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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쭉쭉빵빵 연생이 박은혜

    갸름한 얼굴에 뽀얀 피부,커다란 눈망울에 찰랑거리는 생머리,꼭 다문 자그만 입….처음엔 솔직히 ‘공주’냄새가 났다.그러나 마주앉자마자 이내 털털한 ‘연생이’로 변하는 그녀.기존 선입관을 산산이 조각내 버린다.박은혜(26)를 만났다.MBC ‘대장금’에서 ‘연생이’역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데뷔 이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녀.갓 데뷔한 신인으로 아는 시청자들이 많지만,벌써 연기 생활 6년차다.지난 98년 코리아나 화장품 CF모델로 데뷔했다.하이트 맥주,LG카드,SK텔레콤 등 ‘아!그 광고’라고 무릎을 칠 만한 유명 CF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영화 ‘짱’‘천사몽’‘찍히면 죽는다.’,TV드라마 ‘매일 그대와’‘LA아리랑’ 등 여러 작품에도 출연했다.하지만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주목을 끌지 못하다가 ‘대장금’으로 하루 아침에 유명세를 탔다. “연생이의 모든 것이 나와 너무나 닮았다.”며 보조개 핀 상큼한 웃음을 짓는 그녀.극중 연생이처럼 실제로 밑바닥의 어려움을 딛고 최상의 위치에 설 수 있을지…. ●연생이가 승은을 입듯 데뷔 원래 꿈은 광고 PD가 되는 것이었여요.대학(서울예대)에서도 광고창작을 전공했죠.어느날 친구와 함께 잡지사를 방문했는데,여기자가 모델 촬영을 권유하더라고요.제 얼굴이 잡지에 나간 뒤 기획사로부터 연락이 왔고,얼떨결에 연예계에 발을 들였죠. ●성격도 연생이 어릴적부터 불려 온 ‘한국의 왕조현’이라는 별명 때문에 청순가련하게만 보시는 것 같아요.하지만 본래 성격은 겁많고 눈치 보는 것만 빼고는 극중 연생이와 똑같아요.말하기 좋아하고,약간 덜렁거리는….특히 내숭은 딱 질색입니다.전형적인 O형 성격이죠.(웃음) ●집에선 맥가이버 제가 딸부잣집(네자매) 셋째딸이거든요.집에 아들이 없다 보니 어릴적부터 집안의 힘든 일은 모두 저의 몫이었어요.지금도 고장난 가전제품이나 형광등 정도는 손수 고친답니다. ●평생 잊지 못할 대장금 대장금에 출연하고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어요.쟁쟁한 선배 연기자들을 통해 부족한 연기력도 보충했고,‘헝그리정신’의 중요성도 새삼 깨닫게 됐어요.특히 촬영장의 ‘칼바람’과 ‘추위’는 정말 잊을 수 없어요.여러분들에게 박은혜의 진가를 더 보여드리고 싶었는데….벌써 종영이라니 아쉽기만 하네요. ●연기 변신 어떤 역할이든 무리없이 변신,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는 전도연 선배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근데 전 아직 ‘내공’이 부족하거든요.좀더 연기력을 쌓은 뒤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참 4월 방영 예정인 SBS드라마 ‘애정만세(가제)’에서 드·디·어 여주인공을 맡았답니다.연생이와 달리 성숙미 물씬 풍기는 여성으로 나오니까 많이 기대하세요. ●나의 남자 솔직히 첫사랑이라 할 만한 남자는 기억속에 없어요.제가 여중-여고를 나왔거든요.불행이죠.올해에는 꼭 가슴저린 사랑을 할 남자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어떤 남자냐고요?내 얘기와 고민을 잘 들어주는,편안하고 배려심 깊은 남자면 돼요.얼짱·몸짱요?이제 그런 걸 바랄 나이는 지났잖아요.(웃음) 이영표기자 tomcat@˝
  • 3월 개교 서울문화예술전문학교 이사장 김민성 씨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있지만 민간에서 운영하는 특성을 살려 국내 굴지의 영상 및 무대예술 종합학교로 발전시키겠습니다.” 최고의 스타들을 배출해 연예계의 미다스로 불리는 김민성(47)MTM 대표. 그는 최근에 또 하나의 ‘일’을 저질렀다.지난해 연기학원과 별도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5개학과,전문학사 학위)를 열었다.반응이 좋아 오는 3월 6개학과를 더 늘려 ‘서울문화예술전문학교’로 새로 출범시킨다.영화감독 정지영씨가 학장으로,양정현 전 서울예대학장이 CEO로,김민성 대표가 이사장으로 역할 분담이 돼 있다. 바쁜 입학 관리업무 때문에 일요일인 22일에도 학교에 나온 그는 “미국의 경우 AFI(American Film Institute) 등 연기 전문학교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7년 ‘한국방송문화원’을 개원하고 2년 후 모델·탤런트 캐스팅과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MTM을 설립,지금까지 4000여명의 스타 지망생을 배출했다.150여명이 방송사 공채 탤런트에 합격하고 현재 TV출연하는 아역 및 하이틴 연기자의 80% 이상이 MTM에 의해 캐스팅되고 있다. “연기는 기다림의 예술입니다.자신과 고독하게 싸움을 해야 하는 42.195㎞를 달리는 마라토너와 같다고나 할까요.”김씨는 “최고의 인기드라마인 ‘대장금’의 이영애나 ‘발리에서 생긴일’ 주연 조인성은 3년 동안 숨어있다 불쑥 나타나 신비스러움을 던졌다.”며 연기자의 자기관리를 강조했다. 김문기자 km@˝
  • 서울문화예술전문학교 개설

    영화계의 파워맨 세 명이 뭉쳤다.정지영 감독,양정현 전 서울예대학장,스타의 산실인 MTM의 김민성 대표 등 세 명이 손을 잡고 서울 삼성동에 서울문화예술전문학교를 열었다. 최근 정 감독이 학장,양 전 학장이 CEO,김 대표가 이사장직에 취임해 이 학교를 국내 최고의 대중문화 메카로 만들기로 했다. 영화학과 방송연예학과,영상연기모델학과 등 모두 11개 학과로 구성돼 있다.˝
  • 주말매거진We/눈에 띄네~ 이 얼굴-‘말죽거리 잔혹사´ 이종혁·박효준

    조연이 잘 받쳐줘야 주연이 한결 빛나는 법이다.새해 들머리 극장가를 들썩이게 하는 화제작 ‘말죽거리 잔혹사’도 마찬가지다.주인공 권상우가 날고긴들 멸치국물 같은 조연들의 양념연기가 없었다면 기대만큼의 흥행파워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선도부장 역의 이종혁과 햄버거 역의 박효준.극장문을 나서는 관객들 사이에서 “그 친구 누구야?”란 소리를 줄곧 듣고 있을 이름들이다. 극중 고2생인 이종혁의 실제 나이는 올해 서른하나.한달쯤전에 아빠가 된 몸이다.연극무대에 서온 기대주이지만 스크린 연기는 이번이 처음.힘없는 학우들을 갉작갉작 괴롭히는 비열한 선도부장 종훈이 되어 스크린에 연착륙했다.둘도 없는 친구 우식(이정진 분)에게 첫사랑을 뺏기고 울분을 삼켜온 주인공 현수(권상우 분)에게 막판에 학교 옥상에서 죽도록 두들겨맞는 역할을 ‘장렬히’ 소화해냈다는 평가들.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뒤 연극 ‘의형제’‘라이어’‘오!해피데이’ 등을 거쳐 지난해엔 대선배인 박정자와 ‘19 그리고 80’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빨간책’을 몰래 팔아 용돈으로 쓰는 햄버거 역의 박효준(23).둔한 몸놀림과 너부데데한 얼굴은 암만 뜯어봐도 ‘배우 스타일’은 아닌 듯싶다.하지만 아련한 향수를 일깨우는 그의 캐릭터는 30∼40대 교복세대를 극장으로 불러내는 데 대단한 ‘약발’을 자랑한다.교실 맨뒷자리에 앉아 ‘놀멘놀멘’하는 품하며,도시락 반찬을 뺏기지 않으려고 찬통에다 퉤퉤 침까지 뱉는 넉살하며,학교 ‘주먹’들 사이를 이리저리 줄타기하는 소심한 성격하며…. 중부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스크린 데뷔작은 ‘동갑내기 과외하기’.거기서도 주인공 권상우의 ‘꼬붕’노릇을 하는 고교생으로 나왔다.출연한 영화 2편이 모두 대박이 났으니 흥행복은 타고난 셈이다. 대학 진학 전까지 연기이력이 전무했던 박효준은 자타가 인정하는 노력파다.‘말죽거리…’의 첫 오디션 때 탐탁잖게 반응했던 유하 감독은 그의 눈물겨운 노력을 지켜보며 마음을 돌렸다.요즘 그는 입이 귀에 걸렸다.“‘동갑내기…’와 이번 영화의 흥행성적을 합치면 못해도 관객 1000만명은 확보한 배우가 될 것 같다.”며 넉살좋게 웃었다. 황수정기자
  • “관객·배우 호흡 맞아야 연극 제몫”창단 20주년 극단 ‘목화’ 오태석 대표

    “남의 극단 이름을 빌려 쓰다가 문패를 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처음엔 ‘외국말로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이제야 관객들이 내 작업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극과는 차별화된 우리 고유의 볼거리를 만드는 데 치중해온 극단 목화가 창단 20주년을 맞았다.세월은 흘렀지만 극작가 겸 연출가인 오태석(사진·64·서울예대 극작과 교수) 대표의 끊임없는 실험정신과 배우들의 철저한 연기훈련은 여전히 목화를 인상지우는 특징이다. 생략과 비약이 많은 목화의 독특한 연극 문법은 서양극에 익숙한 이들에겐 종종 ‘난해하다.’는 평을 듣는다.오태석은 “우리 볼거리는 상상을 하는 노력을 해야만 재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 “관객들이 생략된 부분을 메우고,비약된 부분을 이으면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할 때 연극이 제 몫을 한다.”고 말했다. 40년간 연극 외길을 걸어온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망가진 우리의 고유한 말을 회복하고,50년이 지나도록 분단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세대로서의 ‘수치’를 드러내는 작업은 죽을 때까지 쥐고 갈 숙제이다. 20주년을 기념해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16일 대학로 아룽구지소극장에서 막올리는 ‘심청이는 왜 두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를 시작으로 ‘자전거’(2월),‘백마강 달밤에’(9월) 등 대표작 3편을 연달아 공연한다.이 가운데 지난 90년 충돌소극장 개관작인 ‘심청이…’는 당시 한 청년이 공중전화를 오래 쓴다는 이유로 낯선 사람을 칼로 찌른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이번 레퍼토리는 30대 엄마가 아파트 옥상에서 두 남매를 밀어뜨리고,20대 아버지가 남매를 한강으로 던지는 비정한 일들이 벌어지는 오늘의 현실로 상황을 옮겼다. 글·사진 이순녀기자 coral@
  • 홀딱 벗은 여섯남자 의기소침 탈출 행각/변우민·임하룡 출연 뮤지컬 ‘풀 몬티’

