경쟁사 대표들을 가장 멀리 떨어뜨려 놓은 셈이다. 만찬은 이틀 일정으로 미 서부를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경제회복과 실업률 감소를 위해 기업들의 기술 혁신을 독려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청춘, 정의를 꺾다] “빨리 성공하고 싶어요? 인생 신인상보다 주연상 받으세요”

    [청춘, 정의를 꺾다] “빨리 성공하고 싶어요? 인생 신인상보다 주연상 받으세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시작은 김난도 교수가 2004년 미니홈피에 올린 ‘슬럼프’란 글이었다. 슬럼프에 빠진 제자에게 김 교수 자신의 실패와 방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힘이 끓어오르는 조언을 남긴 내용이었다. 한때 포털 사이트에서 김난도를 검색하면 슬럼프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이 글은 화제가 됐고 눈 밝은 출판사 편집자가 그에게 ‘젊은이를 위무하는 글을 묶어 보자.’고 제안해 책으로 나오게 된 것. 인터넷으로 먼저 이름을 떨친 ‘글짱’ 교수였던 셈이다. 출판사에서 예상 판매 부수를 5만부로 제시할 때 깜짝 놀랐던 것은 김 교수 자신이었다. 전작(前作) ‘트렌드 코리아’가 1만~2만부 정도 팔리는지라 5만부는 ‘언감생심’ 숫자였다. 하지만 대형 서점에서 하루 1600부씩 팔리는 ‘아프니까’의 판매 기세는 조만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아이돌 그룹 빅뱅의 책 ‘세상에 너를 소리쳐!’의 판매고(45만부)를 따라잡을 전망이다. 그만큼 진심 어린 조언에 목말랐던 ‘88만원 세대’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책에는 미국의 많은 대학이 방학 3개월 동안에는 월급을 안 주는데 우리나라의 대학은 월급을 주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는 내용이 나온다. 교수가 방학 동안에도 학생들과 만나라는 의미라는 게 ‘란도쌤’의 해석이다. 학생들과 소통하기를 즐기는 그는 “혼자 속 끓이지 말고 선생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인터뷰 도중에 그의 방문을 두드리는 제자에게 김 교수는 10분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진로부터 연애까지 그의 상담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흔히 괜찮은 남자는 다 결혼했거나 여친이 있다고 투덜거립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 남자들, 여자 만나서 괜찮아진 겁니다^.^ 솔로 여성 여러분, 괜찮은 남자 기다리지 말고 만나서 괜찮게 만드세요~”와 같은 김 교수의 ‘연애 관련’ 트위터 멘션은 폭발적인 댓글 숫자를 자랑한다.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이용하지만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신문 읽기와 글쓰기다. 매일 다섯 개 신문을 정독한다는 김 교수는 “신문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정보도 얻는다. 신문에는 고급 정보가 많이 있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인터넷 뉴스는 자기주도적 검색이 되기 때문에 편협한 정보만을 얻게 된다고 경고했다. 연예 기사를 한번 클릭하면 연예 기사만 쫙 뜨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이슈는 놓친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래서 여전히 힘이 세다.”는 김 교수는 “비릿하지만 산뜻한 잉크 냄새를 맡으며 아침을 시작하라.”고 젊은이들에게 목청을 높인다. 그렇다면 ‘글짱’ 교수는 좋은 글을 쓰려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학창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다닐 때마다 카드에 시를 한 편씩 적어 놓고 외웠다고 한다. 유명한 작가의 글을 종이에다 펜으로 꾹꾹 눌러서 베끼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자녀에게 직접 글쓰기를 지도한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목사 아버지처럼 긴 글을 간결하게 쓸 때까지 몇 번이나 퇴짜를 놓는 방식은 아니다. 빨간 펜을 들고 대학원생의 논문 지도를 하듯 첨삭하는 방법으로 가르친다고 귀띔했다. “옛날 사람들은 항해할 때 배 밑바닥에 짐을 실었습니다. 풍랑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이 밑짐이 필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등감을 부끄러워하고 감추려 하는데 열등감은 인생의 성취를 위한 또 다른 형태의 밑짐입니다.” 그에게는 생활 속에서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행동, 되도록 하려는 행동’ 리스트가 있다. 게임보다는 독서, 인터넷 서핑보다는 신문 읽기, TV 시청보다는 영화 감상, 골프보다는 빨리 혹은 느리게 걷기, 늦잠보다는 토막잠, 수다보다는 대화, 다이어트보다는 운동, 사우나보다는 반신욕 등이 그것이다. 해마다 11월 초면 다음 해의 유행을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를 3년째 출간하고 있는 김 교수의 전공은 소비자학이다. 