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서울광장
    2025-08-12
    검색기록 지우기
  • 약혼
    2025-08-12
    검색기록 지우기
  • 우승
    2025-08-12
    검색기록 지우기
  • 고백
    2025-08-12
    검색기록 지우기
  • 요가
    2025-08-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282
  • [오늘 7차 촛불집회] 이은미 김제동 등, 노래로 감동 연설로 일침

    [오늘 7차 촛불집회] 이은미 김제동 등, 노래로 감동 연설로 일침

    10일 전국 곳곳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는 많은 연예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기온이 뚝 떨어진 추운 날씨 속에도 그들은 열정적으로 노래했고, 시민들을 숙연하게도 흥겹게도 만들었다. 가수 권진원은 오후 6시쯤 본집회에 등장해 ‘살다보면’을 불렀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꿈으로 살지만/ 오늘도 맘껏 행복했으면/ 그랬으면 좋겠네’라며 함께 노래했다. 그는 앞서 국민을 위로하는 노래 ‘그대와 꽃 피운다’를 발표한 바 있다. 이은미가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를 때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록과 발라드 등 다양한 히트곡을 열창한 그는 “국민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내려와라. 여러분, 지치지 맙시다. 잊지도 맙시다”라며 우렁찬 목소리로 선창하고 시민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앞서 4시쯤에는 DJ DOC가 서울광장에서 시국을 비판하는 가사를 담은 신곡 ‘수취인분명’을 불러 흥을 돋웠다. ‘수취인분명’은 세월호 7시간, 문고리 3인방,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 등 현 정권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며 국민의 답답한 속을 풀어줬지만, ‘미스박’이라는 부분이 여성을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아 무대에선 불리지 못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정필재(31)씨는 “탄핵안이 가결되는 광경을 생중계로 봤는데 그간 국회의원들이 국민들 무시한다고만 생각했다”며 “하지만 200만이 모여 촛불을 드니까 말을 듣더라”고 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날 때까지 상황이 허락하는 한 집회에 나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이날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헌재의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탄핵안 가결로 그 한 분이 스스로 내려오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진보가 대통령이 되면 보수를 몰락시키고, 보수가 대통령이 되면 진보를 몰락시키는 이런 구조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서울광장] 역사적 그날, 12·9/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역사적 그날, 12·9/강동형 논설위원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방청석에 자리를 잡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은 차분하게 진행됐다. 소란을 피우는 의원들은 없었다.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투표 결과 탄핵 찬성은 234표로 탄핵에 필요한 200표보다 월등히 많았다. 국회의장이 표결 결과를 발표하자 방청석에서 짧은 환호성이 있었지만 장내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의원들이 표결을 진행하는 동안 국회 주변에서 탄핵 가결을 촉구하는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는 역사적인 순간 국회는 기대 이상의 성숙한 모습을 연출했다. 12년 전인 2004년 3월 12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 단상을 점거한 채 의장의 의사 진행을 막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됐고 의장석을 점거한 여당 의원들이 국회 경위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발버둥치고, 울부짖는 모습과 거친 숨소리, 환호와 박수 소리가 교차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가결됐다. 그러나 광화문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촛불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어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순간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유폐된 상태였다. 한달 반 동안 여섯 차례의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고, 대통령은 세 번이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때마다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처방전을 내놓았다. 퇴진 일정을 밝히고 질서 있는 퇴진을 바라는 진심 어린 충고는 물거품이 됐다. 12년의 시차를 둔 탄핵 풍경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것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 간극은 촛불의 의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2년 전 타오른 첫 번째 촛불은 정치적인 폭거로 탄핵당한 노 전 대통령을 살려야 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었다. 반면 여섯 차례의 평화집회에서 타오른 촛불은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분노를 표출했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눈에는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씨와 공범으로 비치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도 사과를 하지 않고 끝까지 고집을 부린 대가가 탄핵으로 부메랑이 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12년 전과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큰 착각이다. 헌재 결정 전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면 한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상 가장 강력한 정치 행위이고, 최후의 수단이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표결까지 간 것은 우리 헌정사에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을 새 시대를 여는 기회로 삼는다면 역설적이지만 축복이 될 수도 있다. 탄핵 이후의 절차는 특검과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정치권은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탄핵의 역사적 의미를 완성하려면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60년 4월 혁명은 광장에서 시작됐지만 그 과실은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치가 챙겼다. 1987년 6월 항쟁도 광장에서 시작됐으나 그 과실 역시 특권층과 재벌의 몫이었지 국민의 몫은 아니었다. 2016년 촛불 혁명은 그 어떤 혁명과 비교해도 결코 가볍지가 않다. 촛불 혁명의 열매는 이제 국민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금수저와 흙수저, 헬조선, 청년 실업과 노인 문제 등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극복하는 것만이 그 과실을 국민에게 돌리는 지름길이다. 이를 거역하는 순간 촛불은 다시 타오를 것이다. 우리는 한 달여 동안 한번도 가 보지 못한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실족하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어둠 속에서 빛난 촛불이었다. 촛불의 힘으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헌법 개정 등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새 시대에 걸맞은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잘났거나 못났거나 모두가 행복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인간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다고 당연히 여기는 지도자, 모든 사람이 행복한 나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시도조차도 안 하는 정치인은 새로운 시대상과 어울리지 않는다. 대통령 탄핵이 국민의 역량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이 되길 소망한다. yunbin@seoul.co.kr
  • [서울광장] 광장은 길을 물었다/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겸 사회부장

