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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 쌓인 초판 가치 쌓인 명품

    세월 쌓인 초판 가치 쌓인 명품

    출판업계부터 수집가까지 서적, 음반의 초판본과 희귀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국내 온라인 대형서점들도 소장 가치가 있는 중고 책과 음반을 매입해 판매하는 경쟁이 활기를 띠고 있다. 출판계의 초판본 열풍은 1인 출판사인 소와다리가 지난해 11월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을 처음 복간하면서 주목받았다. 진달래꽃은 발간 한 달 만에 인터넷서점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후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석의 ‘사슴’, 정지용의 ‘정지용 시집’ 등 초판 복각본이 큰 인기를 끌면서 출판계의 단비가 되고 있다. 외국 서점에서도 초판본은 고가로 컬렉터들에게 팔린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 따르면 이 서점에서 가장 비싼 책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945년) 초판본으로 450만원 정도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1942년) 초판본은 110만원이다. 국내 경매시장에서는 최근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초판 진본이 1억 3500만원,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이 1300만원, 서정주의 ‘화사집’이 3000만원을 기록했다. 컬렉터들이 헌책방을 뒤져 희귀본을 구하는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림과 마찬가지로 책의 투자가치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중고장터에서는 1948년에 발간된 ‘근원수필’(김용준·을유문화사)이 35만원, 1964년에 나온 ‘이광수전집’(삼중당) 20권이 25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들은 소장 가치를 인정받는 상품인 초판 사인본, 진본, 절판본, 북클럽 에디션 등은 별도로 등록하고 거래하도록 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는 스테디셀러로 인기 있는 책들의 초판본을 재조명하고 나섰다. 우선 ‘젊은 날의 초상’(이문열, 1981)과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전혜린, 2002), ‘전태일 평전’(조영래, 1990),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김형경, 1993) 총 4권을 재발간하고 초판 표지 한정판도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최근 출판업계에서 화두가 된 초판본 열풍이 고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재조명책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 프로모션을 위해 특별 제작한 초판본 표지는 기존의 도서와는 색다른 느낌을 전달해 소장 가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판본, 희귀본 열풍은 서적뿐 아니라 LP음반, DVD로도 확산되고 있다. 예스24, 알라딘의 경우 현재 판매 중인 LP음반 중에서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건 두 업체 모두 ‘서태지와 아이들’ 음반으로 나타났다. 알라딘에서는 서태지 데뷔 15주년 기념 음반이 24만 8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예스24에서는 1집 음반이 1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예스24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DVD는 홍상수 감독 컬렉션(6Disc)으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밤과낮’을 묶어 9만 9000원에 판매 중이다. 알라딘은 최근 미국 내 중고서점에서 대량 매입한 2만 5000여장의 음반을 국내 고객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알라딘 측은 “판매 상품의 80%가량은 품절된 아이템이고, 60%가량인 1만 5759장은 기존 수입음반 판매사 등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부터 판매된 직수입 중고 음반은 한 달여간 1만여장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책과 음반 등 오래된 작품들을 소비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는 건 그만큼 역사성이 중요해지고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뒤집어 보면 신작은 상대적으로 덜 소비하면서 전반적으로 독서 인구 등 문화에 대한 소비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개성 있는 서점, 도시 밝히는 별빛이죠”

    “개성 있는 서점, 도시 밝히는 별빛이죠”

    100년 된 뉴욕 ‘아르고시’ 등 38곳 탐방 “한국 서점의 위기, 문자이탈 현상 때문”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당대의 사유가 담긴 곳이자 도시를 밝히는 별빛 같은 존재입니다.” 전 세계 주요 서점을 둘러본 탐방기를 ‘세계서점기행’이란 제목의 책으로 펴낸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11일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가 1년 6개월가량 준비해 펴낸 이 책은 전 세계 서점과 서점거리 38곳을 둘러본 탐방기다. 미국 뉴욕의 100년 된 고서점 ‘아르고시’, 워싱턴DC의 ‘폴리틱스 앤드 프로즈’, 헤르만 헤세가 도제 수업을 했다는 독일 튀빙겐의 ‘헤켄하우어’, 대만의 고서점 ‘주샹쥐’, 중국 상하이의 ‘지펑서원’ 등 명문 서점들이 등장한다. 부산의 ‘영광도서’와 보수동 책방골목 등 국내 서점도 소개했다. 그는 “세계 언론에서 좋은 책방이라고 소개된 곳, 독립서점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는 곳, 저만의 개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역을 변화시킨 서점 위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의 등장으로 국내 서점이 위기에 내몰린 것은 스마트폰 등 우리 사회의 문자이탈 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폐허가 된 극장에 들어선 미국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의 ‘미드타운 스콜라’는 낙후된 지역을 재생하는 기적을 낳았다. 영국 북단의 작은 마을 안위크에 있는 중고서점 ‘바터북스’는 기차역을 개조한 독특한 공간으로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프랑스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나 뉴욕의 ‘스트랜드’는 명문 서점을 넘어 이미 세계인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외관부터 독특한 중국의 ‘중수거’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손꼽히며 주말에만 관광객이 1만명씩 몰려든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서점도 저만의 개성을 구축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종이책의 미학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이 쓴 616쪽 서적에 직접 촬영한 사진 수백여장을 컬러로 담아 화려함을 뽐냈다.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도 겸하는 그는 2002년 문을 닫은 종로서적 복원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 ‘열린 경영’ 통할까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 ‘열린 경영’ 통할까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창사 후 17년간 머물렀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업무를 종료하고 11일부터 ‘강서 시대’를 연다. 10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본사 직원들은 지난 8일 강서구 등촌동에 새로 지은 본사로 이사를 마무리했다. 11일부터 정식 업무를 재개한다. 새 본사는 기존 홈플러스 강서점을 증축한 것으로 공사 비용으로는 550억원이 들어갔다. 홈플러스는 1999년 창사 때부터 대주주였던 영국 테스코와 지난해 10월 작별하고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주인이 됐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강서 지역으로 본사를 옮기는 것은 새로운 주인 아래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은 11일부터 홈플러스의 ‘강서 시대’를 열면서 새로운 경영 방침을 ‘열린 경영’으로 정했다. 임직원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예전 역삼동 본사 시절과 달리 사장실에는 문을 설치하지 않았고 임원실도 없애 직원들과 한 자리에서 일하도록 사무 공간을 꾸몄다. 열린 경영의 또 다른 방침은 본사와 영업 현장에서의 소통 강화다. 이마트는 본사 바로 옆에 이마트 성수점이 있고, 롯데마트 본사는 인근에 롯데마트 잠실점이 있어 본사에서 상품 개발 등을 하면 바로 현장에서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컸다. 반면 이전 홈플러스 역삼동 본사 인근에는 홈플러스 매장이 없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뀐 상황에서 과거 홈플러스가 앞장섰던 가격 할인 정책 대신 김 사장이 내세운 ‘식품 품질 강화’라는 새로운 정책이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주력 점포인 강서점에서 여러 정책 등을 시행해 볼 여건이 마련돼 이전보다 경영 효율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야기가 피어나는 정원…꿈이 자라나는 다락방

