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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속에 풍덩!… 내일까지 서울북페스티벌

    책속에 풍덩!… 내일까지 서울북페스티벌

    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북페스티벌에서 어린이들이 책으로 도미노를 하고 있다. 행사에서는 문예콘서트, 공연, 동화구연대회 등이 열리며 서울도서관 등에서 9일까지 계속된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개관 1주년 서울도서관 방문객 220만명 ‘대박’

    옛 시청사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10월 26일 개관한 서울도서관이 1년 동안 방문 연인원 220만명과 회원가입 5만 7100명을 기록했다고 서울시가 28일 밝혔다. 하루 평균 방문객 7640명, 회원가입 160여명이다. 30대 회원이 27%, 40대가 23.9%, 20대가 23.8%다. 90세 이상도 8명이나 됐다. 대출 건수는 모두 38만 8074건, 하루 평균 1350여건이다. 문학류가 33.8%, 예술 16.4%, 사회과학이 14.0%였다. 가장 많이 대출된 자료는 ‘지하철로 떠나는 서울&근교여행’으로 101회다. DVD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이 98회 대출됐다. 아동도서 중에는 ‘명탐정 과학 수사 파일’이 가장 많이 손을 탔다. 기증받은 도서는 1만 9579권이다. 한상진·심영희 교수 부부가 1만 919권을 내놨다. 앙골라, 이집트, 세르비아 등 53개국 대사관과 문화원에서도 5000여권의 자료를 보탰다. 히브리어, 바스크어, 말레이어 등 비주류 언어 자료와 한정 발행 도서도 있었다. 이용훈 도서관장은 “자치구 도서관과의 협력체계를 촘촘하게 만들어 도서관 서비스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지금, 괜찮으시죠

    지금, 괜찮으시죠

    8일 중구 태평로 서울도서관 정문 외벽 ‘꿈새김판’에 걸린 서울시 선정 가을편 문장 ‘괜찮아, 바람이 싸늘해도 사랑 따스하니’가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학교폭력·층간소음도 만화로 읽으면 머리에 쏙쏙

    학교폭력·층간소음도 만화로 읽으면 머리에 쏙쏙

    수학, 영어, 한자 등 교과목 학습만화 위주의 교육만화 시장에 이색적인 교육만화들이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인성을 기르는 만화, 층간소음에 대해 알려주는 만화가 출간됐고, 만화를 매개로 창의력을 키우는 만화교육도 한창이다. 어린이책 전문출판사 비룡소는 최근 ‘마인드스쿨’ 1, 2권을 출간했다고 7일 밝혔다. 다소 진지하고 교훈적으로 느껴지는 인성교육을 만화로 엮은 책이다. 1권은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소심한 주인공 솔이가 예쁘고 인기 있는 세라와 짝궁이 되면서 겪는 일을 그렸다. 2권은 반에서 가장 힘센 강한이와 약한 대기가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했다. ‘내성적 성격’과 ‘학교폭력’ 등 다루기 쉽지 않은 내용을 만화로 잘 녹여냈다는 평가로 총 10권으로 계속 출간된다. 기획단계부터 연세대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가 참여해 만화의 수준을 높였다. 천 교수는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을 상담하며 인성 교육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바른 인성을 기를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만화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층간소음 문제를 다룬 만화도 나왔다.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실은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이웃 간 층간소음 분쟁을 해소하고자 만화 교재 ‘층간소음 걱정 그만’을 발간했다. 층간소음 발생 원인의 70.4%가 아이들 발걸음이나 뛰는 소리라는 점을 감안해 초등학교 저학년 및 유치원생 등을 대상으로 만들었다. 교재는 서울시 각 교육지원청을 통해 서울시내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에 배부할 예정이다. 조만간 서울도서관 서울자료실에서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고, 서울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전자원문으로도 볼 수 있다. 쉽고 친근한 만화를 매개로 창의력을 기르는 수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만화박물관은 지난달 7일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만화나눔 교육프로그램 ‘신짜오! 다문화애니극장 2기’와 ‘만화보물섬 카툰캠퍼스 3기’를 하고 있다. 만화 체험형 수업을 비롯해 태블릿 PC를 활용한 다양한 창작활동, 만화멘토특강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오브제만화그리기, 포토퍼핏(사진으로 만든 꼭두인형)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 등을 진행한다. 대학도 나섰다.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역사박물관은 인근 문화소외계층 초등학교 4~6학년 25명을 대상으로 ‘청강에서 만나는 만화체험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달 5일부터 26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툰토이’ 창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기본형 피규어인 ‘툰토이’에 색을 칠하거나 다양한 소재를 더해 나만의 장난감을 만들 수 있다. 청강문화산업대는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캐릭터를 입체 플랫폼 토이에 표현함으로써 창의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학습만화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만화를 읽고 난 후 독후 활동 등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청강문화산업대 교육센터장 박인하 교수는 “학습만화를 읽은 후에 무엇을 배웠고, 또 무엇을 느꼈는지, 더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글로 정리하고 4컷 만화 등으로 그리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포토] 서울시청 꿈새김판 가을편 문안 ‘괜찮아’…

