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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속도 3중 추돌/한가족 5명 소사

    【대구=김동진 기자】 11일 상오 11시쯤 경북 금릉군 봉산면 광천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서울기점 2백16㎞ 지점)에서 경기7타2074호 8t트럭(운전사 김학봉·27)과 대구 1구8778호 에스페로승용차(운전자 하남수·31·의사·대구시 달서구 본동 247 그린맨션 2차208동 907호),경남6바1127호 천일고속버스(운전사 조봉식·51) 등 차량 3대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승용차와 고속버스에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승용차를 운전하던 하시와 부인 서호정씨(28),아들 성효(2)·성재군(생후 1개월),하씨의 장인 서일천씨(59) 등 일가족 5명이 불에 타 숨지고 승용차와 고속버스가 전소됐다. 차랑에 불이 난후 고속버스 승객 12명은 창문을 깨고 탈출했으나 승용차에 타고 있던 하씨 일가족은 찌그러진 차체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모두 불에 타 숨졌다. 하씨 일가족은 이날 경원도의 처가집에 다니러 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월선을 달리던 에스페로승용차가 갑자기 추월선 전방에 진입한 트럭의 뒷부분을 들이받으면서 멈춰 선 뒤 뒤따르던 고속버스가 앞에 서 있던 2대의 차량을 잇따라 들이받아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사고원인 등을 조사중이다.
  • “이제 일상의 제자리로 가자”/이재근 논설위원(서울칼럼)

    돌멩이와 화염병이 먼저인가,최루탄과 물대포가 먼저인가 하는 논쟁은 이제 닭이 먼저냐,달걀이 먼저냐의 삿대질처럼 매우 우매스럽고 무의미하다. 화염병이 먼저라는 사람도 있고 최루탄이 먼저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화염병을 던지니까 최루탄을 쏜다. 아니다.최루탄을 쏘니까 화염병을 던진다. 이런 소리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무석무탄이요 유석유탄을 경험해본 지 오래니 이제 모두들 일상의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4월말에서 5월초에 걸쳐 일어난 「치사분신」의 소용돌이가 무엇인가를 지금은 모두들 알게 됐다. 그것을 타고 넘어서 이제 각자 본래 위치에서 앞으로 해야 할 태산같이 큰 일들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 뿐이다. 누가 왜 누구와 싸워야 하는가. 또 그 싸움의 끝은 무엇인가. 곰곰 따져 볼 적에 더욱 그러하다. 참다운 삶을 누리고자 하던 한 대학생의 죽음이나 연이은 분신은 분명 비극적인 사건이요,경악스런 사태이다. 그러나 냉정히 살펴봐야 할 것은 우리 모두는 이 사건과 사태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해자가 될 수도 없고 피해자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그 소모적이고 자해적인 논쟁과 대치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날 문득 모두가 가해자가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뒤죽박죽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제자리 잡고서 이 격앙된 사태를 끝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온갖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많은 학생들은 사회개혁을 부르짖고 민주화 정착을 희구한다. 그것이 목표라 할 때 그 대학운동은 다른 곳이 기지가 될 수 없다. 학생회관이 있고 서클룸이 있으며 도서관과 강의실과 학생처가 자리잡은 대학캠퍼스가 그 최초 최후의 기지여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대학가의 폭발적인 가두시위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파괴적인 행태와 소모적인 행동으로 해서 심각한 우려와 부정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까닭이다. 시위하면 으레 화염병이 날고 돌이 난무한다. 때로는 파출소나 경찰차량 같은 공공건물이나 국가기물에 기습방화가 감행된다고 할 때 그것이 정당화되고 합리화되기는 어렵다는 사실은 「기지」를 이탈한 학생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물론 시위학생들에 대응하는 경찰의 무차별 최루탄발사나 구타 등 공격적인 진압양태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거기에는 공격과 방어,방어와 공격 사이에 내재하는 같은 젊은이들끼리의 깊은 갈등과 괴리를 외면하고 싶은 거부심리도 작용할 것이다. 시위 쪽이나 진압 쪽의 그들 모두가 나와 이웃의 아들 딸들이요,꽃다운 젊은이들인 탓이다. 갈등의 틈새가 깊고 크면 극단과 흥분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다. 가정에서의 그것은 젊은이들의 외향적인 기지탈출 심리를 부추겨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유인한다. 똑같이 사회의 그것은 기성의 현실에 대한 저항의 행동으로 확산된다. 갈등과 대치,대결과 증오의 끝이 무엇인가를 매우 차갑게 분석해봐야 한다는 경각심의 근거 또한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그들 의사를 확연하게 표시하는 데 있어 사회가 그들에게 거의 완전무결하게 부여한 그들 기지를 이탈함이 없이,또 폭력의 사용이나 파괴적 수법을 중단함으로써 최소한의 사회규범성을 확보한다면 그들 정당한 의사에 대한 객관적인 공감대는 형성될 것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 스스로가 폭력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계기를 먼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용기가 없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들 눈에 비친 모든 현실과 기성의 것들이 성에 차지 않고 불만투성이라면 학교 안에서 마음껏 되풀이 해서 지탄하라. 왜 자꾸 밖으로 나오려 하는가. 공권력의 행사와 행태에 대해서도 국민의 비판적인 시선은 머물게 된다. 시위의 주체인 학생과 이를 진압해야 하는 경찰은 모두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마주쳐서 노려보고 주의의 격정적인 분위기가 가세된다면 이미 그 국면은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 소속집단의 유형과 현재적인 위상과 국면을 감싸고 도는 분위기와 여건이 각기 공격적인 행동으로 치닫게 돼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로서는 세상을 책임지는 기성세대들이 눈을 비벼 그들을 보호하고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또 젊은이들끼리의 대결임으로 하여 혈기와 패기가 맞서다 보면 폭력은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불법과 폭력은 항상 살아 움직이고 자라나는 것이다. 그것들이 맞부딪힐 때 그 상승속도와 무게는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찰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글자 그대로의 공권력이어야 한다. 닭과 달걀의 하선논리가 아니더라도 과잉방어나 공격적 대응이 폭력의 악순환을 부추긴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할 일이다. 시위 쪽의 주장인 민주화 발전이나 정권퇴진요구도 그러하다. 민주화가 학생이나 재야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그것은 어느 집단 어느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국민적 합의인 것이고 그러니 만큼 그것의 발전적 전개에는 폭넓은 대중성이 그 기반이 돼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른바 정권퇴진요구가 내포하는 바 권력에 대한 저항 역시 일정한 자기규율과 한계가 명확해야 하고 변천하는 시대상황과 대중적 기반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때 그 주장은 공허하고 소원한 메아리로 그치게 된다. 나도 좀 알아 달라는 자기현시욕밖에 되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 지나친 민주화 욕구에 따른 성급한 행동이나 공소한 정권퇴진공세가 격화된다면 그로 인해 빚어지는 정치·사회적 갈등과 균열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냉엄한 판단을 앞세워야 하리라고 본다. 우리들 모두에게 있어 일상의 위치와 중용의 이성은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이제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 검찰,보안법수정안 철회요구/공안검사들 반발/“간첩행위 사실상허용”

    정부와 민자당이 대야협상을 위해 마련한 새 국가보안법 개정안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간첩활동을 허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크게 반발,전면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검 공안부와 서울지검 공안부는 7일 상·하오에 걸쳐 긴급공안검사회의를 열고 『북한이 대남적화통일전략전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대한민국을 「원쑤의 편」 「반국가적 단체」 등으로 규정하는 등 적대적 관계를 표명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 각 분야에 폭력혁명세력이 그대로 잔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민자당이 마련한 새 개정안은 이적목적을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제한,범위를 인정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간첩행위까지도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또 『개정안이 불고지죄의 적용범위를 축소,잠입·탈출죄를 불고지죄의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북한을 넘나들며 간첩행위를 한 사람이 은밀하게 이 사실을 주변인물들에게 알리거나 포섭할 수 있는 길을 공개적으로 터놓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친지방문 목적이나 관광목적을 빙자해 북한으로 잠입,금품을 수수하거나 이적행위를 한 경우에도 북한에서의 활동을 숨길 경우 목적범이 아니기 때문에 주관적 요건의 입증이 어려워 처벌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불고지죄의 범위축소 등 새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입법화될 경우 서경원 전 의원의 밀입북사건과 관련해 공소가 제기돼 있는 신민당의 김대중 총재와 문동환·김원기·이철용 의원 등의 면소가 가능해져 검찰권의 권위가 크게 손상된다고 밝혔다.
  • 제주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특별대담