    이야기가 피어나는 정원…꿈이 자라나는 다락방

    “제가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이제 그 사랑을 아이들에게 베풀어야죠. 저희 집을 우리 그림책도서관으로 만드는 이유예요. 이 도서관과 이야기 정원에 아이들이 빠지면 아무 의미가 없죠. 아이들이 나무 그늘 아래 둘러앉아 책을 읽고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풍경이 제겐 황홀할 만큼 아름답게 느껴지거든요.” ●우리집을 도서관으로… 받은 사랑 돌려주고파 산수유꽃이 먼저 꽃망울을 터뜨렸다. 제 차례라는 듯 진달래가 허겁지겁 뒤따랐다. 동화작가 채인선(54)의 충북 충주 양성면 음촌2리 시골집에 당도한 봄 소식들이다. “50대가 되면 농부가 되자”고 남편과 다짐했다는 그는 1년 반 전 충주에 터를 잡았다. 과수원을 하던 충주 외갓집에서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밤이면 고라니가 물을 먹고 가는 연못을 바라보고 꿩이 푸드득거리며 날아가는 산기슭에 기대 선 작가의 집. 이곳은 요즘 아이들에게 행복한 유년의 풍경을 만들어줄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4평(13.2㎡) 남짓한 집 2층 다락방은 ‘한국 그림책도서관 1호’가 된다. 1000여평(3305.8㎡)에 이르는 밭은 사과·포도·체리 나무 100여 그루와 곳곳에 이야기 요소를 심은 ‘이야기 정원’이 된다.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왁자지껄한 개구쟁이 손님들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 4일 충주 시골집에서 만난 채 작가는 한창 ‘노가다’ 중이었다. “요즘은 오후 내내 ‘노가다’예요. 직접 짠 책장에 오일도 세 번이나 발라야 되지, 발코니에 페인트도 칠해야 되지. 정원 꽃밭 경계석도 제가 다 돌을 날라서 심은 거예요. 그렇게 남편 ‘시다바리’를 하고 저녁에 서재에 올라와 책 교정 좀 볼라치면 금방 졸리는 거야(웃음).” 1996년 창비 제1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당선되며 등단해 지금껏 80여종의 어린이책을 펴낸 채 작가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화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요즘 하루 5~6시간씩 집필이 아닌 노동에 매달리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이다. 그간 자신의 책을 사랑해 준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뒹굴며 이야기 속으로 담뿍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집을 변신시키고 있다. 이 꿈은 작가가 되기도 전에 영글었다. 지금은 20대 후반 직장인이 된 두 딸의 어린 시절 책을 읽히다 보니 대부분 외국 작가 책이라는 각성이 그를 일깨웠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우리 책과 외국 책을 분리 진열해 보면 비대칭이 심하다는 걸 금세 깨닫게 돼요. 도서관 어린이책 서가에 가 보면 80%는 외국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우리 창작 그림책 한 권을 내려면 1000만원 정도가 들어요. 이건 외국 그림책 세 권 내는 비용이죠. 그러니 출판사들도 쉬운 길을 택하는 거예요. 인세도 국내 작가(통상 10%)가 외국 작가(5%)보다 비싸고 디자인 개발비도 많이 들고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 시간도 투자해야 하니 종이값과 인세만 드는 외국 그림책을 더 많이 펴내는 거죠.” ●출판비 많이 드는 우리책, 서가에서 소외당해 이런 문제의식을 품고 있던 그는 2004년 ‘우리책사랑모임’에 이어 2010년 ‘한국그림책연구회’를 조직해 이끌며 우리 그림책을 알리고 연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아이 교육 때문에 2000~2004년 머물던 뉴질랜드에서의 경험이 우리 책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도서관에 갔더니 1층은 자국 작가들이 쓰고 자국에서 출간된 책들로만 다 채웠더라구요. 거길 드나들다 보니 책으로만 구현된 뉴질랜드란 나라에 대해 실감하게 됐어요. 이 사람들이 어떤 문화를 공유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확연히 느끼게 된 거죠. 그곳 사서에게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물어봤어요. ‘이렇게 따로 분류하지 않으면 미국, 영국, 호주 등 다른 나라와 문화권의 책들과 구분이 안 돼 사람들의 생각도 다 뒤섞인다’며 ‘한국은 고유 글자가 있으니 이런 걸 신경쓸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리 그림책만 품은 도서관을 구상하게 됐지요.” ●국내 작가 그림책 1000여권 모아 서가에 빼곡 이때부터 그는 국내 작가가 쓴 그림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예술적 의미, 이야기의 재미, 새로운 기법 등으로 그림책의 고전으로 남을 만한 책들을 하나씩 사들인 게 1000여권이 됐다. 이 책들은 그의 다락방 도서관 서가에 빼곡히 꽂혀 있다.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베푸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혼자서 호의호식할 수도 있지만 그건 저랑은 안 맞고요. 제가 여기에서 한국 그림책만으로 도서관을 꾸민다고 하면 ‘국수주의 아니냐’고 할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우리 그림책도서관이 하나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아이들이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책이 그림책이잖아요. 아이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땅과 만나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고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데 우리 그림책의 역할이 막중한 거죠.” 아이들이 그의 이야기 정원에서 짓까불고 재잘대려면 아직 한 달여가 남았다. 하지만 이미 작가의 머릿속에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풍경이 선연하게 펼쳐져 있었다. “아빠들은 우리 남편과 일 좀 하고(웃음) 엄마들은 텃밭에서 상추 따서 가시고 아이들은 저와 노는 거죠. 한 시간쯤 같이 책 읽고 놀러 나가게 해야지. 풀어놓으면 뿔뿔이 흩어지겠죠. 아이들은 정원 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곳곳에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거예요. 고라니, 다람쥐, 토끼, 꿩들과도 눈을 마주치겠죠. 나뭇잎, 열매로 다람쥐 김밥, 토끼 김밥도 함께 싸보고 나무에 새겨진 동화 캐릭터도 만져 보고 보물찾기도 하고요. 이렇게 자연과 몸으로 놀면서 우리 그림책과도 친해지면 행복한 아이, 감정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날 거라 믿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가계부는 말해준다, 당신의 성격과 행복을!(연구)

    가계부는 말해준다, 당신의 성격과 행복을!(연구)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수많은 연구가 있어도 대부분 사람은 자기 은행계좌의 잔액 뒷쪽에 ‘영’(0)이 더 붙어 있는 것을 싫어할 리는 없다. 그런데 생활에 필요한 돈이 있고 없음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행복감은 더 많은 여윳돈이 있을 때 생길 수 있는데 이는 그 많고 적음이 아니라 실제로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달려 있으며 개인의 성격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영국인 625명의 실제 은행 거래내용 7만6863건을 분석, 6개월간의 거래내용 최소 500건을 소비 범주 59분야로 분류했다. 그리고 그 거래내용의 익명 제공에 동의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성격과 행복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또 연구진은 각 개인의 성격을 심리학 연구에서 널리 쓰이는 ‘빅파이브’(Big 5) 성격 특성으로 분류해 어떤 소비 범주를 주로 사용하는지 비교 분석했다. 참고로 빅파이브는 개방성(Open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신경증성(Neuroticism)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외향성이 큰 사람들은 술집 등 유흥에 지출하는 것에 선뜻 동의했으며 성실성이 큰 사람들은 기부금이나 반려동물 및 그 용품에 쉽게 지갑을 열었다. 반면 성실성이 큰 사람들의 주로 쓴 소비 범주는 보험이나 건강, 운동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 참가자의 실제 구매와 빅파이브를 사용한 성격을 비교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에 맞는 분야에 돈을 더 많이 지출하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외향성이 매우 큰 사람은 반대로 내향성이 큰 사람보다 매년 술집에서 한 사람당 약 52파운드(약 8만4000원)를 더 썼다. 이와 비슷하게 성실성이 매우 큰 사람은 성실성이 낮은 사람보다 매년 건강과 운동에 한 사람당 약 124파운드(약 20만2000원)를 더 썼다.  전반적으로 이 분석에서는 자기 성격에 맞는 지출에 돈을 더 쓴 사람들이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격과 소비를 일치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개인의 총수입이나 총지출의 크고 작음보다 개인의 행복에 더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또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서점이나 술집에서 쓸 수 있는 쿠폰 하나씩 주고 행복감을 비교한 두 번째 실험을 통해 이번 결과를 뒷받침했다. 술집에서 지출해야 했던 외향성이 큰 사람들은 같은 지출을 한 내향성이 큰 이들보다 더 행복감이 컸다. 이는 반대로 서점에서 지출해야 했던 내향성이 큰 사람들은 역시 같은 지출을 한 외향성이 큰 이들보다 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산드라 마츠 심리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우리 연구결과는 우리가 개인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분야에 돈을 쓰는 것은 올바른 직업과 올바른 이웃, 심지어 올바른 친구와 배우자를 찾는 우리의 웰빙에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비와 행복의 연관성에 관한 더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연구를 함으로써 매일 우리는 소비의 작은 선택을 통해 행복을 찾는 방법에 관한 더 개별화된 조언을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조 글래드스턴 케임브리지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원은 “기존 연구에서는 돈과 전반적인 웰빙 사이의 관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우리 연구는 실제 은행 거래내용을 조사함으로써 자신의 성격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에 지출해 심리적 욕구를 만족하면 행복이 커질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추천 엔진을 사용하는 인터넷 가맹점 등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각 회사는 고객의 웰빙 개선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데 이번 정보를 사용할 수 있으며 고객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소비와 성격의 상관관계  ■ 개방성(Openness) 낮은 연관성: 교통범칙금, 대출금 높은 연관성: 엔터테인먼트, 미용, 화장품  ■ 성실성(Conscientiousness)  낮은 연관성: 도박, 장난감, 취미 높은 연관성: 보험, 건강, 운동  ■ 외향성(Extraversion) 낮은 연관성: 보험, 회계사 비용 높은 연관성: 엔터테인먼트, 여행  ■ 우호성(Agreeableness) 낮은 연관성: 교통범칙금, 도박 높은 연관성: 기부금, 반려동물  ■ 신경증성(Neuroticism) 낮은 연관성: 문구류, 호텔 높은 연관성: 교통범칙금, 도박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그의 논에는 우렁이와 붕어가 살고 그의 밭에는 해와 별과 바람뿐이다