    [서울광장] 광장은 길을 물었다/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겸 사회부장

    간신한 것이 달력에 달랑 한 장 매달린 2016년만이 아닌 지금, 광장을 본다. 광복 이후 70년을 관통해 온 우리의 ‘소용돌이 정치’는 늘 이 광장에서 하나씩 매듭을 지어 왔다. 김주열이 있었고, 이한열이 있었고, 그들 뒤로 4월 19일과 6월 10일이 거칠고 준열하게 광장으로 나왔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뒤엉켜 뒹굴다 끝내 지쳐 쓰러지면 그제사 광장은 새날을 내놨다. 1980년대 초 엄혹한 시절 ‘짭새’들과 맞짱 뜬 화염병 데모를 훈장으로 달고 사는 30년 묵은 20대에게 촛불은 그래서 여전히 낯설다. 깬 보도블록도, 각목도 없는데 이게 무슨 시위냐고, 아이를 데리고 나와 무슨 정권 퇴진을 외치냐고, 도무지 간절함이 보이질 않는다고. 그래서 ‘이런 시위 반댈세’를 외치는 이도 있다. 시간 정해 놓고 하는 시위가 어딨냐고, 자정도 안 돼 돌아서선 좌판에서 컵라면 사 먹는 시위가 시위냐고도 한다. 경찰 차벽에 ‘꽃스티커’를 붙이고, 방패 든 의경을 안아 주는 퍼포먼스가 낯간지럽긴 82학번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광장은 변했다. 아니 세상이 변했다. 버락 오바마가 미 대선 때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오락화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지만 대한민국의 광장은 그런 차원을 넘어 한 정권의 숨통을 끊는 순간에도 미소와 품격을 놓지 않는 단계로까지 나아갔다. 각목 대신 촛불을 들고 화염병 대신 꽃을 던진다. 격한 구호를 앞세운 선동 대신 해학과 풍자로 참여를 이끈다. 누구는 촛불 뒤에 누가 있다 하고, 누구는 광풍의 마녀사냥이라 한다. 박근혜 정부가 해산시킨 통진당 세력이 각본을 짜고, 박근혜 정부와 척을 진 민주노총이 기획하고, 박근혜 정부를 갈아엎겠다고 작심한 몇몇 언론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고도 한다.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의 전부일 수는 없다. 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에 모였다는 170만명이 그런 몇몇의 꼭두각시일 수는 없다. 미래학자들이 말해 온 스마트몹의 스워밍(swarming), 집단지성의 사회적 군집행동이 발현되는 순간에 우린 서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정보를 나누고 사회 인식을 공유한 시민 군집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의 군무를 추는 세상에 들어섰다. 지난 주말의 170만명 중엔 갑질하는 편의점 사장과 그런 갑질에 어금니를 깨물었던 알바생도 있었을 것이다. 열정페이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체불 업체 사장과 어깨동무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광장에선 그런 작은 다름이 중요치 않다. 원래가 그랬듯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진 응력으로 한 시대의 벽을 허문다. 화염병도 각목도 필요없다. 바람 불어도 꺼지지 않는 LED 촛불 하나면 충분하다. 디지털 스워밍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정치가 떨고 있다. 시민권력이 부여한 대의민주주의를 지붕 삼아 안온한 시절을 보내던 여야 정치권은 갑자기 2000년 전 그리스 직접민주주의의 아고라 광장에 던져진 현실 앞에서 허둥댄다. 촛불에 델까 싶어 힘껏 뻗어 올린 두 팔로 경배의 몸짓을 내보이기 바쁘지만 머릿속은 촛불이 만들어 낼 정치 지형의 변화와 이해득실을 가늠하느라 더 분주하다. 박근혜 정부 종식에는 하나지만, 박근혜 정부 이후에는 둘 셋, 아니 다섯 열이다. 벽은 광장이 허물지만, 길을 내는 건 결국 정치다. 2002년 효순·미선 추모 집회로 태동해 자율신경망을 갖춘 디지털 스워밍으로까지 진화한 촛불이지만, 촛불은 동트는 새벽까지일 뿐이다. 6월 항쟁에 쫓겨 탄생한 87체제에서 6명의 대통령은 모두 나라가 둘 셋으로 갈리는 산고 속에 태어났다. 그리고 이들이 내려앉을 즈음 나라는 어김없이 다시 한번 뒤집어졌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은 박근혜 정부 퇴진을 외치고 있으나 정치권은 그 너머 2017체제를 내다봐야 한다. ‘질서 있는 퇴진’을 외치다 한 달 새 ‘즉각 탄핵’으로 돌아서고, 4년 전엔 “분권형 대통령제뿐 아니라 내각책임제도 검토해야 한다”더니 이제 와선 “헌법만 지켰다면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 없다. 헌법은 죄가 없다”며 호헌을 주장하는 조변석개의 행태로는 촛불에 묻어가거나 델 뿐이다. 촛불은 ‘국가의 국민’이 아니라 ‘국민의 국가’임을 선언했다. 2017체제를 위한 질서 있는 개헌 논의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촛불에 건넬 정치의 유일한 답이다. jade@seoul.co.kr
  • [서울광장] 촛불 정국 공직사회 비틀어 보기/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촛불 정국 공직사회 비틀어 보기/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 1. “청와대와 정치권의 간섭이 없어서(?)인지 이번에 역대 가장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진 것 같아요.” # 2.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청와대의 사인이 없으니 대충 수정해서 낼 수도 없고….” # 3. “‘시키니까 했다’는 영혼 없는 ‘코스튬 플레이’만 성행하고 있어요. 공직사회가 이래서 되겠나 싶습니다.” 정치권 등 온 나라가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블랙홀에 빠져들면서 나타난 공직사회의 단면들이다. 이를 비틀어서 한번 분석해 봤다. 첫 번째 얘기는 갑작스런 인사로 논란을 낳은 경찰 인사의 다른 면이다. 인사가 당겨지고, 청와대와 정치권이 다른 데 정신이 팔리면서 ‘자기식 인사’를 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거기에는 경찰대와 비(非)경찰대 출신의 조화나 지역 안배, 연공서열 등의 조화 등 산술적 의미도 포함돼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게이트 이후의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기색이 읽힌다. 다른 부처도 다르지 않다. “국민만 보고 간다. 이 상황이 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간섭이 줄어서 좋다는 반응은 현실이다. 두 번째는 경제 부처의 얘기다. 매사 청와대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결정을 하다가 ‘시어머니’가 없어지니 시원하기는 하지만,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결정을 미루는 ‘금단현상’도 엿보인다. 경제 관료들이 간섭에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실제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은 지금 마무리를 해 중순쯤 발표를 해야 하는데 청와대 등과의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연말로 미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든가 고려할 변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익숙한 ‘시그널’ 부재로 인해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이 맹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다음 예는 엘리트들의 몰락에 대한 공직사회의 자조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문제가 될 때만 해도 “‘일반미’(비공무원 출신 정무직 공무원)보다는 그래도 ‘정부미’(공무원 출신 정무직 공무원)가 낫다”고 자위했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나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이번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놀라움과 함께 “대한민국의 머리 좋은 공무원들 다 쓰러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키니까 했다’는 코스튬 플레이가 번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격랑들이 제법 많았다. 1979년 10·26에서부터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 1987년 6월 항쟁,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등이 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경제성장률은 10·26의 여파와 제2차 오일쇼크가 이어진 1980년(-1.7%·1981년 7.2%)을 빼고는 모두 예년 이상이었다. 1987년은 12.5%(1988년 11.9%), 2004년은 4.9%(2005년 3.9%)였다. 물론 당시의 성장 배경이 고도성장기(1981년과 1987년)였다거나 금융위기 이후 반등기(2004년)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뿐일까. 여기에는 정치적 격변기에도 생업에 전념하며 인내한 국민과 주어진 업무를 묵묵히 수행한 공무원들의 공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위기 때마다 리더십을 발휘한 고위 경제 관료도 있었고, 서슬 퍼런 통치자에게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관료들도 있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 때 물가가 급등하자 성장주의자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고집을 꺾고 강력한 물가 대책을 폈던 강경식 차관보, 김재익 경제기획국장도 있고, 전두환 전 대통령 때에는 김재익(경제수석), 2004년엔 이헌재 전 부총리가 있었다. 이들 외에도 소신과 철학이 있었던 관료들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과 친한 강남 아줌마의 하수인 역을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경제수석이나 관료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아무리 판이 뒤집어지는 과정이고, 경제 수장인 부총리의 위상마저 어정쩡하지만, 공직자만큼은 자존심과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지금 공직자들은 역사를 만들고, 그 역사는 평가받는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sunggone@seoul.co.kr
  • ‘삼성표 김치’만 326t… 기업들은 왜 김장에 팔걷었나

