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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CEO/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기고]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CEO/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최근 한 대기업 총수의 구속은 종전의 집행유예 선고 석방이라는 면죄부 부여의 관행과는 달라 크게 주목을 끈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일부 재벌대기업의 모럴 해저드 현상의 만연과 심각성은 조속히 치유해야 될 병폐다. 한국은 세계 7번째 ‘20-50클럽’에 올라 국제사회에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20K)와 인구 5000만명(50M) 이상을 달성한 국가는 지금까지 단 6개국에 불과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서울대 석좌교수는 “기적의 한국 경제를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경제가 세계 유례 없는 초고속성장을 이룩한 저변에는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과 같은 탁월하고 선견적인 경영자들과 이들의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 발전의 초석이었다. 근자에 재계에서 연이어 터진 대기업 및 그룹 오너들의 비리와 작태는 더 이상 선대의 모습이 아니다. 형제간 유산상속 분쟁, 자금 유용과 거액 해외 은닉, 저축은행의 고객예금 횡령과 유용 등은 대기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단초다. 프랑스 기업인들이 ‘부자세’ 신설로 증세를 주장하고, 미국에는 ‘워런 버핏세’로 기업인들이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모습들과 비교해 볼 때 사뭇 대조적이다.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자본주의사회의 기업은 그 역할이 매우 크다. 경영의 구루(Guru) 피터 드러커가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은 가장 대표적·지배적인 기구”라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기업과 경제발전의 주역인 공인으로서의 CEO가 본업으로부터 일탈된 행태를 보일 때 대다수 국민들에게 기업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촉발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다. 재벌 대기업들은 최대의 지원자이자 최대의 고객인 국민을 존중하며 어렵게 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재벌 대기업은 권위주의나 비민주적 요소를 청산하고 의식개혁, 도덕성 회복을 통해 기업, 사회 및 국가에 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권은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며, 기업이 매출을 많이 올리고 영업이익을 많이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과 CEO가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다.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해서는 기업의 미래는 없다. 미국의 경우, 사랑받는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평균수익률은 미국 500대 기업 평균 수익률의 9배에 달했다고 하니 사랑받는 기업이 돈도 많이 버는 것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주요 투자기관들이 세계기업들의 매출, 경영관리, 사회공헌도 등을 평가한 바에 따르면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 삼성전자는 36위에 올랐다.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창의와 혁신만으로 오늘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다. 그들의 오늘은 기업주의 노력, 정부의 지원, 국민의 희생, 임직원의 헌신이라는 4자의 공동작품임을 명심하고, 기업과 CEO들이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존재로 거듭나도록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CEO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이때 비로소 한국경제는 세계 속에서 지속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 한일합방이 아니라 ‘일제의 한국강점 조약’ 제대로 된 이름 불러줘야 제대로 된 꽃이 돼”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 한일합방이 아니라 ‘일제의 한국강점 조약’ 제대로 된 이름 불러줘야 제대로 된 꽃이 돼”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이 맞고, 한일합방이 아니라 ‘일제의 한국강점 조약’이 올바른 용어다. 을미사변이 아니라 ‘명성황후 암살 사건’인 것과 마찬가지다.” 임경석(54)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막 출간돼 따끈따끈한 ‘한국근대외교사전’(사람의무늬 펴냄)을 펴들고 지난 15일 교수회관 4층 연구실에서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 줘야 제대로 된 꽃(역사)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임 교수는 “다소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외교사전이 발간돼서 다행”이라며 “한국사는 한국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시선으로 외교사건을 정리해야지, 한·일역사를 일본학계의 시선으로 정리해서는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1876~1910년 한국 근대외교史 정보 ‘한눈에’ 임 교수는 “‘한국근대외교사전’은 1876년 개항부터 1910년 대한제국 멸망까지 한국 외교의 역사에 등장한 사건, 조약, 인물, 조직에 대한 정보를 담은 감히 ‘국내 최초의 외교사전’이라 자부할 수 있다.”면서 “한국사뿐 아니라 중국사, 일본사, 서양사를 각각 전공한 역사학자들과 정치학자, 외교사학자, 법학자 등 28명의 학자가 모여 239개 항목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임 교수와 그의 후배이자 역사학자인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이항준 서울여대 사학과 강사가 대표 편·저자이고, 주요 저자로 연갑수 서울대 교수, 조재곤·하원호 동국대 연구교수, 주진오 상명대 교수, 한철호 동국대 교수, 홍준화 고려대 연구교수 등이 참여했다. 사전에 참고문헌과 책임 저자를 명시해 기술 내용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였다. 한국근대외교사전은 원래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의 예산과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의 지원을 받아 3년 만인 2010년 결과물을 내놓았다. 당시에는 한중연의 ‘한국민속문화대백과’에 수록돼 있었다. 임 교수는 “여기에 2년 동안 수정·보완하고 20여개를 추가해 239개 항목으로 확대해 별도의 책으로 펴냈다.”고 말했다. ●가나다순 항목… 연구·실무자에게 최고의 길잡이 한국근대외교사전의 강점은 무엇인가. 역사를 공부하는 연구자나 역사와 외교관련 실무자들이 관련 항목을 가나다순으로 쉽게 찾아가며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특히 한국 관련 근대사에 영향을 미친 외국인을 많이 발굴해서 실었다. 예를 들자면 대한제국 시절의 러시아 외교관이었던 포타포프가 있다. 그는 국권이 피탈된 상황에서도 러시아 정부와 임시정부 사이에서 외교를 통해 한국의 독립에 많은 도움을 줬다. 우리 독립운동에서 러시아가 많이 배제됐는데, 러·일전쟁에서 진 러시아는 일본에 복수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항하는 조선의 독립운동에 호의적이었고, 그것은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유지됐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러시아 연해주에 망명해서 독립운동을 했던 ‘권업회’나 권업회 산하의 항일무장단체였던 ‘대한광복군정부’ 등도 러시아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근대외교史, 한국인의 시선으로 서술해야” 최근 국사편찬위원회가 을사늑약이라 쓴 역사교과서를 을사조약으로 고치라고 요구했던 것과 관련해 그는 “국사편찬위의 사고방식은 현재 한국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분위기와 상당히 다르다.”며 “각국의 외교사는 국익의 충돌 속에서 존재하고 특히 한국의 근대 외교사는 외세 피침의 역사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독자적인 시선으로 서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 나아가 임 교수는 “국사편찬위가 현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다가 우경화됐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지배하는 과정이 조약과 같은 합법적인 외양을 띠고 있지만 이것은 형식논리”라며 “최근 ‘유럽식 근대’에 대한 반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외교사가 강대국 위주로 서술돼 있기 때문에 침략을 당했던 사람들의 시각으로, 강대국의 편견이 가득한 시선을 배제한 채 다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단순히 외교사를 정리한 책이 아닌 만큼 오늘날 한국의 외교적 생존전략을 파악하고 정책수립에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정서적 공감, 멘토링의 힘이죠”