    그의 논에는 우렁이와 붕어가 살고 그의 밭에는 해와 별과 바람뿐이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김광영(46)씨의 논에는 우렁이가 살고 토종 참붕어가 산다. 추수가 끝난 논의 물을 빼는 날이면 아이들이 논두렁에서 양동이를 들고 기다린다. 바닥이 채 드러나기도 전에 철퍽철퍽 뛰어드는 아이들과 함께 여름내 살이 오른 우렁이를 줍고, 한쪽 둠벙에서 배를 뒤집고 펄떡이는 참붕어를 줍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녁 밥상에는 우렁이 된장찌개와 참붕어찜이 오른다. 그가 경작하는 땅은 그만큼 순순하고 깨끗하다. 철저하게 자연 재배 방식을 고집하는 김씨는 대부분의 유소년기를 서울에서 보냈다. 1998년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시절 대전에 있는 신학대학 석사 과정 2학기 때 돌연 옷 보따리 하나 달랑 메고 논산으로 갔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슬슬 비가 그친다. 길가에 만개한 노란 개나리 군락이며 진달래 무더기가 말갛게 씻긴 낯빛으로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낮아지는 산등성이에 돋아나는 연둣빛 봄의 기운이 더욱 완연하다. 금강의 한 지류를 따라 달리다 주변 풍광에 정신이 팔려 마을 초입에서 길을 놓쳤다. 마침 김씨로부터 전화가 온다. 주말이라 아이들과 함께 딸기를 수확하고, 잠깐 짜장면을 먹으러 나왔는데 차가 고장 나 버렸다는 것이다. 곡절 끝에 만난 김씨는 그러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28살에 내려와 18년 동안 흙과 함께 살았다는데도 어쩐지 도시의 자유로운 젊은이를 연상시킨다. # 신학도가 농부가 된 이유 한창 수확 중인 딸기 밭이 근처라 하여 자리를 옮겼다. 하우스 입구에 마련된 작업장으로 들어가자 대형 고무 통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EM’(유용한 미생물) 발효액을 숙성시키는 통이다. 작업장 한쪽으로는 책상이 있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도 있다. 김씨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명함을 건넨다. 사람이 땅과 새싹을 감싸 안고 있는 예쁜 그림 위에 직함과 이름이 쓰여 있다. ‘농부 김광영’ 그의 내면에 가득 찬 자부심이 그 한 장에 모두 들어 있는 듯하다. 김씨는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부터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바른 사회에 대한 열망이 컸고, 처음 논산으로 들어오게 된 것도 농민회 일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런데 사실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한 후에 마지막으로 만든 게 사람이잖아요. 그 이유는 땅을 경작하고 수확하며 관리할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그는 땅을 택했다. 공부보다도 말씀대로 살고 싶었다. 땅을 빌려 경작하며 배워 가는 한편으로 일 년 반 정도 목회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꾸만 회의가 일더란다. 교인들 앞에서 자신이 말한 대로 살아야 하는데, 꼭 그렇게 살아갈 수만은 없는 것이더라고. 세월이 흘러 믿음으로부터도 멀어졌지만, 김씨는 지금도 가끔 교회에 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특히나 해가 긴 여름날 저녁 혼자 들판에서 일할 때, 어디선가 익숙한 차임벨 소리가 들려오면 허리를 펴고 들판 너머 그 먼 곳을 바라보게 된다고. # 그들이 꿈꾸는 세상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시끌벅적한 웃음 소리와 함께 아내 박현희(43)씨와 아이들이 밭으로 온다. 씩씩한 세현이와 수줍음 많은 정현이, 호기심 가득한 공주님 다현이는 우리 일행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부리나케 딸기 밭으로 들어간다. 금세 한 바구니의 딸기를 따 와서 그대로 제 입에도 넣고 내 입에도 넣어 준다. 흔히 마트에서 사 먹는 것과는 맛이 완연히 다르다. 단단한 육질에 새콤달콤 진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굉장히 큰데도 어릴 때 먹던 밭 딸기 맛 그대로이다. 부부는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에 만났다. 교육학을 전공한 아내 박씨는 남편이 논산으로 온 후에도 학업을 계속하며 대전과 논산을 오갔다. “그때는 뭐든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농촌 현실도 잘 몰랐고. 가까운 곳에 영화관이나 서점 같은 게 없어서 그런 문화적 그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죠.” 처음에는 주위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 농사를 지었다. 한 해 두 해, 하나씩 알아 가다 보니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건강에 관심이 있어서 건강교실 같은 곳에 다녔는데, 의외로 아픈 사람이 참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규모화된 ‘관행 농사’보다는 작고 소박하게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자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일본의 성공 사례를 본보기 삼아 여러 작물로 시험해 보다가 본격적으로 자연 재배로 벼농사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8년째다. 처음 몇 년은 일반 쌀의 50%밖에 소출이 나지 않았다. 다수확을 위해서는 비료를 넣어야 하고, 비료를 넣으면 병충해가 생겨 약을 쳐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땅은 황폐해져 가는데, 그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때만 해도 안전한 농작물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아 판로가 마땅치 않았다. 읍내에 있는 방앗간에 일반 쌀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를 부탁했는데, 그나마도 반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 한 해 농사를 망치면 그 여파가 3년 동안 간단다. 땅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은 농사만 지어서는 갚을 길이 없었다. 김씨는 2만평까지 욕심을 냈던 것을 5000평으로 줄이고, 가을걷이가 끝나는 대로 일을 찾아 타지로 나갔다. 목수 일부터 빌딩의 선팅지 바르는 일까지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었다. 농장에서 하우스의 연탄만 가는 일을 한 적도 있었다. 일산화탄소 때문에 방독면을 쓰고 하루 평균 2400장의 연탄을 갈았다. 박씨도 남편의 농사일을 돕는 한편으로 학교에서 복지사로 근무했다. 겨울이면 남편은 타지로 나가고, 직장일과 병행해야 하는 육아와 가사는 오롯이 박씨 혼자만의 몫이었다. 이사를 여덟 번이나 다녀야 했고, 겨울이면 물이 얼어 길어다 먹어야 하는 집에서 산 적도 있었다. 그래도 부부는 농사법을 바꾸지 않았다. 여타의 작물들도 철저하게 무농약, 무비료를 고집했다.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더욱 확고해졌어요. 내 아이들이 이 논두렁, 밭고랑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 텐데, 저걸 따서 입에 넣어 우물거릴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약을 칠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내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일은 더욱 할 수 없는 거잖아요.” 3년 전부터는 겨울마다 타지로 돈을 벌러 나가는 대신 하우스 3동을 마련해 논산시의 주력 작물인 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자연 재배를 추구했던 만큼 하우스는 될 수 있는 대로 안 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도전이 되었다. 철저하게 무농약의 원칙을 지켜 벌레가 생기면 마요네즈를 물에 풀어서 뿌리고, 달걀 껍데기로 칼슘을 보충하고, EM 발효액을 만들어 비료 대신 뿌렸다. 힘은 들었지만 비싼 비료와 농약 값이 들지 않으니 오히려 경제적이었다. 하우스 3동에서 한 해 3000만~3500만원의 수익이 났다. 웬만한 도시 노동자의 연봉이 부럽지 않았다. 아직은 마을 단위로 공동 선별해 ‘무농약 마크’만 달고 출하하지만, 내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더 많은 농가들이 모여 ‘유기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해당 기관의 철저한 관리와 검사하에 무농약 2년에 유기 전환기 2년을 거치면 5년째 절차가 마무리된다. 현재 완전 유기농 딸기는 국내 전체 생산량의 0.3%에 불과하다. 인증을 받으면 수익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거기에 직접 기른 안전한 먹을거리들이 지천에 널려 있고, 자연 재배 쌀의 소출도 늘어 이제 70%까지 올랐다. 낱알은 더 통통해지고 쌀알에서는 윤기가 흐른다. 5000평의 논에서 직거래만으로도 1500만~2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이 역시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자연 재배와 관행 재배의 차이를 산삼과 인삼에 비유한다. 물을 부어 며칠 동안 놔두어 보면 관행 재배 쌀은 부패해 악취가 나는 반면, 자연 재배 쌀은 그대로 발효가 된다고 한다. 처음에 화학비료와 살충제로 찌든 땅을 해독시키기까지가 힘들지, 이후에는 그야말로 땅과 해, 바람, 별빛이 벼를 키운다. 그 노동력을 손이 많이 가는 유기농 딸기 재배에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이다. 김씨는 자연 재배에 대한 자부심으로 쌀에 대해서만큼은 유기 인증을 받지 않으려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유기농 전문점이나 학교급식 등 좀 더 넓은 시장에서 정당한 가격으로 적절하게 판매하기 위해 지금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직거래로만 판매하고 있어요. 도매로 넘겨 버리면 꼭 필요한 사람들이 꼭 필요할 때 살 수 없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자연 재배로 쌀을 생산하는 농가는 현재 20가구 남짓뿐이다. 젊은 귀농인을 중심으로 부쩍 문의가 늘고 있는 추세인데, 충남도에서도 도내 전체 생산 작물의 70%까지 유기 작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각종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건강한 땅과 바른 농작물에 대한 인식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누군가는 꼭 가야 하는 길이었다. 누군가가 먼저 가면 뒤에 오는 사람들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부부는 거기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 귀농을 고민한다면 그들처럼 아내 박씨는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면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직접 내려와 부딪치든가, 여유 자금이 있더라도 일단 집만 구해서 내려올 것을 권한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자본을 들여 시설을 갖추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어떤 작물이든 맞는 땅이 있고 맞는 사람이 있단다. 직접 경작해 본 뒤 자신에게 맞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김씨는 귀농 수강생 1인에 20인의 전문가가 붙는 ‘밀착 교육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스무 명의 귀농, 귀촌인이 모여 이미 70% 이상의 공정이 끝났다. 그는 또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논산재배 INTO THE WILD’라는 온라인 카페에 농사 일기를 비롯해 자연 재배와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올려 정보를 나누고 있다. 농촌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자연 재배 쌀의 직거래 판매도 같이 한다. 건강한 땅에서 나는 바른 농작물이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김씨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꿈꾸는 세상이다. 글쓴이 소설가 서진연 ▲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2013년 제2회 EBS 문학상 우수상 수상 ▲ 소설 ‘붉은 나무젓가락’, 그림동화 ‘옥상에 텃밭이 생겼어요’, 옴니버스 에세이집 ‘가족이 힘이다’, ‘수업’,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등
  • 홍콩 ‘아카데미상’ 중국에 저항하다

    홍콩 ‘아카데미상’ 중국에 저항하다

    “이 상을 우리에게 준 영화제의 용기에 감사드린다.” 지난 3일 밤 홍콩 침사추이에서는 제35회 홍콩 금상장(金像奬)영화제가 열렸다. ‘홍콩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이 영화제는 홍콩뿐만 아니라 중국의 영화팬들도 열광하는 행사다. 올해 최우수작품상은 독립영화 5편을 엮은 옴니버스영화 ‘10년’(Ten Years)이 거머쥐었다. 영화 ‘10년’은 중국의 통제가 강화된 2025년 홍콩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 영화다. 중국 표준어(普通話)를 하지 못해 차별을 당하는 택시 운전사, 독립운동을 주도하다 투옥돼 단식투쟁을 벌이다 사망한 청년운동가 등이 등장한다. 제작비 50만 홍콩달러(약 7000만원)의 저예산 영화인데, 9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600만 홍콩달러(약 8억 4000만원)의 흥행 실적을 올렸다. 제작 준비를 하던 2014년 가을 민주화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이 일어났고, 영화가 상영될 때쯤 홍콩 서점 주인들이 줄줄이 사라지는 등 중국의 홍콩 통제가 부쩍 심해져 홍콩인들이 더 뜨겁게 반응했다. 영화가 뜰수록 중국은 민감해졌다.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월 22일 사설에서 “‘자학의 바이러스‘는 홍콩에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이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자 TV와 인터넷매체가 시상식을 생중계하는 것을 금지했다. 생중계 계약금까지 지불한 포털 텅쉰이 갑자기 계약을 파기해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서 이 영화제가 생방송되지 못했다. 4일 모든 중국 매체는 약속이나 한 듯 영화제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과거 홍콩은 아시아 영화의 중심지이자 중국 영화 발전을 이끈 ‘엔진’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른 현재 홍콩 영화계는 중국 자본과 권력의 협조가 있어야 유지될 지경에 빠졌다. 영화 ‘10년’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말로 끝난다. 영화와 같은 현실이 펼쳐지는 지금, 10년 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홍콩인들에게 묻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넓은 집 보다 실속있는 작은 집”…1인 가구·핵가족 시대 주거 패러다임도 전환

