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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권 약대, 정원의 40%는 ‘禁男’…‘여대 약대’ 불공정?… 헌재 “합헌”

    서울권 약대, 정원의 40%는 ‘禁男’…‘여대 약대’ 불공정?… 헌재 “합헌”

    37개 대학 1959명 모집… 55%는 수시덕성·동덕·숙명·이화여대 320명 뽑아20대 男 “女할당제나 다름없다” 반발2022년 대학입시의 최대 관심사는 2000명 가까이 신입생을 뽑는 약학대학 입시의 부활이다. 그동안 약대는 일반 학부에서 2년 공부한 뒤 약대입문자격시험(PEET)을 치르고 약대에 편입해 4년을 마치는 체제로 운영됐다. 이제 PEET 시험이 폐지되고, 6년제 약대 학부제가 시행되는 것이다. 전국 37개 약대는 목포대 약대가 지난 6월 대입 전형을 발표한 것을 마지막으로 모두 전형 계획을 공개했다. 전국 약대 총정원은 1743명이며 정원외 모집인원까지 더하면 모두 1959명이다. 55%는 수시모집으로, 나머지는 정시로 선발한다. 37개 약대 가운데 여학생만 입학할 수 있는 곳은 덕성여대, 동덕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가 있다. 덕성여대는 약대 정원이 80명, 동덕여대는 40명, 숙명여대는 80명, 이화여대는 120명이다. 여대 약대 정원은 총 320명으로 전체 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다. 여대 약대는 불평등에 민감한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큰 문제로 부상했다. 젊은 남성들은 ‘원천적 봉쇄’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여대 약대는 모두 서울에 있는데 ‘인 서울’ 남녀 공학 약대인 고려대(30명), 서울대(63명), 중앙대(120명), 가톨릭대(30명), 삼육대(30명), 연세대(30명), 경희대(40명), 단국대(30명), 동국대(30명), 성균관대(65명) 등의 정원은 468명이다. 서울에 있는 약대 정원의 40%는 남성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것이다. 남학생들은 ‘약대마저 여성할당제냐’며 반발하고 있다. 여대 약대 입학정원이 위헌이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이유로 여대가 아닌 남녀 공학 약대에서도 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평균 50%에 이르러 여대 약대 존재만으로 남성의 약대 입학 가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제기 배경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20대 남성들의 표심에서 볼 수 있듯 입대와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 등에서 나온 것이다. 여대 약대 정원이 문제라고 한 남성들은 “군대도 안 가고, 여성할당제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로 설립된 헌재에 대해서도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들어 정치적 판단만 하는 기구인데 쓸데없이 권한과 권위가 크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문과와 이과가 처음으로 통합되면서 문과생들이 수학 상위 등급을 받기 어려워져 특히 수학에 약한 여학생들은 불리할 전망이다. 누구에게는 기회가 누구에게는 불공정이 된다.
  • 교육협력 온라인플랫폼 ‘스누지’, 시민지해 첫 영상 게시

    교육협력 온라인플랫폼 ‘스누지’, 시민지해 첫 영상 게시

    경기 시흥시-서울대학교 교육협력사업인 온라인 OTT(Over The Top-온라인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플랫폼 스누지(SNU-G)에서 22일 시민지해(市民智海) 첫 번째 영상을 게시한다고 밝혔다. 시민지해는 시민들의 지식과 지혜를 모아 청소년을 위한 지혜의 바다를 이룬다는 뜻으로, 스누지에서 제작하는 시민 참여형 강의를 의미한다. 이번에 선보일 첫 번째 시민지해는 중학생 김하윤양이 참여해 또래 청소년들과 함께 듣고 싶은 팝송을 소개하고, 간단한 영어 지식을 나눌 예정이다. 스누지플랫폼은 시민지해뿐 만 아니라 서울대 교수진을 필두로 4차 산업혁명 등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주제를 발굴하여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또 시흥시 서울대 교육협력사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 500편 이상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스누지플랫폼에서는 시민지해로 다양한 지식을 나눠 줄 시민을 하반기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참여자는 시흥시 서울대 교육협력센터에서 전문적인 스튜디오 촬영 및 강의안 작성을 지원받으며, 편집 기술이 더해진 개인 촬영물을 제공받을 수 있다. 스누지의 영상콘텐츠는 스누지플랫폼(https://snu-g.snu.ac.kr)에 접속하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채널에 ‘스누지플랫폼’을 검색하면 만나볼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스누지는 시흥시민에게 삶의 지혜와 통찰을 제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홍석경의 문화읽기] 케이팝 성공, 시장과 국가를 넘는 아이러니/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석경의 문화읽기] 케이팝 성공, 시장과 국가를 넘는 아이러니/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방탄소년단(BTS)이 노래를 바꿔서 미국의 대중음악 인기 차트 빌보드에서 8주째 1등을 했다. 미국에서의 성공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순위라서 뉴스 가치가 높을 뿐 BTS 외에도 케이팝 인기그룹의 노래들이 해외 수십 개국 음악 차트에서 동시에 정상을 차지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다. 신곡으로 빌보드 정상을 이어 가는 이러한 비현실적인 BTS의 성공은 당사자를 포함해 모두의 예상을 계속 뛰어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힘은 팬덤이다. 기존 대중음악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대중매체가 만들어 온 대중음악의 유통과 성공의 관행을 모두 무시한 채 오직 소비자의 힘으로 이루었다. 혹자는 빌보드 순위 매김 원칙을 정확하게 파악한 케이팝의 열성적인 팬들이 전략적인 소비를 통해 이 결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시장을 교란한다고 비판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기존의 시장 또한 문화 매개자들의 권력이 실현된 유통 관행이 지배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권력을 실현하는 케이팝 팬덤의 정당성을 비난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BTS는 이제 ‘다이너마이트’ 이후 영어 노래로 미국 대중문화의 본령 속에서 현재와 같은 성공을 이어 가고 있지 않은가. 케이팝의 이러한 성공은 산업만을 우회한 것이 아니다. 한류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국가 간의 외교 관계에서 상대국의 국민에게 직접 소구해 국가 이미지를 향상하는 외교적 목표에 도달하려는 공공외교 차원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공공외교의 주체에 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나 민간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정책의 주체가 정부이고 또 한국의 재외공관들에서 그동안 대중문화를 내용으로 많은 활동을 전개했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공공외교 정책을 보는 외국의 시선은 우리가 원하는 외교적 효과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측면이 있다. 한국의 세계 속 이미지 형성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어떠한가? 해외 언론과 일반 대중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일까?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케이팝의 벼락같은 성공 앞에서 기자, 비평가, 학자 등 외국의 문화 매개자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워한다. 국내에서도 여전히 BTS가 왜 저 정도로 인기인지가 의문인 상황이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이어 가며 한국전쟁 후 최빈국에서 두 세대 만에 세계 최고의 반도체 국가로 성장했다. 따라서 한국은 개발국가 이미지가 강하고, 한국 정부는 이러한 경제적 성취 위에 국가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압축성장 산업 국가가 가장 좋은 선박과 차와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문화를 수출하다니. 필자가 그동안 경험한 유럽과 북미의 문화 매개자들은 이러한 의문에 적합한 대답을 찾았다. 한국은 문화산업도 개발국가의 논리에 따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수출용으로 발전시켜서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의 근거로 1990년대 이후 여러 가지 검열 폐지와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한 국가의 직간접적 재정 지원을 이유로 꼽는다. 이러한 정책의 효과를 과도하게 강조한 몇몇 영어 저작에도 힘입어 한류는 국가 주도 문화 수출이 성공했다는 식의 잘못된 이해가 팽배하다. 그런데 정부 지원이 가장 적었던 분야인 케이팝이 가장 폭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금의 현실은 이러한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있다. 외국 매개자들의 이러한 이해가 문제인 것은 이런 견해 속에 한국의 이미지는 산업 국가로 고착되고, 따라서 한국이 수출하는 문화는 산업적 산물일 뿐이라는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아이돌 시스템이 청소년에 대한 노동 착취이고 인권 문제를 지닌다는 점에 천착하는 이유다. 그러나 한국 대중문화의 힘은 민주화 이후 터져 나오고 동반 성장한 한국 시민사회가 공유한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미적 경험이 녹아들어 형성된 것이며, 수출용 산업 정책의 결과는 더욱더 아니다. BTS의 신곡 ‘퍼미션 투 댄스’는 수화를 안무로 변경하면서 소수자를 포함하는 더욱 큰 보편성을 획득했다. 필자가 관찰한 한국 드라마의 성공 이유도 제품으로서의 완결성을 넘어 드라마가 재현하고 지지하는 가치에 있었다. 케이팝과 한류의 성공을 긍정적 국가 이미지로 돌려받으려면 더 정교한 정책과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 태릉골프장·창동차량기지 개발 “첨예한 갈등, 대안 제시하겠다”

    태릉골프장·창동차량기지 개발 “첨예한 갈등, 대안 제시하겠다”