    [포토] 서울시청 꿈새김판 가을편 문안 ‘괜찮아’…

    서울시는 서울도서관 정문 위에 있는 외벽 ‘꿈새김판’의 가을편 문안으로 “괜찮아, 바람 싸늘해도, 사람 따스하니”를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8일 오후 꿈새김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취약장애인가구에 홈케어 지원을”

    “취약장애인가구에 홈케어 지원을”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하는 8월 의정모니터에 오른 의견 59건 가운데 심사위원 평가로 우수작 5건을 뽑았다. 이철호(39·노원구 중계4동)씨는 “안전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장애인가구 활동 지원 및 아동돌봄 지원에 집중되고 있으나 안전문제에 대한 지원 및 해결은 부족하다”면서 “서울시 취약장애인가구 홈케어 서비스 도입 및 지원이 필요하며 유사사업으로는 서울시 홈방범서비스를 손꼽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성우(64·양천구 목5동)씨는 “손놀림이 자유롭지 못한 지체장애인의 경우 공중화장실에서 대용량 두루마리 화장지를 자를 때 양손을 사용해야 해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장지처럼 적당한 힘을 가하면 원하는 길이로 절단되도록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육준석(63·강남구 수서동)씨는 “향토역사 및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고 소방안전관리 2급 이상 자격을 갖고 전직 대통령 가옥 및 역사박물관 등을 지키는 문화재 경비인력의 호칭이 폄하되는 분위기이므로 문화재 관리사 또는 문화재 지킴이 등으로 호칭을 변경하면 경비인력의 자긍심 고취 및 근무의욕 향상은 물론 문화재 관람객의 인식개선 등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선녀(54·동대문구 장안2동)씨는 “찜질방 및 뷔페식당에 갔을 때 업주마다 영유아의 기준이 달라 시비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며 “업종별 영유아 기준과 과금기준을 정하면 유아와 함께하는 부모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업주와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유쾌한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숙(48·강서구 우장산동)씨는 “가로등 불이 안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번호판을 보고 싶어도 보이지 않아 신고를 못하기도 하는데 야광 번호판으로 바꾸면 사고나 돌발상황 때 현장 위치를 쉽게 파악 할 수 있어 위기대응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달 전달된 의견 중 “도시모형영상관의 터치 검색대에 검색 별 항목분류는 돼 있으나, 초성검색기능이 없어 찾아보는데 불편하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초성검색 추가는 전체 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하는 사업으로 단기간에 수정은 어렵지만, 도시모형영상관의 전체적인 업그레이드 때 반영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신했다. 서울도서관의 통합검색 시스템 구축과 대출 반납을 위해 인터넷에서 대여신청을 한 뒤 해당 도서를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놓고는 “많은 예산 탓에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화폭에 그려진 김동리 소설들

    화폭에 그려진 김동리 소설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동리(1913~1995)의 대표작 8편이 화폭에 수놓였다. 최석운, 이인, 김덕기, 김선두, 박형근, 임만혁, 황주리 등 중견 화가 7명과 소설가 윤후명이 김동리 소설 한 편당 각각 4점의 그림을 그려냈다. 풍자와 해학의 화가 최석운은 ‘바위’의 가슴 절절한 모정을, 화가 이인은 ‘역마’의 과감한 상상력을 캔버스에 옮겼다. 작품은 대산문화재단·서울도서관·용인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화랑의 후예에서 등신불까지-김동리 탄생 100주년 소설그림전’에서 볼 수 있다. 9월 3~15일에는 서울도서관 기획전시실, 10월 1~13일에는 용인문화재단 포은아트홀에서 전시된다. 출품작 32점은 대산문화재단에서 출간한 ‘화랑의 후예 밀다원 시대’에도 소설과 함께 담겼다. 문학평론가 전영태 중앙대 교수는 “김동리는 문학의 사제, 샤먼, 점술가, 풍수해설가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근대 한국문학의 거목”이라며 “이번 기획은 그의 작품이 지닌 정수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김동리의 직계 제자인 소설가 윤후명은 “화가로서의 자신감도, 전위적인 사상도 없이 그렸지만 자랑스러운 경험이었다. 글과 그림이 함께 노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고전소설 낭독하는 이 시대 ‘마지막 전기수’ 정규헌 선생

