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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임 묻기 어려운 문콕 사고·분쟁 급증…“중대형차 ·외제차 늘고, 주차공간 협소”

    책임 묻기 어려운 문콕 사고·분쟁 급증…“중대형차 ·외제차 늘고, 주차공간 협소”

    부산 해운대구의 한 상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놨던 최영호(가명)씨는 옆 차량 주인 A씨와 시비가 붙었다. A씨가 문을 확 열며 ‘문콕’(차량 문 열 때 주변 차량에 문을 부딪쳐 파손을 입히는 행위)사고가 났는데 A씨는 “원래 파손된 부위 아니냐”며 인정하지 않았다. 최씨는 문콕으로 인한 차량 수리비와 대차 비용, 위자료 등으로 150만원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최근 “문콕과 찍힘 정도의 인과관계 증명이 어렵다”는 이유로 A씨 손을 들어줬다. 도심 속 주차 공간이 비좁고 부족한 탓에 문콕 사고로 인한 갈등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중·대형차나 수리비가 비싼 외제 차를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 사고로 인한 보험접수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서울신문이 확보한 한 대형 손해보험사의 문콕 사고 보험 접수는 2019년 4782건에서 지난해 1만 5200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1~4월까지 접수된 건수만도 5549건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문콕 증가는 다른 보험사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문콕 사고가 늘어난 건 중·대형차와 외제 차 인기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분석이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1년간 국산·수입 신차 구매 상위권에 오른 차종 20개 중 18종이 중·대형 차량이었다. 국토교통부 기준 수입 승용차 등록 대수 역시 2019년 179만 1830대에서 지난해 226만 7595대로 27% 뛰었다. 최충만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외제 차 등 고가 차량에 문콕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액이 큰 만큼, 합의를 요청하거나 손실보상 관련한 보험 처리를 하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앨엔앨)도 “자동차 대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주차 공간이 부족해 접촉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턱없이 부족한 주차 면적도 문콕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차 문을 열다 나는 사고가 늘자 2019년 주차장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확장형 주차구획을 너비 2.6m, 길이 5.2m까지 넓혔지만 같은 해 3월 이후 신축된 주차장에만 이 기준이 적용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문콕이 잦은 아파트나 마트 주차장 등은 폭이 굉장히 좁고 확장형 주차구획도 중·대형차가 주차하기에 여전히 여유 있는 크기는 아니다”고 짚었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 주·정차 상황에서 발생한 문콕 사고는 피해보상을 받기도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법상 재물손괴 및 물피도주(상대 차량에 피해 끼치고 조치 없이 현장 이탈) 혐의로 형사처벌이 되려면 ‘운행 중’이고 상대방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민사 손해배상을 건다고 해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포기하고 자비로 수리받는 이들이 적잖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콕을 운전의 과정으로 보지 않는 법체계를 개정해 승·하차 시 운전자의 책임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일 변호사는 “주차할 때 사고가 발생하면 범칙금을 부과하듯 승하차 과정에서 발생한 문콕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본적으로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운전자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 교수는 “기존 주차 공간에서도 전방·후방 주차를 서로 교차하면 운전자가 내리는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 안전교육부장은 “노후화된 주차 공간에서 개별 주차 면적을 넓히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운전자들도 문을 열 때마다 상대 차량을 더 살피는 신중함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황선홍 전 감독 ‘애제자’ 대거 제외, 새 얼굴 7명 발탁…김도훈호, 예상외 파격 명단

    황선홍 전 감독 ‘애제자’ 대거 제외, 새 얼굴 7명 발탁…김도훈호, 예상외 파격 명단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김도훈 임시감독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규성(미트윌란) 등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새 얼굴을 대거 발탁하며 파격적으로 명단을 꾸렸다. 지난 3월 포함됐던 황선홍 전 감독의 애제자들도 과감히 제외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김 감독은 27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5·6차전에 나설 대표팀 23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임시 지휘봉을 잡고 기자회견을 통해 선발 이유를 설명한 황 전 감독과는 달리 대한축구협회의 보도자료로 갈음했다. 정식 사령탑 선임이 늦어지면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중원에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인범(즈베즈다), 이재성(마인츠), 홍현석(헨트) 등 주축선수들이 그대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부상으로 빠졌던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엄원상(울산 HD)이 복귀했다. 여기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 스토크시티 이적 첫해 공식전 40경기 2골 6도움을 올린 배준호도 생애 처음 성인대표팀에 뽑혔다.수비형 미드필더에는 큰 변화가 이뤄졌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부터 황 전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박진섭(전북 현대), 백승호(버밍엄 시티), 정호연(광주FC)이 모두 빠졌고 1989년생 정우영(알칼리즈)이 1년 3개월 만에 돌아왔다. 소속팀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올려놓은 박용우도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후방에도 예상외 선수들이 승선했다. 23세 이하 대표팀 등에서 활약했던 황재원(대구FC)과 최준(FC서울)은 오른쪽 수비수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연령별 대표 경력조차 없는 박승욱(김천 상무), 하창래(나고야)도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들의 부족한 경험은 베테랑 김진수(전북), 이명재(울산), 권경원(수원FC), 조유민(샤르자)이 메운다. 대표팀의 기둥 김민재는 발목, 풀백 설영우(울산)는 어깨 부상으로 명단 제외됐다. 유럽 진출 첫해 덴마크 리그 우승을 차지한 조규성의 빈자리는 193㎝ 장신 공격수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이 채운다. K리그1 득점왕 주민규(울산)도 여전히 건재하다. 김 감독은 “김민재는 왼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서 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직접 알려왔고 조규성은 통증이 지속됐던 오른 무릎을 수술할 예정이다. 설영우도 재활 중이라 일찌감치 뺐다”고 설명했다.골문은 ‘빛’ 조현우를 중심으로 송범근(쇼난 벨마레)과 황인재(포항 스틸러스)가 지킨다. 정확한 긴 패스와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포항의 상승세를 이끄는 황인재도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영광을 누렸다. 김 감독은 “기존 선수들의 몸 상태를 고려해 대체자원이 필요했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은 새로운 동료들과 빠르게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량을 지니고 있다. 신구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전술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대길 KBSN 축구 해설위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소속팀에서 부진한 선수를 뽑지 않았다. 플랜B까지 염두에 둔 짜임새 있는 구성”이라며 “2026년 월드컵 본선을 위해 젊은 선수들도 기용해야 한다. 부상자가 많아서 실험 기회가 주어졌는데 새로운 자원이 대표팀에 녹아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국내 소집 없이 다음달 2일 인천공항을 통해 싱가포르로 출국한다. 현재 C조 1위(승점 10점)로 사실상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지만 3차 예선의 수월한 조 편성을 위해 6일 싱가포르 원정과 11일 중국과의 홈경기(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 “그림 제작 의뢰했더니 AI로…고소할 법이 없어요” 로펌에 들어온 AI 피해 현실화 [서초동로그]

    “그림 제작 의뢰했더니 AI로…고소할 법이 없어요” 로펌에 들어온 AI 피해 현실화 [서초동로그]

