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서울로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민주운동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소아과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638
  • 빙가다의 FC서울, 포스코컵 키스

    빙가다의 FC서울, 포스코컵 키스

    프로축구 FC서울이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무려 4년 만이다. 서울은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스코컵 결승에서 전북을 3-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부임한 넬로 빙가다(포르투갈) 감독은 시즌 첫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상금 1억원도 챙겼다. ‘즐거운 축구’를 모토로 한 빙가다 감독은 8개월 만에 달콤한 결실을 맺었다. 발레리 니폼니시(유공·1994년), 세르지오 파리아스(포항·2009년) 감독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컵대회 우승을 차지한 외국인 사령탑이 됐다. 지난해 12월 세뇰 귀네슈 감독에 이어 사령탑에 오른 빙가다 감독은 항상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우선했다. 초반엔 롤러코스터를 탔다. 화끈한 경기도 있었지만, 무기력하게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하면서 서울은 강해졌다. 끈끈함과 안정감을 찾아갔다. K-리그 클럽 중 최소실점(19점)이고, 득실차는 성남(+17)에 이은 2위(+16)일 정도로 공수 밸런스가 잘 맞는다. 이집트 올림픽대표팀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국가대표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와 클럽을 지도했던 빙가다 감독의 풍부한 경험이 서울에 단기간에 녹아든 것.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승을 향한 서울의 열망은 유독 컸다. 매번 우승후보로 꼽히는 서울은 사실 우승컵이 몇 개 없다. 안양 시절이던 1998년에 FA컵을 거머쥐었고, 2000년엔 K-리그 챔피언에 올랐으나 이후 인연이 없었다. 2006년 컵대회로 잠시 갈증을 풀었지만 그때뿐이었다. 결승전도 녹록지 않았다. 경고누적으로 최효진·김한윤이 빠진 데다 지난달 전북에서 서울로 옮긴 최태욱은 양팀 합의하에 출전하지 않았다. 최근 홈 6연승을 달리던 전북은 올 시즌 서울을 두 번 만나 모두 1-0으로 이겼다. 두 번의 아픔이 서울의 오기를, 투지를 샘솟게 했다. 서울은 초반부터 거셌다. 미드필더에서 빠른 패스워크가 살아났고, 선수들은 단거리 선수처럼 달렸다. 전북은 좀처럼 힘을 못 썼다.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서울은 유효슈팅 12개로 전북(4개)을 압도했다. 전반은 0-0.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데얀의 골이 터졌다. 6경기에서 5골을 넣었던 데얀은 이날 후반 2분 결승골을 추가, 총 6골로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후반 10분엔 정조국이 통렬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승부는 사실상 끝이었다. 후반 인저리타임 이승렬이 추가골까지 뽑은 서울은 3-0 완승을 거뒀다. 컵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처럼 짜릿한 1등을 맛본 서울은 남은 후반기 K-리그에서 탄력을 받게 됐다. 1골1도움으로 맨오브더매치로 선정된 정조국은 “우승이 목말랐는데 정말 기쁘다. K-리그 우승의 버팀목이 될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며 웃었다. 전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스폰서검사·제보자 정씨 내주초 서울서 대질조사

    ‘스폰서 검사’ 특별검사팀이 검사 100여명을 접대했다고 폭로한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52)씨를 다음주 초 서울로 불러 전·현직 검사들과 대질조사에 들어간다. 성접대와 대가성 여부 등 지난 검찰 진상조사 때 밝히지 못한 핵심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 특검보는 25일 브리핑에서 “구속집행 정지 상태로 현재 부산에서 입원해 있는 정씨가 다음주 초 상경해 3박4일간 서울의 한 병원에 머무르며 검사들과의 대질 등 필요한 조사를 받기로 했다.”며 “성접대, 대가성 여부 등 기존에 밝히지 못한 의혹들을 집중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박기준·한승철 전 검사장을 비롯해 정씨가 최근 접대했다고 주장한 검사 등 5∼6명을 다음주 초 소환해 특검사무실에서 정씨와 대질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 전 검사장은 소명할 것이 있다며 대질에 적극적 입장인 반면 박 전 검사장은 검찰 진상조사 때 대질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정씨와의 대질은 어려울 전망이다. 특검 관계자는 “정씨가 지난 23일 특검 조사 때 제출한 검사들의 명함 20여장 중에는 2003∼2004년에 자신이 접대했다고 주장한 현직 검사장 것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서울고검 전직 수사관 향응·접대 의혹과 관련해 접대를 받았다는 전직 수사관 2명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접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사장도 피내사자로 소환했지만 박씨가 입원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해 조만간 다시 부르기로 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전북 vs 서울 “포스코컵은 우리 것”

    트로피는 하나인데 가지려는 손은 두 개다. 원래는 15개였다. ‘포스코컵’이란 이름으로 3달여를 달려왔고, 이젠 딱 둘만 남았다.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전북과 FC서울 중 우승컵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고지가 코앞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과 FC서울 넬로 빙가다 감독은 그래서 더 몸이 닳았다. 사진촬영을 위해 트로피에 손을 얹을 때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사이좋게 포즈를 취하는가 싶더니 이내 서로 높은 곳에 손을 올리려고 기를 썼다. 빙가다 감독이 트로피의 높은 부분에 손을 떡 하니 올리자 최 감독이 쉬고 있던(?) 오른손을 들어 그 위에 얹었고, 빙가다 감독이 왼손을 그 위에 얹었다. 최 감독은 밑에 있던 왼손을 빼서 또 위에 얹었다. 포스코컵 결승 기자회견이 열린 23일 축구회관 대회의실의 풍경이었다. 전북이 이기면 최강희 감독은 리그(2009년)·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006년)·FA컵(2005년)에 이어 K-리그 클럽이 할 수 있는 우승컵을 모조리 모으게 된다. 서울이 패권을 차지한다면 빙가다 감독은 올 시즌 부임 후 첫 정상을 차지하게 된다. 우승상금 1억원이 탐날 뿐아니라, 순위싸움이 치열해질 K-리그 후반기에 탄력을 더할 수 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나오는 첫 챔피언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올 시즌 4개 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스케줄이 워낙 빡빡해 컵대회는 후순위였다. 선수들한테도 ‘결승전 가서 질 바엔 차라리 예선탈락이 낫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왕 결승까지 왔으니 우승해서 남은 대회에서도 상승세를 타겠다.”고 말했다. 빙가다 감독은 “올 시즌 전북에 두 번 다 0-1로 아쉽게 졌다. 한 골이 아니라 단 반 골이라도 이기면 된다. 서울이 우승한 지가 꽤 오래돼서 선수단 모두가 우승에 대한 열망과 투지가 가득하다.”고 응수했다. 리그 상위권에 포진한 두 팀답게 객관적인 전력은 박빙이다. 그러나 서울은 베스트11에 구멍이 생겼다. 최효진과 김한윤이 경고누적으로 쉰다. 지난달 27일 전북에서 서울로 이적한 최태욱도 양팀 합의하에 출전하지 않는다. 빙가다 감독은 “핵심멤버 세 명이 못 뛰는 것은 아쉽지만 충분히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짐짓 태연했다. 지난달 10일 대구전부터 홈 7연승을 달린 전북의 질주를 ‘이빨 빠진’ 서울이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자람 언니와 비교된다고요? 저만의 송화를 봐주세요”