    “넓은 집 보다 실속있는 작은 집”…1인 가구·핵가족 시대 주거 패러다임도 전환

    더욱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인 가구는 600만 명을 넘어섰고 2, 3인으로 이루어진 핵가족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무조건 ‘넓은 집’을 장만하는 것이 가족의 로망이었던 시대에도 변화가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실속형 소형 아파트, 소형 오피스텔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소형 주택 관련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높은 추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안정적인 소액 투자로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준 주택지정에 따른 규제가 완화되고 있어 도심과 역세권 내 공급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형 소형 오피스텔에 투자하기에는 좋은 시기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곳이 보다 안정적일까. 부동산 업계에서는 도심이나 대학가 등이 인접한 역세권 지역에 있는 소형 아파트가 투자에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로 돼있다. 따라서 대형도시에 들어서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눈 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 대구에서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지난해 상가 분양도 호황을 누린 만큼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구는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텔과 상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특히 대구 중구의 경우 상권이 비교적 높은 초역세권 단지로 꼽힌다. 이 지역 오피스텔의 공실률은 0%에 가깝다. 반월당역에 들어서는 클래시아 2차 오피스텔의 경우 같은 지역 1차 오피스텔의 분양이 모두 끝난 뒤여서 2차 분양에 업계의 시선이 몰린다. 클래시아 2차 오피스텔은 지하 4층~지상 20층, 1개 동 규모로 총 330실의 오피스텔과 상가(지상 1~5층)로 구성된다. 대구지하철 1, 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역 주변에 위치했다는 점과 대구의 중심 상권인 동성로와 인접한 점, 현대백화점과 동아백화점 등 쇼핑시설과 영화관, 대형서점, 문화센터 등 생활편의시설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층에 더욱 강점으로 소개되고 있다. 클래시아 2차 분양 관계자는 “지상 1층부터 5층까지는 메디컬 복합상가를 추천한다”면서 “복층형 오피스텔 구조에 빌트인 시스템 적용 등 설계 프리미엄도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우리에게 책이란 무엇인가?/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In&Out] 우리에게 책이란 무엇인가?/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신선한 충격’, 이것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된 프랑스 파리도서전을 다녀온 출판인, 작가, 그리고 취재기자들의 한결같은 소감이었다. 이번 파리도서전에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주빈국으로 초대돼 30여명의 한국 작가와 많은 출판인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15명에 이르는 취재기자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프랑스 정부와 국민들의 책에 대한 가치 인식이 근본적으로 우리와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에 크게 놀랐다. 프랑스인들에게 책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문화부 장관의 입을 통해 알게 됐다. 파리도서전 기간 동안 매일 전시장을 찾은 오드리 아줄레 문화부 장관은 자국의 출판문화 발전과 관련해 “프랑스에서 문화는 심장과 같다”, “그 문화의 한가운데에 책이 있다”고 말했다. 한 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끈 문화의 힘이 바로 책에서 비롯됨을 천명한 명언이었다. 계속해서 우리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렇게 파리도서전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데 정부는 어떤 지원 정책을 펴고 있는가?” 장관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1980년대부터 시행한 도서정가제를 통해 출판시장의 안정화를 꾀했고, 지역 서점과 도서관을 적극 지원해 독자들이 책과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했으며,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이번 파리도서전은 1200여개의 출판사와 3700여명의 저자들이 참석해 20여만명의 독자들과 만난 책의 잔치였다. 그 어떤 부스에서도 책을 싸게 팔고 있지 않았으며, 할인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도서정가제의 필요성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 왈가왈부하고 있는 한국 출판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렇다면 프랑스 출판사들은 왜 도서전에 참여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프랑스 출판협회 회장과의 대화에서 들을 수 있었다. “출판사의 도서전 참여는 독자에 대한 서비스이자 의무다. 저자들은 도서전을 통해 독자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독자들은 도서전에서 출판사들의 책을 한 곳에서 보고 선택할 수 있으며, 저자를 만나고, 또 책 관련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책과 독서, 그리고 문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해득실을 떠나 책과 함께하는 진정한 도서 축제의 장 마련은 불가능한 것인가. 하루아침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없겠지만, 생각과 습관을 만드는 좋은 환경, 즉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해 낼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의 습관이 돼 문화로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이 같은 책 읽는 환경 조성은 정부 주도하에 계획되고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배가되는 파급효과로 국민 정서를 이끌어 낼 수 있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6월이 되면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한국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이다. 서울도서전에서 우리 출판사들은 우리 회사 책을 사준 독자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만남의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져야 하며, 저자들 또한 내 독자들에게 얼굴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게도 한마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책이란 무엇이고, 문화란 무엇인가.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주창하고 있지만, 과연 책 읽는 문화 없이 국가의 미래를 논할 수 있겠는가. 마침 올해는 ‘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2017~2021)을 수립하는 해다. 물론 거시적인 계획들이 있겠지만, 계획 수립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출판을 통해 문화를 살리고자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다. 정책이 바로 서야 출판이 산다. 출판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창의 성장판 막는 영재교육

    저희 집 현관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새장’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습니다. 일곱 살 큰애가 지난해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가는 도중 비행기 안에서 그린 것입니다. 화면의 절반 정도를 주황색 문과 노란색 문, 파란색 문이 달린 큰 새장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윗부분 좌우에 새가 두 마리 그려져 있어 사육장이 마치 큰 동물의 얼굴처럼 보입니다. 바닥에는 거꾸로 누운 새 두 마리가 발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육장 주변에는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과 큼직한 벌레들, 그리고 커다란 나무와 알록달록한 색깔의 공이 보입니다. 대담한 화풍에 생기 넘치는 색채의 그림이지요. 큰애는 최근 ‘핼러윈’이라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온갖 괴물이 종이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토끼를 닮은 괴물, 해골처럼 생긴 괴물, 새를 닮은 괴물이 모여 있습니다. 본 적도 없는 괴물을 모두 상상해 그렸다고 합니다. 아이의 상상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얘는 혹시 영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큰애를 미술학원에 보내볼까?”라고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아내는 답장으로 글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미국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로 유명한 애덤 그랜트 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쓴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물러서라’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아이가 2세 때 글을 읽고 4세에 바흐를 연주하고, 6세에 계산을 하고 8세에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등 영재성을 보이면 부모들은 마치 로또에라도 당첨된 것처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랜트 교수는 “영재성이 성인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오히려 드물다”고 지적합니다. 아이가 영재성을 보이면 ‘한 우물만 파야 한다’고 생각해 부모들이 아이에게 간섭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랜트 교수는 영재성을 보이는 아이들이 뛰어난 성인으로 자라도록 하려면 아이가 여러 방면의 학문을 접하고 통찰력을 갖도록 해 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을 조사해 보니 보통의 과학자들보다 12~22배나 더 각종 예체능 관련 취미를 즐긴다고 합니다. 그랜트 교수의 지적은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2000년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의 영재교육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교육청 또는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을 비롯해 학교나 지역에서 개설한 영재학급이 지난해 기준 전국에 2500여개나 됩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영재교육 기관을 통해 배출된 영재가 드물까요. 영재교육 기관에서 영재를 선발할 때 시험을 보는데, 그 시험들이 아이의 영재성을 판별하기보다 사교육으로 얼마나 준비를 잘했느냐를 따집니다. 입학시험에는 올림피아드나 수학 경시대회 등 사교육을 받아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나옵니다. 실제로 서점에 가보면 영재교육 기관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는 교재들이 넘쳐납니다. 글쓰기가 서투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교육 기관 입학 서류인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을 가르치는 사교육도 성행합니다. 무엇보다 영재교육 기관 입학의 목적이 자녀의 대입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숨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영재교육 기관이 오히려 아이들의 영재성을 더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닐까 안타깝습니다. gjkim@seoul.co.kr
  • 한강·정유정 작품 불어판 인기몰이… K-Book 새 지평을 열다

    한강·정유정 작품 불어판 인기몰이… K-Book 새 지평을 열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처음 참여한 프랑스 파리도서전이 16일(현지시간)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20일까지 열리는 파리도서전은 55개국 1500개 출판사가 참여하고 전시장 규모가 4만㎡에 이르는 세계적 규모의 도서 전시 행사다. 지난해에는 25만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프랑스는 올해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출판 산업 분야의 교류 확대를 위해 우리나라를 주빈국으로 초청했다. 주빈국관은 ‘새로운 지평’이라는 주제 아래 전시장 중심에 506㎡ 규모의 거대한 태극 문양 형태로 설치됐다. 전시 기간 내내 문학, 아동, 만화·웹툰, 인문 분야 작가 30명이 참가하는 한·불 문학행사와 양국 출판 교류를 위한 세미나가 다수 열린다. 프랑스국립도서센터(CNL)와 프랑스문화원(IF) 등이 공동 개최하는 한·불 작가 행사는 총 47차례 열린다. 한국에서는 황석영, 이승우, 한강, 김애란, 정유정, 문정희, 오정희, 마종기 작가 등이 참석해 프랑스 작가와 교차 강독 형식의 작가 행사 및 사인회, 낭송회 등을 진행한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주빈국인 한국관을 찾아 방명록에 ‘문화를 향해 같은 열정을 나누는 프랑스와 한국 독자들에게’라는 글을 남겼다. 올랑드 대통령은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양국이 문화협력 강화를 위해 여러 행사를 기획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도서관 주빈국 행사”라고 밝혔다. 대통령을 수행한 오드레 아줄레 문화부 장관은 “한국 문화가 프랑스에서 점차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많다. 한국 문학 번역도 더 많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문학 번역서와 웹툰, 아동 도서들은 프랑스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는 분위기다. 한국 문학 및 인문학 번역본 1200종 1만여권을 위탁 판매하는 프랑스 대형서점 지베르 죠셉의 리샤 드부아 총괄지배인은 “영화, TV 드라마, 음악, 애니메이션과 웹툰 등 한국 문화 자체가 프랑스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어 케이북도 호평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 판매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바람이분다, 가라’ 프랑스어판과 정유정의 ‘7년의 밤’ 프랑스어판 및 독일어판,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 프랑스어판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시 역시 관심을 모았다. 시인 문정희는 “‘찬밥 먹는 사람들’로 번역된 시집이 특집 방송으로 다뤄지고 시 낭송 행사도 있었다”면서 “개막식에서 700~800부의 시집이 팔렸다”고 전했다. 여성 특히 어머니에 대한 정서가 프랑스인들에게 동양적 모성의 감정을 느끼게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전 부문에 걸쳐 수상작을 낸 한국 아동문학 작품들은 프랑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으로 뜨고 있다. 동화작가이자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인 김서정 박사는 “양국 수교 130주년을 맞아 130권의 우리 동화책을 선정해 전시하고 있다”며 “‘고양이학교’의 김진경 작가, 그림작가 김재홍,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의 윤석남 작가와 이수지, 김재홍 작가 등 5명의 책이 풍부한 감정 표현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이수지 작가는 한국인 처음으로 지난 2월 발표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 윤태용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주빈국 행사를 통해 한국 작가와 작품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리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쎈돌’처럼