    올해 초 A씨는 집에 전시할 그림 2점을 한 주문제작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연결된 작가 B씨에게 의뢰했습니다. 의뢰 당시 A씨는 작가가 모든 그림을 직접 그려주는 것으로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전달받은 그림의 배경 한 편엔 피사체의 실선이 맞지 않는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콘텐츠의 특징이 엿보였다고 합니다. A씨는 이를 문제 삼았으나 B씨는 인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A씨는 “법적 문제 제기도 검토했으나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아 플랫폼에 중재 요청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27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미지·음악·영상 등 콘텐츠 제작을 의뢰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B씨처럼 생성형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에 피해를 입은 일부 소비자들은 법무법인에 법률 상담을 요청하고 있으나 실제 소송으로는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지세훈법률사무소의 지세훈 변호사는 “온라인 플랫폼상에서 이뤄지는 콘텐츠 거래는 소액인 경우가 많아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게 손해”라면서도 “향후 기업들의 콘텐츠 의뢰 과정서 유사 문제 발생 시 큰 금액의 소송으로 이어질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소송을 제기해도 현재로선 AI 활용 자체를 제재할 법규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AI 활용 여부를 사전에 고지했는지 등 계약서상 내용을 따져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서 지적하는 현 실정입니다. 대안으로는 AI 활용한 콘텐츠라는 것을 표시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때마침 이날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AI 활용 콘텐츠 표시 의무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 청원성립 요건인 5만명 동의를 달성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이상헌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성형 AI 콘텐츠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28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21대 국회는 사실상 종료돼 해당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 의원실 측은 “다음 국회서 AI 기본법 재정이 선행된 후에야 표시 의무화를 법으로 규정할지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AI 콘텐츠 표시가 유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어 논의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강승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표시 의무화는 사실상 ‘규제’로 AI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만 심을 수 있다”며 “콘텐츠 유형에 따라 제작자들의 AI 활용 정도, 이에 대한 소비자 공유 방안 등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FA 미아 위기, ‘보수 3억’ 발목 잡힌 한호빈…소노 “함께하기 어려워”

    FA 미아 위기, ‘보수 3억’ 발목 잡힌 한호빈…소노 “함께하기 어려워”

    한국프로농구 최고 가드로 거듭난 이정현과 함께 고양 소노의 앞선을 지켰던 한호빈이 지난 시즌 보수 3억원에 발목이 잡혀 자유계약선수(FA) 미아가 될 위기에 처했다. 둥지를 찾지 못한 FA 14명의 운명은 원소속팀과의 재협상에 달렸다. 한국농구연맹(KBL)의 2024 FA 일정 종료를 하루 앞둔 27일, 남은 절차는 계약 미체결 선수와 원소속구단의 재협상뿐이다. 보상선수 지명권을 행사하는 날이지만 요건에 해당하는 지난 시즌 보수 30위 이내 선수들이 모두 원소속팀에 잔류해서 선수 이동 없이 구단 간 보상금만 오고 간다. 김시래(서울 삼성→원주 DB)도 30위 안에 포함됐으나 만 35세 이상이라 보상 규정에서 제외된다. 현재 계약하지 못한 FA는 총 14명인데 그중 가장 많은 연봉 받았던 선수는 한호빈이다. 자율협상에서 뛸 구단을 찾지 못한 한호빈은 22~24일 영입의향서도 받지 못했다. 만약 복수의 팀으로부터 의향서를 받으면 선수에게 선택권이 주어지고 한 팀만 원할 시 해당 구단과 반드시 계약해야 한다. 한호빈을 포함한 14명은 어떠한 팀의 구애도 받지 못한 것이다. 한호빈은 지난 시즌 보수총액 3억원으로 리그 30위 안에 들기 때문에 타 구단 이적 시 보상 요건이 발동된다. 그를 데려가는 팀은 소노에 6억원(보수의 200%) 또는 1억 5000만원(보수의 50%)과 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9개 구단이 이 규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몸 상태도 걸림돌이 됐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한호빈은 2022~23시즌부터 각각 31경기, 43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4분 15초를 뛰며 7.21점 3.65도움을 올렸지만 3점슛 성공률이 29.29%, 야투 성공도 35.97%에 그쳤다. 2022~23시즌 29.73%, 38.06%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소노가 이미 이정현의 백업으로 홍경기와 연봉 6000만원에 계약했기 때문에 한호빈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소노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호빈에 대해 “홍경기 선수 영입으로 샐러리캡이 꽉 차서 구단과 함께 가기 어렵다”며 “사인 앤드 트레이드 등 보상금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보내줄 생각이다. 호빈이도 타 구단에서 아직 연락받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외 안양 정관장 김상규(보수 1억 5000만원), 대구 한국가스공사 조상열(1억 3000만원) 등이 주요 자원으로 꼽힌다. 미계약 14명은 협상 결과에 따라 은퇴 명단(박찬희, 김현호, 김강선, 양우섭)에 추가되는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
  • [부고]

    ●김태점씨 별세, 황복희(중소기업투데이 편집국장)·정혜(충북 삼보초교 수석교사)씨 모친상, 진경호(서울신문 논설실장)·안중불(안앤윤 대표)씨 장모상 = 25일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 발인 28일. (02)2002-8479 ●박우동씨 별세, 박준영·현영(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준구(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씨 부친상 = 26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 28일. (02)2258-5940
  • [특파원 칼럼] 복합적 북한 접근법

    [특파원 칼럼] 복합적 북한 접근법

    “제재도 필요하지만 복합적 북한 접근법을 더 강조하고 싶었어요.” 5월 22일자 서울신문 지면에 보도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인터뷰 기사를 본인에게 확인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지난 20일 김 교수와 도쿄에서 만나 두 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대북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3600자밖에 쓰지 못하는 지면의 한계가 안타까웠고, 때마침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회고록을 출간해 기사의 중심이 대북 제재의 필요성에 맞춰진 점이 아쉬웠다. 이런 상황에서 타이밍 좋게(?) 특파원 칼럼 순번이 돌아왔다. 우크라이나전쟁과 중동분쟁 등 격변의 국제 정세 속에 우리와 직접 연결된 ‘뜨거운 감자’임에도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한 대북 정책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김 교수는 대북 정책을 가리켜 ‘본능과 정치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집권자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싶겠지만 자신의 임기에 구애받지 않는 중장기적 시각으로 계획을 꾸려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종합적인 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과거 정부들을 보면 바이올린 하나로만 교향곡을 연주하려고 하는 듯한 정책을 구사했다고도 했다. ‘제재가 만능’이라는 의견은 아니었다. 제재는 북한을 협상장에 불러내고 비핵화를 이끌어 내려는 수단이다. 칵테일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의 비율을 정해 최적의 맛을 구현하듯 대북 제재도 모든 수단을 다 쓰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제재만 선별하고 집중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총체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이유가 권력을 유지하고 경제 실정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등 내부 사정과 관계가 있기에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건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하는 일본 외에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이 오는 11월 미 대선 결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미국의 대북 정책 향방을 알 수 없게 돼서다. 그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집권 1기’ 시절 매듭짓지 못한 북한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가질지 아니면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김정은을 적대시할지 전문가들조차 예측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면 상대적으로 전망은 쉬워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북한을 내버려 둔 4년을 계속 이어 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반도 급변 시 가장 큰 충격을 받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이다.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미국을 어떻게든 움직이게 만들 책임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다”고 했다. 북한을 복합적으로 바라보며 제재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미국을 움직이게 할 전략이 필요한 때다. 김진아 도쿄 특파원
  • [데스크 시각] 뭉크전과 K문화의 위상