    “자람 언니와 비교된다고요? 저만의 송화를 봐주세요”

    사실 좀 억울하지 않냐고 묻고 싶었다. 공연을 봤다는 사람들이야 ‘차지연’ 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지만, 일반인에게까지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 여기다 출연 작품마다 유명인과 더블캐스팅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열연에 비해 주목도는 다소 낮다. 올해만 해도 그렇다.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주연 메르세데스 역이나 지금 공연 중인 뮤지컬 ‘서편제’의 송화 역에서 출중한 능력을 펼쳐 보인다. 그러나 대중적인 관심도에서는 함께 캐스팅된 가수 옥주현(30)과 ‘예솔이’로 유명한 젊은 국악인 이자람(31)에게 밀리는 모양새다. 그래서일까. 뮤지컬 서편제의 백미, 막판 10분여에 걸쳐 심청가 판소리 대목을 소화할 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 내듯 소리를 내고, 그 여파 때문에 커튼콜 때까지 넋 놓은 듯한 품새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혹시 송화처럼 ‘한’이 켜켜이 쌓인 것은 아닐까. ●뮤지컬계에서는 알아주는 디바 지난 18일 서편제 무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차지연(28)은 그런 추측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사실 국악이라면 차지연도 뿌리가 깊다. 외조부가 판소리 고법(鼓法) 인간문화재 송원 박오용 선생이다. 어릴 적 외조부 공연 때 북을 직접 치기도 했다. 여자가 타악기를 다루면 무대가 가벼워진다는, 그 시절 남녀차별적인 분위기 때문에 접었지만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덕분에 북 치는 장면에서 장단과 추임새가 무척 좋다. 손목 스냅이 비범하다고 했더니 “송화는 소리를 하는 캐릭터라 북을 너무 잘 치면 안 돼요. 잘 못 치는 척해야 하는데 공연 분위기에 취하다 보니까….”라고는 웃는다. 문제는 소리다. 판소리 대목이 의외로 많아서다. “뮤지컬 곡이 많고 소리는 적으니 걱정 말라.”는 이지나 연출의 ‘꼬드김’에 넘어가 시작했지만, 작품이 진행되면서 소리는 자꾸만 늘어 갔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젊은 소리꾼 이자람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주변에서는 왜 그런 비교당할 역할을 하느냐고들 해요. 이전 작품에서도 그렇고. 그런데 송화를 통해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음악에 대한 진정성 아니겠어요. 제가 정성껏 만든 송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해요.” 동료들이야 ‘한 달 반 배운 초보치곤 잘한다.’고 띄워 주지만 준비하면서 스트레스 꽤나 받았던 모양이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에휴…. 그러니까 저한테 힘 좀 많이 불어넣어 주세요.” 아주 좋았다고 했더니 “사실 이 작품을 통해서 뭘 더 성취한다거나, 새로운 도전을 한다거나, 소리를 알게 된다거나 그런 목표는 없어요. 저는 그냥 조금 더 현대적인 소리를 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편안하게 하고 있어요.” 잠시 생각에 젖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이렇게 노메이크업으로 (화장 안 하고) 언제 무대에 서보겠어요. 있는 그대로 다 비워내는 거예요. 그러고 나면 나 스스로가 깨끗해지는 듯하고 다시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막판 소리 장면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몹시 힘들 것 같은데도 극 중 송화의 감정에다 어린 시절 어려웠던 가정환경, 가수가 되고 싶어 서울로 왔으나 몇 번이나 좌절당했던 경험 같은 개인적 감정까지 싹 토해낼 수 있어 오히려 홀가분하고 좋단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풀어 버리고 가는 셈. 화장품 광고도 아닌데 숫제 ‘맑게 깨끗하게 자신 있게’ 분위기다. ●“노래가 너무 하고 싶을 때 받아준 곳이 뮤지컬” 대사 전달력이나 표현력은 이자람보다 훨씬 더 낫다고 했다. 이간질 작전이다. 금세 눈이 동그래진다. “자람 언니에게 얼마나 배우는 게 많은데요.” 방향을 틀어 차지연을 ‘인신공격’했다. ‘눈 크고 코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구적 외모에 172㎝의 키 때문에 동양적인 느낌이 다른 배우에 비해 떨어지는 것 아니냐. 극 중 송화의 귀여운 모습이 연기로는 소화가 되지만 신체조건 때문에 어색해 보인다.’ 집요한 공격에도 돌아오는 답은 무참하게 짧다. “그러게요.” 하긴 무대에서 울부짖을 때나 인터뷰 내내 ‘꺽꺽’ 하고 웃을 때부터 짐작은 했다. “제가 원래 그런 거엔 신경을 안 써요. 여배우니까 가련하게 이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무대 위에서나 밖에서나 그냥 속에서 나오는 대로 다 표현하는 편이에요.” 차지연은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초쯤 앨범을 낼 생각이다. 춤이나 다른 장식을 걷어치우고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정통 솔(soul)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가수로 성공하면 뮤지컬은 부업이 되는 거냐 했더니 정반대의 답이 돌아온다. “노래가 너무 하고 싶어 방황했던 시절, 그때 저를 받아준 곳이 뮤지컬이에요. 그걸 잊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가수로 성공하면 뮤지컬 흥행하는 데도 조금 도움 되지 않겠어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자체 빈 곳간을 채워라] (3) 예산 따내기 경쟁

