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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 거세 당한 인도 ‘히즈라’의 삶

    여기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인도의 히즈라, 중국의 서커스 단원 준비생, 멕시코의 소년 투우사가 그들이다. 이들은 보통사람이라면 결코 견디기 힘든 환경에서 고통을 겪거나 꿈을 키워 가고 있다.MBC ‘W´는 14일 밤 12시10분 이들의 눈물과 웃음을 들여다본다. 먼저 카메라 앵글은 인도 전역에 걸쳐 사는 100만명 가량의 히즈라들을 담았다.‘히즈라’는 성적인 문제를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로, 거세된 채 남성을 포기하고 여성의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전통사회에서는 양성성을 띤 힌두신의 인격체로 대우받았다. 춤과 노래로 크고 작은 행사장의 꽃으로 주목받은 적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인도에 서구화 바람이 불면서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들을 찾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대부분 구걸과 매춘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값싼 화대 때문에 이들을 찾는 남성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에이즈 감염에는 거의 무방비 상태다. 하지만 정기검진조차 이뤄지지 않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두번째로 찾아가는 곳은 ‘중국 서커스의 고향’ 우차오다. 이곳에 위치한 우차오 서커스예술학교에는 현재 3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서커스를 배우고 있다.1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해서도 이들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들의 목표는 정식 서커스 단원이 되는 것. 다리 찢기, 물구나무 서있기, 공중돌기 등 험난한 수업으로 비명을 삼킨다. 근육통증 치료제나 진통제를 상비해야 할 만큼 부상도 잦다. 하지만 이것은 ‘기본’일 뿐이다. 현대의 서커스가 공연을 중요시하는 만큼 단원들은 개인기뿐만 아니라 무용과 음악까지 필수과목으로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고난도의 훈련과정을 이겨내야 서커스단에 입단할 수 있으므로 아이들은 이를 앙다문다. 마지막으로 ‘W’는 동물학대 논란으로 한때 존폐 위기에 몰렸던 투우를 조명했다. 투우가 최근에는 아동학대 논란의 대상이 된 현실을 고발한다.실제로 멕시코에서는 지난 4월,14세 투우사 하리오 미구엘이 황소 뿔에 폐를 찔려 목숨을 잃을 뻔했다.2005년에는 8세 어린이가 투우사로 나서는 등 위험천만한 투우 경기에 어린 아이들이 기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우사의 연령이 낮아지는 이유는 그들이 쉽게 관중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투우반대 NGO 단체들은 “잔인한 투우 경기가 어린 투우사들의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돈벌이에만 급급한 멕시코 투우협회와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고 반발한다.어른들의 일그러진 욕심에 희생양이 되고 있는 멕시코 소년 투우사들의 이야기가 밀도 있게 조명된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美대선 70대 이색 후보 눈길

    美대선 70대 이색 후보 눈길

    “힐러리나 줄리아니만 후보냐?우리도 좀 봐달라.” 민주당 마이크 그레이블(77·알래스카)전 상원의원과 공화당 론 폴(72·텍사스) 하원의원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도 유력주자는 아니지만 당당한 대선 예비후보다. 당내에서는 둘다 ‘괴짜’취급을 받는다. 기상천외한 공약으로 표심을 다진다. 둘다 70대 할아버지.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손주뻘인 20대들에게 오히려 인기가 많다. 그레이블 전 의원은 퉁명스럽고 직선적인 말투가 트레이드 마크. 지난달 말 열린 토론회에서는 유력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향해 폭발했다. 그는 힐러리가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법안에 찬성했던 것을 놓고 “힐러리, 나는 당신이 정말 부끄럽소”라며 면전에서 일침을 가했다. 마리화나를 합법화할 것을 주장하는가 하면, 발전(發電)을 위해 미국 전역에 500만개의 풍차를 짓자는 엉뚱한 공약도 내놓고 있다. 유투브를 통해 알려진 선거동영상 광고는 그의 괴팍함을 그대로 드러낸다.2분 50초짜리 광고에서 그는 호수앞에서 1분여를 아무말 없이 뚱한 표정으로 그냥 서있기만 한다. 그리고는 갑자기 뒤돌아서서 커다란 돌멩이 하나를 주워서 호수에 집어 던지고는 천천히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이어 ‘gravel 2008 us(2008년엔 그레이블을)’라는 자막이 올라간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무슨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아리송하기만 할 뿐. 하지만 젊은 블로거들은 “절묘하다.”,“허무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1%도 안 되는 지지도로 민주당 예비후보 중 꼴찌를 면치 못하는 게 여전히 그의 고민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공화당 폴 의원도 특이한 성향의 후보다. 공화당원이지만 이라크 전에 반대한다. 그는 자유주의자로, 연방정부의 과도한 역할에도 반대한다. 미국이 유엔이나 나토, 세계무역기구 같은 국제기구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폴 의원 역시 지지율은 2%대. 하지만 대학가나 젊은 네티즌들의 지지는 탄탄하다. 정치기부금으로 무려 800만달러(약 72억원)를 쓸어담았을 정도다. 특별한 이슈가 없는 미 대선에서 이들 별난 70대 두 군소 후보가 막판까지 선전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한나라당 경선이후] 김윤옥씨 “상품가치 있어 승리”

    [한나라당 경선이후] 김윤옥씨 “상품가치 있어 승리”

    “남편은 상품가치가 있어 승리한 것입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경선 승리 전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 온 ‘숨은 조력자’인 부인 김윤옥 여사의 말이다. 김 여사는 21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경선에서 승리하고 이 후보가 귀가했을 때 내가 ‘수고했다.’며 악수를 건넸다.”고 말했다. ‘지독한 경선’을 옆에서 지켜본 김 여사의 심정은 어땠을까? 김 여사는 “마음고생했다면 한없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닌 것을 사실이다.’라고 하는 것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며 “그런 말에 집착하지 않았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의혹 제기에)구태여 변명했다면 듣는 사람도 불안해했을 것”이라며 “참고 인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온갖 네거티브 속에서도 승리한 것은 남편이 상품가치가 있고 경쟁력이 있기 때문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경제를 잘 알고, 서울시장 4년동안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본다.”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경선승리의 내조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그는 “내가 한 것은 없다. 그저 후보 옆에 서있기만 했다.”면서도 “다만 후보가 못 가는 곳이 있으면 내가 찾아가고, 못 만난 사람이 있으면 내가 만나려고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식사로 잣죽을 준비했다는 김 여사는 “경선과 마찬가지로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될 것”이라고 내조자로서 본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낚시꾼에게 걸린 ‘월척’ 건져보니 ‘거대상어’

    내 생애 가장 큰 월척~ 영국의 한 낚시꾼이 226kg, 길이 4.2m의 거대한 희귀 상어를 평범한 낚시도구로 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 잡힌 ‘괴물상어’는 난폭하기로 유명한 환도상어. 고래도 공격할 정도로 난폭한 성격의 이 환도상어는 최근 급속히 그 수가 줄어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희귀종이다. 전문 탐사선도 찾기 어려운 이 환도상어가 전문가도 아닌 평범한 낚시꾼에 ‘낚인’ 사실이 밝혀져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2시간 넘는 사투 끝에 꿈의 월척을 낚은 주인공 대니 보킨스(58)는 “걸리자마자 엄청난 놈이라는 느낌이 왔다.”며 “녀석과 겨루는 내내 제대로 서있기가 힘들었다.”고 당시 ‘손맛’을 표현했다. 또 “희귀 상어를 죽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으며 되도록 빨리 바다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상어낚시회 린다 레이놀즈 회장은 “영국에서 잡힌 환도상어 중 최대”라며 “한동안은 깨지지 않는 기록이 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美의회 파워의원 1위는 ‘조지프 리버맨’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의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은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이다.” 미국의 보수적인 잡지 뉴스맥스 매거진이 최신호에서 미 의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파워 의원 25’를 선정하면서 무소속인 리버맨(코네티컷 주)의원을 1위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시사주간지 타임 등 다른 미디어들도 비슷한 취지의 논평을 게재하고 있다. 리버맨 의원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해리 리드 상원 다수당(민주당) 대표 등 의회 지도부와 힐러리 클린턴·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거물 정치인들을 물리치고 1위에 오른 것은 상원에서 다수당을 바꿀 수도 있는 그의 묘한 위치 때문이다. 현재 미 상원은 민주당 49석, 공화당 49석, 무소속 2석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것은 무소속 의원 2명이 민주당 편에 서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리버맨 의원이고, 나머지 한 명은 버몬트 주 출신인 버니 샌더스 의원이다. 샌더스 의원은 사회주의자로서 의정활동에서 줄곧 민주당과 보조를 맞췄으며, 앞으로도 공화당 쪽에 기울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리버맨 의원은 사회적 이슈에는 민주당 편에 서있지만, 이라크 전 등 국가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화당과도 손잡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리버맨 의원은 이란의 핵 개발 위험성을 강조하며 이란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리버맨 의원이 공화당 쪽으로 돌아서면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다. 의석은 50대 50 동수이지만 딕 체니 부통령이 당연직 하원의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리버맨 의원은 7일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가 결정되고 나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인물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뉴스맥스는 리버맨 의원의 지지는 미 대선의 승부처인 플로리다 및 오하이오 주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dawn@seoul.co.kr
  • 여성누드 퍼포먼스 작가 비크로포트 26일 국내 첫선

