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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세인,철군시한 연장 요청/서구 소식통

    ◎불특사에 “안보리 소집 중재 해달라”/베이커,“결코 연기될 수 없다” 【바그다드 UPI 연합】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야세르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 마감시한을 연장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소집을 프랑스에 요청했다고 서유럽 외교소식통이 7일 밝혔다. 이 외교소식통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메시지가 지난 5일 바그다드에서 후세인과 4시간 이상 회담을 벌였던 프랑스의 미셀 부젤르 의원에 전달됐다고 밝히면서 부젤르 의원은 바그다드에서 파리로 돌아오는 길에 튀니지에 들러 아라파트 PLO 의장과의 페르시아만 위기의 여러 양상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후세인과 아라파트가 프랑스특사 미셸부젤르의원에게 『프랑스가 유엔안보리를 소집,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재고하는 것과 함께 철군시한도 재조정되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만일 유엔 안보리가 설정한 최종시한이 연장된다면 후세인은 이라크의 쿠웨이트철수와 페만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해 언급할 수 있게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런던을 방문중인 제임스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이날 유엔이 정한 최종시한은 결코 연기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15일이 마지막 한계라는 것을 수차 강조했으며 후세인은 이 시한이 더이상 늦춰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 “당세확충 호기”… 행보 바쁜 미니야당들(「새 전개」 지자제:7)

    ◎중부권서 민자와 맞대결… 당선을 기대/민주/지역당체제 비판,공단지역 집중공략/민중 지난 정기국회의 여야 지자제협상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민주·민중당도 지자제선거 참여를 통해 민자·평민 양당구도를 비집고 새 입지를 마련키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의석 8석의 「미니야당」이지만 「비호남권의 야권대표성」을 구두선처럼 되뇌며 평민당과 대등통합을 주장해온 민주당으로서는 야권통합 결렬 후 지자제선거를 통해 잠재적 지지기반의 실체를 확인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민중주체의 민주주의」라는 기치를 내걸고 제도정치권에 뛰어든 민중당측도 창당 후 처음 갖는 지자제선거라는 무대를 통해 분단상황 속에서 배태된 국민들의 「혁신 알레르기」,동서유럽에서 사회민주주의의 퇴조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진보정치세력의 착근가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번 지자제선거는 두 미니야당에게 있어서 당세확장이라는 기대의 장인 동시에 선거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당의 존립근거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결전의 장이라할 수 있다. 민주당측은 내년 3월의 지방의회선거가 그 동안 영등포을,동해,대구서갑,진천·음성,영광·함평 보선 등에서 드러났듯이 지역분할적인 한국정치의 병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중부권,특히 수도권을 주된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민주당측은 응집력이 강한 호남표가 어차피 평민당 쪽으로 집중될 것이 뻔한 데다 선거구제가 민주당측이 내심 바라고 있던 연기명 중선거구제가 아닌 소선거구제로 낙착됨에 따라 영남지역에서도 민자당측에 밀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의 연장선상에서 민주당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민자·평민·민주의 3파전으로,충남·강원 등 여타 중부권에서는 민자·민주의 맞대결이 될 것이라는 식으로 다분히 희망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같은 「희망사항」이 현실화되려면 민자·평민 양당의 자충수에 대한 반사적 지지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야권통합협상 결렬 후 지리멸렬한 당체제 정비와 비중있는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당세확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점에서 지난 19일 설치된 당확대발전특위(위원장 조순형 부총재)와 지자제선거대책위(위원장 홍사덕 부총재,본부장 이철 사무총장)가 어느 정도 가시적인 영입을 해내느냐가 주목된다. 특히 외부인사 영입과 지자제선거 후보자 발굴은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갖고 추진될 전망이며 현재 결성된 70개 지구당 위원장 중 일부는 영입인사로 교체하는 대신 지자제선거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자제 공천후보는 「세대교체」라는 당이 표방하고 있는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30∼40대의 교수·변호사·직능단체 대표 등 전문직 인사 ▲야당성이 있는 행정경험 유경험자를 중점발굴해 이 중 지역적 특성에 맞는 인사를 내세운다는 방침. 민주당측은 이번 지자제선거가 소선거구제의 특성상 선거과정에서 여야 양당구조가 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3김퇴진론 등으로 민자·평민 양당을 함께 공격한다는 선거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민주당은 내주중 지자제대책위 시·도지부 결성을 완료한 뒤 이미 결성된 70개 지구당에서는 지구당차원에서 후보자 선정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지구당이 미결성된 지역에서는 시·도 대책위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후보자를 발굴해 내년 1월 전당대회 이전에 사실상 후보자 공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자제대책위 산하에 「민주대학」을 부설,지자제 참여희망자에 대한 훈련과 가능성있는 후보자 발굴을 병행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같은 나름대로의 준비와는 별도로 민주당의 지자제선거에서 결정적 성패는 내년 1월 전당대회에서 어느 정도 비중있는 인사를 영입해 당 지도체제를 정비,「제2창당」의 외양을 포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지지계층의 편중성과 국내외적으로 불리한 환경요인,자금난 등으로 기존 정당에 비해 열세를 자인하고 있는 민중당도 지난 17일 지자제선거특위(위원장 이재오 사무총장)를 구성한 데 이어 오는 27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후보선정기준을 마련키로 하는 등 지자제 참여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민중당으로서는 선거의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노동자·농민·도시서민 등 이른바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차기 총선 등을 앞 두고 제도권내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선거공영제 확립주장과 지역당체제 비판 등으로 독자적 영역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내년 1월중 지자제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해 전국적으로 2백명 이상의 당 공천후보를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이 중 수도권과 인천·마산·창원·울산·구미 등 공단밀집지역 및 농민운동이 활성화된 경북 예천·봉화 등 30개 지역을 중점지원,승부를 건다는 입장이다. 또 민중당측은 인물난이라는 현실과 지방의회선거의 성패가 차기 총선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지구당 위원들의 지자제 참여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고 평민·민주당과의 「상층교섭」을 통해 특정 선거구에서의 후보조정을 통한 「사실상의」 연합공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 “「페레스트로이카」에 막후 영향” 프리마코프 유력

    ◎소외무 후임은 누구 ▲예프게니 프리마코프(61·사진)=경제학 박사이며 전직 교수출신. 셰바르드나제의 사임발표 후 소련 언론이 가장 먼저 후임자 임명 가능성 거론. 지난해 외무부차관겸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임명됨. 중동 및 극동문제 전문가로 고르바초프의 신사고 외교정책 실시에 막후 영향을 끼침. 정부개편시 새로운 부통령 직책을 맡을 것으로도 전망된 바 있음. ▲발렌틴 팔린(64)=원로 외교관이며 서유럽 문제전문가. 지난 88년 공산당 국제국장에 임명됨. 현재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 겸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 논설위원. 지난 65년 당시 그로미코 외무장관의 고위 보좌관 역임. ▲블라디미르 페트로프스키(57)=지난 86년 이래 외무차관. 유엔에서 외교관 생활시작 후 외무부 유엔 과장,국제기구 과장 역임. 최근 고르바초프의 특사로 바그다드 방문 후 귀국한 뒤 성가상승. ▲유리 보론초프(61)=외무부 제1차관. 미국 및 프랑스·인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근무경력. 지난 88년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시 특명대사로 활약. 85년대 이스라엘 외교관계 회복모색을 위한 비밀회담 특사,미 소간 중거리 핵무기 감축협상대표 등 역임. ▲알렉산데르 베스메르트니크(57)=현재 주미 소련대사. 미 소 관계 전문가로 지난 70년부터 83년까지 워싱턴 주재 소 대사관 서 근무후 외무부의 미국,북미지역담당 차관에 임명된 뒤 외무부의 제1차관 3명중 한명으로 승진.
  • 페만 평화해결 돌파구 될지는 “미지수”