    [지자체 빈 곳간을 채워라] (3) 예산 따내기 경쟁

    안희정 충남지사는 취임 두 달도 안 돼 벌써 중앙부처를 세 번 방문했다. 도청이전 신청사 건립이 재정난으로 어려움에 닥쳐 국비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과 27일 각각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찾아 “신청사 건립비로 국비 2327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정부를 찾았을 때는 자치단체 국비지원 관련 과들까지 찾아 인사를 했다. 도 관계자는 “국비를 타내려면 중앙정부 실무 직원들의 환심도 사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자치단체의 국비 확보활동이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뻣뻣할 것 같은 진보 단체장들도 기존의 보수 단체장들과 마찬가지로 국비확보를 위해 중앙정부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매번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이 돌아오지만 열악한 지자체 재정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눈물겹다. ●단체장, 휴가도 반납 안 지사는 19일에도 국회를 방문, 박희태 의장과 여야 정책위의장·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세종시설치법 조속 제정 등을 촉구하면서 신청사 국비 확보를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지난달 15일부터 1박2일간 국회와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며 국비확보 활동을 벌였다. 김 지사는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다. 최만림 도 정책기획관은 “행안부 각 실·과의 옛 부하 직원들이 반갑게 맞았지만 지사도 예의를 다했다.”면서 “국비를 확보하려면 중앙정부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달 13일 지식경제부 등을 방문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국비 지원을 강력히 요구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 국비 지원액이 모두 5261억원으로 전체 경제자유구역 예산 3조 9143억원의 13.4%에 불과하고, 내년도 국비 지원액이 정부 예산심의 과정에서 54.3%인 849억원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휴가까지 반납했다. 여름 휴가 중이던 지난 3일 국토해양부와 재정부를 방문했다. 청주공항 북측 진입도로 개설비 150억원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도 관계자는 “휴가기간이어서 수행비서도 없이 이 지사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서울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실국장별로 국비확보 업무를 할당해 힘을 다하고 있다. ●지역출신 중앙인사와 잦은 접촉 이광재 강원지사도 중앙 인맥을 찾아다니며 강릉~원주 복선전철사업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직무가 정지된 도지사의 역할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당선자 시절부터 국회와 중앙부처를 찾아 국비확보 활동을 벌였다. 을지훈련 중인 지난 17일 새벽 국회로 가서 지역 국회의원과 국비확보 간담회를 갖고 같은 날 광주로 돌아와 출근했다. 그는 또 다음날 곧바로 서울로 가서 윤증현 장관에게 국비지원을 요청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뿐 아니라 충남 출신 재경 인사들의 모임인 ‘백소회’ 등 출향 인사들을 찾아 ‘대전시에 국비가 좀 더 많이 지원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울산시는 전충렬 행정부시장과 최문규 기획관리실장까지 여름 휴가를 취소한 채 중앙부처와 국회를 찾아 국비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시·군, 서울사무소까지 차려 활동 예산확보 투쟁은 시·군도 다를 바 없다. 재정이 열악한 삼척·태백시장과 영월·정선군수 등 강원도 폐광지역 단체장들은 최근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며 탄광지역개발사업비 추가 지원을 호소 중이다. 지난 10년간 1조원 정도 지원돼 폐광지역의 발전과 희망이던 이 사업비가 내년부터 끊기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년에 2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최병국 경북 경산시장은 중앙 정부의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고 있다. 취임 이후 벌써 다섯 차례다. 한번 가면 2~3일간 머물며 행안부 등에 특별교부세 지원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삼성현 역사문화공원 조성 등 각종 대형 사업이 한꺼번에 몰려서다. 행시 23회 출신인 그는 국비 확보를 위해 장·차관 등 중앙부처 고시 동기생 인맥도 십분 활용한다. 다른 경북 시·군은 잇따라 서울사무소를 내고 있다. 국비 확보 전초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재 경북 23개 지자체 중 도와 포항·구미·김천·상주시와 청도·영양군 등 7개 지자체가 서울사무소를 운영한다. 시·군은 도비 확보에도 열심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시·군 공무원들이 도비를 타려고 매일같이 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 자치구 재정은 더욱 열악하다. 대전 대덕구 관계자는 “시·군은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정부 보통교부세를 직접 받지만 자치구는 광역시를 통해 나눠 받아 액수가 적고 세수 항목도 8개인 시·군과 달리 4개밖에 안돼 재정이 열악하다.”면서 “정부의 감세정책 등으로 2005년 400억원이던 취·등록세가 지난해 260억원으로 급감해 자체 사업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대덕구는 지난 6월 총사업비가 71억원인 송촌생활체육공원을 국비 46억원을 끌어와 완공했다. 송촌평생학습도서관도 지난 4월 전체 사업비 43억원 중 33억원의 국비를 끌어와 지었다. 재정부 국토해양예산과 관계자는 “정부 예산 확정을 한 달여 앞둔 요즘 단체장과 지자체 직원들이 몰려 사무실이 시장통 같다.”면서 “매달리면 아무래도 관심이 가지만 너무 자주 찾아와 같은 내용을 반복하면 짜증이 난다. 호남과 경북이 가장 적극적”이라고 귀띔했다. 전국종합·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손학규 칩거생활 끝내고 15일 정계복귀

    민주당의 주요 당권 주자인 손학규 전 대표가 오는 15일 2년 간의 춘천 칩거를 정리하고, 정치 무대에 복귀한다. 그의 측근들은 12일 “손 전 대표가 춘천에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춘천 생활의 소회와 민주당이 처한 현실, 한국 정치의 미래 등 대국민 메시지를 던지고, 당의 변화와 정권 교체를 위한 각오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당 대표 출마 선언은 서울로 온 뒤 시차를 두고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종로 창신동 아파트에 머물 예정이며,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며 구상을 가다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 전 대표의 복귀로 정세균 전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등과 벌이는 당권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장선 의원 등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의원 12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전임 지도부가 임의로 구성한 전대준비위가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제시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전대준비위 재구성을 요구하는 등 세몰이에 나섰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사전예약보다 커트라인 높을 듯

    사전예약보다 커트라인 높을 듯

    올 하반기 서울 강남권에서 본청약이 예정된 1차 보금자리주택들이 다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극심한 주택경기 침체로 집값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가운데 주변 시세보다 20~30%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집값의 심리적 저지선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올 12월 강남 세곡A2 블록과 서초 우면A2 블록에서 보금자리 본청약 물량 295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공급물량은 사전예약당첨 포기자와 부적격 탈락자가 늘어나면 소폭 증가하게 된다. ●전용면적 84㎡가 가장 많아 강남 세곡A2 블록 본청약에선 77가구가 공급된다. 또 서초 우면A2 블록 본청약은 218가구 규모다. 전용면적은 59㎡, 74㎡, 84㎡ 등 3종류다. 이 중 84㎡가 각각 51가구, 105가구로 양 지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앞서 시행된 사전예약보다 당첨 커트라인이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급물량이 한정된 데다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의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사전예약 당시 청약저축액 커트라인은 강남 세곡A2 블록이 1202만~1754만원이었다. 서초 우면A2 블록은 1200만~1556만원선. 양 지역 모두 59㎡의 커트라인이 74㎡보다 높았다. ●위례신도시 580여가구 내년 6월 본청약 역시 관심을 끌고 있는 강남 세곡A1 블록과 위례신도시의 본청약은 내년 6~7월 사이에 시행될 예정이다. 위례신도시는 내년 6월 580가구 규모로, 강남 세곡A1 블록은 내년 7월 160가구 규모로 각각 본청약 공급이 진행된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사전예약의 청약저축액 커트라인은 블록별로 940만~1990만원으로 다양했다. 강남 세곡A1 블록은 사전예약 커트라인이 1490만~1920만원 선이었다. 아울러 부동산시장에선 하반기에 사전예약이 예정된 3차 보금자리주택들에도 관심이 미치고 있다. 서울 항동, 인천 구월, 광명·시흥, 하남 감일, 성남 고등 등 5개 지구에선 오는 10~11월쯤 3만 2600여가구가 공공분양 및 10년·분납 임대주택 형태로 공급된다. 서울 항동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곳들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된 가운데 그나마 투자와 거주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스폰서검사’ 주중 본격 소환

