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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저 ‘무명’으로 소설집 4권을 남겨둔채 가다

    그저 ‘무명’으로 소설집 4권을 남겨둔채 가다

    그는 그렇게 떠나갔다. 자욱한 안개 저편으로 사라졌다. 마지막 소설을 탈고한 뒤 새벽 햇살과 다툼하던 물방울 입자들을 톡톡 터뜨리며 소설처럼, 시처럼 사라져 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 갸우뚱하며 그저 무명 소설가라고 일컬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시대 문체 미학을 간직한 소중한 작가’라고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상찬을 내렸다. 소설가 박인성이다. 최근 출간된 연작소설 ‘이채영은 잘있다’(삼우반 펴냄)가 나오기 며칠 전인 지난 6일 새벽 교통사고로 숨졌다. 평단도, 작단도,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죽음이었다. 1956년 9월 태어났으니 54년을 ‘자연인 박대성’으로 살았고, 1977년 21세 젊은 나이에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했으니 33년을 ‘소설가 박인성’으로 살았다. ‘호텔 티베트’, ‘사랑은 안개보다 깊다’ 등 네 권의 소설집만을 남긴 과작(寡作)의 작가였다. 1986년 첫 소설집 ‘파장금엔 안개’는 김윤식 서울대 교수로부터 ‘무진기행에서 김승옥의 안개를 더욱 밀도있게 형상화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77년 월간 문학신인상으로 등단 유고작이 된 ‘이채영’은 서울 곳곳을 무대로 한 연작소설이다. 가회동이 나오고 상수동, 신사동, 신설동, 홍은동, 흑석동이 잇따라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2010년 한국 사회의 정치인, 기업인, 법조인, 종교인, 술집 주인, 건달, 화가, 문인 등 수많은 인물들을 아울러 풍자하고 은유하며 경쾌한 이야기로 이끌어간다. 그동안 단편소설과 단편에 걸맞은 문장만을 고집하며 삶의 비의(秘意)를 찾아 헤매왔던 박인성으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을 꾀한 셈이다. ●정치·기업·법조인 등 풍자 특히 표제작 ‘이채영…흑석동’을 비롯해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신설동’ 등에서는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나 하듯 자신 삶의 자전적 내용을 담았다. 전북 김제에서 서울로 올라와 신설동 천변에서 지내던, 지독하게 가난했던 유년의 기억부터 문청으로 살아왔던 날들, 등단 이후 광고 카피라이터와 작가의 삶을 겸했던 시절까지를 그리 길지 않은 단편 속에 분명한 기록으로 남겼다. 문학평론가인 정현기 세종대 교수는 “월북작가 박태원의 ‘천변풍경’이 그려낸 1930년대 도시 서울의 낭낭한 풍경이 2010년대 박인성에 이르면 더욱 구체적인 꼴을 띠고 이 도시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읽게 한다.”고 언급했다. 소설을 펴낸 삼우반의 김용범 편집주간은 “장편소설에 대한 꿈을 키우면서 ‘이채영’의 속편 격인 또 다른 서울 연작소설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기만 하다.”고 애석해 했다. ●‘천변풍경’ 더욱 구체화한 듯 못다받은 애도는 더 이상 이승의 몫이 아니다. 또 다른 세상에서 문학에 파묻혀 마음껏 소설 쓰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이승의 것보다 훨씬 유쾌하고 즐거운, 또 다른 삶을 누리기를 바랄 뿐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전철시대 연 춘천… 글로벌 관광 테마도시 청사진

    전철시대 연 춘천… 글로벌 관광 테마도시 청사진

    ‘호수의 고장’ 춘천이 전철 개통으로 레저·관광·휴양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레고랜드가 입주를 타진해 오고 대형 리조트업체들이 앞다퉈 개발되고 있다. 의암호에 떠있는 섬들을 통째로 개발하는 사업도 한창 추진 중이다. 고속도로와 전철 개통으로 춘천~서울이 1시간대에 놓이고 내년부터 용산까지 가는 급행열차가 생기면 춘천에서 인천공항까지 전철로 2시간대면 도착하게 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춘천이 살기 좋은 레저·관광도시로 변신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춘천 의암호수 내 섬으로 남아 있는 중도에 세계 굴지의 ‘레고랜드’가 상륙한다. 레고 브랜드를 갖고 있는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그룹이 사실상 투자 의향을 밝힌 상태여서 전망은 밝다. 투자가 시작되고 계획대로 오는 2015년까지 레고랜드가 문을 열면 춘천 등 강원 영서북부권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레고랜드 테마파크에만 연간 국내외 관광객 200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2000개가 넘는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 테마파크는 물론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된 상업·음식·숙박업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설악권, 동해안권, 강원 남부권 등 대규모 관광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암식 강원도 투자유치사업본부장은 “레고랜드가 성공적으로 유치되면 강원도가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지금까지의 관광산업 전략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관광패턴에 적극 대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여건이 좋아진 교통망을 따라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역시 의암호 내 위도(일명 고슴도치섬)의 관광단지 개발도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민자로 개발되는 위도 ‘비티비아일랜드’ 사업은 최근 도가 관광지조성계획 승인을 내줘 탄력을 받고 있다. 비티비아일랜드는 연면적 68만 2389㎡에 이르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로 섬에 수로를 만들고 의암호의 물길을 끌어들여 수중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수로변 개별 보트정박장을 갖춘 고급 로지(별장형 콘도), 요트계류장(푼툰) 시설과 호수전망이 일품인 특급 호텔, 초대형 4계절 실내 테마파크와 콘도가 한 공간에 연출된 테마콘도 등 세 가지 테마로 개발할 계획이다. 모두 1526실의 객실을 갖춘 글로벌 테마랜드로 개발된다. 특히 최대 1만 5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테마파크를 감싸 안 듯 설계된 테마콘도는 객실 복도에서 스키 슬라이드와 워터 슬라이드를 바로 즐길 수 있다. 또 원통형 실내 스키슬로프와 국내 최고 높이의 자이로드롭도 설치된다. 민자로 사업비 1조 4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비티비아일랜드는 2013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대규모 고용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농일 비티비아일랜드 대표는 “개발회사에서부터 테마기획 설계회사, 건설회사, 테마랜드 운영사, 호텔학교, 여행사까지 그룹의 각 계열사에서 기획단계에서 개관 후 운영과 직원양성, 해외영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서울로 가는 길목인 남산면 창촌리 전력IT문화복합산업단지에는 호텔, 공연장, 공방, 갤러리, 연회장 등을 갖춘 ‘다암예술원’이 조성 중이다. 2012년 문을 열 계획이다. 4225억원을 들여 4만 9000여㎡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연면적 23만㎡에 이르는 지하 6층, 지상 10층짜리 2개 동(棟)을 짓는다. 여기에 호텔 562실, 거주형 공방 500여실, 창작 스튜디오 500실이 배치된다. 관람석 2500개의 콘서트홀, 대형 연회장, 뮤지엄 100개소, 카누경기장 2곳, 도서관, 갤러리도 들어선다. 레스토랑, 피트니스클럽, 테라피 시설 등 각종 편의·휴게시설도 갖춰 춘천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소양강댐도 정상에 난립한 노점상을 철거하는 등 새롭게 정비된다. 소양강댐은 지난해 춘천~서울고속도로 개통 이후 올해 9월까지 청평사 관광지 방문객을 포함해 186만 4800여명이 다녀가 매달 12만 4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도심에 몸짓극장과 인형극장이 있어 상시 마임과 연극제, 인형극 등 공연과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눈을 돌려 20분대 거리의 화천에서는 겨울이면 산천어축제가 열리고 강촌과 남이섬 등이 있어 나들이객들이 찾기에는 그만이다. 또 골프장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동산면 조양리 무릉도원, 군자리 신앤박관광단지 등 대형 리조트단지도 추진 중이다. 고속도로 개통에 이어 전철시대를 맞는 춘천시가 빠르게 국제적인 체류형 관광도시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8~9월 세계레저총회 및 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레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의암호변 송암레저타운과 주변 산 등에는 시민들뿐 아니라 서울에서까지 레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주말이면 춘천을 찾는 김진석(47·서울 송파)씨는 “호수와 산이 있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춘천의 풍경에 반했다.”며 “매주 춘천을 찾아 산에 오르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말에는 경춘선복선전철에 춘천~서울간 40분대 이동이 가능한 좌석형 급행전동차 도입이 예정돼 있어 관광객 접근성은 더 좋아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곧바로 전철을 이용해 춘천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체류형 관광수요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주도의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과 맞물려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희정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전철과 고속도로 영향으로 수도권과 가까워지면서 뛰어난 자연조건을 갖춘 춘천권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며 “스쳐가는 단편적인 관광보다 머물며 즐길 수 있는 레저·휴양시설을 갖춰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이 참에 내집 마련” 경매시장 북적