책을 내고 나면 기업의 강의 요청이 이어져 겨울방학이 오히려 더 바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여전히 스펙 쌓기 압박에 시달리는 30대를 위한 희소식도 있다. 당장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직장에 다니며 결혼 생활을 고민하는 세대를 위한 책도 써 보고 싶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의 책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바탕에는 ‘진정한 멘토, 진정한 스승’에 목마른 이들의 갈구가 있었음을, 제자를 바라보는 김 교수의 부드러운 미소에서 읽을 수 있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글성경 출간 100주년 교회·한국 사회 재조명

    한글성경 출간 100주년 교회·한국 사회 재조명

    성경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最高)이자 최고(最古)의 베스트셀러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00만권에 이르는 성경이 팔리고 있다. 신약만 따로 따져도 1119만권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해 동안 성경 판매량만 120만권이다. 점자 성경 18만권, 신약 6만여권, 마태복음 등 ‘쪽 복음서’ 7만 6000여권 등을 포함하면 더욱 늘어난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경숙, 마이클 샌델 등 서점가를 주름잡는 이들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치다. 구약과 신약을 모두 한글로 펴낸 지 꼬박 100년을 맞았다. 1911년 영국성서공회 조선지부 상임성서위원회가 ‘구약젼셔’와 함께 ‘셩경젼셔’를 펴내면서부터다. 지금까지 모두 4100만권이 팔렸다. 1895년 영국성서공회 조선지부로 출발했던 조직은 해방 이후 1946년 대한성서공회로 출범했지만 1979년까지 외국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160개 언어로 성경을 제작해 15개국에 연간 500만부 이상 보낼 만큼 훌쩍 성장했다. 아프리카 성경 보급의 80%, 남미 성경 보급의 30%는 대한성서공회의 몫일 정도다. 한글 성서의 뿌리는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 소속 선교사 존 로스가 1882년 중국 선양에서 펴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서’와 ‘예수셩교요안복음젼서’에서 찾을 수 있다. 현지에서 한국인의 도움을 받았던 로스는 1887년에는 신약전서인 ‘예수셩교젼서’도 번역, 출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경은 한글 보급의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쪽 복음서’를 들고 곳곳을 다니는 ‘권서 부인’은 전도사이면서 한편으로는 한글 선생이었다. 국어학자 최현배가 1962년 발표한 논문 ‘기독교와 한글’에서 문맹 퇴치에 한글 성경이 차지한 공덕을 칭송하기도 했다. 한글 성경 출간 100주년을 맞아 대한성서공회는 올해 다양한 기념 행사를 연다. 한글 성경이 한국 교회는 물론 개개인의 삶, 사회 전체에 미친 영향을 재조명하는 의미를 띤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대한성서공회 사무실에서 열린 ‘성경과 삶’이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시작으로 ‘성경과 기독교인’ ‘성경과 한국교회’ 등의 주제를 다룬다. 또 다음 달 세계성서공회가 출간한 ‘성경에 나오는, 사람이 만든 것들’(가제)과 ‘성서의 땅을 찾아서’(가제) 등을 번역 출간하고, 4월 4일 학술 심포지엄, 5월 5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선교사 존 로스의 업적을 기리는 한글·영문 묘비 제막식을 갖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김순권 대한성서공회 이사장은 “한국 교회는 선교사가 들어오기도 전에 성경 번역으로 출발하고 성장한 특이한 사례”라면서 “한글 성경은 문맹 퇴치와 여성 교육뿐 아니라 양반제, 조혼제, 처첩제 등의 구습을 없애는 데도 크게 이바지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화리뷰] ‘친구와 연인 사이’

    [영화리뷰] ‘친구와 연인 사이’

    헤어진 여자 친구가 아버지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담(애슈턴 쿠처·왼쪽)은 충격에 빠진다. 그날 밤, 잔뜩 술에 취해 번호를 아는 모든 또래 여자에게 전화를 돌린다. 다음 날 눈을 뜬 곳은 낯선 아파트. 14년 전 캠프장에서 처음 만난 뒤 5년 전 기숙사 파자마 파티에서 재회, 1년 전 거리에서 마지막으로 스친 엠마(내털리 포트먼·오른쪽)의 집이었다. 병원 레지던트로 주 80시간 일하는 엠마는 ‘밀당’(밀고 당기기) 같은 연애는 시간 낭비라는 쪽. “새벽 2시에 달려와 아침은 안 먹고 가는 남자”가 필요하다며 조건 없이 즐길 것을 제안한다. 도발적인 제안을 냉큼 받아들인 아담이 ‘그 이상’을 원하면서 둘의 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어렴풋이 봤던 스토리 전개 아닌가. 10일 개봉한 ‘친구와 연인사이’는 로맨틱 코미디의 ‘레전드’(전설)인 로브 라이너 감독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와 닮았다. 