    ‘삼성표 김치’만 326t… 기업들은 왜 김장에 팔걷었나

    야쿠르트 아줌마 수천명 김장 유명세 겨울마다 수많은 기업들 김치 담가저예산 이웃돕기… 지역민과 화합도 “야쿠르트 김치는 없소?” 2년 전 서울 용산구의 한 쪽방촌에 사는 김순태(72·가명)씨는 주민센터를 찾아가 “기왕 김치를 줄 거면 옆집 노인네처럼 야쿠르트 김치를 달라”고 떼를 썼다. “야쿠르트 김치는 맛도 좋고 속이 꽉 찬 반면 다른 김치는 벌겋기만 하고 양념 맛밖에 나지 않아 영 별로”라고 툴툴댔다. 주민센터 직원은 “이미 배분이 끝났다”면서 “내년에는 1순위로 챙겨놓겠다”고 김씨를 어르고 달래 돌려보냈다. 해마다 11월 중순이 되면 김치를 놓고 독거노인과 주민센터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맛 좋은 야쿠르트 김치 사수 작전이 곳곳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야쿠르트 측에서 보내온 김치는 한정돼 있는데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야쿠르트 김치를 외치니 주민센터 담당자들은 “명단을 짤 때마다 고역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야쿠르트가 김장 행사를 중단하면서 이런 진풍경도 사라졌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주민센터와 노인들 사이에서 중재를 하기가 참 쉽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김장 나눔 문화를 우리 사회에 전파했다는 점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2500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서울 시청광장에 모여 함께 김장하는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됐지만, 야쿠르트발(發) 김장 나눔 행사는 전국으로 확산돼 올해도 수많은 기업이 김치를 담갔다. 겨울나기의 일환으로 김치를 담고 이웃과 나누는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전 세계가 주목한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반찬 김치는 홀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에게는 유일한 영양소이기도 하다. 김장 규모로 따지면 삼성전자를 따라갈 수 없다. 삼성전자는 매년 사업장별로 김장 행사를 여는데 올해 총 326t의 김치를 담았다. 한 가정에 10kg의 김치를 전달한다고 했을 때 3만 2600가구가 ‘삼성표 김치’를 먹는 셈이다. 야쿠르트는 한 해 12만 포기(250t)를 담아 2만 5000가구(2014년 기준)에 전달했다. CJ그룹도 지난달 21일부터 3주 동안 전국 공부방,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9만 포기(180t, 10kg=5포기 기준)에 달하는 김치를 담가준다. ●SK, 1996년 시작… 전국적 행사 예산 10억 안팎 김장 역사가 가장 오래된 기업은 SK그룹으로 알려진다. 1996년부터 1000여명의 임직원이 서울 올림픽공원 체육관에 모여 김장을 했다. 당시만 해도 연탄을 때는 가정이 많아 많은 기업이 연탄 봉사를 하고 있었지만 김장은 생소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야쿠르트가 전국 각지에서 김장을 담그면서 ‘김장 붐’이 일기 시작했다. 야쿠르트가 김장을 하게 된 배경은 부산 남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이서원(69)씨의 보이지 않는 선행 때문이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집에서 담근 김치를 카트에 싣고 다니며 조금씩 나눠줬는데, 이씨의 활동에 관심을 보인 동료 직원들이 “함께 하자”고 나서면서 김장 나눔은 2001년 영업점을 시작으로 지점, 본사 차원으로 확대됐다. 서울 시청광장에서 본격적으로 김장을 담그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여전히 부산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씨는 “서울광장이 빨간색 김치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고 말했다. 야쿠르트처럼 전국적으로 김장을 담그는 곳은 한 해 예산이 10억원을 훌쩍 넘지만, 적은 규모로 하는 기업은 5000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 연말 이웃돕기 행사치고 저예산 사업인 셈이다. 또 김장을 매개로 기업은 지역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2008년 경북 구미 공장을 시작으로 2009년 경기 파주 공장에서도 김장을 담기 시작한 LG디스플레이는 배추, 무, 고춧가루 등 김장 재료를 지역 사회에서 구입한다. 2005년부터 11년째 김장 행사를 연 삼성디스플레이는 김장철만 되면 충남 아산의 새마을 부녀회와 머리를 맞대고 김장 준비를 한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에 위치한 선문대 외국인 학생, 다문화 가족 등 100여명의 외국인도 초청해 함께 김장을 담갔다. ●맛도 잡은 나눔… 한화토탈 김치, 서산 명물로 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뜻에서 김치를 담가도 맛이 없으면 후한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대부분 기업은 자원봉사자를 동원해도 ‘김장 초보’ 임직원들의 손맛에 의존한다. 야쿠르트 아줌마처럼 ‘주부 9단’들의 김장 솜씨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충남 서산 지역의 한화토탈 김치는 지역 명물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과거 삼성토탈 시절부터 “김치가 맛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역 주민들이 김장 행사날을 기다릴 정도다. 대체 어떤 맛이길래 이렇게 유난일까. 한화토탈의 ‘안방 마님’으로 통하는 박명하(구자양 서산사업장 직원 부인)씨는 “먹어 보지 않고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면서도 “사이다같이 톡 쏘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고 자랑했다. “시원한 맛이 도통 어떤 맛인지 모르겠다”는 기자에게 박씨는 다시 “배추의 달달함과 고춧가루의 매콤함이 어우러지면서도 젓갈 특유의 비린 맛이 안 나 뒤끝이 개운한 그런 맛”이라고 구체적으로 묘사를 해 줬다. 박씨는 한화토탈 주부 봉사 동아리 ‘장금이’ 2대 회장으로 8년째 김치를 담고 있다. “본래 요리 솜씨가 뛰어나지 않았다”는 그는 2010년 경기 광주의 ‘김치 명인’ 강순의씨에게 김치 담는 법을 배우러 1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원정을 갔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김치 리더교육과정도 받으면서 조금씩 실력을 키웠다. 그러면서 김치 맛은 결국 재료가 좌우한다는 생각에 초기에는 전남 해남의 배추밭을 찾아 배추 상태를 확인하고, 청양 지역 고추를 공수했다. 지금은 서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서산 땅에서 난 재료를 쓴다. 그는 “김장 레시피(요리법)를 만드는 데 3년은 족히 걸린 것 같다”며 “당시 다른 기업체에서 ‘레시피를 줄 수 없겠느냐’면서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행사 지적에 김치 구입해 기증도 많은 기업이 김장을 하지만 일부에서는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몇몇 기업은 보여주기식 행사로 김장을 담근다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김장만큼 비주얼 효과가 큰 사회공헌 활동도 없다”면서 “그룹 총수 등 경영진이 김장을 하거나 수천명이 한데 모여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 아주 그럴듯하다”고 말했다. 본질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함인데 기업들이 홍보 효과 극대화를 위해 김장 문화를 이용한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순수한 목적에서 접근해도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시의원들이 행사 목적을 흐리는 경우가 있다. 지난달 경기 안성에서 열린 한 기업 김장 행사에는 국회의원 및 시의원들이 대거 몰려와 유세를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기업(SK그룹, 효성)은 김장 행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기업을 통해 김치를 구입한 뒤 복지단체,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하는 식으로 방식을 바꿨다. 요란한 행사는 자제하고 기본 취지만 살리겠다는 것이다. 야쿠르트는 김장 대신 독거노인 돌봄 사업을 보다 확대했다. 전국의 1만 3000명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매일 2~3명의 독거노인을 찾아 안부를 묻고 말동무도 되어 드리는 사업이다. 장종덕 야쿠르트 고객중심팀 과장은 “타깃(독거노인)은 똑같은데 단지 방법을 바꾼 것”이라면서 “진정성 있게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우리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서울포토] 2016 자선냄비 시종식, 어린이 산타들의 공연