    전셋값이 내년에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낙담한 젊은 세입자 중에 주택경매에 관한 책을 보는 이가 늘고 있다. 전셋값은 급등하는 반면 아파트 경매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금액 차이가 줄어서다. 특히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80%로 경매 낙찰가격과 차이가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전세가율이 낙찰가와 차이 없는 곳도 많아 19일 경기도가 운영하는 ‘맞춤형 경기부동산 포털’과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수도권 평균 전세가율은 46.2%로 나타났다. 서울은 44.0%의 전세가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전세가율이 이보다 20~30% 포인트 높은 곳도 적지 않았다. 경기지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아파트는 이천 증포동 대호3차 59㎡로 89.23%에 달했다. 수원 정자동 기산아파트 76㎡는 전세가율이 82.14%로 뒤를 이었다.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용인 수지, 고양 행신, 일산, 하남 등에도 전세가율이 60~70% 사이의 아파트 단지가 속출했다. 고양 행신동 벽산아파트 59㎡, 고양 일산동 월드메르디앙일산 44㎡, 수원 원천동 신미주아파트 37㎡, 오산 부산동 오산운암주공1단지 49㎡ 등도 전세가율이 70%대 후반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 평균 79.2% 한편 아파트 경매가격은 올 들어 크게 떨어졌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평균 79.2%로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의미하므로 낙찰가율이 낮을수록 경매 참가자들이 싼값에 물건을 샀다는 것이다. 이렇게 낙찰가가 떨어진 것은 경기침체로 경매에 나온 물건도 늘었기 때문. 올해 수도권에서 진행된 아파트 등 전체 경매건수는 8만 4000여건이었다. 2006년 12만 5407건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2007년 7만 1281건 ▲2008년 6만 3412건 ▲2009년 8만 1849건보다 많았다. 수도권 전셋값과 경매낙찰가율의 차가 좁혀지면서 오르는 전셋값에 시달리던 세입자들의 발길이 경매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세금 대출을 문의하다가 경매자금 대출 문의로 바꾸는 사람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부동산경매업 관계자는 “예전에 투자로 인식되던 부동산 경매시장에 내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서울지역은 전셋값으로 낙찰을 받기가 쉽지 않지만 수도권 몇 곳은 대출을 조금만 받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현장 톡톡] ‘심장이 뛴다’

    [현장 톡톡] ‘심장이 뛴다’

    김윤진. 모성애 하면 떠오르는 배우다. 영화 ‘세븐 데이즈’, ‘하모니’에서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 줬다. 내년 1월 6일 개봉하는 ‘심장이 뛴다’도 비슷하다. 심장병에 걸린 딸을 홀로 키우는 영어유치원 원장 채윤희를 연기한다. 지난 13일 서울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에서 열린 ‘심장이 뛴다’의 제작보고회에서 김윤진은 “모성애가 최근 출연작들의 공통점이지만 캐릭터는 모두 달랐다. 이번에는 좀 더 평범하고 현실감이 도는 역할”이라면서 “능력이 없어 보이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연기할 때) 조금 답답하기도 했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가슴이 아프고 쉽게 공감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말 끝에 “목소리 톤이나 외모 느낌 때문에 그동안 악역을 못해 봤다. 이젠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연희는 딸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로 나온다.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진 휘도(박해일)도 마찬가지. 연희는 휘도의 어머니가 죽어 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심장을 기증해 달라며 휘도에게 거액을 제시한다. 하지만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휘도는 이를 거부한다. 연희는 위험한 사람들과 손잡고 휘도를 압박한다. 미국에서 인기 드라마 ‘로스트’의 마지막 시즌을 촬영할 때 이메일로 대본을 받았다는 김윤진은 “프린터 인쇄 속도가 더디게 느껴질 만큼 순식간에 읽었다.”면서 “박해일은 이미 1000만 배우이고, 박해일이 선택하는 영화는 왠지 잘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작품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박해일에 대해서는 “후배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배우, 함께하면 믿음직스럽고 무엇인가 배울 수 있는 배우”라면서 “평상시 웃을 때는 착해 보이는데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면 눈빛이 바뀔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치켜세웠다. 박해일은 “‘쉬리’나 ‘세븐 데이즈’에서 보여 줬던 (김윤진의) 스펙트럼 있는 연기를 좋아해 언제고 같이 작품을 했으면 했다.”면서 “장르 차이 때문인지 여자라기보다는 형같이 털털했다. 남녀를 떠나 배우로서 배울 게 많은 선배”라고 화답했다. 김윤진은 “박해일과 같이 나오는 장면이 몇 장면 안 된다. 거의 50대50으로 각자 촬영해서인지 아직 어렵고 어색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해일은 “(‘이끼’ 등) 전작들을 주로 섬이나 시골에서 찍어서 이번엔 서울로 입성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촬영 장소가) 강남 한복판이다 보니 사람 보는 재미가 컸다. 다음 작품도 서울에서 찍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길섶에서] 고향의 맛/최광숙 논설위원