    [김문이 만난사람] 고전소설 낭독하는 이 시대 ‘마지막 전기수’ 정규헌 선생

    전기수를 아시나요? 예나 지금이나 ‘이야기’(스토리 텔링)는 흥미롭기 마련이다. 조선후기 때 전기수(傳奇·기이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노인)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고전소설을 낭독해주는 일을 했다. 단순히 책을 보고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 가락을 붙여 마치 시를 읊으며 1인극을 하듯이 소설을 낭독했다. 때문에 대부분 머릿속에 외워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과 말투를 실감 나게 흉내 냈다. 그러다 보면 하하 웃는 사람, 훌쩍훌쩍 우는 사람이 생겨났고 그들은 다음 편을 손꼽아 기다렸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심청전’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 고전소설이 많이 등장했으며 아울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런 소설을 읽고 싶어했다. 하지만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자들이 많았던 터라 이들을 위해 소설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것. 김홍도의 풍속화에도 시골 사랑방에서 책을 읽어주는 광경이 등장할 만큼 전기수는 서민사회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전해진다. 당시 전기수는 직업적으로 돈을 받느냐 안 받느냐에 따라 강담사(講談師) 또는 강독사(講讀師) 등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전기수는 대부분 사라졌다. 그런데 딱 한 사람이 있다.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하고 문명화된 사회에서 우리의 전통 전기수의 맥을 유일하게 잇는 정규헌(77) 선생. 말 그대로 이 시대의 마지막 전기수인 셈이다. 28일 오전 서울도서관(서울시청 자리)에서 모처럼 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앞선 지난 22일 충남 계룡시의 자택에서 정 선생을 만났다. 그는 집에 소중히 간직해 온 고전소설을 여러 권 꺼내 펼친다. ‘사씨남정기’ 등 김만중의 소설을 비롯해 ‘춘향전’ ‘심청전’ ‘옥루몽’, 그리고 1930년대 나온 ‘삼국지’도 있었다. 대부분 표지와 속지 등은 세월만큼이나 색이 바랬다. 그의 집에는 이 같은 고전들이 30권 정도 보관돼 있다. “1960년대에는 이런 책들을 육전소설이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당시 쌀 한 되가 3전이었는데 6전을 주고 책을 사서 읽는 소설이란 뜻에서 그랬지요. 일부에서는 딱지본(딱지치기할 때 사용한다는 뜻)이라고도 했는데 그건 정석이 아닙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딱지본이라고 하면 안 되지요.” 그가 고전소설을 얼마나 애지중지 여기는지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정 선생의 앞에 놓인 고전소설은 대부분 한글로 쓰였으되 띄어쓰기가 전혀 안 된 것이어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어떻게 이 책으로 줄줄이 읽어 나갈까. 그러자 “지금은 나이가 들어 그러지 못하지만 한창 젊었을 때는 100권 정도는 달달 외웠다”고 말한다. 잠시 시연을 부탁했다. “자, ‘심청전’ 중간 부분에 나오는 대목이여.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팔려나가는 날 아침 선인(뱃사공)들이 도착해 심청이를 데려가려고 하는 장면이지. 심청이가 읊는다. ‘여보시오 선인네들, 오늘 행선(배가 나간다는 뜻)하는 줄은 내가 이미 알거니와 부친이 알지 못하오니, 잠깐 지체하옵시면 불쌍하신 우리 부친 진짓상을 올려 잡수신 후에 말씀 여쭙고 떠나리다’, 선인들이 불쌍하고 가엽게 여겨 ‘그리하오’ 허락하니 심청이 들어와서 눈물 섞인 밥을 지어 진짓상을 올려,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부친 귀에 들리지 않게 속으로 흐느끼며~.’ 고저장단이 있어 얼핏 창(唱) 같기도 하고 이야기 전개의 자세한 상황과 감정 묘사가 있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도 하다. 그 옛날, 글을 모르던 마을 사람들이 모여 흥미진진하게 들었음직한 광경 또한 어렴풋이 그려진다. 이에 대해 그는 “얘기책을 읽는 데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법, 즉 사연에 가락을 붙여 읽었다. 이렇게 하면 음악을 즐기며 내용을 감상하고 듣는 사람에게 더욱 흥취를 돋우고 실감 나게 했다”면서 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문화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이나 고전소설을 읽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한 마을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 한두 명만 있어도 그들이 책을 읽어줌으로써 비록 글을 모르는 사람도 지식을 쌓고 인성을 갖추고 지혜를 터득할 수 있었지요.” 당시 소설은 대부분 양서(良書)로 사필귀정, 고진감래의 철학을 담고 있어 올바른 삶을 살면 나중에 반드시 영화(榮華)가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해줬다고 그는 말한다. 고전소설을 읽는 시기는 추수를 끝낸 농한기로 마을 사랑방에 모여 읽었으며 내용에 심취해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많았다면서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밤이 깊어지면 제사를 모신 집에서 제삿밥을 갖다주고 사랑방 주인은 고구마를 삶아 주고 그것도 모자라면 동치미라도 꺼내 먹으며 따뜻한 정과 훈훈한 인심으로 날을 밝혔다. 