    ◎한·소 관계,「아·태평화의 축」으로 등장/우호조약 제의는 남북한 대등 외교 신호/대미 전통관계 「제로섬」 안되게 조율해야/6·25,KAL기사건등 과거청산 구체언급 없어 아쉬움 한소 제주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구조를 화해와 평화의 구도로 변경,동북아질서를 재편하는 시발점을 제시하는 등 성공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질서 재정립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정종욱(서울대·국제정치학),김유남 교수(단국대·국제정치학)의 특별대담을 통해 분석해본다. ◇김유남 교수=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과 소련의 역할 및 위치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상호 보완의 관계뿐만 아니라 외교·안보면에서도 상호 보완을 요구하는 파트너임을 인식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이같은 한소 관계의 바탕 위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대미 동반관계가 넌·제로섬(NON·ZERO­SUM)게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맥락에서 볼 때 앞으로 노 대통령과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아시아·태평양지역 평화정착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소 관계가 아태지역 평화와 안전의 핵심으로 부각됨으로써 관계증진 방향에 따라 국제질서의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태 재편 불가피 ◇정종욱 교수=이번 제주 한소정상회담은 한소 두 정상이 10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3번째의 대면을 가졌다는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제주회담에서 합의된 상징적 내용은 몰타체제를 제주에서 싹트게 하고 나아가 한반도와 아태지역의 탈냉전·신질서 정착으로 이어지도록 한소가 적극 노력키로 합의한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긴장해소와 평화정착이 아태지역에서 새질서 형성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한소가 계속 공동노력키로 합의한 점을 또한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간에 대단히 많은 교감이 이뤄졌고 구체적 합의내용도 기대보다 많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발표된 구체적 내용을 넘어 이번 제주회담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봅니다. ○중국도 지지 확실 ◇김 교수=이번 회담에서 우리의 유엔가입 문제와 북한의 핵사찰관련 내용을 양정상이 완전한 합의를 본 것 같습니다. 특히 이들 문제와 관련,소련측이 중국과도 사전협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우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양대 비토세력 모두 우리를 묵시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한소우호협력조약 체결약속 역시 소련과 북한간에 지난 61년 맺어진 소조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과 연관지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소련측이 한반도내의 2개의 코리아와 대등한 협력 파트너관계를 공식확인했다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와 소련의 우호협력조약이 성사되면 그것이 바로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구축을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정 교수=김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이번 회담에서 도출해낸 구체적 실질문제에 관한 합의는 크게 4가지로 집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한국이 금년내에 내게 돼 있는 유엔가입안건에 대해 소련측이 지지를 표시했다는 사실입니다. 소련측에서는 명확한 발표를 안 했지만 「양국 정상이 이 문제를 토의했고 우리측이 만족했다」는 한국측의 발표로 미뤄보아 소련이 우리의 유엔가입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또 발표내용에서 고르바초프가 이 문제에 대해 중국과도 협의를 진행해왔다는 것을 밝힘에 따라 중국도 우리의 유엔가입에 대해 소련과 비슷한 입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도 있습니다. 둘째로 우리의 관심의 초점인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일소정상회담에 이어 한소 정상이 다시 이 문제를 거론했다는 사실입니다. 소련은 이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의미에서 우리와 같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소련이 북한의 핵개발을 감시하고 나아가 북한이 국제핵안전협정에 의거한 핵사찰을 받도록 압력을 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세 번째로는 한소 관계증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양국이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키로 한 사실입니다. 더욱이 소련측이 먼저 제의,우리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조약이 체결됨으로써 비록 군사적인 의미는 없지만 정치·경제분야 협력이 가속화돼 한소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이 조약이 체결되면 북한과 소련간에 체결된 상호원조우호협력조약이 성격을 달리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리라 봅니다. 넷째로 사할린 유전개발에 한국이 공동참여하는 방안,시베리아 자원개발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 등 구체적 한소 경제협력방안이 합의된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한소간에 다각적 경제협력이 급진전될 가능성도 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한 내용의 언급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일본에서는 일·북한간의 관계개선이 빠를수록 좋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주외교급신장 북한에 탈출구를 주고 남북 관계개선에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는 소련측의 입장전달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만 이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최근 미국과 북한은 북경에서 15차 접촉을 가진 것으로 미국측에 의해 알려지고 있고 또 소련·미국·일본간에 미·북한 관계개선 등에 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할 때 남북관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지적되지 않은 점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올해 안에 한소,한미정상회담을 한차례씩 더 가질 경우 우리의 자주외교능력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한반도 관련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소 경협과 관련해서는 미국·일본이 동반자로 동참하지 않는다면 기술 및 자금동원 등의 제한 때문에 소련측이 기대하는 수준까지 가능할지 우려됩니다. ○미와도 협의 필요 ◇정 교수=이번 회담에서 논의는 됐으나 합의는 안 된 몇 가지 사실을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아태지역 새경제질서 정착문제 등인데 이미 일본에서 고르바초프가 거론한 바 있는 미·소·일본·중국·인도를 포함하는 5개국 협력회의 제의나 동북아 안보정착을 위한 미·소·일 3각협력체제 제안에 대해 미국 등 우방들이 매우 다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쉽게 이 제안들에 동의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두 정상이 아태 새질서 형성에 공동노력키로 했으나 구체적 합의는 없었다는 점이 앞으로의 지역적 협력에 대한 가능성인 동시에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수확으로 추가하고 싶은 것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간 교역이 빠른 시간내에 급속히 증진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김 교수=과거문제를 씻지 않고 넘어간 데 대해서는 또 다른 측면에서 분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차례의 마라톤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과거사에 대한 지적이 있을 경우 양국간 관계증진의 엄청난 거보를 딛는 대화가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회담이 한반도주변 강대국들에 북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주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제 북한을 구제하고 재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신중한 행보 긴요 ◇정 교수=앞으로 빠른 속도로 관계개선이 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이번 회담에서 과거 청산조치가 취해졌으면 좋겠다고 하는 커다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를테면 6·25전쟁에서 소련의 역할,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소련의 사할린동포 강제이주문제,냉전의 비극적 상징인 KAL기 격추 등에 대해 소련측의 명확한 사과표시가 없었다는 점이 불만스럽습니다. 물론 양국 외무장관회담에서 KAL기문제가 다뤄지고 소련측이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정상회담이니만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뤄져야 했다고 봅니다. 적어도 유족대표들에 대해 직접적인 따뜻한 위로가 있었더라면 국민감정이 치유됐을텐데 말입니다. 고르바초프의 국내적 입지가 약화된 상태에서 그를 상대로 한 한소관계개선이나 한반도 및 아태지역 탈냉전체제 구축이 잠정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고르바초프는 한반도문제와 관련해군부로부터 대단한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한소 관계가 상징적 의미에서는 큰 돌파구가 마련됐지만 고르바초프가 제주 도착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한소 관계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거나 노태우 대통령의 표현대로 「한소 관계에 완전한 봄이 왔다」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른감도 없지 않습니다. 봄이 왔다고 하지만 꽃을 피울 단계가 아직 아니라는 점에서 한소 관계는 낙관만은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소련의 남방외교와 우리의 북방외교의 교차점에서 미국의 시각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한반도 차원을 뛰어넘는 한소 관계개선은 대단히 신중한 행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정신대 할머니 노수복씨 귀국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 정신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다 일제 패망 후 태국에 정착해 살아온 노수복 할머니(70·태국 핫야이시 거주)가 20일 상오 7시30분 아시아나항공 322편으로 지난 84년에 이어 두 번째로 고국을 찾아왔다. 노 할머니는 이날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과 교민회의 주선 및 아시아나항공 후원으로 조카딸 말린 단보라난씨(34)와 함께 김포공항에 도착,공항2층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둘째동생 국현씨(58·서울 동대문구 면목5동 194)와 가족들을 만나 서로 부둥켜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노 할머니는 지난 42년 가을 22살의 젊은 나이로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일본군 정신대에 끌려가 싱가포르·태국 등지로 끌려 다니며 온갖 수모와 치욕적인 생활을 하다 전쟁이 끝난 뒤 부모를 만날 면목이 없어 수용소를 탈출해 말레이시아 등지를 떠돌다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1천2백㎞ 떨어진 핫야이시에 정착했다. 중국계 태국인 남편 첸 지오씨(운창작·전 재핫야이시 중국 해남도회관 부이사장)가 지난해 노환으로 별세한 뒤 현재는 매우 우울한 생활을 하고 있다.
  • 윤리규범의 공백을 경계한다/홍문신 한국감정원 원장·경박 (서울시론