    서울 노원구는 서울 속에 높은 산과 너른 녹지를 보유하고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취임 초기부터 주민에게 자연 속 치유를 제공하는 문화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광역단체급’ 굵직한 현안들이 등장했다. 국토교통부는 군사지역으로 수십년 공개되지 않았던 태릉골프장 부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상계동 서울교통공사 창동차량기지 부지에 돔 야구장을 포함한 상업시설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오 구청장은 국토부, 서울시와 주민 사이에서 상충되는 조건을 조율하는 조정자로 나서게 됐다. 지난 8일 만난 오 구청장에게선 조정자 역할의 무거움을 잘 알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생각이 엿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태릉골프장 관련해서 가장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구지정 시점이 다시 내년으로 미뤄졌다는데 구 입장은 달라진 게 없는지. “태릉골프장은 주민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노원에 있는지도 모르는 주민이 많았다. 가뜩이나 아파트 과밀 지역인데, 그런 땅에 갑자기 정부가 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는데 주민이 찬성할 리 없다. 규모가 30만㎡ 넘으면 지구단위 계획 정책 수립 권한은 구는 물론 서울시에도 없다. 태릉이 80만㎡이다. 권한은 오롯이 정부에 있다. 반대만 했다간 주민 의사에 반하는 계획이 그대로 실현될 것 같았다. 짓는 건 인정하되 개입해서 공원이나 단지 배치 등 확보할 것은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속수무책 당하고 나중에 ‘반대만 했지 대안 제시를 안 했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되니 대안을 제시한 거다. 1만 가구면 닭장에 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절반으로 줄여 달라 했다. 주민에게 대규모 공원을 달라 했다. 25만㎡ 규모의 공원을 확보했다. 여의도공원보다 큰 규모다. 교통대책 수립해 달라고 했다. 안 그래도 고질적인 교통문제, 대규모 아파트단지 또 들어오면 더 악화된다. 임대와 분양 비율도 조정을 요청하는 등 아직 협상 중이고, 일부 합의된 부분도 있다.” ●지상 바이오단지·지하 쇼핑몰 절충안도 있어 -창동차량기지 개발 관련 앞으로 계획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달라. “창동차량기지와 운전면허시험장 부지 면적은 24만 6000㎡에 이른다. 구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이곳을 세계적 바이오메디컬 산업단지로 조성하길 원한다.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바이오 관련 연구소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인근 창동에 케이팝 전용 공연장까지 들어서면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문화공연과 의료관광이 함께 가능해지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한다. 계획대로라면 바이오 메디컬 단지뿐 아니라 호텔 등 상업시설들도 들어서 일자리 약 8만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1월 서울대병원과 산업단지 조성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바이오메디컬 산업단지 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수준의 병원 유치다.” -오 시장 입장과 다소 다른 것 같은데. “오 시장 선거 당시 공약은 바이오메디컬단지 조성을 백지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돔구장과 쇼핑몰, 바이오메디컬 시설’ 3가지를 함께 짓겠다는 걸로 안다. 고급스러운 문화생활 인프라 확충과 항구적이고 자생적인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안다. 문화생활인프라 기능은 창동차량기지가 아니더라도 광운대 역세권, 창동역 일대 ‘서울아레나’ 등이 충분히 할 것으로 본다. 노원이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자족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점에 오 시장도 동의하는 만큼 이견을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 시장을 만났다. 시장도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다. 지상은 바이오단지, 지하는 쇼핑몰 등 절충하는 방안도 있다. 돔 야구장은 철회를 기대하지만 결정은 안 됐다. 어쩌면 지상에 바이오단지와 함께 모두 구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주민에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말했다. 업무파악이 마무리되면 조만간 결론을 낼 것 같다.”●마스크 대란 극복 노하우 해외 언론에 소개 -코로나19 대응이 1년이 넘었는데 여러 순간이 기억날 것 같다. “처음으로 전 주민에게 마스크를 2장씩 나눠 준 게 기억난다. 그건 사실 전설적인 얘기다. 초기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시기에 100만장을 구해서 전체 주민에게 두 장씩 나눠 줬다. 그 뒤 주민 600여명이 면 마스크를 3만 6000장 만들어서 저소득층에게 주기도 했다. 그거 정말 ‘예술’ 아니냐. 자원봉사와 국난 극복 전형으로 해외 언론에 소개됐다. 백신 접종을 돕는 ‘백신의병단’ 모집에도 20분 만에 100명 모두 모였다.” -타 구에서 배워 간 노원만의 특색 있는 정책은. “어르신들을 위한 ‘야간 무더위 쉼터’다. 2018년 여름은 사상 최고의 폭염과 사투를 벌이던 때다. 특히 전기 요금이 아까워 에너지 사용을 꺼리는 홀몸 어르신 등 취약 계층은 더했다. 밤잠을 못 자고 나와 있는 어르신들을 보며 생각한 게 구청 대강당을 활용한 야간 무더위 쉼터다. 모든 언론이 주목했고,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구청을 방문해 현장을 보고는 이듬해 전국으로 확대했다.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아이휴 센터’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퇴근하는 저녁 늦게까지 돌봐줘 학부모들로부터 큰 인기다. 서울시가 벤치마킹해 ‘우리키움센터’라는 이름으로 서울 전체를 권역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그 원조가 바로 노원구의 아이휴 센터다. 맞벌이로 아이의 병원진료 동행이 어려운 부모 및 보호자를 대신한 ‘아픈 아이 병원동행 서비스’도 2019년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日·유럽까지 가서 좋은 정책 벤치마킹 -3년간의 소회를 듣고 싶다. “정말 밤낮으로 열심히 달려왔다. 1년 반은 어찌 됐든 업무파악하고 지역 구석구석 기관, 단체 간담회하고 점심, 저녁에 주민, 단체들 만나고 여러 좋은 정책 배우기 위해 33개 도시 가서 벤치마킹하고 유럽, 일본, 중국도 틈틈이 가서 좋은 시설 많이 보고 듣고 그렇게 지났다. 나머지는 코로나19 대비하고 조치하고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일에 전력투구해 왔던 1년 반이다. 코로나19 진정 뒤 주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드리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상하고 계획하고 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소중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벌여 놓은 일 마무리하면서 체감되는 정책, 미래 준비 게을리하지 않고 속도와 성과를 내겠다.” -남은 1년 계획은. “노원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일자리 단지 사업 계획을 확정하는 게 큰일이다. 바이오단지에 어떻게, 어떤 병원을 유치할 것인지. 대강 큰 그림은 남은 1년 임기 내에 다 그리고 확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 뒤에 민선 8기로 넘어가야 한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하고 백사마을(중계동 104번지) 철거민들 판자촌 개발이 확정됐는데 차질 없이 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고개 뉴타운 재개발은 잘 가고 있는데 6개 구역 중 잘 안 돼 가는 구역을 챙기는 것도 큰 숙제고 중요한 일이다. 기왕 만들어 놓은 힐링타운, 명소 잘 관리·운영하고 업그레이드할 부분은 하고, 아직 시작하지 못한 수락산 힐링타운 조성은 올해 시작하고 2년 걸릴 건데 설계 행정절차 등 챙겨 보겠다. 그런 일들을 모두 잘 마무리하고 싶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문화도시’ 공약 가운데 아직 못 지키고 중단된 부분을 1년 동안 좀 해보고 싶다. 공연이나 좋은 전시를 통해 문화지수를 높이는 부분, 해보고 싶은 일이다.” -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처음 자연·문화 슬로건 걸었을 때 주민들이 많이 낯설어했는데 3년 되니 이해해 주신다. 믿고 따라와 주셔서 고맙다. 반대하고 비판하셨으면 지금까지 힘있게 못 왔을 텐데 믿고 힘 실어 주셔서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옳다고 칭찬해 주셔서 방향을 잘 잡았구나 생각한다. 만들어 놓은 것들 소중히 잘 이용해 주시고 불편한 점 말씀해 주시면 개선하겠다. 구청 일에 관심과 참여를 하면 아무래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신경을 쓰게 되고, 이익은 오롯이 주민에게 돌아간다. 지금처럼 열정 갖고 참여해서 노원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게 응원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대입의 문, 여럿보다는 하나/북유튜버

    [정승민의 막론하고] 대입의 문, 여럿보다는 하나/북유튜버

    아이가 고3이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담임 선생님과 진학 상담을 했다. 원점수로는 우등생이라는데 수시 전형으로는 ‘인서울’이 불확실하단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으니 지방 국립대에 응시해 보라는 권유를 당최 납득할 수 없었다. 서울의 중하위권 대학보다 부산대 등지의 커트라인이 높았던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입시기관의 발표를 접하니 수긍이 갔다. 명문으로 통했던 지방 국립대의 44개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 전원이 합격했다. 수학 8등급이 국립대 수학과에 입학했다는 ‘개그’가 ‘다큐’인 셈이다. 2020년 대입 기준으로 인문계 상위 300개 학과 중에 지역의 9개 국립대를 통틀어 달랑 한 학과만 포함됐다. 의예과 등을 제외한 자연계 상위 300위 학과에도 3개에 불과하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고릿적 속언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있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여하튼 수험생 입장에서 대학은 더이상 ‘좁은 문’이 아니다. 경쟁을 피할 순 없지만 진학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학교나 학과를 정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서 선택장애를 일으키는 데 있다. 불량한 학부형으로서 뒤늦게 알아본 바로는 대학 입학의 길은 크게 두 가지,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이 있다. 수시는 교과 성적이라는 정량적 방법 혹은 그것에다 수행평가나 동아리 활동 등을 포함한 종합적 평가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정시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합격 결정력을 쥔다. 예전엔 단순했다. 1970년대의 예비고사와 본고사, 80년대 학력고사처럼 관건은 시험이었다. 단 한 번의 평가로 당락이 갈렸다. 점수 위주의 입시 현실에서 목숨까지 끊는 학생들이 나왔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끈 배경이다. 적성을 무시하고 몇 점이냐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들어갔던 ‘86세대’에게 대학은 시험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강하다. 현재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하는 그들에게 대학이란 점수가 아니라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대다수 학생이 의예과를 원한다. 외환위기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전국의 모든 의대가 서울대 자연계열의 합격선을 넘어섰다. 입학 정원을 배분할 합리적이고 공정한 잣대가 시험 말고 무엇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수만 가지 직업이 존재하는 세상살이에서 학생 개개인의 진로를 안내하고 인도하는 맞춤형 진학 서비스를 제공할 고등학교가 실제로 많지 않다. 이른바 ‘대입 스펙’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독서 이력, 자기 소개서, 교내 대회, 봉사 활동, 수행평가, 동아리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생은 거의 없다.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 학교의 배려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획일적 입시의 폐단을 고치겠다고 만든 다양한 전형들이 오히려 학생, 학부모, 학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설이다. 서울과 지방의 교육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것도 불문가지다. 따져 보면 입시는 어느 정도 획일화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관습이다. 대학의 문을 여기저기 열어 놓은 것이 하나로 만든 것보다 반드시 효율적이라고 단언하기 힘들다. 사실상 모든 대입 제도가 장단점이 있는 이상 해결책은 분명하다. 대학을 가든 안 가든, 전공을 무엇으로 하든 열심히 일하고 실적에 따라 성과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면 된다. 그럼에도 발등의 불은 꺼야만 한다. 김대식, 김두식 두 형제 교수는 대담집인 ‘공부논쟁’에서 학생들이 좀 덜 피곤하게 느끼는 대입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수천 가지 입학 방식과 특목고에 대한 ‘은근한’ 배려로 수험생 자신의 역량만 온전히 평가받기 힘든 현실을 감안해서 시험 하나로 단순화하자는 것이다. 물론 지역 간,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우려와 반론이 예상되지만 쥐를 생각해 주는 고양이 격이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간격은 확대되고 있으니까 뭐라도 줄여 보자.
  • 원하는 과목 고르고, 꿈 키우고…이젠 학생이 교실의 주인입니다