    “정서적 공감, 멘토링의 힘이죠”

    대학생 최영화(20·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2)씨는 두 달 전 동생이 생겼다. 강동구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 ‘친한 친구’에 참가한 최씨가 멘토로서 돌봐 주고 있는 성일초 6학년 김설아양이다. 최씨는 시를 좋아하는 김양을 위해 시집을 선물해 주고, 또 함께 노트에 시를 채우며 시집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씨는 “여기서 하는 학습지도는 과외와는 느낌이 다르다.”며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관심을 보여 주는 걸 아이들이 좋아해서 참 보람차다.”고 말했다. 27일 강동구에 따르면 친한 친구 멘토링은 대학생과 지역 아이들의 정서적 소통을 돕고 봉사 및 학습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지난 7월 처음 시행됐다. 멘토와 멘티 각 15명이 1대1로 짝을 이뤄 주 1회씩 정기적으로 만난다. 멘토들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경찰대 재학생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봉사단 활동을 해오던 학생들이다. 멘토들은 매주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한다. 뿐만 아니라 함께 영화를 보는 등 문화 활동을 하고, 지난달에는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서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봉사활동도 같이 했다. 멘토로 활동 중인 고동연(고려대 미디어학부1)씨는 “고등학교 때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다 대학 진학 이후 다시 활동을 하게 됐다.”며 “솔직히 새내기라 대학생활이 바쁘지만 그래도 짬을 내서 봉사활동을 계속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친한 친구 멘토링을 올 연말까지 운영해 본 뒤 결과에 따라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이해식 구청장은 “대학생이 되면 지역사회 활동과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멘토 활동이 스스로 사회의 일원임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열린세상] 추석과 말춤, 그리고 세대의 몫/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추석과 말춤, 그리고 세대의 몫/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머지않아 추석이다. 그동안 각자 바쁜 일로 만날 기회가 적었던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가족 놀이를 하면서 끈끈한 유대감을 확인하는 날이다. 그런 즐거운 추석을 앞두고 나는 고민을 한참 했다. 대학생 딸과 함께 이번 추석에 어떤 공통의 관심사로 대화를 나눌 것인지가 막막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세대 간에 문화적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던 세대와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부르는 세대와의 격차는 아마도 타자기 세대와 스마트폰 세대의 차이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걱정 끝에 한 가지 주제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와 말춤이다. 딸에게 먼저 이야기를 한다. 아빠 대학 다닐 때에는 서양 대중음악에 미쳤다고. 1960년대 말 영국의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가 내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김포공항에 마중 나온 수백명 단발머리 소녀들의 광적 열광은 모 여대의 공연장으로까지 이어져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딸 세대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그 질문은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K팝’과 싸이의 말춤을 생산하고 향유하는 세대에게 있어서 서구 추수주의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에게 서구는 더 이상 세계의 중심도, 그들의 행위와 가치를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도 아니다. 대신 그들은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세계를 품에 안을 웅대한 꿈을 꾼다. 1970~1980년대 고고장과 디스코텍, 마이클 잭슨, 서부 영화 등과 같은 서구 대중문화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싸이의 등장이야말로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유학을 해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하는 싸이가 미국 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 무대에서 한국어로 말하고 싶었다. 죽이지.”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한국 사회를 앞으로 이끌어 나갈 젊은 세대가 지니고 있는,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과 위풍당당함을 싸이의 노래와 춤과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방현석의 소설 ‘존재의 형식’에는 베트남 전쟁 때 목숨을 걸고 싸운 베트콩이 등장한다. 그는 전쟁이 끝난 자리에서 세대의 몫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세대는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어떤 이념을 떠나 진정 인간다운 삶을 꿈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왔다. 그래서 베트콩이 되어 싸웠다. 그것이 그들 세대의 몫이다. 다음 세대는 가난한 베트남을 위해 해야 할 또 다른 몫이 있다. 딸에게 말한다. 1960년대 서구 대중문화에 대한 젊은이의 열광을 서구 추수적인 태도로 무조건적으로 비하해서는 안 된다고. 젊은이의 뜨거운 열정을 창조적으로 승화시켜 줄 변변한 문화적 장치 하나 마련하지 못한 1960~1970년대 한국 문화의 후진성을 그 사건은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빠 세대는 열심히 살아왔으며, 이제 딸 세대는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전 세계 일등 문화 국가로 만들 몫이 있다고. 사회가 역동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사회에 면면히 이어져 오는 공동체적 정서를 모든 세대가 공유해야 한다. 그러면서 인간다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 각 세대는 자신의 세대에게 주어진 몫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앞선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윽박지르고 길들이고, 그 결과 다음 세대가 그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될 때, 그 사회는 도태하기 마련이다. 이번 추석에는, 공부는 잘하는지, 어떤 대학에 갈 것인지, 대학 졸업해서 뭘 할 것인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따위를 제발 물어보지 말자. 그리고 고압적인 자세로 어른들의 생각을 젊은이들에게 강요하지 말자. 대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함께 정성껏 차례상을 차리면서 추석에 담긴 우리네 고유한 정서를 되새겨 보자. 그리고 젊은 세대의 깊은 속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이 새로운 문화 창조의 길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자. 그런 노력들이 쌓이고 쌓이면 제2, 제3의 ‘싸이’가 나오지 않겠는가.
  • 국가장학금제 취지 살리려면

    1조 7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원을 쏟아부은 정부의 국가장학금 제도가 시행 첫해부터 삐걱대고 있다. 드러난 문제만도 ‘등록금 인하 효과 미미’, ‘지급대상 편중’, ‘주먹구구 운용’, ‘교육여건 퇴조’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4년제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이 7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상황에서 평균 30만원 인하라는 재정 투입 결과는 ‘반값등록금에 버금가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국가장학금제의 도입 취지마저 무색하게 한다. ●장학금 재원 부실운영 감독 강화 시급 전문가들은 국가 예산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는 ‘퍼주기식 정책’으로는 기대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사립대가 수백억원씩 쌓아 둔 누적적립금 등을 활용해 등록금의 절대 액수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장학금 재원을 보다 견실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도 등록금 인하 효과가 미미한 것은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방식의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1조 7500억원 중 7500억원은 소득 3분위까지 차등 지급하고(Ⅰ유형), 나머지 1조원은 대학의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 노력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식(Ⅱ유형)을 도입했다. 그러자 대학들은 Ⅱ유형을 지원받기 위해 한 번 낮추면 다시 올리기 힘든 등록금은 손대지 않고 장학금 확보에만 열을 올렸다. 게다가 대학들은 정부가 지원한 재원을 어떻게 공평하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도 하지 않고 있다. 일괄지급이나 소득이 많은 학생에게 더 많은 장학금이 돌아가는 사례가 증거다. 특히 올해는 국가장학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대학별로 지급 기준을 따로 정해야 하지만 국가장학금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고작 1~2명이다. 전국 4년제 사립대 중 국가장학금 업무를 1명이 담당하는 학교가 92개교, 2명이 25개교다. Ⅱ유형 국가장학금 지급 인원이 39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1명이 평균 2500여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실제로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은 대학 중 경기대·아주대·중원대 등은 복지장학금을 쏙 뺀 채 성적우수장학금만 늘렸고, 서울여대·국민대·성공회대 등은 복지장학금 규모가 오히려 줄었다. 교육계에서는 대학등록금을 인하하려면 재정적립금 등 기존의 회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250개 사립대의 누적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11조 1500억원이나 된다. 누적적립금이 많은 것은 대학들이 등록금 등으로 거둬들인 뒤 쓸 곳에 쓰고도 남아 계속 쌓아 두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들이 방만하게 회계 운용을 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등록금으로 떠넘기면서 인하 여지가 없다고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유기홍 의원 “등록금심의위 설치 필요” 유기홍 의원은 “정부에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물가상승률이나 교육여건 등을 감안한 표준등록금을 산출, 이를 활용해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대학의 자구 노력과 정부의 의지가 균형을 이뤄야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2차 재정지원 강화 대책] “가전제품 개소세 인하는 생색내기용”

