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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위 이동신문고 밀착취재] 그의 해법은 ‘전화 한방’이 아니라 ‘현장’이었다

    [권익위 이동신문고 밀착취재] 그의 해법은 ‘전화 한방’이 아니라 ‘현장’이었다

    허름한 대문 너머에서 여명(黎明)을 등지고 나타난 그는 무슨 전사(戰士) 같았다. 점퍼와 모자, 목도리, 청바지, 운동화를 갑주로 두르고 한 손에 서류가방을 든 그에게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고관대작의 아우라(aura)는 포착되지 않았다. 그는 허연 입김으로 검은 공기를 가르며 집 앞에 대기중인 은색 카렌스 승용차에 올랐다. 이 시퍼런 전사를 실은 차의 요란한 시동 소리에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궁벽한 골목길이 전율했다. “올 들어 가장 춥다.”는 위협적인 뉴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시계는 아침 7시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의 ‘고난의 여행’은 지난 17일 이렇게 시작됐다. 이 위원장이 지역 민원을 직접 듣는 ‘이동 신문고’ 행사에 나선 건 이날이 취임 후 세번째였다. 1박2일 동안 경기 화성과 안산을 도는 일정이었다. 2시간여를 달린 이 위원장의 차가 화성시청에 진입하는 순간 기자는 지금 얼마나 힘센 인물을 취재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시민들이 추운 날씨에 ‘실세’에게 호소하는 민원을 적은 현수막을 들고 줄지어 서 있었던 것이다. 시청 대회의장에서 펼쳐진 이동 신문고는 ‘암행어사 출두’의 현대판이라 할 만했다. 10여명의 조사관이 이미 ‘출두’해서 시민들의 개별민원을 상담하고 있었다. 바인더형 수첩을 든 이 위원장은 단상 앞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이윽고 집단민원을 제기한 쌍방이 위원장의 양 옆으로 모였다. 시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위원장 옆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영광’은 여기까지였다. 민원의 대문을 여는 순간 ‘아수라’가 펼쳐졌다. 지역 민원은 대개 개발에 대한 찬반과 같은 외피를 입고 있었지만, 결국 본질은 ‘돈’이었다. 재산권이나 보상금, 생계라는 원초적 욕망을 좇아 달려드는 이들에게 ‘실세 권익위원장’은 최후의 희망이자 동아줄이었다. 처음엔 자못 예의를 지키던 민원인들은 결국 자제력을 잃고 벌떡 일어나 이 위원장의 머리 위에서 고성을 주고 받았다. 다행히 여의도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이 위원장은 거친 민원의 파도 위에서 몸의 균형을 잡았다. “이것은 여기서 당장 결론낼 사안이 아니다.”거나 “이것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곧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맞춤식 ‘판결’로 아비규환을 갈무리하고 매듭지었다. 말로만 듣던 ‘전화 한방의 즉석 해결’은 없었다. 난해한 민원은 “현장을 가보자.”는 제안으로 출구를 모색했다. “말만 듣고 서류만 보면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그의 일성에 일정에 없던 현장 방문이 추가됐다. 그의 차가 비포장 도로를 털털거리며 달릴 때 그 뒤로 이해관계자 수십명이 탄 차량 14대가 줄지어 따르는 장관이 펼쳐졌다. 시화 방조제 공사로 생계가 막힌 어민 50여명과의 회동은 이날 그에게 던져진 가장 난감한 일정이었다. 연탄난로가 놓인 비닐하우스에 몰려든 주민들의 눈엔 인간성을 결여한 관료주의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미만(彌滿)해 있었다. 그 압도적인 민원의 군단에 둘러싸인 위원장은 몇몇 직원들만 옆에 거느린 채 위태로운 ‘일자진’(一字陣)으로 맞섰다. “다른 편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통과하는 것뿐이다.”라는 헬렌 켈러의 말은 이럴 때 소용되는 것일까. 숨막힐 듯한 긴장을 이 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통과해 나갔다. “억울한 거 있으면 오늘 다 말씀하세요.” 단단히 품고 있던 ‘억울’이란 단어를 위원장이 먼저 꺼내자 표정이 누그러진 주민들은 봇물처럼 민원을 쏟아냈다. 같은 얘기가 수없이 반복됐지만, 위원장은 말을 끊지 않았다. 비닐하우스를 나와 바로 차에 오를 줄 알았던 이 위원장이 “주민들이 사는 집을 직접 보고 싶다.”면서 발걸음을 달동네로 돌리자, 반신반의하던 주민들은 그제서야 믿음이 가는 눈치였다. “그냥 가버릴 줄 알았는데 정말 잘됐다.”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보였다. 제도나 시스템이 미처 어루만지지 못하는 변화무쌍한 인간사는 결국 사람이 그 허점을 보완할 수밖에 없다는 엄중한 진리가 그들의 눈물이 담고 있는 의미라 할 만했다. 추운 날씨에 살인적인 강행군으로 저녁 6시쯤 어촌의 한 마을회관에 도착했을 때 기자는 거의 탈진상태였다. 5000원짜리 저녁을 먹으면서 이 위원장은 기자에게 “힘들어요? 그럼 지금 서울로 올라가든가.”라고 약을 올렸다. 오기가 발동해서 “이왕 시작한건데, 끝을 봐야죠.”라고 응수했다. 밤 9시 모든 일정을 마친 이 위원장은 마을회관 2층에 마련된 숙소에 손수 이부자리를 깔았다. 숙박료가 2만원인 이 곳엔 공동샤워장이 있었지만 기자는 으슬으슬한 외풍에 엄두가 안나 고양이 세수에 발만 씻었다. 요를 깔고 누웠는데 방바닥은 펄펄 끓고 이불 위로는 외풍이 쌩쌩 틈입했다. 등에선 땀이 났고 코에선 콧물이 났다. 18일 아침 7시에 식당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추워서 자다가 깨서 이불을 2개 덮고 잤다.”고 했다. 이날 안산시청 상담장에서 이 위원장은 단체민원을 해결했다. 하지만 ‘전화 한 방의 힘’이 아니라 사전에 숱하게 협상이 오간 끝에 이날 최종 결론이 난 사안이었다. 그는 이어 반월공단과 사할린 동포 거주지, 빈곤아동센터 등 다양한 현장을 돌며 민원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권익’의 영역은 ‘국민’의 그것과 똑같은 면적이었다. 오후 5시 마지막 일정을 끝내고 귀경하는 이 위원장이 작별의 악수를 건네며 “어때요. 따라와 보니까.”라고 물었다. 이렇게 답했다. “꼭 군대 전역하는 기분입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육상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 황영조