또한 심청이가 아버지의 만수무강을 빌며 인당수에 뛰어드는 대목에서는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의 지혜로 조조 군사를 쳐부술 때에는 통쾌하게 손뼉을 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랑방을 빌려준 주인은 방 안 가득히 앉아 있는 소설책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대·소변을 얻고자 하는 속셈(?)도 있었다. 왜냐하면 비료가 귀했기 때문이다. “한 마을에서 사나흘 머물다가 다른 마을로 가는 경우도 많았지요.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때라 이 마을 저 마을 소식도 전해주고 때로는 중매까지 서주면서 후한 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정월 초에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토정비결을 읽어줬는데 서로 붙잡아 놓지 않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책을 읽게 됐을까. 고전소설 강독은 그의 부친한테 전수받았다. 부친은 충남 청양에서 주로 활동했다. 당시 고전소설 강독을 하는 사람들이 집에 자주 찾아올 만큼 부친의 활동 범위는 넓었다. 일주일에서 열흘 이상 외지로 돌아다니는 날이 많았다. 강독의 대가로 받은 것은 약간의 용돈과 명주옷 등이었다. 부친은 일흔 살까지 활동했다. 부친이 주로 읽었던 작품은 ‘삼국지’와 ‘유충렬전’ 같은 군담류였고 ‘은방울전’ 등 생소한 소설을 자주 선택해서 읽었다고 회고한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정 선생은 8살 때 부친한테 한글을 터득하고 고전소설을 읽는 법을 몰래 배웠다. 일제강점기여서 한글을 배우는 것을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밖에 나가서는 절대 비밀로 했다. 9살이 되자 하루는 부친이 고전소설 한 권을 주면서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 재미가 그만이었다. 11살 때 광복이 되자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고 동네 마을 어른들한테 불려가 책 읽는 실력을 발휘했다. 이를 대견스럽게 여긴 부친은 틈틈이 강독의 가락에 대해 지적을 해주기도 했다. “제가 책 읽는 법을 배우게 된 건 이야기 책을 아주 잘 읽으셨던 선친 덕분이었습니다. 아버님이 안 계실 때는 이따금 혼자서 읽어 보고 어머님 앞에서도 읽어 보았으며 이 소문이 차차 동네에 알려지면서 어머님 친구분들에게도 읽어 드리고 동네 사랑방에 가서 어른들에게 읽어 드리기도 했습니다. 칭찬하시는 소리에 무릎이 아픈 줄 모르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그의 행동반경은 더욱 넓어졌다. 10리 밖 마을에서도 초청받을 만큼 그의 이름이 알려졌다. 게다가 11살 때 터득한 토정비결로 여러 동네 아줌마들한테 인기가 ‘짱’이었다. 지금은 TV나 라디오 등 볼거리와 들을거리들이 많지만 그 당시에는 이야기 책이 아니면 전혀 세상만사를 알 수 없을 때였다. 그런 까닭에 어려서부터 귀둥이 대우를 받으며 신명 나게 책을 읽었다고 술회한다. 세월이 좀 지나자 마을마다 스피커가 설치되면서 스피커를 통해 책을 읽어 주기도 했다. 그는 책 읽는 것만으로는 생활이 안 돼 29살 때 대전에서 종이 만드는 일을 하면서 잠시 책 읽는 일을 멈춘다. 55살 되던 해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책 읽는 일을 시작했다. 헌 책방을 돌아다니며 고전을 뒤졌고 여러 곳에서 초청을 받아 1인극에 출연했다. 대학에서 주최하는 세미나 등에 가서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1997년과 2003년 공주 민속극 박물관에서 주최한 아시아 1인극 대회에 초청받아 30분씩 강독을 하며 진가를 발휘해 주목을 끌었다. “고전낭독은 판소리의 어머니요, 아버지입니다. 판소리 무형문화재는 여러 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전기수)은 인정을 잘 안 해줍니다. 원래 동네마다 책 읽는 사람이 다 있었는데 이젠 아무도 없어요.” 5년 전쯤 전북 임실에 고전소설을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지만 이미 작고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웠다. 이제 유일하게 혼자 남은 그는 지나온 세월을 돌이키면서 “후세에 전해주려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아무런 욕심 없이 양심껏 책을 읽었다”면서 지금이라도 후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면서 이렇게 호소한다. “요즘에는 눈과 귀를 황홀하게 현혹하는 기상천외한 오락물들이 많아 이 소중한 문화를 전수받고자 희망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회 지식인이나 관계 당국의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남을 위해 음악적으로 글을 읽는 세계 유일한 이 문화가 끊기게 될까봐 애석할 따름입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정규헌 선생은 1936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청양중학교를 졸업했다. 일제 강점기인 8살 때 한글을 몰래 익혔다. 9살 때부터 아버지한테 고전소설 강독을 배웠다. 11살 때 토정비결을 터득했다. 광복이 되면서 고전소설 낭독을 본격적으로 익혔고 13살 때부터 인근 마을 등지에서 책 읽기를 했다. 29살 때 생계유지를 위해 직장을 잡아 책 읽기를 중단했으나 55살 때부터 다시 책 읽기에 나섰다. 1997년과 2003년 공주 민속극 박물관에서 주관한 아시아 1인극 대회에 초청받아 강독공연을 펼쳤다. 이 밖에도 여러 세미나 등에 초청을 받아 고전소설 강독의 문화와 역사성을 강조했다. 2008년 2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9호로 등록됐다.
  • “살아있는 애국지사 37인 만나보세요”