    “마른 수건을 짜니까 안 나와서 여러 가지 모아서 수건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정부의 고충이 묻어나지만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그래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우회 지원’인 감세의 한계상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에서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변경은 실제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외솔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내년에 줄 돈을 미리 준다는 것은 내년 소비진작 효과는 포기하겠다는 것인데 왜 내년 상반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는 건지 정부의 의도를 알 수 없다.”면서 “대선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근로소득 원천징수세액 인하를 통해 올해 근로자의 소득은 늘어나는 반면 향후 소득은 변하지 않는 만큼, 일부에서의 ‘조삼모사’라는 비판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가전제품 개별소비세 인하도 전형적인 생색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용량 가전제품 가운데 개소세가 부과되는 제품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쓰는 가전제품은 용량이 얼마 안 돼 개소세 혜택을 받기 어렵고, 기업들이 쓰는 제품은 전력 효율성이 좋아 이미 대부분 면세 혜택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개소세 인하로 가격이 내려가는 제품은 별로 많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정부가 자동차 세금을 인하한 것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휘발유 판매량이 두 달 연속 떨어지는 등 지금은 ‘있는 차’도 몰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마당에 감세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문 교수도 “2009년 노후차 교체 세금 감면과 달리 이번 조치는 (모든 차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감세라 2009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자동차 구매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도 내심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특정업종 특혜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취득세 감면은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중소형 구입을 노리는 실수요자 등에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좀 더 우세하다.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정책실장은 “지난해 이번과 똑같은 취득세 감면으로 주택 거래량이 22.6% 늘어났다.”면서 “오는 20일 시행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 등과 맞물리면 시장 부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감면 시한이 올 연말까지로 석 달여에 불과한 데다 미분양 아파트의 대부분이 중대형이어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취득세와 양도세를 모두 감면받을 수 있는 미분양 아파트는 수도권에만 3만 가구가 있다. 이 가운데 84%가 중대형이다. 지방세인 취득세의 경우 자치단체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설득 작업도 관건이다. 류찬희 선임기자·김동현·김양진기자 chani@seoul.co.kr
  • [부고] 在美 철학자 이광세 켄트大 교수

    이광세 미국 켄트주립대 철학과 교수가 6일 오전(한국시간) 현지에서 급환으로 별세했다. 78세. 동·서양 비교철학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고인은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중 국비 장학생으로 미국으로 갔다. 예일대에서 칸트 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서 문화와 철학’, ‘동양과 서양 두 지평의 융합’ 등 저서를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아일린 호간 여사와 동생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이광옥 전 이화여대 교수가 있다. 영결식은 미국에서 치러진다.
  • [부고]

    ●이환수(전 상업은행 이사)씨 별세 주영(새누리당 국회의원)주홍(인하대 교수)성애(약사)씨 부친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2)3010-2631 ●구본건(언론인회 원로회원·전 대한여행사 대표이사)씨 부인상 관모(미국 거주)인모(〃)정모(〃)씨 모친상 6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31)787-1507 ●이정의(해병 중령)선의(목사)씨 모친상 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2227-7572 ●이영수(신우회계법인 전무)씨 부친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 (02)3010-2237 ●최혁재(NH농협 과장)효영(SUONO 대표)씨 부친상 오중석(SK텔레콤 매니저)박종문(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씨 장인상 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30분 (02)2227-7547 ●장용규(자영업)용화(경북 칠곡상공회의소 사무국장)용휴(자영업)씨 모친상 6일 칠곡 혜원성모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54)972-1405 ●박완규(기호일보 중부권취재본부장)씨 모친상 6일 산본 원광대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31)394-4438 ●김태진(전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고문)씨 별세 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2227-7550 ●임창균(한국건설기술인협회 상근부회장)씨 부친상 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30분 (02)2258-5940 ●박부옥(안산시청 과장·안산도시공사 파견)씨 장인상 6일 안산장례식장, 발인 8일 오전 9시 (031)438-4546 ●김재교(삼연엔지니어링 부사장)재형(춘천MBC 사장)씨 모친상 유외숙(서울여대 겸임교수)봉현숙(MBC미술센터 국장)씨 시모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3010-2265 ●전복수(KBS 해설위원)경록(장수산업 대표)경식(장수산업 대표)경삼(명문부동산 대표)씨 부친상 서형원(주 일본대사관 경제공사)박광재(파티마의원 원장)김병호(제일포장중기 대표)씨 장인상 6일 순천의료원, 발인 8일 오전 8시 (061)759-9186
  • [인사]