    늘씬한 모델들이 음모를 깎거나 염색한 채 하이힐만을 신었다. 말도 하지 않고, 서있기만 하는 모델들은 점차 지쳐서 주저앉거나 바닥에 누워버린다. 이번엔 다양한 유색인종의 여성들이 맹견저지용 의상 ‘안티 도그’를 입고 유럽 대도시에서 패션쇼를 벌인다. 퍼포먼스와 비디오 작업을 병행하는 두명의 여성 페미니스트 작가가 동시에 한국을 찾는다. 먼저 서울 남대문로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개점을 기념하기 위해 그녀의 60번째 퍼포먼스를 벌일 작가는 이탈리아 출신의 바네사 비크로포트(38). 여성 모델들의 장시간 누드 퍼포먼스로 유명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발과 두꺼운 화장에다 마놀라 블라닉 하이힐, 루이뷔통 가방 등으로 장식한 모델의 지쳐가는 모습을 통해 성적 대상이던 여성의 육체가 원초적 인간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표현한다. 26∼27일 양일간 오전 11시∼오후 6시 신세계 백화점 본관의 중앙계단에서 이뤄질 이번 퍼포먼스는 누드는 아니다. 붉은색과 피부색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가 디자인한 옷을 입은 31명의 모델이 관객앞에 서게 된다. 모델들에게 주어지는 주문은 말하지 말고, 빨리 움직이지 말 것. 그리고 섹시하게 보이지 말아야 한다. 백화점의 초청을 받고 정장을 입은 이들에 한해서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99년 일본에서 퍼포먼스를 할 때 군기 잡힌(?) 일본 모델들은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끝날 때까지 서있기만 해 비크로포트를 실망시킨 일화도 있다. 어린 시절 패션잡지 ‘보그’를 성경처럼 읽고, 섭식 장애에 시달렸던 작가는 1993년 자신의 10년간의 음식 일기로 처음 퍼포먼스를 벌였다. 다이어트를 위해 담배를 피우고, 암페타민을 복용하고, 미치도록 수영을 했으나 이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두 아이를 안고 모성의 여신처럼 사진을 찍었다. 표갤러리가 한남동 이전 기념으로 초대한 스페인 여성작가 알리시아 프라미스(40)는 비크로포트에 비해 더욱 정치적이다. 여성의 몸과 패션을 이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정치적 메시지는 프라미스가 더 강렬하다.2003년 스킨헤드족이 외국인을 쫓아내기 위해 데리고 다니는 사나운 개를 막는 ‘안티 도그’ 의상으로 유럽 곳곳에서 패션쇼를 벌였다. ‘폭력이 아름다움을 파괴한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돈을 뺏어간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드레스는 그 자체가 현대적 갑옷이다. 최근에는 은행, 미술관, 쇼핑상가 등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한순간 하던 일을 멈추는 퍼포먼스를 비디오로 담은 ‘은밀한 항거들’이란 작품으로 노동문제도 고발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21) 구 천주교 포천성당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21) 구 천주교 포천성당

    문화유산의 멋과 의미는 후대에 가공되지 않은 본래의 모습에서 외려 오롯하게 살아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심하게 훼손된 채, 혹은 아주 작은 부분만 옛 모습대로 남아 있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화려했던 옛날을 들쳐보게 만드는 그리스 곳곳의 폐허화된 유적이며 유물들은 그래서 더 빛이 난다. 옛 것을 지금의 기준으로 다듬어 되살려내는 복원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남겨진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서 곱씹는 역사의 교훈과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경기도 북부지역의 유일한 등록문화재인 구(舊)천주교 포천성당(경기도 포천시 신읍동·등록문화재 제271호).1950년대 중반 군부대에 의해 지어져 역사는 그다지 오래지 않지만 훼손된 뒤 복원의 손길을 타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희귀한 문화유산이다. ●붉은 성가정 성당 옆 회색빛 벽체 만나다 포천시내의 신읍동에서 서편 왕방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좁은 길을 오르다보면 산 중턱의 예쁘장한 성가정 성당을 만나게 된다. 현대식 건물의 성당 경내에 들어서면 사제관 앞 언덕을 둔중하게 두른 거대한 축대 위의 흉물스러운(?) 또 다른 건물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쏠린다.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지붕은 온데간데 없고 벽체만 을씨년스럽게 서있어 그야말로 폐허를 연상케 한다. 바로 이곳이 구 천주교 포천성당이다. 동쪽 종탑 아래에 ‘성가브리엘성당’이라 새겨진 아치형 출입문에서 휑뎅그렁하게 매달린 종을 올려다보며 안으로 들어서면, 안인지 바깥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하늘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군데군데 부서져 떨어져나간 틈새를 시멘트로 메운 화강암 벽체가 서있기조차도 버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서쪽 정면의 감실이며 감실 앞에 두켜로 만들어진 제단은 이곳이 한때 간단치 않은 신앙의 중심 공간이었음을 말없이 보여준다. ●대지 기증 받아 공병대대가 5개월간 공사 한국의 성당들은 대부분 신자와 신자들의 신앙공간인 공소를 중심으로 해서 세워지곤 했다. 그런데 이 성당은 거꾸로 성당이 먼저 세워진 뒤 신자들이 모여들고 본당이 설정된 특이한 역사를 갖고 있다.6·25전란의 험한 세상에서도 살아 남은 교회들은 당시 천주교 신자들에게 ‘하느님이 보호하는 굳건한 성’이란 인식을 심기에 충분했다. 그런 때문인지 1950년대엔 유난히 석조건물이 많이 들어섰는데 의정부 제2성당(1953년), 돈암동성당(1955년), 횡성성당(1956년), 홍천성당(1957년), 제기동성당(1957년)이 모두 그런 성당들이다. 특히 군부대의 지원을 받아 세워진 석조건물이 적지 않았는데 이 포천성당은 군부대가 직접 세운것 가운데 남아 있는 유일한 성당이다. 6·25전쟁의 포화가 멈춘 1955년 당시 육군 6군단 군단장이었던 이한림 장군이 성당을 지은 주인공. 할머니의 인도로 독실한 신자가 되었던 이 장군은 당시 신앙처가 없던 포천에 성당터를 물색하던 중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이곳을 낙점했다고 한다. 폐허의 성당 앞에 서면 지금도 포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포천의 유지로부터 기증받은 1000여평의 대지 위에 5개월간의 공사 끝에 55평짜리 석조성당과 20평의 사제관으로 지었는데 공사는 모두 이 장군의 지시를 받아 공병대대가 맡았다. 종탑 아래 아치형 벽체에 새겨진 ‘성가브리엘성당’의 이름은 이 장군의 세례명을 땄다고 한다. ●사업실패자가 촛불 켜고 잠들어 지붕 소실 1955년 11월말 완공되었을 때의 모습은 나무 마루바닥에, 인근 덕정리에서 날라온 화강암 벽체와 종탑을 세우고 함석지붕을 인 준고딕식 조적조 성당이었다. 나중에 나무바닥을 걷어내고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돌 바닥으로 바꾸었으며 지붕도 동판 기와로 교체했다.1990년 사업에 실패한 전직 경찰 출신이 성당안 제의실에서 촛불을 켜놓고 잠을 자다가 불을 내는 바람에 벽체만 남긴 채 지붕이며 제대, 성물이 모두 소실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남게 됐다. 불이 난 뒤 지역 신자들이 건물 붕괴를 우려해 성당을 헐어 새로 짓자고 했지만 문화재의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와 포천성당 신부, 학자들이 고집을 부려 마침내 지난해 등록문화재 목록에 올랐다. 비록 성당안 구조물은 모두 소실됐지만 서쪽 벽에 뚜렷하게 남은 감실과 제의 때 신부들이 감실을 오르내리던 계단은 신자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제대가 놓여 있던 제단이 두개의 층으로 구분된 것도 흥미롭다. 성당이 처음 지어졌을 때 신부들이 신자들에게 등을 돌린 채 미사를 집전하던 제단에 더해 나중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신자들을 바라보고 집전하기 위해 새로 만든 제단이 붙어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지난해 등록문화재 올라 본당이 설정된 것은 성당이 지어진 이듬해인 1956년. 이후 지난 2004년 의정부교구가 서울대교구에서 분리될 때까지 의정부 지역을 비롯해 송우리성당, 일동성당, 운천성당, 가산성당 등 경기 북부지역의 5개 본당을 관할하는 중심본당으로 성장했다. 구 성당 아래의 본당인 성가정 성당은 지난 1992년 별도의 건물로 새로 지은 것이다. 춘천교구와 성당측은 구 성당의 외벽 등 지금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보수공사를 거쳐 주민들과 미사며 문화행사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구 성당을 문화재에 등재하는데 앞장섰던 단국대 김정신 교수(건축학)는 “군의 원조를 받거나 군이 직접 지은 종교건물 중 유일하게 남은 희귀유산인데다 도시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근대사의 흔적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보존가치가 크다.”며 “외관을 그대로 보존한 채 전시회나 야외미사, 휴식처 등 소규모의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imus@seoul.co.kr ■ 홍인, 신유박해때 고향 포천서 순교… 지역 천주교 ‘뿌리’ 구 천주교 포천성당이 지어질 때만 해도 이렇다 할 신앙공간이 없었지만 포천 지역은 원래 믿음의 뿌리가 깊은 곳이다. 이 포천 지역에 천주교 신앙의 씨앗을 뿌린 인물이 바로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홍인(레오·1758∼1802)으로, 지금도 천주교사에 굵은 선으로 남아 있다. 한양에서 포천으로 이주해 온 명망있는 집안 출신인 홍인은 권일신으로부터 교리를 배운 부친에게서 천주교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포천에서 자라난 홍인은 1794년말 중국에서 조선에 입국한 주문모 신부를 찾아가 세례를 받아 입교했다. 이후 당숙인 홍익만, 황사영 등과 교류하던 중 1801년 신유박해 때 정약종의 책 뭉치가 든 상자를 집안에 숨겨 두었다가 발각돼 44세의 나이에 고향 포천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함께 체포된 부친은 한양으로 압송된 뒤 참수됐다. 그 즈음 홍인과 부친의 순교 소식은 전국에 퍼졌으며 다른 지방의 신자들이 이곳으로 옮겨와 신앙공동체를 일구기 시작해 1900년대초 포천읍 선단리 해룡마을에 공소가 세워졌다. 이후 1930년대 개성본당,1931∼1935년 행주본당의 관할에 들었으며 1935년부터 덕정리 본당(현 의정부2동 본당) 관할지역에 속했다. 이한림 장군이 포천성당을 세운 이듬해인 1956년 본당이 설정되면서 경기북부와 강원도 일부지역을 관할하는 중심성당으로 우뚝 선 것이다. 신앙심이 유별났던 이한림 장군이 포천지역에 성당을 건립할 뜻을 세운 것도 이같은 포천지역의 신앙 내력을 잘 알았던 때문일 것이다. 성당 건립부지를 선뜻 내놓은 지역 유지도 물론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 “용광로 불 끄고 쉴 순 없잖아요”

