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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요란한 소나기/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요란한 소나기/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최근 3일 연속 전국에 우박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소나기가 쏟아져 불편을 겪는 이들이 많다. 특히 경북 문경을 비롯해 충주, 괴산, 음성 등지에서는 지름 2㎝가 넘는 우박이 쏟아져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고 한다. 이상기후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무더운 오후 늦게 규칙적으로 내리는 아열대 지방의 스콜과 달리 최근의 우리나라 소나기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은 채 산발적으로 내리는 것이 특징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다음달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는 장마 때까지 ‘요란한 소나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하니 코로나19 팬데믹에 무더위까지 이중삼중의 짜증을 안겨 주고 있는 셈이다. 더 우울한 소식도 전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가면 전 지구적인 폭염으로 대규모 참사가 초래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알려졌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 초안을 인용한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다음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이 대규모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내년 2월쯤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라는데 벌써 공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폭염은 열사병, 심장마비, 탈수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만큼 가볍게 볼 일이 결코 아닌 데다 이미 2003년에는 서유럽에서 폭염으로 5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도 기후변화가 금융권에 미칠 영향이 포함돼 있어 이채롭다. 이에 따르면 향후 예상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저감비용 등이 빠르게 상승, 2040년 이후부터 국내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50년쯤에는 국내총생산이 2020년 대비 최대 7.4%나 감소할 수 있다는 추정치도 산정했다. 물론 감축 노력과 기술 발달 정도에 따라 손실 규모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기후변화에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은행들조차도 예상치 못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기후 변화의 전 지구적인 연관성을 설명하는 데 ‘나비효과’라는 용어만큼 유용한 것은 없어 보인다. 브라질의 나비가 날개를 한 번 퍼덕인 것이 미국의 토네이도와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뜻이다. 지구 한쪽의 작은 자연현상이 언뜻 보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먼 곳의 자연과 인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니 작은 기상 현상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요란한 소나기가 잦은 것도 그저 무시할 수만 없는 현상은 아닐지, 기후변화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경고는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 우크라이나 금발 여인에 결혼 사기로 3억 가까이 날린 英 남성

    우크라이나 금발 여인에 결혼 사기로 3억 가까이 날린 英 남성

    영국의 자선기관 종사자가 우크라이나 여성에게 결혼 사기를 당해 평생 모은 돈의 3분의 2가량인 25만 달러(약 2억 8300만원)를 날렸다. 제임스(가명)란 52세 남성이 오뎃사에서 행복한 신혼 생활을 할 것이라고 믿고 많은 돈을 뜯긴 사연을 BBC가 200자 원고지 89장에 이르는 장문의 기사로 실어 이를 간추린다. 제임스에게 달콤한 유혹을 건넨 이는 무려 스무살 아래 금발 여성 이리나였다. 2017년 여름 초입에 흑해가 바라보이는 빌라 오트라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리나의 부모와 60명의 하객들이 박수로 축하해줬다. 실은 제임스도 가짜인줄 알고 올린 예식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 영유권 때문에 전쟁을 벌였을 때 생겨난 고아들을 돌보기 위한 프로그램을 짜려고 제임스는 우크라이나에 와 율리아란 통역과 함께 일했다. .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율리아는 친구 한 명을 만나보라고 권했다. 당시 32세였다. 도네츠크 출신이라고 했다. 전쟁 전부터 어렵게 지내왔다고 했다. 두 차례 결혼에 실패했기 때문에 다시는 우크라이나 남성과 엮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둘은 글자 그대로 타올랐다. 며칠 밤을 연거푸 함께 보냈다. 서로의 언어를 몰라 율리아가 일당 150달러씩 받고 둘의 달콤한 말을 옮겨줬다. 하지만 케미가 잘 맞는다고 제임스는 생각했다. 밤 시간을 보내도 잠자리만은 한사코 마다했다. 제임스는 가정 교육이 잘 됐구나 싶었다. 결혼식 8개월 전 약혼식을 같은 장소에서 치렀는데 휘트니 휴스턴의 발라드 ‘쿠드 아이 해브 디스 키스 포에버(Could I Have This Kiss Forever)’를 함께 흥얼거렸다. 처음 만난 지 11개월 되던 때였다.이리나가 영국으로 건너가 살 꿈도 있는 것 같아 영어 수강료를 지불했다. 대사관 직원과 얘기해보니 이민 수속과 심사에만 몇년이 걸릴 것 같았다. 해서 자신이 오뎃사로 이민가는게 낫겠다 싶었다. 직장을 그만 두고 집을 팔았다. 함께 살 집을 오뎃사에서 구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영국에서 현금을 갖고 우크라이나로 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도 가장 부패한 나라였고 금융 스캔들도 많은 곳이었다. 돈세탁으로도 한계가 따랐다. 해서 20만 달러를 이리나에게 송금하겠다고 했더니 친구이며 웨딩 플래너인 크리스티나의 회사 계좌로 보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리나는 크리스티나와 합법적으로 결혼해야만 돈을 합법적으로 인출할 수 있다고 했다. 법원에 가서 10분만 하면 결혼도 이혼도 금방 된다고 했다. 제임스가 망설이는 듯하자 이리나는 바이버 문자로 “완전 혼란스럽다. 당신이 우리 친척들 앞에서 날 창녀처럼 보이게 하고 싶은가 보다”고 압박했다. 크리스티나와 바로 이혼하면 이리나와 재혼하면 된다고 했다. 제임스는 어쩔 수 없이 따랐다. 이리나는 뛸 듯이 기뻐했다.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결혼한 날 밤 정신을 잃고 쓰러져 다음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이리나의 어머니와 술을 마셨는데 약을 탄 것이었다.바보처럼 당한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 영국의 누구, 심지어 가족에게도 이런 얘기를 털어놓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을 찾아가 호소했더니 대놓고 비웃어 댔다. 믿기지 않는 얘기라 BBC는 이리나가 이용한 은행 서류와 공식 기록들, 사건에 연루된 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꼼꼼히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서유럽 국가의 어리숙한 남성을 등쳐 먹는 사기 사건이 빈발하고있다. 이 도시에서 BBC 기자가 만난 사립탐정은 순진한 남성들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불법도 서슴찮는다고 당당히 주장했다. 결혼식 날 저녁 곧바로 둘은 은행에서 인출했다. 알고 보니 아파트는 20만 달러가 아니라 6만 달러였고, 더욱이 자신만의 소유가 아니라 크리스티나 이름으로도 돼 있었다. 모든 예식 비용 2만 달러는 역시 제임스가 지불해야 했다. 이리나는 제임스를 처음 만나기 석달 전인 2015년 8월에도 남편 안드리이 시코프와 결혼한 상태였고, 크리스티나 역시 데니스와 결혼한 상태였다. 둘이 함께 사기를 칠 때는 이혼했다가 사기극이 끝나면 결혼하는 사이였다. 제임스는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몸이 안 좋다고 입원한 이리나에게 입원비 1만 2000달러까지 부쳤다. 친한 우크라이나 사람이 개입해 아파트 시가가 부풀려지는 등 속았다고 알려줬다. 제임스는 어떻게든 빼앗긴 돈을 되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나라 경찰은 대놓고 뇌물을 요구하며 결혼 사기 수사를 미적거리고 있다. 해서 사립탐정을 고용하렸더니 그도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요구했다. 이리나와 크리스티나는 경찰 신문에서 당당히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항변했다. 제임스는 숱한 증거들을 제시했으나 경찰은 어떤 혐의로도 여자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이 긴 기사를 읽은 이들이 “뭐 이런 바보가 다 있어?”라고 되묻겠다고 BBC 기자가 묻자 제임스도 “그들이 옳다”고 인정했다. 다른 사람이 우크라이나 여인과의 로맨스란 헛된 꿈에 농락되지 않았으면 하는 뜻에서 인터뷰에 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영국 외교부가 마치 그의 경험을 반영이라도 한 듯 우크라이나에 여행 갈 때 결혼 사기에 유의하라고 주의령을 내린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페이스북·아마존 등 조세회피 차단… 과세대상 조율 등 곳곳 난제