    ‘쎈돌’처럼

    ‘이세돌 신드롬’에 바둑게임·4년전 출간된 자서전 인기 ‘一 자 머리’ 따라하고·대국 당시 입었던 셔츠까지 화제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하수진(29)씨는 지난주 스마트폰에 바둑 게임 앱을 설치했다. 어릴 때 바둑학원을 잠깐 다닌 것 외에는 바둑을 둔 적이 없지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며 흥미가 되살아났다. 하씨는 “바둑 한판에 최소한 30~40분은 걸리니까 매일 두지는 못한다”면서도 “앱에 다른 사람의 게임을 관전하는 기능이 있어서 잠자기 전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8·여)씨는 “이 9단의 창의적인 수를 보면서 레저스포츠 중에 이보다 더 좋은 두뇌 게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바둑학원에 등록할 계획”이라며 “집 근처에는 어린이 바둑교실만 있어 회사 주변 학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 간의 ‘세기의 대국’이 지난 15일 막을 내렸지만 ‘갓세돌(god+이세돌) 신드롬’은 이어지고 있다. 16일 모바일게임 순위 사이트 ‘게볼루션’이 집계한 ‘국내 애플 앱스토어의 무료게임 다운로드 순위’에 따르면 상위 5위안에 2개가 바둑게임이다. ‘사활마스터’가 1위였고 ‘최고의 바둑’이 5위다. ‘바둑 포 카카오(for kakao)’도 9위에 올랐다. 이세돌 열풍이 출판계에도 거세게 불기는 마찬가지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지난 1~15일 바둑 관련 도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세돌의 어린이 바둑 교과서’ 등 이 9단이 저술한 서적은 판매량이 5.8배 늘었다. 2012년 출간됐던 이 9단의 저서 ‘판을 엎어라’를 펴낸 살림출판사 관계자는 “이 9단의 대국이 시작된 이후 수요가 기존 수량보다 10배 가까이 늘어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9단의 패션과 외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이 9단이 대국 내내 입었던 하늘색 셔츠의 소매에 이 9단을 공식 후원한 LG전자의 스마트폰 ‘G5’의 로고가 자수로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가 됐다. 지난 주말 이른바 ‘이세돌 머리’(앞머리는 일자로 자르고 옆머리와 뒷머리를 짧게 치는 헤어스타일)로 머리 모양을 바꿨다는 대학원생 박모(31)씨는 “단정하고 똑똑한 인상을 닮고 싶어서 일부러 미용실에 이 9단의 사진을 가지고 갔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한강, 맨부커상 후보 소식 호재 ‘채식주의자’ 판매량 12배 급증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이후 판매량이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지난 10~15일 ‘채식주의자’ 판매량이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2배나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책은 현재 알라딘 한국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3위에 올라 있다. 세대별로 보면 40대가 주 구매층으로 전체 구매의 33.1%를 차지했다. 30대가 30.1%로 뒤를 이었다. 구매자 평균 연령은 41세였다. 여성과 남성 구매 비율은 7대 3으로 나타났다. 알라딘 측은 “한강이 국내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가인 만큼 2007년 출간 이후 판매가 꾸준했으나 단기간 판매량이 이 정도로 높은 적은 없었다”며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을 기점으로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현장 블로그] 책값 부담 vs 저작권 위반… 대학가 불법제본 딜레마

    대학가 제본소의 복사기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새 학기를 맞아 전공서적을 복제하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 때문입니다. 주문이 밀리다 보니 제본한 책을 찾는 데 1주일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이렇게 불법으로 책을 복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학 도서관들은 책 한 권의 3분의1 이상은 복사를 해주지 않습니다. 불법 여부를 가르는 암묵적인 마지노선을 그 정도로 보는 것이지요. “과목당 교재 3권을 사면 20만~30만원은 우습게 넘어갑니다. 같이 수업 듣는 8명이 단체로 제본을 했는데 권당 1만원 정도에 해결이 되더라고요.” 대학원생 김모(30)씨의 전언입니다. 한 페이지 복사에 A4 용지 기준으로 40~50원이니까 어지간히 두꺼운 책이 아니고선 1만원대에 교재를 장만할 수 있는 거죠.”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초 전국 대학가 인쇄업체 111곳을 적발해 불법 복제물 5783개를 폐기 처분했습니다. 그러나 45명의 단속원으로 모든 제본업체를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학생들이 중고책을 구하면 어떨까요. 대학생 이모(22·여)씨는 “각종 온라인 서점의 중고책은 개강도 하기 전에 품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강 신청도 하기 전에 자신이 들을 과목의 중고책을 사는 학생들이 많은 탓”이라고 했습니다. 이씨는 이어 “학교 도서관의 책은 대부분 최신판이 아니어서 그 책으로 공부했다간 시험 때 낭패를 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김모(22·여)씨는 ‘바늘구멍 취업’도 불법 복제가 만연한 이유라고 했습니다. “학점이 취업의 가장 기본적인 스펙이다 보니 보충 서적까지 다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값싼 복제본에 눈길을 주게 되는 이유인 거죠.” 일부 대학에서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선배들의 책 물려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작권을 포기하고 무료로 교재를 만드는 교수들도 있죠. 2013년 설립된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에서는 42명의 교수가 ‘빅북(Big Book)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이 지은 ‘경영학 원론’, ‘통계학의 이해’ 등 10권의 교재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어쩔 수 없다는 ‘경제적 현실’과 그래도 해서는 안 된다는 ‘법률적 현실’. 둘 중 어떤 선택에 공감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요. 그리고 둘 사이에 교수사회와 출판업계가 나설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일지요.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세트장 같은 ‘숲속의 헌책방’… 나도 영화 속 주인공 돼 볼까

