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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오세훈과 김동연의 시간

    [데스크 시각] 오세훈과 김동연의 시간

    “공백 기간이야말로 다양한 병적 징후들이 출현하는 때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 중 한 대목이다.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도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속에 위기가 존재한다”는 널리 알려진 글귀 뒤에 등장한다. 우리 역시 병리적 현상의 증폭을 목도하고 있다. 성장률의 저하와 제조업 등 좋은 일자리의 감소, 소득과 자산 불평등의 심화, 지방소멸, 포퓰리즘의 득세 등 사례는 차고 넘친다. 저출생ㆍ고령화는 병리적 현상의 원인이자 최종적 결과다. 기후위기에 따른 ‘히트 플레이션’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기존 공식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초인’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 심각한 건 정치 권력들이 정치적 파산에 직면해 있고, 이에 본연의 역할인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는커녕 증폭시키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열린 채 상병 입법 청문회는 왜 민심이 떠나갔는지를 극명히 보여 줬다. 자식들을 군대에 보냈거나 보내야 하는 국민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 측 증인들을 지켜보며 어떻게 생각했을 것인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미국 기준금리 동향에만 목매는 경제정책을 생사의 갈림길에 선 서민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국가 비상사태’라는 빈 수레 소리만 요란한 저출생 대책은 왜 내놓은 것인가. 최근 북러 간 밀월 사태를 봤을 때 우리 외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이러한 의문들에 현 정부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행정부의 무능 못지않은 게 입법 권력을 거머쥔 민주당의 행태다. 이재명 대표 아래 ‘방탄 민주당’이라는 당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재명 지키기’를 위해서라면 사법부에 대한 겁박도 스스럼 없는 모습을 보자면 “다수의 전능은 전제정도 가능하게 한다”는 200년 전 알렉시 드 토크빌의 지적을 떠올리게 한다. 개혁 정당을 자처한다면서 ‘이재명 아버지’와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는 전근대적 발상이 공존하는 게 현 민주당의 수준이다. 그러니 불평등과 저출생이라는 두 과제를 두고 ‘기본소득’이라는 주문만 왼다. 양쪽은 무능과 무의지로 권력의 진공 상태를 만들어 놓은 주범이다. 우리 국민들은 30%대의 낮은 지지율로 이들의 행태에 답하고 있다. 그래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의 시간이 다가오는 까닭이. 오 시장은 본인이 여러 차례 강조한 대로 ‘진짜 보수의 재건’에 힘써야 한다. “보수의 존재 가치가 노력의 보상 시스템에 있다면 ‘약자와의 동행’은 보수의 의무”다(서울신문 3월 4일자 15면). “약자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타는 … 제도는 보수만이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진심을 시정으로 구현하기에 앞으로 남은 2년은 짧지 않다. 김 지사 역시 ‘진짜 민주당’, 곧 서민 중산층 정당의 재건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정당에서 멀어”진 민주당이 아닌, “‘그 누구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 민주당’”으로 바로 설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최대 인구(938만명)와 지역내총생산(GRDP·47조 7405억원)을 기록하는 광역자치단체의 수장이라는 자리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 영국을 대표하는 역사학자 도널드 서순의 2021년 작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원제 ‘Morbid Symptoms’)의 한국어 번역본 겉표지에는 영국의 화가 조지 프레더릭 와츠의 ‘희망’(1886)이 그려져 있다. 눈을 천으로 가린 여성이 한 줄만 남은 리라를 손에 들고 들릴 듯 말 듯한 희망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다. 70대 노학자는 저작에서 마키아벨리의 목소리를 빌려 희망을 다시 이야기한다. “과거의 무질서를 인간의 본성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시대를 탓하라. 시대가 바뀌어 더 나은 정부가 세워지면 우리 도시가 장래에 더 나은 미래를 누리리라는 희망에 합당한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 시장과 김 지사가 기억해야 할 말이다. 이두걸 전국부장
  • “392개동 목동 재건축 궤도… ‘양천 100년 미래도시’ 기틀 만들 것”[민선 8기 2년, 서울 단체장에게 묻다]

    “392개동 목동 재건축 궤도… ‘양천 100년 미래도시’ 기틀 만들 것”[민선 8기 2년, 서울 단체장에게 묻다]

    서울 양천구는 총 392개 동, 2만 6635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인 목동아파트를 비롯해 신정동, 신월동 등 노후 주택이 많은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대상 자치구다. 특히 1985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최고 40년 가까이 된 노후단지인 목동아파트의 재건축은 오래전부터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다. 2022년 취임한 ‘도시공학 전문가’ 이기재 양천구청장의 첫 번째 숙제는 목동아파트 재건축을 비롯한 지역의 개발사업 가속화였다. 2022년 1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위촉을 시작으로 이 구청장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지속적으로 양천구의 재건축·재개발 필요성을 설득한 끝에 지난 2월 14개 모든 목동아파트 단지가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임기 2년의 반환점을 돈 이 구청장은 23일 서울신문과 만나 이제는 양천구 100년의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목동아파트가 정비계획 수립에 들어갔고, 신월동 모아타운도 관리고시가 이뤄졌다”면서 “이제 일정을 빨리 진행하는 것 외에 100년 뒤 양천구의 도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개발 밑그림을 그릴 시기”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구청장과의 일문일답.-목동아파트를 비롯한 양천구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목동아파트는 도시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 진입했다. 사업용적률, 건립 가구수, 공원, 도로 등 정비기반시설의 주요 사항이 확정되는 시기다. 양천구 향후 100년을 위한 균형 잡힌 도시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재건축과 함께 늘어나는 인구 및 교통수요 등 미래여건에 맞춰 도로, 교량, 학교, 공공청사, 사회복지시설 등 필수 공공인프라도 적기에 들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우리가 고민한 방안이 서울시 등 전체 도시계획 방안에 포함돼야 한다. 그런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자치구에서 현장을 바탕으로 오랜 고민 끝에 만든 의견이 도시계획위 심의에서 현장에 가 보지도 않은 일부 심의 위원들의 말 한마디에 계획 전체가 출렁이기도 한다. 서울시 도시계획위 심의가 물론 전체 도시 계획 측면에서 필요한 것은 맞지만 자치구 현장의 의견이 좀더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자치구의 의견 반영이 어려웠던 사례가 있나. “목동 1~6단지가 위치한 목5동은 현재 인구가 4만명가량이지만 재건축이 이뤄지면 7만 5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거의 두 배가 늘어나 분동이 예상되는데 인구가 늘어나고 난 뒤에 주민센터 부지를 확보하려면 이미 늦다. 아직 심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당장 주민들이 겪을 불편에 대해서는 현장에 있는 자치구가 가장 잘 안다. 이런 자치구의 의견을 시와 도시계획위 등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목동운동장과 목동유수지를 마이스(MICE·전시복합산업) 산업 거점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일 ‘목동운동장·유수지 일대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 용역’ 착수 보고회가 열렸다. 내년 11월쯤에는 용역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관건은 세 가지다. 하나는 유수지의 방제 역할을 유지하면서 가용면적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 두 번째는 목동 야구장과 아이스링크 등 대규모 운동시설을 어떻게 재배치하느냐, 마지막으로 최근 도시 개발 트렌드인 입체도시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다. 입체도시의 경우 목동운동장과 유수지 부지에 개발될 초고층 빌딩과 주변에 재개발 예정인 아파트의 스카이라인을 연결할 수 있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용역 이후 개발이 본격 추진되면 목동운동장과 유수지 일대는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신성장 혁신을 이끌 거점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서울 2호선 신정지선 김포연장 사업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현재 신정지선 연장과 관련해 김포시와 사전타당성 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 사업 내에 신정차량기지의 김포 이전 내용도 함께 포함돼 있다. 신정차량기지를 이전해 기존 부지의 개발 이익을 반영해야만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면에서 차량기지 이전은 이번 사업에 꼭 전제가 돼야 한다. 아울러 목동선과 강북횡단선 등 경전철 사업도 계속 진행 중이다. 강북횡단선이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 탈락했지만 이는 장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 예타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목동아파트 재건축, 서부트럭터미널 개발 등이 예정된 양천구는 인구가 늘어날 장래 수요를 반영해 목동선의 예타가 심사돼야 한다. 구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을 기재부 등에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 밑반찬 구매권·세탁서비스… 생활밀착 정책에 행복해지는 양천

