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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얼간이’ 대통령을 바란다/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얼간이’ 대통령을 바란다/최광숙 논설위원

    지금 우리나라는 집으로 치면 폭삭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유례없는 안보·경제 동시 위기에도 국정운영 시스템은 먹통이다. 차기 대통령은 여기저기 균열이 생겨 다 쓰러져 가는 집을 고칠 유능한 인부들을 구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목수라도 혼자 집을 고칠 수 없듯 대통령도 혼자 나라를 떠맡을 수는 없다. 여소야대 정국이라 국정운영은 더욱 험난할 것이다. 우리가 처한 위기 상황은 내 편 네 편 가려 사람을 쓸 만큼 한가하지 않다. 대선 후보들이 강조하는 통합의 메시지는 인사(人事)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함께하지 않아도 신망 있다면 국무총리로”(문재인), “집권하면 대탕평 인사”(안철수)를 외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단순히 선거 전략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우리 정치사를 보면 인사는 승자의 ‘전리품’이다. 대선 때 후보자들 주변에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것은 겉으로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해도 들여다보면 대선 승리의 ‘전리품’을 차지하려는 것이다. 집권 세력 내부에서 벌어지는 파워 게임도 대부분 자리다툼에서 시작된다. 이명박 정부 초기 한 인사가 자기 사람을 챙기겠다며 “전리품은 나눠 먹어야죠”라며 실세에게 대들었다가 대통령 눈 밖에 났다는 얘기가 들렸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벌써 모 후보 캠프의 경우 장관 후보 3배수 리스트가 만들어졌느니, 청와대의 수석·비서관은 물론 행정관 후보들까지 차고 넘친다는 얘기가 나돈다. 박근혜 정부의 일부 장·차관까지 염치도 없이 다음 정부에서 또 한자리하겠다며 유력 주자들의 캠프에 줄을 대고 있다고 한다. 고급 정보를 들고 각 캠프를 드나든다는 소문이 파다한 정부 부처의 실·국장들을 대상으로 최근 공직기강 점검까지 했을 정도로 지금 여의도나 공직사회는 대선후 단행될 인사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이번에도 논공행상이나 나눠 먹기식 인사로 차기 내각을 꾸리면 나라의 운명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국내외의 엄중한 상황과 여소야대 국회를 직시한다면 대선 후 첫 내각은 통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가 돼야 한다. 자신을 ‘얼간이’로 부른 정적까지 끌어안았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포용과 통합의 인사가 좋은 본보기다. 링컨은 남북전쟁 전후 혼란스런 정국에서 공화당 내 라이벌은 물론 반대 진영인 민주당 인사까지 장관으로 임명했다. 잘나가던 변호사이던 에드윈 스탠턴은 시골 변호사 링컨을 두고 “저런 얼간이 같은 놈과는 절대 상종하지 않을 거야”라고 모욕하곤 했다. 링컨이 “이런 비정한 대우는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을 정도다. 링컨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불쌍한 바보”라고 부르며 “링컨은 정부를 이끌어 갈 능력이 없다. 독재자에 의해 쫓겨나야 한다”는 막말까지 했다. 하지만 링컨은 민주당 출신인 그를 전쟁장관에 임명했다. 링컨은 한 친구에게 “나는 내 자존심을 모두 굽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탠턴 입각 후 골칫거리였던 군의 기강이 잡혔다. 링컨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새먼 체이스도 재무장관에 앉혔다. 하지만 체이스는 링컨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앞에서는 친구인 척했지만, 뒤로는 욕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링컨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일을 잘하면 나는 그 사람이 그 일을 하도록 놔두겠다. 나를 공격하는 건 눈감아 주겠다”고 말했다. 우리로 보면 하나같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괘씸죄’에 걸릴 행동들이다. 그런데도 링컨은 그들을 내치지 않았다. 링컨의 인사 기준은 오로지 그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갖췄는가였다. 위기에 처한 나라의 키를 잡은 링컨은 미국의 미래가 자신의 선택에 달렸음을 절감했다. 그래서 나라를 살릴 수 있다면 ‘얼간이’, ‘바보’ 같은 소리를 들어도 참았던 것이다. 포용과 통합, 말로만 되는게 아니다. 진정으로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한다면 충성스러운 내 사람이 아니어도 능력만 있다면 장관 자리를 기꺼이 내줄 수 있어야 한다. 링컨 같은 ‘얼간이 대통령’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인가. bori@seoul.co.kr
  • [서울광장] 여론조사란 이름의 ‘덫’/박건승 논설위원

    [서울광장] 여론조사란 이름의 ‘덫’/박건승 논설위원

    “집권하면 여론조사 기관 두 군데를 문 닫게 하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또 발끈했다. 그제 대구에서 가진 첫 유세에서다. 대전 중앙시장에 가도, 부산 서면에 가도, 울산에 가도 이토록 열광적인데, 한 달째 지지율이 7~10%라니 여론조사가 문제라는 것이다. 도지사 시절 여론을 조작한 조사기관을 문 내리게 한 경험이 있다는 말을 곁들였다.문재인 민주당 후보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의 ‘여론 쇠약증’은 더하다. 30~40%대의 지지층을 가진 그들로서는 연일 ‘갈지자’ 결과를 쏟아내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유불리를 따져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공격하는 것은 다반사다. 하루 이틀 사이로 한 조사인데도 결과가 기관에 따라 춤을 추니 답답할 것이다. 이번만큼 초반부터 여론조사를 놓고 시끄러운 대선은 없었던 것 같다. 왜 이번에 유독 잡음이 많은 걸까. ‘심판’이란 조사기관의 반칙 탓인가. 그렇다면 반칙이 왜 이리 성행하는 걸까. 정략적인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인가?. 사실은 이달 초 한 조사 기관이 문재인-안철수 양자 구도 프레임을 만들어 여론조사를 했다고 할 때부터 꺼림칙했다. 다른 후보들이 완주 의사를 밝히고 지지율 반등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두 후보만 본선에 나온다는 가상 구도 아래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이 미심쩍었다. 이른바 ‘양강 구도’를 일찌감치 고착화하는 것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한 것인지쯤은 웬만한 유권자라면 다 아는 일 아닌가. 의혹을 받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한 방송과 통신사가 공동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불거진 샘플링 왜곡 논란이 대표적이다. 같은 기관의 3월 조사에서는 유·무선 전화로 22만여명을 접촉한 뒤 2046명의 응답을 받았는데 4월 조사에선 유·무선 각각 3만명을 접촉해 2011명의 응답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번과 팩스, 사업체 전화 등 여론조사에 쓰일 수 없는 전화 비율이 여론조사마다 30~40% 나오는 게 통례지만 4월 조사에선 8%에 불과하다는 것도 시비를 불렀다. 휴대전화 면접에 쓰인 국번이 3월엔 8000여개에서 60개로 급감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물론 조작 여부는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가 가릴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여론조사로 인해 득을 보는 쪽이 있는가 하면, 손해를 보는 쪽도 있다는 점이다. 유선전화의 조사 비율을 턱없이 높여 눈총을 받는 일도 있다. 무선전화 비율이 85%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1000명을 조사할 때 적어도 850명은 무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여론조사의 기본이다. ‘샤이 보수층’에 대한 구애를 겨냥한 조사도 문제다. 유력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여론조사를 한 어떤 두 곳은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장을 받아 시행한 첫 압수수색이다. 그중 한 곳의 대표는 현직 여당 국회의원이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만든다’는 속설이 있다. 그렇긴 해도 여론조사가 이 정도라면 뭔가 꼼수가 있을 거란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정략’이란 불량물을 교묘한 기술로 포장하다 보니 사달 났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는 까닭이다. 여론조사가 갖는 한계는 있다. 모든 응답자가 답변을 준비하고 대기하는 것이 아니다. 조사에 응답하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밝혀야 할 의무도 없다. 어느 날 문득 걸려오는 낯선 전화에 대고 솔직한 의견을 밝히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친구들끼리도 누굴 지지하는지 말 꺼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불신받는 것은 결과물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 조사기관과 조사를 의뢰한 기관이나 단체가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여론조사 기관은 프로 집단이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여론조사의 난맥상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론조사로 장난치려는 정치 세력을 없애면 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선거철마다 생기는 ‘떴다방 여론조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일이다. 신고제인 여론조사 업무를 허가제로 바꾸는 길밖에 없다. ksp@seoul.co.kr
  • [서울광장] 기사회생한 대우조선해양이 갈 길/최용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사회생한 대우조선해양이 갈 길/최용규 논설위원