    [명인·명물을 찾아서] 세트장 같은 ‘숲속의 헌책방’… 나도 영화 속 주인공 돼 볼까

    100년 넘는 책까지 13만권 빼곡… 서점 밖엔 ‘내부자들’ 안상구·우장훈이 삼겹살 구워 먹던 평상도 부정하고 싶은 현실 이야기를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적나라하게 연출한 영화 ‘내부자들’은 지난해 말 최고의 화제작이었다. 이 영화는 대통령을 꿈꾸는 국회의원과 신문사 논설주간, 대기업 회장 등 우리 사회에서 잘나가는 ‘갑질’ 인생들과 이들에게 맞서 싸우는 열혈검사와 정치깡패 이야기를 다뤘다. 안가로 보이는 비밀스러운 술집과 검은색 고급 승용차들, 나이트클럽, 대형 컨테이너박스가 즐비한 항만, 철거 직전의 허름한 도심의 아파트 등이 주요 장소로 등장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하지만 차갑고 살벌한 범죄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이색적인 장소가 하나 등장한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 중반쯤 우리나라를 쥐락펴락하는 거대 괴물들에게 배신당한 뒤 복수를 계획하다 오히려 쫓기게 된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가 우장훈(조승우) 검사와 함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서울을 빠져나간 뒤 비포장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우 검사의 아버지 집이다. 실내에 불이 켜지자 수많은 책장에 빼곡하게 꽂혀 있는 헌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 봐도 책이 수만권은 족히 넘어 보인다. 실내에는 먼지가 가득하다. 깊은 산속에 서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한 안상구는 눈길을 여기저기로 돌리며 책장과 책장 사이로 난 좁은 통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영화 촬영을 위해 산속에 꾸민 세트장 같지만 이곳은 실제로 존재한다. ‘숲속의 헌책방’으로 불리는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에 있는 새한서점이다. ‘내부자들’에서 이곳은 유일하게 낭만적이고 푸근한 장소로 꼽힌다. 영화는 2014년 8월 24~26일 3일간 새한서점에서 찍었다. 지난 11일 중앙고속도로 단양IC를 빠져나와 S자에 가까운 급커브 경사길을 10여분간 달리자 현곡리 마을이 나타났다. 여기에서부터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도로를 타고 고개를 넘어 산속으로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을 하며 1.2㎞를 더 들어갔다. 그러자 산골짜기 경사진 땅에 비스듬히 서 있는 허름한 창고 같은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에 달린 흰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서점 같아 보이는 구석은 하나도 없지만 가까이 가 보니 새한서점 간판이 걸려 있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산뿐이다. 들리는 것은 시냇물과 산새 소리 등이 전부다. 이런 곳에 서점이 있다니. 안상구와 우장훈이 은신처로 택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서점 안으로 들어가자 책이 넘쳐났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수많은 책장에 책이 가득 꽂혀 있고, 바닥 여기저기에도 책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총 13만권에 달한다고 한다. 실내 바닥은 그냥 맨땅이다. 그러다 보니 책장과 책장 사이 바닥에는 돌이 박혀 있다. 오래된 나뭇잎도 뒹굴어 다닌다. 서점 안 풍경이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국내소설, 외국소설 등 도서분류법에 따라 570가지로 꼼꼼하게 분리돼 있다. 발간된 지 100년이 넘는 책도 있다. 서점 밖에는 영화 속에서 안상구와 우장훈이 삼겹살을 구워 먹은 평상이 자리잡고 있다. 서점 규모는 총 350여㎡ 정도다. 새한서점 주인은 이금석(65)씨다. 이씨는 고향 제천을 떠나 서울로 올라가 학창 시절을 보낸 뒤 1979년 헌책방을 시작했다. 서울 답십리, 길음동, 제기동 등에서 30년 가까이 헌책방을 운영했다. 서점 이름은 항상 ‘새한서점’이었다. ‘새로 한다’, ‘New korea’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당시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씨의 서점은 꽤 유명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고향이 그리워졌다. 시골로 내려가도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민 끝에 귀향을 결심하고 고향에서 헌책방 할 곳을 찾았다. 제천을 1순위로 후보지를 찾다가 마땅한 곳이 없자 인근 단양으로 눈을 돌렸다. 이씨는 폐교돼 방치된 단양 적성초등학교에 홀딱 반했다. 그는 2002년 자식과도 같은 헌책들을 데리고 혼자서 단양으로 내려와 적성초교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적성초교 운동장에 야영장 등 부대시설을 마련해 외지인들을 유치할 계획도 세웠지만 자금에 여유가 없어 서점만 운영했다. 위기는 시작과 함께 닥쳤다. 온라인 판매 수입으로는 한 달에 100만원인 폐교 임차료를 내는 게 버거웠다. 1년 동안 임차료와 운영비 등으로 1400여만원을 썼다. 이때는 권상우와 김하늘이 출연한 영화 ‘청춘만화’를 이씨 서점에서 찍었다. 이씨는 7년간 머물렀던 적성초교를 떠나기로 하고 현재의 서점이 있는 현곡리에 놀고 있는 계단식 논 400여㎡를 사들였다. 이어 적성초교에서 쓰던 책장을 옮겨와 책들을 정리한 뒤 천막으로 덮었다. 바닥공사는 따로 하지 않고 흙바닥을 그대로 썼다. 책이 워낙 많다 보니 책을 옮기는 데 무려 8개월이나 걸렸다. 공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비나 눈이 오면 책이 젖을까 걱정이 되고, 여름에는 서점 안이 찜통으로 변했다. 결국 중고 패널을 구해 다시 지붕을 덮었고, 폐교에서 나오는 마룻바닥 등을 가져다 사무실을 만드는 등 서점 여기저기를 꾸며 지금의 새한서점이 완성됐다. 2012년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촬영으로 유명세를 탔다가 잊혀 갔던 새한서점은 ‘내부자들’의 큰 성공으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말에는 전국 각지에서 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외지인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적성면사무소에는 새한서점 가는 길을 물어보는 전화가 이어진다. 새한서점에서 만난 박종만(26·경기 부천)씨는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기억에 오래 남아 새한서점을 오게 됐다”며 “산속에 이런 서점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속에서 수많은 책을 접하니 갑자기 책이 보고 싶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새한서점은 홈페이지나 전화 등으로 책을 주문하면 이씨가 정성스럽게 포장해 택배로 보낸다. 지금도 책은 계속 보충되고 있다. 문을 닫는 서점들이 처분하고 남은 책을 이씨에게 보내고 있다. 매출은 시원치 않다. 한 달에 100권 정도 판매한다. 하지만 이씨는 지금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공기도 좋고 가끔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게 너무 좋다”며 “오래된 책들로 책 전시관을 만드는 게 마지막 소망”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단양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해외여행 | 파리, 한낮의 꿈 ①‘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

