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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완종 리스트 파문] 공식 일정 올스톱… 힘빠진 ‘권한 대행’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첫날인 17일 공식 일정을 하나도 짜지 않고 하루 종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서 은둔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충청 지역의 민심 동요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8시 50분쯤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9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지난 16일까지 나흘 동안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혹독한 추궁을 받은 탓인지 굳은 표정에 조금 피곤해 보였다. 이 총리는 출근하자마자 예정에 없던 주요 간부회의를 소집했으나, 5분 만에 간단한 보고와 당부를 끝낸 뒤 국·실장들을 해산시켰다. 이어 장차관급인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최민호 비서실장과 여러 가지 ‘정무적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먹었고 오후에도 내내 사무실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가까운 몇몇 충남도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의 동향을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을 65억원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고 전날에는 충청 지역의 60여개 시민단체가 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진 바 있다. 완사모 횡령 건에는 성완종 리스트 건과 별개로 이 총리 자신도 일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고, 퇴진을 요구한 단체들 중에는 이 총리를 지지했던 단체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한 충남도의원은 “이 총리가 복잡한 심경에서 동료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을 물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나 리스트 등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부재 기간인 다음주의 이 총리 공식 일정도 두 차례의 행사 참석밖에 없다. 그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지난 9일 당일까지만 해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나일본부설 등을 언급하며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또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을 서울청사로 불러 부정부패 척결 방침을 갑자기 발표할 때만 해도 목소리에 힘이 넘쳤지만 일주일 남짓 만에 상황이 돌변한 것이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열심히 하겠다”던 이완구,朴대통령 출국하자…

    “열심히 하겠다”던 이완구,朴대통령 출국하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첫날인 17일 공식 일정을 하나도 짜지 않고 하루 종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서 은둔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충청 지역의 민심 동요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8시 50분쯤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9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지난 16일까지 나흘 동안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혹독한 추궁을 받은 탓인지 굳은 표정에 조금 피곤해 보였다. 이 총리는 출근하자마자 예정에 없던 주요 간부회의를 소집했으나, 5분 만에 간단한 보고와 당부를 끝낸 뒤 국·실장들을 해산시켰다. 이어 장차관급인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최민호 비서실장과 여러 가지 ‘정무적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먹었고 오후에도 내내 사무실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가까운 몇몇 충남도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의 동향을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을 65억원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고 전날에는 충청 지역의 60여개 시민단체가 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진 바 있다. 완사모 횡령 건에는 성완종 리스트 건과 별개로 이 총리 자신도 일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고, 퇴진을 요구한 단체들 중에는 이 총리를 지지했던 단체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한 충남도의원은 “이 총리가 복잡한 심경에서 동료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을 물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나 리스트 등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부재 기간인 다음주의 이 총리 공식 일정도 두 차례의 행사 참석밖에 없다. 그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지난 9일 당일까지만 해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나일본부설 등을 언급하며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또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을 서울청사로 불러 부정부패 척결 방침을 갑자기 발표할 때만 해도 목소리에 힘이 넘쳤지만 일주일 남짓 만에 상황이 돌변한 것이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세월호 참사 1년-리멤버 0416] 세월호 ‘키워드’로 본 민심의 변화

    [세월호 참사 1년-리멤버 0416] 세월호 ‘키워드’로 본 민심의 변화

    ’리멤버 0416’ 빅데이터로 돌아보는 세월호 1년 ☞ <바로가기>꼭 1년 전, 제주로 가던 6835t급 여객선이 전남 진도 해역에서 뒤집혔다. 유속이 빠르기로 악명 높은 맹골수도 지점이었다.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476명이 타고 있었지만, 304명은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5일 서울신문과 빅데이터 시각화전문업체 뉴스젤리가 세월호 침몰 시점부터 이달 초까지 인터넷 카페·블로그·페이스북에서 세월호와 함께 언급된 연관단어 언급 횟수(버즈양)를 분석한 결과, 불가항력이었음을 전제로 한 ‘사고’와 인재(人災)를 염두에 둔 ‘참사’ 사이에서 국민들의 마음은 시기별로 오락가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 직후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사고(2만 4174건)가 참사(1만 1125건)보다 1만건 이상 많이 언급됐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침몰 초기만 하더라도 구조의 희망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사고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시일이 지나 희망이 사라지며 말 그대로 ‘참혹한 사건’으로 돌변하면서 참사가 많이 쓰이기 시작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5~9월에는 참사(7만 482회)가 사고(5만 956회)를 2만건 정도 웃돌았다가 10월 이후에는 사고(1만 6980회)가 언급된 횟수가 참사(1만 2603회)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사의 탐욕과 선원들의 무책임, 정부의 규제완화, ‘관피아’로 구성된 해운 당국과 해경 등의 관리감독 부실 등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실 드러나면서 참사란 표현이 더욱 빈번하게 노출됐지만, 10월 이후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이른바 ‘세월호 피로감’이 제기되면서 국민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을 바라보는 긍정·부정 여론이 엇갈릴 때 참사와 사고의 빈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유가족 단식 투쟁에 맞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야만적인 폭식투쟁을 벌인 지난해 9월 6일 참사가 사고보다 4배 많이 언급된 반면, 실종자 가족이 선체 인양 여부를 투표에 부쳐 부결된 10월 27일에는 사고가 참사보다 3배 많이 조사됐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세월호 침몰 직후 국민은 갑작스럽게 닥친 희생이 우리가 모두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슬픔, 아픔을 공감했다”며 “하지만 보상 등 이슈가 불거지자 그들(희생, 실종자 유가족)만의 문제라는 인식이 많아졌고, 사고 언급 횟수가 참사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희생자 가족과 심정적으로 일체화했지만, 김영오씨의 단식투쟁 등이 길어지면서 갈등이 표출되자 당사자들과 거리를 두는 경계화 과정을 거쳐 타인의 문제로 인식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박근혜 대통령 ▲해경 ▲청해진해운(혹은 유병언) ▲언론 ▲국회 ▲기타(한국, 국가, 대한민국, 사회) 등 7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월별 추이를 살펴본 결과 버즈양 등락이 비슷하게 집계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기타’를 언급하는 횟수만 꾸준히 유지된 점도 흥미롭다. 임 교수는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시기에는 대통령, 정부를 언급하며 비난하다가 진상 규명이 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자 다른 사회적 갈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대한민국, 국가, 한국 등 개인이 아닌 우리를 가리키는 단어 언급이 잦다는 것은 특정 주체에 대한 책임론보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합의해 원만히 해결하기를 바라는 여론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주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침몰이 경제 양극화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집약적으로 표출됐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 사회를 세월호에 빗대 함께 침몰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비유도 종종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분석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슬픔과 분노, 안타까움이 가장 컸던 날도 알 수 있었다. 지난 1년 중 가장 ‘안타깝다’고 느낀 날은 참사 당일이었다. ‘안타깝다’라는 형용사가 총 128회 등장했다. 국민들이 가장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느낀 날은 희생자가 100명을 넘어섰던 4월 22일(아프다 223회, 고통 159회), 가장 분노했던 날은 세월호와 진도 교통관제센터(VTS) 간 교신 내용이 공개됐던 4월 20일이었다. 당시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릴 경우 구조가 이뤄질 수 있는가”만 VTS 측에 거듭 물으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교신 내용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삼성 SSAT, 중국史·핀테크 등 출제