    대우조선해양이 죽다 살았다. 생사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 이뤄진 채권단의 채무조정안을 결국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죽여야 하느니, 살려야 하느니 논란이 분분했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을 바라보는 시선은 버리기 어려운 국가기간산업임에도 곱지만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이라는 날 선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할 입장도 못 됐다. 그러니 채권단의 압박(?)에도 국민연금공단이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했던 것이다. 물론 채권단의 요구, 즉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국민연금공단으로 봐선 이득이다. 받아들이면 채권 회수율이 50% 이상이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수율 10%조차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채무조정안에 선뜻 동의하지 않은 것은 ‘문형표 트라우마’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감방 갈 일만 없으면 현 상태에서는 무조건 오케이인데 뒤탈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변양호 신드롬에 이어 문형표 트라우마가 어른거렸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보신주의고 무소신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연금공단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뒤통수를 치는 우리네 문화가 잘못된 것이다. 웃기지도 않은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를 연 것은 13일 저녁 이동걸 산은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긴급회동이다. 연장되는 3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국책은행 차원의 보증이 극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1조 3500억원의 회사채 가운데 가장 많은 4000억원의 회사채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채무조정안에 동의함으로써 다른 채권자들도 17일과 18일 열리는 채권자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한번 회생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자는 물론 국민에게 또 한번 큰 빚을 졌음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강성 노조였던 대우조선해양노조가 자구 노력에 동참하는 등 전례 없는 변화의 모습도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걱정이 아닌 희망을 주는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선주들이 배를 맡기느냐 맡기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최근 그리스 최대 해운사로부터 초대형 유조선 3척을 약 2억 5000만 달러(약 2800억원)에 수주한 것은 시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는 내·외부적인 복합요인이 작용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계경기의 위축과 최근 1~2년 사이 유가가 떨어지면서 발주가 급격히 줄었고, 과거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가 발목을 잡았다. 해양플랜트 경험이 일천함에도 단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신산업이란 욕심에 무턱대고 지른 게 화근이었다. 수주는 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납기가 지연되고, 재작업에 따른 인건비·재료비가 추가로 발생했다. 결국 원가가 계약가를 넘어서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이것이 부실 원인이다. 그 때문에 타사들이 부러워하는 초대형 LNG선이나 방산 기술력 같은 강점은 살리고 부실의 단초가 된 해양플랜트 같은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는 자구 노력에 더욱더 매진해야 한다. 올해 흑자를 내지 못하면 사장직을 내놓겠다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말 또한 빈말이 돼서는 안 된다. 정 사장 혼자 그만두면 끝나는 게 아니라 혈세로 다시 한번 회생의 길을 열어준 국민에게 절망감을 안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인도금이 대거 들어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다니 다행한 일이다. 이번 채권단인 산은과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최대 보유자인 국민연금공단과의 피 말리는 밀당을 보면서 ‘변양호 신드롬’ 같은 독소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이 재차 확인됐다. 문제 될 소지가 있으면 손대지 않는 보신주의다. 과거의 정책 결정이 뒤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ykchoi@seoul.co.kr
  • 불법텐트에 점거당했지만… 푸른 광장이고 싶다

    불법텐트에 점거당했지만… 푸른 광장이고 싶다

    12일 서울광장에서 봄맞이 잔디식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 등 보수 단체의 불법 텐트가 석달째 점거 중이지만 우선 텐트가 들어선 부분을 제외하고 서울도서관 쪽 빈 부분에 잔디를 심는다. 면적은 전체 광장(7120㎡)의 3분의1 정도 되는 2100㎡이다. 잔디 심기는 오는 18일 완료된다. 한편 시는 불법 텐트를 설치한 탄무국 측에 자진철거를 설득하고 변상금을 부과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서울광장] ‘백치 아다다’ 테스트를 권장함/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백치 아다다’ 테스트를 권장함/황수정 논설위원