    원하는 과목 고르고, 꿈 키우고…이젠 학생이 교실의 주인입니다

    미래교육의 나침반이 될 ‘2022 개정교육과정’은 학생 개개인의 ‘자기 주도성’을 이끌어 내는 교육 체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로 대표되는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이 본격화되며 급변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미래 역량’이 강조된다.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일반 시민 등이 참여하는 ‘대국민 공론화’를 통해 차기 교육과정의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서울신문은 미래교육을 한발 앞서 구현하고 있는 학교들의 사례를 통해 차기 교육과정이 가져올 교육의 변화를 두 차례에 걸쳐 내다본다.“초등학생에게도 선택과목이 있다면 어떨까?” 경남 양산 가남초등학교는 2019년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국어, 수학, 과학, 미술 등 각 교과의 내용을 심화해 놀이와 체험으로 배우는 ‘교과 선택활동’이 그중 하나다. 지난해 2학기 4학년 학생 21명은 자신의 마음을 글과 삽화로 표현해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었다.(국어·미술) 6학년 학생 20명이 참여한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수업에서는 무인도에서 식수를 얻고 전구에 불을 켜는 등 온갖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과학·실과) 3~6학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업은 학년별로 6~7개에 달했다. 일회성 수업이 아닌 16차시의 ‘장기 프로젝트’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원하는 방법으로 탐구하도록 합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한 과제를 끝까지 수행하려 노력하죠.” 안은진 가남초 부장교사는 “정해진 것을 배울 때보다 더 큰 성취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가남초는 올해로 3년째 ‘SRC 선택활동’을 운영해 오고 있다. ‘교과’(Subject)와 ‘관계주제’(Relation), ‘진로’(Career)의 머리말을 따 ‘맞춤형 선택 학습’을 추구하는 가남초만의 교육과정이다. ‘관계주제 선택활동’에서는 소통과 공감, 배려, 협동과 같은 역량을 학생들 저마다의 경험과 연관지어 성찰한다. “부모와 친구, 형제·자매 간 갈등 중 한 가지 상황을 선택해 해결 방법을 찾기” 같은 주제를 다룬다. 학생들이 선택하는 건 ‘무엇을 배울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기소개를 그림 또는 마인드맵으로 할지’, ‘나의 어떤 재능을 친구들과 나눌지’ 등 학습의 모든 과정에서 고민하고 결정한다. 안 교사는 “배움의 내용이 학생들 개인의 삶과 맞닿아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관리해 나가는 역량을 키워 나간다”고 말했다. ‘진로 선택활동’에서는 적성검사 등을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직업체험과 직업 탐색, ‘꿈멘토’ 특강을 거치며 꿈을 구체화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을 만들며 성장해 온 과정은 ‘행복한 꿈자람 이야기’라는 카드에 차곡차곡 기록된다. 안 교사는 “중·고등학교에 비해 초등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춰 배움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면서 “학생들이 자율성과 선택권을 발휘할 때 배움의 즐거움도 커진다”고 강조했다.●“다양한 꽃처럼 존중해 줘야 선진국형 교육” “각기 다른 꽃이 피어나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게 미래 교육입니다.” 홍원표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다양한 꽃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고 서열화하는 교육은 선진국형 교육이 아니다”라면서 “개인의 행복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대에는 개인의 흥미와 특성, 배움의 속도를 존중하는 교육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습의 개념을 ‘학생’을 중심으로 재설정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 역시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학생들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저마다의 진로와 적성, 학습 속도와 맞물린 ‘맞춤형 교육’으로의 변화를 지향한다. 이 같은 변화의 정점에는 2025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가 놓여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지망하는 진로에 맞춰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다. 권오현 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는 “고교학점제는 자신이 잘하는 것과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에 맞춰 교육과정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핵심은 과목 선택권 보장… 자원 확대 필요 한발 앞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한 학교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하도록 돕는 ‘코디네이터’ 역할에 주력한다.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운영해 온 대구 다사고등학교는 신입생들이 입학하기 전부터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입학 전 2월에 실시되는 ‘진로 상담의 날’을 통해 학생들은 기본적인 진로 상담을 받고, 이후 지속적인 진로교육을 거치며 3년간의 ‘학업계획서’를 작성한다. 김병연 다사고 부장교사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를 놓고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면서 “진로교사는 물론 모든 담임·부담임이 ‘진로·학업설계 전담 교원’이 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시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진로상담과 과목 선택, 생활지도까지 학습의 모든 과정을 돕는 ‘교육과정 이수 지도팀’을 만들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는 어떤 활동을 할지 조언해 준다. 수업이 없는 공강 시간에 자기주도 학습을 이어 가는 방법도 알려주며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보듬는 상담도 진행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다사고는 한 학년에 5학급으로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다. 대규모 학교에 비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는 데 불리하다. 그러나 학교는 10명 안팎의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이라도 교사 한 명이 서너 과목을 가르치는 수고를 자처하며 최대한 개설한다는 데 뜻을 보았다. 작은 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는 인근 학교와 손을 잡고 울타리를 허물었다. ‘전자회로’, ‘융합독서’, ‘지식재산 일반’과 같은 이색 과목들을 인근 학교에 가거나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한편 외부 강사를 초빙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는 데에 교원 수급 등 자원의 한계가 있다”면서도 “학생들이 자기 주도성을 발휘해 자신만의 교육과정을 설계해 나가는 과정에서 쌓아 가는 역량이 학생의 삶과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자율성 커져… “학부모·학생과 소통 중요” 2022 개정교육과정은 이처럼 학생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확산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학교 간의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과 학교장 선택과목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대학과 기업, 지역사회 등 학교 밖에서의 학습 기회도 늘린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초·중학교 시기에 쌓아야 할 기초 소양 교육을 강화하면서도 학생들의 필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맞춤형 교육은 학교의 자율성 위에서 실현 가능하다. 홍 교수는 “교육과정에서 학교가 결정해야 할 몫이 커진다”면서 “학교와 학부모, 학생 간 소통과 합의를 통한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생을 ‘수동적인 객체’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권 교수는 “학부모와 학교, 사회 모두 학생을 ‘스스로 선택하며 성장하는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교실에서 주인공이 돼 스스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신감과 행복감 같은 내면의 근육을 어릴 때부터 키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 두 얼굴 가진 마음의 병 조울증… 2030 여성환자 확 늘어 ‘경고등’

    두 얼굴 가진 마음의 병 조울증… 2030 여성환자 확 늘어 ‘경고등’