    “살아있는 애국지사 37인 만나보세요”

    15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을 이용해 열린 서울시에 사는 ‘현존 애국지사 37인 사진전’을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도서관 피서

    도서관 피서

    일요일인 28일 부모와 함께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더위를 잊은 채 책을 읽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서울도서관에 걸린 대형 태극기

    서울도서관에 걸린 대형 태극기

    현충일인 6일 중구 태평로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건물 외벽에 대형 태극기가 걸린 가운데 서울광장에서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잔디밭을 달리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신문 ·서울시의회 공동 4월 의정모니터] “2호선 ‘내선·외선’보다 역이름 안내를” “역사적 명소, 사진도 함께 설치했으면”

    [서울신문 ·서울시의회 공동 4월 의정모니터] “2호선 ‘내선·외선’보다 역이름 안내를” “역사적 명소, 사진도 함께 설치했으면”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하는 4월 의정모니터에 접수된 모니터 요원 399명의 의견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산하기관에 전달됐다. 심사를 통해 7건이 우수 의견으로 선정됐다. 김혜진(31·양천구 목5동)씨는 “지하철 2호선을 타다 보면 종착지 방향과 함께 ‘외선’과 ‘내선’ 열차가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는데 이용할 때마다 혼란스럽고 초행길에는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면서 “주요 역의 이름을 이야기해 주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신정이(33·은평구 불광1동)씨는 “지하철 계단이 대부분 대리석으로 돼 있어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굉장히 미끄러워 낙상 사고 우려가 크다”면서 “장마철을 앞두고 지하철 계단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모두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순화(43·도봉구 방학동)씨는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각종 행사 때마다 시민들에게 기념 티셔츠를 나눠 주는데 홍보 문구가 너무 크게 들어가 있어 입지 않게 된다”며 “작게 넣거나 문구 스티커를 행사 종료 후 떼어낼 수 있도록 하면 평상복으로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희(39·구로구 오류2동)씨는 “시청에 들어선 서울도서관이 싸이 뮤직비디오 촬영 등으로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데 도서관 이용객이 불편하지 않을 만한 로비나 복도 등에 관광객이 기념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을 만들면 서울시 홍보도 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종수(44·마포구 공덕동)씨는 “서울에는 역사적인 장소가 많아 표지석을 세우고 있지만 획일화돼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서 “사진을 확보할 수 있는 근현대 유적이나 인물과 관련된 표지석 옆에 사진 모형 등을 함께 설치하면 인상 깊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시론] 도서관에서 우리 사회 미래를 만들어 내려면/이용훈 서울도서관장

    [시론] 도서관에서 우리 사회 미래를 만들어 내려면/이용훈 서울도서관장

    오늘도 많은 시민들이 서울도서관을 찾아주셨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래로 서울도서관은 이제 서울시민들에게 서울 하면 떠오르는 곳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서울시청과 서울광장, 시민청과 연결되어 있는 도서관은 늘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서울시에는 서울도서관뿐 아니라 120여개 공공도서관과 800여개의 작은 도서관은 물론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기업 등에도 많은 도서관이 있다. 이들 도서관에도 항상 많은 시민들이 찾고 이용한다. 이제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공시설이자 문화시설이고 평생학습기관이 된 게 확실하다. 최근에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공간으로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도서관에서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 가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다. 서울시가 ‘책으로 시민의 힘을 키운다’라는 비전을 가지고 도서관과 독서문화 진흥에 노력하고 있는데, 서울도서관을 비롯한 많은 도서관에서 이러한 비전이 현실이 되고 있고, 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도서관이 외형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내실을 충실하게 다지는 일에는 적지 않은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도서관이 부족하니 증설 요청이 있고, 이미 운영 중인 도서관들도 인력과 예산 등에서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서관이 시민들에게 풍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지적도 있다. 시로서는 도서관 확충과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새로운 도서관 건립과 육성에도 최대한 예산을 배정하여 시민들이 도서관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넘어서서 정말 시민들이 원하는 좋은 도서관 환경을 만들려면 과연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의 미래는 어때야 하는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 보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 보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 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도서관의 미래와 같은 궤도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서울도서관을 비롯한 여러 도서관에서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미래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 무엇보다 도서관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서울도서관 사례에서 보듯이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에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여러 이유로 도서관은 시민들의 일상 공간에서 벗어난 곳에 있어 찾아가고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서울 한복판에서 서울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앞으로는 어느 곳이든 그 중심에서 도서관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더해서 도서관은 책의 집이라는 이름처럼 책과 자료가 풍부하고 충실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역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 활용하는 지역 아카이브로서의 역할 강화를 통해 모든 도서관이 다 특별해져야 한다. 다른 어떤 기관도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을 통해서 지역과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시민들에게 힘이 되어야 한다. 즉, 앞으로 도서관은 지역 중심에 위치하고 지역 요구와 현실에 충실한 장서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공동체 강화를 위해 충분한 공간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핵심 기반시설이 될 것이다. 도서관이 새로운 미래 창출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성과 서비스 역량을 갖춘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 도서관은 이들 전문인력의 친절한 서비스로 살아 움직이고 성장하는 유기체다. 그렇게 될 때 도서관에서 행복한 미래가 쑥쑥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 도서관이 시민의 힘이 되기 위해서 시민들이 도서관의 힘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 “사회복지사 현장실습 표준 매뉴얼 제정하자”