    “용광로 불 끄고 쉴 순 없잖아요”

    “이번 추석에도 용광로를 제단 삼아 쇳물로 차례를 지내렵니다.” 최대 9일간 쉴 수 있는 추석 휴무에도 불구하고 많은 근로자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고 산업 현장을 지키고 있다. 가족 친지·고향 친구들과 송편을 앞에 두고 덕담을 나누는 시간에도 이들은 24시간 공장 굴뚝의 연기가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산업현장 지키는 근로자도 애국자 징검다리 휴일인 지난 3일 포스코 포항공장 생산라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쇳물 열기를 뿜어댔다. 연휴에도 포항·광양공장 생산라인은 4조3교대로 출근,24시간 공장을 멈추지 않는다. 한 조에 투입되는 인원이 5700여명(외주사 직원 포함). 하루에 1만 7000여명이 출근하는 셈이다. 전기모(53)2제선공장 주임은 연휴가 시작됐지만 고향을 찾지 못하고 1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구슬 땀을 흘리며 4고로를 지키고 있다. 고로는 철강 제품의 원료인 쇳물을 만들어내는 곳. 섭씨 1600도의 쇳물이 쏟아내는 열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방열복에 보안경을 쓰고 긴 작업봉으로 일을 하는데도 고로 가까이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잠시 고로 작업 과정을 지켜보던 기자의 구두 밑창이 갑자기 녹으면서 연기가 피어오를 정도로 작업장 철판은 뜨거웠다. ●4고로 14년간 한번도 불 않꺼져 4고로는 가동된 지 14년 동안 한번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동안 명절 연휴에도 누군가가 고로를 지켰다는 얘기다. 전 주임은 “휴전선을 지키는 군인만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을 지키는 근로자들도 애국자”라며 “30여년 근무하는 동안 고향집에서 추석 차례를 지낸 것이 서너번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급 철강 생산 자부심도 고로작업이 철강 제품의 원가를 줄이는 중요한 과정이라면 품질은 제강공장에 달려 있다. 쇳물에서 불순물을 걸러내고 용도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적정한 온도와 타이밍, 성분을 잘 맞추는 고난도 작업을 하는 곳이다. 1제강공장에서는 이날 7명이 나와 숨이 턱턱 막히는 작업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장희정(33)씨는 “부모님도 세계 최고의 철강제품이 내 손끝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아시면 차례에 참석하지 못해도 이해해주실 것”이라며 그을음과 땀으로 뒤범벅된 얼굴을 연신 닦아냈다. 공장장도 마음으로만 고향을 다녀올 뿐 꼼짝없이 휴일을 반납해야 한다. 이백희 1제강공장장은 “한 순간 실수하면 두시간 동안 모든 공정이 올스톱돼 긴장의 연속”이라며 “온몸으로 쇳물 열기를 받다보면 고향을 다녀오지 못하는 서운함보다는 세계 최강 제철소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오히려 마음이 뿌듯하지 않으냐.”며 직원들을 다독거렸다. 2열연공장도 연휴기간 내내 17명이 한 조를 이뤄 철강 제품을 생산한다. 열연공장은 쇳물로 1차 철강제품을 만드는 곳.22∼25㎝두께의 슬래브(쇠막대)에 열을 가하면서 압축 다듬질하는 과정이다. 슬래브를 로울러에 올려놓으면 몇차례 압축과정을 거쳐 업체들이 주문한 두께에 맞춰 1.2∼20㎚의 코일 형태의 철판(20t)이 만들어진다. 쇠막대가 코일 철판으로 가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분20초. 작업장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 로울러와 냉각수를 뿜어대는 소리로 귀가 멍멍하고 열기로 얼굴이 후끈거려 잠시도 서있기 어려울 정도다. 연휴를 반납했지만 근로자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위로 인사를 건네자 오히려 “산업현장은 걱정말고 국민 모두 추석 명절 잘 쇠고 오라.”는 덕담이 돌아왔다. 포항 글 사진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부산, 쇼킹! 기네스 대회

    ‘수갑을 찬 채 물속에서 탈출하기, 여성의 몸주변에 수백개 칼 던져 꽂기. 승용차 머리로 들어올리기….” 세계 기네스 기록 보유자들이 부산에서 자신들의 장기를 뽑낸다. 세계기네스대회추진위원회가 주관하고 문화관광부가 후원하는 ‘세계 기네스대회 축제’가 오는 5일부터 8일까지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다. 대회에는 ‘헤드 밸런스’로 유명한 영국의 존 에번스 등 기네스 기록보유자 5팀이 참가한다. 지난 2002년 9월 맥주상자 235개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13초간 균형을 유지해 기네스 기록을 세운 존 에번스는 자동차와 사람, 불 붙은 기름 드럼통, 컵, 우유상자 등을 머리로 들어 올려 30여개의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6개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칼꽂이 미국의 ‘스루디니’는 보드 걸 티나를 벽면에 세운 뒤 몸 주변에 예리한 칼을 던져 꽂는 기록을 보여준다. 탈출 전문가인 영국의 데이빗은 수갑을 찬 채 물속에서 탈출하는 묘기를 선보인다. 기네스 기록 보유자들은 행사기간 동안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두 차례씩 자신의 새로운 기네스 기록 수립에 도전할 예정이다. 국내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행사도 열려 콜라 빨리 마시기, 승용차내에 많은 사람타기, 포켓볼 넣기, 동전 쌓기, 사과껍질 길게 깎기, 림보게임, 대형 훌라후프돌리기, 눈 감고 외발로 서있기 등이 펼쳐진다. 정진화 홍보국장은 “국내는 물론 외국의 유명 기네스 기록 보유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이번 축제는 국내 처음으로 열리는 만큼 관람객들에게 멋진 추석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사회평론집 ‘한반도식 통일’ 펴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계간 ‘창작과 비평’의 편집인 백낙청(68) 서울대 명예교수가 오랜 만에 사회평론집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을 펴냈다. 지난 98년 ‘흔들리는 분단체제’를 낸 지 8년 만이다. 오랜만의 출간을 맞아 백 교수는 2일 서울 서교동 세교연구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백 교수는 책을 통해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내놨다. 북·미, 북·일 관계 등 남북을 둘러싼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해보이는데 그는 바로 지금이 분단체제가 해체되고 통일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노학자의 덕담인지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남측대표로서의 기대인지 잠시 헷갈린다. 그러나 백 교수는 차분했다. 분단으로 인해 남북이 쌍둥이처럼 억압적인 정권에 의해 통치됐다는 게 분단체제론이라면,87년 남한이 민주화를 통해 억압정권의 사슬을 끊으면서 이미 분단체제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97년을 기점으로 격하게 흔들렸다. 왜 97년인가.“기본적으로 먹고 살게 해줘야 체제가 유지되는데 북에는 식량난이 있었고 남에는 금융위기가 있었다.”면서 “남북 모두 체제에 대한 강한 의심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에 얹혀진 김대중·김정일의 6·15정상회담은 결정타다.“속도가 느릴 수도 있고 때로는 역류할 수도 있지만 대세는 이미 (통일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백 교수는 ‘통일’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꾸자고 제안했다. 자꾸 서로 오가고 만나다 정들면 어느새 통일이 되어 있지 않겠느냐는 것. 거창하게 내걸 게 아니라 어깨에 힘 빼고 자연스레 하자는 것이다. 이런 논리 위에 서있기에 백 교수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비판한다. 백 교수가 낙관론에 서 있다면 최 교수는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비관론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하다는 과제도 백 교수는 통일, 최 교수는 통일보다 평화를 강조한다.80년대 NL(민족민주)과 PD(민중민주)간 논쟁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 감정적인 흑백 사고의 위험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 감정적인 흑백 사고의 위험성