    고향이 강원도라 감자를 좋아한다. ‘감자바위’라고 불려도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쪄서 먹어도, 튀겨 먹어도, 부침개로 먹어도 일품인 게 감자다. 그중 압권은 감자 옹심이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 동그랗게 빚어낸 뒤 멸치 육수에 수제비처럼 띄워 먹는 게 바로 감자 옹심이다. 고향이 아니면 먹기 어렵다 보니 엄마 품처럼 늘 그립다. 그러니 모처럼 고향에 갈 때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감자 옹심이 식당이다. 하지만 이번 고향 방문길에는 어찌어찌하다가 이곳에 들르지 못했다. 오리고기집에서 외가 친척들과 저녁식사를 끝으로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같이 간 먹성 좋은 남동생이 오리고기에 손을 안 대는 것이었다. “왜 안 먹냐.”, “오리고기 안 좋아해.” 결국 우리는 의기투합했다. 식당주인에게 문 닫지 말라는 당부전화까지 하는 극성 끝에 옹심이를 먹을 수 있었다. 잘나가는 실세도 아니면서 우리는 감자 옹심이 때문에 저녁을 두번 먹었다. 사람의 입맛까지에도 깊이 스며드는 게 고향인가 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성남 버스노선 불편 초래 관련 공무원 2명 직위해제

    경기 성남시는 버스 노선 허가를 잘못 내줘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시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시청 공무원 2명을 직위 해제했다고 12일 밝혔다. 시는 버스 노선과 관련해 시민 불편 민원이 접수돼 감사를 한 결과, 부적절한 버스 증차 인가를 내 준 도로교통과 최모(5급) 과장과 서모(6급) 팀장을 직위 해제했다. 시에 따르면 최 과장과 서 팀장은 ㈜대원고속에서 9003번(판교 운중동~서울역) 버스 15대 중 5대를 5520번(용인 신봉~광화문)으로 계통 변경 신청을 하자 교통수요 분석 없이 변경 인가를 내 주었다. 9003번 버스는 차내 평균 혼잡률(버스 정원 대비 승객 비율)이 172%에 달해 오히려 배차 간격을 줄이고 버스 운행 횟수도 늘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구간 버스 5대가 다른 노선으로 빠져나가면서 판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판교 지역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최 과장은 또 시민과 직결된 사업은 시장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한 지시를 어기고 버스 증차 인가를 해주고 나서 사후에 시장에게 보고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오후 10시 25분) 빼곡한 주택가 가운데 자리 잡은 우리나라 최초의 통합 어린이집, ‘곡교 어린이집’. 이곳 아이들은 언제나 친구들의 손을 꼭 잡고 다닌다. 계단을 올라갈 때, 바깥으로 외출할 때 자연스럽게 먼저 손을 내미는 아이들.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단 자신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KBS 스페셜(KBS1 일요일 오후 8시) 세계는 ‘디지털 전환’ 진행 중. 2012년, OECD 30개 국가 중 26개 국가가 디지털 TV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선진국의 공영방송들이 앞다퉈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정보 격차를 최소화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보편적 컨텐츠를 구현하기 위한 공영방송 KBS의 역할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결혼해주세요(KBS2 토요일 오후 7시 55분) 이혼이 소문난 것을 알게 된 종대는 노발대발하고, 순옥은 힘든 태호를 위로한다. 태호는 폭력 사건이 문제가 되어 정직 처분을 받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임은 마치 자신의 성공이 태호를 짓밟고 이룬 것 같아 괴롭기만 하다. 한편 종남과 인표는 술을 마시다 우발적인 사고를 저지르고 마는데…. ●욕망의 불꽃(MBC 일요일 오후 9시 50분) 정숙을 만나고 돌아온 영준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리를 발견한다. 서울로 돌아가서 태진에게 빌자는 말에 영준은 정색을 하고, 애리는 영준이 좋아하는 여자가 누군지 수소문한다. 민재는 이야기 도중 쓰러진 인숙을 병원으로 옮기고, 뇌종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오후 11시 10분) 지난 11월 23일 일어난 연평도 도발은 휴전 이후 처음 일어난 북한의 직접적인 포격 사건이었다. 2명의 군인과 2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불안을 안겨주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막기 위한 우리 군의 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한반도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OBS초대석(OBS 토요일 오전 6시 55분) 경기도 의정부시 안병용 시장을 초대해 의정부시의 최근 중점 현안인 호원 IC 개설 및 경전철 도입, GTX 등 교통관련 문제에 대해 들려준다. 특히 취임 이후 경전철과 관련, 도입에 있어서의 문제점과 향후 계획, 그리고 미군부대 반환 공여지 계획과 교육 정책 등 다양한 정책과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전 국민의 밥숟가락을 손가락 하나로 휘게 만든 마술사 최현우가 더욱 놀라운 ‘초마술’로 두 번째 무대를 갖는다. 맹물 안에서 얼음 조각을 꺼내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눈을 가린 채로 카라의 규리가 마신 음료수의 맛을 알아맞히는 등 신기에 가까운 마술이 이어진다.
  • 경춘선 복선 개통 눈앞 춘천 교육계 희비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을 앞두고 춘천에 있는 대학과 학원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강원대 등 춘천권 대학들은 서울 접근성이 좋아져 서울 학생들의 지원이 증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춘천 시내 학원들은 수도권 학원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0일 강원대·한림대·한림성심대 등 지역 대학들은 2011학년도 입시에서 서울·경기권 수험생들이 대거 몰리면서 전체 경쟁률 상승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강원대 춘천캠퍼스는 올 수시모집 1, 2차 지원자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출신 지원자가 전체 50.2%(6712명)를 차지했다. 역대 최고 경쟁률(9.41대1)을 기록한 한림대는 서울 지역 지원자가 2990명(32%)으로 지난해(1440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경기 지역 지원자 수도 2920명(31%)으로 지난해보다 820명 늘었다. 한림성심대도 서울 지역 지원자 수가 지난해 129명에서 올해는 212명으로 늘어난 것을 비롯, 수도권 지역 출신자가 159명 증가했다. 상승세를 타고 대학들은 수도권 지역 홍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대와 한림대는 각각 남춘천역과 춘천역을 부기역명으로 표기했다. 한림성심대는 열차에 대학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또 서울에서 하숙·자취를 하거나 기숙사에 있던 춘천 출신 학생 가운데 상당 수가 서울 생활을 접고 새 학기부터는 통학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대 한 교수는 “수도권 학생들의 지원이 증가한 것은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서울 통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며 “우수 교수·학생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춘천권 입시학원에는 비상이 걸렸다.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상봉역에서 춘천역까지 급행열차로 63분, 일반열차는 79분가량 소요돼 상대적으로 유명 학원이 몰려 있는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려 학원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춘천 모 여고 윤예지(17)양은 “야간 자율학습이 자율화되면서 벌써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수업이 끝난 뒤 서울로 학원을 다니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겨울방학부터 그룹으로 서울 학원을 다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경기, 서울거주 무형문화재 자격 박탈