    칼날같은 명퇴바람이 ‘사오정’‘오륙도’를 지나 ‘삼팔선’까지 무너뜨렸다는 요즘,한국 사회 중년남성들의 자화상은 그 어느때보다 초라하기만 하다.한창 일할 나이에 일터에서 밀려나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이 시대의 남성들.이들에게 동병상련의 아픔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유쾌한 뮤지컬 한편이 온다. 새달 6일부터 내년 1월18일까지 서울 양재동 한전아츠풀에서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풀 몬티’(Full Monty,연출 한진섭)는 실직한 철강노동자 여섯 남자가 온몸(?)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코믹하면서 따듯하게 담아낸 작품이다.세계적으로 히트한 동명의 영국 영화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각색했다. 속어로 ‘몽땅 벗는다.’는 뜻의 제목처럼 출연진들이 동시에 옷을 홀딱 벗어던지는 마지막 장면으로 유명한 ‘풀 몬티’의 연습장을 찾아 누드 연기도 불사하는 용감한(?) 여섯 남자들을 만났다. “자,음악을 잘 들어봐.그리고 몸이 따라하게 놔두란 말이야.오른발부터 파이브,식스,세븐,에잇”.단 한번의 스트립쇼로 돈을 벌기로 의기투합한 여섯 남자가 남몰래 공장 창고에 모여 스텝 연습을 하는 장면.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던 도나 서머의 ‘핫 스터프(Hot stuff)’에 맞춰 춤을 추는 대목이다.멤버중 유일한 화이트칼라 노동자이자 경제학 박사인 해롤드(박일규)가 왕년의 실력을 발휘해 춤 선생으로 나섰다. 하지만 아들 하나 딸린 이혼남 제리(변우민),실직후 아내에게 쥐어사는 데이브(이무현),자살을 시도했던 나약한 말콤(김장섭),철없는 청년 잇슨(박준혁)등 춤과는 거리가 멀었던 남자들의 몸동작은 영 어설프기만 하다.그나마 한때 댄서였던 퇴직 흑인 노동자 호스(임하룡)가 제법 스탭을 잘 따라해 해롤드의 칭찬을 받는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틈을 타 배우들에게 몇가지 궁금증을 물었다.우선 출연진들의 면면이 여느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다.20∼30대 배우들이 주역을 휩쓸고 있는 대다수의 뮤지컬과 달리 ‘풀 몬티’의 배우들은 전부 30대에서 50대.호스역의 임하룡이 51세로 최고령자이다. 본업도 제각각이다.탤런트 변우민,개그맨 임하룡을비롯해 화려한 춤솜씨를 자랑하는 해롤드역의 박일규는 서울예대 교수로 재직중인 전문 안무가이다.과연 무엇이 이들을 ‘벗는 공연’에 서슴없이 나서게 했을까. 임하룡은 “벗는다는 의미가 단순히 몸매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왜 나같은 사람을 뽑았겠느냐.”면서 “가진 건 몸뚱이밖에 없는 남자들이 자아를 찾는 최후의 수단으로 모든 것을 내보이는 의미심장한 행위”라고 설명했다.그는 요즘 뱃살빼기와 흑인 역할을 위한 선탠을 하느라 고생중이다. 박일규 교수도 “벗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지 말고,이들이 왜 그런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메시지가 명확한 만큼 일단 벗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다는 게 배우들의 공통된 의견.하지만 노출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에 대해선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에선 배우들이 중요 부위를 가린 모자를 던질때 강렬한 조명을 객석에 쏘는 ‘트릭’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이번 공연에서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공식적으로 ‘노 코멘트’이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변우민의 각오는 남다르다.한때 음반도 냈고,모 방송국 안무단에서도 활동했던 그는 이 작품을 계기로 제 2의 연기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이 작품을 위해 다른 활동을 모두 접고,연습장 오가는 시간도 아까워 일산 집에서 역삼동 연습장 부근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배우들에게 만약 극중 주인공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가족의 생계가 걸린 일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임하룡)“일본에선 생계를 위해 남자 스트리퍼가 흔하다는 얘길 들었다.우리도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을 것 같다.”(박일규).(02)2272-3001. 이순녀기자 coral@ ■영화 ‘풀 몬티'에 대해 피터 카타니오 감독의 1997년작으로 로버트 칼라일,마크 애디 등이 열연했다.영국 남부 요크셔지방의 철강소가 문을 닫은 뒤 이혼남 가즈(로버트 칼라일)가 아들의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스트립쇼를 제안하고,실직 등으로 생활이 어려운 다섯 남자가 이에 합류하는 과정을 그렸다.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가슴 찡한 감동이 교차하는 영화 ‘풀 몬티’는 1998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음악상 등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뮤지컬로는 2001년 10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토니상 ‘베스트 뮤지컬’등 10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됐다.
  • 경북대 남성듀오 솔레노이드 MBC 대학가요제 대상 영예

    제27회 MBC대학가요제에서 경북대 남성 듀오 ‘솔레노이드’가 ‘강요’란 곡으로 대상을 차지했다.지난 4일 오후 서울대 대운동장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금상은 ‘젊은이의 양지’를 부른 동의대 혼성그룹 ‘그리메’,은상은 ‘나도 그래’를 열창한 방송통신대 강민성,동상은 ‘원더 랜드’를 부른 서울예대 ‘워터파크’가 각각 차지했다.
  • 새 작품집 낸 중견 VS 신인 정길연 - 정이현 대담

    등단 19년 만에 “이제 소설이 뭔지 알 것 같다.”는 작가 정길연(42)과 첫 작품집을 내고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신인 정이현(31)이 28일 만났다.비슷한 시기에 작품집을 낸 여성작가란 사실 하나만으로 통한 것일까.장편 6편에 두권의 작품집에 이어 세번째 작품집 ‘쇠꽃’(문이당)을 낸 농익음과 지난해 등단한 뒤 ‘낭만적 사랑과 사회’(문학과지성사)를 갓 구워낸 풋풋함은 첫 만남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도란도란 정담을 일구었다.말문을 연 것은 선배.후배의 ‘첫 출산’을 축하한 뒤 문학입문 과정을 이야기한다. 연:정외과(성신여대)를 졸업하고 문예창작과(서울예대)로 재입학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야.그 전문성은 소설의 자양분이거든.나처럼 바로 문창과(서울예대)에 들어간 경우엔 때로 문학 자체의 세계에 갇힌다는 한계를 실감할 때가 있거든. 현:든든한 힘이 되네요.사실 ‘작가 오정희’론을 펼치는 20살 동기들을 보며 ‘난 저 나이에 뭐했나.’하며 기죽기도 했거든요. 연:아니야.40대쯤되면 그 모든 걸 소설이란 용광로에 녹일힘이 생겨.소설가는 장거리 주자이거든. 다리도 놓을 겸 살짝 끼어들어 작품집 낸 소감을 물었다. 연:이제 작품집 낸 기분이 뭔지 알겠어요.등단 이후 정신없이,그저 작가이기에 쓴다는 관성에 등 떼밀려온 느낌이었거든요. 현:일단 기쁘고 설렙니다.교정지 넘긴 이후 ‘붕’ 떠있었어요.막상 책이 나오니 ‘진짜 독자’를 만난다는 부담도 들고요. 두 사람은 대담 제의를 받은 뒤 촉박한 일정을 쪼개 서로의 작품을 읽었다.그 발품에 힘입어 상대 작품에 대한 덕담과 조언을 주고받았다. 연:문단에는 선,후배가 없어요.무서운 신인작가 많아요(웃음).문체만 있고 내용이 빈약한 작가들이 꽤 있어 걱정했는데 이현씨는 ‘트렁크’나 ‘무궁화’등의 작품에서 보듯 발랄함과 정통적 기법을 겸비해 인상적이었어요. 현:그저 학교서 받은 수업에 충실하면서 제 주위 이야기를 담으려 한 것입니다.선배님 작품을 계속 읽은 편인데 장편 ‘종이꽃’에서 이번의 ‘쇠꽃’ 사이에 즉,한없이 연약한 종이가 단단한 쇠가 되는 과정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연:큰 변화는 없어요.다만 개인적 환경변화에 따라 공중의 상상력이 땅에 뿌리내리면서 굳게 박혔다는 느낌,혹은 작가로서 배수진을 쳤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핏보면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정제된 문체로 느릿느릿 걸어온 선배와 재기발랄한 문체로 ‘쌩’달리는 후배의 작품세계는 달라보인다.그러나 둘의 소설관은 딱 맞아떨어진다.“독자에게 늦게 들킬수록 작가로서는 더 좋은 고도의 사기극”이라는 선배의 말에 후배는 “어머,놀랐어요,전 작품집에서 소설이 ‘짝퉁’(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물건)이라고 썼거든요.”라고 맞장구친다. 하지만 ‘있음직함’을 그리는 방법은 달랐다.“둘다 동시대 여성의 질곡을 다뤘는데 저는 사회에 초점을 두었는데 선배님은 개인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는 후배의 정리에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까지 모세혈관에서 찾은 문제점을 대동맥에 연결시키는 게 과제”라고 말한다.이어 “이현씨도 언젠가 그 역의 작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장편 쓰는 풍경,첫 작품집 이후 짐벗기 등 아직 ‘형태가 갖춰지지 않은’ 후배의 질문은 이어졌고 그럴 때마다 선배는 자신의 경험을 자상하게 들려주었다. 이종수 기자 vielee@ 정길연‘쇠꽃’ 잘짜인 구성과 시처럼 절제된 문체,생생한 대사가 8편의 작품에 빛난다. 기막힌 반전을 숨기며 유부남인 친구 오빠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과 어머니의 2대에 걸친 기구한 인생을 담은 ‘연’을 비롯,애인과 공모하여 초호화 양로원 노블 팰리스에서 수발들던 할머니의 차를 훔친 뒤 그에게 버림 받은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등 질곡과 싸우기보다는 숙명적으로 안고가는 여인들의 한많은 사연을 촘촘히 엮었다. 정이현 ‘낭만적 사랑과 사회’ 여러 유형의 영악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경박한 세태를 조명한 작품집. ‘결혼=인생 최대의 도박’이라 여기는 깜찍하고 도발적인 주인공의 남자 관계를 소재로 성 풍속도를 스케치한 표제작을 비롯, 8편을 담았다.남편과의 세차례 사별에 원인을 제공한 듯한 여성(‘순수’),자신의 출세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화장품 회사 중견 간부(‘트렁크’)등악마적 주인공이 많이 등장하는데 작가의 초점은 그런 인물을 낳은 사회를 까발리는 데 있다.
  • 25년 단짝 ‘따로 또 같이’ 콘서트/정원영·한상원 듀엣콘서트 새달 3일 LG아트센터서