    ‘스폰서 검사’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민경식 특별검사팀은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참고인 소환조사를 시작한다. 금품수수 의혹을 밝히기 위해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등 사건 관계자들의 금융계좌도 추적한다. 8일 ‘스폰서 검사’ 특검팀에 따르면 PD수첩 2탄에 보도된 서울고검 전직 수사관과 강릉지청 김모 계장 등 향응·접대 관계자들을 11일부터 우선 소환해 조사한다. 부산·경남 일대에서 이뤄진 향응·접대 연루자들은 건설업자 정모씨가 상경한 뒤에 소환할 방침이다. 이준 특검보는 “정씨 상경이 우선”이라면서 “정씨가 상경하면 새로운 증거 자료도 추가로 확보하고, 박 전 지검장 등 부산·경남권의 향응에 관련된 인사들을 소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번 수사의 핵심인 대가성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박 전 지검장, 한 전 감찰부장을 비롯해 강릉지청 관계자 등 사건 관련자들의 금융계좌도 압수수색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그동안 정씨가 검사들을 접대하면서 사용한 수표와 신용카드를 비롯해 정씨의 금융계좌 등을 분석한 내용과 정씨가 운영했던 업체의 재무분석 자료 등을 살펴보면서 자금 흐름을 파악했다. 민 특검은 “사건 관계자 소환 전에 2~3일 정도 시간이 있는데, 이 때 계좌추적과 관련한 검토를 끝낼 것”이라며 “박 전 지검장, 한 전 감찰부장 등 사건 관계자들의 계좌는 모두 추적해 돈의 흐름을 샅샅이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사건의 실체 규명의 결정적 열쇠를 쥔 정씨를 서울로 데려오기 위해 안병희 특검보를 9일 다시 부산으로 보내 정씨를 다시 설득하기로 했다. 민 특검은 “지난 5일 면담 때 정씨가 체재비, 병원비 등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상경이 어렵다고 했다. 누가 도와줄 사람이 없어 안타깝다.”면서 “안 특검보가 잘 설득해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다음,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만들어 특검팀 수사 대상과 관련한 국민 제보를 받기로 했다. 이 특검보는 “특검 활동도 소개하고, 제보를 통해 새로운 단서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카페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특검, 박기준·한승철 前검사장 出禁

    ‘검사 스폰서’ 의혹을 수사 중인 민경식 특별검사팀은 6일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51)씨의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로 면직된 박기준·한승철 전 검사장 등 모두 18명을 출국금지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강릉지역에서 향응을 제공 받은 검찰수사관 등 11명을 출국금지한 데 이어 오후에는 두 전직 검사장과 업소 관계자 등 7명을 추가로 법무부에 출국금지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금된 수사관들은 MBC PD수첩이 ‘검사와 스폰서 2편’에서 향응과 골프접대 등을 받았다고 폭로한 사람들로, 서울고검 수사관과 춘천지검 강릉지청 계장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3명은 특검 출범 전 검찰 자체 조사 때도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었다. 특검팀은 관련자 계좌에 대한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검팀은 5일 안병희 특검보를 부산으로 내려보내 정씨를 4시간 동안 면담했지만, 정씨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서울로 오는 것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대신 정씨가 사용한 수표의 배서 내역, 신용카드·금융계좌 분석 내용, 정씨가 운영한 업체 재무분석 자료 등을 검토하고 특이한 자금 흐름이 있는지 확인했다. 만약 정씨가 진상조사규명위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특검팀 수사는 의외의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준 특검보는 “정씨의 건강이 정말로 좋지 않아 보였지만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검찰 고위직도 엄정수사… 성역없다”

    “검찰 고위직도 엄정수사… 성역없다”

    “증언만 나오면 검찰 고위직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하겠다. 수사에 성역은 없다.” ‘스폰서 검사’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특별검사팀이 5일 공식 출범했다. 민경식(60·사법시험 20회) 특검은 “(검사들에 대한) 접대가 대가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은 법률적으로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등 강한 수사 의지를 천명했다. 민 특검은 오전 10시 서울시 서초동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김종남(55·사시 23회)·안병희(48·군법무관 7회)·이준(47·사시 25회) 변호사 등 특검보 3명과 함께 현판식을 갖고 최장 55일간의 수사에 돌입했다. 민 특검은 “진상조사위가 이미 조사한 사건과 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균형을 맞춰 수사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안병희 특검보는 전·현직 검사 100여명에게 향응과 성접대를 제공했다고 폭로한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52·구속집행정지 중)씨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며, 김종남 특검보는 MBC PD수첩 2차 보도를 통해 알려진 춘천지검 강릉지청 사건 등을 수사한다. 파견검사는 안 특검보에 4명, 김 특검보에 5명이 각각 배치됐다. 민 특검은 “강릉 사건은 진상규명위가 조사하지 않은 부분이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고인 등을) 찾아다녀야 한다.”며 파견검사가 1명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민 특검은 또 “새 참고인이 나타나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현판식 직후 안 특검보를 부산으로 내려보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정씨를 면담했다. 안 특검보는 법원 및 병원 등과 협의해 조만간 정씨를 서울로 옮긴 뒤,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특검이 밝혀내야 할 의혹 중 하나는 정씨가 검사들에게 제공한 접대가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진상규명위는 지난 4월부터 50여일간 조사를 했지만, 대가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 2편(6월8일 방영)’에 대한 수사 결과도 관심이다. PD수첩은 강릉지청 검찰 등이 향응을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기준·한승철 전 검사장 외 다른 검찰 간부가 향응을 받은 사실이 있었는지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강릉 사건 관련 김모 계장 등 핵심 관계자 3명 등은 이미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향응·性접대 진실 밝혀지나