    ◎이라크 인질 전원석방 발표 안팎/“생명담보게임”… 국제여론 악화 판단/“반전” 부추겨 서방분열 겨냥 속셈도 페르시아만 사태 발발 5개월째를 맞아 이라크가 다시 한번 「깜짝 쇼」를 연출했다. 이라크는 6일 2천여명에 달하는 서방 인질들을 전원 석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시기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압둘 아미르 안 안바리 주유엔 이라크 대사는 인질들이 크리스마스 이전에 석방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혀 늦어도 연내에는 석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의 인질 석방결정이 발표되자 각국 정부가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조심스런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이라크의 「저의」 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남미를 순방중인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는 우리 전략이 맞아 들어가는 것이며 사담 후세인의 인질정책이 전세계의 비난을 야기한 것을 그가 알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 행정부는 이번 이라크의 조치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 이라크 경제제재 조치와 군사적 압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는 인질들이 군사적 공격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왔지만 미국은 인질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행동의 가능성을 계속 내비쳐 왔다. 9백여명의 미국인 인질을 비롯,수만명의 인질이 붙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과거 이란에서 불과 50여명의 인질구출을 위해 안달했던 것과는 달리 거의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추측들이 무성하지만 여하튼 미국의 단호한 태도로 인질들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라크는 지난 11월 미국이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제의하기도 했고 또 크리스마스부터 내년 3월에 걸쳐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제의하기도 했지만 미국측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3개월여에 걸친 인질석방 제의를 내놓자 미국 주도하에 유엔안보리가 내년 1월 15일 이후에 군사적 조치를 허용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군사적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페르시아만 사태 발발이후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면서 시간을 벌게 해 주던 소련도 만일 이라크가 자국인 인질들을 억류한다면 군사적 조치에 가담하겠다고 밝혀 이라크의 숨통을 조여 들었다. 그동안 인질문제는 서방세계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아 왔는데 더이상 「생명을 담보로 게임을 벌이는 것」이 국제적 비난의 초점이 되는 등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인질을 석방했다는 것이다. 인질 석방조치는 한편으로는 최근 서방세계에서 힘을 얻고 있는 반전론을 부추겨 여론을 분열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내 여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시 행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의회에서도 민주당은 미국의 전격적인 군사행동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서유럽국가에서도 반전론은 점차 세를 더하고 있고 이라크가 제안한 페르시아만 사태와 팔레스타인 문제의 동시 논의를 수용하려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이번달 중순 베이커 미 국무장관의 바그다드 방문과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평화적 제스처를 씀으로써 미국측의 입장 완화를 끌어내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후세인의 도박은 과연 뜻한 대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이라크의 인질석방 발표후 세계 유가가 하락하고 주가가 오르는 등 일단은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팔레스타인 문제를 동시에 논의할 국제회의 개최에 응할지 모른다는 신호를 흘리고 있다. 또 서방국내에는 적어도 군사적 행동은 경제제재조치의 효과를 기다려 본 뒤에 결정하자는 여론이 강화될 전망도 보인다. 후세인은 이제 「자포자기적이지 않으며 광인이 아닌 정치가」로서 여겨지게 될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중순에 펼쳐지는 일련의 회담에서 타협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카드를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그러나 「밀어붙이기」로 재미를 본 미국의 입장으로서나 팔레스타인 문제의 연계 혹은 국경변경 등 최소한의 체면유지가 필요한 이라크의 입장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지금까지처럼 「외교적 신경전」속에 이라크의 버티기 게임이 계속될 전망이다.
  • 샘 넌 의원,백악관의 대외정책 비판(해외논단)

    ◎미 외교,페르시아만에 치중할때 아니다/이라크 응징에만 집착… 타지역문제 소홀/소·동구의 「걸음마 민주주의」 지원책 절실/아랍국­이스라엘분쟁 등 해묵은 중동과제도 관심을 최근 미국의 대외관심사는 페르시아만에서 벌어진 이라크의 침략행위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대규모의 병력을 계속 이 지역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페만사태 보다 긴박감은 덜하지만 그대로 두면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문제들이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다. 동유럽의 심각한 에너지 위기,소련의 식량난 그리고 이라크의 침공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중동지역에 내재해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그것이다. 체코·헝가리·폴란드 등 동구국 대부분이 지금 에너지 부족사태에 직면해 있다. 지금껏 이들 나라에 에너지를 공급해온 소련 스스로가 원유생산난등 에너지문제를 겪고 있다. 소련은 과거 위성국이던 이들 나라와의 무역거래에도 세계시장 가격과 경화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동구국들로서는 에너지 구입비로 당장 수십억달러를 추가 부담해야될 형편이다. 당초 동구국들은 이라크에 무기등을 수출,그 대금을 원유로 받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유엔의 대 이라크 금수조치로 이전에 수출한 물품대금조차 받지 못하게 돼 버렸다. 미국이나 일본·서유럽은 이라크로부터 원유를 사가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동구국들은 이라크로부터 마땅히 받아내야할 원유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동구가 당면한 에너지 위기를 미국이 외면해서는 안된다. 에너지 위기는 이들의 시장경제화 노력,나아가 걸음마단계에 있는 민주주의마저 위협할지 모른다. 부시행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에 대해 동구지원을 늘리라는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 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친서방 산유국들도 동구지원에 동참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리한 부담을 지우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만 해도 페만사태 이후 유가상승과 산유량 증가로 1백60억 내지 2백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일본도 가능한 한 국제기구를 통한 저리 장기차관과 보조금 등으로 동구지원에 나서야 한다. 일본으로서는 페만에 병력 몇천명 파견하는 것보다 이것이 훨씬 뜻있는 일이다. 소련의 식량부족사태는 극히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 시장은 붕괴됐고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금융체제 또한 무너지기 직전이다. 농작물은 흉작에다 수송체계·가공시설의 낙후로 많은 양이 중도에 유실됐다. 소련이 통제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일당독제체제에서 대의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미국이 이를 못본 체 하는 게 옳은가. 결코 그렇지 않다. 1만개의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미국의 안보에 절대 이득이 안된다. 두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최근 조인된 미 소 무역협정을 발효시키는 한편 소련을 최혜국 대우국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잭슨­배니크 수정법안을 폐기시켜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소련 인민대표회의(의회)에서 이민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한 이 법안을 먼저 폐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련 의회에서 이민법이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소련으로부터 대규모 이민이 이스라엘 등지로 빠져나가고 있지 않은가.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법안폐지가 아니면 적용을 완화시키기라도 해야 한다. 그러다가 소련의 이민정책이 다시 나쁜 쪽으로 방향을 바꿀 경우 이 법안에 의거해 무기류 수출은 계속 금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방안은 소련의 석유자원 개발을 미국이 도와주는 것이다. 소련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술부족으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새 유전개발 및 석유채굴에 미국 전문회사들을 참여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소련산 에너지자원과 미국산 농산물을 교환토록 하는데 미국정부는 미국기업 및 농부들이 여기에 참여하는 데 방해가 되는 법적·제도적 장애물들을 정비해 주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앞에 가로놓인 세번째 과제는 중동문제의 장기적인 해결책 마련이다. 페만사태 발발 이전부터 계속돼온 이 중동문제의 근저에는 4가지의 고질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첫째는 아랍권내 빈부국간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구증가,셋째는역내 경제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민주주의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요인은 아랍­이스라엘간 분쟁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얽혀 아랍권내는 물론 외부세력들과도 정치·경제면에서의 평화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아랍국가들 중에는 현재 1인당 국민총생산량 1만달러가 넘는 부국이 있는가 하면 1천달러 미만의 나라도 있다. 그런데 아랍인구 대부분이 이 가난한 지역에 살고 있다. 제한된 자원,전쟁의 위기속에서도 아랍인구는 현재의 2억에서 2025년까지는 5억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다 뒤떨어진 정치 문화 등 갖가지 요인들이 난마처럼 얽혀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기 힘들게 한다. 한가지 고무적인 선례를 우리는 갖고 있다. 1940년대말 미국이 서유럽 지원방안으로 내놓은 마셜 플랜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전후 유럽과 오늘날의 중동사정에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중동문제 해결에도 지역단위 접근법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이 경우 주도적인 지원은 이 지역내 석유수출국들이 맡는다. 아랍­이스라엘의 불화를 해결키 전에중동평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지금은 어떤 거창한 평화안을 내놓아 봐야 피차간에 긴장만 더 높일 뿐이다. 하지만 어느 시기엔가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냥 내버려 두면 갈등은 점점 더 첨예화·과격화 된다. 그것은 이 지역에서의 군사통치를 지속시키고 치명적인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다. 이것은 사담 후세인이 일으킨 페만 위기와는 다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된다면 아랍권은 이스라엘과의 평화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외교정책의 목표는 변화하는 중동의 현실을 직시하며 이 평화노력이 성공을 거두도록 힘을 불어넣는 것이 돼야 한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워털루의 농민시위/채수인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워털루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의 드넓은 평야지에 위치한다. 세계제패를 위한 발판으로 유럽대륙을 장악하려는 나폴레옹의 프랑스군과 웰링턴이 이끈 연합군이 한판 싸움을 벌인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로서는 세계를 재편한 세계대전이었지만 역사의 뒷장으로 넘어간지 2백년 가까이 흐른 지금,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브뤼셀 종합전시장에서 세계교역질서를 무역자유화 쪽으로 개편하기 위한 우루과이라운드협상 최종 회담이 3일부터 벌어지고 있다. 이 회담과 때맞춰 개막장소앞 광장에서는 세계각국에서 온 2만여명의 농민들이 맹목적인 농산물 무역자유화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에는 우리농민대표 7명도 포함돼 있었다. 그야말로 온통 세상이 곧 무너질듯한 걱정거리와 논란을 쏟아내고 있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우리정부 대표단도 참가,시위가 벌어졌을 때에도 협상타결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기에 묘한 대조를 이룬다. 농민들이 국내에서 아무리 외치고 시위를 벌여도 세계무역질서의 개편이라는 대세에 밀려버리는 무력감에서 이처럼 국제농민시위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은 이해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이다. 농업은 비교우위의 경제개발정책에 밀려나 농민들이 그동안 못살겠다고 옥타브를 높여도 근본대책 없이 재원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한 각종 종합대책으로 입을 막아왔기에 이제는 그것도 「말발」이 안먹히는 상황이 됐다. 그러니 농민이 농촌에서 서울로,이제는 국제적인 시위에까지 참여하게 된 것이다. 농촌이 소란스러워지면 정치권에서 표밭을 의식,그때그때 미봉책으로 달래 온 탓이다. 이같은 농촌대책은 우리나라에서만 있어온 일은 물론 아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스위스 대표가 최근 농민이 전체인구의 6%에 불과하지만 정치·사회적 힘은 그 6∼7배에 이른다며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통일된 독일에서도 첫 총선에서 농민표를 의식,농산물협상에서 강경자세를 고수하다가 2일 선거가 끝나자마자 강경자세가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유럽 농민은 우리와 비교도 안되리만큼 엄청난 농업보조금을 받고 있는 점이 다르다. 어쨌든 국제화에 농민시위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과거 여의도시위는 그 유가 아닐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를 잘 활용하면 더 잘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정부발표가 사실임을 보여 주기 위해 늦기전에 뭔가 눈앞에 내놓아야할 때인 것 같다.
  • “판매 전담”… 딜러제 도입 바람직/자동차전문 유통업 정착의 길