    밑반찬 구매권·세탁서비스… 생활밀착 정책에 행복해지는 양천

    서울 양천구는 올해부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월 3만원의 밑반찬을 구매할 수 있는 이용권을 지원(양천 반올림 사업)하고, 이불 등 혼자서 처리하기 힘든 대형 세탁물을 수거해 세탁해 주는 ‘행복버블 찾아가는 세탁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생활밀착형 맞춤형 복지사업’이다. 이른바 ‘따뜻한 의식주 레벨업’의 이 정책은 과거 일회성 지원에 그쳤던 복지사업을 지역과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반올림·행복버블 등 복지사업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복지사업의 현장을 찾아보니 취약계층 주민들과 가맹점 사장님이 모두 만족하더라”면서 “복지사업이 지역사회가 자생할 수 있는 동력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천 반올림 사업은 구에서 이용권을 제공받은 주민이 직접 본인이 원하는 반찬을 골라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용권 비용은 구와 협약을 맺은 지역 반찬가게에도 지원된다. 양천 반올림 사업에 참여하는 한 지역 반찬가게 사장은 “올 2월까지만 해도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사업 참여로 매출이 늘었다”면서 “저소득층 대상 사업이라는 좋은 취지를 알고 난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 이제는 하루 5~10명의 손님이 가게를 방문한다”면서 웃었다. 양천 반올림 사업 지원을 받는 한 어르신은 “반찬이 세 팩에 만원인데 사장님이 이용권을 내밀자 네 팩을 주셨다”면서 “한번 반찬을 가져오면 이틀은 끼니 걱정을 덜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구가 지난 3월부터 시행한 양천구 반올림 사업은 지금까지 총 800가구가 혜택을 받았고,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중위소득 100% 이하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취약층 지원하고 가게도 살려 행복버블 찾아가는 세탁서비스 역시 지역사회 교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구와 협약을 맺은 세탁업체 사장은 “원스톱 세탁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도 오르지만 무엇보다 세탁물을 매개로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어 사회 일원으로서 자긍심도 생긴다”고 전했다. 양천 반올림 사업과 같은 시기에 시작한 행복버블 찾아가는 세탁서비스는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나 중증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총 400여 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올해 안에 총 1000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반올림 반찬가게 사업과 찾아가는 세탁서비스는 취약계층을 지역사회와 연결한 사업”이라면서 “이처럼 안전 돌봄망을 지역 주민과 함께 구축할 수 있는 사업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일상의 성스러움” “그림 외엔 자식 없다”… 뭉크 어록, 마음 훔쳤다

    “일상의 성스러움” “그림 외엔 자식 없다”… 뭉크 어록, 마음 훔쳤다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가 지난 22일 개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뭉크의 작품은 물론 뭉크의 어록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3일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온 전시 후기를 살펴보면 관람객들은 뭉크의 작품 못지않게 그의 어록을 사진으로 찍어 기념했다. 뭉크 어록은 전시를 기획한 디터 부흐하르트 큐레이터가 뭉크의 작가 노트, 일기 등에서 엄선했으며 배치도 직접했다.“나는 자연으로부터 그리지 않는다. 나는 그 영역으로부터 그림을 얻는다.” “더는 남자가 책을 읽고 여자가 뜨개질하는 장면을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숨쉬고, 느끼고, 고통받고, 사랑하는, 살아 있는 인간을 그릴 것이다. 당신은 그 일상의 성스러움을 이해해야 하며, 이 일상에 대해 사람들은 교회 안에서처럼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해야 한다.” 섹션1과 섹션2에 있는 이 어록들은 일종의 ‘선언’과 같다. 뭉크는 당시 그림의 주요한 주제가 됐던 틀에 박힌 자연과 실내 풍경 묘사를 거부했다. 그는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10대부터 실제로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을 그렸다.‘키스’(1892)가 대표적이다. 뭉크의 ‘생의 프리즈’ 시리즈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모티프로 꼽히는 이 작품은 남녀의 시각적 융합을 ‘완전한 방황의 순간’으로 묘사한다. 배우 겸 화가 박신양은 최근 뭉크의 어록을 본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 일을 수행해 낸 뭉크에게 나는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 당신을 볼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남겼다.“나는 내 그림들 이외는 자식이 없다.” 섹션11에서 섹션12로 넘어가는 길목에 적힌 이 어록은 뭉크의 생애를 되돌아보게 한다. 뭉크는 1863년 태어나 1944년 사망할 때까지 평생 독신으로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았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목격했으며 남동생과 아버지의 죽음도 경험했다. 여성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200점에 달하는 뭉크의 자화상에서 그의 삶에 녹아 있던 불안부터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 이 중 석판화로 제작된 ‘팔뼈가 있는 자화상’(1895)은 뭉크의 이런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은 어떤 감정도 전달하고 있지 않으며 툭 놓여진 팔뼈는 삶의 덧없음과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의식을 보여 준다. “내 그림에는 약간의 햇빛과 흙먼지, 그리고 비가 필요하다.…(중략)…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내 그림을 깨끗하게 하려고 하거나 오일을 덧칠하려고 할 때 너무도 초조해진다. 약간의 흙먼지와 몇 개의 구멍은 그림의 완성도를 더할 뿐이다.” 전시의 마지막 ‘프리즈 오브 라이프 인 퍼즐’ 코너에 있어 자칫 못 보고 지나칠 수 있지만 이 말은 이번 전시를 포괄한다. 뭉크는 ‘로스쿠어’라고 불리는 방식을 통해 물감층을 파괴하고 표면을 긁어내며 작품을 비와 눈에 노출하거나 사진, 무성 영화의 프레임을 자신의 작품에 적용했다. 실제로 양면 회화인 ‘난간 옆의 여인’(1891), ‘목소리’(1891)는 날씨에 자연스럽게 노출해 작품의 노화 과정을 그대로 담은 작품이다.‘붉은 집’(1926~ 1930) 역시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새 배설물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그림 표면 전체에 작은 곰팡이 반점이 남아 있다. 이런 부패의 과정을 시각적 표현의 일부, 작품의 일부로 생각한 뭉크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부흐하르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뭉크의 비전통적인 회화적 표현주의와 물질성에 대한 극단적인 실험에 초점을 맞춰 작품 세계를 깊이 탐구했다”며 “관습을 거스르는 뭉크는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장 뒤뷔페, 잭슨 폴록과 같은 작가들과 함께 전위적인 모더니즘 역사를 쓴 중요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신문 달라진 7월…온라인이 ‘핫’해집니다