    ) ◎제2 「페놀오염」 막을 새가치관 확립 시급 아인슈타인 이래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라는 영국의 스티븐 호킹박사가 작년에 서울에 왔었다. 이 천체물리학자 덕분에 우리같은 비전문가도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의 생성과 신비에 대해 깊은 명상에 잠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호킹박사의 이야기중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블랙홀에 관한 내용이다. 지구에서 약 6천5백광년 떨어진 우주 저편의 은하계에 있다는 블랙홀,거대한 중력을 가진 진공상태로 무엇이든지 빨아들여 그곳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블랙홀,중력에 의해 빛조차 탈출할 수 없고 빛의 진로가 휘게되고 시간과 공간이 단절된 상태라는 블랙홀­. 우주의 신비에 잠겨있는 것은 잠시일뿐 사회과학도인 나의 상상력은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 경제사회가 블랙홀의 위험에 빠진다면?」 「우리 경제사회가 블랙홀의 위험에서 벗어나 그 영향을 받지 않고 운행케 되려면?」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한나라의 경제사회가 블랙홀의 중심부로 끌려가면 갈수록 위험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결국엔 그 위험을 감지할 수 없게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그 위험에서 벗어나는 대책조차 세울 수 없음은 물론 모든 일은 패닉(공황) 상태가 되고만다. 눈을 돌려 세계를 바라보면 블랙홀에 빠져버린 몇몇 나라가 있다. 1930년대 부자를 표현할때 「아르헨티나 사람처럼 부자」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그때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들의 대평원은 오늘날 중동유전에 비견할만한 부의 원천이었다. 2차대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의 국민소득은 선발국인 캐나다·호주에 비견할만했다. 그러던 나라가 2차 대전후 국민들의 자부심과 사기는 떨어지고 국민소득은 제3세계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비슷한 경우로 브라질도 블랙홀에 빠진 나라다. 쌍둥이 적자라는 구조적 숙제를 안고있는 미국경제의 「흐느적거림」도 블랙홀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걸프전쟁이후 미국 경기는 다소 호전될지 모르나 구조적 어려움으로부터의 탈출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우리 경제사회는 어떠한가. 또 이 시점에서 우리가 블랙홀에 빠진 사례를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욱일승천하던 우리 경제사회는 지금 대구조전환기의 국면에 이르렀다. 이 전환기에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경제하려는 의욕」(투자의욕,근로의욕 등)의 약화이다. 그러나 보다 더 염려가 되는 것은 우리 경제사회의 기본 룰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경제사회를 얽어매고 있던 규칙과 운동법칙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과거의 윤리도덕규범은 사라져가고 새로운 규범은 형성되지 못하였다. 지금 우리사회는 윤리도덕규범의 공백상태에 놓인 것이다. 이 윤리도덕규범의 공백상태로 말미암아 기업가도 소비자도 근로자도 방황을 하고있다. 구시대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이미 우리경제사회가 용납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이윤추구가 지고의 선으로 간주되는 자본주의 사회라 할지라도 소비자도 근로자도 염두에 두지않고 돈을 버는데만 정신이 팔린 소위 천민자본주의 방식의 기업가는 사회의 존경을 받을 수 없게 되었고 더 나아가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이는 근로자나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속에서의 책임과 의무를 생각하지 않고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과거방식대로 관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윤리도덕규범의 전환기에 구시대·구질서의 기업행태가 어떤 사회적 귀결을 가져오느냐 하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이다. 공장폐수를 방류하여 낙동강을 독극물로 만들어 그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1천만 영남주민을 공포에 싸이게 한 이 사건은 환경오염차원 이상의 문제이다. 대통령도 이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반사회적·반윤리적 범죄행위」라고 규정하였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사회적 교훈은 기업 뿐만 아니라 어떤 경제주체도 과거의 행동방식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윤리의식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새로운 윤리도덕규범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과거 우리 윤리규범의 전형은 상하관계에관한 것이다. 멀리 조선시대부터 유래된 임금과 신하,주인과 하인,부모와 자식관계와 같은 수직적 윤리관계였다. 산업화가 되면서 이 규범은 새로운 환경에 걸맞는 상하관계에 규범으로 재정립되지 못하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새로운 시대의 윤리규범은 과거 상하윤리관계의 보완만으로는 불충분하게 되었다. 이보다 더 중심이 되는 것은 인간과 인간간의 횡적관계,사회와 나,기업가와 근로자,기업가와 소비자,대기업과 중소기업,모기업과 계열­하청기업과의 관계 등과 같은 수많은 횡적관계가 문제이다. 한마디로 「더불어 함께 사는」관계에 대한 윤리규범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횡적관계는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경제사회가 되기 이전까지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근 몇년간의 노사갈등,각계각층의 욕구의 분출이 사회적으로 성숙하게 수렴되지 못한 것은 첫째 새 윤리관,새로운 공동체의식이 학립되지 못한데 있고 둘째 경제주체들이 새로 싹트는 윤리의식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낙동강의 분노」는 남의 탓으로만 돌릴 문제가 아니라 우리자신 스스로에 대한 분노임을 국민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이로부터 「더불어 같이 사는」 윤리와 규범이 만들어지고 실천되어야 한다. 우리가 새로운 기업가윤리·근로자윤리·소비자윤리를 정립하고 실천해야지 그렇지 못한다면 블랙홀에 빠진 남미 몇나라의 전철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경제사회가 앞서 말한 블랙홀의 위험을 벗어나는 길은 「판을 깨서는 안된다」는 인식에 근거하여 사회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기운동법칙을 정립하는데 있다. 이것이 새 윤리관의 확립과 실천의 문제이다. 오늘의 역사를 우리가 만들어내지 않고 그냥 끌려가듯 살아가는 국민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 새 시장 맞는 「서울특별시」(사설)

    질척하고 혼미한 늪으로 우리를 허우적거리게 만든 「수서」는 서울땅이다. 땅은 비좁고 살집은 모자란 1천만 서울시민의 문제가 야기한 이 오욕의 지진은 서울시청을 진앙으로 하고있다. 마침내 53일의 단명한 시장을 내고 새시장을 맞은 서울시는 아직도 여진의 불안정함 속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서울시는 혼미속에서 탈출해야 한다. 교통문제 환경문제 상하수에서 쓰레기문제,민생치안에서 복지문제에 이르기까지 하루라도 행정의 흐름이 막히면 1천만이 질식할 지경인 이 거대한 도시가,더는 수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수는 없다. 서울은 도시라기 보다는 나라에 가까운 규모의 행정기구다. 나라중에서도 작지 않은 나라다. 물리적 규모도 엄청나지만 그 안에 혼재된 문제와 잠재된 난제들이 속수무책으로 쌓여있는 도시다. 이런 서울시가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명쾌한 해결의 상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는 하지만 시장은 시장이다. 아무리 거대한 전함이라도 함장에 의해 뱃길은 운행되듯이 시장의 키잡이에 의해 서울시는 전진한다. 행정스타일,건강정도,세계관,정의수준이 남김없이 투영되게 마련이다. 수서사태가 우리에게 불행한 일이기는 했으나 이 사태를 통해 우리에게 조심스럽지만 어떤 신뢰의 실마리는 잡게 해주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별 상처없이 이 사태를 넘길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진앙에 위치했으면서도 결정적인 수뢰의 함정에 걸리지 않고 이 폭풍우를 이겨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어떤 심증을 주는 것이다. 들리는 말인즉 「한보」라는 기업의 뇌물공세에서 자기방어를 하기 위하여 고위급이나 하위급의 시공무원 모두가 갖가지로 세심한 노력을 했었다고 한다. 「외밭에서 신들메를 고치지 않는」 치밀한 노력을 전직원이 했던 결과가 희생의 최소화를 부를 수 있었다는 뜻이다. 독직에서 이만큼이라도 자기보호를 하려는 풍조가 서울시에 형성되었다면 어쨌든 이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런 풍조가 전행정에 확산하기를 우리는 바란다. 또한 신임시장에게 우리는 유능하고 정당하기를 바란다. 무능한 솜씨로는 이 공룡같은 시정을 감당할 수 없다. 몸을 사리고 개인적인 보신에만 전념하는 공직자로서도 이 자리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정의롭고 정당하지 않으면 또한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 아무리 선명하게 운영해도 「복마전」의 혐의를 벗기 어려운 것이 서울시가 지닌 본원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시장과 부시장을 함께 물러나게 한 이번 사태로 전 서울시공무원은 가뜩이나 의기소침해 있고 그들을 상대로 하는 천만시민은 불만과 불편이 가중되어 있다. 우선은 이 당면한 현실들을 풀어가는 일도 급하다. 신임 이해원시장은 인망이 높고 매우 유능한 공직경력을 지닌 노련한 공직자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작고 단견한 생각으로 일생동안 쌓아온 공직인의 명예를 함부로 더럽히지 않을 인사로 기대하고 있다. 소신껏 시민의 편에 서서 차근차근 시행정을 주도하도록 당부한다.
  • 민심수습·국정분위기 일신 포석/당정개편 배경과 향후 정국전망

    ◎감독책임까지 따져 「수서」 문책/당3역 모두 민정계 포진… 친정체제 강화/평민서 파상적 역공세땐 여진 계속 예상 노태우 대통령이 검찰의 수서사건 수사전말 발표에 이어 18일 하오 행정부측에 대한 문책인사를 단행하고 19일중 민자당의 당직개편을 잇따라 단행키로 함으로써 이번 사건의 조기수습을 위한 통치차원의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노대통령은 수서사건의 문책인사 범위를 우선 이상희 건설부장관,박세직 서울시장,이상배 청와대 행정수석으로 한정하면서도 이승윤 부총리를 인사에 포함시킨 것은 민심수습을 겨냥한 국정분위기 일신을 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부총리 경질의 현실적인 이유를 굳이 따진다면 연초의 물가상승 등 경제운용의 불안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그가 수서민원 처리를 위한 당정회의에 참석했던 정부측 최상급자라는 점에서 수서의혹 사건의 긴 터널을 하루빨리 탈출하려는 통치권자의 고도의 노림수라고 할 수 있다. 이건설장관은 서울시의 수서건 업무에 관한 중앙감독부서인 건설부 장관으로서 감독책임을,박시장은 택지특별공급 결정권자로서 책임을 각각 물은 것이며,이행정수석은 장병조 전 비서관의 직속 상급자로서 감독소홀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노대통령이 이날 단행한 인사내용의 핵심은 이부총리를 경질하면서 후임에 최각규 민자당 정책위의장을 기용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최신임부총리가 당으로부터 경제각료의 팀장으로 진출함에 따라 지금까지 당3역의 민정·민주·공화계의 안배원칙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가시화시킨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민자당 창당후 당3역은 사무총장 민정계,원내총무 민주계,정책위의장 공화계로 3분되어 왔으나 지난해 당3역 개념에서 정무장관을 포함하는 당4역 개념으로 확대되면서 당시 민주계의 김동영 총무가 정무장관으로 빠지고 원내총무엔 민정계의 김윤환 정무장관이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당4역 가운데 공화계 몫이었던 최정책위 의장이 부총리로 내각에 진출함으로써 당4역에 공화계가 다시 배려될 수는 없을 것이고 따라서 당3역은 모두 민정계로 채워질 것으로예상된다. 이는 당3역에 당총재인 노대통령의 직할부대인 민정계를 포진시키기 위한 공간을 확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의 핵심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3역에 민정계가 포진하게 되는 구도는 외형적으로 말하면 『지금부터 계파접배는 더이상 없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는 집권후반기를 맞아 노대통령의 당에 대한 직접적 통제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번 인사의 묘수는 수서사건을 계기로 한손에는 문책이라는 칼로 정치적 매듭을 도모하면서 다른 한손에는 공화계 당3역의 몫을 내각에 할애해주는 대신 당을 노대통령의 친정체제로 장악한다는 「양수겸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대통령은 이번 수서사건에 대해 「정·경·관」이 유착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노정시킨 독직사건으로 파악하고 특히 사회지도층의 부도덕과 무책임을 여지없이 드러낸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의 지도층의 도덕성에 대한 실망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 경우 자칫 체제위기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검찰수사의 일단락과 동시에 문책 및 국정분위기 일신을 위한 인사를 단행했다고 볼 수 있다. 노대통령은 현 제도권정치가 불신의 한계점에 와 있다는 인식에 따라 민자당의 3역도 모두 경질,당의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복안을 일단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의 의견교환 과정을 통해 사무총장 경질·정책위의장의 자리메움으로 하고 김윤환 원내총무를 유임시키기로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총무의 유임은 수서사건으로 소속의원이 구속된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묻는 것보다는 정치판을 그나마 꾸려 나갈수 밖에 없다는 판단아래 그의 출중한 대야관계 역량을 버릴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의 정치적 후속조치는 일단 당정 개편으로 가시화 되겠지만 앞으로 「깨끗한 정치」 구현을 위한 제도적 개혁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서사건의 파장은 그러나 노대통령의 당정개편을 통한 정치적 매듭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여진이 이어질 것 같다. 특히 평민당은 「외압의 실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주장하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한보자금 2억원의 당내유입으로 야당의 초후보루인 도덕적 「순결성」이 여지없이 무너진데 따른 반작용으로 좌충우돌식 물귀신작전을 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통치권 누수현상으로 국민들의 눈에 비쳐져서는 않된다는 점을 십분 고려,국정은 물론 당 통솔의 장악력을 최대한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차기 대권 고지확보를 위해 당내기반을 넓혀가려는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의 이해가 엇갈려 마찰을 빚을 소지가 없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총재와 대표간의 역할분담이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또 이번 사건으로 민자·평민 할것 없이 국민들의 기존정당에 대한 불신이 크게 증폭됨으로써 현재 5∼6월께로 미뤄놓은 지방의회 선거가 과연 그 시점에 실시될지는 매우 불투명하는 등 정치일정 전반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일하려는 의욕」다시 불태우자/홍문신 한국감정원장·경박(서울시론)