    ■여성가족부 ◇승진 △가족지원과장 박동혁 ■특허청 ◇승진 <부이사관>△감사담당관 정우영△산업재산정책과장 문삼섭△정보기획〃 김희태△국제협력〃 권규우△상표심사정책〃 강경호△통신심사〃 김정옥△특허심판원 심판정책과장 오재윤◇전보 <과장급>△특허심판원 심판관 서을수<기술서기관>△기계금속건설심사국 원동기계심사과 정선웅△〃 공조기계심사과 이세경△〃 금속심사과 조병도△〃 건설기술심사과 김현우△전기전자심사국 반도체심사과 강병섭△정보통신심사국 통신심사과 김춘석 여원현△특허심판원 강동구 강정석 목승균 전영상 조광현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정헌율 ■고려대 △행정대외부총장 염재호 ■대전대 △대학원장 송인창 ■서울여대 △대학원장 조경혜△학생처장(취업경력개발원장 겸임) 이병걸△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지원사업추진단장 김명주△산학협력〃 류기현△에코캠퍼스추진사업〃 이은희△학보사 주간(방송국 주간 겸임) 임정수△바롬인성교육연구소장 홍순혜△IT국제교육인증센터장 이웅재△언론영상학부학부장 주창윤△사회복지학과장 정소연△교육심리학〃 김종남△의류학〃 송미경△콘텐츠디자인학〃 최학현△서양화〃 김정한 ■숙명여대 △대학원장 송화순△특수〃 최병철◇대학장△문과 임혜경△이과 김재성△생활과학 서영숙△사회과학 안보섭△법과 이경열△경상 신도철△음악 손정애△약학 강영숙△미술 김현화◇처장△교무 김선민△입학 최영민△학생(르꼬르동블루-숙명아카데미원장 겸임) 전라옥△사무 이숙희△기획 박종성△대외협력 박천일△지식정보 이종우◇관·소장△도서관 오경묵△보건진료소 오승열△학생활상담소(성평등상담소장 겸임) 정선아◇원장△취업경력개발 유종숙△한국문화교류 문시연△교양교육 박인찬△국제언어교육 곽성희△아태여성정보통신 장윤금◇센터장△연구지원(산학협력부단장 겸임) 이영민△입학전형개발 전세재(연임)△교수학습 박소영△교양교육 이진아△역량개발 오중산△의사소통 이홍식◇실장△사회봉사(장애학생지원센터장 겸임) 배성한△평가감사 박정구△홍보 서수경 ■KT&G ◇부장 △마케팅기획 김상호△인사이트 이문봉△영업개발 이병태△구미 유완균△종로지사 시장관리부 김남권△김천공장 지원부 이완희◇팀장△에쎄 임왕섭◇영업부장△남서울본부 이운재△부산본부 장한상△전북본부 문영동△대구본부 정남식△충남본부 강용철△경북본부 정훈△경남본부 황성호◇지점장△마포 지훈△의정부 조남웅△동대문 윤용식△포천 김건태△남부산 신기현△김해 박해춘△울주 김태곤△대구 우일득△동대구 김대영△서대구 최한영△남대구 황기현△경산 석종무△경주 남충순△칠곡 김태중△김천 박운용△영천 이상리△수원 김영구△평택 최규산△오산 장영길△목포 김경동△영광함평 김성배△영암 이창훈△아산 이근우△서산 이동열△당진 이곤수△논산 권오중△보령 나기석△내포 이시우△진주 김판규△통영 유병윤△함안 함창기△고성 류형찬△거창 민필규△합천 하한수△하동남해 정영주△정선태백 서형선△전주 유원식△익산 이운수△남원 탁무선△김제 최종권△정읍 송철호△무주 이선철△상주 손병철△영덕 강정희◇지사장△울산 황광진 ■이데일리 △전무 정보개발국장 황인환△상무 정보사업국장 박윤성△이사 광고국장(사업국장 겸임) 문주용△이사 솔루션사업국장 한상원△사업국 부국장 여민규 ■JTBC △편성제작총괄 김영신△드라마총괄(드라마하우스 대표 겸임) 김지일△보도총괄(중앙일보 편집인 겸임) 김교준△광고사업총괄 이하경△大PD 주철환△교양국장 김창조△예능〃 김시규 ■SK 마케팅앤컴퍼니 <커뮤니케이션사업부문>△크리에이티브 솔루션본부장 이정락
  • [발언대] LA근교 한국식 전통 정원 조속히 건립을/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발언대] LA근교 한국식 전통 정원 조속히 건립을/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순위 종합 5위의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원정경기에서 최고의 성적인 5위 등극은 한국체육사의 찬란한 금자탑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무역 규모 세계 10위의 위상에 걸맞은 스포츠강국으로 부상하였다. 문화면에서도 K팝은 전 세계에 한류열풍을 몰고 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스포츠, 경제 및 연예 방면에서 글로벌시대의 주목받는 아시아 국가로 거듭나게 되어 이제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국력을 세계만방에 널리 떨치게 되었다. 아마도 단군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보이는 게 아닌가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근교 헌팅턴 라이브러리는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명소이다. 여기에는 일본과 중국의 전통 정원이 각각 자리하고 있으며, 연중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의 훌륭한 볼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서부지역을 여행하던 중 필자는 이곳을 방문했는데, 일본 정원의 아기자기함과 우아함 그리고 중국 정원의 스케일 큰 웅장함을 보고 감명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한국식 전통 정원의 건립도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되었다. 이미 LA 지역의 교민들을 중심으로 부지를 마련하기 위한 모금활동이 전개되고 있으나 예산액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소식을 신문지상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국식 전통 정원의 건립공사가 하루빨리 추진된다면 미국 등 여러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 전통문화의 일면을 알리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국위 선양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미국사회에 TV와 스마트폰, 자동차 등을 수출해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국 대표 글로벌기업들인 삼성, 현대, LG 등이 적극 나서고 정부 측도 이 일의 추진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문화를 숭상하고 중시하는 한국인의 문화적 긍지와 자긍심을 세계만방에 떨쳐야 할 호기라고 여겨진다.
  • [2012학년도 대입 수시 가이드] 서울여자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는 2013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전체 모집 정원의 64%인 1190명을 선발한다. 수시 1차 원서 접수 기간은 9월 3~11일이며, 2차 원서 접수 기간은 수능시험 후인 11월 12~16일이다. 전체 수시전형 가운데 74%에 이르는 신입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모두 883명을 뽑을 계획이다. 서울여대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서류평가를 진행하고 별도의 포트폴리오는 받지 않는다. 심층면접에서는 기초학업 수행능력, 전공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교과형 면접과 지원전공에 대한 목표의식, 공동체정신과 인성 등의 잠재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역량 면접을 함께 실시한다. 리더십인재, 에코인재, 자기추천인재 등 3가지 인재상을 설정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바롬 플러스형 인재전형은 서류 60%, 심층면접 40%를 반영한다. 학교생활우수자전형I 은 면접 없이 학생부 교과성적 70%와 서류평가 30%를 일괄합산해 선발하므로 학생부 교과성적이 강점인 학생이 지원하면 유리하다. 수능 이후에 원서를 접수하는 학교생활우수자전형Ⅱ는 서류 60%, 심층면접 30%를 반영하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어 수능시험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 [열린세상]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대학에서 여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요즘처럼 참담할 때가 없다. 국민의 대표로 높으나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공개 석상에서 서슴지 않고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하고, 문제가 되자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분’. 그런 ‘분’을 두둔하는 또 다른 높으신 ‘분’들. 나아가 이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여성 지도자라 자처하는 ‘분’들.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여름 방학을 시작할 때마다 제자들에게, 여름에 피서 가지 말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열심히 책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에 나가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고 늘 말한다. 그러면서 2학기 개강할 때 시커멓게 탄 모습으로 나타나면 피서 간 것으로 생각하고 엄청난 과제를 낼 테니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면 학생들은 눈빛을 반짝이면서 큰 소리로 ‘예’하고 답한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그렇게 1학기를 끝낸다. 그런데 이제 그런 엄포도 놓지 말아야 할 듯하다. 앞서 언급한 그런 높으신 ‘분’들이 한국 사회의 지도자로 있는 한, 제자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나간다 한들 욕먹는 여성밖에 더 되겠는가. 박완서의 소설 ‘친절한 복희씨’에는, 반신불수가 된 상태에서도 자신의 성욕을 채우려고 할머니를 무던히도 괴롭히는 추악한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평생 고통스럽게 살아온 할머니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버팀목으로 늘 비상약을 품고 있다. 남성의 폭력에 전면적으로 노출된 여성이 비상약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이 소설에서나 일어나면 좋으련만, 이번 일을 보면서 현실에서도 그런 상황이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여성에게 욕을 하고, 또 그런 행위를 두둔하는 이들의 행동의 이면에는 남성중심주의에 침윤된 무의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지난 시절만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 중심의 사회를 번영시키는 데 필요한 도구처럼 여겨져 왔다. 여성 직원에게 커피를 타게 하는 일, 회식 자리에서 술 시중을 들게 하는 일 등과 같이 여성을 폄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것도 다 남성 중심의 사고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21세기 선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남성의 도구로 보는 시선은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여성은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지금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성 차별은 더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 모두 고귀한 인간 존재로 존중받으면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열린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그런 인식 덕분에 오늘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이 분위기를 역행하는 것일까. 혹시나 이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올바른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오정희의 소설 ‘옛우물’을 보면,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자 탄생의 신비로움과 부활의 풍요로움을 지닌 위대한 존재로 규정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모두 어머니 뱃속에서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가 아닌가. 폭염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이번 여름, 졸업을 앞둔 제자 두 명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한 명은 교사가 되려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시험 준비를 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12월의 신춘문예를 위해 집에서 밤 새워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두 학생 모두 자신이 꿈꾸는 바를 이루고자 청춘의 끓는 피를 공부와 습작에 쏟아붓는 것이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뿌린 만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사회야말로 21세기 한국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 여성을 폄하하는 말이 횡행하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진정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듯해 심히 개탄스럽다.
  • “이젠 나도 건강을 조리하는 노신사”