    삼성 SSAT, 중국史·핀테크 등 출제

    “역사 문제가 많았고 시각적 추리 문제가 어려웠어요.” 삼성그룹은 대졸(3급) 신입사원 공개 채용의 첫 관문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12일 실시했다. SSAT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17개 계열사의 공통 필기시험이다.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5개 지역과 미국·캐나다 등 해외 3개 지역에서 치렀다. 삼성은 올 상반기 4000~4500명가량을 뽑을 계획이며, 이날 시험에는 9만명 이상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은 언어·수리·추리·상식·시각적사고(공간지각능력) 등 5개 영역에서 150개 문항이 출제됐다. 응시자들은 상식(총 50개 문항) 문제 가운데 30~50%가 역사 문제였다고 복기했다. 분서갱유, 아편전쟁 등 중국사 흐름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왔고, 흥선대원군의 업적, 목민심서, 고려 왕건 등 한국사도 다뤄졌다. 측우기 등 과학 발명품을 나열해 놓고 발명가를 맞히는 문제, 삼국시대 역사적 사실의 순서를 맞히는 문제도 있었다. 지원자들은 공통적으로 시각적 추리 영역이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 지원자는 “여러 가지 도형을 보기로 놓고 조각을 찾는 시각 추리 문제, 종이를 접어서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도형을 유추하는 문제 등이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삼성 제품에 대해 직접 묻는 문항은 없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관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 핀테크 문제가 눈에 띄었다. 삼성은 올 하반기부터 서류전형 격인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해야 SSAT 응시 기회를 주는 식으로 채용 제도를 바꾼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상반기 공채 시험인 인적성검사(HMAT)를 실시했다. 2개 주제 중 하나를 택해 1000자 분량을 써 내는 역사 에세이 주제로는 ‘역사적 사건 하나를 선정해 현대차의 5개 핵심 가치 가운데 2개 이상을 연관지어 서술하시오’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부정적으로 보는지를 서술하시오’가 제시됐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삼성 SSAT 반응 “시각적 사고 어려웠다”

    삼성 SSAT 반응 “시각적 사고 어려웠다”

    시각적 사고 어려웠다 삼성 SSAT 반응 ”시각적 사고 어려웠다” 12일 오전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5개 지역과 미국 뉴어크·로스앤젤레스, 캐나다 토론토 등 해외 3개 지역에서 ‘삼성맨’을 꿈꾸는 취업준비생들이 삼성그룹 대졸(3급) 신입사원 공개채용의 첫 관문이자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렀다. 삼성 측은 응시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하반기 10만 명보다 약간 줄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SSAT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17개 계열사에서 공통으로 보는 시험이다. 삼성은 올 상반기에도 작년 하반기와 비슷한 규모인 4000∼45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이날 본부 고사장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시험을 치르고 나온 응시생들은 대부분 “대체로 평이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S6를 비롯해 삼성 제품에 대해 직접 묻는 문항은 없었다고 한다. 작년엔 갤럭시 노트엣지와 롱텀에볼루션(LTE)에 대한 문항이 있었다. 지원자들은 공통적으로 시각적 추리 영역이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역사와 상식은 난이도가 평이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DS부문 지원자는 “여러가지 도형을 보기로 놓고, 조각을 찾는 시각 추리 문제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직군 지원자 김모(28)씨는 “종이를 접어서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도형을 유추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출문제보다 ‘한번 더 꼬아 놓은’ 문제였다고 한다. 삼성전자 IM/CE부문의 다른 지원자도 “역시 시각적 추리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 종이접기 문제를 풀다가 시간이 많이 걸려 중간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지원한 재학생 A(23)씨는 “핀테크의 의미에 대해 묻는 상식 문제가 눈에 띄었다. IT를 이용해 결제하는 방식과 관련된 문제였다. 어렵진 않았다”고 답했다. 연구개발직에 지원한 한모(25)씨도 “핀테크 문제, 빅데이터 문제가 나왔다. 시중 문제집과 비교해 어려웠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턴직에 처음 응시한 여학생은 “역사 문제가 상식(50문항)의 절반 가까이 나온 거 같다. 기출문제보다 평이했고 중국사 문제가 많았다”고 답했다. 역사 문제가 상식의 30% 정도라는 반응도 나왔다. 분서갱유 시기, 아편전쟁 등 중국사 흐름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꽤 있었다고 한다. 흥선대원군의 업적, 목민심서, 고려 왕건 등 한국사도 다뤄졌다. 측우기 등 과학 발명품을 나열해놓고 발명가를 맞추는 문제, 삼국시대 역사적 사실의 순서를 맞추는 문제 등도 있었다. 상식에는 강점·약점·기회·위협의 경영전략을 뜻하는 SWOT 분석에 관한 문제가 등장했다고 한다. SSAT를 위해 전문 컨설턴트의 과외를 받았다는 지원자도 있었다. 모의고사를 다섯 번이나 보고 문제집을 두 번 풀었는데 적중률이 50%였다는 반응도 나왔다. 올해 삼성 공채시험은 고사장 수도 공개되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에는 국내 79곳과 해외 3곳 등 82곳이었다. 응시자 규모가 약간 줄었으나 고사장 수는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사장 내부로 외부인 접근이 통제돼 결시생 비중도 파악되지 않았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해야만 SSAT 기회가 주어지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된 채용제도를 적용한다. 앞서 현대차그룹 7개 회사는 11일 전국 각지에서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인적성검사(HMAT)를 실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정치의 왜소함에 대하여/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치의 왜소함에 대하여/진경호 논설위원

    시쳇말로 빵 터졌다. 야당 대표가 “국회의원이 400명은 돼야 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장난삼아 한 소리”라고 주워 담았다. 장난? 갈피를 잡기 힘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화법이야 진작 익숙해진 터. 그를 힐난하는 데 새삼 열 올릴 생각은 없다. 문제는 정치다. 야당 대표의 ‘장난’조차 별 게 아닌 일일 만큼 ‘장난’이 정치의 일상이 됐다. 아니 정치 자체가 장난이 된 듯하다. 양태는 두 가지다. 툭하면 법원으로 달려가기, 걸핏하면 여론조사에 매달리기…. 국회법, 일명 국회선진화법이 대표적이다. ‘폭력국회’를 추방하자며 여야가 손잡고 만든 이 법은 지금 헌법재판소에 가 있다. ‘식물국회’를 청산해야겠는데 야당이 말을 안 들으니 헌재가 나서서 이 법이 위헌이니 고치라고 해 달라며 여당이 갖다 놨다. 희대의 코미디지만, 이 정도론 웃기지 않는다. ‘유병언법’(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이 있다. 유씨에 대한 유죄 판결문이 있어야 그의 차명은닉 재산을 추징할 수 있는데 돌연 그가 죽었고, 이로 인해 유죄를 물을 대상 자체가 사라졌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법을 만들었다. “대상도 없는데 왜 만들지?”, “이거 위헌 아냐?” 하고 몇몇이 수군댔지만 세월호 앞 성난 민심 앞에서 죄다 끽소리 못했다.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어떤가. 위헌 심판대에 설 걸 뻔히 알면서도 의원들은 나 몰라라 가결 버튼을 눌렀다. 걸핏하면 여론조사를 들먹이는 정치의 자기부정도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지방선거 무(無)공천을 고집하다 반발에 부닥치자 여론조사 카드를 뽑아들었고, ‘배수진’인 양 내세운 이 ‘퇴로’로 결국 탈출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을 여론조사로 가리자고 했다가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 새누리당 의원인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최근 세월호 인양 여부를 여론조사로 가릴 것처럼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만 맞았다. 무릇 정치란 ‘사람들 사이에 생각이 다르거나 다툼이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활동’이라고 교과서는 초등학생들을 가르친다. 한데 지금 정치만 보면 이건 거짓말이다. 정치는 다른 생각을 절충하지도, 다툼을 해결하지도 않는다.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럴 능력은 더 없어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골치 아픈 문제는 이름만 거창한 특위의 초·재선 의원들에게 던져 놓고 정책 엑스포니 하는 광 나는 행사에 나가 무슨무슨 성장론 운운하며 거창한 담론을 들먹이거나, 충분히 논의된 당론을 담아야 할 정당 대표 연설을 자신의 대립각을 부각시키는 도구로 쓰는 행태도 큰 틀에서 정치적 장난의 범주에 든다. 자기를 위한 정치는 될지언정 나라와 국민 다중을 위한 정치로 보기 힘들다. 난제(難題)일수록 법원이나 여론에 떠넘기고 자신들은 비전이란 이름의 장밋빛 다짐을 앞세워 해결 능력 부재의 실체를 숨기는 작금의 책임회피 정치는 대의민주주의 쇠락에 따른 불가피의 현상일지 모른다. 디지털미디어 발달로 더 많은 정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빨리 전달되면서 권력의 하방(下放)이 빨라지고, 이에 맞춰 아래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치인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제 새누리당이 확정한 ‘국민공천제’도 작아지는 정치의 맥락 안에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을 입 밖에 내든 말든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은 해 먹기 쉽지 않은 자리가 됐다. 그러나 정치인이 작아진다고 해서 정치가 작아져도 되는 건 아니다. 권력 분산에 따른 힘의 균형이 권력 주체들의 갈등을 더 첨예하게 만들수록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는 더 늘어만 가는 게 필연의 귀결이다. 정치 권력의 힘은 줄어들고 있으나, 갈등을 풀고 대립을 화해로 치환할 정치의 역할은 더 절실하고 중요해지는 역설적 상황, 이것이 지금 신(新)직접민주주의 시대의 문턱에 선 우리 정치가 맞이한 도전인 셈이다. 28세 여성 제노비스는 주민 38명이 제 집 문틈으로 내다보는 1964년 뉴욕의 밤 골목에서 한 괴한에게 50분 동안 난자당한 끝에 숨졌다. 책임질 사람이 많아질수록 책임지려 나서는 사람은 줄어드는 이 ‘제노비스 신드롬’에 우리 정치인들이 포박돼 있다. 설거지는 팽개치고 화장만 하는, 딱한 장난의 정치다. 비겁하다. jade@seoul.co.kr
  • 與 ‘광주’ vs 野 ‘관악’ 박빙 열세지역 총출동