    지난주에 우리는 세상사가 의지적 선과 악으로 그렇게 확연하게 양분되는 것이 아님을 보았다. 그러면서 그런 세상사 앞에서 무슨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인지를 음미했다. 오늘은 흑백적 사고와 감정적 단세포의 위험성을 들여다보자. 인간세상의 온갖 양상을 하나의 복잡한 이야기로서 잘 묘사한 것이 소설 ‘삼국지’가 아닌가 한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 등 기라성 같은 역사의 실제 인물들이 등장한다. 유비는 그 어진 덕성으로, 관우는 불굴의 의리정신으로, 장비는 천하용장으로, 제갈량은 천하제일의 작전 귀재로, 그리고 조조는 지모의 전략가로 다가온다. 이런 가치 때문에 그들은 모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이 지닌 그 가치의 장점들이 그들을 실패하게 한 단점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즉 유비의 어진 덕성이 오히려 어리석은 판단을 하게 하는 장본인이 되고, 관우의 의리정신이 그로 하여금 일을 그르치게 하는 편협성을 낳게 하고, 장비의 무쌍한 용기가 난폭함으로 변해 그로 하여금 비명횡사케 하고, 제갈량의 명석한 두뇌 역량이 그의 건강을 상하게 하고 자기보다 못한 다른 이들에게 일을 분담하는 마음을 빼앗아 버리게 하여 실패의 원인을 만들고, 조조의 재빠른 머리회전이 그로 하여금 자승자박에 빠지게 하는 결과를 낳게 했다. 물론 소설 ‘삼국지’의 원저자인 나관중(羅貫中)은 이런 이면의 사실을 밝히지 않고, 독자가 행간에서 그런 가치들의 이면을 읽도록 하였다. 지난주에도 우리는 모든 가치가 그 이면에 반(反)가치의 찌꺼기를 동시에 함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치와 반가치가 서로 별개의 다른 것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동전의 양면처럼 한 사실의 이중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인식이다. 즉 우리를 성공시키는 복스러운 요인이 동시에 우리를 실패케 하는 재앙으로 늘 작용할 수 있으므로, 지혜있는 사람들과 국민은 복(福)과 화(禍)의 양면을 다 고려하여 세상일을 감정적으로, 단세포적인 택일의 심정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감정적인 택일의 기분은 화끈하게 흑백으로 세상을 양분하여 이것은 전적으로 옳고 좋은 것이고, 저것은 전적으로 그르고 나쁜 것이라고 단정짓는 마음의 태도를 말한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화여! 복이 의지하고 있는 바이고, 복이여! 화가 엎드리고 있는 바이다.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정사(正邪)가 없다. 바른 것이 바르지 않은 것이 되고, 선이 다시 재앙이 된다.’ 노자의 이 말은 세상의 일을 일정한 고정적 가치로서 교조적으로 봐서는 안되고, 선명하지 않은 중도의 미덕으로 상황을 다 아우르는 것이 중요함을 언명한 것이겠다. 이것은 모든 상관성을 거두절미하고 절대적인 외곬의 가치로서 어떤 것을 단세포적으로 읽어서는 안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저것과 무관하게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고, 저것은 이것과 무관하게 절대적으로 나쁜 것으로 주관적 감정을 실어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저것이 아무리 나쁜 것이라 하여도 이것이 없었는데 저것이 혼자 생길 수 없으므로 세상사는 다 서로 얽혀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단세포적일수록 선동가의 흑백적 사고가 설친다. 선동가의 흑백적 사고는 곧 독재적 사고방식과 다르지 않다. 교조적인 흑백적 사고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철학과 문학예술은 숨을 거두고 만다. 그렇게 세상이 단순하면, 세상은 바보들의 행진곡으로 요란하게 된다. 바보들이 일희일비하면, 세상은 한꺼번에 이리 쏠리고 저리 밀린다. 흑백적 사고는 감정적으로 선악을 심판한다. 감정적인 선악관이 선명할수록, 그는 대중을 쉽게 쥐고 흔든다. 왜냐하면 대중은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현대철학자인 하이데거가 세상 사람들을 지배하는 정서가 ‘남 따라 장에 가는’ 성질로서의 대중성(Offentlichkeit)이라고 말한 것을 유념해야 하겠다. 노자를 다시 말한다. 감정적인 흑백적 사고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길을 노자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 했다. 그것은 빛만을 좋아하고 먼지는 더럽다고 버리는 택일이 아니라, 빛과 먼지와 다 함께 친화하고 동거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내 생각이나 세상사를 택일적 선명성으로 갈라놓아 이원적 적대감정으로 채색해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나 세상사가 다 이중적이어서 화광동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저 구절이 일깨운다. 내 생각이나 세상사에 다 (선/악)과 (흑/백)이 뒤엉켜 있다. 우리나라에 자기가 100% 선과 백의 화신인 것처럼 생각하는 지도급의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이런 이들은 불가피하게 사회적인 위선을 짓는다. 흑백적 사고는 마음과 세상의 이중적 사실을 간과하기에 위선을 부른다. 노자는 정의라는 이름아래 위선적으로 심판하는 흑백논리를 피하기 위하여 습명(襲明)이라는 생활태도를 제시한다. 습명은 너무 밝은 것을 약간 감추기 위하여 옷으로 시신을 염하듯이 싸는 것을 일컫는다. 밝기와 어둠의 중간에서 세상을 흑백으로 나누지 말라는 것이다. 자기가 이중적이라는 사람이 훨씬 덜 위선적이고 덜 투쟁적이며, 세상을 위하여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좋은 경영자가 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자기가 습명처럼 이중성의 중간에 서있기에 선과 백의 화신보다 덜 독선적일 뿐만 아니라, 또한 스스로 불선과 흑의 위험성이 자기자신과 사람들에게 있음을 알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식한 감정적 생각으로 복합적인 세상을 쉽게 흑백으로 판단하는 교조적 마음보다 오히려 나의 단순소박한 가치관이 세상에 반가치의 괴로움을 주지 않았는지 세상을 전체로서 보살피려는 사람을 지도자로 삼아야 하겠다. 노자가 잘 봤듯이,‘생각이 방정하면 남을 자르게 되고, 청렴하면 남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며, 강직하면 방자해지고, 영광스러우면 휘황찬란해진다.’ 평균적으로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시가 윤동주의 ‘서시’라고 한다. 대단히 아름답고 조촐한 시다.‘죽는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스치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 했다.(…)’ ‘맹자’의 ‘진심상’에 나오는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 중에서 두 번째의 즐거움으로 ‘우러러 하늘에 부끄럼이 없고, 굽어 사람에 부끄럽지 않음’이라고 한 말이 연상된다. 그토록 일말의 부끄럼도 없는 마음은 지순한 사람의 극치를 상징한다. 지극하도록 순결한 마음이므로 잎새에 스치는 바람에 잎새가 다칠까 괴로워한다. 해맑게 흐르는 계곡의 투명한 물이 떨어지는 낙엽에 오염될까봐 마음 졸이는 사춘기의 순수성을 맛본다. 평균적으로 한국인이 저 시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것은 한국인이 깨끗한 심성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본디 물이 맑은 나라의 마음이라고 할까. 그러나 저 순수성의 가치도 반가치의 배설물을 토해낸다. 이것이 세상의 엄연한 사실이다. 그 순수의 배설물은 이른바 어떤 혼융을 싫어하고 잡동사니를 배척한다는 점이다. 순수성은 섞임과 혼융을 불순하다고 여겨, 순수를 고집하면서 편협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순수성의 가치는 편협성의 반가치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순수의 가치를 지키려는 의지가 맹렬한 경우에 그 가치 수호는 쉽게 배타적인 독선으로 나아가면서 타자에 대한 혐오감을 노출하게 된다. 율곡이 금강산에서 불교와 접종한 것은 유교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참을 수 없는 이단적 행위로 간주된다. 그래서 율곡은 스스로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을 참회하는 글과 생각을 여러 번 나타냈다. 살아남기 위한 방편인듯 싶다. 조선 인조 때에 유학자였던 장유(張維)가 ‘계곡만필’에서 중국에는 유학이외에 불학과 단학(도가)이 있고, 유학도 정주학과 육왕학이 다 공존하는데, 조선에는 오로지 주자학만 있어서 무식한 자나 유식한 자나 오로지 입으로 주자만을 봉독하는 편협한 풍토를 개탄한 적이 있었다. 순수성의 반가치가 흑백적 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다. 주자학이 편협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자학은 다양하게 불교의 심학과 노장의 자연학을 다 아우르면서 유교의 문화를 철학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풍요한 사상이다. 다만 그 주자학을 편협하게 공부한 조선조의 전통적 문화풍토와 그 습기(習氣)가 문제였다. 세상을 흑백적 감정으로만 읽는 사람들은 세상을 본의 아니게 내편과 네편으로 갈라 놓는다. 그런 편가르기는 다 순수와 불순의 대결구도에서 생긴다. 어떻게 올바른 순수가 더러운 불순과 섞일 수 있는가? 이런 흑백적 사고가 우리를 편협하게 만든다. 세상의 모든 사실은 서로 얽히고 설켜 있는 복합적 전체의 구조인데, 단순한 감정적 흑백심리는 세상을 그 전체에서 이익되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우리는 감정상의 흑백심리보다 전체를 이익되게 하는 지혜를 터득하도록 애써야 한다. 맹자가 말한 ‘하늘과 사람에 대해서 부끄럼이 없는’ 마음은 진토(塵土)의 세상을 살아가는 구체적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겠다. 인간이 살아가는 조건은 하늘의 빛과 땅의 흙먼지가 서로 공존하는 중간지대다. 그래서 노자가 ‘화광동진’이나 ‘습명’이라고 부른 것은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건을 말함이겠다. 습명은 자기 속에 있는 밝음만 보지 말고 어둠을 보면서 어둠의 반가치가 재앙을 피우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이겠다. 세상의 균이 소탕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 무균자가 아니고 보균자다. 보균자는 병원체를 몸에 늘 지니고 있다. 몸을 늘 보살피는 자가 건강한 사람이다. 우리도 우리의 역사에서 누가 추상적으로 더 순수했던가 하는 기준보다, 누가 우리 모두를 편가르지 않고 구체적으로 더 잘 보살피려고 했던가를 우리의 영웅으로 섬기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복을 짓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하늘이 우리에게 주려는 복도 차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한다면, 이것이 천추(千秋)의 한(恨)이 아니겠는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3)한국 차문화의 다양성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3)한국 차문화의 다양성

