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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국내기업 첫 ‘AI 연구자상’ 만든다

    삼성전자, 국내기업 첫 ‘AI 연구자상’ 만든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보행 로봇 제어 등 미래 핵심 기술 연구와 개발, 육성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2~3일 제4회 ‘삼성 AI 포럼 2020´을 열어 세계적인 석학 및 전문가들과 최신 AI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연구 방향, 전략을 모색한다고 6일 밝혔다.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AI 분야의 우수한 신진 연구자 발굴을 위해 처음으로 ‘삼성 AI 연구자상’이 신설된다. 삼성전자 사내 전문가와 사외 자문단 교수들의 심사를 거쳐 이달 중 발표되는 수상자는 3만 달러(약 3500만원)의 상금과 포럼 첫날 발표 기회를 갖는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의 개회사로 문을 여는 포럼 첫째 날에는 ‘현실 세계의 변화를 위한 AI 기술’을 주제로 기후변화, 팬데믹 등 전 세계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AI 기술과 연구 방향이 논의된다. 둘째 날에는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인간 중심의 AI’ 역할과 미래 발전 전망을 공유한다. 삼성전자는 또 올 하반기부터 생명과학·세포치료법 등 미래기술 연구·개발 과제 31개를 선정하고 연구비 396억 3000만원을 지원한다.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 5000억원을 들여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과학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서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생리·자연현상의 기초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기존 가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방법론을 연구하는 과제가 다수 뽑혔다. 사람이 음식물을 먹으면 어떻게 맛을 느끼는지 연구하는 최명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혀에서 미각에 대한 정보처리가 가능하다는 새 이론을 제안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황보제민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재해 현장, 건설, 탐사 등 위험한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되는 4족 보행 로봇이 스스로 목적지를 찾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보행 로봇이 평지에서 미리 설정해 둔 움직임만 구현 가능한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험난한 지형에서도 스스로 경로를 탐색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견고한 원톱 신동빈 적극 지원… 이동우 한 달 ‘팔로어형 리더’

    견고한 원톱 신동빈 적극 지원… 이동우 한 달 ‘팔로어형 리더’

    필리핀 펩시 등 해외법인 두 곳 매각“지주는 그룹 미래 먹거리 발굴 전념”지주 인원 약 20% 줄여 조직 슬림화복장 자율화 등으로 조직문화 개선연말 정기인사 영향력 제한적일 듯지난달 1일 롯데지주의 새 대표이사로 공식 부임한 이동우 사장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이 사장은 그룹의 2인자였던 황각규 전 부회장이 물러난 이후 견고해진 신동빈 회장의 원톱 체제를 지원하며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강한 팔로어십’을 가진 리더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지난달 10일 필리핀 펩시, 롯데주류 일본법인 등 해외법인 두 곳을 919억원에 롯데칠성음료에 재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롯데칠성음료 지분으로 받아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는 지난 7월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경영 효율화 및 계열사 책임 경영을 강조한 신 회장의 뜻을 따른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해외 사업법인은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 계열사(롯데칠성음료)가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정리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주는 계열사 사업에 관여하기보다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조직도 슬림해졌다. 지난 8월 롯데지주는 경영전략실을 경영혁신실로 바꾸며 기존 4개의 팀을 2개로 축소했다. 이후 이 사장은 취임 3주 만인 지난달 23일 인사를 내고 지주 전체 인원을 약 20% 줄였다. 2017년 10월 출범해 173명에 달했던 지주 소속 임직원 수가 현재 약 140명으로 줄었다.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서울대로 통하는 ‘황각규 라인’을 정리하는 등 인원이 100여명 선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유통 공룡’인 롯데가 온라인 쇼핑,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에 빠지자 신 회장은 지주의 책임을 물었고, 이 사장이 오자마자 ‘다운사이징’을 실행하고 있다. 조직은 축소됐으나 ‘젊은 CEO’의 영향으로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유연해지고 젊어졌다. 이 사장은 1960년생으로 신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송용덕 부회장보다 다섯 살 어리다. 지난 6월부터 복장 자율화를 실시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를 활성화하면서 유통기업 가운데 가장 보수적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롯데의 조직문화도 바뀌고 있다. 이 사장은 의전을 중시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지만 친화력도 강하다는 평이다. 업계에선 그룹의 연말 정기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사장은 신 회장이 그려 놓은 그림에 따라 경영을 해 왔으나 다가오는 인사에서 본인이 구상한 리더십을 보여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비(非)서울대이자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거치지 않은 그룹 비주류 출신으로, 신 회장에 의해 발탁됐으며 황 전 부회장이 맡았던 다른 모든 직함을 승계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역할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강력한 ‘2인자 파워’를 가졌던 전임 황 전 부회장과 달리 위기관리와 사업부문(BU)장들과의 협업, 지원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CEO”라며 “정기인사에서도 이 사장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40대부터 찾아오는 노안… 가끔은 스마트폰 멀리 두세요