    ◎메이커는 생산만… 직판대리점과는 차이/아프터서비스제 개선… 부품공급에 숨통 우리나라에도 미국·일본 등 자동차선진국과 같이 전문업자가 자동차유통을 담당하는 딜러제가 정착될 수 있을까. 이 제도가 도입되면 딜러는 신차판매·중고차 매매·아프터서비스 등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고 메이커는 생산만을 담당하게 된다. 이제까지 메이커가 판매까지 전담하고 중고차와 신차의 판매가 분리된 데서 비롯된 비효율성과 부실한 아프터서비스제도를 개선하려면 이제라도 딜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딜러제는 미국·일본·서유럽 등 자동차산업이 발달된 선진국에서 형성된 자동차 유통형태로 독립된 판매업자가 판매를 전담하는 제도이다. 메이커가 직접 판매를 담당하는 형태에 비해 딜러는 자본소유 및 경영면에서 메이커에 대해 독립성을 갖고 있을 뿐아니라 신차의 소유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대리점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나라에 자동차딜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일게 된 것은 주로 아프터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게 누적된데다 현 아프터서비스체계로는 그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딜러제가 도입되면 아프터서비스 부품공급의 중개기능도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프터서비스 부품과 관련된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나라의 부품 부족현상은 주로 생산능력의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딜러제가 도입된다 해도 아프터서비스 부품확보를 위한 딜러간의 과열경쟁 및 현재와 같은 불량부품의 유통 및 음성거래가 단숨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아프터서비스의 공급능력이 충분하지 못하면 판매자가 아프터서비스를 책임지는 딜러제가 정착되기 어렵다. 최근 자동차의 급증과 더불어 국내의 신차 판매형태인 메이커 직판시스템은 그 비효율성이 드러나고 있다. 완성차 메이커들은 현재 신차판매의 70∼80%를 할부판매에 의존하고 있어 판매가 잘 될수록 자금난이 커지는 모순에 빠져있다. 특히 국내 중고차시장은 유통기구의 미비,음성적 거래의 횡행,불건전한 상관행 등 수많은 구조적 문제점 투성이다.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은 대부분 딜러와 같은 독립적인 판매점의 개설보다는 직영 영업소와 영업인원의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의 수요규모에는 아직 직영판매로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내 자동차 유통업계의 영세성에 비추어 볼때 딜러육성의 관건은 딜러에 대한 자금지원문제로 압축된다. 따라서 딜러제를 국내에 도입하려면 먼저 메이커가 주도해서 딜러를 육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유럽통합기동군」 창설 추진/영·불·독등 9국

    ◎페만사태 효율적 대응 겨냥 【도쿄 연합】 영·불·독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 유럽 9개국은 중동사태 등 역외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유럽통합기동군」 창설을 서두르고 있다고 산케이(산경)신문이 25일 브뤼셀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가맹군의 역외파견을 금지하는 나토헌장 규정 때문에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사태를 사실상 좌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나토 헌장에 제약을 받지 않는 서유럽동맹(WEU) 9개국을 중심으로 기동군을 편성키로 하고 내달 12일 열리는 WEU 외무·국방장관 이사회를 통해 합의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병력규모는 최저 10만명 수준인데 이 기동군 창설로 나토의 핵심을 이루는 미군의 대유럽 영향력이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WEU의 검토팀이 마련한 보고서에 의하면 유럽 다국적군의 성격을 띠게될 이 기동군은 역외에서 일어나는 위기에 대응하는 점이 주요특징으로서,보고서 작성자의 한 사람인 네덜란드의 디호부셰아 의원은 『핵무기와 화학병기등이 확산되어 있는 현재 유럽은 역내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안보에도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나토의 제한을 받지 않는 유럽통합기동군의 창설이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 “「국제 게릴라」 40년 암약” 서구가 발칵(특파원코너)