    페이스북·아마존 등 조세회피 차단… 과세대상 조율 등 곳곳 난제

    구글코리아는 싱가포르 통해 편법 탈세한국보다 법인세율 10.5%P 낮은 점 이용 美·유럽 과세 논의 이후 8년 만에 대타협 디지털세 지속·아일랜드 반발 등 과제도G20재무 회의 거쳐 OECD서 최종 결정올해 4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구글(Google)의 한국법인인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약 22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구글코리아의 실적 공개는 2006년 법인 설립 이후 최초로, 올해부터 해당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마지못해 한 발표였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서 추정하는 연간 매출 규모(5조~6조원)의 몇십분의1에 불과한 액수였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국내에서 올린 소득의 대부분을 국세청이 아닌 싱가포르 과세당국에 신고하고 있는 탓이었다. 법인세율이 27.5%(지방세 포함)인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는 17.0%로 아시아 최저 수준이란 점을 노린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대부분 미국계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IT 공룡들에게 일반화된 조세 회피 수법이다. 그러나 지난 5일(현지시간) 합의된 주요 7개국(G7) 국제조세 개혁안이 발효되면 이러한 얌체경영에 일정 수준 제동이 걸리게 된다.이번 G7 재무장관 공동성명에 담긴 국제 조세 체계 개선책의 골자는 ▲개별 국가들은 실효 법인세율을 최소 15% 이상으로 설정할 것 ▲영업이익률 10% 초과이익 중 일부는 실제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납부할 것 등 2가지다. 이번 G7 재무장관 회의 의장으로서 합의 도출을 주도한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이번 합의로 기업들에 공평한 경기장이 마련되고 세금을 낼 곳에서 정확하게 납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과 유럽이 8년간의 힘겨루기 끝에 도달한 대타협의 산물이다. 대형 IT 기업에 대해 과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는 2013년에 처음 시작됐다. 유럽 회원국들은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규제 신설에 적극적이었지만, 미국이 자국 기업 보호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디지털 서비스세’라는 명목의 세금을 만들어 과세하기 시작했다. 올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막무가내로 타협을 거부했던 전임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최저 법인세율 15%’의 타협안을 제시했고, G7 차원의 대화가 다시 본격화됐다. 제도 개선의 핵심 타깃인 미국 IT 대기업들은 표면적으로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의 닉 클레그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국제 조세 개혁이 성공하기를 바라며 이것이 우리가 다른 지역에서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대변인은 “각국이 협력해 균형 잡히고 지속적인 합의를 곧 완료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이번 합의는 다음달 G20 재무장관 회의를 거쳐 가을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영국 등의 디지털세 지속 여부, 과세대상 기업의 조건 등 세부사항이 추가로 정리돼야 한다. 걸림돌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특히 구글이 이용한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처럼 낮은 법인세율을 통해 막대한 세금 수입을 거둬 온 국가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인구 500만명의 소국인 아일랜드는 서유럽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로 구글과 애플 등의 유럽본부를 유치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OECD 회원국 평균(2020년 기준 21.5%)보다 9% 포인트나 낮다. 지난해 법인세로만 약 118억 유로(약 16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파스칼 도노호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최저 법인세율이 규정되면 법인세수의 20%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우리의 법인세율을 지키기 위해 미국 및 유럽연합 회원국들하고 계속 협의하겠다”고 자국 언론에 밝혔다. 서울 김태균 선임기자·워싱턴 이경주 특파원windsea@seoul.co.kr
  • 과학자들이 보는 ‘다음 코로나 발원’ 유력 국가는? (연구)

    과학자들이 보는 ‘다음 코로나 발원’ 유력 국가는? (연구)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원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존재하는 가운데, 다음 코로나 팬데믹의 위험을 경고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확한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다수의 과학자들은 말발굽 박쥐(중국관 박쥐)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미뤄, 이러한 바이러스를 가진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결국 팬데믹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뿐만 아니라 비늘개미핥기로 알려진 천갑산과 같은 동물이 중간 숙주 역할을 하면서, 박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중간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을 것이라는 연구도 여러 차례 공개돼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이탈리아 밀라노의 폴리텍대학, 뉴질랜드 매시대학 공동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말발굽 박쥐의 이동 경로와 서식지를 전 세계의 토지사용 패턴과 비교 분석했다.그 결과 바이러스의 천연숙주로 지목돼 온 말발굽 박쥐의 서식지와 이동 경로는 서유럽에서 동남아시아까지 넓게 퍼져 있으며, 이중 일부 지역(또는 국가)은 박쥐 종에 유리한 토지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쥐는 일반적으로 난대림과 아열대 등의 환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말발굽박쥐의 이동 및 서식으로 차기 코로나 팬데믹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핫스팟’은 육류 소비 증가로 인해 축산 산업이 확장돼 있는 중국에 밀집해 있다고 밝혔다. 산림이 파괴되고 육류를 위한 축산 산업이 밀집할 경우 온실가스가 증가하고, 이것이 박쥐가 선호하는 산림 서식지의 성장을 촉진했다는 것. 지난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도 이러한 배경 탓에 중국 남부가 박쥐 매개 코로나바이러스의 핫스팟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었다. 이번 논문에 따르면 일본 일부 지역, 필리핀 북부 및 중국 상하이 일부 지역은 산림 파괴가 심하고 박쥐가 선호하는 서식지로 변모하면서 핫스팟이 될 위험이 있다.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및 네팔 동부와 인도 일부 지역 역시 가축 생산 증가로 인해 핫스팟으로 전환 될 가능성이 높다.연구진은 “자연서식지에 대한 인간의 침입은 생물 다양성을 줄임과 동시에 간접적으로 동물로 인한 질병의 노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는 야생동물에게서 인간으로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 경로를 직접 추적할 수는 없었지만, 토지이용 변화와 바이러스를 옮기는 박쥐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토지 이용의 변화는 탄소 저장량 물 가용성과 같은 자원에 대한 영향 뿐만 아니라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면서 “산림파괴와 농업 및 가축 생산 지역에의 인간 활동 등 토지 사용의 변화가 우리 환경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인간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에 동물관련 질병의 노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푸드’ 최신호(5월 31일자)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와우! 과학] 숙주의 수명을 늘려주는 기특한 기생충이 있다?