    이런 기막힌 인연의 음악친구가 어디 흔할까.올해 마흔셋의 동갑내기.음악생활을 해온 나이테도 똑같다. 여드름 송송한 열여덟살 때 함께 밴드활동을 시작했고,그것도 모자라 6년 뒤인 1984년 미국 유학길(보스턴 버클리 음대)에도 나란히 올랐다. 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사진 오른쪽)과 펑크 기타리스트 한상원.유학 이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져온 둘의 별난 우정은 공연가에서 소문이 짜하다. 90년대 초 함께 귀국한 뒤 한충완·김종진·전태관 등과 프로젝트 밴드 ‘슈퍼밴드’를 결성했고,또 99년에는 정재일·이상원 등과 그룹 ‘긱스’를 이끌며 꾸준히 밴드음악의 지평을 넓혀왔다. 퓨전재즈의 제대로 된 맛을 국내에 선보여온 이들이 새달 3일 LG아트센터에서 듀엣콘서트를 연다.모처럼 단 둘이서만 호흡을 맞추는 무대는 마니아팬들에게도 한껏 호기심을 부추길만하다.‘따로 한몸’같지만,정작 음악적 색깔은 판이하기 때문이다. 한상원의 장기가 펑키한 록에 근거한 화려한 즉흥연주라면,정원영은 담백한 보컬에 소박하고 꼼꼼한 건반연주가 주특기.왜 굳이 공연의 부제를 ‘Difference is beautiful’(다른 것이 아름답다.)이라고 붙였는지,속내가 감잡힌다. 모두 3부로 이뤄질 공연은 보기 드물게 알차고 쫀쫀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질 듯하다.1부는 정원영의 독무대.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그로서는 이번 공연의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5월 5년간의 침묵을 깨고 4집 앨범 ‘Are you happy’?를 내놓은 그에겐 팬들과 한자리에서 호흡하는 첫마당인 셈.‘행복’‘동백꽃 순정’ 등 차분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의 4집 수록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2부는 통째로 한상원의 차지다.그동안 선보인 2장의 앨범 가운데 ‘이탈’‘너의 욕심’‘키스’ 등의 인기곡들과 ‘Believe’같은 친숙한 펑키팝 몇곡을 골라놨다. 조용한 마니아들을 골수 팬으로 둔 두사람인데도 공연이 왁자지껄 소문난 건 3부의 게스트 덕도 크다.한상원밴드의 반주에 맞춰 둘의 앙상블이 조화를 이루는 사이로 신세대 인기가수 이적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긱스 시절의 히트곡 ‘짝사랑’ 등을 다시 부르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같은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것도 특별한 인연의 한 부분.둘 모두 서울예대와 동덕여대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다.한상원은 “공연이 끝난 뒤엔 연말쯤 목표로 귀국 10주년 기념앨범을 내는 작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02)2005-0114. 황수정기자 sjh@
  • 문학 단신

    조정래 대하소설 양장본 나와 조정래의 3부작 대하소설 ‘태백산맥’(10권),‘아리랑’(12권),‘한강’(10권)이 1권 300쇄,총 32권 2000쇄 돌파를 기념해 양장본으로 나왔다. 해냄 출판사에 따르면 7월 말까지 ▲‘태백산맥’ 580만부 ▲‘아리랑’ 370만부 ▲‘한강’ 200만부가 판매됐다. ‘현대문학’(1983년 9월호)에 연재됐던 ‘태백산맥’은 1948년 여순사건부터 1953년 정전협정까지 기층민중을 주인공으로 해방공간의 이념대립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으로 주목받았다.‘아리랑’은 그 전사(前史)인 1904년부터 해방까지 외세에 눌린 민족의 생명력과 투쟁·이민사를,마무리인 ‘한강’은 1959년 이후 격동의 현대사 30년을 그렸다. ‘비평가가 뽑은 좋은시’ 출간 ‘2003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시’(현대문학 펴냄)가 나왔다.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발표된 신작시 가운데 69편을 수록했다. 각 편마다 심사위원인 남진우(문학평론가·시인),이광호(서울예대교수·평론가),정끝별(열린사이버대교수·평론가)등의 촌철살인의 평도 시 못지않은 향기를 뿜어낸다. ‘김환태 평론상’ 우찬제 교수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김환태평론문학상 제14회 수상자로 우찬제 서강대 교수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평론집 ‘고독한 공생-밀레니엄 시기 소설 담론’.시상식은 오는 11월13일 오후 6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 객석 사로잡는 디스코 관록·패기의 대결 /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토니役 주원성·박건형

    “원성 형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연륜은 못따라가죠.한참 어린 저도 힘들어서 헐떡거리는데 지치지 않고 춤추는 형을 보면 정말 놀라워요.”(박건형) “전 공연에 푹빠져서 할때도 있고,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데 건형인 늘 열심히 하는게 보여요.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좋은 배우로 성공하겠구나’하는 느낌이 와요.”(주원성)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주인공 토니역에 더블 캐스팅돼 함께 출연중인 주원성(39)과 박건형(26)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추켜세우기에 바빴다.1970년대 뉴욕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춤에 미쳐사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에서 둘은 화려한 춤솜씨로 연일 객석을 사로잡고 있다. 주원성은 경력 20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뮤지컬계 고참이고,박건형은 이제 데뷔 2년된 신인.춤실력으로 따져도 주원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춤꾼인 반면,평소 ‘몸치’소리를 듣던 박건형은 더이상 ‘춤 못춘다’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은 오기 하나로 이 작품에 도전했다. 이쯤되면 박건형으로선 선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데 대한부담이 컸을 듯 하다.“제가 아무리 열심히 한들 몇달만에 어떻게 원성 형의 실력을 따라갈 수 있겠어요.오히려 저 스스로에 대한 부담감이 컸지요.완전 초보상태에서 시작하려니 힘든 점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형이 큰 힘이 돼줬어요.” 곧 마흔을 바라보는 주원성 역시 한창 물오른 젊은 후배와 나란히 무대에 서는 게 흔쾌하지만은 않았을 터.“극중 토니의 나이가 스물 한 살인데 처음엔 저도 좀 닭살이 돋더라구요.하지만 오래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역할이고,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욕심을 냈지요.아무래도 총각인 건형이가 나오면 객석 분위기는 더 좋겠지만요.(웃음)” 시원한 마스크와 훤칠한 키의 박건형은 건들거리는 존 트래볼타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고,어떤 동작이든 완벽하게 소화하는 주원성은 존 트래볼타의 환상적인 춤솜씨를 그대로 재연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서로의 장점이 뚜렷해 무대위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중평이다. 서울예대 연극과 선후배사이인 둘은 2000년에 처음 만났다.군 제대후 복학하기전 박건형이,당시 주원성이출연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스태프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던 박건형은 선배들 회식 자리에 열심히 쫓아다녔고,주원성은 묵묵히 일하는 그를 배우감으로 눈여겨 보았다.‘토요일밤의 열기’오디션에 그를 적극 추천한 것도 주원성이었다.이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박건형은 앞으로 연극,영화,TV에도 눈돌릴 생각이다.뮤지컬배우로 자신을 한정시키기 보단 모든 가능성에 도전해 보고 싶단다.“그래도 뮤지컬배우는 계속 할거예요.선배들이 지금껏 쌓아올린 뮤지컬 무대의 전통을 발전시키는 후배가 되고 싶어요.영화에 비해 뮤지컬시장은 너무 좁잖아요.”(박건형) “20년 전에 비하면 뮤지컬계도 많이 좋아졌지요.투자자도 생기고,어느 정도 산업화도 됐고.지금까지 밭갈고,씨뿌린 단계였다면 이젠 열매가 잘 맺도록 보살펴야죠.”(주원성) 한국 뮤지컬의 앞날을 함께 걱정하는 두사람에게선 매일 숙명처럼 관객의 평가를 받는 무대위의 라이벌 모습은 사라지고,다정한 선후배의 정경만이 엿보였다.5월10일까지 리틀엔젤스회관 무대에 오르고,6월부터 LG아트센터로 옮겨 연장공연된다.(02)501-7888. 글 이순녀기자 coral@ 사진 안주영기자 jya@
  • 레저단신

    ●롯데월드 셰익스피어 원작 ‘한여름 밤의 꿈’을 새롭게 각색한 댄스 뮤지컬 ‘쇼! 오베론’을 새달 28일까지 매일 오후 5시30분·8시40분 두 차례 공연한다.서울예대 박일규 교수가 각색·연출·안무를 맡았다.출연진 25명 가운데 20명을 러시아 현지에서 직접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남녀 주인공은 모두 유럽무용대회 라틴댄스부문 챔피언 경력을 갖고 있다.(02)411-2000. ●㈜호도투어 가족의 겨울여행 추억이 담긴 사진을 인터넷사이트(www.82ok.com) 게시판에 올리면 동남아여행권 등 푸짐한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실시한다.1등 1명에게 동남아 여행권(2인기준),금상 3명에게 국내 특급호텔 무료 숙박권,은상 10명에게 콘도 무료 숙박권,동상 30명에게 문화상품권을 준다.제목 앞에 사진공모라는 표시와 함께 JPG 파일형태로 올려야 한다.(02)753-8243. ●한국관광공사 인천국제공항 출국납부권 관리를 맡고 있는 ㈜데이콤과 공동으로 20일부터 새달 28일까지 출국납부권 뒷면을 스크래치식 복권 형태로 만들어 사은품과 할인혜택을 주는 행사를 실시한다.당첨되면 유럽 및 동남아 왕복항공권,남녀 화장품세트,여행용품세트,면세점 할인권 등으로 바꿔준다.(032)743-2013.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 장난감 총