    ◎베일 벗은 비밀조직 「글라디오」의 정체/나토ㆍ미 CIA 지원아래 우익 테러활동/영ㆍ화ㆍ이 등서 정치쟁점화… 조기 진화 부심 서유럽 각국에서 전후 40여년 동안이나 암약해오던 국제 비밀결사조직의 정체가 드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 스캔들로 비화되는등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글라디오」(Gladio)라는 암호명을 갖고 있는 이 비밀결사는 반공ㆍ반소 첩보활동 및 유사시 사보타지공작을 위한 게릴라 조직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 CIA(중앙정보국)의 요청과 지원 아래 각 나토회원국에 구성되어 정기적인 회합을 갖는 등 현재까지 조직을 유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글라디오가 과거 주요 테러사건에 연계되어 있음이 드러나고 있으며 조직의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할 무렵 지도층이 이를 은폐하려 했음이 밝혀져 정치적 소용돌이를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이 비밀결사의 존재가 확인된 나라는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의 나토회원국과 중립국인 스웨덴에도 비슷한 조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조직의 정체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탈리아의 전 글라디오의 핵심간부였던 로베르토 칼바라로씨가 최근 뉴스 주간지를 통해 조직의 활동내용을 폭로함으로써 비롯됐다. 그는 글라디오 멤버들이 이탈리아공산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일련의 우익 테러훈련을 받았다고 털어 놓았으며 자신의 동료가 알도 모로 전 총리 납치 암살사건에 관여했다고 증언했다. 줄리오 안드레오티 이탈리아 총리는 야당의 해명요구에 처음에는 이 조직의 실체를 부인하다 뒤늦게서야 소련의 이탈리아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1천여명의 준군사적 조직인 글라디오가 50년대초에 구성됐으며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고 국회에서 털어놨다. 사건이 확대되자 제1 야당이며 피해자격인 공산당측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비밀군대조직을 운영해온 처사는 헌법질서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국정조사위의 구성과 함께 이를 은폐시키려 했던 안드레오티 총리와 프란체스코 코시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문제를 들고 나왔다. 게다가 72년 페테아노 폭탄테러사건을 조사해오던 베니스의 한 젊은 판사는 지난주 이 사건에 글라디오조직이 깊이 관여됐었다는 확증을 잡고 코시가 대통령에게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해 달라고 소환장을 냈다. 코시가 대통령이 국방차관으로 재직하던 66∼69년 사이 글라디오 작전에 관해 증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로마에서도 2명의 판사는 모로 전 총리 납치살해사건과 글라디오와의 연계여부 조사에 나섰으며 85명의 대량 살륙참극을 빚은 볼로냐 주유소 폭탄테러사건에 이 조직이 관련되어 있음이 이미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법정증인 출석문제는 일단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맡겨졌으나 글라디오의 실체가 점차 드러남에 따라 야당의 공세는 더욱 가열되고 있으며 허약한 기민당 연립정부를 기초부터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서의 말썽과정에서 국제 글라디오조직의 현 의장국으로 밝혀진 벨기에에서도 정부가 이 문제 때문에 궁지에 몰리고 있다. 당초 『전혀 들어본 바도 없다』고 시치미를 떼던 정부측은 끝내 지난 10월말에 브뤼셀에서 각국 글라디오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열렸었으며 벨기에가 2년 임기의 의장국으로 선출됐다고 밝혀 이 비밀조직이 국제적이며 현재도 활약중임을 확인했다. 기 코에므 국방장관은 이 조직이 벨기에에서는 50년대초에 만들어 졌으며 민간인과 예비역 군인들로 구성되어 첩보활동에 종사해 왔다고 밝히면서 소련의 침략에 대처하는 등 국가안전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벨기에에서도 20여명의 사망자를 낸 브뤼셀 근교 부라반트 테러사건에 이 조직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목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아직 이 문제가 크게 정치쟁점화 되고 있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재빨리 소화작업에 나섰다. 장 피에르 세베느망 국방장관은 지난 12일 『50년대초에 이 조직이 만들어졌으며 대통령에 의해 이미 해체됐다』고 발표했다. 세베느망 장관은 이 조직이 프랑스가 점령당했을 때 외국에 있는 망명정부와 국내 사이에 연락활동을 위해 구성된 것이라며 두드러진 활동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세베느망 장관은 조직의 해체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탈리아에서 말썽이 된 직후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 의해 해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남부 및 동부지방의 숲속 지하에 설치된 20여개의 비밀무기고가 발견되어 이 조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정부측은 조직의 실체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애매한 자세를 보여오다 14일에서야 50년대부터 비밀조직이 있었음을 털어났다. 회원국의 비밀조직의 구성과 관리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나토측은 지난 12일 대변인성명을 통해 비밀조직들에 관해 알려진 모든 사실을 부인했으나 24시간이 지난뒤 이를 정정,나토의 비밀작전에 관해서는 언급을 할 수 없다고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편 미 CIA국장을 역임한(73∼76년) 윌리엄 콜비는 이탈리아 TV와의 회견에서 이탈리아가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도정당이나 노동조합 또는 청년조직 등 모든 가능한 조직을 돕기로 했다고 증언,미 CIA의 개입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53∼58년까지 로마에 파견돼 근무한 그는 『당시 소련이 이탈리아 공산당에 연간 5억달러의 공작금을 비밀리에 대주고 있었으며 미국은 그보다는 훨씬 적은 금액을 조직관리에 썼었다』고 자금지원 내용을 공개했다. 이같이 실체가 드러난 우익 비밀결사문제에 대해 한편에서는 더이상 필요없는 냉전시대의 유물로 묻어버리자는 견해를 주장하기도 한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서구의 합법적인 공산당들이 크렘린의 조작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아온게 사실이며 소련의 침략가능성이 상존하던 시대에는 이런 조직이 개별국가의 안보 및 서구전체의 집단안보에 눈에 띄지 않는 역할을 담당해온 것이 사실이라는게 그들 주장의 배경이다. 그러나 이를 파헤쳐 밝혀야 된다는 측은 비밀조직이 그동안의 우익테러에 연계됐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며,그들로 하여금 내정에 외세가 개입될 소지가 마련됐었다면 이는 분명히 책임소재를 따지고 넘어가야될 일이라고 벼르고 있다.
  • 외언내언

    민주개혁의 바다 속에서 알바니아는 과연 얼마나 더 「스탈린주의의 고도」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지난 7일 정치적 망명을 요구하는 알바니아인들이 수도인 티라나 주재 외국대사관을 거쳐 서유럽으로 떠났을 때 남긴 의문이었다. 약 4천명의 망명희망자들이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서독(당시) 등의 대사관에 몰려든 「피난민 위기」는 흡사 지난해 동독인들이 이웃 동구로 대거 탈출,동독 공산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엑서더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알바니아 최고의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말해준다. ◆알바니아의 자랑이며 올해 노벨문학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멕시코의 파스와 경합했던 그는 최근 프랑스로 망명한 뒤 『지난 봄 이후 민주화를 위한 작은 걸음이 있었다. 나는 알리아(알바니아 대통령)가 고르비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민주화를 하면 체제가 무너진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민주화를 향해 간다면 지속될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그는 그의 대표작 「꿈의 궁전」을 통해 인간성을 말살하고 있는 알바니아 공산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알바니아인 망명사건들이 정치적인 효과를 크게 나타내고 있는지 꼬집어 헤아리기 어려우나 제2,제3의 망명사태가 발생하면 공산주의는 끝내 붕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관측을 의식해서인지 알바니아인민회의는 비밀투표와 후보 선택을 허용하는 민주적 선거법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인권과 종교의 자유 및 외부세계와의 접촉 확대 등 일련의 새로운 조치들을 시행하기 위한 헌법 개정의사를 밝혀 조심스런 개혁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독립(북한의 주체사상과 흡사)을 앞세워 지독한 고립주의를 택하며 국민을 억눌러온 알바니아. 정치적ㆍ경제적으로 빈곤해 「동구의 병자」로 불리는 그 나라도 주변정세의 급변에는 어쩔 수 없는지 서서히 문을 연다. 알바니아와 함께 공산주의 고수로 고립을 끝까지 지탱해온 북한과 쿠바에는 언제쯤 「민주의 봄」이 찾아들까.
  • 민중운동의 정치세력화 “실험”/민중당 출범의 의미와 전망