    [와우! 과학] 숙주의 수명을 늘려주는 기특한 기생충이 있다?

    기생충은 기본적으로 숙주의 영양분을 가로채 삶을 유지하기 때문에 숙주에 해롭다. 물론 숙주가 죽으면 기생충도 살 수 없기 때문에 일부 기생충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지만, 어떤 기생충이든 숙주 건강에 좋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현대인의 기대 수명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위생적인 환경과 안전한 식품 덕분에 기생충 감염이 획기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의 과학자들은 뜻밖에도 숙주의 수명을 늘려주고 노화를 막아주는 이상한 기생충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서유럽에 서식하는 개미 중 하나인 템노소락스 닐란데리 (Temnothorax Nylanderi)를 연구하던 중 이 개미의 장내에 기생하는 조충(학명 Anomotaenia brevis)과 관련된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기생충에 감염된 개미는 나이가 들어도 노화의 징후가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명도 건강한 개미보다 매우 길었다. 58개 군집을 3년간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감염된 개미 중 53%가 관찰 기간 중 생존한 반면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개미는 모두 죽었다. 일개미의 수명이 보통 짧다는 점을 생각하면 3년이나 살았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연구팀은 이 이상한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감염된 개미의 행동과 운명을 조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감염된 개미는 건강한 일개미처럼 먹이를 찾기 위해 둥지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개미굴에 머무르면서 게으름을 피웠다. 그런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감염된 개미는 천적 중 하나인 딱따구리에 쉽게 잡아 먹혔다. 연구팀은 이 대목에서 모든 의문점을 풀 수 있었다. 감염된 개미는 20년이나 살 수 있는 여왕개미와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 수명이 증가하고 노화도 천천히 일어난다. 그리고 다른 일개미가 가져오는 먹이를 축내며 개미굴에서 빈둥빈둥 지낸다. 이것은 종숙주인 딱따구리에 잡아 먹히기 쉽게 만들기 위한 기생충의 전략이다. 감염된 개미는 딱따구리가 개미굴을 파헤치고 먹이를 찾을 때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잡아 먹힌다. 딱따구리 몸에 건너간 기생충은 여기서 알을 낳아 딱따구리의 배설물과 함께 지상으로 배출한다. 그리고 알은 우연히 오염된 땅을 지나던 개미를 감염시키는 것이다. 중간 숙주의 행동을 조절해서 종숙주에 쉽게 잡아 먹히게 만드는 기생충은 여럿 알려졌지만, 수명까지 늘리는 기생충은 보기 드물다. 숙주를 자기 뜻대로 조종하는 기생충의 놀라운 진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임창용 칼럼] 모병제, 포퓰리즘 논란을 넘어

    [임창용 칼럼] 모병제, 포퓰리즘 논란을 넘어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병제 도입을 공약했다. 언제까지 청년들을 헐값에 강제징병할 수는 없다, 군에 가고 싶은 사람에게 파격적 대우를 해줘 엘리트 정예 강군으로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당장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현 가능성 없는 입술서비스로 2030표나 좀 얻어 보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했다. 4·7 보궐선거에서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으로부터 버림받은 처지이니 이런 조롱이 나올 만도 하겠다. 모병제 도입은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진보와 보수 등 정치 이념이나 진영과도 크게 관계가 없었다. 가까이는 2016년 남경필 당시 경기지사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모병제론에 불을 지폈다.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김두관 후보가 공약으로 모병제를 주장했다. 그보다 훨씬 앞선 2007년 제17대 대선에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임기 내 모병제 도입 기반 마련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모병제가 대선 때마다 소환되는 이유는 뭘까? 진 전 교수의 지적대로 단지 20대 남성들의 표심 때문일까? 그저 ‘정치장사’에 불과한 것일까? 이런 부정적 해석도 일리는 있다. 요즘 군가산점제나 남녀평등복무제 등 이대남들을 겨냥한 주장들이 난무하는 것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난 모병제에 관한 한 좀 긍정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싶다. 여러 정치인들이 모병제를 들고나왔지만 선거에서 실속을 챙긴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대권을 거머쥔 이도 없다. 단지 표심만을 겨냥한 공약이라기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대선 때마다 모병제가 소환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노동집약적 군대에 적합했던 징병제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현대전은 보병 위주로 치러지지 않아 대군은 외려 첨단 군 운영에 부담이 된다고 한다. 전투의 승패는 첨단 무기를 앞세운 작전에 거의 좌우된다. 반면 보병 위주의 지상군 작전은 전투를 마무리지을 때나 소규모 특수전에서나 유용하다. 서유럽에선 2000년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징병제가 모병제로 대체됐다. 동유럽 국가들도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상당수가 모병제로 바뀌었다. 게다가 우리는 절실한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인구 급감에 따른 징병 자원 부족 문제다. 1970년대 한 해 출산 100만명 시대에서 이젠 20만명대 시대가 됐다. 반면 최장 36개월에 달했던 군복무 기간은 현재 18개월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부터는 매년 2만~3만명의 현역 자원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모병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못 배우고 돈 없는 소외계층 젊은이들만 군대에 갈 것이라는, 즉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미국이나 유럽의 군대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선 모병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다양한 인센티브로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급여나 복지 체계를 공무원 못지않게 설계하고, 복무 후엔 군 경력에 대한 사회적 보상 등을 후하게 하면 된다. 인센티브가 강력하면 모병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사회적 불평등보다는 선택의 자유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산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데 현재의 병사 유지 및 조직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감안할 때 병력을 30만명 수준으로 줄일 경우 추가 예산 없이도 모병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한국군 병역 제도의 모병제로의 전환 가능성 연구’, 2018, 이동환·강원석)도 있다. 모병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시기상조라는 반박이 따라붙었다. 예산과 국민적 합의 문제, 강압적 병영문화 등이 주된 이유였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상당히 개선됐다. 지난해 KBS의 설문조사에선 국민의 61%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언제까지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뇌어야 할까. 박용진발 모병제 이슈가 포퓰리즘적 저의에서 나왔는지 여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그 의도만 따지다 보면 이전처럼 소모적 정치공방에 머물다 사그라들 수 있다. 누가 들고나왔든 모병제 채택 여부는 이제 더이상 늦춰선 안 되는 국가적 어젠다가 돼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 진지한 논의와 공론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sdragon@seoul.co.kr
  • 한국 백신 접종률 2%대…OECD 37개국 중 35위 최하위