    그사이 세 번째 봄이 와 있다. 다시 찾은 단원고 앞길은 무슨 일이 있었더냐며 시침을 떼고 있다. 그해 4월 노란 추모 리본에 노랗게 질려 있던 벚나무는 이제 가뿐해졌다. 볕이 쏟아지는 대로 꽃을 바가지로 터뜨리고 있다. 녀석들이 오가며 군침 흘렸을 허름한 짜장면집도 그대로다. 모두가 제자리다. 샛골목의 세탁소만 없어졌다. 팽목항의 현탁이를 찾느라 굳게 잠근 가게 유리문이 추모 쪽지로 도배됐던 현탁이네 세탁소다.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와 봄볕을 쬐고 있다. 검은 바닷속 배가 떠오르기까지의 시간은 1089일. 죽어도 낫지 않을 것 같던 상처에 딱지가 앉아 새살이 돋은 시간이기도 하다. 현탁이가 없는 현탁이네 세탁소만 없어졌고 모두 그대로인 것처럼. 어수선한 봄이다. 대선이 코앞에 닥친 정가는 표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천신만고 끝에 세월호는 올라왔지만 정치권의 관심 바깥에 밀려나 있다. 아이러니다. 유례없는 조기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결과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 단초는 세월호 참사에서 발아했다. 엉터리 대처를 사과할 마음도 수습할 생각도 없던 대통령의 태도에 사람들은 “이럴 수가” 했었다. 이후 3년을 “저럴 수가”를 탄식하며 불통(不通)의 체증에 고달팠다. 대통령과 국민 불화의 일관된 사유는 소통 불능.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볼 때마다 맥없는 의문을 품고 또 품었다.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공감하는 데도 능력이란 것이 따로 필요한가. 벼락치기로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 시간에 이상징후를 본다. 전열을 가다듬은 대선 주자들에게 입으로는 정책 비전을 보여 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정작 엉뚱한 쪽을 더듬는다. 맨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실은 따로 있다. 어떤 위기 순간에도 소통의 숨통이 막히지 않을지 근원적 능력의 여부다. 곤경에 처했다고 먼산바라기로 딴청 하지 않을 ‘그릇’의 여부다. 자라 보고 놀랐으니 솥뚜껑도 피하고 싶은, 이것은 집단 무의식이다. 끝장 토론이 대선 이슈다. 후보의 정치철학 밑천과 위기 대처 순발력을 압축해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양강 대세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TV 토론을 놓고 계속 뒷말을 만든다. 언변이 달리는 문 후보는 꽁무니를 빼고, 썩 언변이 좋지도 않은 안 후보가 그런 문 후보를 점점 얕잡아 보고는 한 판 붙자고 을러 댄다. 딱한 그림이다. 그 많은 문 후보의 참모들이 민심 깊숙한 갈증이 정말 뭔지 모를까. 모른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저런다면 국민 기만이다. 우리가 찾는 대통령은 청산유수 달변가가 아니다. 완곡어법으로 설득할 줄 알고, 방금 외운 듯한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를 잘 구사할 수 있으며, 불리하다고 판을 깨지 않고, 진심 사용법과 용처를 진심으로 알아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다. 어눌함은 문제 되지 않는다. 문 후보의 말실수들이 지탄보다는 동정표를 받았던 데서 그것은 분명해진다. “전두환 장군 표창장”, “3D(삼디) 프린터”로 말꼬리 잡혔지만, 말꼬리 잡았던 쪽으로 빈축은 쏠렸다. ‘백치 아다다’가 아님을 누구든 증명해야 힘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5급 공무원 시험에도 공직적격성 평가라는 게 있다. 그런 기초자격 검증을 대통령 후보가 어물쩍 넘기는 건 말이 안 된다. 철학 빈곤의 백치 아다다 식별법은 지금 우리가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 세월호가 목포의 눈물이 돼 있다. 애도의 유효기간은 없는데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제 그만하자”는 ‘샤이(Shy) 세월호’가 많아졌다. 배가 3년이나 잠긴 사이에 공감에는 금이 갔다. 동정 없는 정치, 인간에 대한 예의가 모자란 정치에 얼마나 황폐해질 수 있는지 직감한다. 감동은 아주 작은 틈새로 온다. 공감 능력이 보인다면, 걷잡을 수도 없이. 영석이가 밥상을 삼킬 듯 밥을 먹던 사진, 한 번도 못 입혀 본 양복을 사서 찍은 사진이 엄마의 엽서에 담긴 전시장(안산 경기도미술관, ‘너희를 담은 시간’전)에는 문 닫기 직전에도 발을 동동 구르며 달려오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그 작고 외진 자리에 소문 없이 들렀다 갈 줄 아는 대선 후보라면. 상상이 지나쳤을까. sjh@seoul.co.kr
  • [서울광장] 5·9 대선,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면/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5·9 대선,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면/황성기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에는 악몽 같은 일이겠지만, 문재인 대세론은 무너졌다. 그게 대세다. ‘성사될 수 없는 허구의 양자 대결’이라며 여론조사의 신빙성을 문 후보 측이 문제 삼았으나 5자 대결에서조차도 2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오차범위 내 추격이 서울신문을 비롯한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양강(兩强) 구도가 됐다. 대세론이 지속됐다면 싱거웠을 대통령 선거에 관전의 동력, 선택의 폭이 커졌다. 국민으로선 다행이다. 박근혜 탄핵으로 사실상 정권 교체는 이뤄졌다. 정권 교체냐, 연장이냐 고민할 필요 없이 5월 9일까지 각양각색의 비전을 가진 인물과 정책을 테이블에 늘어놓고 고르는 선택이 4200만 유권자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에 의석을 가진 정당 모두가 후보를 냈다. 보수에서 중도, 진보까지 스펙트럼이 중층화한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일보 진전이라 평가하고 싶다. 여론조사를 보면 많은 유권자들이 찍을 후보를 정한 듯하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복수이거나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19대 대선의 시대적 의미를 반추해 볼 것을 권한다. 탄핵 과정에서 생겨난 분열과 상처를 보듬고 아우르고, 1987년 민주화 체제의 결점을 보완하며, 많은 사람이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경제공동체의 기반을 닦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선거이다. 후보 수락 연설을 보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빼놓고 다른 네 명의 차별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시대정신과 거리가 먼 후보를 하나씩 배제해 가는 소거법(消去法)도 유용하다 하겠다. 먼저 편가르기다. “좌파에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홍준표 후보의 좌우 프레임이다. 파면된 대통령을 낳은 자유한국당의 고육지책이라지만 와닿질 않는다. 고도성장을 졸업하고 저성장기에 들어선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것은 좌우 편가르기도, 해묵은 친북·반북의 퇴행적 대립도 아니다. 탄핵은 촛불과 태극기의 분열을 낳았으나, 고질적인 지역·이념 갈등을 탄핵이란 용광로에 넣어 용해시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보로 기운 운동장’이란 표현을 쓰는데, 다원화한 우리 사회를 진보, 보수로 두 조각 내는 숨겨진 저의를 들춰 봐야 한다. 지역 대립을 부추기는 후보도 배제를 고려하자. 경기도 파주가 고향인 심 후보를 제외하고 4인의 후보가 모두 영남 출신인 것은 이번 대선에 주어진 역설적인 행운이다. 경남 거제 출신이면서 호남 지지에 기대는 문 후보, 부산 출신이면서 호남당을 만든 안 후보의 대결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전 국민의 축제인 대선에 특정 지역을 지나치게 끌어들이는 후보는 소거법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뭉치고 보자는 후보도 곤란하다. 존재감이 미약한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대연정, 협치와 유사한 ‘통합정부’를 주창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역할에 눈길이 간다. 어떤 대통령도 국회를 장악하지 못하는 의석수 때문에 정당 간 연대를 전제로 한 통합정부는 현실적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말하는 ‘통합후보’라는 게 비문 연대의 동의어여서는 안 된다. 왜 통합정부가 필요한지 국민들의 동의를 넓혀 나가지 못하면 이 또한 소거될 수 있다.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누는 행태도 경계해야 한다. 청와대, 검찰, 재벌 개혁은 필요하지만 피비린내 나는 숙청과 증오의 정치를 펼 후보가 아닌지 살펴보자. 미래보다 과거를 언급하는 빈도가 높은 후보도 주의하자. 친인척과 측근들의 검증을 꺼리는 후보에게 의심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검증에 실패해 파면까지 이른 치욕의 대통령은 박근혜 하나로 족하다. 이명박의 747(7% 성장·국민소득 4만 달러·7대 강국), 박근혜의 474(4% 성장·70% 고용률·국민소득 4만 달러) 같은 사기성 경제 공약에도 속지 말아야 한다. 소거법에 덜 해당하는 후보를 골라야 하겠지만, 5·9 대선은 홍·심·유 세 후보의 완주 여부와 관계없이 문?안 두 후보의 확장성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문·안의 꽃놀이패를 쥔 호남, 반문 정서의 영남 보수가 선거의 향배를 쥐고 있다는 인정하기 싫은 현실, 실은 소거시키고 싶다. marry04@seoul.co.kr
  • [서울광장] 사드를 둘러싼 한반도 안보 생태계/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드를 둘러싼 한반도 안보 생태계/오일만 논설위원