    경기, 서울거주 무형문화재 자격 박탈

    경기도는 8일 서울에 거주하며 지원금을 챙긴 경기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의 자격을 박탈했다. 경기도 문화재보호 조례는 도내에 거주하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에게만 지원금을 주도록 돼 있다 도는 이날 경기도무형문화재 2호 부의주(浮蟻酒) 제조 기능보유자인 권모(54)씨의 지위를 해제하기로 하고 관련 공고를 냈다. 경기도무형문화재는 1987년 이후 45종목에 모두 48명이 지정됐고, 무형문화재 해제는 권씨가 처음이다. 도 조사결과 권씨는 2000년 8월 무형문화재 지정 이후 3개월여 만에 거주지를 서울로 옮겼지만 최근까지 10년 동안 매달 30만∼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권씨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10년 전 문을 닫은 화성시 향남면의 옛 부의주 제조장으로 했지만, 현지실사를 하지 않은 탓에 기능보유자 자격을 유지하며 지원금을 챙길 수 있었다. 도 관계자는 “무형문화재가 도내 각지에 흩어져 있어 시·군을 통해 관리했으나 여건상 실제 주거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는 권씨가 매년 공식행사에서 부의주 제조 시연을 한 점을 감안해 그동안 지급된 지원금을 환수하지는 않기로 했다. 경기도 문화재보호 조례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매년 1차례 이상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해 무형문화재 기능을 공개하도록 돼 있고, 권씨는 매년 1∼2차례 지역축제 등에서 부의주 제조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30일간의 공고기간을 거쳐 도문화재위원회 최종심의에서 권씨의 자격박탈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예비심의에서 도문화재위원들은 권씨의 지위 해제에 만장일치 의견을 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영통~서울역 광역급행버스 13일 개통… 70~80분 소요

    경기 수원 영통과 서울역을 논스톱으로 운행하는 광역급행버스가 오는 13일 개통된다. 7일 수원시와 민주당 김진표 의원에 따르면 광역급행버스의 노선번호는 M5107번으로 경기고속 소속 버스 26대가 7~10분 간격으로 하루 120회 운행하며 영통 경희대 기점에서 서울역 종점까지는 70~80분이 소요된다. 수원서 첫차는 새벽 5시, 막차는 밤 10시 50분이고 서울서는 첫차 오전 6시 10분, 막차 밤 12시다. 광역급행버스는 수원에서 경희대 입구를 출발, 살구골동아~청명주공~황골벽산아파트 단지 등 3곳을 들러 서울로 직행한 뒤 중앙시네마~을지로입구~삼성프라자를 거쳐 서울역에서 하차한다. 또 서울에서는 삼성프라자를 출발, 서울역환승센타~명동국민은행~중앙시네마를 거쳐 수원으로 직행, 황골주공~청명동신~극동, 풍림아파트를 들러 경희대 입구에서 하차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프로축구] FC서울, 제주 꺾고 10년만에 우승 찬가

    [프로축구] FC서울, 제주 꺾고 10년만에 우승 찬가

    ●수비수 아디 헤딩 역전골 상암벌이 온통 빨간 물결로 뒤덮였다. 국가대표 A매치가 아니다. 프로축구 FC서울이다. 경기장을 뜨겁게 달군 열광적인 팬들 앞에서 FC서울이 마침내 가슴에 별을 달았다. 전신인 안양 LG 시절 우승(2000년) 이후 꼭 10년 만에 오른 정상. 2004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고, 서울이란 이름을 단 뒤 최초의 우승이다. 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아디의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0-2로 뒤지다 종료 직전 짜릿한 무승부(2-2)를 만들었던 서울은 1·2차전 합계 4-3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싹쓸이한 완벽한 챔피언이다. 서울은 매번 정상권을 맴돌았지만 트로피는 멀기만 했다. 2006년 컵대회 우승 외엔 변변히 내세울 게 없었다. 그러나 넬로 빙가다 감독이 부임한 올해 포스코컵에 이어 K-리그까지 품으며 ‘더블’을 달성, 명문구단으로 입지를 굳혔다. 부임한 해 우승한 감독은 1991년 비츠케이(대우) 이후 처음이자 K-리그 27년 역사상 다섯 번째다. 빙가다 감독은 “선수단을 처음 봤을 때부터 우승하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믿음을 현실로 만들어 준 선수단이 고맙다. 오늘은 정상에 선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고 웃었다. ●감독 부임 첫해 우승…빙가다 시대로 양 감독의 이름을 따 ‘박빙매치’(박경훈-빙가다)로 불린 챔프전은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전반 25분 제주 산토스가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열었고, 3분 뒤 정조국이 페널티킥으로 균형을 맞췄다. 전반은 1-1. 승부를 가른 건 수비수 아디였다. 후반 27분 제파로프의 코너킥을 머리로 꽂아넣었다. 그게 결승골이 됐다. 서울은 막판 제주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홈 18연승으로 K-리그 홈 최다연승 타이기록을 세운 것은 덤이었다. 떠나는 사람은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효진과 김치우는 우승컵에 입맞추고 상무에 입대한다. 안익수 수석코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부산 지휘봉을 잡는다. 반면 1989년 유공 이후 21년 만의 정상을 두드렸던 제주의 도전은 실패했다. 지난해 14위에서 올해 리그 2위로 급상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경기장에는 5만 6759명의 팬들이 찾아 K-리그의 즐거움에 흠뻑 취했다. FC서울은 올해 정규리그에 평균 3만 849명이 입장, 프로스포츠 사상 첫 3만 관중시대를 열어젖혔다. 누적관중은 무려 54만 6397명. 축구 대신 ‘FC대한민국’만 있던 한국에 의미 있게 기록될 2010년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트랙터로 전국순례… 180일 여정 생생히

    트랙터로 전국순례… 180일 여정 생생히

    농기계인 트랙터를 타고 6개월 동안 전국을 순례했던 20대 청년이 자신의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경남 하동에 사는 강기태(28)씨는 25일 ‘180일간의 트랙터 다이어리’라는 제목의 여행 에세이를 발간했다. 강씨는 이 책에 2008년 9월 18일부터 다음해 3월 18일까지 최고 시속 30㎞인 트랙터를 타고 하동을 출발해 전국을 돌아 다시 하동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한국교원대를 졸업한 강씨는 “시름에 빠진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트랙터 순례에 나서 진주와 부산을 거쳐 동해를 따라 설악산까지 갔다 서울로 이동한 뒤 서해를 따라 해남 땅끝마을을 지나 하동으로 돌아왔다. 트랙터로 순례한 전체 거리는 4500㎞에 이른다. 그는 트랙터 여행의 열정·도전·자유,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그들의 삶, 함께하는 세상, 함께하는 기쁨 등을 3장 383쪽으로 엮었다. 강씨는 “주위의 부정적 시선에 자신의 꿈을 꺾거나 신념을 접는 사람들에게, 창의와 모험적인 열정을 갖고 도전을 계속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고 ‘꿈을 향한 길’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세대공감] 기억하십니까? 86아시안게임의 추억