    한국 백신 접종률 2%대…OECD 37개국 중 35위 최하위

    ‘코로나 청정국’ 뉴질랜드 빼면 일본 다음으로 낮아…전세계 63위1위 이스라엘 62%, 2위 영국 48%1년 1개월만…사망자 300만명 넘어전세계 누적 확진자 1억 4000만명 한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국 가운데 35위로 사실상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의 없어 ‘코로나 청정국’으로 불리는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일본만 유일하게 우리보다 접종률이 낮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3월 11일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지 1년 1개월만에 이 전염병으로 숨진 사망자가 전세계에서 30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보고된 확진자 누적수도 1억 4000만명에 달한다. 인구 대비 접종률 한국 2.95%인구 100만 이상 128개국 중 63위 칠레 등 상위 10개국 중 6개국 中백신 접종 19일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인구 대비 최소 1회 접종률에서 한국은 2.95%를 기록해 인구 100만명 이상인 나라 128개국 가운데 63위를 차지했다. 접종률은 이스라엘(61.7%)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영국(48.2%), 칠레(40.1%), 미국(38.7%), UAE(35.2%), 바레인(34.8%) 등이 뒤를 이었다. 벨기에(14위), 오스트리아(15위), 스페인(17위), 독일(18위), 프랑스(20위) 등 확진·사망자 순위가 높았던 서유럽 국가의 백신 접종률이 높은 편이었다. 한국은 인구 100만 이상 국가 순위에선 중위권이었지만 OECD 회원국 37개국 가운데는 35번째로 하위권이었다. OECD 회원국 중 뉴질랜드와 일본이 한국보다 접종률이 낮았다. 접종률 상위 10위 국가 중 가운데 칠레, UAE, 바레인, 헝가리, 우루과이, 세르비아 등 6개국은 중국산 백신을 도입한 곳이다. 이날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52일간 전 국민(5200만명)의 2.92%가 1차 접종을 마쳤다.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총 151만 7390명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사람이 100만 258명이고,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람은 51만 7132명이다.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 한국 157개국 중 110위 ‘확진자 최다’ 체코 15만명 한국은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비교적 하위권에 속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인구 100만이 넘는 나라 157개국 가운데 한국의 100만명당 누적확진자는 18일 현재 2224명으로 110위에 하위권에 해당한다. 인구 100만명당 누적확진자가 가장 많은 곳은 체코(약 15만명), 슬로베니아(약 11만명), 미국(약 9만 7000명), 바레인(약 9만 4000명), 이스라엘(약 9만 1000명), 스웨덴(약 8만 9000명) 순이다. 네덜란드(10위), 벨기에(12위), 프랑스(13위), 스위스(20위), 영국(29위) 등 서방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 국가도 인구 대비 누적 확진자 수가 많은 편이었다. 한국보다 인구 대비 누적 확진자수가 적은 47개국 중 33개국이 검사와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되는 아프리카 대륙 나라와 내전 중인 시리아, 예멘이었다. 이들을 제외하면 호주(126위), 뉴질랜드(144위), 대만(154위) 등이 하위권에 속했다.100만명당 누적 사망자 수 한국 35명, 112번째 뉴질랜드·싱가포르 사망자 적어 인구 100만명당 누적 사망자수를 보면 한국은 35명으로 집계돼 112번째였다. 체코(2651명)가 가장 많았고, 헝가리(2612명),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2천386명), 불가리아(2천200명) 등 동유럽 국가가 뒤를 이었다. 벨기에(6위), 이탈리아(9위), 영국(10위), 미국(11위), 스페인(15위), 프랑스(19위) 등 서방 선진국도 인구 대비 사망자수가 상위권이었다. 브라질(12위), 페루(13위), 멕시코(17위), 파나마(20위) 등 남미 지역 국가도 사망자수가 많은 편이었다. 호주(113위), 싱가포르(146위), 뉴질랜드(147위) 등이 인구 대비 사망자가 적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돌고 도는 역사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돌고 도는 역사

    서양 문명의 원조인 그리스 문명을 그리스인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순전히 독자적으로 이룩한 업적이라고 믿은 적이 있었다. ‘유럽중심주의’ 또는 ‘유럽쇼비니즘’이다. 유럽중심주의적 시각에서 그리스는 백인들의 우월한 역사가 시작된 자궁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오늘날 그리스 문명을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독자적 문명으로 보는 연구자는 없다. 고대 세계에서 처음으로 문명의 불을 밝힌 건 메소포타미아·이집트였다. 두 문명이 빛을 발할 때 그리스는 후미진 변방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스인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오리엔트 문명을 받아들여 그리스 문명을 탄생시켰고, 알렉산드로스는 그것을 동부지중해에 확산시켰다. 헬레니즘 문명의 등장이다. 그리스 문명이 떠오르자 오리엔트는 주변부로 가라앉는다. 헬레니즘 문명이 동부지중해에서 화려한 꽃을 피울 때, 이탈리아 반도의 로마는 어두컴컴한 변방이었다. 그러나 포에니전쟁으로 서부지중해를 장악한 로마가 이어 동부지중해를 정복하고 헬레니즘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다. 이렇게 천 년을 지속한 로마는 5세기에 멸망한다. 로마 멸망 후 로마가 수용한 그리스 문명의 물줄기는 이슬람 세계로 흘러간다. 이슬람 문명은 그리스의 학문과 철학을 대대적으로 아랍어로 번역하고, 여기에 독창성을 가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750년에서 900년 사이에 아랍어로 완역됐다. 이슬람 문명이 세계사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다. 로마 멸망 후 5세기 동안 변방에 머물던 서유럽은 11세기 십자군원정 이후 아랍인과 교류하면서 이슬람의 선진 문명에 경악한다. 그들은 이슬람 학자들을 스승으로 받들고, 아랍어로 번역된 그리스 고전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일에 몰두한다. 12세기를 ‘번역의 세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리스어를 라틴어로 번역할 수 없어서, 그리스어→아랍어→라틴어로 중역(重譯)했다. ‘대학’이 설립된 것도 이 무렵이다. 지적 자극과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차오른 시기였다. 그 결과 1300년경 서유럽은 이슬람을 추월한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한 서유럽은 14세기 흑사병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16세기에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대륙으로 뻗어나간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다. 21세기가 밝았다. 태평양 건너 동아시아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전성기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 유럽 “AZ 부작용보다 접종 중단이 더 위험”

    유럽 “AZ 부작용보다 접종 중단이 더 위험”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일부에게 혈전이 발생한 뒤 유럽에서 백신 접종 중단이 잇따르자 전문가들이 “접종 중단이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다시 경고에 나섰다. 유럽의약품청(EMA)은 16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의 위험성보다 백신을 맞는 이익이 더 크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에머 쿡 EMA 청장은 혈전 부작용 사례에 대해 “현재까지 백신 접종이 이 질환을 유발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했다. EMA 안전성위원회는 18일 회의를 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에 대한 인과성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MA 발표에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에 동참하는 국가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또 지난 7일 오스트리아와 발트 3국 등이 특정 제조단위(batch) 물량에 한해서만 접종을 중단한 데 비해, 11일 덴마크를 필두로 접종 중단에 동조한 서유럽 국가들과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등 16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전부 멈추는 조치를 취했다. 각국은 안전성 검증을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 접종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약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이 오히려 집단면역 형성에 중장기적 손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혈전을 일으킨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백신이 혈전을 만들었는지 확실치 않다는 과학적 사실에 관계없이, 당국이 접종 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로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국제혈전지혈학회(ISTH)는 성명을 내고 “현재 모든 자료를 토대로 우리는 백신 접종의 이익이 잠재적 합병증의 위험보다 크다고 본다”며 “이는 혈전 내력이 있거나 혈액응고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영국 레딩대 심장·신진대사 연구소의 존 기빈스 소장은 CNN 방송에서 정맥혈전증에 대해 통상 1000명당 1~2명이 앓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백만 명을 접종하면 불가피하게 접종자 중에도 혈전 사례가 몇 건 나올 것”이라며 “그 자체로는 백신과 혈전 간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2000년 만에 살인적인 가뭄 온 유럽’기후 재앙’ 현실로

