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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학’의 완역본/조선후기 실용사상 다시 본다

    박제가(朴齊家·1750∼1805)의 ‘북학의’(北學議)를 두고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배워야 한다는 단상의 나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없다.그렇다고 ‘북학의’를 ‘18세기의 대표적인 사상가가 지은 최고의 사상서’로 떠받드는 것 또한 올바른 일은 아닐 것 같다. ‘북학의를 임금님께 올리며’같은 글에서 “나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생은 농사를 망치는 요소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라며 “유생을 도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 같은 대목이 그를 혁신적이고 용기있는 사상가로 인상짓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양반의 수효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과거시험이 부정이 판치는 시장판처럼 되어버린 것을 한탄하는 분위기는 당시에도 뜻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흔했다.게다가 서출이었던 그의 혁신적인 사상은 정조의 사랑을 받았지만,보수파 사대부에게는 신분적 한계에 좌절한 젊은이(책을 썼을 때 30살 안팎이었다.)의 항변 정도로 폄하되며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이 책이 가진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북학’이란 ‘맹자’에 나오는 말로 당시 조선 사대부가 ‘되놈’이라고 욕한 청나라와 그 문물을 뜻한다고 한다.박제가는 이의 과감한 도입을 주창하며,상업과 유통을 중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기술과 기계의 도입,도량형의 표준화,사회 개방 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수레와 배를 이용하고,이를 위해 길을 닦아야 한다는 ‘물류체제의 정비’에 초점을 맞추었다.예를 들어 원산의 상인이 말에 미역과 명태를 싣고 서울로 왔을 때,사흘만에 팔면 조금 이득이 남고,닷새면 본전이고,열흘을 머물면 크게 손해를 본다고 했다.말을 먹이느라 든 비용 때문이다.그러나 대여섯 마리가 수레 한대를 끌면 그 말들이 각각 등에 짐을 싣는 것보다 여러 배의 이익이 있는데 백성이 잘 살게 되는 기본이라는 것이다.똥을 황금처럼 아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하루 한 사람이 배설하는 분뇨로 한 사람이 먹을 곡식을 자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서울의 1만가구는 인분을 밖으로 운반할 수가 없다.수레가 없어 1만섬의 곡식을 버리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진정으로 사상서적인 성격이 있다면 ‘자기’같은 작은 글들 때문일 것이다.조선의 그릇은 바닥에 모래가 붙어서 두둘두둘하고 밥상과 탁자 등속도 못쓰게 만든다.처음 장인이 부수어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거칠게 만들어 놓으면,백성들은 깨어지든 말든 거칠게 다루고,익숙해질수록 마음도 거칠어지니 작은 물건 하나라도 소홀히 만들어선 안된다는 것이다.공자·맹자보다도 훨씬 더 현실감 있는 한국적 사상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북학의’를 안대회 영남대 한문교육과 교수가 다시 완역했다.안 교수는 “‘북학의’는 분노와 열정의 저서”라면서 “이 책을 읽고서 덤덤한 느낌이 든 독자라면 지난 역사에 대한 덤덤함이 아니라 처한 현실에 대한 무감각증을 의심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돌베개 펴냄.1만 2000원. 서동철기자 dcsuh@
  • 韓·美 동맹관계 개선 협의/주한미군 ‘南下’ 가속화 전망

    한강 이북에 위치한 미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는 문제와 용산 미군기지 이전사업 등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될 전망이다.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오는 4월 시작되는 ‘미래 한·미 동맹 정책구상 공동회의’를 앞두고 27일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양국 국방부간 사전 조율 협상에서 미측이 이같은 현안에 대해 조기 추진 의사를 적극 타진해 왔다.”고 밝혔다. 양측은 특히 미군이 서울로부터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앞으로 이전 시기와 위치 등을 고려하면서 대화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차영구(육군 중장) 국방부 정책실장과 방한중인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회담에서 한·미 동맹관계 개선과 관련,한국 방어에 있어서 한국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것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성공적 이행 등에 대해 견해를 같이했다. 차 실장은 ‘한국의 역할 증가' 문구에 대해 “방위비 분담문제를 포함,모든 사안에서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를 조정하는 등 모든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자는 것”이라며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도 논의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오는 4월부터 1∼2개월에 한 차례씩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가며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봉달이’ 이봉주, 어제 오후 병원서 득남

    ‘봉달이’ 이봉주(사진·33·삼성전자)가 드디어 아빠가 됐다. 이봉주의 아내 김미순(33)씨는 21일 오후 4시27분 몸무게 2.9㎏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지방에서 훈련 중이던 이봉주는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서울로 올라왔다. 이봉주는 “출산 과정에서 아내가 너무 고통이 심했던 것 같다.”면서 애처로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아들을 얻은 것에 대해서는 “아들이나 딸이나 상관없이 사랑해 줄 생각이었다.”면서 “우선 고생한 아내가 건강을 빨리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아내 김씨는 자연분만 과정에서 얼굴에 핏줄이 터지는 등 많은 아픔을 겪었다.병실에서 아내를 지켜보는 이봉주의 눈가엔 물기가 서리기도 했다. 예정일보다 일찍 아들을 얻은 탓에 이봉주의 외국전지 훈련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이봉주는 다음달 3일 중국 쿤밍으로 고지대훈련을 떠날 예정인데 당초 출산 예정일이 3월7일로 잡혀 고민했다. 런던마라톤(4월13일)에서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에 도전할 예정인 이봉주는 이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박준석기자 pjs@
  • 도난 수표에 이서했다 도둑 몰려 1년 옥살이

    도난당한 수표 가운데 1장이 K씨 이름으로 이서가 됐다.사진을 목격자들에게 보여줬더니 이구동성으로 K씨가 범인이 맞는 것 같다고 한다. 강원도 원주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여성인 K씨는 이런 이유 때문에 서울로 원정까지 와서 결혼식 하객들의 금품을 훔친 범인으로 지목됐다. K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지법형사항소9부(부장 具萬會)의 생각은 달랐다. 원정 절도를 했다면 치밀한 계획을 세웠을 터인데 신분노출에도 불구,K씨가 실명으로 수표 이서를 했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었던 것.더욱이 안경착용 여부 등 인상착의에 대한 목격자들의 말이 엇갈리기 시작했다.또 사건 당일 옷가게에 있었다는 K씨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왔다. 구속과 보석을 반복하며 1년이 넘게 옥살이를 했던 K씨는 17일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4년만에 누명을 벗었다. 홍지민기자 icarus@
  • 호남선 철로작업 인부 7명 사망 ‘고무줄 공사시간’ 참사 불러

    심야에 철로에서 침목 교체작업을 하던 인부 7명이 열차에 치여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철도청과 시공회사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15일 오전 1시쯤 전북 정읍시 감곡면 감곡역 부근에서 호남선 철로 보수작업을 하던 김명학(40)씨 등 인부 7명이 광주발 서울행 456 무궁화호(기관사 박원석)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인부 유동철(33)씨는 경상을 입고 인근 김제 중앙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이날 사고는 호남선 전철화사업 공사구간 하행선에서 침목 교체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상행선 보수공사 때문에 하행선을 이용해 서울로 올라가는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일어났다. 광주발 무궁화호 열차는 정읍시 신태인역과 김제시 부용역 구간의 상행 선로에서 공사가 예정돼 있어 상행선이 아닌 하행선 철로로 주행해 하행선으로는 열차가 운행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작업을 하던 인부들을 덮쳤다. 이에 대해 철도청은 “시공회사는 김제∼부용간 전철화 공사로 인해 상행선 운행이 당연히 중단됐을 것으로 보고 작업에 들어갔을 것”이라면서 “인부들이 그동안 김제∼부용간 공사가 하행선에서 이뤄지다 이날부터 상행선으로 변경돼 하행역을 주행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또 공사감독을 맡고 있는 A감리회사가 15일 오전 3시20분부터 8시25분까지 하행선 일시 사용허가 신청을 했으나 작업인부들이 2시간 가량 빨리 나와 작업을 한 것도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공을 맡고 있는 동명기술공단측은 “김제∼부용간 작업으로 인해 이 구간을 상행열차가 하행선을 이용해 주행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1∼2시간 일찍 나와 작업을 준비하는 것은 철도공사의 오랜 관행”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찰은 철도청이 시공회사측에 선로변경 사실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거나 시공회사가 인부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읍 임송학기자 shlim@
  • 하멜표류 350주년/하멜상선 복원...’네덜란드 마을’조성