    [서울포토] 2016 자선냄비 시종식, 어린이 산타들의 공연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6 자선냄비시종식에서 산타 복장의 어린이들이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민주노총 22만명 총파업 “박근혜 즉각 퇴진”

    민주노총 22만명 총파업 “박근혜 즉각 퇴진”

    민주노총이 30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4시간 이상 파업하는 총파업 대회를 벌였다. 민노총 측은 조합원 6만명이 대회에 참여했으며 전체 총파업에는 22만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는 현대차, 철도공사, 현대모비스, 한온시스템, 다스를 포함해 46개사에서 6만 835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 집회는 중구 서울광장에서 오후 3시부터 시작됐다. 민노총은 “박근혜 즉각 퇴진, 단 하나의 요구로 총파업과 시민불복종에 돌입한다”며 “박 정권 퇴진은 모든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대해서는 “‘즉각 퇴진’ 요구를 외면하고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달아 국회로 공을 넘기며 시간 끌기에 나서겠다는 정치 술수”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4시부터 남대문부터 한국은행, 을지로입구, 종각, 광화문사거리, 광화문광장 등으로 행진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한 삼성, LG, 롯데, GS 등 대기업을 규탄했다. 민노총의 파업에 맞춰 시민사회단체, 교사·공무원, 대학생, 노점상도 연가 사용·휴업·수업 거부 등 방법을 이용해 시민불복종 행동에 돌입했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는 이날 오후 2시 각각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과 청계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 소속 노점상들은 하루 장사를 접는 철시를 통해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가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동맹휴업을 선포하고 거리로 나섰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 학교 본관 앞에서 동맹휴업대회를 열고 서울대입구역까지 1시간가량 행진했다. 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합류해 문화제를 개최하고 오후 7시 30분부터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주최 측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하겠다고 신청했으나 경찰은 내자동 로터리까지만 행진하도록 조건 통보했다. 오후 9시쯤 집회 참가자들은 경복궁역 사거리에서 차벽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했다. 하지만 9시 10분쯤 서울행정법원이 주최 측의 행진 금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청와대에서 200m가량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을 허용했고, 경찰이 길을 터 줬다. 100여명의 참가자는 주민센터 인근에서 20여분간 집회를 한 후 9시 30분쯤 해산했고 특별한 충돌은 없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민주노총 총파업 “박근혜 즉각 퇴진···시민 불복종 운동 돌입”

    민주노총 총파업 “박근혜 즉각 퇴진···시민 불복종 운동 돌입”

    민주노총이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벌였다. 국내 노동조합 역사상 노조 상급단체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낮 3시 수도권 조합원이 서울광장을 모이는 것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총파업 대회와 행진, 문화제 등을 하며 4시간 이상 파업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즉각 퇴진 단 하나의 요구로 총파업과 시민 불복종에 돌입한다”면서 “박 정권 퇴진은 모든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대해서는 “온 국민과 노동자의 요구인 ‘즉각 퇴진’을 외면하고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달아 국회로 공을 넘기며 시간 끌기에 나서겠다는 정치 술수”라면서 “총파업을 더욱 강하고 위력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2만 2000명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6만여명이 총파업대회에 참여했으며, 전체 총파업 참여 인원은 22만명에 달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이날 총파업에 46개사 6만 835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총파업에 참여한 노조는 현대차(4만 9000명), 철도공사(7260명), 현대모비스(600명), 한온시스템(520명), 다스(400명), 이래오토모티브(400명), 대동공업(400명) 등이다. 이 밖에 임금·단체협상 파업에 돌입한 노조가 3개사 350명, 임단협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가 재파업한 노조가 3개사 3680명, 이전부터 임단협 파업을 계속한 노조가 13개사 3750명이다. 고용부는 “이번 파업은 임단협 등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파업으로 목적상 정당성을 상실한 불법 파업”이라면서 “현 시국과 관련한 정치적 의사표명은 파업이라는 불법적 수단 말고도 다른 합법적 방법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민단체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