    2000년 만에 살인적인 가뭄 온 유럽’기후 재앙’ 현실로

    유럽이 지난 2000여 년 중 가장 최악의 가뭄에 직면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로마 시대에 서식했던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하고, 이를 살아있는 나무와 비교·분석해 기후의 변화 과정을 뒤쫓았다. 로마 시대의 기후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이용된 것은 당시 우물 건설에 사용했던 자재의 잔해다. 중세 시대의 기후는 강 퇴적물에 보존돼 있던 참나무를 통해, 지난 100년간 근현대의 기후는 살아있는 오크나무 147그루의 나이테를 통해 추적했다. 일반적으로 나이테를 이용한 연구는 너비와 밀도를 이용해 기온을 추정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탄소와 산소의 동위원소를 측정해 당시 수분이 얼마나 존재했는지를 추론하는 방식이 이용됐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유럽이 가장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시기는 16세기 초인데, 분석 결과 당시보다 현재의 가뭄 정도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3년과 2015년, 2018년 유럽의 여름은 지난 2110년 동안 발생했던 그 어떤 가뭄 현상보다 더욱 심한 가뭄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연구진은 유럽에 닥친 살인적인 가뭄의 원인 중 하나로 인간 활동을 꼽았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극심한 고온 및 가뭄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것. 연구를 이끈 케임브리지대 울프 뷘트겐 교수는 “지난 2000년 동안 이렇게 극심한 가뭄은 없었다는 것이 연구로 증명됐다”면서 “기후변화가 발생하면 극단적인 기상이 자주 나타나고, 농업과 생태계,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03년 가뭄 당시 유럽에서는 7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2019년 발표된 ‘자연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생산의 25%를 차지하는 서북미와 서유럽, 서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의 폭염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다. 기후변화는 겨울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10월 3일 영국의 강수량은 1891년 이래 가장 많았으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2100년까지 유사한 집중호우가 10배 이상 자주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지구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럽 1위’ 루마니아 바이올린 장인들, 중국산·후계자 문제로 고심

    ‘유럽 1위’ 루마니아 바이올린 장인들, 중국산·후계자 문제로 고심

    루마니아에서 ‘바이올린의 도시’로 유명한 레긴의 한 공방에서 한 장인이 선반에 진열해둔 여러 바이올린 중 몇 점을 꺼내 자랑스럽게 바라본다. 그는 30여 년 전부터 명성을 쌓아온 세계적인 바이올린 제작자 바실레 글리가로, 그의 공방에는 1년에 단 몇 점의 악기만을 만들어내는 숙련된 장인들이 일하고 있다. 29세였던 1988년 아파트 골방에서 처음으로 바이올린 2점을 만들었다는 글리가는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방을 운영했다. 지난해에는 바이올린부터 콘트라베이스까지 현악기 5만 점을 판매했다. 이중 루마니아 현지 고객에게 판매된 사례는 2%에 불과했다. 이는 글리가 공방의 바이올린이 예후디 메누인 등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사용할 만큼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글리가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성공 비결은 간단하다”면서 “영혼의 일부를 악기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루마니아가 EU 밖으로 수출한 바이올린은 EU에서 1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 업계의 많은 장인이 그렇듯, 글리가는 “난 멸종위기 동물과 같은 처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감을 드러냈다.이는 루마니아의 유명한 현악기 장인들이 현재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중국산 등 저가 제품과의 경쟁이고 그다음은 전통을 이어갈 견습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버질 반딜라라는 이름의 한 장인이 운영하는 공방은 글리가의 공방과 반대로 규모는 작지만 현재 7명의 장인이 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딜라는 사실 레긴에는 거리마다 한두 명의 현악기 장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현재 반딜라의 가장 큰 우려는 자신의 비법을 전수할 후계자를 찾을 수 있을지 여부다. 그는 현재 일하고 있는 장인들에 대해 “우리 모두 1970년대생이지만, 우리 다음에는 아무도 없다”고 털어놨다. 이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루마니아에서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서유럽 등으로 이주한 것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글리가 역시 바이올린 제작은 힘든 과정임을 인정한다. 그는 “품질이 뛰어난 바이올린의 제작 기간은 1년에 걸쳐 300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재료로 쓰이는 나무는 5년간 건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바이올린에 사용하는 목재는 최상의 품질을 요구한다. 레긴이 높게 평가되는 요인 중에는 주변 숲에 오래된 단풍나무가 많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이들 목재에 관한 수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악기를 수출하고 있는 중국의 바이올린 제조업체에서 상당하다. 현지 중개인에게 유럽산 목재를 사들여 이윤을 붙여팔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만드는 바이올린은 1점에 30유로(약 4만원) 안팎에 팔리지만, 루마니아의 바이올린은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 글리가 바이올린의 가격은 초보자 모델의 경우 약 200달러(약 22만원), 전문가 모델은 몇백에서 몇천 달러(몇십만에서 몇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럽 코로나19 감염 재증가 경고

    유럽 코로나19 감염 재증가 경고

    WHO 유럽 사무소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를 포함해 53개국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신규 확진자가 늘어 지난주 신규 확진자가 9% 증가한 1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증가세는 중·동부 유럽을 비롯, 서유럽 국가에까지 분포했는데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폴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헝가리는 지난 4일 신규 확진자 6278명으로, 지난 3개월 새 하루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코는 전국 병원의 부담이 커지면서 독일, 스위스 등 주변국에 환자 치료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WHO는 무엇보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와 대응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는 유럽 43개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것은 26개국, 브라질과 일본에서 발견된 것은 15개국에서 보고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을 2차 모두 접종한 영국인들은 5월 1일부터 키프로스 여행을 갈 수 있게 된다고 더 타임스 등이 이날 보도했다. 2019년 키프로스를 방문한 영국인은 100만명 이상으로, 키프로스의 최대 고객이다. 이번 조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맞은 경우만 적용되고 도착 후 자가격리와 검사도 면제된다. 앞서 그리스도 백신을 맞은 영국인들에게 문을 열겠다고 제안했으나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리스와 키프로스는 이스라엘과도 백신 상호인정 협정을 맺었다. 영국에서는 오는 4월 12일부터 숙소에 머무는 여행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바닷가 주변 숙소 예약이 급증하고 요금이 지난 해 여름보다 평균 35%나 뛰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유럽에 코로나19 감염 재증가 경고