    [세대공감] 기억하십니까? 86아시안게임의 추억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관심을 끌고 있는 수영의 박태환·정다래, 리듬체조의 손연재 선수 등의 금빛 낭보에 젊은이들은 TV 중계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시안게임 결과를 실시간으로 접한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즐겼던 어른들의 감회도 새롭다. 그들에게 아시안게임은 88올림픽과 더불어 80년대 중후반을 축제 분위기로 달구었던 유쾌한 흥분제였다. 서울아시안게임 개막식 매스게임에 직접 참가한 당시 여고생들은 매일 저녁 TV 앞에 앉아 ‘오늘의 아시안게임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한다. 예나 지금이나 온 국민을 흥분시키는 아시안게임,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아시안게임에 얽힌 추억을 들어보자. ■ 응원 서울 아현동에 사는 김형수(53)씨는 최근 아시안게임을 중계 방송을 볼 때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떠올린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경기마다 금메달을 따내는 ‘금 사냥’이 24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시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93개, 은메달 55개, 동메달 76개로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2일 현재 61개의 금메달을 딴 우리나라는 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부동의 2위를 지키고 있다. 김씨는 “86년 아시안게임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가장 큰 스포츠 대회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났다.”면서 “나와 내 아내처럼 평소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다 한마음으로 우리나라를 응원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또 “동네 어귀 슈퍼마켓에 있던 작은 컬러 TV 앞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서서 함께 경기를 보던 기억이 난다.”면서 “아마 그때가 지금의 월드컵 거리 응원처럼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하는 응원의 시초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김씨에게 1986년 아시안게임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다. 김씨가 끔찍이 아끼는 외동딸 김현아(24·여)씨가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기간 중 태어났기 때문. 김씨는 “86년생인 내 딸의 생일이 9월 27일이다. 아시안게임이 개막하고 나서 정확히 일주일 후에 딸이 태어났다.”면서 “만삭인 아내와 함께 방에 있던 작은 흑백 TV로 게임을 보던 기억이 남아 있다.”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대형 전자제품 가게를 운영하는 박석구(58)씨는 얼마 전 장농 속에 보관해오던 앨범을 꺼냈다가 반가운 물건을 발견했다. 박씨는 고등학교 2학년부터 20대 중반까지 꾸준히 우표 수집을 해 왔는데, 그 앨범을 뒤적이던 중 86년 아시안게임의 사이클 입장권을 찾아낸 것. 박씨는 24살이던 해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당시 16살이던 막둥이 동생을 데리고 직접 관전하러 갔었다. 서울 아현동 집에서 잠실 올림픽경기장까지 동생과 함께 버스를 두세번 갈아타고 간 기억이 난다고 했다. ■ 열기 많은 경기 중에서 사이클 경기 티켓을 구입한 것은 동생과 본인이 모두 자전거 타기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다. 물론 동네에서 타는 자전거와 사이클은 완전히 격이 다르지만 동생과 함께 보기에는 둘 다 즐길 줄 아는 자전거가 좋다고 생각했다. 박씨와 동생은 동네의 자전거포에서 일정 금액과 신분증 따위를 맡겨두고 자전거를 빌려서 타곤 했다. 경기는 1986년 9월 23일 오후 7시 올림픽경기장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렸다. 입장권을 다시 보고 나니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박씨는 “솔직히 말해 당시 경기에서 어떤 선수가 나왔고 어떤 나라가 금메달을 땄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면서 “지금 기억나는 것은 그리 넓지 않은 관중석에 사람들이 앉아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응원을 하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나와 동생은 사이클 경기를 보러 갔다기보다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하면서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이클에서만 금메달을 4개 땄다고 하는데, 사이클이 어느새 우리나라 효자 종목이 됐다니 괜스레 내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적의 심장을 쏜다는 각오로 했더니 백발백중이 됐다.” 한 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따, 살아 있는 사격의 신화로 불린 북한 서길산 선수는 1982년 제9회 뉴델리 아시안게임 권총대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 ■ 대결 서길산 선수는 개인전에서 금 4개, 단체전에서 금 3개를 획득해 7관왕으로 대회 최다 금메달 수상자로 기록됐다. 아시안게임 7관왕은 단일 대회 최다 관왕으로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신화로 기록돼 있다. 7개의 금메달을 휩쓴 대단한 실력도 우리 국민들을 놀라게 했지만, 당시의 관심은 정작 다른 곳에 집중됐다. 1970~80년대 초반까지는 남북 대결이 극에 다다랐을 시기였기 때문에 우리 대표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북한 선수를 이긴다는 것은 단순히 메달 하나를 추가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우리 국민에게 북한과의 군사 대결에서도 앞설 수 있다는 안도감을 안겨 줄 수 있는 귀한 선물이었던 것이다. 북한 선수와 경기에서 맞붙어 지는 것은 그 반대 의미였다. 이런 가운데 서길산 선수의 사격 7관왕 소식과 섬뜩한 다관왕 소감을 말하는 기자회견은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만했다. 서울 월계동에 사는 김진수(45)씨도 고등학교 2학년 때 봤던 서길산의 적개심에 이글거리던 눈매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 학생들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정말 무서웠다. 순진한 마음에 서길산이 겨누는 총부리가 우리를 향해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돌이켰다. 반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북 대결의 구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젊은이들은 오히려 북한 선수들의 출전 종목이 중계되면 북한을 제 팀인 양 응원하는 등 스포츠를 통해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감을 찾았다. 경기 일산에 사는 고등학생 문우민(17)군은 “22일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이 결승전에서 일본과 맞붙었을 때 나도 모르게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게 되더라.”면서 “안타깝게 일본에 1대0으로 졌을 때 북한 여자 선수들이 굉장히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문군은 “이번에 경기에 대한 기사를 보니 북한 여자축구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부터 2회 연속 금메달을 땄던데 이번에도 땄으면 좋았을걸”이라고 아쉬워했다. 대학생 안희민(25·여)씨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는 북한에서 선수단뿐만 아니라 일명 ‘미녀 응원단’이 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기억이 있다.”면서 “당시 북한 응원단의 응원 모습이 굉장히 이색적이고 재밌어서 그런지 북한 선수들의 경기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더라.”고 돌이켰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조소영(29·여)씨도 아시안게임에 대한 즐거운 추억이 있다. 조씨는 대학교 2학년이던 2002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경기가 열렸던 9월 29일부터 10월 14일까지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학교 수업도 빠져가며 매달렸다. 부산 벡스코에서 하루 종일 문서를 복사하기도 하고 외국인들에게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대회에 대해 설명해주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아시안게임 엠블럼이 박힌 자원봉사자 비표를 목에 걸 때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조씨는 “자원봉사에 열중하느라 집에서 TV로 중계를 볼 때보다 오히려 경기는 제대로 챙겨볼 수 없었다.”면서도 “같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던 친구들이랑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아시안게임은 나에게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큰 추억을 선물한 것이다.”고 말했다. ■ 참여 주부 최희숙(42·여)씨와 아시안게임의 인연은 85년 가을부터 시작됐다. 최씨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85년 가을, 체육부장 선생님은 1학년 학생들 전체를 운동장에 집합시키더니 중대 발표를 하셨다. “우리학교 1학년 학생들이 86아시안게임 개막식날 매스게임에 참가하게 됐다. 특별한 이유 없이는 단 한사람도 빠질 수 없다.”는 통보였다. 개막식인 86년 9월 20일까지는 머리도 자르지 말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최씨와 친구들은 처음에 거세게 반항했다. ‘머리를 내 맘대로 하지도 못하고, 수업 끝난 뒤에도 남아도 연습하는 것이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1년 동안 매스게임 연습을 하면 대학은 언제가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 매스게임에서 빠져나갈 도리는 없었다. 그날부터 서울여고 1학년 학생들은 체육시간이면 매스게임 기본 동작을 익히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만나 동작을 맞춰보는 등 개막식 준비에 매달렸다. 수업 시간은 물론 방과 후까지 예비군 수송 차량에 실려 이 학교 저 학교 운동장을 전전하며 연습했다. 2학년에 올라가서는 아예 오후에 공설 운동장에 모여 매스게임을 연습하는 것으로 수업을 대체했다. 아시안게임이 개막하는 1986년 9월이 되자 최씨와 친구들은 등교하자마자 효창공원으로 직행, 간식으로 나눠주는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하루 종일 연습했다. 개막식 하루 전날 리허설까지 완벽히 마치자 장장 일년 동안 이어졌던 매스게임 연습이 모두 끝났다. 드디어 대망의 1986년 9월 20일, 아시안게임 개막식날 최씨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정작 개막식 당일엔 보슬비가 내려서 얇은 옷이 다 젖고,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등 리허설 때보다 훨씬 못했다. 동작을 잊어버리고 틀려서 우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당시에는 연습이 너무 힘들어서 불평도 많이 했지만 막상 개막식이 끝나고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니 나와 친구들이 나라에 큰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반추했다. 윤샘이나·김양진기자 sam@seoul.co.kr
  • 1주일 200만원… 불안심리 파고든 고액논술