    서울신문 달라진 7월…온라인이 ‘핫’해집니다

    판은 편하게세계 유력지들 채택한 ‘베를리너판’으로 대한민국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7월 18일)을 맞아 7월 1일자부터 세계 주요 신문들의 판형인 베를리너판으로 바뀝니다. 유로판으로도 불리는 베를리너판은 프랑스 르몽드와 영국 가디언 등 세계 유력 일간지들이 채택하고 있는 판형으로, 가장 발전된 지면 형태로 꼽힙니다. 지면을 펼쳐도 양팔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시선을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 기사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속은 알차게지면 늘려 탐사·심층 기사 등 과감한 혁신 판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이지만, 서울신문은 판형 변화보다 훨씬 과감한 콘텐츠 혁신을 꾀할 계획입니다. 판형 변화에 따라 사이즈가 작아지지만 전체 지면은 28면에서 32~36면으로 증가하는 만큼 심층 기획과 날카로운 분석,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모든 면 머리에 충실하게 배치할 것입니다. 베를리너판은 선택과 집중에 최적화된 판형입니다. 서울신문은 속보주의를 탈피하고 탐사와 피처 기사를 강화해 베를리너판 신문의 전형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좌우 2개 면을 펼치는 스프레드 편집은 베를리너판의 최대 강점입니다. 조금 더 깊이 파고들 만한 이슈가 발생하면 와이드 그래픽을 중심으로 기사를 양면에 활짝 펼쳐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채워 드리겠습니다.발은 빠르게온라인 융합형 콘텐츠로 뉴미디어 앞장 선택과 집중, 융합형 콘텐츠는 위기에 처한 언론이 뉴미디어 시대를 헤쳐 나갈 거의 유일한 해법입니다. 디지털 친화적인 베를리너판으로의 변화를 기점으로 서울신문은 디지털 콘텐츠를 대폭 강화할 것입니다. 자극적인 제목, 확인되지 않은 속보, 중범죄에 해당하는 ‘가짜 뉴스’의 범람에 휩쓸리지 않고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과 베를리너판 지면에 쉼 없이 정성껏 싣겠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고 담론의 장을 열어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역할은 변하지 않습니다. ‘쉽게 읽고 편하게 보는’ 베를리너판으로 거듭나는 서울신문은 민주주의의 버팀목이라는 언론의 사명에 더욱 충실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150만원이면 진실 나와요”… 사설 ‘거짓말탐지’ 기승

    “150만원이면 진실 나와요”… 사설 ‘거짓말탐지’ 기승

    “자, 먼 곳을 응시하고 평소 말투로 호흡은 천천히 해 보세요.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한 번 더 하면 되니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최근 지인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혁(37·가명)씨는 사설 거짓말탐지기 검사 업체를 찾아 이런 안내를 받으며 1시간에 걸친 검사를 진행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김씨는 “지인의 몸에 손을 댄 적 없다”라는 자신의 주장이 ‘진실하다’는 검사 결과를 받으려 이 업체를 찾아갔다. 검사 비용으로 100만원 가까이 내야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받는 데는 성공했다.하지만 재판부는 김씨가 제출한 검사 결과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이 사설 업체의 검사 결과는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 채 헛된 비용과 노력만 들인 것이다. 23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사설 거짓말탐지기 업체에서 피의자나 변호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속성 과외’를 하거나 여러 차례 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정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증거로 인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객관적인 물증이 부족하고 당사자 진술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성폭력 사건 등에서는 간혹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일부 사설 업체들이 이런 점을 노려 검사를 부추기는 등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이 사설 업체 5곳에 문의한 결과 거짓말탐지기 1회 검사 비용은 100만~150만원 정도였다. 회당 검사 비용이 최대 80만원, 감정서를 써 주는 대가로 70만원 정도를 별도로 요구하는 식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진행하는 추가 검사는 할인해 주기도 한다. 한 업체 대표는 “심박수나 눈동자 움직임 등도 영향이 가는 요소이기 때문에 검사 전에 상담을 진행한다”면서 “수사기관에선 한 번의 검사로 마무리되지만, 우리 같은 사설 업체에서 진행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받을 수 있다. 몇 번만 연습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95%”라고 귀띔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범죄 사실과 관련된 질문을 해 거짓말할 때 나타나는 신체적·생리적 변화를 관찰·분석한다. 주로 폐쇄회로(CC)TV 영상, 목격자 등 물증이 부족한 사건에 활용된다. 경찰이 피의자 등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한 경우는 2021년 1만 3190명, 2022년 1만 2771명, 2023년 1만 2084명이다. 폭력(36.3%)과 성폭력 범죄(35.9%)가 많았다.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들은 수사기관에서 검사받기 전 예행연습을 하거나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에 사설 업체를 찾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설 업체는 전문적인 검사관 자격을 갖추지 못했거나 노후화된 검사 장비 등으로 영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일부 사설 업체가 형사사건에 휘말린 사람의 절실한 심정을 이용해 상술을 부린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설 거짓말탐지기 검사 업체는 ‘기타 사업 지원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운영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 등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법조계에선 거짓말탐지기 검사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으려면 ▲검사 기구의 신뢰도가 매우 높고 ▲적격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법무법인 새별의 안성열 변호사는 “사설 업체의 검사 결과는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다”며 “억울한 피의자나 피고인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사설 업체 이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015B·노사연·박남정…5070세대, 줄 안 서고는 못 배깁니다