    유럽에 코로나19 감염 재증가 경고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사무소가 유럽에서 6주 연속 감소하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은 데 대해 경고를 보냈다고 dpa 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WHO 유럽 사무소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를 포함해 53개국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신규 확진자가 늘어 지난주 신규 확진자가 9% 증가한 1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증가세는 중·동부 유럽을 비롯, 서유럽 국가에까지 분포했는데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폴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헝가리는 지난 4일 신규 확진자 6278명으로, 지난 3개월 새 하루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코는 전국 병원의 부담이 커지면서 독일, 스위스 등 주변국에 환자 치료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WHO는 무엇보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와 대응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는 유럽 43개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것은 26개국, 브라질과 일본에서 발견된 것은 15개국에서 보고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을 2차 모두 접종한 영국인들은 5월 1일부터 키프로스 여행을 갈 수 있게 된다고 더 타임스 등이 이날 보도했다. 2019년 키프로스를 방문한 영국인은 100만명 이상으로, 키프로스의 최대 고객이다. 이번 조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맞은 경우만 적용되고 도착 후 자가격리와 검사도 면제된다. 앞서 그리스도 백신을 맞은 영국인들에게 문을 열겠다고 제안했으나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리스와 키프로스는 이스라엘과도 백신 상호인정 협정을 맺었다. 영국에서는 오는 4월 12일부터 숙소에 머무는 여행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바닷가 주변 숙소 예약이 급증하고 요금이 지난 해 여름보다 평균 35%나 뛰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현대글로비스, ‘중국-유럽’ 물류 비단길 놓는다

    현대글로비스, ‘중국-유럽’ 물류 비단길 놓는다

    현대글로비스가 중국의 최대 물류 회사 ‘창지우’와 손잡고 중국과 유럽을 오가는 물류 사업에 나선다. 현대글로비스는 3일 폴란드에 있는 유럽법인 자회사 아담폴의 지분 30%를 창지우에 매각하는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1997년 설립된 창지우는 완성차 물류, 신차 판매, 특장차 생산, 자동차 금융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2019년 그룹의 전체 매출은 약 7조원이다. 당시 중국에서 생산된 60여개 자동차 브랜드의 완성차 320만대를 육상과 철도로 운송했다. 본사는 베이징에 있다. 현대글로비스 유럽법인이 2014년 인수한 아담폴은 폴란드 동부 국경 인근 말라쉐비체에 철도 화물 환적 시스템을 갖춘 기차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횡단철도(TCR) 운송 물량을 대거 확보한 창지우와 협업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TCR은 중국 각지에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를 거쳐 유럽 각 지역으로 연계되는 철도 노선이다. 중국·유럽과 CIS 국가들은 서로 다른 궤간(두 레일 간격)을 사용하고 있어 추가 환적이 필요하다. 연간 4100FEU(1FEU=4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물량을 블록트레인(급행화물열차)에 실어 중국과 유럽을 오가는 창지우의 기차가 아담폴의 말라쉐비체 환적 시스템을 전용으로 이용하면 화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일정 관리도 편해진다. 앞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창지우와 함께 중국∼유럽 철도 운송 전문 브랜드 ECT(Euro China Train)를 론칭할 예정이다. ECT를 통해 향후 시안과 충칭 등 중국 내륙 도시에서 출발해 폴란드를 거쳐 독일과 영국 등 서유럽과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까지 닿을 수 있도록 운송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말라쉐비체와 북부 항구 도시인 그단스크를 직접 연결하는 철도 물류 루트를 개척할 계획이다. 그단스크에 철도와 해상을 잇는 항만 물류 인프라도 완비하고 있어 ECT를 이용하면 폴란드에서 발트해를 통해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영국까지 해상으로 화물을 바로 운송할 수 있다. 운송 기간은 기존 TCR 노선보다 평균 4일 정도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해운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철도가 유럽행 물류 운송의 대안으로 떠오른 만큼 ETC가 강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중국에서 유럽으로 40피트 컨테이너 하나를 운송할 때 철도는 3800∼6000달러, 해상은 800∼2500달러가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럽 노선의 해운 운임은 6개월 사이 170%나 올랐다. 현대글로비스는 자사의 자동차 물류 노하우와 창지우의 중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럽과 중국의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양사는 최근 공동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완성차를 독일 딩골핑에서 중국 청두까지 철도로 시범 운송했다. 앞으로 본 물량도 공동 영업을 통해 수주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자·화학제품, 부품·기계·장비 등 유럽과 중국을 오가는 비계열사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서도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과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잠재적 고객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창지우의 지분 참여를 통해 두 회사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유라시아 물류 영토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서구 중심주의 벗는 서구 학자들… 동서 넘나드는 스토리텔링

    서구 중심주의 벗는 서구 학자들… 동서 넘나드는 스토리텔링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생동감 있는 스토리텔링을 펼치는 역사 서적들이 잇달아 번역 출간돼 관심이 쏠린다. 비서구권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더 폭넓은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출판사 부키는 최근 세계사의 흐름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전 6권) 시리즈를 출간했다. 미국 홈스쿨링 교육자이자 역사 저술가인 수잔 와이즈 바우어가 서양사·동양사·한국사가 긴밀하게 얽혀 세계사라는 큰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는 방식으로 서술했다. 가장 먼저 출간된 ‘중세편 1, 2’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에서 시작해 제1차 십자군 전쟁으로 막을 내린다.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의 갈등부터 당나라의 등장까지, 무함마드의 출생부터 샤를마뉴 대제의 등극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른다. “로마 제국에서 동방을 향해 저 끝까지 간 곳에 전투의 패배를 씻으려 절치부심하는 한 왕이 또 있었다. 371년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소수림왕은 고구려의 왕관을 물려받으면서, 적군의 말발굽 아래 짓밟혀 위세가 말이 아닌 나라도 함께 물려받은 터였다”(1권 125쪽)는 식으로 한국 역사 흐름도 놓치지 않는다. 젊은 시절 한국 교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저자는 “서구 독자들에게 소홀하기 쉬운 동양에 대한 인식을 심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노먼 데이비스 영국 런던대 교수의 저서 ‘노먼 데이비스의 유럽사’(전 4권·심산출판사)는 선사 시대부터 탈냉전까지 동유럽과 서유럽의 이야기다. 유럽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저자는 모든 단계마다 동서 유럽을 아울러 유럽 중심주의와 서구 문명의 편견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다만 유럽 자체의 경계를 넘어 서술을 확장하는 것은 어려운 터라 이슬람이나 식민주의, 유럽의 해외 영토 등의 주제는 적절한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서술했다. 각 장에는 특별한 ‘캡슐’이 포함됐다. 캡슐은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작은 주제를 설명한 것이다. 크고 작은 사진과 클로즈업된 장면이 적절하게 배치된 역사 화보집을 보는 듯하다.이 밖에 일본에서 40여년을 생활한 미국인의 시선으로 일본의 빛과 그늘에 대해 살핀 ‘일본의 굴레’(글항아리)도 주목된다. 일본 쓰쿠바대학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를 지낸 태가트 머피가 외부자와 내부자라는 두 시각에서 일본 사회를 탐색한다. 책은 막부의 강력한 권위를 기반으로 수백년간 평화를 유지한 에도 시대에 주목한다. 이후 등장한 메이지 유신 주역이 권력을 독점하고, 이들이 죽고 나서 생긴 권력의 공백 때문에 관료에게 휘둘리는 현재 일본 정치 구조가 됐다고 분석한다. 미군정이 태평양 전쟁 이후 처리 과정에서 일본인들 스스로 과오를 돌아볼 기회를 원천 봉쇄해 과거사 청산이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펼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최근 역사 서적 출간은 일방적으로 누가 이기고 지는 식의 서술이 아닌 동서양이 교류하는 흐름을 중심에 놓고 보거나 자연환경과 연결 지은 거대사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려는 시각이 대세”라며 “서구 중심주의로 근대성이 발현되던 시대가 지나고, 문명사·거대사·교류사가 중심이 된 시대에도 두꺼운 역사 서적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국내 최다 예약판매 현대차 ‘아이오닉5’ 유럽서도 ‘완판’

