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서울로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당선인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오정희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리비아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511
  • “서울, 사무실 대신 주택 공급 늘리고 인구 유입 억제 병행해야 집값 안정”

    “서울, 사무실 대신 주택 공급 늘리고 인구 유입 억제 병행해야 집값 안정”

    “올 성장률 1% 이상일 가능성 커져美와 관세 협상 따라 상황 변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오피스(사무실) 공급안을 주택으로 바꿔 획기적으로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부동산 안정 방안 관련 질문에 “세계적으로 오피스 수요가 줄고 있고 앞으로 인공지능(AI) 등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피스보다는 가구에 주택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답했다. 이 총재는 주택 공급 정책 뿐 아니라 서울 인구 유입을 억제하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급을 늘려도 계속 새집이 생기면 지방에서 서울로 똘똘한 한 채를 갖기 위해 더 들어올 것”이라면서 “몇 군데 대체제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계속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만큼 공급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3분기 경제성장률(1.2%)와 관련한 질문에 “소비쿠폰 효과도 있었고 수출도 좋았다. 4분기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올해 성장률이 0.9%(한은 8월 전망치)가 아니라 1% 이상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관세 협상에 따라 경제 상황이 변할 것”이라면서 “1% 넘게 성장하더라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여러 가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3분기 성장률 발표에 증권사들도 속속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다. 삼성증권은 기존 2.0%에서 2.2%로, 한국투자증권은 1.8%에서 1.9%로 각각 올렸다. 이 총재는 원화스테이블 코인 도입과 관련해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그냥 도입할 경우 외환시장 환율 변동성과 자본 유출이 굉장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대통령실로부터 연임 제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 출마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지, 선출직 출마 의향이 있는지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재 임기는 내년 4월 20일까지다.
  • 젠슨 황‧이재용‧정의선 내일 ‘서울 회동’… 반도체·자율주행·로보틱스 협력 논의

    젠슨 황‧이재용‧정의선 내일 ‘서울 회동’… 반도체·자율주행·로보틱스 협력 논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서울에서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로보틱스 등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황 CEO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한다. 이후 서울 모처에서 정 회장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며, 이 자리에 이 회장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에 참석한 뒤 서울로 이동해 황 CEO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황 CEO와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 총수의 만남인 만큼 이번 회동에서 반도체와 자율주행, SDV, 로보틱스 등의 분야에서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 사람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도 만난 적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하드웨어와 생성형 AI 개발 도구를 활용해 SDV,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솔루션을 지능화하고, 사업 운영 전반에 AI 기술 적용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그룹 산하 로보틱스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활용해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인 아이작으로 AI 기반 로봇을 개발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채택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현재 삼성전자의 5세대 HBM 제품인 HBM3E는 공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내년 하반기 출시되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루빈에 6세대 제품인 HBM4를 탑재하기 위해 샘플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한 소식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 김규남 서울시의원, ‘반려동물 장례지원 조례안’ 대표발의

    김규남 서울시의원, ‘반려동물 장례지원 조례안’ 대표발의

    서울시의회 김규남 의원(국민의힘·송파1)은 시민이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를 때 서울시가 장례시설 이용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 동물보호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7일 밝혔다.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시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전체의 19.2%(약 113만 가구)에 달한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 잡으며 장례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장례서비스를 일부 지원하고 있고, 경기 연천군에 서울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시립 반려동물 장묘시설 조성도 추진 중이다. 이번 개정조례안은 반려동물의 생애주기 마지막 단계까지 존중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동물보호조례 ▲제2조에 ‘반려동물 장례문화’의 개념을 새로 규정하고 ▲제25조 제3항을 신설해 서울시장이 반려동물 장례시설 이용, 장례예절 및 절차 관련 교육, 정보 제공, 홍보사업 등을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반려동물 장례 절차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와 예절 교육, 장례시설 이용 시 시민 부담 완화 등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된다. 김 의원은 “서울시가 반려동물 장례를 지원한다는 것은 단순히 복지의 확장이 아니라 시민의 정신건강을 돌보고,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슬픔의 과정이지만, 사회가 이를 함께 보듬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라며 “이번 조례안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존중받는 도시 서울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례안은 오는 11월 열리는 서울시의회 제333회 정례회에서 심사될 예정이다.
  • 김길영 서울시의원, 서울시 K-어울림 건강문화 페스티벌 참석

    김길영 서울시의원, 서울시 K-어울림 건강문화 페스티벌 참석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김길영 위원장(국민의힘, 강남6)은 지난 2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K-어울림 건강문화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하고 행사에 참여한 다문화가족들을 비롯해 서울시민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건강 토크쇼, 개별 건강상담 등 관련 강좌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제기차기, 딱지치기 등 한국 전통놀이와 건강상식 퀴즈대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체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시민과 다문화가족이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여 글로벌 사회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의원은 축사에서 “서울시의회는 다문화가족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히며 “오늘 행사를 통해 서울시민과 다문화가족이 모두 함께 서울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다양한 건강 강좌와 체험 프로그램 등을 경험하며, “오늘 이 행사가 서울에서 생활하는 이주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다양한 문화를 잇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다문화사회의 지속적인 성장과 교류를 위해서는 상호 이해와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서울시가 더 건강하고 포용적인 글로벌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 독수리를 태운 버스가 잠실로 간다…한화,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독수리를 태운 버스가 잠실로 간다…한화,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올 시즌 KBO리그를 지배했던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가 가을 야구의 결정적인 순간 그 위력을 또 한 번 증명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대망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로 가는 티켓을 마침내 손에 쥐었다. 2006년 이후 19년 만의 왕좌 도전이다. 공교롭게도 한화의 마지막 한국시리즈에서 패배를 안겼던 팀이 이번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상대 삼성 라이온즈다. 한화는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포스트시즌 PO 최종 5차전에서 4차전까지 혈투를 벌였던 삼성을 11-2로 제압했다. 정규시즌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 폰세가 투수 강습 타구에도 흔들림 없는 호투를 이어가며 5이닝을 5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비자책 1실점으로 KS로 가는 교두보를 놨다. 폰세는 1회 2사 만루 첫 실점 위기 상황에서 PO 1차전에서 홈런을 허용했던 김태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고, 2회에는 1사 3루 때 포수 최재훈이 공을 뒤로 빠트리면서 비자책 1실점 했다. 3회에는 삼성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친 빠른 타구에 왼쪽 가슴 부위를 맞았으나, 폰세는 재빨리 공을 1루로 던져 디아즈를 잡았다. 디아즈는 한국시리즈 진출이 걸린 절체절명의 경기에서도 마운드 위로 올라가 폰세를 안아주며 사과하는 스포츠맨십을 보였다. 경기 전 총력전을 예고했던 김경문 한화 감독은 팀이 7-1로 앞선 6회부터는 폰세를 내리고 팀 2선발 라이언 와이스를 마운드로 올렸다. 지난 4차전 마운드 운용 실패로 역전패했던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한 필승 전략이었다. 와이스는 9회까지 4이닝 4피안타 1실점 4탈삼진 하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타선은 1회부터 삼성 선발 최원태를 괴롭혔다. 1사 2, 3루 상황에서 노시환의 좌익수 앞 적시타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고, 곧이어 채은성의 희생타에 루이스 리베라토가 홈을 밟았다. 3회는 세 타자 연속 안타에 삼성의 치명적인 수비 실수가 2개나 곁들여지면서 한화가 5-1로 달아났고, 삼성 선발 투수 최원태는 3과3분의1 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5실점(3자책)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한화 타선은 이승민, 양창섭, 김태훈, 배찬승, 이호성 순으로 이어진 삼성 불펜을 꾸준히 두들기며 6회까지 3점을 추가했고, 8회 문현빈이 김재윤을 상대로 2점 홈런을 퍼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PO 시리즈를 3승 2패로 마무리한 한화는 곧바로 서울로 이동해 25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정규리그 1위 LG트윈스와 KS 1차전을 벌인다. KS는 2차전까지는 잠실에서, 3~5차전은 대전에서 진행되며 6~7차전은 다시 잠실에서 열린다. KBO 규정에 따라 지역 이동일에는 경기가 열리지 않으며 평일엔 오후 6시 30분, 공휴일엔 오후 2시에 경기를 시작한다.
  • 서울시의회, 2027서울세계청년대회(WYD)지원특위 구성… 본격 준비 체제 가동된다

    서울시의회, 2027서울세계청년대회(WYD)지원특위 구성… 본격 준비 체제 가동된다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원(국민의힘·강남3, 전반기 의장)은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2027서울세계청년대회(WYD)지원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제333회 정례회에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2027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는 ‘2027서울세계청년대회(WYD)’는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70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청년 세대가 인류 공동의 미래 의제와 실천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2027서울세계청년대회(WYD)지원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면 서울시의회가 ▲재정 및 인프라 지원 ▲문화예술 및 관광 활성화 지원 ▲재난안전관리 대책 수립 ▲홍보 및 시민협력 등 전방위적 지원 전략과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적극 협력하고 서울시의 국제적 위상과 도시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2027서울세계청년대회가 생산 유발효과 11조 3698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 5908억원, 고용 유발효과 2만 4725명으로 평가되는 만큼 이번 글로벌 청년 축제가 개막부터 폐막까지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만반의 지원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2023년 8월 개최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복합적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진단하고 체계적인 대응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 의원은 “오늘날 세계 청년들이 실업·주거 불안·기후위기·사회적 고립·문화적 단절 등 복합적인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2027서울세계청년대회(WYD)를 통해 세계 청년들이 상호 이해와 존중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다지고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 의원은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서울시가 사회·문화·경제·외교 등 여러 면에서 위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대회 준비 및 운영을 총괄할 전담 조직(TF)을 신속히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이번 특별위원회 구성을 계기로 문화·관광·청년·교통·환경·안전 등 분야에서 관련 부서와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 쇼팽 콩쿠르 우승한 에릭 루, 새달 한국 리사이틀

    쇼팽 콩쿠르 우승한 에릭 루, 새달 한국 리사이틀

    미국 국적 피아니스트 에릭 루(28)가 21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제19회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6만 유로(약 9930만원). 캐나다 출신 케빈 첸(20)이 2위, 중국의 왕쯔통(26)이 3위를 차지했다. 대만계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루는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하고 2018년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조성진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던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는 4위에 올랐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폴란드 바르샤바 필하모니홀에서 열린 결선에서는 11명 진출자가 쇼팽 폴로네즈 환상곡 Op. 61과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를 연주했다. 이날 현지에서 위너 연주회를 한 루는 다음달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 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 쇼팽 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참여한다. 이후 22~26일에는 울산, 경남 통영, 서울로 이어지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 리사이틀’ 투어를 갖는다.
  • 평일에도 몰린 뜨거운 청약 열기…김포풍무 호반써밋 ‘똘똘한 한채’로 각광