    ◎걸프전을 우리경제 재도약의 전기로 「브레너 고개는 알프스 중에서 가장 낫고 완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예로부터 지중해 문화와 북유럽 문화를 갈라 놓았다. 뉴욕시 서쪽 70마일에 있는 댈라웨어 협곡은 고개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으나 미국 동부해안 지대와 중부를 갈라놓고 있다」(PF 드러커저 새로운 현실). 지금의 한국경제야말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브레너고개」와 같은 분수령에 처하여 모든 것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그러면 왜 지금이 모든 것을 재정비해야할 시점인가. 기업경영의 원리 중에 불황의 골짜기에 있을 때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도 걸프전쟁 등으로 내외의 위기감이 가장 고조된 지금 대탈출을 시도해야 되지 않겠는가. 걸프전이 발발한 지난 1월의 수출 실적은 월간 적자폭으로는 사상 최고규모인 17억달러를 기록했고 소비자 물가는 2.1% 상승해 이것 또한 월간 상승률로는 10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수치를 보고 우리는 「지금」이 바로 우리 경제를 총점검해야 되는 그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이런지표보다 더 우려되는 상황이 있다. 서울대학교 김경동 교수팀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20년 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일하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열심히 일하겠다는 사람은 응답자의 28%뿐이고 71%는 적게 벌더라도 생활을 즐기겠다고 답하였다. 이같은 의식조사 결과는 최근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일에 대한 기피현상과 일맥상통하는 점이었다. 일을 하려는 의욕이야말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지금까지 우리경제의 강점이자 무서운 힘은 바로 여기에서 생겼다. 우리경제의 가능성도 바로 이점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사라져 가고 있다며 한국경제의 앞날에 이보다 더큰 위협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허리띠를 느슨히하고 팔짱을 끼고 있는 사이에 선진국으로 가는 경쟁의 길은 치열해져 가고만 있다. 앞으로 세계경제의 주도권은 주요산업의 경우 「글로벌 기업」(Global Industry)에 의해 좌우된다. 자동차나 전자산업과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지금까지의 국제적 기업과는 달리 전세계를 대상으로 생산과 매니지먼트를 수행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지금까지는 국제적 기업이라해도 이들의 영향력은 어느 특정 몇몇나라에만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생리는 지구 한모퉁이의 강자가 세계 전체의 강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미국의 일류기업과 일본의 일류기업이 합종련형하는 것과 같은 화려한 전략을 구사한다. 기술은 누가 전담하고 경영은 누가 전담한다는 식의 세계적인 기업연합 전략을 꾀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내가 먹지 않으면 내가 먹혀 버리는」 치열한 경쟁적이다. 글로벌 기업이 세계제패의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은 무엇보다도 기술우위와 뛰어난 경영에 있다. 미일의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을 유레카(EUREKA) 계획에서 찾을 수 있다. 유레카 계획은 고화질 TV를 개발하기 위한 유럽의 다국적 연구 프로젝트이다. 이것은 결국 기술수준이 열위인 유럽 기업군이 미국과 일본의 전자산업 글로벌 기업에 대항하여 살아남기 위한 3·4위 패자부활전과 같은 것이다. 유럽 기술수준이 이러하거늘,평균적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수준 및 경영 격차가 더욱 큰 우리 기업은 지금까지의 「장기」였던 왕성한 근로의욕마저 사라져 가고 있어 세계로 나아갈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이것이 지금 우리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냉엄한 현실이다. 그러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가장 서둘러 재정비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지극히 평범한 말처럼 들릴는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것은 온 국민으로 하여금 「일하려는 의지」를 되살려내고 집결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는 올바른 정책이 없어서라기보다 기업가이건 근로자이건 일하려는 의욕을 잃어버렸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경제발전을 하는데 자본이다,기술이다,정책이다 하는 것은 필요조건은 되나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일하려는 의욕이 없는 어느 아프리카 오지에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참으로 일하려는 의지는 경제를 이룩하는 충분조건이다. 아침신문에서 이라크에 나라를빼앗긴 쿠웨이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잃었다. 그들은 하루 숙박료가 2백40∼4백60달러나 되는 이집트의 일류호텔에서 빼앗긴 나라를 걱정하는 기색도 없이 일도 않고 호화판 도피생활로 소일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이 이러할진대 귀족들은 어떠하겠는가. 극단의 비유겠지만 우리경제를 좀먹고 있는 과소비풍조와 일을 기피하는 풍조를 생각할때 남의 이야기로만 흘려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사람은 1달러 쓸때 1분을 망설인다」는 말이 있다. 그러면 1백달러를 쓰는데는 얼마를 망설여야 하는가. 오늘날 우리의 소비풍조를 생각해보자. 1백달러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있지 않은가. 또 이런 풍토가 만연한다면 누가 땀흘려 일할 의욕이 생기겠는가. 「우리나라 사람은 혼이 좀 나야 정신을 차리게 된다」는 말도 있다. 우리경제가 뚫고 나가야할 어려운 현실을 직시할때 이제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에 대한 흩어진 의지를 다시 집결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걸프전쟁이 발발하자 과소비 풍조가 다소 진정되는 듯하다 또 에너지 절약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공동체의식이 싹트는 기운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걸프전쟁은 우리에게 시련의 시간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지금 「브레너 고개」위에 서 있다. 여기서 우리경제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많은 지평을 여는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걸프전쟁은 진정 우리에게 교훈의 전쟁이어야 한다.
  • “정치판 함몰위기”…탈출구 모색 안간힘/「수서회오리」속의 정가표정

    ◎사법처리에 촉각… 절충여지 없어 고심/“섣부른 대응은 사태악화”… 휴면 주장도 서울 수서지구 택지분양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정치권을 향해 계속 좁혀오는 가운데 여야는 이번 사건과 관련,사법처리 대상의 범위에 촉가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의 경우 상공위 뇌물외유 사건과는 달리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돌출한데다 뇌물외유 사건으로 3명의 국회의원이 구속되는 등 사법처리의 「단가」가 잔뜩 인플레된 시점에 꼬리를 물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절충의 여지나 선택의 폭은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13대 국회에 들어 이미 8명의 의원이 구속된데다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몇몇 의원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잇따를 경우 정치권의 함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외로 정치권에 대한 사법처리가 소폭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결국 이번 사건은 앞으로 정치권의 개입의혹에 대한 검찰의 직접적인 물증확보 여부 및 통치권 운용차원에서의 「구획」 획정,여론의 향배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수사가 귀결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민자당은 전날 검찰의 정치권에 대한 수사방향에 허탈감과 초조감이 교차되던 분위기였던 것과는 달리 12일에는 검찰의 수사에 승복하면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 안간힘을 쓰는 모습. 이날 상오 정순덕 사무총장 주재로 열린 실무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박희태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민주화과정을 통해 성역도 없어졌으며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변화되어 이제는 관례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면서 『앞으로 변화를 감지 못하거나 변화속도에 자신을 맞추지 못하면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비감한 소회를 피력. 이에앞서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은 이날 상오 서울 가든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수서」사건 등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고 향후 정국운영방안을 논의하는 등 수습책마련에 부심. ○…뇌물외유 사건에 이어 이번 「수서사건」에서도 정치권에 대한 사법처리의 범위를 둘러싸고 여권내 강·온세력이 맞서고있다는 후문. 행정부와 사정기관의 율사출신 그룹은 「이번에 비리의 온상을 완전히 척결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며 수사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당측에서는 향후 정치일정과 정국안정을 감안,정치적 해결과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고 여권의 한 고위소식통이 전언. 이 소식통은 『이처럼 엇갈린 기류때문에 아직 최종적인 결심이 서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현재까지는 강경파의 강공드라이브에 정치권의 의견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해 정치권이 사법처리대상 국회의원의 한계치로 설정하고 있는 2명선을 넘어설 가능성을 시사. ○…평민당은 「수서사건」의 핵심부가 청와대쪽이라고 주장하며 비난의표적을 여권 핵심부쪽으로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역부족을 실감하는 기색이 역력. 특히 12일에는 건설위간사인 이원배의원이 지난 89년 인천지역의 한 철재상에 한보 철강제품의 납품을 알선한 사실이 보도되자 『더이상 검찰의 수사망을 피할 명분이 없게 됐다』는 자괴심리가 팽배돼 가고 있는 분위기. 이에따라 『비리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의원들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함께 『정권차원의 비리문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정치적 해결」을 배제한 정면충파 주장이 엇갈려 있는 상태. 그러나 국정조사권 발동을 위한 임시국회 조기소집 요구와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병행하겠다는 것이 현재까지 외형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평민당의 기본전략. 이날 상오 열린 평민당 당무회의는 성명을 통해 『사건이 청와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 분명한데도 구색을 맞추기 위해 진행된 국회 건설위가 마치 사건의 주범인양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은 수서특혜의 경위를 해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한편 청와대 막료들의 비위에 대해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가 되도록 검차에 지시할 것』을 요구. 이같은 강경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정치권 전체가 불신받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대응책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정치휴면」을 통해 자연진화시키는 방안을 제시해 주목. 평민당의 미묘한 입장과는 달리민주당은 이날도 노태우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설날이후 대도시별로 수서특혜분양 진상보고대회를 갖기로 하는 등 무차별 공격을 계속.
  • 귀를 찢는 대포소리… 섬광… 폭격기 굉음…