    미국과 일본의 주적은 중국이다. 매년 발표되는 미 군사전략 보고서는 중국을 북한과 러시아, 이란과 함께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4대 국가로 공식 지목했다. 일본 역시 냉전 시기 소련을 주적으로 삼았지만 욱일승천하는 중국이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숙적이 됐다. 아베 정권이 집단자위대 관련법 11개를 제·개정해 ‘군사적 재무장’을 실현한 명분도 중국 견제였다. 중국 역시 국가의 존망을 걸고 일본과 중일전쟁을 치렀고 한국 내전에서 미국과 결전을 벌인 악연이 있다. 미·일·중 3국은 동북아 패권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됐고 그 무대가 다시 분단의 한반도가 된 것이다. 2015년 5월 아베 총리는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했다. 미국 정계는 아베 찬양으로 들끓었다. 아베 총리가 예뻐서가 아니라 당시 합의한 미·일 신방위협력 지침 때문이다.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은 예산 증액과 병력의 추가 배치 없이 자위대의 군사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역시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관철했다. 이른바 중국 견제를 고리로 미·일 간 신밀월시대가 열린 것이다. 1997년 2월 10일 백악관에서 가진 미·일 정상회담. 여기서 일본은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가 센카쿠열도에 적용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받아 냈다. 제5조는 일본이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미·일이 공동 대처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고용과 투자 확대로 트럼프 정권을 전폭 지원한다는 약속을 했고 2조원대의 미국산 무기 구입에 동의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일본으로선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힘겨루기에서 우위에 설 발판을 만들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짭짤한 경제적 실익을 챙겼다. 양국 모두 남는 장사를 했다. 국익이란 이런 것이다. 중국을 주적으로 삼은 미국은 미·일 군사동맹 확대라는 고리로 군수산업을 키우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실익이 크다. 일본 역시 2014년 미국의 묵인 아래 무기 수출 금지국의 딱지를 떼고 군수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평화 수호를 앞세운 미·일 군사동맹 뒤에는 이런 경제적 실익이 숨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후로 미 군수산업 주식이 폭등한 것도 이런 이유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국익은 한·미·일 미사일방어(MD) 체계와 직결돼 있다. 미·소 냉전 당시 태동한 MD는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과 러시아를 확실하게 잡을 ‘신의 한 수’다. 하지만 출발점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초반부터 꼬였다.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도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거절했다. 주변국의 반발과 경제적 보복을 종합 판단한 결과다. 대신 종심이 짧은 한국 지형에서 효과가 더 큰 킬체인 시스템을 선택했다. 이런 와중에 한·미·일 MD 전도사로 불리는 리퍼트 대사가 부임한다. 2014년 10월이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최강의 인사다. 그가 한국에 온 직후부터 사드 배치에 발동이 걸렸고 그의 이임 전후로 배치가 완료됐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손익계산이 갈린다. 남북에 국한해 보면 우리가 최대 피해자다. 극심한 국론 분열에 경제 보복까지 당했고 그것도 현재진행형이다. 최대 수혜자는 공교롭게도 북한이다. 북핵 문제로 등을 졌던 우방국 중국을 다시 끌어당겼고 대북 국제공조도 무너졌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 김정은 정권의 체제 보장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주적은 중국이 아니고 북한이다. 미국과 일본이 사드를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군사·경제적 이익과 정확하게 부합한다. 우리는 다르다. 21세기 국가 안보는 군사 안보 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군사력이 얼마나 허망한지 북한을 보면 안다. 사드 배치 이후 한·중 관계는 수교 25년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우리는 제1 투자·교역국 중국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중국 역시 무차별적 사드 보복이 반중 감정으로 이어져 결국 대한민국을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oilman@seoul.co.kr
  • 광화문 앞 도로 막고 ‘월대’ 복원 나선다

    광화문 앞 도로 막고 ‘월대’ 복원 나선다

    길이 50m·높이 40~50㎝ 광화문 광장 확장해 연결촛불집회를 계기로 ‘민주주의 성지’가 된 서울 광화문광장이 역사성을 살린 시민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광화문 앞 월대(月臺·궁궐 전각 앞에 놓인 섬돌) 복원을 위해 광화문광장을 확장해 삼거리를 폐쇄한다.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현지시간) 유럽 순방 중 영국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광화문광장을 진정한 광장으로 만드는 게 서울시와 새 정부가 할 일”이라면서 “광화문광장을 세종문화회관 또는 미국대사관 쪽으로 붙이거나 왕복 10차로를 절반으로 대폭 줄이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8월 문을 연 광화문광장은 청계·서울광장과 함께 도심의 대표 광장이 됐지만,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을 역사가 있는 보행 중심지로 만들고자 지난해 9월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도시·교통·건축 등 전문가 56명이 모여 만든 ‘광화문포럼’을 중심으로 개선 방향을 논의해 왔다. 시는 광화문광장을 광화문 앞의 ‘광장형 공간’과 세종대로 주변의 ‘거리형 공간’으로 나눠 특색 있게 복원할 계획이다. 광장형 공간에는 지금은 사라진 40~50㎝ 높이의 월대를 복원하는 게 관건이다. 시 관계자는 “역사학자들이 보관 중인 일제강점기 때 사진 자료를 근거로 월대를 현재 광화문과 광장 사이의 도로 구간에 약 50m 폭으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대가 생기면 광화문 삼거리가 끊겨 시청이나 경복궁사거리 방향에서 온 차가 사직터널 쪽으로 좌회전하거나 직진할 수 없게 된다. 박 시장은 “해태도 현재 위치보다 조금 앞쪽(광화문역 방향)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종대로 구간(세종대로사거리~세종로공원)은 왕복10차로인 도로를 축소해 광장을 넓힐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광화문포럼에서는 ‘최소 6차선 정도만 남기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KT 본사 등 주변 건물의 저층부를 즐길 공간으로 꾸며 유동인구를 늘리고 이들이 광장으로 쉽게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리모델링해 광장답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교통혼잡에 대한 우려는 크다. 도로를 끊거나 차선을 줄여야 하는 탓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쪽에서 정부서울청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지하차도를 넓히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면서도 “교통난 해소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는 오는 5월 시민토론회를 열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8월 중 광화문포럼이 주도해 마스터플랜을 세운 뒤 중앙정부와 합동 태스크포스를 만들 계획이다. 내년 3월에는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하고, 2019년 중 첫 삽을 뜰 예정이다. 빠르면 2020년쯤 새로워진 광화문 광장을 만날 수 있다. 박 시장은 청와대 이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를 지금처럼 국민과 격리된 공간으로 계속 두면 안 된다”면서 “박물관, 대통령 행사장 등으로 사용하거나 국제기구를 유치해 서울시의 주요 정책인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서울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세계 최대 벽화 완성 눈앞…서울광장 잔디밭 면적