    올해로 ‘하멜 표류기’의 저자 헨드리크 하멜의 제주 표착 350주년을 맞는다.네덜란드 출신인 하멜은 1653년 8월 상선 스페르웨르호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가던중 폭풍우를 만나 일행 30여명과 함께 표류해 제주에 도착하게 된다.서울로 압송된 그는 한국생활 14년 가운데 7년 남짓 강진의 전라병영에 배치돼 잡역에 종사하다 7명의 동료와 함께 일본으로 탈출,귀국해 억류생활을 기록한 기행문 ‘하멜 표류기’를 통해 우리나라를 유럽에 최초로 소개했다.요즘 하멜의 족적이 남아있는 남제주군과 전남 강진군에서는 ‘월드컵 신화’의 주역 히딩크 열기까지 겹쳐 하멜상선 복원사업과 네덜란드 마을 조성사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내용을 알아본다. ◆‘표착지' 남제주군 남제주군은 하멜이 탔다가 난파당한 하멜 상선을 재현,관광자원화하기로 하고 최근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관광지내에 831㎡ 규모의 터파기 공사에 들어가는 등 상선 복원사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설계는 서울 한집디자인㈜이,시공은 한국전시공업협동조합이 맡았다. 국비 등 15억5000만원이 투입될 상선 복원공사는 본체 공사와 내부시설 작업으로 나눠 추진된다.군은 10억 3800만원이 들어갈 본체 공사는 오는 5월말까지,5억여원이 소요될 내부시설 공사는 8월 말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군은 상선 재현사업에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하멜이 제주 표착 당시 승선했던 상선 스페르웨르호를 복원하기로 하고,지난해 9월 강기권(康起權) 군수를 비롯한 군 관계자들이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과 과거 동인도회사의 본거지였던 랠리스타드시 ‘바타비아 야드’ 등을 직접 답사했다.설계를 맡은 한집디자인측도 3차례나 다녀왔다. 그러나 17세기 상선 제작기술과 설계도면 등을 고증할 아무런 자료도 찾아내지 못하고 대신 1630년대 네덜란드의 대표적 상선인 바타비아호를 모델로 삼아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628년에 건조된 범선 바타비아호는 네덜란드와 호주 사이를 왕복하던 원거리 무역용 1000t급 대형 목선으로,1층은 화물실과 선장실,2층은 선원실,3층은 군인실로 꾸며져 있으며 승선인원은 300여명에 이른다. 복원될 상선도 바타비아호와 비슷하게 길이 36.55m,폭 7.78m,높이 11m,돛수 3개,돛 높이 28m,돛 너비 8m짜리로 제작된다. 군은 본체가 완공되면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전체 선실구조를 3층형 2층으로 조성,내부에 하멜 전시실과 히딩크 감독 전시관,스페르웨르호의 난파과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상관 등을 설치해 볼거리로 제공할 계획이다. 하멜 전시실에는 동인도회사 관련 사료들과 17세기 네덜란드 선원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의복·도구·장식품,그리고 하멜 밀랍인형 등 300여점을 전시하고 히딩크 전시관에는 2002년 월드컵 관련자료와 영상물,히딩크 소품 등을 전시하게 된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kdaily.com ◆강기권 남제주군수 하멜상선 복원사업은 하멜-월드컵-히딩크 연계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상선 복원의 경우 체험관광 시설로 손색없도록 실제와 같은 규모로 꾸미는 등 역사성을 최대한 살릴 계획이다.앞으로 예산이 확보된다면 관광객들이 난파 현장을 실감할 수 있는 3차원 시뮬레이션 시설도 갖추도록 하겠다. 하멜상선 재현사업이 마무리되면 하멜표류의 역사성을 기리기 위해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측과 공동으로 대대적인 하멜표류 350주년 기념행사를 벌일 예정이다.남제주군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청정한 환경,그리고 하멜 표착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풍부하게 지닌 문화적 고장으로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하멜상선 복원사업을 계기로 전통옹기 박물관 건립사업,혼인지 정비사업 등 지역문화의 관광자원화 사업에 온힘을 기울여 남제주군을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중심축으로,그리고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세계적 문화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7년체류' 전남 강진군 강진군은 하멜이 7년 동안 머물렀던 병영성을 복원(2007년 예정)하면서 주변에 관광상품으로 ‘네덜란드 마을’을 만들고 있다.특히 올해는 하멜의 한국 표착 350주년을 기념해 강진군과 하멜의 고향인 호르큼시에서 풍성한 교류 초청행사가 열린다. 표착할 당시 스물두살이던 하멜은 제주도에 첫발을 디딘 이후 일행 32명과 함께 꼬박 7년(1656∼63년)을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강진 병영성에서 머문다.담쌓기나 수로 파기,땔감하기 등 잡일에 종사했고,6명은 조선인과 결혼해 살았다고 한다.이후 3년 뒤에 하멜은 탈출에 성공했다. 하멜 일행은 현재 병영성 옆에 서 있는 은행나무(수령 800년) 아래에서 살았다는 구전과 기록이 있다.성 주변에서는 이국적인 흔적이 눈에 띈다.지로마을에 있는 흙담장으로 높이 4m에 길이가 1.2㎞나 된다.‘아주 크다.’고 해서 지금도 한골목이라 불린다.생선가시처럼 위 아래가 엇갈리게 돌을 박은 빗살무늬 돌담이다. 특히 한골목은 병사나 군관들이 말을 타고 다니던 길이었기 때문에 담이 낮으면 말 위에서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여 이 동네의 집들은 담장이 높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병영성 입구에 있던 서양인 매부리코에 빵떡모자를 쓴 이국적인 모습의 벅수(석장승)나 동자석등,석상 등은 지난 84년에 싹쓸이 도난당해 찾을 길이 없다. 군은 이같은 흔적과 이야기를 엮어 내년 말까지 42억원을 들여 은행나무 주위에 ‘네덜란드 마을’을 조성한다.특색있는 사업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특별교부금 15억원을 지원받았다.부지 1만 2966㎡(3922평)에 하멜 생활민속 전시관(300평) 등을 만든다.당시 네덜란드와 전라도의 생활 민속자료를 진열한다.호르큼시에서 보내온 하멜 동상 2점과 당시의 대포 1문,하멜이 만든 나막신 4켤레 등을 확보했다. 군은 호르큼시와 98년 10월 자매결연을 했다.이후 네덜란드와 꾸준히 민속문화를 교류하고 선진 화훼기술을 들여왔다. 이번 제8회 청자문화제(7월26일∼8월1일)에 히딩크 감독과 호르큼시 관계자를 초청하고,강진군이 10월에 답방키로 돼 있어 하멜의 한국 표류 350주년을 되새긴다. 강진 남기창기자 kcnam@kdaily.com ◆윤동환 강진군수 강진군은 ‘남도답사 1번지’이자 ‘청자골’로 자리매김되고 있다.영랑생가·다산초당 등 곳곳에 문화유산이 넘쳐나는 멋스러운 고장이다. 그래서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관광상품으로 고안한 게 ‘네덜란드 마을’ 조성이다. 국민적인 영웅인 히딩크와 하멜을 연계한 이색적인 기념사업으로 새로운 관광소득을 창출하고자 한다.많은 돈을 들여 네덜란드 풍물을 옮겨 놓기보다는 당시 조선의 실상을 알리고비교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멜이 머문 병영성은 전라도 방어진지로 1417년 마천목 장군이 완공했다. 군은 98년부터 490억원을 들여 높이 4.9m,길이 1060m로 복원(2007년)하고 있다.이 성은 1895년 동학농민혁명 때 불에 타면서 문을 닫았다. 앞으로 병영성은 사관생도들의 훈련장으로 이용하고,강진읍내에 짓고 있는 축구 전용구장은 겨울철의 전지 훈련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마을사람 주연… 풍속영화 촬영 현장 “찍은 걸 왜 또 찍어?” “NG라 그래유”