    與 ‘광주’ vs 野 ‘관악’ 박빙 열세지역 총출동

    4·29 재·보궐 선거 후보 등록이 10일 마감된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본격적인 선거 지원에 돌입했다. 후보 등록 마감 결과 4곳의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모두 18명의 후보가 접수를 마쳤다. 전국 평균 경쟁률은 4.5대1이다. 서울 관악을 선거에 가장 많은 7명의 후보가 출마했고, 인천 서·강화을은 3명, 경기 성남 중원 3명, 광주 서을 5명 등이다. 공식 선거운동은 오는 16일 시작된다. ●김 대표 등 여당 지도부 광주서 ‘민심 잡기’ 20대 총선(내년 4월 13일)을 1년여 앞둔 시점의 선거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내년 표심을 가늠할 시험대로 보고 있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첫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재·보선 성적표에 따라 정치적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이날 ‘열세’ 지역인 광주에서 민심잡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광주시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남 순천·곡성군에 ‘예산 폭탄’ 이정현 최고위원이 있다면 광주 서을에는 ‘예산 불독’ 정승 후보가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표 등 야당 지도부는 관악을 정태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맞불’을 놨다. 특히 권노갑 상임고문과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상임고문단이 함께 모습을 드러내 당내 분열상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문 대표는 “관악을은 지난 대선 때 저도 박근혜 당시 후보를 60대40 정도로 이긴 곳으로 우리 당이 질 수 없는 보루 같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내 경선에서 패한 김희철 전 의원은 불참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각각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전략 지역을 방문했다. 김 대표가 방문한 광주 서을은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이지만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1위를 달리면서 여권이 선전을 기대하는 곳이다. 새정치연합은 ‘박빙 열세’로 분류하며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박지원·권노갑 등 서울 관악을 발대식 참석 문 대표가 방문한 서울 관악을 역시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의 출마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를 그리고 있다. 새정치연합 측은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가 앞선 가운데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가 바짝 뒤를 쫓고 있는 ‘초박빙’ 판세로 본다.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날 국민모임과 노동당이 연대키로 하는 등 정 후보의 ‘진보 단일후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오 후보와 정 후보 간의 격차를 8~9% 포인트 정도로 분석하며 우세로 판단하고 있다. ●인천선 與 ‘박빙 우세’ vs 野 ‘박빙 열세’ 인천 서·강화을은 새누리당의 ‘텃밭’이지만 최근 신동근 새정치연합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박빙 열세’로, 새누리당은 ‘박빙 우세’로 분류해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성남 중원은 여야 이견 없이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가 정환석 후보를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3위인 무소속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득표율에 따라 지지율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여야는 현재 판세에 대해 각각 2곳을 사수하면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석호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은 “전체 4석 중 2석은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고, 최대 3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성준 새정치연합 전략기획위원장도 “전체적으로 박빙 열세로 보지만, 2곳 정도는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동교동계 “문재인 대표 돕겠다”

    동교동계 “문재인 대표 돕겠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그룹인 동교동계가 4·29 재·보궐선거 지원에 나서기로 7일 방침을 정했다. 동교동계 일부 인사들이 재·보선에서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돕는 것에 반대하며 터진 당 안팎의 갈등 국면도 봉합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동교동계 좌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고문은 이르면 9일 선거가 치러질 광주 서구에 내려가 본격적인 지원 유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원 여부에 대한 논란을 종결하고 선당후사의 정신에 공감하면서 당의 승리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당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오늘내일이라도 당이 필요로 하면 저부터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문재인 대표와 별도로 만나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권 고문과 김옥두, 이훈평, 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은 이희호 여사와 함께 서울 국립현충원의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오찬을 갖고 입장을 정리했다. 박 의원은 간담회에 앞서 이들 동교동계 인사들과 여의도에서 회동을 하고 문 대표에게 이들의 입장을 전했다. 권 고문은 현충원 참배 직후 취재진에게 “우리가 당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선당후사의 정신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동참을 이끌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하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면서 “그 점이 우리가 아쉽다는 것”이라고 말해 친노 진영과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불어 현충원 참배 현장에서는 서울 관악을 경선에서 정태호 후보에게 패한 김희철 전 의원 측 인사들이 경선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전 의원은 당 정책엑스포 일정으로 국회를 방문했다가 만난 문 대표에게서 회동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 등 이번 선거의 대부분 지역이 호남 민심의 영향이 큰 곳이기 때문에 (동교동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정동영 등판으로 분열… “이번 선거는 야권의 위기”

    정동영 등판으로 분열… “이번 선거는 야권의 위기”