뉴욕에 가던 길에 차를 함께 탄 해리(빌리 크리스털)와 샐리(멕 라이언)는 ‘남녀 간 우정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설전을 벌인다. 5년 뒤 공항에서, 또 3개월 뒤 서점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하면서 둘은 친구가 된다. 연인보다 더 자주 전화통을 붙들고 연애사를 상담하며 위로해 주던 둘은 끝에 가서야 사랑을 확인한다. ‘해리가’가 남녀가 끝까지 친구로 남을 수 있는가란 오래된 주제를 신선하게 풀어냈다면 ‘친구와’는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서 섹스만 하는 게 가능한지를 묻는다. 물론 해리만큼 지적이고, 샐리처럼 귀여우면서도 섹시(샐리가 식당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척하는 명장면을 떠올려 보라.)한 커플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다만 엠마-아담 커플도 제법 매력적이란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 듯하다. 이달 말 열릴 아카데미영화제의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인 포트먼은 ‘블랙 스완’ 같은 심각한 영화뿐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도 사랑스럽게 소화해 냈다. 데뷔 이후 철딱서니 없지만 섹시한 이미지를 지겹게 되풀이한 쿠처도 모처럼 쓸 만한 시나리오를 골랐다. 뻔한 재료를 진부하지 않게 엮어 간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솜씨도 백전노장답다. 1980년대 ‘고스트 버스터스’ 시리즈, 혹은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짝을 이룬 ‘트윈스’ ‘유치원에 간 사나이’ 등에서의 재기 발랄함은 바랬지만, 내공만은 속일 수 없는 듯하다. 아들의 전 여자 친구와 사귀는 철없는 아버지로 나오는 명배우 케빈 클라인도 반갑다. 라이언과 공연한 ‘프렌치키스’(1995)를 기억한다면 그가 로맨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래저래 밸런타인데이 영화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원제 ‘No Strings Attached’(조건 없이)를 ‘친구와 연인사이’로 풀어낸 건 꽤나 복고풍이다. 110분. 18세 관람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공지영·은희경 소설을 싼 값에” 스마트폰 뜨니 전자책도 ‘쑥쑥’

    “공지영·은희경 소설을 싼 값에” 스마트폰 뜨니 전자책도 ‘쑥쑥’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최근 아이폰으로 기발한 착상이 넘쳐나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 소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가방에 무겁게 책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을뿐더러 최근 인터넷 서점에서 뮈소의 전자책을 종이책의 반값에 판매하고 있어 호주머니 부담도 덜하다. 한때 전자책 때문에 종이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오히려 전자책과 종이책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숫자가 700만명을 넘어서면서 휴대전화로 책을 보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서점 주문·매출 2배로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7일 스마트폰용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서 하루 평균 전자책 주문과 매출이 2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도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150건 수준이던 전자책 구매 횟수가 새해 들어 32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공식 출시된 아이패드의 인기도 만만치 않아 벌써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구매하는 비율이 10%에 이른다. 점점 늘어나는 스마트폰 사용자와 아이패드 등 태블릿PC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전자책 대중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 서점과 출판사는 각종 이벤트로 ‘스마트폰 사용자=전자책 독자’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예스24는 지난달 22일 ‘반지의 제왕’ 전자책 시리즈 1권을 무료로 배포했다. 시리즈는 모두 7권이며 권당 정가는 6000원이다. 1권은 석달간 홈페이지(www.yes24.com)에서 공짜로 받을 수 있다. 여세를 몰아 종이책(권당 1만 1000원) 개정판도 지난 1일 내놓았다. ●전자책 사면 종이책 얹어 주기도 전자책의 베스트셀러 순위는 일반 종이책과는 조금 다르다. 많이 팔리는 전자책은 자기계발서와 소설이 대부분이다. 아직은 전자책과 종이책이 동시에 출시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들도 ‘스티브 잡스’ ‘상대방을 사로잡는 유머의 기술’ ‘어린 왕자’처럼 가볍게 손이 가는 전자책을 많이 고른다. 