    검찰이 5일 공식 출범하는 ‘스폰서 검사’ 특별검사팀에 진상조사단의 조사 자료를 모두 인계한 가운데, 민경식 특검팀은 검찰로부터 넘겨 받은 자료를 분석하면서 핵심 수사 대상 선별 작업에 들어갔다. 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민 특검팀에 ▲건설업자 정모씨의 폭로로 불거진 향응·성접대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 작성 기록 및 증거물 ▲정씨가 부산지검에 제출한 진정서 및 관련 사건 기록 ▲MBC PD수첩의 2차 보도로 제기된 서울고검 수사관 사건과 강릉지청 진정·내사 및 형사사건 기록 등을 넘겼다. 민 특검팀은 5일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근처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 수사에 돌입한다. 특검팀은 35일간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수사 기간은 한 차례(20일) 연장할 수 있다. 특검팀은 우선 제보자 정씨의 진술을 듣고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고 정씨를 서울로 데려와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릎 수술을 이유로 이달 중순까지 구속집행이 정지된 정씨는 현재 부산의 모 병원에 머물고 있다. 민 특검은 김종남·안명희·이준 변호사 등 특검보 3명을 임명한 데 이어 박경춘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 등 파견검사 10명의 인선을 마쳤으며, 50명 이내의 파견공무원과 퇴직경찰,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40명 이내의 특별수사관도 모두 채용했다. 특검팀이 출범하면 김·안 특검보가 수사의 주요 부분을 담당하고, 이 특검보가 대언론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민 특검은 “특검 출범 전 사건 관련 기록 검토를 모두 마치고 수사 방향 및 주된 수사 타깃을 정할 것”이라면서 “있는 그대로 파헤친 뒤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오늘의 눈] 하회마을과 마추픽추/김미경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하회마을과 마추픽추/김미경 정치부 기자

    “나야 뭐 우리 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면 좋겠는데 꺼리는 주민들도 있어요. 괜히 사람들만 많이 오고 관리는 힘들다는 거죠.” 지난 1년간 미국 연수 후 최근 회사 복귀 전까지 국내외 여행지 두 곳을 찾았다. 페루의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와 안동 하회마을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지난달 23일 하회마을에서 만난 초가집 민박 주인과 무더위에 잠을 잊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평소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았기에 하회마을의 역사와 삶, 문화재 등록 현황 등에 대해 물었다. 풍산 유씨 가문의 민박집 주인은 자랑스럽게 하회마을을 소개하며, 지난 5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보류됐지만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려가 적지 않았다. 세계유산이 되면 외국인 등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텐데, 현재 거주하고 있는 150여호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다음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니 문화재로 등록된 가옥과 정사(精舍), 20여호에 이르는 민박집이 옹기종기 모여 전통을 뽐내고 있었다. 보물 306호인 양진당으로 가는 길에서 네덜란드에서 온 부부를 만났다. 하회마을이 너무 아름답다면서도, 토스트 등 간단한 아침식사를 할 곳이 없다며 버스를 타고 마을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숙소로 가는 안내판도, 2개뿐인 가게도 그들에게는 찾기 어려웠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3주 전 배낭여행을 했던 마추픽추가 떠올랐다.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마추픽추는 잉카 제국 수도 쿠스코에서 기차를 타고 5시간이나 가야 하지만 연일 기차를 꽉 채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뒤 적극적인 유적 관리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확대했기 때문이다. 1일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통을 잘 보존함과 동시에 한국을 더 알릴 수 있는 ‘문화외교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다. chaplin7@seoul.co.kr
  • [부고] 한국문학 세계에 알린 수필가 전숙희씨 별세

    [부고] 한국문학 세계에 알린 수필가 전숙희씨 별세

    국제펜클럽 종신 부회장이자 학교법인 계원학원 이사장을 지낸 원로 수필가 벽강(璧江) 전숙희(田淑禧)씨가 1일 오전 8시 경기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1세. 강원도 통천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이화여자 전문학교 재학 시절이던 1938년 단편소설 ‘시골로 가는 노파’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1954년 첫 수필집 ‘탕자의 변’을 발간하는 등 여러 수필집과 문학집을 발표하며 명성을 얻었다. 2007년 자전 에세이 ‘가족과 문우 속에서 나의 삶은 따뜻했네’를 출간하며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1970년 동서문학(옛 동서문화)을 창간하고 1997년 한국 문학 유산 보존을 목적으로 국내 최초의 현대문학 자료관인 한국현대문학관(옛 동서문학관)을 설립해 국내 문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83~1991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을 지낸 고인은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1988년 동서 진영 작가들을 서울로 초청해 국제펜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 국제펜클럽 종신 부회장으로 선임됐으며, 대한민국 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한·독 문화교류회 이사, 한·러 친선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고인은 1997년 독일 괴테문화훈장을 받은 데 이어 한·러 수교 10주년이던 2000년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푸시킨 문화훈장을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교육사업에도 힘을 쏟았던 고인은 동생인 고(故) 전락원 전 파라다이스그룹 회장과 함께 1979년 계원예술고교, 계원디자인예술대학을 포함한 계원학원을 설립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강영국(재미 사업가)·영진(한국현대문학관 관장)·딸 은엽(미술가)·은영(미술가)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 30호이며 발인은 5일 오전 8시이다. 영결식은 경기 성남 정자동 계원예고에서 5일 오전 10시부터 문인장으로 진행된다. (02)3010-2230.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MB의 여름구상 2題 “자세는 낮게” “사고는 젊게”

    MB의 여름구상 2題 “자세는 낮게” “사고는 젊게”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면서 “그래야 채찍도 받지만 사랑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을 초청, 만찬을 함께 하면서 “이번에도 당이 낮은 자세로 임한 것이 (7·28 재·보선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느냐.”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새겨진 민심을 잘 새겨 봐야 한다.”면서 “은평(을)과 충주에서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해서 으쓱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큰절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8월25일이 되면 임기 반이 되는데 앞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일해야 한다.”면서 “당정청이 새롭게 진용이 갖춰졌으니 앞으로 당정청 간에 충분한 얘기를 듣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환경 조성은) 법과 규제만으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중소기업이 현실적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면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함께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도 최선을 다해서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그리고 큰 기업과 작은 기업 할 것 없이 같이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함께하자.”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과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정책을 직접 설명하며 “이런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잘사는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당정청이 협력해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새 지도부 구성 이후 재보궐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더욱 겸허한 자세로 일하겠다.”고 화답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하나가 돼야 한다. 그래서 당도 계파 해체를 결의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만남도 잘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해서 당이 화합해서 이명박 정권을 성공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가 국민을 바라보면서 겸허한 자세로 일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만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오전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공직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늙은 젊은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개편된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주문이자 새달 개각을 앞둔 인선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통령은 “요즘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젊은이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사고가 낡은 그런 공직자도 많다.”면서 “나이를 기준으로 세대교체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고 사고가 젊은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언급하며 “집권 하반기에 들어 도덕적·윤리적 문제들이 나오는데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8월9~10일을 전후해 단행될 개각에서 ‘세대교체’, ‘도덕성’, ‘소통’이 중요한 인선 기준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는 공직자 윤리를, 기업인은 기업인 윤리를 지켜야 선진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면서 “선진 일류국가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나 인격, 윤리와 같은 가치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출범 때부터 정치자금 등의 문제에 대해 도덕적으로 깨끗하게 출발했다.”면서 “앞으로도 추호의 흔들림 없이 나가야 하고, 나 자신부터 한 점 흔들림 없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말까지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갖는다. 다음주 초까지는 지방 모처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낸 뒤 이어 서울로 와 별도의 공식일정 없이 관저에 머물며 개각구상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홍성규기자 sskim@seoul.co.kr
  • 수사 공조로 납치 초등생 살렸다