    평일에도 몰린 뜨거운 청약 열기…김포풍무 호반써밋 ‘똘똘한 한채’로 각광

    경기 김포시 사우동에 마련된 ‘김포풍무 호반써밋’의 견본주택이 문을 연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방문객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과 가깝다는 ‘초역세권’의 이점은 물론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가격 경쟁력, 우수한 상품성까지 갖춰 개발 초기 프리미엄을 선점하려는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찾은 김포풍무 호반써밋 견본주택은 평일 낮 시간대였음에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견본주택이 개관한 지 이틀 만에 보통 2000~3000명이 방문하는 것을 고려하면 그 2배 이상인 5000~6000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은 지하 2층~지상 27층, 9개 동, 전용면적 84~186㎡, 총 956가구가 들어서는 단지다. 김포풍무역세권 도시개발구역 B5 블록에 위치한다. 실물 견본주택은 84㎡B과 112㎡A 두 가지 타입이 마련됐는데 10여분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붐볐다. 방문객이 몰려 장내가 혼잡해 분양 관계자들이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관람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정도였다. 상담석엔 신혼부부와 청년,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이 대기하고 있었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은 전 가구가 선호도 높은 중대형으로 구성된 단지다. 전용면적별로 84㎡A 331가구, 84㎡B 183가구, 112㎡A 408가구, 112㎡B 28가구가 있고, ‘펜트하우스’인 186P㎡도 6가구가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린 데에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과 두 정거장 떨어진 김포골드라인 풍무역과 바로 맞닿아 있다는 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풍무역은 향후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연장이 검토되고 있어 서울로의 이동이 한층 더 쉬워질 전망이다. 또한 김포대로를 끼고 있어 차량으로 김포한강로, 올림픽대로, 48번 국도 등을 통해 서울로 쉽게 갈 수 있다. 분양가는 3.3㎡당 약 2033만원인데, 이는 동일 평형 기준 김포 지역의 10년 차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날 견본주택을 찾은 김포시민 최모(40)씨는 “분양가도 낮은데다 근처에 대학병원 설립이 예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겨 왔다”며 “청약을 넣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양 관계자는 “2028년 입주를 마치고 나면 김포시를 대표하는 ‘똘똘한 한 채’가 될 것”이라며 “한강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훨씬 좋아 풍무역세권 청약을 기다리던 수요가 몰리면서 많은 분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서 발코니 확장 공사 금액도 600만원대로 타 아파트 단지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은 풍부한 교육·생활 인프라를 갖춘 입지로도 유명하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예정 부지가 인접해 있고 풍무역·사우역 인근 학원가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홈플러스, 풍무도서관 등 생활 편의시설과 계양천 수변공원, 선수공원 등 녹지도 가깝다. 특히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넉넉한 동 간 거리로 채광과 통풍, 개방감을 높였다. 전 가구가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설계되며, 전용면적 112㎡B 타입에는 5베이 구조가 적용된다. 가구당 1.48대 규모의 넉넉한 주차 공간과 세대 창고를 갖춰 생활 편의를 높였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연습장, 스크린 골프(2곳), 작은 도서관, 카페 라운지 등이 마련돼 입주민들의 건강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돕는다. 김포 풍무역 도시개발사업은 인구 1만 8000여명을 수용하는 미니신도시 규모로 조성돼 주거뿐 아니라 상업 교육 업무 행정 기능이 복합된 생활권으로 김포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의 분양 일정은 오는 2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8일 1순위, 29일 2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당첨자 발표일은 다음 달 5일이며, 계약은 다음 달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진행된다. B5 블록은 경기 김포시 사우동 475-2 일원이며, 견본주택은 경기 김포시 사우동 547-8번지에 있다.
  • 김포골드 역세권에 수변공원 누려… ‘김포풍무 호반써밋’ 온다

    김포골드 역세권에 수변공원 누려… ‘김포풍무 호반써밋’ 온다

    김포 사우동에 견본주택 오픈풍무역 5분 거리, 서울 접근 쉬워프레스센터에 ‘서울사업소’ 개설서울 도심재정비 사업 확대 나서 호반건설이 16일 경기 김포시 사우동 475-2 일원(김포 풍무역세권 B5블록)에 ‘김포풍무 호반써밋’(투시도)의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은 지하 2층~지상 27층, 9개 동, 전용면적 84~186㎡, 총 956가구다. 전용면적별로 84㎡A 331가구, 84㎡B 183가구, 112㎡A 408가구, 112㎡B 28가구, 186P㎡ 6가구로 전 가구가 선호도 높은 중대형으로 구성됐다. 견본주택은 경기 김포시 사우동 547-8에 있다. 분양 일정은 오는 2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8일 1순위, 29일 2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당첨자 발표일은 다음달 5일이며, 계약은 다음달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진행된다.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3.3㎡당 약 2033만원이며, 입주는 2028년 10월 예정이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은 우수한 교통망과 풍부한 교육∙생활 인프라를 갖춘 입지에 들어선다. 김포골드라인 풍무역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으며, 서울 김포대로를 끼고 있어 서울로의 접근이 쉽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예정 부지가 인접해 있고 풍무역∙사우역 인근 학원가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홈플러스, 풍무도서관 등 생활 편의시설과 계양천 수변공원, 선수공원 등 녹지도 가깝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은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넉넉한 동 간 거리로 채광과 통풍, 개방감을 높였다. 전 가구가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설계되며, 전용면적 112㎡B 타입에는 5베이 구조가 적용된다. 가구당 1.48대 규모의 넉넉한 주차 공간과 세대 창고를 갖춰 생활 편의를 높였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연습장, 스크린 골프(2곳), 작은 도서관, 카페 라운지 등이 마련돼 입주민들의 건강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돕는다. 김포풍무 호반써밋 분양 관계자는 “김포 풍무역세권 B4∙C5블록에도 추가 공급을 계획하고 있어 김포 내 호반써밋 브랜드 타운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도시정비사업 확대를 위한 서울사업소 개소식을 진행했다. 박철희 호반건설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는 호반건설이 서울과 경기·인천의 주요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고 현장 밀착형 관리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조형식 호반건설 도시정비사업팀 이사는 “전문성을 제고해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 술 취해 처제 허벅지 만진 남편…“기억 안 난다”며 이혼 요구

    술 취해 처제 허벅지 만진 남편…“기억 안 난다”며 이혼 요구

    술에 취해 잠든 여동생을 추행한 남편이 오히려 이혼을 요구해 공분을 사고 있다. 1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여동생을 성추행한 남편이 먼저 이혼 소송을 걸었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사연자 A씨는 “20대 초반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결혼 전까지 동생과 함께 살며 서로 의지해왔다”고 말했다. A씨는 “남편은 소개팅으로 만났고 붙임성 좋고 다정했다. 동생과도 금세 친해져 결혼 후에도 셋이 자주 어울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사람은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동생이 “형부가 새벽에 방에 들어와 허벅지를 만졌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게 무너졌다. A씨는 “남편은 기억이 안 난다며 잡아뗐고, 동생은 형부를 고소했다. 그날 이후 별거를 시작했는데 남편이 되레 나에게 이혼 소송을 냈다”고 했다. 그는 “동생을 상처 입히고도 뻔뻔하게 먼저 이혼을 요구한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안은경 변호사는 “남편이 여동생을 추행한 사건이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남편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A씨가 반소로 이혼을 청구하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술에 취한 상태의 처제를 추행한 것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범행으로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제추행’에 해당한다”며 “징역형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자료에 대해서는 “혼인기간과 경제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통상 2000만원 안팎이 예상된다”며 “유책배우자의 잘못이 재산분할 비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혼인 중 받은 대출 일부를 시어머니께 보낸 경우’에 대해서는 “혼인 중 발생한 대출은 기본적으로 분할 대상 채무에 포함된다”라며 “일부를 시댁에 줬더라도 나머지를 생활비로 썼다면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고, 분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인섭 변호사는 “결국 남편이 여동생을 추행한 사실이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남편의 이혼 청구는 기각되고 오히려 아내의 반소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며 “형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는 중대한 성범죄”라고 정리했다.
  • 호반건설, 풍무역세권 ‘김포풍무 호반써밋’ 견본주택 개관

    호반건설, 풍무역세권 ‘김포풍무 호반써밋’ 견본주택 개관

    호반건설이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475-2 일원(김포 풍무역세권 B5블록)에 ‘김포풍무 호반써밋’의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고 16일 밝혔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은 지하 2층~지상 27층, 9개동, 전용면적 84~186㎡ 총 956가구다. 전용면적별 가구수는 ▲84㎡A 331가구 ▲84㎡B 183가구 ▲112㎡A 408가구 ▲112㎡B 28가구 ▲186P㎡ 6가구로 전 가구가 선호도 높은 중대형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분양 일정은 오는 2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8일 1순위, 29일 2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당첨자 발표일은 다음달(11월) 5일이며, 계약은 다음달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3.3㎡당 약 2033만원이며, 입주는 2028년 10월 예정이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은 우수한 교통망과 풍부한 교육∙생활 인프라를 갖춘 입지에 들어선다. 김포골드라인 풍무역이 도보 5분 거리에 있으며, 서울 김포대로를 끼고 있어 차량으로 김포한강로, 올림픽대로, 48번 국도 등을 통한 서울로의 접근이 쉽다. 또한,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예정 부지가 인접해 있고 풍무역∙사우역 인근 학원가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홈플러스, CGV, 김포시청, 김포종합운동장, 풍무도서관 등 생활 편의시설과 계양천 수변공원, 선수공원 등 녹지도 가까워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은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넉넉한 동 간 거리로 채광과 통풍, 개방감을 높였다. 전 가구가 4베이(Bay) 판상형 구조로 설계되며, 전용면적 112㎡B 타입에는 5베이 구조가 적용된다. 가구당 1.48대 규모의 넉넉한 주차공간과 세대창고를 갖춰 생활 편의를 높였다. 또한, 발코니 확장 시 현관창고, 파우더장, 드레스룸 등을 제공하고, 일부 타입에는 주방∙복도∙욕실 팬트리 등 다양한 수납공간을 제공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2개소), 작은 도서관, 카페라운지 등이 마련돼 입주민들의 건강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돕는다. 김포풍무 호반써밋 분양 관계자는 “김포풍무 호반써밋은 교통 접근성과 생활 편의성을 모두 갖춘 입지 경쟁력 높은 단지”라며 “김포 풍무역세권 B4∙C5블록에도 추가 공급을 계획하고 있어 김포 내 호반써밋 브랜드타운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포풍무 호반써밋의 견본주택은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547-8 일원에 있다.
  • ‘구리무’ 80년, K뷰티 선봉에… 북미·유럽 녹이는 아모레퍼시픽[2025 재계 인맥 대탐구]

    ‘구리무’ 80년, K뷰티 선봉에… 북미·유럽 녹이는 아모레퍼시픽[2025 재계 인맥 대탐구]