    ◎근로자ㆍ농민 중심의 진보성 표방/재야세력 규합,의석확보가 관건 10일 「민중주체의 민주주의」라는 기치를 내건 진보적 성격의 민중당이 공식 출범함으로써 향후 정국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중당의 창당은 특히 과거 조봉암씨의 진보당 이래 통사당 등 여러 이름으로 명멸했던 진보정당들이 이른바 「민중세력」이라는 하부구조없이 소수의 선도자들에 의해 주도했던 것과는 달리 4ㆍ19 이래 축적되기 시작해 80년대 이후 확산된 민중운동권세력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데 일단 주목을 끌만하다. 현재 창당을 마친 51개 지구당 위원장의 면면을 보더라도 노동분야에서 김문수씨 등 18명,농민분야에서 장영근 전 전농협 회장 등 15명,이우재ㆍ장기표ㆍ이재오ㆍ정태윤씨 등 재야운동세력 18명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점을 들어 민중당측은 「민중주체의 정당」이라는 관점으로 민자ㆍ평민당 등 기존 정당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또 「민중주체」가 정치적 관점에서만 적용되는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도 기존 야당들에 비해 상대적인 「진보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진보적인 성격은 정강정책속에 규정된 ▲독점재벌 해체ㆍ중소기업 보호육성 ▲계획적 시장경제 ▲사기업의 노동자 경영참여 확대 등에서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은 진보적 성격의 정당이 뿌리를 내리기에는 「분단」이라는 한국적 특수상황 뿐만 아니라 동서유럽에서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퇴조하고 있는 국제적환경 등을 감안한다면 그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이 민중당이 총선이나 지자제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의석을 확보,제도정치권내에서의 입지를 마련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민중당측은 기존 정당들이 선거를 통한 「권력배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데 비해 민중당으로서는 의회활동 뿐만아니라 「민중의 조직화」라는 일상적인 정당활동을 통해 사회 변혁을 도모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말하자면 정당활동을 사회운동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사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정당들이 모두물거품처럼 사라졌다는 현상을 감안한다면 민중당의 성패도 여하히 「대중성」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이같은 대중성확보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는 ▲분단상황속에서 굳어진 국민들의 「혁신 알레르기」 ▲서구사회에서의 사회민주주의 실험의 실패 같은 요인 이외에도 「진보이념」보다 「지역감정」이 우선시되는 우리의 특수상황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영광ㆍ함평 보선에서 민중당이 민 노금노 후보가 저조한 득표율로 참패한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설명해 준다. 민중당이 처한 또다른 문제는 과연 재야세력을 어느 정도 결집해 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창당과정에서 이부영ㆍ장기표ㆍ김근태씨 등 재야의 40대 뉴리더 3인중 김근태씨는 「시기상조론」을 이유로 전민련에 잔류했고 이부영씨는 야권통합이 우선돼야 한다며 통추회의로 떨어져 나간 사실이 그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민중당측은 「시기상조론」에 대해서는 『민주화운동을 합법정치 영역에까지 확대시키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논리로,범야 통합우선론에 대해서는 『보수의 기존 야당과의 통합을 통해서는 「진보성」을 담보할 수 없고 야권 3자통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진보정당 창당이 재야가 지향해야할 올바른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자제 등 완전한 민주화가 이뤄질 때까지는 진보세력이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관점에서 민중당 창당은 재야운동권의 분열에 불과하다』는 여타 재야세력 및 기존 야당내 재야출신의 비난에 직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는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치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 하는 것도 민중당의 과제이다. 민중당은 서구의 진보정당처럼 당원의 수입에 비례해 당비를 모금하는 이른바 「민중재정의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이번 전당대회 준비 등 창당과정에서 소요된 1억원의 당비를 마련하는 데도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는 후문이고 보면 그 성패는 미지수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지적들에도 불구하고 민중당은 기존 야당에의 편입을 거부하는 재야세력이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 적으나마 「상당기간」 정국의 「독립변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기표 정책위원장 등 핵심인사들이 현재는 범야 연대차원에서 「민주ㆍ반민주 구도」가 불가피 하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내각책임제하의 「보혁구도」를 바람직하게 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탈사회주의」이후의 변화/헝가리학자 바코스의 진단

    ◎“동구 시장경제 이제 걸음마… 서방도움 절실”/파,개혁후 수출 계속 늘고 경제도 회복세/서방,산업구조조정 차원서 경원 했으면/한국 자본과 헝가리 노동력 결합형태의 경협 추진해야 동구 대변혁이 시작된지 1년이 지났다. 동유럽 공산정권들을 일거에 무너뜨린 이 변혁의 대물결은 전후 냉전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화해에 기초한 새세계질서의 태동을 알리고 있다. 본지는 동구변혁의 선두격인 헝가리의 저명한 경제학자 구보르 바코스박사와 특별 인터뷰를 통해 이 변혁의 현주소를 진단해 보았다. 바코스박사는 이 회견에서 정치적 민주화와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을 골자로 한 동구 각국의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신중하지만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제회복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바코스박사는 이와 함께 서방측에 대해 동구경제의 구조개편을 돕는다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구보르 바코스 □1945년생 □부다페스트 경제대 졸업 □헝가리 과학아카데미 경제학박사 □현 헝가리과학아카데미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사회주의 경제체제」「코메콘의 대외무역 운용」「비교우위 경제론」 ­역사적인 동유럽의 대변혁이 시작된지 1년이 지났다. 변혁의 정도와 속도를 두고 나라별로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지난 1년의 동구변혁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바코스=정치와 경제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전체주의 공산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공산정권을 전복하고 민주적인 새 지도부를 탄생시켰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소련이 이들에게 체제선택의 자유를 맡겼다는 점이다. 또한 소련은 헤게모니 추구를 포기하고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방식을 택함으로써 동구변혁의 유리한 외적분위기를 만들었다.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로의 급속한 이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10여년동안 동구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에 이를 되살리기 위한 변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 등의 새 민간정부 대부분이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원칙을 결정했다. 그러나 전환의 구체적인 전략에서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언제쯤이면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인가. ○국민들도 전폭 지지 ▲사실은 종합적인 개혁방안이 마련돼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소련도 샤탈린안을 토대로 한 급진적 시장화 방안을 우여곡절끝에 채택했다. 계획은 섰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도 얻고 있다. 시행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격 자유화를 이미 실시한 폴란드ㆍ헝가리의 경우 엄청난 인플레로 사회적 긴장이 드높다. 내 경우 금년도 봉급이 10% 인상됐다. 반면 헝가리의 금년 인플레율은 30% 이다. 실제생활은 더 못해진 것이다. 아직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은 편이다. 몇년 뒤에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을 땐 새정부의 정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부가 들어섰다지만 개혁정책이 실패하고 생활상태가 더 나아지지 않으면 사회적 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그럴 경우 자칫 진행중인 민주화과정 전반이 위협받을가능성도 일각에선 지적되고 있다. 근거없는 우려일까. ▲정치적으로 과거의 압제정권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유일한 대안은 민주화ㆍ시장화를 더 확대추진하는 것이다. 초기의 부작용은 곧 극복될 것이다. 나름대로 보완장치들도 마련되고 있다. 헝가리의 경우 현재 실업수당이 통상임금의 70%까지 지급된다. 실직기간이 1년이 넘으면 재교육해 타직종으로 전환시켜준다. 이외에 최저생계보장책 등이 마련돼 있다. ­폴란드는 사정이 특히 더 어려운 것 아닌가. 바웬사가 차기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는데 정치적 불안만 가중시킬 우려는 없는지. ▲소련ㆍ루마니아 시민들은 빵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다. 폴란드는 그렇지는 않다. 바웬사에 대한 인기는 아직 높다. 그 사람 때문에 정치적 불안이 야기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충격요법 도입 이래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 실업자와 인플레는 늘었지만 경제구조는 상당히 튼튼해졌다. 수출이 늘었고 서방투자가들의 관심도 늘었다. 무엇보다도 폴란드 화폐 즐로티의 암시장 환율이 공식환율과 같아졌다. 사실상 화폐의 태환화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본 투자방식 시급 ­동구경제 재건을 위해선 서방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다. 서방의 원조는 어느정도 이루어지고 있는가. ▲서방의 도움은 단순한 원조차원이 아니라 경제 제도개혁을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한 차관제공만 되풀이되면 소비를 조장하고 재정구조를 오히려 취약하게 만든다. 서방의 도움은 자본참여를 통한 산업근대화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 모두 외국자본투자 문호를 개방해 놓고 있다. 외국 투자자에게 기업을 매각하고 1백% 지분차지도 보장해 준다. 이들 나라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서방판매조직을 이용해 제3국에 대한 수출까지 맡아주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면 수출도 늘지 않겠는가.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동구 지원 방안이다. ­대부분의 동구국들이 심각한 외채부담을 안고 있고 이것이 경제회복에 큰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 서방 채권국들과 국제경제기구의 구체적인 구조방안이 있는가. ▲시장화 초기 몇년간만이라도 외채상환을 중지시켜 줘야 한다. 외채상환 일정을 재조정해 상한기일을 늦추어 주도록 요청하고 있으나 만족스런 반응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동구경제가 이렇게 낙후된 것은 상당부분 실패로 끝난 공산체제의 탓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지역의 많은 나라들이 공산화 이전에도 지금의 서구와는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졌다. 이러한 과거사가 현재 상황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지. ○EC와는 협력유지 ▲동구는 지리적으로 서유럽과 아시아세력의 교차점에 위치해 외세의 시달림을 많이 받았다. 헝가리는 1백50년 터키의 지배를 받았고 불가리아는 그보다 더 오랜 지배를 받았다. 1차대전뒤에는 독일ㆍ오스트리아,그리고 2차대전 다음에는 소련의 세력권에 편입됐다. 이러한 과거사가 부정적인 영향을 계속 미쳐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소련이 동구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관계로 보고 있다. 앞으로 동구는 민주정부로 계속 존속 발전될 것이다. 거대 통일독일의 등장에 대한 우려는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전유럽안보체제가 구축되면 독일의 독주는 견제될 것으로 본다. ­전후질서의 재편으로 앞으로 세계질서는 미소 양극 체제에서 주요세력권을 축으로 하는 다극화 양상을 띨 것이란 분석이 많은데. ▲나는 세계가 궁극적으로 하나의 국제안보체제시대로 갈 것이란 견해를 갖고 있다. 그 틀속에서 모든 나라는 각자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게 될 것이다. 간혹 필리핀의 게릴라 준동,라틴아메리카의 군사쿠데타,그리고 페르시아만 사태같은 돌발사태가 벌어지기야 하겠지만 모든 지구문제가 전세계 차원서 해결될 것이다. ­동구변혁을 처음부터 주도한 인물이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었다. 물론 이 변혁의 전과정이 그의 통제하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다. 노벨평화상이 그에게 수여된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대해 이와는 상반된 평가도 있는게 사실이다. 당신의 평가는 어떤가. ▲페레스트로이카로 시작된 소련 국내외의 정치ㆍ경제 개혁과정에서 고르바초프는 장기간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나는 특히 그가 이 과정에서 보여준 탁월한 조화ㆍ화합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미국 대통령과 가진 수차례의 정상회담,콜 서독 총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여러지도자들과 수시로 만남으로써 그는 자신의 노력이 진정한 것임을 설득시키려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여된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소련 국내에서 민족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도 고르바초프라는 인물은 동구변혁의 궤도를 지탱시키는 「안전장치」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C의 시장단일화가 목전에 와 있다. 세계 최대시장,교역주체가 될 거대 EC의 등장이 동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우리는 EC 단일시장이 장벽이 아니라 경협증진의 기회를 줄 것으로 희망한다. 헝가리ㆍ체코ㆍ폴란드는 EC에 이미 회원가입신청을 했다. 물론 가까운 시일에 정회원국이 되기는 힘들겠지만 5년내에는 가입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5년은 동구 스스로도 시장화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코메콘 해체 불가피 ­EC와의 협조체제가 구축되면 현 코메콘은 어떻게 되는가. ▲코메콘은 소련경제를 중심축으로 한 방사선형태의 협조체이다. 따라서 소련경제가 흔들리면 협조망이 흔들리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소련의 에너지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80년대말부터 코메콘은 와해징조를 보였다. 헝가리는 국내소비 원유의 95%를 소련서 공급받는다. 그런데 금년들어 벌써 몇차례나 1∼2주일씩 이 원유공급이 중단됐다. 코메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보다 유연한 형태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지난해부터 소련ㆍ헝가리ㆍ체코ㆍ폴란드가 무역결제를 달러로 하기 시작했다. 벌써 유연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헝가리는 지난해 2월 동구국가중 최초로 한국과 국교를 맺었다. 두나라간 교류는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경협의 방향에 대한 의견도 말해달라. ▲삼성과 헝가리 오리온사가 합작으로 컬러TV 생산공장을 건설,현재 생산을 시작했고,한국산 전자오븐ㆍ토스터 등이 헝가리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교역규모도 급격히 늘었고 특히 문화교류는 아주활발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헝거리의 인적자원과 한국의 자본이 결합되는 것이다. 우리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우수한 고급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수주 전 20여개 국가기업을 공개매각키로 했다. 이런 곳에 한국자본이 참여하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합작투자촉진회 같은 것을 서울이나 부다페스트에 설치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한국의 은행이 헝가리에 진출,이러한 투자진출을 도와주기 바란다.
  • 미 상원,새 이민법 승인/3년동안 2백10만명에 허용