    40대부터 찾아오는 노안… 가끔은 스마트폰 멀리 두세요

    눈은 피곤하다. 코로나19로 추석에도 ‘집콕’인 데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과부하가 걸리고 혹사당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고 일하는 것도 모자라 지하철이나 버스, 걸을 때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니 눈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게다가 잠을 자려고 누우면 이제 좀 쉬려나 싶었는데, 어두운 방에서 눈부신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들여다보는 ‘최후의 일격’까지 당한다. 눈은 쉬고 싶다. 젊어서 고생을 너무 하면 얼굴이 빨리 늙는다는 말이 있다. 눈도 예외가 아니다. 컴퓨터 화면과 스마트폰으로 혹사당하다 보면 ‘노안’(老眼)이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눈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볼 때 눈과 스마트폰 간 거리가 1m가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만 지나치게 보게 되면 눈 근육이 계속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눈이 쉬이 지칠 수밖에 없다. 거기다 오랜 시간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은 피로를 가중시킨다. 노안은 크게 두 가지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 하나는 모양체의 노화다. 수정체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체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이 분산되지 않도록 막아 주는 맥락막의 전방 끝부터 홍채까지 걸쳐 있는 직삼각형 모양의 조직이다. 수정체는 카메라 렌즈처럼 자동으로 두께를 조절하면서 먼 곳과 가까운 곳의 사물에 초점을 맞춰 식별하는데, 수정체 두께를 조절해 주는 기능을 모양체가 한다. 모양체 기능이 떨어져 수정체를 수축시키는 힘이 약해지면서 사물을 식별하는 능력, 즉 시력이 떨어지는 게 노안인 셈이다. 두 번째 원인은 수정체의 노화다. 수정체는 가까운 것을 볼 때는 두꺼워지고 멀리 있는 걸 볼 때는 얇아진다. 수정체가 건강하면 탄력이 있어 수축과 이완이 즉각 이뤄지지만 수정체가 노화되면 탄력이 떨어진다. 특히 가까운 것을 볼 때 수정체가 두꺼워지는 기능을 제대로 못 하면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하게 보이게 된다. 노안은 40대 초중반에 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인차가 크다. 원시 상태의 눈이라면 노안 현상을 더 빨리 느끼게 되고 근시 상태라면 교정 안경을 벗고 근거리를 보거나 안경의 도수를 낮춰 노안 현상을 보상할 수 있어 좀더 늦게 인지할 수 있다. 노안으로 인한 증상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가까운 거리에서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이다.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볼 때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여 자기도 모르게 멀리 놓고 보게 된다거나 오랜 시간 책이나 신문을 보면 두통이 일어난다면 노안을 의심해 봐야 한다. 스스로 노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이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작은 구멍을 뚫은 뒤 구멍을 통해 가까운 곳에 있는 글씨를 보는 방법이 있다. 안경을 쓰는 사람은 안경과 눈 사이로 종이를 넣어서 보면 된다. 그냥 보는 것보다 종이를 대고 볼 때 글씨가 더 잘 보인다면 노안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어떤 면에서 보면 노안은 생로병사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6일 “노안은 연령의 증가에 따른 노화 과정의 하나로, 이를 완전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진 없다”고 말했다. 다만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통해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노안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처방은 안경이다. 현 교수는 “굴절 검사를 시행해 굴절 상태에 따라 안경 처방을 하는데 평소에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던 정시나 원시 상태라면 근거리용 돋보기 안경이 필요하고, 평소에 근시 안경을 착용했다면 도수를 낮춘 근거리용 안경이나 다초점 안경을 처방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노안 수술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임한웅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는 “사실 노안 수술이라기보다 백내장 수술에서 삽입하는 인공수정체를 다초점으로 삽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내장이 심하지 않은데도 노안 증상이 불편하다고 수술을 조기에 받게 되면 오히려 다른 부작용이 올 수 있다”며 “노안 수술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고 안경과 같은 기본 치료를 먼저 받을 것을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요술 방망이’는 없다. 결국 꾸준한 관리와 바른 생활습관이 최선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말할 것 없이 휴식이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코로나19 대응은 눈에도 해당된다. 컴퓨터 화면과 스마트폰을 잠시 보지 않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 눈에 휴식을 주려면 먼저 눈을 자주 깜빡거리는 것이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는 평소 1분당 15~20회 눈을 깜빡거리지만 스마트폰을 볼 때는 4~5회만 깜빡거린다고 한다. 눈을 깜빡거리면 안구에 눈물이 고르게 퍼져 촉촉하게 유지시켜 준다. 반대로 눈을 덜 깜빡거리면 눈이 쉽게 건조해지면서 충혈되기 십상이다. `지압을 해 주는 것도 유익하다. 먼저 손을 잘 비벼 따뜻하게 만든 다음 손으로 눈을 덮어 주면 긴장이 풀리고 피로 해소에도 좋다. 차가운 수건을 눈에 대고 식히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검지와 중지로 눈썹 안쪽에서 눈 위 뼈 가장자리의 조금 파인 곳, 눈썹의 중앙과 검은자위 바로 위 등을 꾹꾹 눌러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목 뒤쪽을 가볍게 지압해 주는 것도 좋다. 지압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서 벗어날 수 있고 눈 주위 혈관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압과 눈동자 굴리기 운동을 함께 하면 금상첨화다. 목을 비틀면서 눈을 움직이는 이른바 시력 개선 스트레칭은 몸 근육을 이완시키고 눈 피로도 풀어 준다. 한의학에서는 가운뎃손가락 끝부분을 눌러 자극해 주는 방법도 권장한다. 왼손은 왼쪽 눈, 오른손은 오른쪽 눈에 대응하므로 손가락 경혈을 자극하면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배달 플랫폼-라이더 ‘상생’… 배민·요기요 종사자들, 근로자로 인정받다

    배달 플랫폼-라이더 ‘상생’… 배민·요기요 종사자들, 근로자로 인정받다

    배달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가 첫 사회적 대화 합의를 도출했다. 기업은 배달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노동법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부분은 상생 협약으로 보호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6일 서울 중구 YWCA회관에서 1기 ‘배달 서비스’ 관련 협약식을 열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포럼은 지난 4월 출범해 6개월간 5차례 전체 회의 등을 거쳐 이날 최종 합의문을 의결했다. 이 포럼에는 위원장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를 비롯해 공익위원인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박은정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등과 협약 당사자들이 참여했다. 합의문은 총 6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배달 서비스의 정의와 플랫폼 노동, 노동조합의 정의 등이 규정된 총칙을 비롯해 ▲공정한 계약 ▲작업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보호와 소통 등으로 세분화해 규정했다. 후속 과제로 노사 상설협의기구 운영과 배달 종사자의 노동조합 참여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플랫폼 배달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한다는 부분이다. 플랫폼 배달 종사자는 ‘특수고용직’으로 현행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협약에 참여하는 기업인 배달의 민족, 요기요, 스파이더크래프트는 배달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도 결성할 수 있고 단체교섭도 가능해졌다.기업이 배달 종사자에게 업무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배분해야 하며, 경력·운송수단·지역 등 차이에 따라 업무를 다르게 제시하면 관련 기준을 종사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민간에서 노사가 자발적으로 플랫폼 노동에 대한 협약을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종합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을 어떻게 같이 해결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문 닫은 시설 대신 ‘천사 아들’ 받아 줄 곳은 정신병원뿐이었다

    문 닫은 시설 대신 ‘천사 아들’ 받아 줄 곳은 정신병원뿐이었다

    “○○ 정신병원!” 발달장애인 최모(24)씨는 하루에도 수십번 그 병원 이름을 기진맥진할 때까지 외쳤다. 자폐 증세가 심해진 최씨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장애인 시설이 문을 닫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석달 후 퇴원한 그의 상태는 더 악화됐다. 이혼 후 홀로 아들을 돌봐 온 어머니 한모(59)씨는 귀마개를 꽂고 아들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모자는 지난 6월 3일 광주시 광산구의 승용차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서울신문 취재진과 만난 지인들은 한씨가 극단적 선택의 징후를 보였는데도 그를 막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한씨는 생전 아들을 ‘천사’, ‘선물’, ‘기쁨’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녀가 2017년 아들을 향해 쓴 편지에는 ‘천사 아들아, 너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글만 있지 않았다. ‘어디서 잘못된 거지? 내가 잘못해서 네가 이렇게 되었나?’라는 스무 해 넘게 묵은 상처가 짙게 배어 있었다. 한씨 모자의 비극은 어디서 움텄을까. 주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을 꼽는다. 올 들어 아들의 도전적 행동과 분노는 거세졌다. 한씨 혼자 돌보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아들이 다니던 장애인주간보호센터마저 휴관하면서 돌봄 부담은 한씨에게 가중됐다. 중증 발달장애인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회적 교감 기회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행동적 문제가 표출되기도 한다. 한씨가 이따금 “너무 힘들다”, “차에 (죽을) 준비를 해 놨다”며 절박한 구조 신호를 보냈던 것도 그 즈음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입소할 수 있는 장애인 시설을 수소문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결국 선택지는 정신병원이 됐고 상태가 더 악화된 아들을 보면서 어머니의 정신은 무너졌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들의 몸무게는 10㎏ 이상 빠졌다. 감염 우려로 모자의 만남마저 제한됐다. 한씨는 극도의 죄책감과 불안감에 쇠약해졌다. 그녀는 수면제 없이는 단 하루도 잠들지 못할 정도가 됐다. 한씨는 지난 5월 25일 아들을 집에 데려왔지만 별다른 도움은 없었다. 김유선 광주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당시 한씨가 찾아와 ‘앞으로 어떻게 아들을 돌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고 전했다. 한씨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와 낮 시간 동안 지역사회 기반 활동을 하는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아들의 자폐 증세가 심해지면서 그마저도 중단됐다. 한씨 모자는 자폐 증세가 심해져 가족마저 감당할 수 없게 돼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는 ‘회전문 환자’의 기로에서 생을 마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발달장애 돌봄이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 책임이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적극적인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지난 3월 발달장애인 A(18)군과 어머니 B(49)씨는 제주의 한 공동묘지 앞 승용차 안에서 숨졌다. 지인들에 따르면 B씨는 평소 쾌활한 성격에 다른 발달장애인들을 적극 도울 정도로 배려심도 깊었다. 무엇보다 아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엄마였다. 그런 B씨가 부쩍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고 어려움을 토로한 시점은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한 올 초였다. 자택에서 발견된 B씨의 유서엔 ‘삶이 너무 힘들다’, ‘아이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쓰여 있었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삶이 버거웠던 것 같다”면서 “코로나로 단 며칠 부담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경균 제주 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방학과 코로나 상황이 연결돼 몇 달 동안 홀로 양육 부담을 지다 보니 부담감과 좌절감이 컸다”고 말했다. A군이 다니던 특수학교는 코로나19로 휴교하면서 오전에만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들 모자가 이용하기엔 현실적 여건이 맞지 않았다. 통학 거리가 20㎞가 넘었는데 하교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B씨가 매일 아들의 등하교를 챙겼다. 왕복 2시간에 비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두 모자가 긴급돌봄을 신청하고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이유다. 게다가 사춘기에 이르러 자폐 증상이 심해지는 아들을 감당하기가 점점 버거워졌다. A군은 지난 1월 자해와 타해 행동을 반복하면서 장기 장애인거주시설 입소도 거부됐다. 장애인 재활 전문가인 정봉근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기관과 서비스가 모두 중단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윤창호법’ 무시하는 국립대 교직원들…서울대 가장 많아