이들 책의 가격은 1000원이다. 파울루 코엘류의 ‘브리다’나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와 같은 신간 베스트셀러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20% 싸거나 같은 값인 경우도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장난감처럼 즐길 수 있는 어린이용 전자책도 인기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경제이야기’ ‘원작으로 새롭게 읽는 피노키오’ 등이 인기가 많다. 전자책을 사면 종이책을 주는 역발상 이벤트도 있다. 인터파크 도서에서는 ‘슈퍼월급쟁이’와 ‘빅 피처’의 전자책을 사면 종이책을 얹어준다. 반디앤루니스도 전자책으로 출시된 박범신의 소설 ‘비즈니스’, 장윈의 ‘길 위의 시대’ 등을 사면 추첨을 통해 종이책을 준다. ●자기계발서·소설이 주로 팔려 출판계는 공지영, 은희경 등 유명 작가들의 전자책 출간, 추리소설과 로맨스 등 장르 문학 열풍, 어학·자기계발 중심 실용서들의 꾸준한 선전 등 지난해 전자책 시장을 이끌어온 주요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알라딘 마케팅팀의 김성동 팀장은 “전자책 서비스 초기에는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고 내려받을 만한 콘텐츠도 거의 없었지만 출판사의 인식 전환에 따른 적극적인 마케팅과 유명 작가들의 가세로 올 하반기에는 좀 더 다양한 베스트셀러를 전자책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글로벌 시대] 한국의 반일 감정과 민족주의/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한국의 반일 감정과 민족주의/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일제 식민지 시대의 역사에만 초점을 두고 한·일 간의 역사문제를 논하는 것에 의문을 느끼고 있다. 물론 식민지 시대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해방 후의 한국과 일본의 현대사, 한·일 기본조약 체결 이래 20세기 후반의 한·일 관계사에 대한 무지(無知)가 일반 대중에게 여러가지 오해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여년 전 일본 도쿄 진보초(神保町)의 고서점에 책을 사러 간 적이 있다. 헌책 몇 권을 사면서 가게 주인인 60대 할아버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한국에서 일한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말했다. “한국에서 일한다니 힘들겠네. 반일감정이 아직 있을 테니까. 일본 패전 때 반일감정은 거의 없었네. 패전을 맞아 조선에 살던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조선인들 중에는 ‘왜 일본으로 돌아가는 거지? 여기서 함께 살자’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아쉬워했던 사람도 있었다네. 그런데 이승만 대통령의 반일정책 때문에 손바닥을 뒤집은 것처럼 일본을 혐오하게 되었어.” 식민지 상황에서 일본인과 조선인이 사이좋게 살고 있었고, 해방 때에는 눈물을 흘려 이별을 아쉬워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기 때문에 조금 놀랐다. 4년 정도 지나, 한국인 사회학 교수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식민지 상황에서 일본인과 조선인이 사이좋게 살았고, 해방 때에는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아쉬워한 일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해방 후 새롭게 나라를 규합해 운영하려고 할 때 국민이 일제 황국신민의 의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독립국가가 될 수가 없지요? 국민의식을 일제 황국신민으로부터 탈각시키기 위해서는 반일정책을 해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가 있었어요.” 현대의 일본인에게는 한국인의 반일감정이 때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와 해방 이후의 역사를 고려함으로써 관용정신을 가지고 한국인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60여년 전의 역사문제가 자신에게 과연 무슨 관계가 있을까.”하고 느끼는 일본 젊은 세대에게는 현재에 이를 때까지의 경과를 설명하는 편이 역사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인간정신의 ‘현재’를 구성하는 기저 요소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 현대의 한국인에게는 ‘반일 세뇌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해방 후에 한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었다는 것을 인식해 주었으면 좋겠다. 