    015B·노사연·박남정…5070세대, 줄 안 서고는 못 배깁니다

    50~70년대생 위한 공연 너무 없어‘레전드’ 라도 단독 공연은 부담 커가수들 찾아 “우리가 뭉치면 큰 힘”‘1가수+2게스트’ 기획으로 시너지 셰익스피어 10개 작품 공연 추진5070 위한 콘텐츠 계속 만들고 파 “5070(1950~1970년대생)을 대상으로 한 공연 콘텐츠가 너무 없어요. 이들이 만석이 된 공연장에서 예전에 좋아하던 가수들과 만나도록 해 주고 싶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는 콘서트는 단연 ‘1 to 10 레전드 콘서트’다. 오는 29~30일 1200석 규모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1·2회 콘서트가 벌써 매진됐다. 이를 기획한 가수이자 기획사 고양이수염 대표인 이상우(61)는 지난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연진을 보면 매진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29일 공연은 그룹 015B, 30일 공연은 가수 노사연이 나선다. 두 달 뒤인 8월 31일에는 가수 박남정, 9월 1일에는 김종서가 주인공이다. 공연은 내년 2월까지 조관우, 이치현과 벗님들, 사랑과 평화, 이상우, 김현철, 김경호로 이어진다. 재밌는 점은 콘서트마다 다른 2명의 가수(팀)가 게스트로 등장한다는 것. 예컨대 015B 공연에는 김현철·조관우가 게스트로 나서고, 김현철 공연에는 게스트로 015B·조관우가 나오는 식이다. 이상우는 “2시간의 공연 동안 ‘단독1+게스트2’ 형태로 한 번에 3명의 가수들을 만날 수 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가수들의 조합에 특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김현철의 시티팝, 015B의 연애 노래들, 그리고 조관우의 독특한 노래로 색깔을 냈다. 다른 공연의 가수 조합 역시 흥미를 돋운다. 예매 사이트 게시판에도 ‘어떻게 이런 조합이 나올 수 있느냐’며 반기는 글이 많다. 여기에 신한카드와 손을 잡고 할인 이벤트 등을 하면서 홍보 효과가 배가됐다. 이상우는 “‘레전드’라고 불리는 가수여도 혼자 공연하기가 쉽지 않다. 홍보도 어렵고, 관객이 적어지면 수지 타산도 안 맞는 사례가 많다”며 “가수들을 만나 ‘우리가 뭉치면 큰 힘이 생긴다’고 했더니 다들 반기더라. 이 아이디어를 신한카드에 제안했고, 제작비·홍보비 지원을 받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상우는 19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슬픈 그림 같은 사랑’으로 데뷔해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비창’ 등 10년간 히트곡을 여럿 냈다. 가수로도 이름을 날렸지만 연예 기획사로써의 성공으로도 유명하다. 2000년 들어 장나라, 휘성, 한가인 등을 발굴해 상당한 수익을 냈다. 2020년에는 투자를 받아 5070세대가 즐길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사 ‘고양이수염’을 설립했다. 특히 2022년 진행한 ‘영수증 콘서트’가 유명하다. 소상공인 매장에서 5만원 이상 구매한 영수증을 공연 티켓으로 줬다. 윤도현·김범수·박정현 등 유명 가수를 내세운 강릉 콘서트에 1만명이 넘게 몰렸다. 이어 대관령, 제천 공연도 ‘대박’이 났다. ‘1 to 10 레전드 콘서트’ 역시 성공할 조짐이 벌써 보인다. 그러나 그는 이후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그는 “내년 2월까지 공연을 마친 뒤 이들을 모아 유튜브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국 투어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우들과 함께하는 공연도 계획 중이다. “김응수(63) 배우처럼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던 실력 있는 이들을 모아 셰익스피어 10개 작품을 공연하는 ‘1 to 10 연극 쇼’ 등도 재밌을 것”이라며 “5070이 즐길 만한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보여 드리고 싶다”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 용산의 속내·현장 취재파일… 매주 40여개 프리미엄 콘텐츠 보세요

    용산의 속내·현장 취재파일… 매주 40여개 프리미엄 콘텐츠 보세요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을 맞아 베를리너판으로 판형을 바꾸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온·오프 융합 콘텐츠를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함입니다. 베를리너판은 디지털 콘텐츠를 가장 쉽게 지면에 옮겨 실을 수 있는 판형입니다. ‘형식을 바꿔 질적 변화를 촉진한다’는 서울신문의 디지털 전략이 판형 변화에 담겨 있습니다. 시간대별로 새 콘텐츠 공개 서울신문의 디지털 역량은 국내 언론을 통틀어 늘 최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서울신문은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뉴미디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판형 변화를 기점으로 디지털 전용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매주 40개가 넘는 새로운 디지털 전용 프리미엄 콘텐츠를 시간대별로 공개합니다. 이 콘텐츠들은 서울신문 홈페이지, 모바일 앱,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채로운 플랫폼에 실려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를 위한 ‘맞춤복지’ 뉴스 월요일 아침은 ‘생생우동’(생생한 우리동네 이야기)이 엽니다. 전국부 기자들이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챙겨 온 쏠쏠한 정보로 ‘월요병’을 치유해 보세요. 11시에는 복지 분야를 담당하는 이현정·한지은 기자가 ‘맞춤복지’를 들고 옵니다. 수많은 복지 제도가 있지만, 막상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찾으려면 난감합니다. 맞춤복지가 다리를 놓아 드리겠습니다. 2015년 시작된 이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달콤한 사이언스’도 새 단장을 마쳤습니다. 화요일의 디지털은 기획취재부 기자들이 쓰는 ‘잡(job)스’부터 시작합니다. 새로운 직업, 떠오르는 직업 등 세상의 모든 직업을 소개합니다. 오후 2시에 풀리는 ‘보따리’에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보험을 통해 본 요지경 세상을 만나 보세요. 가상화폐를 쉽게 풀어 드려요 수요일 오전 11시에 선보이는 유규상 기자의 ‘돈이 되는 코인이야기’에서는 낯선 가상화폐의 세계를 쉽게 풀어 주며,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코인 뉴스를 소개합니다. 곧이어 올라오는 ‘그러니까!’ 코너에서는 경제 각 부처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골치 아픈 경제정책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사회부 기자들의 사건 파일 목요일 아침을 장식할 ‘취중생’은 서울신문에서 가장 젊고 활력 있는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이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취재파일을 풀어 놓는 코너입니다. 격주로 실리는 오경진 기자의 ‘문학, 행성’은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벌어지는 문학의 내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금요일 오전 9시에는 ‘여의도 주간 WHO?’가 찾아갑니다.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군 인물을 중심으로 정치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이어지는 ‘로:맨스’는 법조팀 기자들이 쓰는 법과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최재성 기자의 ‘서울 이테원’은 한 주 동안의 국내외 테마 주식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생각 토요일 아침에는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이민영·최현욱 기자가 ‘용산 NOW’를 통해 대통령과 참모들의 생각을 전해 줍니다. 오후 2시에는 산업부 기자들이 기업의 뒷얘기를 들려주는 ‘業데이트’가 업데이트됩니다. 김기중 기자의 영화 리뷰 코너인 ‘영화잡설’은 오후 3시에 실립니다. 일요일 오전에 소개되는 IT 기자들의 ‘딥앤이지(deep&easy) 테크’는 독자 여러분을 신기술과 빅테크의 세계로 안내할 것입니다. ‘사법창고’는 어렵고 복잡한 판결문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쇼트폼·쇼츠 시시각각 업로드 동영상 콘텐츠도 강화돼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쇼트폼과 쇼츠가 시시각각 업로드되며 서울신문의 대표 유튜브 콘텐츠로 자리잡은 ‘요리요리’도 더 맛있는 이야기로 채워집니다. 바르고, 친절하고, 재미있는 디지털 콘텐츠가 독자 여러분의 디지털 생활을 즐겁고 가치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울신문은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단독]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차기 주일대사에 내정