    ‘윤창호법’ 무시하는 국립대 교직원들…서울대 가장 많아

    2018년 12월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국립대 교수와 직원이 3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 서울대가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른 국립대나 사립대 보다 느슨한 서울대 교직원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국립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수사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교직원 범죄수사개시 건수는 총 1122건이었다. 그 중 음주운전, 음주측정거부, 무면허운전, 음주 및 치상 등 도로교통법위반은 141건으로 12.6%에 달했다. 2018년 12월 19일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처벌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된 뒤에도 국립대 교직원들의 음주운전은 계속됐고, 그 중 36명이 적발됐다. 그 가운데 서울대가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앞서 2016년에는 46건, 2017년은 30건, 2018년에는 29건이 적발돼 대학으로 통보됐다. 최근 5년 동안 서울대 교직원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북대(13건), 경북대(11건), 경상대(11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대는 음주운전이 적발된 교직원에 대한 징계도 경징계인 감봉이나 견책에 그쳤다. 최근 5년 동안 감봉 4명, 견책 10명이 내려졌고 4명에게는 징계가 아닌 경고만 내렸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서울대 자체 교원징계 처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파면 또는 해임이나 중징계를 내리지만, 법인화 이후 서울대 교직원은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체 징계규정을 적용한다. 처음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국립대나 사립대 교직원은 최대 정직까지 가능하지만, 서울대 교직원은 경징계인 감봉이나 견책만 가능하다. 서 의원은 “음주운전을 뿌리 뽑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에 비하면 대학의 경각심은 바닥 수준”이라며 “대학들은 엄정한 징계처리를 비롯해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모든 대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관련 규정 개선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목요철학 포럼 40년간 계속됐다

    목요철학 포럼 40년간 계속됐다

    “철학의 대중화와 대중의 철학화”를 목표로 인문학 강좌를 열어온 계명-목요철학원의 ‘목요철학 인문포럼’이 오는 오는 8일 40주년을 맞이한다. 이날 “인문학적 성찰의 눈으로 새로운 문명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기념 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된다. 1980년 10월 8일, 토론의 공론장이 없었던 당시 대학 안과 밖의 지적 욕구를 수용하고 나선 계명대의 ‘목요철학 세미나’가 처음 그 시작을 알린 이래로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석학들을 비롯하여 예술가, 종교인, 정치인 등 다양한 연사들이 동참하였다. 그 결과 ‘우리 시대의 금자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국적 고유 브랜드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목요철학 인문포럼’ 4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의 주제인 “인문학적 성찰의 눈으로 새로운 문명을 디자인하다”는 문명 전환기라는 시대적 상황에 직면하여 인류 문명의 새로운 변화상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백승균 계명-목요철학원장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조동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문학에서 철학읽기, 문명 전환의 시발점“,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팬데믹 이후 대안문명의 (불)가능성 : 동아시아인의 경험에 묻다”, 강수돌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가 “자본주의 사회경제와 문명”, 윤사순 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한국의 철학유산에 대한 성찰”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다. 행사는 8일 오후 1시 30분 유튜브 실시간방송(채널명: 목철TV)을 통해 실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백승균 계명-목요철학원장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목요철학 인문포럼’이 ‘포괄적이며, 체계적인 동서양 문화사적 고찰’로서 시민 인문학 강좌의 새 지평을 열어갈 수 있도록 더욱 힘쓸 것이며, 인문학 공유와 확산을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시대를 함께 창조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 3人, 노벨 생리의학상 영예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 3人, 노벨 생리의학상 영예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미국과 영국 출신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하비 올터(85) 미국 국립보건원(NIH) 교수와 마이클 호턴(70)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68) 미국 록펠러대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 3명의 과학자는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함으로써 인류의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수상한 3명의 과학자 모두 ‘예비 노벨생리의학상’으로 알려진 래스커상 임상의학 분야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과 관련해 상을 받았다. 올터 교수와 호턴 교수는 2000년에 공동으로, 라이스 교수는 2016년에 수상해 노벨상 수상자로 일찌감치 낙점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터 교수는 1970년대 중반 수혈과 관련된 바이러스가 만성 간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하고 학계에 보고했고, 호턴 교수는 1989년 게놈 분석을 통해 올터 교수의 발견이 C형 간염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수혈을 통한 감염 위험을 줄이는 스크리닝 모델을 개발했다. 라이스 교수는 독자적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 내부 단백질 구조를 처음 밝혀내고 인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독성이 없는 치료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전공한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팀장은 “일반적으로 만성 바이러스 질환은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평생 먹어야 하지만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로 C형 간염 바이러스를 95% 이상 치료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감염병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번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지난해보다 100만 스웨덴 크로나가 늘어난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 51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3분의1씩 나눠 갖게 된다. 한편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는 글로벌 정보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매년 선정하는 ‘2020년 피인용 우수연구자’에서 화학 분야 연구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현 교수가 선정된 것은 한국 과학자로는 역대 네 번째다. 나노결정 합성 연구를 진행한 현 교수도 노벨 화학상 부문 후보로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곁에 두고도 찾지 못한… 이 가을 더 쓸쓸한 ‘민주화의 기억’

    곁에 두고도 찾지 못한… 이 가을 더 쓸쓸한 ‘민주화의 기억’