    창업주 모친의 머릿기름이 시초업계 최초 방판으로 인지도 키워사업 확장해 한때 계열사 25개로2세 서경배 회장 ‘미와 건강’ 집중설화수·아이오페 잇단 성공 가도중국 의존도 낮추고 시장 다변화“2035년까지 매출 15조 달성할 것” ‘K뷰티’ 시초 격인 아모레퍼시픽은 ‘구리무’(크림)에서 출발해 최초의 한방 화장품 출시, ‘방문판매제’ 도입, 쿠션 카테고리 발명 등 독자적인 기술과 브랜딩으로 국내외 뷰티 산업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설화수·에뛰드·이니스프리 등 대표 브랜드의 잇따른 성공으로 업계를 선도했지만 최근에는 화장품주 시총 1위 자리를 에이피알에 내주며 승부수를 띄워야 할 상황을 맞았다. 올해로 창사 80주년을 맞아 ‘크리에이트 뉴 뷰티’(새로운 미를 창조)를 새 슬로건으로 내세운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시장 공략과 인공지능(AI) 혁신을 축으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전신인 태평양화학공업사의 뿌리에는 고 서성환 창업주의 모친 고 윤독정 여사가 있다. 서 창업주는 1924년 북한 황해도 평산군 적암면에서 부친 고 서대근씨와 윤 여사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격동의 시기 6남매의 생계를 책임졌던 윤 여사는 서 창업주가 소학교에 다니던 1930년 상업이 가장 번화했던 개성으로 이사한다. ●메로디크림·ABC포마드로 판 뒤집어 등잔 기름, 염색 물감 등을 떼어 와 팔던 윤 여사는 당시 우리나라 여성들이 쪽진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던 머릿기름에 천착해 직접 제조했다.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윤기가 오래가는 동백나무를 원료로 한 윤 여사의 머릿기름은 상류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동백기름의 인기가 커지자 윤 여사는 지금의 스킨·로션 격인 미안수부터 구리무, 백분(파우더) 등 품목을 하나둘 늘려 가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한 가게에는 ‘창성상점’이라는 정식 명칭이 붙었다. 개성 최초의 현대식 백화점인 ‘김재현백화점’에 입점할 만큼 사업이 크게 불어났을 시기 윤 여사는 가업을 돕기 위해 새벽부터 도시락 3개를 들고 개성에서 서울로 원료를 구하러 다니던 서 창업주의 자질을 눈여겨보고 직접 백화점 판매를 시켰다. 고급스러운 포장과 더 나은 품질의 제품들을 보고 익힌 서 창업주는 김재현백화점의 화장품부에 코너를 개설하는 데 성공했다. 광복 후 개성으로 돌아온 서 창업주는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세우고 창성상점의 이름을 ‘태평양상회’로 바꿨다. 1947년 개성을 떠나 익숙한 남대문시장 근처인 서울 남창동에 자리를 잡은 뒤 부인인 고 변금주씨를 만나 결혼했다. 1948년 태평양화학공업사가 내놓은 1호 제품인 ‘메로디크림’은 모조품과 위조 화장품이 기승을 부리던 1950년대 초까지 인기리에 판매됐다. 한국전쟁 이후 남성 소비자를 겨냥해 출시한 식물성 제품 ‘ABC포마드’는 국내 남성용 헤어 시장의 판을 뒤집었다. 동백나무만을 고수하던 윤 여사의 엄격한 기준에서 품질의 중요성을 배운 서 창업주는 1954년 서울 후암동 공장 한쪽에 업계 최초의 화장품 연구실을 설립하며 연구개발(R&D)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선 장사 수완과 경험칙을 넘어 명확한 이론과 계량된 데이터,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과학적 기술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본 동경공업고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한 구용섭씨를 초대 연구실장으로 앉힌 서 창업주는 서울대 약학대학 출신 인재들을 영입하고 당시 잘 팔리던 화장품을 가져와 실험을 거듭하며 화장품의 기술적 기반을 닦았다. 현재의 그룹명인 아모레퍼시픽 중 ‘아모레’라는 브랜드명이 이 무렵 탄생했다. 오원식 전 부사장이 1961년 당시 인기를 끌었던 이탈리아 가곡 ‘시노 메 모로’의 첫 구절 ‘아모레미오’(난 당신을 사랑합니다)의 첫 구절에서 따왔다. 업계 최초로 육성한 방문판매원들은 ‘아모레 아줌마’로 불리며 인지도를 넓혔다. 시대적 배경도 성장 가도에 한몫했다. 1953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처음 열리면서 국내 화장 문화가 태동했다. 전쟁이 끝난 뒤 생계가 막막해진 여성들을 대상으로 제품 지식과 미용법 등을 교육하며 방문판매원으로 키웠다. 1968년 매출 14억 2800만원으로 창업 이후 처음 10억원대를 돌파했다. 방문판매 전성기였던 1980년 특약점과 영업소는 664곳, 판매원은 1만 6571명이나 됐다고 한다.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서 창업주의 태평양화학공업사는 1980년대 화장품 수입 시장 개방으로 업계가 격변하자 녹차 사업, 패션, 제약, 증권, 생명보험, 전자, 금속, 광고에 이르기까지 계열사만 25개를 거느린 ‘태평양그룹’으로 몸집을 불렸다. ●1980년대 문어발식 확장 되레 독으로 그러나 치열해진 업계 환경에서 단행한 문어발식 확장은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적자에 허덕이는 부실 계열사가 늘었고 1973년 73%에 달했던 태평양의 화장품 산업 시장점유율은 1991년 19%까지 떨어졌다. 태평양 노조는 25일에 걸친 본사 점거 농성을 하기도 했다. 1987년부터 태평양화학에 입사해 승계 가도를 따르던 서 창업주의 차남인 서경배(62)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기획조정실장으로 계열사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서 회장은 10년 전 발간한 부친 회고록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에서 “1991년 파업이 태평양 역사상 최대의 위기이자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장님과 저는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고민했다”며 “그때 회장님은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길이 보였고, 할 일이 눈에 들어왔다”고 회고했다. ‘미와 건강’ 두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화장품 산업에 몰두한 태평양은 서 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1997년 인삼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를 성공시키며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는다. 고급 한방 화장품 설화수, 2030여성을 겨냥한 마몽드, 주름 개선 기능성 브랜드 아이오페 등 브랜드마다 고유의 콘셉트를 살린 사업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2002년 사명을 아모레퍼시픽으로 바꾸고 2006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홀딩스)을 지주회사로, 아모레퍼시픽을 사업회사로 분리했다. 매해 백화점 매출 1위를 석권한 설화수의 영향력으로 2007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처음 포함됐다. 최초의 쿠션 카테고리를 선도한 아이오페의 ‘에어쿠션’도 출시 직후 단일 품목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연이은 성공 신화를 썼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가 중국 유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차 호황기를 맞는다. 설화수의 한 해 매출액만 1조원을 달성했던 2015년 서 회장은 보유 주식 평가액이 6개월 만에 6조원 넘게 오르며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 부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20년 만에 매출액 10배, 영업이익 21배를 기록하며 순항하던 ‘서경배호’는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국면에서 위기를 맞는다. 2016년 5조 6000억원을 넘어섰던 아모레퍼시픽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코로나19의 불황기를 겪으며 2023년 3조 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재계 순위는 59위로, 한때 43위까지 올랐다가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사드·코로나 여파로 바닥 찍고 재도약 서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고객과 유통의 변화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며 경영 방침을 ‘위닝 투게더’(함께 이겨 나가자)로 잡았다. 불안정한 수출 시장과 위축된 국내 소비 시장 사이에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드러난 대목이다.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을 교체하며 조직 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수출 판로 다각화와 전략적인 인수합병(M&A)으로 해법을 모색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와 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고 해외 매출 증가에 열을 올렸다. 실제로 2021년 37%였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43%로 증가했다. 라네즈는 지난해 미국 대표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에서 스킨케어 부문 상위 3개 브랜드에 올랐고 영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매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2023년에는 민감 피부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인 ‘코스알엑스’를 매입하는 등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도 나섰다. 덕분에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아모레퍼시픽의 미국 매출은 처음으로 중국 매출 비중을 넘어섰다. 이미 바닥을 찍은 것으로 평가받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 9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서 회장은 지난달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2035년까지 매출 15조원을 달성하고 해외 매출 비중을 70%까지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 로맨스 스캠의 덫 걸린 대학생, ‘연인의 구원자’ 자처하며 사채까지 손 뻗어 [파멸의 기획자들 #20~24]