    “이젠 나도 건강을 조리하는 노신사”

    “된장찌개를 끓일 때 짠 맛을 줄이려면 된장을 적게 넣으면 됩니다.”(교수), “그러면 맛이 없습니다.”(노인), “대신 채소 등을 더 넣으면 됩니다.”(교수) 18일 연세대 생활과학대학 삼성관 6층 조리실습실에서는 하얀 조리복에 조리모를 쓴 70대 노인 17명이 유창희 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수업을 경청했다. 노인들은 메모지 대신 집에서 가져온 전단지 뒤에다가 볼펜으로 수업 내용을 열심히 적었다. 궁금한 건 계속 질문했다. 수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마련한 ‘시니어 웰빙클럽’ 교육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웰빙클럽은 ‘건강을 조리하는 노신사가 되어 보세요.’라는 제목 아래 남성 노인들이 건강조리법 및 식품위생, 영양 등을 배우는 과정이다. 최윤주 식약청 연구관은 “식약청 연구조사 결과 여성 노인의 식품위생 지식에 대한 평균은 10점 만점에 6.19점이었지만 남성 노인은 평균 5.72점에 불과했다.”면서 “특히 독거노인 가구는 100만 가구가 넘었고, 남성 독거 노인이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남성 노인을 위한 식품위생과 조리법 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청 조사결과 만 65세 이상 노인은 단백질, 인, 나트륨, 철 등을 제외한 모든 영양소의 섭취 수준이 낮지만, 특히 나트륨 섭취는 매우 많아 영양 불균형이 심각했다. 유 교수는 “과일은 하루 2회, 채소는 하루 7회 이상, 물은 8컵 이상 먹는 게 좋다.”고 되풀이해 말했다. 강의에 이어 연어데리야키 구이와 콩나물국을 만드는 실습이 이어졌다. 연어를 굽느라 정신없었던 이익범(76)씨는 “혼자된 지 15년이 넘어 사실 웬만한 요리는 할 줄 알지만, 신식 요리는 달라서 요리를 배우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침은 우유로 때우고 점심은 복지관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해 놓은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게 보통이었다.”면서 “수업을 듣고서는 지난주에 배운 토마토 달걀볶음을 해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며 웃었다. 신철욱(71)씨는 “요리수업은 처음”이라면서 “지난 월요일에는 막내딸과 사위가 집에 왔었는데 토마토 달걀볶음을 해서 줬더니 딸도 맛이 있다고 했다.”며 자랑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지방재정 위기와 극복] 수당삭감·자산매각·공약 재검토… 지자체, 체질개선 나섰다