    “한번 찍은 걸 자꾸 다시 하라 그러니께 신경질나데.”“아이구,그걸 엔지(NG)라 그러는 거예유.” “그건 그렇구.그 달집태우는 데가 우리 밭인데,뭣 좀 없는가.”“그러면 성님네 밭이라고 화면에 자막처리하면 되지.안 그렇수,박물관 양반?” 지난 15일 음력 정월 대보름.충남 서산시 지곡면 장현리 마을회관에서는 ‘영화촬영’을 하느라 한참이나 늦어진 점심을 마친 동네어른들 사이에 이렇듯 유쾌한 농담이 오갔다. ‘배우’로 ‘출연’하고 있는 동네노인들이 말하는 ‘영화’란 국립민속박물관이 만들고 있는 ‘한국의 농경세시’.장현리 사람들의 사계절 농삿일과 세시풍속 등의 모듬살이를 비디오카메라에 담고 있다.정월대보름은 겨울편의 막바지이자,겨울세시의 뼈대를 이룬다. 이 기록영화가 기획된 것은 농촌마을에 세시풍속이라는 이름의 ‘이벤트’만 남고,풍속을 낳은 농민들의 구체적인 삶이 어떠했는지는 갈수록 잊혀지고 있기 때문.세시풍속은 농촌의 생산과정에서 풍요를 기원하기 위한 의례지만,생산과 의례를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람은갈수록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장현리가 선정된 데는 ‘인심’이 한 몫을 했다.지난해 겨울 민속박물관팀이 대상지역을 물색하고자 충남 일대 마을회관을 누볐지만 말도 못 붙이고 물러나오기 일쑤였다.그러나 장현리 마을어른들은 “몸을 녹이고 가라.”며 막걸리며 음식들을 권하는 등 친절히 대해주었다.결국 장현리처럼 인심좋고 단합도 잘 되는 마을이 경치좋은 마을 보다 낫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 오월 단오부터 들어간 촬영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살아있는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는 원칙을 세워놓았지만,기록성에 충실하고 현장음을 최대한 활용하려다 보니 동네어른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수동적에서,적극적으로 바뀐 계기는 지난해 11월15일 시사회.민속박물관은 장현리 주민들을 서울로 초청하여 막 제작이 끝난 여름편을 보여주었다.이날 화면에 얼굴이 자주 비친 사람들은 주연급 배우인 양 의기양양한 반면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내 얼굴 어디 갔느냐.”며 섭섭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이후 주민들이 적극 협조하면서 작업이 쉬워졌고,카메라에 담은 ‘그림’도 훨씬 좋아졌다.동네 꼬마들은 처음부터 협력자였다.이웃 산성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삼복 물놀이를 촬영하면서 전라(全裸)연기를 서슴지 않았고,수박서리에서도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했다.대보름날에도 풍물을 치며 촬영을 도왔다. 현지촬영을 진두지휘한 김시덕 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기록영화와 함께 장현리를 민속학적 차원에서 탐구한 마을지(誌)를 발간할 것”이라면서 “장현리에서 농촌의 세시풍속을 담고 나면 어촌 한 곳을 선정하여 같은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한국의 농경세시’는 봄,여름,가을,겨울 등 4편으로 제작되고 있으며,4계절을 50∼60분 분량으로 편집한 종합편도 오는 9월 완성된다. 글·사진 서산 서동철기자 dcsuh@
  • 정부출연 연구기관 새바람 분다/연구원 신규채용때 다면평가제 도입

    정부출연 연구기관들 사이에 박사급 연구원들의 업무평가뿐만 아니라 신규 채용시에도 ‘다면평가제’를 도입하는등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윤창번(尹敞繁) 원장 등은 연구원 박사 채용을 위해 지난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경제경영학회’에 다녀왔다.일종의 ‘인력시장(job market)’인 경제경영학회에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만큼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우리 인재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원은 이곳에서 6,7명의 인재를 발굴,이들을 서울로 불러들여 연구원 박사 15∼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일문일답에 이어 연구원 5개 실별로 돌아가며 다시 집단 인터뷰를 하도록 했다.현재 3명의 박사가 최종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윤 원장은 “이들을 만난 연구원 박사들이 각각 제출한 평가서를 바탕으로 ‘적극채용’‘채용고려’‘채용보류’‘채용불가’ 등의 평가가 나오니까 신규 연구원 채용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행정연구원(원장 黃潤元)도 올해 11명의박사를 ‘다면평가’로 뽑았다.그동안 서류전형과 학위 논문발표로만 연구원들을 채용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집단토론을 시도했다.1차 관문을 통과한 35명이 하루종일 ‘책임총리제’‘공무원노조문제’‘공직사회의 부패’등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논문을 제출했다. 최광숙기자 bori@
  • 지자체 지방분권 요구 ‘봇물’/“공공기관 지방이전 인센티브 줘야”