    국내 최다 예약판매 현대차 ‘아이오닉5’ 유럽서도 ‘완판’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국내 최다 사전 판매 신기록을 쓴 데 이어 유럽에서도 사전계약 물량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28일 현대차 유럽법인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유럽에서 3000대 한정으로 아이오닉5의 사전계약을 받은 결과 해당 물량의 3배가 넘는 1만여명이 몰리며 완판에 성공했다. 유럽은 계약금 1000유로(한화 약 136만원)를 내야 사전 계약이 가능한 만큼 실제 구매 의사가 있는 이들이 계약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사전계약 첫날 2만 3760대를 팔며 기존 기아 카니발 완전변경 모델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최다 예약 판매 첫날 기록(2만 3006대)을 갈아치웠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5의 경우 전체 크기는 준중형 수준이지만 대형차 수준의 실내 공간과 충전 편의성 등을 갖춰 실용적인 차를 선호하는 유럽 소비자의 취향에도 잘 맞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오닉 5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뼈대인 E-GMP를 첫 적용한 전기차로 전체 크기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투싼 수준이지만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간거리(휠베이스)는 3000㎜로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보다도 길다. 2021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한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에 이어 다음 달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인 CV(프로젝트명)를 공개하고 오는 7월 국내와 유럽에서 동시 판매한다. 현대차·기아가 유럽에 선제적으로 전기차를 선보이는 이유는 그룹의 전기차 글로벌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나오는 등 유럽 시장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경우 작년 서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9만 5917대를 판매했다. 이는 2019년 4만 3455대보다 120.7% 증가한 수치다. 한편, 올해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전기차 판매는 1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목표 16만 대 가운데 7만대 이상을, 기아는 10만 4000대 가운데 6만 2000대 이상을 유럽에서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악취를 못 맡는 사람들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악취를 못 맡는 사람들

    기원전 3세기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을 하다가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치며 뛰어나왔다. 그리스인이 목욕을 즐겼다는 증거다. 목욕 전통은 로마 시대에도 이어졌다. 목욕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청결이 미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가 열리면서 목욕에 대한 반감이 커진다. 기독교의 목욕에 대한 반감은 3세기부터 본격화됐는데, 이는 로마식 목욕이 쾌락주의와 연관돼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 사회의 목욕에 대한 태도는 ‘중세 전성기’가 열린 11세기부터 바뀌기 시작한다. 로마가 멸망한 5세기부터 현저히 줄어든 서유럽의 공중목욕탕은 11세기 이후 십자군의 영향으로 다시 등장해 급속히 확산한다. 그러나 14세기부터 번지기 시작한 흑사병은 모처럼 재등장한 목욕 문화에 철퇴를 가한다. 문제는 당시의 의학 수준이었다. 파리대학 의학 교수들은 뜨거운 목욕이 인체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의사들은 인체의 분비물이 보호막을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목욕으로 열과 물이 피부의 구멍을 열면 역병이 구멍을 통해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후 200여년 동안 역병이 창궐할 때마다 “죽기 싫으면 목욕탕과 목욕을 피하시오”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왕과 귀족들도 목욕을 꺼렸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1643~1715 재위)는 악취로 유명했다. 궁정 안의 모든 사람은 ‘태양왕’의 입 냄새를 잘 알고 있었다. 정부(情婦) 몽테스팡 부인은 왕의 구취에 대한 자구책으로 자기 몸에 향수를 뿌려 댔고, 왕은 그녀의 향수 냄새에 진저리를 쳤다. 루이 14세는 펜싱 연습을 하고, 춤을 추고, 군사훈련을 마친 후 땀에 흠뻑 젖어도 좀처럼 씻지 않았다. 대신 깨끗한 아마포(리넨) 옷으로 하루에 세 차례 갈아입을 뿐이었다. 깨끗한 속옷으로 갈아입는 게 목욕보다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행동이었다. 현대인은 예전 사람들의 불결함에 몸서리를 친다. 그러나 12세기 프랑스 신학자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는 ‘모두가 악취를 풍기면 냄새가 나지 않는 법’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도 특권의식에 젖은 엘리트 집단이 있다. 그 집단이 내뿜는 악취를 내부자는 잘못 맡는 듯하다. 베르나르의 말대로 ‘모두가 악취를 풍기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악취 제거를 외부에 맡겨야 하는 이유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발명가가 된 화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발명가가 된 화가

    새뮤얼 모스는 1838년 자신이 발명한 ‘멀리서 글을 쓸 수 있는’ 기계를 대통령과 내각 앞에서 시연했다. 초기에는 여러 전신 체계가 등장해 경합을 벌였는데, 모스의 체계가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인정받아 표준이 됐다. 1844년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에 최초의 전신선이 연결됐고, 1867년까지 약 8만 킬로미터의 전신망이 북아메리카와 서유럽에 퍼졌다. 전신은 19세기의 인터넷이었다. 전신은 세계를 하나로 묶어 놓았고, 정치와 전쟁, 상거래의 형태를 바꿔 놓았다. 사십대 후반 전신 연구에 뛰어들 때까지 모스는 화가로 살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 로열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공부했고, 미국으로 돌아가 초상화와 역사화를 그렸다. 1829년 모스는 프랑스행 여객선을 탔다. 이때만 해도 기량을 더 쌓아 화가로 성공하려는 일념뿐이었다. 파리에서 모스는 이 그림을 그렸다. 이 방에는 ‘모나리자’를 비롯해 라파엘로, 카라바조 등의 걸작이 빼곡히 걸려 있다. 루브르에는 이런 방이 없었지만, 모스는 임의로 걸작을 골라 그려 넣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유럽의 르네상스나 바로크 미술을 접할 수 없었다. 모스는 이 그림을 전시하고 입장료를 받으면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기대와 달리 대중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두 번의 전시회를 끝으로 모스는 계획을 접어야 했다. 그림은 그가 제시한 가격의 절반에 수집가에게 팔렸다. 그 후 수년 동안 모스는 화가로 입지를 다지려고 노력했으나 실망만 겪었다. 그사이 나이는 마흔일곱 살이 되었고 머리는 잿빛으로 변했다. 모스는 그림을 포기했다. 이 무렵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쓰라린 심경을 토로했다. “그림은 많은 사람에게 미소 짓는 애인이었지만 나한테는 잔인한 변덕쟁이였다네. 나는 그림을 저버리지 않았네. 그림이 나를 버렸지.” 발명은 그림과 달리 그에게 환한 미소를 보냈다. 그가 개발한 전신 체계는 전 세계로 퍼졌고, 그는 모스 부호로 길이 기억되고 있다. 1982년 테라 파운데이션은 한 세기 전 푸대접을 받고 헐값에 팔렸던 이 그림을 325만 달러라는 거금에 사들였다. 미술평론가
  • “에이즈 최초 감염자는 사냥꾼 아니라 1차대전 참전 군인이었다”