    청와대 100m 앞 행진 성사될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참여연대는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하겠다는 신고에 대해 경찰이 금지통고 처분을 하자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고 30일 밝혔다. 약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은 최근 법원의 결정에 따라 몇 차례 진행된 바 있지만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은 전례가 없다. 당초 이들은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당주동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기자회견을하고 3시30분께부터 청와대에서 약 100m 떨어진 분수대 앞까지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행진 신고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사건은 긴급성을 인정해 곧바로 이날 오후 2시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청와대 등 주요기관 100m 이내에서는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어 청와대 100m 앞은 법적으로 집회가 허용되는 마지노선에 해당한다.그러나 서울 종로경찰서는 행진 시작 약 6시간 앞두고 교통소통 등을 이유로 이 행진을 금지했다. 경찰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한 것도 내자동로터리까지만 행진하도록 조건통보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서도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법치의 붕괴, 그 무서운 후유증/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법치의 붕괴, 그 무서운 후유증/박홍환 논설위원

    일본의 국민 소설 ‘달려라 메로스’는 고대 도시에서 행해진 국왕의 폭정을 향한 한 목동의 유쾌한 저항을 소재로 삼고 있다. 평화롭고 왁자지껄하던 도시 전체가 갑자기 을씨년스럽게 조용해졌다. 어느 때부턴가 국왕이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며 왕족과 신하는 물론 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처형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법의 지배가 무너지고, 예측 가능성이 사라진 폭정에 맞서 목동 메로스가 나섰다. 메로스는 “어처구니없는 국왕을 살려 둘 수 없다”며 혈혈단신 왕궁에 잠입했다가 적발됐고, 국왕 디오니스 앞에서 당당하게 “이 도시를 폭군의 손아귀로부터 구출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깟 놈이…”라며 한껏 비웃은 디오니스가 처형하려 하자 메로스는 반드시 돌아올 테니 사흘간 말미를 달라고 요구했고, 약속을 어기면 친구인 세리눈티우스를 사형시켜도 좋다고 제안했다. 의심 많은 국왕은 메로스의 약속을 믿지 않았지만 대신 처형할 세리눈티우스가 있어 순순히 제안에 응했다. 메로스는 내면의 유혹을 뿌리쳐 가며 달리고 달려 천신만고 끝에 사흘째 해가 떨어지기 직전 돌아와 신의(信義)를 지켰고, 회개한 국왕은 두 친구를 모두 구명해 준다는 줄거리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인 다자이 오사무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내려오던 이야기와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인질’을 패러디해 1940년 이 작품을 발표했다. 우정과 신의를 중시하라는 계몽성이 강해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고, 국내에서도 1970년대 초등 교과서에 ‘서서방과 공서방’이라는 제목으로 번안 소개됐다고 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희극성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심정으로 다시 한번 찬찬히 탐독했다. 디오니스의 폭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읽히고, 저항하는 메로스는 190만개의 촛불을 치켜든 시민들로 환치된다. 디오니스의 손아귀에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메로스의 신념이나 박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시민들의 믿음은 매한가지다. 디오니스는 무차별적인 처형에 나서는 등 스스로 법치를 포기했다. 박 대통령은 어떤가. 가장 대표적인 국가 공권력인 검찰의 수사를 ‘소설’로 폄훼하면서 대면 수사 요구를 끝까지 외면했다. 국가수반이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며 국가 공권력을 부정하는 해괴망측한 사태를 온 국민이 목도했다. 이로써 법치는 붕괴됐다. 누구보다 법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박 대통령이어서 국민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결국 박 대통령식 법치란 자신에겐 관대하고, 국민에겐 엄한 ‘이중잣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 박 대통령에게 법이란 통진당 해산 등에 이용하는 통치의 도구일 뿐이었고, 박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를 시도했던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법치 붕괴의 그 심각한 후유증은 100년이고, 200년이고, 두고두고 한국 사회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 대통령조차 검찰 수사를 불신하고, 공권력을 무시하는데 어느 국민이 고분고분 검찰 수사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려도 내 안위가 우선이란 말인가. 박 대통령의 인식이 그렇다면 솔직히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다. 검찰도 법치 붕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휘청거릴 때 검찰은 단순 고발 사건으로 치부해 형사부에 배당한 뒤 몇 날 며칠을 뭉개며 최순실 일당의 증거인멸·말맞추기 시간을 보태 줬다.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아 가며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하다가 거센 촛불 민심을 확인한 뒤 검찰력을 총동원해 노회한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상처 난 권력’을 물어뜯고 있는 검찰이다. 그 배신감에 박 대통령이 반기를 든 것은 아닐까. 결국 법치 붕괴는 박 대통령과 검찰의 합작품인 셈이다. 메로스는 약속을 지키고 세상까지 구했다. 박 대통령의 ‘결정장애’로 인해 촛불은 이번 주말에도 전국에서 활활 타오를 것이다. 그 엄청난 분노의 민심을 언제까지 외면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법치 붕괴와 그 무서운 후유증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그만 모두 내려놓고 법치에 순응해야만 한다. 그것이 헌법을 수호하는 국가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다.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해피엔딩’을 안겨 주길 바란다. stinger@seoul.co.kr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올해는 ‘촛불 휴장’

    지난 12년간 234만여명이 찾은 서울시청 앞 스케이트장이 올해는 문을 닫는다. 서울시는 28일 “매주 토요일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리고 있어 시민 안전을 고려해 올해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휴장하기로 했다”며 “매년 12월 개장하는 스케이트장은 시민과의 약속인 만큼 원래 오늘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으나 앞으로도 집회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해 휴장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이용료 1000원으로 운영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한 해 평균 20만명이 찾을 정도로 서울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스케이트장 운영 예산은 서울시 7억 5000만원, 우리은행 후원 5억원으로 모두 12억 5000만원이다.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옛 경기여고, 장충단공원 등 제3의 장소에 스케이트장을 이전해서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공사에 한 달 이상 걸려 결국 휴장하기로 했다. 지난 24~26일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긴급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2147명 가운데 58.7%가 올해는 “운영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시는 각각 다음달 9·23일 개장하는 여의도공원과 올림픽공원 스케이트장을 이용해달라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내일 시민불복종의 날”… 민노총 35만명 파업 예고