    지방분권은 이제 비켜갈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 됐다.‘무늬만 지방자치’인 현행 지방자치를 명실상부한 자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지방분권이란 명분과 기치를 든 것이다.수도권 이상 집중현상을 해소하고 지방분권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등 관련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활발한 지방분권 논의 지난 7일 대전시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 지방분권추진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완주 전주시장)는 색다른 목소리를 듬뿍 쏟아냈다.‘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등 지방분권 추진방향과 정책을 제안하고 2004년 말까지 행정사무,재정,인력의 이양 완료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통적인 요구와 함께 권역별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전북도는 수도권에 있는 농업관련 국가기관의 전북 이전을 요구했다.제주도는 자치단체 업무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각급 기관을 도에 통합시켜줄 것과 경제자치권 부여를 건의했다. 전국의 자치단체와 지방대학,시민단체 등이 국가발전과 사회 전반의 총체적 개혁을 위해 지방분권을 ‘필요조건’으로 공론화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지방분권이 단순한 행정권한의 지방위임이 아니라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지방의 자율적 권한이 신장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분권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새정부의 지방분권 추진의지와 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방분권특별법 제정 자치단체들은 지방분권 추진의 구체적 방안을 확정하고 완전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지방분권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분권추진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운영하고 2004년 말까지는 행정사무,재정,인력 등을 일괄적으로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고 지방분권 추진일정까지 제시하고 있다. 지방분권에 따른 재원을 확보하고 자치단체들의 중앙정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방소비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 현재 82대 18인 국세와 지방세 징수액 비율을 60대 40 정도로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기초단체의 지방소득세 도입,법정외세 도입,탄력세율 적용 등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전액 국고로 귀속되고 있는 교통범칙금을 지방재정화하고 법정적립금 자율화,지방채 승인권과 중앙투융자심사 지방이양,자체 독자예산편성지침작성 등을 건의했다.현재 중앙정부가 사용처를 확정해 지원하는 국고보조금과 지방양여금도 포괄보조금 형태로 전환해 자치단체가 지역실정에 맞게 융통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특별행정기관 지방 이양과 지방경찰제 도입 현재 6477개에 이르는 특별행정기관은 자치단체의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지방행정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자치단체의 주장이다.자치단체와 유사 및 중복기능을 수행하는 특별행정기관의 사무를 자치단체에 넘기고 재원과 인력을 재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찰제도도 주민들의 민생·치안·교통분야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자치경찰제로 전환해야 한다는게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요구다.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기능을 분리해 기초단체에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자치경찰은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맡도록 한다는 의견이다. 단체장이 자치경찰에 대한 전반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 관할 경찰서장을 임명함으로써 지역실정에 맞는 경찰행정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지방균형발전법 제정 자치단체와 지방대학들은 지방의 자생적 경제기반 확충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올해 말까지 중앙부처와 자치단체의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추진계획 심의·의결·예산배분을 협의·조정하는 지역균형발전추진위를 대통령직속기구로 두고 지역발전지표를 개발,정책을 수립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방안의 하나로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기업의 지방이전 방안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광주시는 문화수도 육성 차원에서 문화관광부와 문화관광정책연구소,예술진흥원,관광공사 산하단체등을 광주로 이전해 줄 것을 건의했다. 전북도는 농업비중이 높은 지역여건을 감안해 현재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농촌진흥원 등 농업관련 국가기관 8곳을 전북으로 이전해 연구기능을 강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한약의 규격화와 한방바이오밸리 추진을 위해 한식약청을 설립하고 본부를 대구에 둘 것을 요청했다. 전북대 최규호 교수(농업경제학과·전북도교육위 의장)는 “농업관련 연구기관이 수도권에 있는 것은 국제금융단지가 산간오지에 있는 것과 같은 난센스”라면서 “공공기관과 기업의 지방 이전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권장하며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교육도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제도의 하나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방대학육성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지역인재의 서울 유출을 막고 지역교육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운영하고 인재 지역할당제 등 획기적인 제도가 조기에 도입돼야 지방교육이 활성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정치활성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분권추진특위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 폐지’ 등 지방정치의 활성화도 요구하고 있다. 정당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공천을 받기 위해 뇌물을 건네는 등 지방선거의 부패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공천의 폐해를 누구보다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현직 단체장들이 정치개혁 없이 사회개혁이 불가능하다며 기존정치권에 정면 대응하는 ‘혁명적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당비를 내야 하는 소속 정당과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구당위원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음을 피부로 경험한 단체장들이 고뇌어린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이들은 국회의원,단체장,지방의원 등 모든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능한 신진 인사의 지방정계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지방선거 공영제 도입,주요 결정사항의 주민투표 실시,주민감사청구 요건 완화 등 기존 정치권이 기피해왔던 주민참여제도를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 정리 임송학기자 shlim@kdaily.com ◆김완주 지방분권추진위원장 “우리나라에는 서울만 있고 지방은 없습니다.사람들이 서울로만 몰려 지방은 갈수록 쇠퇴해지고 있습니다.” 김완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분권추진특별위원장(전주시장)은 “서울에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돼 있어 지역불균형 등 많은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방분권만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전국 232개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모임에서 지방분권운동에 불을 댕긴 김 시장은 “지방분권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인 만큼 새정부가 추진일정과 방향을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을 위한 현실적 조치는 국가사무 지방이양,세원확대,예산운용 자율권 보장,자율적인 인력·기구관리가 관건입니다.” 김 시장은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무늬만 자치”라고 지적하고 “지방분권은 지역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잠재적 자원과 능력을 최대화하고 모든 지방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방분권은 구호나 회의로 되는 것이 아니지요.기초단체장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지방분권 특별법 제정,지방균형발전 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합니다.” 그는 전국 232개 기초단체의 지방분권 정책제안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말하고 오는 14일 분권정책 세미나를 마친 다음 결과물을 인수위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분권특위는 새정부 출범 이전에 인수위에 분권정책을 제안하고 각 정당과 연석회의를 하며 민·관·학이 참여하는 국민연대를 조직할 방침이다. “새정부 출범 후에는 지방분권촉진 1000만명 서명운동을 비롯해 전국 232개 기초단체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분권운동,지방분권깃발 릴레이 캠페인,전국마라톤대회 등을 개최하겠습니다.” 김 시장은 “지방분권은 기초단체 위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하고 “그동안 표면화되지 않았던 정당공천제 폐지 등 정책제안이 획기적인 내용인 만큼 새정부에서 반드시 수용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기자 ◆盧당선자의 정책방향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지방’들은 업무 하중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노 당선자가 지방에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자율에는 책임과 경쟁이 따르는 법이다. 노 당선자는 “지방 스스로 경쟁력을 길러라.그래서 지방끼리 경쟁을 해라.중앙정부는 능력과 의지를 공정하게 심사해 자원(예산)을 배분하겠다.”는 말을 누차에 걸쳐 천명하고 있다.“각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자원배분은 정치적 관점에서 적당히 나누기보다 철저하게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관점에서 심사해 이뤄질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이제 유력 정치인 몇명한테 적당히 청탁을 통해 예산을 따내는 과거 방식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 같다.그보다는 차라리 발전 안(案)을 정교하게 만들어 주무부처 장관을 설득하는 ‘정공법’이 더 확실한 미래를 보장해줄 것 같다. 노 당선자의 측근들은 “로비할 시간이 있으면,차라리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한다.“앞으로는 실력이 달리는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은 낙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경고도 곁들인다. 재정분권과 관련해서도 노 당선자는 자율을 강조하고 있다.그는 “그동안 중앙정부가 하나하나 지정해온 관행을 고쳐,재정을 지방으로 포괄적으로 이전한 뒤 지방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지방끼리의 갈등에 대해 노 당선자는 철저히 자율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방에서 각종 시설 및 기관 유치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솔직히 내가 개입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직접 개입을 피하고 있다. 물론 지방대 육성이나 행정수도 이전 등 중앙정부 차원의 지방화 전략은 강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노 당선자는 11일 “지방화 전략을 위한 주무부처를 곧 선정할 것이며,각종 위원회와 추진단을 구성해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5.향락 환각의 탈피를 위하여

    “어딘가 포주와 폭력배가 서 있을 것 같아 붉은 불빛만 봐도 소름이 끼칩니다.” 지난 10여년간 성매매업소에서 일했던 박혜숙(29·가명)씨는 “매일밤 조직폭력배와 연결돼 있는 ‘삼촌’(포주)에게 쫓기는 꿈을 꾼다.”며 몸서리쳤다. 2001년 여름 전남 흑산도의 한 업소에서 일하던 그녀는 매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한달간 광주 서부경찰서 여자기동대와 연락을 취하면서 ‘작전일’만 손꼽아 기다렸다.박씨는 경찰에 “내일 당장 팔려나가게 생겼으니 구해달라.”고 요청했다.경찰은 새벽 첫 배를 타고 도착해 그녀를 탈출시켰다. 그러나 탈출은 성공하지 못했다.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왔더니 업주가 조직폭력배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것.박씨는 경찰서 바로 앞에서 2000만원짜리 ‘강제 차용증’을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박씨의 어머니는 보증인으로 도장을 찍었다.경찰은 “차용관계는 민사상의 문제”라며 도움을 주지 않았다.빚 독촉에 시달리던 박씨는 결국 흑산도에서 나온 지 채 보름도 못 돼 다시 포항 바닷가 어느 업소에서 일하게 됐다.그러다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와 연락이 닿아 탈출,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 박씨는 매춘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가 “믿을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다.특히 선불금에 대해 경찰이 “당신이 쓴 돈이니 알아서 갚아라.”고 말하기 때문에 윤락여성들이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는 것.1분 지각하면 벌금으로 10만원씩 내고 하루 결근하면 50만원을 내야 하는 ‘착취’ 구조에서 빚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을 할수록 빚은 늘기만 했다.박씨는 ‘차라리 몸으로 때우자.’며 자포자기하고 있는 매춘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그녀는 아직도 “결혼하면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는 업주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초조한 마음에 손톱만 깨물어 손톱이 자라지 않는다. 서울의 한 ‘쉼터’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박씨는 현재 모 산업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대학 사회복지과에 들어가 공부를 마치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돕는 것이 그녀의 소중한 꿈이다. 박지연 황장석기자 anne02@kdaily.com ◆'공창제' 도입 찬반 논란향락산업이 망국병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특정지역내 매매춘을 합법화하는 ‘공창제’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찬성론자는 현행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실효성이 없다며 특정지역에 한해 매매춘을 합법화하고 매매춘 종사여성을 국가가 직업인으로 인정,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속과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가 매매춘에 개입하면 매매춘 여성의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특히 윤락여성 지원센터인 ‘새움터’가 지난해 성매매 종사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7%가 포주의 착취 등 인권유린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공창제에 반대했다. 강남대 지광준(池光準·58·법학과) 교수는 “이미 주택가 주변에도 사창가가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공창제를 반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수요자가 존재하는데 성매매를 무조건 막으면 성범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曺永淑·43) 정책실장은 “공창제 도입론은 물질 만능주의와 가부장제에 바탕한 지배심리를 합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구혜영기자 koohy@kdaily.com ◆대안을 찾아 “향락산업은 일종의 ‘풍선’이다.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팽창하기 마련이다.” 향락산업이 여성인권을 유린하고 건강한 근로정신을 퇴락시킨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하지만 법률적·도덕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향락산업은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다.향락의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적 요인들이 뿌리깊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룸살롱·단란주점 등 대표적 향락업소의 부가가치율은 60% 이상으로 추정된다.제조업이나 일반 서비스업에 비해 2∼4배가량 높다.값비싼 생산재나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금회전도 빠르기 때문이다. 향락산업의 일반적 특성과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한 총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미래는 어둡다. ●법률적·제도적 대책 향락산업을 규제하는 전통적 수단은 법률적 금지와 도덕적 단죄다.관련법령만도 ‘윤락행위방지법’‘식품위생법’ 등 10여개에 이른다.하지만 단속의 일관성이 없고 처벌의 강도도 약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현재의 단속 체계는 여성들의 인권침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매매춘 종사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공창’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그러나 아직까지 여성계의 중론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보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통해 성매매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새움터 전수경 사무국장은 “정부와 사법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성매매 범죄자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처벌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와 ‘성착취’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형사정책연구원의 김은경 청소년범죄연구실장은 “성매매 자체를 금지한 현행 정책은 도덕적으로는 옳지만 실효성이 적다.”면서 “관련자 모두를 일괄적으로 처벌할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알선해 이득을 취하는 중개업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단속의 타깃을 성의 판매자와 구매자보다는 알선업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력한 조세정책으로 자금유입 차단해야 단속과 처벌의 강화만으로는 향락산업의 음성화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미아리를 치니 용주골이 뜨더라.’는 이른바 ‘김강자 효과’를 염두에 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조세를 통해 향락산업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철저한 세금추징으로 순이익을 감소시키면 자금유입 요인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세연구원의 현진권 박사는 “향락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이르는 지하경제의 주요 자금원”이라면서 “정확한 소득파악을 위해 업소에는 주류구매 전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대비·접대문화 개선 향락업소의 주수입원인 기업의 접대비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연간 5조원대에 육박하는 접대비만 규제해도 향락업소 이용자가 상당부분 줄 것”이라면서 “접대비에 대한 세제혜택을 축소하거나 접대비 지출이 많은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도적·행정적 노력도 사회의 관행과 문화를 바꾸려는 장기적 대책이 병행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의 김찬호 박사는 “향락산업을 존속시키는 것은 ‘돈과 여자 없이는 거래가 안 된다.’는 기형적 접대문화와 향락의 주소비자인 남성 직장인들의 왜곡된 성의식”이라고 꼬집었다.김 박사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도구화하는 비뚤어진 성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직장내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체적인 향락산업방지책 마련을 정부는 여성부를 중심으로 성매매방지종합대책을 마련,관련업소 처벌과 함께 성매매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피해여성 보호활동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여성부는 특히 향락업소 출신 여성들에 대한 자활지원이 중요하다고 보고 새움터 등 관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생계·의료비 지원,일자리 제공 사업 등을 지난달부터 펼치고 있다. 국회에서 추진중인 성매매방지법 제정도 여성계의 큰 관심거리다.성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하는 현행 ‘윤방법’과 달리 성매매의 중간착취 고리인 알선행위를 근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향락산업의 폐해는 사회의 존립을 뒤흔들 정도로 위험수위에 달했다.”면서 “여성·조세·보건·교육·법무·복지 등 여러 부처가 협조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이해성 홍보수석 내정자/22년 방송기자 생활 언론개혁에 큰 관심