    【워싱턴 AP 연합】 미 상원은 26일 합법적 미국 이민자의 수를 대폭 늘어나게 할 것으로 평가되는 새로운 이민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하원으로 넘겼다. 89대 8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이 법안은 최근 둔화되고 있으나 전통적으로 대미 이민자수가 많은 서유럽국가 국민들과 홍콩 등지의 외국인들이 미국으로 더 많이 이민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으로 법안 표결이 회기 막바지에 이루어졌고 또 이것이 상ㆍ하원 합동위원회의 타협안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축제분위기 속에서 승인됐다. 지난 65년 이후 가장 대폭적으로 수정된 이번 이민법안은 내년 10월1일부터 3년동안 연간 70만명에게 미국이민 비자발급을 허용하게 되는데 이중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가족들을 위해 46만5천건,특별한 직업기술을 가진 이민자들을 위해서는 14만건의 비자발급 가능건수를 설정하고 있다.
  • 아주국서 청년층이 줄고 있다/미 CIA 보고서 밝혀

    ◎15∼24세층 인구 15%에도 못미쳐/유럽국가의 노동인구 감소도 심각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의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청년부족현상」을 맞을 것이며 이는 미래의 인력부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미 중앙정보국(CIA)이 24일 한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CIA는 이날 발표된 「청년부족:새로운 인구문제」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대부분의 공업국에서 지난 70년대초의 이후 태어난 어린이의 수가 너무 적어 장기적으로는 인구감소현상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일자리는 적고 급속한 인구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동과 아시아지역 주민들이 이같은 부족현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5∼24세 연령층이 전체 인구의 15%에 미달하는 나라들은 어느 나라든 청년부족현상을 맞을 것이며 29개국이 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오는 2000년까지 중국에서 청년부족 현상이 일어나게 될 것이며 한국과 대만이 그후 10년안에 같은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본은 201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낮은 10%의 청년인구 비율과 함께 15∼64세의 노동연령층 인구도 현재의 8천6백20만명에서 8천1백7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CIA는 오는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동유럽에서는 2백만명,서유럽에서는 근 1천만명의 노동연령층 인구 감소현상이 일어나게 될 것이며 14개 서유럽 국가들은 앞으로 10∼20년 안에 청년층 인국가 전체의 12% 이하,동유럽이 12%를 간신히 웃도는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 외언내언

    91년에 IPU가 평양에서 열리면 그 때에는 『서울에서 판문점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가자』는 결의를 한 그룹이 생겼다. 북한이 91년 IPU총회를 평양에서 열겠다고 신청한 것에 대해 IPU의 서유럽국가 그룹인 「12플러스」 소속의원들이 그런 의결을 했다는 것이다. 마치 『더 늦기 전에 역사적 현장을 통과해 보자』는 관광 호기심의 발동처럼도 보인다. ◆아마 그들에게는 판문점이 「체크포인트 찰리」쯤에 견주어지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남의 심각한 비극의 현장을 호기심 차원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보일 만한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12플러스」 그룹이 한 것과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은 좀더 생겨날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순발력 있게 판문점을 「선전」해 온 솜씨는 북한측이 한걸음 앞섰었다. 최근만 해도 북한에서는 『남북의 자유왕래를 가로막고 있는 콘크리트 장벽을 제거하자』는 엉뚱한 소리를 내밀어 남쪽의 뒤통수를 쳤다. 언제나 그렇듯이 기막힌 선전술이었다. 다음으로 지난 7월에는 『남북한의 자유왕래를 보장하기 위해 판문점의 북측지역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판문점을 잘 모르는 밖의 시각으로 보면 이 역시 그럴 듯해 보이는 「안타」다. ◆그러나 일부 IPU 소속의 그룹이 한 것처럼 국제사회인들이 그들 수준의 호기심으로 판문점통과에 흥미를 보이는 일이 늘어나면 낭패스런 일이 북측에 생길 것이다. 있지도 않은 콘크리트장벽의 정체가 밝혀질 것이고,북측 판문점의 개방이라는 것이 북한 국토의 자유왕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허구라는 것도 드러날 것이다. ◆선전하기에 재미를 들였다가 감당하기 난처한 사태가 생기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똑같이 진달래꽃 조화가지를 들고 통일을 외치게 하는 「동원된 군중」이 판문점에서 축구팀을 환송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글프고 안쓰런 생각이 북받쳐 올랐다. 이런 모양을 보면서 공허한 수사를 나열하는 일도 이제는 차츰 쑥스런 느낌이 든다.
  • 내년 IPU총회 평양 개최땐 판문점통해 입북 추진