    4·19민주묘지를 찾은 건 지난 3일 아침이다. 추석 연휴의 중간이자 개천절이기도 하다. 대학에 다니는 딸아이가 아침 식탁에서 불쑥 4·19가 뭐냐고 물었다. 순간 많이 당황했다. 4·19라? 그러고 보니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국사 교과서나 언론에서 배운 게 전부다. 4·19는 내가 태어나기 전 일이다. 나도 경험하지 못한 4·19를 지금의 딸아이 세대에게 얘기하려 하니 말문이 막힌다. 내가 4·19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것은 시인 김광규의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한몫했다. 누구나 한 번쯤 읊조렸던 기억이 있겠다. 4·19에 대한 시대적 상실감, 좌절감,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회한이 담겨 있다. 혁명은 치열했지만 무척 짧았다. 시는 한마디로 절망의 노래다. 4·19를 연상케 하는 최고의 시로 꼽힌다. 실제로 시인은 서울대 문리대 1학년 당시 4·19 시위에 참가했다. 이 시를 가만히 읽노라면 198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 매캐한 최루가스 속에서 깨진 보도블록을 던지던 스물 몇 살의 청춘들이 떠오른다. 그 속의 젊은 나도 보인다. 80년 민주항쟁은 4·19가 일어난 지 20년 뒤 나의 세대의 일이다. 중장년 세대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2020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19번째 여정은 ‘4·19민주묘지’였다. 코로나19로 한반도 전체가 신음하고 있지만 그래도 하늘은 더없이 높고 햇살은 투명했다. 코로나 덕분에 좋아진 가을 하늘은 명징한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연주를 닮았다. 서울 북단에 위치한 4·19민주묘지는 굳게 닫혀 있었다. 말은 코로나 방역이지만 보수단체의 집회 금지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치졸한 조치라고 누군가 비판한다. 넓은 묘지에는 평소에도 찾는 이가 없는데 폐쇄한 것은 혹시 반민주적인 행태가 아닐까?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뿌린 4·19묘역이 반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망연자실해진다. 헛걸음친 것이다. 4·19묘지는 한 시절 학교 다닐 때 몇 번 들락거렸다. 젊은 날 마라톤으로 4·19묘지를 찾았던 기억도 있다. 순례객 저마다 이곳을 찾은 사연이 있을 법하다. 결국 참가자들은 굳게 닫힌 공원 입구에 있는 커다란 돌덩이 기념조각물 앞에서 해설자의 얘기를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4·19를 피상적인 역사적 사실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뿐 정작 그 시절의 상황은 체감하고 있지 못한다. 그래서 그럴까? 거리의 소음 속에 목청을 높이는 해설자의 열띤 얘기가 가을 하늘로만 울려 퍼질 뿐 순례객들의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 굳게 닫힌 철문, 담을 넘고 들어가 볼 수도 없고 참가자들은 아쉬움 속에 인근 솔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우이동 솔밭공원은 서울의 북단 강북구 우이동에 있다. 자생하는 소나무 숲을 구청에서 사들여 조성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소나무 군락지로는 유일한 곳이다. 100년생 소나무 1000여 그루가 위용을 자랑한다. ‘우이’(牛耳)라는 이름은 삼각산의 봉우리가 마치 소의 귀처럼 생긴 것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우이동은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을 따라 마을이 이어졌는데 육당 최남선이 만년을 지낸 고택(소원)도 이곳에 있었고 신라 말기 도선 대사가 창건했다는 도선사도 지근거리에 있다. 우이동 솔밭의 매력은 수많은 낙락장송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3만 4955㎡쯤 된다. 원래는 사유지였다. 부동산 붐이 이곳까지 이어져 아파트 부지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숲을 보고 주민들이 보존 운동을 벌였다.결국 1997년 지자체가 매입해 2004년에 공원으로 개장했다. 야산에서 봐오던 거대한 소나무 군락이 주택가 한복판에 느닷없이 형성돼 있어 처음 본 사람들이 신기해한다. 그러나 솔밭공원은 ‘키치문화’의 결정판이다. 근심 없이 자란 소나무 군락까지는 입이 딱 벌어지지만 딱 그뿐이다. 갖가지 편의시설과 군데군데 넘치는 운동기구, 꽃과 나무 이름을 알리는 표지석까지 공원은 복잡하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로 산만하다. 게다가 울룩불룩 자갈을 깔아 지압길을 만들었고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설까지 있다. 그저 나무벤치 몇 개만 눈에 띄지 않게 두었으면 좋으련만 100년 거대한 소나무를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솔밭공원 건너쪽에는 우이천이 흐른다.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개천 바닥 모래가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여기저기 동네 주민들이 맨발로 우이천 모랫바닥을 걷고 있다. 솔밭 앞에 시냇물이 흐르는 격이다. 존 바에즈의 ‘더 리버 인 더 파인’(the river in the pine)을 떠올리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이천을 나란히 하며 덕성여자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캠퍼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대학이다. 서울 도심 종로구 운니동에 있던 캠퍼스가 1970년대 후반 이쪽으로 이전했다고 한다.캠퍼스에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이던 김수근의 작품이 여럿 위치한다. 그러나 캠퍼스는 폐쇄됐다. 역시 코로다19다. 캠퍼스에는 빨간 벽돌집이 유난히 많다. 낮은 담장 너머로 김수근이 설계한 몇몇 건물을 스쳐 지나가며 본다. 높은 고층 콘크리트 건물은 없다. 모두가 높지 않은 붉은 벽돌이다. 1972년 설계된 자연과학대학 역시 붉은 벽돌집이다. 건물 앞 광장은 비엔나 숲으로 명명됐다. 단풍나무 묘목원의 유래를 훼손하지 않고 숲으로 남겨 놓은 건축가의 배려가 돋보이는 장소다.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도 여러 드라마와 광고 배경으로 인해 단번에 익숙하다.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된 중앙도서관도 1984년 설계작이다. 에코 캠퍼스의 결정판이다. 이 건물들은 김수근의 캠퍼스 시리즈로 10여년에 걸친 시차를 잘 보여 준다. 1979년 건축협회상을 수상하고 2013년에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교문 바깥에서 훔쳐본 안쪽 캠퍼스에는 잔디가 노랗게 익어 간다.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 문득 떠오른다. 무정한 세월 속에 그 짧았던 젊음도 갔다. 갑자기 코끝이 찡해진다. 인적이 없는 텅 빈 캠퍼스에 가을 햇살이 나른하게 쏟아진다.서울의 끝자락에 위치한 강북구 우이동, 도봉구 쌍문동 일대는 사연이 많은 동네다. 비운의 왕 연산군의 묘소도 있다. 벽초 홍명희, 김수영, 송진우, 김병로, 정인보, 함석헌 등 근현대사의 굵직한 인물들이 이곳에서 똬리를 틀고 살았거나 한동안 머물렀다. 4·19를 얘기할 때 늘 언급되는 김수영의 시비도 인근 도봉산 국립공원에 있다. 역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도봉구는 2017년 문학예술교육특구로 지정됐는데 서울미래유산 9곳과 문화역사 관광벨트가 한몫했다. 연전에 화제가 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도 이 일대가 무대다. 그만큼 도시물을 덜 먹었다는 의미가 된다. 아담한 빨간 벽돌 주택과 소나무가 뻗어 자라는 담장 낮은 집들이 눈에 띈다. 80년대 풍경이다.사실 서울에 살면서도 이곳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은 강남에 비해 홀대받고 있지만, 한때는 서울의 관문격으로 당대의 인물들이 이곳에 자리했던 요지다. 간송 전형필도 일제강점기 이곳에서 살았다. 근대 전통 가옥인 간송 옛집에는 일제강점기 때 민족문화유산의 수호자였던 간송의 자취가 잘 남아 있다. 100년이 된 전통 한옥으로 건축적 가치도 커서 문화재로 지정됐다. 도봉구에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에 걸쳐 보수 공사를 완료했으며, 2015년 9월 11일 개관식을 한 뒤 일반에 공개돼 운영되고 있다. 4·19묘지를 시작으로 우이동, 쌍문동을 찾는 나의 발길은 다시 솔밭공원을 끝으로 끝났다. 솔밭 구석에 조그만 화강암 노래비가 서 있다. 인근에 살았던 윤극영의 동요 ‘반달’이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얼마 만의 동요인가. 온 나라가 미친 듯이 트로트 열풍에 빠져 있는 가운데 동요 한 자락을 발견했다. 득템이다. 사실 한국의 대중가요는 미학적으로 파산한 지 오래다. 어린아이까지 나와 ‘이 풍진 세상을…’을 부르는 지금의 세태에 동요는 설 곳이 없다. 동요가 아이들에게까지 버림받는 천박한 세상이 2020년 한국이다. 반달 노래비를 뒤로하고 가만히 걷는다. 아득한 초딩 시절 불렀던 노래가 오늘 서서히 천둥처럼 가슴을 때린다.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가을이 깊어 간다. 길가 핏빛 칸나가 시든 줄기에 매달려 ‘초추의 양광’에 젖어 있다. 이제 가을은 점차 깊어 가고 사람들은 더욱 외로워질 것이다. 나도 반달처럼 길을 찾아야겠다. 글 김동률 서강대 교수 해설 박정아 서울도시문화지도사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다음 일정제20회 영등포의 추억 ●출발 일시 10월 10일(토) 오전 10시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어린이 괴질’ 소아 다기관염증증후군 환자 국내 첫 발생