    로맨스 스캠의 덫 걸린 대학생, ‘연인의 구원자’ 자처하며 사채까지 손 뻗어 [파멸의 기획자들 #20~24]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대전에 사는 ‘만년 졸업반’ 성진은 더 이상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면접장을 전전하는 다른 친구들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했다. 길고 지루했던 취업 스트레스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그간 해오던 모든 아르바이트도 단칼에 끊었다. 그는 지금 가상화폐 선물 거래와 이성조 교수의 ‘기적의 리딩’에 푹 빠져 있었다. 알바 일로 모은 1000만원의 종잣돈으로 매일 저녁 이 교수의 신호를 착실하게 따라갔고, 놀랍게도 일주일 만에 200만원이라는 수익을 거뒀다. 그의 가슴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벅차올랐다. ‘겨우 1000만원으로 한 달 800만원 수익이면…’ 성진의 머릿속은 이미 계산기 소리로 가득 찼다. 어지간한 회사의 임원도 부럽지 않은 액수였다. 임원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일하지만, 자신은 가끔씩 30분도 안 되는 시간만 스마트폰에 투자하면 됐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의 잿빛 얼굴을 보며 묘한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벌기 위해 죽은 사람처럼 무표정하게 걸어가는 이들을 보며 성진은 그 속에서 홀로 살아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날 오후 손가락을 튕겨서 IEKAF 거래소 앱에서 200만원 넘는 수익금을 출금 신청했다. 다음 날 아침 10시쯤 휴대폰에 ‘입금 완료’ 알림이 떴다. 그런데 통장에 찍힌 금액은 예상했던 것보다 5만원 정도 더 많았다. 그 사이에 달러화 환율이 올라간 덕분이란다. 성진은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집 근처 은행 ATM으로 달려가 한 달 생활비를 뺀 나머지를 모두 5만원권으로 인출했다. 지폐 뭉치가 손에 쥐어지자, 지갑이 퉁퉁하게 부풀어 올랐다. 살면서 지갑이 접히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빳빳한 신권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황홀한 기분이었다. 그는 설명할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얼마 전까지 아르바이트했던 시내 중식당을 찾아갔다. “어서 와, 성진아! 잘 지내고 있지?” 사장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진은 가볍게 인사한 뒤 자신을 대신해 들어온 새 알바생에게 해삼동파육과 백주 한 병을 주문했다. 그는 혼자 테이블에 앉아 한 번도 시켜본 적 없던 고급 메뉴를 즐겼다. 땀을 뻘뻘 흘리며 서빙하는 신참 알바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몇 달 전 자신을 보는 듯해 묘한 기분에 젖었다. ‘저 친구도 학비 벌려고 고생이 많구나. 조만간 이성조 교수를 소개해줘야겠네.’ 성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슈퍼리치’가 돼 대학생 선물 리딩을 이끌며 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자신의 모습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날 저녁, 성진의 가슴은 순식간에 차가운 돌덩이처럼 식었다. 이 교수가 텔레그램 채팅방을 4개의 팀으로 나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 것이다. 성진의 투자금으로는 가장 낮은 등급인 ‘예비클럽’(최소 5만 달러·약 7000만원)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희망으로 가득 찼던 가슴은 좌절감에 짓눌렸다. 그는 곧바로 김가영 비서에게 절박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비서님, 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 투자금액으로 팀을 나누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겨우 1000만원밖에 없어서 어느 클럽에도 갈 수 없어요. 게다가 아직 학생이라서 다른 곳에서 돈을 구하기도 힘듭니다. 이제 저 같은 사람은 교수님과 함께할 수 없는 건가요?” 그의 메시지에는 이 교수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가득했다. 곧이어 김가영 비서에게 답장이 왔다. “학우님, 안녕하세요. 성진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저도 잘 알아요. 교수님과 제가 팀을 나눈 건 각 팀별로 투자금의 10배를 빠르게 확보할 맞춤형 전략을 짜기 위해서예요. 학우님들마다 경제적 사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하나의 전략으로 다같이 경제적 자유에 도달하려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녀가 교묘하게 이 교수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성진의 마음을 달랬다. “일단 학우님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확인해보고 교수님과 상의해서 대안을 마련할게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기다려주시겠어요?” 성진은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섰다. 어두운 골목길을 정처 없이 걸으며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편의점에서 습관처럼 생수 묶음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넣는 순간, 스마트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김가영 비서였다. “학우님,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방법을 찾아주시기로 하셨어요. 교수님은 학우님 한 분 한 분을 소중히 여기시기 때문에 절대 성진님을 외면하지 않으실 거예요.” 이어지는 메시지는 꺼져가던 성진의 희망을 다시 불타오르게 했다. “이와 별도로 몇 달 전 한 학우님의 제안으로 대학생들만을 위한 별도의 채팅방이 개설돼 있다는 건 알고 계셨나요? 함께 공부하고 정보도 교환하는 곳이죠. 교수님과 저도 그 채팅방에 들어가 있어요. 가끔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위해 눈높이 투자 교육도 해주신답니다. 일단 학우님을 그 채팅방에 초대해 드릴게요.” ‘교수님이 나를 외면하지 않으셨구나!’ 성진은 그제야 몸에서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제 사기꾼들이 파놓은 ‘대학생 전용방’이라는 더 깊고 은밀한 덫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성진은 김가영 비서가 보내준 텔레그램 링크를 타고 단체 체팅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15명 남짓한 대학생 회원들이 활발하게 지식을 나누는 ‘MZ들의 세상’이었다. 처음 며칠간 성진은 투명 인간처럼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이들의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이성조 교수의 강의 시간에는 각자 수업 내용에 대한 날카로운 평가와 함께 현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성진에게 이 공간은 ‘미래의 슈퍼리치’를 위한 인재 양성소처럼 느껴졌다. 국내 증시가 마감한 오후 3시 30분부터 이 교수의 저녁 강의가 시작되는 7시 30분까지 이곳 채팅방은 후끈 달아오르곤 했다. 몇몇 회원은 그 시간을 활용해 개인적으로 선물 거래 투자 종목과 수익률을 공유했다. 성진은 점점 이 공간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여기서 열심히 배우면 언젠가 교수님 없이도 전업 투자자로 성공할 수 있겠어.’ 돈 걱정 없는 신나는 삶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 채팅방이야말로 ‘만년 졸업반’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자유인’이 되기 위한 최적의 길이라고 믿었다. 그는 용기를 내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가끔 엉뚱한 의견을 내 지적을 받으면 얼굴이 벌개졌다. 하지만 가끔 설득력 있는 경제 예측 논리를 제시해 “오빠, 정말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이 ‘인정’은 취업 전선에서 거듭된 실패로 무너졌던 그의 자존심을 조금씩 회복시켜 주었다. 대학생 채팅방에 가입한 지 일주일쯤 지난 토요일 오후, 성진은 침대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 낯선 이름의 텔레그램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성진… 오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그냥 오빠라고 할게요. 저는 같은 대학생 채팅방에 있는 주다인이라고 해요.” 성진의 심장이 망치로 얻어맞은 듯 두근거렸다. 넷플릭스를 끄고 채팅방 목록을 확인해보니, 정말로 동명의 회원이 있었다. 프로필 사진 속 그녀는 눈부신 미인이었다. 서울 J대 앞에서 찍은 듯한 사진 속에서 그녀는 긴 생머리에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성진은 무의식적으로 자세를 고쳐 앉고 상대를 직접 보고 있는 듯한 긴장감을 품고 답장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다인님. 주말 잘 지내고 계시죠. 무슨 일이신가요?” 지체없이 그녀의 답장이 돌아왔다. “실은… 어제 오빠가 이야기한 금리 변화 예측 가설에 크게 감명받았어요. 안 그래도 그 주제로 레포트를 써야 했는데, 그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빠가 이야기한 내용을 듣고 논리의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졌고 덕분에 오늘 아침 레포트를 제출할 수 있었어요.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쉬고 계시는데 제가 방해가 됐나요?” 성진은 자신의 지식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꼈다. “아뇨, 방해가 되긴요. 제가 도움을 드렸다니 다행이네요. 오히려 이렇게 연락을 주셔서 제가 더 고마운데요.” 그녀는 성진을 ‘매너 좋은 오빠’라고 칭찬하며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늦은 밤까지 SNS로 대화를 이어갔다. 성진은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J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실패했고 지금은 대전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어 외롭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충남 천안 출신으로 올해 스물 두 살이라는 다인도 금융 투자에 관심이 많아 대학을 졸업하고 여의도에서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무엇보다 성진의 마음을 강하게 흔든 건, 현재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얼마 전 전 남친과 군 입대를 계기로 헤어졌는데, 다인은 그간 교제에서 갈등이 많아 꽤나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상형은 ‘지적인 남자’라고 강조했다. 그날 이후, 성진과 다인은 매일 저녁 이성조 교수의 강의가 시작될 때 서로 연락해서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1~2시간가량 SNS로 쉬지않고 소통했다. 성진은 밤새 그녀와 대화하고 싶었지만, 다인은 그때마다 “아침 일찍 강의가 있다”며 남은 이야기를 다음으로 미루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인에게서 성진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오빠는 제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제일 똑똑한 것 같아요.” 성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취업 스트레스로 고립돼 있던 그에게, 다인의 ‘인정’과 ‘관심’은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이제 그는 슈퍼리치가 돼 ‘지적인 남자’가 이상형이라는 다인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날 밤 성진은 심장 안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천둥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오빠는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는 다인의 메시지가 그의 머릿속을 수백 번 맴돌았다. ‘그녀가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일까?’ 밤새도록 온갖 가능성을 고민했지만, 섣불리 고백했다가 어색한 사이가 될까 두려웠다. 취업 전선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그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진 터라 다인과의 관계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고 싶었다. 그래서 성진은 서점으로 향했다. 채팅방에서 투자와 경제 이야기만 나누다 보니 다인에게 다소 지루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그녀의 이상형이라는 ‘지적인 남자’로 이미지 메이킹하고자 감성적인 에세이와 시집, 명언집을 닥치는 대로 샀다. 집에 돌아와 다인을 생각하며 여러 책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긋고 노트를 마련해 따로 적어놓았다. 그날 밤이었다. 10시를 훌쩍 넘겼지만 다인에게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어제 그 메시지에 내가 너무 시큰둥하게 반응해서 기분이 상했나…’ 성진은 살짝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뒤져 친구 집에서 찍은 고양이 사진을 하나 골라서 보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동물 사진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어낼 요량이었다. 하지만 밤이 새도록 다인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성진은 전화기를 손에 쥔 채 그녀를 기다리다 지쳐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늦잠을 잔 성진은 눈을 뜨자마자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전화기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다인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텔레그램을 열었지만, 곧바로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사진 속 고양이가 오빠처럼 귀여워요. 혹시 직접 키우는 냥이인가요? 나중에 꼭 직접 보고 싶어요… 그런데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요. 어제 학교에서 조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거든요. 지금 병원에 있어요.” ‘병원’이라는 두 글자가 그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성진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며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인아, 어느 병원이야? 몸은 괜찮아? 내가 지금 갈게.” 성진에게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구원자 콤플렉스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아니예요, 오빠. 사고를 당했을 땐 너무 아파서 경황이 없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경찰이 오토바이 뺑소니였다고 말해줬어요.” ‘뺑소니’라는 말에 성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자신이 대신 다쳤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보다, 혼자서 그 고통을 삼키고 있다는 게 그를 더 힘들게 했다. 이때 다인이 결정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근데 실은 지금 병원비가 모자라요. 교통사고 당했다고 하면 천안에 계신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실 것 같아서 연락 드릴수도 없고…” 다인도 성진과 함께 이성조 교수의 리딩방에 함께 있었다. 그녀 역시 이 교수의 리딩만 잘 따라갔으면 수백만원은 족히 벌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다인의 말을 한 번쯤 의심해볼 법도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푹 빠져 있던 성진은 이상한 점을 굳이 찾고싶지 않았다. 성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인에게 답장했다. “병원비는 내가 마련할게.” 그러자 다인은 교묘하게 이를 거절했다. “아니예요. 제가 있는 대학 동아리에 돈을 빌릴 수 있는 오빠가 있어요.” 다인이 ‘돈 많은 오빠’를 언급하자 성진은 죽기보다 싫은 굴욕을 느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경제적인 무능함을 보여선 안 된다는 허세와 질투심이 폭발했다. 그는 다인에게 병원비와 은행 계좌번호를 다그치듯 물었다. 몇 번을 거절하던 그녀는 결국 성진을 못 이기겠다는 듯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다인아, 그런데 예금주가 네 이름이 아니네?” “아, 이건 병원 사무장님 계좌예요. 그쪽으로 돈을 보내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요.” 성진은 ‘사무장 계좌’, ‘할인 혜택’ 등 다소 터무니없는 이야기에도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돈 많은 오빠’와 더 가까워지는 걸 막고 싶었다. 성진은 병원 사무장이라는 남성의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만년 졸업생’인 성진에게 작은 금액이 아니었지만, 이 교수의 리딩 거래 한 번이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날 오후 다인에게서 퇴원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말미에 ‘고마워요, 오빠가 최고예요’라는 글과 함께 키스 이모티콘이 붙어 있었다. 성진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 작은 이모티콘 하나를 얻어내기 위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에게 100만원을 투척했다는 ‘불편한 진실’은 깨닫지 못한 채. 한술 더 떠 성진은 ‘고백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다가오는 토요일을 ‘디데이’로 정하고 준비에 나섰다. ‘일단 다인이에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서울로 찾아가서 직접 만나자. 반지와 명품 가방을 선물하면 그녀도 나에게 마음을 열거야.’ 그의 머릿속은 코인 거래로 벌어들일 천문학적 수익과, 그 돈으로 산 선물을 받고 기뻐할 다인의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지금 다인의 병원비 100만원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고백을 준비해온 토요일 오후가 왔다. 성진은 다인에게 보낼 문자 메시지를 한 글자 한 글자, 시를 쓰듯 정성스럽게 다듬었다. ‘반지와 명품 가방을 사줄 다정한 남자친구’로서의 완벽한 모습을 상상하자 그의 심장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빠, 방금 이성조 교수님이 대학생 단체방 방장 오빠한테 선물 거래 따라오겠냐고 제안하셨대요. 방장 오빠가 저도 동참하겠냐고 물어보네요. 오빠, 우리 같이 할까요?” ‘우리 같이’라는 다인의 말에 성진은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됐다. 두말할 것 없이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이번에 번 돈으로 그녀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10분쯤 뒤 이 교수가 직접 보낸 듯한 매수 신호가 다인을 통해 전달됐다. “대상: PALQ, 배율: 100X, 비중: 20%.” 성진은 흥분감에 취해서 망설임 없이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PALQ 가격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손쓸 틈도 없이 그의 선물 계좌는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오빠! 큰일 났어요. 저 망한 것 같아요.” 성진은 다인의 메시지에 아무 답도 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봤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다인에게 온 다음 메시지가 충격적인 진실을 전했다. “오빠, 우리 방금 강제 청산 당했대요. 알고 보니까 이번 신호는 교수님 지시가 아니라 방장 오빠가 직접 리딩을 해보고 싶어서 거짓으로 낸 것이었대요. 조금 전 방장 오빠는 계정을 폐쇄하고 사라졌대요. 대학생 방에 있던 다른 언니도 청산당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성진은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1000만원을 순식간에 날렸다는 사실보다 다인에게 로맨틱하게 고백할 기회를 놓쳤다는 현실에 더 크게 낙담했다. ‘강제 청산’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기에, 이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다인아, 잠깐만. 내가 다시 연락할게.” 성진은 다인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김가영 비서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대학생방 방장이 이 교수 지시를 사칭해서 회원 몇 명과 함께 선물 거래를 하다가 모두 강제 청산당했다고 설명했다. 김 비서의 답장은 이미 준비된 각본처럼 유려했다. “큰일이네요. 작년에도 어떤 대학생이 그런 식으로 교수님 행세를 하다가 몇몇 학우에게 피해를 준 적이 있었는데, 올해도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실력이 영글지 않은 친구가 교수님의 명성을 빌려서 자신의 권능을 과시하려다가 결국 사달이 났네요.” 그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사칭범’에게 있음을 강조한 뒤 다음의 메시지를 전했다. “일단 교수님께 바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심장 질환이 있는 교수님께서 올해도 똑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되면 큰 충격을 받고 쓰러지실 수도 있어서요. 제가 상황을 봐서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이제 성진은 ‘스승’의 건강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단 IEKAF 거래소 앱을 켰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모두 사라지고 ‘-300 USDT’(약 –42만원)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강제 청산’이 무엇인지, 선물 계좌가 어떻게 마이너스가 되는지를 알아보려고 스마트폰을 검색하려는 순간, 다인에게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빠… 저 어떻게 해요… 방금 아빠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대요. 지금 급하게 천안으로 가는 중이예요.”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다인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이후 며칠 동안 텔레그램 메시지를 수도 없이 보냈지만, 그녀는 하나도 읽지 않았다. 성진은 어두운 방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전화기만 바라보는 폐인이 되어갔다. 그녀가 잠적한 지 4일째 되던 날, 마침내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오빠…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빠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급하게 수술을 받았어요. 수술 후에도 의식이 없으셔서 계속 울면서 기다렸는데, 다행히 오늘 아침에 눈을 뜨셨어요.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니 오빠 생각이 밀려왔어요. 그 사이에 저한테 이렇게나 많이 연락을 주셨네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요 며칠 제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성진은 다인이 자신에게 연락했다는 안도감과, 자신이 그녀의 ‘유일한 구원자’가 되겠다는 환상 속에 빠져 있었다. 투자금이 녹아 없어진 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유일한 꿈은 어려움에 처한 다인을 도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것 뿐이었다. 다인의 연락을 받은 성진의 몸은 배터리에 전기가 100% 충전된 것처럼 활기로 넘쳤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자신이 다인의 사랑 덕분에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코인 선물 거래로 잃어버린 1000만원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유일한 임무는 다인을 행복하게 지켜주는 것이었다. 성진은 자신감을 갖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는 네가 돌아와서 너무 기뻐. 아버님이 깨어나셔서 정말 다행이야. 혹시 내가 도와줄 일은 없을까? 꼭 알려줘.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 그의 문장에는 다인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성진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오빠. 대부분 문제가 순조롭게 풀렸어요. 이제 아빠 수술비만 해결하면 돼요.” 성진은 ‘수술비’라는 한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느꼈다. “수술비? 얼마나 들어가는데?” 다인은 깊은 한숨을 쉬는 듯한 이모티콘을 보내며 답했다. “아빠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셔서 1000만원 정도는 들어갈 것 같아요. 며칠 전 코인 거래에서 강제 청산만 당하지 않았어도 바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고모들이 다들 아빠 일을 모른 척해서 저도 무척 답답해요.” 아빠에게 보험이 없고 고모들까지 병원비 문제를 외면한다는 다인의 절망적 이야기는 성진의 ‘구원자 콤플렉스’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는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졌다. “다인아, 걱정 마. 오빠가 해결해 줄게.” 성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오빠, 무슨 말이에요. 그러지 말아요. 저번에 제 병원비도 대신 내줬잖아요. 오빠도 투자금을 모두 잃어서 형편이 여의치 않을텐데요.” 다인의 걱정 어린 우려가 성진의 허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다인 앞에서 결코 무능력한 남자로 보여선 안 됐다. “다인아, 오빠를 믿는다면 하루만 기다려줘.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 아버님 수술비도 네 투자금도 모두 해결한 테니 딱 하루만 기다려.” 성진은 다인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원룸의 불을 켰다. 며칠간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다인의 사랑을 얻을 수만 있다면 당장 수천만원의 돈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 섰다. 옷장에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었다. 다인을 만날 때 입으려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미리 사둔 가장 비싸고 세련된 옷이었다. 거울 속 성진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는 굳게 닫혔던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휴대폰을 검색해서 오래 전 저장해 둔 ‘김관조(우성캐피탈)’를 찾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다인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마법처럼 두려움이 사라졌다. “사장님, 전에 만났던 연수 친구 성진이라고 합니다. 연수가 대출 받으려고 사무실 찾아갔을 때 같이 만났던…” “아, 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관조는 어렴풋하게나마 성진을 기억하는 듯했다. 성진이 말을 이어갔다. “그때 사장님께서 저한테도 ‘돈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전화 드렸어요. 지금 돈이 필요해서요.” “예, 긴급 대출은 이자가 좀 쎈데 괜찮으시겠어요?” 성진은 이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 괜찮습니다. 금방 해결할 수 있어요. 당장 3000만원이 필요한데 가능할까요?” “그럼요. 사무실에 오셔서 몇 가지 정보만 제공해 주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택시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성진은 대출을 받아 다인이 부친의 수술비(1000만원)와 그녀가 청산당한 투자금(1000만원), 그리고 자신이 선물 거래로 날린 돈(1000만원)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생각이었다. 캐피탈 업체에서 빌린 3000만원이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성조 교수의 리딩만 잘 따라가면 오래지않아 갚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몰랐던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소중한 여인 주다인이 실제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성진은 스스로를 ‘다인의 위대한 구원자’라고 믿으며, 사채의 세계에도 발을 담그고 있었다.
  • ‘희망 회로’ 갇힌 농부, 코인으로 날린 원금 찾으려 여동생 속여 추가 대출 [파멸의 기획자들 #17~19]