    변 혜 령 등장인물 - ♂ 정만석 (30대 초반) ♀ 나채연 (20대 후반) ♂ 박 PD (30대 초반) ♂ 이실장 (40대 중반) 무대 - 스튜디오가 갖추어진, 전형적인 성인 인터넷 방송국이다. 무대 중앙 (스튜디오) - 알록달록한 스테이지, 천장에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가 매달려있고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니터의 글들이 관객에게 보여진다. 그밖의 공간 (사무실) - 커튼으로 무겁게 가려진 커다란 창문. 책상 위엔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바닥, 트라이포드 위에 놓인 카메라에선 작동중임을 알리는 빨간 시그널이 켜져있고 그 옆으론 여기저기 놓여진 방송용 소품 바구니.스테이지와 사무실은 분위기, 조명등이 확연히 다르다. 결국 하나의 공간이지만 이중 공간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면, 알록달록한 스테이지만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선정적인 속옷 차림으로 홀로 미친 듯이 춤추는 채연. 마치 애무라도 하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손동작. 음악 소리 작아지면, 동작 멈추고 간드러지게 웃는 채연. 컴퓨터를 사람 대하듯, 요염하게 시선 보내며 대화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 빠르게 떠오르는 자막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들과 이모티콘, 기호들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글 올리는 접속 회원들의 아바타도 성격에 맞게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입혀져 있는 옷들이 선정적이다. 불끈:졸려염 아함~ @@ 무기:열심히 춤춘 당신, 벗어라~ (입 찢어져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야수:벗어라~ 벗어라~ (양볼이 붉게 물든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자막을 확인하고는, 거리낌 없이 상의를 벗어 던지는 채연. 채 연:아이~ 급하긴….저 나채연, 이름값 톡톡히 한다구요. 달래 PJ라 부르겠어 요? PJ가 뭐냐구요? 아잉~ 순진한 척은….포르노 쟈키의 약자! 다들 아시죠? 전요, 체질적으로 벗는 걸 즐기걸랑요. 안 벗겠다구 내숭떠는 년들, 그 년들은 프로두 아니에요. 몸매가 뭣 같으니까 그런 거지. 다시 떠오르는 자막들. 야 수:마저 벗어 줘~ 이잉~ ㅡ..ㅡ앗 싸:앗싸~ 나채연 홧팅~ *^^*채연, 마저 벗으려는데 무대 구석에서 불쑥등장하는 만석.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스테이지로 뛰어든다. 만 석:진아야. 이실장:저 미친놈 뭐야? 엉? 잡아와. 빨리! 박 PD, 끌고 들어가려는데 만석의 저항이 거세다. 엎치락뒤치락 격렬하게 버둥대는 두사람. 결국 이실장까지 합세해 스테이지 밖으로 만석을 끌어낸다. 달려가 카메라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박 PD. 카메라가 정지되면, 무대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이실장, 다짜고짜 만석에게 주먹부터 날린다. 주먹이 만석의 얼굴에 닿기 일보 직전, 버럭 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 그마안~ 만석의 고함에 스틸 사진처럼 정지하는 사람들. 만석, 가쁜 숨 몰아쉬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씨익 웃으며 뻗어 있는 이실장의 팔에 가방을 걸어 놓는 만석. 이실장을 건드리지 않고 날렵하게 빠져나온다. 만 석: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동방예의지국, 말 그대로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 (음 넣어 부르며 방방 뛴다.) 오~ 필승 코리아~ 에서 백주 대낮에 말만 한 처녀가 옷을 벗습니다. 저요? (채연 가리킨다.) 아, 그야진아를 보고 반 가워서 뛰어들었습니다만, (눈 가늘게 뜨고 채연의 얼굴 살핀다.) 아닌가 봅니다. 자 그럼- 이실장 앞에서는 만석, 처음의 자세를 취한다. 만석, 조심스레 가방을 빼낸다. 만족한 웃음 웃으며 자세를 바로 잡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 석:어디더라?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 맞을까 손가락으로 점쳐 보고는) 그렇지, 왼쪽. 만석이 왼쪽에 가방 메고 서면, 곧바로 주먹을 날리는 이실장. 샤샤샥 피하는 만석.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채연. 박PD:의상 안 갈아입어? 부리나케 퇴장하는 채연. 이실장:저 새끼 뭐야? 엉? 뭐 하는 새낀데 남의 방송을 통째루 망가 먹어? 박 PD:(연신 카메라 장비 살피며 잔뜩 주눅든 소리로) 그러니까…그게요…회원수 준다고 김작가 짜르구…저 친구 저래뵈두 글발이 장난 아니거든요. 이실장:작가? 저런 띨빵진 놈이 작가란 말이야? 당장 다른 놈으로 갈아치워! 박 PD:웬만한 작가는 우리 방송국 안 와요. 성인 인터넷 방송…머시기 하잖아요? 이실장:머시기? 월급을 두 배나 주는데 멋이 뭐시기해? 거 배때기들 불렀구만? 박 PD:작가 출신은….그 뭣이냐 작가 주의에 입각해서 예술을 하려는…. 이실장:닥쳐! 너 지금 국민 교육헌장 읊어대냐? 무슨 주의? 이~입각? 예술이 밥 멕여주냐? 박 PD:실장님이 주신 돈으루다가 밥사먹죠. 갑자기 모니터에 떠오르는 회원들의 항의성 자막들. 야 수:모야? 모야아~~ 방송사고?? (칼 날리는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조아조아:돈 물어내랏!!! 삐리리 사깃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무 기:당장 탈퇴할래~ 잉잉~ ㅜ ㅜ의상 갈아입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어떻게든 해봐. 항의가 빗발친다구. 이실장:재방 내보내. 빨리! 박 PD:사과 방송 자막 큐! 박PD가 장비를 만지면, 다시 스테이지로 가서 서는 채연. 재방 방송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리와인드 화면처럼 춤추고 옷벗고 간드러지게 웃음 웃고를 반복하는 채연. 스테이지밖에 있는 사람들은 채연의 재방송과는 무관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실장:2부 방송 어쩔 거야? 엉? 이 십분 뒤잖아? 박 PD:(덥석 만석 끌어다 놓으며) 이, 이 친구가 쓸 겁니다. 만석, 소란을 떠는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몽롱한 시선으로 채연만을 바라본다. 이실장, 신경질 부리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벨소리다. 섹시한 여자 목소리로 “오우~ 어빠아~ 전화 받으세요~” 발신 번호 확인하고 180도로 태도 바뀌어 전화 받는 이실장 이실장:예. 예. 고의원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고…예? 지금 즉시 사업 기획서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의원님께서 벤 처 투자 건에 저희를 밀어만 주신다면, 분골쇄신! 의원님의 돈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통화하며 퇴장) 박PD, 재빨리 만석을 노트북 앞에 끌어다 앉힌다. 박 PD:급하다. 급해. 글쓰란 말이다. 글! 만 석:글? (희미한 미소) 글! (여전히 채연만 바라보며) 처음…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했다. 진아만의 줄리엣…로미오와의 첫날밤을…줄리엣에게 웨딩 드 레스를 입혔다…. 빠른 속도로 자판을 쳐 대는 만석. 장난감 총을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만석이 대본 치는것을 보고는 화가 누그러진다. 이실장:(장난감 총 건네며) 방송에 써먹을 소품이다. 박 PD:(꼼꼼히 살펴보다) 키야~ 이거 진짜 총 같은데요? 이실장:세상 참 좋아졌다. 가짜가 진짜 찜쪄먹으니 원. 자판만 눌러 대던 만석, 쓰던 걸 멈추고 물끄러미 장난감 총을 바라본다. 총을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에 넣는 박PD. 빤히 쳐다보는 만석. 박PD, 시선 느끼고 박 PD:다 썼어? 노트북으로 걸어가는 박PD와 이실장, 만석이 써 놓은 것을 읽는다. 이실장:로미오와 줄리엣? 새하얀 웨딩드레스? (몸짓 발짓 줄리엣 배역 흉내내며 새된 소리로) 벌써 가시렵니까? 겁에 질린 당신 귓전에 방금 울린 그 소리는 종달새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랍니다. 로미오님, 정말이지 그 소리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박 PD:오~ 줄리엣. 나는 잡혀도 좋소. 사형을 당해도 좋소. 이대로 마냥 머물고 싶소. 죽음이여, 오려면 오라. 반갑게 맞아 주마. 줄리엣님의 소원이시다. 이실장:이따우를 대본이라고 쓴 거야? 이걸 엇따 써먹어? 엉? 박 PD:아후~~ 상상해 보세요. 삐리리의 글래머 줄리엣,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헤헤- 그러니까요, 웨딩 드레스란게 안감을 다 뜯어내는 겁니다. 그 러면 속살이…흐흐흐. 거기다 갑자기 비를 뿌려 주는 겁니다. 완전한 영상 미 아닙니까? 하얀 색이 화면 가득, 비에 젖어 있기까지 하니까…거기서 끝나느냐? 말밥 아니죠. 클라이맥스에는 그 하얗고 순결한 웨딩드레스를 천천히, 천천히 벗는 겁니다. 마치, 마치 순결이, 순결이…헤헤헤. 이실장: 거 좋다. 빨리 방송 준비해. (퍼뜩) 그런데? 웨딩드레스가 우리 소품 중에 어딨어? 박 PD:그, 그게… 만 석:내가 가지고 있다. 웨딩드레스…진아가…줄리엣이 입었다…. 가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눈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꺼내는 만석. 반색하며 달려가 뺏어 드는 박PD. 희희낙락하는 이실장. 박 PD:그거 보십쇼. 저놈아, 소품두 준비 안 하구 글쓰는 놈이 아닙니다. 똑부러지 는 놈이다 이겁니다. (폼나게 사인하며) 자- 방송 오분전. 스테이지 조명, 더욱더 천박하게 반짝인다. 그제야 동작을 멈추는 채연. 박PD와 이실장, 웨딩드레스의 안감을 무자비하게 뜯어낸다. 그러고는 채연에게 던져 준다. 재빨리 의상을 갈아입는 채연. 요란한 화장을 고친다. 화려하게 웨이브진 가발까지 벗으면, 긴 생머리가 가지런하다. 어느새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로 변신해 있다.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석. 또다시 채연을 진아로 착각한다. 만 석:진아? 진아야! 달려가 채연을 스테이지에서 끌고 내려오는 만석. 갑작스러운 만석의 행동에 넋빠져 보고만 있는 박PD와 이실장. 두사람, 속수무책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테이지 조명 아래 서 있다. 스테이지 밖의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몽환적이다. 채연은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진아로 변한다. 만 석:진아야. 진 아:오빠. 만 석:며칠만 있으면 결혼식이다. 우리 결혼식…이쁘다 드레스 입은 내색시…. 진아(채연):(주룩 눈물 흘린다.) 오빠…어쩌지…어쩌지? 우리… 할매목소리: 안 된다아~ 만석아~ 이놈~ 이놈시키~ 그년은 창녀여~ 만 석:하, 할매? 진아(채연):(슬피 울며 스스로 스테이지로 걸어간다.) 만 석:(멍하니 보기만 한다.) 진아야? 뭔 소리여 그거이 시방? 응? 진아가 스테이지에 올라서자마자 일순 천박한 조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테이지에 올라선 순간 채연으로 변하는 진아. 현란한 음악이 나오면,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는 이실장. 카메라 작동시키는 박PD. 요염한 포즈로 모니터 앞에서 춤을 추는 채연. 야수:나채연 결혼 하냐? (모니터에서 조그맣게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불끈:키야아~ 의상 쥑인다! (눈알 튀어나오는 이모티콘이 떠오른다.) 터프게이:벗는 거보다 더 야시시? 그래두 벗어라!! 귀족:유부녀 돼두 출연하죠? 추카추카~ (장미꽃 다발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힘:벗어라! 벗어라! 음악 소리 작아지며 천천히 몸을 흔드는 채연. 위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나온다. 온몸으로 물을 맞는 채연, 젖은 머리 쓸어 올리며 모니터 바라본다. 천천히 옷을 벗는 채연. 반라가 되자마자 확 꺼지는 스테이지 조명. 무대에는 만석만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이실장:으흐흐 하하 으흐하하.좋았어. 아주 좋았어. 오늘 접속 회원 수가 근래 들어 최고야. 최고! 돈이 아주 다발로 굴러 들어오는구나 엉? 우히히히. 박 PD:앞으로 모바일과 연계한 성인 방송도 문제없겠어요. 사람들의 소리 들으며 서 있는 만석, 울상이다. 만 석:뭔가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고향 친구 놈이 서울서 출세했답니다. 무지하게 커다란 방송국에 취직을 했다나요? 그래서…염치 불구하고 친구 놈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 반갑게 취직을 시켜준다지 뭡니까? 자그마치 이백. 구미가 당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통 헷갈립니다. 진아를 닮은 저 여자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속옷만 입고 있습니다. 나처럼…가난해서일까요? 추워 보입니다. 진아…나의 진아가 말입니다…(웃옷 벗더니) 덮어 줘야겠어…덮어줘야 돼…. 홀린 듯 비척이며 스테이지로 걸어가는 만석. 만석이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조명 밝아진다. 사람들, 우르르 만석에게 다가온다. 이실장:수고했어, 정작가. 내 한눈에 범상치 않은 작가다 싶었어. 이실장,만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퇴장. 과장되게 포옹하는 박 PD. 악수를 청하는 채연. 어리둥절해서 쳐다보는 만석. 덥석 손을 잡아 흔드는 채연. 만석을 잡아끌다시피 노트북 앞에 앉히는 박PD. 채연은 컴퓨터 앞에서 사람한테 하듯 요염하게 웃기도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박PD, 무대를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만석만 재촉한다. 박 PD:땡기는 대로 써라. 그게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거다. 만 석:써? 뭐를, 박 PD:좋은 거 많잖아? 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 그거 조오타~ 일곱 명의 난쟁이와 백설공주가 벌이는 정사씬! 키야아~ 만 석:동화? 안데르센? 개구리왕자! 만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지 조명이 천박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품 바구니에서 얼른 왕관을 찾아 쓰는 채연. 스테이지 중앙에 올라선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작동하는 박 PD. 큐 사인 보낸다. 또박또박 들려 오는 어린아이 해맑은 목소리. 꼬 마:(목소리만) 옛날 옛적,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아름다운 만큼 모든 사 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공주는, 예쁜 황금 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품 바구니에서 황금 공을 꺼내 얼른 채연에게 던져 주는 박 PD. 아이의 목소리대로 연기하는 채연. 꼬 마:(목소리만) 어느 날, 공주는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공주가 엉엉 울고 있는데, 연못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기괴한 음악 흘러나오면, 흉측한 개구리 탈을 쓰고 등장하는 이실장. 손이며 발이며 개구리의 형상으로 분해 있다. 개구리라기보다는 기묘한 괴물 형상이다. 이상한 춤동작으로 채연에게 다가가 희롱하는 개구리. 그와 대조적으로 맑고 또렷한 꼬마의 내레이션이 계속 된다. 꼬 마:(목소리만) 공주님, 공주님, 울지 마세요. 제게 키스해주면 황금 공을 찾아 줄게요. 채연 위로 올라타는 개구리. 채연과 개구리,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엎치락뒤치락 뒤엉키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는 기괴한 음악.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두사람. 두사람의 몸놀림 위에 더욱더 현란하고 천박하게 요동치는 조명. 스테이지 밖에서 아랑곳없이 글만 쓰던 만석,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고는 스테이지의 광경을 바라본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만석, 바라만 보다가 웩웩거리며 토악질을 해댄다. 간신히 비척이며 일어서려는 순간,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괴롭게 헐떡이는 만석, 스테이지가 어둠에 휩싸이자 풀썩 주저앉아 다시 웩웩거리기 시작한다. 만 석:이상…하다…이건 안데르센이 아니다…. 스테이지 조명 밝아진다. 그 위에서 이실장, 박PD, 채연은 흥겨운 분위기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이실장:우히히히. 좋아 좋아.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구만? 채 연:호호호. 실장님 기분 요즘 왔다네?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야. 그치? 나…출연료 좀 올려주라 응? 이실장:나채연이 너, 재계약 도장 찍었어? 박 PD:(바로 주머니에서 계약서 꺼내 머리 조아리며) 준비됐습니다. 계약서. 채 연:도장 없는데? 이실장:지장 찍어. 박 PD:(얼른 귓속말로) 그래도 계약선데 도장을 받으세요. 이실장:요 앞에 가서 이쁜거루다 하나 파라. (주머니에서 오천원짜리 꺼내 쥐어 준다.)힘없이 쳐다보다 돈 받아들고는 퇴장하는 채연. 둘러보다 널브러져있는 만석을 부축하는 이실장. 아무렇게나 만석의 주머니에 돈 봉투 찔러 넣어 주며, 이실장:앞으루두 잘해 보자구. 정작가. (퇴장) 박 PD:수고했다. 만석아. 만 석: 고향 사람들…니가 성공한 줄 안다. 박 PD:너, 돈벌구 싶댔지? 잘만 하면 돈버는 거 시간문제다. 만 석:돈? (절망적으로) 진아…. 박 PD:진아가 그렇게 됐다는 거, 나도 마음 아프다. 하지만, 다 잊고 살궁리를 해야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랬다. 요즘 세상, 돈 있음 못할 거 없다. 만 석:다…잊어…? 박 PD:할매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며? 그래서 불러 줬음 돈벌 궁리나 해 임마. 만 석:진아가…나를 버렸다. 세상이…. 박 PD:그러니까 너도 양심을 버리란 말이다. 그러면 사는 거 편해진다. 그러면 세 상에서 대우받고 잘살 수 있다. 만석을 쳐다보다가 퇴장하는 박 PD. 고개 숙여 흐느껴 우는 만석. 아련하게 진아의 목소리가, 채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진 아:오빠…만석 오빠…. 만 석:(벌떡 일어난다) 진아? 어딨어 진아야? 진 아:여기….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면 어두운 스테이지에 진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그러나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앉아 있는 진아, 청순함은 바래지고 채연이의 선정적인 분위기가 묻어 난다. 요동치는 조명. 조그만 테이블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채연 앞에 놓고 앉는다. 양복 입고 촌티 나게 가르마 탄 머리를 올 백으로 넘겼다. 진아가 다녔던 단란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분해 있다. 일순 스테이지가 단란 주점으로 변한다. 분주하게 등장하는 박PD, 시골 단란 주점 웨이터로 분해 있다. 쟁반에 양주와 잔을 받쳐들고 진아의 앞에 세팅하기 시작한다. 술 따르기 시작하는 진아. 허허거리며 진아를 더듬는 이실장. 진아가 몸을 빼내려 하자 돈 뭉치 꺼내 진아의 가슴팍에 넣어 주는 이실장. 만 석:(고함 지르려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간신히 쥐어짜는 소리로) 진아야. (스테이지로 올라가려는데) 진 아:(일어서서 만석을 막아선다) 지쳤어. 만 석:우, 우리 결혼…. 진 아 :모르겠어? 나…술집 다니는 거 소문 다 났어. 만 석:괘, 괜찮다…. 진 아:(슬픈 표정이나, 모질게) 돌아가. 술취한 이실장, 비틀거리며 진아에게 다가와, 안 듯이 스테이지 쪽으로 끌고 간다. 따라가려는데 눈 부라리며 막아서는 박PD. 진아를 따라가려고 버둥거리는 만석. 박PD, 만석을 세차게 밀어 버린다. 그 힘에 바닥에 엎어지는 만석. 만석이 넘어지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퇴장하는 사람들. 넘어진 채로 흐느껴 우는 만석. 만 석:진아야…. 도장 들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엎어져서 뭐하는 거야? 4부방송 써야지?등장하는 박PD. 채 연:(도장 내민다.) 오빠가 찍어. 박 PD:(계약서 보이며) 읽어는 봐야지? 고개 젓는 채연. 채연만 바라보던 만석, 계약서를 가로채 읽는다. 계약서를 박박 찢어발기는 만석. 박PD,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는다. 박 PD:너, 너? 이, 이, 이거? 기가 막혀 입까지 헤- 벌리는 박PD,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한숨 쉬며 찢어진 종이를 주워 가지고 퇴장하는 박PD.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어대는 채연. 채 연:호호호호. 진짜 귀엽네 이 오빠? 박PD랑 이실장 찜쪄먹겠어? 만 석:도장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모르는 거니, 진아야? 채 연:(담배 꺼내 문다.) 오년 뒤에 대 스타가 되는 거지. 만 석:거짓말. 채 연:인터넷에, 휴대폰에, PDA에 내 모습이 팍팍 뜰 거야. 앞으로. 만 석:다 거짓말이다. 채 연:멀쩡하네? 안 미쳤어? (만석의 얼굴에 담배 연기 내뿜는다.) 맞아. 말 그대 로 노비 문서. 계약서라는 이름의 노비 문서. 만 석:(콜록거리며) 벗으라면 벗고, 춤추라면 춤추고. 꽃다운 나이 다 보내고 조 금 이라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위약금 물어내야 한다…. 갑자기 스테이지로 뛰어 올라가는 채연. 스테이지 조명이 다시 강렬하게 비추어진다. 과거, 채연의 모습이므로 조명이 강렬할 뿐 천박하지는 않다. 채 연:안녕하세요? 접수 번호 445번 나채연이에요. (꾸벅)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는게 제 꿈이랍니다. 36-24-38. 특기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춤, 노래, 연기…(섹시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 댄다.) 라크 버진~ 우~ (갑 자기 노래를 뚝 그친다.) 네? 신음 소리요? 시나리오에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할 수 있어요. (리얼하게 신음 소리 내는) 오우~ 아~ 아~ 채연의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최고조를 이르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멍하니 쳐다보는 만석. 일어서려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스테이지 중앙에 섹시한 포즈로 누워 있는 채연. 그 앞에서 에로 영화 감독으로 분한 이실장이 확성기 들고 앉아 있다. 카메라 들고 설쳐대는 박PD, 에로 영화 촬영겸 조감독으로 분해 있다. 감독(이실장):(소리질러 댄다.) 야-야- 가슴팍 드러나게 팍팍 벗어제끼라니까? 채 연:(겁먹은 목소리로) 가, 감독님. 시나리오가, 내용이 달라요. 감독(이실장):니가 메멘토냐? 한말 또하구 또하구 되풀이하게? 퀄리티를 위해서 씬을 추가했다고 몇 번을 말해? 채 연:그, 그치만, 그치만…. 감독(이실장):니 한 몸 바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오디션 때 니 입으루다가 읊었냐? 안 읊었냐? 채 연:그때는 시나리오가 정상적이었구요…. 감독(이실장):그래서? 채 연:(결연히 일어선다.) 못 찍겠어요. 감독(이실장):(채연의 얼굴에 계약서 던진다.) 이건 엄연히 계약 위반이야. 알아? 채 연:파기할래요. 계약…. 조감독(박PD): 위약금 물어내야 될 건데? 자그마치 삼십배! 채 연:네에? 사, 사, 삼 십배?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채연의 신음 소리와 이실장의 목소리만 들린다. 감독(이실장):(소리만) 자-자- 좀더 섹쉬하게- 과감하게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렇 지. 좀더, 더, 더…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만, 그만, 그만! (스테이지는 소리도 조명도 없이 조용해진다. - 스테이지 잠시 보고)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악몽! 어른이 되어 갈수록 악몽이 늘어 만 갑니다. 그렇게 악몽을 꾸고나면 하나 둘 씩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젠 꿈이 무섭습니다. 꿈…나만의 꿈…(불현듯이) 진아를…찾아야 하는데…진아를….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잠시 그 앞에서 주춤 선다. 두려운 얼굴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다천천히 올라선다. 스테이지에 올라서면, 조명이 밝아진다. 소품을 정리하면서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채연. 그 옆에 앉는 만석. 채 연:이 세상엔 뭐가 있는지 더 높이 날을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 지 않아~ 애잔하게 채연을 바라보는 만석. 채연의 짙은 화장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후다닥 채연의 시뻘건 입술을 손으로 지우는 만석. 채 연:뭐, 뭐야? 태연하게 눈의 화장까지 벅벅 지우는 만석. 만 석:이쁘다. 진아야. 채 연:아우씨이~ 변태네 이 오빠? 세차게 만석을 밀어젖히는 채연. 풀썩 엎어지는 만석. 채 연:(거울 찾아 얼굴 본다.) 아우~ 씨바. 엉망이네. 만 석:미…안하다…. 채 연:그렇게 닮았어? 끄덕이는 만석. 거울 보면서 대충 화장기 지우고 스스로 머리를 반듯하게 묶는 채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만석. 일순 얼굴 마주보며 웃는 채연과 만석. 채 연:진아라는 사람, 오빠 애인이야? 어딨는데? 만 석:죽…었다. 인간은…환생한다.…그게…너다.…그렇지 진아야? 채 연:순정파네 이 오빠. 그런 사람이 이 바닥엔 뭐하러 기어 들어왔대? 하긴…직업에 귀천 없다잖아? 이왕 온거 빨랑 돈 벌구 이 바닥 떠. 그래야 오빠 두 알콩달콩 여우 같은 마누라랑 살지. 만 석:진아랑 결혼할 거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 채연에게 건네주는 만석. 목위까지 단추가 달려 있는 얌전하고 고상한 원피스다. 만 석:입어 봐. 채 연:나 주는 거야?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 채연. 흡족한 표정으로 패션쇼하듯 무대를 워킹 한다. 만 석:결혼하자. 채 연:나? 나랑? 실수한 거야. 작가 오빠. 남자들은 말이야, 나를 만지려고는 해 도…특히 결혼이란 말 따윈…안 해. 만 석:진아야…채 연:채연이라니까? 따라 해봐. 천천히. 나, 채, 연. 만 석:나, 채, 연, 결혼…하자. 채 연:첫눈에 반한 거야? 나한테? 만 석:그래. 진아는…채 연:프로포즈라…가능성 있어. 오빠는 에로 작가, 난 에로배우. 딱이다. 딱! 바쁘게 등장하는 박 PD, 채연보고 기겁한다. 박 PD:그 옷 입고 촬영할 거 아니지? 채 연:어때서? 박 PD:이미 써먹었잖아, 그 컨셉? 식상해.채 연:그건 웨딩드레스고 이건…. 박 PD:벗어. 그 옷은 아니야. 영상이 안 된다구. 오로지 자극적인 거 볼려고 돈 내는데. 채 연:믿어 봐.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박 PD:실시간 방송이라구. 항의가 빗발칠 거야. 만 석:(시계 보더니 퍼뜩) 카메라 앞에 서. (박 PD 흉내내) 방송 오분전. 박 PD와 만석, 실랑이 벌이는 몸짓. 컴퓨터 앞에 서는 채연. 기어이 박 PD를 뿌리치고 카메라 작동시키는 만석. 손가락으로 큐 사인 보내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히 앉아 있는 채연. 채 연:안녕하세요? 불끈 님, 무기님, 조아조아님. 그 외에도 많이들 들어오셨네요. 순간 모니터에 빠르게 항의성 자막이 떠오른다. 무 기:벗는 게 최상의 정치!! (이빨 드러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노 예:안 벗는 년 프로도 아니라며? (화난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 힘:삐리리 웬일이니 웬일이니 웬일이니? 나채연 웬 내숭? 미스터빅:오늘, 전 회원 탈퇴의 날… (검은 장미의 이모티콘이 다발로 떠오른다.)떠오르는 자막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채연. 안절부절못하는 만석에게 눈짓 보내는 박 PD. 씨근덕거리며 뛰어들어오는 이실장. 무대를 한바퀴 휘익 둘러본다. 이실장:어떤 새끼야? 누가 방송을 이따우로 하래 엉? 둘러보다 카메라 잡고 있는 만석에게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린다. 맞고만 있는 만석, 쓰러진다. 계속 짓밟아대는 이실장. 말릴 생각조차 하지못하는 박 PD. 이실장:개새끼. 누굴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말해 봐 새꺄. 계속되는 발길질과 주먹질. 당황한 채연, 다급해져서 원피스를 세로로 ‘부욱’ 소리나게 찢는다. 일순 무대에 스치는 적막. 모든 동작 정지하고 채연만 주목하는 사람들. 암전.조명 밝아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만석. 코며 입이며 피가 엉겨 붙어 있다.손으로 만석의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주는 채연. 채연의 손길을 느끼며 시니컬하게 키들거리는 만석. 그런 만석을 바라보다 같이 키들거리는 채연. 영 불편하게 서 있는 박 PD. 박 PD:너…진아가 죽고나서는 정말 이상해졌다. 만 석 ; 아무 것도 모른다. 다들…. 박 PD:결혼할 여자가 술집나간거, 가슴 아프겠지. 자살한 건 더욱 충격일 테고. 하지만…. 만 석 ; 임신했었다. 진아…. 박 PD:뭐, 뭐라고. 너 사고 친 거야? 만 석:내 애…아니다. 박 PD:그러면 술집에서, 만 석:홀아버지 약값 벌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나간 거다. 박 PD:그런걸 동네 사람들한테 들켰으니…. 만 석:세상은 바뀐다는데, 휴대폰에서는, 인터넷에서는 성(性)을 판다는데…진아는…진아는 …. 채 연:원래가 순수한 건 깨지고 흠집 나는 거야. 현실이 그래. 현실이…. 박 PD: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사람도 잊혀진다. 만 석:움직이는 거라구? 사랑이? 광고가 떠들고 인스턴트가 판치고…나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채연 바라본다.) 진아는 남아 있는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데…왜 모든 게 변할까…. 좋은 건…. 채 연:멋지다. 이 오빠, 맘에 들어. (박PD 보고, 자랑하듯) 나한테 결혼하쟀어. 박PD, 어이없게 쳐다본다. 만석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하는 진아. 때마침 등장하는 이실장. 이실장:어쭈구리? 눈까지 맞았어? 저 새끼 짜르라니까 너 뭐하는 놈이야? 채 연:벗을게.화끈하게 벗는다구. 회원수 안 줄어. 봤잖아? 옷 찢어서 반응 좋았 던 거. 처음부터 컨셉이 그거였어. 그거였다구. 이실장 ; 뭐야?박 PD:그, 그게, 그러니까…. 이실장:더듬지 말고 말해. 새꺄. 박 PD:마, 맞습니다. 고전적인 원피스에 갑자기 옷을 찢을 꺼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이실장:그랬단 말이지? 다시 방송 시작해. 지금부터 내가 방송에 관여한다. 박 PD, 카메라를 손본다. 살며시 만석의 머리를 바닥에 편히 눕히는 채연. 아니꼽지만 참는 이실장. 채연, 카메라 앞에 선다. 차분하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카메라가 작동되면 이실장, 채연에게 인사 멘트하라고 사인 보낸다. 무시하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춤추는 채연. 이실장, 말하라고 계속 손짓해 댄다. 채연, 말없이 옷 벗는다. 잠든 것 같던 만석, 벌떡 일어나 채연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다가 소리 없이 서랍으로 간다. 장난감 총을 꺼내 드는 만석. 각자의 일에 몰두해 만석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 만 석:소, 손들어! 이실장:또 뭐야? 만 석:쏘, 쏜다.이실장:저거 미친놈 아니야? 장난감 총 들고 설치면, 어쩔 건데? 박 PD:그만해. 만석아. 만 석:모두 카메라 앞에 서. 이실장:장난 하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만. 그래, 오랜만에 우리 빙신 춤 한 번 춰 보자. 엉. 이실장이 만석에게 다가가려 하자, 급하게 이실장을 안다시피 카메라 앞에 세우는 채연. 천천히 춤추며 이실장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채 연:(귀에 대고) 속삭이는 컨셉이야. 저 총, 소품으로 쓰라며? 이실장:그래? 은근슬쩍 채연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이실장, 기묘한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채연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이실장. 이제는 방송이라는 자각보다는 본능에 따르고 있다. 순간 모니터에 여러 개의 자막이 빠르게 떠오른다. 야 수:와- 새롭다!! 새로운 장르? 에로다큐? (두 눈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떠 오른다.) 불 끈:앞서가는 삐리리! 오늘 방송 별 다섯 개! (별모양의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터프게이: 에로 방송 대상 줘라~~ 무교동:리얼리티 짱이다! (엄지손가락 보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귀족:전국에 알려 회원수 늘려 주자!! 갑자기 쏟아지는 반응을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 이실장. 이실장:와하하하. 이것 봐라? 반응이 이렇게 좋아? 박 PD:크, 클릭 수가 급증해요. 갑자기 폭주해서 접속이 안될 지경이에요. 이실장:그래 그래. 이 한 몸 바쳐서 한 밑천 땡겨 보자. 우히히. 좋았어. 아주 좋아. 클릭수. 만 석:(총구를 박 PD에게 겨누며) 카메라 앞에 서. 박 PD:너 정말 미쳤어? 이실장:들어와 새꺄. 대장이 벗는데 쫄병이 구경만 해? 울상이 되는 박 PD. 눈을 부라리는 이실장.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박 PD. 스스로 옷을 벗는 이실장. 동물적인 본능과 자극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PD 역시 처음엔 어색하게 움직이지만, 차츰 채연의 동작에 동화된다. 점점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들. 한 몸이 되어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동작을 한다. 만 석:나는 너희들을 저주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내게 행한 악은 너무 크고 내가 너희들한테 행한 악도 너무 커서 그것은 자발적인 것일 수 없다. (詩-이지도르 뒤카스) 자연스럽게 채연의 몸을 더듬는 이실장. 그 모습 바라보는 만석. 부들부들 떤다. 총까지 떨린다. 이실장을 겨냥하는 만석. 박PD, 장난감 총인지라 말리지 않고 피식 웃는다. 이실장:쏴. 쏘란 말이야 임마. 그래야 클릭수 늘어나지?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쳐 잡는 만석. 침착성을 되찾는다. 만석, 다시 한번 이실장과 박PD, 채연을 차례로 바라본다. 아랑곳없이 채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이실장. 순간, 분노로 경련을 일으키는 만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탕-’ 찢어지는 듯 한 파열음. 겨냥이 빗나가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박 PD. 시뻘건 피가 흥건히 번져 나온다. 놀라 만석을 바라보는 채연과 이실장. 만석, 총을 한 번 쳐다본다. 넋이 나가 풀썩 주저앉는 채연. 이실장, 갑자기 무릎꿇고 애걸복걸 빌기 시작한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이실장:저, 정선생, 아, 아니, 정작가님, 훌륭하신 작가 분이 이러시면 안되죠? 예? 진정하세요. 예술을 하신다는 분이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예? 잘못했어 요. 사,살려줘요, 응? 내가, 내가 다 사과할게. 응? 만 석:너희는 너희들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었으되 그 두 길은 모두 유사하 고 모두 삐뚤어진 길이었다. (詩- 이지도르 뒤카스) 무표정한 얼굴로 이실장을 바라보는 만석, 악마적인 미소 날린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만석의 얼굴에 피 흩뿌리며 쓰러지는 이실장.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만석을 쳐다보는 채연, 벌벌 떨고 있다. 총을 떨어뜨리는 만석. 털썩 주저앉는다. 아련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채연, 놀라서 만석의 팔을 잡아끈다. 움직이지 않는 만석. 채 연:어, 어쩌지? 만 석:쉬고 싶다…. 채 연:무서워…도망치자. 응? 도망치자. 만 석:니 옆에서…잠들고 싶어 … 채 연:나, 난 아니야. 대 스타가 되는 게 꿈이야. 도망쳐야 돼! 만 석 ; 진아야…. 채 연:옆에 있어 줄게. 일어나. 만 석:(두 눈 감는다.) 채 연 ; 이대로 끝낼 수 없어! 긴박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불안감에 싸여 도망 갈 곳을 찾아 무대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채연. 두껍게 덮여있는 창문 앞에 선다. 와락 커튼을 젖히는 채연, 힘들게 창문을 연다. 밖을 내려다보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채 연:(주저앉으며) 토할 거 같아. 노, 높다. 주, 죽으면 어쩌지? 만 석:(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같이 가 진아야. 채 연:주, 죽는 게 나을까? 아, 아니 잡히는 게? 만 석:이제는 안 놓친다. 점점 더 가깝게 들려 오는 사이렌 소리에 동요하는 채연. 채 연:여기서 끝내는 건 너무 억울해. 도망 쳐야 돼. 만 석:너만 있으면 된다. 사색이 되어 출입문을 바라보는 채연.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려 온다. 점점 울상이 되는 채연, 만석과 함께 창틀에 올라선다. 망설이던 채연, 만석을 의지하며 꼬옥 끌어 안는다. 다시 한번 절망스럽게 문을 바라보는 채연. 문 앞까지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뒤이어 들려 오는 확성기 목소리. 두 눈 질끈 감는 채연. 경관 목소리:너희들은 포위됐다. 손들고 순순히 자수해라. 셋을 세고 들어간다. 하 나, 두울, 세엣- 크게 문 부서지는 소음과 동시에 비명 지르며 뛰어 내리는 채연과 만석.“아악”하는 두사람의 비명이 찢어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암전. 어두운 무대에 음악 흐른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뉴스. 소 리:다음 뉴스. 오늘 새벽 인터넷 방송국 내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당시 비디오 자키로 촬영 중이던 나모 여인과 가해자 정모씨는 1층에서 도주하려다 추락, 병원에 이송됐으나 나모 여인은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모씨는 현재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받아먹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정부 부처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광부와 내무부는 서로 조사권을 주장, 부서간에 큰 충돌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여성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음악 흐르면서 막. ◆당선소감 이제 겨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기요… 저 아직 죽지 않고 글써요….”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 속에서 꿈결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다.믿어지지 않아 텅 빈 머리로 조금 더 누워서 빈둥거렸다. 남들이 열 개를 가질 때 다섯 개를 가지면 만족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하지만,그 다섯 개를 가지지 못하면 미쳐 버리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었다.글이라는 것이…,내게는 그 다섯 개였고 전부였다.기쁨을 나누면 배가되고,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던가? 책임감처럼 전화질을 해댔다.그러고는 곧 또다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명하지 말고 더욱더 좋은 글을 쓰라는 달콤한 채찍질이구나….더 많이 공부하고,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그 사실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졸업하고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오교수님,깊이깊이 고개숙여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정말 감사합니다.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주신 큰아버님과 큰어머님,고맙습니다.당선 소식에 너무나 좋아한 윤환 오빠와 새언니,성희언니와 형부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선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어 준 박수진 선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애정을 가지고 지켜 봐준 성예 경희 나연 미현 현철 정석 우석 석윤 재중 남헌이…,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변혜령 ●약력 71년 서울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우승컵 양보없다” ◆심사평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T S 엘리어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극을 최고의 예술장르로 여겼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쓴 희곡들은 시나 소설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한정된 시공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압축된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희곡은 무엇보다 입체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문학지망생들에게 희곡은 그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장르다.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분단문제나 문명비판,지하철 노숙자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사회문제와 가족관계 등을 골고루 다뤘다.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부한 시각과 관념적인 글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많은 경우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최종심의에 오른 작품은 ‘나난 가노란 말도 못다 고’와 ‘장난감 총’이다. ‘나난…’은 남편의 오랜 병수발을 한 아내가 남편이 잠시 숨을 멈추자 불효한 아들에 대한 분노로 먼저 세상을뜬다는 내용의 작품이다.상황 설정이 기발하고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장난감 총’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었다.성인 인터넷 방송국을 무대로 성과 양심이 매매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드러낸 작가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다채로운 무대활용 기법,동시대적 언어감각,시종 극적 긴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력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희곡에 연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우리 무대를 지키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오태석 김미희
  • 선택2002/김영규.김길수 마무리 호소