    서울 관악을은 이번 4·29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야당의 텃밭으로 ‘서울의 호남’이라고 불려 온 관악을은 국민모임 정동영 전 의원의 등판으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전패 위기론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관악을은 이해찬 의원이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배지를 단 후 내리 5선을 했다. 이후 김희철 전 의원이 18대에 당선됐고 2012년 19대 때는 야권연대로 이상규 옛 통합진보당 의원이 날개를 달았다. 그야말로 27년간 야당의 요새였던 관악을 민심이 요동치는 형국이다. 이번에는 야당에서 여당으로 말을 갈아타자는 바닥 정서가 강세를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 지지층은 무엇보다 분열 구도에 실망감을 쏟아 냈다. 10년 넘게 서원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이모(52)씨는 7일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눠 먹어서 (당선) 되겠어”라고 반문했다. 이어 “야당 표만 80%씩 나오는 곳인데 국민모임, 정의당, 노동당 등 출마 후보가 몇명이냐”고 고개를 저었다. 관악을에서 현재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와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 국민모임 소속 정동영 전 의원 등 7명이다. 야권 분열로 인한 오 후보의 ‘스포트라이트 효과’도 적지 않았다. 재개발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난향동은 물론이고 야권 지지층이 포진한 삼성동, 서원동 등에서도 ‘기호 1번’을 외치는 이들이 상당했다. 삼성동 시장에서 만난 서재설(55)씨는 “이해찬 의원이 5선을 했지만 제대로 개발한 게 뭐가 있냐”며 “40대의 젊은 오 후보가 뭘 해도 열정적으로 하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광철(67)씨는 “다음 총선까지 1년 임기이니까 한번 뽑아 봐도 괜찮지 않겠냐”며 여당 일꾼론을 폈다.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 측은 위기론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선거후보 등록(9~10일)이 시작되면 3자 간의 지지율 조정이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젊은 층이 많고 유선전화가 거의 없어 여론조사에서도 잘 잡히지 않는 서울대 인근의 ‘고시촌 표심’과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30~40대 지지층에서의 막판 ‘사표 방지 심리’에서 동력을 찾고 있다. 이날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지원 결정도 호남 표심 복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호(40)씨는 “정태호 후보가 서울대 출신으로 현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지역을 잘 알고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첫 출마라 인지도가 낮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의원의 정치 인생을 건 승부수에도 민심은 쉽사리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신림역 근처에서 만난 서정우(67)씨는 “옛날 말로 하면 ‘밤에는 여당, 낮에는 야당’ 소리 듣지 않겠냐”면서 “대통령 후보까지 했던 사람이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정 전 의원으로서는 ‘철새 정치인’ 이미지 극복이 난제인 셈이다. 정 전 의원 측에서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조금씩 수치가 오르면서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난곡동 우림시장에서 만난 이모(55·여)씨는 “단일화 변수도 있어 이번 선거는 예측불허”라고 말했다. 여야 후보마다 쏟아 내는 총선급 공약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많았다. 새누리당은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 경기 활성화를 타깃으로 ‘사법시험 존치, 당론 추진’등을 공약했고 새정치연합은 ‘난곡선(난향동~보라매 공원) 경전철 조기착공’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10년째 사법시험에 도전해 온 이모(35)씨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돼 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시 제도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며 선거용으로 규정했다. 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를 앞두고 있다. 오 후보의 ‘관악에서의 여야 교체’ 호소에 정 후보의 ‘박근혜 정부 견제론’과 정 전 의원의 ‘새정치연합 심판론’이 맞붙으며 선거 프레임 각축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이 관악을 탈환 기대치를 높이고 있고 새정치연합과 국민모임 등 야권도 총력전 태세여서 아직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씨줄날줄] 정치인의 밥집/최광숙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63빌딩 인근 냉면집 ‘한주면옥’에 나타났다. 이곳에서 이 전 대통령은 최금락 전 홍보수석을 비롯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진과 청와대 출입기자 등 40여명과 함께 냉면과 삼겹살을 즐기며 망년회를 가졌다고 한다. 함흥냉면으로 유명한 이곳은 이 전 대통령이 종종 다녀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냉면집의 주인은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 출신인 김재윤 전 국정홍보비서관이다. 그는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부터 이 식당을 운영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 냉면집은 친이계 인사들의 회합 장소로 자주 애용된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특보가 시민사회수석에서 물러난 뒤 2006년 4월 청와대 인근에 낸 횟집 ‘섬마을’도 정치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곳은 보통 횟집보다 다소 비쌌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 주인이다 보니 권력에 줄을 대려고 하는 이들의 출입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유력 정치권 인사와 고위관료들이 평소 잘 가던 한정식집을 마다하고 너도나도 이 횟집에서 식사 약속을 잡았다. 노 전 대통령도 유인태·원혜영 의원 등 7명과 함께 1996년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강남에 고깃집 ‘하로동선’(夏爐冬扇)을 개업한 적이 있다. ‘풀무원’ 창업자인 원 의원이 당시 “주인 없는 장사는 반드시 망한다”고 반대했지만 이들은 의기투합해 각자 2000만원씩 투자금을 내 창업했다. 하지만 결국 2년 만에 망했다. 문을 닫으면서 7명의 주주들이 돌려받은 돈은 450만원이었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밥집 역사는 문교부 장관 등을 지낸 고 민관식 국회부의장의 부인 김영호씨가 1980년 중구에 낸 한식당 ‘담소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성 출신으로 음식 솜씨가 좋았던 그는 이후 이화여대 후문 쪽에 ‘마리’, 삼청동에 ‘용수산’도 열었다. 그때 “장관 마누라가 무슨 음식 장사를 하느냐”는 말도 들었지만 한 상 푸짐하게 내놓는 한식을 서양요리처럼 코스로 내놓은 선구자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의 부인 박현숙씨는 1989년부터 영등포 롯데백화점 내 돈가스 전문점 ‘오메가’를 운영하다 3년 전 접고, 현재 2000년 개업한 대치동 롯데백화점의 비빔밥 전문점인 ‘예촌’을 운영하고 있다.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인물인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최근 서교동에 해물 음식점 ‘별주부’를 개업해 화제다. 그는 “변호사나 공무원 같은 정신노동을 하는 게 무서웠다”면서 “정직하게 몸으로 때우고 살자는 결심으로 음식점을 차렸다”고 창업의 변을 밝혔다고 한다. “서비스업을 하면서 ‘을’(乙)의 생활을 하겠다”는 그의 말마따나 식당 경험을 통해 민심을 제대로 읽고, 을의 아픔도 느껴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식당은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길.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문재인 지원 요청…뿌리치는 박지원

    “나는 상임고문이기 때문에 당을 도와야 된다.”(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현장까지 가서 지원하는 건 모양이 안 좋다. 잘못하면 복수전 하는 것처럼 보인다.”(이훈평 전 의원)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앞에 동교동계 인사 60여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훈평 전 의원은 “권노갑 고문이 재·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현장에 가야 된다 안 된다 말이 많으니 투표로 결정합시다”라고 말했다. ‘현장 지원은 안 된다’는 쪽에 참석 인원 전원이 손을 들었다. 권 고문은 얼굴이 붉게 상기될 정도로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권 고문은 천정배,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자신을 키워준 당을 버리고 나가면 안 된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이 전 의원은 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투표 뒤에 지도자는 구성원이나 동지들 의견에 따라야지 혼자 행동하면 지도자가 아니라고 했더니 전부 박수를 치더라”면서 “박지원 의원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전 의원의 서울 관악을 출마 선언 이후 새정치연합 안팎에서 재·보선 4:0 전패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호남 민심의 향배가 승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권 고문의 새정치연합 후보 지원을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특히 관악을은 호남 인구가 40% 이상을 차지해 당내에서는 “동교동계와 박 의원의 도움 없이는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2일 ‘원탁회의’를 열어 당 대표급 인사들에게 4·29 재·보선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 의원은 “다른 일정이 있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패배의 후유증과 앙금이 남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좀 더 지켜보자”며 관망하고 있어 문 대표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야권 2후보 앞서가지만 “아직은 무주공산”

    야권 2후보 앞서가지만 “아직은 무주공산”