    ‘어린이 괴질’ 소아 다기관염증증후군 환자 국내 첫 발생

    코로나19 관련 질병인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2명 발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5일 브리핑에서 “지난 5월부터 접수된 의심 신고 사례 7명에 대해 역학조사와 실험·검사, 전문가 회의를 거친 결과 11세와 12세 남아 2명이 관련 환자로 최종 판명됐다”고 밝혔다. 현재 2명 모두 퇴원했으며 심각한 합병증 없이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질환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두 개 이상의 신체 기관에서 중증 상태의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환자가 다수 발생한 미국·유럽과 달리 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선 아직까지 국내 사례가 유일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이 코로나19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대개 코로나19에 감염된 지 2~4주 이후 발병하며, 발열·발진·다발성 장기기능 손상 등이 나타난다. 기존의 가와사키병이나 독성쇼크 증후군과 증상이 유사하다. 11세 남아는 올해 1~3월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뒤 발열과 복통 등의 증상을 보여 4월 29일부터 5월 11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당초 코로나19 관련 검사 결과에서는 환자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이후 항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12세 남아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지난 8월 19일부터 9월 1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이후 발열과 복통 증세를 보여 다시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최은화 서울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임상적으로 발열·중증·2개 이상의 다기관 침범이면서 다른 원인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임상적 증상이 있어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노출력이 있거나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 사례 7명 가운데 나머지 5명은 역학조사와 심층면접, 유전자 증폭 및 항체 검사 등에서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이들은 심한 염증증후군이나 패혈증 유사 증상, 가와사키병으로 진단됐다. 최 교수는 “2명의 환자는 모두 면역글로불린만으로 치료해 회복됐다”며 “조기에 찾아내 빨리 치료하고자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만성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한 과학자 품으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만성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한 과학자 품으로

    노벨상 상금 지난해보다 100만 스웨덴크로나 늘어난 1000만 스웨덴 크로나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C형 간염바이러스 발견하고 감염 메커니즘을 밝혀낸 미국 과학자 2명과 영국 과학자 1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하비 알터(85) 미국 국립보건원(NIH) 교수와 마이클 하우튼(70) 캐나다 알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68) 미국 록펠러대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 3명의 과학자는 C형 간염바이러스를 발견함으로써 혈액검사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사전에 파악해 예방할 수 있게 해줘 인류의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수상한 3명의 과학자 모두 ‘예비 노벨생리의학상’으로 알려진 래스커상 임상의학분야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과 관련해 상을 받았다. 알터 교수와 하우튼 교수는 2000년에 공동으로, 라이스 교수는 2016년에 수상해 노벨상 수상자로 일찌감치 낙점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C형 간염바이러스(HCV)는 각종 간염, 간경변, 간암 등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1989년 처음 발견된 C형 간염은 전파 경로도 불분명하고 백신이나 특효를 보이는 치료제도 없었다. 하비 알터 교수는 1970년대 중반 수혈과 관련된 바이러스가 만성 간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하고 학계에 보고했으며 호튼 교수는 1989년 게놈 분석을 통해 알터 교수의 발견이 C형 간염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수혈을 통한 간염 발생 위험을 줄이는 스크리닝 모델을 개발했다. 라이스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내부 단백질 구조를 처음 밝혀내고 인체에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독성이 없는 치료제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최종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는 말라리아, 결핵, 후천성면역결핍증(HIV)와 함께 4대 감염 질환으로 꼽히는데 이번 수상자들 덕분에 C형 간염바이러스 환자의 분류는 물론 완치까지도 가능해졌다”라고 설명했다.C형 간염 바이러스를 전공한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팀장은 “이번 수상자들은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를 새로 발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크게 공헌한 사람들”이라며 “일반적으로 만성 바이러스 질환은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평생 먹어야 하지만 이들의 연구 덕분에 C형 간염 바이러스를 95% 이상 완전히 치료가 가능해졌는데 이는 대단한 연구성과로 감염병 역사에 획을 그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지난해보다 100만 스웨덴크로나가 늘어난 상금 1000만 스웨덴크로나(13억 510만원)가 주어지는데 3분의 1씩 나눠 갖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기존에 시상식은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상을 받는 모습이 TV중계될 예정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평화상 시상식은 예년보다 축소된 규모로 개최된다. 한편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는 글로벌 정보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매년 선정하는 ‘2020년 피인용 우수연구자’에서 화학분야 연구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현 교수가 선정된 것은 2014년 유룡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2017년 박남규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2018년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에 이어 한국 과학자로는 네 번째다. 나노결정 합성 연구를 진행한 현 교수가 이번 우수연구자로 선정되면서 노벨 화학상 부문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검찰 신주류 ‘전남 순천고’ 출신들…간부 70%는 SKY

    검찰 신주류 ‘전남 순천고’ 출신들…간부 70%는 SKY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대대적인 검찰 인사 물갈이가 이뤄지면서 순천고 출신이 검찰 내 새로운 주류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 국장급 및 대검·고검·지검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진 300명 중 11명이 전남 순천고를 졸업했다. 단일 고교로서는 현재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순천고 다음으로는 기존 검찰 주류 세력이었던 휘문고 출신이 6명, 상문고 출신이 6명, 서울 여의도고와 선덕고 출신이 5명으로 집계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나온 전북 전주고 출신 간부는 4명이다. 검사 출신 고교의 세대교체를 알렸던 대원외고 출신은 3명, 전통적인 명문 고등학교로 꼽히는 경기고 출신은 2명이다. 순천고 출신 검사장급 간부로는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배용원 전주지검장, 박찬호 제주지검장이 있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한동훈 검사장과 갈등을 빚었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처가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박순배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를 책임지는 전준철 반부패수사1부장도 순천고를 나왔다. 간부 300명 중 213명은 스카이(서울·연세·고려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각각 서울대 135명, 고려대 54명, 연세대 24명이다. 출신 지역은 영남이 97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 88명과 호남 72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 들어 두드러진 ‘순천고 전성시대’ 현상에 대해 편향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주혜 의원실은 “추 장관은 균형 인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특정 지역 출신의 쏠림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서울대 서문과 교수, 명예훼손으로 인권센터에 학생들 신고

    서울대 서문과 교수, 명예훼손으로 인권센터에 학생들 신고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의 한 교수가 교수진들의 장학금과 인건비 편취 의혹을 제기한 학생들을 서울대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형사고발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5일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어서문학과 B교수는 서울대 인권센터에 신귀혜 인문대 학생회장과 김인우 부학생회장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했다. 신고를 고지하는 메일에서 “피신고인들은 지난 8월 서어서문학과 교수진을 고발하면서 확실한 증거 없이 신고인(B교수)을 형사고발 대상자에 포함시켜 신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공개적 사과와 고발 취소를 9월 30일까지 취소하기를 바란다. 불이행시에 (신고인은) 명예훼손 고발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인문대 학생회는 전국대학원생노조, 피해 학생 등과 함께 서어서문학과 교수진과 조교 등 9명을 지난 8월 서울중앙지검에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어서문학과 교수들은 한국연구재단의 BK사업과 서울대에서 지급하는 장학금과 인건비 등 약 1억 3800만원을 공동관리 계좌로 반납하는 방식으로 학과 행사비나 술값으로 부당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 대상에는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된 A교수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인문대 학생회는 “서울대 감사실에서 발간한 2편의 감사보고서가 형사 고발의 주요 근거”라면서 “고발의 취지는 특정 교수의 명예훼손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건비와 장학금 갈취 등 대학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학생회는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형사고발임에도 오직 학부생만을 고소 통지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사실상 협박”이라며 “책임 교수로서 학생회 및 피해 대학원생들과 소통하기는커녕, 수사절차에 성실히 응하기도 전에 학생회 대표자를 협박하려 하는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전통건축 문법을 근대적으로 풀어낸 자생적 모더니즘