    “에이즈 최초 감염자는 사냥꾼 아니라 1차대전 참전 군인이었다”

    에이즈의 최초 감염자는 카메룬의 원주민 사냥꾼이 아니라 당시 그곳에 갔던 제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었다고 캐나다의 한 저명한 역학자가 주장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자크 페핀 셔브룩대 교수는 올해 초 나온 저서 ‘에이즈의 기원’ 개정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1980년대 자이르(콩고)에서 일반의로 근무한 뒤 지난 몇십 년간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기원을 밝혀내려 애써온 페핀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에서 20세기 초 카메룬 남동지방에서 침팬지의 유인원면역결핍바이러스(SIV)가 인간에게 처음 넘어가 HIV가 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SIV는 HIV와 똑같지만 숙주와 공생할 수 있다는 점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반면 HIV는 코로나19나 조류독감 또는 우두 같은 동물원성 전염병 중 하나다. 페핀 교수는 2011년 출판한 초판을 통해 HIV는 20세기 초 카메룬의 원주민 사냥꾼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지만 이번 개정판을 통해 1차 대전에 참전한 군인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의 이론은 수정해서 밝혔다. 그후 현재 콩고의 킨샤사로 알려진 레오폴드빌로 확산했다는 것이다.페핀 교수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1차 대전 당시 독일은 아프리카에 여러 식민지를 보유했고 연합군은 이들 식민지를 공습하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카메룬이었다”면서 “영국군과 벨기에군 그리고 프랑스군은 다섯 방향에서 카메룬을 침공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습 경로 중 하나로 연합군 약 1600명이 레오폴드빌에서 콩고강과 그 지류인 생거강 상류를 통해 작전을 떠났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 군인을 몰룬두라는 외딴 마을로 데려갔다. 이 마을은 이전 연구들에 의해 첫 번째 HIV 감염 지역으로 추정된 곳이기도 하다. 페핀 교수는 “이들 군인은 몰룬두에서 서너 달을 보냈다. 이곳에 주둔했을 때 주된 문제는 적의 총탄이 아니라 굶주림이었다”고 말했다. 1920년대 카메룬 남동지방의 인구수는 약 4000명으로, 주요 식량은 카사바 뿌리 등 작물과 야생동물 고기 등이었다. 하지만 이들 주민은 마을을 학살하고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강간하는 것으로 악명 높던 군인들이 도착하자 도망쳤던 것이다. 그 결과 군인들은 곧 식량이 바닥나 강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보내온 보급품에 의존해야 했다. 이런 문제는 군인들의 극심한 기아로 이어졌고 이들은 결국 먹을 만한 동물을 잡기 위해 숲으로 사냥을 떠나야 했다. 페핀 교수는 “내 가설은 군인들 중 1명이 숲에서 사냥 중 감염됐다는 것이다. 침팬지 한 마리를 잡아 고기를 얻기 위한 해체 작업에서 상처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것”이라면서 “결국 이 병사는 종전 뒤 레오폴드빌까지 살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핀 교수는 또 일단 HIV가 인간에게 정착한 뒤 처음에는 레오폴드빌에서만 서서히 퍼졌다고 추정했다. 그는 1916년 발생한 이 단 한 건의 감염 사례가 1950년대 초 감염자 약 500명을 발생시켰다고 말했다. 이 시점 HIV의 확산은 주로 병원으로 오염 주사기 재사용 등 자원 부족과 제한적 소독에 따른 결과였다. 콩고는 1960년 유럽의 식민지에서 벗어났고 이후 사람들은 도시로 유입됐다. 1966년 킨샤사로 이름을 바꾼 레오폴드빌은 한 세기만에 인구가 1000배 증가해 현재 140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킨샤사는 여성 1명당 남성 10명이 사는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일으켰고 이는 가난한 여성의 매춘으로 이어져 HIV가 성관계를 통해 도시인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것을 도왔다. 페핀 교수는 “매춘부들은 매년 1500명에 달하는 고객을 받을 것이다. 이는 많은 성 노동자들과 고객들 사이 HIV 감염 증폭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면서 “그때가 바로 1960년대 성적 감염이 가속화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페핀 교수는 “레오폴드빌은 세계적으로 HIV를 확산하는데 관여했다. 1960년대 이전 벨기에 식민지였던 콩고의 다른 지역에서는 소수의 사례만이 발견됐다”면서 “콩고가 독립한 뒤 이 나라에 온 아이티 기술자가 이 지역에서 HIV에 감염됐고 결국 모국으로 돌아가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확산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안에 HIV는 미국에 유입됐고 게이들과 IV 약물 중독자들 사이에서 확산한 뒤 서유럽으로 퍼져나갔다”고 덧붙였다. 페핀 교수의 에이즈의 기원에 관한 자세한 이론은 그의 저서 개정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두렵지 않다” 러 공항서 체포된 나발니… 푸틴에 정치적 저항

    “두렵지 않다” 러 공항서 체포된 나발니… 푸틴에 정치적 저항

    “나를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느냐” 여유지지자 수백명 몰려 도착 예정 공항 변경폼페이오·설리번 “즉각 석방” 한목소리BBC “나발니 귀국, 푸틴에 직접적 도전”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리는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 테러를 당한 지 5개월여 만인 17일(현지시간) 고국으로 돌아와 체포됐다. 이날 모스크바 북쪽 외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한 나발니는 체포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 여객기에 함께 있던 부인 율리야와 입을 맞춘 뒤 교정 당국 요원들에게 순순히 끌려 나갔다. 체포 당시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일어났고, 서방 국가들은 잇달아 규탄 성명을 내놓는 등 ‘푸틴의 정적’은 고국 땅을 밟자마자 정국을 흔들었다. 이날 나발니의 얼굴에서 독극물 테러로 사지를 헤맸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체포되기 직전 취재진에게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밝힌 그는 공항 경비대원들에게 “나를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당초 나발니 부부가 탄 여객기는 모스크바 남쪽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지만, 공항 활주로가 갑자기 폐쇄되며 셰레메티예보 공항으로 항로가 바뀌었다. 여객기 측은 착륙 직전 기술적 이유로 도착 공항이 바뀌었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브누코보 공항에 모인 수백명의 나발니 지지자들을 의식해 당국이 일부러 항로를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브누코보 공항에서는 나발니의 귀환을 기다리던 시민들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끌려 나갔다. 나발니는 2014년 프랑스 유명 화장품 회사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사건으로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집행유예 의무를 어겨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당국이 자신을 체포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돌아온 것이지만, 나발니의 귀국은 푸틴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저항이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푸틴 입장에서는 나발니를 가둬 놓아도, 풀어놓아도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당장 미국과 서유럽 주요국들은 나발니가 체포된 직후 러시아 정부를 성토하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차기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은 각각 성명과 트위터로 나발니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국내 정치적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던 두 진영이 이번 현안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낸 셈이었다. BBC는 “나발니의 귀국은 푸틴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그를 탄압할 경우 서방 국가들의 더 많은 제재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반면 나발니를 그대로 놔둔다면 올해 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는 푸틴에게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여객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뒤 독일 베를린 소재 샤리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이후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의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발표했지만, 러시아는 자국 정보기관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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