    [데스크 시각] 뭉크전과 K문화의 위상

    “원래는 160점까지 모았어요. 한국에서 뭉크전을 하겠다니 전 세계 소장처들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언론사인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을 맞아 마련한 전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해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뭉크의 대표작 ‘절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우리가 잘 몰랐던 뭉크의 첫 노르웨이 밖 공개 작품 등 명작 140점을 관람하는 모습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전시 이름처럼 ‘절규를 넘어’ 뭉크를 더 알고 싶고 그의 예술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어서다. 서울신문이 뭉크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큐레이터 디터 부흐하르트 박사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을 비롯해 미국, 멕시코, 스위스 등 전 세계 23개 소장처에 흩어져 있던 뭉크 작품들을 정성껏 모았다. 160점까지 늘었다가 비슷한 작품을 정리하는 등 엄선해 최종 140점이 추려졌다. 126점의 방대한 개인 소장작에다 최초 공개(뭉크미술관 외)된 네 작품을 비롯해 ‘절규’ 채색판화 등 아시아에서 대부분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끈다. 개막식 전후로 여러 차례 만난 부흐하르트 박사는 “한국 문화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져 좋은 전시가 많이 열리고, 그런 평가 속에 유럽 밖 최대 규모의 뭉크전을 한국에서 열게 된 것”이라며 “K팝 전도사인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미술을 좋아하고 작품 소장도 많이 했다는데 이번 뭉크전을 꼭 보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놀라웠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그가 K문화를 잘 알고 특히 RM 등 한국 연예인들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한 것이다. ‘한류’의 본격화는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한동안 소강상태를 겪기도 했는데 2013년 보이그룹 BTS의 등장으로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히트를 치면서 K문화는 이제 어느 나라에서나 즐기는 삶의 한 부분이 됐다. K팝이 견인한 한류 2라운드는 한국어 배우기와 한식 즐기기 등으로 이어졌고, 한국 방문 외국인 여행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뭉크전 현장에서 만난 한 외신기자는 “이번 전시는 외국인 관광객들한테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렇지만 K문화의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등이 2019~22년 아카데미 시상식과 칸영화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 소식을 전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후보에서도 한국 작품을 찾아볼 수 없다. 미국 빌보드 등 세계 유수의 차트 정상에 계속 오르고 있는 ‘21세기 팝 아이콘’ BTS는 2020~22년 3년 연속 후보에 올랐던 그래미 시상식의 올해 후보에 포함되지 못했다. BTS의 그래미 수상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또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처음 수상한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에 올해 도전했던 황석영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는 최종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 아쉬움을 남겼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하이브 vs 민희진 사태’와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은 K문화의 앞날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특히 2022년 데뷔한 걸그룹 ‘뉴진스’를 둘러싼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간 공방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들 사태와 관련해 “사회적인 병리현상”이라며 “걱정도 되고 실망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K팝도 잘 가고 있지만 그 마음속에 욕심이 있는 것이다. 서로 내가 잘했다고 얘기하는 것이 (한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문체부는 밑바닥에서 열심히 하면서 바꿔 나가는 분들을 더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K문화가 그동안 쌓아 온 위상을 더 높이려면 개개인의 욕심보다 대의를 추구하고, 민관이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다. 김미경 문화체육부장
  • 전세 사기 속 찜찜한 부동산 거래… ‘공인중개사 행세’ 보조원들 여전

    전세 사기 속 찜찜한 부동산 거래… ‘공인중개사 행세’ 보조원들 여전

    최근 이사할 집을 알아 보던 직장인 최모(32)씨는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서울 은평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대표 공인중개사는 여성이었지만 전화를 받아 응대한 이는 남성이었다. 이사가 급했기에 찜찜한 마음을 뒤로한 채 며칠간 이 남성과 집을 둘러본 최씨가 계약서에 특약 등을 요구하자 본인을 공인중개사라고 소개했던 남성은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전세 사기 불안감에 최씨가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에서 조회했더니 이 남성은 공인중개사가 아니라 중개보조원이었다. 최씨는 2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계약서까지 보조원에게 맡긴 중개사무소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시간이 촉박한데도 다시 품을 팔아 집을 알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중개보조원은 집을 빌리려는 예비 임차인 등에게 자신의 신분을 반드시 알려야 하지만, 공인중개사 행세를 하는 중개보조원이 아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분 고지 의무를 모르는 임차인들이 많고 이런 점을 악용해 신분을 숨기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다. 이전에도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의 실제 업무까지 맡으면 공인중개사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었지만, 전세 사기 등 각종 부동산 범죄에 중개보조원이 가담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정부는 신분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현장 안내는 중개보조원이 할 수 있지만 매물 광고나 계약서 작성 등의 업무는 공인중개사만 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임차인이나 업계에서는 “상당수 중개사무소에서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업무까지 하고 고지도 하지 않는 등 법 위반이 당연시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제도가 자리잡지 못한 것은 법 개정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 신고가 저조한 데다 현장 단속으로 적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실제로 서울신문이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세종 제외)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7개월간 ‘중개보조원 신분 고지 의무’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전국에서 단 2건(광주 동구)뿐이었다. 지자체에 현장을 단속할 인력이 부족한 데다 중개보조원을 ‘실장’이나 ‘이사’ 등으로 소개한 명함을 수배하러 부동산을 찾으면 이미 증거를 없앤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녹취나 녹화 등이 없는 한 ‘중개보조원이라고 소개했는데 못 들은 것 같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오는 7월부터는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중개보조원이라는 사실을 알렸는지 확인하는 서류가 추가되지만 현장 우려는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인중개사협회를 통해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상당수인 만큼 제대로 된 안내와 홍보 없이는 서명만 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단독] 대학생 인턴십 악용한 로펌… ‘마약·성범죄 변론’ 홍보에 활용했다

    [단독] 대학생 인턴십 악용한 로펌… ‘마약·성범죄 변론’ 홍보에 활용했다

    일부 법무법인이 취업이 간절한 대학생들을 ‘서포터스’라는 이름으로 모은 뒤 폭행·성추행 등 범죄 혐의를 변론하는 내용의 글을 작성하게 하고 사실상 이를 자사 홍보용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사무 보조나 실무 지원처럼 현장 업무를 어깨 너머라도 배워 볼 수 있을까 기대하던 대학생들을 스펙 쌓기를 미끼로 끌어들인 후 ‘열정페이’ 인력으로 활용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법무법인은 수년 전부터 약 12주 단위로 대학생 서포터스를 기수별로 모집해 운용했다. 주로 해당 법무법인에서 변호했던 형사 사건 중 성공한 사례 등을 매주 홍보 형식으로 작성하는 게 서포터스 활동의 전부였다고 한다. 로스쿨 진학이나 관련 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상당수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법무법인이 서포터스 원고를 자사 홈페이지 블로그에 홍보글로 활용하며 논란이 일었다. 대학생 서포터스는 불특정 독자들을 미래의 의뢰인이라 가정하고 음주운전, 상해, 성범죄, 폭행, 마약 등 범죄와 관련한 최근 사례, 해결 방식 등을 담아 글을 작성했다. A법무법인은 광고글로 활용하고자 원고 분량, 문장체, 개인 신원 처리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까지 줬다. A법무법인은 지난해 8월 변협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서포터스에 저희가 주로 의뢰했던 부분은 광고를 목적으로 한 자료 조사 및 기고 의뢰”라고 인정했다. 이후 학생들이 받는 대가는 ‘수료증’이 전부였다. 100% 비대면이다 보니 대학생들이 현장을 체험해 보는 기회는 전무했다. 자신의 블로그 등에 해당 법무법인 이름을 언급한 후기 글도 작성해야 했다. 해당 서포터스에 참여했던 로스쿨 준비생 박모씨는 “소속 변호사들과 소통 기회조차 없고 원고 피드백 또한 맞춤법 체크 정도였다”면서 “그저 법무법인 홍보 수단으로만 쓰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서포터스 참여자도 “내용이 범죄자의 행위를 옹호하는 것이다 보니 ‘이게 맞나’라는 회의감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변협은 지난 1월 A법무법인을 내부 징계조사위원회에 회부했다. 변호사법,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변협회칙 등에 따르면 변호사는 품위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의 광고 등을 해선 안 되는데 A법무법인이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A법무법인은 변협 측에 “무분별하게 (대학생들 원고를) 남용해 사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근 A법무법인은 서포터스 활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에게 후기가 담긴 블로그 글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법무법인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변협에 소명할 수 있는 부분은 소명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대학생 서포터스를 운용하는 법무법인은 상당수다. 한 법무법인에선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에 잘 노출되도록 아예 원고 작성 시 ‘형사 전문 변호사’ 등의 특정 키워드를 9회 이상 기재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로펌들이 비용을 아끼면서 홍보를 하려고 대학생 인턴십을 악용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 전문가들 “구조개혁 빠져 불완전, 모수개혁이라도 하는 게 낫다”[뉴스 분석]