    [스포츠 라운지] 육상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 황영조

    “왕대밭에 왕대 나는 법입니다.” ‘몬주익 영웅’에서 한달 전 한국 마라톤의 ‘기술 사령탑’으로 변신한 황영조(39)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은 마라톤 ‘핏줄 잇기’를 거듭 강조했다. 17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에서 만난 그의 얼굴엔 의욕이 넘쳤다. 손기정(1912~2002년)·서윤복(86)·함기용(83) 선생을 잇는 ‘마라톤 핏줄’을 살리고 말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황 위원장은 마라톤 대표팀 35명을 이끌며 지난 7일부터 강릉에서 비지땀을 쏟고 있다. 28일까지 체력 테스트와 피로회복 훈련으로 기본을 다지게 된다. 자율로 훈련하는 날이면 서울 송파동 집과 잠실 육상연맹을 오가며 바쁘다. ●꼼꼼한 기록 바탕으로 대표팀 강훈련 이처럼 대규모로 대표팀 합동훈련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 황 위원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무한경쟁을 뚫어야 국제대회 때 태극마크를 달아준다는 뜻이다. 선수들은 오전 26㎞, 오후 20㎞씩 뛴다. 하루 46㎞라는 수치에 견줘 되새길 만한 것은 기복이 워낙 심해 대관령에서 악명 높은 ‘99고개’를 달린다는 점이다. 긴 오르막은 14㎞에 이른다. 마라톤의 이른바 ‘심장파열 언덕(Heartbreak Hill)’은 ‘저리가라’다.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게 반성에서 출발합니다. 별다른 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점검하는 것. 그러려면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아주 중요하죠.” 마라톤에 첫 발을 뗀 1988년 강릉 명륜고 1학년 때부터 1996년 은퇴하기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일지를 썼다. 미혼인 그의 방 한쪽엔 당시 다이어리 9개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풀코스(42.195㎞) 금메달만큼이나 소중히 간직돼 있다. “어떤 날씨에 어떤 길을 달렸고 무엇을 먹었는데 기록은 어땠는지를 그림까지 곁들여 꼼꼼하게 기록했어요. 지금도 참고자료로 씁니다.” ●“후배들 정신력 못마땅해” 그는 후배들에 대해 “정신력이 못마땅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아직 초기 점검단계라 딱히 말할 수 없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훈련일지로 얘기를 되돌렸다. 거리·장소별 훈련일정에 따른 몸 상태와 기록의 변화를 일정기간 체크하면 해당 선수의 장단점을 한눈에 읽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신체 바이오리듬이 있듯 선수 저마다 특징도 달라요. 봄에 잘 뛰다가도 가을엔 그렇지 않은가 하면, 여름에 유달리 강한 마라토너도 나타납니다.” 그는 고향인 삼척 근덕면 초곡리에서 혼자 지내는 어머니(70) 걱정에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서울로 모셔 오려는데, 한사코 도시는 싫다시지 뭐예요.” 글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황영조는 누구 ▲출생 1970.3.22 강원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 ▲학력 강릉 명륜고-고려대 체육교육과-대학원 석·박사 ▲경력 영국 셰필드 유니버시아드 2시간12분41초로 역대 최고기록(1991), 일본 벳푸·오이타 대회 2시간8분49초로 한국 최고기록·스페인 바르셀로나올림픽 2시간13분23초로 1위(1992), 미국 보스턴마라톤 2시간08분09초로 한국기록(1994) ▲가족 어머니(70)와 누나 둘, 남동생 ▲취미 스쿠버다이빙·열기구 타기(이상 1999년 자격증 땄음) ▲주량 맥주나 막걸리 2잔 정도 ▲좌우명 선택과 집중, 그리고 창조
  • 이병헌 ‘한류 4대천왕’ 日팬미팅 출국

    이병헌 ‘한류 4대천왕’ 日팬미팅 출국

    이병헌이 일본에서 열리는 대규모 한류 팬미팅을 위해 17일 오전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병헌은 이날 오후 도쿄돔에서 열리는 ‘4대천왕’(Four Of A Kind) 팬미팅’에 송승헌과 장동건, 원빈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한류스타로서 참석한다. 송승헌·장동건·원빈은 이병헌에 앞서 16일 오후 3시께 일본 도쿄시 인근 하네다 공항을 통해 일본에 동반 입국했다. 이날 하네다 공항에는 일본 팬 2000여명이 몰려 이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병헌은 KBS 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의 최종회 종영을 앞두고 촬영 마무리 때문에 뒤늦게 합류하게 됐다. 16일 오후 제주도에서 ‘아이리스’ 촬영을 마친 이병헌은 서울로 돌아와 17일 일본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이번 ‘4대천왕’ 팬미팅은 17일 오후 12시 30분부터 2회에 걸쳐 진행된다. 한편 이병헌과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전 연인 권모(22)씨는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에서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18일 일본 팬미팅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병헌 역시 검찰 수사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도시와 산] (37) 경주 남산