    “내일 시민불복종의 날”… 민노총 35만명 파업 예고

    대기업 사옥 돌고 광화문 합류 전농 “트랙터 상경 집회 재추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서울 중구의 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일 제1차 총파업과 시민불복종 행동에 돌입한다고 28일 밝혔다. 민노총이 정권 퇴진을 내걸고 정치파업을 벌이는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29년 만이다. 조합원 35만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서울, 전북, 대구, 부산, 제주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진행된다. 각 지역의 조합원들은 4시간 이상 파업을 하고 총파업대회를 연다. 이후 시민불복종 행동에 합류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한다. 수도권 집회는 30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오후 4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한 삼성, LG, 롯데, GS 등 사옥을 순회하면서 규탄 행진을 하고 청와대 쪽으로 향한다. 오후 6시부터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한다. 민노총 관계자는 “정치파업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정권 퇴진 운동에 힘을 보태려고 내린 결정”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와 대학생, 농민, 시민단체의 휴업과 대학생 수업 거부도 이뤄진다. 전국 노점상의 99%인 약 3만명이 30일 일제히 철시할 계획이라고 퇴진행동 측은 밝혔다. 현실적으로 가게 문을 닫기 어려운 소규모 음식점 주인들은 점포에 ‘박근혜 하야’ 스티커를 붙이는 식으로 동참한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하루는 사무실 문을 닫고 박 대통령 퇴진 집회나 문화제를 개최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이장단 활동 거부로 참여한다. 전농 김영호 의장은 “지난 25일 몰고 온 트랙터 일부가 경기 평택에 발이 묶여 있다. 30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트랙터를 타고 시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가도 공동 휴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5일 숙명여대, 성공회대, 서강대가 휴업에 동참했다. 시민불복종 운동 당일에는 서울대가 휴업하며 새달 1일에는 인천대, 부산대, 경인교대, 인하대가 휴업한다. 고려대와 홍익대도 동참 여부를 놓고 내부 토의 중이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토요일 집회를 정례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이번 1차 총파업·시민불복종 행동을 시작으로 평일 파업 및 집회의 지속 개최 여부도 검토하겠다. 이르면 12월 안에 2차 총파업·시민불복종 행동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불 밝힌 서울광장 크리스마스트리

    불 밝힌 서울광장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둔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트리가 점등식을 마치고 환하게 빛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5차 촛불집회] ‘차벽을 꽃벽으로’…의경들 고생 생각해 잘 떼어지는 꽃스티커 등장

    [5차 촛불집회] ‘차벽을 꽃벽으로’…의경들 고생 생각해 잘 떼어지는 꽃스티커 등장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5차 주말 촛불집회에도 경찰이 세운 차벽을 장식하는 ‘꽃 스티커’가 등장했다. 경찰과 시민들이 오후 8시쯤부터 대치한 종로 통의사거리 부근의 경찰버스들에 시민들은 꽃 스티커들이 붙었다. 이 스티커는 미술가 이강훈 작가가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지난 19일 4차 촛불집회 때부터 나붙기 시작했다. 예술·전시 분야 크라우드펀딩 회사인 ‘세븐픽쳐스’를 통해 스티커 제작비를 모았고, 이를 집회 현장에서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직접 붙이게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을 때리기보다 꽃을 붙여주니 우리 입장에서는 훨씬 낫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 이 청장이 “어떻게 다 뗄지 걱정된다”고 말하자 세븐픽쳐스 측은 잘 떼어지는 스티커를 준비했다. 이날 모인 모금액은 300여만원으로 스티커 9만 2000개가 마련됐다. 이모(33)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는 검찰 수사까지 거부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비폭력이 폭력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김모(40)씨는 “의경도 대학생이고 경찰도 시민인데 민심을 막아선 마음이 오죽하겠느냐”고 전했다. 전날 경찰은 “대규모 시위인만큼 시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며 “안전 경찰을 배치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지하철 역사와 출입구 등 30곳에 순찰차 22대와 경찰관 183명을 배치했다. 또 각종 사고에 대해 현장 초동조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안전근무를 담당하는 경찰은 근무복을 입고 외근 형광 조끼, 어깨띠, 간이소화기, 경적, 신호봉 등을 착용하거나 휴대하게 했다. 시민들이 진압부대와 구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지하철경찰대와 지하철 운영회사 안전요원을 합동 배치해 지하철 내 안전사고 예방과 질서를 유지했다. 실종아동·유실물 신고소도 운영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6개, 서울광장 6개, 청계광장 4개 등 이동화장실 16개(좌변기 106개, 소변기 60개)를 설치했다. 또 집회장소 주변 개방화장실을 49개에서 210개로 대폭 늘렸다. 심야올빼미버스 중 도심경유 6개 노선(N15, N16, N26, N30, N37, N62)은 33대에서 44대로 11대 증편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5차 촛불집회] 6시 30분 현재 80만명..12일 3차 집회 버금가는 시민 운집

    [5차 촛불집회] 6시 30분 현재 80만명..12일 3차 집회 버금가는 시민 운집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오전부터 굵은 눈발이 날리다 그친 광화문 광장에는 오후 6시 30분 현재 80만명(주최측 추산)의 많은 인파가 몰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이같은 인원 규모는 지금까지 같은 시간 대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몰린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 때의 85만명(주최측 추산)에 버금 가는 규모다. 오후 6시 30분 현재 서울광장 쪽으로부터 광화문 광장 쪽으로 진행하는 집회 행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집회 참가 인원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법원이 청와대로부터 200m 떨어진 신교동 교차로 앞까지의 거리 행진을 허용함에 따라 오후 4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청운동 일대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사직동 주민센터,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등 4개의 코스로 나눠 행진을 시작했다. 무거운 옷차림에도 찬 바람이 옷깃을 스몄지만, 근처 상인들이 따뜻한 물을 나누어 주는 등 힘을 보탰다.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은 핫팩을 꼭 쥐고 있었고, 어른들도 자원봉사자들이 나누어 준 비옷을 챙겨 입었다. 오후 3시 30분 쯤 새마을금고 광화문 본점 근처에서 한 상인이 따뜻한 물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는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따뜻한 물 드시고 가세요. 제 걱정은 마세요. 제가 할 수 있은 방법으로 촛불시위에 동참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화장실을 열어두었다며 시민들에게 알리는 상인들도 있었다. 물을 마신 황교선(31·여)씨는 “가게 주인, 시위대 할 거 없이 한 마음으로 박 대통령이 물러나길 바라고 있다”며 “날이 추운데 이 물 한 잔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고 전했다. 전날 법원은 청와대 200m 거리의 집회를 처음으로 허용하면서 집회는 오후 5시, 행진은 오후 5시 30분까지로 제한했다. 이는 예상 일몰시간(오후 5시15분)을 고려한 처분이다. 따라서 오후 6시 경찰은 경복궁 앞 율곡로를 기준으로 북쪽으로 시민들이 들어서지 못하게 차벽을 설치했다. 하지만 100여명 시민들이 해산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 주최 측(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시간 제한을 두고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번 집회에 사상 최대의 인원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야간에는 우발적인 안전사고나 질서유지 곤란의 위험성이 높아져 시민 안전에 위험성을 초래할 상당한(타당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법원 결정에 반발한 경찰의 항고 역시 함께 기각했다.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핵심적 요소로서 민주적 기본질서와 정치 체제의 근간”이라며 “이런 취지에서 집시법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5차 촛불집회] 6시 현재 60만명 운집..12일 3차 집회에 버금