    전문가들 “구조개혁 빠져 불완전, 모수개혁이라도 하는 게 낫다”[뉴스 분석]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구조개혁안이 빠진 연금개혁안이 불완전한 것은 맞다. 그럼에도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안 논의가 뒤따른다는 가정을 전제로 우선 모수(母數)개혁안만이라도 21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는 게 연금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998년 9%로 오른 뒤 27년째 동결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게 그만큼 시급한 과제라는 의미다. 모수란 수학과 통계학에서 어떤 시스템이나 함수의 특정 성질을 나타내는 변수를 뜻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등 수치를 조정해 적립 기금 소진을 늦추는 논의가 모수개혁이다. 구조개혁은 보험료를 걷고 연금을 나눠주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 ‘직역(공무원·사학·군인 등)연금과 국민연금 관계 조정’ 등 다수 국민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탓에 모수개혁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지난한 고차방정식이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연금개혁은 ‘코끼리 옮기기’ 같은 것”이라며 “할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구조개혁까지 한 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면 연금개혁은 또 물건너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구조개혁은 사람마다 주장하는 바가 달라 공통 접점을 찾기 어렵다”면서 “현재 노인빈곤율이 40%나 되는 상황인 만큼 노후 안전망을 마련한 뒤에 구조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수개혁으로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정해 놔야 구조개혁도 논의할 수 있다”며 “모수개혁안은 3~4개 정도로 정해진 반면 구조개혁안은 최소 수백 가지다. 구조개혁을 (모수개혁과 동시에) 논의해 봤자 다시 되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합의된 모수개혁안 수준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조개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승룡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모수개혁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잘못된 모수개혁은 미래세대의 부담만 가중시키므로 구연금과 신연금의 이원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모수개혁이라도 하는 것이 현 상황보다는 낫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수개혁 때문에 구조개혁이 딜레이된다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에서 이미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공론화위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큰 틀에서 논의를 했다”며 “퇴직연금은 공적연금에 붙이기 어렵기 때문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기초연금은 세금이 투입돼야 하니 장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제대로 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 또한 “여야가 합의해 만들어진 공론화위에서 구조개혁을 포함한 6가지 의제를 모두 다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모수개혁안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보험료율을 26년 만에 인상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13%까지만 올린 상태에서 소득대체율을 44~45%로 해서는 미흡하다는 얘기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재정 추계 결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한 채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려도 재정 안정이 달성되지 않는다”면서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45%)을 받아도 2050년 미적립 부채가 3.5배나 늘어나 재정 안정성이 더 악화된다”고 강조했다. 미적립 부채란 국민연금공단이 수급자들에게 주기로 약속했지만 기금이 고갈돼 주지 못하는 금액을 말한다.
  • [단독] 야설?… 선 넘은 로펌 광고

    [단독] 야설?… 선 넘은 로펌 광고

    30대 박모씨는 지난해 9월 변호사 수임을 위해 온라인 검색을 하던 중 한 포털 사이트에서 ‘○○(지역 이름) 장애인 성범죄 만족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봤다. 호기심에 해당 글을 클릭하자 ‘성매매 만족했습니다’, ‘도촬죄 예약했어요’ 등과 같은 게시글들이 줄줄이 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성범죄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한 A법무법인의 변호사 홍보 글이었다. 심지어 한 게시글에는 성범죄 과정을 자세히 묘사한 후 말미에 “변호사 덕분에 승소했다”는 후기가 달려 있었다. 박씨는 “마치 성매매 후기 같은 제목을 달거나 ‘야설’(야한소설) 수준의 게시글을 게재해 클릭을 유도하고 있었다”면서 “이게 과연 로펌 광고라고 할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사 숫자가 3만 5000명을 넘기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선정적인 문구 등을 앞세운 변호사 광고가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을 앞세워 일단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보자는 식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 청소년들까지 무분별한 광고 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자칫 ‘범죄를 저지르고도 변호사만 잘 선임하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까지 심어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최근 A법무법인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변협 징계조사위원회(조사위)에 회부한 데 이어 조만간 징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특히 A법무법인의 경우 포털 사이트에 다수의 카페를 개설하고 ‘야설’을 연상케 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을 수백 개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가해자는 흥분하거나 성욕이 달아오를 때 여성을 강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물에 수면제를 넣어 먹이기로 했다”면서 성범죄 피해 상황을 자세히 묘사한 후 “피해자는 변호사 덕분에 승소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는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덧붙이는 식이다. 변협은 “변호사 품위에 어긋나는 현저히 저속한 광고들”이라며 중징계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은 해당 광고 글이 변호사의 품위유지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본다. 변협은 변호사법에 근거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정하고 있는데 변호사의 품위 또는 신용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금하고 있다. 변협 관계자는 “최근 도를 넘는 광고 글이 확 늘었는데 징계하려 하면 잠시 지웠다가 다시 반복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A법무법인 관계자는 “변협 징계가 안 나온 상황에서 이렇다 할 견해를 표명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A법무법인 외에도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을 통해서 “미성년자 성매매한 분만 보세요”, “미성년자와 조건만남하고도 처벌 피한 방법” 등을 내걸고 광고하는 로펌들이 적지 않다. 법무법인의 ‘선 넘는 광고’가 오히려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피해자에게 자칫 상처가 될 수 있는 성범죄 내용을 구체적으로 앞세우고, 자사 변호사는 ‘역시 다르다’, ‘실력 있다’라는 홍보 글을 붙이는 것은 성범죄를 저질러도 괜찮다거나 살인해도 무죄가 되게 해 준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면서 “범죄를 용인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결국 사회의 공공성을 해친다”고 꼬집었다. 김신규 목포대 법학과 교수는 “가치 판단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겐 해당 범죄를 일상적인 행위로 간주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등에서 마치 성범죄 전문 로펌인양 광고해 징계 대상이 된 법무법인도 있다. 변호사업무 광고 규정에 따르면 ‘특정 사건 전문’ 표시의 경우 전문 분야 등록을 한 변호사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법무법인 앞에는 ‘전문’이라는 표현을 아무나 쓸 수 없게 돼 있다. 변협은 B법무법인이 전문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소비자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다만 B법무법인은 “주취급 업무를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변호사 품위를 저해했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는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업계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처럼 자극적인 변호사 광고 경쟁이 난무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 서울신문이 법무부를 통해 전국 변호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등록 변호사 수는 2014년 12월 31일 기준 1만 8708명에서 지난 4월 30일 기준 3만 5232명으로 10여년 만에 1.9배가량 늘어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변호사 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은 ‘품위 유지 위반’ 정도로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부는 “광고 규정 관련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검토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전 교수는 “해외 로펌들은 피의자나 피해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법적 변호를 권유하기는 해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런 식의 광고는 하지 않는다”면서 “변호사 광고에 대한 좀더 엄격한 규정과 자정작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뭉크는 유화 테크닉 달인… ‘달빛 속 사이프러스’ 임파스토 인상적”

    “뭉크는 유화 테크닉 달인… ‘달빛 속 사이프러스’ 임파스토 인상적”