    사회당 김영규 후보와 국태민안호국당 김길수 후보도 18일 유세를 갖거나불공을 드리는 등 마지막 한 표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김영규 후보는 서울역에서 거리연설을 갖고 ‘빈익빈 부익부 해소와 차별철폐를 위한 평등선언’을 통해 “돈이 아니라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사회당에 표를 주면 집 걱정 없고 정리해고도 당하지 않는다.”면서 “결코 사표(死票)가 되지 않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그는 또 “사회당은 한국의 유일한 좌파 정당으로 자본주의 틀 내에서 평등을 추구하고 북한관도 모호한 민주노동당과는 다르다.”고 진보진영내 차이를 강조했다. 서울 명동과 대학로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는 당원,지지자 200여명이 모여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서울예대 오은희 교수가 살풀이 춤을 공연하는 등 축제 성격으로 마무리지었다.박윤기 부대변인은 “첫 사회주의 표방 후보로 완주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길수 후보는 정확한 장소를 밝히지 않았으나 호남지역의 모사찰과 토굴등지에서 동안거를 하며 마무리 불공을 하고 있다고 최용주 수행비서가 전했다. 묵언수행 중이라 말은 할 수 없지만 “투표 결과에는 관심이 없고 다만 정치인들이 백성의 고통을 외면한 채 본인들의 당리당략만을 위해 싸우는 모습에 일침을 놓고자 나섰다.”는 뜻을 전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윤석화 제작 연극 ‘19 그리고 80’-“우리 사랑에 빠졌어요”