    [지방재정 위기와 극복] 수당삭감·자산매각·공약 재검토… 지자체, 체질개선 나섰다

    지난달 29일 인천시와 시민들은 크게 한숨을 돌렸다. 정부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시가 재정위기단체에서 제외돼 일단 발등의 불은 껐기 때문이다. 2조 7000억원의 빚을 지고 올 초 공무원들의 복리후생비조차 제때 주지 못했던 시로서는 회생의 숨을 골라 볼 시간을 벌었다. 이날 태백시를 비롯해 대구시, 부산시도 가슴을 쓸어내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태백시는 지방공사 부채(태백관광개발공사 834.5%)가 순자산의 6배를 넘어 ‘심각’으로, 부산(32.1%)·대구(35.8%)·인천(37.7%)은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가 넘어 ‘주의’ 후보로 분류됐다. 재정위기 지자체가 한 곳도 선정되지 않자 사전경고체계를 도입해 지방재정위기를 엄중 관리하겠다던 정부가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이 뒤따르긴 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들로서는 체질개선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극적으로 얻은 셈이다. 벼랑끝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자체들이 몸부림치고 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지면서 곳곳에서 특단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경전철 사업에 1조원을 넘게 퍼붓다 결국 재정이 바닥난 경기도 용인시는 지난 4월 결국 ‘제살깎기’를 생존카드로 택했다. 5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의 올해 기본급 인상분 3.8%를 반납하고 5급 이하 공무원도 초과근무수당 25%와 연가보상비 50%를 각각 줄였다. 올해 지방채 4420억원에 대한 추가발행을 승인받기 위해 행정안전부의 요구에 따라 마련한 궁여지책이었다. 시장 공약사업 11건도 추진계획을 손봐 2600억원을 삭감했다. 경기도는 3800억원을 들여야 하는 신청사 건립을 보류했다. 광교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세입은 줄었는데 올해 복지예산이 지난해보다 4600억원이나 더 늘자 긴축재정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인천시는 시장과 공무원들의 수당을 삭감하는 것에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출자출연기관의 예산을 깎고 사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1279억원을 감축한다. 2014년으로 잡혔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기간을 2016년으로 연장해 4000억원을 추가 감축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송도6·8공구 등 1조 3500억원 규모의 재산매각을 조기 추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아시안게임 이외의 지방채 발행도 자제한다. ●인천, 수당깎고 사업구조조정 통해 1279억 감축 대규모 지역사업 등으로 빚더미에 허우적대는 부산시도 ‘지방채 목표관리제’를 도입해 곳간 단속에 나섰다. 이 시스템을 가동해 지난해와 올해 모두 820억여원의 감축효과를 얻었다. 해마다 순세계잉여금의 50% 이상을 채무상환용으로 의무적립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전시성 행사로 재정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도 자구책이다. 추진 중인 행사나 축제성 경비를 일괄 5%씩 줄인다. 대구시는 벌여 놓은 사업을 최대한 서둘러 마무리하는 것으로 곳간의 구멍을 더 키우지 않겠다는 각오다. 첨단복합단지 등 대표사업을 매듭지어 지방채 발행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단기목표. 모든 주요사업들에 대한 사전검토제를 실시하고,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투자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방책으로 앞으로 5년간 3600억원의 채무를 줄인다는 계획표를 만들었다. 파산위기에 내몰려 뒤늦게 전방위 삭감을 선언하는 이들 지자체와 달리 미리미리 야무지게 재정단속을 하는 곳도 있다. 아이디어 행정으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대구 남구청. 재정자립도는 하위권(15.9%)이지만 부채는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전시성 사업에 헛돈을 쓰지 않은 데다 ‘앞산 맛둘레길’ ‘문화예술거리 생각대로’ 등 독창적인 발상이 돋보여 10여건의 사업에 220억원의 국비를 따낸 사례다. 지자체 재정 정상화를 위해서는 자구노력과 함께 제도적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사실명제를 도입하고 지자체장의 공약 메우기용 사업에는 이후 피해를 보상하게 하는 강력한 장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컨대 지자체가 500억원짜리 청사를 지으면서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만 거쳐도 제대로 된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보체계 시행 후 채무율 25% 이상 올해 3곳뿐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제동장치들이 얼마나 실효를 얻을지도 지자체 재정건전화의 관건이다.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을 막기 위해 행안부는 한도를 초과한 지방채 발행 승인을 요청하는 지자체에 강력한 자구노력을 담은 채무관리계획을 내놓게 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도입한 지난해 9월 이후 지자체들이 채무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확산된 분위기”라면서 “지자체가 스스로 긴축예산,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재정정상화를 꾀한 덕분에 예산대비 채무비율 25%를 넘는 곳이 지난해 6월 9개였던 것이 올해는 3개로 줄었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두자녀 이상 합격도 14건… 무더기 취소될 듯

    두자녀 이상 합격도 14건… 무더기 취소될 듯

    검찰의 ‘재외국민 특별전형 대학입시 비리’ 수사 결과 조사 대상에 오른 대학 40곳 가운데 5개교를 제외한 35곳에서 부정 입학 사례가 확인됐다. 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해 건국대·단국대·숭실대·아주대·중앙대·한국외국어대·한양대·홍익대 등 이름난 대학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부정 입학한 35개교 77명과 관련, 해당 대학들은 “검찰의 통보 내용을 검토해 결정하겠지만 전형요강에 서류를 위조할 경우 입학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힘에 따라 무더기 입학 취소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이와 관련, “대학들이 입학 취소 등 상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해외에서 근무하는 국내 기업 및 주재원 등의 자녀에게 대입에서 특별한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대학별로 입학정원의 2% 이내(의과대학 5%)에서 정원외로 모집한다. 부정입학시킨 극성 부모 61명은 중국에서 유학한 자녀의 국내 대학 입학을 돕기 위해 재직증명서를 위조·조작하거나 돈을 주고 상사주재원 체류 기간을 늘리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부모 14명은 두 자녀 이상을 대학에 합격시켰다. 조사 결과 성적이 눈에 띄게 낮거나 중·고교 과정을 모두 이수하지 않아 중국 학교의 졸업장이나 성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학생과 부모들은 입시전문 브로커 전모씨를 찾았다. ‘미다스 손’으로 통하는 브로커 전씨는 학부모의 요구대로 컴퓨터로 허위증명서를 만들어 영사관 공증까지 받아 건넸다. 성적 조작으로 중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학생이 우등생으로 둔갑했다. 해외 상사주재원으로 근무한 적이 없는 부동산중개사인 김모(50)씨는 중국에 있는 화장품 회사에서 이사로 재직 중인 친구에게 재직증명서를 발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재외국민 특별전형 경쟁률의 경우, 서울의 유명 대학들은 수십대1을 기록할 만큼 치열하지만 나머지 대학들은 지원 자체가 적어 전체 평균은 1대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때문에 서류심사만 통과하면 합격이 보장되는 대학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김씨의 세 자녀는 허위 서류 덕분에 부모와 함께 중·고교 과정을 3년 이상 외국에서 이수해야 하는 ‘상사주재원 특별전형’에 지원해 큰딸은 2007년 건국대, 작은딸은 2009년 서울여대, 막내아들은 지난해 경기대에 합격했다. 전모씨는 2004년 7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중국 의류업체에 근무했지만 특별전형 자격 요건인 2년에 미치지 못하자 2009년쯤 회사로부터 받은 재직증명서에 기재된 근무기간의 ‘6’자를 ‘8’로 덧씌워 인쇄했다. 전씨는 2009년 큰아들을 한양대에 입학시킨 뒤 지난해 작은 아들을 전북대에 합격시켰다. 특례입학으로 고려대에 부정입학해 학력 위조 관련 비용을 일체 면제받고, 학원 홍보에 나선 사례도 있었다. 중국 칭다오에서 봉제관련 사업을 하는 이모씨는 아들의 초·중·고교 과정을 11년 동안 중국에서 모두 이수시켰다. 그러나 국내 대학들이 입학정원과 관계없이 대학 자율로 모집하는 ‘12년 특례입학제도’에는 1년 모자란다는 사실을 알고 브로커 전씨를 통해 허위 졸업·성적증명서를 받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지난해 고려대에 아들을 합격시켰고 브로커들은 성적이 우수한 이씨의 아들을 학원 홍보에 이용하는 조건으로수업료 200여만원을 받지 않았다. 최재헌·홍인기·이영준기자 go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시와 함께하는 내 마음의 휴가/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시와 함께하는 내 마음의 휴가/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지난주, 강원도 횡성에서 열린 제34회 해변시인학교에 참석했다. 이번 시인학교에도 많은 시인과 독자가 참석해서, ‘시와 인간의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주제 하에 시를 창작하고 또 시와 삶에 대해 토론하고 정담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긴 가뭄 끝에 때마침 찾아온 반가운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와 사람과 숲과 계곡이 하나로 어우러진 장면은 해변시인학교 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일 것이다. 해변시인학교는 1979년부터 월간 시지 ‘심상’ 주최로 박목월 시인이 중심이 되어 시작되었다. 나는 1991년 강릉 경포초등학교에서 열린 제13회 해변시인학교부터 운영위원으로 참석하기 시작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스승 박동규 선생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참석한 이후,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을 해변시인학교와 함께해 온 셈이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숙식을 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참석한 모든 이들이 시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공유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해변시인학교는 시인, 독자를 합쳐 300~4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였다. 이런 인원이 3박 4일 동안 모여 시와 인생에 대해 논의를 하는 일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다. 일정의 마지막 날에는 어김없이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 빗속에서 벌어지는 캠프파이어 때 모두가 하나가 되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시를 읊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헤어지는 날, 아쉬움에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던 독자들을 뵈면서, 행사 담당자로서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왜 나는 긴 시간을 해변시인학교와 함께했는지를 반문해 본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만난 분들 모두에게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함이 너무 좋았다. 그분들은 결코 아파트 투기나 명품 등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시를 쓸 수 있는지, 또 시가 우리네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물질만능주의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시를 통해 정신의 고결함을 지향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어디 가서 만날 수 있겠는가. 1990년대만 하더라도 여러 단체에서 여름시인학교를 개최했건만,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심상’ 주최 해변시인학교만 남아 있다. 재정 문제나 장소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시를 외면하는 시대 풍조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추구하는 장르이다. 그러기에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이 시대를 정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순수한 영혼과 같은 것, 그것이 시이다. 설악산 백담사에 가면, 여러 시인의 시비가 계곡 앞에 세워져 있다. 그중 작고한 이성선 시인의 시비에 실린 시가 생각난다. ‘나 죽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 물 속에는/ 산 그림자가 여전히 혼자 뜰 것이다.’ 이 시에서 나는 유한한 인간과 무한한 자연, 물욕에 사로잡힌 추악한 사람과 그것을 비운 순수한 사람, 대자연의 위대한 섭리 앞에서 한없이 고개를 숙인 착한 사람의 모습을 읽는다. 박목월 시인이 왜 해변시인학교를 열었는지 추측해 본다. 시인의 시 ‘나그네’에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시구가 있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아무런 물욕 없이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가. 아마도 목월 시인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세계를 꿈꾸면서 그 세계로 독자를 이끌기 위해 해변시인학교를 시작한 것은 아닐까. 이번 여름, 휴가를 떠나면서 시와 자연과 함께하는 그런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편안한 잠자리, 풍족한 먹거리, 즐거운 놀이로 지친 몸을 쉬게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마음의 휴식이다. 이번 휴가에서는 스스로의 마음속에 ‘해변시인학교’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별이 쏟아지는 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시를 읽고 인간다운 삶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러면 여행의 의미가 한층 배가되지 않겠는가.
  • 백석문학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다