    “무등산 아래가 아직은 다 무주공산 아님감.” 지난달 31일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만난 한 시민의 4·29 재·보궐 광주 서을 선거에 대한 총평이다. 공식 선거전(16일)에 돌입하기 전인지 선뜻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선거일까지 4주가 남은 현재 ‘인물론’을 앞세우는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조영택 후보가 당과 조직을 타고 뒤따르는 형국이지만, 어느 후보도 야당의 변화와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새정치연합의 텃밭이자 전략적 표심의 상징인 광주도 정동영 전 장관의 서울 관악을 출마 선언으로 전국적 관심이 분산된 영향이 있는 듯했다. 광주 서을 곳곳에서는 ‘인물론’에 최대한 힘을 실으려는 천 후보의 얼굴이 담긴 노란색 대형 현수막이 보였다. 실제로 천 후보의 고향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전남 신안임을 아는 이가 적지 않을 만큼 ‘인물론’은 각인된 모습이었다. 금호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만난 박옥현(64)씨는 “법무부 장관 출신에 원내대표까지 지낸 분이니 인지도는 좋은데 ‘탈당’했다는 경력이 조금 걸린다는 거 아니당께”라면서 “새정치연합으로 나왔으면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같은 경로당의 강모(81)씨는 “장관 출신과 장관급은 ‘급’이 다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천 후보와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출신인 조 후보의 경력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었다. 반면 이 같은 천 후보의 출마에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이현석(45)씨는 “이미 할 만큼 했고 누릴 만큼 누린 사람이 광주에서 다시 해 보겠다고 갑자기 나타나는 모습이 달갑지 않다”면서 “이제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일갈했다. 더불어 천 후보가 미는 ‘인물론’이 얼마나 오래갈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렸다. 풍암동의 식당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40대 여성은 “(선거에 대해) 유일하게 아는 것은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직 동원이 선거 마지막에 힘을 발휘할 것이란 의미로 들렸다. 실제로 지난해 광주시장 선거에서 선거일 일주일 전 여론조사에서 15% 포인트가량 지고 있던 당시 윤장현 새정치연합 후보가 결국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은 상당했다. 금호동에서 15년째 산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윤수(59)씨는 “광주 시민들이 민주당(새정치연합)을 반드시 지지해 줄 것이란 말은 그짓말(거짓말) 아님감”이라며 “특히 문재인 대표는 참여정부 때 호남을 홀대했다는 인식 때문에 당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지난 총선에서 오병윤 후보를 뽑았는데 지역에 어떤 이익이 왔느냐”면서 “정승 후보가 당선되면 최고위원을 시켜 주겠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에 오히려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야권을 싸잡아 비판하면서도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풍암동 롯데아울렛에서 만난 김모(63)씨는 “젊은이들은 모르겠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후보의 경력과 상황을 다 알고 있다”면서 “이제 광주가 더이상 민주당(새정치연합)의 텃밭이 아니라고 해도 실제 투표에 들어가면 당을 우선해 뽑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야권 분열로 요동치는 서울 관악을 선거도 관심이었다. 김씨는 “전북 출신의 정 전 장관이 야당세가 강하다는 관악을에 출마하면서 전국적 관심이 관악을로 옮겨 간 것 같다”면서 “관악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선택한 정승 후보는 ‘이정현 신드롬’을 이어가려는 듯 예산확보를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정현 의원의 ‘쓰레기 발언’과 오버랩되는 분위기도 짙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6일 당 행사에서 자신을 “광주시민이 버린 쓰레기”라고 한 이 의원의 논란성 발언으로 가장 크게 피해를 본 당사자는 정 후보라는 시각도 나왔다. 택시기사 유병국씨는 “‘쓰레기’ 발언을 듣고 상당히 불쾌했다”면서 “결국 이 의원의 본심이 드러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광주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4·29 재보선 D -30 관전포인트] 경제이슈 격돌… 향후 정국 ‘풍향계’

    [4·29 재보선 D -30 관전포인트] 경제이슈 격돌… 향후 정국 ‘풍향계’

    한달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궐 선거는 내년 총선 지형에 영향을 줄 전초전 성격이 짙다. 서울 관악을과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구·강화을, 광주 서구을 등 4곳에 불과하고, 거물급 인물 대결 구도는 약화됐다. 경제 문제가 핵심 의제로 선거 전면에 등장하면서 여야 간 경제 정책을 둘러싼 공중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야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맞붙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는 향후 정국 주도권을 가늠할 ‘민심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지도부는 30일 서울 관악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며 선거 체제에 본격 돌입한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청와대 회동을 기점으로 경제 공방은 격화됐다. 여야는 올 초 연말정산 파동 이후 세금 문제와 공무원연금 개혁, 무상급식 중단, 경제활성화법, 경기부양책 등 주요 정책 현안에서 격돌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경제 운용을 위한 국정 지지를 호소하는 동시에 야당이 각종 경제활성화법안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책임론 공세를 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현 경제팀 인책을 요구하는 등 경제실패론을 부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능한 경제정당’과 수권 정당 이미지를 공고히 한다는 복안이다. 여권 내에서도 ‘약발’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는 종북 등 이념 문제와 야권의 정권 심판론도 흐름에 따라 쟁점으로 비화될 여지가 있다. 과거 재·보선에서 야권 단일화의 파괴력이 변수가 됐다면 이번에는 야권 분열 구도가 선거 흐름을 바꿔놓을지 관심이다. 무소속으로 광주 서을에 출사표를 던진 천정배 전 의원,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에서 각각 출마하는 이상규, 김미희 옛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희비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재·보선 투표율이 대체로 저조하다는 점도 야권표 분산으로 인한 여당의 어부지리 효과를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이 관악을 출마를 선언할 경우 야권 선거 구도 전체가 허물어지면서 혼전 양상도 깊어질 수 있다. 여야 모두 목표치를 1석 이상으로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재·보선 4곳 중 3곳(관악을·성남 중원·광주 서을)이 야권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1 대 다(多) 구도’여서 새정치연합의 긴장도가 높다. 2013년 4월 재·보선 이후 연패해 온 야당으로서는 최소 2석은 수성해야 패배의 덫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민감성이 큰 광주 서을의 승패는 문 대표 리더십과 야권 재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으로서는 텃밭인 인천 서·강화을을 사수하고, 17, 18대 총선에서 이긴 신상진 전 의원이 성남 중원을 되찾아 오느냐가 관건이다. 중원에서 패배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 수도권에 대한 위기감은 한층 고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보선 성적표가 여야 간 주도권 경쟁뿐 아니라 지도부의 정치적 운명과도 일정 부분 연계될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사실상 붕괴된 北 보건의료체계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사실상 붕괴된 北 보건의료체계