    들뜬 기분인 ‘조증’과 침울한 기분인 ‘울증’이 반복되는 기분 장애를 가리키는 ‘조울증’은 갈수록 경쟁 압박이 심해지는 현대사회가 낳은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지난해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감과 우울감이 초래한 ‘기분장애’로 고통받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기분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장시간 지속되는 장애를 넓게 일컫는 기분장애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건 우울증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위험할 수 있는 질환이 흔히 조울증이라고 부르는 양극성 장애다.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1만 1731명이었다. 2016년 8만 2612명과 비교하면 35.2%나 늘어났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도 7.8%나 된다. 같은 기간 전체 기분장애 증가율이 30.7%인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진료인원을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2만 3479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만 8287명으로 그다음이었다. 주목할 대목은 남성(4만 4355명)보다 여성(6만 7376명) 비중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20대에서 남성은 9671명인데 비해 여성은 1만 3808명이나 됐다. 30대 역시 남성은 6879명, 여성은 1만 1408명이다. 심지어 80대 이상에서는 남성이 2632명, 여성이 5850명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조증기보다 우울기가 더 자주 지속 박선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0.5~2.5% 정도로 추산된다”며 “환자 나이가 많을수록 자주 재발하고 질환에 걸려 있는 기간이 길어지므로 고령 여성에서 진료 빈도와 기간이 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젊은층에서 진료인원이 늘어난 것에 대해 “사회적인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조울증은 기분이 들떠 자신감 넘치고 활동적인 조증 상태와 마음이 가라앉는 우울증 상태가 일생을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조울증을 양극성 장애라고도 부르는 이유는 기분 상태가 다소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조증기보다 우울기를 더 자주, 더 오랜 시간(적게는 3.7배, 많게는 37배) 보내게 된다. 우울증의 우울기와 비교했을 때 양극성 장애의 우울기는 더 젊은 나이(10대나 20대)에 시작돼 자주 반복되고 감정 기복이나 짜증, 화, 충동적 행동이 동반되기도 하며 지나치게 많이 먹고 많이 자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조증기에는 에너지와 의욕이 굉장히 증가해 덜 자고 덜 먹어도 머리 회전이 무서울 정도로 빠른 데 비해 우울기에 접어들면 재미와 의욕이 없고, 입맛이 없어지고, 잠이 안 오고 불안초조하거나 기운 없이 처지며, 여기저기 아프기도 하고, 집중이 안 되고, 후회와 자책을 하게 되고, 죽고 싶은 생각도 자주 한다. 이 때문에 자살로 이어질 위험도 높아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조울증 원인에 대해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 생물학인 요인, 심 리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요인들이 병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재발 많아 지속적 약물 치료 꼭 필요 조울증은 개개인이 나약하거나 나태해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거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전문의들은 조울증 환자 대부분은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 또는 재발 방지가 가능하다며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하태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모든 의학적 질환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경과가 악화되고 후유증을 일으키기 쉽다”면서 “조울증 역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성화되고 경과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가 우울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면 조울증은 만성적으로 변하는 기분과 활력을 일정한 범위 안에서 안정화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약물의 경우 우울증은 항우울제를, 조울증은 기분조절제를 사용한다. 조증과 울증을 구분해 치료할 필요는 있는데 기본적으로 기분 변동이 있는 병이므로 조증, 울증 모두 기분이 안정되도록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연호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증 상황에서는 수면 부족과 과도한 행동을 치료하기 위해 심리적 안정을 위한 약물을 처방한다. 우울증에는 매사 귀찮고 힘이 없고 의욕이 없으므로 이러한 기분을 북돋워 생활할 수 있도록 약물 등을 통한 맞춤 치료를 들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증상이 가라앉은 후에도 재발이 잘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병 자체를 억제할 방법은 아직 없어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조울증 발병 전에 발병 자체를 억제하는 방법은 없다”면서 “결국 발병 이후 조기에 치료에 이르게 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조울증은 특히 재발이 잦은 질병으로 알려져 있어 재발을 막는 것이 사회적 적응상태를 잘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투약과 재발을 피하기 위한 심리사회적 요인을 찾아내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과 함께 상호 노력하는 환경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퇴임 후에도 주경야독… 괴테의 전모가 보였다

    퇴임 후에도 주경야독… 괴테의 전모가 보였다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그대 일에 있어서 다만 바른 일만 행하라/ 다른 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시 ‘명심하라’에 실린 이 구절은 경기 여주시 보금산 자락의 ‘여백서원’ 오솔길 시비에 새겨져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에 대한 반성이 담겼다. 무엇보다 여백서원의 ‘주인장’이자 괴테 연구에 평생을 바친 전영애(70) 서울대 명예교수의 우직한 삶을 드러내는 듯하다. “괴테의 글 하나하나에는 세상의 물결을 헤쳐 온 사람의 혜안이 스며 있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뭐가 바른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잦은데,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성찰이 펼쳐져 있죠.”지난 15일 여백서원에서 만난 전 교수는 ‘이 시대에 왜 괴테인가’라는 물음에 “괴테는 문인이기도 했지만 독일 바이마르 공국 재상이자 식물학·광학 등을 깊이 연구한 과학자로 다재다능한 인물”이라며 “철학에서 니체·헤겔을 빼놓을 수 없듯 괴테를 중심으로 한 독일 문학은 성찰이 바탕이 된 세계 문학의 기초”라고 말했다. 잡초를 뽑고 나무에 물을 주는 전 교수의 모습은 촌부에 가깝다. 하지만 여전히 소녀 같은 감수성으로 괴테 작품의 의미를 되짚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학자의 얼굴이다. 전 교수는 2016년 정년 퇴임 무렵부터 괴테 전집을 원전에 충실하게 새로 번역하는 기나긴 작업에 돌입했다. 문학 외에 ‘색채론’ 등 자연과학 서적도 포함돼 있다.●원문의 음향적 광채까지 전달한 번역 그는 1973년 서울대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독일 유학과 박사 과정 진학은 남자 학우들에게 밀렸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여자가 학문을 한다는 데 편견이 있던 시절이었다. 석사 졸업과 동시에 결혼해 남매를 낳으면서 공부의 길은 멀어졌다. 막 태어난 아이를 두고 독일에 유학 갔다 3학기 만에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게 홀로 수많은 독일어 원서를 읽고 번역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에게는 결국 많이 읽는 것이 힘이었고, 학문의 깊은 뿌리가 됐다. 그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 등 시대를 풍미한 고전 번역서 60여권을 냈다. 이 가운데 괴테를 학문의 시작이자 종착지로 삼은 이유를 묻자 “지방 문학 취급을 받던 독일 문학이 괴테 이후 세계 문학 반열에 올랐다”고 설명했다.“괴테가 60여년에 걸쳐서 쓴 ‘파우스트’는 정교한 운문으로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역작입니다. 욕망에만 추동될 뿐 인간이 점점 더 왜소해지는 현시대에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죠.” 평생 독일 문학 연구에 몰두한 전 교수는 2011년 독일 괴테학회 ‘괴테 금메달’을 받았다. 110여년의 전통을 지닌 이 상은 전 세계 괴테 연구자들에겐 노벨상 같은 최고의 영예다. 한국에선 전 교수가 유일하고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최초다. 2018년에는 전 교수의 학술서 ‘괴테의 서동(西東)시집 연구서’가 바이마르 괴테학회의 77번째 총서로 나와 독일에서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일정이 모호해졌지만 올해는 독일 욀스니츠시에서 주는 라이너쿤체상도 받을 예정이다. 모든 작업은 전 교수의 집념에서 나왔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 수석연구원을 겸임할 때는 아예 연구소에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방학 기간에만 건너간 독일에서 5년간 독일어 저서를 4권이나 냈다. “괴테 금메달 수상식에서 제게 과분한 이 영예에 어울리는 자격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제 나라 사람들에게 원문의 음향적 광채까지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배운 것을 전부 잘 정리해서 후세에 남기고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번역합니다.”●내년 출간되는 3권 분량 괴테 편지도 번역 그래서 전 교수는 퇴임 이후가 더 바쁘다. 총 24권으로 예정된 괴테 전집 번역은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는 국책 사업으로 학자 120명이 나눠서 하는 작업이다. 그는 “국내에 번듯한 괴테 전집 하나 없는 것이 안타깝고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다만 괴테가 남긴 방대한 분량의 글 가운데 현재 한국 독자에게 의미가 있고 필요한 것을 선별해 정수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나이가 먹으니 괴테의 전모가 보이고 알맹이를 가려낼 안목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전집의 일환으로 2019년 ‘파우스트’를 펴냈고 올해 동서양의 정서가 어우러진 ‘서동시집’도 출간된다. 최근엔 괴테의 편지 번역을 마무리하는 등 24권 중 10여권 분량은 마쳤다고 한다. 괴테가 생전에 쓴 편지 원본은 2만통. 이 중 1만 5000통을 독일 학계가 수거했다. “그걸 모은 독일 사람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며 감탄을 내뱉은 그는 “이 가운데 중요한 것을 골라 ‘사랑에게’, ‘친구에게’, ‘세상에게’라는 이름으로 책 세 권 분량의 번역을 마쳤다”고 했다. 출간은 내년이다. “나머지 원고 초고도 5년 안에 끝낼 각오”라며 “너무 오래 끌면 제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싱긋 웃었다.●고전 다시 읽는 독일의 문학적 풍토 부러워 그가 2014년에 지은 여백서원은 이토록 좋은 책을 보관하고 글도 쓰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는 평소 생각을 반영한 곳이다. 사재를 털어 서원을 지은 그는 2016년 정년퇴임 이후 낮에는 서원을 돌보고, 밤에는 연구하는 ‘주경야독’을 실천하고 있다. 한학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 전우순(2010년 작고) 옹의 호 ‘여백’(如白)을 따서 지은 서원은 말 그대로 ‘흰빛과 같이 맑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있는 집’이다. 본관을 비롯해 작은 정자인 ‘시정’, 외국 학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우정’ 등을 갖추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서원을 개방하는데 많을 때는 50여명 정도가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전 교수는 “건물과 대지를 합해 3200평에 달하는 서원을 지키려면 노비가 3명은 있어야 한다지만, 제가 혼자 관리하니 3인분 노비인 셈”이라며 “강연하는 날엔 5인분 노비가 된다고 자조한다”며 유쾌하게 말했다. 여백서원에는 독일 서적 200여권이 보관돼 있고 이 중에는 1819년에 출간된 괴테 ‘서동시집’ 초판본, 1854년 판 ‘파우스트’, 1831년 ‘파우스트’ 원고 영인본 등 희귀서적도 포함됐다. 평소 친분이 있던 바이마르 괴테학회 재정 감사 알프리드 홀레가 별세하기 직전 전 교수에게 “당신이 갖고 있는 게 후세를 위해 좋겠다”며 자신의 장서를 넘겨준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독일 사람들은 평범한 시민들도 고전을 다시 읽어 보겠다면서 모이고, 아이들이 잘 때면 반드시 책을 읽어 주는 등 책에 대한 열정이 상당하다”며 “괴테, 실러, 베토벤 등 거장들의 존재도 부럽지만, 이들 인재를 키워 낸 독일 사람들의 문화적 풍토가 더 부럽다”고 했다. 전 교수는 여백서원을 확장해 여주에 ‘괴테 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예로 유명한 여주에 독일 바이마르 괴테 마을처럼 작은 도시가 세계적으로 발돋움한 모델을 한국에서도 재현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단순히 괴테 관련 시설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괴테를 모델로 한 삶을 추구하는 공간을 지향한다”며 “예컨대 10년 뒤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공간을 마련해 성찰과 반성이 있는 인문학적 사고를 함양하려 한다”고 했다. “괴테가 살던 바이마르는 인구 6만명의 소도시지만, 인물 하나를 잘 키워 내 세계적 문화도시가 됐습니다. 여주도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바른 걸음으로 큰길을 가는 이들을 키우고 격려의 박수를 치는 ‘박수부대’로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 주경야독하는 ‘괴테석학’ 전영애 교수 “200년 전 괴테의 삶과 지혜 남기고파”