    ◎서유럽 12개국 대표 결의 【푼타 델 에스테(우루과이) 연합】 북한이 91년 제85차 IPU(국제의회연맹)총회(3,4월쯤 개최전망)의 평양 개최를 신청한 것과 관련,12개 서유럽국가그룹인 「12플러스」 소속국들은 18일 하오(현지시간) 평양총회가 열리면 서울에서 판문점을 거쳐 입북토록 하자고 결의했다.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비롯한 「12플러스」 소속국 IPU대표단들은 이날 별도회의를 갖고 내년 봄 평양총회가 열리기 사흘 전에 서울에서 「12플러스」회의를 가진 후 판문점을 통해 평양에 들어가도록 하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들 대표단은 북한측이 평양총회 개최와 관련,아무런 전제조건도 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만큼 북한측에 대해 서울∼판문점∼평양행이 가능토록 해줄 것을 요구키로 결정했다.
  • 중남미 정상회담 개막/공동시장 창설 논의

    【카라카스(베네수엘라) UPI 연합】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서 11일 하오 회동하는 중남미 9개국 정상들은 공동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나아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중남미는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속에서 더욱더 정체될 것이라고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말했다. 페레스 대통령은 역내 경제통합계획과 공동시장 창설을 촉구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제안을 이틀에 거쳐 중점 토의할 중남미 9개국 정상들의 상설정치협의기구(리오 그룹) 제4차 정상회담 개막을 앞두고 이같이 주장했다. 리오 그룹 정상들은 동구 공산진영이 붕괴되고 오는 92년 서유럽 경제통합이 이루어지는 한편 미­캐나다 무역동맹이 형성되는 등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가 구축됨에 따라 이번 회담을 통해 역내 경제통합계획을 중점 토의할 것으로 보인다.
  • 유럽전역에 신평화질서가 움튼다/변화하는 안보구조(새독일 탄생:4)

    ◎동ㆍ서화해 따라 나토ㆍ바 기구 역할 변화/「유럽안보협」 중심,구주통합 열기 확산 독일의 통일문제는 항상 유럽의 질서재편이라는 개념과 동의어로 여겨져 왔다. 그것은 게르만민족사에 점철되어온 분단과 재통일 그 자체가 그때 그때 유럽질서변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어 왔기 때문이다. 이번의 동서독 통일도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통독이 유럽사회에 끼칠 영향은 과거 어느때 못지 않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동서독이 하나됨은 전후 40여년간 지속되어온 동서대립체제와해의 실제적이며 구체적인 증거이다. 한민족의 분단극복의 차원을 넘어 유럽을 갈라 놓았던 이데올로기 갈등의 해소라는 국제정치사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통독을 두고 유럽의 지각변동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새로운 독일의 탄생으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가 유럽의 안보구조이다. 그동안의 통독추진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고비였던 통일 독일의 군사적 지위문제,즉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관계는 새독일이 계속하여 회원국으로 남는 것으로 결론 지워졌지만 그렇다고 하여 종래의 유럽안보체제가 그대로 존속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국가들은 거대 독일출현에 따른 걱정을 덜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새독일을 나토의 테두리안에 묶어 두길 희망해 왔다. 따라서 나토의 외형은 일단 그대로 유지되는 형태를 취하게 됐다. 그러나 유럽방위기구로서의 나토의 기능검증이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중이며 동서긴장 완화의 첫 결실이라 할수 있는 새독일의 탄생은 이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상대적 군사기구였던 바르샤바조약기구 역시 동독이 빠지게 됨으로써 변신이 불가피 하게됐고 이러한 여건변화에 따라 군사기구에서 정치적 기구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같이 동서가 서로 적의 개념을 희석시켜가고 있는 과정에서 새로이 추구되고 있는 것이 유럽의 신평화질서이며 이는 기존의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활성화로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동서독 통일의 축제가 벌어지던 지난 3일 뉴욕에서는 CSCE 35개회원국(동독의 소멸로 현재는 34개국) 외무장관들이모여 오는 11월19일부터 21일까지 파리에서 CSCE 정상회담을 열기로 확정 발표했다. 서유럽국가 전체(미국 캐나다 포함)와 알바니아를 제외한 동구권국가 모두가 참석하는 CSCE회담은 75년 「헬싱키선언」을 근간으로 하여 전유럽의 새로운 평화질서의 구축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이와 같이 새독일 출현 후 유럽의 안보구조는 기존의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겉모양새로는 계속 남아 있으며 대립적 관계에서 협력파트너의 관계로의 이행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와 곁들여 CSCE가 전유럽의 정치적 통합,즉 「유럽 공동의 집」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새로운 질서의 창조를 담당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이같이 유럽의 안보ㆍ정치적 새질서 마련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통일독일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통일독일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현실적인 두려움은 군사적인 면보다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동서독이 통일됨으로써 그들의 경제점유율은 전체 EC의 33%에 달하게 된다. 이는 현재를기준으로 파악해본 예상치에 불과하며 새독일이 군사력보유의 제한을 받게 됨으로써 군비지출이 적어 그만큼 경제력 팽창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타 유럽국가들은 새독일이 동구권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나갈 경우 독일이 경제적 패권주의로 빠져들 위험성이 많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CSCE를 중심으로한 전체유럽의 공동체창설 주장도 바로 이와 같이 안보적측면과 결코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는 경제적이유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통일독일의 첫 총리인 콜은 92년말로 예정된 EC의 경제통합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 콜은 한걸음 더 나아가 소련과 동구권까지를 포함한 전유럽경제권을 창설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새독일의 이같은 주장과 다짐들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통일독일 탄생으로 인한 경제적 측면에서의 유럽의 앞날은 아직은 안개속일 수 밖에 없다.
  • “슈퍼 게르만”…새로운 열강으로 부상/독일통일과 국제질서에의 파장