    지난해 3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평양시 류경구강병원과 옥류아동병원을 현지지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제1위원장은 “당에서 류경구강병원을 일떠세운 것은 세계적 수준의 구강병원이 있다는 것을 소개, 선전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민이 건강한 몸으로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열악한 북한 내 보건·의료 상황에서도 평양 중심에 일부 호화병원을 세운 것이 김 제1위원장의 ‘치적용’, ‘과시용’이라는 내부의 불만이 나오자 이를 의식한 언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은 인권 문제 상쇄·민심 장악 의도” 북한에는 최근 김 제1위원장의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특수목적의 병원이 신·중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건설된 평양시 류경구강병원과 옥류아동병원, 군인 전용 병원인 대성산 종합병원 등 최신의 의료 기기와 장비를 구비한 대형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 밖에도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못 미치는 고아와 노인을 위한 보육시설 및 양로원에 대한 현지지도가 활발해진 것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과 비교할 때 파격적인 행보라는 지적이다. 특히 김정은 체제 들어 고아와 무의탁노인, 장애인에 대한 배려 정책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관련 복지시설도 잇따라 건설하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평양 육아원·애육원이 완공된 데 이어 올해에는 전역에서 고아원 건설이 진행 중이며 북한 조선중앙TV에서 장애인 여성의 삶을 소개하는 등 취약계층 보호정책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는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을 의식해 취약계층이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민심을 장악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최근 북한 내 분위기에 대해서 “북한인권문제가 대두되면서 북한 당국 나름대로 이를 상쇄할 계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김정은의 대표적 업적처럼 선전하기 위해서도 당분간 보건·의료·복지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남한보다 체제 우월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단골 구호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다. 북한 헌법 제56조에서도 “국가는 전반적 무상치료제를 더욱 공고히 발전시키며 예방의학적 방침을 관철해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근로자의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보건정책은 전반적 무상치료제와 의사담당구역제 그리고 예방의학 등 크게 세 분야로 구분된다. 하지만 열악한 보건 의료 상황에서 이런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의료기관에는‘1회용’이란 용어를 쓰기 힘들 정도로 주사기, 주삿바늘, 침, 붕대, 약솜 등을 거의 재활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주사기는 일반적으로 멸균이 된 플라스틱 제품이 아니며, 환자 1명에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것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재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기는 90% 이상이 유리로 되어 있으며 주삿바늘도 쇠로 되어 있다. 대형병원 외에는 주사기, 주삿바늘, 침을 100℃ 물에 30분간 끓여 소독하여 재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병원에서는 링거·포도당수액의 약병은 계속 재생해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용기마저 부족해 때로는 의사에게 빈 맥주병을 구입하도록 할당량도 정해진다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았다. 또 2000년 중반부터는 유엔이나 남한에서 인도적 지원을 통해 전달된 플라스틱 주사기와 주삿바늘을 물에 끓여 소독해 재활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김정은이 대표적인 치적 사업으로 내세우려 했던 평양시내 주택 10만호 건설사업이 좌초되자 일부 호화병원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를 상쇄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대형병원들이 즐비한 대신 지방은 의약품과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낙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가 어려웠던 1995년 이후 북한 내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들은 생계가 최우선 선택사항으로 여겨졌다. 최근에는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의사들도 의식주가 보장되는 군(軍)병원에 군의관으로 가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특히 북한 인민보안성 병원은 경쟁이 치열한데, 이유는 이 병원에서 리비아 등 해외로 파견직 의사를 보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北 의학교육의 산실은 ‘평양의학대학’ 해외에서 급여를 달러로 받을 수 있고, 이곳에서 몇 년 만 고생하면 북한에서 나름대로의 한 밑천을 마련할 수 있어 매우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 보통강구역에 자리 잡은 보안성병원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탈북한 박성일(가명)씨는 이 병원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일단 군인신분이기 때문에 식량이 배급되고 약품도 일반병원보다 우선 제공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상급자에게 줄을 잘 서고 진료, 치료 능력이 있고 적절히 뇌물을 쓰면 해외 병원에 3년 정도 파견 나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병원 내 의료기기 역시 중앙과 지방 간의 격차가 크다. 그나마 지방의 경우 전력사정으로 갖추고 있는 의료기기조차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체에 투영제를 주입해 종양 등을 찾아내는 컴퓨터 단층촬영(CT)의 경우 평양의학대학병원과 조선적십자병원, 김만유병원 등 평양시내 대형병원에만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러한 진단 장비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신축된 대성산종합병원의 경우 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일반인보다는 군인위주로 혜택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정책에서 의료시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능한 의료종사자를 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948년 설립된 평양의학대학(약칭: 평의대)은 대표적인 북한 의료인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평양 중구역에 자리하고 있는 이 대학은 부속 병원을 포함 의학부, 기초의학부, 고려의학부, 위생학부, 구강학부, 약학부 등 여러 학부와 90여 개의 강좌가 설치되어 있다. 또 수백명의 학위·학직소유자와 교원, 연구사, 의사가 교육과 의학연구, 전문과의사 양성, 치료예방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가장 선호하는 결혼상대자는 여성 한의사 2010년 5월부터 김일성종합대학 단과대학으로 편입됐다. 이 밖에도 지방에는 종합대학의 형태로 함흥의학대학, 사리원의학대학, 청진의학대학 등 의학종합대학이 각 도에 1개씩 있으며, 단과대학으로는 함흥약학대학, 평양외과단과대학, 사리원동약대학 등이 있다. 하지만 일반 주민의 의료혜택과 의료진의 처우 측면에서 중앙과 지방의 차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의대나 약대를 졸업한 경우 중앙병원으로 진출하기가 불가능하고 어렵게 진출했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차별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남성들이 결혼상대로 가장 선호하는 계층은 여의사인데 그중에서도 고려의사(한의사)가 인기다. 이는 응급환자를 담당하지 않고 침과 뜸, 부황 등을 수단으로 장기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직업인 데다가 위험한 진료행위도 적은 편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남북은 모두 ‘한의사’를 동일어로 사용했지만 북한이 1992년 한의학을 고려의학으로 변경하면서 현재의 호칭으로 바뀌었다. 고려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학대학 고려의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처럼 ‘국가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서울광장] 역사적 시효가 끝난 ‘1987년 체제’/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역사적 시효가 끝난 ‘1987년 체제’/오일만 논설위원

    지금 우리의 권력 구조는 너무도 기형적이다. 글로벌 시대의 격한 흐름과 21세기 문명사적 전환기에 적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승자 독식의 선거 구조는 여야 간 극한 대립을 내재화시켰고 우파와 좌파로 나뉜 사생결단의 정치문화는 공존의 패러다임 자체를 파괴시켰다. 이런 귀결은 권력의 핵심인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을 만드는 시스템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87년 체제’로 불리는 우리의 권력 구조는 1987년 6·10 민주항쟁에 백기를 든 ‘전두환 군사정권’과 야권의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세력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군부의 장기 집권 종식과 민주화 실현이란 화두로 1987년 10월 9차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유신 선포 이후 17년 동안 지속된 체육관 선거(간접선거)를 종식시키고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자는 직선제 개헌은 도도한 민심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지만 5년 단임제는 시간에 쫓기면서 당리당략으로 결정된 측면도 적지 않다. 당시 현장을 지켜봤던 원로 정치인들은 5년 단임으로 결정된 배경과 관련해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는다는 명분도 컸지만 정치권을 장악한 3김의 대권 야망이 짙게 배어 있었다”고 증언한다. 당시 정치 평론가들도 “3김과 군부 어느 일방의 독주를 막고 견제와 균형 속에서 5년간 대통령직을 나눠 갖자는 의도가 이심전심으로 통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87년 체제, 특히 5년 단임제는 나름대로 시대적 사명을 적절하게 수행했다. 더이상 장기 집권을 걱정하지 않게 됐고 여야 간 정권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대학교 교정에서는 매캐한 최루탄 가스를 맡지 않아도 되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독재 타도를 마음껏 외치는 자유도 얻었다. 적어도 87년 체제가 역사적 소명을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87년 체제가 만들어 낸 권력 구조는 28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여기저기서 삐끄덕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노후화 현상이 확연하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 여야 대통령 후보가 소리 높여 대통령 4년 중임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우리의 경제 규모는 10배 이상 성장했고 21세기의 변화와 사고를 담기에는 너무도 낡은 그릇이 됐다. 무엇보다 5년 단임제의 치명적 약점은 레임덕 자체가 너무 빨리 온다는 점이다. 숱한 정권을 경험했던 고위 관료의 말을 들어 보자. “보통 정권이 초기 2~3년 정도 힘을 갖고 정책을 집행한다는 말도 이제는 통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그 정권의 판을 짜는 작업을 끝내는 순간부터 정점을 찍고 내려온다고 보면 됩니다.” 그는 국정이 5년 단위로 바뀌면서 국가의 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김대중 정부의 지식정보화 육성 정책은 물론 노무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동반성장 등 심혈을 기울였던 대표적 정책들은 뿌리도 내리기 전에 다음 정권에서 사라졌다. 정권의 명운이 걸린 만큼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했지만 지속성을 상실하면서 혼란과 갈등만 증폭시킨 꼴이다. 모든 국가 권력을 대통령 1인에게 집중시킨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더 무섭다. 군대와 경찰, 검찰, 국세청,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 모든 권력의 칼자루를 대통령 한 사람이 쥐고 있다. 외교, 안보, 국방과 더불어 경제, 복지, 민생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과 책임을 대통령 1인에게 부여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근간을 허무는 일이다. ‘브레이크 없는 주행’처럼 위험천만하다. 국가 경영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분권형 통치체제 개헌이 필요한 이유다. 3김 정치의 폐해로 꼽히는 지역주의와 우파와 좌파의 구도 안에서 안주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는 정치권의 행태도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인구 편차를 2대1로 조정하는 선거구 개편 정도로는 별 효과가 없다.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정도의 ‘판갈이’ 없이는 백년하청일 것이다. 권력의 틀을 정하는 문제는 국정의 방향과 국민 개개인의 사고와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다. 집권 세력 입장에서 실익도 없는 개헌 논의가 달갑지는 않겠지만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시대를 선도하는 권력의 틀을 만드는 것이 최고의 정치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oilman@seoul.co.kr
  • 겉으론 ‘엄살전략’ 안으론 ‘물밑경쟁’