    주경야독하는 ‘괴테석학’ 전영애 교수 “200년 전 괴테의 삶과 지혜 남기고파”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 그대 일에 있어서 다만 바른 일만 행하라/ 다른 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시 ‘명심하라’에 실린 이 구절은 경기 여주시 보금산 자락의 ‘여백서원’ 오솔길 시비에 새겨져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에 대한 반성이 담겼다. 무엇보다 여백서원의 ‘주인장’이자 괴테 연구에 평생을 바친 전영애(70) 서울대 명예교수의 우직한 삶을 드러내는 듯하다. “괴테의 글 하나하나에는 세상의 물결을 헤쳐 온 사람의 혜안이 스며 있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뭐가 바른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잦은데,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성찰이 펼쳐져 있죠.” 지난 15일 여백서원에서 만난 전 교수는 ‘이 시대에 왜 괴테인가’라는 물음에 “괴테는 문인이기도 했지만 독일 바이마르 공국 재상이자 식물학·광학 등을 깊이 연구한 과학자로 다재다능한 인물”이라며 “철학에서 니체·헤겔을 빼놓을 수 없듯 괴테를 중심으로 한 독일 문학은 성찰이 바탕이 된 세계 문학의 기초”라고 말했다. 잡초를 뽑고 나무에 물을 주는 전 교수의 모습은 촌부에 가깝다. 하지만 여전히 소녀 같은 감수성으로 괴테 작품의 의미를 되짚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학자의 얼굴이다. 전 교수는 2016년 정년 퇴임 무렵부터 괴테 전집을 원전에 충실하게 새로 번역하는 기나긴 작업에 돌입했다. 문학 외에 ‘색채론’ 등 자연과학 서적도 포함돼 있다. 그는 1973년 서울대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독일 유학과 박사 과정 진학은 남자 학우들에게 밀렸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여자가 학문을 한다는 데 편견이 있던 시절이었다. 석사 졸업과 동시에 결혼해 남매를 낳으면서 공부의 길은 멀어졌다. 막 태어난 아이를 두고 독일에 유학 갔다 3학기 만에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게 홀로 수많은 독일어 원서를 읽고 번역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에게는 결국 많이 읽는 것이 힘이었고, 학문의 깊은 뿌리가 됐다.그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 등 시대를 풍미한 고전 번역서 60여권을 냈다. 이 가운데 괴테를 학문의 시작이자 종착지로 삼은 이유를 묻자 “지방 문학 취급을 받던 독일 문학이 괴테 이후 세계 문학 반열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괴테가 60여년에 걸쳐서 쓴 ‘파우스트’는 정교한 운문으로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역작입니다. 욕망에만 추동될 뿐 인간이 점점 더 왜소해지는 현시대에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죠.” 평생 독일 문학 연구에 몰두한 전 교수는 2011년 독일 괴테학회 ‘괴테 금메달’을 받았다. 110여년의 전통을 지닌 이 상은 전 세계 괴테 연구자들에겐 노벨상 같은 최고의 영예다. 한국에선 전 교수가 유일하고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최초다. 2018년에는 전 교수의 학술서 ‘괴테의 서동(西東)시집 연구서’가 바이마르 괴테학회의 77번째 총서로 나와 독일에서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일정이 모호해졌지만 올해는 독일 욀스니츠시에서 주는 라이너쿤체상도 받을 예정이다. 모든 작업은 전 교수의 집념에서 나왔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 수석연구원을 겸임할 때는 아예 연구소에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방학 기간에만 건너간 독일에서 5년간 독일어 저서를 4권이나 냈다. “괴테 금메달 수상식에서 제게 과분한 이 영예에 어울리는 자격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제 나라 사람들에게 원문의 음향적 광채까지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배운 것을 전부 잘 정리해서 후세에 남기고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번역합니다.”그래서 전 교수는 퇴임 이후가 더 바쁘다. 총 24권으로 예정된 괴테 전집 번역은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는 국책 사업으로 학자 120명이 나눠서 하는 작업이다. 그는 “국내에 번듯한 괴테 전집 하나 없는 것이 안타깝고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다만 괴테가 남긴 방대한 분량의 글 가운데 현재 한국 독자에게 의미가 있고 필요한 것을 선별해 정수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나이가 먹으니 괴테의 전모가 보이고 알맹이를 가려낼 안목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전집의 일환으로 2019년 ‘파우스트’를 펴냈고 올해 동서양의 정서가 어우러진 ‘서동시집’도 출간된다. 최근엔 괴테의 편지 번역을 마무리하는 등 24권 중 10여권 분량은 마쳤다고 한다. 괴테가 생전에 쓴 편지 원본은 2만통. 이 중 1만 5000통을 독일 학계가 수거했다. “그걸 모은 독일 사람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며 감탄을 내뱉은 그는 “이 가운데 중요한 것을 골라 ‘사랑에게’, ‘친구에게’, ‘세상에게’라는 이름으로 책 세 권 분량의 번역을 마쳤다”고 했다. 출간은 내년이다. “나머지 원고 초고도 5년 안에 끝낼 각오”라며 “너무 오래 끌면 제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싱긋 웃었다.그가 2014년에 지은 여백서원은 이토록 좋은 책을 보관하고 글도 쓰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는 평소 생각을 반영한 곳이다. 사재를 털어 서원을 지은 그는 2016년 정년퇴임 이후 낮에는 서원을 돌보고, 밤에는 연구하는 ‘주경야독’을 실천하고 있다. 한학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 전우순(2010년 작고) 옹의 호 ‘여백’(如白)을 따서 지은 서원은 말 그대로 ‘흰빛과 같이 맑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있는 집’이다. 본관을 비롯해 작은 정자인 ‘시정’, 외국 학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우정’ 등을 갖추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서원을 개방하는데 많을 때는 50여명 정도가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전 교수는 “건물과 대지를 합해 3200평에 달하는 서원을 지키려면 노비가 3명은 있어야 한다지만, 제가 혼자 관리하니 3인분 노비인 셈”이라며 “강연하는 날엔 5인분 노비가 된다고 자조한다”며 유쾌하게 말했다.여백서원에는 독일 서적 200여권이 보관돼 있고 이 중에는 1819년에 출간된 괴테 ‘서동시집’ 초판본, 1854년 판 ‘파우스트’, 1831년 ‘파우스트’ 원고 영인본 등 희귀서적도 포함됐다. 평소 친분이 있던 바이마르 괴테학회 재정 감사 알프리드 홀레가 별세하기 직전 전 교수에게 “당신이 갖고 있는 게 후세를 위해 좋겠다”며 자신의 장서를 넘겨준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독일 사람들은 평범한 시민들도 고전을 다시 읽어 보겠다면서 모이고, 아이들이 잘 때면 반드시 책을 읽어 주는 등 책에 대한 열정이 상당하다”며 “괴테, 실러, 베토벤 등 거장들의 존재도 부럽지만, 이들 인재를 키워 낸 독일 사람들의 문화적 풍토가 더 부럽다”고 했다. 전 교수는 여백서원을 확장해 여주에 ‘괴테 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예로 유명한 여주에 독일 바이마르 괴테 마을처럼 작은 도시가 세계적으로 발돋움한 모델을 한국에서도 재현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단순히 괴테 관련 시설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괴테를 모델로 한 삶을 추구하는 공간을 지향한다”며 “예컨대 10년 뒤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공간을 마련해 성찰과 반성이 있는 인문학적 사고를 함양하려 한다”고 했다. “괴테가 살던 바이마르는 인구 6만명의 소도시지만, 인물 하나를 잘 키워 내 세계적 문화도시가 됐습니다. 여주도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바른 걸음으로 큰길을 가는 이들을 키우고 격려의 박수를 치는 ‘박수부대’로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 “유흥식 대주교님은 뚝배기 같아…교황청 장관 잘해내실 것”

    “유흥식 대주교님은 뚝배기 같아…교황청 장관 잘해내실 것”