    “사회복지사 현장실습 표준 매뉴얼 제정하자”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하는 3월 의정 모니터에는 모니터 요원들이 각 분야에서 발굴한 시정 개선 의견 65건이 접수됐다. 심사위원회는 접수된 의견을 시 담당 부서와 산하기관에 전달하고 이 중 5건을 우수 의견으로 22일 선정했다. 또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요원 35명을 선발했다. 이로써 이달부터는 총 399명의 의정 모니터 요원들이 현장을 누비게 됐다. 3월 우수 의견으로는 ‘사회복지사 현장 실습 체험 기관 선정’,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장실 음성 안내’ 등이 선정됐다. 사회복지사 실습 관련 의견은 임동식(50·마포구 성산동)씨가 냈다. 임씨는 “정규대학이 아니라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을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은 현장 실습 기회를 갖기가 어렵다”며 “이들도 내실 있는 실습을 거칠 수 있게 시가 실습 가능한 기관을 파악하고 표준 매뉴얼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김혜진(31·양천구 목 5동)씨는 “시각장애인들은 보호자가 없으면 화장실 이용이 힘들다”며 “점자 안내가 끝나는 지점에서 스위치를 동작시키면 화장실 방향 등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윤지상(30·강북구 수유 3동)씨는 “서울시에서 지도, 버스, 영업 정지 사업장 등 다양한 생활 정보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개별로 운영돼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이곳저곳 사이트를 방문해야 한다”며 “복지 시설, 제설 장비, 폐건전지 수거함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정보를 통합해 안내하는 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달라”고 말했다. 또 정순애(57·양천구 목 5동)씨는 “서울도서관에 설치된 복사기를 사용하려면 동전이나 1000원권이 있어야 하는데 주변에 이를 바꿀 곳이 없다”며 “교환기를 설치하거나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하자”고 전했다. 정혜란(43·구로구 신도림동)씨는 “현재 정부 및 시·도·구·군에 많은 모니터링 활동가들이 있는데, 이들 개인정보가 사이트에 그냥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하자”는 의견을 냈다. 한편 시와 산하 기관은 지난 2월 접수된 의견에 대해서는 시정에 참고하거나 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체육진흥과는 “야외 간이 체육 시설에 지붕을 얹자”는 제안에 대해 “시설 기반 확충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라며 “자치구 등 관리 부서에 지붕 설치에 대한 의견을 적극 검토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보행자전거과는 “장애인 택시 장거리 이용 요금이 낮게 책정돼 출퇴근 시간대 탑승 회전율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대해 “좀 더 세밀한 이용 패턴 분석과 전문가 자문, 충분한 이용자 의견 청취를 통해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회신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겨울방학 ‘독서 삼매경’

    겨울방학 ‘독서 삼매경’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옛 청사에 있는 서울도서관에서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열린세상] 서울도서관 찬가/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서울도서관 찬가/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지난 14일 수요일 오후에 서울도서관에서 개최하는 독서당 고전강독회에서 첫 강연을 하였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마련한 행사로 13일 시작되어 한 달간 전국의 여러 도서관에서 고전강독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서울도서관의 강독회는 옛 서울시 청사가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이후 개최하는 첫 행사라고 들었다. 그래서 도서관 측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1960년대부터 서울에서 생활한 내게 시청은 늘 정치의 중심지로 여겨져 왔다. 국회의사당이 근처에 있었을 때는 더했다. 그렇기에 저 육중한 건물이 도서관으로 변모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시청 앞 광장도 시민에게 개방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1980년대에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으므로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라고 믿어 왔다. 시청은 달랐다. 강연을 하는 날, 일부러 30분이나 일찍 갔다. 서울도서관이라 새겨진 편액을 보고 신기해하였다. 내부를 둘러보면서는 다시 감탄했다. 기존의 건축물이 지녔던 중후한 멋이 살아 있으면서도 자연 채광에서 묘한 생기가 전해져 왔다. 일반자료실, 디지털자료실, 정기간행물실, 기획전시실, 장애인자료실 등의 배치도 외국 도서관에 뒤지지 않았다. 어린이자료 코너의 발랄한 분위기는 더욱 좋았다. 게다가 서울자료실과 서울기록문화관에는 서울의 역사미를 깊이 맛보기 위한 자료들이 구비되리라 기대되었다. 생각해 보면 덕수궁 대한문 앞부터 경복궁 동십자각까지의 거리는 너무도 의미 깊고 또 왕조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구역이다. 그 길목에 시청 건물이 위치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거리는 한동안 말할 수 없이 어둡고 칙칙했다. 70년대 중반 대학 시절에 사간동으로 한문을 배우러 다닐 때는 시청 앞에서 여러 번 불심검문을 당했다. 한문 책을 보자기에 싸서 갖고 다녔는데, 사복 경찰은 내 행색을 문학청년의 그것으로 곱게 보아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학교 때는 고모 댁에서 기식하면서 정동 도서관이나 남산의 국립도서관을 가끔 이용했다. 서가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만 보아도 마음이 놓이고는 하였다. 대학에서 일을 하면서부터는 자료를 찾으러 서초구의 국립중앙도서관을 가끔 찾게 되었다. 최근에는 집 가까이에 있는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 이전의 여타 공공도서관보다 깔끔하고 신선하다. 전문 서적을 포함한 각종 신간 서적이 그때그때 배가되어 좋다. DVD로 예술영화를 감상하기도 하고, 옥상에서 서울 동쪽의 경관을 감상하기도 한다. 처음에 지역 주민들 가운데는 도서관 건립을 탐탁지 않게 여긴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부지를 더 확보하여 크게 짓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주민들이 많다. 얼마 전부터 나는, 정년을 하면 매일 이 도서관을 다니겠다고 마음먹었다. 혹 기회가 주어지면 세미나나 강독회에서 시민들을 위해 강연을 해도 좋을 것이다. 이제 서울도서관이 개관되어 크나큰 기쁨이 생겼다. 앞으로 자주 시간을 내어, 대한문 앞부터 동십자각까지의 거리를 신명 나게 걸으면서 서울의 문화유적이나 우리 역사에 관한 글들을 구상할 생각이다. 그러다가 문득 영감이 떠오르면 도서관으로 들어가 종이책의 향기를 맡고 디지털자료의 기이한 편광에 황홀감을 느껴보려 한다. 정년 이후로는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과 서울도서관을 왕복하리라. 그리고 때때로 눈을 들어 서울 하늘이 생각만큼 좁아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며 안도하고, 삼각산이며 수락산이며 배봉산이며 남산의 잘생긴 모습을 넋 나간 듯 바라보리라. 14일에 첫 강연을 마치고 서울도서관을 나와 시청 광장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상화의 시구를 흥얼거렸다.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정치의 중심지로만 간주되어 오던 곳이 나와 우리 모두의 안식처로 탈바꿈한 것은 정말 유쾌한 일이다. 시민 모두가 마음 붙일 터전이 마치 꿈속에서인 양 불쑥 나타났다. 그렇기에 봄 신령이 지피기라도 한 듯, 나는 강연을 마치고 시청 앞을 걸었다. 몸에서는 정녕 풋내가 났을 것이다.
  • 개관 첫날부터 북적… 서울시민 책속에 빠지다