    4·29 재·보선의 여야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물밑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의석 4곳을 놓고 다투는 미니 선거이지만 김무성·문재인 여야 대표의 첫 맞대결, 집권 3년차 민심의 향배가 드러난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은 ‘잘해야 2석 확보’, 새정치민주연합은 ‘1석도 힘들다’ 등 각각 엄살전략으로 초반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입지 여건상 보수성향인 인천 서·강화을 수성과 여당 조직세가 탄탄한 성남 중원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당 지역구였던 인천 서·강화을은 강화 지역 안보 중시 여론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인지도를 앞세워 새정치연합 신동근 전 인천 부시장을 누르겠다는 전략이다. 성남 중원에서도 신상진 전 의원의 10% 포인트 이상 승리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 지역은 옛 통합진보당의 지지기반인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이나 무소속으로 나선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 정환석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의 야권표 분산이 관건이다. 관악을은 새누리당이 역대 총선에서 한번도 깃발을 꽂은 적이 없을 만큼 수도권에서는 ‘야권의 안방’ 격이다. 그런 만큼 새정치연합은 탈환을, 옛 통진당은 존재감 확인을, 새누리당은 이변을 벼르고 있다. 호남 인구가 밀집된 데다 고시생·대학생 등 젊은 인구가 몰려 있는 지역구인 만큼 노무현 정부 대변인 출신인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가 갈수록 지지세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의원 출신인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청년 일꾼론으로 현장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7대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가 현실화되면 선거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 야권 신당 추진체인 국민모임은 이날 정 전 의원의 관악을 출마를 권유했다. 무소속인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도 또 하나의 변수다. 광주 서을은 새정치연합 소속 조영택 전 의원이 무소속 천정배 전 장관의 바람몰이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시절 내각 동기였던 남다른 인연도 갖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선전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재·보선에 임하는 김무성·문재인 여야 대표 키워드

    재·보선에 임하는 김무성·문재인 여야 대표 키워드

    4·29 재·보궐선거 준비 체제를 가동한 여야 지도부가 선거 전략에 따른 맞춤형 행보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첫 행선지… 與 성남 중원, 野 광주 서을 새누리당은 지난 19일 경기 성남 중원을 첫 방문지로 택하는 등 야당보다 먼저 ‘출발’을 했다. 성남 중원을 이번 선거의 향방을 가를 중요 지역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여당은 오는 27일 이 지역을 재방문한다. 김무성 대표는 23일에는 서울 관악을 지역 고시촌에서 타운홀 미팅 ‘청춘무대’를 여는 것으로 이번 주 현장 행보를 시작한다. 1인 가구와 취업준비생 등 젊은 층 유권자가 많은 관악을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이어 24일 부산 해양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학생 1000여명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한다. 이튿날인 25일에는 자신의 모교인 한양대에서 강연을 한 뒤 역시 재·보선 지역인 인천 서구·강화을 당원교육에 직접 나선다. 김 대표는 앞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점심은 간단히 빵으로 때우고 대학생들과의 토크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올리기도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의) 재·보선 지원 일정이 더욱 많아졌다. 밑바닥을 누비면서 자신의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한 포석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첫 행보 지역은 광주였다. 문재인 대표는 22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 통과 보고대회를 진행하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지역 숙원 사업인 아시아문화전당 지원을 관철시켰음을 알리기 위한 일정이지만 사실상 4월 재·보선을 겨냥한 일정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 대표의 이번 일정에는 호남 출신 의원들이 중심이 돼 동행했다. 새정치연합에 있어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서을 선거의 초반 판세는 다른 3개 선거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반면 광주 서을에서 패배하면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광주 서을의 결과가 문 대표 체제를 평가하는 야권 텃밭의 민심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는 당력을 집중하면 해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전 장관과 다른 야권 후보들의 파괴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 전략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최소 2곳 이상은 승리를 바라볼 만하다”면서 당선 가능 지역으로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을 꼽았다. 4개 지역을 여야가 ‘2대2’로 나눠 갖는 결과도 나쁘지 않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인천 서·강화을… 與 안상수· 野 신동근 공천 한편 여야는 이날 ‘4·29 재·보선’ 인천 서·강화을 지역구 후보를 압축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당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최고위원회에 단수 후보로 추천했고, 새정치연합도 신동근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이로써 모두 4곳에서 치러지는 재·보선 대진표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지역감정 조장 댓글 처벌] “멍청도” “감자국” “자살했어야” 노골적인 지역 발언

    ‘홍어’(전라도), ‘개쌍도(경상도)’, ‘멍청도’(충청도), ‘감자국(國)’(강원도). 각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들이다. “서울에서 알바하는 지방충, 편의점 알바생들도 개쌍도 사투리” “홍어XX들 한 방에 청소하는 법 없냐” 등의 막말은 온라인상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난무하고 있지만 현행법과 제도로는 이를 거를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없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들은 주로 정치 이슈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 속에 많이 포함돼 있다. 지난 20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특별혁신위원장 인터뷰 기사에서 “노무현 정부는 실패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한 네티즌은 “그런 논리면 전두환, 노태우는 감옥에서 자살했어야겠네”라고 썼다. 정치 현상도 지역감정으로만 해석하기도 한다. “노씨 성은 토종 쌍도가 아니다라는 *소리하는 놈들이 있는데 이승만 박사도 전주 이씨니까 전라도 사람이냐?”라는 식이다. 정치인들의 발언은 다른 어떤 글보다 강한 파급력을 지닌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012년 11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을 비판하며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같은 해 10월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전북에 오기로 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경남에) 빼앗겼다”는 발언을 한 이후 ‘지역 갈등 유발자’라는 비난을 샀고, 최근에는 충청 출신의 이완구 국무총리가 후보자로 지명되자 “호남 민심을 끌어안으려면 호남 총리를 임명했어야 했다”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총리의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은 “충청도에서 후보가 나왔는데 호남분들만 계속 질문을 한다. 다 호남분 같다”며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했었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서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권은희 새정치연합 의원에게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고 따졌다가 비난을 받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與지도부, 성남 중원서 “종북세력 척결”

    與지도부, 성남 중원서 “종북세력 척결”

    새누리당이 4·29 재·보궐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성남 중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성남이 수도권 표심을 대표하는 지역”이라며 성남 중원을 선거 지역 4곳 가운데 첫 방문지로 택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9일 중원구 산업단지관리공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그에 따른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어느 정당의 후보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후보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사실상 ‘종북 세력을 심판하는 선거’로 규정했다. 김문수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도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흔들고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려는 종북 세력의 핵심을 깨는 선거이며, 대한민국을 종북세력에게 넘겨주느냐 아니면 구해내느냐 하는 한판 승부”라고 거들었다. 새누리당이 이날 ‘종북 세력’을 집중 겨냥한 것은 선거구인 중원이 내란선동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관련된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로 지목돼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당 관계자는 “재·보선은 평일에 치러져 투표율이 낮은 편인데 경기동부연합 조직이 대거 동원돼 야권 후보에 표를 몰아줄까 봐 우려된다”며 당 지도부가 이날 성남 중원에 와서 ‘종북’을 정면 공격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공천을 받은 신상진 후보와 함께 중원구의 상대원시장과 성호시장 등을 돌며 바닥 민심을 훑었다. 김 대표는 기자와 만나 “원래 우리 지역구가 한 곳이고 야당이 3군데니까 한 곳만 승리해도 본전이지만, 이런 생각 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후보가 당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부적으로는 선거구 4곳 중 인천 서·강화을 등 2곳의 승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추가 1곳으로는 17, 18대 총선에서 신 후보가 재선에 성공한 성남 중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에 대비한 첫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성남 중원에서 개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야권세가 강한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에서는 야권 후보 난립으로 인한 어부지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직격 인터뷰] “내 고향은 경기 아닌 TK… 수성갑 출마 생각 안 해봤다”