    “유흥식 대주교님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특유의 온화하고 친화력 가득한 미소를 유지하는 분이며, 된장국이나 여러 찌개류를 끓이거나 담는 뚝배기 같은 분입니다.” 20일 충남 당진 솔뫼 성지에서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의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임명을 감사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수원교구장)은 미사 강론에서 “유 대주교가 누구에게나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 만나는 이들에게 오랜 영성적 여운과 향기를 발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친교와 화합의 다리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이 의장, 동료 사제, 신자 등이 참석해 이달 말 교황청이 있는 로마로 떠나 장관직 수행에 들어가는 유 대주교에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이 의장은 “전 세계 사제들의 신명 나는 사목 활동을 위해,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우리나라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을 위해 주어진 소임에 행복하게 정진하실 것을 잘 알기에, 한국 교회와 사제들, 신자들은 기도와 함께 전적인 후원과 응원을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 추기경도 미사에 이어 열린 축하식에서 “유 대주교의 임명에 이제 대주교님처럼 좋은 목자를 멀리 로마로 보내는 대전교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의 아쉬움이 제게도 전해지는 거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유 대주교는) 세계 교회를 위해 애쓰시며 기도와 희생을 바치게 됐다. 축하와 더불어 앞으로 노고에 더 힘을 내시도록 응원을 보내드린다”고 지지를 보냈다. 유 대주교는 답사를 통해 “저의 성직자성 장관 임명을 기뻐하고 기도해 주시는 모든 가톨릭교회 형제·자매님들과 많은 성원을 해주신 국민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교황청에서 교황님께서 성 베드로 후계자의 사명을 충실하게 수행하시도록 저의 작은 힘을 보태며 기쁘게 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제의 쇄신을 위해 전 세계 사제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11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유 주교를 임명하며 대주교 칭호를 부여했다. 성직자성은 전 세계 사제와 부제들의 모든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교황청 부처다. 사목 활동을 감독·심의하는 것은 물론 신학교 관할권도 갖고 있다.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의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 이랜드 CEO 3040 시대… 핵심 계열사 세대교체

    이랜드 CEO 3040 시대… 핵심 계열사 세대교체

    이랜드그룹이 핵심 계열사 대표(CEO)로 1980년대생을 전면 배치했다. 젊은 경영진을 필두로 그룹의 온라인 전환과 신사업 혁신 그림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다. 19일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대표에 안영훈(40)씨를, 이랜드이츠 대표에 황성윤(39)씨를 각각 선임했다고 밝혔다. 신임 대표 2인은 3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각 사업 영역과 그룹 핵심 과제를 통해 일궈낸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안 대표는 2007년 이랜드 입사 후 중국, 유럽 등에서 이랜드 해외 사업을 이끌었다. 특히 중국에서 여성복 브랜드인 ‘이랜드’ 연매출을 4000억원 수준까지 성장시켜 올 초 그룹 인사최고책임자(CHO)로 임명됐다.인하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황 대표는 2008년 이랜드에 입사해 가정간편식(HMR), 배달 서비스, 뷔페 ‘애슐리퀸즈’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주요 고객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젊은 경영자들을 전면에 배치해 미래 40년 혁신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학대범 향한 法의 경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학대범 향한 法의 경고

    2013년부터 인천공항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일했던 복제견 ‘메이’는 5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자신을 탄생시킨 실험실로 돌아갔다. 그러나 8개월 만에 앙상한 갈비뼈에 갑자기 코피를 쏟는 처참한 모습이 공개됐고, 결국 2019년 2월 폐사했다. 서울대 동물실험 연구실 소속 사육사 A(25)씨는 주 3회에 걸쳐 사료를 지급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메이를 굶겨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무려 20마리의 다른 실험견들에게도 목을 조르거나 청소용 고압수를 방출하는 등 학대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엽총으로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고 해당 영상을 공유한 이른바 ‘동물판 n번방’이 등장할 정도로 매해 잔혹한 동물 학대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에 그치며 높아진 동물권 등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이에 법무부가 그동안 물건으로 취급돼 온 동물에게 민법상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98조의2를 신설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신설 조항을 토대로 동물 학대 처벌이나 피해 배상 정도가 국민 인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동물보호 등을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 제도들이 추가로 제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10년간 13배 이상 증가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잔인하게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면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실제 실형을 받는 경우는 10명에 그친다. 법무부 관계자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 체계와 생명으로 보는 법 체계에서 동물 학대 처벌 수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처벌 수위가 상향될 것으로 예측했다. 동물보호법으로 적극적인 법 집행이 이루어지면 반려동물 학대 사건에 재물손괴죄가 함께 적용되는 관례도 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동물보호법만으로는 처벌 수위가 낮자 궁여지책으로 재물손괴죄를 함께 적용해 왔다. 동물 학대 사건에 이례적으로 실형 6개월이 선고된 ‘경의선 고양이 자두사건’이 대표적이다. 법무부는 반려동물을 해칠 경우 가해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근거 규정과 반려동물을 강제집행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도 논의 중이다.
  • 골 깊은 과거사, 기름 부은 외교관 망언… 한일 경색 장기화

    골 깊은 과거사, 기름 부은 외교관 망언… 한일 경색 장기화

    靑, 1시간 정식 회담으로 대화 첫발 추진日, 협상과 별개로 독도 영유권 주장 도발결국 양국 모두 회담 실익 크지 않다 판단내일 한미일 외교차관 회동서 봉합 시도 “협의 내용 사전 유출 등 양국 신뢰 저하”9월 日 총선 후 관계 복원 단초 가능성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 한일 관계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으려 한 정부의 구상은 정상회담 불발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도 약식 정상회담을 추진했다가 무산됐지만 이번 회담 불발에 따른 후유증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상회담 의제 조율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수출규제, 오염수 배출 등 갈등 현안에 대한 실무진 간 논의는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교관의 막말 등 ‘돌발 악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지만, ‘2% 부족한 수준’까지 근접했던 만큼 관계 복원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외교장관·차관회담 등 후속 협의는 이어질 전망이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불과 나흘 앞두고 회담 개최가 무산된 배경에는 양측 모두 우호적이지 않은 국내 여론 등 정치적 부담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처음부터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과거사 문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등과 관련한 실질적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의 첫발을 떼면 ‘임기 말’이라는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또 올림픽과 같은 결정적 계기를 살리지 못한다면 향후 누가 집권하더라도 한일 관계를 풀기란 요원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형식적인 ‘15분짜리 회담’이 아닌 1시간 정도의 회담을 요구했다. 협의를 진행하면서 일본 측도 회담 의제 및 격식과 관련해 성의 있는 자세로 나섰다. 하지만 최근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부적절한 성적 행위에 빗대 폄훼한 발언이 알려지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거듭 주장하고,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도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한 데 이어 반일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날 오전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소마 총괄공사 발언에 대해 “매우 부적절했고 대단히 유감”이라면서도 경질 여부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친 것도 청와대의 최종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돌발악재’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그만큼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방증이다. 한일 관계는 양국 모두 국내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성격이 되면서 한일 정상 간 ‘결단’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고도 볼 수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20일 일본으로 건너가 모리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과 회담을 갖고, 이튿날인 21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를 통해 정상회담 불발로 인한 상처를 봉합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은 9월 중의원 선거를, 한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문 대통령의 임기 중 정상회담이 열려 한일 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협의 과정에서도 내용을 유출하는 등 신뢰가 많이 저하된 상태고 양국 모두 정치적으로 힘이 빠져서 당분간은 안 좋은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며 “해법은 결국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진척시키기 위해 뭔가를 제시할 만한 용기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스가 총리가 9월 선거를 통해 재집권한다면 정상회담 성사와 함께 관계 복원의 단초가 마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재신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고문은 “양 정상이 의도하는 바가 너무 다른 데다 실무 준비 시간도 부족하고 분위기까지 악화돼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면서 “당분간은 분위기가 좋지 않겠지만 비가 계속 올 것 같다가도 그치듯이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분위기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무리해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서울대 기숙사 측 “민주노총 ‘시험 인지’ 주장 거짓”

    서울대 기숙사 측 “민주노총 ‘시험 인지’ 주장 거짓”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은 기숙사 측이 청소노동자들의 필기시험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민주노총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기숙사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를 통해 “기숙사 관장 등은 미리 필기시험에 대해 인지한 바 없다”면서 “왜곡 보도를 한 민주노총과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8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는 노유선 관장·남성현 부관장 등이 갑질 의혹을 받는 안전관리팀장 A씨로부터 필기시험을 포함한 청소노동자 회의 관련 내용을 사전에 보고 받고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 [사고] 서울대와 함께하는 온라인 생명공학캠프

    서울신문사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과 공동으로 제17회 생명공학캠프를 개최합니다. 본 캠프는 서울대 교수의 강의와 실험, 실습으로 진행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나 예년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재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해 유익한 캠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청소년 여러분들은 캠프 활동으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에 대한 즐거운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대상 전국 중학교 재학생 ■캠프기간 2021년 8월 28일(토) (총 50명) ■접수기간 7월 12일(월)~22일(목) 오후 5시까지 ■장소 온라인 ■접수방법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 온라인 접수 ■문의 (02)2000-9756 ■참가자 발표 7월 30일 오후 6시 서울신문 홈페이지
  • 韓 양궁·美 수영·中 탁구… 도쿄서도 ‘메달 독식’ 이변 없다

    “이변은 없다. 도쿄에서도 올림픽 금메달은 우리 것.” 미국 NBC스포츠가 18일 소개한 올림픽 특정 종목의 특정 국가 ‘독식 사례’가 눈길을 끈다. 매체는 먼저 육상 강국 케냐를 거론했다. 장거리 장애물 경기에서 케냐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대회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가져갔다. 이 종목에서 케냐는 올림픽 9연패를 달성했고 1984년과 2016년 두 차례를 제외한 7차례 올림픽에서 최소한 2명 이상이 시상대에 올랐다. 1992년 바르셀로나, 2004년 아테네에서는 금, 은, 동메달을 휩쓸었다. 미국은 남자 수영 400m 혼계영에서 9연패를 일궜다. 14차례 출전한 올림픽에서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우승한 미국은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대회 이후 1984년 LA 대회부터 지금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깨물었다. 대한민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도입된 1988년 서울대회부터 2016년 리우까지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중국은 다이빙 여자 스프링보드와 탁구 여자 단식에서 8번 연속 올림픽을 제패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다이빙을 유력 메달 종목으로 선택하고 집중 육성한 중국은 2016년 리우대회까지 올림픽 8연패를 일궜다. 이 중 5차례나 은메달까지 가져갔다. 탁구 여자 단식에서도 중국은 정식 종목이 된 서울대회부터 2016년 리우까지 금메달 8개 외에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보탰다. 미국이 여자농구와 남자수영(배영 100m·200m), 여자육상(1600m 계주)에서 6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가운데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슈퍼 헤비급의 미하인 로페스(39·쿠바)는 도쿄에서 4연패에 도전한다.
  • 창작·번역 이중주로…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지휘한다