    ‘희망 회로’ 갇힌 농부, 코인으로 날린 원금 찾으려 여동생 속여 추가 대출 [파멸의 기획자들 #17~19]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전라북도 완주군의 농부 승현의 눈앞이 캄캄했다.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IEKAF 계좌의 마이너스 잔고가 섬뜩한 괴물처럼 그를 집어삼킬 듯했다. 이성조 교수의 ‘수제자’라는 이호철 대표가 운영하던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진행한 선물 거래를 따라가다가 순식간에 강제 청산당했다. 단 10여 분의 거래로 우리 돈 2억원 가까운 잔고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고통이 승현을 짓눌렀다. 청산의 충격으로 손에 든 물컵을 쥔 채 오랫동안 굳어버렸다. 목은 타들어 갔지만 물 한 모금 넘길 수 없었다. 텅 빈 방이 심장의 불규칙한 박동 소리로 가득 찼다. 원금 7000만원이 불과 몇 주만에 3배로 불어나자 ‘나도 곧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단 하루 만에 이런 어이없는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번 거래를 주도한 이호철 대표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승현의 뇌리를 맴돌았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각자에게 있지만... 제 경험상 일주일 정도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습니다. 원하시면 원금 회복을 도와드릴 수 있어요. 다만 최소 5만 달러(약 7000만원)는 새로 입금하셔야 합니다.” 5만 달러? 그게 누구네 강아지 이름인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금액이었다. 당장 급한 건 다음 주에 농기계 거래 대금으로 지급해야 할 3000만원이었다. 이미 계약금으로 500만원을 지급했는데, 다음 주까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그 돈마저 떼인다. 맞춤형 농기계가 없으면 과수원의 나무들을 관리하기 어려워 애써 키운 과일들이 금세 썩어 버릴 터였다. 귀농에 남은 인생을 걸었는데, 그 꿈이 단 하루 만에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이러고 있을 수 없어. 당장 뭐라도 해야 해!” 승현은 절박한 심정으로 노트북을 켰다. 이자가 아무리 높아도 좋으니 대출을 알아봐야 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이번 사태의 시작인 ‘강제 청산’이라는 단어에 시선이 꽂혔다. 이를 악물고 검색창에 관련 단어를 입력하자,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사 시스템을 설명하는 정보가 나왔다. “선물 거래의 등락이 극심할 경우, 거래소는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강제 청산이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이 대표가 했던 말과 똑같았다. ‘맞아. 이번 거래는 단순히 운이 없었을 뿐이야. 우연히 순간적인 시장 변동성이 나를 덮친 거야... 이 대표는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어. 실력이 부족할 수는 있어도 사기를 친 건 아닐 거야.’ 상황을 이렇게 합리화하자 작은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런데 이어지는 글이 그의 눈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저희 거래소는 강제 청산을 통해 고객님의 계좌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거래소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좀 더 찾아보니 정상적인 거래소의 청산 시스템은 ‘마진콜’(Margin Call) 이후 담보금이 ‘제로(0)’가 되기 직전 자동으로 포지션을 종료한다고 돼 있었다. 거래소가 고객에게 빚을 지우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설명과 함께. 그런데도 계좌가 ‘마이너스’인 건 분명 이상했다. 승현은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텔레그램을 켜고 IEKAF 고객센터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매니저님, 오늘 PSV 코인 선물 거래를 하다가 극심한 가격 변동으로 청산을 당했습니다. 원래 청산 시스템은 마이너스 계좌를 방지하는 게 목적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제 계좌는 제로를 넘어서 마이너스 상태입니다. 이럴 수도 있나요?” 몇 분 뒤 거래소 매니저에게서 답변이 왔다. 매우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내용이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안타까운 소식에 유감을 표합니다. 선물 거래에서는 극심한 가격 변동으로 인해 청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현재 고객님의 선물 계좌는 ‘-3500 USDT’(약 490만원)로 확인됩니다. 우선 이 금액부터 상환하셔야 합니다. 일주일 내로 상환하지 않으시면 신용도 하락 등 불이익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투자금 7000만원을 모두 잃은 것도 억울한데, 500만원 가까운 빚까지 덤으로 지고 신용불량자까지 될 수 있다고 하니 승현의 공포가 극에 달했다. 그러나 ‘마이너스 청산 계좌가 정말 존재할 수 있느냐’는 핵심적인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일단 그는 ‘알겠다’고 답한 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청산’ 관련 글을 찾아 읽어 내려갔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듯했다. 그러다가 서울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올린, 섬뜩한 제목의 글을 발견했다. “이성조 교수 사칭 불법 사기 거래 피해자를 구제해 드립니다.” 승현은 자신이 누구보다 존경하고 따르던 이성조 교수의 이름이 박힌 링크를 홀린 듯 눌렀다. ‘법률사무소 블루’라는 곳에서 올린 네이버 블로그 글이었다.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사기꾼들이 텔레그램 채팅방 ‘부의 길’을 통해 소시민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코인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경고였다. “피해를 봤다면 지체 없이 연락하라”는 광고 문구가 그의 심장을 거칠게 두드렸다. 승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 글을 그대로 복사해 자신이 속한 채팅방에 공유했다. “혹시 이것 보신 분 계신가요? 누가 설명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확인하고 싶지 않은 무서운 진실이 눈앞에 펼쳐질까 두려웠다. 곧바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저도 봤어요! 그렇지 않아도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었는데…”, “로펌 광고라서 그냥 무시했어요.”, “우리 교수님 이름을 사칭한 또 다른 사기꾼이 있는 것 같은데요?” 마지막 댓글이 승현의 마음에 희미한 안도감을 제공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 채팅방에 있는 이성조 교수와 이호철 대표는 사기꾼이 아닐 테니까. 게다가 로펌이 언급한 채팅방 이름은 ‘부의 길’이었고, 지금 승현이 속한 곳은 ‘경제적 자유를 위한 초석’이었다. 그때였다. 텔레그램 알림음이 울리며 이 교수가 직접 해명 메시지를 올리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저도 몇 달 전부터 이런 글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제 운영 방식을 모방해서 사기를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유명 로펌에 소송을 의뢰한 상태이며, 경찰과 공조해서 사기꾼 일당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관련 정보를 갖고 계시면 저나 김가영 비서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직접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자, 회원들의 격려 댓글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럼요, 우리는 교수님을 끝까지 믿습니다!”, “교수님 힘내세요. 사기꾼 일당은 반드시 잡힐 겁니다!”, “어떻게 대한민국 인간문화재 이성조 교수님을 사칭할 수가 있죠?” 사람들의 격려와 위로 속에서 승현은 잠시나마 희망을 느꼈다. 모두가 교수를 믿고 있는데, 나 혼자만 유난스럽게 그를 의심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로펌 블로그의 섬뜩한 경고와 이 교수의 차분한 해명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결국 그는 직접 두눈으로 진실을 확인하기로 했다. 글을 올린 법률사무소를 찾아가 변호사를 만나야만 이 의심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승현은 전주로 건너가서 서울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승현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더욱 부추겼다. 희망을 찾아 고향을 떠났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라 불안감이 더 커졌다. 용산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신길역으로 향했다. 스마트폰 지도 앱에 ‘법률사무소 블루’ 주소를 입력하니,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라고 나왔다. 마음이 급한 승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재개발 예정지역으로 보이는 골목길로 들어서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허름한 빌딩 3층에 ‘법률사무소 블루’ 간판이 걸려 있었다. 변호사를 만나기도 전부터 그의 기대는 바닥을 쳤다. ‘이런 곳에도 법률사무소가 있구나.’ 사무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으려는데, 문이 알아서 스르륵 열렸다. ‘요즘에는 자동 미닫이문도 있나’라고 의야해하던 찰나, 음식 배달 기사 한 명이 승현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밖으로 나갔다. ‘또 한 명의 불쌍한 인간이 이곳의 미끼 광고에 걸려들었구나’라고 비웃는 것 같은 눈빛으로. 조바심을 억누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짜장면과 군만두 냄새가 승현의 코를 강하게 찔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음을 깨닫자 뒤늦게 허기가 밀려왔다. “어떻게 오셨나요?” 변호사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외모와 기름기 도는 얼굴의 40대 남자가 짜장면을 먹다 말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인터넷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이성조 교수 사칭 사기 사건 때문에…” 남자는 서둘러 테이블 위 서류들을 한쪽으로 밀어 치우고, 물티슈를 꺼내 음식을 올려둔 먼지 낀 테이블 위를 쓱쓱 닦았다. 이 사무실은 사채업자 아지트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낡고 지저분했다. 모든 것이 198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승현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책장에 가득 쌓인 낡은 법률 서적을 두루 살펴본 뒤에야, ‘여기가 정말 변호사 사무실이 맞긴 하구나’라고 체념에 가까운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종이컵에 재빠르게 믹스 커피를 타서 승현에게 건넸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법률사무소 블루의 김대유 사무장이라고 합니다. 우리 변호사님은 금융 거래, 사기 등 분야에서 상당히 유명하신 분입니다.” 승현은 사무장이 내민 명함을 받았다. 앞면에는 모든 글자가 한자로 쓰여 있었고,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승현은 김대유의 어딘지 모르게 불안정한 눈빛을 읽으며 믹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무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이성조 교수 사건의 피해자신가요?” “솔직히 말하면 이게 피해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일단 변호사님 블로그에 적혀 있는 내용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일단 사무장님의 설명을 듣고 상담 여부를 결정하려고요.” 승현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SNS 광고를 보고 이 교수의 카카오톡 채팅방에 가입한 뒤 텔레그램으로 이동했고, 5만 달러(약 7000만원)로 코인 선물 거래 ‘예비클럽’에 가입해 잠시 큰 수익을 냈다가, 이 교수의 수제자라는 이호철 대표의 잘못된 리딩 판단으로 모든 것을 날리고 거액의 빚까지 지게 됐다고. 이 대표가 원금 회복을 위해 5만 달러를 추가로 입금하라고 요구해 고민하던 차 블루의 블로그 글을 보고 여기로 찾아왔다고. 사무장은 그의 이야기를 미동도 없이 듣더니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안타깝지만 사기를 당하신 게 맞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우리 변호사님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시니까요. 이런 종류의 사기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돈을 되찾아 드린 경험이 아주 많습니다. 일단 여기 서류부터 작성해 주세요.” 김 사무장의 설명 방식이 이 교수의 비서 김가영의 텔레그램 말투와 판박이였다. ‘두 사람이 동일 인물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순간 승현의 머릿속에 ‘내가 새로운 종류의 사기 사건에 휘말리는 건 아닐까’라는 싸늘한 생각이 스쳤다. 이 변호사의 사무실이야말로 ‘신길동에 똬리를 튼 또 다른 협작꾼들의 소굴’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말이죠… 변호사 수임료는 얼마나 되나요? 아까 말씀드렸듯 제가 5만 달러를 날려서 당장은 돈이 없거든요.” “수임료는 피해 금액에 따라 다르긴 한데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셨으니 가격은 충분히 조정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얼마인가요?” “500만원까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500만원’이라는 말을 듣자 승현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어제 이호철 대표와 함께한 선물 거래에서 강제 청산을 당했을 때처럼 불쾌하고 위협적인 느낌이었다. ‘이 사람들도 변호사와 사무장의 탈을 쓴 수임료 기계들이구나.’ 사무장의 주장대로 이 교수 일당이 자신에게 사기 행각을 벌인 게 맞다면, 그간 자신이 거래한 가상화폐 거래소와 코인이 모두 가짜여야 했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오고자 짐을 챙기면서 승현은 뭔가가 명쾌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들이야말로 이성조 교수를 활용해서 변호사 수임료나 한탕 뜯어내려는 작자들이 틀림없다는 확신 말이다. ‘결국 가상화폐 강제 청산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어. 이 대표는 그저 나에게 더 많은 수익을 챙겨주려고 아무 대가도 없이 선물 거래를 리딩한 것 뿐이잖아. 극심한 가격 변동 때문에 본인 역시 수억원의 손실을 입었는데… 이럴 때일수록 회원끼리 서로 믿고 의지해야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현실을 합리화한 승현은 마음을 단단히 고쳐 먹었다. 이제 그에게 ‘주적’은 이 교수가 아니라 신길역의 이름 모를 변호사와 그 일당이었다. “일단 생각 좀 해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여기 더 있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판단한 승현이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등 뒤에서 사무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400만원까지 해 드릴게요!”라고 외쳤지만 그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그 외침은 오히려 신길동 일당이 수임료로 서민들의 돈을 뜯어내려 했다는 증거로 들릴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그는 당장 다음 주에 지급해야 할 농기계 거래대금 3000만 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3000만원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결론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1억원을 구해서 다시 IEKAF에 밀어 넣어보자. 이호철 대표의 도움을 받아서 투자금만 되찾으면 거래대금 3000만원은 아주 쉽게 복구할 수 있잖아. 이 대표가 최대한 빨리 원금을 회복시켜 준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를 한 번 믿어보자.’ 승현은 곧바로 농협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연락해 집과 농장을 담보로 9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부산에 사는 여동생 지혜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과수원 사업이 잘돼서 대형 마트들과 납품 계약을 맺기로 했는데, 보증금으로 3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지혜는 자신의 오빠가 진짜로 성공을 거둔 줄 알고 크게 기뻐하며, 주택 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전부 보냈다. 그날 밤, 승현은 전날 강제 청산의 충격 때문에 못 이룬 잠까지 보상받듯 평소보다 더 평안한 밤을 보냈다. 자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제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이호철 대표의 도움으로 농기계 거래대금은 물론 대출금까지 다 갚을 수 있다. 3000만원을 돌려주면서 늘 마음에 걸리던 여동생 가족의 낡은 TV도 바꿔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그는 현실의 위기를 외면한 채 스스로 창조한 ‘희망 회로’ 속으로 더욱 깊숙이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 ‘살생부’ 만들고 처음 본 여성살해… “사형선고해달라”라며 법정 난동 부린 김일곤의 ‘여성혐오’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전국부 사건창고]