    [직격 인터뷰] “내 고향은 경기 아닌 TK… 수성갑 출마 생각 안 해봤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의 모습이 조금 달라 보였다. 전에 비해 좀 부드러워진 느낌이랄까. “혹시, 파마하셨어요?” “아, 예...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미장원에서 한번 해 봤습니다.” 김 위원장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 보려는 것 같았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지키려 했던 것은 보수적인 가치였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종북의 그늘’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바꿔 보려는 것은 외모뿐만이 아닌 듯했다. 그동안 경기도를 중심으로 해 왔던 정치적 기반도 바꿀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비가 내리던 지난 18일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5층의 위원장실에서 이도운 부국장 겸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새누리당 KY라인(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이 당을 잘 이끌고 있나. -지금까지는 큰 문제없이 왔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내년 총선과 그 이듬해 대선에서 희망이 없다. 보다 과감한 혁신으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역사의 부름에 힘차게 나가는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과 부름인가. -첫 번째가 정치혁신, 두 번째가 정부혁신이다. 청와대부터 시작해 전 공무원이 확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나 경제, 서비스 분야도 규제 혁파를 통해 젊은이나 기업 모두 희망을 볼 수 있는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당내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간의 계파 싸움은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인가. -계파다운 계파도 없지 않나. 차라리 강력한 계파라도 있으면 희망이 있겠다. 나는 무(無)파, 굳이 따지자면 김(金)파다. 하하하. →4·29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의 성적표가 안 좋으면 KY 지도부가 흔들릴까. -책임이야 묻겠지만 ‘관둬라’는 것은 너무 과하다. 광주·서울 관악·경기 성남중원 모두 여당이 불리한 지역이고, 인천 서·강화을도 그리 간단한 곳이 아니다. →지난 17일 청와대 3자 회동은 어떻게 평가하나. -매우 아쉬운 대목은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합의한 부분이다. 의료보건 산업이 우리나라 미래의 핵심 경쟁력인데 이걸 빼고 뭘 하겠단 건지, 크게 실망했다. 지금도 러시아, 중국에서 심지어 미국에서도 환자들이 한국 병원으로 몰려온다. 야당이 말로는 일자리를 외치면서 실제론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가 합의를 왜 받아들였는지 안타깝다. 호남 지역에도 좋은 병원·요양시설을 지으면 중국인들이 크루즈 타고 와서 이용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연금은 현역이 아닌 은퇴자의 노후 생계비이고 액수도 적다. 국가재정 때문에 이걸 깎자고 하면서 현직 공무원 봉급을 올해 3.8% 올린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월급을 깎아야 한다. 제가 경기도지사 할 때는 제 급여부터 동결했다. 부지사, 실장 등 고위직도 동참하고 강성노조 2곳을 찾아가 동의를 얻어냈다. 공무원 봉급을 손본 뒤에 각종 단체 보조금을 전부 삭감했다. 이렇게 예산 1조원을 깎아 빚 안 지고 재정위기를 돌파했다. 문제는 솔선수범이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무상급식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어느 편인가. -무상급식은 각 시·도마다 사정이 다르다. 시·도 교육감이 무상급식 권한을 갖지만 예산 지원의 재량권은 시·도지사에게 있다. 홍 지사가 지원 못하겠다고 하면 못하는 거다. →무상보육도 마찬가지인가. -국가가 보육기관이 아니라 엄마들에게 보육지원금을 100% 지원해서 직접 키울지 보육기관에 맡길지 선택권을 줘야 한다. 보육기관이 경기도에만 1만개가 넘는다. 선거 때 강력한 표 응집력을 행사하다 보니 복지부·정치인이 다 휘둘린다.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법안이 부결된 사례도 그렇다. 보육기관에 돈을 주다 보니 집에 있는 엄마들도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내고, 보육기관 비리도 커졌다. →대구에서 택시 운전을 했다고 들었다. 왜 갔나. -고향이니까. 사흘 동안 운전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나왔는데,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잘 안 받아들여진다는 얘기가 있다. -지역분들 다수가 ‘경기도에서 의원 지내고 지사 했으니 경기 출신이겠거니’ 생각한다.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서는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의 돌풍이 세다고 한다. 바람직한 현상인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광주에서 당선됐듯이, 여야 간에 (영호남) 교차 당선되고, 대구에서도 야당 정치인이 나오는 게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당 지도부는 ‘정권의 안방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던데. -정당 차원에선 그럴 수 있다. →당에서 수성갑 출마를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나. -그런 요구가 없다. 아직 있지도 않은 얘기를 가정하고 물으면 어떡하나. →그렇게 답변하면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제목이 나올 수 있다. -출마 가능성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새누리당이 PK(부산·경남) 김무성 대표-TK 최경환 경제부총리-충청 이완구 총리 3각구도라는 분석에 동의하나. -지역으로 따지자면 그리 볼 수도 있다. 그런데 TK에는 유승민 원내대표도 있는 것 아닌가. →고향을 기반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TK가 물론 내 고향이다. 그런데 우선 제 존재가 여기(수도권 원외) 있다. 앞으로 명분을 갖고 상당한 변화를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성공했나.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어떤가. -이명박 정부는 박 대통령을 당선시켰으니 성공한 정부다. 저도 경기지사로 가장 성공한 게 남경필 지사를 당선시킨 거다. 노무현 정부는 실패했다. 당신 자신이 일단 돌아가셨다. 자기를 부정했고 그보다 더한 실패가 없다. 우리나라 역사와 국민에게 가장 불행한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성공한 분이다. IMF(국제통화기금) 극복 과정이나 정권 재창출 등 여러 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기초생활수급제 도입 등 복지정책도 제도적으로 잘 접근했다. 다만 대북 관계에서 시비가 많이 있다. →6·15 정상회담이 적절치 않았나. -회담 자체가 아니라 회담 성사를 위해 뒷돈을 줬다는 적절치 않은 선례를 남겼다. 선거법으로 치자면 당선무효 격이다. 다만 정상회담 합의 내용 중 좋은 부분은 계승 발전시키고 다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다시 봐야 한다. →당·청 대립 때마다 꼭 청와대 편을 들었다. -특별히 박 대통령을 의식해서 말한 적은 없다. →총리설이 있었다. 김 위원장도 총리직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청와대에서 총리 제의가 있었나. -한 번도 없었는데 언론에선 더러 보도하더라. 만인(萬人)이 원해도 일인(一人)이 안 원하면…. →제의가 없어서 섭섭하지 않았나. -총리가 선출직이면 모를까, 임명직이니까 그런 가정은 맞지 않다. →2017년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로 봐야 하나. -도지사 3선 출마를 포기한 건 다음 대선에 나가려는 뜻을 밝힌 거다. 2012년 대선 경선 때 박 대통령과 겨뤘는데, 현직 지사 신분으로 나왔다고 욕을 많이 먹었다. 지난번 경선 출마 경험을 귀하게 여기고 있다. 당시 준비가 많이 부족했었다. 대선이란 게 간단치 않더라. 그 이후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정치는 세력 대결인데, 그 부분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이웃이 있다), 옳은 길로 가다 보면 반드시 많은 민심이 함께할 거라는 신념이 있다. →2017년 대선의 어젠다는 무엇이라고 보나. -민생경제와 통일 두 가지다. 한반도 주변과 남북 정세를 보자면 2017년까지 많은 변화가 예측된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체감도 더 높아지리라 본다. 내수와 일자리 측면에서도 통일보다 더 좋은 솔루션이 없다. 굉장히 현실적인 어젠다로 다가올 것 같다. →두 어젠다와 관련해 어떤 경쟁력이 있나. -제가 살아온 과정, 도지사 경험 등 누구보다 민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통일 분야도 분단의 최전방인 경기도에서 쌓은 경험이 많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하면 ‘이 사람은 생각을 좀 더 해 봤구나’라고 국민들이 느끼실 것이다. →야당은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대표가 유리한가. -저는 꼭 그렇게 안 본다. 예컨대 박원순 서울시장도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으로선 어떻게 될지 단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우리 외교가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전략적 균형을 잡아야 할까. -중국도 우방이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하진 않았다. 반면 우리는 천안함 사태 등 수시 도발을 해 온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와 확고하게 함께 갈 동반자는 미국이라는 게 우리 현실이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평택 이전으로 남하할수록 그 이북 지역 안보 공백이 심각해지는 데 우려스럽다. →앞으론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북한 인권 쪽을 생각 중이다. 이번에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 대토론회에 가 보니 창피하더라. 대한민국이 인권 선진국인데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선 ‘(신경 안 쓰는) 웃기는 나라, 이해할 수 없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종북의 그늘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무섭고, 그래서 (대북 전단지) 풍선을 날리는 것도 무섭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념적 정체성은 무엇인가. -중도보수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정리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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