    전북 전주의 유명 사립고 3학년생 구모(18)양은 수능시험을 마치자마자 어머니와 함께 서울 대치동으로 올라왔다. 한달 전 미리 신청해둔 논술학원의 특강을 듣기 위해서다. 27일 논술시험이 예정된 고려대 수시 2차에 지원한 구양은 26일까지 8일 동안 하루 6시간씩 강의, 쓰기, 첨삭으로 구성된 수업을 듣는다. 잠은 학원에서 소개해준 오피스텔에서 잔다. 한번 강의에 14만원씩 모두 112만원이 든다. 숙식비까지 합치면 일주일에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구양은 “서울까지 와서 논술 강의를 듣는 게 부담이 되지만 대학만 붙는다면 괜찮다.”면서 “이번 수능이 예상보다 까다로웠던 탓에 수험생 대부분이 점수가 낮게 나올 것으로 보여 논술이 당락을 가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이 대거 논술 특강 및 과외로 몰리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유명 학원과 강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서울로 원정을 오는 지방 수험생들도 줄을 잇고 있다. 어려웠던 수능으로 예상보다 낮은 점수에 불안감을 느낀 수험생들이 논술에 주력하고 있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고액 논술 학원들의 상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1일 학원가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 등의 학원가 논술전문학원들은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 ‘대학별 맞춤 논술 강의’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러 대학을 지망하게 되는 수험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2~3개씩 논술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한 수험생이 대치동 S학원에서 ‘서강대 집중반 특강’을, M학원에서 ‘서울대 특기자반’과 ‘고려대 수시 논리논술반’ 등을 수강하는 식이다. 고3 수험생 김모군은 “친구들 대부분이 각 대학별 고사의 특성에 맞춘 소수정예 강의를 2~3개씩 연이어 수강하며 논술 대비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도곡동에 사는 학부모 홍모(51·여)씨는 “수험생 대부분은 수시를 여러 개 동시에 지원하기 때문에 시기에 맞춰 학원에서 개설된 강의를 2개 이상 수강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정시까지 포함해 2~3개 논술강의를 듣다 보면 수강료가 대학교의 한 학기 등록금 이상이 된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입시학원들은 100명 넘게 수강하는 대형 논술 특강을 잇따라 개설했으며, 현재 대부분의 강의가 정원을 넘겨 마감된 상태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파고든 불법 고액·심야 논술 과외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오피스텔을 빌려 10시 이후까지 수업을 하는 합숙형 과외, 일주일에 대학별 200만원 정액제로 운영하는 고액 논술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고액·심야 불법 강의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대치동 등의 중·대형 규모 18~25개 논술학원이 주요 단속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부동산플러스]

    인천 계양 센트레빌 715가구 분양 동부건설은 오는 26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인천 귤현동 ‘계양 센트레빌’(조감도) 1차 715가구 분양에 나선다. 3개 단지로 지하 2층~지상 15층 26개동 1425가구로 구성된다. 1차 물량은 84.92㎡ 221가구, 84.98㎡ 145가구, 84.96㎡ 174가구, 101.86㎡ 87가구, 121.67㎡ 58가구, 121.15㎡ 30가구 등 총 715가구다. 단지에 5600㎡ 규모의 복합문화센터인 센트웰이 조성된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1등급 예비인증을 획득했다. 1577-1860. 용인 성복 아이파크 351가구 공급 현대산업개발은 오는 26일 경기 용인시 성복동에서 ‘용인 성복 아이파크’(조감도)를 분양한다. 성복 아이파크는 지하 2층~지상 20층, 공급면적 기준 114~156㎡로 7개동 351가구로 구성됐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1300만원대. 지난해 7월 개통된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 서수지IC와 바로 연결돼 있어 고속도로를 이용한 서울 강남 접근이 가능하다. 또 단지 안에 중앙광장, 자연형 연못 등을 조성해 녹지공간을 전체 면적의 40%로 높일 계획이다. (031)264-4005. 화성 조암 한라비발디 모델하우스 오픈 한라건설은 경기 화성시 조암리의 ‘화성 조암 한라비발디’(조감도) 모델하우스를 오는 25일 열고 분양에 나선다. 지하 1층~지상 18층, 11개동 규모, 635가구로 구성된다. 전용면적 59㎡ 59가구, 84㎡ 513가구, 125㎡ 63가구 등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발안IC와 인접해 서울로 이동이 편리하다. 주변에 39번·77번·88번 국도를 이용하면 인근 지역으로 이동도 용이하다. 2012년 12월 입주 예정. (031)351-5050.
  • [외규장각 반환 VS 반란] “韓 동등한 수준 문화재 내놔라”