    [단독]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차기 주일대사에 내정

    박철희(61) 국립외교원장이 차기 주일 한국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정부는 곧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후임으로 박 원장을 지명했음을 발표할 예정이다. 23일 서울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박 원장이 인사 검증을 통과함에 따라 최근 일본 정부에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신청했다. 주일대사의 경우 주재국 동의에 통상 1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한일 관계와 동아시아 세력 균형에 정통한 외교·안보 전문가인 박 원장은 일본 내 정·재계에 발이 넓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한 제도 개선 등에 주요 역할을 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지난해 3월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피해배상 해법인 ‘제3자 변제’ 방식을 내놓으며 한일 관계 복원의 물꼬를 텄으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 외교 갈등으로 번질 뻔한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 사태 등 각종 불안 요소도 산재한 상황이다. 일본 측에서는 박 원장의 내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박 원장의 내정에 관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사업 준비에 적합한 인사”라고 말했다. 외교가의 한 인사도 “박 원장이 부임하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의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 원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 정치학 학사·석사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일본 정치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현대일본학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3월부터 차관급인 외교부 국립외교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 원장은 대선 캠프 시절부터 윤 대통령의 대일 정책을 보좌하며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직을 수행했고 2022년 4월에는 한일정책협의단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했다. 윤 대사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주일대사로 2022년 7월 부임했다. 박 원장에 대한 아그레망 절차가 끝나면 이르면 다음달 말쯤 주일대사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변곡점’ 앞둔 의료대란…서울대병원 휴진 중단에 고민 깊어지는 ‘빅5’

    ‘변곡점’ 앞둔 의료대란…서울대병원 휴진 중단에 고민 깊어지는 ‘빅5’

    125일째를 맞은 의료 대란의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 앞서 정부가 이달 초 복귀 전공의에게는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사직서를 수리한 뒤 여론을 감안해 대응하겠다는 유화책을 발표하면서 정한 시한이 오는 ‘6월 말’이다. 마냥 끌 수만은 없는 터라 6월 말까지 상황을 본 뒤 7월 초 미복귀자에게 어떤 처분을 할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환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7월 초에는 미복귀자에 대한 ‘결단’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지, 복귀자와 마찬가지로 행정처분 절차 ‘중단’을 결정할지 고민하고 있다. 앞서 ‘여론과 비상진료체계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한 만큼 어떤 결정을 내릴지 가능성은 열려 있다. 행정처분을 내린다면 의료계의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고, 미복귀자도 선처한다면 이탈하지 않은 전공의나 복귀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첫 회의를 열었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은 예정대로 불참했다. 올특위는 전날 의협회관에서 첫 회의를 열고 대정부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올특위는 회의 후 “형식, 의제에 구애 없이 대화가 가능하다는 지난 20일 정부 입장을 환영한다”면서도 “2025년 정원을 포함한 의정 협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5년 의대 정원은 절차가 이미 마무리됐으므로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올특위는 ‘27일 무기한 휴진’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다음 주에 예정된 국회 청문회 등 논의 과정과 정부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대학병원 중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던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닷새 만에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연쇄 휴진’ 동력은 물론 의료계의 투쟁 대오도 흐트러지는 모양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24일부터 정상진료 체제로 전환한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휴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넘긴 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환자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이며, 무능한 정부의 정책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원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사직 전공의 A씨는 “우왕좌왕하는 서울대병원 때문에 다른 대형 병원은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전공의를 위해 휴진하겠다던 모습이 가식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의대생 B씨는 “등록금이 아깝지만 수업을 거부하며 집단행동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갑자기 휴진을 멈추겠다니 황당하다”고 털어놨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던 세브란스병원은 휴진 여부를 고심 중이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딱히 해줄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25일 총회에서 무기한 휴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서울아산병원은 다음달 4일로 예고된 무기한 휴진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서울대가 중단했다고 우리가 중단할 이유는 없다”면서 “환자 피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 韓 정부,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日에 요청…79년 만에 원인 규명 나서나

    韓 정부,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日에 요청…79년 만에 원인 규명 나서나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수천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1945년 우키시마마루(浮島丸·우키시마호) 폭침 사건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보유한 승선자 명부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신문은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 봉환을 담당하는 한국 행정안전부 관계자가 “외교부를 통해 관련 자료를 일본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22일 보도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도 “최근 존재가 확인된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입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사건의 진상 규명을 포함해 일본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내년 80주기가 되는 우키시마호 사건은 1945년 8월 22일 일본 패망 후 강제동원 조선인 노동자들을 태운 배가 당초 목적지인 부산 대신 돌연 마이즈루항으로 향한 뒤 같은 달 24일 폭발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일을 말한다. 일본은 당시 공식 발표에서 승선자 3725명, 사망자 524명, 실종자 수천 명으로 집계했는데, 생존자 목격담에 따르면 8000명 이상이 배에 있었다고 한다. 배가 부산으로 가지 않고 폭발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일본인 장교들이 한국의 보복이 두려워 자폭했다는 주장도 있고, 기뢰 충돌설도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승선자 관련 명부 3개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미야자키 마사히사 후생노동성 부대신(차관)은 지난달 31일 중의원(하원) 외무위원회에서 “승선자 등의 ‘명부’라고 이름 붙은 자료가 70개 정도 있다”며 명부가 없다고 해온 그간의 입장을 사실상 바꿨다. 앞서 이 명부에 대한 자료 공개를 처음으로 요구하며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선 후세 유진 프리랜서 기자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요청해 공개된 명부를 받아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서울신문 6월 19일자 20면> 그는 “희생자와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진상규명”이라며 “일본이 과거를 마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진실 나올 때까지 검사”… 한 번에 150만원 사설 ‘거짓말 탐지기 검사’ 성행