    “‘테크닉의 달인’이라고 느껴질 만큼 붓칠을 몇 번 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인물을 표현한 뭉크의 유화 작품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작업실에서 지난 24일 만난 미술품 보존·복원 전문가 김주삼(64) 미술품보존복원연구소(Art C&R) 소장은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뭉크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김 소장은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전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의 22일 개막에 앞서 15~18일 전 세계 23곳의 소장처에서 온 140점의 뭉크 작품을 가장 먼저 가까이서 살핀 인물이다. “국가유산급 미술품이 전시를 위해 이동할 때는 꼭 상태조사라는 걸 해요. 운반 도중에 미술품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살피는 거죠. 미술품 복원가라고 보존, 복원만 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어떤 상태인지 살피는 것도 역할 중 하나입니다. 마치 의사가 처방에 앞서 진료를 하는 것처럼요.” 지난 1일 미국 뉴욕 존 쇼크 갤러리의 뭉크 소장작이 처음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후 15일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에서 온 작품까지 무진동 차량을 통해 서초동 예술의전당 수장고로 조심스럽게 옮겨졌다. 보통 전시를 위해 미술품이 이동할 때 손상이나 도난을 대비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보험을 들어 놓는다. 이동 중 작품이 손상되는 경우 보험에 의한 보상을 받기 위해 혹은 책임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호송인(작품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과 현지 미술품 복원가 입회 아래 작품 포장을 풀고 보존 상태를 면밀하게 조사한다.그는 “‘크레이트’(미술작품 전용 포장 상자)를 열면 안에 보장재가 어마어마한데도 기압, 기온 변화 등으로 종종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며 “루페(확대경), 측광 라이트, 자외선·적외선 램프 등으로 균열은 물론 물감이 들떠 있는 부분, 과거 작품의 수리 여부 등을 확인해 모든 사항을 상태조사서에 기재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현장에서 소장자의 허락을 얻어 보존 처리 등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이 이번 뭉크전 140점을 살피는 데는 꼬박 나흘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특이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불타는 욕망, 얀(노르드스트란)’(1892)의 경우 적외선으로 보니 그림 뒤로 여인의 형상이 보였다”며 “‘펜티멘토’라고 하는 현상으로 원래 그림을 덮고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렸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 투명해지는 유화의 특성 때문에 밑의 그림이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한 개인 소장작이 액자에 고정되지 않은 채 온 것이다. 그는 “허술하게 고정돼 있는 부분을 개인 소장자 대리인, 담당 큐레이터 등의 동의하에 현장에서 수리했다”고 했다. 이번에 살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자 그는 상기된 목소리로 ‘달빛 속 사이프러스’(1892)를 꼽았다. “맨 앞 화분에 꽃 한 송이를 ‘임파스토’(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방식으로 물감을 떠서 주요한 부위를 강조하는 유화 기법)로 남긴 것이 인상적이었죠. 그 밖에 유화 작품 대부분이 좋았는데 뭉크의 초상화, 풍경화 등도 다시 보게 됐어요.” 김 소장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1987년 훌쩍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5년 만에 파리1대학에서 미술품 복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리움미술관에서 보존연구실장을 지냈으며 이후 Art C&R을 운영하며 국민대 문화재보존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서 ‘루브르박물관전’(2006~07, 2012~13), ‘오르세미술관전’(2007, 2011, 2016~17),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2021~22) 등 국내 굵직한 전시의 자문을 도맡았다. “보통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것들을 보는 게 저의 직업이지요. 또 작품 상태를 보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측도 하고요. (제 직업이)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지만 작품에 근접에서 작품을 보고 만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특혜’라고 생각해요. 제가 작품을 살피며 느꼈던 감동을 관람객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개막 4일 만인 26일 관람객 1만명을 돌파한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 전문가들 “국민연금, 모수개혁이라도 시작해야”[뉴스 분석]

    전문가들 “국민연금, 모수개혁이라도 시작해야”[뉴스 분석]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구조개혁안이 빠진 연금개혁안이 불완전한 것은 맞다. 그럼에도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안 논의가 뒤따른다는 가정을 전제로 우선 모수(母數)개혁안만이라도 21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는 게 연금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998년 9%로 오른 뒤 27년째 동결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게 그만큼 시급한 과제라는 의미다. 모수란 수학과 통계학에서 어떤 시스템이나 함수의 특정 성질을 나타내는 변수를 뜻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등 수치를 조정해 적립 기금 소진을 늦추는 논의가 모수개혁이다. 구조개혁은 보험료를 걷고 연금을 나눠주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 ‘직역(공무원·사학·군인 등)연금과 국민연금 관계 조정’ 등 다수 국민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탓에 모수개혁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지난한 고차방정식이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연금개혁은 ‘코끼리 옮기기’ 같은 것”이라며 “할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구조개혁까지 한 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면 연금개혁은 또 물건너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구조개혁은 사람마다 주장하는 바가 달라 공통 접점을 찾기 어렵다”면서 “현재 노인빈곤율이 40%나 되는 상황인 만큼 노후 안전망을 마련한 뒤에 구조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수개혁으로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정해 놔야 구조개혁도 논의할 수 있다”며 “모수개혁안은 3~4개 정도로 정해진 반면 구조개혁안은 최소 수백 가지다. 구조개혁을 (모수개혁과 동시에) 논의해 봤자 다시 되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합의된 모수개혁안 수준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조개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승룡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모수개혁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잘못된 모수개혁은 미래세대의 부담만 가중시키므로 구연금과 신연금의 이원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모수개혁이라도 하는 것이 현 상황보다는 낫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수개혁 때문에 구조개혁이 딜레이된다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에서 이미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공론화위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큰 틀에서 논의를 했다”며 “퇴직연금은 공적연금에 붙이기 어렵기 때문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기초연금은 세금이 투입돼야 하니 장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제대로 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 또한 “여야가 합의해 만들어진 공론화위에서 구조개혁을 포함한 6가지 의제를 모두 다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모수개혁안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보험료율을 26년 만에 인상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13%까지만 올린 상태에서 소득대체율을 44~45%로 해서는 미흡하다는 얘기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재정 추계 결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한 채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려도 재정 안정이 달성되지 않는다”면서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45%)을 받아도 2050년 미적립 부채가 3.5배나 늘어나 재정 안정성이 더 악화된다”고 강조했다. 미적립 부채란 국민연금공단이 수급자들에게 주기로 약속했지만 기금이 고갈돼 주지 못하는 금액을 말한다.
  • “국가유산급 작품 다루는 책임 크지만, 특혜라고 생각”…뭉크 작품 가장 먼저 가까이서 살핀 김주삼 소장