    [5차 촛불집회] 6시 현재 60만명 운집..12일 3차 집회에 버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오전부터 굵은 눈발이 날리다 그친 광화문 광장에는 오후 6시 현재 60만명(주최측 추산)의 많은 인파가 몰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이같은 인원 규모는 지금까지 같은 시간 대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몰린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 때의 65만명(주최측 추산)에 버금 가는 규모다. 오후 6시 15분 현재 서울광장 쪽으로부터 광화문 광장 쪽으로 진행하는 집회 행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집회 참가 인원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법원이 청와대로부터 200m 떨어진 신교동 교차로 앞까지의 거리 행진을 허용함에 따라 오후 4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청운동 일대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사직동 주민센터,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등 4개의 코스로 나눠 행진을 시작했다. 무거운 옷차림에도 찬 바람이 옷깃을 스몄지만, 근처 상인들이 따뜻한 물을 나누어 주는 등 힘을 보탰다.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은 핫팩을 꼭 쥐고 있었고, 어른들도 자원봉사자들이 나누어 준 비옷을 챙겨 입었다. 오후 3시 30분 쯤 새마을금고 광화문 본점 근처에서 한 상인이 따뜻한 물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는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따뜻한 물 드시고 가세요. 제 걱정은 마세요. 제가 할 수 있은 방법으로 촛불시위에 동참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화장실을 열어두었다며 시민들에게 알리는 상인들도 있었다. 물을 마신 황교선(31·여)씨는 “가게 주인, 시위대 할 거 없이 한 마음으로 박 대통령이 물러나길 바라고 있다”며 “날이 추운데 이 물 한 잔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고 전했다. 전날 법원은 청와대 200m 거리의 집회를 처음으로 허용하면서 집회는 오후 5시, 행진은 오후 5시 30분까지로 제한했다. 이는 예상 일몰시간(오후 5시15분)을 고려한 처분이다. 따라서 오후 6시 경찰은 경복궁 앞 율곡로를 기준으로 북쪽으로 시민들이 들어서지 못하게 차벽을 설치했다. 하지만 100여명 시민들이 해산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 주최 측(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시간 제한을 두고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번 집회에 사상 최대의 인원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야간에는 우발적인 안전사고나 질서유지 곤란의 위험성이 높아져 시민 안전에 위험성을 초래할 상당한(타당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법원 결정에 반발한 경찰의 항고 역시 함께 기각했다.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핵심적 요소로서 민주적 기본질서와 정치 체제의 근간”이라며 “이런 취지에서 집시법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5차 촛불집회] 전국 200만 촛불 집결…청와대 200m 앞까지 에워싸는 행진도

    [5차 촛불집회] 전국 200만 촛불 집결…청와대 200m 앞까지 에워싸는 행진도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주말 촛불집회가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대규모로 열린다. 전국적으로 200만명의 집회 참여가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청와대를 포위하듯 에워싸는 행진도 사상처음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 행사를 개최한다. 퇴진행동은 이날 집회에 서울 150만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2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뿐 아니라 대구, 부산, 울산, 광주, 전남, 경남 등 각지에서도 같은 시간대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주최 측이 그간 집회에서 계속 시도한 ‘청와대 포위’ 행진이 이날 마침내 실현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당일 본 행사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세종로사거리에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새마을금고 광화문지점,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신교동로터리 등 청와대 인근을 지나는 4개 경로에서 행진과 집회를 한다. 본 행사 종료 후에는 오후 8시부터 세종로사거리를 출발해 새문안로, 정동, 서소문로, 종로, 소공로, 을지로 등을 거쳐 청와대 남쪽 율곡로·사직로를 낀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9개 경로로 행진이 예정됐다. 앞서 경찰은 율곡로를 지나는 2부 행진 9개 경로는 허용했으나 ‘청와대 인간띠 잇기’로 불리는 사전 행진은 교통혼잡과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율곡로 남쪽까지로 제한했다. 집회 4개는 모두 금지 통고했다. 법원은 주최 측이 청와대 인근 사전집회·행진을 허용해 달라며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전날 일부 받아들여 행진은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집회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허용했다. 이로써 청와대 앞 200m 지점인 신교동로터리를 포함, 청와대를 동·남·서쪽에서 에워싸는 집회와 행진이 사상 최초로 열리게 됐다. 사전행사는 곳곳에서 이어진다.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는 ‘광장의 분노, 시민주권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주제로 2차 시민평의회가 개최된다. ‘박근혜 하야! 전국청소년 비상행동’은 오후 3시 보신각에서 청소년 시국대회를 연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8시 집이나 상점, 사무실에 있는 시민들은 1분간 소등으로, 운전자들은 경적 울리기로 집회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이날 경비병력 280개 중대(2만 5000명)를 집회관리에 투입한다. 광화문 일대 지하철역 출입구 등에서 안전관리를 맡을 인력도 183명 배치한다. 실종아동과 유실물 관리를 담당할 인력도 세종로파출소에 9명 상주시킨다.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도 있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 오후 2시 서울역에서 1500명 규모로,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이 같은 시각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500명 규모로 각각 박 대통령 퇴진 반대 집회를 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 200만 촛불] 분노의 촛불, 9개 코스 ‘활활’… 비폭력·평화 계속된다