    지난 18일(현지시간) 일간 라 리베라시옹 기고를 통해 공식화된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사서들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반대 입장은 프랑스 정부는 물론 한국 측에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들은 지난 1993년 고속철도 도입 과정에서 구두 약속한 양국의 반환 합의를 20년 가까이 지연시킨 장본인들이다. 프랑스 내 여론이 이들의 입장에 지지를 보낼 경우 실제 도서 반환이 상당 기간 늦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일정이나 협약서 작성 등 실제 반환 절차를 진행하면서 BNF와 사서들이 의도적인 방해에 나설 경우 현실적인 해결책도 마땅치 않다. 프랑스 내부에서는 양국 정상의 이번 합의에 대해 “절차를 무시했던 지난 1993년 합의가 재연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라 리베라시옹은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 익숙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출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외교장관과 문화장관을 불러 반환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는 평소 습관대로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BNF 사서들은 반환 방식과 명분 모두를 문제 삼고 있다. BNF 측은 외규장각 도서가 반환이나 임대되기 위해서는 한국 측에서 동등한 수준의 문화재를 제공하는 등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프랑스 문화계는 이집트의 문화재 반환 요구를 묵살해 오다 지난해 12월 ‘이집트에서 프랑스 연구단의 지속적인 발굴 허가’를 조건으로 일부 문화재의 반환을 결정한 바 있다. 사서들은 이번 사례가 향후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프랑스가 약탈해 온 다른 문화재에 대한 반환요구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문에 “이번 합의는 유일한 특성을 지니며 어떤 경우에도 선례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사서들은 이 문구가 오히려 앞으로 다른 국가들에 문화재를 반환해야 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檢, 강기정·최규식 의원실 직원 전격 체포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는 16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의혹이 있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 지역구 사무실 사무국장과 최규식 의원 회계책임자·전 보좌관 등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해 조사했다. 검찰은 참고인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있는 같은 당 유선호·조경태·최인기 의원실 관계자에 대해서도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청목회 수사를 시작한 뒤 정치권을 상대로 한 첫 강제수사다. 검찰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만 타깃으로 한 게 아니다.”면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 관계자들은 이미 다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후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김진열 사무국장을 체포했다. 김씨는 오후 6시 50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강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관에 의해 체포돼 서울로 압송됐다. 김씨는 청목회로부터 거액의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강 의원의 회계책임자다. 검찰은 또 최규식 의원의 전 보좌관 박모씨와 회계담당 여직원도 체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청목회 후원금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 밤샘조사를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의혹을 제기했던 강 의원은 지난해 말 청목회로부터 청원경찰법 입법에 힘써 주는 대가 등으로 후원금 1000여만원을 소액 후원금 형태로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청원경찰법 일부 개정법률안’ 개정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었던 강 의원은 지난해 4월 다른 의원 38명과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강 의원은 지난 8월 28일 광주 북구 문화예술회관에서 광주청목회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등 청목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최 의원은 청목회로부터 가장 많은 5000여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후원금 중 일부를 현금으로 받았으며, 돈을 쪼개 입금하도록 하는 등 대가성과 관련해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사절차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해당 의원들의 소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청원경찰법 개정 대가로 여야 국회의원 38명에게 3억 830만원의 후원금을 낸 혐의(정치자금법)로 청목회 회장 최윤식(56)씨 등 간부 3명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평범한 사람들의 性, 과연 평범할까요?”

    “평범한 사람들의 性, 과연 평범할까요?”

    이런 상상을 해 보자. 출근시간, 사람들로 가득한 전철역 플랫폼에서 한 사람이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난 요즘 페티시(특정 물체에 대한 성 도착증)에 빠져 있어. 혹시 남는 스타킹 있으면 좀 빌려 줄래?” 이를 엿들은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속닥거릴까. 분명 이럴 것이다. “변태 아냐?” #인터뷰를 왜 했느냐면 우리 일상의 중요한 일부분인 성(性). 부부 간의 성관계를 제외한 다른 방식의 성애는 변태적 행위로 치부되고 돌을 던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이런 식의 변태성, 굳이 문제될 게 있을까. 남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스타킹을 좋아하면 어떻고 사디스트(가학 성애자)면 어떤가. 18일 개봉하는 영화 ‘페스티발’의 사유 실험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영화에 나오는 경찰관, 학원 강사, 철물점 주인, 엄마, 여고생, 어묵 장수는 모두 평범한 이웃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이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는, 이른바 변태다. 평범한 우리네 이웃도, 아니, 당신 자신도 변태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서 최근 서울 합정동의 한 영화배급사 사무실에서 ‘페스티발’을 만든 이해영 감독과 마주했다. ‘올바른 성 문화 정착을 위한 대담’일 수도 있고, 마냥 유쾌한 ‘19금(禁) 토크’일 수도 있다. ‘음담패설’이라 공격해도 좋다. #‘페스티발’을 왜 만들었느냐면 영화사 아침의 고(故) 정승혜 대표 이야기로 말문을 여는 이 감독. 원래 영화 제목은 ‘24시간 섹스피플’이었단다. 성을 즐기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생전의 정 대표가 “제목에 축제 성격이 담겼으면 좋겠는데.”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페티시’와 영화에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신체 부위인 ‘발’의 합성어란 해석도 돌았다. 이 감독은 그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 제목이 붙으면서 정서적으로 정리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 간의 일종의 공통점이랄까. 이들은 축제를 즐기고 있었던 거였죠.” 영화는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상망측한 변태담이지만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임을 강조하기 위한 역설이다. 이 감독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화’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70~80%가 진짜 이야기예요. 때리거나 맞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 성욕(사디즘+마조히즘)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고 경미하더라도 특정 소품에 성적 집착을 보이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우리 주변에 이런 일들 정말 많아요. 단지 시선 때문에 감추고 싶을 뿐이죠. 어쩌면 이게 평범한 거죠.” #“여성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영화는 구석구석 ‘평범’이란 가정을 깔아둔다. 영화에 나오는 이들의 직업부터가 그렇다. 가열차지 않은, 평범하고 한가한 사람들이었으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 동네도 전형적인 한국의 모습인 서울로 정했다. 이 가운데서도 마포구를 정한 것 역시 영화의 이런 주제 의식과 맞닿아 있다. “마포구는 특별한 랜드마크가 없잖아요. 그냥 마포라고 말하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부자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특색을 찾기 어려운 그런 전형적인 서울 동네요.” 배우들의 이미지도 신경 썼다. 우악스럽거나 마초적이어선 안 됐다. 그래서 모범적인 이미지의 신하균을 생각하고 무릎을 쳤다. 신하균은 영화에서 주인공인 경찰관 장배 역할을 맡았다. “무척 터무니없는 캐릭터죠. 자신의 ‘물건’ 사이즈에 집착하는 마초. 하지만 여성 관객들에게 비호감인 이미지로 보이면 안 됐습니다. 평범해야 하니까요. 설령 비호감 이미지를 갖더라도 배우의 고운 결로 인해 영화가 끝나면 호감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배우, 딱 신하균이더군요. 만일 마초 이미지의 배우가 그랬다면 여자 관객들이 무서워했을 거예요. 여성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알리자. 그러고 나서 평가받자” 이 감독은 여성 관객의 눈치를 꽤 많이 살폈다. 스스로도 말한다. ‘친(親) 여성적인 영화’로 비춰졌으면 좋겠다고.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상당수의 섹시 코미디 영화는 여성의 성을 착취하거나 외모를 비하하며 웃음 코드를 유발해 낸다. ‘페스티발’ 역시 섹시 코미디 장르지만 이런 영화와는 선을 긋는다. “영화란 감독의 공식적인 발언대죠. 저는 그 발언대에서 이야기를 했을 때 관객들로부터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얘길 듣고 싶어요. 물론 제가 남자감독인지라 한계는 있겠죠. 친여성적이진 못하더라도 반(反) 여성적이란 평가는 피하고 싶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자기 만족일 수도 있지만 요즘 영화를 보면 너무 우악스럽게 여자들을 착취하는 게 안타깝더군요.” 하지만 반문했다. 영화가 너무 야한 쪽만 부각되는데, 기존 섹시 코미디 영화와 다를 게 뭐냐고. “일단 관객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네티즌들이 그래요. 이해영 드디어 미쳤다고. 돈에 환장해서 야한 영화 만들었다고. 걱정이 좀 되긴 해요. 하지만 ‘미스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이 그러더군요. 일단 회자가 되고 나서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요. ‘미스 홍당무’도 처음엔 단순 로맨스 영화로 홍보돼 꽤 많은 관객들한테 욕을 먹었다네요. 그런데 평단의 호응을 받으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답니다. ‘일단 알려라. 그러고 나서 평가받아라’ 이렇게 생각하며 맘 편히 가지려고 합니다.” 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사람의 몸과 꽃·나무·자연이 서로 엉기며… ‘나’의 숲은 희망을 꿈꾼다