    전통건축 문법을 근대적으로 풀어낸 자생적 모더니즘

    한강 양화대교 북쪽에 한 봉우리가 솟아 있고, 그 위에 특이하면서도 기품 있는 일군의 건축물이 앉아 있다. 이 봉우리의 이름은 절두산으로, 천주교도의 목을 잘라 처형했던 순교성지다. 절두산성당으로 통칭되는 ‘한국천주교 순교자박물관’과 ‘병인박해100주년 기념성당’은 잊혀져 가는 건축가 이희태(1925~1981)의 명작이다.●이희태, 1세대 건축가 3대 거장 근대적 의미의 건축가는 체계적인 건축교육을 받고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며, 자기 이름으로 작품을 설계한 한국인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의 박길룡(1898~1943)이 최초의 근대 건축가다. 그러나 건축가의 직능을 본격적으로 알린 이는 해방 이후에 활동한 김중업(1922~1988)과 김수근(1931~1986)이다. 이들은 20세기 초 유럽에서 확립돼 세계를 주도한 모더니즘 건축을 정착, 발전시켰다. 이들과 견줄 수 있는 다른 건축가라면 단연 이희태를 꼽을 수 있다. 한국 근대건축의 대표작들이 만들어졌던 1960~1970년대는 이 세 건축가가 정립한 삼국지의 무대이기도 하다. 김중업·김수근은 모두 일본 유학을 통해 모더니즘 건축을 습득했다. 김수근은 유학 시절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단게 겐조의 영향을 짙게 받았고, 김중업은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사무실에 취직해 직접 배우기도 했다. 이들의 학력과 이력의 아우라는 대단했고, 그들의 제자가 현재의 건축계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이희태는 빈농 집안에서 태어나 외국 유학은커녕 고등교육조차 꿈꿀 수 없었다. 1942년 경성직업학교를 졸업한 것이 최종 학력이다. 건축 현장의 기능인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인 학교였다. 졸업 후 강제징용을 피해 어찌 취직한 곳이 조선비행기공업회사였고, 여기서 엘리트 건축가인 엄덕문·김중업 등을 동료로 만났다. 그들 같은 지식인 건축가가 되는 것이 청년 이희태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 한국전쟁 직후 일생의 기회를 잡는다. 당시 서울대 미대 학장인 장발이 엄덕문에게 강의를 부탁했는데 그가 이희태를 소개해 대신 강의를 맡게 됐다. 고졸 청년이 최고 대학의 강사가 됐으니 평생 서울미대 교수로 불리기를 영광으로 삼았다. 장발은 4·19 내각수반 장면의 동생이며, 한국 천주교에 큰 위상을 가진 집안 출신이었다. 이희태의 능력과 성실함을 높게 산 장발은 천주교 건축 일을 주선했다. 1954년 명수대성당을 시작으로 혜화동, 인천 송림동, 진해, 경주, 청파동, 아현동, 압구정동 성당을 설계하게 됐다. 아울러 명동 샤르트르 수녀회, 계성여고, 서강대 예수회 신부관, 성나자로마을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 가운데 명수대성당은 최초의 모더니즘적 성당으로, 혜화동성당은 그의 대표작으로 명성을 얻었다. 1960년대는 그의 전성기였다. 절두산성당과 국립극장 현상설계에서 당선돼 건축계 최대의 히어로가 됐다. 국립극장 설계를 위해 미국과 유럽의 문화시설을 견학했고, 멕시코와 홍콩 등 초청 방문도 잦았다. 1970년대 초까지 경주박물관, 공주박물관(현 충남역사문화원), 부산시립박물관 등 문화시설 설계로 분주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부터 설계 의뢰가 끊겨 사무소 문을 닫았고, 가정 문제는 복잡해졌으며, 불치의 병까지 얻어 끝내 57세 나이로 타계했다. 내성적이며 비사교적이었던 그는 제자를 키우지 못해 그를 기억하는 사람도, 남겨진 자료도 많지 않다. 어려운 처지에도 명동 한복판에 사무소를 얻었고, 늘 고급 맞춤양복을 입었으며, 매사에 엄격하고 깔끔했던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으로 기억될 뿐이다.●절두산성당, 20세기 한국의 고전 한국 천주교 전래사는 박해와 순교의 역사였다. 신유박해로 300여명, 기해박해로 130여명 그리고 병인박해(1866~1871)로 8000여명이 순교했다. 1866년 2월 흥선대원군의 조선 조정은 9명의 프랑스 선교사를 포함해 전국에서 신도 수천 명을 처형했다. 이는 곧 그해 가을의 병인양요를 촉발시켰다. 프랑스 극동함대 선단이 8월에 한강의 양화진과 서강까지 거슬러 정탐했고, 9월에 대대적으로 강화도를 침략했다. 천주교도들이 프랑스 군대를 끌어들였다고 병인양요 후 또다시 대대적인 처형을 자행했다. 특히 양화진에서 수백 명을 참수했다. “외적이 더럽힌 곳을 원인 제공자들의 피로 씻는다”는 야만적인 명분이었다. 원래 이 봉우리는 누에머리를 닮아 ‘잠두봉’이었으나 참수 처형 이후 ‘절두산’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한국 천주교는 1957년 잠두봉 일대의 토지를 매입해 순교 100주년에 맞춰 1967년 성당과 기념관을 완공했다. 서울의 다른 순교성지인 새남터는 1982년에 기념성당을, 서소문 밖 처형터는 2020년 역사박물관과 기념공원으로 단장했다.자연 지형을 최대한 존중하고 성당과 박물관의 기능을 조화시키라는 것이 설계 조건이었다. 이희태의 당선안은 그 장소성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지형의 높낮이 차이를 활용해 높은 곳에 성당을, 한 단 낮은 곳에 박물관을 배치했다. 두 건물을 대각선으로 배치하고 그 접점에 높은 종탑을 세워 서로 통합했다. 이 종탑은 멀리서도 종교적 상징이 되는 랜드마크다. 두 개의 분리된 건물은 건물 외벽에 걸쳐진 회랑으로 모두 연결된다. 전통 건축의 방법인 채 나눔을 따르되 기능적 통합을 꾀했다.불규칙한 지형을 살리기 위해 1층을 띄운 필로티 형식으로 박물관을 설계했다. 필로티 하부에는 8각 화강석 기둥을 세워 마치 전통 누각 건축의 누하주와 같아 보인다. 위로 볼록한 기념관의 콘크리트 지붕은 초가지붕을 연상시킨다. 갓 모양인 성당의 원형지붕은 넓적한 칼 모양의 종탑이 내리쳐 잘려 나간 순교자들의 머리를 상징했다고도 한다. 회랑의 난간은 마치 목조를 짜 맞춘 것 같은 세심한 디테일을 가졌다. 역사적 장소성뿐 아니라 문화적 전통성과 종교적 상징성을 동시에 얻는 데 성공했다. ●독학으로 완성시킨 토착적 고유형 건축 그는 체계적인 고등교육도, 모더니즘의 세례도 받지 못했다. 모든 것을 독학으로 습득해야 했다. 그럼에도 초기작인 혜화동성당(1955)은 그 어떤 건축보다 모던하다. 직사각형의 몸체와 사각기둥인 종탑이 전부인 건물이다. 단순하지만 아름답다. 아름다움의 비밀은 외관의 비례에 숨겨져 있다. 종탑의 높이와 건물의 폭이 같아 보이지 않는 정사각형을 이룬다. 직사각형 몸체의 가로세로비는 2대1로, 두 개의 정사각형이 숨어 있다. 그의 다른 성당들도 이처럼 정교한 비례의 틀 안에서 계획됐다. 모더니즘 건축은 건축적 개념과 내부 공간의 구성을 중시했지만, 이희태는 이를 비례 체계의 형식미로 구현했다. 독학의 한계이자 성과였다. 당시 의식 있는 건축가들은 서구 건축의 수용과 전통문화의 계승이라는 모순 속에서 건축적 자의식을 표현해야 했다. 두 가지의 가능성이 존재했다. 하나는 모더니즘 건축의 보편성 위에서 전통을 차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통적 건축의 문법을 근대적 방법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김중업이나 김수근이 전자의 태도를 취했다면, 이희태는 후자에 가깝다. 김중업의 주한프랑스대사관은 한옥의 처마선을 추상화했으나 전반적으로 르코르뷔지에의 문법에 충실했다. 김수근의 공간사옥은 한국 전통의 인간적 스케일을 추상화한 모더니즘적 집합체였다. 반면 이희태의 절두산성당은 목조건축을 연상시키는 누각형 구성, 초가형 지붕, 열주와 서까래 등의 전통적 문법을 철근콘크리트로 추상화했다. 그래서 이질감보다 편안함이 앞선다. 필로티-열주-처마지붕의 세 요소로 건물을 구성했는데, 이는 전통 건축의 기단-벽체-지붕의 3분구성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후 국립극장이나 공주박물관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그만의 고유한 문법이었다. 근대적 건축가의 길을 결심했을 때나 모더니즘의 원리를 체득할 때 그리고 현재와 전통의 화해를 꾀하고 자신만의 건축 문법을 만들 때도 그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스승이 없기에 자기 지시적이었고, 외래의 이상형이 없었기에 토착적인 고유형을 창조할 수 있었다. 어쩌면 한국 천주교의 운명과도 닮았다. 한국 천주교는 전교 사상 유례없이 내부적 갈망으로 시작해 자생적으로 성장해 왔다. 독학 가톨릭인 셈이다. 박해와 순교는 외래 종교와 전통 가치관이 충돌한 결과였다. 마치 우리의 근대건축이 서구와 전통 사이에서 갈등해 온 것과 같다. 차이가 있다면 순교자의 후예들은 박해의 역사를 충실히 기억하는 반면, 이희태의 존재와 건축적 의미는 거의 잊혀져 간다는 점이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노벨상 수상자 오늘부터 발표...“한국인 유력 수상 후보 있어”