    세계 최대 벽화 완성 눈앞…서울광장 잔디밭 면적

    남미 브라질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벽화가 탄생했다. 상파울로에서 최근 완성된 벽화는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벽화가 에도아르도 코브라의 작품. 거대한 도화지 역할을 한 초콜릿공장 벽의 높이는 30m, 길이는 200m에 이른다. 초대형 벽에 그려진 작품의 면적은 5742㎡(약 1737평), 세계 최대 규모다. 서울시청 앞 광장의 잔디밭 면적(6294㎡·1904평)과 비슷한, 어마어마한 크기다. 코브라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를 따는 청년을 그려냈다. 벽화 속 청년은 카카오를 잔뜩 실은 카누의 노를 젓고 있다. 카누가 초콜릿 강을 달리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엄밀하게 보면 작품은 아직 미완이다. 마지막 터치가 남아 있기 때문. 코브라는 "15일 정도면 작품이 완전히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워낙 대형 작품이다 보니 용품도 엄청난 양이 사용됐다. 코브라는 "(이미 엄청난 락카스프레이를 썼지만) 마지막 터치까지 감안하면 완성까지 최소한 락카스프레이 3200개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배경을 그리는 데 사용된 유성페이트는 아예 계산하지도 않았다. 초콜릿 카누는 완성되는대로 기네스에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규모에서 기존의 세계 최대 작품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기네스에 오른 세계 최대 벽화는 리우올림픽 개막에 맞춰 2016년 코브라가 완성한 작품 '인종, 우리는 모두 하나'다. 당시 코브라는 세계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며 3000㎡ 규모의 작품 '인종, 우리는 모두 하나'를 그려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코브라는 "상파울로는 벽화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갈레리로 불린다"며 "세계 최대의 작품이 탄생하면서 그 명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서울광장] 사드 보복 한·중 망각과 착각/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사드 보복 한·중 망각과 착각/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과거 중국은 통치와 외교 영역을 셋으로 나눴다. 본토와 몽골, 서장 등 직할지, 조선, 베트남, 버마, 태국, 라오스, 류구, 필리핀 등 조공국이 그것이었다. 이런 조공 체제는 수·당 시대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해 명·청 시대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반도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통일신라시대는 물론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조공 관계를 유지했다. 조공은 조공국이 가져간 물품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오는 흑자 교역이었다. 실제로 명나라 시대에는 이런 흑자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명나라가 조선에 3년에 한 번 조공을 하는 ‘3년일공’을 요구했지만, 조선은 핑계를 대며 1년에 3~4회나 조공을 하고 답례품을 받아 오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청나라 때에는 흑자가 아니라 적자가 많았다. 청나라에서 요구하는 것이 많아 가져간 것 대비 받아 온 ‘회사’가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해 교역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났다는 기록도 전한다. 이로 인해 나라 재정에 구김이 갈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런 조공제도는 18세기 들어 서구 열강이 아시아로 몰려오면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청나라는 이들에게 조공 관계를 따를 것을 요구했지만, 영국과 프랑스 등은 세 차례의 전쟁을 통해 난징조약(1842년), 톈진조약(1858년), 베이징조약(1860년) 등을 통해 거꾸로 서구 열강의 ‘조약 시스템’에 편입하고 만다. 북핵에 대비한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중국의 전방위 보복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이런 중국을 두고 ‘조공 국가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드 문제를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과거 조공 국가 시스템으로 비판적 접근을 한 그의 분석법이 놀랍기도 하고, 새삼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중국은 지금도 원조와 교역을 주변국에 대한 압력 수단으로 활용하곤 한다. 사드 문제 이전에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일본을, 최근엔 티베트 달라이 라마 문제로 몽골을 압박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절반 수준으로 줄고, 4만 안팎의 중국 진출 기업들도 빈사 상태다. IBK경제연구소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되면 우리 경제의 손실 규모가 150억 달러(약 17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중국 의존도가 심해진 결과다. 2004년 현대경제연구원은 1980년 한·중 간 교역 규모가 4000만 달러로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였으나, 2003년에는 579억 달러로 15.5%로 늘어나고, 우리나라의 해외 투자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7%로 증가했다며 중국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경계했다. 정부도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으로부터 발생하는 무역 흑자 등에 도취(?)돼 중장기 대책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시련을 겪고도 한·중 관계가 호전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과거로 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대중 특수에 젖어 과거를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중국인들은 다시 명동과 제주도 등 한국을 찾을 것이다. 한·중 관계도 언제까지나 이렇게 냉랭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17조원은 아니지만, 수조원의 수업료를 내고, 얻은 교훈이 사장될까 두렵다. 재삼 이번 사드 보복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국가로 성장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역사에 비추어 봤을 때 중국은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식을 버리지 못한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국제적인 관례 등은 무시하고 언제든 표변할 수 있는 나라다. 안타깝지만, G2로 성장한 중국이 한국 등 주변국을 과거 조공 시스템으로 묶어 둘 수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는 것도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대목이다. sunggone@seoul.co.kr
  • 박원순 “촛불 시민혁명이 새로운 민주주의 탄생시켜”

    박원순 “촛불 시민혁명이 새로운 민주주의 탄생시켜”