    ◎현대근로자가 말하는 「필사의 탈출」 9일/그날 새벽 바그다드는 “생지옥”/이불속서 떨다 잠옷만 입고 방공호로/버스에 라면싣고 “이란쪽으로 가자”/폭격으로 단전·단수… 강물이 식수/이라크군,세번 출국 거부… 울며 매달리자 “가라” 『지난달 17일 상오2시30분쯤(현지시간) 막 잠에 빠져드는 순간 요란한 대포소리가 귀를 찢기 시작했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 두근거리는 가슴을 간신히 억제한 뒤 라디오를 켰죠. 그런데 평소 들려야할 BBC 방송도 갑자기 잡히질 않았습니다. 비행기소리만 들려오고…』 바그다드의 탈출을 기도한지 아흐레. 천신만고끝에 이란국경을 넘어 지난 31일 서울에 도착한 현대건설 이라크사업본부 김종훈이사(49)는 악몽과도 같은 걸프전쟁 발발순간을 되새기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떨리는 손으로 이리저리 다이얼을 맞추다 겨우 BBC 단파방송을 통해 전쟁소식을 듣게된 김이사는 숙소인 알샥의 이라크사업본부 건물 지하방공호로 재빨리 대피했다. 잠옷차림이었다. 이어 동료직원들과 방글라데시인 등 현지근로자 20여명이 방공호로 몰려들었고 본부건물에서 4㎞ 또는 20㎞쯤 떨어진 키루크와 데이지 공사현장에서 『어떻게 해야되느냐』 『모이겠다』는 전화가 당황한 목소리로 연달아 걸려왔다. 다국적군의 계속되는 공중폭격에 따른 폭음이 지하방공호까지 들려왔다. 계속된 「대공습」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공포소리가 상오 6시가 넘으면서 그치기 시작했다. 날이 밝아오자 본부에 모여든 직원·현지고용근로자는 40여명. 전체 2백80여명의 근로자중 극히 일부였다. 상오6시쯤 일단 모인 사람들끼리 본부건물에서 60여㎞ 떨어진 바쿠바시로 회사소형버스 2대에 나눠타고 피난길에 올랐다. 비상식량으로 비축해 둔 라면상자와 터키제 1.5ℓ짜리 생수를 있는대로 함께 실었다. 거리에는 외국인들의 피난행렬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다국적군의 1차 공습은 우선 모든 통신을 마비시켰고 우체국 등 주요공공건물만 파손시킨 것같았다. 정교한 공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기도 나가고 식수는 간헐적으로 받아 마시는 형편이었다. 바쿠바의 한 농장을 빌려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쿠바에서 1백10㎞ 떨어진 이란 국경지역으로 탈출을 결심했다. 『20일까지 사업본부에 대부분의 근로자가 모였으나 키루크와 베이지 공사현장의 동료 13명의 모습은 끝내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더 지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우선 자신을 포함,동료근로자 9명과 방글라데시인 28명 등 37명이 2대의 회사버스로 탈출을 결심,이란 국경쪽으로 달려가 21일 새벽 마침내 국경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라크지역 국경사무실은 중무장한 이라크병사와 외무성관계자가 나와 있었다. 『한국인 근로자』라며 준비한 여권 등 출국관계서류를 내보이며 이라크병사에게 사정조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출국동의서가 없다는 이유였다. 「특별허가」를 외무성으로부터 받아야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바쿠바시내 피난처로 향했고 다음날인 22일 일부직원을 외무성에 보냈다. 그러나 외무성으로부터도 특별출국허가서에 필요한 갖가지 서류보완을 요구받았다. 현지고용인이 많아 서류보완이 어렵자 22일 하오 이전서류를 갖고 국경지역에 다시 도착했으나 국경은 이미 봉쇄되었다. 바쿠바 농장으로 또 돌아오고 말았다. 다국적군의 공습은 3∼4시간 간격으로 끊이지 않았고 바그다드 시내의 거리는 중무장한 탱크와 각종 야포를 앞세운 군인들만 눈에 보였다. 이라크 시민들은 단수가 되자 바그다드 중심가를 흐르는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물을 떠먹기 시작했다. 두달가량분의 비상식량을 차에 싣고 다녔으나 전장의 포화속에서 끼니를 거르기가 일쑤였다. 『23일 상오 이라크 외무성 이민국을 찾아가 「보내달라」고 사정하자 「곧 국경을 다시 열테니 가보라」고 한 관계자가 귀띔해 주었어요』 그러나 이민국 직원들은 『몇시간 후에 와라』 『현지고용인의 여권수가 맞질 않다』 『본인들의 출국희망서약서를 가져오라』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출국허가서를 떼주질 않았다고 생환 근로자들은 입을 모았다. 『요구한 서류를 이리저리 맞춰 24일 상오 이민국에 들렀으나 「25일에 다시 오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피난처인 바쿠바에서 몇차례 회의를 거듭한 끝에 『출국관련 서류를 전면 무시하자』고 결정했다. 지난달 24일 하오5시 국경지대의 이라크측 「국경사무실」에서 이라크 관계자의 옷자락을 붙들고 울며 사정하기 5시간. 이들은 출국비자기간이 24일로 모두 끝났다며 버티다 끝내 통과시켜주었다. 국경지역을 넘어 이란측이 마련한 난민촌에 빨간 적십자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25일 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김이사 등은 함께 오지 못한 동료들의 걱정에 잠을 못이룰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라크탈출 현대 9명/오늘 하오 귀국

    지난 25일 이라크를 탈출해 이란 테헤란에 머물고 있던 현대건설 근로자 9명이 31일 하오6시25분 김포공항으로 귀국한다. 현대건설 비상대책본부는 30일 『김종훈이사 등 9명은 이란 현지시간으로 30일 하오7시15분 이란항공 800편으로 테헤란공항을 출발,30일 하오1시 일본 도쿄공항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은 뒤 31일 하오3시50분 대한항공 001편에 탑승해 서울로 향한다』고 밝혔다.
  • 이라크 잔류 현대근로자/9명 이란으로 탈출

    ◎남은 13명 소재는 확인못해 이라크에 머물러 있던 현대건설 근로자와 직원 등 22명 가운데 9명이 이란국경으로 이동해 안전하게 대피하고 있음이 25일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이들 9명이 이란 하오5시쯤 이란 호스라비 국경지역에 통신이 가능한 이란의 현대건설 지사와 공관으로 전화를 걸어왔고 현대건설 지사 직원들이 이를 다시 서울 현대건설 비상대책본부로 연락해 옴으로써 밝혀졌다. 현대건설측은 『22명 가운데 대피사실이 확인된 9명의 명단은 이들이 통신연락이 가능한 바크타란에 도착하는 26일 상오3시30분에서 4시쯤 사이에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현대건설측으로 연락해온 것은 걸프전 개전전날인 지난 16일 현대건설측이 바그다드 현지 현대건설 사업본부 김종훈이사(50)에게 전화로 철수지시를 내린 이후 9일만에 처음이다. 우리측은 이들을 이란 국경선부근 호스라비에서 맞기 위해 현대종합상사 테헤란 지사장 유풍부장과 이란주재 우리공관 직원 1명을 이곳으로 보냈다.
  • 교민 무조건 철수 촉구/중동근로자 소재파악… 탈출차량 지원