    노벨상 수상자 오늘부터 발표...“한국인 유력 수상 후보 있어”

    2020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과 솔나, 노르웨이 오슬로 등지에서 진행된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순차적으로 생리의학상(5일 오후 6시30분), 물리학상(6일 오후 6시45분), 화학상(7일 오후 6시45분), 문학상(8일 오후 8시), 평화상(9일 오후 6시), 경제학상(12일 오후 6시45분) 등 총 6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올해 한국에서는 화학상에 가장 관심이 높다. 서울대 석좌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인 현택환 단장(56)이 예상 수상자 명단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 후보로는 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부를 펼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모두 추천을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도 평화상 후보다. 노벨문학상의 경우, 올해는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생 마리즈 콩데(83)가 유력하다. 그 외에도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무라카미 하루키, 마거릿 애트우드, 응구기 와 시옹오, 앤 카슨, 하비에르 마리아스, 고은 시인, 옌롄커, 아니 애르노, 찬쉐, 코맥 매카시, 돈 드릴로, 마릴린 로빈슨, 자마이카 킨카이드, 위화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생리의학상은 암 백신 공동 연구자인 일본 나카무라 유스케 박사가 유력하다. 또한 파멜라 비요르크맨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 잭 스트로밍거 하바드대 교수 등도 거론되고 있다. 물리학상은 미 해군연구소 물리학자들인 토마스 캐롤과 루이스 페코라 박사, 홍제다이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 알렉스 제틀 미국 버클리대 교수, 카를로스 프랭크 영국 전산 우주론 연구소(ICC) 소장, 훌리오 나바로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 사이먼 화이트 독일 막스플랑크 천체물리학 연구소 전 연구소장 등이 꼽힌다. 노벨상 경제학상 후보자 명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매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던 노벨상 시상식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시상식은 온라인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별도로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규모를 줄여 별도로 개최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GS 4세’ 허서홍, 지주사로 이동

    ‘GS 4세’ 허서홍, 지주사로 이동

    GS는 오너 일가 4세인 허서홍(43) GS에너지 전무가 지주사인 ㈜GS로 자리를 옮겼다고 29일 밝혔다. 올해 초 허태수 GS그룹 회장 취임 후 첫 번째 고위 임원 인사다. 허 전무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자 허태수 회장의 5촌 조카다. ㈜GS 지분 1.97%를 보유하고 있다. 대일외고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2003년 삼정KPMG 기업금융부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2006년 GS홈쇼핑 신사업팀에서 근무했다. 여기서 허 회장과 2년여간 함께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9년 미국 에너지 전문 기업인 셰브론에서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에너지 관련 업무를 했다. 2012년 GS에너지에 합류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과 전력·집단에너지 사업 등을 담당하며 GS에너지의 사업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력·집단에너지 사업부문장(상무)과 경영지원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그룹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 허 전무는 허 회장이 취임 이후 강조했던 GS그룹 디지털 혁신 가속화 등 사업구조 변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닿기만 해도 아픈 만성통증, 뇌의 오작동 때문”

    “닿기만 해도 아픈 만성통증, 뇌의 오작동 때문”

    살짝 스치기만 해도 온몸의 살갗이 벗겨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신경병성 만성통증 환자들이 있다. 중증 환자들은 진통제로도 고통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하루하루의 삶이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병적 통증의 발병 메커니즘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정지훈 경희대 한의대 학술연구교수가 주도하고 서울대 의대 연구진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만성통증은 뇌의 통증 조절 시스템이 오작동하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만성화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5일자에 실렸다. 신경 손상으로 인한 신경병성 통증이 느껴지는 메커니즘은 말초와 척수 수준에서 밝혀지기도 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통증 억제 방법은 실제 환자에게서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통증이 만성화되면 말초나 척수신경을 넘어 뇌의 역할이 커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생쥐에게 신경병성 통증을 유발시키도록 조작하고서 일반 생쥐의 뇌의 활동과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극심한 만성통증을 겪는 생쥐는 통증 감각 조절에 관여하는 중뇌의 ‘수도관 주위 회색질’(PAG)이라는 영역의 활성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 관찰됐다. 일반 생쥐는 중뇌 PAG에서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5’라는 물질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돼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즉 뇌의 통증조절 기능이 정상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활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만성통증을 겪는 생쥐에게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5의 활성을 높이면 강력한 진통효과를 발휘해 만성통증이 개선되는 것이 관찰됐고 반대로 일반 생쥐에게서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5 활성을 차단하면 신경병성 통증을 겪는 생쥐처럼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교수는 “이번 결과는 신경병성 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통증의 만성화 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집콕 추석에 ‘혼술’하면 더 우울해진대요