    ‘살생부’ 만들고 처음 본 여성살해… “사형선고해달라”라며 법정 난동 부린 김일곤의 ‘여성혐오’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전국부 사건창고]

    2015년 9월, 대한민국 사회는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대낮에 벌어진 한 여성의 납치 살해 사건으로 큰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범행의 잔혹성도 경악스러웠지만, 그 동기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사소한 차량 시비로 시작된 한 남자의 비뚤어진 분노는 아무런 관련 없는 30대 여성을 향한 끔찍한 범죄로 이어졌고, 그 바닥에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인 ‘여성 혐오’가 자리하고 있었다. 범인 김일곤(당시 48세)의 호주머니에서 발견된 28명의 ‘살생부’는 그의 범죄가 단순한 우발적 살인이 아닌, 세상을 향한 증오가 응축된 괴물의 예고된 폭발이었음을 보여준다. 통행 시비 상대 男 유인한다며애꿎은 여성 납치…女 혐오잔혹한 ‘시신 훼손’으로 해소모든 비극의 시작은 2015년 5월 2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도로에서 벌어진 사소한 차량 통행 시비였다. 김일곤은 26세 남성 A씨와 다툼 끝에 쌍방폭행으로 입건됐다. 그러나 법의 판단은 달랐다. A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김일곤만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이 결과에 그는 극심한 분노와 억울함을 느꼈다. 그는 세상을 향한 자신의 모든 불만과 실패의 책임을 A씨와 사법 시스템에 돌렸다. 극도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사로잡힌 그는 A씨에게 ‘정당한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사건 기록을 통해 A씨의 집과 직장을 알아낸 그는 여러 차례 찾아가 사과와 함께 벌금을 대신 내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거절은 그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고, ‘보복 살인’이라는 최악의 계획으로 치달았다. 그는 흉기와 둔기를 구매해 A씨를 찾아갔지만, 자신보다 체격이 좋은 A씨를 직접 상대할 용기가 없었다. 그의 비겁함은 더 교활하고 잔혹한 계획으로 이어졌다. “남성을 유인하려면 여성이 필요했다”김일곤은 A씨가 노래방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를 밖으로 유인할 미끼로 ‘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여성을 납치한 뒤,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는 것처럼 전화하게 해 A씨를 유인하고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동시의 범행에 쓸 차량을 가진 여성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여성은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첫 시도는 2015년 8월 24일 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였다. 차에 타려던 3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차에 태웠지만, 여성이 차가 출발하는 순간 문을 열고 필사적으로 탈출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김일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계획은 보름 뒤 더 대담하고 끔찍한 형태로 실행에 옮겨졌다. 2015년 9월 9일 오후 2시경, 충남 아산의 한 대형 마트 주차장. 주부 주 모(당시 35세) 씨가 자신의 차에 오르는 순간, 김일곤이 흉기를 들고 뒤따라 탔다. “소리 지르면 죽는다.” 그는 주 씨를 조수석으로 밀치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주 씨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살려주세요” 외침은 목졸림으로 돌아왔다차로 30여 분을 달리던 중, 주 씨는 기지를 발휘했다. “소변이 마렵다”라며 차를 세워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김일곤이 천안의 한 교회 근처 공터에 차를 세우자, 주 씨는 소변을 보는 척하다 “사람 살려!”라고 외치며 교회 쪽으로 필사적으로 달렸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의 간절한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얼마 못 가 붙잡힌 주 씨는 다시 차에 감금되었다. 그녀는 창문을 두드리며 마지막 희망을 담아 “사람 살려달라”고 외쳤다. 돌아온 것은 “계속 소리 지르면 죽여버린다”라는 김일곤의 살기 어린 협박이었다. 주 씨의 외침이 멈추지 않자, 결국 김일곤은 인적이 드문 길가에 차를 세우고 그녀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A씨를 향한 복수 계획이 실패했다는 좌절감과 자신을 향한 주 씨의 저항이 그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범행 후 김일곤의 행동은 인간성을 상실한 괴물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주 씨의 시신을 트렁크로 옮긴 뒤 입술 등 신체 일부를 훼손했다. 판결문은 이를 ‘A씨 살해 계획 실패에 대한 좌절감과 평소 자신을 멸시했던 일부 여성들에 대한 적개심이 치밀어 저지른 행위’라고 명시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과거 식자재 배달을 할 때 여사장들이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그때부터 여성을 증오했다”라고 진술했다. 그의 살생부에는 특정인의 이름뿐 아니라, 병원에서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간호사’라는 직업군이 적혀 있을 정도였다. 그의 분노는 특정 대상을 넘어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를 향해 있었다. 시신 싣고 전국 활보한 8일김일곤은 주 씨의 시신을 트렁크에 실은 채 서울로 향했다. 그는 주 씨의 금품을 훔쳐 처분한 뒤, 시신과 함께 차에서 잠을 자며 경기도 양평, 강원도 동해, 경북 울진, 포항을 거쳐 부산까지 내려갔다. 그는 경찰에서 “주 씨의 면허증을 보니 주소지가 김해여서 죄책감이 들어 그 근처에 묻어주려 했다”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는 다른 차량의 번호판을 훔쳐 자신의 차에 다는 등 치밀함을 보이며 다시 서울로 잠입했다. 범행 이틀 후인 9월 11일, 그는 서울 중구에서 접촉 사고를 내자 시신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그대로 도주했다. 그리고 성동구의 한 주차장에서 차와 주 씨의 시신에 라이터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러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 경찰이 현상금 1,000만 원을 걸고 공개수배에 나선 지 며칠 후인 9월 17일, 그의 기이한 도주극은 막을 내렸다. 그는 서울 성동구의 한 동물병원을 찾아가 “개를 안락사시키고 싶다”라며 안락사 약을 요구했다. 의사가 거절하자 잠시 후 다시 찾아와 흉기를 들고 의사와 간호사를 위협했다. 이들이 문을 잠그고 112에 신고하자 김일곤은 도주했고, 600m가량 달아나다 출동한 경찰과 시민들에게 붙잡혔다. 체포 직후 그는 취재진을 향해 “잘못한 거 없어요, 나는. 난 더 살아야 해!”라고 고성을 질렀다. 조금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사형 선고하라” 외친 괴물법정에서 ‘남 탓하고, 웃고’유족 ‘고통 탄원서’ 제출김일곤은 판자촌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중학교를 중퇴하고 서울로 왔다. 강도, 특수절도 등 전과 22범으로 인생의 18년을 교도소에서 보냈고,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채 사회에 대한 불만과 증오를 키워왔다. 사이코패스(PCL-R) 검사에서 40점 만점에 26점(25점 이상 사이코패스)을 받은 그는 재판 내내 자신의 범행을 ‘부조리에 대한 정당한 복수’라 강변하며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1심 재판부는 “대단히 엽기적이고 혐오스러운 범죄로 사회공동체의 정서를 크게 훼손했다”라면서도 “문명국가의 사법제도에서 사형은 극히 예외적 형벌”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는 “사형을 선고하라”며 법정에서 난동을 부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유족은 극심한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피고인은 남 탓을 하며 웃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그의 항소를 기각,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그의 범죄가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해 사회에 큰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김일곤 사건은 사소한 불만이 어떻게 괴물 같은 증오로 발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개인의 반사회적 분노가 아무런 관계없는 약자를 향했을 때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사회와 영원히 격리되었지만,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진 ‘묻지 마 식 범죄’와 ‘여성 혐오’라는 무거운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트럼프, 현대차의 애정 공세 무시…“30조원 투자도 소용없어” [핫이슈]