일본 정치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반일 감정’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민족의 벽을 넘어 함께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민족주의 사상은 그 민족성이 부정되고 시달리는 상황이나, 해방 후의 한국과 같이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상황에서는 민족을 규합해 그 존엄을 지키는 수단으로서 귀중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시대는 크게 바뀌었다. 지금은 한국이 독립국가인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한국의 국제적 지위도 비약적으로 올랐다. 군사정권이나 개발독재 시대도 있었지만, 근면한 국민성과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경제발전과 사회자본 정비, 기술력 향상 등 여러가지 면에서 선진국화하고 있다. 이미 독립해서 풍부한 사회를 구축한 상황에서 민족주의를 너무 강조하면 단순한 자민족 우월주의, 인종주의 사상에 빠질 우려가 있다. ‘민족주의 세뇌정책’은 사회에 다양한 폐해를 가져올 것이다. 획일적이고 예외가 없는 자민족상(自民族像)을 추구한 나머지, 같은 민족 내에서 이질적인 인격이나 사고방식을 배제하고, 사회집단에서 다양성을 소멸시켜 버릴 것이다. 그러한 사회는 창조적인 사고활동의 환경을 억압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자민족상의 심리적 투영 작용으로서 타민족에 대해서도 획일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파악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 일깨워 주셨는데…”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 일깨워 주셨는데…”

    고(故) 박완서 작가에 대한 추모 열기가 교육 현장과 서점가를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고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작품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에서는 안타까움이 터져 나왔다. 일선 교사들은 “고인의 작품을 더 깊이 연구해 학생들에게 잘 가르치는 것이 이 시대에 훌륭한 보물을 남기고 가신 고인에 대한 예의”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 강릉여고 국어교사 임경아(35·여)씨는 “평소 굉장히 좋아했던 분이고, 그분의 작품을 학생들에게도 가르쳤었는데, 그분의 새로운 작품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교과서에 실린 고인의 작품을 접하고 애틋한 감수성을 채우는 사춘기 학생들도 남다른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동국대 사범대 부속여고 김아영(16·가명) 학생은 “박완서 작가의 ‘그 여자네 집’을 배웠는데, 만득이와 곱단이의 애틋한 사랑과 가슴 아픈 삶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적인 슬픔을 알게 됐다.”면서 “가장 좋아했던 작가님이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울 중곡동 김수연(17·여) 학생은 “문학교과서에 실린 ‘자전거도둑’을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이 물질적인 가치만 추구하는 삭막한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인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 줬다.”면서 “이 작품을 읽은 이후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모조리 탐독했다.”고 돌이켰다. 특히 대입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올 수능시험에 고인의 작품이 출제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고인의 작품을 직접 읽어야겠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교과서에 실린 고 박완서 작가의 작품으로는 옥상의 민들레 꽃(중학교 국어, 고교 문학, 초6 읽기), 그 여자네 집(고교 국어, 작문), 자전거도둑(고교 문학), 엄마의 말뚝(중학교 한문, 고교 문학),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고교 국어생활) 등이 있다. 서점가에서는 고인의 작품 회고전을 여는 등 추모 열기를 달구고 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에세이집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교보문고 기준 에세이 부문 2위까지 뛰어올랐다. 지난주(17~23일)에는 국내 도서주간 205위, 에세이 부문 25위였다. 서점 관계자들은 “고인의 책이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이 팔려 나가고 있다.”면서 “고인의 작품을 읽는 추모 열기가 계속돼 전 국민에게 따스함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준·최두희기자 apple@seoul.co.kr
  • 박유천 “‘성스’ 시즌2 만들면 꼭 출연할래요”

    박유천 “‘성스’ 시즌2 만들면 꼭 출연할래요”