    배우 경력 39년에 16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동아연극상(70·71·85년), 백상예술대상(70·81·85년)등을 휩쓴 ‘한국의 여배우’ 박정자(60).그녀가 19세 미소년과 사랑에 빠졌다? 연극 ‘19 그리고 80’(연출 장두이)은 자살 충동에 빠진 19세 남자가 변덕스럽지만 유쾌한 80세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도발적인 내용이다.하지만 확 터지는 불꽃보다는 서서히 꺼져가는 촛불처럼,조용하고도 슬프게 사랑과 삶을 관조하는 작품.콜린 히긴스 감독의 영화로 컬트의 고전으로 불리는 ‘해럴드와 모드’가 원작이다. 80세 여인 모드 역을 소화하느라 머리에 은분을 바르고 헐레벌떡 나타난 박정자는 “신부처럼 가슴이 설렌다.”고 운을 뗐다.“진짜 여든살이 될 때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고정 레퍼토리로 올리고 싶습니다.그러다 그 내용처럼 여든번째 생일 날 삶을 끝내고 싶어요.제 욕심일까요?” 김혜자·김주승 주연의 1987년 초연작을 보면서부터 줄곧 이 작품을 맘에두었다는 그녀.“작품이 환경친화적이에요.모드는 소유욕이 없는 인물이고요.제가 지향하는삶이 바로 그런 겁니다.” 그리고 이 ‘꿈의 연극’을 올리고자 3년간 상대역 해럴드를 찾았다고 했다. 까다로운 대선배의 연인으로 낙점된 행운의 주인공은 이종혁(28).97년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와 ‘서푼짜리 오페라’ ‘오! 해피데이’ 등 작은 뮤지컬무대를 거쳤다.잘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긴 하지만 서울공연예술제 신인연기상을 받은 실력파.잘 생긴 외모 덕에 올해 초 팬클럽까지 생겼다. 그가 이번 역을 맡은 데는 제작자 윤석화(46)의 힘이 컸다.“제가 연출하는 ‘토요일 밤의 열기’ 오디션에서 단연 눈에 띄는 배우였어요.전 가능성 있는 후배를 볼 때 살이 떨립니다.노래·연기가 만점이었어요.춤 실력이 떨어져 ‘토요일…’의 주연으로는 일단 유보했지만요.” 윤석화의 ‘보는 눈’을 믿고 박정자는 그 매력적인 젊은이를 새 연인으로 맞았다. “하늘 같은 선배와 일하게 돼 영광”이라며 수줍은 듯 말을 아끼는 그 앞에서 대선배 둘은 연신 농담을 주고받는다.“이건 비밀인데요.입술 키스신이 있어요.연습 중에도 모드는 황홀해 한다는 소문이있던데…”(윤석화) “귀까지 빨개졌다는 얘기를 듣곤 해.그게 배우의 권리이자 축복이지.(기자에게)억울하면 배우 되세요.”(박정자) 키스할 때 진짜 떨리냐는 짓궂은 질문에 박정자는 “나는 그냥 뻔뻔스럽게해.사실 남자 주인공이 더 떨지.”라며 베테랑다운 여유를 보였다.이종혁은 아직 연기는 미흡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습으로 선배 못잖은 연기를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제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은 몇 안되지만 쉴 틈 없이 한 우물만 팠습니다.” 아직 모드 역을 소화하기에는 나이가 덜 찼다고 말하는 박정자.“인생을 좀 더 살면 모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그래서 80까지 계속작품을 올리고 싶은 거고요.” 윤석화가 바로 끼어든다.“저보고는 ‘너한테 더 어울린다.’고 했잖아요.멋진 배우와 연습하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나 보죠?(웃음)” 장난스럽지만 원숙미 넘치는 배우 박정자,언제나 꿈을 먹고 사는 듯한 제작자 윤석화,덜 익었지만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배우 이종혁.이들이 선보일 연극 ‘19 그리고 80’은 새달 9일부터 3월16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만날 수 있다.(02)3672-3001. 김소연기자 purple@
  • 연극 ‘보이첵’ 주연 최광일 “깨어있는 동안 머릿속엔 늘 보이첵 뿐입니다”