    새 정부의 홍보수석에 내정된 이해성(사진) MBC 베이징 특파원은 10일 가진 전화통화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뜻을 같이할 만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자료를 갖지 않았겠느냐.”고 자신의 발탁배경을 설명했다.홍보수석은 홍보기획과 국정홍보,여론조사,행사,연설 등을 담당하는 요직 중 요직.국내외 언론관계와 보도지원을 담당하는 대변인도 홍보수석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이 내정자는 당선자와의 인연에 대해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끈끈하지 않다.”고 했지만,90년대 초 통합민주당에 출입하면서 가까워졌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또 노 당선자가 해양수산부 장관을 하던 2000년 무렵에는 경제부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차례 만나 서로의 철학과 비전에 대해 깊숙한 교감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MBC에서만 22년 동안 잔뼈가 굵은 방송기자.논리가 정연해 기획력과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노조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언론개혁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새정부 인사팀에서 일찌감치 홍보수석 후보로 주목해 왔다는 후문이다.이 내정자는 11일 서울로 귀국한다.
  • 정월대보름 축제 “액운은 가고 행운만” 희망의 불놀이

    ‘액운(厄運)은 다 살라버리고 행운만 불같이 일어나게 해주소서.’ 전통 세시풍속의 ‘보고’인 정월 대보름을 맞아 다양한 전통놀이가 열린다.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산과 들에서 장엄하게 벌어지는 불의 향연이다.억새가 장관인 경남 창녕 화왕산에서 3년만에 억새태우기축제가 열리고 제주 북제주군에서는 야산 하나를 다 불태우는 들불축제가 펼쳐진다.또 서울 곳곳에서도 푸짐한 전통 민속놀이가 기획돼 있다.마침 주말이므로 가족·친지와 함께 ‘불의 나라’축제속으로 들어가 두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계미년 새해 소망을 빌어보자. ◆창녕 '화왕산 억새 태우기' 억새를 태우며 액을 쫓고 풍년농사를 기원한다. 국내 유일의 산상 불놀이인 경남 창녕의 ‘화왕산 억새태우기축제’가 3년만에 정월 대보름인 오는 15일 열린다. 창녕의 진산 화왕산(火旺山·757m) 정상에는 드넓은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여름에는 푸른 초원을 자랑하며,가을에는 흐드러지게 피어 수려한 산세와 함께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산은 지명에서 보듯이 불의기운이 드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옛 이름도 ‘빗벌’‘비자화’로 불이 나지 않으면 아랫마을 처녀가 목숨을 잃는다는 속설이 전해져 온다. 불의 기운을 불로 다스려야 화를 당하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정서를 달래고,민속놀이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95년부터 정월 대보름 억새태우기를 시작했다.이듬해에도 행사를 열었으나 산불발생 위험과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지적에 따라 3∼4년마다 한번씩 열린다.올해는 네번째. 올해 축제는 식전행사와 본행사,식후행사로 나뉘어 진행된다.오전 10시부터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시작으로 윷놀이,제기차기, 널뛰기 등 민속놀이와 통일염원 연날리기,지신밟기와 삼도농악놀이 등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본행사는 보름달이 뜨기 전 오후 5시30분 풍년농사와 지역안녕을 기원하는 상원제(上元祭)를 지내면서 시작된다.이어 오후 6시쯤 달이 뜨는 시각에 맞춰 천지가 진동하는 북소리가 울리고,대형 달집에 불을 붙이면 5만 6000여평에 달하는 억새밭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한다. 화염에 휩싸인 산에는 ‘탁탁’마른 억새가 타는 소리와 함께 집채만한 불기둥이 솟구치다 20여분만에 모두 타버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불길이 사그라지면 뒷불정리를 하면서 콩을 볶아 먹거나 밤을 구워 먹고,귀밝이 술 먹기 등 식후행사를 갖는다. 행사 참가자들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소원풀이 짚단을 구입,‘소원성취’·‘무병장수’라고 적힌 소지(燒紙)에 가족의 이름을 적어 본행사 때 함께 태울 수 있다. 이번 축제는 어른들에게 옛 추억과 향수를 맛볼 수 있게 하고,자녀들은 조상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아울러 가족끼리 테마관광도 가능하다.주변에는 국보 제33호 진흥왕척경비를 비롯해 가야와 신라시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어 역사기행을 할 수 있고,원시생태보고로 유명한 우포늪에서 철새들의 군무를 감상하는 탐조여행,국내 최고의 수온(섭씨 78도) 및 수질을 자랑하는 부곡온천에 들러 온천욕으로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다. 행사참가자들은 이날 철도청이 운행하는 억새태우기 축제열차를 이용하면 수월하다.행사 당일 오전 9시55분 서울역을 출발,동대구역에서 내려 버스를 이용,행사장으로 이동한다.행사가 끝나면 부곡온천으로 옮겨 저녁식사 및 온천욕을 하고,다음날 새벽 1시10분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무박2일코스. 대중교통은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 터미널과 대구 서부터미널,부산 사상터미널에서 오전 6시50분부터 20∼40분 간격으로 창녕행 시외버스가 운행하고 있다.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구마고속도로 창녕나들목으로 빠져나오면 된다.창녕읍에서 행사장까지는 약 3.5㎞. 창녕 이정규기자 jeong@kdaily.com ◆제주 '들불축제' 33만㎡의 야산 하나를 다 태우는 화려한 불의 향연인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오는 14∼15일 제주도 북제주군 서부산업도로변 ‘새별오름’에서 장엄하게 펼쳐진다. ‘무사안녕과 풍년기원,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주제로 북제주군이 주최하는 이 축제는 불(火)과 말(馬),달(月),오름(岳)을 소재로 한 겨울철 향토 문화관광축제로,올해 7번째다. 축제 첫날인 14일에는 오전 11시 개막을 알리는 성화탑 점화에 이어 합동전통혼례,집줄놓기,윷놀이,소원기원 꿩날리기,전통 마상·마예공연,불꽃놀이 등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며 마지막 날에는 첫날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민속노래자랑,풍년기원제,소원기원 띠태우기,오름 불놓기,불꽃놀이,불깡통돌리기 등이 진행된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오름 불놓기는 월출 직후인 오후 6시30분 새별오름 5부능선에 마련된 40개의 달집이 점화되면서 시작된다. 이어 건초더미로 엮은 직경 30m짜리 보름달 형상과 글자당 300㎡되는 ‘정월대보름축제,무사안녕’이라는 대형 로고가 산자락 중간지점에서 불붙으면서 높이 119m,넓이 33만㎡되는 거대한 야산은 불화산이 되어 1시간동안 활활 타오른다. 2003발의 폭죽이 지축을 흔들면서 밤하늘에 휘황찬란한 꽃무늬를 수놓는 동안 곳곳에서는 불깡통돌리기가 펼쳐지고 참가자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져 강강수월래를 돌면서 축제는 막을 내린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마당] 커피 제대로 만나기