    2011년의 문을 누구보다 활기차게 연 박유천(25). 지난 13일 만난 그의 얼굴은 한결 밝아 보였다. 연기 데뷔작인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2010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베스트커플상·네티즌상 등 3관왕을 차지한 박유천은 최근 자신이 속한 그룹 JYJ의 에세이집이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3관왕 등극을 축하한다. 신인상은 특히 경쟁이 치열했는데 단독으로 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정말 깜짝 놀랐다. 내 이름 뒤에 누군가의 이름이 공동으로 불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상을 100% 내가 받아야 한다는 자신감이 없어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가수로 상 받을 때와는 또 달리 앞에 수많은 선배님들이 앉아 계셔서 더 쑥스럽고 얼떨떨했다. →데뷔작을 사극으로 선택한 것도 그렇지만 ‘연기력 논란’이라는 통과의례를 가볍게 넘긴 것도 뜻밖이었다. -일부러 사극을 골랐다기보다는 작품이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다. 그냥 무난하게 한다는 소리만 듣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가수 출신 연기자가 사극으로 데뷔하는 것은 드문 예라고 들었다. 제작사 측에서도 불안했는지 주인공 이선준 말고 다른 역을 찾아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다음날 그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는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이선준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내면에 잔잔한 아픔을 가진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촬영할 때 느낀 점인데 실제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생각한다든지 마음의 아픔을 삭이는 점이 닮았다. 다만 선준이 단호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편이라면 나는 꾹 참았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는 편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분쟁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연말 JYJ로는 처음 TV 출연을 했는데, 다섯 명의 동방신기가 아닌 세 명의 JYJ로 무대에 선 느낌은. -갑자기 그런 일이 닥치고 무대에 섰다면 충격이 컸을 텐데, 이미 오랫동안 생각하고 각오했던 일이라 좀 덜했다. 세명이 노래를 했다는 것에 ‘슬프다, 기쁘다’는 감정으로 와닿는 그런 단계는 아니다. 단지 좀 더 커다란 아쉬움이 있다. →최근 듀오로 활동을 재개한 동방신기 멤버들이 JYJ가 소속사와의 갈등을 풀고 팀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결합 가능성은. -제가 어렸을 때 그룹 HOT가 해체됐다. 이후 재결합을 묻는 질문에 멤버들이 자신들은 너무나 그렇게 하고 싶지만, 회사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다고 답한 적 있다. 그 말에 100% 공감이 간다. 저도 누구보다 재결합하고 싶지만 마음만으로는 힘들고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양쪽에서 (재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다리를 서로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동방신기와 JYJ의 설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 -그래서 인터넷을 끊고 한동안 경기 청평에 있는 별장에서 지냈다. 주로 (JYJ 멤버인) 준수와 재중에게 이야기를 듣는 편인데, 얼마 전 스키장에서 ‘왜’(동방신기 신보 타이틀곡)를 들었다. 그런 얘기를 들을수록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전화 연결이 안 되는데 일단 멤버들끼리 개인적으로 술자리를 한번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졌다. 화제를 바꿔 보자. 본래 연기 욕심이 있었나.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나지 않았다. 공백기를 거치면서 연기 의향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성균관 스캔들’에 대사성으로 나온 김하균 선배님에게 본격적으로 연기 지도를 받았다. 김갑수 선배님은 처음에 “대본은 보느냐.”고 엄하게 물으시면서 호흡법, 시선, 리액션 등을 가르쳐 주셨다. 그런데 1~4회는 아직도 부끄러워서 잘 못 보겠다(웃음). →‘성균관 스캔들’ 시즌 2가 만들어지면 출연할 생각이 있나. -물론이다. 단, ‘잘금 4인방’(‘성균관 스캔들’의 인기 주역인 꽃미남 4명)이 모두 출연했으면 좋겠다. 만약 역할을 바꿔야 한다면 설고봉 역을 하고 싶다. 연기를 너무 맛있게 해 부러운 나머지 화장실에서 따라해 본 적도 있다. →한 여류 시인이 쓴 ‘고맙네 박유천’이라는 시가 화제다. -자식 생각하는 그런 마음인 것 같다. 