    경기 안산에 사는 10대 여자 초등학생을 납치한 20대 남성 용의자가 경찰의 신속한 공조수사로 6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피랍 아동도 무사히 구출됐다. 용의자 체포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긴박했다. 30일 오후 서울 지역 전 경찰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여아를 납치한 용의자가 서울로 스며들었다는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즉각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 “납치범을 조기에 검거해 10세 여아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여아 납치 용의자 김모(28)씨가 이날 오후 2시50분쯤 경기 안산시 선부동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A(10)양의 부모에게 “아이를 데리고 있다. 5000만원을 준비하라.”는 내용의 협박전화를 걸었다. 발신지는 서울 관악구의 한 공중전화였다. 김씨는 방학을 맞아 컴퓨터 학원에 다니던 A양을 이날 낮에 납치했다. 오후 1시30분쯤 A양 부모는 “아이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조급한 목소리로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했다. 협박전화 발신지가 서울임을 보고 받은 조 서울경찰청장은 서울 31개 일선 경찰서에 비상대기를 지시했다. 용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관할 구역을 따지지 않고 전 서울 지역에 출동 준비 명령을 내린 것.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렸다. 특히 안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목과 인접한 관악·남대문·방배·동작경찰서 등에는 “특별히 긴장하고 있으라.”는 특명도 내렸다. 오후 7시10분 서울역 롯데마트 부근. 아이를 데리고 전화를 걸던 20대 남자를 경찰이 발견했다. 아이 이름을 부르자 아이가 “네.” 하면서 돌아봤다. 납치 용의자임을 직감한 경찰이 달려가자 김씨는 달아나면서 저항했다. 10여분간의 격투 끝에 김씨를 인질강도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김씨를 수배관서인 안산 단원경찰서로 넘겼다. 납치 용의자의 조기 검거는 도주로와 예상경로를 지키던 경찰의 빠른 판단과 치밀한 협력수사의 개가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납치라는 범죄 특성상 조금만 늦었어도 피랍 아동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는데, 신속한 공조수사로 아동을 무사히 구출했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7·28 재보선] 승리한 다른 후보들

    [7·28 재보선] 승리한 다른 후보들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이 강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에선 3성 장군 출신의 한나라당 한기호 후보가 개표 초반 열세를 뒤집고 민주당 정만호 후보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한 후보는 75%까지 개표됐을 때까지 100여표차로 뒤지기도 했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숨막히는 초박빙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른 선거구에 비해 정치 쟁점보다는 민간인 통제구역(민통선) 문제 등 군(軍)과 관련된 지역 민원이 많다는 현실성이 민심에 녹아든 결과로 풀이된다. 더구나 ‘한나라당 후보 대(對) 야권 후보 단일화’ 구도가 형성됐던 서울 은평을이나 충북 충주와는 달리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가 소(小) 지역주의 판세에서 2강(强) 구도를 구축했던 민주당 정만호 후보와 진보 성향 지지층을 나눠 가진 것도 승패를 가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강원 원주와 태백·영월·평창·정선의 민심은 ‘이광재 동정론’이 대세였다. 민주당 박우순·최종원 후보가 각각 한나라당 이인섭·염동열 후보를 누르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강원 원주는 첨단복합의료단지 유치를 뺏겼다는 실망감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세로 돌아선 게 결정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의 수도권 텃밭으로 분류됐던 인천 계양을에선 각종 여론조사에서의 열세를 딛고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가 승리했다. 경쟁자였던 민주당 김희갑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낙하산 공천’ 논란에 휩싸이며 표심을 끌어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서울로 출퇴근하는 20·30대가 많은 지역 특성상 휴가철 평일에 치러진 재·보선 선거의 낮은 투표율이 승패를 가른 중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 6·2 지방선거 당시 여야가 ‘대세론 대(對) 지역일꾼론’으로 맞붙었던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낙하산 공천’ 논란에 휘말려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던 한나라당이 전략을 바꿔 지역일꾼론으로 나선 것도 주효했다. 특히 이 후보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맞붙은 17·18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계속 지역에 머물며 ‘지역일꾼’을 자처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서울 은평을에서 정계 복귀에 성공한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처럼 중앙당 선거 지원 유세를 거부한 채 지역 주민에 스며드는 ‘로키’ 전략으로 나서며 토착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충남 천안을에서 같은 당 김호연 후보도 18대 총선의 패배를 딛고 승리를 쟁취했다. 재벌2세라는 선입견을 깨고 낮은 자세로 ‘지역 일꾼’을 자처한 게 승리 요인으로 꼽혔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올들어 서울 인구 감소세 뚜렷

    올해 들어 서울로 주민등록을 옮긴 전입 인구가 최근 5년 사이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의 전체 인구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25일 지난 2분기 서울로 전입한 인구가 12만 7357명으로,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전입자 수 14만 1544명에 비해 1만 4187명(10.0% 포인트) 적은 수치다. 상반기 전체 전입 인구 역시 28만 7878명으로 조사기간 최소치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에서 타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전출 인구는 늘어 2분기에 전입 인구보다 3만 2546명 많았다. 전입 인구에서 전출 인구를 뺀 순이동 수는 지난해 3분기 -1만 5685명, 4분기 -3만 6779명, 올해 1분기 -2만 1751명 등으로 지난 1년간 총 10만 6761명이 서울을 빠져나갔다. 2분기 서울 인구는 1044만 7719명으로 2007년 4분기 1042만 1782명 이후 가장 적었다. 서울 인구는 지난해 1분기 1049만 20176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1분기에만 전분기에 비해 120명 증가한 보합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서울에 사는 외국인도 2009년 1분기 26만 6268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5분기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시 관계자는 “최근 1년간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변하지 않는 이상 서울 인구도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수몰된 청춘아, 집으로 돌아가…”

    “수몰된 청춘아, 집으로 돌아가…”