    집콕 추석에 ‘혼술’하면 더 우울해진대요

    코로나19로 찜찜한 추석 연휴다. 정부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연휴 기간 가급적 고향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회사 출근도 하지 않고 감염병을 피해 집콕하다 보면 아무래도 건강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혼술과 야식이 늘고, 심하면 코로나19 걱정으로 우울감을 겪는 코로나 블루에 알코올 의존증까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할 시기다. 혼술을 하면 한 번에 과음하는 일은 많지 않다. 대신 자주 소량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일주일에 남성은 총 14잔, 여성은 7잔을 넘기면 과음으로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혼술이 아니라도 가족끼리 음주를 할 때는 일반적인 주량을 유지해야 한다. 남성은 한 차례 2잔 이하, 여성은 1잔 이하를 권한다. 전문가들은 일상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알코올로, 그것도 혼술로 풀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답답한 마음에 혼술에 의지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겪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는 가족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외로움을 술로 풀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전 명절 기간에는 가족이나 친지를 만나기 위한 장시간 운전이나 집안 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가족·친척 간의 스트레스 등이 주로 발생하는 건강 문제였다면 올해는 외로움과 우울감이 주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교수는 여행은 어렵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햇볕을 쬐며 동네에서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다 보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화나 문자 등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자주 안부를 묻고 스트레스나 우울감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코로나 블루 상태에서 특히 혼술은 더 위험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은 그 자체로 중독환자의 30%에서 우울증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블루 상태로 알코올에 의지하다가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면 더 심각한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준호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 상태가 많이 회자된다. 의학적인 타당성을 떠나 현재 광범위하게 우리 사회에서 자각되는 현상”이라면서 “이때 음주는 더욱더 위험한 행위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혼술의 과정이 진행되면 절제하기가 쉽지 않아 알코올 의존증으로 흐르기 쉽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현재의 방역 지침에 따른 생활의 변화, 이른바 뉴 노멀에 해당되는 정신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좀 더 알코올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잦은 음주로 인한 문제점을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휴 기간 방콕에 따른 우울감이 혼술과 알코올 의존증으로 흐르다 보면 코로나19 방역에도,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혼술에 야식은 몸 건강도 해친다. 중앙대학교의료원에 따르면 집콕 배달야식과 혼술은 위식도 역류질환을 높인다. 한 20대 대학생은 자취방에서 배달음식으로 혼자 식사를 해결하고 야식을 즐기다 최근 가슴이 쓰리고 신물이 역류하는 느낌이 심해 병원을 찾은 결과 위식도 역류질환 진단을 받기도 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 통계 자료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는 2015년 386만여명에서 2019년 458만여명으로 19% 정도 늘었다. 20대 환자는 같은 기간 31만여명에서 39만여명으로 25% 가까이 늘었다. 30~50대보다 증가폭이 높았다. 김범진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대면 시대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집에서 배달음식 위주의 패스트푸드, 고지방식, 탄산음료나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매운 음식을 즐기거나 집에서 혼술, 야식 후 바로 눕는 습관 등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때문에 고향에 가지 않고 집콕할 때는 반드시 연휴 기간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게 좋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 과식과 혼술로 건강을 잃기 십상이다. 이덕철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활동이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 부족과 체중 증가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꾸준한 운동 습관은 신체 면역력을 높이고 각종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하루 한 시간씩 빨리 걷는 운동만 꾸준히 해도 면역기관을 자극해 각종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병원균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내 염증을 억제하고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때문에 일부 의학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이야말로 코로나19에 대한 중요한 대처방안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에 유행하는 코로나19의 주요 특징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이미 바이러스가 다량으로 배출돼 전파력이 매우 높다는 것”이라면서 “따뜻한 위로 전화나 영상메시지로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여느 때와 다른 추석 연휴, 명절 후유증을 잘 관리해야 일상 복귀도 빨라진다. 맥이 빠지고, 소화가 안 되고, 미열이 나며 졸리는 현상이 1주일 넘게 이어지면 명절 후유증을 의심해야 한다.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만성피로와 우울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평소 수면·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고 연휴 마지막날 하루는 집에서 편안히 쉬도록 한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명절 후유증 극복에는 스트레칭이 가장 좋다”면서 “손목, 목, 어깨 여기저기에 뭉치고 뻣뻣한 근육을 풀어줘 몸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상온 백신’ 사고 전에도 ‘콜드체인’ 지킨 곳은 30%뿐

    ‘상온 백신’ 사고 전에도 ‘콜드체인’ 지킨 곳은 30%뿐

    독감 백신의 관리 소홀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수두, 볼거리·홍역·풍진(MMR) 등 생백신을 다루면서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킨 의료기관은 10곳 중 3곳에 불과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생백신의 콜드체인 유지관리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소와 민간병원 86곳 중 26곳(30.3%)에서만 백신을 적정한 온도에서 보관했다. 백신은 제조사에서 출고된 후 2~8도에서 보관돼야 한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 의뢰로 연구를 수행한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보건소 39곳과 민간병원 47곳에서 생백신 보관 냉장고의 온도를 2주간 모니터링했다. 생백신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백신이다. 대표적인 생백신으로는 수두 예방주사가 있다. 이번에 독감 접종 중단 사태를 야기한 백신은 사백신이다. 보건소에서는 냉장고 15개(38.5%)가 2~8도를 유지했다. 나머지 24개(61.5%)는 2도 밑으로 내려가거나 8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등 온도가 적당하지 않았다. 동네의원과 병원, 종합병원 등 민간병원에서는 11개(23.4%)만 적정 온도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현재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이날 기준 상온 노출 백신 접종 건수는 873건으로 늘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집콕 추석과 ‘추캉스족’ 사이… 10월 1단계 복귀 여부 갈린다

    집콕 추석과 ‘추캉스족’ 사이… 10월 1단계 복귀 여부 갈린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 등 수도권 집단 발병이 본격화하기 전인 8월 11일(34명) 이후 49일 만이다. 방역 당국은 “추석 직후 한 주간의 상황을 평가해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독감)까지 겹친 코로나19 ‘트윈데믹’이냐, 거리두기 2단계에서 1단계로 조정되느냐를 결정할 한 주간의 시험대를 마주한 셈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억제되고 있지만 다시 폭발할 수 있다”며 “10월 초순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추석 연휴가 코로나19 전국 확산의 기폭제가 되지 않도록 경각심과 실천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의 설문조사 등을 종합하면 이번 추석에는 70~80%가량의 시민이 집에 머물 계획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귀성 대신 여행(추캉스)을 계획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14개 공항 이용객 128만 5000명의 75% 수준인 96만 3000명이 연휴 기간 전국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뒤 설에 이어 두 번째 명절을 맞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가 변형을 일으켜 전파력이 6배가량 강해졌고 감염경로가 미궁인 환자 비중이 최근 2주간 20%대를 유지하는 등 지역 내 잠복감염 위험이 높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감소세가 추석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추석 특별방역기간 이후에 상황 위험도를 평가해 그 후의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추석) 특별방역기간은 오는 10월 11일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그 주쯤에 여러 상황을 평가해 생활방역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이후 방역 방식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포함한 보수단체의 개천절(10월 3일) 집회를 반드시 막겠다고 거듭 밝혔다. 서울시도 개천절 집회 신고 단체에 ‘집회금지’ 조치를 완료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집회 개최 시 현장 채증을 통해 불법 집회 주최자를 고발 조치하는 동시에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북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완치자 965명 중 91.1%(879명)가 피로감(26.2%), 집중력 저하(24.6%) 등의 후유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후각·미각 손실, 심리·정신적 후유증도 있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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