    ◎페만 대책본부 정부는 19일 페르시아만 전쟁이 확전될 기미를 보임에 따라 현지 진출업체 및 교민들의 자체판단을 중시했던 기존의 교민철수 대책을 바꿔 이들의 안전대피를 강력히 종용키로 했다. 외무부는 이에따라 이라크에 잔류하고 있는 현대건설 근로자 등 24명의 소재파악과 조기철수를 권고하기 위해 요르단 현지교민 1명(택시운전사)을 18일밤(한국시간) 바그다드에 급파했다고 페만 비상대책본부가 이날 밝혔다. 이 교민은 이라크 잔류교민들에게 요르단 또는 이란으로 가능한 한 빨리 철수하라는 정부의 긴급 메시지를 전달하고 철수방법을 주선한 뒤 20일 하오(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으로 귀환한다고 대책본부는 덧붙였다. 외무부는 이와함께 현대건설 근로자들이 이란 국경선을 이용,철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이란·이라크 국경검문소가 있는 바크다란에 홍충웅영사 등 주 이란대사관 직원 2명을 파견했다. 외무부는 또 이스라엘 잔류교민 72명에 대해 무조건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떠나도록 종용하는 한편,이들의 카이로 철수를 위해이스라엘과 이집트 국경지역에 차량과 지원인력을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이라크에 남아있던 문화방송 취재진 4명은 이날 새벽(한국시간) 육로를 통해 요르단 암만으로 무사히 탈출했다. 이들에 의하면 이라크에 남아있는 현대건설 근로자 23명 모두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본부는 특히 암만 공항이 폐쇄됨에 따라 요르단 교민 23명과 이곳에서 취재중인 서울신문을 포함,10개 언론사 특파원 22명 등에게도 철수를 당부했다.
  • “이라크 전역에 전쟁공포/시위·피난행렬 범벅… 상가 거의 철시

    ◎철군시한 하루전 분위기 급변/이라크군 포격훈련,연일 포성/귀국 중동근로자가 말하는 현지 분위기 결사항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시위,요르단 국경 등 외곽쪽으로 줄을 잇는 피난차량행렬,대부분의 상점이 철시한 가운데 인적조차 뜸해진 시가지…. 16일 상오 바그다드 등 중동지역에서 대한항공 특별기를 타고 간신이 귀국하는데 성공한 3백1명의 교민·근로자·공관원 가족들이 전하는 현지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일촉즉발」의 전쟁직전 상태였다. 이들은 2∼3일 전만해도 「전쟁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던 페르시아만 일대가 이라크군 철수시한 하루전인 15일부터 분위기가 급변,중동지역 주민들은 극도의 전쟁공포감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또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는 군의 포격연습으로 포성이 그치질 않고 있는 가운데 연일 관제형 「성전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시가지 곳곳에는 「결사항전을 벌이자」는 벽보와 대자보가 나붙어 전쟁이 임박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특히 육류·식수 등 식품사재기를 하느라 가게마다에서 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귀국교민·근로자들은 한결같이 『사지를 탈출한 것이 꿈만 같다』면서 『미국과 이라크간에 극적인 화해가 이루어져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근로자들은 현지에 값비싼 건설장비를 그대로 두고 온데 대해 아쉬워 했으며 어떤 교민은 두고온 남편 때문에 불안해 하기도 했다. 바그다드에서 귀국한 현대건설 요리사 김규준씨(47·경기 의왕시 오전동 329)는 『미국이 이라크에 최후통첩한 철군시한인 16일 하오2시를 나흘 앞둔 12일 상오5시 더이상 잔류할 수 없다는 현장 책임자의 판단에 따라 임시직원 문동락씨(46)와 방글라데시 고용인 5명을 남겨두고 이라크 바스라항 해운기지 현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페르시아만을 끼고 있어 최전선이 되는 바스라항 곳곳의 벙커옆에는 이라크 군대의 대공포 포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군인을 실은 트럭과 탱크들이 줄지어 분주히 이동하고 있었으며 쉴새없이 들리는 훈련용 대포소리와 전투기비행 등으로 전쟁 전야를 방불케 했다고 그는 공포와 불안감에 떨던 순간을 설명했다. 김씨는 『이라크당국이 연일 방송 등을 통해 「성전이 임박했으니 제국주의 미국과 맞서 싸우자」고 독려해 주민들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주민들은 방독면을 마련하는 등 전쟁에 대비하고 있지만 생필품 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바그다드에서 현대건설 중기부 직원으로 일한 김재진씨(34)는 『전쟁을 많이 겪었던 탓인지 바그다드 시민들은 긴박감 속에서도 비교적 태연한 모습이었으나 2∼3일 전부터 전쟁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관제형 시위가 잇따랐고 거리 곳곳에 「성전」을 독려하는 대자보·격문 등이 나붙어 전쟁이 임박했음을 실감케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라크인들은 전쟁이 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면서 『그러나 겉으로는 후세인의 강경정책을 지지하지만 속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등 불평불만이 많으며 친하게 지내던 이라크 친구들도 이같은 불평을 많이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근로자등 중동교민/3백1명 어제 귀국/“사지 탈출 꿈만 같다” 이라크 바그다드 등 중동지역 교민과 근로자 공관원가족 등 3백1명이 16일 상오7시15분 대한항공 특별기 8021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무사히 귀국했다. 오랜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입국수속을 마친 이들은 1층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가족과 전장터를 빠져나왔다는 안도감을 함께 나누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일부 가족을 현지에 남겨두고 철수한 공관원 가족들과 현지 사정으로 짐만 부쳐온 근로자가족 등은 곧 닥칠지도 모르는 전장의 회오리를 걱정하며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귀국한 교민들은 현대근로자 81명,현지 공관원·가족 57명,한국외환은행 직원 17명,한일은행 직원 7명,신성과 용진근로자 각각 7,9명 삼성근로자 4명 등이다. 교민 특별수송기는 당초 이날 상오1시40분쯤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한때 요르단 등지에서의 교민철수에 차질이 생겨 요르단의 암만에서 6시간쯤 늦은 15일 하오5시30분(한국시간) 서울을 향해 출발했었다.
  • “바그다드 탈출” 최봉름 주 이라크대사 긴급인터뷰

    ◎“이라크 잔류교민 안전 이상없다”/의료진 파견에도 대한태도 큰 변화없어/이라크국민,“승산없는 전쟁 안터졌으면” 최봉름 주이라크 한국대사는 15일 상오11시43분쯤 이라크 항공을 이용해 바그다드에서 요르단으로 철수,암만 국제공항 귀빈실에서 서울신문과 특별회견을 갖고 『아직 이라크에 남아있는 우리교민 20여명의 안전문제가 마음에 걸리지만 공사현장이 분산돼 있어 큰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격무로 다소 피로한 표정의 최대사는 바그다드의 상황과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철수한 소감은. 『이라크 교민들이 일단 당초 계획보다 많이 철수해 큰 불안은 없고 잔류인원에게도 방독면 등 대사관이 준비한 물건들을 지급하고 있다. 전쟁이 안나고 평화적으로 해결돼 모든 일이 잘되길 희망한다』 ­잔류교민은. 『현대건설 근로자 23명이 본부와 6개 현장에 분산돼 있다. 50명 이상 잔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대측에서 상당히 고심한 것같다』 ­14일 교민들의 출국이 좌절됐던 경위는. 『이라크 외무부 영사 국장에게 국경에서 말썽이 없도록 부탁해 놓았으나 연락이 미처 안됐는지 바그다드에서 1백50㎞ 지점 라마디 검문소에서 삼성직원들이 출입국비자를 보여주었는데도 통과를 거절당했다. 다시 영사국장을 찾아갔더니 즉석에서 육로안전통과 확인서에 관인을 찍어줘 다시 출발했다. 현대직원들은 무사히 통과했다』 ­한국의 페르시아만사태 분담금 부담 및 군의료진 파견결정후 이라크 정부의 태도는. 『불만표시를 해온적은 있으나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미국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한국의 친아랍적 중동정책과는 반대되기 때문에 국회상정을 안하는게 어떠냐고 한차례 연락이 있었다』 ­각 기업체의 공사대금 회수 및 장비유지 문제는. 『1∼2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사를 마쳤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고 돈으로 안될 경우 기름으로라도 지급하기로 대부분 약속을 받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장비문제도 이라크 쪽에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 왔다』 ­이라크 내부상황은. 『가게 앞에 서 있는 줄이 길어진 것 외에는 평상시와 거의다를 바가 없다. 군인들은 주로 쿠웨이트와 인접한 남쪽에 배치돼 바그다드에서는 군인들의 움직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경제봉쇄 효과가 일부 분야에서 나타나고는 있지만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이라크 국민들의 생각은. 『북한과 같이 언론매체가 모두 근본적으로 차이없이 관제보도로 일관하고 있고 사람들이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아서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간혹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체로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전쟁을 피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이라크 현지 외교관들의 철수상황은. 『4∼5개 친이라크적 아랍국을 제외하고는 현재 소련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련대사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며 얼마간 더 남아 있겠다고 말했다. ­전쟁 가능성은. 『아직은 잘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아닌가』 ­앞으로 임지 복귀 전망은. 『사태 추이를 관망하면서 본부결정에 따르는 길 외에 지금으로서는 무어라 전망하기 곤란하다』
  • 한중·대우조선,「적자터널」 탈출(경제화제)