    창작·번역 이중주로…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지휘한다

    곽효환 시인은 우리 시단에서 ‘북방’이라는 상징적 키워드를 발굴하고 개척해 온 선구자로 유명하다. 그동안 펴낸 네 살 터울의 4형제 시집 ‘인디오 여인’(2006), ‘지도에 없는 집’(2010), ‘슬픔의 뼈대’(2014), ‘너는’(2018)에서 그는 인류의 시원(始原)을 찾아나서는 기행과 편력을 통해 이면의 역사를 탐구했고, 서정과 서사의 균형적 결속을 통해 궁극적 자기 긍정의 주제를 담아 왔다고 할 수 있다. “저는 북방을 단순한 심상지리 차원이 아니라 기원, 사랑, 존재 등과 동의어로 생각해 왔습니다. 북방을 통해 역사적 개인과 공동체의 삶 그리고 그 밑바닥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주변인들의 비극성을 두루 천착해 온 것이지요.”#북방의 시인이 맞은 구체적 확장의 순간 그는 우리 시단의 공백 지대였던 이른바 탈경계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민중성을 탐색해 보려 했다고 한다. “이때 민중성이란 백지 상태에서 바라본 민중 서사를 함축한다”는 그는 “가는 곳마다 펼쳐져 있는 이산(diaspora)과 울음의 흔적을 수습하면서 제 가슴도 한없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북방은 이제 한국문학번역원장이라는 직책에 맞게 더욱더 구체적인 확장의 순간을 맞을 것 같다. 북방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최전선에 그가 서게 된 까닭이다. “그동안 해 왔던 일의 연장선에 있으니 낯설지는 않아요. 그러나 보다 공공성을 갖추어 효율성과 절차적 합리성을 동시에 추구해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얼마 전 곽효환 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임기 동안 추구해야 할 목표와 전략을 정성 들여 소개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문학의 상황은 어느 때보다 가능성으로 충일합니다. 임기를 마칠 즈음에는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의 기초를 확실히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귀에 익숙한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아닌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라는 표현에서는 번역원의 임무가 단순한 해외 소개를 뛰어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그는 “세계화라는 말은 한국문학을 바깥에서 알아 달라고 애원하던 시대의 술어”라면서 “세계문학, 출판시장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그 위상과 가능성을 3년 임기 동안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으로 귀착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 개척 작업은 곽 원장이 30년 가까이 대산문화재단에서 지속적으로 해 왔던 일들과 그대로 연동된다. 그는 1999년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교류의 담론장으로 서울국제문학포럼을 기획했고, 프랑스를 방문해 르 클레지오, 이스마엘 카다레 등 프랑스의 주요 문인들을 만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때 만남을 인연으로 2001년 르 클레지오를 서울에 초청했고, 이후 지속적 교류를 통해 르 클레지오는 서울국제문학포럼의 주요 참석자이자 세계적인 지한파 작가가 됐다. 2000년에는 피에르 부르디외, 월레 소잉카, 개리 스나이더 등 세계적 문호들을 초대한 2000년 서울국제문학포럼의 실무를 맡았다. 이후에도 서울국제문학포럼의 조직위원 겸 집행위원장을 맡아 세계문학의 상호 교류와 새로운 담론 생산을 담당하는 허브 역할을 했다. 2008년에는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을 통해 첫 동아시아문학포럼의 서울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러한 오랜 기초공사를 통해 이제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을 구축하고 확장해 가는 지휘자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곽 원장은 한국문학 저작권 상시 거래 온라인 플랫폼 운영, 번역대학원대학 설립 추진, 한국어 콘텐츠 번역 지원 및 번역 인력 양성, 한국문학 해외 소개 맞춤형 전략 수립 및 시행 등을 세부적인 중점 추진 과제로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국학 열풍을 제때 활용해야 하는데, 특별히 번역대학원대학 같은 사업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시인 곽효환의 기원과 궁극 곽효환 시인은 196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잠업검사소 소장으로 재직해 유복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거듭된 사업 실패로 집안은 점점 어려워져만 갔다. 끝내는 서울 사당동 달동네로 이사해 그곳에서 6개월여를 살았다. “이후 어머니는 낮에는 건강식품 외판원, 밤에는 재봉 공장 미싱사 등을 하며 놀라울 정도로 집안을 일으키셨어요. 반면 아버지는 친구와 술과 담배로 세월을 보내며 집에선 점점 폭군이 돼 가셨어요.” 아버지를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아버지를 인생의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처럼/쉽게 흔들리지도 그렇게/일찍 지지도 그렇게/흘러가지도 않을 것이다’(‘늙은 느티나무에 들다’, ‘슬픔의 뼈대’에 수록)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은 시인에게 이처럼 분명한 역상(逆像)으로 존재했다. ‘사당동 산 17번지. 78년은 몰락한 소시민의 피난처이자 안식처. 거듭되는 사업 실패로 추락한 아버지의 종착지’(‘물 길러 가는 길’, ‘인디오 여인’에 수록), ‘삼십 주기 기일을 며칠 앞두고 낡고 해진 아버지의 사진첩을 편다’(‘아버지의 사진첩’, ‘지도에 없는 집’에 수록)라는 표현도 한없이 이어져 간다. 불우하고도 애틋한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다시 떠올리며 그는 자신만은 단단하고도 오랜 시간으로 깃들이고 말 것이라고 다짐한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시인 곽효환’의 허기와 총기와 결기는 모두 아버지라는 그리움의 수원에서 나온 것들인지도 모른다.대학에 들어간 청년 곽효환은 최서해의 소설을 읽으며 밤새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김수영의 시를 읽으며 자유의 정의를 향한 퓨리턴의 초상과 부정한 시대에 응전하는 불온성에 매료됐다고 한다. “대학신문 주간 조남현 교수의 균형 있고 깊이 있는 글과 시선,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평생의 스승으로 삼을 것을 결심했다”는 그는 지금도 자신의 문학적 스승으로 조남현 선생, 언제나 학문적 지남이 돼 준 유종호 선생, 대학원 지도교수인 최동호 선생을 꼽는다. 세 사람의 문학적 편폭이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갈무리돼 지금까지 시 쓰기와 연구와 문학행정을 두루 감당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짧은 언론사 생활을 마치고 대산문화재단에 들어가 30여년의 시간을 문화사업 기획과 실천에 쏟았다. 그러는 동안 꾸준히 습작도 했다. “신춘문예에 투고했는데 번번이 본심 진출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러다가 1996년 조용호 기자의 권유로 세계일보에 ‘벽화 속의 고양이 3’을 발표했습니다. 공식적인 첫 지면이었지요.” 그 후 2002년 계간 ‘시평’에 다섯 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곽효환은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곽효환의 시는 이 세상은 어쩔 수 없이 비속하고 남루하며, 그 어딘가에는 그 비속함과 남루함을 벗어난 신성하고 근원적인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시를 써 간다. 이때 우리는 그가 세상살이의 신산함에 내던져진 채 비극적 삶을 살아갔던 “그들이, 그들의 삶이 시라고 믿는”(‘지도에 없는 집’ 뒤표지 글) 시인이라는 점을 소중하게 기억하게 된다. 그것이 그의 시가 가지는 기원과 궁극일 테니까 말이다.#머나먼 시간과 공간으로의 세계 곽효환은 여전히 완강하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존재론적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세계를 하염없이 형상화해 간다. 옹색한 한반도를 떠나 북방을 찾아 나서면서 그는 시대와의 불화를 방법론적으로 확산해 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곳에는 인간의 순수 원형이 존재하거나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가지고 다녔어요. 길과 여행이야말로 현실 원리가 지배하는 시공간으로부터의 과감한 탈주를 수행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시가 역사의 비주류 정서가 숨쉬고 있는 북방에 대한 경험 및 상상을 취하고 있음에 주목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속성이 그로 하여금 더욱 성숙한 시인의 존재론적 기반을 갖추게끔 해 주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시집 ‘너는’에서 그는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고 탈환하는 사랑의 대상으로 친근하고도 머나먼 ‘너’를 호명했다. 여기서 ‘너’란 시인의 말을 빌리면 “시원이면서 궁극”이고 “끝내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타자”다. 그 ‘너’를 찾아 그는 앞으로도 머나먼 시간과 공간으로 자신의 세계를 펼쳐 갈 것이다. 창작과 번역이라는 이중 범주를 한몸에 안고 그가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을 오롯이 착근시켜 가기를 함께 희망해 본 한여름의 만남이었다.
  • 청탁금지법 비웃는 특권 의식 연줄 문화가 낳은 모럴해저드