참 감사하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그분들을 설레게 할 수 있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 사실 저 스스로는 단 한번도 잘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샤워한 뒤 거울 앞에서 “아,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도 해보고 성형수술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다만 긴 속눈썹은 아버지께 감사드린다(웃음). →동방신기로 활동할 때보다 좀 더 밝고 활발해진 것 같다. -요즘엔 사는 것이 재밌다. 그 때는 시간적,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다. 의무감으로 일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일에 대해서 욕심도 생기고 내 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일을 하지 않으시는데, 지금은 엄마가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다. →앞으로의 계획은. -상반기에 JYJ 미국 프로모션과 월드투어를 계획 중이다. 하반기에는 좋은 드라마로 다시 인사를 드리고 싶다. 상냥해 보이는 살인마나 사이코패스 등 강한 캐릭터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성균관 스캔들’ 때는 압박감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로맨틱 코미디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만년 소년 같은 박유천이지만 다음 달 연기자로 데뷔하는 동생 유환에게 “공연장의 함성 소리나 연예인의 겉모습만 보고 결정한 것 아니냐. 더 생각해보라.”고 충고할 정도로 의젓한 형이기도 하다. 가식적이지 않은 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는 어느새 소년에서 남자로 성숙해져 있었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0)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0)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은 국내에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곱사등이 종지기 카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의 러브 스토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원작에서 이는 주제를 떠받치는 다양한 소재 중의 하나일 뿐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자유와 낭만을 외치던 스물아홉의 위고는 15세기로 거슬러 가 복잡하게 얽힌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곳에는 아름답고 정교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고, 성당의 닫힌 문을 두드리는 이교도들이 있으며,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교수대와 지하 감옥이 있다. 인간들은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죽고, 미친다. 위고는 15세기 노트르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을 조감하듯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세기의 진통을 고찰하고자 했던 것이다. 작품 첫 장은 1482년의 ‘광인절’ 묘사에 할애된다. 그레브 광장에서는 광인들의 교황을 선출하는 일이 한창이고, 파리 재판소에서는 한 판 풍자극이 벌어진다. 이런 날이면 학생들과 장사꾼, 거지들이 한마음이 되어 귀족과 성직자들을 조롱하기에 여념이 없다. “타도하라, 앙드리 나리를, 교회지기들과 서기들을, 신학자들을, 의사와 교회법 박사들을, 소송대리인들을, 선거인들과 총장을!” 이 소리에 불쾌해진 대학 서적상이 말한다. “이 시대의 빌어먹을 발명품들이 모든 걸 망쳐놓고 있다 이겁니다. 대포며 세르팡틴 포며, 구포, 그리고 특히 저 독일에서 온 또 하나의 가증스러운 발명품인 인쇄술 같은 것 말이지요. 이젠 수사본도 없어지고 서적도 없어졌소! 인쇄술이 서점을 죽이고 있어요. 말세가 왔어요, 말세가.” ●‘마녀사냥’ 유행한 15세기 프랑스 배경 1450년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세상에 내놓은 이래 이렇게 ‘말세’가 왔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이렇게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혁명이 왔다, 해방이 왔다! 위고는 거리의 시인 그랭구아르, 곱사등이 카지모도, 거지들의 왕초 클로팽 등을 통해 노트르담 뒤편에서 꿈틀거리는 이 기운을 포착해낸다. 신에게 바치는 숭배의 표현이었던 노트르담 대성당은, 실은 신에게 보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등 뒤에 가리고 있었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 끝에 ‘기적궁’이라는, 이름과 맞지 않는 거지들의 아지트도 수많은 은폐물 중 하나다. 도시에 더럽게 얹혀 사는 이들이야말로 광인절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들이며, 아름다운 도시와 성당을 의도치 않게 위협하는 세력이었을 것이다. 15세기에 사람들은 이들을 광인, 이교도라 불렀다. 