    해외여행 | 파리, 한낮의 꿈 ①‘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

    파리를 매일 걷고 걸으며 오늘의 파리와 만났다. 오늘은 동네를 산책하듯 걷지만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 속절없지만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내가 걸어온 길을 자꾸 뒤돌아보았다.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 한가운데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왜 단테의 ‘지옥’에 매혹되었을까? 부티크호텔 산 레지스의 스위트룸에서 보이는 에펠탑. 왼편 아래 건물은 이브 생 로랑의 저택이다샹젤리제 인근 나폴레옹호텔 스위트룸에서 보이는 개선문과 프히들렁 거리파리에선 길을 잃어도 좋아. 파리에 대한 낯간지러운 찬사다. 좀 민망하지만 과장은 아니다. 파리는 어디를 가나 황홀할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할로겐 가로등 덕분인지 거리에 덩그렇게 놓인 쓰레기통조차 예쁜 도시. 세상에 이런 도시가 또 있을까? 파리에서 만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파리의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 행복해져요. 봐야 할 게 너무 많으니까요.”지나친 말이 아니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나도 그랬으니까. 파리에서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어제와 오늘은 동네를 산책하듯 걸었지만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를 길이었다. 이런 간절함 때문일까. 나는 거리마다, 골목마다, 코너를 돌 때마다 새로운 파리와 만났다. 파리는 매일 변한다. 나는 파리에서 3주간 머물렀지만 에펠탑이나 루브르, 개선문은 내내 뒷전이었다. 과거의 파리가 아닌 오늘 이 순간의 파리를 보고 싶었다.1977년에 지어진 퐁피두센터는 2016년에 보아도 미래지향적이며 도발적이다. 20세기 건축의 아이콘퐁피두센터 안에는 국립근현대미술관도 있고 도서관, 사진 갤러리도 있다. 기획전을 제외하면 무료다퐁피두센터 바로 옆, 스트라빈스키 광장에 조각가 니키 드 생팔과 장 팅겔리가 함께 만든 ‘니키 분수’가 자리했다퐁피두센터 설립을 결정한 프랑스 전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는 파리 한가운데 있는 근현대미술관이자 복합문화시설이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퐁피두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에서 며칠을 지냈다. 중정中庭을 가진 좋은 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도 안한 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빵을 사러 갈 때마다 자연스레 퐁피두와 마주쳤다. 저 앞에 턱하니 자리 잡은 퐁피두를 뒤로하고, 동네 주민인 척 퐁피두의 뒷골목을 걸어 다녔다. 바게트를 사서 반으로 ‘접어’ 에코백에 넣고 돌아오는 길, 발걸음은 가벼웠고,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파리지엥인 척하는 시간의 한가운데 퐁피두가 있어 내가 지금 파리에 있음을 더욱 실감했다. 파리에 오지 못한 기나긴 시간 동안 파리를 떠올릴 때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가장 그리운 곳이 퐁피두였다. 퐁피두 하면 떠오르는 기억의 잔상, 지워지지 않은 시간 때문이다.아주 오래 전 퐁피두에 처음 왔을 때 나는 퐁피두에서 ‘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를 느꼈다. 퐁피두 앞 광장에서 파리의 싱그러운 청춘들을 보았다. 외부에 노출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퐁피두 6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리 시가지의 나지막한 스카이라인도 잊을 수 없다.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 그리고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쾨르 성당 같은 파리의 풍광 속에 한껏 젖어 들었다. 여기가 파리구나. 그때 파리에 왔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퐁피두에서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퐁피두 앞 광장에 않아 주변을 살피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퐁피두의 외관만 바라보고 있어도 어느새 기분이 유쾌해진다. 퐁피두를 난생 처음 보는 관광객은 “왜 파리 한가운데 공장이 있죠?” 하고 묻기도 한다. 공장이 아니라고 하면 공사 중인 건물이냐고도 묻는다. 그만큼 겉모양이 파격적이다. 얼핏 건물은 안이 다 들여다보이고 에스컬레이터뿐만 아니라 수도관, 가스관, 철근 등이 모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발전하는 공간의 도해Evolving Spatial Diagram.’ 퐁피두란 공간의 의미는 시각적으로 이렇게도 표현된다. 2016년에 보아도 미래지향적인 이 건물이 정작 1977년에 지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감동은 배가된다.1977년 문을 연 퐁피두센터는 이탈리아 출신의 렌조 피아노와 영국 출신의 리처드 로저스가 지었다. 전 세계 공모를 통해 모인 49개국 681점의 설계안 중에서 이들이 선정되었을 때 렌조의 나이는 겨우 서른다섯이었다. 작년 초 입주한 광화문의 KT 신사옥을 설계한 이가 바로 렌조 피아노다. 퐁피두는 강철과 유리로 지은 건물이다. 1만5,000톤의 강철과 표면 면적 1만1,000㎡에 달하는 유리가 사용되었다. 안에서는 밖을, 밖에서는 안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건물 안과 밖이 서로를 바라보며 소통한다. 에스컬레이터는 건물 가운데가 아닌 바깥쪽으로 빼내 내부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내부에 기둥 또한 없어 자유롭게 공간을 변경해 사용할 수 있다.지금은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의 하나가 되었지만 건립 당시에는 논란이 많았고, 반대도 거셌다. “안이 다 들여다보이잖아요!” “외부의 벽을 다 벗겨낸 것 같다고요!”퐁피두의 반대자들은 이단아 같은 퐁피두의 외양이 클래식한 도시, 파리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국 파리 중심부를 재개발하면서 퐁피두 설립을 강력한 의지를 갖고 결정한 이는 프랑스 전 대통령인 조르주 퐁피두다. ‘퐁피두’란 이름은 바로 그에게서 따왔다. 그 후 4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퐁피두는 외관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이런 게 대통령이 가져야 할 혜안이고, 대통령이 내려야 할 결정이다.퐁피두센터는 유럽 아트신scene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현재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근현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말해진다. 순수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 건축, 사진 그리고 뉴미디어 작품까지 포괄한다.가로 166m, 세로 60m, 높이 42m의 공간에 7만점의 작품이 정기적으로 교체되며 매년 스무 개 정도의 새로운 전시를 이어간다. 그러니 지난달에 퐁피두를 갔다 해도 이번 달에, 다음 달에 또 가야 할 일이다. 퐁피두에선 전시뿐만 아니라 음악, 댄스, 연극, 공연과 영화 등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갖가지 장르의 이벤트와 순수미술의 접점, 상호작용은 퐁피두의 큰 관심사다.퐁피두는 1989년을 경계로 과거와 새로운 시대를 구별한다. 1989년 11월 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유럽 미술계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한편 유럽은 천안문 사태를 통해 엿보게 된 중국의 새로운 모습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럽의 시선으로 볼 때 새로운 예술적 영토가 생겨났다.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컨템포러리 아트 비엔날레 같은 인터내셔널한 아트신에 불현듯 등장하면서 세계 예술계의 지형에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퐁피두는 이처럼 세계 예술계의 변화된 지형에 포커스를 맞추고 특히 동유럽, 중국, 레바논과 여러 중동 국가, 인도, 아프리카, 남미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파리에 여행을 왔는데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나는 루브르나 오르세보다 퐁피두를 권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피카소, 마티스, 칸딘스키, 몬드리안, 미로 등 다양한 작품을 짧은 시간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퐁피두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도서관, 서점, 기념품 숍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파리 청춘들의 평범한 일상을 엿보기 좋다. 퐁피두 옆, 프랑스 조각가인 니키 드 생팔이 만든 ‘니키 분수’도 놓치면 안 될 볼거리다.쿠바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인 아버지와 콩고 출신 어머니를 둔 작가, 위프레도 람Wifredo Lam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퐁피두센터는 전통적인 예술의 범주에서 벗어나 장르의 믹스 같은 다양한 컨템포러리 아트에 관심을 기울인다퐁피두센터Place Georges-Pompidou, 75004 Paris, France +33 1 44 7812 33 11:00~22:00 (화요일 휴무) 성인 14 www.centrepompidou.fr로댕박물관은 한때 로댕, 장 콕토, 마티스, 이사도라 덩컨이 살았던 저택이다높이가 6.5미터에 달하는 주조물인 ‘지옥의 문’은 로댕 박물관의 장미정원에서 볼 수 있다루브르보다 로댕이 좋은 이유로댕박물관Musee Rodin이 2015년 11월12일에 새로 문을 열었다. 3년간의 리노베이션으로 전에 비해 좀 더 박물관답게 면모했다. 로댕이 살았던 20세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전면적인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긴 처음이다. 매년 70만명이 지나다닌 쪽모이 세공 마룻바닥의 많은 부분이 말끔히 교체되었다. 석고, 회반죽, 흙을 섞어 물로 갠 플라스터를 재료로 쓴 작품도 새로이 전시되었다. 그동안 수장고에서 잠자던 작품들이다. 플라스터 작품들은 로댕의 작업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볼 수 있는 단서들이다.로댕박물관 건물은 18세기 초에 지은 저택이다. 로댕이 한때 살았던 집이다. 1908년 로댕은 자신의 비서였던 릴케의 소개로 1층에 있는 4개의 방을 빌려 4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았다. 로댕뿐만 아니라 작가 장 콕토, 화가인 앙리 마티스,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한때 이 집에 살았다. 로댕박물관의 컬렉션과 작품만큼 박물관 건물 자체가 특별한 역사를 가진 셈이다.나로선 사이즈만 보면 루브르보다 로댕박물관 같은 곳이 더 좋다. 물론 루브르는 명실공이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박물관 중 하나다. 하지만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면 숨이 막힌다. 일단 관람객이 너무 많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제 아무리 비집고 들어가도 모나리자 그림에서 5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루브르의 모든 관람객이 모나리자를 향해 돌진하기 때문이다. 루브르까지 와서 사람들에게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보면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다. 봐야 할 예술품이 너무 많은 것도 때로는 고역스럽다. 미로 같은 박물관에서 빠져 나오기도 쉽지 않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무작정 걷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루브르에 갈 때는 자기만의 테마를 갖고 작품을 선별적으로 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 불평이 길었지만 루브르가 좋을 때도 있다. 늦은 밤, 루브르 호텔 옆 파사쥬 리슐리외 입구를 지나 유리창 너머 루브르를 보았을 때처럼 관람객이 한 명도 없는 루브르는 의심할 바 없는 예술의 신전이다.로댕은 말년에 이르러 자기 작품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 수집한 예술품, 여기에 수반하는 저작권을 모두 국가에 기부했다. 로댕박물관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로댕박물관이라고 해서 로댕 작품만 있는 건 아니다. 그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처럼 로댕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의 작품도 있고, 고흐나 뭉크 같은 화가의 그림도 볼 수 있다. 로댕미술관에서 그의 조각만큼이나 내 눈길을 잡아끈 건 로댕의 데생 그림들이다. 로댕은 장장 7,000여 점의 데생을 남겼다. 그는 흑연과 목탄, 브라운 컬러의 수채물감으로 종종 여성 또는 인체의 움직임을 그려냈다. 조각뿐만 아니라 데생에서도 로댕은 자기의 두 손으로 인간을 완전히 창조했다. 그는, 신이 조각가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을 ‘신의 손’을 가진 조각가라고 여겼을 것이다.새롭게 단장된 로댕박물관은 로댕의 연대기와 테마에 따라 18개 전시실로 구성된다. 예컨대 ‘비롱 저택의 로댕Rodin at the Hotel Biron’이란 방은 로댕이 실제 살았던 시기의 모습으로, 당시 사용한 가구와 그가 수집한 작품으로 정교하게 복원되었고, ‘로댕과 고대Rodin and Antiquity’란 방은 로댕이 앤티크 딜러에게 사들인 고대 그리스, 로마의 조각으로 꾸며졌다. 로댕은 수많은 그리스, 로마의 조각 파편을 수집했고, 그중 100여 점이 이곳에서 전시 중이다. 로댕은 젊은 시절부터 고대 문명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지옥’이란 테마에 매혹된 계기가 된 것도 이탈리아를 여행하다 보게 된 미켈란젤로의 작품들 때문이다. 그의 작품 ‘워킹 맨The Walking Man’의 경우처럼 로댕은 자기에게 영향을 끼친 고대 그리스에 대한 존경을 그의 컬렉션으로 표현했다.로댕박물관 건물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정원은 크다.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 ‘생각하는 사람’처럼 로댕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조각품을, 좁은 박물관 실내가 아닌 한가로운 정원에서 볼 수 있다. 고요한 정원은 아무도 없는 심야의 루브르처럼 평화롭지만 ‘칼레의 시민’이나 ‘지옥의 문’ 같은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내게 칼레의 시민은 칼레시를 구하기 위한 영웅들이 아니라 죽음에 직면한, 죽음을 자기의지로 선택한 사람들로 보인다. 모든 인간이 한 번은 마주하게 될 순간이다.‘지옥의 문’은 또 어떤가? 지옥에서 입맞춤하고, 생각하고‘생각하는 남자’의 전신, 달아나고, 떨어지고, 순교하고, 타락하는 인물상의 모습에서 폭력, 절망, 열정 등 지옥이란 또 다른 세계에 매혹된 로댕의 심경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지옥의 문은, 박물관에 들어서면 만나는 장미정원의 왼쪽 끝에 있고, 오른편 끝에는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로댕이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에 영향을 받아 지옥의 문을 만든 거라면 그는 지옥 자체가 아니라 지옥 다음에 이어질 ‘연옥’과 ‘천국’이란 세계 또한 떠올렸을 것이다. ‘지옥의 문’ 건너편에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건 자연스럽다.위대한 조각가에게도 세상사의 부침은 어쩔 수 없는 걸까. 로댕은 자신의 이름을 딴 박물관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18살 때 가사를 돕기 위해 석고 세공업자에게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각을 시작했지만 그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년에 이르러 자기의 모든 작품을 국가에 기부하고자 했지만 그것도 간단치 않았다. 프랑스 국회는 로댕의 작품 기증 건을 표결에 붙였는데, 찬성 391표, 반대 52표로 개운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삶만큼이나 죽음도 드라마틱하다. 그는 1917년 1월29일, 평생 자신의 모델이 되어 주고 함께해 준 로즈 브레와 결혼했는데 그녀는 불과 보름 후인 2월14일에, 로댕은 같은 해 11월17일에 세상을 떠났다. 스물네 살의 청년, 로댕이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수업을 듣다 우연히 만난 여자가 로즈 브레다. 로댕박물관은 로댕이 세상을 떠나고 2년 후인 1919년에 오픈했다.로댕박물관에는 로댕의 조각뿐만 아니라 고흐나 뭉크 같은 화가의 그림도 있다공간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매우 현대적인 제스처의 ‘워킹 맨The Walking Man’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 ‘뜬 소문’‘칼레의 시민’은 신체의 특정 부위를 과감하게 확대, 묘사해 극적인 효과를 준다로댕박물관 77 rue de Varenne, 75007 Paris, France +33 1 44 18 61 10 10:00~17:45(월요일 휴무) 성인 €10 www.musee-rodin.fr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france.fr
  • ‘한류’ 콘텐츠 체험할 수 있는 서점…교보핫트랙스 동대문점 문 연다

    ‘한류’ 콘텐츠 체험할 수 있는 서점…교보핫트랙스 동대문점 문 연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장소에서는 이제 서점도 기존의 도서 판매 위주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교보핫트랙스(대표 허정도)는 11일 현대시티아울렛에 동대문점을 내고 음반과 기프트 등의 문화 상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K-culture’와 ‘YG존’을 비롯해 2만 5000여종, 4만 5000여권의 도서가 있는 교보문고 ‘바로드림센터’와 카페 등이 마련된다. 특히 ‘YG존’에서는 K팝의 한류를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의 음반과 소품 등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팬미팅 등 팬들과 스타가 소통할 수 있는 장소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또 K-culture존에서는 패션과 요리, 여행, 예술 등 다양한 한국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한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유익한 장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교보핫트랙스 영업기획팀 김홍중 팀장은 “핫트랙스 동대문점은 한국의 문화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한류 문화’와 ‘만남의 공간’이 될 것”이라면서 “한류문화를 알릴 수 있는 유통브랜드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핫트랙스 동대문점에서는 12일 오후 3시 오픈 기념 미니 콘서트라 열릴 예정이다. 또 YG존에서 그룹 위너의 앨범을 구매할 경우 포토카드, 한정판 앨범 및 화보집, 멤버 소장품, 사인 CD 등을 선물하는 등 오픈 기념 이벤트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유럽에 ‘K북’ 바람 일으킨다