    [도시와 산] (37) 경주 남산

    천년 고도 경북 경주에서 남산을 올라보지 않았다면 경주를 봤다고 할 수 없다. 남산이 신라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난 곳이 남산 서쪽 기슭 우거진 소나무 숲 속에 있는 나정이다. 진한의 6부촌장이 신라를 건국하기 위해회의를 한 곳도 나정이다. 신라의 종말을 가져온 포석정도 남산에 깃들어 있다. 신라 55대 경애왕은 이곳에서 신하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와 춤을 즐기다 불시에 쳐들어온 후백제 견훤에게 죽임을 당하고 천년 신라는 막을 내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포석정이 유흥 장소로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있다. 경주남산연구소 김구석(57) 소장은 “포석정은 제례의식을 행한 곳이다. 경애왕이 술 마시고 놀다가 죽은 게 아니라 신라의 장래를 위해 하늘에 기도를 드리다 변을 당했다. 화랑세기에도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산 연구를 위해 1999년 공직을 박차고 나왔다. ●신라의 시작·끝 역사 산기슭에 고스란히 남산만큼 자연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룬 곳은 드물다. 신라 화랑들의 훈련장이기도 했다. 신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혼이 깃들었다고 이곳에 불국토를 세우려 했다. 이를 증명하듯 골짜기마다 석불과 석탑이, 봉우리마다 절터가 있다. 절터 150곳과 석불·마애불 129기, 탑 99기, 석등 22기, 왕릉 13기, 고분 37기 등 모두 694개에 이른다. 산 그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다. 2005년 바위절벽 불상이 발견되는 등 지금도 계속 문화유적이 나타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흔적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남산을 일컬어 ‘산속의 노천박물관’이라 한다. 이 때문에 196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1985년에는 산 전체가 사적 311호로 지정됐다. 2000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경주시가 2052년까지 54년 계획으로 1200억원을 들여 남산을 살리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이 산이 품은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커서다. ●불상 대부분 8세기 중반 이후 세워져 남산에 왜 문화유적이 많은 걸까. 왕족과 귀족들이 불국사, 천황사, 황룡사 등 큰 절집에서 예불을 올릴 때 민초들은 남산으로 향했다. 남산의 불상은 대부분 이름 없는 석공들이 무딘 정을 들고 마음을 새겼을 것이다. 이 때문에 석굴암처럼 완벽하고 잘생긴 석불은 그리 많지 않다. 미완의 작품이 많다. 불상의 뒷모습 처리도 깔끔하지 않다. 동네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부처상이나 옆집 아줌마 같은 넉넉한 보살상, 깊이 새기지 못하고 절벽에 윤곽만 새겨놓은 선각불 등이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그래서 정일근 시인은 경주 남산이란 시에서 남산을 ‘신라인의 마음을 싣고 흘러가는 한척의 배’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신라인으로 불리는 향토사학자 고(故) 윤경렬 선생은 “남산을 보지 않고서는 신라를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소장은 “남산의 불상은 대부분 8세기 중반 이후 새겨졌다. 이전에는 왕권이 안정돼 백성들이 남산에서 불상을 새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후 국가통제가 약화되면서 남산의 불상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산 불상을 백성들만 새겼다고 볼 수 없다. 먹고사는 데 여유가 있어야 불상 새길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귀족들도 남산을 찾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산의 남산 향한 절개 고속도로가 끊어 남산은 돌산이다. 동서로 4㎞, 남북으로 8㎞로 뻗은 이 산에는 2개 봉우리가 오롯이 마주 보고 있다. 금오봉(해발 468m)과 고위봉(494m)이다. ‘고위’는 주변 봉우리보다 높다고, ‘금오’는 황금빛 거북 모양의 봉우리라고 해 붙여졌다. 남산은 어느 동네에나 다 있다. 경주 남산도 임금이 있는 반월성의 남쪽에 있다고 붙여졌다. 남산은 재미난 탄생 비화가 있다. 옛날 부부신이 경주에 내려왔다. 이들은 경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면서 사랑을 속삭였다. 이때 빨래를 하던 동네 아낙네들이 거대한 부부신을 보고 “산봐라.”라고 외쳤다. 깜짝 놀란 부부신은 그 자리에 굳어서 남신은 남산이, 여신은 망산이 됐다고 한다. 망산은 주변 많은 산의 유혹에도 끄떡없이 남산만 바라보는 지조를 지켰다.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망산의 상당 부분이 잘려나가 남산에 대한 일편단심은 지킬 수 없게 됐다. ●남산의 주봉은 금오봉 남산의 등산로는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많이 오르는 코스가 삼릉에서 냉골계곡으로 오르는 코스다. 삼릉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능을 지칭한다고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여름에도 찬바람이 분다는 냉골계곡을 따라 오르면, 상선암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은 제법 경사지지만 길지는 않다. 상선암 위에는 몸통뿐인 마가석가여래좌상이 있다. 능선을 따라가면 고위봉보다 높이는 낮지만 주봉인 금오봉에 도착한다. 능선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다 오른쪽 용장골로 내려서는 길. 벼랑 끄트머리엔 산 전체를 기단 삼아 세워진 용장사지 3층석탑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래쪽 등성이에는 황남빵을 쌓아놓은 듯 삼륜대석불좌상이 있고, 옆쪽 바위벽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용장사지는 옛 영화를 상징하는 안내판만 덩그러니 세워진 채 적막하다. 산대나무 터널을 지나 용장계곡을 통해 하산한다. 가족들과 함께 남산을 찾은 정모(47·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남산에 10번째 왔는데 알면 알수록 풍성한 느낌이 드는 명산”이라고 말했다. 연간 남산 탐방객은 60만명에 이른다. 법정탐방로는 7개이지만 샛길이 100여개라 탐방객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공원 경주사무소는 지난달 30일 동남산과 삼릉 등 2개 지점에 뒤늦게 전자계측기를 비치했으나 어림도 없다. 법정탐방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남산에 드리운 조선 그림자 경북 경주 남산이 신라의 문화유적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조선의 그림자도 드리워 있다. 남산에서 가장 큰 절집 용장사다. 지금은 안내판만 있지만 세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책을 다 불사른 뒤 평생을 유랑했던 매월당 김시습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생육신인 김시습은 이 절에서 30세 때부터 7년간 머물며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창작했다. 금오신화는 설화를 소설형식으로 이끌어 올린 것인데 여기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은 ‘만복사의 저포 놀이’, ‘이생이 담너머를 엿보다’, ‘부벽정에서 취하여 놀다’, ‘남염부주 이야기’, ‘용궁잔치에 초대받은 이야기’ 등이다. 이 소설은 귀신과의 사랑, 염라왕과의 토론, 용궁에서의 생활 등을 다뤘다. 김시습은 1455년 단종이 수양대군에 의해 폐위되자 ‘설잠’이라는 이름으로 중이 돼 방랑의 길을 떠났다. 10년간 떠돌아다니다가 세조 10년(1465) 경주에 도착, 용장사에 정착한다. 매월당도 용장사 앞에 매화가 있어 지은 이름이라 한다. 세조가 김시습의 거처를 알고 데리고 오도록 했으나 응하지 않으려고 용장사 건너편 골짜기로 몸을 숨겼다. 그래서 이 골짜기를 은적골이라고 한다. 37세 때에 경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온 뒤 성종 12년(1481) 47세 때 환속해 안씨와 결혼했다. 성종 24년(1493) 충남 홍산에 있는 무량사에서 일생을 마치니 59세였다. 용장사 위쪽에는 삼층석탑이 있다. 군데군데 깨진 삼층석탑은 자체로야 별다를 게 없지만, 바위에 올라서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는 탑의 모습은 병풍처럼 펼쳐진 산의 능선과 어우러지며 위엄을 갖추고 있다. 삼층석탑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이란다. 경주남산연구소 김구석 소장은 “모든 석탑은 하층 기단이 있는데 이 삼층석탑만은 암봉에다 바로 앉혀 놓았다. 따라서 암봉이 하층 기단인 셈이다. 암봉이 해발 350m는 되니 세계 최고의 석탑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경주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MB, 나눔 실천 봉사자·가족 150여명 靑초청

    “여러분 한 분 한 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계속해서 따뜻한 마음을 우리 사회를 위해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온 봉사자와 가족 15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부인 김윤옥 여사도 함께했다. 낮 12시에 시작된 이날 오찬은 당초 예정을 1시간 이상 넘긴 오후 3시쯤에야 끝났다. 탤런트 최수종·하희라 부부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는 고두심·박상민·이훈씨 등 평소 나눔과 기부를 자주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들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옛날 제가 어려웠을 때 받았던 이웃의 따뜻함이 매우 큰 힘이 되었다.”면서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와 일당을 받는 노동자로 마땅한 거처 없이 돌아다닐 때 이웃의 도움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웠는지 모른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소망하는 것은 제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여러분과 같이 고마우신 분들이 용기와 힘을 얻고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어려울수록 가난한 서민이 가장 먼저 힘들어지고 경기가 나아져도 체감은 더디게 마련이지만, 내년에도 힘드시더라도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여러분의 깊은 사랑이 살아갈 용기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다.”면서 “알게 모르게 크든 작든 소중한 사랑을 나눈 여러분들이 사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 어떤 분야보다 복지 예산을 갖추고 일자리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카이스트에 300억원을 기부한 전 서전농원 대표 김병호(69)씨 등 이날 생일을 맞은 참석자들에게 깜짝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워낙 어려운 처지에도 기부와 봉사로 사회의 온기를 더한 분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이 대통령 내외분이 눈시울을 붉히는 순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화천 북한강 40년만에 황포돛배 뜬다