    눈의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에는 아스라한 차 향기처럼 포근한 향기가 넘쳐난다. 허공을 타고 내려오는 눈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한줌의 눈속에도 생멸이 있다. 멀리서 뚝뚝 끊어지는 설해목의 비명소리가 마치 눈속에 꺾여 비닐하우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하는 농심(農心)소리 같다. 무너지는 눈의 산(山)이 마치 무너지는 농심 같다. 그래서 아프다. 자연은 늘 인간의 삶속에 고통을 주기도하고, 때로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삶이란, 차의 길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현실의 삶속에서 고통스러운 여정을 다스리고 위안하고 친구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속에는 희망도 있고 절망도 있고 고통스러운 아픔도 있다. 차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고통스러운 길을 가는 중생들의 위안처요 친구인 것이다. 우리곁에 차 문화는 과연 있는가. 있다면 어디까지 와있는가. 매우 궁금한 대목이다. 비공식적이지만 차 인구 700만 시대를 돌파하고 , 차 도구를 만드는 장인들의 전시회는 봇물처럼 이어지고, 차를 생산하는 농가와 다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차를 애용하고, 차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2000년 초입 한국에는 우후죽순처럼 국적 없는 차 문화가 생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화란 원래 잡식성이 강하다. 여러 갈래와 흐름이 합쳐지고 그 합쳐짐 속에서 어떤 주도권이 생겼을 때 그것은 하나의 문화로 일상에 향유되기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차 문화는 마치 백가쟁명의 시대처럼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생성되고 결합되고 있다.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는 디지털시대 차 문화 역시 다양한 문화적 영역과 충돌하고 하나의 문화코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 방향성이 없더라도 정신의 고전이랄 수 있는 차와 현대문화의 버전들이 급속하게 변형·결합되는 것은 너무도 반가운 현실이다. 먼저 가장 큰 변화는 몇몇 대학에 다도학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나의 학으로서 차 교과목이 개설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냥 일반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점을 이수할 정상적인 교과목으로서 다도학은 차가 중장년층의 문화에서 청장년층의 문화로 학습되기 시작했다는 또 하나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디지털대학의 다도학과도 풍요로울 정도로 다양하게 개설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급속하게 늘어나는 차 인구를 교육할 교육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차교육의 핵심은 형식과 내용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인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교양의 한 방법론으로서 차 교육은 절대적으로 지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차 교육자의 양성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중 하나다. 한 사람의 차인이 교육자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인격적인 성숙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일상의 차인으로 차의 형식과 내용은 한계가 있다. 결국 궁극적인 지향점은 차인으로서 정신성에 대한 담보가 얼마만큼 확보되어 있는가에 그 관건이 있는 것이다. 미래지향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디지털적인 청년들에게 차는 하나의 호사일 수가 있다. 그같은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정적인 움직임으로 변환 시킬 수 있는 절제의 문화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현대 차인들의 산실일 수 있는 차 대학원과 모임들, 즉 차인회다. 전국을 포괄하고 있는 대규모 차인회 그리고 각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차인회등 전국에는 수천개의 차인회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다. 차인회는 오늘 한국차를 있게 한 산증인들이자 산실들이다. 기라성 같은 차인들이 차를 교육하고 제다하고 음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척박한 한국 차문화를 한단계 성숙시킨 원동력들이다.80년대 초반 1세대 차인들의 교육을 받은 이들은 차 생산지를 돌아보고 차인들의 역사를 복원하고 차를 학습하고 교육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들은 1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차에 대한 열정 하나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냈다. 지금 각 지역에서 차인회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1.5세대 차인들로 불려질 만하다. 다음은 오늘의 차 문화를 이끌고 있는 하나의 힘이 있다. 바로 종교 차인회가 있다. 차의 본산이랄 수 있는 불교를 비롯, 기독교, 천주교 등에서 차회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차는 각 종교에서 명상차원이나 교양차원에서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많은 종교인들의 마음과 손을 사로잡고 있다. 종교차회는 차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을 깊고 깊은 차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차는 또한 문화적 변형을 과감하게 실시하고 있다. 명상, 음악, 공연, 음식 등 젊은이들의 문화적 코드와 결합돼 활발하게 변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음악분야다. 차음악은 명상음악과 함께 다악(茶樂)이란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수년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다악공연은 설치미술과 만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차와 음악의 결합은 아직까지 매우 실험적이다.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기에는 아직은 매우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는 행다공연이다. 행다공연은 전국에서 교육의 장을 맡고 있는 차인회의 핵심행사 중 하나다. 접빈다례, 궁중다례, 헌공다례, 들차회 등 다양한 다례를 일반대중들에게 시현하는 것이다. 많은 차인회에서는 행다공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 차회(茶會)만의 독특한 행다 아니면 전통적으로 해석된 행다 등 다양한 행다를 일반대중들을 위해 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병폐 또한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차 문화는 마치 형식만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많은 차인들이 행다공연을 위해 헌신한다. 오랜 시간을 걸쳐 똑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한다. 그러나 그같은 형식은 대중들의 구미를 채워주지 못한다. 행다를 공연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용의 보완이 절실한 것이다. 공연예술로서 행다를 하기 위해서는 무대, 조명, 음악, 시나리오 등 가장 기본적인 절차나 형식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형식은 많은 재원과 그에 필요한 스태프들이 필요하다. 동호회나 차인회에서 행다공연은 차 문화의 성장이란 측면에서 볼때 원천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차인회와 차인회, 아니면 차인회 내의 행다공연이나 겨루기는 장려되어야 마땅하다. 행다는 또한 차 문화의 뿌리를 갖출 수 있는 조건이란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들차회는 행다문화의 새로운 접점을 찾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할 수 있다. 들차회는 봄과 가을 특정날을 선택해 차인회 내에서 각기 연습한 행다 겨루기를 축제형식으로 치르는 것이다. 물론 그 차인회만 참가할 수 있는 폐쇄된 들차회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열린 차회로서 진행되어야 한다. 1년동안 각자 배웠던 행다를 보여주고, 음식을 함께 나누고, 또한 노래도 함께 부르며 내면에 쌓인 번뇌의 찌꺼기를 대중들 속으로 날려보낼 수 있는 들차회는 그런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행다문화의 새로운 풍속도로 제기되어볼 만하다. 초의차문화연구원의 들차회는 그런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초의차문화연구원의 들차회는 가을에 열린다. 돌부처님이 아름다운 곳인 운주사를 비롯해 전국의 아름다운 사찰을 찾아 들차회를 1년에 한차례씩 갖는다. 서울 광주 부산 대구 등에서 공부해오던 각 지회 차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자리를 방문한 일반관람객들과 하나가 되어 찻자리를 즐기는 것이다. 노래도 하고 시도 함께 읊고 자신들이 연마한 행다의 기량도 한껏 선보이는 계기가 된다. 열린 공간에서 열리는 차 축제인 들차회는 그런 점에서 향후 차인들의 행다 시연에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가장 빠르게 응용되고 있는 것은 차의 먹을거리화이다. 한국대중 차를 선도해온 거대기업에서 도심에 만든 차 카페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 접점을 시사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명동에 자리잡고 있는 이 카페는 젊은층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차 먹을거리와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반응 역시 매우 폭발적이다. 이 카페에서는 차로 만든 케이크, 차로 만든 아이스크림, 차 국수, 차 비누, 차 샴푸 등 다양한 차 관련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차와 우유의 만남을 통해 차라떼는 젊은이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차의 문화적 상품화의 변형은 한발짝 더나아가고 있다. 차를 이용한 벽지, 차를 이용한 속옷 등 웰빙상품으로서 차는 다양한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차와 웰빙은 이제 하나의 문화상품으로서 그 변형의 끝이 어디까지랄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차는 지금 현대인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의 웰빙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차의 기본정신은 인간의 건강한 정신적 삶의 추구를 통한 체용(體用)의 일체화다. 체용이란 정신과 육신의 건강을 함께 추구하고 일상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의 문화적 양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차의 본질을 외면하고 하나의 건강상품으로서 차가 일반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것은 크게 경계해야할 일이다. 세상이 온통 눈이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눈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다. 앞산도, 뒷산도, 일지암도 온통 눈에 파묻혀버렸다. 바람이 마치 칼처럼 대지를 휩쓸고 지나간다. 눈이 마치 폭풍처럼 일어났다 안개처럼 허공을 감싸며 사라진다. 시끄럽고 활활타는 세상을 식히는 듯하다. 설잠 김시습의 ‘간설’(看雪)이란 시가 생각난다. “여섯 모 가진 꽃이 공중으로부터 내리는데/ 창을 열고 누워서 보니 낮게 맴도누나/ 천상의 향기 없는 꽃을 전해줄줄 알아. 인간에 심지 않은 매화를 피워주네/ 동곽은 가난을 안고 길을 따라 돌아가고/ 자유는 흥겨워서 배를 타고 돌아오네/ 늙어가며 일이 없이 화롯가에 둘러앉아/ 도공의 차 한잔을 달여 마시네” ■ 일상화 된 차 명상 조선시대의 유명한 고승 서산 스님의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스님 대여섯 사람이/내 암자 앞에 집을 지었네/새벽 종 치면 함께 일어나고/저녁 북 울리면 같이 자네/한 시냇물 속의 달 그림자 밟으며/물 길러 차 달이매 그 푸른 연기 나는데/날마다 무슨 일 의논하는가/염불과 참선일세” 차는 자신의 내면을 수행할 수 있는 보조도구로서 매우 훌륭한 도반이기도 하다. 최근들어 차 명상이 많은 대중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차 명상, 이른바 선다(禪茶)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참 행복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방법이다. 차 명상센터가 서울을 비롯해서 각 지방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차 명상은 차의 정신을 통해서 지친 마음에 휴식과 활력을 주고 정서적 평온을 체험하며 차 마시기와 주변 일상생활을 명상화하여 마음을 정화하고 올바른 삶의 자세를 가꾸어주는 일련의 정신훈련과정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다선일미’(茶禪一味),‘중정청경(中正淸境)’ ‘화경청적’(和敬淸寂) 등 차 정신을 실현함과 동시에 참 행복을 열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차 명상은 사념처 팔정도 수행을 기본으로 하여 자각력·집중력·통찰력을 계발하고 강화시키는 데 있어 일상에서 활용하기 쉽도록 차 마시기와 일상생활 속의 친숙한 행위들을 명상의 주요한 실천 도구로 이용한 명상법이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복잡하지 않고 일정하고 체계적인 동작이기 때문에 명상의 도구로 쓰기 좋으며, 적절한 행위 변화가 지속되기 때문에 지루해지지 않고 꾸준히 명상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정신적 긴장속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실습할 수 있으며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원리와 방법을 쉽게 이해하고 터득할 수 있다. 또한 일상 속에서 혹은 다른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서도 명상을 응용할 수 있는 것이 차 명상의 장점이다. 차를 통해서 기본적으로 예와 절제를 배우고 건강을 도모할 수 있으며 동시에 명상으로서 활용하게되면 자기 이해와 발전을 가져오고 육체적·정신적 건강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차명상은 차와 일상생활을 통해 명상을 실현하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고 익숙한 우리의 행동양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부담감을 덜 느끼게 된다. 차뿐만 아니라 커피·음료수·냉수와 같은 것들도 모두 활용되며 일상생활에서는 걷기, 서있기, 청소하기, 씻기, 누워있기, 앉아있기 등 우리가 흔히하는 행동들에서 명상을 체험하게 된다. 차 명상은 일상에서 우리를 괴롭혀온 모든 번뇌 즉, 스트레스를 일상 속에서 해소해낸다는 점에서 권해볼 만한 명상법으로 보여진다. 차뿐만 아니라 차명상 역시 참 행복으로 들어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임을 명심해볼 일이다.
  • 현대차-GM대우 소형차 기술력 논쟁