    사람의 몸과 꽃·나무·자연이 서로 엉기며… ‘나’의 숲은 희망을 꿈꾼다

    소설가 박완서가 ‘인정머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이 냉정한 단문이 날이 선 얼음조각처럼 내 살갗을 저미는 것 같았다.’라고 평했던 김훈(52)의 문장이 신작 ‘내 젊은 날의 숲’(문학동네 펴냄)에서는 훨씬 누그러진 느낌이다. 주인공인 화자가 1인칭 여성이어서일까.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미혼인 ‘나’(조연주)의 아버지는 교도소에 있다. 하위직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그 작은 직권으로 성병에 걸린 접객업소 여종업원을 협박하거나 검진증을 팔아먹는다. 단속정보를 미리 빼돌려 영업정지 처분을 막아주거나 풀어주면서 벌어온 돈으로 미술대학 디자인과에 합격해 서울에 올라온 연주에게 방 두칸짜리 아파트를 구해준다. 4년간에 걸친 등록금, 미술 재료비, 용돈 그리고 첫 직장에 취직했을 때 출퇴근용으로 쓰라고 소형 자동차도 마련해준다. 6급 지방 공무원인 아버지가 뇌물죄로 구속 수감되면서 더 이상 이 세상과 부딪치거나 비비적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연주는 편안해한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회사를 사직한 연주는 계약직 공무원 공채 선발과정을 거쳐 최북단 민간인 통제선 안 국립 수목원의 세밀화가로 채용된다. 민통선 검문소에서 연주는 김민수 중위를 처음 만난다. 연주가 수목원에서 패랭이꽃, 목련, 작약꽃, 서어나무, 겨울눈 등의 세밀화를 수채화로 그리는 동안 아버지는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일곱달 만에 뇌일혈 발작으로 세상을 뜬다. 김 중위의 부탁으로 정전 50주년 기념 전사자 유해발굴단이 찾아낸 뼈 그림도 그린다. 수목원의 예산 부족으로 재계약이 되지 않은 연주는 서울로 돌아온다. 연주의 핸드백에는 제대하고 건설회사에 취직한 김 중위의 명함 한장만이 들어 있다. 김훈은 작가의 말에서 “돌이켜보니, 나는 단 한번도 ‘사랑’이나 ‘희망’ 같은 단어들을 써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내 젊은 날의 숲’에서도 김 중위는 연주에게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는 고백조차 없이 자신의 개인사를 술술 말한 뒤 뼛조각 이야기를 하고 명함을 건넨다. 주인공이 수목원에서 일하는 화가인 만큼 소설에는 사람의 몸과 꽃,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 서로 엉기어 드는 풍경이 잘 그려져 있다. 하지만 미술학원 원장의 자살이나 공무원의 비리 구조, 연주 아버지의 병세, 유해발굴단의 작업을 묘사할 때는 잠시 소설 주인공이 화가에서 사회부 기자로 바뀐 듯한 착각이 든다. 6·25전쟁에 참전한 병사의 편지와 삐라의 내용은 자세하게 인용한 출처를 밝혀놓았다. 최근 작가들이 소설에 다른 책이나 기사의 내용을 인용했다가 표절로 곤욕을 치른 사례가 있어 무심하게 보아 넘겨지지 않는 대목이다. 단편 ‘언니의 폐경’을 제외하면 여성 주인공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일이 흔치 않은 김훈의 소설 ‘내 젊은 날의 숲’은 “여생의 시간들이, 사랑과 희망이 말하여지는 날들이기를 나는 갈구한다.”라는 작가의 희망이 담겨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G20 시작날 코스피 폭락

    11일 세계의 이목이 지구촌 최고의 경제협의체인 G20 정상회의 개최지 서울로 집중됐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기록적인 폭락세를 나타냈다. 2000선에 접근하던 코스피지수는 1910선대로 추락했다. G20 회의가 끝난 뒤 원화 약세를 예상한 외국인들이 옵션 만기일을 맞아 시장 종료를 불과 몇분 앞두고 집중적으로 프로그램 매물을 대거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53.12포인트(2.70%) 떨어진 1914.73으로 마감됐다. 외국인이 1조 3389억원어치의 매물을 내놓아 외국인 매매 집계 개시 이후 가장 큰 순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순매도 금액(9319억원)과 차익 프로그램 순매도 금액(1조 8041억원) 역시 사상 최대였다. 매물 폭탄은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나왔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부 헤지펀드가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장 막판 1조 6000억원에 이르는 프로그램 매도 주문을 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도가 단일 창구에서 쏟아진 것으로 보아 G20 회의 이후 원화 강세 기조가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간 쌓아 뒀던 대규모 매수차익잔액을 일시에 청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익률을 확정시키기 위해 주식을 팔고 나간 것이거나 G20 회의가 끝나면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규제가 순차적으로 나올 것에 미리 대응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이벤트를 일부 투자자의 차익 실현 차원으로 평가하며 지수는 곧 복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앞으로도 환차익을 노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지수가 장 막판 10분간 동시호가 시간대에 급락하면서 지수 하락 시 수익을 내는 풋옵션 상품은 최대 499배의 초대형 대박이 터졌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10분 만에 499억원을 거둬들일 수 있었던 셈이었다. 반대로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쪽박 신세로 전락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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