    ◎“군살빼기”등 경영 혁신,현장 일일점검/“체질” 개선 힘입어 올 4백억 흑자 예상/한중/그룹전체서 6천8백억 희생적 투자/노사 불신 씻고 화합… 올핸 8백억 벌듯/대우조선 그동안 적자만 내오던 한국중공업·대우조선 등 대형 적자 중공업체들이 마침내 「흑자시대」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재계의 천덕꾸러기였던 한중과 대우조선은 착실한 경영호전으로 올해 각각 4백10억원,8백억원의 첫 흑자를 기록해 「제2의 포철신화」를 만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최근 조선 경기와 건설경기 호황으로 주력인 조선·건설·중장비 설비의 장사가 잘된데다 생산성이 높아졌고 내부적으로 부채경감 노력이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중공업◁ 「하루에 1억원씩 까먹는 회사」로 경제계의 빈정거림을 받았던 한중이 마침내 정상화의 문턱에 올랐다. 한중 근로자들은 회사의 부실화로 민영화가 거론되던 지난 2년여 동안 회사마크를 단 작업복 차림으로는 차마 창원시내를 다니지 못할 정도로 기가 죽어지냈다. 민영화 논의의 와중에 회사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1년 적자가 3백억원 이상씩 되는 바람에 「놀고 먹는 회사」로 불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런 한중에 지난해 2월 안천학사장이 부임하면서 경영대수술이 일어났다. 한중 직원들의 정상화 콤플렉스를 반영하듯 「한 맺힌 정상화,이번만은 풀어보자」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린 것과 동시에 비서실이 없어졌고 직원들은 출근때 아예 작업모를 쓰고 현장으로 직행했다. 안사장은 취임 한달사이에 임원 13명을 퇴임시키는 군살빼기를 단행했다. 이와함께 과·부장급 1백60명을 연수발령(사실상 대기발령)했으며 서울 삼성동의 본사직원 5백명 가운데 3백10명을 창원 공장으로 발령,느슨했던 한중체질에 메스를 가했다. 안사장은 부임이래 계속해서 현장에서 직원들과 숙식을 같이 했다. 낮에는 6개 공장을 돌며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밤에는 야근공장에 불쑥 나타나 밤참을 같이 먹이며 근로자들의 애로사항과 현장의 문제점을 챙겼다. 이같은 안사장의 파격적인 행동에 직원들도 처음에는 『쇼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없지 않았으나지난해 11월 국회의 국정감사때는 노조측이 앞장서서 한중 정상화의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의원들에게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한중은 지난해 6천억원의 매출에다 당기순손실액을 30억원으로 줄이는데 성공한데 이어 올해는 매출액 7천억원에 4백1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창사후 첫 흑자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대우조선◁ 한중과 함께 부실기업의 대명사처럼 된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은 경영을 책임질 김우중 그룹회장이 1년7개월 동안의 옥포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10월 서울로 돌아온 일이다. 지난89년 3월 정부가 대우조선 지원방안을 확정한 직후 김회장은 옥포로 내려와 칩거하면서 조선정상화를 진두지휘했다. 그룹 전체의 이익을 고스란히 갉아먹던 대우조선을 정상화하지 않고서는 대우그룹 제2의 신화창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영정상화 초기에 그가 가장 관심을 쏟은 분야는 노사관계의 안정. 자전거를 타고 야드를 돌고 특별한 일이 없는한 근로자들과 하루 세끼 식사를 같이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직접 용접봉을 손에 잡기도 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단행됐고 다양한 행사도 전개했다. 6박7일씩 3백명이 참석하는 「패밀리 트레이닝」을 40차례나 계속,노사간 불신을 제거하고 공감대를 넓혔다. 이와함께 대우조선의 침몰을 막기 위한 그룹전체의 희생적인 투자가 계속됐다. 대우투금·풍국정유·설악개발·제철화학 등 계열사 4개를 처분한데 이어 금싸라기땅 당산동 물류센터와 부산 수영만 부지도 정리하는 아픔을 겪었다. 김회장은 사재 1천4백억원을 조선에 쏟아부었다. 그동안 김회장과 대우그룹이 조선회생에 쏟아부은 자금은 현찰만도 4천3백97억원,현물출자분을 합치면 6천8백6억원에 이른다. 그 결과 7년간 중병을 앓아온 대우조선의 당기순손실은 89년 2천3백90억원에서 지난해 4백60억원(추정)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처음으로 8백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지자제공천작업 난항… 고심하는 여야

    ◎우세지역 「선택난」·열세지역 「인물난」/경합지선 추천위 구성… 참신한 인사영입/민자/중앙당 선거체제로… 여당탈락자에 손길/평민/임시전당대회 기점,젊은인재 발굴 총력/민주/민중당선 공단밀집지역등서 승부걸어 여야는 지방자치제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이 허용된 광역의회 의원후보 인선준비작업에 돌입했으나 지역 및 당내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공천기준과 방법을 확정짓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자·평민당 공히 자신들의 우세지역에서는 출마희망자들이 넘쳐 「선택난」을 겪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열세지역에서는 「인물난」으로 인해 획일적인 공천규정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이번 지자제선거결과가 14대 총선의 공천 및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지역국회의원들은 지역사정을 고려한 융통성있는 중앙당의 통제 또는 지원을 바라고 있는 형편이어서 공천작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합당전 위원장 우선 ○…민자당은 광역의회의원후보 공천방법을 지구당위원장 단수추천→시도지부 경유→공천심사위 심사→당무회의의결→총재 및 최고위원 최종결정이라는 골격은 이미 마련했으나 인선기준·추천방법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이견이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는 상태. 현재 민자당 지자제대책소위에 제기된 문제점은 출마희망자과다지역의 복수추천 또는 무공천허용 여부·여야격돌예상지역의 인선기준·영입 또는 특별배려인사들의 배정·부적격자 선별문제 등으로 대별될 수 있다. 민자당은 공천경합지역에서는 지구당별로 10인이상의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전협의과정을 거침으로써 탈락자들이 야당으로 변신 또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권표를 분산시키는 것을 막을 방침. 또 후보추천의 어려움을 호소해오는 지구당에 대해서는 복수추천토록해 중앙당이 낙점을 하는 방식을 검토중이며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호남지역 등은 중앙당이 전직공직자 및 3당합당 이전의 지구당위원장·영입인사들의 출마를 적극 권유한다는 계획도 마련중이다. 그러나 호남지역의 대부분 지구당위원장들이 소선거구제에 반발,후보추천을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중앙당은 골치를 앓고 있다. 공당으로서 일정지역에 후보공천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하자니 인물난에다 지구당위원장들의 반발까지 겹쳐 후보공천과정에서부터 중앙당의 부담이 그만큼 무거워지고 있다. 이와관련해 민자당 일각에서는 호남지역의 경우 친여권인사를 공천하기 보다는 무소속출마를 유도,당선후 입당시키자는 안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민자당은 3당합당이전의 지구당위원장·전직공직자·사무처요원·여성 등을 우선 공천키로 방침을 세웠으나 이들 인사들의 특별 배려에 대한 반응도 우열지역에 따라 극히 상반되고 있는 상태다. 호남지역의 경우 특별배려 공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희망자가 드물고 영남 등 여권우세지역에서는 지구당위원장들이 안그래도 후보가 넘치는 형편인데 특별배려인사까지 끼워넣는다면 지역의 반발이 증폭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앙당 비토권 강화 이같은 상반된 지역성때문에 당지도부에서는 후보자추천에 지구당위원장이 전권을 갖되 중앙 당공천심사기구의 재량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이에따라 중앙당은 지구당추천인사에 대한 비토권을 강화하고 출마희망 중앙당사무처요원·영입가능인사들의 자료를 마련해 지구당위원장들이 후보추천시 활용토록 하며 당도 이들의 공천을 적극 뒷받침해 나갈 계획. 현재 지구당당직자를 제외한 중앙당사무처요원의 출마희망자는 약 23명 정도. 이들 출마희망자들은 해당지역 지구당위원장에게 자신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의원들 대부분이 지역기반이 약하다는 이유 등으로 개인적으로는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앙당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7일 출마희망사무처요원들을 소집,당선가능성 및 지역기반 등을 사전조사해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추천을 적극 권유할 방침이다. 한편 민자당은 새로운 지방의회 바람을 일으키기위해 변호사·교육계출신·전직공무원·사회사업가 등 명망을 갖춘 참신한 인사들을 공천할 방침이나 현재까지 출마희망자들 대부분이 중소상공인이거나 「정치꾼」으로 불리는 정당활동 전력자들이라는 점 때문에 또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당이 지방의회에 진출시키고 싶어하는 인사들 대부분이 출마의사가 없거나 경제력 및 지역기반이 취약하기 때문. 따라서 민자당은 참신한 인사들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영입가능인사에 대한 출마권유작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달중 심사위 구성 ○…평민당은 김대중총재가 시무식 연설에서 『인물·선거자금부족에다 조직도 미약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토로했듯이 「인재난」타파를 위해 목하 고심중이다. 지역적으로는 서울의 평민당우세지역과 호남권은 자천,타천후보들이 선거구별로 3∼4명에 이를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따라 1월 한달동안은 각선거구별로 최소한 1명 이상의 후보자는 확보해 놓겠다는 방침이다. 평민당은 김총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지자제선거대책위를 발족하고 지구당위원장이 추천한 후보를 중앙당이 최종 인준토록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등 중앙당차원의 선거채비를 이미 갖췄다. 후보공천은 각 지구당별로 최소한의 「인물」이 확보되는대로 공천심사위를 구성해 선정작업을 벌이겠다는 방침인데 심사위의 구성시기는 2월 중순쯤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영남권과 충남북,강원 및 경기도 대다수 지역에서는 후보선정은 고사하고 영입을 위해 몸살을 앓을 수 밖에 없는 현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예상후보들은 지구당부위원장급 인사들과 중앙당간부,의원보좌관·비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서울·호남지역에서는 지역유지급들과 재력가들도 상당수를 차지. 그러나 당내부인사들은 민주화투쟁 경력만으로 무장돼 있을 뿐 선거의 승부를 좌우하는 학력·재력·성장배경 등에 있어서는 역부족한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지적. 웬만한 지역유지나 재력가들은 전통적으로 친여성향이 강한데다 야당후보로 나서면 자칫 일신상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피해의식때문에 평민당입당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역감정차원의 「평민당기피증」까지 겹쳐 평민당후보로 나서는 것 보다는 무소속으로 나서겠다고까지 공언하는 실정. 평민당은 설사 상황은 어렵다하더라도 당외인사를최대한 영입해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방침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당조직의 축소개편으로 남은 인력을 지방의원 후보로 내세울 계획. 또 현재 민자당후보를 희망하는 인사들 가운데 공천탈락자들을 영입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민당이 5일 지방의회선거시기를 5월로 늦춰 잡자고 여당에 제의한 배경에는 인물확보의 어려움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 ○“「미니야당」 설움 벗자” ○…이번 선거를 통해 「미니야당」의 이미지탈출을 꾀하려는 민주·민중당은 당세확장의 차원에서라도 가능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입장. 민주당은 호남권을 제외한 전지역에서는 야권의 대표성을 인정받고 있으니만큼 인물확보에 있어서도 평민당보다는 유리할 것으로 희망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 오는 21일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당체제가 정비되면 외부인사영입과 후보자발굴을 연계시켜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이 내세우는 「세대교체」의 이미지를 살리기위해 공천후보는 30∼40대의 교수·변호사·직능단체대표 등 전문직 인사나 야당성이 있는 행정유경험자를 중점 발굴하겠다는 방침. 헌재 결성돼 있는 70개 지구당에서는 지구당위원장 책임하에 후보자를 발굴하고 지구당미결성지역에서는 시·도대책위를 통해 후보자를 선정하겠다는 복안. 민중당은 이번 선거에서 적어도 2백명이상의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수도권과 공단밀집지역 및 농민운동이 활성화된 농촌지역 등 30개 지역을 중점적으로 지원,승부를 걸겠다는 전략.
  • 안기부 발표 「자민통」 정체와 활동상황