    현대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가 때아닌 ‘경쟁력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27일 기업설명회에서 “소형차 부문에서 GM대우차보다 10년은 앞서 있다고 본다.”고 선공을 펴자 GM대우가 28일 “10년은 커녕 1년이나 차이날지 모르겠다.”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 황유노 재무관리실장은 “GM에서 전세계 GM공장 중 GM대우가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소형차 시장에서 GM대우로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면서 “현대차는 GM대우보다 10년, 기아차보다 4∼5년 앞서있기 때문에 세계 소형차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황 실장은 “미국 시장에서 소형차를 앞세워 빅3의 점유율 하락을 어느정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그 근거로 GM에서 가장 경쟁력 있다는 GM대우보다 현대차가 훨씬 앞서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GM대우는 이에 대해 “2002년 GM대우로 새출발한 뒤 올해 100만대 판매 돌파가 예상되는 등 품질·생산성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10년 차이의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생산성 면에서도 1만 4000여명이 100만대를 생산하는 GM대우가 5만 4000여명이 170만대를 생산하는 현대차보다 앞서 있다고 덧붙였다. GM대우는 특히 소형차 부문에서 자사의 칼로스(현지명 시보레 아베오)가 지난해 8월 미국시장 1위를 차지한 이후 14개월째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2003년 11월 미국에 진출한 칼로스는 현대차 베르나(수출명 액센트)에 뒤지다 지난해 8월 6509대 대 4522대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지난 9월 판매는 칼로스 5702대, 베르나 4509대다. 지난해 1만 3384대였던 칼로스와 베르나의 격차는 올 9월말 현재 2만 352대로 벌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9월 출시된 신형 베르나가 미국에 수출되는 내년 12월 이후에는 경쟁력 차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미국시장에서 칼로스의 선전은 GM의 영업망과 브랜드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부동산시장에 봄기운 돈다

    부동산시장에 봄기운 돈다

    부동산 시장에 봄기운이 돌고 있다. 아파트 청약·계약률이 기대 이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국지적으로 땅값도 오르고 거래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용산 파크타워 주상복합 아파트는 서울 거주자 1순위 청약에서 325가구 모집에 4000여명이 몰렸다. 지방 아파트 분양도 날개를 달았다. 포스코건설이 전주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청약 결과 3.2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구 월드메르디앙 아파트도 예상을 뒤집고 초기 분양에 성공했다. ●분양계약 100% 아파트 속출 청약 인기는 계약률로 이어졌다. 인천 동시분양에서 100% 청약을 마친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는 계약률이 98.5%에 이르렀다. 동탄신도시 두산 아파트는 100% 계약을 완료했다. 업체들은 분위기를 살려나간다는 전략이다. 인천에서는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 물량이 나오고 있으며, 다음 달에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 서울·수도권은 물론 지방 사업까지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신동아건설은 전남 여수에서 720가구를, 신안은 목포 용해동에 600가구를 각각 내놓는다. 김태호 부동산랜드사장은 “고급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가 줄을 서있기 때문에 서울 강남이나 지방 아파트 청약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청권중심 땅거래 꿈틀 충청권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1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2월중 전국 땅값은 0.184% 상승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충남지역은 행정도시 주변 땅값을 중심으로 0.531%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기군은 무려 1.57% 올랐고 공주시도 0.998% 상승했다. 위헌판결 이후 주춤했던 충청권 땅값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밖에 장항국가산업단지 건설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서천군, 수도권전철 개통과 신도시 개발 호재를 안고 있는 천안시, 관광지개발 기대감이 큰 태안시 등도 땅값이 뛰었다. 전국 땅값 상승률 10위 지역 가운데 7곳이 충남지역으로 충청권 토지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화성·평택시 땅값이 올랐다. 화성시는 동탄신도시 개발과 삼성전자 공장 확대 등의 호재를 안고 대토 수요가 많아 땅값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평택시는 미군기지 이전과 평택항 배후단지 개발 등 지역경제 활성화도 땅값 상승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충청권에서 경매로 나온 땅은 감정가의 2배 가깝게 낙찰되는 등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아파트 시세와 분양권도 오름세다. 노은지구 아파트는 행정도시 결정 이후 30평형대 아파트값이 2000만원 정도 올랐다. 오진우 벤처부동산 사장은 “충청권 토지 시장이 거래는 뜸하지만 가격은 ‘상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 충청권 토지시장은 강보합세를 띨 것 같다.”고 전망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교황 기관지 수술] 교황 정년제·후임논의 수면위로