    청탁금지법 비웃는 특권 의식 연줄 문화가 낳은 모럴해저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사슬을 끊기 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이 2016년 9월 처음 시행된 뒤 이제 곧 만 5년을 맞는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소상공인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막상 시행되고 보니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공직자가 아닌 시민들부터 선물을 주고받거나 식사를 할 때 조심하도록 만들었고 우리 사회가 전보다 청렴해졌다는 인식이 국민의 머릿속에 자리잡게 했다.하지만 최근 ‘자칭 수산업자’ 김모(43·구속)씨 사건에서 드러난 전방위 금품 살포 행위를 보면 정작 사회 지도층은 여전히 고급 접대에 젖어 청탁금지법 시행 전의 관행을 잊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언론과 정계, 기업의 비리와 커넥션을 그린 영화 ‘내부자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거미줄 네트워크의 탄생 사건은 김씨가 ‘한몫’ 챙기기 위해 사기를 계획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2016년 사기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중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감방 동기’ 월간지 기자 출신 송모씨에게 접근했다. 재력을 과시해 송씨의 신뢰를 얻은 그는 출소 뒤 송 전 기자의 소개로 김무성 전 의원과 접촉하게 된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의 형에게 “사업을 해 보라”며 김씨를 소개했다. 이후 날개를 단 김씨는 자신의 무대인 것처럼 여러 거물급 인사들을 만나게 된다. 김 전 의원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에게 김씨를 소개했다. 이후 이 전 위원의 주선으로 홍준표 의원과 식사자리를 갖고 친분을 쌓았으며 홍 의원의 사무실도 드나들었다. 또 송씨는 2018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게 김씨를 소개했다. 박 전 특검은 수사팀에 같이 근무했던 이모 검사와 그를 연결해 줬다. 박 전 특검은 이 검사에게 “아는 동생인데 돈이 많고 망나니다. 잘 케어해라”, “사고 치고 다닐 수 있으니까 형처럼 따듯하게 보살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학계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서울 모 사립대 겸임교수를 지낸 송씨는 해당 학교의 교수들에게도 김씨를 소개해 줬다. 김씨는 이렇게 형성된 인맥을 정성 들여 관리했다. 이들과 골프 모임을 다니고 경북 포항 구룡포에 있는 한 고급 풀빌라 펜션을 빌려 수차례 접대했다. 유력 인사들에게는 고급 펜션을, 자신의 직원들에게는 일반 펜션을 잡아 주면서 나름대로 ‘차별화’를 했다. 정치계 인사들과 언론인들에게 과메기와 대게 등 수산물을 선물하고 고급 외제차를 무상 제공했다. 김씨는 이렇게 쌓은 친분을 사기 행각에 이용했다. 오징어 매매 투자를 한다는 명목으로 김 전 의원의 형과 대학 교수 등에게 116억원의 투자금을 챙겨 구속됐다. 그러던 중 김씨의 로비 행각에 대한 제보가 있었고 경찰이 이를 들여다보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안심하고 받으세요”… 응집력 강한 ‘엘리트 집단’ 경각심 없어 유력 인사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부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해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 검사들과 그들의 부인들에게도 금품을 지급했다. 또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16년 3~9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박모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 준 대가로 세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 대해 재수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 지도층의 견고한 네트워크는 여전히 깨질 줄 모르고 있다.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흔히 금품이 오갈 뿐만 아니라 학연과 지연, 혈연 등 모든 연줄이 총동원된다. 인맥을 통해 서로의 비위를 눈감아 주면서 각자 원하는 것을 어려움 없이 얻는 구조다. 이들은 견고한 인맥을 방패막으로 내세우면서 자신들은 청탁금지법에서 예외가 될 수 있다는 듯한 의식을 버리지 못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특유의 ‘연줄 문화’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으면서 뇌물이나 부정부패에 대한 관행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른바 ‘엘리트 집단’ 등 응집력이 강한 집단일수록 문제될 위험이 없을 것이라 여기고 동질성과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주고받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행동이 적발되더라도 죄의식이 부족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전 위원은 지난 13일 경찰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서 ‘여권 공작설’을 제기했다. 이 전 위원의 발언으로 사건은 정치권의 공방으로 번지면서 문제의 본질이 가려지고 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금품을 주지 않으면 부탁이나 청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심리나 사회적 인식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누구나 받는 건데 나만 재수 없이 걸렸다, 정치적으로 상대방이 나를 무고했다’는 생각이 상위 계층으로 갈수록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속도 내는 경찰… ‘뇌물죄’ 확대 관심 현재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이들은 김씨를 포함해 총 7명이다.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인물들은 이 검사와 배모 총경, 엄성섭 TV조선 앵커와 일간지 기자 등 언론인 3명이다. 경찰은 지난주 이 검사를 시작으로 이 전 위원과 배 총경, 엄 앵커를 연이어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이 전 위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김씨로부터 받은 금품의 증거를 확보했다. 경찰은 나머지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수사도 정식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6일 박 전 특검을 공직자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발표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 전 특검은 지난해 12월 김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와 수산물 등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박 전 특검이 차량을 받은 지 3개월 뒤에야 현금 250만원을 대여비로 김씨에게 돌려준 이유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 검사와 박 전 특검이 받은 금품이 대가성이 입증돼 뇌물죄로 확대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를 담당하게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부적절한 주고받기 근절하려면… “청탁금지법 처벌 강화 를” 해당 사건을 계기로 비슷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청탁금지법의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언론인과 교사, 공직자 등이 1회 100만원을 초과하거나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서울신문이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을 통해 2016년 9월 법 시행 이후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만 유죄가 인정된 26건(39명)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34명)의 경우 선고유예를 포함한 벌금형이 선고됐다. 징역형 선고는 5명에 그쳤다. 직업별로는 공무원 17명, 기자 10명, 교직원 7명 등이 처벌받았다. 김 교수는 “청탁금지법의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에 ‘걸려도 힘 쎈 사람 옆에 있으면 잘 넘어갈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반복되고 있다”며 “네트워크를 이용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막기 위해 공적 제도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신뢰도를 높이고, 교육 등을 통해 문화적 관행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 통계에 안 잡히는 ‘숨은 빚’ 1405조…‘가계부채 폭탄’ 빛의 속도로 는다

    통계에 안 잡히는 ‘숨은 빚’ 1405조…‘가계부채 폭탄’ 빛의 속도로 는다

    임대(전세·상가) 보증금과 개인사업자 대출처럼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빚’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317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은행이 1분기 기준으로 발표한 가계신용 기준 가계부채(1765조원)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18일 키움증권의 ‘가계부채 위험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임대 보증금은 86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에 가계부채로 묶이지 않는 개인사업자 대출(541조원)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총 3170조원으로 늘어난다. 임대 보증금은 개인 간 거래라는 이유로 가계빚 통계에서 빠졌고, 개인사업자 대출은 기업 대출로 분류됐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빚의 위험을 파악하는 통계 집계의 목적을 고려하면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모든 빚을 가계부채로 인정하고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계부채로 통용되는 ‘가계신용’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대출과 카드 외상 구매를 뜻하는 판매신용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과거 정부는 국제 기준으로 사용되는 개인사업자 대출까지 포함된 ‘개인금융 부채’와 국내 기준인 가계신용을 함께 사용해 정책에 반영했다. 하지만 2014년 7월부터 좁은 의미의 가계신용만을 가계부채 통계로 쓰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빚내 집 사라’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다 보니 가계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가계부채에서 빠진 임대 보증금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체 가계빚의 44%(1405조원) 수준이다. 특히 집값이 떨어져 ‘깡통 아파트’가 나오기 시작하면 임대 보증금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갭투자로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집값만큼 전셋값도 치솟았기 때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 대출은 집값이 내려가도 이자 상환으로 끝나지만 전셋값이 떨어지면 갭투자한 사람들이 임차인에게 목돈을 돌려줘야 해 추가 대출을 받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사업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도 상환 부담의 주체는 가계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가계부채로 잡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계에 안 잡힌 가계부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식 지표인 가계신용과 여러 보조지표를 갖고 넓은 범위의 가계부채 동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분기 1765조원이었던 가계신용은 2분기에 18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30조 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3000억원 늘었다. 올 상반기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41조 6000억원으로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증가 폭이다.
  • 민주노총 “서울대 기숙사 관장, 청소노동자 시험 알고 있었다”

    민주노총 “서울대 기숙사 관장, 청소노동자 시험 알고 있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이하 노조)는 18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관장 등이 청소노동자들의 필기시험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9시 30∼10시 45분 열린 기숙사 운영실무위 회의에서 노유선 관장·남성현 부관장 등은 갑질 의혹을 받는 안전관리팀장 A씨로부터 필기시험을 포함한 청소노동자 회의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논의했다. 지난달 16일에도 노 관장·남 부관장 등은 같은 회의를 통해 시험 등 계획을 보고받았으며, 시험은 회의 당일인 9일과 16일 각각 치러졌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또 기숙사 청소검열이 지난달 22일 하루 동안만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23일까지 이틀 동안 실시됐다고 했다. 노조는 “4∼5명이 몰려다니며 청결 상태 등을 점검하는 것은 군대식 청소검열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숨진 청소노동자 이모 조합원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청소검열에 평소보다 노동강도가 훨씬 심하게 일하다 22일 검열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세정 총장은 국민과 노조, 유가족 앞에서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고 유가족과 노조가 요청하는 공동 조사단을 수용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기숙사에서 일하던 50대 청소노동자 이모씨는 지난달 26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정원 196명인 기숙사 건물 관리를 홀로 맡았으며, 평소 동료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과 상사의 부당한 지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앞서 서울대는 학내 인권센터에 직장 내 갑질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를 의뢰했지만, 유족 측은 ‘셀프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구민교 학생처장은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는 글을 써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 12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고 서울대는 13일 이를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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