    사무실 1층에 커피집이 생겼다.요즘 유행하는 테이크아웃 카페다.이런저런 관계로 카페 이름 짓기부터 메뉴 만들기까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면서 나름대로 즐거웠다.무심코 마시던 커피를 들여다보니 질문이 많이 생겼다.내가 커피를 만나고 마시게 된 지 삼사십년은 족히 될 텐데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그것이 어떻게 대한민국 서울로 흘러들어와 우리 집까지 오게 되었는지,우리가 즐겨 드나들던 70년대의 다방은 어떤 진화과정을 거쳐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여러 가지 물건과 장면들이 떠올랐다.날씬하게 생긴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커피포트 생각에 이르니 절로 웃음이 났다.당시 그 포트는 역시 GE의 전기 프라이팬,전기 믹서와 함께 중요한 혼수품이었는데 가장 쓸모없는 물건이었다.인스턴트 커피밖에 없던 시절이니 속에 들어있는 거름 장치는 무엇에 쓰는지도 모른 채 놔뒀다가 이사할 때쯤 쓰레기통에 넣은 것 같고,물 끓이는 데나 쓰던 본체도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며 장롱 위에 모셨다가 언젠가 버렸다. 이름이 그럴듯해서 시켰다가날계란이 들어 있어 놀랐던 모닝커피도 있었고 더 쓰고 독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 다방에서 담배가루를 풀어 우려낸다는 소문도 있었다.몰려다닐 때는 이야기가 끝이 없고 혼자일 때는 혼자라서 더 좋던 ‘빅토리아'며 카페 ‘빠리'의 겨울 장면을 떠올리니 가슴이 다 뻐근해진다.당시 유행하던 클래식 다방 덕에 이 정도라도 귀가 트였는데 요즘의 그 또래들은 클래식은 영 안 듣는 것일까? 아직도 미국에 사는 친척이 선물로 들고 오기도 하는 초이스 커피,자판기 커피,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원두 커피,헤이즐넛이니 하는 향커피,그들과 함께 왔다가 사라진 셀프 서비스 커피숍…. 이렇게 나는 커피에 관해서 공부할 준비가 돼 버렸고 때마침 출간된 ‘커피의 역사’는 그만큼 재미있는 교과서였다.커피가 이슬람의 음료였으며 폴란드 출신의 콜슈츠키라는 사람이 텁텁한 침전물을 걸러내고 우유와 꿀을 가미해서 서방인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카페의 이름을 콜슈츠키로 짓도록 거의 강요했다.아하,그랬구나! 그래서 터키에 갔을 때 그들이터키식 커피를 그토록 자랑스러워했으며 다른 커피를 찾는 우리에게 “네스카페?” 하면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구나…. 17세기 튀르크 군대가 퇴각하면서 미처 가져가지 못한 커피콩을 콜슈츠키가 포상물로 얻어 연구 끝에 지금 우리가 마시는 형태의 커피를 창안했으니 그에게 대접을 해주어야 마땅하지 않은가.더욱이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 ‘비엔나 커피하우스’를 열어 유럽의 카페 문화를 있게 했으며 흘러흘러 지금 우리에게까지 왔으니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등등의 역설로,‘이름이 너무 어렵다.’고 주저하는 카페 주인을 설득하고 말았다. 문화는 흐른다.해방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우리의 일상 속에 함께 숨쉬어온 문화의 편린들.어디에서 어떻게,누구의 손에 의해 우리 곁에 왔는지 알지 못하고,알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흘려보냈던 그 친구들에게 문득 미안해진다.알아보지 못해서,건성으로 지나쳐서 미안하다고.문화란 더 깊이 만날수록 그 향이 아름다운 것이다.이왕 커피로‘제대로 만나기’ 시작했으니 좀 더 다가가 보아야 하겠다.아마 이제부터 마시는 커피는 더 의미 있는 커피가 될 것 같다.
  • 12일 ‘동서풍류’연주회 KBS관현악단 지휘자 임평룡