    “국가유산급 작품 다루는 책임 크지만, 특혜라고 생각”…뭉크 작품 가장 먼저 가까이서 살핀 김주삼 소장

    “‘테크닉의 달인’이라고 느껴질 만큼 붓칠을 몇 번 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인물을 표현한 뭉크의 유화 작품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작업실에서 지난 24일 만난 미술품 보존·복원 전문가 김주삼(64) 미술품보존복원연구소(Art C&R) 소장은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뭉크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김 소장은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전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의 22일 개막에 앞서 15~18일 전 세계 23곳의 소장처에서 온 140점의 뭉크 작품을 가장 먼저 가까이서 살핀 인물이다. “국가유산급 미술품이 전시를 위해 이동할 때는 꼭 상태조사라는 걸 해요. 운반 도중에 미술품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살피는 거죠. 미술품 복원가라고 보존, 복원만 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어떤 상태인지 살피는 것도 역할 중 하나입니다. 마치 의사가 처방에 앞서 진료를 하는 것처럼요.”지난 1일 미국 뉴욕 존 쇼크 갤러리의 뭉크 소장작이 처음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후 15일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에서 온 작품까지 무진동 차량을 통해 서초동 예술의전당 수장고로 조심스럽게 옮겨졌다. 보통 전시를 위해 미술품이 이동할 때 손상이나 도난을 대비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보험을 들어 놓는다. 이동 중 작품이 손상되는 경우 보험에 의한 보상을 받기 위해 혹은 책임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호송인(작품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과 현지 미술품 복원가 입회 아래 작품 포장을 풀고 보존 상태를 면밀하게 조사한다. 그는 “‘크레이트’(미술작품 전용 포장 상자)를 열면 안에 보장재가 어마어마한데도 기압, 기온 변화 등으로 종종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며 “루페(확대경), 측광 라이트, 자외선·적외선 램프 등으로 균열은 물론 물감이 들떠 있는 부분, 과거 작품의 수리 여부 등을 확인해 모든 사항을 상태조사서에 기재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현장에서 소장자의 허락을 얻어 보존 처리 등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김 소장이 이번 뭉크전 140점을 살피는 데는 꼬박 나흘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특이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불타는 욕망, 얀(노르드스트란)’(1892)의 경우 적외선으로 보니 그림 뒤로 여인의 형상이 보였다”며 “‘펜티멘토’라고 하는 현상으로 원래 그림을 덮고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렸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 투명해지는 유화의 특성 때문에 밑의 그림이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한 개인 소장작이 액자에 고정되지 않은 채 온 것이다. 그는 “허술하게 고정돼 있는 부분을 개인 소장자 대리인, 담당 큐레이터 등의 동의하에 현장에서 수리했다”고 했다.이번에 살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자 그는 상기된 목소리로 ‘달빛 속 사이프러스’(1892)를 꼽았다. “맨 앞 화분에 꽃 한 송이를 ‘임파스토’(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방식으로 물감을 떠서 주요한 부위를 강조하는 유화 기법)로 남긴 것이 인상적이었죠. 그 밖에 유화 작품 대부분이 좋았는데 뭉크의 초상화, 풍경화 등도 다시 보게 됐어요.” 김 소장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1987년 훌쩍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5년 만에 파리1대학에서 미술품 복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리움미술관에서 보존연구실장을 지냈으며 이후 Art C&R을 운영하며 국민대 문화재보존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서 ‘루브르박물관전’(2006~07, 2012~13), ‘오르세미술관전’(2007, 2011, 2016~17),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2021~22) 등 국내 굵직한 전시의 자문을 도맡았다.“보통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것들을 보는 게 저의 직업이지요. 또 작품 상태를 보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측도 하고요. (제 직업이)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지만 작품에 근접에서 작품을 보고 만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특혜’라고 생각해요. 제가 작품을 살피며 느꼈던 감동을 관람객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개막 4일 만인 26일 관람객 1만명을 돌파한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 [단독] 대학생 인턴십 악용한 로펌… ‘마약·성범죄 변론’ 홍보에 활용했다 [선넘은 변호사업계 광고 경쟁]

    [단독] 대학생 인턴십 악용한 로펌… ‘마약·성범죄 변론’ 홍보에 활용했다 [선넘은 변호사업계 광고 경쟁]

    일부 법무법인이 취업이 간절한 대학생들을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모은 뒤 폭행·성추행 등 범죄 혐의를 변론하는 내용의 글을 작성케 하고 사실상 이를 자사 홍보용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사무 보조나 실무 지원처럼 현장 업무를 어깨 너머라도 배워볼 수 있을까 기대하던 대학생들을 스펙 쌓기를 미끼로 끌어들인 후 ‘열정페이’ 인력으로 활용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법무법인은 수년 전부터 약 12주 단위로 대학생 서포터즈를 기수별로 모집해 운용했다. 주로 해당 법무법인에서 변호했던 형사 사건 중 성공한 사례 등을 매주 홍보 형식으로 작성하는 게 서포터즈 활동 전부였다고 한다. 로스쿨 진학이나 관련 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상당수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법무법인이 서포터즈 원고를 자사 홈페이지 블로그에 홍보글로 활용하며 논란이 일었다. A법무법인은 지난해 8월 변협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서포터즈에 저희가 주로 의뢰했던 부분은 광고를 목적으로 한 자료 조사 및 기고의뢰”라고 인정했다. 이들은 대학생들이 쓴 원고를 바탕으로 자사 변호사들이 해당사건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홍보했다. 이를 위해 대학생 서포터즈들이 주로 다뤘던 원고 주제는 음주운전, 상해, 성범죄, 폭행, 마약 등 형사사건이었다. 불특정 독자들을 미래의 의뢰인이라 가정하고 범죄와 관련한 최근 사례, 해결 방식 등을 담아 작성한 식이다. 또 A법무법인은 광고글로 활용하고자 원고 분량, 문장체, 개인 신원 처리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줬다. 이후 학생들이 받는 대가는 ‘수료증’이 전부였다. 100% 비대면이다 보니 대학생들이 변호사를 만나 조언을 얻거나 현장을 체험해보는 기회는 전무했다. 또 서포터즈 활동 마지막엔 자신의 블로그 등에 해당 법무법인 이름을 언급한 후기 글을 작성해야만 했다. 해당 서포터즈에 참여했던 로스쿨 준비생인 박모씨는 “소속 변호사들과 소통 기회조차 없고 원고 피드백 또한 맞춤법 체크 정도였다”면서 “그저 법무법인 홍보 수단으로만 쓰이다 끝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로스쿨 준비생인 김모씨도 “로스쿨 준비생이 많다보니 서포터즈 경쟁률은 항상 치열하다”면서 “내용이 범죄자의 행위를 옹호하는 것이다 보니 ‘이게 맞나’라는 회의감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변협은 지난 1월 A법무법인을 내부 징계조사위원회에 회부했다. 변호사법,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변협회칙 등에 따르면 변호사는 품위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의 광고 등을 해선 안 되는데 A법무법인이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A법무법인은 변협 측에 “무분별하게 (대학생들 원고를) 남용해 사용한 것은 아니다”면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자료 외에는 폐기 처분해왔다”고 해명했다. 최근 A법무법인은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에게 후기가 담긴 블로그 글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법무법인은 서울신문 통화에서 “변협에 소명할 수 있는 부분은 소명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대학생 서포터즈를 운용하는 법무법인은 상당수다. 한 법무법인에선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에 잘 노출되게 아예 원고 작성 시 ‘형사 전문 변호사’ 등의 특정 키워드를 9회 이상 기재할 것을 요청했다고도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로펌들이 비용을 아끼면서 홍보를 위해 대학생 인턴십을 악용하는 방법까지 쓰는 것 같다”면서 “업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단독]#성매매 만족했습니다…‘야설’ 같은 로펌 광고들[선넘은 변호사업계 광고 경쟁]

    [단독]#성매매 만족했습니다…‘야설’ 같은 로펌 광고들[선넘은 변호사업계 광고 경쟁]