    “진실 나올 때까지 검사”… 한 번에 150만원 사설 ‘거짓말 탐지기 검사’ 성행

    검사결과 법적증거로 인정 드물지만진술 신빙성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도사설업체 규모 관리 사각지대 지적도 “자, 먼 곳을 응시하고 평소 말투로 호흡은 천천히 해보세요.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한 번 더 하면 되니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최근 지인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혁(37·가명)씨는 사설 거짓말 탐지기 검사 업체를 찾아 이런 안내를 받으며 1시간에 걸친 검사를 진행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김씨는 “지인의 몸에 손을 댄 적 없다”라는 자신의 주장이 ‘진실하다’는 검사 결과를 받으려 이 업체를 찾아갔다. 검사 비용으로 100만원 가까이기를 내야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가 제출한 검사 결과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이 사설 업체의 검사 결과는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모른 채 헛된 비용과 노력만 들인 것이다. 23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사설 거짓말 탐지기 업체가 피의자나 변호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속성 과외’를 하거나 여러 차례 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정에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가 증거로 인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객관적인 물증이 부족하고 당사자 진술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성폭력 사건 등에서는 간혹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일부 사설 업체들이 이런 점을 노려 검사를 부추기는 등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서울신문이 사설 업체 5곳에 문의한 결과, 거짓말 탐지기 검사 1회 비용은 100만~150만원 정도였다. 회당 검사 비용은 최대 80만원, 감정서를 써주는 대가로 70만원 정도를 별도로 요구하는 식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진행하는 추가 검사는 할인해주기도 한다. 한 업체 대표는 “심박 수나 눈동자 움직임 등도 영향이 가는 요소이기 때문에 검사 전에 상담을 진행한다”면서 “수사기관에선 한 번의 검사로 마무리되지만, 우리 같은 사설업체에서 진행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받을 수 있다. 몇 번만 연습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95%”라고 귀띔했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는 범죄사실과 관련된 질문을 해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신체적·생리적 변화를 관찰·분석한다. 주로 폐쇄회로(CC)TV 영상, 목격자 등 물증이 부족한 사건에 활용된다. 경찰이 피의자 등을 대상으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진행한 경우는 2021년 1만 3190명, 2022년 1만 2771명, 2023년 1만 2084명이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력 범죄가 36.3%로 가장 많았고, 성폭력 범죄 35.9%, 뺑소니 등 기타 범죄 27.8% 순이다.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들은 수사기관에서 검사받기 전 예행연습을 하거나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에 사설 업체를 찾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설 업체는 전문적인 검사관 자격을 갖추지 않거나 노후화된 검사장비 등으로 영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일부 사설 업체가 형사사건에 휘말린 사람의 절실한 심정을 이용해 상술을 부린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설 거짓말 탐지기 검사 업체는 ‘기타 사업 지원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운영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 등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법조계에선 거짓말 탐지기 검사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으려면 ▲검사 기구의 신뢰도 매우 높고 ▲적격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법무법인 새별의 안성열 변호사는 “사설 업체의 검사 결과는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다”며 “억울한 피의자나 피고인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사설 업체 이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청년층에 출산이 가치 있다는 인식 심어 줘야”[인구대반전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청년층에 출산이 가치 있다는 인식 심어 줘야”[인구대반전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일부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 세대가 ‘이기적’이어서 혼인과 출산을 꺼린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청년들의 출산 기피 심리 밑바닥에는 오히려 ‘이타심’이 깔려 있다는 심리학자의 분석이 나왔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서울신문 인구포럼’에서 ‘비혼·비출산의 심리학적 기제와 기능’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타심이 많은 청년은 아이를 낳아 불평등과 혐오가 만연한 세상에서 자라게 하는 것을 ‘아이에게 못 할 짓’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배경에는 청년층이 맞닥뜨린 ‘좌절 세대’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존 세대는 좌절을 극복하며 성장했지만, 지금은 급격히 오르는 집값과 시시각각 바뀌는 교육 정책 때문에 예측과 극복이 아예 불가능해졌다”며 “양극화로 20~3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5년 새 44% 증가한 반면, 고학력 대학생의 고소득 비중은 커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청년들의 정신건강은 악화했다. 허 교수는 “정신건강 통계상 지금 밀레니얼 세대는 전쟁통에 태어난 세대와 비슷한 수준의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요즘 세대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통제 불가능하게 커진 스트레스에 너무 오래 소진돼 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심리학적 소진이란 불합리하고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 오래 노출돼 모든 의지와 희망을 놓아 버린 상태를 뜻한다. 청년 세대는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이전 세대보다 낮았다. 허 교수가 국내외 29개 관련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성별·지역에 상관없이 최근 자기애가 하락하는 경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허 교수는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 탓에 ‘이 정도 소득은 벌어야 한다’는 등의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면서 “완벽해야 한다는 인식과 낮은 자존감이 상호작용해 ‘이타적인 독신’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를 낳으면 ‘맘충’이 되고 ‘노키즈존’이 생기는 사회에선 효능감을 느끼기 어렵다”며 “교수와 의사 등 피라미드 상류층이 아니라 출산과 육아를 하는 사람이 더 대단하고 가치 있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 아픔 뒤에 찾아온 문학의 구원…“타협하지 않는 양심으로 쓸 것”[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아픔 뒤에 찾아온 문학의 구원…“타협하지 않는 양심으로 쓸 것”[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20대를 꼬박 아프면서 보냈다. 온몸이 이유 없이 아픈데, 어느 대학병원에 가도 원인을 모른다고만 했다. 걷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삶을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답답해서 혼자 의학 논문을 뒤지기 시작했다. 희귀한 유전질환 사례를 하나 찾아 의사에게 갔더니 “가능성이 있겠다”는 말을 들었다. 남은 선택지가 없으니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다행히 수술에 성공하고 재활까지 마쳤더니 스물일곱. 남들보다 조금 늦게, 한참 어린 동생들과 함께한 영문학 공부는 짜릿하기 그지없었다. 얼마 전 첫 책 ‘허투루 읽지 않으려고’(핀드)를 펴낸 문학평론가 전승민(34)의 이름은 최근 출간된 주요 문예지 아무거나 펼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치열하게 작품을 읽어내고 있는 ‘현장 평론가’라는 의미가 되겠다. 학부 수업에서 과제로 써낸 글을 읽고 교수가 “평론 한번 써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202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됐다. 이번 책은 에세이이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곧 평론집도 나올 예정이다.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원래도 계속 공부하고 싶었어요. 영문학 대학원에서 영국 현대소설, 그중에서도 버지니아 울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의 평론에서 두드러지는 주제는 젠더·퀴어 등을 아우르는 섹슈얼리티다. 특별한 계기는 없고 주변에서 많이 공부하기에 자연히 관심이 쏠렸다고 한다. 시와 소설을 굳이 나누는 것보다는 두 장르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내는 과정도 즐긴다. 요즘에는 소설가 서장원과 김봉곤, 시인 신해욱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서장원은 항상 연대와 우정을 그리던 페미니즘과 퀴어 안에서도 어긋나는 지점들을 포착하고 있어요. 최근 4년 만에 복귀한 김봉곤 작품의 시간성도 재밌고요.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신해욱의 시는 기술적으로는 최고라고 봐요.” 해외문학 전공자가 한국문학 비평까지 겸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생각보다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읽어야 하는 텍스트가 두 배로 많기 때문이다. 그는 “‘워라밸’이 없는 것 같다”며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양쪽 다 불만족스러운 상황도 생긴다”고 푸념했다. 참 오래 아팠다가 복귀한 것이어서일까. 그는 스스로 “아직 일상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도 했다. 그래도 그는 앞으로도 한국문학 비평을 놓지 않을 것 같다. 비평, 평론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애정 가득한 대답을 한 것을 보면 말이다. “저를 새로운 세계로 데려가 주는 작품이 있어요. 그걸 나누고 싶어요.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주제가 한 작품 안에서 겹칠 때도 있는데, 그걸 규명하는 ‘입체적인’ 글도 쓰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비판해야겠다는 ‘문학적 양심’이 들 때 외면하지 않는 평론가가 되고 싶습니다. 불리해지거나 위험해지는 글을 발표해야 하는 순간에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누군가 낭만적인 말로 현실을 미화하려고 할 때 그것을 제지하는 데서 문학의 힘이 나오는 거니까요.”
  • “하반기 자기시간총량제 등 새로운 중독 예방 사업 실시”