    “언젠가 국악과 서양음악의 구분 자체가 유치해지는 시대가 온다.누군가는 그때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30년여 전 서울예고에서 피아노를 배운 뒤 서울대 국악과에 갓 입학한 한 음악도가 품은 포부다.그러나 그 ‘언젠가’는 지금껏 현실이 되지 않았다.다만 그렇게 마음 먹은 청년은 귀밑머리가 희끗해지도록 여전히 ‘그때’를 ‘준비’하고 있다. 그 사람이 바로 KBS국악관현악단의 상임지휘자 임평룡(50)이다.이 악단은 오는 12일 ‘동서풍류’(東西風流)라는 기획연주회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갖는다.‘서양음악과 만난 우리음악’이라는 부제처럼 백대웅 이병욱 지원석 정태봉 김동진 김희조 등이 서양악기나 어법을 쓴 작품으로 동서의 ‘음악적 통합’을 시도한다.임평룡이 평생을 해온 작업의 연장선상이다. 임평룡은 국악관현악의 미래를 결코 장밋빛으로만 말하지 않는다.KBS국악관현악단을 맡은 것은 1998년 10월.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도 1년이 넘었지만,“음악적 불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는다.많은 한계를 갖고 있지만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은 연주자들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주자들이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연주는 작곡가의 상상을 현실화하는 것인데,국악의 특징적 어법을 잘 전달하는 작품은 많지 않습니다.게다가 지금 같은 편성으로는 강력한 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해요.단원들이 기량과 경험으로 그때그때 대처할 뿐이지요.” 그는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악기 개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고유한 음색을 유지하면서 연주하기 편한 악기가 나와야 한다는 명제를 부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빈필하모닉을 예로 들었다.빈스타일은 구식 오보를 고집했지만 갈수록 취약성이 드러나 결국 보편적인 프렌치오보로 최근 바꾸었다.진작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는 반성도 나왔다.우리도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아쟁을 대표적인 ‘문제아’로 지목했다.저음을 살리고 음량을 키우려다 보니 줄의 장력이 엄청나게 커졌다.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악기가 됐다.같은 고민을 안은 중국은 ‘민족관현악’에서 아쟁을 과감하게 퇴출시키고,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도입하는 추세다.우리도 너무 인위적으로 ‘우리 것’만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평룡이 이렇듯 ‘경계’를 쉽게 넘나드는 까닭은 당연히 남다른 경력 덕분일 것이다.대학 시절 동아콩쿠르에서 ‘국악작곡’과 ‘작곡’ 부문에서 동시에 입상해 잠시 자신감에 부풀었지만 오랜 좌절의 시간이 이내 찾아왔다. 방황 끝에 1980년 만난 ‘오페라의 대모’ 김자경 여사는 이력서를 훑어보고는 “한국적인 창작 오페라의 적임자”라며 부지휘자로 채용했다.“제대로 해 보자.”면서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의 지휘과와 작곡과에 등록한 것이 1984년이다. 1990년 불가리아의 소피아필하모닉으로 유럽무대에 데뷔한 뒤 폴란드의 실레지안필하모닉,이집트의 카이로심포니 등을 지휘했다.그러나 그는 이러저러한 경력을 과대포장하지 않는다.오히려 “신진 지휘자라면 오페라나 교향악단의 부지휘자로 들어가 곡을 해석하고 오케스트라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충분히 익혀가야 한다는 것을 당시엔 몰랐다.”고 고백한다.후배들에게 이런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로얄심포니의 음악감독을 13년째 맡고 있다.지난달 14일에는 광양의 포항제철홀에서 이 악단의 신년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지휘했다.그는 서양 오케스트라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도,국악관현악단으로 우리 음악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고 했다. ‘동서풍류’는 KBS국악관현악단이 처음으로 본거지를 벗어나는 기획연주회다.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청중을 찾아가는 음악회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예악당은 KBS홀보다 교통이 편한 데다 국악 중심지인 만큼 청중이 있는 공연장이기 때문이다. 레퍼토리의 하나가 임평룡이 편곡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가운데 ‘저녁바람이 부드럽게’.그는 지금 모차르트를 우리 악기로 연주할 때 음악적 특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은 물론,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임평룡에게 “이런 음악을 해외로 들고 나가면 어떻겠느냐.”고 했다.그는 중국민족관현악단이 베를린과 빈에서 연주할 때의 얘기를 들려주었다.서양음악의 레퍼토리를 놀랍도록 완벽하게 소화했지만,현지 평론가들은 “우리 음악을 그대로 놔두라.”는 반응을 보였다.이후 조심스러워졌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어라고 권하면 이번 음악회에 청중이 모이겠느냐.”고 물었다.그는 쉽게 대답했다.“새로운 음악을 즐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고정관념을 갖고 비판하지만 말고요.” (02)781-2251∼5. 서동철기자 dcsuh@
  • 林특사 귀환… 金위원장 면담 불발“김정일 核답변 유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핵문제와 관련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친서를 간접 전달받고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 비서를 통해 사의를 나타낸 뒤 “김 대통령의 따뜻한 조언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추후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사흘간의 방북 활동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임동원(林東源·사진) 대통령 특사는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측은 김 국방위원장이 지방에서 중요한 현지지도를 하는 사정 때문에 만날 수 없게 됐다고 양해를 구해왔다.”며 “김 위원장은 김용순 비서를 통해 구두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일의 구두 메시지는 전했지만 답변은 받지 못했다.”며 “다만 미국에 대해서는 직접 대화에 나서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해 달라는 요청은 받았다.”고 덧붙였다. 임 특사는 김 대통령의 친서에는 핵 문제와 남북관계,새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당부 등이 담겨 있으며,특히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의혹의 해명과 사실일 경우 폐기 방법론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핵 문제와 관련,북측은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없으며,현 단계에서 개발할 의사도 없고 이 문제는 미국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나 검증을 원한다면 미국의 검증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임 특사는 “5+5 협의체 구성문제를 포함,최근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해결방안을 모두 언급했다.”면서 “경의선철도 연결 공사의 2월중 완료와 금강산 육로관광 2월 초 실현 등에도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이종석 대통령직인수위원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김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인사말과 함께 취임 후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입장을 김용순 비서를 통해 전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김용순 비서는 임 특사에게 ‘공정한 북·미 직접 협상’과 북·미 불가침조약만이 유일한 핵 문제 해결책임을 강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9일 보도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盧당선자 부산국정토론회“선물거래소 부산 이전”

    지방순회 국정토론회를 이어가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9일 부산에서 “선물거래소를 재론하는 것은 부당하며,약속대로 하겠다.”고 말해 ‘서울에 있는 주가지수 선물시장의 부산 이관’ 방침을 새 정부에서도 그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 당선자는 부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정토론회’에서 “지난 30년 동안 인력과 돈,권한이 서울에 집중돼 이대로 가면 수도권은 과밀로 몸조차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고,각 지방은 빈약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살길이 어렵게 된다.”며 “획기적으로 행정과 권한,자치입법 등 지방분권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이 잘 사는 시대를 열어보겠다.서울로 가던 이삿짐 보따리 숫자가 정지하고 단 한 사람이라도 턴하는(지방으로 돌아오는) 흐름을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은 각각 하나씩 가지려고 하면 중앙정부에 자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므로 지역협의체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노당선자는 설 연휴가 끝난 뒤 다음 달 4일부터 춘천,대전,인천 등을 잇따라 방문해 국정토론회를 계속한다. 부산 문소영기자 symun@
  • 월남 할머니 김화영씨 전재산 서울대 장학금 기부