    “마리가 다른 남자와 잔 것이 제겐 큰 충격이었어요.놓치기 싫어서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방법이 없어서 슬퍼요.그래서 그녀를 죽였죠.” 모든 연극배우가 그럴까.24일 연우소극장 무대에 오를 연극 ‘보이첵’의 주연배우 최광일(32).그는 극중 배역인 보이첵을 설명하면서,내내 1인칭을 쓰며 정말 가슴 한구석이 아픈 듯한 표정을 지었다.기자가 헛갈려서 “본인이요? 보이첵이요?”라고 물으면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온 듯 웃으며 “보이첵이죠.”라고 대답했다. 최광일은 지난 90년 연극 ‘빌록시 블루스’로 데뷔해 30여편에 출연한,꽤 경력이 긴 배우다.하지만 그가 유명해진 것은 친형인 영화배우 최민식의 뒤를 이어 지난해 ‘에쿠우스’의 알렌 역을 맡으면서부터다.이 작품에서 나체로 열연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았다.“신인상을 주니까 받긴 했는데,주위에서는 네가 신인이냐며 웃어요.” 그래도 ‘에쿠우스’로 성공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94년 ‘부자’라는 단막극에 출연했을 때 연기를 너무 못해 선배들에게 돌아가면서 맞았다.”면서 “내 자신과 연기를 돌아보게 된 계기를 준 그 작품(부자)이 가장 성공한 작품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의 연극 입문 동기는 참 소박하다.“작은 형(최민식)때문에 연극을 보러 자주 갔지만 별 흥미를 못 느껴 잠만 잤죠.그런데 우연히 본 연극 ‘실비명’에서 송영창의 연기가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정말 사랑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그래서 고교 졸업후 바로 극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연극배우의 길이 쉬울 리가 없다.그는 최근까지 호프집 서빙이나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했다.요즘에는 사정이 나아졌다.곧 개봉하는 이무영 감독의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에서 영화배우로 데뷔한 것.두 명의 여자와 함께 사는 코미디언 역으로 주연급이다.“영화 출연으로 지금껏 만져보지 못한 돈을 받았어요.세 달간 아무 일을 안 해도 될 정도예요.” 그는 순진한 소년 같이 싱글벙글 웃었다. 하지만 곧 태도를 바꾼다.“생계 문제도 있고 직업이 배우라서 관련된 일이라면 가리지 않겠지만,제 본령은 연극입니다.” 카메라 앵글에 갇히는 영화보다,더 실험적이고 움직임의 여지가 많은 연극이 자신에게 맞는단다.“영화에 나온 제 모습을 보니 왠지 어색하더라고요.” 형 최민식의 명성 때문에 부담스럽지는 않을까.“처음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민식이 동생’으로 통했죠.저도 이름이 있는데….” 그는 이번 연극이나 영화에서도 자신이 최민식 동생으로 소개되는 것이 싫다고 했다.“형은 제게 별 조언을 해 주지 않아요.그냥 ‘수고했다.’정도죠.하지만 형은 제가 존경하는 배우예요.형만한 아우가 없다는데….저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요?” 이번 작품 ‘보이첵’은 ‘에쿠우스’이후 첫 출연작.19세기 초에 쓰인 독일 작가 게오르그 뷔흐너의 고전으로,연출가 임형택(서울예대 교수)이 98년 뉴욕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호평 받은 작품이다.이번엔 작가주의 극단 백수광부와 함께 무대에 올린다.주인공 보이첵은 보이지 않는 사회구조에 의해 실험 당하고 희생되는 인물.뼈빠지게 일하지만,유일한 희망인 동거녀 마리가 바람나자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다.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물었다.“마리를 죽이고 ‘아가야,백마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전 그 대사를 할 때면 아이가 장난감 말을 타는 상상을 해요.연극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부분이죠.” 정신분열과 광기를 겪는 이 어려운 인물을 얼마만큼 소화할지 궁금했다.“아직 보이첵의 발끝에도 못 닿았습니다.”그는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지하철을 탈 때나 거리를 걸을 때도 항상 보이첵의 눈과 귀로 보죠.(보이첵은)예민해지면 시청각에 혼돈을 겪거든요.” 환청을 듣는지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그는 보이첵과 이미 한몸이 된 듯했다.새달 17일까지.평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월 쉼).(02)744-7090. 김소연기자 purple@
  • 영화배우 박신양씨 화촉