    개관 첫날부터 북적… 서울시민 책속에 빠지다

    옛 서울시청 청사를 리모델링한 서울도서관이 26일 문을 열고 시민들을 맞았다. 오전 10시 처음 문을 연 서울도서관에는 개관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민 400여명으로 크게 붐볐다.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은 2층 북카페 도서관 도우미센터에서 회원증을 발급받은 뒤 도서관 내부를 돌아봤다. 4년에 걸쳐 옛 시청사를 리모델링해 만든 서울도서관은 면적이 1만 8711㎡로 20만여권의 장서를 갖춘 서울의 대표 도서관이다. 지상 1∼4층, 지하 3∼4층에 책을 대출할 수 있는 일반자료실, 장애인자료실, 서울자료실, 세계자료실, 디지털자료실, 기획전시실, 정기간행물실 등 총 7개의 실과 지하 보존서고를 갖추고 있다. 열람석 규모는 390석이다. 도서관은 1926년 청사 건립 당시 외벽과 홀, 중앙계단을 그대로 복원해 서울의 역사적 상징성도 살렸다. 3층에는 구 시청사 시절의 시장실, 접견실, 기획상황실 등을 중앙홀에 복원해 서울 도서관이 과거 서울시 행정을 수행하던 청사였음을 알 수 있도록 꾸몄다. 이모(41·여)씨는 “도서관 1층에서 2층 계단에 있는 5m 높이의 벽면 서가 등 내부가 책 읽기 좋게 꾸며졌다.”면서 “아이들이 볼 만한 책도 많고, DVD와 오디오북 등이 있어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러 오겠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도서 대출을 하려면 회원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회원증은 서울 시민, 서울 소재 직장인, 서울 소재 대학생 등만 발급받을 수 있으며 무료다. 일반 자료 대출은 1인당 3권까지 14일 동안 가능하다. 1회에 한해 7일간 연장할 수 있다. 원하는 도서가 대출된 경우에는 예약하면 된다. 오후 6시 서울광장에서는 도서관 현판 제막식이 열렸다. 박원순 시장은 인사말에서 “도서관 및 독서 진흥법에 발맞춰 책 읽는 곳에서 한 발짝 나아가 기록물과 자료 등을 생산·제공하는 정책 도서관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제막식 후 2층 북카페에서 도서관 친구라는 뜻을 담은 ‘79번’ 회원증을 발급받은 뒤 전체를 돌아봤다. 광화문광장이 환히 보이는 3층 정기간행물실 발코니에서는 “시민들에게 매우 좋은 공간이니 더 늘리는 길을 찾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도서관은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일부 자료실은 오후 6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과 법정공휴일에 쉰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5m 벽면서가·책 20만권… 열림·배려의 ‘사랑방’

    5m 벽면서가·책 20만권… 열림·배려의 ‘사랑방’