    오는 17~20일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리는 ‘2016 파리도서전’에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가한다. 이번 전시를 케이(K)북의 한류 바람이 유럽 시장에 전파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한·불 수교 130주년과 맞물린 이 행사는 ‘새로운 지평’(New horizon)이라는 슬로건 아래 506㎡ 규모의 전시관을 공동 운영한다. 전시관은 ▲우리나라 초청 작가 30명(문학 15명·아동 5명·만화 6명·인문학 4명)의 대표 도서 60권을 전시하는 ‘작가관’ ▲북팔, 스마트한 등 앱북 개발 업체가 자체 개발한 웹소설과 아동 애니메이션, 게임 앱 등을 시연하는 ‘전자출판관’ ▲슈퍼애니, 오렌지에이전시 등 웹툰 개발 전문 업체가 참여하는 ‘만화·웹툰관’ ▲한·불 수교 130주년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작가 130명의 주요 작품을 전시하는 ‘아동그림책관’ 등으로 이뤄진다. 국내 출판사가 직접 참가하는 비즈니스관에선 여원미디어, 예림당, 문학동네 등 7개 사가 저작권 수출 상담을 진행한다. 한국 도서를 현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서점 공간에선 프랑스 대표 서점인 지베르 조제프 서점이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국 도서와 한국어 도서 2000종 1만여권을 전시, 판매한다. 또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국립도서센터(CNL)와 프랑스문화원(IF)에선 ‘한·불 작가 행사’가 열린다. 한국에선 황석영, 이승우, 문정희, 오정희, 마종기 등 문학 작가를 비롯해 인문학 작가, 만화·웹툰 작가 등 총 30명이 참가해 작가 행사와 사인회, 낭송회 등을 진행한다. 1981년 첫 개최 이래 올해로 36회를 맞이한 파리도서전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형태의 도서전으로, 매년 1500여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 작가 4500여명, 출판 관계자 4000여명이 참가한다. 지난해는 25만여명이 방문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광장] 지금 동주가 그리운 것은/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지금 동주가 그리운 것은/황수정 논설위원

    영화 ‘동주’를 며칠 전에야 봤다. 주말 심야의 극장 안은 한적했다. 뒷줄에 앉은 아버지와 어린 딸이 어깨너머에서 자주 소곤거렸다. 젊은 아버지는 시인 윤동주와 해방공간을 미리 공부하고 온 듯했다.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마다 딸에게 해설을 붙여 줬다. 나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부녀의 대화가 계속돼도 괜찮다는 작은 동조의 뜻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에야 돌아봤다. 소녀는 중학생쯤이었다. 영화라도 있어 다행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흐뭇했다. “동주, 동주”라고 사람들이 시인을 친구처럼 부르고 있다. 영화의 흥행 덕분이다. 멀리 잊힌 시인을 기억하려는 이 시간은 낯선 즐거움이다. 옛 시인들은 서점가에도 줄줄이 현재형으로 소환됐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석의 ‘사슴’,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초판본 시집들이 10만부 넘게 팔리고 있다. 20~30대 독자들의 인스타그램 인증 열풍은 진기하기까지 하다. 시인 정지용과 백석이 영화 속에서 호명되지 않았더라면 언감생심. 청년 세대가 무슨 수로 그들을 알아보고 있을까. 책꽂이 장식용으로 시집을 사고 있다 한들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문학의 시대정신을 웅변한 영화가 ‘동주’다. 이 저예산 영화의 폭발력은 감독도 몰랐지 싶다. 영화는 자본의 논리에 가장 예민한 문화 영역이다. 관심권 바깥의 문학과 오래된 시인을 조명한 시도만으로도 ‘동주’의 파장은 신선하다. 힘있는 영화가 힘없는 문학을 챙겼다는 착시현상까지 일으킨다. 흑백 다큐멘터리 같은 소품의 조용한 흥행은 의미가 더 값지다. 국어책 귀퉁이에서 잊혔던 윤동주가 살아났으니, 우리 문학도 혼수 상태에서 벗어날 가망이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이 시대에 문학은 스스로 이목을 끌 힘이 없다. 느리고 가난한 문학한테는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모든 유행들이 유해 환경이다. 힘과 속도를 갖춘 쪽의 물리적인 전방위 지원이 꼭 필요하다. 미국 문단은 그래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업어 줘도 모자란다. 독서광인 오바마는 미국 소설을 국제적으로 팔아 주는 초특급 실력자다. 그의 휴가철 도서 목록은 늘 핫이슈다. 그가 읽었다고 소문나지 않았다면 ‘퓨러티’(조너선 프랜즌), ‘더 화이츠’(리처드 프라이스) 같은 소설을 세상이 관심 갖기 어려웠다. 비평가들이나 주목하는 미국 작가 제임스 설터의 소설이 우리 서점에서 팔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소설, 그것도 핫트렌드의 소설을 읽는 대통령 ‘셀렙’은 국민에게 행복이다. 정치력과 별개로 오바마의 인간적 매력이 좀처럼 후퇴하지 않는 것은 그런 모습 덕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시장에 파장을 만들 줄도 아는 지도자가 우리한테도 있으면 좋겠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이런 책 말고, 대통령의 감수성을 교감할 수 있는 소설과 시집이 소문만 나도 문학시장에는 생기가 전해질 것이다. 청와대 진돗개 이름을 공모했던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시인 김수영 전집을 교보문고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데” 한마디만 걱정해 줘도 문학판은 움직여질 수 있다. 사람들은 김수영이 궁금할 것이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시인들의 시인’의 작품집이 어째서 절판 위기인지 대책을 살필 것이다. 문학과 담쌓고 지내게 생긴 정치인들은 페이스북에서 즐거운 뒤통수를 좀 쳐 주면 안 되는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현역 시인의 최신작을 언급했다고 하자. 동대문시장에서 순대 접시를 들고 다니는 선거 이벤트보다 공감 효율은 몇 배 크고 근사해진다. 문학의 우회로로 데려가면 누구든 마음을 얻을 수가 있다. 그 효용을 왜 알아보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올해가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년이라고 영국은 온통 난리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연초에 국내 일간지에 특별기고까지 했다. 지난달 움베르토 에코가 영면했다고, 세상은 책의 앞날을 걱정한다. 우리에게는 더 급한 일이 있다. 박경리, 이문구를 당장 어떻게 해야 잊지 않을지 그 걱정부터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현실을 걱정해야 한다. 지난해는 서정주, 박목월, 황순원, 강소천의 탄생 100주년이었다. 힘없는 문단도, 힘있는 문체부도 아무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기별도 없이 문득 우리 곁에 돌아온 윤동주가 더 애틋하고 그리운 이유다. sjh@seoul.co.kr
  • [포토 다큐] 옛길 거닐다 옛멋 만나다

    [포토 다큐] 옛길 거닐다 옛멋 만나다

    개발광풍 비켜 간 동네 골목골목 숨어 있는 한옥 선조의 숨결 오롯이 묻어나 박노수 미술관·체부동교회…걷는 곳마다 생활문화 유적지 서울은 600년 전통의 역사문화도시라 하지만 실상은 궁궐과 성곽 등 상징적 건축물 외에는 역사문화 흔적을 찾기 어렵다. 최근 경복궁을 접하고 있는 북촌과 서촌이 생활 속 역사문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서촌은 최근에 관광객과 시민의 문화체험 발걸음이 많아졌다. 북촌이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거주지였다면, 서촌은 사대부부터 서민까지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았고 근현대에는 문학가, 화가 등 예술가와 도시민이 거주하는 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권위주의 시대의 규제로 개발만능주의의 광풍을 비켜 간 이곳은 근대 역사문화유산이 보존되어 있다. 박제화돼 바라만 보는 문화가 아닌 사람들이 생활하며 찾아가는 문화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이 ‘서촌’이다.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을 일컫는 통칭이다.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 청운동, 효자동, 옥인동, 통인동, 체부동, 누하동, 필운동, 신교동, 사직동 일대를 뜻한다. 이 마을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 옛 한옥은 골목골목을 찾아 들어가야만 모습을 나타낸다. 골목을 걸으며 잘 살피면 뜻밖에 근대의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짙다. 입춘첩이 붙어 있는 낡은 대문, 정물화 같은 장독대, 붉은 벽돌 담벼락을 마주하는 길이 좋다. 골목을 따라서 걷다 보면 요즈음 만나기 어려운 막다른 길 담장도 만나 색다른 맛이 있다. 18세기 때 제작된 ‘도성대지도‘(都城大地圖)에 그려진 옛 골목의 위치와 길이가 일치하는 곳을 걷다 보면 역사 속을 걷는 듯하다. 세종대왕이 나셨다는 통인동 거리,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 ‘수성동계곡’ 화폭 속 옛 모습이 보이는 수성동계곡, 송강 정철 생가터 및 시비 등 많은 유적은 조선시대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근대 유적으로는 적선시장 뒷골목에 자리한 1931년에 건축된 체부동 성결교회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로 등록된 박노수 미술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의 집터도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알려져 있는 ‘대오서점’에는 무슨 이유인지 ‘정치인 출입금지’와 ‘사진촬영불가’ 문구가 붙어 있다. 1960~70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중국집 ‘영화루’와 이발소터만 60년 되었다는 ‘형제 이발관’ 등 과거의 생활상을 간직하며 동네에서 그 역할을 지금도 하고 있는 생활문화 유적(?)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사람 발길이 많아지면서 갤러리, 카페, 각종 공방,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상점이 집단을 이루어 새로운 풍광을 만들고 있다. 전통문화원을 운영하는 이근배씨는 “문화는 역사가 있고 새로 생성되고 수용하고 계승·발전되는 것‘이라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사람이 살아가고 사람 냄새와 역사의 향기가 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기존의 상인들이나 거주자들이 쫓겨나는 부작용과 갈등도 많지만 거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비전을 공유해 나가고 있다. ’역사문화도시‘란 가치 있는 옛것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면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찾아가는, 온기 있는 숨결이 흐르는 공간이어야 한다. 글 사진 김명국 전문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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