    변호사 급증하자 경쟁 치열…선정적 문구로 범죄 부추겨변협, 법무법인 중징계 예고…막을 규정은 고작 ‘품위 유지 위반’특정사건 전문 분야 등록 않고…전문 인양 ‘XX범죄로펌’ 광고법조계 “엄격한 규정·자정 필요” 지적 30대 박모씨는 지난해 9월 변호사 수임을 위해 온라인 검색을 하던 중 한 포털사이트에서 “ㅇㅇ(지역 이름) 장애인 성범죄 만족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봤다. 호기심에 해당 글을 클릭하자 “성매매 만족했습니다”, “도찰죄 예약했어요” 등과 같은 게시글들이 줄줄이 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A법무법인에서 성범죄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한 변호사 홍보 글이었다. 심지어 한 게시글에는 성범죄 피해 과정을 자세히 묘사한 후 말미에 “변호사 덕분에 승소했다”는 후기가 달려 있었다. 박씨는 “마치 성매매 후기 같은 제목을 달거나 ‘야설’(야한소설) 수준의 게시글을 게재해 클릭을 유도하고 있었다”면서 “이게 과연 로펌 광고라고 할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사 숫자가 3만 5000명을 넘기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선정적인 문구 등을 앞세운 변호사 광고가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을 앞세워 일단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보자는 식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 청소년들까지 무분별한 광고 글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다. 자칫 ‘범죄를 저지르고도 변호사만 잘 선임하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까지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최근 A법무법인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변협 징계조사위원회(조사위)에 회부한 데 이어 조만간 징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특히 A법무법인의 경우 포털사이트에 다수의 카페를 개설하고 ‘야설’을 연상케 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을 수백개 이상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변협은 “변호사 품위에 어긋나는 현저히 저속한 광고들”이라며 중징계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은 해당 광고 글이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본다. 변협은 변호사법에 근거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정하고 있는데, 변호사의 품위 또는 신용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금하고 있다. 변협 관계자는 “최근 도를 넘은 광고글이 확 늘었는데, 징계하려 하면 잠시 지웠다가 다시 반복하는 편법을 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 법무법인 관계자는 “변협 징계가 안 나온 상황에서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의 ‘선 넘는 광고’가 오히려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피해자에게 자칫 상처가 될 수 있는 성범죄 내용을 구체적으로 앞세우고, 자사 변호사는 ‘역시 다르다’, ‘실력있다’라는 홍보 글을 붙이는 것은 성범죄를 저질러도 괜찮다거나 살인해도 무죄받게 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범죄를 용인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해 결국 사회의 공공성을 해친다”고 꼬집었다. 김신규 목포대 법학과 교수는 “가치 판단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겐 해당 범죄를 일상적인 행위로 간주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등에서 ‘XX범죄로펌’이름으로 광고해 징계 대상이 된 B법무법인도 있다. 20대 정모씨는 최근 강남역을 찾았다가 지하철 출구 광고판을 보고 “로펌 이름을 ‘XX범죄로펌’으로 지었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B 법무법인이 홍보를 위해 도메인을 ‘XX범죄로펌’으로 등록해 놓고 해당 범죄 전문 로펌인양 광고를 한 것이었다. 변호사업무광고규정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특정 사건 전문’ 표시의 경우 전문 분야 등록을 한 변호사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법무법인 앞에는 ‘전문’이라는 표현을 아무나 쓸 수 없게 돼 있다. B법무법인이 전문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소비자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B법무법인은 “변협의 처분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경위서를 제출했다”면서 “주취급업무를 표현하고자 한 것인데 변호사 품위를 저해했다는 데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는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업계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처럼 자극적인 변호사 광고 경쟁이 난무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 서울신문이 법무부를 통해 전국 변호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등록 변호사 수는 2014년 12월 31일 기준 1만 8708명에서 지난 4월 30일 기준 3만 5232명으로 10여년만에 1.9배 가량 늘어났다. 상황이 이런데 변호사 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은 ‘품위 유지 위반’ 정도로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부는 “광고 규정 관련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검토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전 교수는 “해외 로펌들은 피의자나 피해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법적 변호를 권유해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런 식의 광고는 하지 않는다”면서 “변호사 광고에 대한 좀 더 엄격한 규정과 자정작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27년 만의 ‘의대 증원’ 확정… 멀어진 ‘전공의 복귀’

    27년 만의 ‘의대 증원’ 확정… 멀어진 ‘전공의 복귀’

    늘어난 의대 모집인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 지난 24일 확정되면서 전공의 복귀가 한층 더 요원해졌다. 의료계는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명분이 사라졌다며 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 역시 전공의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대형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대교협은 전날 제2차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각 대학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의·승인했다. 대교협 승인으로 다음해 의대 입학 정원은 기존 3058명에서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됐다. 대교협 승인은 의대 증원 절차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었다. 대교협은 심의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해 이달 31일까지 해당 대학 홈페이지에 수시 모집 요강을 공개하도록 할 계획이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대 증원 백지화’는 불가능해진 셈이다. 문제는 의정(醫政)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여전히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계는 대교협의 심의 결과 때문에 전공의들이 복귀할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병원을 떠날 때부터 주장했던 의대 증원 백지화가 어렵게 되면서 복귀할 명분과 계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신문에 “정부가 계속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의대 증원 절차를 밀어붙이니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의료현장에 돌아올 수 없다”면서 “지금 와서 (병원에) 들어오면 그동안 전공의들이 했던 일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지낸 김성근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명령을 거두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증원 절차를 확정했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복귀할 명분은 사라졌다”면서 “전공의들이 복귀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부와) 싸울 명분이 더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전공의도 “전공의들이 지금까지 요구해 왔던 의대 증원 백지화가 엎어졌다. 우리가 복귀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전공의들이 없는 의료 현장을 정부가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전공의가 이른 시일 내 복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전공의 개별상담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내 병원이 전공의들을 개별 상담해 복귀 의사를 확인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전공의 여러분이 근무지로 조속히 복귀하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이라고 호소했다.
  • [생생우동] 올여름 폭우·폭염 피해 괜찮을까?... 대비 태세 알아보니

    [생생우동] 올여름 폭우·폭염 피해 괜찮을까?... 대비 태세 알아보니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우리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딱딱한 행정 뉴스는 매일 같이 쏟아지지만 안에 숨겨진 알짜배기 생활 정보는 묻혀버리기 십상입니다. 서울신문 시청팀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내놓은 행정 소식 중 우리 일상의 허기를 채우고 입맛을 돋워줄 뉴스들을 모은 ‘생생우동’(생생한 우리 동네 정보)을 매주 전합니다.폭우와 폭염의 계절, 여름이 온다. 거센 비에 서울 도심에 물난리가 났던 2022년 여름의 악몽이 아직 생생하다. 지난해 여름은 또 얼마나 더웠는지. 온몸이 다 타버릴 것만 같았다. 오는 여름을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마는 만반의 대비는 피해 규모를 분명히 줄인다. 서울시와 서울 자치구들은 속속 재난 예방 체제에 돌입했다. 발전과 배수, 다 가능한 ‘발전배수차’ 추가 도입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여름철 풍수해에 대비한 긴급구조대응 종합대책을 추진한다. 대규모 침수 상황에 대비해 발전 배수차를 보강하고 강남역 등 저지대 도로침수 상황을 대비해 험지소방차를 운용하는 게 골자다. 태풍 등으로 인한 동시다발적으로 재난이 예상될 경우 ‘광역 비상대응단계’를 발령해 서울 소방 인력과 장비가 피해 예상 지역에 빠르게 지원될 수 있게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발전기와 수중 펌프가 다 달린 발전배수차를 기존 2대에서 4대로 늘렸다. 이 발전배수차를 은평, 도봉, 구로, 강남 등 권역별로 배치해 정전 및 대규모 침수 상황에 한층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강남역 주변 등 저지대 도로가 침수됐을 때는 뒷바퀴 2개만 움직이는 일반 소방차가 아니라 4륜 구동으로 모든 바퀴가 움직여 진입이 쉬운 험지소방차를 투입한다. 이동식 대형 소방펌프(6대)도 강남, 서초 등 상습 침수지역에 보강했다.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하고 예방 나서 자치구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예방에 나섰다. 광진구와 도봉구는 각 구 구정장을 본부장으로 구성하고 ▲상황총괄반 ▲시설복구반 ▲생활지원반 등 실무반을 꾸렸다. 이와 함께 광진구는 주요 수방시설 및 수해 취약지역(시설)을 정비하고 ▲반지하․지하주택 침수방지시설 설치 ▲하수관로 준설 및 빗물받이 청소 ▲재해 구호물자 비축 및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확보 ▲풍수해 보험료 지원 등 대책을 마련했다. 도봉구는 풍수해 대응직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풍수해 대비 현장 훈련을 지난 7일 실시했다. 양수기 가동, 모래마대 쌓기, 이동식 물막이 설치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도봉구는 또 침수 예·경보가 발령될 경우 ‘침수 재해약자 동행파트너’를 가동한다.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중증 장애인, 어르신 등 재해취약가구로 지정된 26가구를 보호하기 위해 돌봄 공무원, 통·반장, 이웃주민 등으로 구성한 지원체계다. 하천 범람에 의한 피해도 사전에 막는다는 계획이다. 도봉구는 호우 시 하천고립사고 발생에 대비해 재난안전대책상황실에서 하천 출입을 원격으로 차단하고 경찰 및 자율방재단으로 구성된 하천순찰단을 운영한다. 중랑구는 ▲폭염 ▲수방 ▲안전 ▲보건 4개 분야에 24개 과제를 중심으로 종합대책을 꾸렸다. 폭염 대책으로 위기 경보 단계에 따라 전담 조직을 구성 및 운영하며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한다. 평상시에는 ‘폭염 TF팀’, 특보 발령 시에는 ‘폭염 종합지원상황실’, 대규모 피해 발생 시에는 ‘폭염 재난안전대책본부’을 운영한다 또한 올해는 무더위 그늘막을 50개 추가한 171개소를 운영하고, 주요 산책로 등에 ‘중랑옹달샘’을 운영하며 무료로 생수를 공급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 폭염 피해를 막는다. 취약계층 위한 무더위 쉼터 대폭 늘려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노숙인 거리상담원을 확대해 순찰을 강화하고, 무더위 쉼터도 지난해보다 5개소 늘려 133개소로 확대 운영한다. 폭염 대비 취약계층 방문 건강 관리는 물론 안전 관리 솔루션(IoT) 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실시간 안전 확인도 실시한다. 수방 대책도 꼼꼼하게 챙긴다. 태풍이나 호우, 홍수 등 자연재해로부터 구민을 보호하기 위해 풍수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기상특보에 따라 6단계로 비상근무 체계를 운영할 예정이다. 중랑구는 대책 마련에 앞서 지난 1월부터 빗물펌프장과 수문 등 19개소와 수방시설 및 수해 취약지역 181개소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 및 정비도 완료했다. 혹시 모를 침수 발생 상황에 대비해 임시 주거 시설 및 재해 구호물자도 미리 준비하는 등 이재민 생활 안정 정책도 마련했다. 영등포구는 폭염 종합 대책을 오는 9월 말까지 가동한다. 폭염 상황 관리 태스크포스(TF)가 수시로 기상 상황을 확인하고 ▲야외근로자 안전대책 추진 ▲폭염 취약계층 보호대책 강화 ▲행동요령 및 특보 상황 홍보·전파 강화 ▲폭염 저감시설 설치 및 운영 ▲열섬현상 완화를 위한 도로 물청소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 폭염 정보의 신속한 전달을 위해 통장, 자율방재단 등 지역 주민들과 협력하여 ‘재난도우미’ 전달 체계를 구축하고 폭염 취약계층에 방문 및 전화를 통한 안부 확인과 행동 요령 등의 홍보를 강화한다. 이외에도 무더위 저감을 위한 그늘막, 쿨링포그 등의 폭염 저감시설 총 183개소와 수경시설(4개소) 및 물놀이장(19개소)을 운영하고 폭염 특보 발령 시에는 폭염시간대에 도로 물청소를 실시해 열섬 현상을 완화한다. 또 독거 어르신, 노숙인, 쪽방 주민 등 폭염 취약 계층을 위한 무더위 쉼터를 추가 조성해 동주민센터(18개소), 작은도서관(18개소), 경로당(144개소), 복지관 및 복지시설(4개소), 안전숙소(4개소), 노숙인쉼터(5개소) 등 총 193개소를 운영한다. 이외에도 ▲선풍기 지원 사업 ▲지역아동센터 냉방비 지원 ▲노숙인 및 쪽방 주민 보호를 위한 특별근무 등을 한다.
  • 대통령실 “연금개혁, 여야가 협의해서 결정해야”