    “대한민국 시민이 자랑스럽습니다. 평화로운 촛불 시민혁명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박원순 서울시장은 3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합스부르크 콘그래스센터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안보의 날’ 콘퍼런스 기조세션에서 ‘광장 민주주의’를 실현한 한국의 촛불 시민혁명을 소개했다. OSCE는 유럽 국가 간 안보협력기구로 미국도 참여하고 있다.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도시 건설’을 주제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에는 아흐메드 아바우탈랩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장 등 전 세계 17개 도시 대표와 유엔 해비탯을 비롯한 국제기구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박 시장은 우선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규탄하고자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20여 차례가 열렸고 누적 참여인원은 160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국민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대규모 시위임에도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는 것이 자랑”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만명이 운집한 광장에 휠체어가 나타나면 홍해가 갈라지듯이 사람들은 길을 터주었다”면서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에게 따뜻한 간식과 핫팩을 나눠 주는 이웃들의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시장은 이 과정에서 시민의 저항권을 보장한 서울시의 노력도 소개했다. 시는 촛불집회 당시 시민 안전을 위해 시 직원 1만 5000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주변 건물의 화장실 200여개를 개방토록 하는 한편 임시 지하철을 운행하는 식으로 평화로운 집회를 지원했다. 특히 “민주주의가 도전받는 가운데 유례없이 평화롭게 진행된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연대하고 싸웠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촛불집회는 국가 재난과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촛불 시민혁명은 시민의식과 행동하는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과정으로, 연대하면서도 차이를 존중하는 광장, 서로 배려하고 신뢰하는 공동체가 우리를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진정한 안보”라고 강조했다. 빈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서울광장] 정파적 유혹에 쳐야 할 ‘대못’/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서울광장] 정파적 유혹에 쳐야 할 ‘대못’/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단언컨대 대한민국 언론의 핵심 문제는 대한민국 누구도 언론의 문제를 제대로, 올바로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판은 난무하지만 처방은 전무하다. 우선 언론 스스로 언론의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 언론학자들의 문제 제기는 공허하다. 정치인들은 언론을 어떻게 이용해 먹을까만 궁리한다. 정부는 괜히 언론 건드려 봤자 좋을 것 없다 싶어 외면한다. 저마다 ‘언론사용설명서’만 펼쳐 들 뿐 위기의 언론에 대한 구급처치법은 나 몰라라 한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언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나선 점은 그래서 일단 반갑다. 과거 대선에서 문 전 대표만큼 언론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후보는 기억에 없다. 지난 몇 달 동안 이어진 대세론의 소산인지는 모르겠으나 언론을 적폐 청산의 핵심 대상으로 지목한 용기(?)는 자못 호기롭기까지 하다. 문 전 대표의 언론에 대한 문제 인식은 그러나 다분히 정파적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위기 이상으로 심각하다. 심지어 관련 발언 곳곳에선 완장 냄새마저 묻어난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1일 MBC 대선 후보 토론에 나가 MBC를 질타했다. “MBC가 탄핵 반대 집회를 찬양했다”며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했다. 23일엔 캠프 부대변인을 통해 “MBC의 전파 사유화가 도를 넘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이제 종편(종합편성채널)도 자리를 잡은 만큼 지상파에 대한 차별을 없앨 때가 됐다. 종편 재인가를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했다. 종편과 지상파 가릴 것 없이 모골이 송연해질 발언이다. 언론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다수의 언론 매체는 늘 정파적 갈등의 선봉에 섰다. 사회통합의 구심력을 발휘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사회 갈등을 부채질하고 소비했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10년 주기로 정권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많은 매체들이 두 세력의 전위대를 자임했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가치를 앞세웠으나 기실 정파적 이해에 매몰된 채 편 가르기에 앞장섰다. ‘공정보도’는 편파·왜곡 보도의 실상을 가리는 덮개로 전락했다. 각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무장한 뉴미디어 시대로 들어선 지금,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공정보도의 위기’를 넘어 ‘사실보도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자로’라는 정체불명의 개인(집단일지도 모른다)이 ‘세월호 충돌설’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만들고, ‘음모론’에 솔깃한 네티즌들이 이를 사방팔방으로 퍼뜨리는 동안 명색이 언론이라는 매체들은 세월호가 제 몸체를 드러내는 순간까지도 이에 동조하거나 침묵했다. 날이 갈수록 가짜 뉴스, 거짓 뉴스가 판을 치고 있으나 언론은 이를 걸러 낼 능력도, 의지도 별반 보이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위기의 시대다. 손에 쥔 스마트폰 하나로 시공을 넘어선 대화가 가능한 다층 구조의 소통 시대에 살고 있으나, 세대간 계층간 이념간 단절의 벽은 더 높고 공고해져 가기만 한다. 그리고 이런 분절의 시대에 언론은 점점 제 역할을 잃어 가고 있다. 언론은 지금 적폐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긴급 구조의 대상이다. 혹여 정권을 잡는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전면적으로 개보수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상황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정파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면 위기는 단순히 언론 차원을 넘어 나라와 국민 전체 차원으로 번질 것이다. 정권으로서는 뒤로 날아오는 부메랑을 기다리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40일 뒤면 대통령이 돼 있을지도 모를 유력 대선 주자의 입에서 더이상 특정 언론이 어떻고 하는 언급은 그만 나오길 바란다. 본인뿐 아니라 듣는 모두를 비루하게 만드는 언사일 뿐이다. 대못은 언론이 아니라 언론을 정파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유혹에다 쳐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국정홍보처를 부활할 것이 아니라 병든 언론 환경을 수술대에 올릴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jade@seoul.co.kr
  • [서울광장] 정치가 부추기는 증오 사회/이동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치가 부추기는 증오 사회/이동구 논설위원

    나와 생각이 같지 않으면 원수처럼 대하는 증오사회를 정치인들이 부추기고 있어 일부 후보들 네거티브전략 당연시… 언어의 품격은 대통령의 조건 독설 일삼는 후보 표 주지 말아야 “부역이라뇨,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탄핵 정국으로 정치권이 한층 소란스럽던 지난해 말 국회에 출석한 황교안 권한대행이 한 국회의원의 질문에 발끈한 답변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이후 야권 정치인들은 부역자란 말을 곳곳에서 사용했다. 공무원에게도 “부역 행위를 저지르지 말라”며 윽박질렀다. 심지어 세종시로 국회, 청와대 등이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조차 부역자라고 비난한 경우도 있었다.부역(자)이란 나라에 반역이 된 행위나 반역자를 도운 사람이란 의미다. 세상의 그 어떤 말보다 공포감과 수치심을 준다. 만약 부역자로 낙인찍히면 자신뿐만 아니라 대대손손 지워지지 않는 멍에를 짊어져야 한다. 나치 통치에서 벗어난 프랑스 국민과 스페인 내전 중에 벌어졌던 부역자에 대한 형벌들을 떠올린다면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일제강점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부역자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희생이 뒤따랐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탄핵이란 정치적인 목표를 이루고자 내뱉은 이 무서운 단어가 이제 정치인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까지도 시시때때로 사용된다고 한다. 두려운 사회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를 증오사회, 혐오사회, 분노사회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보다 부자이거나 재능이 많은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미워한다. 힘없는 여성이나 노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목숨까지 앗아가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고 부르며 편을 가르고, 나와 생각이 같지 않으면 무슨 철천지원수나 되는 것처럼 상대를 비난한다. 특정 지지 세력들은 상대를 비방하는 막말에 동조하며 동료 의식 내지는 애국 투사가 된 양 함부로 행동한다. 언어는 개인의 생각뿐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갈릴레오가 “알파벳 스물넉 자로 다른 사람과 가장 은밀한 생각을 소통하는 방법을 발견한 일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언어 습관이 그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기 마련이다. 아름답고 듣기 좋은 말을 하게 되면 자신이나 타인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주게 되고 상대방의 우호적인 행동을 이끌어 낸다. 반대로 비관적이거나 듣기 싫은 말을 하면 상대는 화를 내고, 자신 또한 공격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작가 모파상은 “인간이 말하는 단어들은 하나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말을 신중히 하라는 충고다. 정치는 말로써 상대를 설득하고, 행동으로 이끌어 내는 종합 예술과도 같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과 인내가 필요하다. 한때 우리 정치인들은 상대를 설득하기보다는 폭력이 앞섰다. 민주화 과정에서 빚어진 정치인들의 몸싸움 장면은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무수히도 소개됐다. 이제 국회선진화법 등 정치 환경이 변하면서 정치인들의 몸싸움 장면은 많이 줄어들었다. 정치 환경이 진일보했다고 볼 수도 있다. 대선 정국이 되면서 막말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어 정치인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학살 세력의 잔당, 부패 세력 등 상대 진영을 비방하는 것에서부터 후보의 인신공격에 이르기까지 주저하지 않는다. 일부 대선 주자는 상대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당연시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정책 제시보다는 비방, 독설에 희열을 느끼는 유권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말이라는 것은 반은 말하는 사람의 것이며, 나머지 반은 듣는 사람의 것”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막말과 비방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수준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높은 수준의 자질과 인품을 갖춰야 한다. 상대방의 과거 잘못을 부각시키며 비방과 독설, 궤변 등으로 표를 얻겠다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싶은 유권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아름답고 희망적인 말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대통령감을 찾고 있다. yidonggu@seoul.co.kr
  • [서울광장] 대우조선을 어찌할 것인가/안미현 편집국 부국장 겸 금융부장