    “하반기 자기시간총량제 등 새로운 중독 예방 사업 실시”

    “마음채움센터가 세계 최고의 중독전문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사후 조치보단 사전 개입 더 중요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20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하반기에 자기시간총량제, 고객 게임정보를 활용한 심층 상담 등 새로운 중독 예방 사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박중독을 막기 위해선) 사후 조치보단 사전 개입이 더 중요하다”며 “카지노 영업장 체류시간 등을 활용한 핀셋관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최근 사회적 이슈인 청소년 도박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여러 기관과 협업해 캠페인을 확대하고 개별적인 도움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복합리조트 도약 ‘원년’으로 지난해 12월 취임한 최 대행은 중독 관리를 비롯한 사업 전 분야에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글로벌 복합리조트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 1월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발족했고 4월에는 실행계획인 ‘K-HIT 프로젝트 1.0’을 발표했다. 그는 “강원랜드는 현재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를 앞세운 국내외 복합리조트와의 경쟁에 직면해 있고 불법 사행산업과 해외 원정게임의 성행으로 인해 국내 유일 내국인 출입 카지노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사실상 잃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리조트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복합리조트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법적 규제에 대해 최 대행은 “카지노가 건전레저관광의 일부라는 대국민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강원랜드 사행산업의 시행 배경과 강원을 비롯한 국내 관광산업에서 강원랜드의 역할을 정확하게 알리겠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번에 이름을 바꾼 마음채움센터 운영을 통해 도박중독 예방과 건전게임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이어 갈 것”이라고 했다.
  • “천안시민 삶 가치·품격 높일 것”

    “천안시민 삶 가치·품격 높일 것”

    충남 인구의 절반인 106만명이 사는 천안시와 아산시는 도로를 마주하는 공동생활권이다. 충남도 조사 결과 양 지자체의 매월 생활 인구는 250만명이 넘는다. 생활 인구는 통학·관광 등의 체류자도 인구로 본다. 민선 8기 3년 차를 맞아 자신들만의 독특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박상돈 천안시장으로부터 지방 분권 시대를 이끄는 주요 시책을 들어 봤다.“경제·문화·교통·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시민 삶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겠습니다.”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늘 진정성을 갖고 남은 2년을 더 힘차게 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천안 발전을 위한 가장 큰 책무가 민심을 반영한 정책 수립을 유도하고 시민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중 고품격 문화도시와 미래산업 발전 토대 마련, 스포츠 도시 등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달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2024 천안 K컬처 박람회’에 국내외에서 약 32만명이 방문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천안이 보유한 높은 ‘문화의 힘’과 무한 가능성을 확인했고 세계적 행사로 도약을 예고한 게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천안 K컬처 박람회는 2027년 대표 한류 문화·산업박람회인 ‘천안 K컬처 세계박람회’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박 시장은 “28년간 염원인 축산자원개발부(성환종축장)가 이전해 미래 모빌리티 국가산업단지로 조성된다. 한국 산업 발전의 새 거점이 될 것”이라며 “천안·아산KTX 연구개발(R&D) 집적지구 조성과 그린스타트업 타운 활성화로 미래 산업 중심지 천안을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공약인 ‘국립 치의학연구원 천안 설립’도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활 인구 150만명을 넘어 대도시로 성장하는 천안은 교통 인프라 구축도 필수다. 박 시장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연장 확정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며 “숙원인 천안역사 증개축 사업 착공으로 광역교통 서비스 향상과 원도심 활성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시의 최근 화두는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창업 생태계 구축이다. 박 시장은 “2022년 대한민국 1호 복합형 스타트업파크인 ‘천안 그린 스타트업 타운’을 개소했다”며 “500개 스타트업 발굴과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유니콘 기업 육성을 목표로 혁신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민선 8기 반환점을 지나는 지금이 실질적인 새 변화를 만드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12개 대학이 있고 평균 39세 이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천안이다.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시민 삶이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아산, 글로벌 경제도시로 거듭나”

    “아산, 글로벌 경제도시로 거듭나”

    충남 인구의 절반인 106만명이 사는 천안시와 아산시는 도로를 마주하는 공동생활권이다. 충남도 조사 결과 양 지자체의 매월 생활 인구는 250만명이 넘는다. 생활 인구는 통학·관광 등의 체류자도 인구로 본다. 민선 8기 3년 차를 맞아 자신들만의 독특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박경귀 아산시장으로부터 지방 분권 시대를 이끄는 주요 시책을 들어 봤다.“내년 통합 출범 30주년을 맞는 아산시가 전국 최고의 경제도시로 도약했습니다.” 박경귀 충남 아산시장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산은 전국 수출 1위의 경제도시로 인구 증가와 함께 끊임없는 개발 사업과 환경이 어우러진 계획적 도시발전으로 중부권의 새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아산 발전을 위한 가장 큰 책무가 시민과의 적극적 소통 행정으로 정책 수립을 유도하고, 시민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중 사통팔달의 지리적 여건에 유리한 경제도시와 고품격 문화도시, 환경과 어우러진 도시개발 등을 제시한다. 아산시는 지난 1995년 1월 1일 온양시와 아산군이 통합해 출범했다. 내년 1월이 통합 30주년이다. 박 시장은 “통합 아산시 출범 30주년을 맞아 시민과 함께 발전상과 미래 비전을 공유할 계획”이라며 “계획적 도시발전을 일구는 전국 최고의 도시로 발돋움할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산은 잇따른 도시개발사업과 산업단지 조성으로 수도권 배후 도시로 급부상했다. 진행 중인 도시개발 사업만 14개 지구(9973만㎡)다. 2021년 통계청 자료 기준 도시개발 수요가 전국 2위다. 박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현대자동차 등 수많은 기업이 들어서면서 14개 산단이 조성되거나 계획 중”이라며 “도시개발 수요만 인구 100만 이상의 광역시보다도 많은 전국 2위”라고 미소 지었다. 인구수 50만명의 자족도시 성장 발판이 될 도시개발사업은 현재 시 자체 사업 3개 지구(185만㎡·1만 3535가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 1개 지구(357만㎡·2만 2000가구)로 전체 면적이 여의도 면적(290만㎡)의 3배가 넘는 973만 8000㎡ 규모다. 아산 인주·둔포·음봉지구는 최근 충남도 ‘베이밸리’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충남 경제자유구역 후보지로 선정됐다. 박 시장은 “충남 5개 지구(4개 시) 중 아산은 64.8%인 9.8㎢를 차지한다”며 “인주지구 중점 산업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트라이-포트(Tri-port) 아산항 개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시장은 “현재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아산항은 서해권 항만물류 증가에 대비한 다기능 복합거점 마련을 위한 역점 추진사업”이라며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전국 최고의 경제도시가 될 것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 “임기 절반 만에 투자 유치 20조…中에 사무소, 기업 다리 놓을 것”