    백석문학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다

    “정거장에서 60리/60리 벌길은 멀기도 했다.//가을 바다는 파랗기도 하다!/ 이 파란 바다에서 올라온다-/민어, 농어, 병어, 덕재, 시왜, 칼치…가// 이 길외진 개포에서/나는 늙은 사공 하나를 만났다./이제는 지나간 세월//앞바다에 기여든 원쑤를 치러/어든 밤 거친 바다로/배를 저어 갔다는 늙은 전사를.!//멀리 붉은 노을 속에/두부모춰럼 떠 있는 그 신도라는 섬으로 가고 싶었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시인 백석(그림·1912~1995?)이 1957년 9월 19일 북한의 문학전문 주간지 ‘문학신문에 발표한 시 ‘등고지’다. 이번에 새로 발굴된 이 시는 ‘앞바다에 기여든 원쑤를 치러’의 이념성이 강한 대목만 빼면 백석 시의 특징인 한국적 서정성과 정취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석이 북한에 머물면서 1950~60년대에 쓴 시 3편과 ‘문학신문 편집국 앞’ 등 산문 4편, ‘고요한 돈 1·2’ 등 번역소설 2편 등이 새로 발굴됐다. 이번에 발굴된 백석의 시와 산문, 번역소설은 1948년 분단 직전으로 한정됐던 백석 문학의 지평을 넓혀 주고, 북한에서의 문학 활동의 단초를 밝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에 발굴된 자료는 중국 베이징국가도서관, 옌볜도서관, 북한의 조선국립중앙도서관, 레닌도서관, 통일부 산하 북한자료실, 일본 도쿄에 있는 여러 도서관 등에서 꼼꼼히 찾은 것이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백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펴낸 ‘백석문학전집 1·2’(서정문학 펴냄)에 발굴 자료를 모두 담았다. 최 교수는 “백석 문학의 전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작품을 하나하나 원본과 대조해 정본화하는 작업까지 거쳤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에 나온 백석전집이 2012년 6월 20일 현재까지 유일한 정본”이라고 선언한 뒤 “출간기록은 있지만 발굴되지 않은 ‘테스’, ‘고요한 돈 3’, 행방이 묘연한 1960년대 시집 등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주 영남대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시는 ‘등고지’ 외에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조국의 바다여’ 등으로 분단 이후에도 이념적 색채가 없이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백석의 색깔을 유지한 부문들이 확연하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1962년 4월 10일 발표한 ‘조국의 바다여’가 흥미로운데 당성이 강한 ‘붉은 작가’로 단련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부정적으로 써놓았다.”고 말했다. 백석답지 않게 이런 식이다. “…바다여 잠잠하지 말라, 잠자지 말라/세기의 죄악의 마귀인 미제,/간악과 잔인의 상징인 일제/박정희 군사 파쑈 불한당들을/그 거센 물결로 천 리 밖, 만 리 밖에 차던지라” 그러나 백석의 이런 노력에도, 그는 평양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백석은 1958년 당성이 약한 인민들을 지방 생산현장으로 보내는 ‘붉은 편지’를 받고,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로 내려가 양치기로 살면서 생애를 마쳤다. 이번에 발굴된 ‘문학신문 편집국 앞’(1959년 1월 18일)과 ‘관평의 양’(1959년 1월 14일), ‘가츠리섬을 그리워하실 형에게’(1961년 5월 21일), ‘체코슬로바키야 산문 문학 소묘’(1957년 3월 28일) 등에서는 백석이 ‘붉은 편지’를 받고 관평리로 내려가는 과정과 그곳의 삶이 드러난다. 특히 ‘문학신문 편집국 앞’에서 백석은 “이 속에서 어찌 제가 당이 기대하는 붉은 작가로 단련되지 않겠습니까. 맡겨진 일에 힘과 마음 다하여 훌륭한 조합원이 되여 앞으로 좋은 글을 쓸 것을 다시 한 번 맹세합니다. 1월 10일 삼수 관평에서”라고 쓰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숄로호프의 장편소설을 번역한 ‘고요한 돈 1·2’(1949~1950)도 흥밋거리다. 러시아의 혁명 전후를 다룬 이 번역소설은 한국전쟁 때 북한군의 배낭에서 발견되곤 했단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작품해설에서 “세계문학의 반열에 들어 있는 작품을 매개로 한국어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있다.”면서 “번역문학이지만 토속어·토착어의 보고이자 아름다운 시적 창조물들을 감각적으로 생동감 있게 자아냈다.”고 분석했다. 백석이 1957년 1월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간행해 아동문학가로 활동한 이유도 관심사다. 김 교수는 “원래 백석은 외국문학분과위에 있다가 아동문학분과위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간다. 자유롭지 못한 북한 상황 탓에 아동문학을 했을 것으로 추정해 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고 말했다. 1956년 북한 공산당은 소설가 등 작가들에게 ‘장르를 불문하고 아동문학에 투신하라.’고 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번 발굴로 백석 문학의 총체성에 한걸음 다가갔다.”면서 “본래 백석문학이 어느 지점에서 균열했는지를 연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최 교수 등이 속한 한국비평문학회는 오는 30일 서울여대에서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도 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계명대 신일희 총장 재선출