    [서울광장] 대우조선을 어찌할 것인가/안미현 편집국 부국장 겸 금융부장

    전직 대통령이 또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지경 인사’ 가운데 하나는 대학교수 출신인 홍기택씨를 구조조정이 산적한 산업은행 회장에 꽂아 넣은 것이다. “실력 있는 낙하산이 뭔지 보여 주겠다”고 큰소리치던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 문제가 터지자 “청와대에 불려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누워 침 뱉기식 폭로를 했다.대우조선에 4조여원을 집어넣은 게 재작년 10월이다. 당시에도, 이후에도, 정부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추가 지원이 기정사실화됐다. 출자전환분 등을 빼고도 3조원은 더 생돈을 넣어야 하는 모양이다. 정부는 어쩌다 식언을 하게 됐을까. 오판과 불운 탓이 크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 4조 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하면서 이듬해 대우조선 수주액이 115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실제 수주액은 15억 달러에 불과했다. 기대를 걸었던 ‘소난골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은 자금난을 이유로 대우조선에 주문한 배 두 척을 가져가지 않고 있다. 배는 이미 만들어 놨는데 안 가져가니 잔금이 안 들어온다. 이 돈이 자그마치 1조원이다. 기름값이 올라야 석유 개발 업체들이 값비싼 시추선 등을 주문할 텐데 오르는 듯 하던 국제 유가는 다시 하락세다. 금융위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더 돈 들어갈 일 없다”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변명으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누구의 잘잘못보다 대우조선을 살리는 게 과연 맞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최근 4년간 내리 영업손실을 냈다. 손실액만 6조원이 넘는다. 장사할수록 큰 손해라는 얘기다. 자본금도 3조원이나 수혈받았지만 반년도 안 돼 다 까먹었다. 이런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면 그 이유에 대한 냉철한 근거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손을 떼면 대우조선은 이미 수주해 짓고 있는 114척의 계약 취소를 각오해야 한다. 대우조선에 딸린 4만여 근로자는 길거리로 나앉을 것이고 1300여 협력업체들은 줄도산할 것이다. 십수년간 수출 효자 노릇을 하며 세계 2위로 성장한 기업이 공중분해되는 것이다. 고용 인원 2300명의 세계 7위 한진해운을 정리했을 때 우리 경제가 앓았던 지독한 홍역을 떠올리면 대우조선을 침몰시킬 경제적 체력과 정신적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말이 쉬워 ‘밑 빠진 독은 깨뜨리자’이지 대마(大馬)를 죽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그 대마를 살리면 결국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간신히 연명한 대우조선은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 물건값을 후려칠 것이고 현대와 삼성은 최근 수년간 그랬듯 울며 겨자 먹기로 덤핑 수주에 가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설사 조선 업황이 살아난다고 해도 그 과실은 중국 조선사가 가져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잿빛 전망을 내놓는 측은 “대우조선은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고 진단한다. 정부는 이 모든 주장에 귀 기울이고 수술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솔직히 10조원을 넣어 대우조선을 살려야 하는 이유보다 10조원을 넣으면 살아날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몇 년 뒤 대우조선에 또 돈을 집어넣는 상황은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골치 아픈 대우조선을 곧 출범할 차기 정부에 넘기지 않고 다시 메스를 든 데는 엘리트 경제 관료로서의 책임감과 자존심이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후임자가 어쭙잖게 환부를 헤집어 악화시켰을 경우 모든 책임이 1차 집도의인 자신에게 돌아오리라는 점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어차피 새 정부 들어서도 대우조선 결론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살릴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는 것이 낫다. 단, 왜 살려야 하는지, 살릴 수는 있는 것인지를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내 돈으로 남의 돈을 갚아 주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고통 분담 원칙은 이번에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 오늘이 인사한다… 가슴 설레게…

    오늘이 인사한다… 가슴 설레게…

    20일 서울광장에 있는 서울도서관 외벽에 봄을 알리는 새 글귀 카드가 걸린 가운데 시민들이 광장을 걸어가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서울포토] ‘처음 뵙겠습니다…오늘입니다’

    [서울포토] ‘처음 뵙겠습니다…오늘입니다’

    20일 서울시 도서관건물에 새 글귀가 걸리자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지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7.03.20.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태극기 집회 소매치기범 60대男 검거…120만원 탈취

    태극기 집회 소매치기범 60대男 검거…120만원 탈취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탄핵반대 단체 ‘태극기 집회’에서 다른 참가자의 지갑을 훔친 혐의(절도)로 유모(6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1일 서울 중구 지하철 시청역 인근에서 A(68·여)씨의 가방에서 현금 약 120만원이 든 지갑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지하철역 출구에서부터 서울광장까지 A씨 뒤를 따라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태극기와 신문으로 주위 시선을 가린 후 범행했다. 그러나 집회 참석자였던 이국진(44)씨는 이 범행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했고, 곧바로 유씨를 붙잡아 인근 경찰관에게 인계했다. 형사소송법상 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해 경찰에 인계할 수 있다. 경찰은 이날 대한문 앞 집회 현장에서 2∼3건의 도난·분실 신고가 있었는데 유씨의 검거 이후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 유씨는 경찰에서 “나도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려고 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유씨가 범행을 위해 집회 참가자로 위장, 현장에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3일 이씨에게 경찰서장 명의 감사장을 수여하고 소정의 신고 보상금을 지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의 표명 사내 이메일