    교황 정년제 도입과 후임 교황 후보 거론 등으로 가톨릭 교회가 술렁이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퇴원 열흘 만인 24일 재입원, 기관절개 수술을 받자 잠잠하던 교황 퇴위 및 후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바티칸측은 25일 “수술이 성공적이며 교황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이상 정상활동이 어려워 보이는 84세 교황 거취를 둘러싼 논란 및 사퇴 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물론 “병마의 고통과 싸우는 교황의 인간적인 모습도 소중하다.”는 동정론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서있기도 힘든 병약하고 지친 모습의 소유자가 11억 신도를 돌보는 영적 지도자로서 적합한가.”라는 반문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교황이 건강상의 이유로 더이상 가톨릭 교회의 구심점이자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할 바에야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보수적인 요한 바오로 2세의 퇴위를 당겨서 이를 계기로 “낡은 교회법과 제도를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개혁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교황도 교회의 요구와 필요성에 따라 사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맥을 같이한다.80세를 퇴위 정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교황 사퇴는 요한 바오로 2세 본인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추기경 등 교계 지도자들의 여론을 외면하기 어렵다. 교황은 현재 측근 등 주변 압력마저 받고 있다. 안젤로 소다노 교황청 국무장관 같은 바티칸 2인자조차 이달 초 교황 퇴위와 관련,“결정은 교황 양심에 맡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지금까지 “교황직은 종신”이라며 교황 사퇴를 일축해온 것에 비춰 보면 상황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교황 사퇴 수락 및 정년제 도입 여부의 열쇠는 추기경들이 쥐고 있다. 수장인 교황의 영향력이 건강악화로 제한된 상황에서 추기경들이 가톨릭의 핵심 의사 결정권자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2000년 동안 내려온 교황 종신제의 폐지 여론과 교황의 건강 악화로 가톨릭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예선] 감독 한마디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 감독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으나 많은 찬스에 비해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초반부터 득점을 노렸으나 압박을 제대로 못했고, 플레이가 정확하지 못해 실패했다. 몰디브 선수들이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서있기만 하고, 공을 걷어내 더 어려웠다. 후반 들어서는 스피드가 빨라져 득점 찬스를 잡았다. 최종예선에서는 상대팀의 수준이 높은 만큼 고급 경기를 선보이겠다. 앞으로 최고의 선수로 팀을 꾸리겠다. ●마누엘 고메스 몰디브 감독 대한민국에 축하인사를 보낸다. 한국은 이번 조에서 1위일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1위다. 워낙 양 팀의 수준 차이가 컸다. 전반전에 수비위주로 경기를 하면서 역습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후반에는 우리 선수들이 지친 상태에서 한국대표팀의 압박으로 더 힘들어졌고, 한국의 선수교체로 더 많은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한국팀의 행운을 빈다.
  • [길섶에서] 아버지/심재억 문화부 차장

    추석 장만 날.뒷짐 진 끝자 아버지는 신작로가 굽어보이는 무밭을 종일 서성거렸다.뽀얀 흙먼지 일으키며 버스가 동구밖에 설 때마다 시린 눈자위로 응시하며 하루 해를 다보냈다.사람들과 마주치면 “맛난 거 많이 하나?”라며 건성으로 웃어보이곤 했지만 기약없는 기다림의 무게가 더해 어깻죽지는 더 무거워 보였다. 그 해,추운 정월에 끝자는 서울로 갔다.동무 편에 ‘서울 가서 양장 기술 배워오겠다.’는 전언을 남기고는 보퉁이 하나 챙겨 밤열차를 탔다.늦둥이 딸 애지중지 키워 고작 열여섯에 의지가지없는 대처로 보낸 그의 맘이 오죽했을까.지난봄,‘아버지전상서’로 시작되는 편지를 받아 쥐고는 눈자위에 꼬질꼬질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땅거미가 제법 늘어질 무렵,청주병을 비끌어 맨 보퉁이에 능금바구니와 가방을 챙겨 든 끝자가 버스에서 내렸다.밭두렁에 바라기를 하고 앉았던 끝자아버지는 화들짝 일어서고도 우두망찰 서있기만 했다.끝자가 먼저 알아보고 불렀지만 대답도 못했다.목이 잠기고 눈물이 삐져나와 자꾸 콧잔등만 훔쳤지만 그해 추석은 포근했다.옛적,아버지들은 이렇게 자식을 가슴 속에 담아 키웠다.오로지 끝 모를 사랑으로.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재계인사이드] 이웅열 코오롱 회장 ‘진퇴양난’

    이웅열(48) 코오롱 회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해 온 정보소재 그룹으로의 체질 개선이 노조의 파업으로 중대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그룹의 주력인 섬유 비중을 줄이고 전자소재산업에 투자를 확대했다.그 결과 ㈜코오롱은 원사부문 매출비중이 지난해 36%에서 올해 33%로 감소한 데 이어 내년에는 26%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이 때문에 지난해 ㈜코오롱의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올해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으면 내년부터 체질 개선에 따른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의 행보도 거침이 없었다.이달초 효성 조석래 회장과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 갈등을 빚은 효성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또 중국 난징 타이어코드 공장 준공식에 대규모 기자단을 초청,향후 그룹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연초 19%에 불과했던 코오롱 지분율을 28%(특수관계인 포함)까지 늘려 경영권 안정을 다져놓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이라는 복병을 만났다.코오롱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구미공장의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타이어코드와 산업소재 등 신사업에 투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인원 감축의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신규 투자할 공장을 우선 건설해 인력을 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장의 고민은 노조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줄 수 없다는 데 있다.향후 10년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체질 개선은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회사 관계자는 24일 “사측이 양보할 수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노사 타결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이 회장이 이같이 얽힌 실타래를 풀고 그의 구상대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웅비의 날개를 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日 열도에 뿌리내리는 신보수](1)일본의 신보수 탄생 배경