    트럼프, 현대차의 애정 공세 무시…“30조원 투자도 소용없어” [핫이슈]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전방위적으로 매력 공세를 펼쳤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냉랭한 반응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현지시간) “현대차 그룹은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여 트럼프 행정부를 달래길 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 공세를 펼쳤지만 냉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그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기부했다. 지난 3월에는 2028년까지 210억 달러(약 29조 92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자동차 관세 25%를 결국 피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조지아주(州)에 있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됐다 풀려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대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세웠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 (현대차의 노력은) 고통스러운 오판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와 관련해 “이는 약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끊임없이 애썼던 현대차의 노력에 성과가 별로 없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결말”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차가 이민 단속 후에도 260억 달러(약 37조 500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와 미국 내 생산 확충을 재차 공언했다”면서 “이러한 전략 때문에 현대차는 한국 정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 시장에 공개적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현대차의 행보가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현대차가 정부 질타에서 미국 시장 포기 못 하는 이유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대차가 이러한 악조건에도 대미 투자를 늘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 애쓰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시장에서의 영업 부진이다. 최근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졌고 이러한 상황은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입증하는 사례로 지난해 6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주의 역대 최대 제조 투자 프로젝트인 현대차 메타플랜트와 관련한 경제 회의를 위해 서울과 제주 등을 방문했다. 켐프 주지사는 제주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갈 교통편이 필요했고, 이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자신의 전용기를 타라고 제안했다. 켐프 주지사가 수락하면서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떠났고, 정 회장과 현대차 고위 경영진은 대한항공 항공편을 이용했다. 현대차·기아, 미국 시장 9월 판매량 선전했지만한편 현대차 그룹은 지난 9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합산 판매량이 14만33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12.8% 증가한 7만 7860대, 기아는 11.2% 늘어난 6만 5507대를 팔았다. 제네시스 판매량은 4.9% 증가한 6857대로 집계됐다. 9월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은 월별 역대 최다 기록이다. 현대차·기아의 9월 판매 호조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종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계약일 기준으로 9월 말까지 전기차를 사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갑자기 몰렸다는 분석이다. 3분기 전체로 보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48만175대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12% 늘었다. 여기에는 9월 한 달간 역대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인 1만 7269대의 전기차도 포함돼 있다. 다만 이달 중순부터는 판매량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달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는 15%의 관세를, 유럽산은 8월 1일부터 15% 관세를 소급 적용 받지만 한국 자동차는 25%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관세 역전 효과가 4분기부터 본격화함에 따라 3분기만큼의 4분기 실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 “부자 ‘삥’ 뜯자” 골프장 연인 강도단…평화로운 한 가정의 아내 납치 살해됐다[전국부 사건창고]

    “부자 ‘삥’ 뜯자” 골프장 연인 강도단…평화로운 한 가정의 아내 납치 살해됐다[전국부 사건창고]

    캐디 시절 만난 연인의 잔혹 범죄골프연습장 고급차 보고 주부 납치“아들·딸, 엄마 영정과 장시간 대화”2017년 6월, 평범한 주부와 한 가정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창원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인 사건은 큰 충격을 안겼다. 이는 단순히 우발적 살인으로 치부할 수 없는, 철저히 계획된 탐욕과 극도의 냉혹함이 결합한 범죄의 전형이었다. 과거 캐디로 일하며 연인이 된 심천우(당시 31세)와 강정임(당시 36세), 그리고 심 씨의 6촌 동생 S씨(당시 29세)가 저지른 이 사건은 가해자들의 비인간적인 태도와 피해자 가족의 절규로 인해 사법 정의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묻게 했다. 범행은 2017년 6월 24일 오후 8시 30분경, 경남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 지하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피해자 A씨(당시 47세)는 운동을 마치고 자신의 아우디 A8 승용차에 오르려던 순간, 자신들을 노리던 범인들의 시야에 들어섰다. 이는 김 씨가 남편에게 “집에 가서 열무나 먹자”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 대화가 된 비극적인 순간이었다. 범인들의 동기는 오직 하나, “돈 많은 사람을 ‘삥’ 뜯자”라는 것이었다. 심천우는 무직에 수천만 원의 카드 빚을 지고 어머니 신용카드까지 쓰는 등 극도의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은 A씨의 고급 외제차를 보고 그녀를 손쉬운 표적으로 삼았다. 이들은 범행을 위해 A씨의 차 바로 옆에 자신들의 SUV를 주차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A씨가 “저기요”라는 심천우의 부름에 돌아보자마자, 계획은 실행됐다. 심천우는 A씨의 몸을 붙잡아 곧바로 SUV 뒷좌석으로 밀어 넣고, S씨는 운전대를 잡았다. 공범 강정임은 A씨의 아우디를 운전하며 공범들이 탄 차량을 앞서갔다. 이처럼 납치, 결박, 도주로 안내에 이르는 과정은 3인조의 철저한 역할 분담 아래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고급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마대에 돌 담아 시신 유기카드 빼앗아 전국 도주 행각범행 9일 만에 서울서 붙잡혀납치 직후 심천우는 A씨의 입을 양말로 틀어막고 결박한 뒤, 손가방에서 현금 10만 원과 신용·체크카드를 빼앗았다. 이후 차량은 경남 고성의 한 폐주유소로 향했다. 강정임은 A씨의 아우디를 창원에 버려두고 S씨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는 등, 범행 은폐 작업까지 맡았다. 폐주유소에 A씨와 단둘이 남은 심천우의 행동은 극도로 냉혹했다. 그는 A씨를 협박해 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강정임에게 연락해 카드 ‘잔액 조회’를 통해 비밀번호가 맞는지 확인했다. 비밀번호가 일치하자, 심천우는 망설임 없이 A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납치 불과 6시간여 만인 25일 오전 3시경 발생한 일이었다. 심천우는 살해 직후 A씨의 시가 350만원 상당의 시계와 50만원짜리 금목걸이까지 탈취하는 잔혹성을 보였다. 재판 과정에서 심천우는 A씨가 자기 부모를 모욕해서 살해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거짓으로 판단했다. 그는 범행 전 청테이프, 흉기, 마대 등을 미리 준비한 계획적인 살인범이었으며, S씨의 진술로도 A씨는 별다른 저항 없이 조용히 있었음이 밝혀졌다. 카드빚 수천만 원에 신용불량자과거 강도 공범 동창·전 ‘여친’도 구속“후천적 사이코패스?”…9일간의 충격적인 도주극A씨의 시신은 심천우의 지시를 받은 강정임과 S씨가 도로변에서 주위 온 돌과 함께 마대에 담겨 진주의 한 저수지에 유기됐다. 시신을 유기한 직후, 이들의 태도는 더 충격적이었다. 도주하는 차 안에서 심천우는 “나 아무렇지도 않다. 후천적 사이코패스인가”라고 말했고, 강정임은 “소시오패스 아니냐?”고 태연하게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는 이들이 범행에 대해 조금의 죄책감이나 공감 능력도 상실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들은 훔친 번호판을 SUV에 달고 광주, 순천, 함안 등 전국을 돌며 A씨의 카드로 총 410만 원을 인출해 도주 경비로 사용했다. 심지어 도주 중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거나 옷을 사는 등 희희낙락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공범 S씨는 함안에서 먼저 검거되어 A씨의 피살 및 유기 장소를 털어놓았으나, 심천우와 강정임은 야산을 통해 도주한 뒤 트럭을 얻어 타고 부산, 대구를 거쳐 서울로 피신하는 9일간의 도주극을 펼쳤다. 결국 이들은 범행 9일 만인 7월 3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모텔에서 ‘장기 투숙 중인 의심스러운 남녀’라는 신고를 받고 잠복한 경찰에 의해 검거되었다. 주범 무기징역, ‘애인’·6촌 동생 15년“잔혹 범죄 저지르고 반성 하지 않는다”남편 “좀 여유 생겼는데 죽임당해”재판 과정에서 심천우의 과거 강도 행각도 드러났다. 그는 2011년에도 고교 동창 등과 함께 금은방 강도를 저질러 장기 미제 사건의 범인이었다. 이처럼 심천우는 만성적인 경제적 궁핍과 난폭한 성격, 그리고 타인의 생명에 대한 경시가 만연한 인물이었다. S씨 역시 여자 친구에게 “1000만원 못 벌면 이 일 안 하지”라며 돈 때문에 범행에 가담했음을 드러냈다. 법원은 이들의 잔혹한 범행에 대해 단호한 판결을 했다. 주범 심천우는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과 20년간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받았다. 공범 강정임과 S씨는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이 형량은 대법원까지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은 앞서 심천우에게 사형을, 강정임과 S씨에게는 징역 30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심천우가 키 175cm, 몸무게 97kg의 체격으로 체중 46kg의 A씨를 결박해 저항 불가능한 상태에서 목 졸라 살해한 점을 지적했다. 또한, 강정임과 S씨 역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대가를 받았으며, 세 사람 모두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 직후 A씨의 남편 B씨는 경찰에서 “아내는 오로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조금 여유가 생긴 시점에서 죽임을 당해 마음이 찢어진다”라며 “딸과 아들은 엄마 영정 사진을 보면서 5시간 넘게 대화한다”라는 비통한 현실을 전했다. 그는 “흉악범들이 이 땅 위에 설 자리가 없도록 엄벌 받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라고 절규했다. 이 사건은 계획적인 탐욕이 한 여성의 생명을 앗아간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의 양형 기준과 가해자의 인권 사이에서 사법 정의가 진정으로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방향으로 서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하는 무거운 숙제로 남아있다.
  • ‘구원자 콤플렉스’ 폭발한 취준생, ‘로맨스 스캠’에 빠져 더 깊은 늪으로 [파멸의 기획자들 #22]