    16일부터 23일까지 딱 1주일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핼리혜성’은 여러 번 놀래킨다. 우선 무대 한가운데 물을 채운 호수를 만든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띈다. 코러스로 나오는 다섯 명의 배우들은 스스로가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된다. 등장인물이 과거를 회상할 때는 동네친구들로 나와 신나게 같이 놀며 극에 진입했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바람소리, 새소리를 내며 배경효과 정도로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그런데 스토리는 신파에 가깝다. 큰돈 없이도 오순도순 지내는 혁준, 혁택 형제는 살던 마을이 댐 공사로 수몰되면서 서울로 나간다. 먼저 자리잡겠다며 사업을 일으켰다가 망한 혁준은 암으로 죽어가는 엄마에게 술에 취한 채 돈 내놓으라 호통치고,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명주는 술집에 나간다. 혁준의 죽음 때문에 혁택과 명주가 뗏목을 타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도입부도 왠지 가족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자궁으로의 회귀같다. 무대에 비해 스토리가 약한 게 아닌가 싶은데, 후반부로 갈수록 극은 물의 이미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신파 기운을 싹 걷어낸다. 궁금해서 대본을 받아보니 깔끔한 단편소설을 보는 듯 해서 다시 한번 놀랬다. 이름을 보니 연출자와 같다. 세련된 극본과 연출의 힘을 선보인 이양구(36)씨를 지난 20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작품 구상은. -제가 수몰마을 출신이에요. 충북 청풍면 단돈리. 지금 충주댐이 있죠. 수몰된 뒤 전기도 없는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어릴 적 그 얘기들을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원래는 2007년 대학(중앙대) 졸업작품으로 쓴 거에요. 무대에 물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프로무대에 서기 어렵다고 봤는데 이렇게 운이 닿네요. 솔직히 얘기 자체는 촌스러울 수도 있는데, 있는 그대로의 상처를 남겨보자고 생각한 겁니다. 2009년 중앙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의 대학에서 교환공연 제의가 오자 마땅한 작품이 없던 중앙대는 이미 졸업한 이양구씨의 작품을 추천했다. 덕분에 베이징 공연이 성사됐는데 눈물바다를 이뤘다. 수몰지구 얘기는 우리에겐 지나간 일이지만 중국엔 현재진행형이어서다. →안 그래도 연출에 비해 스토리가 진부한 게 아니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개발시대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 사람들은 혁준처럼 청춘과 꿈마저 모두 수몰시킨 사람들이에요. 남은 건 이제 껍데기밖에 없는, 죽은 거나 다름 없는, 그래서 슬픈 사람들이에요. 자살은 내적인 죽음을 뜻하는 겁니다. 딸은, 왜 기형도 시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죠. 이 동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공장으로 간다는. 요즘 시대엔 무럭무럭 자라 술집으로 간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진부해도 그렇게 밀고 나간거죠. →극 전체 넘치는 물의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얘기가 진부할 수 있어 물이라는 오브제로 돌파하려 했습니다. 물이 배우들 다리를 적셔 바짓가랑이를 척척하게 만드는 것으로 현실에 발 묶인 인물들을, 혁준이 물에 푹 젖어 무거운 점퍼를 억척스레 껴입는 것으로 짊어진 삶의 무게를, 혁준이 화내며 벗어던진 점퍼를 엄마 순녀가 받아안는데 그 점퍼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로 어미의 피눈물을, 인물들이 물길을 건너가면서 밟는 디딤돌의 배치를 통해 소통이나 단절 같은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결국 무대 중앙에 고인 물은 수몰지구에 꿈과 희망을 함께 묻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눈물인거죠. 원형이라 인물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거울의 이미지도 되고요. →어린 시절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됐나요. -그건 모두가 느꼈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연습 때 배우들도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낡은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저마다 가족관계에서 오는 상처 하나씩을 지니고 있더군요. 모두가 앓고 있었던 얘기였던 겁니다. 때문에 극 마지막에 “엄마 걱정하시니까 너희들도 그만 놀고 어여 집에 가.”라고 하는 순녀의 대사는 사실 관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대학 졸업무대 때는 “그럼에도 인생은 눈부시다.”는 말로 마무리했는데 이번에 추가한 겁니다. 몇 해가 또 지나고 나니 그래도 돌아갈 곳은 가족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걸 추가하고 싶었습니다. 이양구씨는 2008년 ‘별방’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됐고, 2009년에는 영 아티스트 프런티어로 선정됐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으로는 삼청교육대나 지존파 사건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꼽았다. 언제쯤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좀 천천히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신춘문예 당선자라 극본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일이 많이 밀려 있단다. 남들은 그의 이런 ‘촌놈 마인드’를 높이 사지만, 스스로는 좀 더 냉정해져 작품 다듬는데 시간을 더 쏟고 싶은 욕심이 있다. 참, 핼리혜성은 76년을 기다려야 한 번 관찰할 수 있다는 그 혜성이다. 깨어서 지켜보든 자느라 모르든, 누구에게나 한 번은 왔다 가는 ‘눈부신 인생’의 한 순간을 상징한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글로벌 나눔 바이러스 2010] “한국식 원조모델 정립… 주민 생활환경 개선때 뿌듯”

    [글로벌 나눔 바이러스 2010] “한국식 원조모델 정립… 주민 생활환경 개선때 뿌듯”