프랑스 대혁명과 7월 혁명을 거친 뒤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을 이루게 되는 것 역시 그들이다. 그곳은 예외지대로, 국가의 통치권은 결코 거기까지 닿지 못한다. 헝가리,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인간들은 프랑스 국민도, 파리의 시민도, 성당의 신도도 아니다. 영토 안에 있지만 사실상 외부에 존재하는 그들은 모두 집시이고, 일종의 디아스포라(Diaspora, 離散)이며,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불법체류자들이다. 그런데 작품 초반 비럭질과 사기를 일삼는 존재들에 불과했던 이들의 양상이 후반부에 이르러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에스메랄다를 구출하고 동시에 못마땅했던 성당을 노략질하기 위해 기적궁을 나선다. 그리고 진입 시도 중 나이 어린 학생 하나가 무참히 살해당하자, 그 분노에 힘입어 미친 듯 전진하기 시작한다. 광인절에 광장 위를 시궁창처럼 흐르던 이들이 바야흐로 거센 급류가 된 것이다. 이것이 ‘파리의 노트르담’의 시작이고 어쩌면 모든 것이다. 위고는 어떤 문이 아주 잠깐 열리려는 바로 그 순간을 그려냈다. ●개인의 욕망이 모두의 혁명으로 이어진다 잠재되어 있던 것들이 어떤 촉발에 의해 느닷없이 발현될 때가 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때 혁명계수는 최대치가 된다. 아름다운 여성을 욕망하면서 이루어진 카지모도의 변신을 보자. 그는 눈물과 슬픔을 알게 되고,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인간임을 느낀다. 그런데 이때의 변신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변화시킨다. 희희낙락 교수형을 구경하던 군중들은, 교수형에 처해지기 직전 에스메랄다를 구출한 뒤 노트르담을 오르는 카지모도에게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 순간 카지모도는 왕과 사법에 저항하는 민중 영웅이 되고, 구경꾼들은 그에게 동조함으로써 평범했던 어느 날을 광인절로 되돌려버린다. 귀족과 성직자를 흉내내며 한껏 비웃는 불경한 날로. 이렇듯 혁명은 다른 삶과 다른 나를 욕망하기 시작한 누군가가 다른 이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어나게 하는 순간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혁명의 지속성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혁명이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안락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도 허상이다. 잠시 왕을 위협하는 세력이었던 거지들은 이내 흩어지고, 카지모도는 무지 속에서 아군인 기적궁 거지들을 죽인다. 잠시 일어났던 소요로 성당이 무너지거나 파리가 함락될 턱이 없다. 위고가 보여주는 건 여기까지다. 작품은 교수형 당한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껴안은 채 아사한 카지모도의 백골을 보여주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어쩌면 작품 전체는 서문에서 언급된 ‘숙명’(ANAΓKH)이라는 단어에 대한 긴 주석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고는 숙명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헛된 시도와 미망을 보여주기 위해 펜을 들었던 게 아니다. 기적궁 거지들과 카지모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명이 본능적으로 만드는 혁명의 기운 그 자체다. ●존재의 생사·존재의 변신 모두 숙명 존재의 생사가 숙명이라면, 존재들의 변신 또한 숙명 아니겠는가. 사랑이 본능인 한 혁명은 언제까지고 그와 함께한다. 마구잡이식으로 마녀사냥을 하던 15세기, 혁명과 반혁명이 이어지는 어지러운 19세기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싸웠다.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 박애사상의 대두, 그러나 곧바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1830년 7월 혁명과 영광의 3일, 다시금 왕의 부활…. 구체제와 혁명의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관계, 그 한복판에서 위고는 무지하고 추한 인간들을 대거 등장시킨 이 작품을 집필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쓰는 행위가 곧 싸움이고 숙명이었던 셈이다. 오늘도 시궁창은 도시를 가로지르고 호텔과 백화점들 뒤에는 기적궁이 엎드려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사랑이 있고, 하루하루 만들어지는 삶이 존재한다. 21세기에도 화려한 빌딩숲 뒤에 사는 수많은 존재들이 언제 어디서 더 나은 생을 위해 성문을 부수려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순간이 오면, 사랑과 혁명의 에너지가 폭발하듯 솟구칠 것임은 물론이다. 안명희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 · 수유+너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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