    화천 북한강 40년만에 황포돛배 뜬다

    강원 화천 북한강 상류에 40여년 만에 황포돛단배가 다시 뜬다. 화천군은 레저도로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황포돛단배를 복원, 운항한다고 11일 밝혔다. 황포돛단배는 이달 초 2000만원을 들여 길이 10m, 폭 2.2m 크기로 제작됐다. 평소에는 엔진으로 움직이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과 노를 이용해 운항할 수 있다. 최대 20명까지 승선할 수 있고, 자전거 등을 실을 수 있다. 현재는 관광객에게 공개하고 있고 연내 운항하기로 했다. 화천읍 대이리~구만리 산랑골 부교~수상도로(1.2㎞)~원시림 흙길(1㎞)~위라리 구간을 오가며 레저도로를 이용하는 주민과 관광객이 위라리 여우나루터에서 대이리로 이동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여름철 쪽배캠프 기간에 강상문화를 체험하는 체험거리로도 이용할 계획이다. 황토돛단배는 황토로 염색한 돛을 단 배로 과거 한강 마포나루와 광나루, 경기 여주 이포나루와 조포나루 등을 오가며 소금과 새우젓, 땔감 등을 물물교환할 때 이용됐다. 하지만 1970년대 팔당댐 건설로 뱃길이 끊긴 이후 자취를 감췄다. 또 한강 곳곳에 댐이 들어서기 전 화천 수밀리(나무가 빽빽하다는 뜻), 다목리(나무가 많다는 뜻)에서 뗏목을 만들어 서울로 가던 떼꾼이 타고 다니던 ‘떼배’, 소금을 싣고 올라가 콩·담배 등과 교환하던 ‘바꿈배(돛단배)’ 등이 북한강 물길을 따라 운항을 했다. 심근식 군 관광과 담당은 “새롭게 재현한 황포돛단배가 전통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친환경적 선박으로 청소년들이 살아있는 강상문화를 체험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며 “화천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北 6자복귀 확약안해… 후속대화 등 머리싸움 본격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 특사가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들고 10일 서울로 돌아왔다. 그가 방북 길에 ‘협상 과목’으로 설정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준수와 관련해 원론적 수준이긴 하지만 북측으로부터 나쁘지 않은 반응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보즈워스에 따르면, 그는 계획대로 북측에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준수를 요구했다. 이에 북측도 예상대로 ‘선(先) 평화협정 체결’로 응수했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관한 확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번 방북의 가장 부정적인 단면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북측의 “공통의 이해” 운운하는 말이 손에 잡히는 게 없는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보즈워스 방북의 유일한 가시적 성과는 북한이 당장에 판은 깨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한 정도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보즈워스의 입에서 나온 “매우 유용한 만남이었다.”는 말도 유화국면의 공간을 확보해 둔 것에 만족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보즈워스의 말대로 이번 방북은 본게임이라기 보다는 탐색전의 성격이 강했다. 서로 믿을 만한 상대인가를 직접 재보는 차원 이상으로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후속대화 등 본게임을 위한 북·미 간 머리싸움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한 가지 걸리는 대목은 이번에 북측이 뚜렷하게 뭔가를 요구한 게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준수를 명료하게 요구한 것과 대조적이다. 북측은 그저 핵 문제와 북·미 관계를 보는 ‘기본입장’만을 설파했다고 한다.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미국의 추가 제재를 저지하는 선에서 미적미적 시간을 끌면서 뒤로는 2012년 핵을 기반으로 한 강성대국 건설에 매진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보즈워스 “북·미, 6자회담 재개 공통이해”

    보즈워스 “북·미, 6자회담 재개 공통이해”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0일 6자회담 재개 여부와 관련, “미·북 양국이 6자회담 프로세스 재개의 필요성에 대해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2박3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이날 서울로 돌아온 보즈워스 대표는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6자회담 프로세스의 중요성과 9·19 공동성명 이행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6자회담에 복귀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이는 6자 당사자 간에 추가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방북 기간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한 차례 회동하고 김계관 부상 등 외무성 고위관리들과 수차례 만나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은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9·19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일정한 공감대를 표시하면서도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 관계정상화 논의가 우선돼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도 원칙적으로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북·미 대화에서 6자회담 재개 시점 등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앞으로 추가적인 북·미 대화가 추진되거나 6자회담 참가국 간 개별적인 의견교환이 있을 전망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11일 중국, 12일 일본, 13일 러시아 등을 차례로 방문해 방북 결과를 놓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논의와 관련, “6자회담 당사국들은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언젠가 대체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6자회담이 재개되면 비핵화에 대한 논의에 추진력이 생기고 우리 모두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측에 9·19 공동성명의 모든 요소의 완전이행에 대해 확인하고 의지를 확인시켜줬다.”며 “모든 요소는 비핵화, 평화체제, 6자회담 당사국의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주장과 관련, “(그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북측의 발표가 있었지만 우리가 대화를 재개하게 되면 중요한 문제로서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고,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소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내 자신이 바로 메시지”라고 답했다. 이날 보즈워스 대표와 면담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유용한 대화였다.”고 평가하고 “그러나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상연 김정은기자 carlos@seoul.co.kr
  • 마트주유소 쟁점 살펴보면