    ◎북한방송 녹음,대학가에 「주사교육」/노동계등 핵심조직원 1만명 추산/리비아대사관 통해 전대협 간부 밀입북 주선 요청도 국가안전기획부가 26일 수사전모를 발표한 「자민통」은 북한측 「한민전」의 투쟁지침에 따라 우리의 학생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전대협」을 배후조종하고 있었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민전」은 북한의 「통일전선부」 산하에 있는 대남위장 선전기구로 남한의 적화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위조직. 민족자주정권 수립,연방제 민족통일 달성,자립적 민족경제 이룩,민족자주군대 창설 등을 골자로 하는 「한민전」의 강령과 규약으로 보면 이 조직이 북한의 대남전략을 선전하고 실행하기 위한 단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안기부는 수사결과 이와같은 「한민전」의 투쟁지침에 따라 88년 12월 결성된 「자민통」이 「전대협」을 행동조직으로 삼아 배후에서 조종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안기부가 밝힌 이들 조직의 활동상황 및 수사과정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자민통」 공작위원 최원극·구해우씨와 정책담당 김기수씨(24·가명 민수·경희대 경제학과 4년) 등은 지난 1월초 「구국의 소리」 방송이 내보낸 『미군철수를 핵심으로 한 반미자주화 투쟁을 활성화하고 반파쇼민주화운동과 2개의 한국조작 음모분쇄 등 연북통일운동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라』는 선동방송을 녹취해 「전대협」에 전달했다. 「전대협」은 이를 받아 「90년 총노선수립」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자민통」의 지시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이번에 구속된 「전대협」 의장 송갑석군과 공작위원 최원극씨는 수사과정에서도 『김일성을 존경한다』고 말하고 『한반도의 유일한 정통정부인 북한에 의한 통일만이 진정한 조국통일』이라고 주장했다. 송군은 「4월 투쟁지침」과 「9·20 반민자당 총궐기 투쟁 제안서」 「10·11월 노동자대회 등 투쟁 방침」 등의 투쟁계획서를 만들어 「서총련」 등 각 지구 대학생대표자 협의회에 보내고 지금까지 연인원 40여만명을 동원,9백여차례에 걸쳐 동시 다발적인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했다. 특히 정책담당 김기수군으로부터 「전대협」 대표 2명을 밀입국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송군은 지난 9월초 선전국차장 박종오군(23·구속·중앙대 문헌정보학과 4년)에게 『남북학생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입북시기와 방법 등을 북한측이 결정해 달라』는 내용의 「대북밀서」를 주어 주한 일본기자를 통해 남북 고위급회담 취재를 위해 서울에 와 있던 북한기자에게 전달하려다 일본기자의 거절로 실패했다. 이에따라 공작위원 최씨는 밀입북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 9월중순쯤 주한 리비아대사관과 리비아 학생혁명위원회에 「전대협」 대표의 밀입북지원을 요청했으나 「자민통」 지도부가 검거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밖에도 「전대협」은 「전민련」과 한양대에 있는 팩시밀리를 이용해 북한의 해외전위조직인 「재일교포 학생연합」 및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일본본부」 등과 수시로 정보 및 투쟁자료를 교환해 왔으며 지난 7월에는 북한영화 「소금」과 「탈출기」 등의 비디오테이프를 입수,전국 49개 대학에서 70여차례에 걸쳐 이 영화의 상영을 기도했다. 한편 안기부는 이들조직의 핵심 구성원이 학원에 7천여명,노동계에 2천여명,재야 및 출판계 등에 1천여명 등 모두 1만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단 유사시 동원이 가능한 인원은 적극 가담세력 5만여명,지지·동조세력 10만여명 등 약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 판­검사등의 주먹 대부와 술자리 동석 파장

    ◎대범죄전 지휘부 “폭력유착”에 충격/술취한 「찬조파」 부하,호스티스 이석에 불만/주인에 항의하러 복도 나갔다 강판사 만나/함께 있던 「진술파」에 시비,칼부림으로 번져 현역 국회의원과 판ㆍ검사,지역 보안부대원 등이 조직폭력배와 어울려 술을 마신 사건이 뒤늦게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최근 큰 물의를 일으켰던 인천지역 최대 조직폭력배 최태준씨에 대한 검찰의 처리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남아있는데다 노태우대통령이 선포한 「범죄 및 폭력과의 전쟁」과 공직자에 대한 사정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중추기관들이 자체문제는 어물쩡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때문에 법질서를 확립하고 사회를 정화하려면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검찰을 비롯한 사정의 중추기관들부터 스스로 정화해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 높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12일 대전 패밀리호텔 8층 「리무진」 룸살롱 개업식 때 이 지역의 2대 폭력조직 두목인 김진술씨(구속)와 박찬조씨 및 사업가 현종만씨가 당시 국회의원,대전지검 김정기 부장검사,김흥면검사,수원지법 강창웅 부장판사를 초청해 각각 술자리를 마련한데에서 비롯됐다. 당시 특실에는 「찬조파」 두목 박씨의 초청으로 김의원과 대전지역 보안부대 과장 2명,박씨와 함께 구속된 부하 이병린씨 등 5명이 있었다. 특실 옆의 A룸에는 김부장검사와 「진술파」 두목 김씨,김부장의 절친한 친구인 D공업사 대표 김모씨 등 3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A룸과 맞은편에 있는 B룸에는 강부장판사와 김검사가 이 지역 폭력배 출신의 사업가 현씨와 어울리고 있었다. 강부장판사와 김검사는 대전지법ㆍ지검에서 함께 근무해 잘 아는 사이였고 현씨는 강부장판사로부터 재판을 받게 돼 안면이 있었다고 한다. 강부장판사는 이날 현씨의 초청으로 대전에 골프를 치러 왔다가 술자리까지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술자리가 늦도록 계속되면서 다음날 새벽1시쯤 되자 호스티스들이 이방 저방을 왔다 갔다하게 됐고 「찬조파」의 이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를 따지기 위해 복도로 나왔다가 평소 안면이 있던 강부장판사를 만나 B룸에합석하게 됐다. 이씨는 이 자리에서 현씨를 보자 『너도 이제 많이 컸구나. 영감님을 모시고 술도 다 마시고…』라고 빈정대면서 『불만 있으면 옆방으로 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현씨는 「찬조파」 두목 박씨 일행이 있던 옆방으로 갔다가 오히려 박씨로부터 무릎을 꿇린채 따귀를 맞아 싸움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술자리가 깨지자 뿔뿔이 흩어지고 박씨와 이씨는 이웃 D룸살롱으로 옮겨 2차를 했다. 박씨와 이씨는 자리를 옮기고나서도 현씨를 좀더 혼내주려고 이씨의 부하 5∼6명을 긴급 소집,『현을 잡아오라』고 명령했다. 「진술파」 두목 김씨는 새벽2시쯤 이웃 D호텔에 묵고 있던 강부장에게 골프채를 빌려주려고 찾아 가다가 호텔주변에서 현씨를 기다리고 있던 이씨의 부하들에게 현씨로 오인받아 온몸을 난자 당하는 중상을 입었다. 김씨는 충남대학 부속병원에 입원해 목숨을 건졌으나 수사에 나선 검찰이 이 사건 범인이라고 자수해온 노모씨 등 2명만을 구속하자 부하 20명을 직접 동원,치료용 산소통을 멘 채 공기총 등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와 청량리 M호텔에 있던 이씨의 행동대장 등 3명을 대전으로 납치해 6시간동안 감금,보복폭행을 했다. 김씨는 이 보복폭행으로 서울지검 강력부에 구속됐다. 구속된 김씨는 재판을 받던중 칼에 찔린 상처가 악화됐다며 감정유치 결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지난 6월15일 병원을 탈출했다. 탈출한 김씨는 또다시 「찬조파」를 상대로 보복극을 벌이려다 10월10일 검찰에 자수했다. 이번 사건은 법을 엄정히 집행하고 심판해야 할 판ㆍ검사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조직폭력배와 술자리를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의적인 책임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오풍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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