    대통령실 “연금개혁, 여야가 협의해서 결정해야”

    대통령실은 24일 ‘국민연금 개혁을 주제로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을 대통령실이 거절했다고 민주당의 발표하자 “연금개혁은 여야가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연금개혁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회 내 연금개혁특위를 통해 여야가 심도 있게 협의해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국회 차원의 논의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논의를 적극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년층을 포함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여야 간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며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환영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연금개혁은 70년 후를 바라보며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국민연금 개혁 관련 영수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홍 수석은 국회에서 마무리되기 전 대통령이 여야와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사실상 (이 대표 제안을) 거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 ‘종이’ 제대로 버리고 계신가요… 종이 재활용 업체 가보니[취중생]

    ‘종이’ 제대로 버리고 계신가요… 종이 재활용 업체 가보니[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부산 기장군의 동신제지 공장. 이곳은 전라·영남권 각지 약 2000여곳에서 나온 폐종이팩 등을 수거해 이를 재활용한 화장지를 생산하는 제지업체입니다. 우유팩을 이용한 펄프 제조 방법을 특허 등록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친환경마크 인증 화장지를 생산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선 재활용품 분리배출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 재활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오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이 이곳을 찾은 지난 16일 오전에는 부산남구청 재활용품 공공선별장에서 모은 재활용 쓰레기 1290㎏을 실은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한 작업자는 “아파트 단지, 학교, 군부대, 패스트푸드점 등에서도 배출되는 재활용 쓰레기가 많기에 하루에도 재활용 선별 차량이 평균 15대 정도 공장에 온다”고 전했습니다.공장 안에서는 작업자들이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서 일일이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류를 하나하나 골라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기계로 분류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잔재물이 고인 우유팩, 국물 기름이 묻은 컵라면 용기 등으로 인해 악취가 나고 파리가 들끓었습니다. 분리 배출해야 하는 신문지와 골판지, 음료수팩 등도 우유팩과 섞여 있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걸 방증합니다. 노응범 동신제지 회장은 “원래 종이팩은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말려야 하고, 가급적 골판지 등 종이류와는 구분해 배출해야 한다”며 “이차적으로 분리수거하는 데만도 긴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습니다. 단독주택보다 상대적으로 분리수거할 공간이 잘 갖춰진 아파트와 같은 공공주택에서 종이류는 분리 배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종이팩과 종이류를 따로 분리 배출하는 공공주택은 드뭅니다.동신제지에는 이날 하루에만 4t 상당의 재활용 쓰레기가 모였습니다. 하지만 두루마리 화장지 1개(35m)를 만드는 데 우유팩 6.5개(500㎖ 기준)가 필요하고, 종이컵은 33개(195㎖ 기준)가 들어간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리 많은 양은 아니라는 게 업체의 설명입니다.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 탓에 재활용 쓰레기를 구하기도 합니다. 노 회장은 “재활용품은 적정 용도의 원료를 사용하는 재활용 공장에 가야 한다”며 “종이팩이나 종이컵이 신문지나 골판지에 섞여 배출되면 결국 폐기물로 분류돼 소각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그렇다면 어떤 게 재활용하기 적합한 폐종이류일까요. 종이컵은 종이팩과 마찬가지로 수집해서 회수되면 재활용 가능성이 높은 자원이지만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리곤 합니다. 이날 산처럼 쌓인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서 일회용컵(종이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종이컵은 겉면을 둘러싸고 있는 PE(폴리에틸렌) 코팅만 벗겨내면 펄프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재질인 침엽수의 버진 펄프라는 소재를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펄프는 거의 전량을 수입하는 만큼 종이컵·종이팩 재활용률이 높아질수록 삼림을 파괴할 일도 없고, 외화를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종이컵 대부분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소각됩니다. 한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 관계자는 “쓰레기 묶음 봉투에서도 종이컵은 1~2개 찾을까 말까”라고 했습니다. 25일 환경부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연간 종이컵 발생량은 20만 1765t이고, 분리수거량은 2만 6652t입니다. 전체의 13.2% 정도만 분리수거되는 셈입니다.우유팩과 같은 종이팩은 제품을 만든 사람이 물품이 폐기되고 재활용될 때까지 일정 책임을 지게 하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PR)의 규제를 받습니다. 종이컵은 EPR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일반 종이팩의 경우 지난해 재활용의무율이 0.293, 약 29%였습니다. 종이컵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EPR 대상인 품목 대부분은 대기업에서 생산하는데, 종이컵 제조업체는 영세 업체가 대부분”이라며 “재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 의원도 “낮은 재활용률에는 일회용품 분리 배출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종이팩과 종이컵류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계획입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이류에서 종이팩만 별도의 분리수거 품목으로 분리해 추가하는 관리 지침을 고려 중”이라며 “종이컵의 경우 품목이 세분화돼 있지는 않지만, 전문가 협의체 등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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