    ‘구원자 콤플렉스’ 폭발한 취준생, ‘로맨스 스캠’에 빠져 더 깊은 늪으로 [파멸의 기획자들 #22]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그날 밤 성진은 심장 안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천둥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오빠는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는 다인의 메시지가 그의 머릿속을 수백 번 맴돌았다. ‘그녀가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일까?’ 밤새도록 온갖 가능성을 고민했지만, 섣불리 고백했다가 어색한 사이가 될까 두려웠다. 취업 전선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그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진 터라 다인과의 관계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고 싶었다. 그래서 성진은 서점으로 향했다. 채팅방에서 투자와 경제 이야기만 나누다 보니 다인에게 다소 지루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그녀의 이상형이라는 ‘지적인 남자’로 이미지 메이킹하고자 감성적인 에세이와 시집, 명언집을 닥치는 대로 샀다. 집에 돌아와 다인을 생각하며 여러 책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긋고 노트를 마련해 따로 적어놓았다. 그날 밤이었다. 10시를 훌쩍 넘겼지만 다인에게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어제 그 메시지에 내가 너무 시큰둥하게 반응해서 기분이 상했나…’ 성진은 살짝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뒤져 친구 집에서 찍은 고양이 사진을 하나 골라서 보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동물 사진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어낼 요량이었다. 하지만 밤이 새도록 다인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성진은 전화기를 손에 쥔 채 그녀를 기다리다 지쳐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늦잠을 잔 성진은 눈을 뜨자마자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전화기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다인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텔레그램을 열었지만, 곧바로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사진 속 고양이가 오빠처럼 귀여워요. 혹시 직접 키우는 냥이인가요? 나중에 꼭 직접 보고 싶어요… 그런데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요. 어제 학교에서 조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거든요. 지금 병원에 있어요.” ‘병원’이라는 두 글자가 그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성진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며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인아, 어느 병원이야? 몸은 괜찮아? 내가 지금 갈게.” 성진에게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구원자 콤플렉스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아니예요, 오빠. 사고를 당했을 땐 너무 아파서 경황이 없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경찰이 오토바이 뺑소니였다고 말해줬어요.” ‘뺑소니’라는 말에 성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자신이 대신 다쳤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보다, 혼자서 그 고통을 삼키고 있다는 게 그를 더 힘들게 했다. 이때 다인이 결정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근데 실은 지금 병원비가 모자라요. 교통사고 당했다고 하면 천안에 계신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실 것 같아서 연락 드릴수도 없고…” 다인도 성진과 함께 이성조 교수의 리딩방에 함께 있었다. 그녀 역시 이 교수의 리딩만 잘 따라갔으면 수백만원은 족히 벌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다인의 말을 한 번쯤 의심해볼 법도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푹 빠져 있던 성진은 이상한 점을 굳이 찾고싶지 않았다. 성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인에게 답장했다. “병원비는 내가 마련할게.” 그러자 다인은 교묘하게 이를 거절했다. “아니예요. 제가 있는 대학 동아리에 돈을 빌릴 수 있는 오빠가 있어요.” 다인이 ‘돈 많은 오빠’를 언급하자 성진은 죽기보다 싫은 굴욕을 느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경제적인 무능함을 보여선 안 된다는 허세와 질투심이 폭발했다. 그는 다인에게 병원비와 은행 계좌번호를 다그치듯 물었다. 몇 번을 거절하던 그녀는 결국 성진을 못 이기겠다는 듯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다인아, 그런데 예금주가 네 이름이 아니네?” “아, 이건 병원 사무장님 계좌예요. 그쪽으로 돈을 보내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요.” 성진은 ‘사무장 계좌’, ‘할인 혜택’ 등 다소 터무니없는 이야기에도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돈 많은 오빠’와 더 가까워지는 걸 막고 싶었다. 성진은 병원 사무장이라는 남성의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만년 졸업생’인 성진에게 작은 금액이 아니었지만, 이 교수의 리딩 거래 한 번이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날 오후 다인에게서 퇴원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말미에 ‘고마워요, 오빠가 최고예요’라는 글과 함께 키스 이모티콘이 붙어 있었다. 성진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 작은 이모티콘 하나를 얻어내기 위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에게 100만원을 투척했다는 ‘불편한 진실’은 깨닫지 못한 채. 한술 더 떠 성진은 ‘고백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다가오는 토요일을 ‘디데이’로 정하고 준비에 나섰다. ‘일단 다인이에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서울로 찾아가서 직접 만나자. 반지와 명품 가방을 선물하면 그녀도 나에게 마음을 열거야.’ 그의 머릿속은 코인 거래로 벌어들일 천문학적 수익과, 그 돈으로 산 선물을 받고 기뻐할 다인의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지금 다인의 병원비 100만원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이어가고 있었다. (23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연휴 둘째 날 귀성길 정체 극심… 서울→부산 6시간 40분 걸린다

    연휴 둘째 날 귀성길 정체 극심… 서울→부산 6시간 40분 걸린다

    추석 연휴 둘째 날인 4일 오전 귀성 행렬이 이어지면서 전국 주요 고속도로가 정체를 빚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승용차로 서울요금소를 출발해 전국 주요 도시까지 걸리는 예상 소요 시간은 △부산 6시간 40분 △울산 4시간 51분 △목포 6시간 △광주 5시간 30분 △대구 5시간 20분 △강릉 4시간 △대전 3시간 △양양 3시간 10분이다. 각 도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소요 시간은 △울산·부산 5시간 40분 △대구 5시간 △목포 3시간 48분 △광주 3시간 20분 △강릉 2시간 40분 △대전 1시간 40분 △양양 1시간 50분으로 집계됐다. 현재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은 오산~남사 부근 7㎞, 입장~청주 분기점 부근 54㎞에서 차량이 서행 중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은 비봉~화성휴게소 구간 7㎞, 서평택 분기점~서해대교 구간 15㎞에서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향 여주 분기점~감곡 구간 11㎞, 중부고속도로 서청주~남이 분기점 9㎞,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 마성터널~양지터널 8㎞ 구간에서도 차량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도로공사는 이날 전국에서 차량 537만대가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48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47만대가 이동해 평소 토요일보다 지방 방향 교통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귀성 방향 정체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절정에 달한 뒤, 오후 9시쯤 해소될 전망이다. 귀경 방향은 오전 6~7시 시작해 오후 4~5시 절정에 달한 뒤 저녁 8시쯤 풀릴 것으로 보인다.
  • ‘이 교수의 해명’vs ‘변호사의 경고’…코인 청산 진실 찾아 서울로 간 농부 [파멸의 기획자들 #18]

    ‘이 교수의 해명’vs ‘변호사의 경고’…코인 청산 진실 찾아 서울로 간 농부 [파멸의 기획자들 #18]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승현은 자신이 누구보다 존경하고 따르던 이성조 교수의 이름이 박힌 링크를 홀린 듯 눌렀다. ‘법률사무소 블루’라는 곳에서 올린 네이버 블로그 글이었다.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사기꾼들이 텔레그램 채팅방 ‘부의 길’을 통해 소시민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코인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경고였다. “피해를 봤다면 지체 없이 연락하라”는 광고 문구가 그의 심장을 거칠게 두드렸다. 승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 글을 그대로 복사해 자신이 속한 채팅방에 공유했다. “혹시 이것 보신 분 계신가요? 누가 설명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확인하고 싶지 않은 무서운 진실이 눈앞에 펼쳐질까 두려웠다. 곧바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저도 봤어요! 그렇지 않아도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었는데…”, “로펌 광고라서 그냥 무시했어요.”, “우리 교수님 이름을 사칭한 또 다른 사기꾼이 있는 것 같은데요?” 마지막 댓글이 승현의 마음에 희미한 안도감을 제공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 채팅방에 있는 이성조 교수와 이호철 대표는 사기꾼이 아닐 테니까. 게다가 로펌이 언급한 채팅방 이름은 ‘부의 길’이었고, 지금 승현이 속한 곳은 ‘경제적 자유를 위한 초석’이었다. 그때였다. 텔레그램 알림음이 울리며 이 교수가 직접 해명 메시지를 올리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저도 몇 달 전부터 이런 글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제 운영 방식을 모방해서 사기를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유명 로펌에 소송을 의뢰한 상태이며, 경찰과 공조해서 사기꾼 일당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관련 정보를 갖고 계시면 저나 김가영 비서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직접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자, 회원들의 격려 댓글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럼요, 우리는 교수님을 끝까지 믿습니다!”, “교수님 힘내세요. 사기꾼 일당은 반드시 잡힐 겁니다!”, “어떻게 대한민국 인간문화재 이성조 교수님을 사칭할 수가 있죠?” 사람들의 격려와 위로 속에서 승현은 잠시나마 희망을 느꼈다. 모두가 교수를 믿고 있는데, 나 혼자만 유난스럽게 그를 의심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로펌 블로그의 섬뜩한 경고와 이 교수의 차분한 해명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결국 그는 직접 두눈으로 진실을 확인하기로 했다. 글을 올린 법률사무소를 찾아가 변호사를 만나야만 이 의심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승현은 전주로 건너가서 서울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승현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더욱 부추겼다. 희망을 찾아 고향을 떠났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라 불안감이 더 커졌다. 용산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신길역으로 향했다. 스마트폰 지도 앱에 ‘법률사무소 블루’ 주소를 입력하니,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라고 나왔다. 마음이 급한 승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재개발 예정지역으로 보이는 골목길로 들어서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허름한 빌딩 3층에 ‘법률사무소 블루’ 간판이 걸려 있었다. 변호사를 만나기도 전부터 그의 기대는 바닥을 쳤다. ‘이런 곳에도 법률사무소가 있구나.’ 사무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으려는데, 문이 알아서 스르륵 열렸다. ‘요즘에는 자동 미닫이문도 있나’라고 의야해하던 찰나, 음식 배달 기사 한 명이 승현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밖으로 나갔다. ‘또 한 명의 불쌍한 인간이 이곳의 미끼 광고에 걸려들었구나’라고 비웃는 것 같은 눈빛으로. 조바심을 억누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짜장면과 군만두 냄새가 승현의 코를 강하게 찔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음을 깨닫자 뒤늦게 허기가 밀려왔다. “어떻게 오셨나요?” 변호사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외모와 기름기 도는 얼굴의 40대 남자가 짜장면을 먹다 말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인터넷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이성조 교수 사칭 사기 사건 때문에…” 남자는 서둘러 테이블 위 서류들을 한쪽으로 밀어 치우고, 물티슈를 꺼내 음식을 올려둔 먼지 낀 테이블 위를 쓱쓱 닦았다. 이 사무실은 사채업자 아지트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낡고 지저분했다. 모든 것이 198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승현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책장에 가득 쌓인 낡은 법률 서적을 두루 살펴본 뒤에야, ‘여기가 정말 변호사 사무실이 맞긴 하구나’라고 체념에 가까운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19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