    ◎경제력 바탕,마르크화 블록 형성할 듯/안보리 상임국 확실… 정치입김도 막강 독일통일로 세계사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2차대전후 지금까지 동서냉전체제와 세계질서는 독일의 분할과 이에 기초한 유럽의 분할에 근거한 것이었다. 때문에 동독의 소멸과 새로운 통일독일의 출현은 독일이 냉전 이후 세계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그리고 새로이 탄생되는 세계질서는 어떤 모습일까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독일은 지난 1년간 그들의 힘과 영향력을 어떻게 구사할지에 대해서 거의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지금부터의 일이다. 독일통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거대 독일출현이 또 다시 침략의 역사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시각과 이제는 독일이 세계경제와 평화에 이바지 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으로 나뉘고 있다. 1871년 프로이센에 의한 독일통일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고 1933년 히틀러의 나치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점이 우려를 낳는 배경. 즉 통일된 독일은 우세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또 다시 중부유럽 더 나아가 유럽과 전세계를 제패하는 패권국가를 꿈꿀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통일독일이 과거와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세계경제발전과 평화유지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1ㆍ2차대전 당시 독일은 후발선진공업국으로서 영ㆍ불이 독점하고 있는 제국주의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무력사용이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독일도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몫을 차지하고 있으며 냉전체제는 무너지고 신질서는 창조되지 않아 독일의 역할에 따라서는 몫을 훨씬 늘릴 수 있을 만큼 국제환경이 바뀌었다. 또 당시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집단안보체제가 확립돼 있기도 하다. 아울러 사회경제적 불안과 건전한 시민사회의 결여가 전체주의 정권출현의 배경이 됐던 것과는 달리 현 독일은 「독일의 유럽」이 아니라 민주화된 「유럽의 독일」로 재탄생 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 1년간 독일이 통일과정에서 주변국의 우려,특히 국경선문제에 민감한 폴란드와 안보이익을 우선시하는 소련에대해 평화유지에 명확한 태도를 취해 온 것도 독일통일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독일통일이 냉전체제의 종식과 신질서 대두의 신호탄이라고 일컬어져 왔으나 아직 앞으로 창조될 새 국제질서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그려진 적은 없다. 따라서 통일독일이 새 국제질서 창조에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는 국내외적 요인과 사회경제적 여건을 쫓아 가늠해 보는 수 밖에 없다. 독일통일은 무엇보다 사회주의권의 패배와 연결되고 있다. 사회주의권내의 모범국가였던 동독이 서독과의 체제경쟁에서 완전패배,서독체제의 동으로의 확산을 받아들임으로써 앞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이 국제정치면에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하다. 사회주의권의 약세는 소련 내부 개혁과정과 맞물려 유럽내 세력관계의 완전한 기축이동 및 냉전체제하의 동서 균형상태의 절폐를 의미한다. 이미 지난 6월 바르샤바조약기구(WTO)가 군사적 집단안보기구에서 정치기구로 전환한데서 보듯이 동서 군사대결의 시대는 지나갔다. WTO의 최전선국가이자 핵심국가인 동독이빠져나감으로써 WTO는 눈동자를 잃은 셈이 됐으며 이의 반사작용으로서 NATO 또한 목표와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 하다. 동독등 동유럽지역으로 부터 소련군이 철수함으로써 독일에 대한 군사적 압력은 크게 덜어지고 집단안보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과정에서 독일은 고르바초프의 「유럽공동의 집」구상이나 중립화방안을 거부하고 나토잔류를 선택했다. 하지만 동유럽의 안정도 약속함으로써 독일이 앞으로 동서유럽의 교량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 물론 독일의 교량역할 수행에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인구 8천만,GNP 1조3천억 달러의 경제력은 유럽경제의 기관차로 유럽통합을 가속화시키는 한편 동구의 개방과 때맞춰 중부유럽에 마르크화 경제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서 블록경쟁시대로부터 평화공존의 시대,다변화시대로 접어듦으로써 개별국가간의 협조가 중요성을 더할 것이며 독일은 우수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유럽내에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독일의 행보를 결정짓는 데는 이밖에 독일내의 정세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은 지난 1년동안 소련의 전승국으로서의 간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나토잔류 결정을 내려 독자성을 과시해 왔다. 미ㆍ영ㆍ불도 점령국으로서의 권한행사보다는 독일의 주권을 존중하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이런 점에서 오는 12월에 치러지는 전독선거는 향후 독일정세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지난 동독선거에서 참패,서독 정치지도에서처럼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계속할지 의문시 되는 겐셔 외상의 자민당,서독지역에서 대두 가능성을 키워 온 공화주의 극우세력 등이 얼마나 지지를 획득하느냐,기민당이 걷고 있는 대서양주의(Atlanticism)를 사민당도 계속 수용할 것인가 등등 향후 유럽질서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많다. 여기에 동독지역은 서독과는 달리 동독이 독일민족의 고유한 문화,진보적 전통 등 긍정적 요소를 계승한 국가라는 민족주의적 정치선전과 반서방 반나토적인 정치선전이 되풀이 돼 왔기 때문에 중립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꽤 남아있는 상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선거를 통해 보여주는 결과는 독일이 장래에 크든 작든 영향을 줄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독일의 발언권은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이미 소련은 독일을 UN안보리의 6번째 상임이사국으로 천거,각국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확보된 국제적 지위,중부유럽을 뒷마당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경제력,45년간 과거와 단절한 채 쌓아온 민주적 기본질서 등 독일이 국제질서의 파괴자라기 보다는 신질서 창조의 주역으로 활동할 배경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 한반도 냉전탈피의 큰 걸음 내딛다

    ◎역사적 수교… 해외 시각/남북총리회담 때 평양반응 주목 일/한국의 유엔 단독가입에 큰 도움 미 ○일본 【도쿄=강수웅 특파원】 한국과 소련의 국교수립 합의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의 긴장완화를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일본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아시아의 신 질서」를 가속화시키는 것이며 앞으로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한국과 중국의 무역사무소 상호 설치,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 등과 함께 사실상의 남북한 교차승인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조일)신문은 『한소 국교수립은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정상회담에서 원칙적으로 합의된 사항이기는 하나 급템포로 이루어진 국교정상화 합의는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빙시키는 확실한 일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양국 관계는 앞으로 경제를 중심으로 각 분야에서 한층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소간의 무역량은 지난해 약 6억달러에 달했으나 올해는 상반기중 3억6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양국의 무역·항공협정도 최근 가조인되었으며 다른 경제관계협정도 가까운 장래 체결될 전망이라고 지적하고 한국은 5∼10년 동안 약 20억달러의 차관 등을 소련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흐름은 이데올로기보다 실리우선으로 움직여온 소련 및 동구의 개혁의 물결이 확실히 한반도에 밀려들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는 평양에서 오는 16일 개최되는 제2회 남북총리회담이 그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동경)신문도 해설기사를 통해 『한·소 국교수립은 대일 국교정상화를 제의한 「평양충격」으로부터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것이지만,이것도 또한차례 놀랄 만큼 빠른 템포로 실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매일)신문도 『이번 국교수립은 노·일전쟁에 의해 러시아와의 국교가 단절된 이래 85년 만의 일』 이라고 지적하고 『이것은 노태우 대통령에 의해 추진되어 온 북방외교의 최대의 성과』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김호준 특파원】 미국정부는 30일의 한·소 외교관계수립 공식발표는노태우 대통령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북방외교가 가시적인 결실을 맺은 것이며 동북아 정세 개선에 유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30일 뉴욕에서 한·소 수교합의에 관한 공식발표가 있은 후 미국이 그동안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국이 소련과 중국과의 관계증진 노력을 지원해온 점을 상기시키고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지는 1일 한소 국교수립은 북한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동북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위기에 몰린 소련경제를 북돋우는 데 무역과 투자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번 국교수립은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이 북한과 별도로 유엔 정식회원국이 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또 한소 국교수립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북한의 제1외교부 부장 강석주는 지난주 『한소 국교수립은 남북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던 점을 지적,이틀전 일본과관계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개최키로 했던 북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유럽 【파리=김진천 특파원】 유럽에서도 한·소 수교는 「하나의 사건」으로 비춰지고 있다. 소련의 대한 접근과 이에 따른 샌프란시스코 양국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소 수교는 벌써부터 예상된 수순으로 유럽에서는 받아들여져 왔다. 다만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로 내다봤던 유럽관계자들의 예상보다 다소 빨리 이뤄졌다는 것이 차이점일 뿐. 다분히 형식적이기는 하나 한·소 수교가 한반도의 평화,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기여할 것이며 아울러 남·북한 관계에도 모종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럽에서도 보편적인 것이다. 그런 가운데 유럽의 지배적인 시각은 한국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미약한 탓도 있지만 한·소 수교를 한국측의 노력보다는 소련의 방향전환으로 관측하는 것이다. 서유럽은 대체로 한·소 수교를 긍정적이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국내 각계의 기대·전망/단절의 한세기 청산… 한중접근에 연동효과/전방위 외교의 계기… 경협엔 신중 대처 필요 ◇노진식〈무역협회 부회장〉=경제인의 입장에서 시장개척의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품교역과 플랜트 수출,합작투자 등 여러가지 면에서 소련과의 경협이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대소경협이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소련경제나 시장이 우리나라와 수교했다고 해서 당장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두복〈외교안보연구원 교수〉=한소 수교는 유럽에서의 냉전체제 붕괴가 이제 동북아에서도 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소 수교는 또 북한에 대해 대내개혁과 대외개방을 위한 큰 압력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도 앞으로 대서방 관계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남북한과 주변강대국간의 관계가 발전하면 결국 교차승인의 현실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박영석〈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타의에 의해 단절됐던 한소 양국간의 국교관계가 8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의지로 다시 이어지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교관계를 성립시킨 것에서 끝나서는 안되고,앞으로의 정책수행에 있어서 한층 더 신중하고 완벽한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학문적 입장에서 그동안 어려웠던 노영지역에서의 독립운동관계 현지답사 등 독립운동사 및 한소 관계사 연구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정수〈국회외무통일 위원장·민자〉=북방외교정책 추진 이후 최대의 성과로 평가한다. 한소 수교가 북한을 개방시키는 외부압력의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촉진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운〈변호사〉=6·25전쟁 및 남북분단의 원인은 소련에게도 있었다. 그동안 남북 긴장관계의 배후에는 역시 소련과 중국이 북한의 종주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했음은 물론이다. 이번에 소련이 우리나라를 국가로 인정,국교를 맺은 것은 우리의 국제적 지위향상은 물론 북한의 대남전략을 바꾸게 하는 데도 큰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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