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유학파’ 대중음악계 새바람
정원영 한상원 김광민 한충완.장르의 특성상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는않았지만 국내 라이브연주무대에서 최고의 성가를 누리고 있는 재즈 음악인들이다.60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뛰어난 연주와 작·편곡 실력으로 재즈계의 선두주자로 꼽힐 뿐만 아니라 연주활동과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는 점 등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이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공통점은 이들의 이름앞에 항상 ‘명문 버클리음대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닌다는 사실이다.
국내 대중음악계에 미국 버클리음대 유학파들이 속속 입성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지금 활동하고 있는 버클리음대 출신은 50∼60명.이가운데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이들은 10여명 안팎이다.
정원영은 84년부터 6년간 버클리음대에서 재즈피아노 등 연주는 물론 영화음악 작곡·편곡등을 두루 섭렵했다.90년 귀국이후 대학강단에 서면서 이은미 박정운 이승철 김현철 장필순 봄여름가을겨울 등의 세션에 참여했으며,지금까지 3장의 음반을 냈다.지난해초 ‘정원영·한상원밴드’를 결성,음반작업과 콘서트를 병행하고 있다.
83년 유학길에 올라 재즈퍼포먼스를 전공한 한상원도 귀국후 100여장의 음반세션에 참여하는 등 탁월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 겸 서울 재즈아카데미 기타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은 86년 1월 도미,버클리음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했다.3년마다 버클리음대 졸업생중 음악적 성과가 뛰어난 사람에게 주어지는 ‘우수 동문상’을 받았다.‘지구에서 온 편지’등 2장의음반을 냈으며,현재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주임교수.MBC-TV ‘수요예술무대’의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예대 교수인 한충완 역시 퓨전재즈그룹 봄여름가을겨울과 양희은의 ‘찔레꽃 피면’의 앨범 제작 및 세션에도 참가,재즈계뿐 아니라 대중음악계에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최근에는 같은 버클리음대 출신 김병찬과 밴드 ‘트라이빔’을 구성,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가요계의 화제가 된 조PD(조중훈·22)와 재즈계의 촉망받는 여성보컬리스트 정말로(28).이들도 버클리음대에 재학중이거나 휴학중인 유학파이다.
제2의 서태지로 불리며,저속한 가사때문에 데뷔앨범의 판매가 성인으로 제한되는 등 파장을 몰고 온 조PD는 뮤직프로덕션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있다.
독특한 목소리와 풍부한 감성으로 차세대 재즈 음악인으로 꼽히는 정말로는95년 입학했다 이듬해 휴학해 국내에 머무르고 있으며,조만간 복학할 계획이다.이밖에 서울재즈아카데미 피아노과 강사인 곽윤찬,동덕여대 실용음악과교수 송석철,작곡자 겸 프로듀서 김명직 등도 동문이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단장 겸 상임지휘자인 하성호(47),KBS관현악단장인 정성조(53)가 버클리음대 1세대에 해당한다.하씨는 78년,정씨는 이보다 2년 늦은 80년에 입학했다.클래식음악이 아닌 대중음악을 공부하러 유학을 떠난 첫 세대인 셈이다.
국내 대중음악계에 이들 버클리음대 유학파가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버클리음대의 장점은 커리큘럼과 시설,강사진이 최고 수준이라는 점외에 선택의 폭이 넓어 다양한 음악적 체험이 가능하고,학교주변 프로 음악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을수 있다는 점이다.이런 풍토에서 공부를 하고 온 이들은 자신들이 습득한 음악적 성과를 효과적으로 전파시킴으로써 취미 수준에 머물렀던 국내 대중음악의 질을 한단계 제고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와함께 전무하다시피했던 대중음악 전문교육기관의 설립에도 한몫했다.서울예대,동덕여대 등 몇몇 대학에 실용음악과가 생기고 서울재즈아카데미와대중음악대학 등이 등장했다.하성호씨도 이달중 버클리음대의 커리큘럼과 시스템을 적용한 ‘서울공연예술전문대학’을 개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