    마트주유소 쟁점 살펴보면

    “대형마트의 주유업 진출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석유 유통시장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국면이다.” 대형마트 주유소 확산 정책을 펴고 있는 지식경제부에서는 ‘이 참에 석유유통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주유소업계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골목 상권’을 초토화시킨 사례를 들면서 지역상권 붕괴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주유소를 둘러싼 반목은 정부와 지자체 간의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대형마트 주유소 허가 문제로 정부와 지자체가 갈등을 빚는 지역만 전주, 울산, 천안 등 전국 10여곳. 롯데마트가 주유소를 내려던 경남 통영에서는 지자체가 ‘주유소는 25m 폭 이상의 도로에 접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막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불합리한 진입 제한을 당장 시정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주유소 진출을 꺼리는 이유는 자영주유소의 도태가 지역경제의 주름살이 되기 때문이다. 또 대형마트들이 지역에서 거둔 매출을 본사가 있는 서울로 가져가 ‘동네 돈’만 유출될 뿐 세수증대에도 큰 기여를 못할 것이라는 이유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 군산과 구미의 이마트 주유소에 대한 사업조정이 신청된 상태이다. 현재 전국에 설립된 대형마트 주유소는 7개이다. 지자체들은 현행 주유소 등록요건 고시 제정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지경부는 고시제정권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름값 인하 효과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주유소업계는 인하 효과가 미미하거나 일시적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대형마트 주유소를 도입한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를 보더라도 중소 자영주유소들이 줄도산 한 후에 대형마트들이 가격 정상화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자영주유소들이 사라진 ‘무주공산(無主空山)’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빅3’ 업체들이 주유업계를 과점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자금력으로 자영주유소들만 도태시키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경부 관계자는 “자영주유소의 수가 감소되는 것은 자연발생적인 측면으로 주유소의 복합화·대형화를 통해 기름값 인하 효과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기고] 성남시의 뮤지컬 ‘남한산성’을 보고/유민영 연극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기고] 성남시의 뮤지컬 ‘남한산성’을 보고/유민영 연극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미국 등 몇 나라를 제외하고 세계 모든 나라들에서 문화예술 활동은 수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앙집권제를 오랫동안 해온 우리의 경우는 더욱 심해서 얼마 전까지도 서울에만 제대로 된 문화예술이 존재할 뿐 지방도시는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불모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지방 도시들은 지도층의 문화안목 부족과 인적 자원의 빈곤으로 중앙 문화의 아류로 만족하려는 듯 서울문화의 ‘이삭줍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성남시만은 전혀 달랐다. 성남시가 수도에서 가까운 주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문화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삭줍기’식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문화를 창출해 내겠다는 야심으로 불탔고, 그것은 4년 전 성남아트센터가 문을 열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즉, 성남아트센터는 개관 때부터 독자적인 계획으로 직접 외국과 교섭하여 세계적인 지휘자인 길버트 카플란을 초청하여 말러의 교향곡으로 시민들을 황홀케 했고, 이듬해에는 강수진이 프리마돈나로 활약하고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불러들여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성남아트센터는 무대예술의 꽃으로서 웬만한 극장에서는 제작하기 쉽지 않은 오페라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를 직접 제작연출까지 하여 화려한 무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방 소재의 문화공간에서 오페라를 자체역량으로 직접 기획연출까지 해서 무대에 올린 경우는 성남아트센터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성남아트센터는 4년 동안 중앙문화에 눈치 보거나 의존하지 않고 직접 독자적으로 세계와 호흡하면서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성남시민들은 굳이 서울로까지 번거롭게 관람여행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오히려 서울시민들이 성남으로 관람을 하러 오는 역류현상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성남이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그처럼 번듯한 문화도시로 변신할 수가 있었을까. 거기에는 세 가지 요인이 상승작용을 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 첫 번째가 성남을 이끄는 민·관 리더그룹의 높은 문화안목이고, 두 번째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노하우를 쌓은 경험 많은 인재들이 성남아트센터에 모여 열정을 쏟고 있으며, 세 번째는 역시 고급문화를 알고 즐기는 수준 높은 시민층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역사가 극히 일천한 성남시가 언제나 부닥치는 것은 정체성 문제였다. 더욱이 광주 및 하남시와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성남시로서는 정체성 만들기가 급선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따라 성남아트센터가 나서서 패배와 기사회생이라는 꿋꿋한 민족사 속의 한 페이지를 상징하는 남한산성의 예술화를 과감하게 시도한 것이다. 그것이 다름 아닌 뮤지컬 ‘남한산성’이다. 사실 산성이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으로서는 좋은 소재일 수 있고, 또 김훈의 유명한 소설 ‘남한산성’도 있지만 무대화하기는 좀처럼 쉬운 제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재를 이번에 성남아트센터가 스펙터클하게 뮤지컬화해서 관중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성남아트센터에는 뮤지컬을 만들어낼 만한 인적자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티브팀이라는 임시 팀을 만들어 작품을 직접 제작했다는 것과, 극히 관념적일 수 있는 김훈의 소설을 근간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제화된 역사를 생동하는 무대현실로 예술화한 것 등은 높이 살 만했다.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만 더 좋았더라면 금상첨화였을 뮤지컬 ‘남한산성’이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는 지방 도시들의 유사한 시도에 하나의 예범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유민영 연극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 광교신도시 청약열풍… 제2 판교 될까

    광교신도시 청약열풍… 제2 판교 될까

    # 래미안 광교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연 지난 주말. 3일 동안 모두 4만 3000명의 관람객이 몰려 모델하우스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교신도시에서 대형건설사가 공급하는 첫 민간 아파트인데다 내년 2월11일 종료되는 양도세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26일 래미안 광교가 1순위 청약에서 최고 775대1(평균 5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광교신도시가 하반기 분양 열풍을 예고했다. 광교 신도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입지조건 때문이다. 경기도 신청사 등 행정타운과 법조타운, 연구·개발(R&D) 시설 등이 광교 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이고, 주변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각종 기업연구소와 산업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최근 문 연 광교의 모델하우스를 찾는 투자자들을 보면 대부분이 서울지역보다는 수원, 용인, 오산 등 경기 남부지역 주민들이 많다. 주변의 수원 영통지구의 경우 입주한지 10년이 넘은데다 중소형 평형이 많아, 중대형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광교로 몰린다는 것이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팀장은 “전매제한 기간이 3~5년으로 비교적 길고, 최근 공급물량이 분산돼 있어 중대형 평형으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이 많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2월11일 종료되는 양도세 감면의 혜택을 보려는 수요자들도 몰렸다. 광교신도시는 비과밀억제권역으로 매입 후 5년간은 매매 때 양도세가 60% 감면된다. 이에 발맞춰 건설사들은 내년 1월까지 371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올 1월 용인지방공사에서 공공주택 700가구를 분양했으나 미달됐고, 6~7월 중소 건설사에서 700여가구를 분양한 게 전부였다. 광교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고분양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호반베르디움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가 전용면적 84㎡는 1280만원, 84㎡ 초과는 1380만~1390만원이다. 래미안은 1383만원 안팎이다. 이 팀장은 “용인지방공사에서 공급한 공공주택이 3.3㎡당 1200만원대였던 것에 견줘 단기간에 분양가가 너무 많이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로 연결되는 도로가 대부분 유료도로이고 신분당선 개통도 요원하기 때문에 제2의 판교로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도 “경기권 수요와 미래가치는 충분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견습공무원 합격자 3인에게 듣는 비법