    [오늘 200만 촛불] 분노의 촛불, 9개 코스 ‘활활’… 비폭력·평화 계속된다

    주최 측 ‘사상 최대 인파’ 행진로 늘려 경찰, 혼잡 예상 지역에 안전요원 배치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5차 촛불집회에 사상 최대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찰과 주최 측(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모두 안전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주최 측은 행진로를 9개로 늘려 인파가 한곳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했고, 경찰은 지하철역 출입구 등 혼잡이 예상되는 곳에 순찰차와 근무자를 배치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지하철과 심야버스를 늘린다. 주최 측은 26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사전 행진과 집회를 연다. 이날 집회는 사전 행진 4건, 사전 별도 집회 4건, 9개 코스로 진행하는 본집회 행진 등으로 이뤄진다. 주최 측 관계자는 “오후 4시 세종대로 사거리를 출발해 광화문 교차로를 거친 뒤 4개 방향으로 나눠 행진을 이어가다 각각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과 사직동 주민센터,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신교동 교차로 등을 지나면서 청와대를 둘러쌀 계획”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시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대한 청와대에 가까이 접근한 뒤 6시 본집회 후 오후 8시부터는 9개 경로로 2차 행진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교통혼잡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사전 집회 4곳에 대해 금지통고하고 율곡로 남쪽까지로 제한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이 주최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집회는 오후 5시, 행진은 오후 5시 30분까지 가능해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지하철 역사와 출입구 등 30곳에 순찰차 22대와 경찰관 183명을 배치한다. 또 각종 사고에 대해 현장 초동조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안전근무를 담당하는 경찰은 근무복을 입고 외근 형광 조끼, 어깨띠, 간이소화기, 경적, 신호봉 등을 착용하거나 휴대하게 했다. 시민들이 진압부대와 구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지하철경찰대와 지하철 운영회사 안전요원을 합동 배치해 지하철 내 안전사고 예방과 질서를 유지한다. 실종아동·유실물 신고소도 운영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6개, 서울광장 6개, 청계광장 4개 등 이동화장실 16개(좌변기 106개, 소변기 60개)를 설치한다. 또 집회장소 주변 개방화장실을 49개에서 210개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지하철과 버스 막차 시간 연장도 검토한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청량리역 구간은 5회를 추가 운행하고 도심을 지나는 2~5호선도 임시열차를 탄력적으로 투입한다. 심야올빼미버스 중 도심경유 6개 노선(N15, N16, N26, N30, N37, N62)은 33대에서 11대 증편한다. 집회 후 쓰레기 처리를 위해 청소인력 306명, 청소장비 30대를 투입하고 시민들에게 공공용 쓰레기봉투(100ℓ) 4000장을 공급할 예정이다. 한편 25일 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에는 가수 이승환이 공연하는 등 9시 30분까지 문화제가 진행됐다. 이후 동국대·숙명여대·연세대 등 대학생 1000여명이 오후 9시 30분부터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했고 밤 11시까지 집회를 이어 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차로에 갇혔던 광화문광장 ‘촛불’에 열렸다

    차로에 갇혔던 광화문광장 ‘촛불’에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차도로 꽉 막힌 반쪽짜리 서울 광화문광장을 시민들의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공권력의 상징으로 불린 여의도광장이 현대적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첫 광장이었지만, 2004년 서울광장이 등장하면서 효순·미선이 사건, 광우병 집회 등 광장은 촛불로 민의를 표현하는 공간이 됐다. 전문가들은 광화문광장도 조성 초기에 집회를 금지하는 등 서울광장보다 여의도광장과 비슷한 성향이었지만, 결국 시민들이 세종대로를 점거하면서 고립된 섬을 열린 공간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또 향후 광장은 정치적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일상의 의견이 만나는 곳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광화문광장에서 오방낭으로 뒤늦게 유명해진 ‘행복주머니 행사’에 참여했다. 3년 9개월 뒤 같은 곳에서는 주말마다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실 2009년 8월 등장한 광화문광장은 ‘반쪽짜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조선 시대 왕·신하·백성이 교류하던 육조거리의 전통을 부활시키려 했지만 왕복 12차선인 세종대로의 중앙에 위치한 데다 화단·분수대 등으로 통행 흐름도 끊었다. 서울시는 당시 조례를 만들어 집회·시위 등의 정치적 활동도 제한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광장은 가게로 둘러싸여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로운데, 광화문광장은 넓은 차로가 보행자의 접근을 차단한다”며 “또 가로세로 길이가 비슷할 때 방향성 없이 다원적인 행동이 일어나는데, 광화문광장은 세로로 긴 형태라 다수의 행동에 제약을 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 이전에는 ‘광장’이 소통의 통로로 거의 기능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대로’가 광장의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하상복 목포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화운동으로 시민들의 머릿속에 광장, 즉 열린 공간에 대한 욕구가 자리잡게 됐다”며 “하지만 대로나 거리가 그 역할을 대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장이 모든 목소리를 인정하고 교류하는 다원적 공간이라면, 방향이 있는 대로는 돌격과 투쟁의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1972년 탄생한 여의도광장은 현대적 의미에서 첫 광장임에도 ‘권력자의 과시 공간’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영문학과 교수는 “여의도광장은 정부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국민의 목소리는 봉쇄되는 공간이었다”며 “광장이 아니라 권력자를 위한 ‘무대’로서 기능했다”고 말했다. 여의도광장은 1999년 여의도공원으로 바뀌었다. 2004년 5월에 생긴 서울광장은 ‘광장의 태동’으로 불린다. 정치적 집회 장소이자 문화 공간으로도 이용됐다. 하상복 교수는 “2002년 월드컵,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 등 사회·문화적 이벤트를 여는 장소가 됐고, 촛불문화제 공간이 된 광화문광장의 씨앗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열린 공간으로서의 광장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전상현 도시컨설턴트는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광화문광장도 태생적인 한계를 갖는다”며 “그러나 그 한계를 촛불집회라는 문화를 통해 시민들이 극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택광 교수는 “광화문광장은 청와대와 가깝다는 ‘위치의 상징성’ 때문에 시민들이 ‘자발적 점령’을 하게 되면서 구조적 한계를 딛고 광장으로서 걸음마를 떼게 됐다”고 말했다. 유현준 교수도 “광화문광장의 접근성과 비율의 문제는 시민들이 차도를 통째로 점령하는 순간 해결됐다”고 전했다. 그는 “남은 과제는 정치적 집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광장이 문화와 의견을 나누는 공간으로 남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하상복 교수도 “광장이 다원적 기능을 할 수 있을 때 정치 참여의 무대로서 균형을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촛불집회 시민 안전 위해..박원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설치 안할 수도”

    촛불집회 시민 안전 위해..박원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설치 안할 수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올해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을 설치하지 않을 가능성을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공사를 미뤘다가 아예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박 시장은 2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도심집회 안전관리 및 불편해소 대책 회의’에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현 시국 상황을 고려하면 시민 안전이나 집회에 큰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제3의 장소로 이동한다거나, 올 한 해는 설치하지 않는 방안이라든지 근본적 방안을 검토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당초 20일부터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6일에도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200만명의 대규모 시위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서울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공사를 28일로 미룬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대규모 집회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아예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공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 박 시장은 “연례적으로 설치됐던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어린이들이 좋아했던 곳이기도 해서 안 하기도 그렇다”면서도 “하지만 집회가 계속 예정된 마당에 설치에도 한 달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펜스 등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