    [전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의 표명 사내 이메일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19일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 회장은 이날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에서 사의 표명과 함께 “오랜 고민 끝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19대 대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은 홍석현 회장이 보낸 사내 이메일 전문. 친애하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가족 여러분, 그룹의 발전에 불철주야 애쓰는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저의 결심을 말씀 드리려 합니다. 이제 저는 23년 간 몸담아 온 회사를 떠납니다. 조금 늦은 감도 있습니다. 언론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열정과 활기찬 비전을 가진 리더십이 회사를 이끌 때가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회사는 저에게 집과 다름없는 곳이었습니다. 전·현직의 수많은 가족들과 함께 흘린 땀과 눈물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중앙일보와 JTBC는 국가 번영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신문과 방송이 되고자 각고의 노력을 쏟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인재와 함께하는 언론이 되고자 하는 집념을 가꾸고 실천해왔습니다. 여러분은 언론의 사명에 충실했고 사회를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해왔습니다. 국민을 위하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가장 큰 권력과 맞설 때도 흔들림 없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했습니다. 그 힘과 정성이 오늘의 중앙일보를 만들고 JTBC의 출범과 안착을 이루는 튼튼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한 여러분과의 시간들이 제 삶의 의미이자 보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려 하는 지금, 저 역시 제가 지켜왔던 자리에서 벗어나 보다 홀가분한 처지에서 마음으로 저 자신과 우리 중앙미디어 그룹의 미래를 통찰할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우선 저 자신에 대한 얘기부터 드립니다. 최근 몇 개월, 탄핵 정국을 지켜보면서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광화문광장의 꺼지지 않는 촛불과 서울광장에 나부끼는 태극기를 보며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깊은 고뇌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비록 발 디디고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열망과 염원은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나라, 법치를 바탕으로 한 정의로운 사회, 다양한 가치와 시선이 공존하는 환경, 활기차면서 평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우리는 바라고 있었습니다. 광장은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고민의 일단으로 제시했던 것이 바로 ‘리셋 코리아’였습니다. 국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비약해서 ‘다 함께 잘사는 나라’, ‘매력 있는 국가’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그 기본 정신입니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앞으로도 중앙미디어 그룹을 중심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단지 그러한 작업만으로는 해결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 사회는 오랜 터널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과 혼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생과 공멸의 갈림길, 그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저는 안타까움을 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 생애 고난과 고민이 적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고뇌와 번민이 깊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것이 평생을 바쳐왔던 중앙미디어 그룹을 떠나면서 저 홍석현이 할 수 있고, 또한 해야 할 일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저는 남북관계, 일자리, 사회통합, 교육, 문화 등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데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 함께 풀어갈 것입니다. 그러한 작업들은 명망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 재단과 포럼의 형태로 진행될 것이며 그렇게 중지를 모아 나온 해법들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간 축적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그 책임과 소명을 다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제가 회사와 사회로부터 받아온 은혜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중앙미디어네트워크에 대해선 제가 떠나는 입장에서 저 나름 고민한 부분을 말씀 드립니다. 우리는 언론의 사명을 다 하는 데에 온 힘을 바쳐왔습니다. 능력이 모자라 못한 일은 있을 수 있어도, 게을러서 안 한 일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몇 달 간, 우리는 매우 역동적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우리가 추구해 온 저널리즘의 원칙을 실천함으로써 정치사회적 변환기의 맨 앞자리에 있었고, 그럼으로써 칭찬과 격려와 일부의 우려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중앙미디어 그룹의 역사 속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매진해야 합니다. 그런 자세와 정신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진정한 미디어 그룹으로 또 한번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그 장도에서 제가 떠난 자리를 메울 새로운 리더십이 그 역할을 훌륭히 해 낼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가족 여러분, 그 동안 저에게 베풀어 주신 격려와 믿음, 그리고 사랑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의표명…대선 출마 관측도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의표명…대선 출마 관측도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18일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 회장은 이날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에서 사의 표명과 함께 “오랜 고민 끝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19대 대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홍 회장은 “이제 저는 23년간 몸담아온 회사를 떠난다”면서 “국가의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려 하는 지금, 저 역시 제가 지켜왔던 자리에서 벗어나 보다 홀가분한 처지에서 저 자신과 중앙미디어그룹의 미래를 통찰할 기회를 갖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몇 개월, 탄핵 정국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광화문광장의 꺼지지 않는 촛불과 서울광장에 나부끼는 태극기를 보며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깊은 고뇌에 잠기기도 했다”면서 “비록 발디디고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열망과 염원은 하나였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광장은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한 고민의 일단으로 제시했던 것이 바로 ‘리셋 코리아’”라며 “하지만 현실은 단지 그러한 작업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홍 회장은 “구체적으로 남북관계, 일자리, 사회통합, 교육, 문화 등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데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 함께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러한 작업들은 명망있는 전문가들에 의해 재단과 포럼의 형태로 진행될 것이며 그렇게 중지를 모아 나온 해법들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제가 회사와 사회로부터 받아온 은혜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홍 회장의 대선 출마설과 관련해 “정확한 입장은 모르겠지만 19일자 중앙선데이에 사임 등과 관련한 인터뷰 기사가 나올 테니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지난달 9일 SNS를 중심으로 한때 퍼진 자신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 “헛소문”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홍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세계은행(IBRD) 경제개발연구소 경제조사역, 재무부 장관비서관, 대통령비서실 보좌관, 삼성코닝 부사장 등을 거쳐 1994년 중앙일보 사장으로 취임했다. 1999년부터 중앙일보 회장을 맡다 2011년 JTBC 회장을 겸임했으며, 세계신문협회(WAN) 회장, 한국신문협회 회장, 주미 대사 등도 역임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서울광장] 참모의 시대/박건승 논설위원

    [서울광장] 참모의 시대/박건승 논설위원

    데이비드 액설로드를 빼놓고는 ‘대통령 오바마’를 설명할 수 없다. 그는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한 주인공이다. 정치 컨설턴트 출신으로 오바마를 설득시킬 줄 아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둘은 리더와 참모로서 역할과 기능만 다를 뿐 대등한 파트너 관계였다. 오바마에게 ‘노’(no)라고 과감히 말했고, 오바마는 그런 그를 믿었다. 그는 시중의 반(反)오바마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그 유명한 오바마 슬로건인 ‘그래, 우린 할 수 있어’(Yes, we can)는 액설로드 작품이다.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크게 뒤지자 네거티브 전술을 구사하라는 압력이 여기저기서 들어왔지만 포지티브 전술을 끝까지 밀어붙였던 것이다. 힐러리가 ‘국정 경험’을 강조하고 나서자 오바마에게 ‘변화’를 기치로 내세우도록 해서 판세를 뒤집은 것도 그였다. 뉴욕타임스는 그런 그를 ‘오바마의 인생 친구’라고 표현했다. 당 태종 이세민에게는 위징이란 직언가가 있었다. 마치 ‘반대를 간언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위징은 최고 권력자인 태종에게 300여 차례나 ‘아니 되옵니다’를 외쳤다고 한다.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태종은 그런 간언을 수용해 바로잡을 줄 알았다. 태종이 위징에게 ‘군주가 어떻게 해야 명군(明君)이 되고, 어떻게 하면 혼군(昏君)이 되느냐’고 물었다. “두루 들으면 현명한 임금이 되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리석은 군주가 되옵니다.” 명쾌한 답변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론도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음을 이른다. 참모와 핵심 측근은 다르다. 참모는 정책 비전을 제시한다. 측근은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여론을 전달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 때 이기붕과 장택상,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후락과 차지철은 핵심 측근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명참모들에는 누가 있었을까. 경제 부문에 국한하자면 박 전 대통령 때 김정렴이나 박태준, 전두환 전 대통령 때의 김재익이나 남덕우 정도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측근이 핵심적인 참모 역할까지 맡아 사달 난 예가 적지 않다. 절대 권력에 빌붙어 덩달아 세도 부리려는 이른바 ‘갈개발’이 문제다. 전문성이 태부족인 측근들이 핵심 참모까지 하게 되면 국정 농단과 정책 실패는 필연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정치의 후진성이다. 연말이면 교수들이 모여 그해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를 정한다. 2013년은 도행역시(倒行逆施·순리를 거슬러 행동함),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거짓이 진실을 가림), 2015년은 혼용무도(昏庸無道·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가 어지러움)였다. 지난해에는 군주민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이후 4년간의 핵심어가 한결같이 어지러운 정국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였다. 그의 곁에 액설로드나 위징과 같은 참모가 있어 그런 경고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했더라면?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은 며칠 전 친정식구들을 향해 “제대로 된 참모나 충신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탄핵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막말을 쏟아낸 대리인단에도 ‘제대로 된 참모와 충신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다. 시중에서는 주변에 오죽 사람이 없으면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한테 그토록 의존했겠느냐는 한탄도 나온다. 이제 와서 탄식해 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아픔으로만 남겨 두기에는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 그 실패학을 역사의 교과서로 삼아야 한다. 벌써 어느 대선캠프에선 측근들의 가벼운 언행과 또 다른 인사들의 과거 독선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말썽의 소지가 있는 인사는 걸러 내야 한다. 모래성 쌓는 것을 피하는 길이다. 적폐 청산은 내부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측근과 참모들이 뒤얽혀 날뛰면 그 정권은 무너진다.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큰일을 도모하려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 하나.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길이 있으나,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길이 없다.’ ks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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