    견습공무원 합격자 3인에게 듣는 비법

    ‘지역인재추천 채용제도’에 따른 이른바 ‘견습공무원’ 내년도 선발인원과 시험일정이 최근 발표됐다. 내년으로 6회를 맞는 견습공무원 선발은 채용인원을 60명(기존 50명)으로 늘리고 자격 제한도 학과성적 상위 10%(기존 5%) 이내로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견습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 만큼 학점이 좋은 대학생이라면 공직에 입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견습기간이 끝나면 7급으로 임용된다. 올해 견습공무원에 합격한 3명에게서 수험전략과 노하우를 들어봤다. 심현준(28·전북대 행정학과 졸업)씨는 견습공무원 필기시험인 공직적격성검사(PSAT)에 대해 부담을 갖지 말라고 조언했다. 대부분 대학생들이 PSAT가 행정고시 1차 시험이라며 ‘겁’부터 먹지만, 실제는 결코 어렵지 않다고 했다. 시간만 충분하면 누구나 풀 수 있는 시험이라는 것. PSAT는 영역당 40문제로 구성돼 있는데, 이 문제를 제한시간 내에 다 풀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게 심씨의 말이다. 심씨는 40문제 중 32문제를 시간 내 푸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심씨는 또 신문사설을 꾸준히 읽으면 긴 지문을 빨리 이해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매일 아침과 저녁 30분씩 사설을 읽었다고 한다. 견습공무원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토익점수가 일정 점수(775점) 이상 돼야 한다. 심씨의 토익공부 비결은 ‘쪽시간’ 활용이었다. 버스를 타거나 길을 걸을 때 항상 MP3 플레이어로 LC 모의고사를 들었다. 집에 와서는 받아쓰기로 마무리했다. MP3를 들을 때는 일부러 2배속으로 했는데 원어민의 빠른 발음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송민경(24·여·인제대 나노공학과 졸업)씨는 대학 입학 때부터 견습공무원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송씨는 학창시절부터 교수가 운영하는 연구실험실에서 근무하며 학점관리를 했다. 덕분에 졸업 때 4.2점(4.5점 만점)이라는 높은 학점을 취득했고 학교 대표로 뽑혀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송씨가 본격적으로 PSAT를 준비한 것은 4학년 때. 그녀는 ‘독서’를 PSAT 고득점 비결로 꼽았다. 매일 도서관을 찾아 논리학과 민법 기본서 등을 읽으며 배경지식을 쌓았다. 또 상황판단영역과 같은 생소한 분야는 학원가에서 만든 동영상 강의를 보며 문제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송씨는 PSAT에 합격하고 나서는 서울로 올라와 면접 대비 스터디를 했다. 동료들과 일주일에 3번씩 모여 준비를 했고 주로 발표연습을 많이 했다. 실제 면접에서 발표 준비시간은 30분이지만, 스터디를 할 때는 일부러 20분으로 단축했다. 긴장감이 높은 실제 면접에 대비한 것이다. 박정은(26·여·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씨는 학교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씨는 원래 행시를 준비했다가 견습공무원 채용에 합격한 경우다. 행시 준비를 하면서도 학교수업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이 가능했다. 그녀의 학점은 4.23점에 달한다. 박씨는 “행정학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강의를 들었는데 강의 내용 중 상당수가 PSAT 상황판단영역 지문으로 나왔다.”면서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 자신도 모르게 배경지식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토익 공부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할 것을 권했다. 박씨는 한 달가량 토익 공부에만 몰두해서 900점이라는 고득점을 맞았다. 자나깨나 이어폰을 끼고 LC 모의고사를 들을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견습공무원 제도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인 시선이 일부 남아 있다. 공채보다 경쟁률이 크게 낮기 때문에 특채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하지만 합격자들은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학점관리를 했고 교내에서부터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인재’들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견습공무원 선발제도는 학생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면서 “매년 20~30%씩 선발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세종시 자족도시 청사진] 첨단기술 + 녹색환경 + 명품교육 ‘3色 밑그림’

    [세종시 자족도시 청사진] 첨단기술 + 녹색환경 + 명품교육 ‘3色 밑그림’

    ‘첨단’과 ‘환경’, 그리고 ‘교육’…. 세종시는 이 세 가지 색깔로 칠해질 것 같다. 23일 정부가 전격 공개한 세종시 수정 방향의 뼈대다. 수정안 확정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임을 감안하면 큰 골격은 거의 이 초안대로 간다고 보면 될 듯싶다. 풀어서 말하면, 첨단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디자인 관련 대학과 연구소가 있고, 이와 연관된 첨단 글로벌 기업이 있으며, 그 직원의 자녀들을 위한 수준높은 교육기관을 두루 갖춘 도시다. 신재생 에너지와 저탄소 에너지를 사용하고 각종 친환경 기술이 갖춰진 쾌적한 주택에서 자고 오염 없는 청정한 공기를 숨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 단계에서 한국이란 나라가 도시를 짓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이 집약된 인상이다. 이런 그림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개념이다. 미국의 첨단 IT 도시인 실리콘밸리와 교육도시인 보스턴, 과학도시인 독일의 드레스덴, 패션산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밀라노 등이 가진 장점들만 죄다 뽑아 섞어놓은 느낌이다. 이 구상이 실현만 된다면 세종시는 불세출의 ‘명품 신도시’로 평가받을 것 같다. 수정안 추진으로 이반된 충청권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정부가 거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할 만하다. 특히 눈에 띄는 색깔은 ‘교육’이다. 자율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 등 ‘명품 고등학교’를 조기에 설립하고 외국학교를 세운다는 구상은 정부가 ‘세종시=자족도시’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마련한 회심의 카드로 보인다. 주중엔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가족을 만나러 서울로 올라가버려 유령도시가 될지 모른다는 시나리오는, 세종시 원안이 가진 최대 약점이었다. 정부는 이 명품 고교 카드로 원안 고수론자들에게 일격을 가하려는 듯하다. 초안은 또 세종시 원안이 확보한 용지면적 87만㎡가 자족도시를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논리를 제시함으로써 세종시에 그만큼 성의를 다하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의 초안은 오히려 너무 화려한 명품 옷을 걸치고 있어 특혜 시비나 역(逆)차별 논란을 부를 법도 하다. 자립형 사립고 등 교육문제는 학부모 사이에 민감한 이슈인 데다, 기업 인센티브는 벌써부터 다른 지역을 긴장시키고 있다. 초안은 이를 의식한 듯 세종시의 기업 유치는 수도권에서 끌어오거나 아예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다른 지역이 위축되는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플러스섬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안 자체를 반대하는 야당과 수정안을 통해 불리함에 처하는 지역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정부는 국정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여론을 설득하는 정면돌파를 구상하고 있다. 수정안의 생사는 결국 향후 여론전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공무원 지역추천제 확대 바람직하다