    인기 영화배우 박신양(34)씨가 13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백혜진(21)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안민수 서울예대 연극과 교수의 주례와,절친한 동료 배우 정진영씨의 사회로 열린 결혼식에는 정우성 전지현 이범수씨, god 등 박씨와 같은 소속사(싸이더스HQ)에서 활동하는 선·후배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해 축하했다. 신접살림이 차려진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에서 첫날밤을 보낸 두 사람은 박씨가 주연한 심리스릴러 영화 ‘사인용 식탁’의 촬영이 끝나는 내년 초에 신혼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황수정기자 sjh@
  • “작가는 많아도 작품은 없다”, 문학사상사 실태보고

    ‘지금의 한국 문단,넓은 지평에 풍요가 없다.’ 지난 16년 동안 우리 문단의 문인 숫자는 홍수사태를 빚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문인은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며,유례없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 문단해체현상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학사상사가 창사 30주년을 맞아 지난 4월까지 조사해 작성한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5년 697명이던 문인협회 회원이 현재는 5987명으로 무려 8.6배 늘었다. 해마다 평균 311명의 문인이 탄생한 셈이다.그러나 이 가운데 창작활동을 하는 문인은 1000명을 갓 넘는 정도였다.장르별로는 시 부문이 29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소설(284명) 아동문학(111) 시조(91) 수필(89) 평론(66) 번역(58) 희곡(21) 등의 순이었다. 같은 기간 문학동인지는 10종에서 704종(97년도 문예연감 기준)으로,문학상도 10종에서 295종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문인들이 폭증하면서 90년대 들어서는 기존 문단의 권위와 질서가 무너지는 이른바 ‘문단 해체’현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문인들의 분포는 연령상으로 30∼40대가 전체의69.1%를 차지했으며 성별로는 남자가 55.4%나 됐다. 예외로 소설 부문에서는 여자가 149명으로 135명의 남자를 앞질렀다.학력은 대졸이상이 84.4%로 이전의 74.7%이 비해 뚜렷한 고학력화를 보였다.그런가 하면 학교별로는 서울대가 84명으로 가장 많은 문인을 배출했며 이어 고려대(53) 이화여대(50) 중앙대(48) 서울예대(45) 연세대(34) 동국대(30) 한국외대(26) 경희대(21) 순이었으며 등단 유형별로는 문예지 출신 62.8%를 비롯해 신춘문예 20.3%,문학적 실적15.4% 등이었다. 전업작가는 9.7%로 이전에 비해 3.6% 늘었으나 여전히 토양이 취약했으며,직업별로는 교직 45.0%를 필두로 출판업 10.5%,언론계 6.6%,문필업 6.1%,자유업 4.3%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기간동안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문인은 시 부문에서 이승훈·이윤학씨,소설에서 이윤기·성석제씨 등이었다. 심재억기자
  • 최인훈 장편 개작 ‘화두’

    최인훈(66·서울예대 명예교수)이 그의 장편 소설 ‘화두’를 8년 만에 고쳐서 펴냈다. 1000쪽이 넘는 분량으로 문이재에서 두 권으로 출간했다. 저자 스스로 ‘21세기 판’이라고 할 정도로 지난 8년 동안 저자가 900여 군데를 손질하는 등 치밀한 정련을 거쳤다. ‘화두’는 지난 94년 작가가 20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발표해 화제가 됐던 장편소설.작가의 분신인 ‘나’가 서술하는 이 책은 광복 이후 북한의 초기 공산 정권 아래서보냈던 사춘기 시절,전쟁 후 제3국을 선택한 전쟁포로처럼 남북한에 모두 비판적이었던 지식인으로서의 작가의 자화상 등을 담고 있다. 출판사 측은 “개정판은 한자어를 토박이말로 바꾸고 논리적 명확성을 기하기 위해 문장을 다듬었다.”면서 “또 호흡을 고려해 2개의 장을 신설하고최근에 지은 시 1편을 추가했다.”고 밝혔다.문학평론가김종회 경희대 교수가 정리한 ‘최인훈,문학적 연대기’와 60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최인훈 문학 연구현황’을 부록으로 달고 있다.각권 1만 5000원.
  • 에듀토피아/ “독서지도사 꾸준히 하면 평생취미·일 얻어”

    ■독서지도사 김숙씨. “문화센터에서 이것저것 ‘순회’하듯 배우는 주부들을 보면 안타까워요.무엇이든 하나를 꾸준히 하면 평생 취미나 일이 될텐데….그런 점에서 대학 평생교육원은 저렴하면서도내실이 있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주부 김숙(36)씨는 4년전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독서지도사 과정을 마쳤다.곧바로 인천시 부평구에서 어린이 전문서점 ‘완두콩’을 열고 글쓰기교실을 운영중이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김씨는 어려서부터 책을 유독 좋아했다.결혼 뒤 세살,한살 두 아들에게 책을 좋아하는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지난 95년에 어린이 전문 대여방을차리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책값 부담이 만만치가 않은 거예요.실컷 읽으면서 남에게 대여도 해주면 좋을 것 같아 대여방을차렸죠.” 하지만 대여방을 운영하면서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어린이 책에 대해 좀더 공부하고 싶어 1년과정의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독서지도자 교실’에 등록했다. “그 전에는 무조건 많이 읽어야 좋은 줄 알았는데 강의를들으면서 좋은 책,나쁜 책을 고르는 눈도 생겼어요.” 1주일에 한번씩 젊음이 물씬 묻어나는 캠퍼스를 밟는 재미도 쏠쏠했다.처음 79명이었던 수강생은 끝날 무렵 30∼40명만 남았다.도서관 강의및 자원봉사,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있는 ‘동창생’들과 지금도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김씨는 서점을 차린 뒤에도 틈틈이 공부를 계속해 이화여대 논술지도사 초급과정,서울교대 ‘사고력 개발’과정을 끝마쳤다. 요즘은 유치원생,초등학생 40여명에게 글쓰기를 지도하며주말에는 박물관,동물원,미술관 등으로 현장학습을 나간다. 글쓰기 교실 수입은 한달에 120만원 정도.서점은 크게 돈을 벌지는 못한다.김씨는 “문닫고 싶을 때도 많지만 동네에이런 서점이 하나쯤은 있어야겠다 싶어 지키고 있다.”면서“독서 지도사나 논술교사를 희망하는 다른 주부들도 처음부터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면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새달부터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대여도 해줄 작정이다.끊임없이 공부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려 애쓰는 그녀는 너무 ‘예뻤다’. 허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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