    21세기 일본의 첫 총선거(중의원)가 치러진 작년 11월 9일,하나의 키워드가 창조됐다.보수 양당제로의 재편,사민·공산당의 몰락이 일어난 열도를 읽어낼 새 흐름,풀뿌리 신보수이다.열도에 뿌리내려가는 신보수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간단하다.그 흐름이 주류가 되어가고,그 핵인 젊은 세대들이 일본의 주역으로 성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그들은 어떤 일본을 구상하고 있는가,그들이 주역이 되는 일본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풀뿌리 신보수,침몰해 가는 사민주의,그들과의 새 한·일 관계를 3회에 걸쳐 제시한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세밑인 12월18일 게이오대학.강연에 나선 작가겸 와세다대 교수인 헨미 요(59)는 200여명의 청중 앞에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의 수수께끼는 이렇다.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다나카 히토시 외무성 심의관 집에 지난 9월 폭발물이 설치됐다.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는 ‘당연한 일”이라는 망언을 했다.“자기와 생각이 다른 인물을 암살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공인으로서 있을 수 있는 국가는 일본 밖에 없다.이런 발언을 하는데도 어떻게 300만표를 얻었는지,그리고 비인간적인,상식적이지 않은,있어서는 안될 발언을 한 그가 어떻게 도쿄도 지사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지.왜 이런 발언을 해도 인기가 있는 건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무엇인가.” 이렇게 호소한 헨미는 “자연발생적인 파시즘의 전조”라고 지금 일본의 현상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다나카 심의관 집에 폭발물을 설치한 범인들이 체포된 것은 12월19일이었다.조총련과 사민당,일본교직원노동조합 건물에 총격을 가하거나 정치인들에게 실탄과 협박문을 보냈던 이들은 ‘도검(刀劍) 벗의 모임’ 회원들이었다.전통적인 우익단체와는 다른 자생적 신보수다.면면을 보면 치과의사,미용실 경영자,주지 등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40∼50대 보통 시민이다. 2001년 한·일 역사교과서 파동을 일으킨 ‘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일반 참가자들도 ‘보통’을 자처하는 시민들로 추정된다.이 모임의 가나가와현 지부에 2001년부터 4월부터 10개월간 참가해 회원들을 조사한 우에노 요코(25·당시 게이오대 학생)에 따르면 회원들은 스스로를 ‘침묵하는 다수’로서 보통시민의 감각을 지녔다고 생각한다.2차대전 패전 후 태어난 30∼40대가 주축인 이들은 좋아하는 정치가로 이시하라 도쿄도 지사를 첫 손가락에 꼽는다. “침묵하는 다수”였던 야마모토 헤루미(37)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접하고 1999년 행동파로 변신했다.신보수 정치인의 산실인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인 그는 ‘청년의 모임’을 만들어 1인 시위를 해오다 지금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 간사를 맡아 가두서명 등 “행동부대”로 일하고 있다. 야마모토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실감한다.재작년 9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기 전만 해도 술자리에서 납치,안보 문제를 꺼내면 시큰둥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진지하게 응해온다.군대보유,천황제,애국심을 강조하는 그는 납치 해결 전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해서는 안되는 대북 강경론자이다.그가 주도하고 있는 ‘청년의 모임’ 회원들은 주축이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산케이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도요가쿠엔대학 전임강사 사쿠라다 준(38)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보수논객이다.그는 천황제,헌법 9조 개정을 통한 군대보유,야스쿠니(靖國)신사 존속,애국심을 강조하는 교육기본법을 주장하지만,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과격보수와는 약간 다르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일본이 진주만 공격에 나선 것은 “미국의 석유금수 조치로 절망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비유하는 사쿠라다는 “북한을 만족시켜서도 절망시켜서도 안 된다.”고 대북 지원 필요성을 주장한다.그런 점에서 야마모토보다는 온건하다. 좌파 주간지 ‘슈칸긴요비(週刊金曜日)’의 다케우치 가즈하루(33) 기자는 이들을 “좌절을 겪으면서 경제대국의 재현,국제사회에서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군사력에 대한 갈망을 키워가고 있는 세대”라고 정의한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얻은 것은 내셔널리즘”이라고 분석하는 간사이가쿠인대학 아베 기요시(39)교수의 말처럼 풀뿌리 신보수는 1990년대 거품경제의 붕괴와 더불어 저변을 넓히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극우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50)가 등장,젊은 세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만화 ‘전쟁론’ 등을 통해 침략전쟁을 미화하고,군대 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 군사 내셔널리즘의 토양을 다졌다. 이런 가운데 신보수의 지형을 넓히고,단결토록 만든 “패전 후 첫 퍼블릭 메모리”(헨미 요)는 역시 2002년 9월 북한의 납치 시인이었다는 데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일본 국회에서 지한파로 꼽히는 고바야시 유타카(39·참의원)는 일본의 최대 적을 “북한”이라고 꼽는다.그도 헌법 9조 개헌 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신보수 대열에 서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흐름이 “과거 히노마루(일장기)를 흔들던 군국주의적인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가네코(63·회사이사)는 올해 두 종류의 연하장을 만들었다.나이든 사람에게 “일본 안보의 위기감”을 주제로,젊은층에게는 “싸우는 일본은 어디로 갔는가.”였다.건설회사 간부로 20여년간 해외를 다니며 ‘강한 일본’을 체감했던 그는 지금의 ‘약한 일본’에 위기감을 느끼는 ‘보통 시민’이다. marry04@ ■ 오구마 게이오대 조교수 |도쿄 황성기특파원|게이오대 조교수 오구마 에이지(小熊英二)는 “영국,프랑스에서 경기가 좋지 않았던 70∼80년대 이민 배척 운동이 태동한 것처럼 지금의 일본이 그렇다.”면서 “네오나치즘을 했던 사람들이 과거의 나치즘을 알고 했다기보다 경제적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택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선진국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내셔널리즘이 탄생한 배경은. -1990년 전후 냉전 종언과 불황이 동시에 일본에 찾아왔다.지금은 가난하지도 않지만,과거처럼 고도성장이 되는 시기도 아니다.그런 점에서 첫째,목표가 없어졌다.과거처럼 가난을 딛고 풍부하게 된다거나 좋은 생활을 추구하는 목표가 사라진 것이다. 둘째,냉전이 끝나고 미국 일극체제가 되면서 일본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요구가 강해졌다.미·일 가이드라인 수정,자위대 파병 요구 같은 것들이다.셋째,전쟁을 경험한 사람이 사회에서 점점 물러나면서 전쟁기억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이 세가지가 현재 내셔널리즘으로 불리는 현상의 배경이다. 특징이라면. -패전 직후의 (전통적)우익과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는 분명 다르다.예전의 우익,보수는 전전(戰前)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지만 교과서 모임측은 전전을 모른다.그때를 살지 않았으니까.고도성장기 이후의 사람이 많다.전쟁 전을 몰라서 “전쟁이 좋다.”거나,“한·일병합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라든가 해도 그 말에 리얼리티가 없다. 이전의 보수,우익은 한국 중국에 대해 전통적인 멸시가 있었다.가난한 시절의 한국,중국밖에 모르기 때문이다.지금의 20∼30대들은 한국과의 우호나 한국 문화 같은 것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일병합은 옳았다.”는 형태로 나타난다. 목표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헤매고 있고,미국의 압력에 의한 군사요구의 흐름 속에서,자신 속에 전쟁체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그래서 명확히 뭔가에 몰두할 수 있는 내셔널리즘이 필요한것이다.신흥종교를 추구하는 마음과 비슷하다고 할까.그들은 ‘천황'에 충성심을 갖지도 않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내셔널리즘을 가르치는 세력은 누구인가. -단순히 말할 수 없을 만큼 많다.전통적인 우익들이 먼저 있다.자민당 지지 기반과 연결돼 있고,신도(神道)의식,야쿠자 조직과도 연결돼 있다.이들은 이익 기반과 연결돼 있다.‘새 역사교과서 모임’ 같은 사람들도 있다.그러나 이들은 조직과 연결돼 있지 않고,신도의식 같은 것도 없다. 2002년 북한의 납치 시인이 일본내 여론을 폭발시키고 보수진영을 단결시켰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오구마는 1962년 도쿄 출신.도쿄대 농학부를 거쳐 이와나미 출판사에서 10년간 근무.도쿄대에서 박사학위 취득한 뒤 현재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조교수.저서로는 ‘민족과 애국-전후 일본 내셔널리즘과 공공성’,‘치유의 내셔널리즘’ 등.
  •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 ‘노무현 입속 가시’ 되나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과정에서 노무현 후보의 입으로 맹활약했다가 최근 노 대통령 저격수로 변신한 민주당 유종필(사진) 대변인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및 통합신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의 대변인으로서 불가피한 공격을 하는 측면도 있지만 최근에는 노 대통령 참모들에게도 비난 발언을 쏟아내면서 유명세도 치르고 있다. ●“안희정씨는 인의 장막 역할” 비판 유 대변인은 20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안희정 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기명 전후원회장 등 핵심측근 3인방을 거명하며 ‘대선후 돈벼락’ 발언 2탄을 날렸다. 특히 안희정씨에 대해 권력욕이 강하고 음모적이라면서 혹평했다.그는 “안희정씨는 대선 전후로 특보 등에게 줄서기를 강요하기도 해 일부 의원들은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안씨는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 핵심측근 그룹을 제외한 인사들이 노 대통령과 가까워지려고 하면 집요하게 떼어내는 등 인의 장막 역할도 했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는 안씨가 내년 총선 때 행정수도를 내걸고 출마할 것으로 전망했고,안씨는 최근 지인들과 골프 모임에서 총선 이후 ‘연립정부’운영 방안 등 정국구상을 비쳤다고 전했다. 이기명씨도 혹평했다.이씨는 안희정씨가 경계할 정도로 욕심이 많았다고 주장했다.실제 이씨가 대선 이후에는 방송계의 거물로 행세하고 다니는 등 노욕을 부렸다고 평했다. 그는 21일 이씨에게 ‘누가 배신자이고 누가 배신당한 자입니까.’라는 장문의 공개편지를 통해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이 “배신”이라고 재삼 주장하면서 “회장님께서 부디 노 대통령의 곁을 지키는 (지혜·신중함을 가진)‘노인 1명’의 역할에 충실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진실도,겸손도 모자라” 그는 이광재 실장에 대해서는 두 사람과는 달리 상당히 우호적으로 평하면서도 노 대통령의 인사나 정책 판단에 일정정도 역할을 해 결과적으로 직급(2급) 이상의 힘을 행사했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역시 핵심측근인 염동연 전 특보에 대해서는 염씨가 수감중일 때 면회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고생만 하고….”라며 동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적 장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유 대변인은 “내가 노 대통령에 대해 책을 쓰면 세권 분량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2년 가까이 공보특보로서 보좌,비밀스러운 일도 상당히 안다는 얘기다.이것을 토대로 임계점에 이른 그의 노 대통령 비판 수위가 어느 선까지 치달을지 관심사다. 유 대변인은 이날 공개편지를 통해 “대선 이후 9개월 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진실도,열정도,성실도,순수도,겸손도 모자란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자신이 노 대통령의 동서화합·국민통합 정신에 감동해 보좌했지만 “민주당 분당은 특정지역과 특정정당에 대한 배신의 차원을 넘어선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정치인의 배신은 사면복권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심경에 대해 그는 “이 나라 최고권력,국가원수인 분의 정치행위를 배신이란 치명적 어휘를 동원하여 비판하고 있다.”면서 “제가 아무리 사자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어찌 내면의 떨림이 없겠느냐.”라고 밝혔다. ●김원기·이해찬에 해명 전화 유 대변인은 자신이 노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저격수로 변신한 것과 관련,“민주당 대변인이라는 숙명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감은 결코 없으며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에,당을 대변하는 입으로서 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해명이다. 그는 이날도 전날 자신이 공격했던 통합신당 김원기·이해찬 의원측에 전화를 해 자신의 발언이 와전됐거나 하지 않은 발언도 보도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도술 전 비서관 얘기를 하다가 우연히 노 대통령 측근들 발언을 사석에서 한담 형식으로 한 게 발단이 돼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여기서 그쳤으면 좋겠다.”고 곤혹스러움도 비쳤지만 어느 정도는 정치적 노림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춘규기자 ta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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