    “임기 절반 만에 투자 유치 20조…中에 사무소, 기업 다리 놓을 것”

    “국비 확보 10조원 시대를 열었고 투자 유치도 반년 만에 2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20일 서울신문에 “목 좋은 구멍가게와 같이 가만히 앉아서 오는 손님만 받았다면 이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다른 시도와의 샅바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게 주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1~18일 네덜란드 등 유럽 3개국을 돌며 외국기업으로부터 2억 2500만 달러(약 3042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끌어냈다. 취임 후 19조 3688억원(163개 회사)의 투자를 유치해 임기 반 만에 민선 7기 4년간 유치액 14조 5385억원의 1.3배를 넘었다. 국비도 올해 10조 2130억원을 확보했다. 김 지사는 ‘아산만 베이밸리’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토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천안 등에 비수도권 최대 면적인 200만평의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했다. 그는 “베이밸리의 핵심지역인 천안·아산이 국내 최대 디스플레이 국가 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돼 삼성 4조 1000억원 등 2032년까지 40조원의 투자가 예상된다”며 “충남도 중국사무소를 설치해 양국 기업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9500억원 규모의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순항 중인 서산공항 건설,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 논산 유치 등을 거론하며 “충남이 국가 성장동력의 축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국회에서 석탄화력특별법 등 7개 법안이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라 침체될 지역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국 석탄화력 59기 중 절반인 29기가 충남 서해안 지역에 있다. 김 지사는 “불위호성(弗爲胡成·행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의 자세로 임기 나머지 2년도 충남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 “대전만의 독창성·고유성 확립… 초일류 도시 만들 것”

    “대전만의 독창성·고유성 확립… 초일류 도시 만들 것”

    “대전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 출발했는데 많은 성과를 내 뿌듯합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0일 서울신문에 “대전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지역 경제성장의 선도도시로 만들려고 힘쓰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류경제도시’를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이 시장은 그 힘의 밑거름으로 수많은 정부출연기관, 벤처기업 등이 있는 대덕특구를 거론한 뒤 “기업의 총매출이 25조원에 이르고 57개 기업이 상장하는 등 경제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담아낼 거대한 산업단지가 절실했다”고 덧붙였다. 대전의 첫 국가산단인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지정을 일컫는 것이다. 그는 “여의도 두 배 면적인데 입주하겠다는 기업이 벌써 100%를 넘었다”며 “요즘 뜨거운 로봇, 드론 등 최첨단 기업이 관심을 보여 만족스럽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외국 기업인 머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과 우주산업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대전의 바이오산업이 세계를 석권하고 우주산업도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지난해 8월 ‘0시 축제’도 지역 경제 효과를 생각해 부활시킨 것”이라고 했다. 축제는 대전엑스포 이후 단일 행사 중 최대인 방문객 109만명을 기록하고 1739억원의 직간접 효과가 있었다고 집계됐다. 이 시장은 취임 후 미술관 등이 들어설 대전아트파크, 내년에 완공하는 프로야구장 ‘베이스볼 드림파크’, 시립도서관 등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시설 확충에도 열정을 쏟았다. 더 나아가 정부수립 100주년인 2048년을 목표로 ‘미래산업 선도 국가혁신 거점도시’ 등 5대 전략을 담은 ‘그랜드플랜’을 만들고 있다. 이 시장은 “그동안 장기전략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대전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토대로 미래를 지향하는 도시 정체성을 확립해 초일류 도시로 만들겠다”며 “대전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 “어린이도 엄연한 문학 주인공… 걸맞은 대우해야죠”

    “어린이도 엄연한 문학 주인공… 걸맞은 대우해야죠”

    “동화의 주인공으로 어린이를 데려왔으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서 “‘200자 원고지 30장 안팎’이란 제한 가운데 이 시대의 사랑론을 설파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능력”, “아동문학의 잠재력을 새삼 일깨워 준 당선자”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조은비(31) 작가가 첫 동화집 ‘사랑은 초록’으로 어린이 독자를 찾아왔다. 등단작인 ‘사랑해’를 비롯해 6편의 단편 동화가 한 권에 묶였다.그의 동화 주인공들은 지레 겁먹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처럼 ‘주인공에 걸맞게’ 끝까지 자신의 감정과 마주한다. ‘사랑해’에서는 웹소설로 사랑을 배운, 사랑에 대해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지니고 살아가던 주인공 세희가 같은 반 남자아이 윤수의 예상치 못한 고백을 받으며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그려 낸다. ‘몽글몽글 가슴이’에서는 반에서 혼자만 브래지어를 안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은이가 겪는 생경하고도 미묘한 감정들을 포착해 낸다. 연애부터 교우 관계, 몸의 변화, 재혼 가정의 고민, 기후 위기에 대한 고찰까지 어린이가 맞닥뜨리는 성장의 순간을 정확하게 짚어 낸다. “언제 사랑할 수 있는데?”(사랑해), “얼마큼 커져야 브래지어 할 수 있어?”(몽글몽글 가슴이), “때가 되면 다 방법이 생길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 ‘때’라는 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내가 아저씨의 성을 따르고 그 여자애가 아빠의 성을 따르면 누가 아빠의 진짜 딸일까”(잎새뜨기) 등 작가는 어른들이 무심결에 넘겨 버렸던, 정말 중요한 어린이의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동화는 비로소 짙푸른 여름빛처럼 확연하다. 이런 선명함은 어린이를 ‘동료 시민’으로서 존중하는 작가의 자세에서 나올 수 있었다.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성소수자, 페미니즘, 채식주의 등과 같이 우리 사회 쟁점들을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릴 때 ‘네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른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나빴던 것처럼 지금의 어린이들도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면 기분이 나쁠 거라 생각한다”며 “어린이 또한 좋은 대접을 받고 싶고, 멋지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하며,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갖고 싶어하는 나와 같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등단 후 2년여 동안 바쁘게 일하고 출판사에 투고도 하며 지냈다는 그는 첫 책 출간에 이어 내년 여름쯤 ‘조은비 표’ 장편 동화로 독자를 찾아올 예정이다. 앞으로도 ‘집단으로서의 어린이’가 아닌 한 사람의 어린이를 그리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 동화를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할 뿐이에요.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책을 읽고 난 뒤에 ‘우리 주변에 분명 이런 친구가 있다, 이런 어린이가 있다’라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개별적인 한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세상이 좀더 안전해지고 넓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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