    한국전쟁 당시 혈혈단신으로 월남,평생을 혼자 살아온 70대 할머니가 40여년간 공무원 생활로 모은 전 재산을 대학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서울대는 27일 김화영(71·여)씨가 시가 2억 5000만원 상당의 강남구 개포동 15평형 아파트를 이 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장학기금으로 기탁했다고 밝혔다.김씨는 1943년 서울대 농대의 전신인 ‘수원고등농림학교’ 임학과에 재학하던 중 폐질환으로 요절한 오빠를 기리기 위해 재산 기증을 결심했다.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김씨는 오빠의 사망 소식을 모른 채 전쟁 직전 오빠를 찾기 위해 서울로 내려 왔다가 북쪽에 사는 부모님과도 연락이 끊겼다.혼자 남은 김씨는 해주 동공립중학에서 배운 영어실력을 밑천으로 미국정보기관에 일자리를 얻었다.전쟁이 끝난 뒤에는 줄곧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일했다. 지난 89년 정년 퇴임한 이후 척추골절과 관절염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김씨는 “후배들이 오빠의 뜻을 기려 열심히 공부한다면 지난 50년 동안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뭉친 한이 눈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日,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보호 계획 검토 “한국내 日人 70시간내 대피 완료”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가 고조되는 상황에 대비해 한국 거주 자국민들을 대피시키거나 구출하는 계획의 검토에 착수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 계획을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국과 미국 정부에 협의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자국민 대피 계획은 한국 내 3개월 이상 체재자 1만 7000명과 서울을 중심으로 하루 평균 1만 6000명의 단기체류자 등 3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갈 경우,우선적으로 일본 정부는 자국민들의 자율적인 대피를 촉구한다. 이어 북한이 돌발적으로 군사행동을 일으킨 경우 ▲공격개시 70시간 이내에 위험지역으로부터 대피 완료 ▲북한의 주 공격 대상인 서울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한국 남부 도시로 열차,버스 등을 이용해 긴급 피난 ▲공해상에서 대기 중인 자위대 함선까지 헬기 등으로 수송 ▲남부 도시로 이동시키지 못한 자국민들에 대해선 미군측에구출을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marry01@
  • 경찰청 자치경찰제案 전면수정/경찰 ‘예산·인사·사무’ 지자체 이양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전제조건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천명함에 따라 자치경찰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미온적이었던 경찰청은 20일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대세”라며 도입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청은 인수위의 요구대로 자치경찰제의 핵심인 예산,인사,사무 등 3대 권한을 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국가경찰의 골격을 유지하고 일부 지방사무만 넘긴다는 기존 방침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치경찰제의 본질은 치안업무 대부분을 자치경찰이 맡고,자치경찰이 감당할 수 없는 불가피한 업무만 국가경찰이 담당하는 것”이라면서 “경찰 조직과 업무는 물론 국민생활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하에 지방경찰이 지역주민의 요구에 따라 치안임무를 수행하는 제도다.자치단체장이 치안에 대해서도 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게 된다.이에 따라주민의 의사가 치안행정에 적극 반영되고,경찰업무의 무게중심은 지역주민의 일상생활과 안전으로 이동한다.기초단체보다는 광역단체가 지방경찰을 맡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인수위의 요구 인수위는 지난 15일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자치단체와 지방경찰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자치경찰의 인사와 예산을 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또 경찰업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만 구분한 경찰청에 사법경찰사무와 행정사무로 분류할 것과 사법경찰의 보직변경 방법을 연구할 것을 지시했다.사법경찰사무는 국가경찰이 맡고 지역 특성에 맡는 행정사무는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뜻이다.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황우 교수는 “자치경찰은 방범,교통,일반 수사 등 자치사무에 대해 자율적으로 경찰권을 행사하고,국가경찰은 광역 사건·사고,대규모 집회와 정보·보안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방안 경찰청은 인수위가 ‘온전한 자치경찰제’를 요구하고 있다고파악한다.따라서 조직폭력,마약,사이버범죄 등 전국 단위 수사 기능을 제외한 민생치안과 직결된 모든 기능을 지방경찰에 이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광역단체장이 자치경찰의 예산권과 경감 이하 경찰관의 인사권을 갖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현행법상 경정(사무관급) 이상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광역단체장을 견제하기 위해 시·도에 경찰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해결 과제 ‘주민의 요구에 맞는 치안 서비스’라는 이상에도 불구하고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자치경찰이 자치단체장의 ‘사병’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국가경찰인 지방청장과 경찰서장의 지시를 광역단체장의 휘하에 있는 일선 경찰관이 일사불란하게 따를지 의문이고,국가 안보와 직결된 고급정보가 시·도지사에게 집중될 수도 있다. 부유한 자치단체에는 파출소와 경찰인력이 대폭 확대되는 반면 가난한 지역에는 축소되는 치안서비스의 불균형도 우려된다. 이창구기자 window2@kdaily.com ◆시민생활 어떻게 변하나 자치경찰제가 실시되면국가 소유였던 경찰이 주민의 손에 넘어가게 돼 주민의 치안서비스 요구가 경찰 행정에 적극 반영된다. 주민은 자기 지역 경찰의 잘잘못과 서비스 정도를 따지고,지방선거를 통해 평가한다.때문에 지역 경찰은 정부와 중앙경찰청의 지시보다는 주민의 의견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항상 경찰의 단속 대상이었던 주민이 경찰의 감시자로 거듭남에 따라 경찰 관련 비리가 줄고 경찰 행정도 투명해지는 이점이 있다. 특히 경찰청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음주운전 일제단속,기소중지자 검거를 위한 일제검문검색 등 획일적·전국적 단속은 사라진다.대신 지역의 특성에 맡게 단속을 하게 된다.또 자치단체장과 지역경찰 책임자의 소신과 철학에 따라 치안 업무의 비중이 달라지며,법률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집행의 강도도 차이가 난다. 주민이 세금 증가를 감수하고 양질의 치안 서비스를 얻기 원한다면 파출소와 경찰관이 대폭 증가할 수도 있다.치안 서비스가 좋은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자치경찰제가 실시되면 일정 계급 이하의 자치경찰관은 다른 시·도로의 전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지금처럼 진급을 위해 모든 경찰관이 서울로 향하는 현상과 이에 따른 ‘주말 부부’ 현상이 해소될 전망이다.승진이 자치경찰 내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경찰관은 해당 지역에서 봉사행정을 펼치면 얼마든지 승진 기회를 얻는다. 이창구기자 ◆외국 사례 지방자치제도가 발달한 선진국은 대부분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는 자치경찰제를 실시하고 있다.경찰의 역사 자체가 지역 치안 개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우리처럼 국가경찰의 업무와 권한을 지역경찰로 이관하는 진통을 겪지 않았다. ●영국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자치경찰을 유지해오다 1964년 광역자치경찰제로 조정했다. 내무부 직속의 중앙경찰기구로는 수도경찰청,과학수사연구소,경찰대학 등이 있다. 도(County) 단위로 설치된 지방경찰청은 독립된 지방경찰위원회의 관리를 받는다.지방경찰청장은 지방경찰위원회가 임면한다.경찰예산은 도가 25%,중앙정부가 75%를 부담한다. ●미국 경찰기관이 총 15만 513개로 연방경찰 395개,주(State)경찰 49개,시·읍경찰 1만 1989개,군(County)경찰 3080개로 구성된다.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독자적인 경찰조직을 갖고 있다. 주의 경찰국장은 주지사가 임명하지만,군의 보안관은 단체장 임명 또는 주민직선으로 선출한다.도시경찰은 단체장이 임명한다.예산은 해당 자치단체가 모두 부담한다. ●일본 패전 후 연합국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공안위원회제도와 함께 미국식 자치경찰제를 시(市)·정(町)·촌(村) 단위에 도입했다가 1954년부터 광역단체인 도(都)·도(道)·부(府)·현(縣) 단위의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고 있다. 국가경찰인 경찰청은 국가 공안과 교육·통신·범죄감식·통계·장비 업무를 담당한다.국가공안위원회가 경찰청을 관리한다.자치경찰은 지휘명령권이 없는 지사가 감독하며,각급 공안위원회가 경찰을 관리한다. 자치경찰이 예산을 모두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취약한 지역은 경찰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독일 주(州)헌법에 따라 주 단위로 경찰을 운영한다.연방경찰로는 연방헌법보호국,연방국경수비대,연방수사국이 있다. 주 내무부에 소속된 주 경찰은 치안경찰,수사경찰,기동경찰,수상경찰로 나뉜다. 이창구기자
  • [열린세상]지방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제는 대학 가기 어렵다는 말도 옛 이야기가 되었다.올 2월 전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 수가 대학의 모집 정원을 밑도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사실 여러 해 전부터 예상된 것이었다.4∼5년 전부터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작년 한 해에만 13만이 줄었고 올해 다시 7만이 줄어들어,재수생까지 합쳐서 대학 진학 예정자가 50만을 겨우 넘는 수준까지 내려온 것이다. 지금의 역전 상황은 2010년 정도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그 이후로도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재정적으로 취약한 지방 사립대들은 신입생 모집 미달 사태와 함께 재정 악화에 따른 퇴출 위협에까지 직면하게 되었다.이제는 벌판에 대학 깃발만 꽂아도 학생이 오던 시대는 막을 내린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은 신입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홍보 전략과 함께 교육 여건의 획기적인 개선들을 시도하면서 살아남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변화가 변방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다시한 번 입증된 셈이다.사실 대학들이 무차별 시장경쟁의 상황으로 내몰린 것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의 일이었다.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하지만 이제는 지방대학의 경우 우수 학생의 유치가 아니라 수학 능력이 안되는 학생까지도 두 손을 들어 맞아들여야 할 웃지 못할 사태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무분별한 증원과 백화점식 학과 설립을 통해 외적 규모만 늘려왔던 대학에도 책임이 있지만,장기적인 인력 수급계획도 없이 대규모로 대학정원을 늘려준 정부당국에도 많은 책임이 있다. 대학 정원이 급격히 늘어난 데에는 80년대 초 실시된 졸업정원제가 큰 몫을 하였다.입학의 문은 넓히되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해 졸업의 문은 좁게 한다는 취지에서 정원의 30%를 더 뽑게 하였지만,처음 취지와 달리 그 30%가 탈락 없이 모두 졸업하면서 결과적으로 대학 정원만 늘려준 꼴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90년대 중반 대학설립준칙 제도가 도입되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설립인가를 내주기 시작하면서 96년이후 설립된 대학만 70개교에 이르고 있으니 지금의 상황은 가히 예견된 인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력 수급을 무시한 무분별한 정원 확대는 단순히 고교 졸업자와 대입 정원의 불균형만이 아니라 그동안 늘어난 박사 실업자의 양산과 대졸 취업난,그리고 대학원 진학자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학부 인원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대학원도 규모가 커졌고 이를 통해 길러진 고급 인재들이 반실업 상태로 남게 되었으며,이제는 서울 소재 대학원들조차 미달이 속출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더구나 사회 전체로 보면 한쪽에서는 대졸 취업자들의 구직난이 심화되면서도 다른 한쪽 속칭 잘 나가는 IT,BT,CT,NT 등에서는 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지난 연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 낸 노무현 당선자는 ‘자율과 다양성을 통한 희망의 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적극적인 교육관련 개혁을 언급하였다.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의 교육혁신위원회 설치와 GDP의 6% 교육재정 확보를 약속하였다. 특히 지방대와 관련해서는 ‘지방대학 육성지원법’을 제정하여 지방대가 지역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공직자 선발에 지역 할당제를 적용하겠다고도 하였다. 지방대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지금처럼 모든 것이 서울로 몰려 있는 상황에서는 더 나은 국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노 당선자의 지방대 육성 방안은 서울을 정점으로 한 고질적인 학벌주의와 서열화의 타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아울러 무늬만 지방 분권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를 이루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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