    “옛 서울시청사가 오는 26일 서울의 대표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16일 오후 2시. 개관을 앞두고 언론에 공개된 서울도서관은 막바지 도서 정리 작업으로 분주했다. 안내를 맡은 이용훈 대표도서관건립추진반장은 “서울도서관은 서울광장은 물론 신청사와 함께 시민이 즐겨 찾고 사랑하는 독서문화·휴식공간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20만권의 장서를 소장한 서울도서관은 전체 면적이 1만 8711㎡에 달한다. 지상 1∼4층, 지하 3∼4층에는 책을 대출할 수 있는 일반자료실, 장애인자료실, 서울자료실, 세계자료실, 디지털자료실, 기회전시실, 정기간행물실과 지하 보존서고를 갖추고 있다. 열람석 규모는 390석이다. 먼저 서울광장과 접해 있는 1층 정문에 들어서면 일반자료실 1과 장애인자료실, 기획전시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일반자료실 1에는 최근 발행된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도서 2만여권이 비치돼 있다. 어린이 도서 6200여권, 정기간행물 170여종도 만날 수 있다. 장애인자료실에는 점자도서, 촉각도서 등 1110종의 자료와 함께 독서확대기, 점자 키보드 등의 보조기기가 마련돼 있다. 신청사와 연결된 2층에 올라서자 일반자료실 2와 디지털자료실, 북카페 ‘책사이’가 있다. 일반자료실 2에는 예술·언어·문화·역사분야 도서 2만 1000여권이 비치돼 있다. 1층 일반자료실 1과 내부 계단을 통해 오고 갈 수 있다. 무엇보다 1층부터 2층까지 이어지는 계단에는 5m 높이의 ‘벽면서가’가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3층 서울자료실에 가면 서울의 행정 및 정책에 관한 3만여권의 희귀 자료 등 일반 자료부터 전문자료까지 구할 수 있다. 4층에 있는 세계자료실에는 세계 각국의 주한 외국대사관과 문화원에서 기증받은 자료와 외국어 자료 등이 갖춰져 있다. 이 추진반장은 “도서관은 휴관일(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면서 “도서관 2층에서 회원증을 발급받으면 일반 자료는 1인당 최대 3권까지 14일 동안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전국 공공도서관 최초로 ‘서울 도서관’이라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26일 공개한다. 서울 도서관 홈페이지(lib.soeul.or.kr)도 개관과 함께 개설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사설] 서울시, 화려한 新청사만큼 내실 갖춰라

    서울시가 그제 신청사 개청식을 가졌다. 4년 5개월에 걸친 공사와 한 달간의 이사를 마치고 서울시는 이제 새로운 청사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신청사가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존의 청사와 달리 각종 시민 편의시설을 두루 갖췄다는 점이다. 구청사를 새롭게 단장한 ‘서울도서관’과 시민들이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꾸민 이벤트홀, 갤러리, 카페 등도 마련됐다. 과거 공무원의 일터에 머물던 청사가 시민들과 함께하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신청사의 공간 활용도를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철학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시민을 시정의 중심에 세우고자 하는 박 시장의 의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한갓 겉치레 전시행정으로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사후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박 시장은 그동안 온라인 취임식, 시정회의 인터넷 생중계 등 감각적인 아이디어로 시민과의 대화·소통에 나서는 등 새로운 면모를 보여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시정 업무 능력면에서는 그리 깊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민주통합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조차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노들섬 텃밭 사업과 돌고래 쇼 중단, 마을공동체 사업 등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뒤돌아 보라.”고 쓴소리를 했겠는가. 박 시장은 최근 싸이의 서울광장 공연을 허용했다가 하이서울 페스트벌 일부 공연이 연기·취소되면서 한 시민으로부터 제소를 당하기까지 했다. 박 시장은 자신의 행정행위가 트위터 등을 통해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등 여전히 시민운동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새겨 듣기 바란다. 박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화려한 신청사가 부끄럽지 않도록 보다 내실 있는 시정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 서울시, 새달 신청사 ‘집들이’

    서울시, 새달 신청사 ‘집들이’

    서울시가 다음 달 서울광장에 있는 신청사에 입주한다. 서울시는 4년 5개월간의 신청사 공사를 마치고 다음 달 중 주말을 활용해 11개 실·본부·국 소속 59개 부서와 직원 2205명이 순차적으로 입주한다고 27일 밝혔다.<서울신문 5월 26일자 1, 14, 15면 보도> 2008년 3월 착공된 신청사는 1만 2709㎡에 전체 면적 9만 788㎡, 지하 5층~지상 13층 규모로 건립됐다. 지하 1~2층에는 시민들 간의 소통 공간인 시민청이 조성된다. 시민청은 10월 말 문을 연다. 신청사 지상 8~9층에는 대규모 회의, 발표회, 토론회 등을 할 수 있는 500~700석 규모의 다목적홀이, 지상 3~4층에는 6개 국어를 동시통역할 수 있는 200석 규모의 대회의실이 들어선다. 개축한 옛 청사(본관동)는 10만권의 장서와 390여석의 열람석을 갖춘 서울도서관으로 사용된다. 서울도서관의 총면적은 1만 8977㎡이며 지하 4층, 지상 5층에 일반자료실, 서울자료실, 세계자료실, 북카페, 장애인자료실, 디지털자료실 등이 조성된다. 시는 현재 13개 청사에 산재해 있는 부서들을 신청사, 서소문청사, 을지로청사 등으로 집중해 이전 배치한다. 신청사에는 기획조정실, 경제진흥실, 복지건강실, 여성가족정책실, 주택정책실, 시민소통기획관, 서울혁신기획관, 대변인, 행정국, 도시안전실, 도시계획국 등 정책 조정·지원 및 시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한 부서들이 입주한다. 송경섭 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신청사는 전통건축물을 재해석한 디자인, 외기 영향을 최소화한 실질적인 에너지 절약, 서울광장의 잔디와 연계한 수직녹화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복합 건축물”이라면서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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