    신일희(73) 계명대 총장이 제10대 총장에 재선출됐다. 학교법인 계명대는 지난 15일 제280회 이사회를 열고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신 총장과 이인선 경상북도 정무부지사, 박승호 서울여대 교수(현 법인이사) 등 3명에 대한 정견발표와 투표를 거쳐 만장일치로 신 총장을 차기총장으로 선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임기는 다음 달 6일부터 2016년 7월 5일까지 4년간이다. 신 총장은 지난 4년간 계명대 숙원사업이었던 약학대학 유치를 비롯, 대형 국책사업에 연속 선정되는 등 학교 발전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 태반 줄기세포로 제1형 당뇨병 치료 길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제시됐다. 안철우 연세대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김해권 서울여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인체 태반에서 뽑아낸 중간엽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인슐린 분비세포로 분화시킨 뒤 제1형 당뇨병을 유발한 쥐에 이식한 결과 사람의 췌장에서 분비된 것과 동일한 인슐린이 분비돼 고혈당 증세를 정상화시켰다고 최근 밝혔다. 제1형 당뇨병은 태생적으로 췌장이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태반에서 추출한 인슐린 분비세포가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양막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 시험관 배양을 통해 인슐린 분비세포로 분화시켰다. 이 인슐린 분비세포에서는 사람 췌장의 베타세포에만 반응하는 디티존(베타세포에 특이성을 띠는 염색물질)이 염색됐으며, 포도당 농도에 따라 인슐린과 C-펩타이드가 분비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분화한 인슐린 분비세포에서 췌장세포와 관련된 INS 등 14개 유전자가 발현된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확보한 인슐린 분비세포를 제1형 당뇨병을 유발한 40마리의 쥐에게 주입하고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대조군(식염수만 주입한 12마리와 분화되지 않은 세포를 콩팥에 이식한 12마리) 24마리는 45일 이내에 모두 죽었으나 인슐린 분비세포를 콩팥에 이식한 실험군 16마리 중 9마리는 체중과 혈당치가 정상치까지 회복된 상태로 210일간이나 생존했다. 특히, 인슐린 분비세포를 이식한 쥐의 혈액에서는 2개월 뒤부터 사람의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측정됐으며, 쥐의 인슐린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팀은 이어 실험군 쥐의 콩팥을 제거해 이식한 인슐린 분비세포 기능을 없앤 결과, 정상수치였던 혈당이 다시 고혈당 상태로 변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철우 교수는 “태반에서 추출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인슐린 분비세포로 분화시켜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 중요하다.” 면서 “이 기술을 산학협력 방식으로 녹십자에 이전해 올해 1·2상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등 대규모 임상연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Cell Transplant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아버지와 함께 하는 축제는 어떨까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아버지와 함께 하는 축제는 어떨까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5월의 끝자락인 지난주 내가 있는 대학에서도 축제가 열렸다. 축제 마지막 날 우리 국문과 학생들이 주점을 열었다기에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잠깐 들렀다. 싱그러운 봄밤, 인기 가수의 공연이 열렸고, 빠른 리듬에 맞춘 학생들의 춤과 환호성에 교정이 들썩였다. 초대받은 듯한 남학생들도 흥겹게 어울려 신명나는 판이 벌어졌다. 1980년대 초반 최루탄으로 얼룩진 대학 축제가 떠올랐다. 탈춤 공연이 끝나면 모두 어깨동무를 하고 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데모를 했다. 매운 최루탄 때문에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시대에 대한 울분을 토하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젊은 대학생, 그것이 지금의 아버지 세대가 겪은 축제의 모습이다. 최루탄 때문에 벌레 한 마리조차 살지 못하게 된 삭막한 교정, 엉망인 축제, 그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 전의 일이라니. 학생들과 면담을 해보면 아버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학생들의 사고와 생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주장만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리고 일찍 명예퇴직을 하여 경제적 부양 능력을 상실한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도 또 다른 원인의 하나였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학생 개개인의 가정환경과 관련된 측면보다 아버지 세대를 바라보는 사회적 풍토가 더 큰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가난한 분단국가에서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정치, 사회, 문화 등 제반 측면에서 일어난 급속한 변화의 틈새를 메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아버지 세대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자. 젊은 시절, 시대의 어둠에 절망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데모를 했다고,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 결혼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고, 그리고 컴퓨터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컴맹이라는 놀림을 받지 않기 위해 컴퓨터와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해 보자. 나아가 명예퇴직을 해서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서 두렵다고 말해 보자. 젊은 세대는 아마도 그런 경험을 무관심하게 들을 것이다. 그것이 젊은 세대의 잘못일까. 그렇지 않다. 아버지 세대 역시 젊은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유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 공유의 광장을 한 가족 안에서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광장을 사회 풍습에서 마련하는 것이다. 세대 간의 벽을 넘어 가치관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그것을 발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사회적 광장이 부재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아버지 세대를 고개 숙이게 하고 있다. 어느 시대든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거리감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공유의 광장을 마련하기 위해 무던 애를 써왔다. 그런데 지금 그런 노력을 하기는커녕, 아버지 세대는 보수고 젊은 세대는 진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퍼뜨리고 그런 담론을 확대재생산하는 축들이 있다. 그들의 논리가 만연하는 한 단절된 각 세대만의 밀실만 있고, 그 밀실의 충돌만 있을 뿐이다. 이청준의 소설 ‘축제’를 보면,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고 키가 작아지는 것은 뒷사람들의 삶과 지혜로 그것이 전해지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곧 자식과 후손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어머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아버지 세대가 젊었을 때에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고귀한 사랑을 깨우쳐 주는 사회적 광장이 있었다.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되고 말아라”는 정인보의 시조 ‘자모사’를 아버지 세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내년 축제 때 학생들이 아버지와 함께하는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청준의 다른 소설 ‘흰옷’에서,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가 서로 어우러져 한바탕 굿판을 벌이면서 세대 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서로 화해를 도모한다. 그런 축제의 광장이 대학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럴 때, 고개 숙인 아버지도 얼마간 고개를 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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