    서울신문은 지난달 하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활약상을 취재하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를 찾았다. 60년 전 한국전에 참전할 때만 해도 우리보다 잘 살았으나 지금은 최빈국 수준으로 전락한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축에 드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등지에서 우리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무보수의 땀’을 흘리고 있었다. KOICA DR콩고 사무소 소장 조혜승씨, 에티오피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박정희씨 등과의 인터뷰 내용을 직접화법 형식으로 싣는다. ■DR콩고 KOICA사무소 조혜승 소장 제 이름은 조혜승, 30세, 미혼입니다. 올해 2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 왔습니다. 제가 검은색 바지와 자켓을 정장 차림으로 갖춰 입고 나서면, ‘미모의 보디가드’ 같다고 추어올려주시는데, 저의 ‘정체’는 DR콩고 KOICA 사무소 소장입니다. 말이 소장이지, 이 나라에 KOICA 직원은 수도 킨샤사에 있는 저 한 명뿐입니다. 1인 소장인 셈이지요. 직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도 없기 때문에 KOICA 이름으로 이 열대의 나라를 누비면서 DR콩고 정부와 원조 사업을 협의하는 한국인은 제가 유일합니다. 이곳은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에 KOICA 자원봉사자를 두고 있지 않죠. 저는 국내의 한 라디오 방송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좀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늦은 나이에 KOICA에 입사했습니다. 이곳이 첫 해외근무지입니다. 불어에 자신이 있어서 기왕이면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인 DR콩고 근무를 지망했습니다. DR콩고는 아프리카에서 가나와 함께 가장 열악한 나라입니다. 그런 만큼 저의 재량권도 넓고 성취감도 크기 때문에 일이 재미있습니다. 다만, 원조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 나라 사람들을 접할 때면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아이들이 “당신은 왜 재산을 나눠 쓰지 않나요.”라고 노골적으로 묻기도 합니다. 그래도 좌절하지는 않습니다. KOICA가 추진한 사업으로 생활환경이 개선된 곳에 가서 주민들을 만날 때 느끼는 보람은 말로 형언할 수 없습니다. 어느덧 이곳 사람들과 정이 들어 제게는 수많은 이모, 삼촌, 조카들이 생겼답니다. 때로는 이 나라 남성들이 길가에서 저한테 몰려들어 짓궂게 놀리곤 합니다. 그래도 저는 그런 게 다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 사람, 그것도 동양인 여자를 워낙 보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근무하다 서울로 돌아간 어떤 분은 행인들이 아무도 자기한테 아는 체를 안 해서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는 농담도 하더군요. 당혹스러운 경우는 저를 중국인으로 오해할 때예요. 여기서 중국인들은 질보다는 양을 앞세운 원조로 현지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죠. 또 서구 나라들은 원조를 하면서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현지인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원조를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이들이 진정으로 고마워할 만한 ‘한국식 원조’ 모델을 잘 가꿔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그 사명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의욕이 솟구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답니다. 킨샤사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에티오피아 자원봉사단 박정희 씨 제 이름은 박정희입니다. 우리 국민한테는 익숙한 이름이겠지만, 저는 여성이랍니다. 34세, 미혼입니다. 2008년 11월 에티오피아에 왔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곤다르(Gondar)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선진국의 원조활동이 미치지 않는 아주 열악한 곳입니다. 여기 오기 전 저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수술실 마취과에서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고교 시절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고, 특히 환경이 다른 곳에서 봉사해 보고 싶은 생각에 KOICA 자원봉사자로 지원했습니다. 원래는 중남미 근무를 희망했는데 아프리카로 배정됐습니다. 솔직히 처음 곤다르에 왔을 때는 약간 후회했습니다. 동양인 여자로 살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길을 걸어갈 때면 짓궂은 청소년들이 달려들어 놀려댔습니다. 몸을 만지고 옷을 잡아당기는 애들도 있었죠. 가방을 뺏길 뻔 한 적도 있고 버스에서 소매치기 당한 적도 있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나를 놀리는 고교생을 길에서 붙잡아 그 애 부모님한테 찾아가 항의했더니 그 후로 그런 장난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저는 곤다르 보건소의 ‘가족계획(피임) 클리닉’에서 일합니다. 에이즈나 성병,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성들과 가부장적인 남성들에게 피임 방법을 교육하고 임산부들의 건강을 체크합니다. 처음엔 주민들이 외국인인 저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 힘들었지만, 이제 한 달에 800명이 넘는 여성이 새로 피임 시술을 받고 산모와 아이들이 건강하게 보건소를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여기서는 제가 돈 쓸 일이 많지 않아 KOICA에서 주는 생활비로 부족함은 없습니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집에서 책을 읽거나 집 주인(에티오피아인)과 수다를 떱니다. 올 11월이면 벌써 계약기간인 2년이 다 끝납니다. 막상 떠날 때가 가까워오니 서운함 반, 홀가분함 반의 심정이네요. 이곳에서 느린 삶을 살다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겁나기도 하고요. KOICA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기왕이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오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포기해야 했고, 이제 돌아가면 다시 일을 구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오기로 결심했으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외국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금물입니다. 여행하는 것과 사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곤다르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7·28 민심 르포 ② 인천 계양을] “與 이상권, 민주텃밭서 될까” “민주 김희갑은 얼굴도 몰라”

    [7·28 민심 르포 ② 인천 계양을] “與 이상권, 민주텃밭서 될까” “민주 김희갑은 얼굴도 몰라”

    “이상권(한나라당)? 호남 토양에서 되겠나.” vs “김희갑(민주당)? 그게 누군데.” ‘미니총선’격인 7·28 재·보선에서 인천 계양을은 수도권 격전지이자 최대 승부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18대까지 내리 3번 총선 승리를 거머쥔 민주당의 우세 지역이지만, 한나라당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6·2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으로 교체되며 여야가 뒤바뀐 지역 정세 속에서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한나라당은 ‘지역일꾼론’으로 맞붙었다. 여기에 진보성향인 민주노동당 박인숙·무소속 이기철 후보의 선전 정도, 야권의 후보단일화 등이 혼전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낮은 자세로’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고배를 마셨던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의 전략은 철저하게 ‘낮은 자세로’다. 유세차량도 없고, 거리유세도 없고, 중앙당 지원은 사양했다. 이런 전략이 토박이 중심의 중장년 유권자층에 녹아들고 있다. 계양2동 주민이 주축인 청룡 조기축구회원 최구용(44)씨는 19일 “이 지역에 호남 출신들이 많아 민주당 지지도가 강한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후보가 이 곳에 오래 살며 주민들과 선·후배 인연을 맺고 지역 현안도 잘 알고 있어서 이참에 한 번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 토착민들로 구성된 또래 조기축구회 소속 윤구상(43)씨는 “민주당 후보가 김희갑이라는 사람이라는데, 이곳에 40여년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라며 민주당의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공영규(51)씨도 “뜨내기들이 아니라면 열에 아홉은 이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양산 입구에서 만난 주부 최모(56)씨는 “한나라당 후보가 이 곳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사람이라는데 이번에는 뽑아줘야 되지 않겠느냐.”며 동정심을 내보였다. ●민주당, ‘대세론 굳히기’ 반면 민주당 김희갑 후보는 ‘얼굴 알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세균 대표, 손학규 전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지원유세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 후보는 이곳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송 시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낙하산’ 반감을 떨쳐내는 동시에 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역 정치성향에 편승해 ‘민주당 대세론’을 굳혀가는 데 주력했다. 택시운전기사 고훈섭(47)씨는 “선거구 일대에 호남 출신 정착민들이 많아 민주당 타이틀을 앞세운 김 후보가 낙승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계양2동에 사는 이용호(31)씨는 “지방선거 결과에도 꿈쩍 않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면서 “중앙정치에 이런 지역 목소리를 똑똑히 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김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산동에서 의류소매업을 하는 허모(36)씨는 “송 시장이 6·2 지방선거에서 계양구의 전폭적인 지지로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지방선거가 끝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그 기세가 맥없이 꺾이진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대세론’에 동조했다. ●청년 부동층이 변수 한편 홈플러스 계산점 앞에서 만난 이종호(30)씨는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박모(25·여)씨도 “대부분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 이곳 현안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모(35)씨도 “출퇴근 시간이 빠듯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로 출퇴근 하는 20·30대 청년층이 유독 많아 대표적 ‘베드 타운’으로 꼽히는 지역 특성이 청년 부동층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투표 참여율이 승패를 가를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