    지역 인재 추천채용제 선발시험 시행계획이 어제 공고됐다. 행정안전부의 공고내용을 보면 제도개선 부분이 눈에 띈다. 2010년 선발자부터 선발직급을 현재의 6급에서 7급으로 낮췄다. 추천요건을 학과석차 상위 5% 이내에서 10% 이내로 완화했다. 수습기간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대신 해마다 50명이던 선발인원을 60명으로 20% 늘렸다. 대학이나 학생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시행 첫해인 2005년 4.9대1의 경쟁률로 시작했지만, 올해는 6.7대1로 올랐다. 참여 대학도 93개 대학에서 119개 대학으로 늘었다.우리는 정부가 지난 5년간의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부작용을 발 빠르게 개선한 것으로 평가한다. ‘6급 수습공무원 선발시험’으로도 불리는 이 제도는 고시를 통하지 않고 지역의 각 대학에서 우수 학생을 추천받아 공무원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지역 인재를 공직에 두루 등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운영과정에서 7급 공채자와의 형평성 논란과 3년간의 수습기간이 너무 길어 신분 불안을 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었다.인재육성은 국가의 핵심 정책과제다. 무엇보다 서울과 지방의 교육격차로 말미암아 지역단위 인적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지역 출신들이 지역정서를 더 잘 알고 애사심과 애향심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공기업과 금융기관 등에서는 아예 채용목표제를 통해 신입사원을 해당 지방 출신으로 뽑기도 한다. 지역추천 채용제는 지역의 우수학생들이 진학과 취업을 위해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되는 지역균등 세상 만들기의 정책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지역추천제를 통해 들어온 인재들을 선호하는 부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제도 확대를 통해 지방과 공직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 [토요 포커스] 이북5도청 60년史

    [토요 포커스] 이북5도청 60년史

    이북5도청의 발자취는 우리 근대사의 아픔을 그대로 닮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6개월쯤 지난 1949년 2월15일자로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북5도 지사를 임명했다. 또 5월23일에는 이북5도청을 서울 북창동 당시 서울시경찰국 청사 4층에서 개청했다. 행정구역과 주민에 대한 행정력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조직이지만 이북 5도가 헌법이 규정하는 대한민국 영토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이북5도청은 6·25때 부산으로 이동한 후 1953년 다시 서울로 옮겨졌지만 변변한 청사를 배정받지 못해 충무로의 한 보육원 2층에서 전세살이를 해야만 했다. 현재의 서울 구기동 청사를 마련할 때까지 44년 동안 무려 14번의 이사를 했다. 한 곳에서 자리잡은 후 거의 옮기지 않았던 남한지역 다른 도청들과는 대조적이다. 1993년에 신축된 구기동 청사는 1만 3833㎡ 규모의 5층짜리 건물로 전시실과 민원실, 도민회 사무실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전시실은 이북5도민들에겐 고향과 같은 곳이다. 전시실 1관에는 이북 5도에 대한 전체적인 현황을 소개하는 자료들로 꾸며졌고, 2관에는 5도가 별도의 부스를 갖추고 있다. 부스에는 출신지별 유명인사들과 주요 시설물 모형, 사진 등이 비치돼 있다. 평양고보 출신이라는 한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종종 동창회 모임도 열어 고향과 친구들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부스별로 투명한 병에 ‘고향의 흙’을 담아 놓아 실향민들의 애틋함을 느끼게 했다. 이북5도청의 행정은 ‘이북5도위원회’가 맡고 있다. 위원장은 5도지사 가운데 1명이 1년씩 윤번제로 맡는다. 현재는 민봉기(73) 황해도지사가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5명의 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주로 해당지역 출신자 가운데 경륜과 덕망을 갖춘 전직 고위관료가 임명돼 왔다. 이북5도민의 행정적·정신적 지주역할을 한다. 지사 아래에는 각각 1명씩의 사무국장과 6~7명의 행정직원이 있다. 현재 모두 37명으로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다. 이곳을 거쳐 간 공무원 가운데는 5명의 차관과 민선지사(이의근 전 경북지사)도 있다. 아래 시장·군수 97명과 읍·면·동장 911명은 전부 무보수 명예직이다. 예산은 기초자치단체의 마을안길 포장사업비 정도에 불과한 한해 70억원 수준으로 도민들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에 사용된다. 이 같은 도정 발자취는 530쪽 분량의 ‘이북5도정 60년사’로 기록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前범서방파 김태촌씨 출소

    법무부는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이었던 김태촌(60)씨가 17일 징역 1년의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0시30분쯤 부산교도소를 나와 준비된 구급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06년 4월 탤런트 권상우씨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일본 팬미팅 공연을 해주지 않으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협박한 혐의와 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01년 4월부터 2002년 8월까지 전화사용·흡연 등의 편의를 제공받으려고 당시 보안과장에게 1000만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친이도 세종시로

    “세종시에서 여의도까지 왕복 5시간….” 세종시 원안 수정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16일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행정의 비효율을 알리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과 충남 세종시 건설 현장을 직접 오가는 행사를 가졌다. 한나라당 심재철·임동규 의원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승용차를 이용, 의원회관에서 출발해 2시간20분 만인 오전 10시50분쯤 충남 연기군 부지조성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국무총리실과 9부2처2청 등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할 때 국무위원과 관계 공무원이 서울과 세종시를 왕복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비효율적인 상황을 직접 체험해 본다는 취지였다. 공사 현장에 이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방문한 두 의원은 현장에서 파악한 행정 비효율의 문제 등을 향후 의정활동에 반영해 나가기로 했다. 심 의원은 “장·차관이나 고위공무원들이 국회에 업무보고하러 서울로 왔다가 다시 세종시에 있는 청사에 돌아가는 데만 5시간 정도 걸리는 것”이라면서 “서울에 한번 오면 그날 하루 업무는 못 보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언더그라운드 싱어송라이터 모임 ‘트리 하우스’ 운영 김마스타

    언더그라운드 싱어송라이터 모임 ‘트리 하우스’ 운영 김마스타

    타마 앤 배가본드를 이끄는 타마(본명 장기영)가 말레이시아에서 평소 인연이 있었던 피트 테오의 공연을 봤다 .말레이시아 포크 음악의 아이콘이자 배우인 피트 테오를 비롯한 싱어송라이터 4명이 시내 중심가 카페와 와인바 등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보통 합동 공연과 차이가 있었다. 뮤지션들이 순서에 맞춰 무대에 올라가 자기 노래만 부르고 내려오는 게 아니었다. 4명이 함께 공연하며 한 뮤지션이 노래를 부를 때 다른 뮤지션들은 코러스나 하모니카, 기타 등으로 반주를 넣었고, 서로 노래를 바꿔 부르기도 했다. 깊은 인상을 받은 타마는 한국에 돌아와 뉴욕물고기(본명 김종윤), 김마스타(본명 김성민)와 마주 앉아 술 한잔을 곁들이며 의기투합했다. “우리도 한 번 피트 테오 같은 공연을 해볼까?” 트리 하우스 공연은 지난해 12월 이렇게 시작했다. 첫 무대에 150여명의 관객이 몰릴 정도로 호응이 좋았고, 이제 매월 정기적으로 4명씩 무대에 올라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세 명이 의견을 나누기 위해 열었던 인터넷 카페에 지금은 내로라하는 숨은 고수 50여명이 함께하고 있다. 오는 28일 홍대 앞 클럽 오뙤르에서는 김마스타, 하이미스터메모리, 옥상달빛, 무중력소년 등이 나서는 열한 번째 공연이 열린다. 회원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어 아직까지 모두 모일 기회가 없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1주년을 앞두고 첫 정모(정기 모임)를 갖는 터라 더욱 의미가 있다. ●28일 홍대 앞 클럽 오뙤르서 열한번째 공연 국내 언더그라운드 싱어송라이터 모임인 트리 하우스의 운영을 맡고 있는 네오 포크 뮤지션 김마스타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에게 가장 힘든 점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다는 점이죠. 음악을 알리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요. 실력 면에서는 쉽게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인지도가 없어서 못 하는 경우가 많지요. 트리 하우스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만든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각자 인지도가 낮고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좋은 음악을 선물하는 음악 상가(商街)를 차려 시너지를 얻자는 취지다. 트리 하우스는 힙합 신으로 치면 ‘크루’에 해당할 듯. 김마스타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 처음에는 오래 못 간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1년을 꾸준히 하니 어느 정도 신뢰감도 생기고 같이 움직일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고 있죠.”라고 뿌듯해했다. 현재 언더와 언더를 잇고 소통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앞으로는 언더와 오버를 잇는 모임으로 꾸려갈 생각이라고 한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해서, 뮤지션들이 40~50세가 넘은 뒤에도 오랫동안 음악을 하기 위해서 서로 교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마스타는 “12월25~26일 1주년 공연을 대대적으로 열 계획인데 (이)한철이 형이나 하림 형을 초대해 무대를 꾸리려고 해요.”라면서 “내년부터는 국내 싱어송라이터들이 직접 힘을 모아 선배들이 후배를 끌어주고 후배들이 선배를 밀어주는 교류 페스티벌을 열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사라 맥라클란이 꾸리는 ‘릴리스 페어’처럼 전반적인 사회 이슈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마스타는 트리 하우스가 단순히 인지도만 높이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했다. 서로 경쟁하고 자극을 받는 모임이라 뮤지션들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또 음악 팬들은 트리 하우스 공연을 통해 뮤지션들의 진검 승부를 맛볼 수 있다고 자부했다. “자기 노래를 연주하며 부를 수 있는 뮤지션이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어요. 포크 뮤지션이 대부분이지만, 장르를 가리지는 않죠. 실력이 없으면 설 수 없는 무대라 음악팬들은 120%의 공감으로 진짜 가수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40~50세 넘어도 오랫동안 음악하기 위해 교류 이쯤 되니 외모부터 범상치 않은 김마스타의 음악 세계가 궁금해진다. 그는 독집 앨범만 4장을 발표한 언더그라운드 신의 베테랑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88년 엘가의 음악을 듣고 부모님에게 첼로를 사달라고 졸랐다가 기타를 선물받고는 소리가 다르다며 칭얼댔다는 김마스타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대구에 있는 음악 카페 무대에 올라 연주를 시작했다. 2001년 대학 졸업 뒤 함께 음악을 하던 친구들이 대거 서울로 올라와 덩달아 상경했다. 그는 이 시기를 그동안 수집했던 기타 17대를 팔아가며 연명했던 어려운 시절이라고 돌이켰다. 2002년 포크듀오 선글라스 1집으로 정식 데뷔했고, 2004년부터 독집을 내기 시작했다. 최근 소니뮤직에서 나온 ‘르네상스’ 앨범은 개인 통산 4집. 낭만을 기타에 담는 허스키하고 나지막한 목소리의 김마스타는 10대에 포크를, 20대에 블루스를 연주했다고 한다. 30대에 들어서는 포크와 블루스를 섞은 음악을 하고 있다고. “리듬은 힙합이고, 기타는 블루스고, 보컬은 포크 같은 음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제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시끄러운 것은 빼고 제가 좋하는 장르를 끌어와 쓰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잠이 안 오는 포크라고 할까요? 하하하.” ●칼럼니스트로… 라디오 3개 고정 출연하며… 입담 과시 시간이 남아 돌아 트리 하우스의 살림을 맡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사실 무척 바쁘게 지낸다. 칼럼니스트로 언론 매체에 글을 연재하기도 하고, 라디오 프로그램 3개에 고정 출연하며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두부세모라는 인터넷 대담 방송을 꾸려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언더그라운드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은 모두 하고 있다며 웃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봄여름가을겨울의 2장짜리 라이브 앨범을 듣고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정말 괜찮은 것이 음악”이라고 느껴 뮤지션의 길을 결심했다는 그는 10여년 뒤 20집 정도 나왔을 때는 ‘김마스타 시어터’의 주인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음악가가 되는 꿈을 이뤘기 때문에 제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더 그럴싸한 음악가가 되고 싶은 게 지금 소원이죠. 하하하.”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송도“G20 유치 못했지만 실패 아냐”

    내년 11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 개최지가 9일 서울로 확정됐지만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서울과 끝까지 경합함으로써 존재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송도는 서울에 크게 밀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끝까지 선전했으나 부족한 숙박시설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서울에 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송도에 문을 연 호텔은 3곳뿐이다. 내년 회의에는 G20 정상 외에도 G20에 속하진 않지만 관례상 초대받는 일부 국가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수행 인력까지 합치면 1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송도는 막판까지 유력 개최지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인천의 국제적 가치를 확인시켜준 것이어서 비록 결실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성과를 거두었다. 막판까지 ‘서울-송도 분산 개최설’이 나올 정도였다. 송도국제도시가 인공섬으로 조성돼 테러방지와 경호가 수월한 데다 최첨단 도시, 친환경 미래도시인 점과 인천대교 개통에 따른 인천국제공항과의 직접 연계성 등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인천시 관계자는 “정부가 가능성이 큰 인천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에 점수를 더 준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아쉽지만 신생도시 송도가 국제행사 유치에서 서울과 필적할 만한 역량을 갖게 된 점에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시는 G20 정상회의는 놓쳤지만 연계행사 유치로 방향을 바꿔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유치를 희망하는 연계행사는 장·차관 회의와 중앙은행 총재회의 등이다. 정부도 G20 정상회의 전후로 열리는 경제 관련 장·차관 회의 등은 서울 이외 다른 지역에서 분산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G20의 실제 핵심인 장·차관 회의나 중앙은행 총재회의를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내년 G20정상회의 서울개최

    내년 11월에 한국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장소가 서울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달 중순 발족하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위원장에는 사공일 무역협회장이, 부위원장에는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획조정단장에는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각각 내정됐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6일 “G20 개최지로는 서울이 유력하다.”면서 “정부는 9일 관련회의를 열고 개최지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이 개최지로 사실상 결정된 것은 교통과 숙박 여건을 고려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명의 정상들이 원활하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공항과의 접근성, 교통 통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큰 결정 요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인천 송도도 막판까지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서울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탈락했다. 또한 G20 정상회의에는 20개국 정상과 다수의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하는 등 총 30여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수행인원도 1만여명이나 돼 숙박문제도 서울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3개의 기획단 중 기획조정단 외에 행사홍보기획단, 경호통제단은 1급이 단장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현직에서 물러나 기획조정단장 역할에 주력하기로 했다. 윤진식 실장은 정책실장 직무를 하면서 부위원장 직무를 겸직하게 된다. 사무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했던 삼청동 금융연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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